공유하기

이른바 ‘죽음의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해 정부 집계로만 최소 103명이 사망한 원인을 제공한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가 21일 사건 발생 5년 만에 처음으로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강도 높은 검찰 수사와 비난 여론에 등 떠밀려 마지못해 내놓은 ‘성의 없는 사과’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옥시는 외국에서 정화조 청소용으로 주로 쓰이는 화학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성분으로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어 판매해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최대 가해자로 지목됐다. ○ 옥시, 홍보대행사 통한 e메일 사과 옥시는 21일 오후 3시 20분경 홍보대행사를 통해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하여 말씀드립니다’라는 제목의 e메일을 기자단에 갑자기 보내 “조금 더 일찍 소통하지 못해 피해자 여러분과 그 가족 분들께 실망과 고통을 안겨 드려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가습기 살균제 관련 환자와 가족을 지원하기 위한 모든 논의와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며 2014년 50억 원에 이어 이번에 50억 원을 추가로 출연해 총 100억 원 상당의 피해보상 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옥시의 사과를 놓고 18일 롯데마트의 첫 대국민 사과 이후 여론을 의식해 50억 원을 피해보상으로 추가 지원하는 선에서 사태를 무마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시선이 많다. 자사 임직원의 형사책임 가능성을 의식한 듯 옥시는 사과문 곳곳에서 법률적 검토를 거친 계산된 발언으로 보이는 표현을 많이 사용했다. 사과문에서 “오랫동안 안전관리수칙을 준수해 이런 상황에 직면한 적이 없다”고 밝힌 대목과 검찰 수사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회사 정책상 이런 의혹 관련 행위는 용납되지 않는다”고 주장한 부분이다. 이는 옥시가 그간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해 제품을 만들었다는 기존 입장을 강조한 것이다. 또 일부 임직원의 현행법 위반이 있더라도 회사 차원의 지시나 개입은 없었다며 꼬리 자르기를 하려는 의도가 깔린 사과일 가능성이 있다고 법조계에서는 보고 있다.○ 피해자들 “살인 기업은 감방에 가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 환경보건시민센터 등 피해자 측은 “옥시 측의 사과는 사과가 아니라 입장발표문”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피해자 측은 e메일이 공개된 지 1시간 반 만에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5년이 다 되도록 옥시는 단 한 번도 피해자들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며 “옥시의 사과는 받지 않겠다. 살인 기업은 감옥에나 가라”고 옥시의 사과문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피해자들은 옥시가 보상기금으로 50억 원을 내놓겠다는 말에도 “당신들의 친구, 환경부에 기탁한 것 아니냐”는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옥시가 2014년 3월 기탁한 기부금은 현재까지 피해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현재 이 돈은 기금의 용도가 결정되지 않아 은행에 고스란히 남아 있고 이자가 쌓여 51억2000만 원으로 불어났다. 환경부 관계자는 “법적으로 기부금 형태이기 때문에 옥시가 세제 혜택을 봤다”고 말했다. 한편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옥시의 사과와 관계없이 철저하게 수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인체에 안전한 성분을 사용했다는 허위광고를 한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22일 옥시 측 관계자 3명을 소환한다. 옥시레킷벤키저의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제품 겉면에는 ‘살균 99.9% 아이에게도 안심, 인체에 안전한 성분을 사용해 안심하고 쓸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 ‘855자 사과문’ 회사-임원 명의도 없어855자. 2011년 11월 11일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회수 및 수거를 명령한 지 1623일 만에 옥시레킷벤키저가 내놓은 공식 사과성명(statement)의 글자 수다. 사람에게 해로운 원료로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어 지금까지 최소한 103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옥시의 ‘진심 어린 사과’를 읽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옥시가 21일 오후 기자들에게 보낸 e메일 사과문에는 한국법인 홍보담당자 1명과 홍보대행사 직원 2명의 연락처가 적혀 있었다. 대표 등 책임 있는 임원 또는 회사 명의의 문서가 아닌 약식 문서인 셈이다. 그나마 한국법인 홍보담당자는 “전화로는 응대가 힘드니 문자나 e메일로 질문하면 답변하겠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옥시 측은 이날 사과에 대해 “영국 본사와 협의하지 않고 한국법인이 자체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본사의 승인이나 조율 없이 한국법인에서 자체적으로 사과의 뜻을 밝히긴 어려웠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사과문은 상당 부분이 번역 투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신나리 기자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김성모 기자}
가습기 살균제로 최대 피해자를 양산한 옥시래킷벤키저가 21일 오후 3시반경 사과 보도자료를 낸 것에 대해 피해자 측이 “옥시 측의 사과는 사과가 아니라 입장발표문”이라며 거세게 반발하면서 사과 문구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피해자 측은 옥시 측이 “피해자 분들께서 원하는 부분을 잘 이해하고 경청하여 함께 해결하고자 노력했다”고 밝힌 것에 대해 “그간 361회에 걸쳐 1인 시위를 하면서 피해대책을 내놓으라고 했지만 옥시는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고 문전박대하며 만나주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성명서이건 사과가 아니다,살인자는 처벌되어야 할 대상이다, 감옥에나 가라!옥시의 사과는 받지 않겠다! 오늘 2015년 4월21일 오후3시 살인기업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가 소위 입장발표문이란 것을 내놨다. 이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1. 이건 사과가 아니다. 사과문이 아니고 입장발표문이다.2. “2013년 국정감사에서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렸고”-당시 옥시 외국인 사장은 자신들의 제품은 문제가 없다고 본다. 다만 이런 일이 생겨 유감이라고만 했다. 3. “ 해결 방법을 찾고자 노력해 왔다”-맞다, 옥시는 처음부터 대한민국 정부발표를 부인하면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조작된 연구를 대학연구진에게 의뢰했고 연구자들을 돈으로 매수했다.