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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한 달 넘게 조사를 거부하고 있는 최순실 씨(61·구속기소)를 압박하기 위해 딸 정유라 씨(21)의 이화여대 입학과 학사비리 수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검은 정 씨가 이화여대에서 부정한 특혜를 받도록 학교 측과 공모한 혐의(업무방해)로 최 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고 24일 밝혔다. 덴마크 경찰에 체포돼 압송 절차를 밟고 있는 정 씨 관련 비리를 철저하게 파헤쳐 최 씨를 항복시키겠다는 게 특검의 복안이다. 정 씨가 최 씨의 '아킬레스건'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최 씨는 검찰 특별수사본부에서 조사를 받을 당시 종종 "유라는 어떻게 되는거냐"며 걱정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국회 국정조사특위의 이른바 '구치소 청문회'에서 최 씨는 "정유라와 박 대통령 중 당신이 구치소에 와 있는 상태에서 누가 더 상실감이 크고 어렵겠냐"는 질문에 "딸이죠"라고 답하며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검찰은 한때 정 씨를 선처하고 최 씨의 자백을 받으려는 시도를 했다고 한다. 특검 관계자는 "최 씨의 체포영장 집행 시점은 최 씨의 재판 일정을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소환을 거부하는 최 씨를 체포하면 48시간 동안 조사가 가능하다. 최 씨의 재판은 24, 25일 연이어 열린 뒤 26일부터 설 연휴(27~30일) 동안 휴정하므로 특검은 26일쯤 최 씨를 체포할 가능성이 높다. 최 씨는 지난해 12월 24일 특검에 한 차례 출석해 조사를 받은 뒤, 이후 7차례에 걸친 소환 요구에 불응했다. 최 씨 측은 특검의 강압 수사 때문에 조사를 못 받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24일 페이스북에 "특검 파견검사가 최순실에게 삼족(三族)을 멸하고 손자까지 감옥에서 썩게 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는 글을 썼다. 하지만 특검은 "터무니없는 얘기"라며 "최순실 측이 수사에 응하지 않으려고 만들어낸 핑계에 불과하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정 씨의 한국 압송 시점은 불투명하다. 덴마크 정부가 압송 결정을 내리더라도 정 씨가 불복하고 현지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법적 대응을 할 경우 압송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허동준기자 hungry@donga.com}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렇게 하면 정말 큰일 난다’고 말씀드렸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61)은 23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대해 박 대통령에게 경고했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블랙리스트 작성 이전인 2014년 1월과 이후인 같은해 7월에 차별과 배제 행위를 막으려 했다는 것. 이날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유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는 김기춘 씨가 주도를 했다”고 강조했다. 구속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을 ‘김기춘 씨’라고 부르며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냈다. 또 “김기춘 씨가 취임한 이후 (블랙리스트가 만들어지는) 그런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고, 그분이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등에서 저한테도 그렇고 여러 차례 블랙리스트 작성에 해당하는 일을 지시했고 리스트 적용을 강요했다”고 말했다. 또 유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를 주도한 사람들이 문체부 담당자들에게 ‘생각하지 마라. 판단은 내가 할 테니까 너희는 시키는 대로만 하라’고 공공연하게 얘기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실무자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면 너무 가혹하다”고 강조했다. 유 전 장관은 “문체부의 현직 후배들이 블랙리스트 관련 모든 자료를 정리해 나를 통해 특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유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는 정부 예산과 제도 등 공공의 자산을 가지고 자기 생각과 다른 사람들을 광범위하게 조직적으로 차별하고 핍박한 헌법 가치 훼손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유신 이후 전두환 시대까지 있다가 민주화 이후 없어진 블랙리스트가 부활해 대한민국 역사를 30년 뒤로 돌려놨다”고 비판했다. 한편 특검은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에 대해 “이화여대 학사 비리에 연루된 혐의(업무방해)가 있다”며 법원에 체포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았다. 지난해 12월 27일 특검에 한 차례 소환된 뒤 “특검이 강압 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6차례에 걸친 소환에 불응하고 있는 최 씨를 소환하기 위한 조치다.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확산되는 유언비어는 이제 단순한 소문이나 구설의 수준을 넘었다. ‘가짜 뉴스’처럼 진위를 알 수 없는 콘텐츠로 진화하면서 가늠하기 힘든 파장을 낳고 있다. 특히 개인과 단체를 타깃으로 하는 인신공격성 유언비어는 당사자에게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안겨준다. 나아가 진영논리나 양극화와 결합하면서 우리 사회 곳곳에서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 ‘반기문 퇴주잔 사건’ 14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충북 음성군에 있는 부친의 묘소를 참배한 뒤 퇴주잔을 묘소에 뿌리지 않고 본인이 바로 마셔버리는 것처럼 편집된 13초짜리 영상이 공개됐다. 해당 동영상은 ‘반기문 퇴주잔 사건’이라는 제목으로 순식간에 퍼졌다. 누리꾼들은 “대통령 선거에 나서겠다는 사람이 전통 관습도 모르냐”며 반 전 총장을 비판했다. ☞ 논란이 일자 반 전 총장 측은 페이스북에 1분 40초짜리 전체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반 전 총장이 음복 전 술잔을 두 번 돌리고 묘소에 뿌린 뒤 다시 받는 장면이 나온다. 그가 실제로 마신 건 음복잔이었다. 반 전 총장은 18일 “페이크 뉴스(가짜 뉴스)로 남을 헐뜯는 것에 기쁨을 느끼는 건 대한민국 국민이 할 일이 아니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촛불집회에서 경찰 113명 부상, 경찰버스 50대 파손’ 박근혜 대통령 측 서석구 변호사는 5일 탄핵심판 2차 변론기일에서 “광화문에서 열린 대규모 촛불집회에서 경찰 113명이 부상당했고 50대의 경찰버스가 부서졌다”고 말했다. 서 변호사는 이날 ‘김정은 동지의 명에 따라 적화통일의 횃불을 들었습네다’라는 북한 노동신문 기사를 언급하며 “촛불집회에 나온 사람들이 종북에 놀아났다”고 말했다. 서 변호사 발언은 보수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됐다. ☞ 서울 광화문광장 등에서 진행된 촛불집회 중 경찰이 다치거나 경찰버스가 부서진 사실은 없다. ‘종북에 놀아났다’는 서 변호사의 발언은 누리꾼들이 노동신문을 편집해 만든 가짜 뉴스에 기반을 둔 것이다.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은 “통일부 확인 결과 해당 내용이 담긴 노동신문 보도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전 대표가 김정일에게 편지를 썼다’ 지난해 12월 인터넷 카페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북한 김정일에게 썼다는 설명이 붙은 편지글이 게시됐다. 편지에는 김정일의 건강을 염려하는 내용과 ‘북남이 하나되어’ 등의 표현이 있었다. 카페 회원들은 “만천하에 알려야 한다”며 SNS로 유포했다. 문 전 대표를 ‘간첩’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 해당 내용의 편지는 박근혜 대통령이 2005년 작성한 편지다. 2002년 방북의 답례성이다. 기본적인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종북몰이를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광주시에 인공기가 펄럭인다’ 3일 보수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 ‘광주시 중앙로 가로등에 걸린 인공기, 북조선 전라공화국’이라는 글과 함께 인공기 사진이 올라왔다. 