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찬

황인찬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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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특파원 황인찬입니다. 한일 관계가 더욱 좋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일본에 왔습니다. 일본의 오늘을 보여드립니다.

hic@donga.com

취재분야

2026-03-01~2026-03-31
일본41%
국제일반18%
미국/북미13%
국제정세8%
칼럼5%
인사일반5%
국방3%
러시아3%
중국3%
국제교류1%
  • 400호 맞는 ‘문지 시인선’ 표지 캐리커처 그려온 소설가 이제하 씨

    “박정대 그 양반은 딱 사진 한 장을 보냈어. 손바닥 반만 한 희미한 사진을 보고 그렸지. 마르고 날카롭게 얼굴을 그렸는데 얼마 전 봤더니 실물이 퉁퉁해. 사진과 생판 다르더라고. 얼토당토않게 그린 셈이 됐어. 허허.” 시인이자 소설가 겸 화가인 이제하 씨(74)는 겸연쩍어했다. 시인의 얼굴을 사실적으로 그린다는 원칙을 세웠지만 가끔 엉뚱한 그림도 나오기 때문이다. “지내다 보면 얌체 같은 시인들도 있어. 그렇다고 해서 부정적이거나 추하게 그리지는 않지.” 문학과지성사(문지)가 펴내는 ‘문학과지성사 시인선’이 이달 말 제400호를 맞는다. 1977년 황동규 시인의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를 시작으로 34년 만에 달성한 문단의 한 이정표다. 문지 시선 시작부터 이 씨는 시인이자 화가인 김영태(1936∼2007)와 함께 시선집의 트레이드마크인 시인들의 캐리커처를 그려왔다. 30년 넘게 이 씨가 그려온 캐리커처는 150여 작품에 달한다. 지난달 30일 이 씨가 운영하는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카페 ‘마리안느’에서 그를 만났다. “오규원이가 자신이 운영하던 문장사에서 김춘수 전집을 낼 때 캐리커처를 넣어 반응이 좋았지. 그래서 문지도 캐리커처를 넣자고 했어. 그런데 일반 화가들에게 그려달라고 하면 화료(畵料)를 엄청 달라고 하니까 미술대(홍익대) 나오고 문인들하고 친했던 김영태와 내가 그리게 된 거지.” 그는 문지 시선 초기부터 달력의 뒷면을 캔버스 삼아 캐리커처를 그려왔다. 코팅이 된 종이라 펜촉이 쓱쓱 잘 나간다고 한다. 작품이 완성되면 출판사에 우편으로 보낸다. “김수영이 담배 은박지 뒷면에 시를 썼는데 나는 달력 뒷면에 캐리커처를 그린 셈”이라며 그는 웃었다. 파지가 많이 나오는 데 비해 화료(초기에는 작품당 10만 원을 받다가 점차 올라 3년 전부터 40만 원을 받는다고 했다)가 적은 것도 달력을 택한 이유 중 하나다. “나는 담뱃값이나 벌까 하고 소일거리로 해왔는데 김영태는 정색을 하고 그렸지. 그 친구는 비싼 와트만지 같은 것을 썼어. 김영태는 완전히 기분파가 돼 가지고 자유롭게 그렸지만 나는 비교적 실물과 닮게 그리려고 했지.” 이 씨는 홍익대 조소과에 입학해 군 제대 후 서양화과로 옮겨 졸업했다. 동료 화가보다 김현(1941∼1990), 김병익 김치수 씨 등 문지 창립 멤버들과 가깝게 지냈다. 서울 중구 무교동의 ‘르네상스’, 명동의 ‘갈채’ 같은 음악다방이 그들의 아지트였다. “김현이 사람이 무던하고 미학도 알고 해서 친했지. 문인들이 더 재미났어. 그림 그리는 사람들은 과묵하고 죽자 살자 그림 그리는 분위기여서 별로였어.” 그는 예전에는 안면이 있는 문인들도 많아 캐리커처 그리기 편했지만 점차 후배 시인들과 작품 세계를 알기가 힘들어 출판사에서 보내온 스냅 사진 몇 장을 보고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그리기 어려웠던 인물로는 김광규 이수명 장석남 씨를 꼽았다. “내가 김광규 시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그렇다고 잘 그려지는 게 아니더군. 김광규의 시는 날카로운데 사실 얼굴은 시골 아저씨 같잖아. 그래서 그리기 까다로웠지. 이수명은 ‘아름다운’ 얼굴인데 가장 난처했지. 코하고 입하고 붙어있어 그리기 어려웠고 자칫하다가는 소녀처럼 될 것 같아 힘들었어. 장석남은 문단에서 미남이라고 하는데 왜 그런지는 모르겠고, 여하튼 동그랗고 쉬운 얼굴인데도 그리기 어렵더라고….” 이 씨는 400호대에서도 계속 시인들의 얼굴을 그린다. 내년 가을 무렵엔 문인들의 초상화전을 열 계획이다. “2009년 대구에서 문인 초상화전을 열기는 했지만 그때는 황학주가 (개인 소장품으로) 갑자기 여는 바람에 아쉬웠어. 이번엔 제대로 한번 해봐야지.”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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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선우 감독 이번엔 소설집 제주서 칩거하며 집필

