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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황석영 씨(68)는 지난해 8월 소설 ‘강남몽’을 출간하고 두 달 뒤인 10월 중국 윈난(雲南) 성 리장(麗江)에 갔다. 그곳에서 새 소설의 집필을 시작했고 올해 초 제주도에서 탈고했다. 리장은 해발 2400m의 고원 도시. 현지 나시 족이 지은 옛 건물과 아름다운 풍광으로 ‘동양의 베니스’로 불린다. 하지만 황 씨가 출간한 소설 ‘낯익은 세상’(문학동네)의 배경은 1980년대 중반 서울의 온갖 쓰레기들이 모이던 난지도 쓰레기매립장이다. 아름다운 도시에서 끄집어낸 것이 거대한 쓰레기더미였다. 황 씨의 설명은 이렇다. “700년이나 되었다는, 언제나 봄 날씨인 그 고읍(古邑)에서 나는 뉴욕이나 파리와 별 다름 없는 욕망이 다른 행태로 점령하고 있는 것을 보았고, 지구상에서 탈출할 곳은 아무 데도 없다는 사실을 진부하게 확인했다.” 도시의 번잡함을 피해 떠난 리장에서도 결국 성장과 소비에 취한 자본주의의 ‘낯익은 세상’을 보았다는 씁쓸한 회상이다. 작품은 급속한 도시화 속에서 갈 곳도 없고, 할 것도 없던 30, 40년 전 도시 빈민층의 모습을 그린다. 고물을 줍기 위해 쓰레기장에 모인 이들은 인근에 누더기 움막을 짓고 살아간다. 트럭이 오물을 게워내면 이들은 고철이나 유리병, 폐지 등을 허겁지겁 주워 담는다. 남이 뱉어낸 것들을 주워 먹고 살아가는 이들에게도 그들만의 법도가 있다. 각자 구역이 있으며, 좋은 구역에는 권리금도 있고, 쓰레기를 줍는 일도 순서가 정해져 있다. 여인네들의 악다구니, 술주정뱅이들의 고성, 방치된 아이들의 탈선은 흔한 풍경이다.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아예 몰랐거나 잊혀졌던 난지도의 옛날 풍경을 세밀하게 끄집어낸 점이다. 책장을 펼치면 썩은 음식물의 퀴퀴한 악취, 시큼한 땀 냄새가 나는 듯하고 뿌연 먼지가 눈앞을 가리는 것 같다. 하지만 이야기가 단순한 데다 익숙한 것이 아쉽다. 편모와 아이가 난지도에 들어오고 이곳에서 동거하게 된 동거남(계부)이 술에 취해 노름판에서 살인 미수를 저지른다는 것이 줄거리. 쓰레기더미와 움막들이 불에 휩싸인 뒤 재 속에서 새 희망이 싹튼다는 결말도 강한 여운을 남기기에는 모자라 보였다. 난지도 쓰레기매립장은 1993년 매립이 끝난 뒤 조경공사를 통해 2002년 월드컵 공원으로 돌아왔다. 지금은 매립가스를 빼내는 관들만이 땅속에 쓰레기가 있음을 말해준다. 황 씨는 “난지도 쓰레기장에 묻어버린 것은 지난 시대 우리들의 욕망이었지만, 거대한 독극물의 무덤 위에 번성한 풀꽃과 나무들의 푸름은 그것의 덧없음을 덮어주고 어루만져 주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민음사와 계간 ‘세계의 문학’이 주관하는 제35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자로 장편 ‘철수 사용 설명서’의 작가 전석순 씨(28·사진)가 선정됐다. 전 씨는 명지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으며 2008년 강원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단편 ‘회전의자’로 등단했다. 상금은 3000만 원. 시상식은 7월 22일 오후 5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 민음사에서 열린다.}

라트비아공화국 출신의 첼로 거장 미샤 마이스키 씨(63)는 레슨을 하지 않고 강단에도 서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재능을 알아보고 자신의 집에서 6개월간 가르친 첼리스트 장한나 씨(28)가 단 한 번의 예외였다. 그에게 제자를 키우지 않는 이유를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직접 가르칠 필요 있나요. 저는 공연을 통해 후학을 가르칩니다.” 전 세계를 돌며 공연을 하고 있는 마이스키 씨가 26일 오후 7시(현지 시간) 폴란드의 작은 마을 완추트에서 공연을 가졌다. 인구 2000명의 완추트는 폴란드 남동부 제슈프 시에서 차로 30분 거리. 이곳의 고성(古城)에서 열리는 ‘완추트 뮤직 페스티벌’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공연이었다. 이 페스티벌은 로코코 양식의 18세기 성에서 바로크 시대 등의 음악을 만나는 자리다. 1961년 첫 회 이후 500여 회의 공연이 열렸다. 이날 마이스키 씨는 한국의 피아니스트 김민정 씨(31·성신여대 교수)와 협연했다. 연주하는 악기는 다르지만 마이스키 씨를 ‘공연을 통해 사사’하게 된 것이다. 2006년 제네바 쇼팽 페스티벌에서 우승하고 이듬해 폴란드에서 쇼팽국립협회 주최로 쇼팽 생가에서 초청독주회를 가진 김 씨지만 거장과의 협연을 앞둔 그의 얼굴에는 긴장이 가득했다. 완추트 마을은 그림같이 아기자기했고 마을 한가운데 위치한 고성 ‘자메크 캐슬’에서 열린 공연은 시간을 중세로 돌린 듯했다. 공연장인 2층 홀은 금세 450여 석이 가득 찼다.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 작품 5-2로 시작한 듀오 공연은 슈만의 환상소곡집 작품73의 격정적인 연주로 이어졌다. 슈베르트의 ‘물레방앗간과 시냇물’의 감성적인 선율이 흐를 때는 열린 창문으로 들려오는 시냇물 소리와 새 소리가 어우러져 동화 속의 한 장면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브람스의 첼로소나타 작품 38번을 마지막으로 2시간 동안의 연주가 끝나자 관객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폴란드 제슈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블라디미르 키라치예프 상임지휘자는 “마이스키 씨는 즉흥적이고 자유분방한 연주를 즐겨 함께 공연하기 쉽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김민정 씨가 준비를 많이 했고, 호흡을 잘 맞춰서 훌륭한 공연을 펼쳤다”고 말했다. 마이스키 씨는 “공연장이 아름다웠고 관객들의 반응도 아주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협연을 한 김 씨에 대해선 “나는 연주로 표현하는 사람이지 (말로) 평을 하는 사람은 아니다”라면서도 “김 씨가 곡에 대한 이해를 매우 잘하고 연주에 임했다”고 했다. 공연 후 김 씨는 “힘들었지만 행복한 순간이었다. 처음에는 너무 떨렸는데 나중에는 즐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마이스키 선생님과 공연을 다시 하면 좋겠지만 솔리스트 활동을 더 한 뒤 (다른 프로그램으로) 10년 뒤에 했으면 한다”며 웃었다. 