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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소행으로 추정되는 해킹 공격이 대형병원이나 제약회사 등 의료기관을 상대로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 의료기관들은 대부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관련 정보를 보유하고 있어 백신 정보 탈취를 노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보안업계에 따르면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킴수키)으로 추정되는 해커가 22일 오전 10시 55분쯤 연세대의료원 임직원들이 접속하는 그룹웨어를 본뜬 피싱 사이트를 개설했다. 해커 그룹은 실제 웹사이트 화면의 유저 인터페이스(UI)와 이미지들을 그대로 베꼈고, 사이트 주소(email.yuhs.○○)도 끝부분만 빼고 동일하게 만들어뒀다. 해커들은 연세대의료원 관계자들에게 메일을 보내 피싱 사이트에 접속하도록 유도하고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도록 해 개인정보를 탈취하는 수법을 쓰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개인정보를 알아내 실제 사내 그룹웨어에 접속해 정보를 캐내려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임직원들에게 메일이 보내졌는지, 해당 사이트를 통해 정보가 탈취됐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보안업계에서는 피싱 사이트 개설 목적이 코로나19 백신 관련 정보 탈취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 연세대의료원은 5월 경남바이오파마, 리퓨어생명과학 등과 코로나19 치료제 공동 연구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개설된 피싱 사이트는 11월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 시스템에 침입했던 북 해커들이 사용했던 서버를 이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화이트해커는 “해당 피싱 사이트는 개설 단계에서 발견됐고 조직원들을 대상으로 이제 막 공격을 감행하고 있을 것”이라며 “최근 의료계에 대한 공격이 빈번한 만큼 각별히 보안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북한 추정 해킹 공격이 의료 분야에서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6월에는 의료업계 종사자들이 주로 찾는 대한의학회 홈페이지를 해킹했다. 관리자 권한을 획득한 뒤 업로드된 문서 파일에 악성코드를 심어뒀다. 최근에는 셀트리온, 제넥신, 보령, 신풍 등 국내 제약사도 공격한 것으로 알려졌다.신무경기자 yes@donga.com}
“내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디지털 헬스케어가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다.” 세계 최대 가전·정보통신기술 전시회(CES)를 주관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의 캐런 춥카 수석부회장(사진)은 22일 온라인으로 열린 아태 지역 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CES 2021에서는 팬데믹(대유행) 영향으로 원격 의료와 디지털 세러피와 같은 산업을 비롯해 스트리밍, 엔터테인먼트, 교육 분야에서 신기술들이 등장할 예정”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CES 2021은 내년 1월 11일부터 나흘간 100% 온라인으로 열린다. 1967년 CES가 시작된 이래 온라인으로만 개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기조연설에는 제너럴모터스(GM) 메리 배라 최고경영자(CEO), AMD 리사 수 박사, 워너미디어 앤 사노프 CEO 등이 참여해 5세대(5G), 인공지능(AI), 교통, 지속가능성 등을 주제로 화두를 던질 예정이다. 춥카 수석부회장은 “올해는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홈 엔터테인먼트, 홈 연결성을 추구하는 기업이 늘면서 성장했다”며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관련 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20 5G’를 비롯한 모바일, TV 부문에서 최고혁신상 4개를 포함해 44개의 CES 혁신상을 받았다. CES 마지막 날인 내년 1월 14일 삼성전자가 새로운 스마트폰 갤럭시S21을 공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LG전자도 ‘48인치 올레드 TV’등 최고혁신상 2개를 포함해 24개의 혁신상을 받았다. 이번 행사에는 전 세계에서 1000여 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할 예정이다. 4400여 개 기업이 참여한 올해 초 CES 2020에 비하면 규모가 줄었지만 랜선으로 진행되는 만큼 글로벌 참관객의 방문은 크게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TA는 이 같은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행사 전반의 디지털 플랫폼 구축을 마이크로소프트(MS)에 맡겨 참여 기업과 관람객 간의 ‘연결’에 집중하기로 했다. 예년과 달리 테크 미디어들을 한 데 모아 주요 행사와 소식들을 요약하고, 주요 연사와의 인터뷰를 전달해주는 ‘라이브 앵커 데스크’를 마련한다. AI 기술을 도입해 100여 개 콘퍼런스에 한국어를 비롯한 17개 언어의 자막을 지원하기로 했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구글이 비게임 애플리케이션(앱)의 수수료를 애플과 동일하게 매출의 30%로 올리는 방침을 강행하자 전 세계 정보기술(IT) 기업 중심으로 반(反)구글·애플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비싼 수수료를 감수하면서까지 양대 앱 마켓에 게임을 내는 대신 원스토어, 삼성 갤럭시 스토어 등 글로벌 11개 앱 장터로 론칭 무대를 옮겨가겠다는 것이다. 또 다른 빅테크인 페이스북도 구글 애플과 싸우는 게임사를 지원하기로 하는 등 반구글·애플 전선에 동참을 선언했다. 20일 전 세계 게임 개발사 50% 이상에 게임 개발용 소프트웨어(SW)를 제공하고 있는 유니티 소프트웨어에 따르면 글로벌 앱 장터 연합체 성격의 ‘유니티 퍼블리싱 포털(UDP)’을 통해 최근까지 600여 개 게임 개발사들이 1000여 개의 게임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유니티 소프트웨어는 글로벌 게임 그래픽 SW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업체로 ‘게임 업체들의 지원군’으로 통한다. 유니티 소프트웨어는 게임 업체들의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원스토어, 삼성 갤럭시 스토어, 화웨이 앱 갤러리 등 글로벌 11개 앱 장터 사업자와 UDP를 구축했다. 유니티 소프트웨어로서는 자사 SW를 이용하는 게임업체가 늘고 게임 개발사들은 구글이나 애플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수료를 내고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윈윈이 되는 셈이다. 국내에서는 베스파, 엔젤게임즈, 넥셀론 등 중소 게임사들이 UDP를 통해 최근 게임을 출시했다. 김인숙 유니티코리아 대표는 “2023년까지 17억 명의 모바일 게이머들이 구글, 애플 외에 다른 앱 마켓을 이용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UDP의 시장 점유율이 높지 않지만 빠른 속도로 양대 앱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SK텔레콤의 자회사인 원스토어는 싱가포르 통신사 싱텔, 태국 통신사 AIS 등 동남아시아 통신사들과 연합해 이 지역 진출을 위한 게임 유통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원스토어에 게임을 내면 아시아태평양 시장에 곧장 유통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1차 서비스 지역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호주 등으로 내년 서비스 시작이 목표다. 덩치 큰 글로벌 게임사 가운데는 아예 구글, 애플과 맞짱을 뜬 곳도 있다. 전 세계 이용자 2억5000만 명을 보유한 게임 ‘포트나이트’의 개발사 에픽게임즈는 8월 구글, 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높은 수수료에 반발해 포트나이트에 자체 결제 수단을 추가하자 양대 앱 마켓이 정책 위반이라는 이유로 앱을 삭제한 데 따른 조치였다. 페이스북도 앱 마켓 사업자의 독단적 정책 변경을 지적하며 에픽게임즈의 소송을 지원하기 위해 서류와 자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가세한다고 16일(현지 시간) 밝혔다. 여론이 악화되자 양대 마켓 모두 한발씩 물러나는 모양새다. 구글은 최근 국내에서 비게임 앱 수수료 부과 시점을 내년 1월에서 9월로 연기했다. 나아가 내년 초 결제 수수료 관련 추가 정책 발표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애플처럼 일정 규모 이하의 개발사에 수수료를 깎아 주는 방안이 거론된다. 애플은 앱스토어에서 벌어들인 수익이 100만 달러(약 11억 원) 이하인 중소 개발사를 대상으로 수수료를 내년부터 15%로 인하한다고 밝혔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구글이 비게임 애플리케이션(앱)의 수수료를 애플과 동일하게 매출의 30%로 올리는 방침을 강행하자 전 세계 중소게임 업체를 중심으로 반(反) 구글·애플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비싼 수수료를 감수하면서까지 양대 앱 마켓에 게임을 내는 대신 원스토어, 삼성 갤럭시 스토어 등 글로벌 11개 앱 장터로 론칭 무대를 옮겨가겠다는 것이다. 