    ‘꽃잎’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의 장선우 영화감독(59·사진)이 첫 장편소설 ‘카페 물고기-여름 이야기’(물고기북스)를 냈다. 2003년엔 시집 ‘이별에 대하여’(창비)를 낸 바 있다. 소설은 지난해 4월 말부터 6월 중순까지 썼던 일기 15편을 공개하는 형식이다. 소설을 쓴 까닭에 대해 그는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시작했는데 일기를 써놓고 보니 장르가 뭘까 생각을 했다. 사실도 허구도 아닌 애매한 부분이 있어 소설로 펴냈다”고 말했다. 장 감독은 2002년 ‘성냥팔이…’의 흥행 부진 이후 2005년 몽골에서 제작하는 ‘천개의 고원’으로 재기를 노렸으나 여의치 않자 같은 해 5월 제주로 거처를 옮겼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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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씨 1년 만에 귀국 간담회

    소설가 신경숙 씨(48)는 피곤해 보였다. 나흘 전 귀국한 그는 시차적응 때문에 이날도 새벽에야 토막 잠을 잤다고 했다. 4월 ‘엄마를 부탁해’의 영문판 출간 이후 쏟아지는 주위의 뜨거운 관심에 “기대가 많아서 어쩌나 하는 생각도 있다”며 부담스러워했다. 지난해 8월 미국 컬럼비아대 객원연구원으로 떠난 지 1년 만에 귀국한 신 씨를 29일 기자간담회에서 만났다. “작가들이 그런 말을 하잖아요. 자기 작품이 자식 같다고. 저도 그런 생각을 할 때가 많았는데, 뭐랄까, ‘엄마를 부탁해’는 제게 ‘엄마’ 같은 작품이에요. 제가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줬죠.” ‘엄마를 부탁해’는 28개국에 판권이 팔렸고, 이 가운데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등 15개국에서 출간됐다. 6월 인터넷서점 아마존 상반기 결산에서 편집자가 뽑은 베스트 10에 꼽히는 등 뜨거운 관심을 얻었다. 신 씨는 그동안 북미 7개 도시와 유럽 8개 도시, 이스라엘에서 북투어를 가졌다. “지난 1년은 제가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꿈을 갖게 하고 꿈을 꾸게 하는 기간이었어요. 정말로 영어권에서 출판되고 난 후 반응은 제가 전혀 짐작하지 않았던 것들이었죠. 하나의 물방울이 점점 수많은 물방울이 되는 것 같은….” 그는 해외에서 ‘엄마를…’에 대해 현대와 전통의 단절, 혹은 젊은 세대와 나이 든 세대와의 대립, 아니면 물질문명이 만들어놓은 변질된 세계 등 다양한 작품 분석이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작품의 힘에 대해 “과거에서 현재로 오는 과정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이 이 소설에 들어 있다는 점이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문학의 세계 진출 가능성을 높게 봤다. 해외 출판시장에서 유럽이나 영미권 문학에 피로감을 느끼는 것 같았고, 한국 문학을 희망이나 대안 정도로 보는 경향을 느꼈다는 것이다. “한국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이 생기고, 그게 다 정리되지 못한 채 다음 시간으로 넘어가죠. 한국이 가진 특수한 문화들이 서사적으로 해외 독자들에게 강하게 다가서는 것 같아요.” 신 씨는 내달 3∼12일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리는 ‘브리즈번 작가 페스티벌’에 참석하고, 같은 달 14∼18일 일본에서 일본어판 출간 기념행사를 갖는다. “아직 귀국했다기보다는 잠시 한국에 머무는 것 같다”는 신 씨는 “호주와 일본 행사가 끝나면 집에서 칩거하며 새 작품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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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청춘 작품상 황학주씨

