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타 바뀌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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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유화책 아니다” 발언후… 대북정책 기조 전환 기미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정부 출범도 하기 전에 북한의 핵실험 위협 앞에 취약점을 드러내며 흔들리고 있다. 박 당선인이 4일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유화책이 아니다”라고 못 박은 것이 대북정책의 방향타가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대선 승리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범 초까지만 해도 박 당선인의 대북정책은 남북 간 대화와 교류협력이 단절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유연성을 발휘하겠다는 데 무게중심이 있었다.

대선캠프 외교안보팀의 핵심 인사들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3단계로 설명했다. 1단계는 대북 인도적 지원(식량지원 포함), 2단계 농업·조림 등 낮은 수준의 남북 경제협력, 3단계는 교통·통신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비전코리아 프로젝트다. 2단계까지는 비핵화 같은 조건을 걸지 않고 정치 상황과 구분해 추진하겠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이 구상은 북한이 핵실험이나 대남 군사공격 같은 강한 도발로 새 정부를 시험하려 들 경우 취약하다는 약점이 이번에 드러났다. 인수위 출범 전부터 대선캠프에선 “북한이 반드시 악수(惡手)를 둘 텐데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그에 대한 전략적 대응방안이 부족하다. 북한의 행태를 극도로 싫어하는 박 당선인이 도발에 민감하게 대응하면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책과 비슷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박 당선인의 4일 발언으로 그런 관측이 어느 정도 맞아떨어진 셈이다.

대선캠프 출신의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이 태도를 변화하지 않은 채 위기 조성→도발→협상의 패턴을 반복하는 한, 정부가 주도적으로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어려워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첫 단추를 끼우기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이 4일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에게 “위기 조성과 협상 패턴이 반복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은 것도 이런 답답함의 표시라는 설명이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의 도발은 대선 때부터 예상된 것이니만큼 일희일비하지 말고 균형정책과 유연성을 바탕으로 일관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북한#핵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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