또 다른 빅테크인 페이스북도 구글 애플과 싸우는 게임사를 지원하기로 하는 등 반 구글·애플 전선에 동참을 선언했다. 20일 전 세계 게임 개발사 50% 이상에 게임 개발용 소프트웨어(SW)를 제공하고 있는 유니티 소프트웨어에 따르면 글로벌 앱 장터 연합체 성격의 ‘유니티 퍼블리싱 포털(UDP)’을 통해 최근까지 600여 개 게임 개발사들이 1000여 개의 게임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유니티 소프트웨어는 글로벌 게임 그래픽 SW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업체로 ‘게임업체들의 지원군’으로 통한다. 유니티 소프트웨어는 게임업체들의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원스토어, 삼성 갤럭시 스토어, 화웨이 앱 갤러리 등 글로벌 11개 앱 장터 사업자와 UDP를 구축했다. 유니티 소프트웨어로서는 자사 SW를 이용하는 게임업체가 늘고, 게임 개발사들은구글이나 애플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수료를 내고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서로에게 윈윈이 되는 셈이다. 국내에서는 베스파, 모비릭스, 엔젤 게임즈, 넥셀론 등 중소 게임사들이 UDP를 통해 최근 게임을 출시했다. 김인숙 유니티코리아 대표는 “2023년까지 17억 명의 모바일 게이머들이 구글, 애플 외에 다른 앱 마켓을 이용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UDP의 시장 점유율이 높지 않지만 빠른 속도로 양대 앱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SK텔레콤의 자회사인 원스토어는 싱가포르 통신사 싱텔, 태국 통신사 AIS 등 동남아시아 통신사들과 연합해 이 지역 진출을 위한 게임 유통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원스토어에 게임을 내면 아시아태평양 시장에 곧장 유통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1차 서비스 지역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호주 등으로 내년 서비스 시작이 목표다. 게임 상품성을 인정받은 덩치 큰 글로벌게임사 가운데는 아예 구글, 애플과 맞짱을 뜬 곳도 있다. 전 세계 이용자 2억5000만 명을 보유한 게임 ‘포트나이트’의 개발사 에픽게임즈는 8월 구글, 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높은 수수료에 반발해 포트나이트에 자체 결제 수단을 추가하자 양대 앱 마켓이 정책 위반이라는 이유로 앱을 삭제한 데 따른 조치였다. 빅테크 기업인 페이스북도 앱 마켓 사업자의 독단적 정책 변경을 지적하며 에픽게임즈의 소송을 지원하기 위해 서류와 자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가세한다고 16일(현지시각) 밝혔다. 여론이 악화되자 양대 마켓 모두 한 발씩 물러나는 모양새다. 구글은 최근 국내에서 비게임 앱 수수료 부과 정책 적용 시점을 내년 1월에서 9월로 연기했다. 나아가 내년 초 결제 수수료 관련 추가 정책 발표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애플처럼 일정 규모 이하의 개발사에 수수료를 깎아주는 방안이 거론된다. 애플은 앱스토어에서 벌어들인 수익이 100만 달러(약 11억 원) 이하인 중소 개발사를 대상으로 수수료를 내년부터 15%로 인하한다고 밝혔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1. 해외여행을 좋아하는 20대 남성 A 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하늘길이 막히자 ‘집이라도 발리처럼 꾸며야지’ 마음먹었다. 몇 해 전 동남아 어디선가 사뒀다가 처박아 둔 먼지 쌓인 소품을 창고에서 소환해봤지만 영 분위기가 살지 않았다. ‘아! 테스형, 내 집만 왜 이래….’ 인친(인스타그램 친구), 페친(페이스북 친구) 찬스를 쓰는 수밖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휴양지인테리어 #동남아인테리어를 검색해 이른바 ‘테스’(인테리어 스페셜리스트) 형, 누나들을 팔로했다. 테스형들은 사진, 영상으로 이렇게 가르쳐주는 듯했다. ‘바보야, 문제는 라탄이야….’ 라탄 소재의 의자, 거울, 화병, 러그까지 ‘결제 완료’. 집 안 곳곳에 놓으니 동남아 휴양지가 따로 없었다. #2. 맞벌이 부부인 30대 여성 B 씨는 얼마 전부터 ‘남의 집’을 엿보는 취미가 생겼다. 인테리어 애플리케이션(앱)에 올라온 이용자들의 집 꾸미기 후기 사진을 통해서다. 코로나19로 시작한 재택근무 초창기에 사무실에서 쓸 법한 30만 원대 의자와 발받침을 할인 쿠폰을 많이 준다는 이유로 샀는데, 그게 욕망의 서막이 될 줄이야…. 거실 조명부터 안방의 침구, 작은 방에 놓인 블라인드, 화장실에 걸어둘 그림까지 ‘북유럽 스타일’의 집들을 계속 접하다 보니 우리 집의 부족한 부분이 자꾸만 눈에 들어왔다. 뭐부터 해야 할지 망설이다가 성탄절을 앞두고 트리와 조명부터 구매했다. 이제부터 ‘지름’ 시작이다.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그동안 자의 반, 타의 반 잊고 살았던 내 집 꾸미기에 대한 욕망이 불붙고 있다. 카페부터 헬스장, 술집까지 일상 공간의 출입이 어려워지고 심지어 공원조차도 나서기가 불편해지면서 차라리 해당 공간을 집 안으로 끌어오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심지어 동남아 휴양지까지도 말이다.○ 집 안으로 눈 돌린 사람들 140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국내 최대 인테리어 앱 ‘오늘의집’을 운영하는 버킷플레이스의 이승재 대표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여행, 외식 등 집 밖 활동에 관심이 많아 유럽 사람들과 달리 집 안에서의 경험이 적었는데 코로나19로 양상이 크게 바뀐 것 같다”며 “집을 좀 더 좋게 꾸미고, 바꾸는 경험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라 생각하고 창업했는데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팬데믹(대유행) 이후 흐름이 수년은 빨라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4월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하루 중 집에서 보내는 시간은 2020년 현재 13.7시간으로, 2015년 12.3시간보다 크게 늘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이곳저곳 손볼 곳이 눈에 띄게 됐고 SNS를 통해 부러움을 살 만한 인테리어 집을 쉽게 접하면서 인테리어 수요가 크게 늘었다. 셀프 인테리어에 대한 정보도 많아진 데다 온라인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공업체 단가가 낮아진 것도 한몫했다.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은 전 연령대로 확산되고 있다. 11월 현재 오늘의집 이용자 중 35∼54세 비중은 1년 전 35%에서 50%까지 올라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25∼35세 비중이 50%였는데 역전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구매력 있는 이용자들이 더욱 증가해 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있는 셈이다.○ 시작은 이불, 조명부터 차근히 집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려는 성향을 가진 이른바 ‘홈루덴스’(집을 뜻하는 홈과 놀이하는 인간 호모 루덴스의 합성어)들이 늘어나면서 그동안 바깥 활동을 통해 소비했던 공간들을 집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에서 집 안 활동과 관련한 검색량이 크게 늘고 있다. 네이버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검색어 트렌드’에 따르면 2019년 대비 올해(1∼11월) 월평균 검색량이 ‘홈카페’는 78%, ‘홈짐’은 120%, ‘홈바’는 24%, ‘홈가드닝’은 100% 증가했다. 저비용으로 고효율을 낼 수 있는 인테리어 방법은 없을까. 이 대표는 “이불과 조명부터 바꿔보라”고 조언한다. 단돈 몇천 원, 몇만 원으로 집 안 분위기가 확 바뀌기 때문이다. 특히 조명은 전구색(노란빛)을 추천한다. 호텔, 레스토랑, 카페 같은 분위기를 내기 좋다. 이케아 전시장은 90% 이상 전구색을 사용한다고 한다. 재택근무 장기화로 홈오피스를 구현하고 싶지만 공간이 여의치 않을 때엔 ‘가벽’을 두는 것도 추천한다. 식물을 두는 플랜테리어도 분위기를 바꾸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집 전체 대공사를 준비하고 있다면 페인트·도배, 바닥 깔기(타일 장판), 조명, 공간배치(가구), 수납·정리, 패브릭(이불 베개 쿠션 커튼 등), 벽 꾸미기(선반 액자) 순서로 하라는 게 인테리어 업계의 조언이다.○ 인테리어 산업도 성장세 인테리어 업체들의 실적도 덩달아 좋아지고 있다. 오늘의집은 11월 현재 누적 거래액이 1조1000억 원에 이르면서 지난달 홍콩계 펀드로부터 7000만 달러(약 770억 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주요 인테리어 3개사도 마찬가지다. 한샘의 3분기(7∼9월) 영업이익은 240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36.4% 급증했다. LG하우시스의 영업이익은 281억 원, 현대리바트는 89억 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13.0%, 29.2% 늘었다. 성장을 견인한 것은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사업 부문이다. 한샘 관계자는 “온라인 판매 채널 등 B2C 사업 부문이 31.7%나 성장했다”며 “연매출 2조 원 돌파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전망도 밝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데다가 재건축·재개발 규제로 노후 주택 리모델링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최근 집값이 너무 오른 신축 아파트가 부담스러운 수요자들이 구축 아파트를 매수해 수리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실적 전망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신무경 yes@donga.com·박성진 기자}