글에는 ‘광주에서 인공기가 펄럭인다’ 등의 내용과 함께 호남을 비하하는 악성 댓글이 달렸다. 이 글은 온라인을 통해 급속히 확산됐다. ☞ 사진 속 인공기는 광주시와 무관했다. 해당 인공기는 ‘2014 인천 아시아경기’ 당시 경기 고양시 종합체육관 앞 가로등에 게양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 사망’ 지난해 6월 30일 갑자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사망설이 퍼졌다. ‘엠바고 상태이며 오후 3시경 발표 예정’이라는 그럴듯한 설명도 붙었다. 이날 삼성그룹 관련주 거래량이 급증하고 주가는 요동쳤다. 다음 날 삼성전자는 서울지방경찰청에 수사 의뢰 진정서를 제출했다. ☞ 수사 결과 미국에 거주하는 최모 씨가 보수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 조작된 사망 기사를 올린 것이 발단이었다. 경찰은 최 씨를 전기통신기본법 등의 혐의로 입건하고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수배했다.○ ‘성주 참외 사드(THAAD)세요’ 지난해 7월 정부가 경북 성주군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전자파 때문에 참외가 죽는다’, ‘사드 전자파로 암이나 백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등의 유언비어가 빠르게 확산됐다. ☞ 전문가들에 따르면 사드는 해발 400m 고지대에서 상공을 향해 직진 전파를 발사해 주민들이 전자파에 노출되거나 농작물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국립전파연구원은 사드 전자파로 꿀벌이 없어지고 참외 꽃이 수정을 못해 성주 참외가 사라질 것이라는 괴담도 “일부 연구 결과가 와전된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 정치학자, 한국 탄핵운동과 시위 비판’ 지난해 11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영국과 일본 등 해외 유명 정치학자들이 촛불집회를 비판했다’는 글이 돌았다. 박 대통령 지지자들은 “국내 언론이 이런 내용을 의도적으로 보도하지 않는다” “외국에서 바라보는 객관적인 촛불집회 평가”라며 SNS 등으로 유포했다. ☞ 해당 기사에 등장하는 영국의 정치학자 아르토리아 펜드래건은 일본 애니메이션 ‘페이트’ 시리즈의 주요 등장인물이다. 일본의 정치학자 히키가야 하치만도 애니메이션 ‘역시 내 청춘 코미디는 잘못됐다’의 남자 주인공 이름이다. 해외 학자가 촛불집회를 비판한 사례는 보도된 바 없다.김배중 wanted@donga.com·허동준·박성진 기자}

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직후인 19일 오전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실망한 기색이었다. 특검은 “구속영장이 꼭 발부될 것으로 낙관하지는 않았다”면서도 영장 기각이 향후 수사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심하는 모습이었다.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구속영장 기각에 따라 특검은 2월 초로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 이전에 박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를 보강하기 위한 조사를 할 방침이다. ○ “박 대통령 형사처벌 가능성 줄어든 건 아니다”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이 부회장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특검과 피의 사실에 대한 법적 평가에서 ‘견해차’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 “법원의 영장 기각 결정은 매우 유감이나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 흔들림 없이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특검은 수사 초기부터 삼성이 박 대통령과 최순실 씨(61·구속 기소) 모녀에게 지원한 돈의 ‘대가성’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했다. 특검팀 파견 검사 가운데 특별수사 경험이 가장 많은 윤석열 수석파견검사와 한동훈 부장검사에게 이 수사를 맡긴 것도 대가 관계를 확인해 박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를 입증하려던 목적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박 대통령과 최 씨가 삼성의 경영권 승계에 도움을 주고 그 대가로 이 부회장에게 ‘뇌물’을 요구해 받았다”는 특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 대통령에게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하기 위한 연결 고리로 이 부회장을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하려던 특검의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된 것.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 부회장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제3자 뇌물죄’의 핵심 요건인 ‘부정한 청탁’에 대한 소명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했다. 조 부장판사가 구속영장 기각 사유에 “특검이 뇌물을 받았다는 박 대통령과 최 씨를 조사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점도 특검으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특검 안팎에선 이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정 농단 사건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감안할 때 특검이 박 대통령을 뇌물죄로 처벌하기 위해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강수를 둘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또 특검이 뇌물죄 적용의 법리적 논란이 많은 사실을 알면서도 구속영장 청구 절차를 통해 법원에 판단을 맡겨 부담을 덜려고 했다는 분석도 있다. 법조계에선 만약 박 대통령의 뇌물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박 대통령의 형사처벌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뇌물 혐의 외에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했고, 최 씨에게 청와대의 기밀을 누설한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검 수사에 앞서 검찰은 박 대통령이 최 씨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의 공범(직권남용 및 강요 혐의)이며,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8·구속 기소)의 공범(공무상 비밀누설)이라고 밝혔다. 또 특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뇌물죄에 대한 법리적 논란이 있지만 박 대통령이 이 부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에게 최 씨 모녀 지원이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을 요구하며 압박한 자체가 질이 나쁜 범죄”라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 수사 차질 불가피” 특검이 박 대통령의 뇌물 혐의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는 대기업 가운데 상대적으로 혐의 입증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던 삼성에 대한 수사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에 다른 대기업 수사도 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그동안 SK와 롯데, 부영 등 미르·K스포츠재단에 돈을 내거나 최 씨 측에서 돈을 요구받은 기업들에 대한 수사 확대를 공언해왔다.