-판매 초기부터 소비자들의 건강피해 의견이 제기됐지만 무시했고, 급기야 검찰수사를 앞두고 모두 지웠다. 그게 옥시의 해결방법이었고 그렇게 노력했다.4. “저희는 오랜 동안 제품의 안전 관리 수칙을 준수 해 온 바 이와 같은 상황에 직면한 적이 없었습니다.”-옥시의 입장은 지금도 ‘안전관리 수칙을 지켰다’는 것이다. 즉 대한민국 정부의 역학조사 결과와 동물실험조사결과 잘못되었다는 말을 하고 있다.-옥시가 말하는 “상황”인식은 ‘우리는 잘못이 없는데 왜들 이러는가’ 라는 것이다. 5. “피해자 분들께서 원하는 부분을 잘 이해하고 경청하여 함께 해결하고자 노력했습니다.”-피해자들과 환경단체가 그동안 361회 동안 일인시위를 통해 사과하고 피해대책을 내놓으라고 했는데 단 한번도 옥시는 나타나지도 않았었다. 수십 여 차례의 기자회견도 마찬가지였고 문전박대하며 만나주지도 않았다.6. “상당부분의 사안들이 법원 조정절차를 통하여 합의에 이르러 종결되었음을 말씀드립니다. 신속한 해결 방안이 됐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정부의 1-2차 조사에서 확인된 피해자만 530명이다. 사망자 146명중 옥시 사용자만 103명이다. 상당부분 이라니?-752명의 피해자에 대한 정부의 3차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중 70-80%가 옥시 피해자다. 상당부분이라니?-일부 민사소송을 제기한 피해자들의 합의가 있다. 그런데 합의 내용이 이렇다. 1)피해를 인정해 합의하는 것이 아니다, 2)가족단위 합의로 가족 중 특히 3-4단계의 다른 피해자가 있는 경우 보상대상에 포함하지 않는다, 3)향후 민형사상의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4) 모든 내용은 비공개다.-액수는 별개로 치더라도 사과도 없고, 일방적인 합의가 옥시가 말하는 합의요 종결인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다른 피해자들도 해결하자는 말이냐?7. “2014년에 50억 인도적 기금 기탁, 이번에 추가로 50억 더 출연 하겠다”-당신들의 친구, 환경부에 기탁한 거 아닌가?-살인기업 옥시가 인도적으로 돈을 더 내겠다?-당신들은 살인자다. 감옥에나 가라! 8. “다른 기업들의 해결 노력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대화에 적극 참여하겠다”-지금 다른 기업 평가하냐? 그럴 자격이나 있나-최소한 롯데마트와 같은 방식으로 사과를 했어야 하지 않나?-무슨 대화? 그렇게 회사 앞에서 일인시위하고 24시간 텐트 농성해도 한번도 나타나지 않던 옥시였다. 무슨 대화?9. “검찰 수사를 매우 심각하게 생각, 회사 정책상 의혹 행위 용납되지 않는다, 수사에 협조하겠다”-당연히 심각하겠지, 회사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니까.-회사정책이 뭐냐? 감추고 지우고 조작하고 매수하고 부인하고 그런 행위는 우리가 용납하지 않는다.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어쩔 건데? 감옥에나 가라. 이건 사과가 아니다,살인자는 처벌되어야 할 대상이다, 감옥에나 가라!옥시의 사과는 받지 않겠다! 2016년 4월 21일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 환경보건시민센터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국내 관련 질병 최고 권위자들로 구성된 전문가위원회를 열어 “살균제가 임산부와 영유아 140여 명이 사망하게 된 직접적 원인”이라는 만장일치 결론을 내린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검찰은 또 “폐 외에 다른 장기 손상과의 인과관계까지 추가 조사해야 한다”는 일부 위원들의 의견에 따라 수사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2001년 가습기 살균제를 처음 제조한 옥시레킷벤키저의 의뢰를 받은 호서대 Y 교수가 위원회와 정반대의 연구 결과를 지속적으로 내놓은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 또 Y 교수의 연구 결과가 연구용역비와 별도로 옥시 측으로부터 받은 수천만 원과 관련이 있는지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전문가위 “살균제가 폐 섬유화 원인” 검찰은 1월 말 전담수사팀 발족 때부터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의 인과관계 규명에 집중해 왔다. 제조업체와 책임자를 형사처벌할 수 있는 핵심 근거이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는 2011년 역학조사를 토대로 살균제와 폐 손상은 관련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가장 많은 피해를 유발한 옥시는 자체 실험 결과를 앞세워 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 때문에 검찰은 외부 인사 10여 명으로 전문가위원회를 구성해 그동안 이들에게 개별적으로 자문을 했다. 위원회에는 역학, 독성학, 임상병리학, 소아과 임상, 영상의학과 등 각 분야의 국내 최고 전문가 2, 3명씩이 참여했다. 이달 15일에는 위원들을 한자리에 모아 첫 전체 회의를 열었다. 위원회는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가 사망했거나 폐 이식을 받은 중증 환자들만 분석 대상으로 한 것은 인과관계를 보다 분명히 하려는 조치로 전체 실험 결과의 객관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초기 단계에서 시기를 달리해 폐가 플라스틱처럼 굳는 이른바 섬유화 현상이 진행된 환자도 있었다는 점 등 다양한 가능성을 배제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가습기 살균제가 폐뿐 아니라 다른 장기에도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 추후 다른 장기와의 인과관계를 밝히는 보완 조사가 필요하다”고 뜻을 모았다. 질병관리본부의 동물실험에서 가습기 살균제 농도 조절이 단순했다는 점을 놓고도 다양한 의견이 나왔지만 인체 유해성을 살피기 위해 하는 동물 독성실험보다 사람이 더 높은 농도로 노출됐기 때문에 이 동물실험 결과로도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데 문제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전문가들은 피해자들의 폐 손상이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이 되는 특이성 질환이라는 데도 의견을 같이했다. 컴퓨터단층촬영(CT)상으로는 과민성 폐렴과 비슷하지만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 손상이 스테로이드 약품에 반응하지 않고 예후가 좋지 않아 확실히 구별된다는 이유였다.○ 금품 받고 보고서 조작했는지 수사 옥시 측이 피해자와 벌이는 민사소송에서 호서대 Y 교수에게 자사에 유리한 진술서를 부탁하고 비슷한 시기에 수천만 원을 건넨 추가 정황도 드러났다. 검찰은 Y 교수가 2013년 8월 조작 의혹이 있는 ‘가습기 살균제 사용 시 공기 중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농도’ 실험보고서를 바탕으로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 간 인과관계가 없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별도로 제출한 뒤 옥시가 수천만 원을 Y 교수 계좌에 입금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수백만 원에 그치는 자문료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검찰은 이 돈이 옥시에 유리한 감정 결과를 법원에 제출한 대가일 수 있다고 보고 자금의 성격을 확인 중이다. 