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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해 12월 발사에 성공한 장거리로켓 은하3호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전환할 경우 최대 사거리가 7300km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는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1만3000km)는 아니지만 하와이(북한에서의 거리 약 7000km)는 충분히 북한의 사정권에 둘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 미사일기술을 연구해 온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13일 한반도선진화재단(이사장 박세일)의 전문가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공개했다. 그는 “은하3호를 ICBM으로 전환하면 500kg의 핵탄두를 실을 경우 최대 7300km, 최소 6500km의 사거리가 나온다. 1000kg짜리 핵탄두를 실으면 사거리는 4800∼5800km”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사거리 관련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에 핵탄두 중량, 대기권으로 재돌입하기 위해 핵탄두의 방향을 돌리는 데 사용되는 추진체(PBV)의 중량(1000kg) 등을 대입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미사일기술을 90% 이상 국산화했고 한국의 미사일기술보다 15년 앞섰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북한이 우주발사체를 ICBM으로 전환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목표물을 공격하기 위해 대기권으로 다시 돌입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아직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재돌입 기술을 시험한 국가는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일본 등 6개국뿐이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통일부 장관은 왜 이번 발표에서 빠졌나.”13일 진영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의 6개 부처 장관 인선 발표 후 기자들이 가장 많이 던진 질문이다. 북한의 핵실험에 대처하는 정부 부처 트로이카인 국방부-외교부-통일부 중 통일부 장관만 발표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직제상으로도 통일부는 외교부와 국방부 사이다. 진 부위원장은 이에 대해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않은 채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가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일각에선 박근혜 당선인이 통일부 장관으로 처음부터 점찍어 둔 최대석 인수위원이 중도에 사퇴하면서 달리 적당한 사람을 찾기 힘들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핵실험으로 남북이 경색 국면에 돌입한 상황에서 교류 협력을 담당하는 통일부 장관 인선의 시급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근혜 정부 초기에는 김장수 대통령국가안보실장-윤병세 외교부 장관-김병관 국방부 장관의 삼각편대가 대북제재 등 강경 노선을 이끌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윤병세 ‘예견된 외교부 수장’윤병세 외교부 장관 후보자(외무고시 10회)는 인수위에 참여할 때부터 일찌감치 외교부 장관 1순위로 꼽혔다. 31년 동안의 공직 생활을 거쳐 폭넓은 경험을 갖고 있으며 박 당선인의 외교사절 접견에 항상 배석할 정도로 절대적인 신임을 받았다. 외교통상부 내부에선 그가 인수위에 합류한 직후부터 장관 임명을 기정사실화하며 “윤병세가 아니라 윤갑세”라는 말까지 나왔다.그는 노무현 정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책조정실장과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을 지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엔 유럽 지역 대사 하마평에 올랐으나 노무현 정부 인사라는 이유로 탈락한 뒤 대사를 못한 채 공직생활을 마쳤다. 윤 후보자는 서강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시절 이 대학 출신인 박 당선인을 만나 외교안보 분야에 대해 조언해주며 인연을 맺었다. 2010년 박 당선인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으로 참여했고 지난해 새누리당의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외교통일추진단장을 맡으며 핵심 브레인으로 떠올랐다. 그가 국가미래연구원에 합류할 때 “노무현 정부 사람인데 같이 해도 되느냐”는 주변의 지적에 박 당선인이 “정책에 이념이 어디 있나. 상관없다”며 감쌌다는 후문이다.그는 박 당선인이 ‘신뢰외교와 균형정책’을 처음 내세운 지난해 8월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기고문 ‘새로운 한반도를 향하여’의 뼈대를 수립했으며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밑그림을 그렸다. 자기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으면서도 정책의 방향키를 잘 잡아 이끄는 리더십이 있다는 평을 듣는다. 워커홀릭(일중독자)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일에 전념하고 하루 3시간 이상 자지 않는다고 한다. ○ 김병관 “영광이면서 부담”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육사 28기·예비역 육군 대장)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단기적으로는 핵실험으로 한반도에 위기가 닥친 만큼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고 중장기적으로는 국방 분야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그는 육군사관학교를 수석으로 입학해 수석으로 졸업한 ‘수재형’ 군인이다. 육사 졸업 때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부터 상을 받았다. 평소 “박 전 대통령 내외를 존경한다”며 휴대전화에 박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사진이 인쇄된 고리를 달고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 한미 관계가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지내며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과 신뢰관계를 형성해 한미 군사관계를 공고하게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당선인도 북한 핵실험 사태를 맞아 한미 동맹을 강화해야 하는 현 시점에서 그를 적임자로 판단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김 후보자는 손자병법을 300회 이상 정독했으며 미군 장교들에게 내용을 강의할 정도여서 군 내부에서 ‘손자병법의 대가’로도 불린다. 합참에서 전력기획부장을 맡아 군 전력 증강 분야에도 식견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그는 지난해 11월 역대 예비역 장성 80여 명을 모아 박 당선인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는 데 중심 역할을 하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사병 복무기간을 단축하겠다는 박 당선인의 공약에 대해 “군의 장기 발전계획을 보면서 추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장원재·윤완준 기자 peacechaos@donga.com}