이번 공연을 추진한 권순덕 쉔부른클래식매니지먼트 대표는 “폴란드의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한국 피아니스트의 저력을 보여준 공연이었다. 내년 가을에 같은 프로그램으로 한국에서 공연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완추트(폴란드)=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바이올리니스트 구본주 씨(42·여·사진)는 러시아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1906∼1975)와 인연이 깊다. 1995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교향악축제에서 서울시립청소년교향악단과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협주곡을 국내 초연했고, 2006년에는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탄생 100주년 기념 음악회’에서 작곡가 쇼스타코비치의 아들인 지휘자 막심 씨와 협연해 주목을 받았다. 19일 서울 광화문 인근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구 씨에게 ‘쇼스타코비치를 원래 좋아했나’라고 묻자 그는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미국 유학(예일대) 때 담당 교수님께서 과제로 쇼스타코비치의 곡을 내주셨죠. 당시에는 보편화되지 않은 곡이라 많이 힘들었어요. 마침 그때 교향악축제의 출연 제의가 왔고 연습하던 곡으로 공연하게 된 겁니다.” 이 바이올린협주곡은 쇼스타코비치가 자국의 바이올리니스트 다비트 오이스트라흐에게 헌정한 작품. 오이스트라흐는 100kg이 넘는 엄청난 거구의 남성이었다. “곡이 긴 데다 굉장한 파워가 필요한 곡이에요. 여자로서 표현하기 힘들지만 그만큼 매력 있기도 하죠.” 2006년 막심 씨와의 협주 이후 구 씨는 첫아이를 출산하고 연주에서 잠시 멀어졌다. 2009년 육아의 부담에서 한숨 돌리고 나니 막심 씨와 “언젠가 함께 앨범을 내자”고 나눴던 말이 떠올랐다. 구 씨는 막심 씨에게 연락을 했고, 이들은 지난해 5월 4년여 만에 체코 프라하에서 녹음을 하며 재회했다. “사흘 동안 오전 3시간, 오후 3시간 빡빡하게 녹음을 해서 막상 (막심 씨와) 편하게 얘기 나눌 시간은 많지 않았어요. 다만 녹음 내내 저를 편안하게 해주신 건 기억이 남네요.” 이들이 북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작업한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앨범’(소니)은 3월 발매됐다. 공연도 앨범도 어김없이 쇼스타코비치다. 그는 ‘쇼스타코비치의 스페셜리스트로 불리지 않냐’는 말에 그런 말은 부담스럽다며 “다른 작곡가의 작품도 많이 연주한다”고 했다. 26일 오후 7시 반 경기도문화의전당, 31일 오후 8시 LG아트센터에서 펼치는 그의 리사이틀 프로그램에도 역시 쇼스타코비치가 들어 있다.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Eb장조 Op.12-3’, 수크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네 개의 소품 Op.17’, 그리고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소나타 G장조 Op.134’를 연주한다. 구 씨는 둘째를 임신(15주째)한 상태. 그는 “이번 공연이 태교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나”라며 웃음 지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문학은 가장 민감하고도 세밀한 예술 양식입니다. 사상의 위기에 대한 가장 깊이 있는 답변을 낼 수 있는 것도 바로 문학입니다. 한국의 친구들이 특별한 포럼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00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중국 출신 소설가 겸 극작가, 연출가 가오싱젠(高行健·71) 씨가 처음 한국을 찾았다. 24일 개막하는 서울국제문학포럼에 참여하기 위해 내한한 그를 23일 환영식이 열린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만났다. 그는 “공항에서 바로 왔다. 인천대교를 봤는데 아주 장관이었다”며 한국의 발전상에 경탄을 표시했다. “서울은 아주 큰 도시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구(舊)도시는 가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산뜻하고 새로운 도시란 느낌이네요. 특히 산과 자연, 그리고 빌딩이 어우러져 현대화된 느낌입니다.” 프랑스에서 10시간이 넘게 비행기를 타고 인천에 도착한 뒤 바로 서울 행사장에 온 그는 다소 피곤해 보였지만 웃음이 넘쳤다. 그는 2005년에도 서울국제문학포럼의 초청을 받았지만 개인 사정으로 참가하지 못했다. “세계화 시대를 문학이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는 매우 중요하고 시의적절한 문제입니다. 문학은 본래 국가와 언어도 초월합니다. 특히 21세기에 들어와서는 문학은 어떤 다른 문화양식보다도 사람들과 잘 소통할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의 탄압으로 망명했던 그는 “인류가 맞고 있는 위기는 단지 한 국가만의 문제도 아니고, 경제위기의 문제도 아니다. 더 심각한 것은 사상의 위기”라고 강조하며 “문학이 이러한 심각한 위기에 해답을 찾아가는 것은 전 세계의 문제”라고 힘주어 말했다. 중국 산시(江西) 성 간저우 태생인 그는 1980년대 초 전위적 작품 활동을 펼치다 공산당 지도부의 탄압을 받았다. 1987년 중국을 떠난 그는 정치적 난민 자격으로 1988년 프랑스 파리에 정착한 뒤 중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대표작은 1996년 프랑스어로 번역 출간돼 호평을 받은 장편소설 ‘영산(靈山)’과 ‘한 사람의 성경(一個人的 聖經)’, 희곡 ‘절대신호(絶對信號)’ 등. 그는 노벨상 수상 후 AFP와 가진 인터뷰에서 “중국 문화혁명 이후 자유가 박탈된 상황에서 단지 살아남기 위해 글 쓰는 것을 배웠다”고 밝히기도 했다. 가오 씨는 24일 한국외국어대 강연, 25일 서울국제문학포럼 기조강연과 단국대 강연, 28일 고려대 가오싱젠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내고 6월 3일 출국할 예정이다. 