    황학주 시인(57·사진)이 계간 문학청춘이 주관하는 ‘제1회 문학청춘 작품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시 ‘협궤’. 2회째인 문학청춘 신인상은 김선아 홍지헌 시인이 시 부문, 이성우 수필가가 수필 부문에서 수상자로 뽑혔다.}

    • 2011-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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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월 ‘박경리문학제’ 문학새싹도 키운다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1926∼2008·사진)은 토지문화관을 후배들의 창작공간으로 내어줄 만큼 후학을 아꼈다. 연세대 객원교수로 강단에 섰던 고인은 강의노트를 묶어 1995년 ‘문학을 지망하는 젊은이들에게’란 책을 냈다. 책의 한 부문은 이렇다. “문학 지망생들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온실의 양란이나 인공 재배한 장미가 되지 말고 설한풍을 겪어낸 청초한 들판의 꽃을, 그 고귀하고 비밀스러운 생명을 생각하라는 것이다.” 10월 17∼30일 강원 원주시 토지문화관, 박경리문학공원 등지에서 열리는 2011년 박경리문학제에는 ‘문학 새싹’을 발굴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2회째인 ‘전국 청소년 백일장’으로 토지문화재단과 박경리문학상위원회, 동아일보사가 공동 주최한다. 내달 1일부터 20일까지 예선 작품을 받는다. 초·중·고등부에서 시와 산문 분야로 열린다. 공모 주제는 ‘물’과 ‘흙’. 예선 통과자 120명은 10월 29일 박경리문학공원에서 열리는 백일장에 참가해 수상을 겨룬다. 대상 장학금은 100만 원. 우편 접수만 가능하며 자세한 응모요강은 토지문화관 홈페이지(www.tojicul.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033-762-1382, 033-766-5544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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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인간은 여전히 싸울거다, 15만년 흘러도…

