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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뱅’ 박병호(37·KT)는 2012년 홈런 31개를 때려내면서 개인 첫 홈런왕과 프로야구 최우수선수(MVP) 타이틀을 얻었다. 그러나 이듬해(2013년)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국제대회 경험이 부족하다’는 꼬리표 때문이었다. 박병호는 이로부터 10년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WBC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소속팀 사령탑이기도 한 이강철 한국 대표팀 감독은 박병호를 대표 명단에 포함시키면서 “큰 것 한 방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명단 발표 다음 날인 5일 소속팀 안방인 수원구장에서 만난 박병호는 “큰 대회에서 홈런을 쳐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는 게 부담이 되지는 않는다. 그게 내 장점이기 때문”이라며 “어떤 임무가 주어지든 (홈런을) 잘 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 때 처음으로 성인 대표팀에 합류한 박병호는 2015년 11월 21일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 12’ 결승전에서 미국을 상대로 일본 도쿄돔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30m짜리 홈런을 치면서 팀 우승을 도왔다. 그해에 도쿄돔에서 나온 가장 큰 홈런이었다. 2017 WBC 대회 때 부상으로 빠졌던 박병호는 지난해 개인 6번째 홈런왕(35개)을 차지했지만 이번 WBC 대표팀 합류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지난해 9월 10일 고척 키움전에서 오른쪽 발목 인대를 다쳤기 때문이다. 이 부상 탓에 지난해 11월 18일 발표한 ‘WBC 대표팀 관심 명단’(50명)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번 WBC 대표 30명 가운데 예비 명단에 이름이 없던 건 박병호뿐이다. 시즌 아웃 진단을 이겨내고 26일 만에 그라운드로 돌아왔던 박병호는 “지난해 가을 야구 때 몸 상태가 40%였다면 지금은 70%까지 회복했다. WBC 때는 100%의 모습으로 나서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2018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미네소타에서 친정팀 넥센(현 키움)으로 복귀한 박병호는 2019년에도 홈런 왕(33개)에 올랐지만 2020년 21개, 2021년 20개로 홈런이 줄었다. 2021년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그에게 키움이 선뜻 연장 계약을 제시하지 않은 이유다. 결국 KT로 둥지를 옮긴 박병호는 전력분석팀 조언에 따라 타격 타이밍을 앞당겼다. 시작은 좋지 못했다. 개막 후 첫 한 달 동안 홈런(5개)보다 6배 많은 삼진(32개)을 당한 것. 박병호는 “어차피 더 떨어질 곳은 없다고 생각했다. 삼진을 당해도 계속 밀고 나가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41·전 롯데)도 박병호에게 자극제가 됐다. 박병호는 “대호 형이 은퇴 시즌에도 좋은 성적(타율 0.331, 23홈런, 101타점)을 내는 걸 보면서 나도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후배들에게 큰 귀감이 되어줬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박병호의 목표 역시 ‘이대호 넘어서기’다. 통산 362홈런을 기록 중인 박병호는 홈런 13개를 치면 이대호(374홈런)를 넘어 통산 홈런 3위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38홈런을 치면 400홈런 고지 정복도 가능하다. 박병호는 “지난해 부상만 없었다면 35홈런에 3개는 더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지난해보다는 홈런을 한 개라도 더 치는 게 목표다. 빠른 시일 내에 400홈런을 치고 싶다”고 말했다.수원=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벨기에의 ‘당구 황제’ 프레드릭 쿠드롱(55·웰컴저축은행·사진)이 자신이 갖고 있던 프로당구(PBA) 통산 최다 우승 기록을 7회로 늘렸다. 쿠드롱은 5일 경기 고양시 소노캄고양에서 열린 개인투어 6차 대회 NH농협카드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벨기에의 에디 레펜스(54·SK렌터카)를 4-1(15-0, 15-11, 15-12, 4-15, 15-7)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3월 SK렌터카 챔피언십 왕중왕전 이후 10개월 만이자 이번 시즌 첫 우승이다. 개인 통산 일곱 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쿠드롱은 이 부문 2위(3회 우승)인 스페인의 다비드 마르티네스(32·크라운해태)와 격차를 벌렸다. 우승 상금 1억 원을 챙긴 쿠드롱은 누적 상금을 8억8900만 원으로 늘리면서 상금 2위인 스페인의 다비드 사파타(31·블루원리조트·6억4250만 원)에게 2억 원 이상 앞섰다. 쿠드롱은 경기 초반부터 강하게 몰아쳤다. 1세트에 하이런(최고 연속 득점) 11점을 포함해 3이닝 만에 15-0 완승을 거뒀고 2, 3세트에서도 각각 5이닝 만에 승리를 따냈다. 레펜스는 4세트에서 15-4 승리로 한 차례 반격했지만 여기까지였다. 5세트에서 쿠드롱은 8이닝 만에 경기를 마무리했다. 경기 후 쿠드롱은 “4세트까지 계속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번 대회에서 전반적으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쿠드롱은 전날 그리스의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40·하나카드)와의 8강전에서 3세트 합계 7이닝 만에 45점을 올리면서 승리를 거둬 PBA 세트제 경기 역대 최고 에버리지(득점을 이닝으로 나눈 것)인 6.429를 기록하기도 했다. 종전 최고 기록은 역시 쿠드롱이 갖고 있던 3.550(20이닝 71득점)이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야구를 대하는 자세에 장난기가 묻어 있거나 훈련에 진정성 없는 태도로 임한다면 말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13년간 몸담았던 LG를 떠나 새해부터 한화에서 뛰게 된 채은성(33)은 웃는 얼굴로 무서운(?) 말을 꺼냈다. 지난해 말 서울 한 카페에서 만난 채은성은 “LG에는 선배가 6명 있었는데 한화 야수 중에서 내가 최고참이더라”며 “평소에 (후배들을) 강하게 다그치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래도 뭐라고 (지적)해야 할 때는 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채은성은 2009년 신고선수(옛 연습생)로 LG에 입단했다. 