검찰은 Y 교수가 일부 실험 결과를 사실과 다르게, 또는 선별적으로 보고서에 기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그 경위도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Y 교수가 용역비 외에 돈을 받은 것과 실험 결과 왜곡의 관련성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앞서 Y 교수는 2012년 9월 옥시의 주문대로 가습기 살균제 실험을 진행해 해당 실험 결과를 제출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소송 과정에서 ‘자체 실험에 문제가 없고 질병관리본부의 실험이 잘못됐다’는 내용의 의견서가 필요했던 옥시가 Y 교수에게 관련 진술서를 요구했고, Y 교수는 이 요구에 따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검찰은 해당 진술서가 옥시 측 법률대리인을 통해 법원에 제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김준일 기자}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2001년 옥시레킷벤키저가 살균제를 출시할 당시 영국 본사가 한국법인에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원료로 한 제품을 내놓아도 좋다고 승인한 사실을 포착한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이는 그동안 옥시 영국 본사가 “한국법인은 법적으로 독립적인 회사로, (우리는) 제조 판매에 책임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해온 것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옥시 한국법인 전현직 임원은 물론이고 영국 본사 관계자까지로 수사 대상을 확대해 이들이 안전 의무를 다하지 않고 제품을 출시한 사실이 확인되면 소환조사와 기소를 비롯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기로 했다.○ “출시 당시 영국 본사 승인” 특별수사팀은 살균제 제조 단계인 2001년부터 사건 발생 후인 2012년 사이에 재직한 옥시 경영진과 임원 등으로 수사 대상을 크게 확대할 방침이다. 현재로선 해당 기간 옥시 고위 임원 등 최소 20여 명이 입건 대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19일 옥시의 인사담당 상무 등 2명을 맨 처음 소환한 것도 회사의 의사결정 구조를 파악해 형사처벌 대상 범위를 가늠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옥시 영국 본사 관계자에 대한 수사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2001년 PHMG로 성분을 변경해 제품을 출시할 때 본사의 승인을 받은 문건을 확보한 데 따른 것이다. 신현우 당시 옥시 대표이사가 제품을 출시하기 전 본사의 승인을 받았다면 본사 관계자 조사도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은 조사를 통해 옥시 본사가 어떤 경로로 이를 허락했는지,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점은 없는지 등을 살펴볼 계획이다. 검찰의 소환 대상에는 신 전 대표 외에 샤시 쉐커라파카 전 옥시 대표 등 외국인 전직 대표들도 포함된다. 그는 2013년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피해자들에게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제품을 판매할 때는 안전하다고 믿었다”고 발언한 바 있다. 검찰은 광범위한 독성실험 결과 조작과 위험성을 축소 및 은폐하려던 옥시의 행각을 옥시 전 대표들이 보고받거나 지시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영국 본사가 국내 법인의 조직적 증거 은폐 정황을 알고도 묵인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사안의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수사 결과에 따라 수년간 PHMG 성분이 든 ‘스카이바이오1125’를 제조사에 판매한 SK케미칼도 형사처벌 대상에 포함될 소지가 있다. SK케미칼 측이 PHMG가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사용되는 사실을 몰랐을 가능성이 희박한 데다 PHMG의 위험성을 알고 고지했을 가능성이 큰 만큼 PHMG 사업부문 관련자들이 업무상 과실치사의 방조범으로 처벌될 수 있다.○ ‘해외 약화 사건’ 판례 연구로 소송 대비 특별수사팀은 과거 해외에서 일어난 다양한 약화(藥禍) 사건을 깊이 있게 연구하고 있다. 관련자 기소도 중요하지만 법정 다툼에서 피의자 처벌과 피해자 보상을 제대로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검찰은 독일의 ‘피혁스프레이 사건’ 대법원 판례를 자세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의도치 않게 소비자들이 유해한 화학물질을 흡입해 많은 피해자가 생겨났다는 점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과 유사하다. 독일에서는 1980년 늦가을부터 소비자들이 구두 등 가죽에 광택을 내기 위해 뿌리는 피혁스프레이를 사용한 뒤 고열, 구역질, 폐수종(허파에 물이 고이는 질병) 등을 호소하는 사례가 속속 접수됐다. 제조·유통사들은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듬해 5월 대책회의를 열기도 했지만 기존 제품을 그대로 팔았다. 다만 새로 제조하는 스프레이는 성분을 일부 변경하고 제품 포장에 경고문구를 넣었다. 그럼에도 생명이 위태로운 피해자들이 속출하자 1983년 독일 보건당국은 제품 판매 중지 및 회수 조치를 내렸고, 수사당국은 해당 제조·유통회사들을 재판에 넘겼다. 독일 연방대법원은 제조·유통회사의 대책회의 전에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는 과실 책임만 인정했지만 대책회의 이후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작위(作爲)에 의한 상해죄’를 적용했다. 피해를 알고 나서도 제품을 판매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가습기 살균제 판매·유통업체들도 정부가 2011년 11월 제품 회수 명령을 내리기 전까지 기존 제품을 팔아 왔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논란을 인지한 뒤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자진 회수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법원의 엄중한 처벌이 내려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장관석·김준일 기자}

‘살인 가습기 살균제’ 탓에 현재까지 정부가 집계한 수치로만 임산부와 영·유아 등 143명을 잃은 피해자 유족들은 햇수로 꼬박 5년, 날짜로는 1800일 넘게 기다렸다. 롯데마트 김종인 대표는 이 사건에 연루된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18일 대(對)국민 사과를 하고 피해보상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취재진과의 질의응답까지 합쳐 걸린 시간은 40분 남짓에 불과했다. 검찰의 조사를 끝낸 피해자 유족 220여 명은 19일부터 검찰에 줄줄이 소환되는 살균제 제조·유통회사 전현직 임원들이 늦었지만 진상을 낱낱이 공개하고, 진정성 있게 피해 구제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5년 침묵 깬 롯데마트의 사과 “가슴 깊이 진심으로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18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가 사과문을 발표하기 전 고개부터 숙이자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일제히 터졌다. 김 대표는 기자회견 도중 4차례 고개를 숙이며 그때마다 “사과드린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는 “공식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았고, 피해 여부 확인이 어려웠다는 이유로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의) 원인 규명과 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며 “너무 많은 시간이 흐른 점에 대해서도 사과한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이날 100억 원 이상의 보상기금 마련을 주요 내용으로 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보상대책을 내놨다. 