“1, 2차 핵실험이 핵폭발 장치를 테스트하는 성격이었다면 이번 3차 핵실험으로 북한은 핵을 무기화하는 문턱을 넘었다.”(전봉근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안보통일연구부장) “국제사회도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모여 북한의 핵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지금까지의 대북 전략이 왜 잘못됐는지 허심탄회하게 얘기해야 한다.”(한용섭 국방대 부총장) 외교·국방 분야 전문가인 두 사람은 12일 북한의 3차 핵실험은 과거와 다른 새로운 단계라고 지적했다. 이어 3차 핵실험으로 북한 비핵화를 위한 노력이 한계를 드러낸 만큼 지금까지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긴급 대담은 북한의 3차 핵실험 직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19층 회의실에서 두 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번 핵실험은 과거와 어떻게 다른가. ▽전봉근 부장=지금까지는 플루토늄으로 핵실험을 했는데 이번 핵실험은 고농축우라늄(HEU)으로 이뤄졌을 개연성이 크다. 플루토늄과 달리 HEU는 재고가 제한돼 있지 않고 계속 생산할 수 있다. 또 북한은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핵탄두 소형화 기술이 미사일과 결합하면 핵무기를 전력화하는 문턱을 넘게 된다. ▽한용섭 부총장=2차 핵실험 때는 폭발력이 2∼6kt으로 추정됐다. 이번에는 리히터 규모 4.9∼5.1로 감지됐는데 이를 감안하면 2차보다 훨씬 성능이 강화된 것으로 본다. ―지금까지의 비핵화 정책이 효과가 없었다는 얘기인데…. ▽전=지금까지 제시된 비핵화 모델은 한반도 현실에 맞는 모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1992년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은 아르헨티나 브라질의 비핵화 모델을 그대로 썼다. 1994년의 북-미 제네바합의는 우크라이나 비핵화 모델을 사용했다. 이 나라들은 냉전시대가 끝난 뒤 정권교체 등의 과정에서 자발적으로 비핵화 결정을 내렸다. 북한은 정반대로 핵무장 의지가 강한 나라다. 따라서 훨씬 더 강력한 유인책과 제재가 있는 ‘한반도형 모델’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6자회담을 다시 하더라도 공전할 개연성이 높다. ▽한=1991년 남북 북핵 협상에 실무자로 참석한 뒤부터 북한의 핵개발 전략을 분석해 내린 결론이 있다. 처음부터 북한은 핵 보유 정책은 그대로 갖고 있으면서 일시적으로 핵시설 가동을 중단하거나 외부에 신고한 핵시설만 보여 주는 식으로, 주변 이슈를 협상카드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핵 보유 정책을 백지화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김정은은 핵을 포기하고 개혁개방을 할지에 대한 중대한 전략적 선택을 아직 안 했다고 할 수 있다. 김정은으로 하여금 핵을 점차 포기하면서 개혁개방을 하도록 선택을 강요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밝힌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도 위기다. ▽한=(이번 핵실험은) 북한이 핵 능력을 기정사실화하고 핵협상을 하려는 기선제압 성격이 크다. 신뢰 프로세스는 북한 비핵화를 전제로 한 정책이기 때문에 대화 국면을 전개하기 힘들어졌다. ▽전=북한은 3차 핵실험 이후 핵 무장력이 커지고 더 많은 요구를 할 것이다. 북한과의 신뢰회복을 전제하고 무엇을 하겠다는 건 비현실적이다. 대북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최근엔 북한이 핵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는 비핵화 비관론도 있지만 실상은 그 중간이다. 더 적극적인 대북정책이 필요하다. 강화된 대화와 강화된 제재가 함께 가는 방식이 필요하다. ―국제사회는 어떤 새로운 대처를 해야 하나? ▽한=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도 중요하지만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의 공통된 입장을 바탕으로 북한과 전략적으로 대화하는 게 필요하다. 비핵화 방침을 유지하되 대화를 통해 북한의 계획을 들어 보고 비핵화 정책을 다시 짜야 한다. 현재 핵 시설을 동결하는 대신 북한의 개혁개방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패키지딜(Package Deal)의 내용을 새로 채워야 한다. 유엔 제재 결의를 계속하되 대화 국면이 오면 북한이 다른 전략적 선택을 해 국제사회의 성숙한 일원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강온 양면 작전이 필요하다. ▽전=지난 20년간의 비핵화 정책을 되풀이하는 것은 곤란하다. 합의를 만들고 깨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대북정책의 일관성도 없었다. 당근과 채찍을 썼지만 효과적인 당근과 채찍은 없었다. 형식적인 제재와 보여 주기 식 보상만 있었다. 핵무장을 향해 가는 북한을 비핵화로 이끌기 위해서는 아주 강력한 푸시(밀기)와 풀(끌어당기기)이 있어야 한다. 실체가 있는 유인책과 제재가 필요하다. 이런 요소가 있어야 새로운 정책이 효과가 있을 것이다. ―비핵화를 위해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한=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 때 중국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이라는 단어에는 동의하지 않았지만 경제제재를 포함한 내용에 찬성했다. 그랬으면서도 나중에 따로 북한에 경제 원조를 해 줬다. PSI에 성의 있게 가담하는 것에 더해 중국은 북한의 핵 사용을 억제한다는 공식적인 정책을 내놔야 한다. 북한이 핵을 사용할 경우 중국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유엔 안보리는 과거 두 차례 핵보유국이 비핵국가에 핵을 사용하면 핵보유국들이 연합해 막아 준다는 내용의 핵우산 결의를 한 적이 있다. 중국이 보유한 핵무기가 북한의 핵무기로부터 한국을 보호하는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는 언질만 북한에 주더라도 큰 경고가 될 것이다. ▽전=북한의 경제적 활로는 상당 부분 중국에서 나온다. 중국이 비핵화 조건과 연계해 북한과 경제협력을 하도록 한국이 중국과 대화해야 한다.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많은 물품이 중국을 통해 들어갈 개연성이 높다. 국경 통제를 엄격하게 해야 한다.장원재·윤완준 기자 peacechaos@donga.com}
‘비핵화라는 북한의 태도 변화 없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도 없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북한의 3차 핵실험 뒤 내놓은 메시지를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박 당선인은 이날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속담을 인용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우리만의 노력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북한이 성의 있고 진지한 자세와 행동을 보여야 함께 추진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핵무장 의지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점이 분명해지는 상황에서 비핵화를 전제로 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출발도 하기 전에 좌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에 이은 핵실험은 ‘핵무장 프로세스’가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한반도 안보의 패러다임을 근본부터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이 북한의 핵실험 강행 의사 이후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유화책이 아니다” “강경 일변도일 때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어려워진다”고 밝힌 것도 이런 위기의식 때문으로 읽힌다. 위협→도발→협상→보상의 패턴이 반복돼온 기존의 비핵화 정책이 실패했다는 점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사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구상은 핵실험과 같은 북한의 도발에 취약점이 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남북관계가 쳇바퀴 돌 듯 진전되지 못하는 건 남북 간 신뢰가 없기 때문이라는 박 당선인의 인식에서 시작했다. 신뢰를 회복하고 비핵화 진전이라는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정부가 먼저 북한에 손을 내미는 선의(善意)가 필요하다는 게 애초 구상이었다. 대선캠프 외교안보팀의 핵심 인사들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범 초기만 해도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3단계로 설명했다. 1단계는 대북 인도적 지원(식량지원 포함), 2단계 농업·조림 등 낮은 수준의 남북 경제협력, 3단계는 교통·통신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비전코리아 프로젝트다. 2단계까지 비핵화 같은 조건을 걸지 않고 정치 상황과 구분해 추진하겠다는 게 핵심이었다. 이렇게 정부가 지속적으로 노력하면 북한도 불신의 늪에서 벗어나 정부를 신뢰하게 될 것이고 이에 따라 비핵화의 길을 선택할 것이며 그렇게 되면 남북관계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것. 그러나 이번처럼 북한이 핵 포기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며 기존 태도를 고수할 경우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첫 단추를 꿰기도 어려워진다는 점이 증명된 것이다. 대선캠프 내의 전문가들조차 “북한의 태도 변화를 낙관적으로 기대하고 이를 전제로 정책 추진을 구상한 건 취약점이다. 