그러나 의장대에서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친 뒤에도 등번호는 102번이었다. 등번호가 세 자리라는 건 정식 등록 선수가 아니라는 뜻이다. “두 자릿수 등번호를 달고 1군 경기에 나가보는 게 소원이었다”던 ‘소문난 연습벌레’는 3루수, 포수, 우익수, 1루수로 포지션을 바꿔가면서 결국 1군 붙박이가 됐다. 그리고 이번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한화 구단 역대 최대 규모인 총액 90억 원(6년)에 도장을 찍는 ‘대박’을 터뜨렸다. 4일 신년 하례식을 진행한 ‘친정’ LG 선수단에 ‘커피차’를 보내기도 한 채은성은 “한 팀에서 오래 뛰었던 만큼 팀을 떠날 결심을 하는 게 쉽지 않았다”면서 “손혁 (한화) 단장님께서 (고민할) 시간을 충분히 주셔서 미련이 남지 않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계속해 “(한화 연고지인) 대전으로 이사를 하고 보니 아파트 바로 위층에 손 단장님이 사시더라. 단장님과 가까이 살게 돼 좋다. 고민이 있으면 손 단장님과 ‘카풀’을 하면서 조언을 구할 것”이라며 웃었다. 채은성의 새 시즌 목표는 당연히 팀을 ‘가을 야구’ 무대로 이끄는 것이다. 한화는 2018년 이후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적이 없다. 최근에는 3년 내리 최하위에 그쳤다. 채은성은 “LG에서 4년 연속 포스트시즌 무대를 경험했다. 한화의 후배들에게도 가을 야구 맛을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채은성이 내건 새해 개인 목표는 100타점이다. 채은성은 “평소 클러치(득점 찬스) 상황을 즐긴다. 득점권 상황에서는 볼카운트가 불리할 때도 외야로 희생 플라이를 쳐내 타점을 내는 것만큼은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채은성이 1군 무대에서 100타점 이상을 기록한 건 2018년(119타점) 한 번뿐이다. 팀과 개인 목표 모두 달성이 쉽지 않은 만큼 채은성은 ‘평정심 메이트’를 만들어 ‘정신 건강’을 관리할 계획이다. 채은성은 “LG 시절 투수 이정용(27)과 함께 서로에게 가장 도움이 될 만한 글귀를 주고받으면서 마음을 다스렸다. 특히 정용이가 보내 준 ‘신한불란’(信汗不亂·땀을 믿으면 흔들리지 않는다)이라는 네 글자에서 큰 힘을 얻었다”면서 “한화에서도 정용이처럼 합이 잘 맞는 동료와 평정심 메이트를 맺으면 좋겠다. 내가 야수니까 기왕이면 이번에는 야수 중에서 메이트를 찾고 싶다”고 말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우리가 이겼나요?”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경기에서 의식을 잃었던 버펄로의 세이프티(수비수) 다마 햄린(25·사진)이 깨어났다. 의식을 차린 햄린이 처음 물어본 건 경기 결과였다. AP통신은 “햄린이 5일 밤 의식을 찾았다”고 6일 보도했다. 햄린은 팀이 7-3으로 앞서던 3일 신시내티 방문경기에서 상대 와이드 리시버 티 히긴스(24)의 질주를 막아냈다. 이 과정에서 넘어졌던 그는 두 발로 일어나 헬멧을 매만지던 중 갑자기 정신을 잃고 그라운드에 쓰려졌다. 경기장에 대기하고 있던 의료진에게 심폐소생술을 받은 햄린은 곧 신시내티대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후 의식불명 상태였던 그는 현재 주변 사람들과 글씨로는 소통이 가능한 상황이다. 신시내티대 의료진에 따르면 햄린의 신체 기능은 하나둘 깨어나고 있지만 호흡을 위해 목구멍에 관을 삽입한 상태여서 말을 할 수가 없다. 햄린의 치료를 담당한 티머시 프리츠 박사는 “햄린이 아직 중환자실에 있지만 신경학적 기능은 정상인 것으로 보인다. 이야기를 들으면 그대로 몸을 움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햄린이 경기 결과를 묻기에 ‘그렇다. 햄린 당신은 당신의 인생 경기에서 승리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실제로는 햄린이 쓰러진 뒤 NFL 사무국은 곧바로 경기 중단을 선언했으며 앞으로도 이 경기를 재개하지 않을 방침이다. NFL 사무국은 이날 “이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플레이오프 시드를 배치하고 예정대로 일정을 진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햄린의 회복 소식을 전해 들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좋은 소식이다. 다마, 내가 어제 당신의 부모님께 말했듯 나와 아내는 미국의 모든 국민들과 함께 당신과 당신의 가족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썼다. 햄린은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나눠주기 위해 2020년에 기부재단 ‘체이싱엠스’를 만들었다. 햄린이 경기 도중 쓰러졌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이틀 만에 772만 달러(약 98억 원)의 성금이 모였다. 재단 설립 후 지난해 12월까지 모인 전체 성금은 3000달러가 채 안 됐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벨기에의 ‘당구 황제’ 프레드릭 쿠드롱(55·웰컴저축은행)이 자신이 갖고 있던 프로당구(PBA) 통산 최다 우승 기록을 7회로 늘렸다. 쿠드롱은 5일 경기 고양시 소노캄고양에서 열린 개인투어 6차 대회 NH농협카드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벨기에의 에디 레펜스(54·SK렌터카)를 4-1(15-0, 15-11, 15-12, 4-15, 15-7)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3월 SK렌터카 챔피언십 왕중왕전 이후 10개월 만이자 이번 시즌 첫 우승이다. 개인 통산 일곱 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쿠드롱은 이 부문 2위(3회 우승)인 스페인의 다비드 마르티네스(32·크라운해태)와 격차를 벌렸다. 우승 상금 1억 원을 챙긴 쿠드롱은 누적 상금을 8억8900만 원으로 늘리면서 상금 2위인 스페인의 다비드 사파타(31·블루원리조트·6억4250만 원)에 2억 원 이상 앞섰다. 쿠드롱은 경기 초반부터 강하게 몰아쳤다. 1세트에 하이런(연속 득점) 11점을 포함해 3이닝 만에 15-0 완승을 거뒀고 2, 3세트에서도 각각 5이닝 만에 승리를 따냈다. 레펜스는 4세트에서 15-4 승리로 한 차례 반격했지만 여기까지였다. 5세트에서 쿠드롱은 8이닝 만에 경기를 마무리했다. 경기 후 쿠드롱은 “4세트까지 계속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번 대회에서 전반적으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쿠드롱은 전날 그리스의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40·하나카드)와 8강전에서 3세트 합계 7이닝 만에 45점을 올리면서 승리를 거둬 PBA 세트제 경기 역대 최고 에버리지(득점을 이닝으로 나눈 것)인 6.429를 기록하기도 했다. 