    ‘아빠는 부자였다. 인공위성 재벌이었다. 지구와 달과 화성에 천칠백 개가 넘는 인공위성이 있었고, 그중 열일곱 개는 우주정거장이었다.’ 이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도입부부터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이 소설을 재밌게 즐기기 위해서는 기존 독법을 버려야 한다. 낯선 인물과 설정, 그리도 장대한 가상 세계가 지하철 옆 자리에 스윽 앉듯 아무렇지 않게 등장한다. 그러나 허무맹랑한 SF나 판타지 소설과는 거리가 있다. 가족과 친구, 연인과의 갈등부터 전쟁, 종교, 과학을 아우르는 폭넓은 소재까지. 무려 15만2300여 년 뒤 얘기지만 인간들의 인생은 여전히 드라마틱하다. 작가는 장르와 주류 문학을 넘나들고, 무한한 상상력으로 독자들을 압도하는 재주로 일찌감치 문단의 주목을 받아왔다. 2005년 ‘과학기술창작문예’로 등단한 뒤 장르문학 전문잡지와 웹진을 중심으로 활동하다 소설집 ‘타워’ ‘안녕, 인공존재!’를 냈다. 2008년 한 해에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이 ‘콜롬비아 사고조사보고서’였다는 그는 첫 장편의 무대를 역시 그답게, 별나게 잡았다. 은경은 인공위성 재벌인 아빠를 미워한다. 사실 아빠는 자신의 외도가 들통 나자 은경과 엄마를 버렸다. 은경은 아빠를 멀리하기 위해 러시아 비행학교에 들어가고, 코스모마피아 조직원이자 동료 학생인 바클라바를 만나 친해진다. 코스모마피아는 우주공간이나 천체 사유화에 반대해 인공위성 부자들을 적으로 삼는 집단. 바클라바는 은경의 아빠를 공격하려 하지만, 되레 반격을 받고 죽는다. 은경은 바클라바의 공격을 도왔다는 모함에 빠지게 되고, 결국 냉동인간이 돼 15만 년 뒤 휴양행성 나니예에서 깨어난 것. 작품의 남다른 재미는 작가가 창조한 전혀 다른 미지의 공간인 나니예를 탐험하듯 알아가는 데 있다. 나니예는 훼손되지 않은 청정 자연이 있는 곳. 도로가 거의 나 있지 않아 사람들은 전기로 충전하는 구식 프로펠러 비행기를 타고 다닌다. 언뜻 보기엔 평화롭지만 다른 행성과 격리된 이곳에도 독재자와 같은 관리소장이 있고, 종교지도자들은 권력투쟁에 나서며, 정부에 반대하는 혁명군까지 들고 일어선다. 은경은 이런 소용돌이 속에 휘말리면서 점차 나니예 행성 프로젝트와 관련된 비밀에 다가가게 된다. 전쟁과 암투 등이 그려지지만 작품은 무겁거나 우울하지 않다. 빨간색 복엽기, 파란 하늘로 상징되는 작품 속 나니예 상공을 날다보면 두근두근 가슴 설렐 정도. 미야자키 하야오의 ‘미래소년 코난’과 ‘천공의 성 라퓨타’를 섞은 듯한 유쾌한 모험기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다 들어갔으니 적어도 나에게만은 도저히 재미없을 수 없는 이야기가 돼버렸다.” 첫 장편을 낸 작가의 자부심이다. 그럴 만하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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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어령 前장관, 에세이 ‘흙 속에…’ 후속편 50년만에 연재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77·사진)이 1960년대 독서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에세이 ‘흙 속에 저 바람 속에’의 연재를 재개한다. 그는 월간 ‘문학사상’에 9월호부터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그 후 50년’을 연재한다. 이 전 장관은 1962년 8월 경향신문에 한국 문화와 민족성의 다양한 면모를 비평적으로 분석한 ‘흙 속에 저 바람 속에’를 연재하기 시작했고, 이듬해 이를 묶어 낸 단행본은 1년 동안 30만 부가 판매됐다. 영어판 일본어판 등을 포함해 반세기 동안 200만 부가 넘게 팔렸다. 이 전 장관은 연재 재개를 맞아 권영민 문학사상 주간과 가진 대담에서 “50년이 지난 지금 보충할 게 무엇이고 쓸 게 무엇이냐고 하면 반 이상은 소위 노마드 키드, 전자 네이티브, 디지털 네이티브 등이 한국인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연재에서 ‘가족의 문제와 미디어의 변화’에 주목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번 호에서는 자동차 ‘지프’를 주제로 유년 시절의 추억과 한국의 급속한 경제 성장을 조명했다. 대담에서 이 전 장관은 “문학이나 문자나 언어를 필요로 하지 않는 새로운 세대들이 태어나고 있다. 이젠 그만 시대의 짐을 내려놓자는 생각도 든다”며 “팔순을 은퇴 시점으로 잡았고 이번 연재는 앞으로의 삶을 위한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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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번역가 이윤기씨 1주기… 추모집 ‘봄날은…’ 나와

    27일 1주기를 맞는 소설가이자 번역가인 이윤기(1947∼2010·사진)의 추모집 ‘봄날은 간다’(섬앤섬)가 나왔다. 부제는 ‘신화 속으로 떠난 이윤기를 그리며’. 이윤기의 대표작 ‘숨은그림찾기 1-직선과 곡선’ ‘봄날은 간다’와 고인이 생전에 아꼈던 후배 작가 공선옥 김인숙 윤대녕 전경린 하성란 씨의 신작 5편을 담았다. 고인은 윤대녕 씨의 결혼식 주례를 맡았고, 김인숙 씨의 장편 ‘소현’을 특히 좋아했다. 김별아 씨가 ‘미실’ 이후 창작활동이 주춤하자 따로 불러 “너는 역사소설을 하면 잘할 것 같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추모의 글도 담았다. 고인의 경복중 1년 선배인 정병규 북디자이너는 고인과 함께했던 작업의 추억을 더듬었고, 가수 조영남 씨는 세 살 어린 고인을 형으로 불렀던 사연을 끄집어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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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가들 ‘작품 후기’ 살펴보니