카카오는 신분증, 자격증 등을 카카오톡에서 보관, 관리할 수 있는 카카오톡 지갑을 출시했다고 16일 밝혔다. 카톡 지갑은 카카오톡 최신 버전 업데이트 후 ‘더 보기’ 탭에서 생성할 수 있다. 약관 동의와 본인확인 절차를 거쳐 만들면 카카오 인증서와 각종 자격 증명·신분증을 담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이용자들은 개인의 신원 확인과 인증, 전자서명이 필요한 상황에서 기존 공동인증서 대신 지갑 내 카카오 인증서를 활용할 수 있다. 이달 중 행정안전부의 ‘공공분야 전자서명 확대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의 최종 시범 사업자로 선정되면 내년부터 정부 각 기관의 주요 서비스를 신청하고 각종 증명 서류를 발급할 수 있는 ‘정부24’와 국민권익위원회의 온라인 국민참여 포털 ‘국민신문고’, 국세청 홈택스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를 카톡 지갑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내년 1월부터는 순차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및 확산 방지를 위해 도입된 전자출입명부인 QR체크인, 모바일 운전면허 확인 서비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발급하는 495개 종목의 국가기술자격증 등이 담기게 된다. 다만 출시 첫날인 16일 일부 기기에서 서비스 오류가 발생해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카카오 관계자는 “지갑 생성 페이지에 트래픽이 몰려 접속이 지연됐다”고 했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이번 주에 (영화) 매트릭스2 봐요 ㅋㅋㅋ”. 2003년 5월 20일 게재된 네이버 블로그 첫 게시물이다. 이날을 시작으로 지난 17년여간 네이버 블로그에는 21억4317만여 개의 게시글이 생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는 15일 ‘2020 블로그 리포트’를 발간하고 2800만 개 블로그에서 초당 7개의 콘텐츠가 생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올 한 해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한 글 주제는 맛집과 일상, 패션·미용 순으로 나타났다. 매해 인기 글 주제였던 세계여행과 국내여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블로거들이 가장 관심을 가진 장소 1위는 경기 지역이고, 서울과 제주가 뒤를 이었다. 월요일에 가장 많은 블로그 글이 포스팅되며, 토요일은 가장 활동이 적었다. 블로그 게시글에 남겨진 전체 댓글과 공감은 각각 6300만 개와 9500만 개였다. 블로그 이용자의 연령대는 20대(34.6%)가 가장 많았고 30대(28.5%), 40대(19.4%), 50대(8.2%), 10대(5.6%), 60대(3.6%) 순이었다. 성별로는 여성(62%)이 남성(38%)보다 많았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최근 일본 검색 서비스 시장에 세 번째 도전장을 낸 네이버가 ‘가두리 포털(가두리 양식+포털)’이라는 한국식 성공 방정식을 통해 일본에서 구글을 넘어서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검색 후에 다른 웹페이지로 넘어갈 필요 없이 쇼핑, 인물 정보 같은 자사 플랫폼 내에서 이용자들이 놀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14일 네이버 등에 따르면 시마무라 다케시 라인 선임 집행임원 겸 포털 미디어사업 총괄은 최근 사내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네이버 검색의 성공은 다른 웹사이트에서는 구할 수 없는 콘텐츠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 있었다”며 “라인 검색도 콘텐츠의 입구(검색창)에서 출구(결과값)까지 체험의 일관성을 제공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시장 세 번째 도전에 나선 네이버의 방향성은 지식in부터 블로그, 카페, 뉴스 등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직접 보여주는 ‘스마트 포털’이다. 한 페이지(화면)에서 정리된 형태로 답이 나오는 검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 이용자 대부분이 쓰고 있는 구글은 검색 결과가 나열될 뿐 콘텐츠를 보기 위해서는 개별 웹사이트에 접속해야 한다. 네이버는 2000년과 2007년 일본 검색 시장의 문을 두드렸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네이버 측은 자신하고 있다. 메신저 라인을 통해 현지 시장에서 ‘이용자 접점’이 확보됐기 때문. 앞서 일본 진출 때는 ‘차별화된 검색 엔진’을 내세웠지만 이용자의 외면을 받았다. 이에 검색 사업을 직접 하지 않고 포토 앨범 서비스 등을 통해 ‘이용자들이 매일 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데 집중했다. 덕분에 라인이라는 메신저가 등장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회사 내부에서는 ‘라인이라는 큰 접점에 기술과 데이터, 좋은 엔지니어들을 통해 구글과 싸워 (검색 시장의) 일본 통일에 도전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최근 급성장 중인 온라인 커머스의 콘텐츠화에 주목하고 있다. 과거에는 네이버가 쇼핑 검색 결과를 고도화하기 위해 대형 이커머스 사업자의 데이터베이스(DB)를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면, 이제는 스마트스토어(네이버 쇼핑 입점을 위한 홈페이지) 같은 자체 몰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것이다. 라인 측은 “네이버에서 한 인물을 검색하면 그 사람이 출연했던 작품이 표시되고, 그 작품을 누르면 다른 작품의 출연자 정보가 나온다”며 “사용자 참여, 데이터 구매 등 합성을 통해 만들어진 검색 결과가 이용자 물음에 대한 답변이 될 수 있도록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네이버의 일본 검색 진출은 구글이 일본 인터넷 생태계를 독식하고 있는 데 대한 우려도 깔려 있다. 시마무라 총괄은 “일본에선 모든 웹페이지가 사람에게 읽히기보다 구글에 읽히는 것을 기준으로 설계되고 있다”며 “라인은 차별화된 콘텐츠 등 선택 사항을 제공해 구글을 뒤집을 것”이라고 말했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새로운 대고객 정보기술(IT) 서비스 하나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기본 시스템 개발 플랫폼을 준비하는 데만 최소 4~5일이 걸렸습니다. 이제 클라우드 컨테이너(서버 가상화) 기술을 통해 반나절 만에 기반 환경 구성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한상욱 오렌지라이프 IT그룹 상무(사진)는 최근 기자와 만나 클라우드 컨테이너 기술의 필요성에 대해 이 같이 강조했다. 이 회사는 무료 개방 소프트웨어(오픈소스)를 기업의 필요에 맞게 설계해주고, 하이브리드 클라우드(기존 기업이 구축한 서버를 운영함과 동시에 클라우드도 활용하는 방식) 구축을 지원하는 기업 레드햇의 클라우드 컨테이너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그는 “설문조사와 같은 대고객 서비스 10개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10개의 서버를 주문한 뒤 서버 각각에 운영체제(OS)를 구축하고 소프트웨어(SW)를 만들어야만 했다”며 “이제는 하나의 서버에 이 모든 것들이 가능해져 비용과 시간적인 측면에서 상당한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기존 시스템을 클라우드 컨테이너로 전환해 비용을 기존 대비 40~50% 가량 절감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클라우드 컨테이너 기술을 통해 고객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구현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온라인 설문조사다. 온라인 설문조사 특성상 2, 3일 정도의 짧은 기간 내에 수십만 명의 이용자가 접속하게 되므로 큰 용량의 서버 인프라를 준비해야한다. 하지만 인력과 비용적인 측면에서 항상 이를 준비할 수 없다. 클라우드 컨테이너를 기반으로 하면 특정 시점에 인프라를 확장할 수 있어 이용자들이 속도 지연 등의 문제를 겪지 않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이와 더불어 365일 서비스 운영이 가능하게 된다. 이 밖에도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이 시스템 점검 명목 하에 새벽 시간대에 서비스를 중단하곤 하는데 클라우드 컨테이너 기술을 활용하면 이 같은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상무는 “빠른 속도와 안정성을 기반으로 오렌지라이프 60% 이상의 고객들이 보험료 납입부터 대출, 해약까지 모바일로 보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 시대에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춰 민첩하고 유연하게 조직이 변화할 수 있도록 돕는 IT 기술들을 선제적으로 도입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신무경기자 yes@donga.com}