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브리핑에서 “다른 기업에 대한 수사는 예정대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에 따라 특검은 향후 두 재단이나 박 대통령과 최 씨 측에 돈을 건넨 다른 대기업 총수들을 입건하거나 기소하려고 할 경우 지금까지보다 신중한 자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장관석 jks@donga.com·허동준 기자}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딸 정유라 씨(21)에게 학점 특혜를 준 혐의로 류철균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필명 이인화·51·구속)가 재판에 넘겨졌다. 19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따르면 2015년 이화여대에 입학한 정 씨가 1학기 학사경고를 받게 되자 최 씨 모녀는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62·구속)에게 "강의에 나가지 않더라도 학점을 받게 해달라"고 청탁했다, 이후 김 전 학장은 류 교수에게 수차례 "체육특기자인 정 씨가 훈련도 받고 해외도 나가야 하는데 학점과 출석에 편의를 봐 달라"고 요청했고, 지난 해 4월 최 씨 모녀가 직접 류 교수를 찾아가 같은 요청을 했다는 것. 류 교수는 지난 해 1학기 '영화 스토리텔링의 이해' 과목에 출석도 하지 않고 시험도 보지 않은 정 씨에게 합격 성적을 부여했다. 류 교수는 교육부 감사와 검찰 수사에 대비해 조교들을 시켜 허위로 정 씨의 답안지를 작성하게 해 교육부에 제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특검은 또 정 씨의 이화여대 부정 입학과 학사 특혜에 관여한 혐의로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55)에 대해 금명간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8일 박근혜 대통령이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정황을 확보했다. 특검은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 2014년 5월 박 대통령이 “좌파 문화예술계 인사들에게 문체부 예산이 지원되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당시 신동철 대통령정무비서관(56·구속) 주도로 지원 배제 인사 80여 명의 명단이 작성됐다는 것이다. 이 명단이 최초의 블랙리스트라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이 최초의 블랙리스트에는 박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풍자한 그림으로 논란이 됐던 홍성담 작가 등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포함됐다. 이런 혐의 내용이 12일 구속된 신 전 비서관의 영장에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14일 신 전 비서관의 상관이었던 박준우 전 정무수석(64)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신 전 비서관에게서 블랙리스트 작성 사실을 보고받았는지 조사했다. 특검은 또 박 전 수석 후임으로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51)이 정무수석이 된 뒤 정무수석실이 주도해 블랙리스트 명단을 늘려 나간 정황을 포착했다. 이후 지원 배제 명단은 9000명을 넘어섰다. 특검은 18일 조 장관과 블랙리스트 작성의 설계자로 지목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김 전 실장이 청문회에 출석해 “블랙리스트 존재를 몰랐다”고 한 발언이 거짓이라며 김 전 실장을 위증 혐의로 특검에 고발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허동준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고심을 거듭한 끝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에 대해 433억 원의 뇌물 공여 및 94억 원의 횡령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규철 특검보는 “영장 청구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고 있지만 정의를 세우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구속영장 청구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을 분명한 대가 관계가 입증돼야 하는 ‘제3자 뇌물’로 판단한 데 대해 법조계에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또 삼성이 최순실 씨(61·구속 기소) 소유 독일 법인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에 지원금을 보낸 것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준 ‘뇌물’로 구속영장에 적시한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따라서 18일 오전 10시 반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이 부회장의 영장실질심사에서는 특검팀과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 간에 치열한 법리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재단 출연금 뇌물로 볼 수 있나 특검은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에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204억 원의 출연금을 ‘제3자 뇌물’로 적었다. 반면 앞서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재단 출연금을 뇌물로 보기 힘들다며, 대기업의 재단 출연에 관여한 최 씨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에게 직권남용 혐의만 적용해 기소했다. 똑같은 사안에 대해 특검이 이렇게 검찰과 다른 판단을 한 근거는,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2015년 7월 독대 상황이다. 박 대통령은 당시 이 부회장에게 △재단 출연 △승마협회 지원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을 요구한 것으로 특검은 보고 있다. 이 세 가지 요구가 모두 삼성 계열사 합병을 통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박 대통령이 도운 대가라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합병이 이뤄진 다음 재단에 돈이 들어갔는데,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에게 먼저 합병 청탁을 했다는 분명한 근거가 없다면 ‘제3자 뇌물죄’로 보기 모호하다”고 말했다. 특검이 삼성뿐만 아니라 SK, 롯데, CJ 등 다른 대기업들의 재단 출연 경위를 수사하는 데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삼성의 경우 민원(합병)이 먼저 성사됐기 때문에 사후 수뢰죄라는 게 특검의 판단인데, 이런 식이라면 수많은 민원이 있는 대기업들을 모두 ‘제3자 뇌물죄’로 엮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검사장 출신인 한 변호사는 “두 재단에 출연한 대기업 53곳 중 돈을 낼 당시 정부에 ‘아쉬운 사정’이 있었던 곳만 골라 뇌물죄로 수사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부정한 경영권 승계 청탁’ 입증 가능한가 특검이 ‘제3자 뇌물죄’를 입증하려면 그 전제 조건인 이 부회장의 박 대통령에 대한 ‘부정한 청탁’부터 입증해야 한다.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에게 “경영권 승계를 위해 계열사 합병이 되도록 도움을 달라”고 청탁한 사실이 확인돼야 하는 것. 삼성 측은 줄곧 “박 대통령의 강압으로 어쩔 수 없이 최 씨 모녀를 지원했지만 어떤 청탁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특검도 수사 과정에서 경영권 승계 청탁의 뚜렷한 증거는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점을 감안한 듯 특검 관계자들은 “부정한 청탁이 꼭 명시적 언어로 오가야 하는 게 아니라 부정한 대가 관계만 있으면 성립한다”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한 부장판사는 “삼성의 재단 출연 목적이 이 부회장 개인의 이익을 챙기려는 것이었다는 점을 입증하려면 전제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과 최 씨, ‘이익 공유’ 했나 특검은 삼성이 최 씨의 독일 법인에 송금한 돈을 박 대통령에게 직접 준 뇌물로 보고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했다. ‘제3자 뇌물죄’와 달리 구체적인 부정 청탁이 없더라도 박 대통령의 직무 관련성만 입증하면 되기 때문에 특검이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포괄적 뇌물’이 되려면 ‘최 씨의 이익=박 대통령의 이익’이라는 등식이 성립해야 한다. 특검 관계자는 “두 사람이 ‘이익 공유’ 관계라는 증거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는 법원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최 씨가 받은 돈이 ‘박 대통령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받은 것’이라고 입증할 정도로 수사가 돼 있는지 궁금하다”며 “판례상 가족 간에도 ‘이익 공유’는 잘 인정을 안 하는데, 특검이 박 대통령과 최 씨의 ‘이익 공유’ 관계를 입증할 수 있을지 관심”이라고 말했다. 이런 문제 때문에 법조계에선 이 부회장 구속영장이 심각한 법리적 논쟁을 촉발할 것을 특검이 알면서도 법원에 판단의 책임을 떠넘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장관석 jks@donga.com·허동준 기자}