북한의 도발에 전략적 대응방안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북한이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는 한 박 당선인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미뤄두고 대북 강경책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국가안보실장으로 내정된 김장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국방통일분과 간사도 12일 박 당선인에게 긴급보고를 하기에 앞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수정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핵실험이 확실하다면 옛날 같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이날 “국제사회는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임 이후에도 당분간 남북대화보다 정부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동참하는 강경책이 지속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한편에선 북한의 핵실험은 이미 예견된 것으로 경색 국면을 오래 끌면서 ‘대화의 창’을 완전히 닫으면 오히려 북한의 핵개발을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대북 전문가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신뢰가 없으니 신뢰를 쌓아가겠다는 것인데, 시작도 하기 전에 북한이 신뢰를 보여주지 못했다고 강경책으로 돌아서면 안 된다”며 “이명박 정부의 강경책을 답습하면 5년 뒤 결과가 뻔하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 측 외교안보팀 관계자들은 “진보정권 10년의 햇볕정책도, 이명박 정부 5년의 대북 강경책도 아닌 진화된 제3의 길을 갈 것”이라고 말해 왔다. 박 당선인의 대북정책이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장관급 실장 3명 가운데 대통령비서실장을 제외한 국가안보실장과 대통령경호실장은 육군참모총장을 지낸 선후배 군 출신 인사로 채워지게 됐다. 국가안보실장으로 내정된 김장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국방통일분과 간사(육사 27기)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국방부 장관이 되면서 육군참모총장을 박흥렬 경호실장 내정자(육사 28기)에게 물려줬다. 김 내정자는 육군참모총장 시절엔 육군참모차장이었던 박 내정자와 호흡을 맞춰 20여 개월간 육군개혁을 주도하며 찰떡궁합을 이뤘다. 두 사람은 주변에서 ‘환상의 콤비’라고 불릴 정도로 각별한 사이다. 박 내정자는 김 내정자를 “마음으로 존경하는 분”이라고 했다. 김 내정자는 지난해 대선캠프 국민행복추진위원회 국방안보추진단장을 맡으면서 박 내정자를 국방정책 전문가로 박 당선인에게 추천해 캠프에 합류시켰다. 이 때문에 김 내정자가 박 내정자를 경호실장으로 박 당선인에게 천거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육군참모총장 출신 인사가 두 명이나 청와대 핵심요직에 기용된 것 자체도 매우 이례적이다. ‘꼿꼿 장수’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김 내정자는 야전지휘관과 작전·전략 분야의 핵심 요직을 거친 국방정책 전문가로 대선 전후 국가안보실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돼 왔다. 비서실장에 앞서 국가안보실장을 먼저 발표한 것은 북한의 핵실험 위협으로 안보에 대한 위기의식이 커진 점을 감안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대선캠프에서 국방 정책의 틀을 짰고 공약집에 없던 ‘사병 군복무 기간 18개월로 단축’을 대선 직전 박 당선인에게 건의해 깜짝 공약으로 제시하게 할 정도로 당선인의 신임이 두텁다. 당시 그는 안보태세 약화를 걱정하는 박 당선인에게 “군 출신인 나부터 욕먹을 것임에도 제안하는 건 안보 약화 없이 단축하는 게 가능하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라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당선인과는 18대 국회의원이 된 2008년 국회에서 만나 인연을 맺은 뒤 국방예산, 국방개혁,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 등을 논의하며 “서로 가치관이 맞는다는 걸 확인했다”고 한다. 박 당선인이 지난해 7월 대선경선 캠페인 직전 김 내정자에게 “정책위원을 맡아 달라”고 요청하면서 캠프에 합류했다. 김 내정자는 인수위에서 외교국방통일분과의 국정비전 성안과 북한의 핵실험 위협 대응을 진두지휘했다. 국방 분야는 전문가이지만 외교통일 분야의 경험이 없다는 점이 컨트롤타워 역할의 약점으로 꼽힌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외교통일 전문가들을 국가안보실에 배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내정자는 1999년 1월 경기 고양시 일산의 한 아파트를 2억1250만 원에 매입했다가 2003년 8월 3억6750만 원에 매도해 1억5500만 원의 차익을 남겼다. 이를 놓고 국방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군인공제회에서 분양받은 일산의 아파트에 입주할 시점이 되자 3개월만 주소를 옮겼을 뿐 실제로 가족과 강남에 거주했다”는 주민등록법 위반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박 내정자는 2006년 중장에서 대장으로 진급하면서 육군참모차장에서 육군참모총장으로 전격 승진해 파격 인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때까지 총장은 대부분 대장 직위를 거친 사람이 임명됐고 박 내정자 같은 사례는 이전까지 두 번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박 내정자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같은 부산 출신이라 ‘코드 인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으나 군 내부 신망과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소탈하면서도 호쾌한 성품으로 야전지휘관 시절 장병들에게 ‘신바람 나는 병영’을 강조하는 리더십을 발휘했고 3군단장 시절에는 ‘장병들의 기가 살아야 강한 군대가 될 수 있다’는 지론에 따라 ‘의식 선진화’와 ‘병영 내의 인간존중 지휘’를 강조했다. 육군참모총장 시절에도 육군 조직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직을 원만하게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 내정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경호는 보디가드가 아니라 통합된 경호작전”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그는 “박 당선인을 개인적으로 잘 모르지만 며칠 전 내정 사실을 통보받고 ‘군 40년간 국가에 충분히 봉사했다고 여겼는데 더 할 일이 남았구나. 이게 내 사주팔자구나’라는 각오를 다졌다”고 했다.○ 김장수 내정자△광주(65) △광주일고 △육사 27기 △합참 작전본부장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국방부 장관 △18대 국회의원(한나라당·비례대표) △인수위 외교국방통일분과 간사○ 박흥렬 내정자△부산(64) △부산고 △육사 28기 △1군사령부 관리처장 △육군본부 인사기획처장 △육본 인사참모부장 △3군단장 △육군참모차장 △육군참모총장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북한이 강경 일변도로 가면 진정성을 갖고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추진하기 어렵다.” “북한이 앙탈을 부리며 강경책을 쓰면 국제사회가 보상하는 악순환을 끊을 때가 됐다.” “핵실험을 강행하면 북한은 더욱 고립을 자초하게 될 뿐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7일 오후 2시부터 40여 분간 국회 귀빈식당에서 이어진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긴급 회동 내내 이처럼 강한 대북 경고를 쏟아냈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물 건너간다는 뜻으로 읽힐 만큼 수위가 높았다. 문 비대위원장은 박 당선인의 말에 공감했다. 박 당선인은 “핵문제는 남북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한다”며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정치권이 합심하는 든든한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위기 상황일수록 여야 지도자가 머리를 맞대고 합심해 나가야 하는데 초당적으로 협력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더도 덜도 없이 생각이 똑같다”고 화답했다. 그는 “북한에 ‘오판하지 말라. 우리(박 당선인과 여야)는 하나다. 안보에 관한 한 우리는 얄짤없이(다른 여지가 없다는 뜻의 속어) 똑같이 간다’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에 우리는 한결같이 안보에 관해서는 여야가 일치된 견해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위급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와 박 당선인이 함께했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 국민에게 설날의 큰 선물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통령 당선인과 여야 대표가 이처럼 한자리에 모여 한목소리로 북한의 도발 중단을 촉구한 건 처음이다. 