    소설책을 열면 으레 만나는 ‘작가의 말’. 작가에게 이 짧은 글은 긴 시간 동고동락했던 자식 같은 원고를 떠나보내는 작별 인사이자 새로운 독자에게 건네는 반가운 인사다. 이를 통해 집필 의도를 밝히거나 창작의 고통을 토로하고, 문학적 결기를 다짐하는 일성(一聲)을 쩌렁쩌렁 울리기도 한다.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는 오래전 자신이 쓴 책 100여 권의 머리말만을 모아 ‘김윤식 서문집’을 내며 ‘작가의 말’로 자신의 문학 일생을 반추하기도 했다. 출판사 편집자들의 추천을 받아 소설가의 농밀한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는 ‘작가의 말’들을 소개한다. 최근 출간된 소설 가운데 가장 강렬한 작가의 말을 담은 작품은 최인호 씨의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다. 암 치료 중 작품을 완성한 작가는 “창작욕에 허기가 진 느낌이었고 몸은 고통스러웠으나 열정은 전에 없이 불타올라 두 달 동안 하루하루가 ‘고통의 축제’였다”고 밝혔다. 그는 1987년 가톨릭으로 귀의한 이후가 자신의 ‘제2기 문학’이었다면 암 투병 이후 처음 선보인 이 작품으로 “‘제3기 문학’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최수철 씨는 웬만한 소설책 두 권 분량인 600쪽이 넘는 장편 ‘침대’를 발표하면서 다음과 같은 작가의 말을 남겼다. “이 글을 쓰는 동안 창밖에서는 계절이 열 번 넘게 바뀌었지만 침대를 소재로 정한 뒤 쓸 얘기가 무궁무진하게 쏟아져 나와 행복에 겨운 고민을 해야 했다.” 성과 연애를 농염한 색채로 그린 ‘유혹’에서 권지예 씨가 쓴 작가의 말은 도발적이다. 그는 “유행하는 말을 쓰자면 ‘나는 작가다’. 한 가지 더 붙인다면 ‘나는 영원한 처녀 작가’이고 싶다”면서 글쓰기 실험을 계속하겠다고 다짐했다. 조정래 씨는 핍진한 민초들의 삶을 그린 ‘비탈진 음지’를 쓴 뒤 “굶주리는 사람이 단 하나만 있어도 그건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라는 시인 릴케의 말을 인용해 사회 공동체 의식을 강조했다. 독자에 따라 달리 해석되기 쉬운 문학의 특성을 고려해 작품의 핵심 주제를 짚으며 독자의 이해를 돕기도 한다.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의 박범신 씨는 “번지르르한 자본주의 문명 뒤에 은밀히 장전돼 있는 폭력성의 비정한 탄환을 가차 없이 발사했다고 느낀다”고 집필 의도를 적었다. ‘7년의 밤’의 정유정 씨는 “사실과 진실 사이에는 ‘그러나’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는 말로 반전에 반전을 이어가며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는 작품의 특성을 압축했다. 갓 문단에 데뷔한 젊은 작가들의 경우 대부분 ‘겸손한’ 작가의 말을 내놓는다. 선배 소설가나 출판사, 그리고 가족들에 대한 감사 인사가 빠지지 않는다. 전석순 씨는 ‘2011 오늘의 작가상’을 받은 첫 장편 ‘철수 사용 설명서’에서 “사실 나는 불량이거나 반품으로 들어온 것일 수도 있음을. 혹은 이미 고장이거나 쓸모없는 것일 수도 있음을”이라며 한껏 몸을 낮췄다. 이 같은 ‘작가의 말’에는 작가의 집필 의도나 창작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결정적인 마케팅 자료가 된다. 많은 작가가 “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면서도 ‘작가의 말’을 쓰는 까닭이기도 하다. 반면 ‘퀴르발 남작의 성’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의 최제훈 씨처럼 고집스럽게 작가의 말을 쓰지 않는 작가도 있다. 하일지 씨는 ‘경마장 가는 길’의 ‘작가의 말’에서 출판사의 요청에 부득이하게 인사말을 쓰는 곤혹스러움을 밝히기도 했다. “나는 이런 글을 쓸 계획이 전혀 없었고 또 쓰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하나의 소설 작품에 이런 글을 덧붙이는 것은 마치 교향악이 끝난 뒤 지휘자가 지금까지 연주한 작품에 대하여 이렇다 저렇다 해설을 하는 것만큼이나 우스꽝스러운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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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경숙 작가, 오늘 1년 만에 귀국