18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의 구속영장실질심사는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51·사법연수원 24기)가 맡는다. 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조 부장판사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른 판결을 내리는 원칙주의자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충남 부여 출신인 조 부장판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92년 사법시험과 행정고시를 같은 해 합격해 1998년 대구지법에서 처음으로 판사를 시작했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 판사 3명 중 선임인 조 부장판사는 지난해 2월부터 대형 형사사건이 몰리는 서울중앙지법에서 피의자들의 구속 여부를 결정해왔다. 조 부장판사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청구한 구속영장 5건 중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61)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관여한 문화체육관광부 김종덕 전 장관(60), 정관주 전 1차관(53),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56) 등 4명의 영장은 발부했다. 하지만 김상률 전 대통령교육문화수석(57)의 구속영장은 “김 전 수석의 역할 등을 감안할 때 구속 사유 및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기각했다. 또 조 부장판사는 지난해 9월 검찰이 1750억 원대 횡령, 배임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2)의 영장실질심사에서 “법리상 다툴 부분이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신 회장에 대한 영장을 재청구하지 않았다.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에 대해 400억 원대 횡령과 뇌물공여, 위증 혐의를 적용해 16일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2015년 7월 25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승마협회와 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지원해달라"는 요구를 받은 것으로 파악했다. 이 부회장은 독대 직후, 그룹 미래전략실 관계자들과 대책회의를 열어 박 대통령의 요구를 전달했는데 특검은 이에 대해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 주재 회의 직후, 최순실 씨(61·구속기소) 소유회사인 독일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와 228억 원대 승마훈련 지원 계약을 맺어 78억 원을 실제로 지급했다. 특검은 최 씨 일가에 지원한 돈이 삼성전자의 회삿돈이라는 점을 들어, 이 부회장에게 횡령 혐의도 적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이 국회 청문회에서 "최 씨의 존재를 뒤늦게 알았다"고 진술한 데 대해서는 위증이라고 판단했다. 또 특검은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미르재단과 케이스포츠재단에 출연한 자금 204억 원도 뇌물 액수에 포함시켰다. 이 부회장은 특검 조사에서 "박 대통령과 독대 후 회의를 연 건 맞지만, 자금을 지원하라고 지시한 적은 없다"고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또 "박 대통령이 여러차례에 걸쳐 강하게 요구해 어쩔 수 없이 최 씨 일가를 지원한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청와대 비선 진료 의혹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또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딸 정유라 씨(21)의 이화여대 입학과 학사 특혜를 주도한 혐의로 김경숙 전 이화여대 신산업융합대학장(62)에 대해서는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 ‘비선 진료’ 본격 수사 특검은 이병석 전 대통령 주치의(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장)를 14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고 15일 밝혔다. 또 이번 주 중으로 최 씨의 단골 성형외과 원장인 김영재 씨와 서창석 전 대통령 주치의(현 서울대병원장)도 소환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이 밖에 최 씨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의약품을 대리 처방해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상만 전 녹십자 아이메드 원장(전 대통령 자문의)도 조사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의 이른바 ‘세월호 7시간’ 의혹에서 비롯한 비선 진료 의혹은, 앞서 국회 국정조사에서도 실체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은 바 있다. 특히 2014년 2월부터 정식 검문을 받지 않고 수차례 청와대를 드나든 성형외과 원장 김 씨는 이번 의혹을 밝혀줄 핵심 인물로 꼽힌다. 전문의도 아닌 김 씨가 대통령 자문의사단에 포함되고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외래교수로 위촉된 과정을 특검은 살펴보고 있다. 김 씨의 처남이 운영하는 회사가 만든 화장품이 청와대 명절 선물로 채택된 경위를 밝히는 것도 수사 대상이다. 청와대에서 ‘무자격 의료시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주사 아줌마’와 ‘기 치료 아줌마’도 특검은 조만간 불러 시술 경위를 확인할 계획이다. 특검은 이들이 청와대를 드나든 과정에서 당시 대통령 주치의였던 이 원장과 서 원장이 이들의 출입과 시술 사실을 알고도 방조한 정황이 드러나면 직무유기 등 형사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최경희 전 총장도 곧 소환 특검이 김 전 학장에게 14일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정 씨를 둘러싼 이화여대 비리 의혹 수사도 정점을 향하고 있다. 앞서 특검은 정 씨에게 입학 또는 학점 특혜를 준 혐의로 이화여대 남궁곤 전 입학처장(56)과 류철균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51)를 구속했다. 특검은 정 씨의 입학 전부터 김 전 학장이 최 씨와 정 씨를 잘 알고 지낸 정황을 파악했다. 또 K스포츠재단 설립 당시 최 씨에게 부탁해 호서대 주모 교수를 재단 등기이사로 앉힌 사실을 확인했다. 주 교수는 김 전 학장의 제자다. 특검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56·구속 기소)으로부터 “김 전 학장에게 ‘정윤회,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에게 신경을 써 달라’고 요청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또 정 씨에게 학점 특혜를 준 혐의로 구속된 류 교수의 변호인은 “김 전 학장이 류 교수에게 최 씨와 정 씨를 소개하며 ‘잘 봐 달라’고 세 차례나 부탁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김 전 학장은 지난해 12월 15일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정 씨 입학 전엔 정 씨를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해 위증 혐의로 특검에 고발당했다. 특검은 이번 주에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55)도 정 씨의 부정 입학을 도운 혐의로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특검은 14일 박준우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64)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청와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경위를 조사했다. 