이들은 회동 후 북한의 즉각적인 도발 중단을 촉구하는 공동발표문까지 공개했다. 발표문엔 “도발” “북한의 무모한 행동” 등 그동안 야당이 잘 써오지 않던 표현이 포함됐다. 민주당도 안보 문제에 협력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안보에 무책임한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씻으려는 의지가 엿보였다. 이날 회동에서 박 당선인과 문 위원장은 모두 “안보에 여야가 없다”고 했다. 국가 주요 현안에 대해 여야가 대화와 합의를 통해 해결책을 제시하는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드는 시발점이 될지 주목된다. 민주당 정성호 대변인은 “대선 때 치열하게 싸운 여야가 다시 만나 국가 발전과 민생을 위해 같이 노력하는 자세를 보였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 이명박 대통령 때는 이런 여야정 모임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박 당선인은 “북한이 잘못된 선택을 하면 새 정부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통해 남북 간에 신뢰를 구축하고 지속가능한 평화를 이루려고 하는 진정 어린 노력을 크게 저해할 것”이라고도 했다. 또 박 당선인은 “잘못된 선택에 잘못된 보상이 이뤄진다는 인식이 이뤄지면 안 된다”고 말했다고 박선규 당선인 대변인이 전했다. 문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의 북핵해결 3원칙(북핵 불용,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대화를 한국이 주도)과 대북정책 2원칙(대북 인도적 지원을 계속하고 민간 교류를 허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북-미관계가 중요하다. 북-미 라인을 잘 활용해 북-미관계와 남북관계가 같이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정성호 대변인이 전했다. 문 위원장은 ‘북핵 해결을 위한 대북 특사’가 필요하다고 말했으나 박 당선인은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황 대표는 “한국이 이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국이니 이번엔 제1선에서 핵실험을 막는 노력을 기울이면서 북한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며 “미국, 중국과의 논의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고 말했다.윤완준·손영일 기자 zeitung@donga.com최은경 인턴기자 서울대 사회교육학과 4학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설 연휴를 앞두고 전직 대통령들과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에게 각각 선물을 전달했다.조윤선 당선인 대변인은 7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의 권 여사 사저를 찾아 박 당선인의 설 인사와 선물을 전했다. 박 당선인이 준비한 설 선물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준비한 떡국 떡과 표고버섯, 멸치다.사저 방문에 앞서 조 대변인은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했다. 박 당선인은 6일엔 조 대변인을 서울 마포구 동교동의 이 여사 자택으로 보내 설 선물을 전했다. 같은 날 국회 의원회관에 있던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에게도 박 당선인의 설 인사와 선물이 전해졌다고 한다. 박 당선인은 김영삼 전 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는 유일호 비서실장을 통해 설 선물을 전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건강이 안 좋은 점을 고려해 조만간 부인 김옥숙 여사에게 설 인사를 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7일 3자 회동을 열어 북한이 핵실험을 즉각 중단하고 진정한 협력의 자세를 보일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또 국정 전반을 논의하기 위한 여야 간 협의체를 구성하고 대선 기간 여야가 공통으로 제시한 공약을 조속히 실행하기로 합의했다. 박 당선인이 여야 지도부를 만난 것은 대선 이후 처음이다. 박 당선인과 여야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만난 뒤 6개항의 ‘3자 회동 결과 발표문’을 공개했다. 이들은 “어떤 경우에도 북한의 핵무장을 용납할 수 없으며 북한이 우리와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핵실험 등 도발을 강행할 경우 6자회담 당사국과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당선인은 이 자리에서 “무모한 핵실험으로 북한이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북한이 자꾸 앙탈을 부리고 강경책을 쓰면 국제사회가 보상을 준다는 악순환을 끊을 때가 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북한이 이렇게 강경 일변도로 가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추진하기 어렵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인도적 지원과 남북 경제협력을 바탕으로 남북 간 불신과 대결의 악순환을 끊고 신뢰와 평화의 새로운 한반도를 만들겠다는 박 당선인 대북정책의 핵심 기조다. 박 당선인과 여야 대표는 “정부 교체시기에 북한의 무모한 행동으로 국민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정부와 군이 확고한 안보태세를 유지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3자 회동에서는 북핵 문제뿐 아니라 국정 전반을 논의하기 위한 여야 간 협의체도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문 비대위원장은 박 당선인에게 “(문재인 전 대선후보를 지지한) 48% 국민을 잊지 말고 100%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며 “당선인이 많이 들었으면 좋겠다. 소통의 핵심은 역시 야당과 언론이다. 야당은 언제든지 대화하고 협력할 준비가 돼 있으니 언제든 부르면 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취임 1년이 지나면 동력이 떨어진다. 취임 1년 동안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꾸준히 밀고 나가야 한다”며 “(새 정부의) 순조로운 출발을 위해 도울 수 있는 것은 다 돕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박 당선인은 “(앞으로) 국가지도자 연석회의를 마련할 계획이고, 그런 형태가 아니더라도 여야 지도부와 꾸준히 상의하겠다”고 화답했다.이재명·윤완준 기자 egija@donga.com}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6일 오전 북핵 문제와 한반도 안보 상황 관련 여야 긴급회의를 제안한 데는 안보를 챙기면서 여야 국가지도자 연석회의 약속을 지켜 불통 이미지를 탈피하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우선 북한의 핵실험이 매우 임박했다는 보고를 받은 뒤 ‘더는 상황을 방치해선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안보를 강조해온 박 당선인이 정작 북한의 핵실험을 앞두고도 이렇다 할 리더십을 보이지 못하자 무기력하다는 비판이 나오던 시점이었다. 박 당선인은 4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국방·통일분과로부터 북한 핵실험 준비 상황과 예상 시기를 구체적으로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만난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 북핵 전문가인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도 “늦어도 다음 주에 핵실험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수위 보고 내용이 정확했고 해외 전문가들의 인식으로 볼 때 핵실험 위협이 심각한 수준으로 인지되는 만큼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협의할 때가 됐다고 박 당선인이 판단했다”(조윤선 당선인 대변인)는 것이다. 대선 직전 “선거 뒤 열겠다”고 약속한 국가지도자 연석회의의 모습을 갖춰 국민이 걱정하는 국가적 위기상황에 대해 여야 지도부와 허심탄회하게 협의함으로써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박 당선인과 인수위는 국무총리 인선 등에서 보안을 중시한 나머지 심각한 불통에 직면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회의 결과에 따라 박 당선인과 여야 지도부가 공동으로 북한의 핵실험 중단을 촉구하는 공동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은 박 당선인의 제안을 큰 틀에서 수용하면서도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박용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박 당선인의 제안에 앞서 민주당은 이명박 대통령, 박 당선인, 여야 대표가 함께하는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한 4자 긴급회동을 먼저 제안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박 당선인 측에 민주당의 제안을 알린 것이 6일 오전 9시 13분, 청와대에 알린 것이 오전 9시 36분”이라며 “예의를 지키려다 선수(先手)를 뺏긴 격”이라고 주장했다.