그는 “한국 문인과는 아직 특별한 인연이 없다”며 “많은 소설가와 시인들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2008년 5월 타계한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사진)이 자신의 이름을 딴 국내 최초의 세계문학상으로 부활했다. 재단법인 토지문화재단과 동아일보가 주최하고 강원도와 원주시가 후원하는 ‘박경리 문학상’이 제정돼 올해 10월 첫 수상자를 발표한다. 재단법인 토지문화재단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19층에서 박경리 문학상 제정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재단은 “민족의 수난사와 시대의 아픔, 그리고 그와 함께 소용돌이치며 흘러가는 삶과 운명들을 끌어안아 문학으로 승화시킨 박경리 선생의 위대한 정신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상을 제정했다”고 밝혔다. 1996년 ‘토지’ 완성 이후 문학상 제정 논의가 계속됐지만 고인은 생존 작가와 관련된 문학상을 제정하는 것보다는 후배 문인과 예술가들을 위한 창작 공간을 마련하길 원했다. 이에 따라 1999년 토지문화관이 건립돼 국내외 작가들의 집필 및 교류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고인의 타계 뒤 강원 원주시, 경남 통영시와 하동군에서 문학상 제정에 관심을 보였고 결국 선생이 오랜 기간 집필 활동을 펼치며 말년을 보낸 원주에서 시상하게 됐다. ‘박경리 문학상’은 소설가가 시상 대상이며 상금은 국내 최고 수준인 1억 원. 개별 작품이 아니라 작가에게 주는 상이다. 특히 외국 작가들에게 문호를 개방한 점이 눈에 띈다. 박경리 선생의 외동딸이자 시인 김지하 원광대 석좌교수의 아내인 김영주 토지문화재단 이사장은 “어머님 세대는 남북 분단, 6·25전쟁, 군사독재 등 너무도 어려운 시대를 살았다. 현재도 남북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데 결국 우리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주변 국가를 비롯한 세계와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첫 수상자는 한국 작가로 한정하지만 내년부터는 외국 작가들에게 문호를 개방한다. 영어 중국어 러시아어 등 언어권별로 해마다 돌아가며 시상할 계획으로, 한국 작가는 매회 후보군에 포함된다. 박경리 선생은 생전에 인촌상과 호암상, 한국여류문학상, 월탄문학상 등을 받았다. 김 이사장은 “어머님은 생전에 상을 받는 것을 별로 달갑게 생각하지 않으셨지만 인촌상을 받고 매우 기뻐하던 기억이 난다”면서 “‘박경리 문학상’을 단순한 문학상이 아니라 인류에게 기여한 국내외 작가들에게 주는 값진 상으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완 토지문화재단 이사는 “한국의 노벨상으로 발전시키는 원대한 꿈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6월 30일까지 토지문화재단 이사 및 박경리 문학상 위원회 위원 등의 후보 추천을 받는다. 7∼8월 예심, 9월 본심을 통해 10월 6일 수상자를 발표한다. 시상식은 제2회 박경리문학제가 열리는 10월 29일 오후 4시 강원 원주시 흥업면에 있는 토지문화관에서 열린다. 033-762-1382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소프라노 홍혜란 씨(29·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사진)가 2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막을 내린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성악 부문에서 우승했다. 이 콩쿠르 성악 부문에서 아시아인이 우승한 것은 홍 씨가 처음이다. 1937년 처음 열린 퀸엘리자베스 콩쿠르는 쇼팽 콩쿠르(폴란드), 차이콥스키 콩쿠르(러시아)와 함께 세계 3대 음악 경연대회로 꼽히며 피아노와 성악, 바이올린 부문이 3년 주기로 번갈아 열린다. 성악 부문은 피아노, 바이올린 부문보다 뒤늦게 1988년 처음 열렸으며 기악 부문 경연이 있는 해에는 작곡 부문도 추가된다. 작곡 부문에서는 2009년(조은화 씨)과 2010년(전민재 씨) 2년 연속 한국인이 우승한 바 있다. 홍 씨는 2004년 한예종 4학년 때 대구시와 대구음악협회가 주관한 제22회 전국성악경연대회에서 우승했다. 2009년 도미한 후 줄리아드음악원에 입학해 에디스 버스를 사사했다. 홍 씨는 “무대 위에서 떨렸지만 차분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했고 이런 점을 심사위원들이 높이 평가해 준 것 같다”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소감을 말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백화점은 이 도시에서 저에게 즐거움을 주는 공간입니다. 거기 있는 사물에 대한 얘기를 써보고 싶었죠.” 중견 소설가 조경란 씨(42·사진)는 산문집 ‘백화점 그리고 사물·세계·사람’(톨)을 낸 까닭을 이렇게 밝혔다. 개인적 경험과 단상을 적은 통상의 산문집이라고 보기에는 책이 ‘묵직’하다. 백화점에 얽힌 경험뿐만 아니라 백화점들을 돌며 발품을 팔았고, 일본에 3주 동안 체류하며 현지 백화점도 살펴봤기 때문. 백화점의 역사뿐만 아니라 심리학, 마케팅과 관련된 정보도 눈에 띈다. ‘조경란의 악어이야기’ 이후 8년 만에 낸 산문집을 그는 “피크닉을 가듯이 즐겁게 썼다”며 웃었다. “장편 ‘복어’(2010년)를 끝내고 여유가 좀 생겼죠. 좋은 소설을 써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 한번 본격적인 산문을 써보자는 욕심이 들었죠.” 하필 백화점일까. 자연보다는 도서관, 백화점 등 인공적인 구조물에서 안정감을 느낀다는 게 그의 설명. 도서관을 나와 백화점으로 향하는 코스도 평소 즐긴다. 하지만 명품관보다는 상품을 싸게 파는 특별 매장에 더 익숙하다고. 책을 펼치면 조 씨와 함께 백화점에 들러 원도쇼핑을 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1층 화장품·향수 매장에서 시작해 2층 여성복, 3층 구두와 가방 매장 등을 거쳐 10층 식당가와 옥상정원에 이른다. 그러고는 내려와 지하1층 슈퍼마켓을 지나 지하철 연결 통로로 나오는 짧고도 긴 여정이다. 1층 향수 코너에 들어선 조 씨는 예전에 썼던 머스크(사향 냄새) 향수에 대한 추억을 얘기하고, 향수의 기원이 메소포타미아인들의 제의(祭儀)에서 나왔다는 야야기, 향수계의 히트작인 샤넬 넘버파이브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나의 것 하나만은 타인과 구별하고 싶은 무의식적 욕망’으로 향수 쓰는 현대인들의 심리를 추측해 보기도 한다. 4층 ‘가발 매장 방문기’는 너무 솔직하다. 