특검은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의혹을 받고 있는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과 조윤선 문체부 장관(51)을 이번 주 내 각각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김준일 jikim@donga.com·허동준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이 12일 박근혜 대통령의 요청으로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삼성뿐 아니라 SK, 롯데, 부영 등 다른 대기업의 박 대통령과 최 씨에 대한 로비 의혹도 수사하고 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을 상대로 삼성전자가 2015년 9, 10월 최 씨와 최 씨의 딸 정유라 씨(21)의 독일 법인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에 승마 지원 명목으로 78억 원을 송금한 경위를 조사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정부의 도움을 받는 대가로 최 씨 모녀를 지원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이 2015년 7월 박 대통령과 독대한 자리에서 박 대통령으로부터 ‘승마 지원’ 요청을 받고 최 씨 모녀에게 돈을 보내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과 최 씨는 뇌물 수수, 이 부회장은 뇌물 공여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은 이 부회장에게 횡령과 배임 혐의 적용도 검토하고 있다. 특검은 지난해 12월 구속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61)으로부터 청와대의 지시로 국민연금에 삼성 계열사 합병 찬성 의결을 압박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또 합병 성사 직후 삼성전자가 최 씨 모녀의 독일 법인과 200억 원대 승마 지원 계약을 맺은 정황도 확인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특검에서 “박 대통령의 강한 요청을 거부할 수 없어서 최 씨 모녀의 독일 법인에 돈을 송금한 것”이라며 “삼성 계열사 합병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SK가 면세점 사업 인허가 특혜와 최태원 SK 회장의 2015년 광복절 특별사면 대가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자금 출연을 한 것인지 수사 중이다. 면세점 인허가 로비를 벌인 의혹을 받는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과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가 출국 금지됐다. K스포츠재단 측에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하고 그 대가로 경기 하남 체육센터 건립을 지원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는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도 출국 금지됐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허동준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덴마크에서 체포된 최순실 씨(61)의 딸 정유라 씨(21)의 조속한 국내 압송을 위해 독일 정부에 정 씨의 비자 무효화를 요청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앞서 우리 정부는 정 씨의 여권을 무효화했지만, 독일 정부가 발급한 비자는 여전히 유효해 이를 근거로 정 씨가 계속 해외에 체류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외교부에 따르면 정 씨의 여권은 이날 밤 12시에 효력을 상실했다. 특검은 그간 정 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 절차와 동시에 여권 무효화를 추진해왔다. 여권 무효화를 근거로 덴마크 정부가 정 씨의 강제추방 및 범죄인 인도를 결정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특검은 이에 더해 독일 정부에 “정 씨의 비자는 유효한 여권을 전제로 발급됐지만, 여권이 무효화됐다”며 비자 취소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정 씨가 독일과 함께 유럽연합(EU)에 속한 국가인 덴마크에 머무를 법적 자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목적이다. 여권 무효화 이후에도 정 씨는 독일 정부가 발급한 비자의 유효기한이 남아 있는 동안 덴마크와 독일 등 EU 국가에서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다. 하지만 독일 정부가 정 씨의 비자를 무효화하면 정 씨는 덴마크에서도 불법 체류자가 되는 것. 비자 무효화가 이뤄지면 덴마크 정부가 정 씨를 추방할 가능성이 높아져 정 씨의 신병을 이른 시일 안에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특검은 기대하고 있다. 정 씨가 체포되면서 정 씨가 머물러 온 덴마크 집의 200만 원이 훌쩍 넘는 월세를 누가 낼지 관심이다. 정 씨는 체포 직후인 2일 올보르 법원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수중에) ‘땡전 한 푼’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현재 덴마크 집에는 정 씨의 아이(2)와 보모가 정 씨가 키우던 개,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다. 정 씨의 덴마크 집 주인 수잔 슈미트 부부는 9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정 씨가 지난 3개월 치 월세는 모두 냈지만 이번 달 월세를 낼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슈미트 부부는 “정 씨를 직접 만난 적은 없다”며 “만약 (정 씨가) 우리 뒤통수를 치면 바로 쫓아내버리겠다”고 단호히 말했다. 한편 정 씨의 말 거래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올보르 북동쪽 외곽 헬그스트란 승마장 측은 기자를 보자마자 “2분 안에 사라지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고함을 칠 정도로 예민한 모습을 보였다. 승마장 대표인 안드레아스 헬그스트란 씨는 삼성이 정 씨를 위해 구입한 명마 ‘비타나V’와 ‘살바토르31’의 거래를 중개했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 올보르=조동주 특파원}
최순실 씨(61·구속 기소)가 사용한 태블릿PC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제출한 인물은 다름 아닌 최 씨가 특별히 아꼈다는 조카 장시호 씨(38·구속 기소)였다. 구치소에 수감 중인 최 씨는 10일 장 씨가 ‘자발적으로’ 특검에 본인의 태블릿PC를 임의 제출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격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인 접견 과정에서 최 씨는 “이게 또 어디서 이런 걸 만들어 와서 나한테 덤터기를 씌우려 하냐”며 “뒤에서 온갖 짓을 다 한다”고 크게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가 분노한 배경은 검찰 특별수사본부 조사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11월 검찰에 소환된 최 씨의 언니이자 장 씨의 모친 최순득 씨는 남편과 함께 최 씨와의 대질조사 과정에서 “유진이(장시호 씨의 개명 전 이름)만은 살려 달라”며 무릎을 꿇고 호소했다고 한다. 이후 진술에서 최 씨는 장 씨를 위해 일부 혐의를 시인했는데 믿었던 장 씨가 새 범죄 사실이 담긴 증거물을 제출해 뒤통수를 맞았다는 반응이다. 장 씨는 특검에서 “독일에 있던 이모(최 씨)가 전화를 해서 ‘짐 좀 가지고 있으라’고 말해 태블릿PC와 청와대 쌀, 존 제이콥스(최 씨의 단골성형외과 원장 김영재 씨가 만든 화장품 브랜드) 제품을 이모 집에서 들고 나왔다”고 진술했다. 또 해당 태블릿PC는 최 씨가 2015년 7월경부터 11월경까지 사용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검은 태블릿PC에 저장된 이메일 계정 등을 분석해 최 씨 소유임을 확인했다. 최 씨와 조력자로 알려진 데이비드 윤이 독일 코레스포츠 설립과 삼성 지원금 수수 등에 대해 다수의 이메일을 주고받은 기록도 확보했다. 2015년 10월 13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의 박 대통령 발언 자료 중간 수정본도 발견됐다.신나리 journari@donga.com·허동준 기자}