종전 최고 기록은 역시 쿠드롱이 갖고 있던 3.550(20이닝 71득점)이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당구 여제’ 김가영(40)이 여자프로당구(LPBA) 역대 최다인 통산 다섯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김가영은 4일 경기 고양시 소노캄고양에서 열린 개인투어 6차 대회 NH농협카드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김예은(24)을 4-3(11-8, 5-11, 11-9, 4-11, 11-7, 7-11, 9-5)으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4차 대회인 지난해 10월 휴온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이미래(27), 임정숙(37)과 함께 4승을 기록 중이던 김가영은 이번 우승으로 여자 당구의 새 기록을 썼다. 김가영은 우승 상금 2000만 원을 추가해 상금 랭킹에서 스롱 피아비(33·캄보디아·2865만 원)를 제치고 시즌 1위(4675만 원)로 올라섰다. 이날 결승은 3시간 넘게 승부가 이어진 접전이었다. 김가영이 한 세트를 따내면 김예은이 바로 따라붙는 양상으로 진행됐다. 김가영은 세트스코어 2-2로 맞선 5세트에서 김예은에게 하이런(연속 득점) 4점을 내주며 역전패를 당할 위기에 몰렸지만 3-7로 뒤진 7이닝에 8연속 득점으로 전세를 뒤집으며 위기에서 벗어났다. 승부를 마지막 7세트까지 끌고 간 김가영은 7-5로 앞선 10이닝 공격에서 2점을 내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김가영은 경기 후 눈물을 쏟았다. 최근 돌아가신 할머니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김가영은 “대회 기간에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할머니 생각을 안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며 “할머니가 살아 계실 때 제가 해드린 게 별로 없었다. 그동안 여러 번 우승하면서도 할머니께 트로피를 가져다드린 적이 없는데 오늘 우승 트로피는 할머니 영전에 바치겠다”고 말했다. 김가영은 지난해 12월 31일 할머니 별세 소식을 접한 뒤 2일 발인까지 경기장과 장례식장을 오가면서 대회 일정을 소화한 끝에 정상에 올랐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여자프로당구(LPBA) 2022~2023시즌 NH농협카드 챔피언십 결승전이 열린 4일 경기 고양시 소노캄고양. 이날 7세트 접전 끝에 우승을 확정한 ‘당구 여제’ 김가영(40·하나카드)은 트로피를 받아든 순간 눈물을 흘렸다. 당구를 시작한 이후 다섯 차례 품에 안은 프로 우승 트로피였지만 이날만큼은 그 의미가 남달랐다. 이날 우승으로 김가영은 LPBA 역대 최다 우승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김가영은 지난해 10월 휴온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이미래(27·TS샴푸·푸라닭), 임정숙(37·크라운해태)과 최다 우승 공동 선두(4회)에 올라 있었다. 그 전까지 748일간 무관에 그치며 LPBA 최다 준우승(3회) 기록만 세웠던 김가영은 최다 우승 1위가 됐다. 3시간이 넘는 혈투 속에서 얻어낸 값진 우승이었다. 이날 김가영은 결승 상대인 김예은(24)을 4-3(11-8, 5-11, 11-9, 4-11, 11-7, 7-11, 9-5)으로 꺾었다. 김가영이 한 세트를 따내면 김예은이 다시 한 세트를 따라붙는 양상으로 경기가 펼쳐졌다. 특히 세트 스코어 2-2로 맞선 5세트에서는 김예은에 4연속 득점을 내주며 한 때 역전 위기에 몰리기도 했지만 3-7로 뒤진 7이닝 8연속 득점을 쏟아내며 승부를 뒤집는 뚝심을 보여줬다. 김가영은 “(결승전의) 모든 상황이 어려웠다. 상대 선수가 한 세트씩 쫓아오면서 압박을 해오니 심리적으로 부담이 됐다”면서도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겠다는 생각에 집중하려 했다. (5세트에서) 마침 그 상황이 왔고, 연속 득점으로 분위기를 바꿀 수 있었다”고 말했다. 승부는 마지막 7세트에 이르러서야 결판이 났다. 7이닝까지 5-4로 근소하게 앞서있던 김가영은 8, 9이닝 동안 1득점에 그친 김예은의 부진을 틈타 2득점을 내며 점수차를 벌렸고, 7-5 리드 상황에서 맞은 10이닝 공격에서 마저 2득점을 채워내 우승을 일궜다. 이날 김가영이 눈물을 흘린 건 어렵게 얻어낸 최다 우승 타이틀 때문만은 아니었다. 김가영은 대회 초반 조모상 소식을 전해들었다. 하지만 대회를 포기하지는 않았다. 김가영은 경기마다 소속 팀의 상징 색인 녹색 대신 검은색 유니폼을 입었고, 머리에는 하얀색 머리핀을 꽂아 조의를 표했다. 김가영은 “(돌아가신 할머니에 대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게 하려고 이번주 내내 노력을 많이 했다. 그 일을 계기로 ‘더 잘해야 한다’는 마음이 드는 순간 그동안 잘해왔던 걸 오히려 더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묻어뒀던 감정은 결승전 승부가 끝난 뒤에야 터져나왔다. 우승 확정 후 눈물을 흘린 김가영은 “할머니가 살아계셨을 때 내가 할머니께 해드린 게 별로 없었다”며 “그동안 여러번 우승하면서도 할머니께 트로피를 가져다드린 적이 없다. 오늘 우승 트로피는 할머니 영전에 선물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하는 한국 대표팀이 ‘땅볼 투수’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골드글러브급 내야 라인을 앞세워 4강 진출에 도전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4일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월 8일 막이 오르는 WBC 최종 엔트리(30명)를 발표했다. 이강철 한국 대표팀 감독(KT)은 “(한국 야구가)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다고 생각한다. 모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성적을 내겠다”며 “일본을 벗어나 먼 곳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 중국 체코 호주와 이번 대회 B조에 속한 한국은 8강까지 일본 도쿄돔에서 치르며 4강에 진출해야 미국으로 건너갈 수 있다. 한국 대표팀 엔트리 구성은 첫 경기 상대인 ‘호주 맞춤형’이라고 할 수 있다. 3월 9일 대회 첫 경기 상대인 호주에 승리해야 다음 날 열리는 일본전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총 20개국이 출전하는 이번 대회에서는 1라운드 각 조 2위까지 8강행 티켓을 받는다. 단기전은 마운드 싸움에서 승패가 갈리는 일이 많다. 이 감독은 “호주 타자들이 낙차가 큰 포크볼 등 변화구에 약하다”면서 “대표팀 투수 대부분을 땅볼 유도에 장점이 있는 선수들로 구성했다”고 말했다. 이번 대표팀 투수 15명 중 11명(73.3%)은 뜬공 대비 땅볼 아웃 비율이 리그 평균(1.02)보다 높다. 이번 대표팀 투수 15명은 평균 27.1세로 이번까지 5차례 WBC 대표팀 가운데 가장 어리다. 이 감독은 어린 투수들이 수비 실책 때문에 흔들리지 않도록 2021년 내셔널리그(NL) 2루수 부문 골드글러브 수상자 토미 에드먼(28·세인트루이스)과 지난해 NL 유격수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 3인에 이름을 올린 김하성(28·샌디에이고)으로 ‘키스톤 콤비’를 꾸리기로 했다. 