이미 피해보상 전담 인원 구성을 마친 롯데마트는 조만간 공신력 있는 외부 기관을 선정해 보상기준 마련에 착수할 계획이다. 보상 시점은 검찰 수사가 마무리된 뒤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과 및 보상 결정은 사실상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최종 결정했다고 한다. 롯데마트는 지난달부터 구체적인 사과 방법과 시기 등을 놓고 내부적으로 고민해왔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신 회장은 김 대표가 최종 내용을 보고하자 “우리가 잘못한 것이 있으면 뒤에 숨지 말라. 책임질 것이 있으면 선제적으로 나서라”고 지시했다. 롯데마트는 특히 폐 손상을 유발하는 살균제의 주성분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과 피해자 사망의 인과관계가 검찰 수사로 명확해진 데다 가습기 살균제 업계 1위인 옥시레킷벤키저가 그동안 소비자를 기만해온 행태와 증거를 은폐한 사실이 공개되자 상당한 부담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옥시 제품을 벤치마킹한 롯데마트로서는 더이상 옥시와 같은 길을 걸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첫 사과에도 불구하고 일부 유가족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검찰의 제조업체 소환이 임박해지자 등 떠밀려 마지못해 한 면피성 사과”라며 강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이날 사과 발표 직후 “단 하루라도 먼저 사과했어야지, 검찰 수사를 하루 앞두고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진심이라고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다 부인과 둘째 아이를 잃은 안성우 씨는 “롯데마트가 정말 피해자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려는 생각이 있다면 다른 업체들과 함께 공동으로 피해대책 기구를 설립해 같이 해결해 나가야 한다”며 울먹였다.○ 검찰의 타깃 옥시, 피해자 회유 정황까지 올해 2월 특별수사팀을 구성한 지 석 달 만에 제조·유통업체의 첫 사과를 받아낸 검찰은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옥시 측의 관계자를 19일 처음 소환 조사한다. 동아일보 취재 결과 옥시는 여전히 물밑에서 피해자 측과 손해배상 합의 조정에 나서고 있다. 옥시 측은 은밀하게 가족 단위로 피해자를 개별 접촉해 손해배상액과 조정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합의금을 전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옥시는 ‘가습기 제품과 관련한 민형사상 청구나 이의 제기를 하지 않는다’는 문구와 함께 ‘손해배상을 한다고 해서 옥시의 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조정문과 각서를 작성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옥시 측은 롯데마트의 사과 발표 이후에도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을 뿐 아니라 언론 취재도 피하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진이 18일 서울 영등포구 본사를 찾았지만 회사 측은 면담을 거절했다. 옥시는 지난해 5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족들이 영국 본사를 찾아갔을 때에도 접촉을 거부한 바 있다. 강찬호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대표는 “당시 영국 본사에서 우리를 만나기 위해 나온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며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회사가 지금까지 아무런 반응도 내놓지 않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은 옥시 측이 2001년 외국인투자기업으로 처음 등록한 뒤 다른 업체에 앞서 인체 유해 여부가 검증되지 않은 독성물질로 가습기 살균제를 처음 제조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최근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 규모가 커진 2011년 이후의 납득할 수 없는 행보, 즉 불리한 증거를 은폐하거나 실험을 맡은 교수들을 회유하려 한 점 등은 고의적으로 범행을 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신나리 journari@donga.com·박재명·김준일 기자}
광고대행사와 기업체의 유착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2부(부장 김석우)는 방모 전 KGC인삼공사 사장(60)이 광고대행사 JWT 측으로부터 상품권 등 수천만 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KT&G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이번 수사에서 KGC인삼공사 경영진의 비리가 드러난 건 처음이다. 검찰은 JWT 관계자에게서 “방 전 사장이 KGC인삼공사 영업 및 마케팅 분야에서 임원을 맡고 있던 시기에 광고 홍보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광고 수주나 계약 유지를 위해 금품을 건넸다”는 취지의 진술을 받아냈다. 검찰은 방 전 사장을 조만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KT&G에서 줄곧 재직한 방 전 사장은 2010년에 KT&G 계열사인 KGC인삼공사 마케팅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국내사업부문장과 사장 등 요직을 지냈다. 검찰은 리드코프 고위 관계자 서모 씨가 JWT에 일감을 주는 대가로 개인적 친분이 깊은 특정 업체에 JWT 일감을 몰아주고 비용을 부풀려 지급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서 씨에게 이번 주 초 소환을 통보했다. 또 서 씨와 친분이 있는 특정 업체 대표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광고기획사에서 광고 수주와 계약 유지 청탁 대가로 5500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가 지난달 말 기각된 백복인 KT&G 사장에 대해서는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선거기간 중 ‘야권 단일후보’ 명칭을 사용한 20대 총선 당선자 4명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국민의당을 제외하고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이룬 후보 단일화인데 야권 단일후보로 표현했다는 이유다. 17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더민주당 송영길(인천 계양을), 홍영표(인천 부평을), 신동근 당선자(인천 서을) 등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 등으로 인천지검에 고발됐다. 정의당 노회찬 당선자(경남 창원성산)도 국민의당 후보와의 단일화 없이 현수막에 ‘야권 단일후보’라고 표시했다가 새누리당 강기윤 후보 측으로부터 창원지검에 고발당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일 야권 단일후보 명칭 사용과 관련해 “더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이 후보 단일화에 합의하지 않은 경우에는 ‘야권 단일후보’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특정 후보를 제외한 단일화에 대해 ‘단일 후보’로 표현한 후보에 대해 법원은 유죄로 판결했다. 