네이버의 인공지능(AI) 기술이 이용자들로 하여금 비인기 쇼핑 상품을 더 많이 선택하도록 돕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고려대 경영대학 이건웅 교수 연구진이 분석한 ‘D-커머스리포트 2020’에 따르면 네이버의 AI 기반 쇼핑 상품 추천 기술 ‘AiTEMS’를 통한 이용자 선택률은 인기 상품 대비 리뷰가 적은 비인기 상품에서 약 6.2배 높게 나타났다. 신규 상품에 대한 이용자 선택률은 비신규 상품에 비해 약 1.2배 높다. AiTEMS가 기존 검색서비스에서 중요 요소로 판단하던 리뷰 수, 상품생성 시점 등 ‘인지도’의 중요성을 감소시키고 사용자 취향 추천 상품에 대한 선택 가능성을 더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사용자 경험이 중요한 상품군(패션의류, 스포츠·레저 등)의 선택률이 검색만으로도 상품 가치를 파악할 수 있는 상품군(전자제품, 식품류 등) 대비 5.5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네이버의 AI 추천기술이 상품 간, 상점 간 양극화 현상을 줄여주는 이른바 ‘슈퍼스타’ 쏠림 현상을 완화해 주고 있다”며 “최첨단 기술 역량이나 데이터 분석 기술이 없는 중소상공인들의 온라인 비즈니스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구 선릉로에 위치한 화상회의 솔루션을 서비스 업체 ‘구루미’ 사무실에 들어서니 회사 전체가 왁자지껄했다. 이랑혁 구루미 대표(사진)는 “신입 사원들이 업무 인수인계를 받을 때마다 사무실이 왁자그르르하다”고 했다. 사무실에 활기가 띄는 느낌이었다. 구루미는 올해 인력이 두 배 가량 늘었다고 했다. 인턴까지 총 29명 규모. 기존 사무실이 새 식구들을 수용하지 못해 지난달 이사를 했다. 구루미는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캠스터디’로 잘 알려져 있다. 카메라(캠)를 켜놓고 공부(스터디)하는 모습을 서로서로 공유하며 시험 준비를 하는 행태를 뜻한다. 구루미는 지난해 12월 화상회의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자 기업용 대상 ‘구루미 비즈’를 선보인 바 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기존 수험용 목적 외에 교육, 회의 등으로 수요가 급증하면서 수혜를 보고 있다. 실제 구루미의 1월 접속량은 140만 명이었는데 10월 현재 604만 명으로 446% 성장했다. 미팅룸 개설수도 같은 기간 6640건에서 17만9889건으로 2609% 증가했다. 지난해 5월 스타트업 지원 기관 디캠프 추천으로 이 대표를 인터뷰한 적이 있었는데 기사는 출고하지 못했다. 캠스터디라는 서비스 자체는 흥미로워 보였으나 드러나는 실적이 미미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는 팬데믹(대유행)으로 비대면 서비스들이 각광을 받게 되면서 구루미 실적도 좋아졌다. 소위 ‘돈 되는’ 기업 고객이 10월 433곳으로 1월(10곳) 대비 40배 이상 증가한 덕이다. 8월에는 20억 원 가량의 투자까지 유치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연말까지 17억 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래서 다시 인터뷰를 요청했다. 미국 화상회의 서비스 줌 비디오 커뮤니케이션즈(3분기 매출만 7억7720만 달러·약 8435억 원)와 같은 기업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성장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그는 “내년도 계약된 서비스까지 포함하면 내년에는 100억 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자신했다.―화상회의 서비스는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요. ‘웹RTC’ 기술을 통해 쉽고 편하고 가벼운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어요. 웹RTC는 별도의 앱이나 소프트웨어 설치 없이 화상 통화를 할 수 있는 기술이죠. 2016년 오픈을 했는데요. 처음에는 특정 이용자 대상을 염두에 두지 않고 서비스부터 시작했어요. ‘구루미 통신’으로 누구나 연결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다고 할까요.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캠스터디 쪽으로 수요가 늘어났어요. 이제는 캠스터디 뿐만 아니라 화상회의 등 다양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지원하려 합니다. 이 대표는 웹RTC는 공개되어 있는 소프트웨어들을 활용해 개발할 수 있어 1 대 1 동영상 통화를 하는 수준의 서비스를 만드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다고 했다. 다만 접속하는 인원수가 늘어나게 되면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기술력, 노하우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코로나19 이후 화상회의 솔루션을 활용하는 방식이 다양해졌을 것 같아요. 줌만 해도 결혼식, 장례식 등에 쓰이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구루미도 그러한가요. 구루미는 명목은 화상회의 서비스로 불리지만 실제 교육용으로 가장 많이 활용돼요. 학교에서 학생들 수업을 위해 활용되기도 하고, 기업에서 임직원 교육을 목적으로 이용되기도 하죠. 그 다음은 컨퍼런스인데요. 최근 오프라인 행사들이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그 수요가 차츰 늘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언론사 행사들도 화상회의 솔루션을 많이 도입하고 있죠. 화상면접을 위해서도 많이 쓰이는 편입니다. 화상회의는 그 다음입니다. 생각보다 많지 않죠. 이 대표는 회의실에 있는 스크린에 파워포인트(PPT)를 띄워 구루미의 실적과 활용 사례들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는 매출 세부 내역을 화상교육, 화상회의, 화상면접, 콘퍼런스, 비대면 행사, 방송 등으로 구분해두고 있었다. 1~4월만 해도 해당 카테고리 영역의 매출액란에 ‘0’이라는 숫자가 많이 보였는데 10월에는 수백, 수천 만 원 단위의 숫자들이 보였다. 여러 레퍼런스 중 눈에 띄는 사례는 극단 공연이었다. 화상회의 서비스를 무대 삼아 배우들이 연기를 시도한 것. 이 대표는 “배우들 말로는 화상회의가 하나의 소재, 장르가 될 수 있을 것이라 평가했다”며 “과거에는 관객의 시선을 마주하려 했다면 이제는 카메라, 혹은 화면 속 동료 배우들에 눈을 마주해야 하기에 그에 맞는 연기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국악과 미술 분야에서도 화상회의 솔루션 도입 논의를 하고 있다고 했다.―이용 가격은 줌보다 싼가요. 비쌉니다. 다만 줌에서 제공하지 않는 부가적인 기능들 때문에 수요가 있습니다. 출석부를 통해 누가 몇 시 몇 분 몇 초에 접속했는지 확인해볼 수 있고요. 수업 중간에 설문, 퀴즈 등을 제공한 뒤 실시간으로 결과까지 받아볼 수 있는 식이죠. 한국 제품이라는 특성도 있지요. 문제 생기면 즉시 처리를 해주기 때문에 비용이 비쌉니다. 해외 기업들은 문제가 생겨도 즉각 조치해주지는 않으니까요. 기본적으로 두 회사 모두 1 대 1 회의는 무제한이다. 하지만 그룹으로 넘어가면 가격을 받는다. 구루미는 최대 4명까지 그룹 회의를 할 수 있는 서비스는 월 1만9600원(1인당 4900원)을 받고 있다. 줌은 최대 100명까지 참여할 수 있는 서비스에 월 14.99달러(1만6000원)를 받고 있다. 그는 “화상회의로 서비스를 국한하면 시스코 웹엑스, 줌 등 강력한 플레이어들이 많아 구루미가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며 “교육 시장, 방송 시장 등으로 회의 분야가 확장되는 등 없는 시장이 생겨나고 있는데 이 지점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비용이 비싼 까닭이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실시간 영상 서비스이기 때문에 트래픽이 많이 발생하는데요. 서비스를 운영하려면 클라우드 업체나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업체들에 막대한 비용을 제공해야만 해요. 실제 캠스터디 같은 서비스는 이익이 남지 않아요. 돈이 남지 않아도 서비스를 운영하는 이유는 있었다. 몇 해 전 클라우드 업체의 장애로 인해 서비스가 한 시간 넘게 중단된 적이 있었는데 유저들로부터 ‘불평’보다 ‘응원’의 반응이 더 많았던 것. 캠스터디 서비스가 이용자들에게 별도로 돈을 받고 있지도 않으니 비즈니스 모델을 걱정해주는 이용자도 있었다. 인터뷰 내내 이 대표가 회사의 로고인 구름을 연상하게 하는 파란 머리를 수년 째 유지하고 있는 점을 새삼 깨달았다. 그는 “한 번은 거래처 상대방을 만나러 갈 때 검은색으로 염색을 했더니 나를 못 알아봤다”며 “탈모 때문에 고민이기는 하지만 사람들이 쉽게 알아보는 탓에 두 달에 한 번씩 염색을 하며 색깔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머리조차도 직간접적 홍보마케팅이었던 셈이다. 파란 머리를 직원들에게 물려줄까 고민도 했지만 염색하려는 자원자가 없어 본인이 계속 유지중이라고 했다.―목표가 있다면요. 5년 안에 상장을 하고 싶어요. 회사를 성장시키면서 장기적으로 사업을 하고 싶거든요. 만약 회사를 매각해야 한다면 가치를 인정해주는 외국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신무경기자 yes@donga.com}
북한 정부와 연계된 조직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해킹 사건이 연이어 발견됐다. 정부기관을 사칭한 이메일을 보내 악성코드를 심은 문서파일을 열어보도록 유도하는 방식이어서 주의가 요구된다. 9일 보안업계에 따르면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킴수키)으로 추정되는 해커가 최근 통일부를 사칭해 통일부 출입 기자, 북한 연구단체 연구원 등에게 ‘2020년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 업무 우수자 추천의뢰’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냈다. 네이버 주소로 보낸 해당 메일에는 실제 통일부에서 근무하는 ○○○ 주무관이라는 이름과 연락처, 이메일 주소(○○○@unikorea.go.kr)를 표시해 마치 정부 관계자가 보낸 것처럼 위장했다. 첨부된 ‘장관표창에 대한 동의서’라는 제목의 한글 문서(HWP) 파일(사진)에는 악성코드가 심어져 있어 내려받아 문서를 열면 감염돼 컴퓨터가 해커의 통제를 받는다. 얼마나 많은 인원이 해당 메일을 받거나 열어봤는지, 피해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앞서 2019년 1월에도 북 해커가 통일부 기자단 등에게 이메일로 악성코드가 담긴 파일을 배포한 바 있어 이번 사건도 북한 측의 소행인 것으로 보안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보안업체 이스트시큐리티도 탈륨(킴수키를 달리 부르는 말), 금성 121 등 북한 연계 조직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지능형지속위협(APT) 공격이 연이어 발견되고 있다고 9일 밝혔다. 이스트시큐리티에 따르면 해커들은 최근 통일부, 강원 춘천시 등 정부기관을 사칭한 이메일을 보냈다. 통일부를 사칭한 메일은 정부 공식 문서처럼 정교하게 조작된 이미지 첫 장을 미리 보여주고, 하단에 해당 파일을 내려받을 수 있는 것처럼 링크를 삽입해 클릭을 유도했다. 춘천시를 사칭한 공격은 실제 시가 진행 중인 ‘2020 평화·통일 이야기 공모전’의 신청서를 모방했다. 