최순실 씨(61·구속 기소)가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네거티브 대응 전략’까지 총괄한 사실이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8·구속 기소)의 휴대전화 녹음파일에 포함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검찰은 최 씨가 국정 농단 혐의를 부인하는 데다 정 전 비서관마저 박 대통령과 공모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자 그간 공개하지 않은 녹취록 224건 가운데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녹취록 등 17건을 우선 법원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 崔 “‘이정희, 27억 원부터 토해 내라’고 해라”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5일 법원에 제출한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취록에는 박 대통령이 2012년 12월 10일 열린 대선 후보 TV 2차 토론을 앞두고 “박 후보를 떨어뜨리려고 나왔다”며 ‘박근혜 저격수’를 자처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 후보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 후보는 같은 달 4일 1차 TV 토론에서 박 대통령이 10·26사태 직후 전두환 전 대통령 측에서 생활비로 6억 원을 받은 일을 두고 “당시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30채 값으로 지금 시가로 300억 원이다. 상속세와 증여세를 냈느냐”며 박 대통령을 몰아세웠다. 녹취록에 따르면 최 씨는 당시 박 대통령에게 “이 후보에게 ‘27억 원이나 먼저 토해 내라’고 맞받아치자”고 제안했다. 이 후보가 당시 대선 후보로 등록하며 국고보조금 27억 원을 받았지만 선거 직전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가 진행되며 사퇴 가능성이 높아지자 ‘먹튀 논란’이 일고 있던 점을 들어 이 후보에게 대선 완주 의지가 있느냐는 역공을 펴자는 취지였다. 박 대통령은 실제로 2차 TV 토론에서 최 씨의 제안대로 “(이 후보는)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하겠다는 의지가 강한데 끝까지 갈 생각 없이 27억 원을 받으면 ‘먹튀법’에 해당하는 것 아니냐”고 공격했다. 불과 6일 전 토론에서 “6억 원은 아버지가 흉탄에 돌아가시고 어린 동생과 막막한 상황에서 경황없이 받았다”고 말하던 수세적인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 崔, 황우여-이정현 발언 수위까지 조율 박 대통령은 2012년 10월 정수장학회 의혹 해명 기자회견 준비도 최 씨와 함께 했다. 부산 출신 사업가인 고 김지태 씨가 헌납한 재산으로 정수장학회가 세워졌고 이 장학회에 박 대통령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은 당시 박 대통령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의 큰 줄기였다. 녹취록에는 최 씨가 박 대통령과 함께 황우여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 이정현 새누리당 공보단장이 할 발언 수위까지 조율한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한다. 이 공보단장은 언론에 “(2012년 당시) 33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의 문제만 가지고 당시 열 살이던 박 후보를 야당이 정치적으로 공격한다”고 해명했다. 황 위원장은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에 대해 “정수장학회는 민간 법인이어서 국정조사 대상이 아니다”라며 박 대통령을 거든 바 있다. 두 사람의 발언이 녹취록에서 논의된 내용과 일치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또 녹취록에 따르면 최 씨는 당시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던 박 대통령에게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개진하고 이 중 상당 부분을 관철한 것으로 알려졌다. 녹취록에는 최 씨가 발언하면 박 대통령이 “맞아 맞아” 하며 동의하는 모습이 종종 나온다고 한다. 또 어떤 대목에서는 최 씨가 박 대통령의 말을 자르는 장면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녹취록 대화 당시 간혹 이재만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이 배석했지만 그 말고는 다른 사람이 함께한 흔적은 없다. 정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과 최 씨가 대화할 때 배석해 수기로 대화 내용을 메모했지만 보다 완벽하게 대화를 복기하려고 녹음을 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장관석 jks@donga.com·허동준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철학으로 제시한 ‘3대 국정기조’(문화융성-경제부흥-국민행복)가 비선 실세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와 논의를 거쳐 나온 사실이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8·구속 기소)의 휴대전화 녹음파일을 통해 드러났다. 정 전 비서관의 녹음파일에는 최 씨가 박 대통령의 대선 후보 경선 때부터 일정관리와 메시지를 총괄한 정황도 담긴 것으로 9일 확인됐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 및 당선인 시절에 최 씨와 나눈 대화가 담긴 정 전 비서관의 녹취록을 최근 법원과 헌법재판소에 추가 증거로 제출했다. 이 녹취록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취임식을 앞둔 2013년 2월 중순 최 씨와 국정기조에 들어갈 표현을 논의하면서 “국민교육헌장을 가져와 보라. 좋은 말이 많이 나온다”고 정 전 비서관에게 지시했다. 박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8년 만든 국민교육헌장이 현 정부 3대 국정기조의 원전(原典)이 된 것이다. 박 대통령과 최 씨는 이어 ‘창조’ ‘문화’ 등의 단어를 놓고 함께 고심했다. 박 대통령이 최 씨에게 “‘창조문화’로 할까, ‘문화창조’로 할까”라고 의견을 구하는 식이다. 녹취록에는 박 대통령이 최 씨에게 “‘문화융성’으로 하자”고 의견을 피력하자 최 씨가 “문화·체육융성’으로 하자”고 제안하는 내용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표현이) 너무 노골적이면 역풍을 맞는다”고 지적하자 최 씨는 ‘문화융성’이라는 표현에 동의했다. 특검 안팎에서는 ‘체육’을 국정기조 전면에 내세우면 스포츠를 우민화(愚民化) 정책으로 활용한 권위주의 정권을 연상시킨다는 걱정을 한 것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국민행복’은 박 대통령과 최 씨가 “(국민들이) 살기가 어렵다”는 얘기를 하던 끝에 3대 국정기조에 포함됐다. ‘경제부흥’은 순전히 최 씨의 아이디어로 반영됐다. 이후 박 대통령은 최 씨와 논의한 대로 2013년 2월 25일 정부의 3대 국정기조로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을 제시했다. 청와대는 같은 해 5월 국무회의에서 3대 국정지표에 ‘평화통일’을 추가한 ‘4대 국정기조’를 확정했다.허동준 hungry@donga.com·장관석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이 소위 ‘기 치료 아줌마’ 등 비선 의료진의 청와대 관저 출입을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8·구속 기소)에게 보고한 증거를 다수 확보했다. 2013년 5월 12일 오후 9시, 이 행정관은 “아주머니 이상 없이 모셨고, ‘대장님’도 지금 들어가셨습니다”라고 정 전 비서관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보고했다. 이 행정관은 같은 달 16일 0시에는 “기 치료 아주머니 이상 없이 마치고 모셔드렸습니다. 쉬십시오. 내일 뵙겠습니다”라고, 또 같은 해 6월 2일 오후 9시경에는 “아주머니 도착해서 대장님 지금 들어가셨습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정 전 비서관에게 보냈다. 이 같은 사실은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이 행정관 휴대전화 분석 작업에서 밝혀졌다. 정 전 비서관은 검찰에서 이 행정관 문자메시지의 ‘대장님’에 대해 “박 대통령을 뜻한다”라고 진술했다. 또 ‘기 치료 아주머니’가 청와대에 출입한 이유에 대해 “대통령님께 지압을 해 드리기 위해 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진술했다. 특검은 ‘기 치료 아주머니’가 주로 오후 9시쯤 이 행정관의 카니발 차량을 타고 검문검색을 받지 않고 청와대 관저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했다. 특검은 ‘기 치료 아주머니’의 신원을 조사 중이며, 또 다른 비선 의료진으로 알려진 백모 씨(73·여)의 행적도 쫓고 있다. 