서울고법은 2014년 6·4지방선거에서 서울시교육감 후보로 출마해 ‘보수 단일후보’로 앞세워 선거운동을 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문용린 전 서울시교육감에게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유권자들의 합리적 판단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며 선거법 위반 혐의를 인정했다. 다만 1심에서 선고한 벌금 200만 원에 대해서는 선고유예 결정을 내렸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선거기간 중 ‘야권 단일후보’ 명칭을 사용한 20대 총선 당선자 4명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국민의당을 제외하고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이룬 후보 단일화인데 야권 단일후보로 표현했다는 이유다. 17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더민주당 송영길(인천 계양을), 홍영표(인천 부평을), 신동근(인천 서구을) 당선자 등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 등으로 인천지검에 고발됐다. 정의당 노회찬(창원 성산) 당선자도 국민의당 후보와의 단일화 없이 현수막에 ‘야권 단일후보’라고 표시했다가 새누리당 강기윤 후보 측으로부터 창원지검에 고발당했다. 앞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일 야권 단일후보 명칭 사용과 관련해 “더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이 후보 단일화에 합의하지 않은 경우에는 ‘야권 단일후보’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특정 후보를 제외한 단일화에 대해 ‘단일 후보’로 표현한 후보에 대해 법원은 유죄로 판결했다. 서울고법은 2014년 6·4지방선거에서 서울시교육감 후보로 출마해 ‘보수 단일후보’로 앞세워 선거운동을 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문용린 전 서울시교육감에게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유권자들의 합리적 판단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며 선거법 위반 혐의를 인정했다. 다만 1심에서 선고한 벌금 200만 원에 대해서는 선고유예 결정을 내렸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살균제 제조판매업체 옥시레킷벤키저가 2011년 자체 의뢰한 독성 실험 가운데 “가습기 살균제 성분과 피해자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국내 유력 기관의 실험 결과를 은폐한 단서가 검찰에 포착됐다. 검찰은 옥시 내부에서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한 자료 상당수가 삭제되거나 파기된 배경을 수사 중인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옥시 측이 실험을 의뢰한 곳 가운데 기존에 알려진 서울대와 호서대 외에 다른 곳이 추가로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 기관은 엄격한 우수실험실 운영규정을 통과한 실험실에 부여하는 GLP(Good Laboratory Practice) 인증을 받은 곳으로 “가습기 살균제 성분인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와 영유아 및 임산부 사망의 원인이 된 폐섬유화 사이에 인과관계가 도출된다”는 결론을 옥시 측에 전달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2월과 지난달 극비리에 압수수색을 하면서 해당 실험 결과 원본을 확보했다. 검찰은 특히 자료 보관자 등에게서 “옥시 측에서 이를 가지고 있으라고 해서 보관해 왔다”는 취지의 진술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옥시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정한 보고서를 검찰에 내지 않은 반면 PHMG와 피해자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서울대와 호서대 측 실험 보고서는 유력 법무법인의 검토까지 거쳐 제출했다. 질병관리본부가 인체 유해성을 시사한 2011년, 2012년 실험 결과 발표를 반박하려는 취지였다. 검찰은 PHMG로 성분이 변경된 가습기 살균제를 옥시가 처음 출시할 당시에 흡입독성 실험이 이뤄지지 않은 점에 비춰 불리한 실험 결과에 애써 눈감고 인과관계를 부인하기 위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히 옥시 측이 “살균제와 사망의 인과관계가 있다”는 실험 보고서는 숨겨둔 채 피해자들과 개별 접촉해 합의를 이끌어 왔다는 점을 근거로 현행법 위반 여부도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수사 초기 해당 보고서의 존재를 알지 못했지만 이후 자료 분석에서 옥시가 공개하지 않은 보고서가 있다는 단서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옥시 내부 컴퓨터나 보고서 등에는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된 내부 자료가 거의 없었는데, 검찰이 신현우 전 옥시 대표이사의 자택과 사무실까지 광범위하게 압수수색을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고 한다. 검찰은 옥시 측이 수사에 대비해 불리한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한 정황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출국금지한 옥시 등 기업체 관계자들을 다음 주부터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가습기 살균제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결론을 낸 호서대 Y 교수에게는 출석을 통보했다.장관석 jks@donga.com·신나리 기자}
11개월 된 아이를 학대해 뇌사에 빠뜨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보육교사의 학대정황이 추가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이철희)는 아동학대처벌 특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어린이집 보육교사 김모 씨(37·여)를 추가 기소했다고 8일 밝혔다. 김 씨는 2014년 11월 12일 서울 관악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생후 11개월 된 A 군을 두꺼운 이불로 덮고 허벅지로 눌러 재웠다가 뇌사상태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 군은 그해 12월 결국 숨졌다. 검찰에 따르면 김 씨는 A 군이 뇌사상태에 빠지기 전인 같은 달 3일에도 잠을 자지 않자 자신의 허벅지와 상체로 눌러 움직이지 못하게 했고 자신의 다리를 A 군의 허리와 다리 위에 2분간 올려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틀 뒤에는 A 군이 우유를 먹지 않고 거부하자 벽으로 밀착시켜 15분간 누른 정황도 포착됐다. 당초 검찰은 김 씨에게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보고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지난해 12월 벌금 500만 원에 약식기소했다. 그러나 A 군의 가족들이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토대로 추가 고소하자 아동학대 혐의를 적용해 정식 재판에 회부했다. 