문서를 열고 편집을 시도하면 보안경고 팝업창이 뜨는데 ‘한 번 허용’을 클릭하면 악성코드가 설치된다. 기업을 대상으로 한 북한 측의 해킹 시도도 늘고 있다. 이달 초에는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가 이용하는 사내 인트라넷을 위장한 피싱 사이트를 개설했다가 폐쇄하기도 했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기아자동차는 아마존웹서비스(AWS)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해 자동차 안에서 운전자를 식별할 수 있는 서비스를 구현해냈습니다. 앞으로도 현대자동차그룹과 자율주행, 커넥티드카, 전기차 역량을 강화하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존 알렌 아마존웹서비스(AWS) 자동차부문 디렉터는 1일 화상 인터뷰에서 “AWS가 제공하는 175가지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해 자율주행 시장을 넓힐 계획”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알렌 디렉터는 글로벌 차 제조업체들의 커넥티드카, 스마트카 등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고 있다. AWS가 가진 대표적인 자율주행 관련 서비스로는 차 내에서 운전자를 식별해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레코그니션’과 텍스트를 음성으로 변환하는 ‘폴리’, 5세대(5G)와 클라우드를 결합해 ‘밀리세컨드(millisecond·1000분의 1초)’ 단위의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 ‘웨이브랭스’ 등이 있다. 알렌 디렉터는 차 업계에서 클라우드를 써야하는 이유에 대해 “자율주행 시대에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고 학습시키기 위해서는 막강한 컴퓨팅 파워가 필요하고, 글로벌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은 해당 지역마다 데이터센터를 확보해야하는 부담이 있다”며 “AWS는 전 세계 24개 리전(여러 개의 데이터센터)에서, 필요할 때 사용하고 싶은 만큼만 쓸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이 같은 수요를 충족시켜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율주행차 뿐만 아니라 차 판매 영역에서도 클라우드가 적극 활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례로 르노삼성자동차는 홈페이지, 쇼핑몰 시스템 등에 클라우드를 채택했다. 향후 온라인 대리점에서 차를 구매할 뿐 아니라 컴퓨터상에서 자신이 원하는 차를 만들어볼 수 있도록 하는 등 영업·마케팅 측면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AWS 클라우드 장애로 자율주행 서비스들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한 입장도 내놨다. 그는 “회사의 최대 우선순위는 보안이며, 데이터 백업, 이중화 장치 등은 기본이라 생각 한다”며 “클라우드 장애로 (앞서 언급했던) 차 안에서의 고객 인지가 구현되지 않을 수 있다는 걱정도 있지만 인터넷 연결 없이도 주차장에서 잠금 해제를 할 수 있는 기능을 구현해두고 있는 등 보완책을 마련해놓고 있다”고 전했다. 아마존이 6월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죽스를 인수한데 따른 시너지 효과에 대해서는 “아마존닷컴이 인수한 이래 독립 사업체로 운영되고 있다”면서 “아마존닷컴이 원하는 탄소배출량 제로, 자율주행 구현 등에 죽스가 큰 역할을 해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네이버 쇼핑 홈페이지)에 입점한 업체 ‘대한민국농수산’은 9월부터 온라인 상거래 목적의 모바일 생중계 서비스 ‘라이브 커머스’로 농수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최근에는 어부가 경북 영덕에서 갓 잡아온 제철 대게를 모바일 화면을 통해 이용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는데 방송(사진) 때마다 10여 분 만에 준비 물량이 소진되고 있다. 그 덕분에 스마트스토어 단골도 3만 명에서 최근 18만 명까지 크게 늘어났다. 네이버, 카카오가 주도하고 있는 라이브 커머스 시장이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구매자, 판매자 모두 판로와 구입처를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어서다. 공연, 전시 등으로 활용처도 넓어지고 있다. 7일 네이버는 라이브 커머스 ‘네이버 쇼핑라이브’가 11월 한 달간 약 1500만 시청뷰를 올렸다고 밝혔다. 7월 서비스 출시 이래 누적 시청은 4500만 뷰에 달한다. 구매 고객은 40만 명을 넘어섰고, 11월 거래액은 전월 대비 75% 증가했다. 서비스 초창기인 8월과 비교하면 340%나 늘었다.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방송을 송출할 수 있는 덕에 라이브 커머스를 활용하는 판매자들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11월 한 달간 판매자 수는 전월 대비 20%, 콘텐츠 수는 40% 늘었다. 판매자들은 리뷰, 댓글을 넘어 라이브 채팅으로 실시간 소통할 수 있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오프라인 패션쇼, 박람회 등에서도 라이브 커머스를 활용하고 있어 콘텐츠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카카오커머스가 운영 중인 ‘카카오쇼핑라이브’는 5월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지난달 20일까지 누적 시청 횟수 1000만 회를 넘어섰다. 카카오쇼핑라이브는 네이버와 달리 카카오가 직접 큐레이션 한 상품을 하루에 1, 2회 방송하는데 방송당 평균 시청 횟수가 11만 회에 달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그 덕분에 10월 거래액은 5월 대비 2100% 증가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라이브 커머스를 통해 소비자들은 판매자에게 궁금한 점을 실시간으로 물어보고, 판매자는 상품에 대한 장점을 답해주는 등 온라인 커머스에 존재했던 소통 장벽을 해소해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지난달 16일 서울 강남구 파이어아이 본사에서 전수홍 지사장(사진)을 만났다. 전 지사장은 2012년 11월 파이어아이의 한국 오피스 첫 직원으로 시작, 올해로 9년째 지사의 수장을 맡고 있다. 인터뷰 요청은 전 지사장이 먼저 해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회사 컴퓨터가 아닌 개인 컴퓨터를 이용하게 되면서 보안 위협은 증가하게 됐다. 해커들의 공격도 증가했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려왔던 터여서 묻고 싶은 게 많았다.―전 세계에 보안업체가 많은데 파이어아이는 어떤 부문에 강점이 있나요. 보안업계에서 흔히 쓰는 단어인 백신과 방화벽은 우리가 감기 예방을 위해 맞는 백신과 같습니다. 기존에 알려진 공격, 증거 자료를 기반으로 동일한 공격을 찾아내 막는 것이죠. 이를 시그니처 방식의 보안 기술이라고 합니다. 이 같은 방식은 새로운 유형의 공격은 대처하기가 어렵습니다. 통상 보안 위협은 이메일 첨부파일을 통해 이루어지는데요. 가상 환경 속에서 이메일을 열어보고 이상이 없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을 샌드박스 방식의 보안 기술이라 칭합니다. 파이어아이는 샌드박스라는 보안 체계를 세계 최초로 만들어냈다고 보시면 될 것입니다.―한국에서는 얼마나 많은 고객사들을 보유하고 있나요. 국내 100대 기업 중 90% 이상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습니다. 샌드박스 기술 자체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높은 성능의 하드웨어와 기술이 필요하거든요. 그래서 대기업 위주로 수요가 많습니다. 최근에는 보안 위협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면서 스몰비즈니스 쪽으로 확산되고 있기는 합니다. 전 지사장은 갖고 있던 갤럭시탭에 TV를 연결해 화면에 파워포인트(PPT)를 띄우며 “안보와 마찬가지로 보안에 있어서도 우리의 주적은 북한”이라며 “주적에 대한 정보와 대비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파워포인트 화면에는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지도가 띄워졌다. 북쪽으로는 빨간색, 남쪽으로는 파란색이 눈에 들어왔다. 예비군 훈련도 아니고 갑자기 안보교육이라니. 전 지사장의 요지는 새로운 유형의 보안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공격 상대방이 누군지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최근에는 북한뿐만 아니라 한국을 노리는 공격루트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경고도 덧붙였다.―무슨 PPT인가요? 보안 관련 외부 강의를 나갈 때 만들어둔 자료인데요. 해킹은 금전적인 목적을 하는 그룹이 있고, 국가가 스폰서하는 첩보 활동을 하는 그룹으로 나뉩니다. 그런데 한국은 이 두 가지 목적에 다 해당하는 나라죠. 세계 3대 해킹그룹인 북한과 중국, 러시아와 마주하고 있는데요. 통상 중국과 러시아가 북에 사이버 기술을 전수해주면서 ‘좋은 무기를 줬으니 실적을 내라’는 식으로 주문합니다. 북한은 한국과 같은 언어를 쓰기 때문에 공격의 효율성이 높죠. 외교적인 분쟁도 피할 수 있고요. 그런데 지난해 이루어졌던 북미 협상처럼 양국간 화해모드가 조성되면 중국이나 러시아가 북한을 믿기 어려워지게 됩니다. 독자적인 노선과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새로운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중국, 러시아 입장에서는 북한이 주는 정보만을 믿기 어렵게 돼 한국으로 직접 들어오게 됩니다. 우리나라는 북한을 주적으로 삼고 있어서 북한에 관련한 보안 관련 정보를 많이 갖고 있습니다. 반면 중국이나 러시아로부터의 공격에 대해서는 공격과 경험이 적어 대처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과거와 달리 더 많은 해킹그룹이 첩보 활동보다는 금전적인 목적을 위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돈이 될만한 국가는 공격을 하고 있는 것이죠. 