피츠버그 1루수 최지만(32)도 생애 처음으로 성인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타선 구성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15명 중 8명(53.3%)이 이정후(25·키움) 같은 왼손 타자라는 점이다. 에드먼도 스위치 타자라 왼손 타격이 가능하다. 호주가 오른손 투수 위주로 마운드를 꾸릴 것으로 예상하고 이에 대비한 결과다. 이와 함께 도쿄돔이 ‘홈런 공장’으로 유명한 만큼 박병호(37·KT), 최정(36·SSG) 같은 우타거포를 선발해 ‘게임 체인저’ 역할을 맡기기로 했다. 고교 시절 학교폭력 전력이 있는 안우진(24·키움)은 결국 이번 대표팀 명단에서 빠졌다. 조범현 KBO 기술위원장은 “선수 기량뿐 아니라 국가대표의 상징적 의미와 책임감, 자긍심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팀별로는 LG가 6명으로 대표 선수를 가장 많이 배출한 반면 한화는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대표 선수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조 위원장은 “논의 과정에서 이름이 거론된 (한화) 선수가 있기는 했지만 최고의 전력을 구상하다 보니 최종적으로 빠지게 됐다”고 말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프로야구 KT 투수 주권(28·사진)이 중국 대표팀 멤버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한다. 한국인 어머니와 중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주권은 2일 수원 KT위즈파크를 찾아 KT 이강철 감독(57)에게 중국 대표로 WBC에 출전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한국 WBC 대표팀 사령탑을 맡고 있는 이 감독은 “큰 무대에서 뛰는 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답하며 이를 받아들였다. 중국 지린성 출신인 주권은 만 10세였던 2005년 어머니와 함께 한국으로 건너온 뒤 이듬해 한국 국적을 얻었다. 그런데도 그가 중국 대표 선수로 뛸 수 있는 건 WBC가 선수 본인은 물론이고 부모, 조부모 등의 출신국 대표로도 출전할 수 있도록 국적 규정을 열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주권은 2017년 WBC 때도 중국 대표로 출전했다. 주권이 한국 대표로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낮은 점도 이번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주권은 지난해 11월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표한 WBC 관심 명단 50인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불펜 투수인 주권은 2020년에는 31홀드(1위), 2021년에는 27홀드(2위)를 기록했지만 지난 시즌에는 15홀드(12위) 평균자책점 3.91에 그쳤다. 주권은 “KBO의 관심 명단 발표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국야구협회(CBA)에서 출전 요청을 받았다. 고민을 많이 했지만 WBC라는 큰 무대에서 야구 선수로서 뛰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3월 13일 중국과 대회 1라운드 B조 경기를 앞두고 있는 이 감독은 “주권이 한국전에는 출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웃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프로야구 키움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도전을 선언한 이정후(25·사진)가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MLB로 가는 것을 허락했다. 키움 구단은 “내부 논의를 거쳐 이정후 선수의 메이저리그 도전 의지를 존중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구단 차원에서 도울 수 있는 부분은 돕고 지원하기로 했다”고 2일 발표했다. 구단의 이런 결정을 전해 들은 이정후는 “허락해 준 구단에 감사하다. 신인 시절부터 지금까지 구단이 많은 도움을 준 덕분에 해외 진출을 꿈꾸고 도전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가 중요하다. 무엇보다 이번 시즌에 집중하겠다. 개인적인 도전에 앞서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타격 5관왕과 함께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이정후는 지난해 12월 19일 구단 사무실을 찾아 2023시즌 종료 후 MLB에 도전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정후가 MLB 도전 의사를 밝히자 MLB.com은 하루 만인 20일 홈페이지 첫 화면에 이정후를 집중 조명하는 기사를 내걸 만큼 큰 관심을 나타냈다. 프로 데뷔 7년 차를 맞은 이정후는 올해 정규시즌 1군 등록일수 145일을 채우면 구단 허락 아래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MLB 구단과 계약할 수 있다. 한국 프로야구 리그에서 뛰는 국내 선수가 MLB로 진출하는 길은 7시즌을 뛴 뒤 소속 구단 동의를 얻어 포스팅 시스템을 통하거나 8시즌을 채운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MLB 구단과 직접 계약하는 방법이 있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하면 MLB 전체 30개 팀과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지만 국내 프로야구로 복귀할 경우 원 소속팀에서 4시즌을 뛰어야 FA 자격을 다시 얻는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개인적으로는 의미 있는 기록을 남겼지만 우리 팀은 목표로 했던 우승을 하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2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만난 프로야구 LG 유격수 오지환(33)은 “우승을 놓쳤는데 개인 기록이 무슨 소용이 있겠냐”며 새해 2023시즌엔 반드시 우승팀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오지환은 프로 데뷔 후 14번째 시즌이던 지난해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홈런 25개와 타점 87개를 기록했는데 모두 개인 최다였다. 도루 20개를 기록하면서 데뷔 후 처음으로 ‘20-20클럽(홈런, 도루 각 20개 이상)’에도 가입했다. ‘9전 10기’ 끝에 황금장갑도 품에 안았다. 