김 씨는 신체적 학대 행위는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의 재판은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집중 심리로 진행되고 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초등학생들에게 음란물을 보여주고 성추행한 혐의로 방과후 교실 바둑교사가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이정현)는 2011년 9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바둑 수업을 받는 학생들에게 남성 성기가 노출된 사진을 보여주고 자신의 신체부위를 만지게 한 혐의(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상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제추행)로 오모 씨(55)를 구속기소했다고 8일 밝혔다. 바둑 아마추어 5단인 오 씨는 지난해 8월 바둑수업을 마친 초등학생 A 군에게 노트북에 저장된 남성의 성기 사진과 남녀 나체 사진 등을 보여주면서 “나중에 커서 보게 된다”며 강제로 A 군의 손을 잡아끌어 자신의 성기를 만지게 했다. 그는 이후에도 두 차례나 다른 교실에서 비슷한 방법으로 초등학생들에게 음란 사진을 보여주고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오 씨는 학부모의 신고로 경찰조사를 받은 뒤 검찰에 넘겨졌고, 검찰에서 혐의를 일부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신나리기자 journari@donga.com}
검찰이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은 국내산 부품을 미국산으로 속여 우리 육·해군 주력포의 부품으로 납품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M사 대표 황모 씨(61)를 7일 구속했다. 서울중앙지법 성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범죄 사실의 소명이 있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황 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박찬호)는 황 씨가 국내업체가 생산한 포신용 볼트와 너트, 베어링 등 부품을 미국으로 보내 가짜 인증서를 받고 다시 들여와 국내 대형 방산업체인 H사에 납품했다는 혐의로 5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국산제품을 사용할 경우 국산화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원산지를 속인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황 씨는 육군 K-9 자주포와 해군 76㎜ 주력포 제작에 부품을 납품한 뒤 10억여 원을 챙긴 의혹을 받고 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서울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 과정에서 측근에게 사업을 따낼 수 있도록 편의를 봐 주고 현금과 불법 정치자금 등 1억90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 허준영 전 코레일 사장(64)이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한정석 영장전담판사는 “범죄 사실이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7일 허 전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심우정)는 허 전 사장 최측근인 폐기물처리업체 W사 실소유주 손모 씨를 구속 수사하는 과정에서 손 씨가 빼돌린 15억여 원 중 1억여 원이 허 전 사장에게 흘러간 정황이 담긴 메모지와 진술 일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W사는 2010¤2013년 용산 개발사업 건설 주관사였던 삼성물산으로부터 127억 원대 폐기물 처리용역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따냈다. 이 과정에서 허 전 사장이 수장으로 있던 코레일이 삼성물산에 “W사를 용역 업체로 선정해 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내며 압박한 정황이 검찰에 포착됐다. 허 전 사장은 앞서 영장실질심사 하루 전날인 5일 기자회견을 갖고 “어처구니없는 모함이며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3류 정치공작이다”며 혐의를 부인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농협중앙회장 선거 부정’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불법 선거운동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는 최덕규 후보(66)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이성규)는 6일 최 씨가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문자메시지를 전송하도록 지시하는 등 부당하게 선거에 개입한 단서를 잡고 최 씨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해 선거 준비 관련 자료들을 확보했다. 경남 합천가야농협조합장인 최 씨는 23대 농협중앙회장 선거 1차 투표에서 수도권 추신의 이성희 후보와 호남 출신 김병원 후보에 밀려 3위에 그치면서 탈락했다. 그러나 농협회장 결선투표 당일인 12일 오후 투표 직전에 ‘2차에서는 김병원 후보를 꼭 찍어 달라…최덕규 올림’이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수차례 집중 전송된 것으로 알려져 불법 선거운동 의혹이 제기됐다. 1차 투표에서 2위에 그쳤던 김 후보는 결국 이날 결선투표에서 289명의 선거인단 중 163표를 얻어 신임 회장에 당선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최 씨 명의의 지지 문자 발송이 현행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제66조에 각종 선거운동 제한 규정에 해당된다고 보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최 씨는 1차 개표 결과 발표 직후 김 회장의 손을 들어 올린 뒤 투표장소인 서울 중구 새문안로 농협중앙회 대강당을 돌아다닌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조만간 최 씨를 소환해 문자메시지 발송에 개입했는지, 김 회장과의 사전 논의가 있었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앞서 검찰은 최 씨의 후보 캠프에서 문자메시지 불법 발송에 가담한 혐의(공공단체 등 위탁선거법 위반)로 지역 농협조합장 출신 김모 씨와 농협대 교수 이모 씨 등 최 씨의 측근 2명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은 김 씨 등은 이날 밤늦게 구속 여부가 결정된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체육계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스포츠 연구개발(R&D) 용역 사업을 진행한 대학 산학협력단 소속 교수들이 국고보조금을 유용한 단서를 잡고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 이원석)는 5일 오전 국민체육진흥공단 산하 스포츠개발원과 서울 및 천안 소재 S대, 강원 S대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해 보조금 입금과 지출 내역서, 회계 자료,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압수수색은 지난해 하던 공단 연구비 횡령 수사의 연장선상에서 남아 있는 첩보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스포츠 R&D 사업을 수행하며 공단에서 R&D 기금 27억 원 중 9억 여 원을 빼돌려 개인적으로 쓴 혐의 등으로 골프용품 개발업체 M사 대표 전모 씨(52)등 기업 대표 4명을 기소했다. 