어느 출판사 사장으로부터 “많이 늙었네요. 머리도 많이 빠지고”라는 말을 들은 조 씨는 가발 매장에서 부분 가발을 쓴 자신의 모습을 보고 ‘탐스럽다’고 느낀다. 그러곤 말한다. “언젠가 헤어스타일이 쇼트커트로 바뀌었다면 가발인지 묻지 말아 달라”고. 조 씨는 백화점의 도움을 받아 폐점 후 매장 모습부터 물품보관소, 구두수선실, 집배실, 의무실, 직원전용식당 등을 살폈다. 가장 기억에 오래 남을 곳으로 의류수선실을 꼽았다. ‘수선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던 색색의 둥근 실패들. 눈을 찌르듯 빛나던 그 다채로운 색깔들은 백화점 안의 어떤 사물들보다 옹골차고 쓸모 있어 보였다.’ “백화점은 알면 알수록 굉장히 큰 주제였어요. 도시, 근대, 역사, 욕망, 소비, 개인의 취향 등이 모두 얽혀있는 듯했죠.” 의외의 얘기도 꺼냈다. 백화점 얘기를 쓰기에 자신이 부적격자라는 걱정도 든다는 것. “명품을 구매해 본 적이 없어 명품이 주는 순수한 기쁨의 의미를 전할 수 없었어요. 또 운전을 못해서 지하주차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쓰지 못한 점도 아쉬웠습니다.” 조 씨는 374쪽의 이 두툼한 산문집에 못 담은 얘기가 많다고 했다. 언젠가는 백화점을 주제로 한 단편 소설을 쓰고 싶으며, 몇 년 뒤에는 다른 주제의 인문서를 하나 써볼까 생각하고 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미국 중산층 가정의 속 모습을 들춰낸 소설. 미네소타 주 세인트폴에 사는 월터와 패티 버글런드 부부와 그들의 자녀, 그리고 이들 부부가 과거 성장했던 시기를 오가며 이야기를 펼친다. 구세대와 신세대, 보수와 진보, 개발과 보존 등 미국 사회의 다양한 갈등을 엿볼 수 있다. 지난해 8월 미국 출간 이후 100만 부를 넘긴 히트작이지만 도입부에 펼쳐지는 인물과 배경 설명이 지루하면서도 길고, 대화나 상황 묘사가 때론 지나치게 세부적이어서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한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문학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21세기북스)=탄탄한 구성에 웃음 요소가 곳곳에 숨어 있는 익살스러운 추리물. 지난해 9월 일본 출간 이후 150만 부가 판매된 베스트셀러. 1만2500원. 사랑은 언제나 대여 중(박미희 지음·파란미디어)=판타지 영화 마니아인 여자. 남편과 별거 중인 그녀는 영화 보기에 몰두하고, 자연스레 DVD 대여점 주인 남자와 점점 가까워진다. 1만1000원. 히든(헤더 구덴커프 지음·북캐슬)=한 자매에게 몰락이 다가온다. 우등생이었던 언니는 살인죄로 교도소에 수감되고, 동생은 언니의 수감에 고통스러워한다. 시간이 흐른 뒤 당시 사건의 진실이 파헤쳐진다. 1만2000원.○ 학술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 해제(존 프레스턴 지음·서광사)=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책 중 하나로 꼽히는 토마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에 대한 해설서. 1장에서는 쿤의 생애와 연구 활동을 소개하고 3장에서 본격적으로 과학혁명의 구조를 해설한다. 1만8000원. 독도 밀약(노 다니엘 지음·한울)=‘다케시마 밀약’으로 일본에서 출판된 책을 ‘독도 밀약’으로 옮긴 책. 한일 간 국교정상화 조약에서 독도에 대한 영유권 문제를 언급하지 않겠다는 독도 밀약의 실체를 주장하는 책. 학술적으로 입증된 바는 없다. 2만4000원. 다미가요 제창(정영혜 지음·삼인)=군주를 의미하는 ‘기미(君)’를 국민을 의미하는 ‘다미(民)’로 바꿔 부르자는 의미의 ‘다미가요 제창’이라는 제목처럼 강요된 국민국가의 불합리함을 넘어서자는 저자의 결의를 담았다. 1만5000원.○ 인문 교양 우주의 풍경(레너드 서스킨드 지음·사이언스북스)=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인 저자는 복수의 우주가 존재하며, 그 수가 무한대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상상의 한계를 뛰어넘는 무한한 우주 이야기. 2만5000원. 세계인과 함께 보는 한국 문화 교과서(최준식 지음·소나무)=석굴암, 불국사, 고려대장경 등 문화유산부터 온돌, 한옥, 김치, 비빔밥을 비롯한 친숙한 주제까지 다양한 한국 문화를 쉽게 풀어냈다. 1만5000원. 생중계, 중국을 논하다(자오치정 외 지음·자음과모음)=미래학자인 존 나이스비트와 그의 부인인 도리스 나이스비트 윈난 대 교수가 자오치정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대변인과 중국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봤다. 1만3500원. 추악한 동맹(존 그레이 지음·이후)=오사마 빈라덴의 죽음 이후 테러와의 전쟁은 끝났을까. 테러를 종식시키기 위한 미국의 강경 조치가 오히려 분산돼 있던 테러 연계망을 강화시킨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1만8000원.○ 실용 기타 10년 후 미래(대니얼 앨트먼 지음·청림)=하버드 경제학자 대니얼 앨트먼이 내다 본 10년 후 세상. 중국은 지고 유럽연합은 붕괴한다. 새로운 경제식민지 시대가 열리고 자원전쟁이 시작된다. 금융 암시장이 탄생하고 지구온난화로 양극화가 발생한다. 1만5000원. 휴식능력 마냐나(마야 슈토르히, 군터 프랑크 지음·동아일보사)=‘내일’을 뜻하는 스페인어 마냐나. 이 책에서는 휴식할 수 있는 휴식 능력으로 통한다. 일 걱정, 생활 걱정에 찌든 사람들에게 진정한 휴식을 선사할 수 있는 책. 1만3800원. 당신은 마음에게 속고 있다(최병건 지음·푸른숲)=영화 속 장면들을 통해 마음속 복잡한 현상들을 정신분석학적으로 풀이했다. 이를테면 마음에선 결자해지가 없다는 것. 원망하는 사람에게 화풀이를 해도 마음은 풀리지 않는다. 마음의 속임수에 대한 책. 1만3000원. 성장의 광기(마인하르트 미겔 지음·뜨인돌)=왜 경제가 성장할수록 삶은 피폐해지는가에 대한 대답. ‘복지란 많이 소유하는 게 아니라 적게 필요로 하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 어떻게 해야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지에 대한 고찰이 담겼다. 1만5000원. 인재시교(인젠리 지음·팝콘북스)=저마다의 타고난 소질과 성품을 고려해 그에 맞는 최상의 가르침을 베푼다는 뜻, ‘인재시교(因材施敎)’. 딸을 칭화대에 합격시킨 중국 엄마의 자녀교육법을 담았다. 1만8800원.}