윤완준·김기용 기자 zeitung@donga.com}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북한의 핵실험과 관련해 긴급 3자회동을 한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6일 “박 당선인과 황 대표, 문 비대위원장이 북핵 관련 3자회동에 합의했다”며 “7일 오후 2시 국회에서 회동이 진행된다”고 밝혔다. 6일 오전 박 당선인은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을 통해 “북한의 핵실험 위협으로 한반도의 안보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며 여야 긴급회의를 제안했다. 민주당도 이날 이명박 대통령을 포함한 4자회동을 제안했다. 3자회동에서는 북한의 핵실험을 막기 위한 방안과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북한 제재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당선인 측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북한 핵실험 중단을 촉구하는 강력한 메시지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이에 앞서 천영우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비공개로 인수위 외교국방통일분과 김장수 간사와 윤병세 위원을 만나 북한의 핵실험 관련 대응방안을 협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양측의 논의는 약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천 수석은 현 정부가 파악한 핵실험 동향과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현 정부가 취할 대응 방안, 국제사회와의 제재 협력방안 등을 얘기했고 김 간사와 윤 위원은 인수위가 생각하는 핵실험 대응 및 위기관리 방안과 요청사항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당선인이 4일 외교국방통일분과의 긴급현안 보고에서 “정권교체기에 한 치의 착오도 없도록 현 정부와 긴밀히 협조하라”고 당부하면서 인수위와 현 정부의 협력이 본격화된 것으로 풀이된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정부 출범도 하기 전에 북한의 핵실험 위협 앞에 취약점을 드러내며 흔들리고 있다. 박 당선인이 4일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유화책이 아니다”라고 못 박은 것이 대북정책의 방향타가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대선 승리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범 초까지만 해도 박 당선인의 대북정책은 남북 간 대화와 교류협력이 단절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유연성을 발휘하겠다는 데 무게중심이 있었다. 대선캠프 외교안보팀의 핵심 인사들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3단계로 설명했다. 1단계는 대북 인도적 지원(식량지원 포함), 2단계 농업·조림 등 낮은 수준의 남북 경제협력, 3단계는 교통·통신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비전코리아 프로젝트다. 2단계까지는 비핵화 같은 조건을 걸지 않고 정치 상황과 구분해 추진하겠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이 구상은 북한이 핵실험이나 대남 군사공격 같은 강한 도발로 새 정부를 시험하려 들 경우 취약하다는 약점이 이번에 드러났다. 인수위 출범 전부터 대선캠프에선 “북한이 반드시 악수(惡手)를 둘 텐데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그에 대한 전략적 대응방안이 부족하다. 북한의 행태를 극도로 싫어하는 박 당선인이 도발에 민감하게 대응하면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책과 비슷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박 당선인의 4일 발언으로 그런 관측이 어느 정도 맞아떨어진 셈이다. 대선캠프 출신의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이 태도를 변화하지 않은 채 위기 조성→도발→협상의 패턴을 반복하는 한, 정부가 주도적으로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어려워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첫 단추를 끼우기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이 4일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에게 “위기 조성과 협상 패턴이 반복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은 것도 이런 답답함의 표시라는 설명이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의 도발은 대선 때부터 예상된 것이니만큼 일희일비하지 말고 균형정책과 유연성을 바탕으로 일관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4일 북한의 핵실험 움직임에 대해 강도 높은 경고를 쏟아냈다. 자신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대북 유화정책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북한의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징후가 나타나는 상황에서 새 정부의 강력한 대북 메시지를 대내외에 천명한 것이다. 박 당선인은 이날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에서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 일행을 접견한 자리에서 “북한의 3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며 “북한이 무모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미국과 국제사회가 힘을 합해 최선을 다해 막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국제사회는 북한이 이런 잘못된 행동에 대해 절대로 얻을 게 없다는 인식을 분명히 하도록 해야 한다”라며 “그 잘못된 행동에 대해 북한이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해 핵이나 미사일 개발이 아닌 민생 문제에 집중하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북한이 얼마든지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데 사태를 악화시켜 제자리로 돌려놓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라고도 했다. 박 당선인은 이어 인수위 외교국방통일분과 김장수 간사와 윤병세 위원으로부터 25분간 북한 핵실험 긴급 현안보고를 받고 “북한은 이것(핵실험 도발 위협)을 당장 중단하기를 촉구한다”라고 경고했다. 인수위 관계자들에게는 “정권이 교체되는 과도기에 한 치의 오차도 있어서는 안 된다”라며 “북한의 도발 위협에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정부와 긴밀하게 협의하고 대책을 강구해 달라”라고 당부했다. ▼ “北, 세계에 등돌리고 생존하려해선 미래없다” ▼박 당선인은 앞서 페리 전 장관과의 비공개 접견에선 “세계에 등을 돌리고 생존하려는 건 미래가 없다는 일관되고 확실한 메시지를 북한에 분명하게 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고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이 전했다. 박 당선인은 “한반도의 비핵화는 단순히 한반도, 동북아 문제를 넘어 핵 없는 세상을 만드는 단초이자 시작”이라며 “우리 모두 단호한 의지를 갖고 지혜롭게 풀어 핵 없는 세상의 시발점을 만들었으면 한다”라고 했다. 페리 전 장관은 “북한은 수주일 내에, 심지어 당선인의 취임 전 핵실험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특히 박 당선인은 미국을 방문할 예정인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 정책협의단을 만나서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유화정책으로 잘못 알고 있는 분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새 정부의 경제 안보정책 기조와 철학에 대해 정확한 설명을 들을 기회가 없었으니 잘 설명해 달라”라는 말을 하면서였다. 북한 핵실험을 막기 위한 현 정부와 국제사회의 공조도 본격화되고 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3일 존 케리 신임 미국 국무장관과 전화통화를 하고 북한이 핵실험 등 추가 도발을 할 경우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단호히 대처해 나가기로 했다고 외교부가 4일 밝혔다. 