검찰은 공단이 주관하는 R&D 사업에 참여한 오모 교수가 연구 과제를 수행하면서 정부 보조금 일부를 개인적인 용도로 쓴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오 교수는 ‘스포츠 과학 기반 소형 포터블 보드 및 IT 융합 라이프 재킷 개발 과제’, 2013년에는 ‘스포츠 서비스 R&D 전략 연구 과제’를 수행했다. 강원 S대 소속 교수도 2013년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급된 국가보조금은 각각 2011~2014년 30억 원, 2013~2015년 4억 원이다. 스포츠 R&D 사업 보조금은 경륜, 경정 및 체육진흥투표권사업 수익금으로 마련된 기금을 토대로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 공단 산하 스포츠개발원을 통해 지급된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큰 광대뼈가 고민이었던 김모 씨(28·여)는 2013년 9월 중순 서울 강남의 그랜드성형외과를 찾았다. “안면 윤곽으로 유명한 B 원장님을 배정해 주겠다”는 상담실장의 말에 김 씨는 나흘 뒤로 수술 날짜를 잡고 수술비로 780만 원을 건넸다. 수술 당일 마취 직전 B 원장이 왔다는 것. 전신 마취를 했던 김 씨의 기억은 딱 거기까지다. 한쪽 뺨만 부기가 안 빠져 문의했더니 ‘2년 정도는 더 기다려 봐야 한다’는 병원의 답변이 돌아왔다. 그렇게 2년이 흐른 지난해 9월경 재수술을 고심하던 김 씨는 대한성형외과의사회로부터 “B 원장이 ‘치과의사에게 수술을 맡겼다’는 양심고백을 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TV 속 남의 일인 줄만 알았던 ‘유령수술’의 피해자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치과의사가 수술하는 줄 알았다면 다른 병원을 선택했겠죠.” 김 씨는 광대 축소 수술 후 3년이 지난 현재 개구(開口) 장애(턱이 벌어지지 않는 증세)를 겪고 있다. 성형외과 의사에게 믿고 맡긴 성형수술을 엉뚱한 의사에게 받은 환자는 김 씨뿐만이 아니었다. 본보가 입수한 B 원장의 자술서에 따르면 B 원장은 병원장 지시에 따라 턱·광대 축소 수술 등 수십 건을 치과의사 A 씨 등에게 맡겼다. 환자가 전신 마취되면 ‘섀도 닥터(대리 의사)’들이 수술을 집도하고, 환자가 마취에서 깨어나면 다시 나타나는 식이었다. 그는 “섀도 닥터와 서로 근무지가 달라 환자를 수술실에 들여보낸 뒤 다시 일하는 건물로 돌아와 다른 환자를 수술한 적도 있다”고 했다. 또 다른 퇴직 성형의도 “‘모든 코 수술은 이비인후과 의사인 ○○○에게 맡기라’는 지시에 따라 섀도 닥터에게 이름을 빌려줬다”고 털어놨다. 이들이 병원과 맺은 근로계약서에는 “성과급은 고객이 담당 의사를 수술 집도 의사로 알고 있는 경우엔 5%, 그렇지 않은 경우엔 2%를 지급한다”는 등 대리 수술이 체계화돼 있음을 암시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환자들이 마취된 상태에서 의식이 없는 틈을 이용해 환자의 동의 없이 ‘의사 바꿔치기’로 수술하는 ‘유령수술(ghost surgery)’은 의료계에서 암암리에 성행하고 있다. 고용 전문의보다 비전문의에게 지급되는 급여가 적다는 점, 상담 의사와 수술의를 분업화하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병원 운영진이 섀도 닥터를 기용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엄연한 범죄행위 같아도 증거 수집이 어려워 대리 수술을 실제 형사처벌까지 한 전례도 없었다. 수사기관 관계자는 “피해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증언할 수 없고, 직접 대리 수술을 한 의사가 사기 공범이 될까 봐 양심고백을 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부장 정순신)는 ‘유명 스타 성형외과 의사’라는 간판을 내세워 직접 수술하는 것처럼 환자들을 모으고 실제 다른 의사를 투입해 수술하게 한 혐의(사기 등)로 그랜드성형외과 대표 유모 씨(44)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4일 밝혔다. 유 씨는 향정신성의약품관리대장을 거짓으로 작성한 혐의, 진료기록부를 보존하지 않은 혐의도 받고 있다. 병원 측은 “의료계에서 통상적으로 시행하는 협진을 오해한 것이다. 향후 재판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마땅한 처벌 법령이 없어 난제였던 대리 수술 행위에 검찰이 사기죄를 적용해 형사처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수술을 수련의에게 맡기고 특진비를 챙긴 전 경희의료원장을 상습사기죄로 처벌한 2000년 대법원 판례와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대리 수술은 환자의 신체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상해죄로 판단한 1983년 미국 뉴저지 주 대법원의 판례 등을 수개월간 검토해 첫 사기 혐의 적용을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유령수술(대리 수술)환자에게 동의를 받지 않은 의사가 수술 전체를 하는 형태. 고용된 성형외과 의사들이 환자를 진찰한 뒤 상담하면 환자는 수술비를 지불하고 수술실에 입장한다. 수술대에 누운 환자에게 프로포폴을 주사해 수술 마취를 하면 환자가 수면에 빠졌는지 확인한 후 대리 집도 의사인 ‘유령 의사(섀도 닥터)’가 들어가 수술을 하는 것을 말한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조건희 기자}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심우정)는 4일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과정에서 최측근이 사업을 수주할 수 있도록 도와준 대가로 2억 가까운 금품을 받은 혐의(뇌물수수 및 정치자금법 위반)로 허준영 전 코레일 사장(64)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허 전 사장은 코레일 사장으로 재직하던 2011년 폐기물처리업체 W사의 실소유주인 손모 씨(구속)로부터 용산역세권 개발업무를 맡게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20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다. 또 허 전 사장은 손 씨로부터 2011년 11월부터 2014년 6차례에 걸쳐 1억7600만 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2012년~2013년 새누리당 서울 노원병 당원협의회 위원장을 지낸 허 전 사장은 2013년 4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때 출마했다가 안철수 무소속 후보에게 패했다. 지난달 31일 검찰에 소환돼 16시간 동안 고강도 조사를 받은 허 전 사장은 “나를 완전히 모함하기 위한 사건”이라며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다. 허 전 사장의 구속 여부는 6일 오전 10시반 서울중앙지법의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결정된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이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인 옥시레킷벤키저가 자사에 유리한 실험보고서를 제출한 경위를 조사 중인 것으로 3일 확인됐다. 검찰은 옥시레킷벤키저가 자사 제품 유해성 검증 실험을 의뢰한 서울대 수의대와 호서대 연구진을 지난주 소환해 조사했다. 연구팀이 자발적으로 연구 용역 의도에 맞게 실험조건을 맞췄을지, 옥시 측이 맞춤형으로 주문해 왜곡된 실험 결과를 도출했을지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조사했다. 옥시레킷벤키저는 △‘옥시싹싹 New 가습기당번’의 원료인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이 공기 중에 떠다닐 수 있는지 △이 성분이 인체에 들어갈 수 있는지 등의 화학적 실험을 호서대에, △흡입 시 인체에 유해성이 있는지에 대한 실험을 서울대 연구팀에 맡겼다. 