오페라의 본고장인 이탈리아 성악가들이 대거 출연하는 오페라 무대가 열린다. 수지오페라단이 27∼29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하는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1948년 서울 명동 시공관에서 ‘춘희(椿姬)’란 이름으로 처음 국내에 소개된 라 트라비아타는 ‘오페라의 대명사’로 꼽히는 베르디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빈번히 무대에 오르며 사랑받는 오페라. 이번 공연은 주역과 조역, 연출, 지휘자뿐 아니라 조명, 의상, 무대 등 스태프까지 대부분 이탈리아인으로 구성됐다. 밀라노 스칼라 극장,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 런던 로열 코벤트가든 오페라 하우스 등 세계 유명 극장에서 주역으로 활동하는 소프라노 마리엘라 데비아 씨(사진)가 처음 내한해 요염하고 비극적인 창녀 비올레타 역을 소화한다. 정통 벨칸토 창법과 완숙하고 화려한 콜로라투라의 기교를 구사하는 그는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성숙함이 느껴지는 비올레타, 성숙함이 느껴지는 공연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알프레도 역의 테너 마리오 말라니니 씨는 감미롭고 서정적인 음색이 특징. 엔리코 카루소 콩쿠르와 빈 벨베데레 콩쿠르에서 우승했고, 스칼라 극장 등 유럽과 미국 무대에서 활동 중이다. 연출은 이탈리아 리보르노 국립극장 총예술감독인 알베르토 팔로시아 씨, 지휘는 세계 50여 개국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는 로베르토 자놀라 씨가 맡는다. 한국의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반주한다. 티켓 가격은 최고 40만 원으로 비싼 편. 3만∼40만 원. 02-580-1300황인찬 기자 hic@donga.com}

‘LG와 함께하는 제7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결선에 오른 차세대 피아니스트들의 연주를 다시 볼 수 있는 무대가 열린다. 20일 오후 7시 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타워 포니정홀에서 열리는 ‘제7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국내 입상자 초청 연주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미국의 숀 천(23)과 공동 2위에 오른 정한빈(21·한국예술종합학교 3년), 4위에 오른 김현정(20·〃 4년) 씨가 조인트 리사이틀을 갖는다. 김 씨는 쇼팽 소나타 제2번 Op.35번 등 세 곡을, 정 씨는 바그너 작곡 리스트 편곡인 ‘트리스탄과 이졸데’ 중 ‘사랑의 죽음’을 비롯해 세 곡을 연주한다. 공연은 전석 초대로 열리며 관객은 자유롭게 기부금을 낼 수 있다. 모금액의 일부는 예술영재 지원에 쓰인다. 02-2008-9264황인찬 기자 hic@donga.com}

《한국과 중국 일본 소설가들은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어떤 글쓰기를 할까. 자음과모음 출판사가 최근 출간한 소설집 ‘젊은 도시, 오래된 성’을 보면 한중일 작가들의 같고도 다른 생각을 읽어낼 수 있다. 이 소설집은 한국의 ‘자음과모음’, 일본 ‘신초(新潮)’, 중국 ‘샤오숴제(小說界)’ 등 한중일 계간지가 지난해 여름호와 겨울호에 동시 연재했던 한중일 소설가 12명의 단편 12편을 묶은 것. 매회 한중일 소설가 2명씩 6명이 주제에 따라 소설을 쓰고 이를 세 나라의 계간지에 서로 번역해 수록했다. 지난해 여름호 주제는 ‘도시’, 겨울호 주제는 ‘성(性)’이었다.》 한국에서 소설가 이승우, 김애란, 김연수, 정이현 씨가, 중국에선 쑤퉁, 위샤오웨이, 거수이핑, 쉬이과 씨가, 일본은 시마다 마사히코, 시바사키 도모카, 고노 다에코, 오카다 도시키 씨가 참여했다. 이를 묶은 단행본이 한국에서 먼저 나왔고 일본 중국에서도 출간을 앞두고 있다. 한중일 소설가들의 다른 생각은 첫 번째 주제 ‘도시’에서 두드러졌다. 문학평론가 손정수 씨는 “중국은 역동적인 에너지가 넘치고 반면 일본은 고독과 죽음의 정서가 짙게 깔렸다. 한국은 중일의 희망과 비극의 정서가 혼재돼 나타나는 중간 모습이 엿보였다”고 말했다. 쑤퉁 씨의 단편 ‘샹차오칭’에선 의사와 여자 약제사의 부적절한 관계가 그려지는 과정에서 인물들의 감정과 열정의 에너지가 넘치고, 위샤오웨이 씨의 ‘날씨 참 좋다’에서도 절도와 마약거래 혐의로 출소한 전과자가 다시 위기에 봉착하는 얘기가 그려지지만 역설적으로 인물들은 희망과 온정을 버리지 않는다. 반면 일본 시마다 마사히코 씨의 ‘사도 도쿄’, 시바사키 도모카 씨의 ‘하르툼에 나는 없다’에서의 인물들은 시종일관 조용하고 무기력하고 불안하다. 한국 이승우 씨의 ‘칼’과 김애란 씨의 ‘물속 골리앗’의 경우, 자연재해 등에 맞선 나약한 인간 군상을 그리는 것은 일본의 ‘불안’ 정서와 일맥상통하지만 그 결말에서 새로운 희망을 놓지 않는 것은 중국의 정서와 맞닿아 있다. 개인적인 주제인 ‘성’에서는 한중일 소설가들의 자유로운 글쓰기 실험이 펼쳐졌다. 중국 거수이핑 씨는 ‘달빛은 누구 머리맡의 등잔인가’에서 독일 하이델베르크를 배경으로 독일에 사는 아들과 중국에 머물고 있는 부모의 갈등을 그렸다. 일본 오카다 도시키 씨는 ‘붉은 비단’에서 오빠의 친구와 결혼한 여성에 대한 탁월한 심리 묘사를 내세웠다. 한국 김연수 씨의 ‘사월의 미, 칠월의 솔’에서는 열정을 갖고 있는 ‘이모’와 그를 잃어버린 ‘나’의 대비를 통해 현대인들의 모습을 잔잔히 그렸다. 문학평론가 정여울 씨는 “중국 현대문학이 참신한 주제와 섬세한 글쓰기로 많이 현대화한 점을 볼 수 있었고 일본은 순수문학에 집중하는 경향을 읽을 수 있었다”고 평했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소설가들은 교류에 큰 의미를 뒀다. 김연수 씨는 “2000년대 이래 한중일 작가들의 교류가 늘어 이제는 작가들끼리 얼굴을 아는 정도가 됐다. 이번 문예지를 보고 일본 작가들이 많이 연락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번역을 전제로 글을 집필하다 보니 인간 내면을 고찰하는 글보다는 이야기에 치중하는 소설을 쓰게 되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중국의 쑤퉁 씨는 지난해 말 열린 ‘한중일 문학 심포지엄’에서 이번 교류에 대해 “제 삶 속에는 분명 타인을 감동시킬 수 있는 순간들이 있고, 제 세계는 분명 다른 사람의 세계를 보완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한중일 소설가들의 동시 연재는 계속된다. 