케리 장관은 4일 첫 출근에 앞서 국무부 당국자와 보좌관으로부터 북한 핵실험 동향을 보고받고 핵실험 저지를 위한 중국과의 물밑 협의를 지휘하며 바쁘게 움직였다. 일본 정부도 북한의 핵실험에 대비해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날 중국 베이징에서는 한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임성남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회동해 북한 핵실험 저지를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임 본부장은 고위 인사들을 잇달아 만나 “중국이 마지막 순간까지 북한의 핵실험 저지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 달라”라고 당부했다. 중국 측은 현재 지재룡 대사 등 주중 북한대사관 관계자들과 접촉하며 북한의 핵실험을 만류하고 있으나 핵실험에 대비한 주변국과의 대북 제재 논의는 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국과 미국은 4일 동해상에서 미국의 핵잠수함 ‘샌프란시스코함’(6900t급)과 이지스 순양함 ‘샤일로함’(9800t급) 등이 참여하는 연합 해상훈련에 돌입했다. 6일까지 진행되는 이 훈련은 북한 핵실험 도발 가능성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대북 무력시위 성격이 짙다.윤완준·이정은 기자 zeitung@donga.com}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외교통상부의 통상 기능이 신설되는 산업통상자원부로 옮겨지는 것과 관련해 “새 정부가 ‘부처 이기주의’를 없애고 ‘부처 간 칸막이’가 안 쳐지게 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니 우려하지 말라”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당선인은 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안가(安家)에서 서울 지역 새누리당 의원들과 오찬을 하고 정부조직 개편안을 둘러싼 논란이 화제에 오르자 “통상이 산업 부처로 간다고 딱히 문제될 것은 없다”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박 당선인은 정부조직 개편안 논란에 대해 “새 정부가 순탄하게 잘 출범할 수 있도록 의원들이 잘 협조해 달라. 국민을 중심에 놓고 일을 해 나가면 다 풀려 갈 것”이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국회에 제출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원안 통과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요청으로 해석됐다. 오찬에서 통상 기능을 산업통상자원부에 두는 것에 명시적으로 반대한 의원은 통상교섭본부장 출신의 김종훈 의원이었다. 김 의원은 “통상을 산업과 붙이는 조직 개편에 대해 의견이 많이 다르다. 외교 분야에서 안보가 워낙 중요하니 여기에 집중하기 위해 통상을 떼어 내는 것 자체는 좋은데 산업에 붙이는 것은 아닌 것 같다”라며 “의견을 종합적으로 조정하는 게 절실하다. 차라리 국무총리실에 통상 기능을 붙이는 게 좋은 방안”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날 오찬에선 박 당선인이 인사검증이나 인사청문회 문제는 거론하지 않았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오찬엔 유일호 진영 강석훈 의원 등 인수위 소속 의원을 비롯해 정몽준 전 당 대표 등 서울 지역 의원 15명 가운데 이재오 정두언 의원을 제외한 13명이 참석했다. 정 의원은 저축은행 금품수수 혐의로 법정 구속돼 있다. 이 의원은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고려인 설날 행사에 한-우즈베크 친선협회장 자격으로 참석하고 1일 귀국해 서울에 머물고 있었기에 불참 이유를 놓고 이런저런 말이 나왔다. 이 의원 측 관계자는 “보통 주말에 지역구(은평을)에 머물며 지역 사람들과 만나고 식사를 한다. 미리 잡힌 오찬을 취소하지 못한 게 아닌가 한다”라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활동이 대통령 취임식(25일) 직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월 초 백서를 만드는 작업에 들어가면서 인수위 활동이 마무리되는 게 관례였지만 인선 문제로 외교·국방·통일분과와 교육·과학, 여성·문화분과의 국정과제 토론회가 다음 주로 연기되면 박 당선인에 대한 국정기획조정분과의 국정비전 및 목표 보고도 2월 중순으로 미뤄진다. 인수위는 2일까지 국민행복제안센터에 접수된 제안이 모두 2만3734건으로, 하루 평균 1000여 건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교육, 일자리, 복지, 실물경제 등 삶의 질과 밀접한 사안이 많았다고 인수위가 설명했다. 충북 청주에서 유명 제빵 프랜차이즈의 가맹점을 운영하는 50대 중반의 가장이라고 소개한 한 남성은 “외환위기 사태로 명예퇴직한 뒤 퇴직금과 대출금을 모아 빵집을 시작한 지 15년이 됐는데 한 달여 전 본사가 일방적으로 계약만료를 통보하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 일어났다. 법과 정책으로 피해 보는 국민이 생기지 않도록 세심하게 살펴 달라”고 호소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마련한 정부조직 개편안이 국회 처리를 앞두고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우선 통상교섭과 정책조정 기능이 외교통상부에서 산업통상자원부로 넘어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통상교섭 조약에 서명하는 정부대표를 맡게 되면 국제협약과 충돌하게 된다. ‘조약법에 관한 빈 조약’ 7조에 따르면 조약 체결 때 전권위임장 없이 정부를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은 국가원수, 정부수반 및 외교부 장관뿐이다. 정부조직 개편을 위해 국회에 제출된 개정법률안은 ‘통상교섭 목적의 정부대표 임명 등에 관한 특례’를 신설해 외교부 장관의 권한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도 주는 내용이지만, 문제는 그렇게 해도 국제협약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정부대표 자격이 없다는 것. 국제협약과 충돌을 피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조약에 서명할 때마다 전권위임장을 받아야 하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외교관례를 무시하게 된 것도 문제다. 한국 등 대부분 국가들은 조약을 체결할 때 정부대표가 주고받는 ‘대외적 전권위임장’에 외교부 장관만 서명해 왔다. 하지만 신설되는 통상조약 특례에는 외교부 장관이 위임장에 서명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다. 결국 대통령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위한 ‘대외적 전권위임장’에 서명할 수밖에 없다. 상대 국가는 외교부 장관이 준 위임장, 우리는 대통령이 준 위임장으로 통상조약을 체결하면서 외교의 격이 맞지 않게 되는 셈이다. 박근혜 정부의 ‘파워 부처’로 불리는 미래창조과학부의 힘이 커지면서 일부 공공기관 및 연구기관은 여러 부처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도 벌어지게 됐다. KAIST는 한국과학기술원법 개정안에 따라 앞으로 정관을 변경하거나 총장 임원 등을 선임하려면 교육부 동의와 미래부 인가를 함께 받아야 한다. 매년 사업계획서와 예산·결산서는 미래부와 교육부에 함께 제출해야 한다. 두 명의 ‘시어머니’를 모시게 된 셈이다. 학술과 연구활동을 지원하는 한국연구재단은 앞으로 수익사업을 할 때 미래부와 교육부의 승인을 동시에 받아야 한다. 방송의 경우 당초 인수위는 규제와 진흥이 함께 이뤄지면 규제 투명성이 떨어진다며 진흥은 미래부, 규제는 방송통신위원회로 나눈다는 원칙을 정했지만 막상 국회에 제출된 법안 내용은 다르다. 규제 영역인 인허가권은 지상파·라디오방송과 위성방송, 케이블방송의 허가권이 미래부에 넘어가도록 규정됐다. 홈쇼핑 승인권도 미래부가 갖게 돼 방통위에는 종합편성·보도채널 승인권만 남았다. 각종 휴업과 폐업, 시정명령, 과태표 부과도 미래부 업무가 됐다. 해양수산부 신설로 농어촌 지원사업을 두 부처가 동시에 수행하게 된 것도 문제다. 도농(都農) 교류촉진법이 바뀌면서 농촌에서 관광농원을 조성할 때는 농림축산부가 맡게 되지만 ‘어촌계’가 운영하는 사업은 해양수산부가 관할하게 됐다. 사업이 이뤄지는 장소만 다를 뿐 같은 내용의 사업이라 행정비용 낭비가 예상된다.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새누리당과 민주당 의원 각 3명씩으로 구성되는 쌍용자동차 문제 해결을 위한 여야 협의체 구성에 전격 합의하면서 4일 임시국회를 열기로 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관련 법률안은 14일,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은 대통령 취임식 다음 날인 26일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기로 했다. ‘택시법’ 개정과 관련해선 양당이 협의체를 구성해 애초 개정안과 정부 대체입법안을 검토한 뒤 처리하기로 했다. 윤완준·이상훈 기자 zeitung@donga.com}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15일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하던 시간, 인수위 외교국방통일분과 관계자들은 깜짝 놀랐다. 