한국은 작은 나라지만 하이테크가 집중되어 있는 나라입니다. 반도체, 자동차 등 훔칠 건 많은데 보안은 상대적으로 취약하죠. 공격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3개 국가에 대해서 대비를 하면 됐다면 이제는 전 세계로 전선이 확장된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전 대처를 위한 정보 수집, 보안에 관한 정보, 인텔리전스를 얻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인텔리전스는 어떻게 수집하나요. 여러 경로가 있습니다. 지능형 지속공격(APT) 센서 장비가 전 세계에 4억 개 가량 깔려 있습니다. 파이어아이는 침해사고조사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하는데요. 전 세계 300여 명의 리서처가 최근 해킹에 활용되는 기업과 툴 등을 체크합니다. 이렇듯 APT 장비를 통해 보안 트렌드를 볼 수 있습니다. 시장에 있는 정보를 구매하기도 하고요.―최근의 보안 위협은 어떤 양상을 띠고 있나요. 북한이 중국을 위장하고, 중국이 북한을 위장하는 아리까리(알쏭달쏭)한 공격들이 더 활발히 일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정부도 2018년부터 중국으로 추정되는 해킹에 대응하는 투자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습니다. 확실한 것은 과거처럼 방송국, 은행을 마비시켜 사회 혼란을 부추긴다기보다는 대부분 금전적인 목적으로 공격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의 공격 유형을 더 언급한다면 이렇습니다. 반도체 회사들은 보안이 잘 갖춰져 있어서 공격이 힘들거든요. 그래서 이 반도체 회사와 관련된 물류 회사의 보안을 뚫어 기밀을 캐냅니다. 이를테면 반도체 회사의 신제품 출시 시점을 알고 싶다고 하죠. 그래서 이 반도체를 운송하는 물류업체를 해킹했더니 12월 25일 물량이 예약돼 있는 것을 확인하는 식이죠. 이렇듯 서플라이체인(공급망)으로 우회적으로 정보를 얻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최근 알만한 기업들 중 보안 위협을 당해 피해를 본 케이스가 있나요. 랜섬웨어 공격은 충분히 많을 텐데 외부로 잘 안 알려지는 것 같습니다. 안타까운 점은 보안의 특성상 이슈가 발생해도 문제를 덮는다는 겁니다. 기본적으로 나와 관계가 없는 사람이 보낸 이메일은 해킹 의도를 가지고 보내올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첨부파일은 더더욱 그러합니다. 문자로 링크를 많이 받는데요. 그것을 통해 해킹을 많이 합니다. 해커들이 인터넷주소(URL)를 악성에서 정상으로 바꿔놓으면서 발견하기 어렵게 만들기도 하죠.―코로나19를 악용한 해킹 위협도 많아지는 것 같아요. 코로나19 초창기에 해킹 공격이 많아졌던 게 사실입니다. 다만 이익을 편취하는 행위는 잘 하지 않았어요. 사이버 세상에도 상도의가 있어요. 사람이 죽는 거죠. 2014년 세월호 사건이 있었을 때도 3개월 간 사이버 애도 기간이 있었어요. 그러다가 월드컵 때 보안 공격이 크게 증가했죠.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는 해커들이 금전적 이익을 취하기보다는 정보를 많이 수집하는데 집중했을 겁니다. 이제는 코로나19 애도기간은 지난 거 같아요. 코로나19 확산 이후 경제 상황이 안 좋아지다 보니 랜섬웨어가 기승을 하고 있는데요. 기업도, 개인도 주의를 기울여야만 하는 때입니다. 모르는 사람이 보내는 이메일은 안 열어보는 게 답입니다. 인터뷰를 마친 뒤 얼마 안 있어 북 소행으로 추정되는 해커가 한국을 포함한 미국, 영국의 백신 개발 회사를 공격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최근에는 같은 서버를 쓰고 있는 북 추정 해커들이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사내 인트라망과 똑같이 만든 피싱 사이트를 개설했다가 폐쇄하기도 했다. 해커들의 코로나19 애도기간은 정말 끝난 듯 보인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중국 정부가 약 4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 게임에 ‘판호(版號·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를 내줬다. 한국 게임에 대한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이 풀리는 신호탄이라는 기대와 일회성에 그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동시에 나온다. 3일 게임사 컴투스에 따르면 2일 중국 국가신문출판서는 홈페이지에 컴투스의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인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에 대해 판호를 발급했다고 공지했다. 2014년 6월 전 세계에 선보인 서머너즈 워는 컴투스의 해외 매출 중 약 80%를 차지하는 인기 게임이다. 컴투스는 2016년 말 중국 시장에 서머너즈 워를 선보이기 위해 판호 발급을 신청했다. 하지만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놓고 한중 간 갈등이 확대되면서 중국은 비공식적으로 한국산 게임 등 문화 콘텐츠에 대한 유통을 제한해왔다. 특히 게임의 경우 2017년 초를 마지막으로 판호를 발급해주지 않았다. 컴투스 관계자는 “오래전에 신청했던 건인 만큼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사전 연락도 없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깜짝 판호 발급에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세계 최대 게임 시장 중 하나인 중국 시장의 문이 다시 열리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중국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는 넥슨의 모바일게임 던전앤파이터를 비롯해 과거 중국에서 인기를 얻었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게임들의 수출이 조만간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기대감에 3일 국내 주식시장에서 컴투스가 전날 대비 6.19% 상승 마감한 것을 비롯해 위메이드(5.75%), 펄어비스(14.11%), 넷마블(3.59%), 엔씨소프트(2.21%) 등 게임사들의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다만 이번 조치로 중국 시장이 다시 열렸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신중한 반응도 나오고 있다. 중국이 한한령을 전면 철폐했다고 확신하기 위해서는 추가 판호 발급이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중국이 판호를 줄줄이 내줄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이번 판호 발급을 지렛대로 삼아 정부와 업계 등이 치열한 외교적, 전략적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이건혁 gun@donga.com·신무경 기자}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포장 주문 건에 대해 입점 식당으로부터 앱 이용료를 받지 않는 정책을 6개월 연장한다고 3일 밝혔다. 배민 ‘포장·방문’은 앱에서 음식 포장을 미리 주문하고 결제한 뒤 픽업하는 서비스다. 배민은 포장·방문 서비스의 주문 중개이용료 면제를 올해 말까지 적용할 계획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하는 상황에서 소상공인의 고통을 분담하고자 면제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배민의 포장·방문 이용 고객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11월 한 달 동안 포장·방문 주문 수는 6월 대비 230% 증가했다. 11월 30일 기준 포장·방문 등록 업소 수도 같은 기간 4배 이상 늘어난 13만여 개에 이른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
현대제철, 현대건설 등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들이 이용 중인 사내 인트라넷을 위장한 피싱 사이트가 등장했다가 사라졌다. 직원들도 인지하기 어려울 정도의 교묘한 사이트로, 보안업계에서는 북한 측에서 현대차그룹의 정보를 빼내기 위해 만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3일 보안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를 제외한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임직원들이 사용하는 인트라넷을 본떠 만든 해킹 사이트가 이번 주 들어 개설됐다가 3일 오후 돌연 사라졌다. 해당 사이트는 현대차그룹 인트라넷의 문패(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오토웨이)를 비롯해 아이디,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유저 인터페이스(UI)까지 실제와 흡사했다. 인터넷 주소(autoway.hyundai.○○)도 실제 사이트(autoway.hyundai.net)와 비슷하다. 해당 사이트를 접한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자들은 “사이트가 회사의 것과 똑같다” “감쪽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보안업계에서는 해커가 현대차그룹 관계자들에게 업무로 위장한 이메일, 문자메시지 등에 해당 사이트 링크를 포함해 보낸 뒤 접속하도록 유도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첨부된 링크를 클릭한 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해커들에게 정보가 전송되는 식이다. 이를 통해 해커들은 실제 사이트에 접속해 사내 기밀을 빼낼 수도 있다. 