각국 문예지의 올 여름호에는 한국의 박민규, 조현 씨, 중국의 예미, 쉬저천 씨, 일본의 에쿠니 가오리, 마치다 고 씨의 신작 단편이 나란히 실린다. 세 번째 연재 주제는 ‘여행’이다. 황여정 자음과모음 편집장은 “올해 하반기에 한중일 시인들이 3박 4일간 한국에 모여 교류하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각국 작가들이 상대 국가에 가서 체류하며 집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지금까지 91세가 되도록 100개 이상의 국제 콩쿠르에서 심사위원을 맡았지만 이번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 대해서는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습니다.” 제7회 ‘LG와 함께하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영국 피아노 교육계의 대모(代母)’ 패니 워터먼 씨가 높은 대회 수준과 한국 음악도들의 성취도를 격찬하는 편지를 보내왔다. 제7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는 지난달 12∼24일 동아일보사와 서울시 주최, LG 협찬으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려 1등 게오르기 그로모프 씨(러시아), 공동 2위 정한빈(한국) 숀 천 씨(미국) 등 6명의 입상자를 배출했다. 편지는 이번 콩쿠르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피아니스트 김대진 씨가 수신해 최근 동아일보에 전달했다. 이 편지에서 워터먼 씨는 “심사위원장 한동일 씨와 심사위원들은 조화를 이뤘고 참가자들의 수준은 놀라울 정도였다. 콩쿠르 운영도 경탄스러웠다”고 대만족을 표시했다. 그는 “대회 2주 동안 서울은 피아노 음악 애호가들을 끌어들이는 자석(磁石)이었으며, 나는 이곳의 훌륭한 교사들이 2006년 리즈 콩쿠르 우승자인 김선욱 씨를 비롯해 뛰어난 음악가들을 배출했음을 알고 있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주최사인 동아일보사가 세계 최선두의 피아노 콩쿠르 중 하나인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 생명선 역할을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워터먼 씨는 “종교나 정치는 때로 사람들을 분열시키지만 음악은 하나의 송가(頌歌)에 여러 음악가들이 맞춰 노래하도록 함으로써 인간을 묶는 힘이 되고 있다”는 말로 편지를 마쳤다. 워터먼 씨는 1963년 영국을 대표하는 리즈 콩쿠르를 창설했으며 이 콩쿠르 예술감독 겸 심사위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2005년 음악 교육에 대한 공헌을 인정받아 영국 왕실로부터 남성의 ‘Sir(경·卿)’에 해당하는 ‘Dame(데임)’ 칭호를 받았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주국절 전 대방초교 교감 별세·강현국 전 KBS 국장 모친상·호일 삼성전자 차장 나영 맥엔로건 이사 조모상·이성운 전 강남중 교감 시모상=12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4일 오후 2시 02-3410-6909}

중국 산시(陝西) 성의 성도인 시안(西安)은 한나라부터 당나라까지 1000년 넘게 국도(國都)로 번성한 도시. 장안(長安)이라고 불렸던 당나라 시대 최전성기엔 인구가 100만 명이 넘었다. 동쪽 신라에서 온 유학생들의 발길도 잇따랐다. 현재 이 도시는 인근의 진시황릉과 병마용갱을 보려고 세계 각지의 관광객들이 찾는 관광도시로 변모했다. 도시 곳곳에는 병마용갱에서 출토된 병사와 말의 모형이 서 있고, 그 옆에는 30층이 넘는 주상복합건물과 빌딩들이 마천루 숲을 이루고 있다. 신고(新古)의 매력을 지닌 이 도시에서 한국과 중국의 작가들이 문학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야기하는 회의를 열었다. 11일 시안 탕화호텔에서 개막한 제5회 한중작가회의는 고도(古都)에서 열리는 대회답게 ‘전통과 현대, 디지털 시대의 문학’을 주제로 삼았다. 시안시작가협회 주석인 우커징(吳克敬) 씨는 개막사에서 “유서 깊은 고도인 동시에 급속한 현대화에 따라 첨단, 거대 도시가 된 시안에서 한중 작가들이 모여 문학의 전통과 현대를 얘기할 수 있어 뜻깊다”고 말했다. 한국 작가단의 대표를 맡은 홍정선 문학과지성사 대표이사는 “한국 사람들은 장안이란 이름을 많이 쓰는데, 그곳이 바로 시안인 줄 모르고 지낸 적도 있었다. 한중 작가들의 교류의 폭이 넓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조 발제에서는 중국과 한국 평론가가 나란히 양국 문학의 흐름을 조명했다. 시베이(西北)대 양러성(楊樂生) 교수는 발제문 ‘신문학의 역사적 자원인 전통문학’에서 20세기 초 중국에서 일었던 신문학 운동에 대해 “신문학 운동이 현실주의적 글쓰기라는 변화를 가져왔지만 결국 소재는 전통문학에서 끌어왔다”며 “중국 현대 소설가인 루쉰의 작품 속에서도 ‘사기’ ‘유림외사’ 등 고전을 읽어낼 수 있다”며 과거와 현재의 중국 문학을 짚었다. 서울대 오생근 교수는 ‘문학의 위기와 과제’라는 주제의 발제문을 통해 한국 문학의 위기를 진단했다. 오 교수는 “한국에서는 다양한 책이 많이 출간되고 작가임을 자처하는 사람이 많아져 양적으로는 풍요해졌지만 이는 하나의 위기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학의 위기는 빈곤의 외양으로 나타나지 않고 풍요로운 양적 팽창 속에서 온다”며 “결국 우리의 삶을 근원적으로 반성하게 만드는 깊이 있는 작품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인이자 수필가인 류윈(劉云) 씨가 소설가 은희경 씨의 소설 ‘소년을 위로해줘’를, 소설가 성석제 씨가 류윈 씨의 수필 ‘그윽한 젖향기’를 낭독하는 등 서로의 작품을 맞바꿔 읽으며 우의를 다졌다. 