    ‘엄마를 부탁해’의 작가 신경숙 씨(48·사진)가 25일 한국에 돌아온다. 지난해 8월 미국 컬럼비아대 객원연구원으로 떠난 지 1년 만의 귀국이다. 그는 “쉴 기회를 가지려 한다”며 홀가분한 마음으로 출국했지만 4월 5일 ‘엄마를 부탁해’ 영문판의 미국 출간 이후 뜨거운 현지 반응 속에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시간을 보냈다. 4, 5월에는 북미 7개 지역을, 6월에는 유럽 8개 도시에서 북 투어를 가졌고, 이달 이스라엘을 다녀왔다. ‘엄마를…’은 실종된 엄마의 부재 속에서 잊혀졌던 그 존재를 일깨워주는 보편성으로 해외에서 높은 관심을 얻었다. 6월 인터넷서점 아마존닷컴 상반기 결산에서 편집자가 뽑은 베스트10에 꼽혔고, 이스라엘에서는 종합 베스트셀러 2위, 대만에서는 소설 부문 3위에 올랐다. 판권 계약을 맺은 나라는 미국 영국 프랑스 브라질 등 28개국에 이른다.귀국 후 신 씨의 휴식은 짧다. 내달 3∼12일 호주에서 열리는 ‘국제작가대회’에 참석하는 그는 14∼18일 일본을 방문한다. 내달 말 일본의 대형 출판사 슈에이샤(集英社)를 통해 출간되는 ‘엄마를 부탁해’의 일본어판을 홍보하기 위해서다. 신 씨는 2005년 소설 ‘외딴방’을 이 출판사에서 낸 적이 있지만 그를 바라보는 일본 출판계의 시각은 많이 달라졌다. 신 씨 작품의 해외 판권을 관리하는 이구용 케이엘매니지먼트 대표는 “한국의 유명 작가들도 일본에서 보통 초판 2000부를 찍었다. 하지만 ‘엄마를 부탁해’는 초판 1만 부를 찍을 예정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1년 만에 귀국하는 신 씨는 최근 기자에게 보낸 e메일에서 “귀국 후 곧바로 호주와 일본에 가야 해서 온전한 귀국은 일본을 다녀온 뒤에나 가능할 것 같다”고 전했다. ‘엄마를 부탁해’는 2008년 11월 국내 출간 이후 현재까지 180만 부를 넘겼다. 현재도 매주 6000∼7000부가 판매되며 높은 관심을 이어가고 있다. 신 씨는 내달 말부터 ‘독자와의 만남’ 등을 통해 국내 독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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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국가폭력이 휩쓴 뒤… 고삐리, 어른이 되다