오지환은 2021년까지 9번이나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 후보에 올랐지만 한 번도 수상하지 못했었다. 오지환이 주장을 맡은 2022시즌 LG는 팀 창단 이후 최다인 87승(2무 55패)을 거뒀다. 하지만 오지환은 “골든글러브를 받으면서도 기쁘지만은 않았다”고 했다. 목표로 했던 28년 만의 우승을 놓쳤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던 LG는 키움에 패해 한국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했다. 오지환은 인터뷰 도중 ‘책임’이라는 단어를 여러 번 입에 올렸다. 그는 “시즌이 끝나고 나니 모든 일이 다 내 책임 같았다. 류지현 감독님이 물러나셨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유)강남이는 롯데로, (채)은성이는 한화로 팀을 옮겼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우승을 했다면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싶다. 주장인 내가 누구도 지켜주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그럼에도 오지환은 LG에는 좋은 선수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2023시즌에도 충분히 우승을 노려볼 만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오지환은 지난 시즌 후반기에 팀 선배 김현수(35)의 권유로 방망이를 바꿨다. 원래 쓰던 길이 33.5인치(약 85.1cm) 방망이를 내려놓고 조금 더 긴 34인치(약 86.4cm) 방망이를 들고 타석에 섰는데 효과를 봤다. 오지환은 “방망이를 바꾸고 나서는 외야 뜬공으로 잡힐 공이 담장을 종종 넘어가곤 했다”고 말했다. 오지환은 지난 시즌 장타율 0.470을 기록했는데 2016년의 0.494에 이어 데뷔 후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오지환은 LG 지휘봉을 새로 잡은 염경엽 감독을 지켜주고 싶어 했다. 염 감독은 오지환이 입단할 당시 LG 스카우트였는데 오지환 영입에 많은 공을 들였다. 오지환이 입단한 뒤로는 LG 수비코치로 직접 지도하기도 했다. 데뷔 2년 차이던 2010년 오지환은 실책(27개)을 가장 많이 한 수비수였는데 당시 염 코치는 “충분히 좋은 유격수가 될 수 있다”며 자신감을 키워줬다고 한다. 오지환은 “신인 시절 팀 안팎에서 나를 2군으로 보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땐 실수를 너무 많이 해 스스로도 포기하고 2군으로 내려가고 싶었다”며 “그럴 때마다 끝까지 나를 지켜주신 분이 염 감독님이었다. 이번엔 내가 팀 우승으로 감독님을 지켜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LG 구단은 올해로 4년 계약 기간이 끝나는 오지환과 다년 계약을 맺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선언한 상태다. 오지환이 올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기 전에 미리 장기 계약을 맺겠다는 것이다. 그만큼 오지환은 LG에 반드시 필요한 선수라는 의미다. 오지환은 “그동안 LG에서 영구결번을 남긴 멋진 선배들이 있었지만 내야수 영구결번은 아직 없다”며 “끝까지 LG에 남아 (등번호 10번을) 영구결번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프로 데뷔 후 올해로 세 번째 시즌을 보낸 최지훈(25·SSG)은 타율과 안타 홈런 타점 도루 장타율 등 모든 공격 지표에서 최고 성적을 냈다. 말 그대로 ‘커리어 하이’ 시즌이었다. 1, 2번 타자로 경기에 나서 데뷔 후 첫 3할 타율을 남겼다. 최지훈의 올 시즌 타율 0.304는 규정타석을 채운 SSG 타자들 중 가장 높았다. 173개의 안타도 팀 내에서 제일 많았다. 데뷔 후 2년간 6개에 그쳤던 홈런도 올해 10개나 날렸다. 발이 빨라 도루도 31개를 기록하면서 ‘호타준족’ 이미지를 뚜렷하게 심었다. 이 같은 최지훈의 활약은 올해 SSG가 프로야구 사상 첫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첫 경기부터 마지막 경기까지 계속 1위)을 달성하는 데 큰힘이 됐다. 최지훈은 스스로도 만족스러워했다. 27일 그는 “내 별명에 걸맞은 한 시즌을 보낸 것 같다”고 말했다. 최지훈의 별명은 ‘아기 짐승’이다. ‘짐승’이라는 닉네임이 붙은 팀 선배 김강민(40)의 강한 어깨와 빠른 발을 빼닮았다고 해서 팬들이 최지훈에게 붙여준 것이다. 프로에 데뷔하기 전까지만 해도 최지훈은 ‘아기’라는 수식어에 더 가까운 선수였다. 키 178cm, 몸무게 70kg가량으로 운동선수들이 말하는 일명 ‘얇은 몸매’였다. 최지훈은 “‘체격이 작다’ ‘몸이 저래서 운동할 수 있겠냐’는 말을 늘 많이 들었다”며 “운동선수로서 자존심이 많이 상했고 그럴 때마다 야구를 더 열심히 해서 무시당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집에서 아버지가 던져주는 작은 병뚜껑에 나무 막대기를 휘둘러대다 야구에 재미를 붙인 최지훈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야구 선수가 됐다. 하지만 중고교를 거쳐 대학에 입학한 뒤까지도 “저런 체구로 무슨 야구를 하느냐”는 말이 따라다녔다. 대학 3학년 때는 23세 이하 국가대표팀에 뽑힐 만큼 실력을 인정받았는데도 작은 체구를 지적하는 이들이 있었다고 한다. 프로 선수가 되면서 최지훈은 체질 개선을 위해 이를 악물었다. 그는 “일단 잘 먹으려고 했다. 먹기 싫어도 끼니를 거르지 않았다”고 했다. 또 최지훈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하루 1시간은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면서 근육량과 체격을 키웠다. 그는 “몸을 키웠더니 이번 여름에는 체중이 줄지 않더라. 올해는 ‘몸무게 방어가 잘된 해’”라며 웃었다. 프로 데뷔 후 3년이 지난 최지훈의 몸무게는 82kg이다. 하체 힘을 키우는 노력도 했다. 타석에서 ‘레그킥’(타격할 때 발을 들었다 내리는 동작)을 하는 최지훈은 팀 훈련이나 개인 훈련 시간 외에도 방 안에서 왼발로만 서서 버티는 연습을 하루 100번 이상씩 한다. 자신과 같은 왼손 타자이면서 타격 시 레그킥을 했던 이진영 SSG 타격 코치(42)의 조언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한다. 최지훈의 내년 시즌 목표는 골든글러브 수상이다. 최지훈은 올해 3명이 수상하는 골든글러브 외야수 부문에서 득표 순위 4위를 해 황금장갑을 끼지 못했다. 최지훈은 “앞으로 골든글러브를 두 번 받는 게 목표다. ‘짐승’ 김강민 선배가 한 번(2010년) 받았으니 그보다 많이 받으면 나도 ‘아기 짐승’에서 ‘아기’란 수식어를 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미국프로농구(NBA) 니콜라 요키치(27·덴버)가 ‘트리플 더블’을 앞세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한 발자국씩 가까워지고 있다. 