외교통상부에서 통상교섭본부를 떼어 낸다는 사실을 까맣게 몰랐기 때문이다. 외교부 출신의 윤병세 위원마저 미리 알지 못해 난감해했다는 후문이다. 아무리 보안 유지가 중요하더라도 국익과 직결되는 문제를 관련 분과와 협의하지 않은 건 문제라는 뒷말이 나왔다. 이후 청와대 비서실 개편안 발표를 앞두고는 외교국방통일분과 관계자가 조직개편을 맡은 국정기획조정분과의 한 위원에게 ‘국가안보실 신설은 내용을 미리 상의라도 해 달라’는 취지로 부탁했다고 한다. 그러나 21일 발표 때까지 그런 협의는 없었다. 국가안보실 신설이 발표된 뒤 외교국방통일분과 김장수 간사는 국가안보실의 기능을 묻는 질문에 “임무 기능에 대해 아는 바 없다”고 답했다.○ 분과 간 높은 칸막이 그로부터 2주일 뒤인 29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인수위 법질서·사회안전분과 국정과제 토론회에서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국민을 중심으로 협력하는 정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협력을 ‘진리를 따라가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에 비유했다. 하지만 정작 인수위 내부의 칸막이는 높디높아 천장까지 닿겠다는 비판이 많다. 보안 중시에 치우쳐 소통을 가로막는 이런 ‘칸막이 문화’가 김용준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부실 검증을 불러온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인수위 관계자는 30일 “논의나 협의 없이 문서로 쓱싹 처리하면 다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했다.○ 소통해야 할 대변인끼리도 칸막이 박 당선인은 박선규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과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을 두고 있다. 박 당선인과 인수위의 공식 견해를 대변하는 만큼 이들의 긴밀한 조율은 필수적이지만 이들 사이에도 높은 칸막이가 쳐져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윤 대변인은 29일 오전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사면 강행에 대해 “모든 책임은 이 대통령이 져야 할 것”이라며 강한 어조로 청와대를 겨냥했다. 그러나 조 대변인은 “윤 대변인의 브리핑 사실을 알지 못했고 박 당선인으로부터 ‘이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13일엔 윤, 박 대변인이 같은 사안을 놓고 다른 말을 했다. 윤 대변인이 정부 부처 업무보고와 관련해 박 당선인이 격노했다는 보도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한 반면 박 대변인은 “당선인이 그런 현상에 불편한 마음은 갖고 있다”고 한 것이다.○ 비서실도 미스터리라는 인사검증 당선인비서실의 칸막이가 가장 두껍고 높다는 지적이 많다. 김 전 총리 후보자 인선 때도 “누가 인사검증팀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미스터리다”라는 말이 비서실 내부에서 나왔다. 핵심 측근이 서울 모처에서 작업하고 있다느니, 비선이 있다느니 하는 설(說)만 난무했다. 그래서인지 이들이 신분을 위장한 정보기관의 ‘흑색요원(블랙요원)’을 떠올리게 한다는 비아냥거림까지 나왔다. 당선인비서실과 인수위에 쳐놓은 높은 칸막이 문화가 보안 유지를 위해 다른 부서의 업무를 알 수 없게 만든 국가정보원 시스템을 방불케 한다는 비유도 나왔다. 박 당선인 측과 인수위의 이런 문화는 문제가 터졌을 때 관계자들이 “나는 모른다”고 회피하면서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29일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잘못된 관행을 확실하게 바로잡아야 한다”며 “국민들이 법 적용이 불공정하다고 느끼거나 억울하게 나만 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당선인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에서 열린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법질서사회안전분과 국정과제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특히 “죄를 짓고도 권력이 있다는 이유로, 돈이 많다는 이유로 법망을 피해 가는 경우가 많았다. 사회지도층 범죄에 대한 공정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단행한 특별사면을 비판한 것으로 분석된다.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은 “특별사면에 부정부패자와 비리사범이 포함된 것에 박 당선인은 큰 우려를 표시했다. 국민적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또 토론회에서 “초중고교 교육과정에서 헌법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 민주 시민의식과 준법의식을 함양해야 한다. 교육부와 법무부 등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법 교육 강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자기 나라의 역사를 모른다는 건 결국 뿌리가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고 혼이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전문지식을 더 아는 것보다 법을 지키는 것에 대해 확고한 신념을 갖도록 교육을 받는 것이 사회에 나와 더 훌륭한 시민으로 사는 길이 된다”고 덧붙였다. 박 당선인은 그동안 강조해온 4대 악(성폭력 학교폭력 가정파괴범 불량식품) 척결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추진체계 구축’도 당부했다. 이를 위해 “민생 치안, 범죄 예방 이외의 업무에 불필요하게 투입되는 경찰 인력 운영을 재편성하고 경찰을 2만 명 증원하는 것에 대한 구체적 추진 계획을 실행해 달라”고 했다. 박 당선인은 아동 성범죄 관련 영화 ‘돈 크라이 마미’ 시사회에 참석한 경험을 들며 “성범죄 피해 아동이 성년이 되기 전까지 가해자로부터 격리돼 보호받도록 가해자 형량의 최소 기준을 20년으로 늘려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동 성범죄에 대한 처벌 형량 강화 방안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해 달라”고 강조했다. 박 당선인은 정부 위원회 신설에 대해 “그냥 놔두면 엄청나게 많은 몇백 개의 위원회가 생기고 다 혈세 낭비”라고 지적했다.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정부 시스템을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통해 찾아낸 진리에 비유하기도 했다. “여러 부처가 유기적으로 일하면서 원스톱 서비스를 통해, 부처가 필요할 때 모여 매끄럽게 쭉 가는 것이 진리를 따라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첫 과반 득표 당선 이후 ‘조용한 인수위’를 표방하며 순항하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29일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가 두 아들의 병역 면제 논란과 부동산 투기 의혹의 벽을 넘지 못하면서 후임 총리 인선과 조각 등의 일정이 모두 꼬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다음 달 25일 정권 출범 전까지 정부 구성을 마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 총리 후보 물색부터 난항 예상 박 당선인 측은 당초 이번 주말이나 다음주 초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요청서를 국회에 보내 인사청문회 일정을 최대한 당길 계획이었다.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총리 후보가 장관 제청권을 행사하는 형식으로 내각을 구성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구상은 모두 물거품이 됐다. 김 후보자가 사퇴함에 따라 총리 후보 인선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당초 박 당선인은 김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법치주의와 사회적 약자 보호라는 2가지 키워드를 내세웠다. 김 후보자 지명에 앞서 박 당선인 측은 법조계 출신들을 중심으로 총리 후보를 물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무제 김능환 전 대법관과 이강국 헌법재판소장, 목영준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 등이 총리 후보로 거론된 것도 이런 배경이었다. 하지만 김 후보자가 사퇴한 만큼 ‘총리 콘셉트’에 변화를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언론 검증과 인사청문회를 어렵지 않게 통과하려면 도덕적으로 결함이 없는 인사를 찾는 게 급선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미 인사청문회를 거친 인사 중에서 총리 후보를 물색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박 당선인과 손발을 맞춰온 인사 중에서는 안대희 전 대법관과 김장수 전 국방부 장관 등이 이미 인사청문회를 거친 ‘검증된 인물’이다.