옥시 측은 대형 로펌의 법률자문을 거쳐 해당 제품이 폐손상과의 인과관계, 인체에 무해하다는 취지의 결론이 담긴 두 곳의 보고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질병관리본부가 인체 유해성을 시사한 2011년, 2012년 실험 결과 발표를 반박하기 위해서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2일 오전 11시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 출입국심사장을 찾아 현장 점검에 나섰지만 관할 본부장인 진경준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49·사법연수원 21기)은 없었다. 하루 전까지 장관을 수행키로 했던 그가 거취를 결정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120억 원 주식 차익’으로 논란이 된 진 본부장은 이 직전에 김 장관에게 구두로 사의를 표명하고 몇 시간 뒤인 오후 5시 50분경 법조기자단에 285자 분량의 짤막한 입장을 공개했다. 지난달 25일 고위 공직자 재산 공개로부터 8일 만이며 본보 보도로 넥슨 창업주 김정주 대표와의 친분이 처음 알려진 지 7일 만이다.○ “문제없다”→6일의 침묵→해명 이틀 뒤 사의 2년 전 검사장으로 승진해 올해 2월 첫 재산공개 대상인 진 본부장은 지난해 넥슨 주식을 팔아 행정부와 사법부 고위 공무원 2328명 중 재산 증식 1위에 올랐다. 당일 그는 김 장관 등에게 “관련법에 따라 모두 신고했고 법적으로 아무 문제없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지휘부에도 비슷한 취지의 의견이 전달됐다고 한다. 그러나 진 본부장이 넥슨 주식을 산 2005년에는 넥슨의 가치가 급속도로 올라 일반인은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어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진 본부장이 주식을 얼마에 샀으며 주식으로 벌어들인 차익이 모두 얼마인지도 베일에 싸여 있었다. 그런데도 진 본부장은 침묵했고 지난달 31일 A4 용지 1장 분량 1232자짜리 첫 해명을 내놨다. 뒤늦은 해명이 의혹을 키웠다. 주식 취득 과정을 “이민을 떠나는 기존 주주가 비상장 주식을 판다는 소식을 대학 친구가 알려 지인들끼리 나눠 산 것”이라며 김 대표와의 연관성을 모두 부인했다. 의혹의 핵심인 주식 취득 가격과 시점도 공개를 거부했다. 본보는 그 직후 “(넥슨의 일본 상장 여부가 공개되기 전) 2005년 진 본부장과 김 대표가 만난 자리에서 일본 상장과 관련된 얘기가 오갔다”는 새 증언을 보도했고 진 본부장에게 주식 투자를 권유한 대학 친구인 A 씨도 넥슨이 인수한 회사의 임원을 지낸 점 등이 추가로 드러났다. 이후 진 본부장은 지인들에게 “개인의 명예 문제가 법무부 장관으로 향해 도저히 자리를 지킬 수 없다”며 주변에 사퇴 배경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직자윤리위의 재검증 강제성은 없어 진 본부장이 사의를 표명하기 하루 전인 1일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재산 변동 신고 내용 검증에 착수했다. 진 본부장은 사의를 표명하면서 “어려운 국가적 시기에 저의 재산 문제로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정식으로 사과한 뒤 “저의 재산 문제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조사가 필요하다면 자연인의 입장에서 관련 자료를 모두 제출하는 등 성실하게 응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법적으론 퇴직자도 현직에 준해 심사를 해야 하며 3개월의 조사 뒤 윤리위가 법무부에 조사를 의뢰하면 법무부는 감찰에 착수할 수 있다. 그러나 진 본부장이 민간인 신분이 된 뒤 윤리위의 자료 요청을 거부하면 이를 강제할 수단이 없다. 만약 진 본부장이 퇴직 이후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그의 넥슨 비상장 주식 구입 경위는 영원히 묻힐 수도 있다. 진 본부장의 사표가 수리되면 올해 초 국정원 2차장으로 자리를 옮긴 최윤수 전 부산고검 차장의 자리까지 검사장 두 자리가 공석이 된다.신나리 journari@donga.com·김준일 기자}
김현웅 법무부장관은 2일 오전 11시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 출입국심사장을 찾아 현장 점검에 나섰지만 관할 본부장인 진경준 법무부 외국인출입국정책본부장(49·사법연수원 21기)은 없었다. 하루 전까지 장관을 수행키로 했던 그가 거취를 결정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진 검사장은 이 시점을 전후해 김 장관에게 구두로 사의를 표명하고, 몇 시간 뒤인 오후 5시 50분경 법조기자단에 285자 분량의 짤막한 입장을 공개했다. 지난달 25일 고위 공직자 재산 공개로부터 8일 만, 본보 보도로 넥슨 김정주 회장과의 친분이 처음 알려진지 7일 만이다. ●“문제없다”→6일의 침묵→해명 이틀 뒤 사의 2년 전 검사장으로 승진해 올해 2월 첫 재산공개 대상이 된 진 검사장은 지난해 넥슨 주식을 팔아 행정부와 사법부 고위 공무원 2328명 중 재산증식 1위에 올랐다. 당일 그는 김 장관 등에게 “관련법에 따라 모두 신고했고 법적으로 아무 문제없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지휘부에도 비슷한 취지의 의견이 전달됐다고 한다. 당시 진 검사장은 지인들에게도 “대학 동기로 절친한 김 회장의 권유로 사업 초창기 투자해서 주식을 받았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진 검사장이 넥슨 주식을 산 2005년에는 넥슨의 가치가 급속도로 올라 일반인은 사고 싶어도 살수가 없어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진 검사장이 주식을 얼마에 샀으며 주식으로 인해 벌어들인 차익이 모두 얼마인지도 베일에 싸여 있었다. 그런데도 진 검사장은 침묵했고 지난 달 31일 A4용지 1장 분량 1232자짜리 첫 해명을 내놨다. 이게 오히려 의혹을 키웠다. 주식 취득 과정을 “이민을 떠나는 기존 주주가 비상장 주식을 판다는 소식을 대학 친구가 알려 지인들끼리 나눠 산 것”이라며 김 회장과의 연관성을 모두 부인했다. 의혹의 핵심인 주식 취득가격과 시점도 공개를 거부했다. 그 직후 “(넥슨의 일본 상장이 공개되기 전) 2005년 진 검사장과 김 회장이 만난 자리에서 일본 상장과 관련된 얘기가 오갔다”는 증언이 나왔으며 진 검사장에게 주식 투자를 권유한 대학친구인 A 씨도 넥슨이 인수한 회사의 임원을 지낸 사실이 드러났다. 여론이 진 검사장을 감싸는 법무·검찰의 지휘부로 향하자 부담감을 느낀 진 검사장이 결국 백기를 든 것으로 분석된다. ●공직자윤리위 조사 실효성 의문 진 검사장이 사의를 표명하기 하루 전인 1일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재산변동 신고 내역 조사에 착수했다. 진 검사장은 사의표명을 공개하는 자료에서 “어려운 국가적 시기에 저의 재산 문제로 많은 분들께서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 한다”며 정식으로 사과한 뒤 “저의 재산문제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조사가 필요하다면 자연인의 입장에서 관련 자료를 모두 제출하는 등 성실하게 응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법적으론 퇴직자도 현직에 준해 심사를 해야 하며 윤리위가 법무부에 추가 조사를 의뢰하면 법무부는 자체 감찰에 착수할 수 있다. 그러나 진 검사장이 민간인 신분이 된 만큼 윤리위의 자료 요청을 거부하면 이를 강제할 수단이 없다. 만약 진 검사장이 퇴직 이후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그의 넥슨 비상장 주식 구입 경위는 영원히 묻혀질 수도 있다. 진 검사장의 사표를 보류하고 진상규명을 먼저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검찰 내부에선 “이미 때를 놓쳐서 개인의 명예도 조직의 위신도 땅에 추락했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진 검사장의 사표가 수리되면 올해 초 국정원 2차장으로 자리를 옮긴 최윤수 전 부산고검 차장의 자리까지 검사장 2자리가 공석이 된다.김준일기자 jikim@donga.com신나리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