요키치는 26일 현재 29경기 7개의 트리플 더블로 이 부문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시즌 득점 선두(1016점)인 루카 돈치치(23·댈러스)가 트리플 더블 6개로 뒤를 바짝 좇고 있지만 요키치의 출전 경기 수가 2경기 적은 점을 감안하면 트리플 더블 페이스에서는 돈치치가 요키치를 따라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최근 2년 연속 정규리그 MVP에 오른 요키치는 트리플 더블의 근간이 되는 득점-리바운드-도움 기록에서 고르게 팔방미인급 활약을 펼쳐왔다. 지난 시즌 요키치는 트리플 더블 19개로 디존테 머레이(13개·당시 샌안토니오)를 제치고 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총 득점 5위(2004점)-리바운드 1위(1019개)-도움 1위(584개) 등 세부 지표도 뛰어났다. 요키치의 2020~2021시즌도 다르지 않았다. 트리플 더블 순위에서는 1위(38개) 러셀 웨스트브룩(워싱턴)에 밀려 2위(16개)에 그쳤지만 득점 3위(1898점)-리바운드 5위(780개)-도움 3위(599개) 등 주요 지표가 고르게 상위권을 유지했다. 웨스트브룩은 득점 19위(1445개)-리바운드 7위(750개)-도움 1위(763개)로 도움에서만 두각을 드러냈다. 트리플 더블 활약은 이제 요키치를 나타내는 특색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NBA 공식 홈페이지 NBA.com은 27일 요키치를 포함한 MVP 레이스 상위 5인을 발표하며 “요키치가 19일 샬럿전에서 40득점 27리바운드 10도움 트리플 더블을 올려 1968년 윌트 체임벌린 이후 첫 40득점-25리바운드-10어시스트 이상을 기록했다. 21일 멤피스전에서는 13득점-13리바운드-13도움의 독특한 트리플 더블을 만들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MVP 수상에 있어서 요키치와 같이 득점-리바운드-도움의 고른 활약은 특정 공격 지표에서만 활약하는 ‘한 우물’식 스탯보다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시즌 평균 득점 1위에 오른 조엘 엠비드(필라델피아)는 MVP 투표에서 요키치에 밀려 2위, 도움 1위 크리스 폴(피닉스)도 9위에 머물렀다. 2020~2021시즌에도 득점 선두 스테픈 커리(골든스테이트)는 3위, 도움 1위 웨스트브룩은 11위를 기록했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소속팀 덴버가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점도 MVP를 노리는 요키치에게는 희소식이다. 덴버는 26일 현재 21승 11패(승률 0.656)로 서부 콘퍼런스 1위를 달리고 있다. 요키치가 MVP를 수상한 지난 시즌 덴버는 6위, 2020~2021시즌에는 3위로 정규리그를 마쳤다. 요키치가 이번 시즌에도 MVP에 오르면 37년 만의 3연속 MVP가 탄생한다. 래리 버드(당시 보스턴)가 1983~1984시즌부터 1985~1986시즌 사이에 세운 3연속 MVP가 가장 최근의 기록이다. 지금까지 3연속 MVP를 수상한 선수는 버드를 포함해 체임벌린(1965~1968), 빌 러셀(1960~1963) 등 3명뿐이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미국프로농구(NBA) 슈퍼스타 스테픈 커리(34·골든스테이트)가 내년 초까지 더 결장할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은 “왼쪽 어깨 탈구 부상에서 회복 중인 커리가 최소 2주는 더 경기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고 25일 전했다. 지난 시즌 NBA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인 커리는 이번 시즌에도 정규리그 26경기에서 평균 30.0득점, 6.6리바운드, 6.8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활약을 펼쳤으나, 15일 인디애나와의 경기 도중 어깨를 다친 뒤 전력에서 이탈했다. 골든스테이트 구단은 이날 “최근 검사 결과 커리가 (부상 회복에) 진전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2주 뒤 재검사를 받는다”고 밝혔다. 커리의 부재가 길어질수록 골든스테이트의 근심은 커진다. 골든스테이트는 최근 커리가 결장한 4경기에서 1승 3패로 부진했으며, 현재 리그 순위는 서부 콘퍼런스 15개 팀 중 11위(15승 18패)다. 커리의 부상으로 ‘디펜딩 챔피언’ 골든스테이트는 포스트시즌 탈락마저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전체 82경기 중 33경기를 치른 골든스테이트는 지난 시즌 동일한 경기 수를 치렀을 때 서부 1위(27승 6패·승률 0.818)에 올라 있었다. 당시 골든스테이트는 정규리그를 서부 3위로 마쳤다. 시즌 종료 전까지 서부 10위 안에 들어야만 7∼10위 팀이 벌이는 플레이인토너먼트로 플레이오프(PO) 진출의 희망을 이어갈 수 있다. 커리는 빨라야 내년 1월 8일 올랜도전에 코트로 돌아온다. 골든스테이트는 그때까지 치르게 될 6경기 중 멤피스(20승 11패·서부 2위)와 유타(19승 16패·서부 7위), 애틀랜타(17승 16패·동부 7위) 등 강팀을 상대한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타일러-테일러 로저스(이상 32)가 역대 네 번째 ‘한 팀 쌍둥이 형제’로 이름을 올릴 전망이다. 둘은 각각 팀 승리를 책임지는 필승조와 마무리 투수 보직을 맡은 만큼 MLB 역사상 최초로 ‘쌍둥이 형제 승리’란 진기록이 나올 가능성도 열렸다. 메이저리그 공식 사이트 MLB.com은 샌프란시스코가 샌디에이고에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테일러 로저스와 3년 3300만 달러(약 423억 원)의 입단 계약에 합의했다고 24일 전했다. 샌프란시스코에는 2019년부터 그의 쌍둥이 형제인 타일러 로저스가 뛰고 있다. 테일러가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하면 33년 만에 쌍둥이 형제가 한솥밥을 먹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 로저스 형제 전까지 MLB 한 팀에서 쌍둥이가 함께 뛴 사례는 세 차례뿐이었다. 1915년 보스턴 브레이브스(현 애틀랜타)에서 같은 유니폼을 입었던 조 섀넌(1897~1955)과 레드 섀넌(1897~1970)이 첫 번째였고, 1953년과 1955~1958년 에디 오브라이언(1930~2014)과 조니 오브라이언(93)이 피츠버그에서 동시에 활약했다. 직전인 1990년에는 오클랜드에서 호세 칸세코와 오지 칸세코(이상 58) 형제가 함께했다. 로저스 형제가 MLB 무대에서 만나게 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둘은 올해 4월 12일 캘리포니아주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와 샌디에이고의 맞대결에서 함께 마운드를 밟았다. 타일러는 2-2로 맞선 7회 1이닝 2피안타 1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당시 샌디에이고 소속이던 테일러가 4-2로 앞선 9회말 등판해 1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챙기면서 형제간 맞대결은 테일러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하지만 MLB 통산 커리어로 볼 때 앞서 있는 선수는 타일러다. 타일러는 2019년 빅리그에 데뷔해 4년간 15승 8패 평균자책점 2.94를 기록했다. 