    폭력을 말한다. 아버지가 휘두르는 가정폭력, 학교에서 이뤄지는 학원폭력, 그리고 국가에 의한 폭력이다. 그 가운데 가장 처절한 것은 국가 폭력이다. 전남 여수에서 중학교를 나와 고교를 광주에서 다닌 작가는 까까머리 고교생 때 5·18민주화운동을 겪었다. 도시락을 나눠 먹던 급우를 하루아침에 싸늘한 시체로 대면해야 했던 섬뜩한 기억이다. 1990년 등단한 뒤 바다와 섬을 배경으로 한 민초들의 삶을 비릿한 바다 냄새 가득하게 그려왔던 작가는 민주화운동을 직접 체험했지만 이를 다룬 장편을 여태껏 낸 적이 없다가 이번에 처음 1980년 광주를 정면으로 다뤘다. “광주 얘기는 많은 작가들이 기록하고 소설로 써왔다. 그래서 ‘나는 안 해도 되겠다’라고 생각했는데 언제부터 그런 작품들을 보기 힘들어졌다.” 그가 뒤늦게 광주의 기억을 풀어놓은 이유다. 작은 항구에서 중학교를 나온 ‘나’는 인근 지방 도시의 고교에 입학한다. 이 학교는 아이들이 서클을 만들어 서로 패싸움을 하고, 교사들은 각목으로 아이들을 두들겨 패는 정글 같은 곳이다. ‘나’는 힘과 깡을 기르기 위해 정권(正拳) 지르기를 연습하고, 상대를 제압하는 눈싸움 연습을 한다. 실력을 인정받아 학교 폭력서클에 들어가고, 점차 세상에 눈을 뜰 무렵 일상을 송두리째 날려버리는 태풍과도 같은 ‘국가 폭력’(5·18민주화운동)을 몸으로 체험하게 된다. 1, 2부로 나뉜 작품은 주인공 ‘나’의 고교 생활이 펼쳐지는 전반부는 희극으로, 본격적인 시위가 이뤄지는 후반부는 비극으로 그려진다. 자취방에서 라면을 함께 끓여먹고 구형 라디오로 함께 음악을 듣던 살가웠던 친구 등이 때로는 주검으로, 때로는 열혈 시위대로 눈앞에 등장하면서 ‘나’는 혼란스럽다. “하루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고 말하던 그는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 하루아침에 폐허로 변하는 것을 보면서 어느새 어른이 된 것을 느낀다. 사랑하던 것들을 잃어버린 공허감이 폐부 가득히 밀려오면서다. 책장을 덮으면 그 상실감이 전해져 애잔하다. 주인공이 그랬던 것처럼 쓰디쓴 소주 한 잔을 입에 털어 넣고 싶어진다. 글에는 광주도, 5·18이란 단어도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대통령 서거나 군부 집권 등의 배경으로 쉽게 1980년 광주를 떠올릴 수 있다. 시외전화를 걸기 위해 전신전화국에 가고, 밥에 마가린과 간장을 넣고 비벼 먹어 한 끼를 때우고, 사창가를 다녀온 뒤 마이신 한 알을 빼놓지 않고 먹는 30여 년 전 청춘들의 모습이 그들의 추억담처럼 펼쳐진다. 하지만 문득문득 영화 ‘친구’나 ‘말죽거리 잔혹사’가 떠올라 기시감이 들기도 한다. 특히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로 촘촘히 채워졌던 전반부에 비해 후반에 펼쳐진 5·18민주화운동은 폭력적 상황들에 대한 묘사에 지나치게 몰두해 헐거운 느낌을 준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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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오늘밤 나를 클릭해주오” 된장녀 꿈꾸는 평범녀들

    결혼 전 더 많은 연애 경험을 위해, 혹은 멋진 이상형을 만나기 위해 열심히 남자들을 만나는 20대 여성들의 성(性)과 연애에 관한 얘기를 적나라하게 풀어낸 소설. 남자들은 “아 이렇구나!”라며 이마를 치게 만들고, 여자들은 “맞아, 맞아!”라면서 손뼉을 치게 만들 것 같다. 친구 사이인 여성 3명이 나누는 대화. “옷을 100만 원어치는 샀어. 백도 선물하겠다는 거 내가 다음에 사달라고 했지. 나 양심 있지 않냐?” 친구가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 하지마”라고 타박하자 그녀는 지지 않는다. “난 된장녀들 하고는 달라. 사달라고 한 게 아니라 우연히 구경하다가 사준 거라고.” 그렇다. 남성들이여, 백화점을 데이트 코스로 잡지 마시길. 그렁그렁한 눈망울로 신상품을 바라보는 여자친구의 시선을 외면할 수 없다면. 인터넷 동영상 강의를 하며 100만 원을 벌지만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밤에는 월 600만 원 버는 키스방에 나가는 정연희, 낮에는 도서관 사서로 얌전히 일하지만 밤에는 섹스파트너 찾기에 골몰하는 박성아, 부자에 잘생긴 남자를 찾아 인생역전을 꿈꾸는 배유리. 이들은 ‘능력(성적인 것을 포함한) 있는 남자가 최고’라는 여성들의 심리를 솔직하게 까발린다. 하지만 외모도, 능력도 평균치의 언저리를 맴도는 이들에게 행운은 찾아오지 않는다. 대개 눈에 안 차는 평범남을 만나거나 눈에 띄는 남자는 변태 아니면 사기꾼으로 밝혀진다. ‘클릭 미’는 작품 속 인터넷 채팅 사이트 이름이지만 ‘나를 선택해 달라’는 여성들의 바람으로도 들린다. 연희가 만난 키스방 출입 남자들의 사연, 그리고 병원에 입원한 사람들 얘기 등 소소한 읽을거리들도 재미있다. 목욕관리사로 “손님 털에 때가 끼어 힘들었다”며 걸쭉한 입담을 뽐내는 연희 엄마는 등장할 때마다 웃음을 준다. 그러나 중반까지 별로 언급되지 않던 연희 아빠 얘기가 후반부에 급작스럽게 부각돼 부자연스럽다. 박성아와 배유리의 캐릭터가 너무 유사해 읽다 보면 혼동될 때도 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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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장욱 시집 ‘생년월일’