올해 행사에는 한국 쪽에서 소설가 김주영, 구효서, 이현수, 은희경, 성석제, 전경린 씨, 시인 황동규, 이시영, 정끝별, 장석남 씨, 평론가 김치수 씨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중국에서는 시짱신세기문학상, 히말라야문학상 등을 받은 소설가 츠런뤄부(次仁羅布), ‘자핑와장편산문선’으로 루쉰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자핑와(賈平凹) 씨, 시선집 ‘서정시선’이 한국에 출간되기도 한 시인 수팅(舒정) 씨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한중작가회의는 12일 낭독 및 토론회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시안=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구자범 예술감독(41·사진)은 13일 오후 8시 경기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취임 후 첫 정기연주회를 열면서 이례적인 결정을 내렸다. ‘만 18세 이상 입장가, 단 고등학생은 보호자 동반 시 입장 가능’이라는 관객 제한이었다. 클래식 공연에서 취학 전 어린이의 입장 제한은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지만 ‘18세 미만 입장 불가’는 생소한 얘기. 디씨인사이드의 클래식갤러리 등 ‘클래식 사이트’에서는 ‘애들은 클래식 감상하지 말라는 거냐’부터 ‘공연에 집중할 수 있겠다’는 입장까지 호불호가 갈리며 단숨에 이번 결정이 화제가 됐다. “청소년을 배려하려는 생각이었는데 오해를 하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네요.” 구 감독은 9일 통화에서 이 조치에 대해 묻자 이렇게 설명했다. 이번 공연은 곡마다 최고 50분가량 길게 펼쳐지고 난해하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듣기에 무리가 있고, 대다수의 중고교생들이 학교 숙제로 클래식 공연장에 오기 때문에 공연에 잘 집중하지 않아 다른 관객들의 관람에 방해를 준다는 것. 부득이하게 이번은 관람을 막았지만 청소년을 위한 쉽고 재미있는 공연을 별도로 준비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저도 중3 때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면서 베토벤 합창 교향곡을 들으러 갔는데 좀 지나니 여자친구가 몸을 꼬며 힘들어하는 거예요. 청소년에게 억지로 힘든 공연을 보여주기보다는 클래식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일 수 있는 공연을 따로 마련해 주는 게 좋다고 생각했죠.” 이런 조치는 3월 2일 경기필에 취임한 구 감독이 이끈 변화 중 일부일 뿐이다. 첫 정기공연을 경기필이 위치한 수원이 아닌 고양에서 여는 점도 생각 밖이다. “이름이 경기필이라면 경기도 전체를 아울러야죠. 이번은 스케줄상 힘들어 포기했지만 앞으로는 정기공연을 하면 경기 북부와 남부에서 각각 한 번씩 두 번 공연하는 구상도 갖고 있습니다.” 그는 연세대에서 철학을 전공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로 스물다섯의 나이에 뒤늦게 독일 만하임대 음대로 유학을 갔고 10년 만에 하노버 국립오페라극장 수석상임지휘자가 됐다. 귀국한 뒤엔 광주시향을 거쳐 올해 3월 경기필로 옮겨왔다. 광주에선 ‘구마에’를 외치는 열혈 팬층의 숭배에 가까운 사랑을 받았고 2월 열린 고별 공연도 1800석이 매진됐다. 이제 경기필에 온 지 두 달여, 그의 느낌은 어떨까. “경기필 정원이 70명이죠. 100명이 넘는 서울시향은 고사하고 광주필, 수원시향보다 적어요. 인원이 적어 2관 편성밖에 안돼서 1800년대 후반 곡들은 아예 시도하기도 힘들죠. 시간을 갖고 완전한 형태의 악단을 만들어갈 겁니다.” 그는 광주시향 취임연주 때처럼 이번 경기필 첫 정기연주에서도 말러를 택했다. “사실 말러는 광주에서도 자주 했고, 말러 공연이 연달아 무대에 오르는 클래식계 분위기에 편승하는 것도 싫어서 저는 안 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단원들의 요구도 있고, 취임 공연으로 말러는 역시 매력이 있거든요.” 그는 말러 작품의 매력 중 하나로 악기 하나하나가 솔로 악기처럼 많이 나와서 새로 꾸려진 오케스트라가 개인별 트레이닝을 하기 좋다는 점도 꼽았다. 그런데 ‘단원들의 요구’라니, 그 지휘자에 그 단원이다 싶었다. 이번 공연에서 경기필은 말러 교향곡 제1번 ‘거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살로메’ 중 ‘일곱 베일의 춤’, 바그너의 악극 ‘트리스탄과 이졸데’ 중 ‘서주와 종주’를 연주한다. “바그너의 영향을 받은 작곡가가 슈트라우스와 말러였고, 모두 곡에 스토리가 있다는 공통점이 있죠. 곡을 들으면서 이야기를 상상하며 그려보는 재미가 있을 겁니다.” 1만∼6만 원. 031-230-3320, 3322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지한파’ 첼리스트로 알려진 미샤 마이스키 씨가 아들딸과 함께 가족공연에 나선다. 바이올리니스트 막심 벤게로프 씨는 지난해 11월에 이어 한국 무대에서 지휘자와 바이올리니스트의 1인 2역을 선보인다. 15∼30일 서울 예술의전당과 금호아트홀에서 열리는 제3회 서울국제음악제의 면면이다. 첼리스트 장한나 씨의 스승으로도 잘 알려진 마이스키 씨는 2009년 피아니스트 딸 릴리 씨와 함께 국내에서 공연을 가진 바 있다. 이번에는 바이올리니스트 아들 샤샤 씨까지 동반해 15일 ‘가족 트리오 공연’을 선보인다. 베토벤의 첼로소나타 3번, 브람스의 피아노 3중주 1번 등을 연주한다. 지난해 서울 바로크합주단을 지휘해 지휘자로서의 역량을 과시한 벤게로프 씨는 30일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지휘자로 나선다. 바흐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에서 지휘와 함께 신예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 씨와 함께 바이올린 연주를 펼치고 색채감 넘치는 림스키코르사코프의 관현악곡 ‘셰에라자드’도 지휘한다. 러시아 지휘자 에두아르트 그라치 씨가 이끄는 모스코비아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22일 피아니스트 강충모 씨와 협연으로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제9번’ 등을 연주한다. 2만∼16만 원. 02-585-0136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독일 소설가 넬레 노이하우스 씨(44)의 추리소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 출간 석 달여 만에 판매량 10만 부를 돌파했다. 1월 말 출간된 이 책은 3월 첫 주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종합 9위, 소설 부문 1위에 오른 뒤 5주 연속 소설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최근 집계(4월 27일∼5월 3일)에서는 소설 부문에서 신경숙 씨의 ‘엄마를 부탁해’에 이어 2위이지만 종합 집계에서는 오히려 3위로 올라서며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백설공주에게…’는 노이하우스 씨의 책 중에서 국내에 처음 소개된 작품이다. 