소위 ‘주사 아줌마’, ‘백 실장’으로 불리는 백 씨는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소개로 청와대 관저를 출입하며 박 대통령에게 주사 시술을 한 의혹을 받고 있다. 최 씨의 딸 정유라 씨(21)는 덴마크에서 체포된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주사 아줌마 백 실장님이 누군지 알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백 씨는 2005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일대에서 무면허로 태반 및 로열젤리 주사를 놓는 등 상습적으로 불법 시술을 한 혐의(보건범죄단속법 위반)로 기소돼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또 1997년과 2003년에도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와 의료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았다. 백 씨의 청와대 관저 출입이 확인될 경우 청와대가 무면허 시술 전과자에게 대통령 시술을 맡긴 셈이어서 관계자들에 대한 형사처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또 최 씨의 단골 성형외과 원장이자 박 대통령을 청와대 관저에서 진료한 김영재 씨의 부인 박채윤 와이제이콥스메디칼 대표와 정 전 비서관의 통화 녹음 파일을 확보했다. 박 대표는 정 전 비서관에게 전화를 걸어 “(와이제이콥스의 성형수술용 실이)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에 수출이 될 것 같은지 알아봐 달라”며 사업 청탁을 한 의혹을 받고 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허동준 기자}

문화체육관광부 조윤선 장관(51) 등 수뇌부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대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에 대비해 지난해 말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61)을 접촉해 회유를 시도한 정황이 특검에 포착됐다. 앞서 유동훈 문체부 2차관(58)은 조 장관의 지시로 지난해 12월 노태강 전 문체부 체육국장(57)에게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직을 제안하며 회유를 시도한 정황도 드러났다.○ 유진룡에게 “가까운 후배들 인사 배려하겠다” 8일 특검과 문체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조 장관은 지난해 말 유 차관과 문체부 출신인 신현택 전 여성가족부 차관에게 유 전 장관을 접촉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유 차관과 신 전 차관은 유 전 장관을 만나 “(유 전 장관의 후임) 김종덕 전 장관 때 득세한 인사들을 정리하겠다” “유 전 장관을 따르다 피해를 본 인사들을 배려하는 인사 조치를 하겠다”고 제안했다. 특검은 신 전 차관이 유 전 장관을 접촉한 결과를 조 장관에게 보고한 문자메시지를 확보했다. 특검은 또 3일 유 차관을 소환해 유 전 장관 접촉을 시인하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유 전 장관이 국회 청문회나 언론 인터뷰를 통해 블랙리스트 작성 경위와 블랙리스트를 둘러싼 문체부 내부의 난맥상을 폭로하지 않도록 조 장관 측이 회유를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 전 장관은 제안을 받은 뒤 언론 접촉을 안 하고 잠시 해외로 출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 전 장관은 최근 특검 조사에서 조 장관 측의 회유 시도와 청와대의 블랙리스트 작성 경위를 모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 “대국민 사과 검토” 문체부는 블랙리스트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동아일보 보도로 유 전 장관 등에 대한 회유 시도 정황까지 알려지자 대국민 사과를 검토 중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최근 실국장들이 ‘블랙리스트 문제로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고, 특검 수사도 받게 된 만큼 대국민 사과가 필요하다’고 조 장관에게 건의했다”고 말했다. 이에 조 장관은 “사과 필요성은 동감하지만 수사가 진행 중이므로 시기와 방법을 고민해 보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블랙리스트 작성 경위와 은폐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7일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과 신동철 전 대통령정무비서관 등을 소환했다. 또 8일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과 김상률 전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특검은 문화예술인들의 정치적 성향을 근거로 리스트를 만들어 정부 지원 대상에서 배제한 것은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 것이라고 보고 김 전 장관과 김 전 수석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 중이다. 또 조 장관과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도 조만간 직권남용과 국회 청문회 위증 등의 혐의로 특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이 두 사람을 상대로 박근혜 대통령이 블랙리스트 작성에 얼마나 관여했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한편 특검은 9일 오전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다. 특검은 최 실장 등을 상대로 삼성 측이 최순실 씨(61·구속 기소) 모녀에게 승마훈련 경비 등을 지원하게 된 배경에 박 대통령이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이 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허동준 hungry@donga.com·김정은·장관석 기자}
‘폴크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건’에 대한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이재석)는 6일 차량 배출가스 시험 성적서 등을 위조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인증담당 이사 윤모 씨(52)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윤 이사가 배출가스 신고를 할 때 자체 측정한 시험 성적서를 제출하면 인증기관이 서류의 변조 여부를 가려내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씨가 역사가 깊은 브랜드를 가진 글로벌 기업의 신뢰를 무너뜨렸다”며 “대규모 인증 취소 및 판매정지 처분이 내려지는 사회적 경제적 폐해를 야기했다”고 밝혔다. 윤 씨는 2010년 8월부터 2015년 2월까지 배출가스 시험 성적서, 연료소비효율 시험 성적서 등을 조작해 인증서를 발급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폴크스바겐 ‘골프 1.4 TSI’ 모델이 배출가스 시험에서 인증 부적합 판정을 받자 전자제어장치(ECU) 프로그램을 몰래 설치해 인증을 받아 낸 혐의도 받고 있다. 재판부는 윤 씨가 요하네스 타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총괄대표(62)와 공모해 미인증 자동차를 수입한 혐의에 대해선 증거 부족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수백 명의 사상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 임직원들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가습기 살균제 사용과 피해자들의 폐 손상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신현우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69) 등에게 적용된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2011년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불거진 지 약 5년 반 만에 나온 첫 형사처벌 판결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최창영)는 6일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해 이를 사용한 피해자들을 폐 손상으로 죽게 하거나 다치게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으로 기소된 신 전 대표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살균제 원료 물질의 안전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채 ‘아이에게도 안심’이란 거짓 문구 등을 제품 용기 라벨에 표기해 업무상 과실이 인정된다”며 “제품 안전성의 최고책임자로서 주의 소홀로 큰 인명피해를 일으켜 엄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함께 기소된 옥시 연구소의 조모 소장(53)과 김모 전 소장(56), 가습기 살균제 ‘세퓨’의 제조사 대표 오모 씨(41)에게도 각각 징역 7년이 선고됐다. 