현대차그룹 측은 “오토웨이를 사칭한 공격이 있었던 것은 맞다”며 “보안 시스템을 통한 차단으로 실제 피해 사례는 없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북한 측에서 피싱 사이트를 만들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화이트해커는 “현대차그룹 피싱 사이트 개설자가 최근 국내외 백신업체를 공격했던 북한 해커들이 이용한 서버를 사용한 정황이 있다”며 “과거 북한 해커들이 피싱 사이트를 만들어 해킹을 시도하다 3, 4일 뒤 폐쇄하는 식으로 자신들의 행위를 은폐하려 했는데 이런 양상도 비슷하다”고 전했다. 앞서 2일 외신들은 북한 해커들이 한국과 미국, 영국 제약회사들을 대상으로 해킹을 시도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북한 해커들이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사이트를 노린 진짜 목적이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와 기아차의 정보를 캐내려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현대차그룹과는 별도로 인트라넷 사이트를 운영 중인데, 이를 직접 해킹하지 않고 우회적으로 접근하려 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보안업체 파이어아이의 전수홍 한국 지사장은 “반도체 기업의 정보를 캐내기 위해 해당 회사의 물류 계열사를 해킹해 반도체 운송 정보를 알아내는 등 공급망 공격을 통한 우회 정보 획득 양상이 최근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기업이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의심스러운 이메일, 문자는 열어보지 않고 삭제하도록 임직원들을 지속적으로 교육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신무경기자 yes@donga.com}
지난달 13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소재 한 건물 회의실에 들어서자 검정, 파랑 후드 집업을 걸친 40~50대 남성 셋이 줄지어 앉아있었다. 한 사람 빼고는 후드 집업 안에 셔츠를 입었는데 누가 봐도 광화문 일대 오피스에 다니는 사람들 같지는 않았다. 이들은 택시 동승 서비스 반반택시를 운영하는 ‘코나투스’의 김기동 대표, 택시의 디지털 광고판을 제공하는 ‘모토브’의 임우혁 대표, 렌터카 중개 앱 카모아를 만든 홍성주 대표다. 인터뷰는 모빌리티 스타트업 3사에서 먼저 제안해왔다. 신산업이 택시, 렌터카 등 레거시(전통) 사업자들과 어떻게 상생하며 사업을 꾸려나가고 있는지 소개하고 싶다는 게 요였다. 2018년부터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부터 쏘카 자회사 VCNC가 운영했던 ‘기사 포함 렌터카(기포카)’인 ‘타다’까지 사회적 진통을 겪은 뒤 모빌리티 생태계의 변화와 목소리를 듣고 싶어 인터뷰하기로 했다. 세 명의 대표들은 사전 질의서를 손에 꼭 쥐고 있었고, 함께한 관계자들은 노트북을 꺼내 인터뷰 내용을 타이핑할 준비를 했다. 가벼운 농담을 건네면서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하는데 논의 주제 자체가 무거워서 그런지 아이스 브레이킹 할 분위기는 아니었다. 명함만 건네고 곧장 준비한 질문을 던졌다. ―사업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김=택시 동승 서비스 반반택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2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최근 개시한 가맹택시은 전주와 수원을 시작으로 최근 서울, 부천까지 사업 범위를 넓혀나고 있습니다. 이용자들의 호응 덕에 반반택시 전체 호출수는 지난 5개월(5~10월) 간 6배 증가했는데요. 연말까지 35만 명의 회원을 보유해 이용자들이 서울에서도 반반택시를 많이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임=택시 상단 표시등에 디지털 광고판을 부착해 운영하고, 광고 수익을 기사님들과 나누는 모토브를 창업해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2017년 6월 대전을 시작으로 인천, 서울까지 총 1000여 대의 차량이 모토브의 광고판을 달고 다닙니다. 광고판 보증금 명목으로 기사님들에게 50만 원 가량을 받고 있는데요. 이후부터는 월 단위로 광고 수익을 공유합니다. 서울을 예로 들면 법인 택시 월 17만 원, 개인 택시는 13만 원 가량 지급하고 있습니다. ▽홍=2018년 4월부터 렌터카 중개 앱을 카모아를 운영 중입니다. 9월 기준 회원 56만 명, 월간순사용자(MAU) 17만 명을 보유하고 있고요. 기성 렌터카 업체들은 마케팅을 위해 대형 온라인 플랫폼에 광고를 싣고 여행사들과 제휴를 맺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고 이용자들은 가격 비교나 리뷰 확인을 하지 못해 불만이었습니다. 이렇듯 이해당사자 모두가 만족하지 못하는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회사를 창업하게 됐습니다. 딱딱한 회사소개가 끝나고 사진 촬영 시간이 왔다. 회의실 장소가 마땅치 않아 야외로 이동했다. 11월 중순인데 최고 기온 17.6도를 기록하는 날씨였다. 날씨가 포근하니 저절로 아이스브레이킹이 된 거 같았다. 세 사람이 나누는 얘기를 들어보니 같은 투자사(TBT)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것 같았다. 촬영 이후에는 딱딱한 분위기가 다소 걷혔다.―모빌리티 사업에 뛰어드신 계기가 무엇입니까. ▽김=이동통신회사에서 2006년부터 12년 간 일했습니다. 스마트폰, 카카오톡 등이 출시되는 것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기회가 오면 창업을 해야 겠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대기업 경험을 살려 스타트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그러다 모빌리티 영역에 관심을 두게 됐습니다. 카카오가 카풀을 한다고 했고, 카풀 스타트업 풀러스, 타다 등이 주목받던 때였죠. 그런데 택시 기반 스타트업은 안 보였습니다. 택시산업은 기존 것을 버리지 않고, 고쳐서 혁신할 수 있는 영역이었는데도 말이죠. 카카오택시, 티맵택시 정도만 있고요. 스타트업을 할 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8년 3월 회사에 나와서 그해 6월 법인을 설립했습니다. ▽임=저 같은 경우는 사업적 전환이 있었습니다. 2007년부터 광고 사업을 했었는데요. 하드웨어 광고 솔루션(디지털 광고판)을 만들게 됐는데 이것에 부가가치를 붙이기 위해 모빌리티 서비스를 연결짓게 됐죠. 말하자면 연쇄 창업인 셈입니다. 택시 광고 사업으로의 전환에는 계기는 있었습니다. 미국 뉴욕에 있는 택시에 LG전자, 버라이즌과 함께 소프트웨어(SW) 개발을 제공하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미 사회에서 택시가 어떻게 제도화되어 있는지 경험할 수 있었는데요. 자연스럽게 택시 광고 사업에서 기회를 보고 국내 택시업계, 옥외광고업계와 함께 사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홍=대학생 때 게임 회사를 차렸다가 2011년 다음에 매각을 했습니다. 다음이 카카오에 넘어가면서 카카오에 몸담게 됐는데요. 자연히 모바일 O2O(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병행) 시장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여러 분야를 봤는데 렌터카 시장이 낙후되어 있음을 확인했어요. 고객들은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차를 빌리고 싶은데 찾기 어려웠습니다. 업체들은 전산화된 플랫폼이 없어 모객이 쉽지 않았고요. 이 시장에서는 가능성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년 여 기간에 걸쳐 개발을 했고 서비스를 론칭 했는데 시장에서 반응이 좋아 현재에 이르게 됐습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던 김 대표가 불쑥 “나도 대학생 때 창업을 하긴 했다”고 말했다. 과외중개 사이트였다고 했다. 세 사람 모두 모빌리티 스타트업 창업 이전 창업을 경험한 연쇄 창업가라는 공통점도 있었다. 이날 인터뷰는 국토교통부에서 11월 3일 ‘플랫폼·택시 업계, 혁신·상생의 방안 도출(모빌리티 혁신위원회 권고안)’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던 것이 계기가 되기도 했다. 4월 공포한 ‘타다 금지법’으로 알려진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하위법령 개정방안 등을 담은 내용이었다. 타다 같은 사업을 영위하려는 플랫폼 운송사업(Type1) 업체들은 매출액의 5%의 기여금을 내야만 가능하도록 한 것. 국토부 안에 대한 모빌리티 업체들의 생각도 궁금했다. ▽김=규제의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입니다. 국내 대기업, 해외 기업의 참여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으니까요. 플랫폼 중개사업(Type3)의 중개요금, 호출료를 신고제로 바꿔준 부분은 모빌리티 산업에 큰 힘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수익성 개선 여지가 높아졌기 때문이죠. 다만 Type1은 사업으로 하고 있지 않다보니 별도로 코멘트하기가 어렵네요. ▽홍=애매한 규정 속에서 사업을 하게 되면 문제의 소지가 있게 마련이에요. 렌터카 사업도 마찬가지거든요. 저희 이용자들 문의 중에서도 렌터카를 빌린 뒤 ‘알바를 해도 되냐’ ‘식당 배달을 해도’는 것들이 많아요. 제주에서는 렌터카로 대리 운전을 하는 분들이 많아요. 렌터카를 원래 용도 외에 상업적 용도로 사용하면 안 되거든요. 현행법상 불법입니다. 회사 입장에서도 감가상각 등을 고려했을 때 많이 탈수록 손해거든요. 가장 큰 문제는 안전입니다. 보험 적용이 안 되거든요.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이번 권고안은 모빌리티 시장의 틀을 만든 측면에서 긍정적입니다. ▽임=관련 업계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택시업계도, 모빌리티 스타트업 업계 어느 쪽도 만족시키지 못한 권고안이라는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어느 정도 조율되어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런데 택시 산업이 왜 어려워지는지 근본적인 물음을 던져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방자치단체에 면허 발급이 일임되다보니 택시 공급은 늘어났고, 반면 모빌리티 서비스들이 증가하면서 수요는 줄었죠. 