처음 접하는 작가이면서 국내 외서 시장에서 비주류였던 독일 문학 작품인 데다 장르 소설이라는 한계까지 삼중고를 이겨내고 베스트셀러로 굳건한 자리를 확보한 것. 독일에 거주하는 작가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한국에서 그렇게 큰 인기를 얻으리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뻤습니다.” ‘백설공주에게…’는 노이하우스 씨가 2006년부터 선보이고 있는 ‘타우누스 시리즈’ 네 번째 편이다. 냉철한 수사반장 보덴슈타인과 감성적인 여형사 피아 콤비가 미제 사건을 풀어 나가는 내용이 시리즈의 뼈대를 이룬다. ‘백설공주에게…’에서 이들 콤비는 10년 전 발생한 10대 여성 두 명의 살해 사건에 대한 진실을 파헤쳐 나간다. 이 책은 지난해 독일에서만 33만 권이 판매됐고 20개국에 판권이 팔렸다. 여러 나라의 독자를 매료시킨 힘은 무얼까. “작품의 배경을 실제 존재하는 지역과 장소로 정하고, 가급적 개연성 있고 생생한 인물들을 등장시키죠. 사실성이 강하고 긴장도가 높기 때문에 정말 그런 일이 있었던 것처럼 착각하는 독자가 많아요. 그런 사실감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백설공주에게…’의 공간적 배경을 자신이 살고 있는 타우누스로 했는데 이 때문에 주말이 되면 책 속에 나온 장소를 찾아오는 관광객이 많아졌다고 노이하우스 씨는 전했다. 지금은 세계에서 널리 읽히는 작가이지만 그도 시작은 미미했다. 타우누스 시리즈의 1편 ‘미움 받는 여자’, 2편 ‘너무 친한 친구들’은 자비로 출판했다. “열세 살 때 부모님께 타자기를 선물 받으면서 틈만 나면 글을 썼지요. 하지만 당장 작가가 되기는 힘들었어요.” 노이하우스 씨는 소시지공장을 운영하는 남편 일을 도우면서도 작가의 꿈을 버리지 않았다. ‘백설공주에게…’가 독일에서 판매부수 25만 권을 넘기자 남편은 “나도 소시지 25만 개를 팔 수 있다”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남편은 전혀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에요. 제가 몇 시간씩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것도 이해하지 못했고, 자비로 책을 낸다고 할 때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죠. 하지만 지금은 저를 아주 자랑스러워해요.” 노이하우스 씨는 한국은 가본 적이 없지만 남편 회사가 있는 슈발바흐에 삼성유럽본부가 있어서 한국인들이 가끔 소시지를 사러 온다고 했다. 그러면 노이하우스 씨는 한국판 ‘백설공주에게…’를 보여주기도 하는데 한국 손님들이 깜짝 놀라며 반가워한다고. 그는 이달 독일에서 타우누스 시리즈의 다섯 번째 편인 ‘바람을 뿌리는 자’를 출간한다. 국내에서는 올 하반기 출간될 예정. “타우누스에 풍차 공원이 만들어지는 이야기인데 시민단체가 반대하죠. 하지만 시민단체 사람들에게는 다른 꿍꿍이가 있고 수많은 갈등이 숨어 있죠. 살인 사건도 연달아 일어나고요. 사건에 얽힌 여러 사람에게서 인간 존재의 심연을 들여다볼 수 있을 겁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나뭇가지마다 새파란 새순이 돋는 5월은 숲에 생기가 가득한 시기다. 우거진 숲을 따라 산을 오르다 보면 양지바른 산자락에 서 있는 절을 한두 번은 마주친다. 불자뿐 아니라 등산객들도 가쁜 숨을 돌리며 속세의 찌든 피로를 잠시 잊을 수 있는 마음속 휴식처다. 길게는 천년 넘게 한자리에 머물고 있는 절은 저마다의 역사와 전설들을 품고 있는 이야기의 보고(寶庫)다. ‘비우고 채우는 즐거움, 절집 숲’은 산림학자인 저자가 절과 함께 절을 둘러싸고 있는 숲을 설명해 이채롭다. 이를테면 ‘사찰림 답사기’랄까. 절집 숲은 생태학적으로 가치가 높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1973년부터 시작된 정부 주도의 녹화사업은 성공했지만 이 때문에 대부분의 숲이 40년생 이하의 어린 숲이다. 반면 절집 숲은 수백 년 이상의 수목으로 이뤄진 곳이 많다. 이런 이유로 국토 면적의 0.7%에 불과한 절집 숲이 식물 천연기념물 가운데 10.7%를 품고 있다. 충남 서산시 개심사(開心寺)는 봄에 흐드러지게 만개하는 왕벚꽃나무로 유명하다. 어린이 주먹만 한 크기의 개심사 왕벚꽃은 희고 붉고 푸른 꽃을 피워내기에 5월 개심사는 꽃대궐 같다며 저자는 탄복한다. 화개장터에서 쌍계사에 이르는 십리 벚꽃길, 백양사 초입의 벚꽃길, 화엄사의 올벚나무도 저자의 추천 목록에 들어간다. 절집 주변에 벚나무를 심는 이유는 불가에서 벚꽃을 속세를 떠나 극락(피안)의 세계로 들어가는 ‘피안앵(彼岸櫻)’의 상징처럼 여기기 때문이다. 유럽의 ‘산티아고로 가는 길’처럼 강원 인제의 백담사에는 ‘순례자의 길’이 있다. 백담사-영시암-오세암-봉정암으로 이어지는 산길이 험하고 가파르기 때문에 불자들 사이에서 순례자의 길로 불린다. 저자는 이 길에 ‘천연림 터널’이라는 이름을 덧붙인다. 단풍나무 신갈나무 굴참나무 거제수나무 함박나무 개박달나무 등 다양한 활엽수와 소나무 잣나무 전나무가 가득해 마치 나무로 이뤄진 거대한 터널 같다는 표현이다. 이처럼 책에는 24곳의 절과 사찰림 이야기가 풍성하다. 숲을 어떻게 즐기면 좋을까. 땅이나 바닥에 걸터앉아 천천히 호흡하며 나무와 함께 숨쉰다는 것을 상상해보라는 게 저자의 제안이다. 절과 숲을 함께 다룬 ‘비우고…’와 달리 ‘바람이 지은 집, 절’은 전국 23곳 절의 숨겨진 내력과 전설, 그리고 현지를 찾아 얻은 감상을 차분히 정리했다. 송광사는 국보 3건에 3점, 보물 19건에 110점이 있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큰 절이지만 석탑이나 석등이 없다. 그 대신 다양한 형태의 석축과 돌담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운달산 김룡사의 가람(伽藍)은 누운 소의 모습이어서 스님들은 그 소의 눈에 해당하는 명부전에 머문다. 절에 대한 갖가지 내력이 흥미롭지만 사진의 비중이 높은 반면 글의 분량은 상대적으로 적어 해설이 한 층씩 더 깊게 들어갔으면 하는 아쉬움을 준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