징역 7년형은 이들에게 적용된 업무상 과실치사상과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을 때 내릴 수 있는 법정 최고형이다. 이들은 2000년부터 2011년까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독성 화학물질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 약 453만 개를 제조·판매해 이를 사용한 소비자 73명이 숨지는 등 모두 181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로 기소됐다. 옥시 제품을 모방해 자체브랜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유통업체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관계자들에게도 실형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옥시 등 법인 3곳에 벌금 1억5000만 원을 선고했다. 다만 신 전 대표에 이어 옥시레킷벤키저 대표를 지낸 존 리 씨(49)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존 리 대표가 옥시 가습기 살균제의 위험성이나 라벨 표시 문구가 거짓이라고 의심할 만한 보고를 받았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이같이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신 전 대표 등에게 적용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상습사기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신 전 대표 등이 사전에 제품의 위험성을 알지 못했고, 문제가 된 제품을 판매할 때 사기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적용된 혐의 중 법정형이 가장 높은 사기죄가 인정되지 않아 실제 형량은 검찰이 구형한 징역 20년에 크게 못 미쳤다. 이날 피해자 가족과 시민단체 등 방청객 200여 명은 선고 과정을 지켜봤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만성 폐질환을 앓고 있는 임성준 군(14)의 어머니 권미애 씨(41)는 선고 직후 “성준이는 지금 15년째 앓고 있고 앞으로 얼마나 더 이렇게 살아야 할지 모르는데 고작 7년으로 죗값을 치를 수는 없다”며 납득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피해자 가족과 시민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피해자와 유족은 물론이고 일반 국민들의 생각과도 동떨어진 어처구니없는 판결”이라고 성토했다.권오혁 hyuk@donga.com·허동준 기자}

지난해 8월 한국을 떠나 유럽에서 도피 행각 중 체포된 정유라 씨(21)는 언제쯤 한국에 올까. 정 씨는 덴마크에서 아들(2)을 돌보는 가사도우미, 승마 훈련을 돕는 마필관리사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고 있었다. 이들은 최순실 씨(61·구속 기소) 측근으로 최 씨의 지시에 따라 정 씨의 도피 생활을 도운 것으로 보인다.○ “정유라 압송 시점 불투명” 그러나 정 씨의 신병 인도 시점은 현재 불투명하다. 덴마크 현지의 상황이 유동적인 탓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일단 덴마크 주재 한국대사관을 통해 정 씨 측에 자진 귀국을 설득하고 있다. 특검 관계자는 “정 씨가 어린 자녀와 함께 있는 만큼 자진 귀국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수사관을 현지에 파견해 정 씨를 조사하는 방법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정 씨가 자진 귀국을 거부할 것에 대비해 특검은 인터폴 적색수배와 여권 무효화도 요청한 상태다. 대사관 직원이 정 씨에게 여권 무효 조치 공문을 전하면 정 씨 여권은 즉시 무효가 된다. 하지만 정 씨가 유효 기간이 남은 체류비자를 가지고 있다면 강제 추방을 면할 수 있다. 현지에서 석방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특검은 법무부를 통해 덴마크 정부에 ‘긴급인도구속’을 청구했다. 도주 우려가 있는 범죄인의 구속을 해당 국가에 요청하는 제도다. 덴마크 경찰이 불법 체류 혐의로 체포한 피의자를 최장 72시간만 구금할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해 특검이 내린 조치다. 덴마크 경찰은 “덴마크 검찰이 한국의 최종 범죄인 인도 요청을 기다리고 있다”며 “범죄인 인도 요청이 올 때까지 정 씨의 구금 연장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에서 변호인을 선임한 것으로 알려진 정 씨가 신병 인도 거부 소송을 낼 경우 입국이 장기간 늦어질 수 있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후 체포영장이 발부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사망)의 장녀 유섬나 씨(51)는 지금까지 프랑스에서 압송을 당하지 않기 위한 소송을 벌이고 있다. ○ 독일과 덴마크 오가며 도피 행각 경찰청과 최 씨 측근 등에 따르면 덴마크 올보르 시 크리스티안스민데 지역의 단독주택에서 검거된 정 씨는 가사도우미 고모 씨(66·여)와 마필관리사 이모 씨(27), 그리고 수행원인 또 다른 이모 씨(27) 등과 함께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검거 당시 정 씨가 데리고 있던 아들은 사실혼 관계였다 헤어진 전남편 신주평 씨(22)와의 사이에서 태어났다. 고 씨는 2015년부터 정 씨와 함께 독일에서 거주하며 최 씨가 없을 경우 보호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 씨가 전남편 정윤회 씨와 함께 한국에 살 당시 입주 도우미로 일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씨의 또 다른 가사도우미 A 씨는 “최 씨가 정 씨와 손자를 걱정해 고 씨를 독일로 함께 보냈다”고 전했다. 마필관리사 이 씨는 최 씨의 페이퍼컴퍼니인 코레스포츠 직원으로 이름을 올려놓고 정 씨의 해외 승마 훈련을 도왔다. 정 씨는 독일과 덴마크를 오가며 도피 생활을 해 온 것으로 보인다. 덴마크 올보르는 정 씨가 최 씨와 함께 머물던 독일 헤센 주 슈미텐 지역과 약 940km 떨어진 곳으로 차량으로 10시간 거리다. 공항과 기차역이 가까워 주변 국가로 이동하기 편리한 교통의 요지다. 정 씨는 지난해 8월 출국 직후부터 슈미텐에 머물다가 이화여대 특혜 입학 의혹이 불거지자 행방을 감췄다. 그리고 같은 해 10월 올보르에서, 그 두 달 뒤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시내에서 목격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집 안에는 온통 개와 고양이 정 씨는 체포 당시 회색 겨울 파카에 달린 모자를 눌러쓰고 경찰차에 올랐다. 경찰에는 스스로 인터폴 적색수배자라고 밝혔다. 정 씨는 현지 경찰 조사에서 승마 관련 일을 하기 위해 덴마크에 머물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거 다음 날인 2일 오후 1시(현지 시간) 도착한 집 앞에는 그동안 정 씨 일행이 도피 과정에서 타고 다녔다던 검은색 밴이 세워져 있었다. 차 안에는 어린이 카시트가 장착돼 있었다. 집 옆 작은 창고에는 고양이 5마리가 있었다. 지하로 내려가자 방 안에서 개 2마리가 심하게 짖어대기 시작했다. 1층 방 안에는 다른 고양이 2마리가 창밖을 보고 있었다. 곳곳에 개와 고양이 배설물이 있었다. 이 집에는 승마 관련 물품도 보관돼 있었다. 정 씨가 승마 훈련을 하며 선수 생활을 계속하려던 것으로 보인다. 올보르 외곽에는 정 씨가 타던 말을 소유한 헬그스트란 승마장이 있다. 정 씨가 머물던 집 쓰레기통에서는 즉석용 밥과 라면, 통조림 햄 등 한국 음식 포장지가 발견됐다. 올보르에는 한국인이 30명 정도 살고 한국 식당도 없다. 근처에 사는 한 주민은 “지난해 10월 1일부터 (정 씨가) 이곳에서 살았다. 처음에는 차량 3대가 있었으나 한 달 정도 뒤에는 2대가 사라졌다. 정 씨와 함께 체포된 사람들 가운데 3명은 다음 날 아침 돌아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웃은 밤에 테라스에서 자주 바비큐 파티를 하는 것을 봤다고 전했다. 한 주민은 “이 집에 사는 남자에게 ‘무슨 일로 왔느냐’고 묻자 ‘공부하러 왔다’고 답했다”며 “‘대학에 다니느냐’고 묻자 웃으면서 ‘말을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올보르=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박훈상·허동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