결국 택시하시는 분들의 수익이 줄어들면서 모든 문제가 발생하게 됐습니다. 저희가 사업을 시작한 이유도 기사님들의 수익성 개선이라는 지점에 있습니다. 다만 업계에 있는 사람 입장으로 아쉬운 점은 정부 권고안에서 밝혔듯 혁신, 상생의 지점까지 논의가 왔다고 할지라도 여전히 택시업계는 모빌리티 스타트업을 ‘사기꾼’으로 여긴다는 겁니다. 권고안이 진짜 혁신과 상생을 함께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양 쪽 이해당사자 간 커뮤니케이션이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사기꾼이란 단어가 나오자 홍 대표가 한 마디 거들었다. 그는 “렌터카 시장에 진입했을 때 레거시 업체들로부터 똑같이 사기꾼이라는 비난을 받았다”며 “다만 2, 3년 동안 레거시 업체들과 함께 해오면서 기존 여행업계에서 휘두르던 가격 결정권을 렌터카업체들이 찾아오고 정산도 투명화 되고 자연스레 매출 개선이 일어나면서 지금은 도리어 지원을 렌터카 업체에 믿고 지원을 해주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모빌리티 산업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컸던 만큼 레거시 플레이어들과의 협업이 어려웠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사업을 시작하는 초창기에 가장 심했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사업을 만들어나가고 있는지 과정을 설명부탁 드립니다. ▽김=택시 산업에 모빌리티 스타트업이 필요한 이유를 설득해야만 했어요. 그런데 효과적인 설득은 우리 얘기를 하기보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데서 시작되더라고요. 무엇이 불편한지 듣는 것이죠. 저희는 고객리서치센터를 인하우스로 돌리고 있는데요. 택시 기사님들께 아웃바운드로 연락을 해 어떤 점이 불편한지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물론 일련의 카풀, 기포카 이슈 등 때문에 모빌리티 스타트업 한다고 하면 불신부터 하는 게 사실입니다. 신뢰를 쌓아가고 있는 과정이지요. ▽홍=렌터카 업체에 찾아가 세차를 해드리고, 경조사에 참여하고, 술자리에서 이야기를 들어드리고…. 저희 회사가 하는 일을 얘기하기 보다는 레거시 업체들이 필요한 것들을 듣고 마음을 얻는 데서부터 시작한 것 같아요. ▽임=제작한 광고 하드웨어를 택시 지붕에 달 때 기사님들을 설득하는 일이 쉽지 않았어요. 급정거하면 안전한지에 대한 레퍼런스가 없었거든요. 막걸리 사들고 택시 기사님들을 쫓아다지며 설득에 설득을 거듭했죠. 결국 일곱 분의 기사님들이 택해주셔서 사업을 현재까지 키울 수 있었습니다. ▽홍=시작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되지만 결국 서비스가 안착되려면 수익성이 담보 되어야 해요. 레거시 업계에서 플랫폼이 도움이 된다고 느껴야한다는 뜻입니다. 현장에서도 변화해야 한다는 방향성은 이해하고 있어요. 당장 카 셰어링, 킥보드가 돌아다니는 게 눈에 보이잖아요. 그런데 정보기술(IT) 쪽 전문은 아니시니 본인들이 하실 수는 없죠. 시장 분석 자료를 제공하고, 판촉을 지원하는 등 상의를 해나가는 과정에서 상생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김=수익을 어떻게 나눠드려야 할지가 숙제인 거 같아요. 동승을 통해 운송 단가를 높이거나, 자전거에 택시를 싣게 하는 등 수익을 늘려드리는 방법을 찾으려고 해요. ―사업을 해나가면서 레거시 사업체들과 불필요한 갈등도 있었을 텐데요. 어떻게 극복했는지도 설명해주세요. ▽김=서비스명부터 반반택시다보니 택시 사업자들로부터 불만이 많습니다. 동승을 하면 두 명의 택시 기사가 받을 손님을 한 명이 다 가져가 파이를 뺏긴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서비스명 때문에 합승만 한다고 생각하시지만 사실 거래액의 90%가 일반 호출에서 나와요. 그래서 반반, 합승, 동승 서비스만 하는 게 아니고 초과 수요가 있는 밤 시간, 출근 시간(오후 10시~오전 10시)에만 한다고 설명하고 이해시키고 공감 받으려 하고 있습니다. ▽홍=렌터카 업계는 불만 보다는 견제 심리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인정을 했지만 영향력이 커지면서 수수료 인상에 대한 우려나 검색 결과값에 나오는 기준에 대한 문제제기가 생기게 되는 것이지요. 판촉 마케팅 지원, 소프트웨어를 비롯한 시스템 지원 등으로 신뢰를 쌓으면서 수수료 인상과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고, 나아가서는 검색 기준을 최대한 오픈해 불필요한 오해를 만들지 않게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임=처음 택시 지붕에 광고판을 달았을 때 해당 기사님들의 불만이 많았어요. 손님들이 광고판을 보고 택시가 아닌 줄 알고 뒤에 대기하던 택시를 탔다는 것이죠. 개연성이 있지 뚜렷하지 않은 이야기였어요. 그런데 이 분들이 지금은 또 고마워하십니다. 밤 시간에는 광고판에 들어오는 불빛이 환하니 안전한 택시로 인식된 것이죠. 여성 고객분들이 ‘광고판 때문에 택시를 타게 됐다’고 말하시면서 기사님들 생각도 긍정적으로 변하신 것 같아요. 결국 초기의 불만들을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진심을 다해서 듣고 빠르게 대응하는 등 소통하는 자세가 중요한 것이죠. ▽김=생각보다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이 쉽지 않더군요. 상담사분 입장에서 고객 상담을 할 때는 조곤조곤 말하다가 나이 많으신 기사님들 상담할 때는 귀가 잘 안 들리시니 큰 목소리로 말해야 해요. 톤 조절이 중요한 거죠.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한 분 한 분의 평가가 중요한데 이에 잘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모빌리티 업계에서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지 않으려면 업계 스스로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까요. ▽김=심야 시간대 안 잡히고, 불친절하고… 이 같은 택시의 문제를 택시 바깥의 스타트업들이 해결하려다보니 그 과정에서 정작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낳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소비자들 편의는 증가했지만요. 택시 안에서 택시의 문제들을 해결하면 사회적 문제를 피해가면서 소비자 편의를 증진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홍=모빌리티 산업의 영역이 모호해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필요할 때 이동을 하면 되는데 그 수단이 택시에서 킥보드까지 바뀌어왔습니다. 앞으로 무인 택시가 나올 것이고요. 그런데 킥보드든 무인 택시든 테스트를 안 해볼 수는 없거든요. 정부에서 규제샌드박스 같은 제도를 통해서 스타트업들이 적극 테스트를 해볼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합니다. 한편으로는 레거시 업체들도 양보를 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어요. 제주도에서는 렌터카가 너무 많아 교통 체증을 유발하는 등 문제가 생기자 업계가 자율감차를 시행하기도 했거든요. 세상은 변화하는데 답을 찾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에는 택시 경쟁자가 타다라고 생각했을 수 있지만 이제는 킥보드가 될 수도 있는 세상입니다.신무경기자 yes@donga.com}
4분기(10∼12월) 들어 SK텔레콤의 탈(脫)통신 ‘빅테크’ 전략이 속도를 내고 있다. 자회사 중 유사한 사업은 합병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글로벌 기업의 투자를 유치해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5년 내 자회사들을 줄줄이 상장시켜 현재 기업가치(약 19조 원)의 두 배에 달하는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29일 SK텔레콤은 자회사 ADT캡스와 SK인포섹이 내년 1분기(1∼3월)를 목표로 합병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ADT캡스는 가입자 70만 명을 보유한 국내 2위 ‘물리보안’ 사업자이며, SK인포섹은 국내 ‘정보보안’ 분야 1위 업체다. 두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1조1830억 원에 이른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 무인경비, 무인주차 출입통제 등 물리보안부터 보안컨설팅, 사이버공격탐지, 보안관제, 시스템통합(SI) 등 정보보안까지 아우르는 융합보안 전문 기업이 탄생하게 됐다. SK텔레콤은 2018년 5월 ADT캡스 인수 시점부터 SK인포섹과의 합병을 염두에 뒀다. 통합 법인의 지향점은 글로벌에 있다. 중국, 동남아 대상 융합보안 상품 수출을 시작으로 사업을 전 세계로 확대할 방침이다. 자회사의 기업가치를 높여 통신사를 넘어선 빅테크 기업으로 탈바꿈하려는 SK텔레콤의 노력은 최근 다방면에서 관찰되고 있다. 이달 16일 이커머스 자회사 11번가는 글로벌 1위 상거래 업체 아마존과 지분 참여 약정을 체결했다. 시장에서는 11번가가 3000억 원가량의 투자를 유치할 것으로 보고 있다. 10월에는 모빌리티사업부 물적 분할 결정을 내리고 미국 최대 모빌리티 기업 우버 테크놀로지로부터 1725억 원의 투자를 유치해 ‘조인트벤처(JV)’와 ‘티맵모빌리티’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티맵모빌리티는 12월 29일 분사한다. 이 밖에 앱 마켓을 운영하는 원스토어는 내년 하반기(7∼12월)를 목표로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 회사의 기업가치는 1조 원으로 추산된다. ADT캡스, 11번가, 티맵모빌리티, 원스토어, SK브로드밴드, 웨이브 등 2025년까지 상장을 준비하는 자회사들의 예상 시장가치만 20조 원에 달한다. 규모로만 따지면 또 하나의 SK텔레콤이 생겨나는 셈이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아직 자회사 가치에 대한 투자가들의 신뢰가 높지 않지만 아마존, 우버 등 일부 자회사의 펀딩과 향후 예정된 기업공개(IPO)를 통해 가치 입증이 예상된다”고 말했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