○ 정부 출범 전 내각 구성 가능할까 총리 후보자 인선이 꼬이면서 내각 인선도 자연히 순연될 수밖에 없다. 또 새로 지명할 총리 후보자의 이력이 경제부총리나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등 다른 인선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여기에 정부조직 개편안이 얼마나 빨리 국회를 통과하느냐도 변수다. 박 당선인은 현재 15부2처18청인 정부조직을 17부3처17청으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경호처를 경호실로 승격하는 청와대 조직개편 내용도 정부조직 개편안에 담겨 있다. 하지만 이런 개편안에 대해 국회에서도 이견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조직 개편안마저 국회 처리가 지연되면 내각 구성을 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정부가 출범하는 최악의 사태가 현실화된다. 5년 전인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정부조직 개편안을 두고 여야가 충돌하면서 총리 후보자 인준동의안이 지연됐다. 또 일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까지 겹치면서 정부 출범 뒤 처음 열린 국무회의에 노무현 정부의 장관 3명이 참석하는 헌정 사상 유례없는 상황이 연출됐다. 국무위원 정족수(15명 이상)를 채우지 못하자 전임 정부의 국무위원들을 ‘대리 출석’시킨 것이다. ‘총리 인선 지연→내각 인선 순연→정부 출범 파행’이란 최악의 도미노 현상을 막기 위해서라도 박 당선인은 인선에 최대한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 ‘시간과의 싸움’을 넘어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후보자만 20명이 넘는다. 일각에서는 총리 후보자 인선을 마치는 대로 인선의 속도를 내기 위해 대통령 비서실장 등 청와대 참모진부터 임명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이재명·윤완준 기자 egija@donga.com}

지난해 12월 29일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박근혜 당선인과의 단독 회동에서 “(당선인께서 요청한 예산은) 모두 반영하도록 협조하겠다”며 전폭적 지원을 약속했다. 박 당선인은 ‘조용한 인수위’로 화답했다. 이 대통령의 택시법 국회 재의결 요구, 4대강 사업 부실 논란 등 민감한 현안에도 박 당선인은 침묵했다. 이 대통령의 임기를 마지막까지 존중하겠다는 의미였다. 이 때문에 정권교체기마다 신구 권력이 맞부딪쳤던 전례를 깨고 어느 때보다 조용한 권력이양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대선 40여 일 만에 이 대통령의 특별사면 강행 방침이 해묵은 갈등에 불을 지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갈등을 두고 ‘4차 충돌’이란 말이 나온다. 2007년 대선 경선(1차 충돌)을 시작으로 2008년 총선 공천파동(2차 충돌), 2010년 세종시 수정안 충돌(3차 충돌)에 이은 네 번째 전면전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두 사람 간 감정의 골은 그만큼 깊고 넓다. 2007년 5월 대선 경선 룰 갈등에서 박 당선인은 “원칙을 너덜너덜한 걸레처럼 만들어놓으면 누가 지키겠느냐”며 격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 대통령 측은 “공주 같은 발상”이라며 박 당선인을 자극했다. 두 사람은 대선 경선 당시 여론조사 문항을 두고도 격돌했다. 당시 친박(친박근혜) 진영에서는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한국갤럽 회장의 경력을 이용해 여론조사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 당선인이 지난해 최 전 위원장의 구속을 두고 “법대로 해야 한다”며 쐐기를 박은 것도 이런 구원(舊怨) 탓이란 말이 나왔다. 박 당선인이 경선 패배를 승복하고 이 대통령의 선거운동을 지원하면서 두 사람은 해빙기를 맞은 듯했다. 그해 12월 29일 두 사람은 전격적으로 만났다. 하지만 비공개 회동에서 총선 공천 시기를 논의했는지를 놓고 서로 말이 달랐다. 이는 2008년 4·9총선 ‘공천 파동’의 전초전이었다. 공천 결과가 발표되자 박 당선인은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공천 결과에 불복해 탈당한 친박 진영 후보들에겐 “살아 돌아오라”며 지지를 보냈다. 박 당선인은 “선거운동에 나서 달라”는 당 지도부의 요청을 뿌리친 채 총선 내내 지역구에 머물렀다. 이후 박 당선인은 긴 침묵에 들어갔다. 국정 현안에 자신의 의견을 내는 것 자체가 이 대통령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009년 8월 박 당선인이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유럽을 방문해 달라’는 이 대통령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회복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한 달 뒤 정운찬 국무총리의 기용과 함께 세종시 수정안이 정국의 핵으로 등장하면서 관계는 다시 틀어졌다. 2010년 6월 29일 박 당선인은 의정생활을 시작한 뒤 처음으로 의원 자격으로 국회 본회의 단상에 섰다. 세종시 수정안 찬반표결을 앞두고 반대토론에 나선 박 당선인은 “정치가 미래로 가려면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박 당선인은 ‘약속과 신뢰’라는 정치적 자산을 얻었지만 이 대통령은 국정 동력을 잃었다. 파국으로 치닫는 듯했던 두 사람은 그해 8월 21일 전격적으로 회동하면서 정권 재창출에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회동은 당시 홍상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조차 “낌새만 알았다”고 말할 정도로 비밀리에 이뤄졌다. 이후 2011년 12월 박 당선인이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당의 전면에 나서 당명을 바꾸는 이른바 당내 ‘권력교체기’에도 큰 잡음은 없었다. 지난해 4·11총선 공천에서 탈락한 친이(친이명박)계들은 반발했지만 이번에는 이 대통령이 침묵했다. 박 당선인은 대선 순항을 위해, 이 대통령은 국정 마무리를 위해 서로를 필요로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3월 한 토론회에서 박 당선인에 대해 “우리나라에 그만한 정치인이 몇 사람 없다”고 치켜세웠다. 박 당선인은 그해 8월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대해 “포퓰리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거드는 등 서로를 예우했다. 갈등과 화해를 반복하면서도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한 두 사람이 이 대통령의 특별사면 단행 이후 또다시 화해 국면을 맞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이재명·윤완준 기자 egija@donga.com}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관계자는 27일 본보 기자와 만나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면 한국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동참할 뿐만 아니라 제재를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정책은 북한의 태도 변화에 따라 추진해 나가는 것”이라며 “북한이 핵실험 위협까지 하는 상황에서 (남북교류를 전면 중단한) 5·24조치 해제 같은 얘기가 나오는 건 섣부르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인수위가 북한의 핵실험 위협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면 새 정부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이에 앞서 김장수 인수위 외교국방통일분과 간사도 24일 경기 연천군의 5사단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핵실험을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지, 그걸 조장하기 위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대선캠프 출신의 한 대북 전문가도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국제사회에 강력한 대북 제재 기류가 형성될 것이고 그러면 우리만 (대북) 지원하겠다고 나서기가 무척 어렵다. 새 정부 들어서도 당분간 경색 국면이 불가피하게 된다”고 말했다. 조만간 있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외교국방통일분과의 업무보고에서도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포괄적 로드맵만 제시하고 5·24조치 해제나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대북관계 개선을 위한 구체적 방안은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는 그동안 공개적인 대변인 논평 등에서 “(북한의 핵실험 위협은) 현 (이명박) 정부가 대응할 일이다. 북한은 사태를 악화시키는 조치를 하지 않기를 촉구한다”는 원론적 태도만 보여 왔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