타일러보다 3년 빠른 2016년에 미네소타에서 데뷔전을 치른 테일러는 7년 동안 21승 26패로 5할에 못 미치는 승률을 남겼다. 통산 평균자책점도 3.42로 비교적 부진하다. 같은 팀 소속이 된 두 선수는 이제 서로가 아닌 새로운 기록과의 경쟁을 시작한다. 그간 MLB에는 로저스 형제를 포함해 열 쌍둥이 형제가 있었지만 이들 중 동일한 경기에 같은 유니폼을 입고 뛴 사례는 1956년 8월 1일 세인트루이스전에 출전한 오브라이언 형제 한 차례뿐이었다. 그간 불펜 투수 보직으로 뛰어온 로저스 형제가 2023시즌 한 경기에 동시 출격하면 이는 67년 만의 역대 두 번째 사례가 나오게 된다. 쌍둥이 형제가 팀 승리를 함께 일구는 빅리그 역사상 최초의 기록이 쓰일 수 있다. 과거 오브라이언 형제는 세인트루이스에 0-7로 뒤진 6회초부터 각 2이닝씩을 책임져 추격조 역할을 했지만 이후 팀 타선이 한 점도 내지 못하며 패전의 아픔을 함께해야 했다. 반면 타일러는 샌프란시스코의 필승조, 테일러는 샌디에이고의 마무리로 활약해온 만큼 함께 승리를 따낼 가능성이 적지 않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주인공은 에런 저지(30·사진)였다. 그런데 윌리 랜돌프(68)가 먼저 22일 미국 뉴욕 양키스타디움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 나타나면서 장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어 ‘뉴욕의 연인’ 데릭 지터(48)까지 모습을 드러내면서 소문이 사실이 됐다. 저지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뉴욕 양키스 119년 역사상 16번째로 ‘주장’ 타이틀을 얻게 된 것이다. 올 시즌 아메리칸리그(AL) 최다 홈런 기록(62개)을 새로 쓴 저지는 이날 안방구장을 찾아 MLB 자유계약선수(FA) 역사상 최대 규모인 3억6000만 달러(약 4590억 원)에 정식 계약을 마쳤다. 이어 열린 기자회견에서 할 스타인브레너 양키스 구단주(53)는 “저지가 없는 양키스를 상상할 수 없었다”면서 “저지가 2014년 지터의 은퇴 이후 공석으로 남아 있던 팀 주장 자리를 맡게 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양키스는 이를 기념하는 차원에서 12대(1986∼1988년) 주장이었던 랜돌프와 15대(2003∼2014년) 주장이었던 지터를 기자회견장에 초대해 명예를 더했다. 저지는 “주장 제안을 듣고 루 게릭(1903∼1941), 돈 매팅리(61), 랜돌프, 지터 같은 양키스의 역대 주장들 이름을 다시 살펴봤다”면서 “그들은 단지 멋진 선수일 뿐 아니라 양키스는 물론 MLB를 대표하는 명예 대사 같은 존재였다. 그들과 나란히 이름을 올리는 건 믿을 수 없는 영광”이라고 답했다. 역대 양키스 주장 15명 가운데 초대 주장인 클라크 그리피스(1869∼1955)를 포함해 총 6명이 미국 야구 명예의 전당 회원이다. 해마다 주장을 뽑는 한국 프로야구 팀과 달리 MLB에서는 주장을 선임하는 일이 드물다. 올 시즌에는 주장을 선임한 팀이 단 한 팀도 없었고 내년에 주장을 맡게 되는 선수도 현재까지는 저지 한 명뿐이다. 주장 선임은 의미가 있는 일이다. 양키스는 게릭이 근위축성측색경화증(루게릭병)으로 은퇴한 1939년 이후 서먼 먼슨(1947∼1979)이 1976년 주장을 맡기 전까지 37년 동안 주장 자리를 비워놓기도 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골키퍼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30)가 21일 자국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우승 행진 행사에 기저귀를 찬 아기 인형에 킬리안 음바페(24·프랑스)의 얼굴 사진을 붙인 채 등장했다. 아르헨티나는 이 대회 결승에서 승부차기 끝에 프랑스를 꺾고 36년 만에 월드컵을 들어올렸다. 영국 매체 ‘미러’는 “마르티네스가 음바페를 다시 한번 잔인하게 조롱했다”며 “마르티네스의 옆에는 리오넬 메시(35)도 서 있었다. 이 상황은 앞으로 같은 클럽(파리 생제르맹)에서 마주하게 될 메시와 음바페의 사이를 어색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전했다. 마르티네스는 승부차기가 끝난 뒤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있던 음바페에게 다가가 위로를 건넸지만 이후 라커룸에서 열린 축하 파티 때 “음바페를 위해 침묵!”이라고 외치면서 상대 선수를 비웃었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마르티네스의 일련의 행위가) 6개월 전 음바페의 발언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음바페는 6월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 경기를 치른 뒤 “남미 축구는 유럽만큼 발전하지 않았다”고 인터뷰했다. 아르헨티나 대표팀은 이날 지붕이 없는 2층 버스를 타고 약 30km를 행진할 계획이었지만 카퍼레이드 장소에 400만 명 이상이 몰려 도로 한복판에 갇히고 말았다. 결국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메시를 비롯한 선수들은 헬기를 타고 행사장을 빠져나와야 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20대 남성 한 명이 건물 지붕 위에서 떨어져 목숨을 잃었고, 부모를 따라 행사장을 찾았던 만 5세 소년도 머리를 다쳐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KBO리그 최우수선수(MVP) 이정후(24·키움)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도전을 공식 선언한 지 하루 만에 빅리그에서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MLB.com은 20일 ‘한국발 선풍(sensation)이 MLB 팀에 날개 밑에 부는 바람이 될 수 있다’는 제목으로 이정후를 집중 조명하는 기사를 메인 페이지에 내걸었다. 1990년 그래미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노래’로 뽑힌 ‘내 날개 밑에 부는 바람(Wind Beneath My Wings)’에서 따온 제목이다. 이 노래는 키움의 애칭이기도 한 ‘히어로’라는 제목으로 1983년 발표된 적도 있다. 그만큼 세심하게 제목을 선정한 것이다. 물론 ‘바람’ 이야기를 꺼낸 건 별명 때문이다. MLB.com은 “이정후의 아버지는 KBO리그의 레전드 선수 이종범(52)이다. 이종범의 별명이 ‘바람의 아들’이라 이정후는 ‘바람의 손자’라 불린다”며 “이정후는 KBO리그에서 3000타석 이상을 소화한 타자 중 통산 타율(0.342)이 가장 높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정후는 올해 627타석에서 볼넷을 66개 얻어내는 동안 삼진은 32번밖에 당하지 않았다”면서 “많은 한국 출신 타자들이 MLB 무대에서 빅리그 투수들에게 고전했지만 이정후는 빼어난 선구안 덕에 MLB 무대에 연착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MLB.com은 올해 6월 18일 안방 LG전에서 이정후가 스트라이크존 바깥으로 한참 벗어난 공에 순간적으로 반응해 안타를 때리는 동영상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블라디미르 게레로(47)를 좋아했다면 이정후도 좋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게레로는 현역 시절 ‘배드볼 히터’로 유명했지만 16년간 MLB 통산 타율 0.318, 449홈런, 1496타점을 기록한 뒤 2018년 야구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내년이면 프로 7년 차가 되는 이정후는 전날 구단 사무실을 찾아 해외 무대 도전 의사를 전달했다. 이정후는 내년 시즌 종료 후 구단 허락하에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 입찰)을 통해 MLB에 진출할 수 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내년이면 제가 2학년인데 그럼 제 위에는 한 학년밖에 없잖아요.” 다니던 학교(서울 대광고)를 나와 실업팀에 입단한 탁구 유망주 오준성(16·미래에셋증권)에게 자퇴 이유를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15일 경기 안양 호계다목적체육관에서 만난 오준성은 “그간 학생 선수 대회에 나가면 두 살 많은 형들도 이겼다. 탁구를 잘하려면 나보다 훨씬 잘하는 형들과 겨뤄야 하는데 계속 학교에 있으면 시간만 낭비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하루 이틀 만에 내린 결정은 아니었다. 오준성은 탁구 선수로 성공하기 위해 학업을 중단하고 실업팀에 진출하고 싶다는 의사를 꾸준히 밝혀 왔다. 하지만 아버지 오상은 프로탁구리그(KTTL) 미래에셋증권 탁구단 남자부 감독(45)이 “아직 실력이 부족하다”며 만류했다. 오 감독은 2012년 런던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이자 종합탁구선수권 남자 단식 최다 우승(6회) 기록을 보유한 한국 탁구의 레전드. 오준성은 경기 오정초 5학년 시절 1년 동안 나선 모든 대회에서 남자 단식 우승을 거두며 전관왕에 올랐던 탁구 기대주다. 그의 잠재력을 알아본 김택수 미래에셋증권 총감독(52)이 올 초부터 오 감독을 설득하며 꾸준히 영입 제안을 해왔다. 오준성은 성적으로 아버지의 마음을 돌려놨다. 8월 열린 제38회 대통령기 전국대회에서 일반부 실업팀 형들을 꺾고 고등학생(1학년)으로는 사상 처음 정상에 오른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 대회 결승에서 오준성이 마주한 상대 선수 강동수(28·미래에셋증권)의 벤치에는 오 감독이 앉아 있었다. 오준성의 경기를 본 오 감독은 “그동안 내가 아들을 과소평가해 왔다”며 실업팀 입단을 허락했다. 오준성의 키는 173cm로 아버지(188cm)보다 작지만 탁구 실력 성장 속도는 오 감독을 능가하고 있다. 아버지보다 1년 빠른 초등학교 2학년 때 탁구에 입문해 3년 만에 전국대회 남자 단식 첫 우승을 일궜다. 오 감독이 중학교 3학년 때 거둔 성적이었다. 전국종별선수권대회 우승도 오준성은 중학교 1학년 때 이뤄내며 아버지의 성적표(중3)를 2년 앞당겼다. 오 감독은 “준성이 나이 때 나를 생각하면 아들이 항상 한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준성이가 어디까지 성장할지 한계가 가늠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아버지와 같은 오른손 셰이크핸드 전형인 오준성은 백 드라이브를 중심으로 한 수비형으로 경기 운영 방식까지 오 감독을 닮았다. 오 감독은 “서브, 포핸드 드라이브 등 공격 기술의 완성도는 보완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경기를 보는 시야가 넓은 건 나보다 낫다. 빠르게 이어지는 랠리 상황에서도 상대가 어디 있는지를 잘 파악해 칠 곳에 변화를 준다”고 칭찬했다. KTTL리그에서 탁구인 부자(父子)가 지도자와 선수로 한솥밥을 먹게 된 건 오상은-준성 부자가 처음이다. 리그 남자부 최연소 선수이기도 한 오준성은 “어렸을 때 누군가 내게 꿈을 물어보면 아버지가 이루지 못했던 올림픽 금메달을 얘기하곤 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아버지가 일군 성적까지만 가는 것도 정말 어려운 일이란 걸 깨닫고 있다”며 “이달 말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태극마크를 다는 것부터 차근차근 목표를 이뤄가겠다”고 다짐했다.안양=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KBO리그의 슈퍼스타가 온다.” 한국 프로야구의 간판 타자 이정후(24·키움)가 메이저리그(MLB) 도전을 공식 선언한 지 하루 만에 빅리그에서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메이저리그 공식 사이트 MLB.com은 20일 “KBO리그의 스타가 내년 (빅리그의)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을 뒤흔들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이정후의 해외 진출 선언을 조명했다. MLB.com은 “내년 FA 시장에 오타니 쇼헤이(28·LA 에인절스), 매니 마차도(30·샌디에이고), 라파엘 디버스(26·보스턴 레드삭스) 뿐 아니라 KBO리그의 슈퍼스타 이정후도 나올 예정”이라고 전했다. 전날 이정후는 소속 팀인 키움 구단의 사무실을 찾아 해외 무대 도전 의사를 공식적으로 전달했다. 내년이 프로 7년차인 이정후는 2023시즌을 정상적으로 소화할 경우 시즌 종료 후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 입찰)을 통해 MLB에 진출할 수도 있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항저우 아시아경기 등 국제 대회 포상 결과에 따라 FA 보상 일수를 합쳐 FA 자격을 얻게 될 수도 있다. MLB.com은 “이정후의 아버지는 KBO리그의 레전드 이종범(52)이다. 이종범의 별명이 ‘바람의 아들’이라 이정후는 ‘바람의 손자’라 불린다”고 이정후를 소개하며 “그의 타격 능력은 KBO리그 최고다. 2022시즌 627타석에서 삼진은 32개뿐이었고, 볼넷은 66개였다. 3000타석 이상을 소화한 리그의 역대 모든 타자 중 통산 타율(0.342)이 가장 높다”고 강조했다. 이정후의 뛰어난 안타 생산 능력은 사례까지 들어가며 칭찬했다. 기사에는 6월 18일 키움의 LG전 영상이 게시됐는데 2-0으로 앞선 3회말 선두 타자 이정후가 상대 선발 임찬규(30)의 시속 142km 속구를 받아쳐 우전 안타로 연결시키는 모습이었다. 당시 임찬규의 공은 좌타자인 이정후의 스트라이크존 몸쪽 아래에 형성돼 방망이를 갖다 대려면 무게 중심이 무너질 수밖에 없었는데 이정후는 타격 자세가 뒤틀린 불안한 모습으로도 안타를 만들어냈다. 이 영상을 소개한 MLB.com은 “어느 곳으로 공이 날아오든 타격할 수 있는 블라디미르 게레로(47)의 능력을 좋아하는 야구 팬이라면 이정후의 플레이도 좋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역 시절 뛰어난 타격 능력으로 ‘괴수’라는 별명을 얻었던 게레로는 2018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인물이다. 키움 구단은 이정후의 해외 진출 허락 여부를 놓고 내년 초 논의를 거쳐 공식적인 결론을 내릴 계획이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