    이장욱 시인(43·사진)이 세 번째 시집 ‘생년월일’(창비)을 냈다. 1994년 등단 이후 전위적인 시를 풀어냈던 그는 2000년대 들어 각광받기 시작한 미래파의 원조 격이다. 그의 시는 다소 난해하지만 그 어려움이 책장을 지레 닫을 만큼 부담스럽지는 않다. 생경한 언어조합이 주는 시어들을 더듬어 가다 보면 묘한 정서적 동감이 몸속에 스며들기 때문이다. ‘동사무소에 가자/왼발을 들고 정지한 고양이처럼/외로울 때는/동사무소에 가자/서류들은 언제나 낙천적이고/어제 죽은 사람들이 아직/떠나지 못한 곳’(‘동사무소에 가자’에서) ‘나는 어둠 자체를 발견하기 위해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코인로커 속에서 가장 슬픈 자세는 무엇인가./지금은 붉은 사과가 둥글게 웅크린 채/어둠에 몰두하고 있다./캄캄해지는 것은 사과인가./목적지인가.’(‘코인로커’에서) 사람이 서류 한 장에 죽고 사는 무감정한 동사무소에 한 마리 외로운 고양이처럼 찾아가고, 지하철 역 붐비는 코인로커의 암흑 속에서는 한 개의 사과처럼 웅크린다. 외롭고 우울한 현대인의 자화상은 때론 고양이로, 때론 사과로 치환된다. 시집은 전체적으로 전위시를 표방하지만 무척 감성적인 문구들도 곳곳에 눈에 띈다. 콕 떼어낸다면 감성적인 편지의 한 귀퉁이에 딱 어울릴 만한. ‘겨울이 가고 가을이 오면/당신이 거기 없겠구나./어디선가 말 없는 소녀가 자라고 있겠구나./모든 것을 이해할 것 같은 아침이 지나간 뒤에/아무것도 알 수 없는 밤이 오네.’(‘돌이킬 수 없는’에서) ‘네가 없는 토요일은 너무 거대해서/너를 빼고는 무엇이든 넣을 수 있다.’(‘다섯시에서 일곱시까지의 끌레오’에서) ‘근육질 눈송이들이 꿈틀거리는 소리로 허공은 가득하다’(‘겨울의 원근법’)든가, ‘강수량을 측정하기 위해 수많은 빗방울들에게 계급과 역할을 분배한다’(‘평균치’)는 상상력도 기발하다. 익숙한 사물들에 생기를 불어넣어 ‘낯설게’ 세상을 바라본 시 60여 편을 묶었다. 조선대 교수, 소설가, 그리고 비평가로 활동 중인 시인은 “캄캄한 궤도를 돌고 있는 인공위성들. 고개를 든 나에게 가장 가까운 별자리가 있다. 오늘은 그것이 당신이었으면 한다”며 독자에게 손을 건넸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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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완서 마을’ 改名 고맙지만… 어머니는 ‘아치울’ 이름을 사랑하셨습니다

    “어머니는 생전에 아치울이란 이름을 사랑하셨어요. 마을 이름이 ‘박완서 마을’로 바뀌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실 것 같네요.”올해 1월 타계한 소설가 박완서 씨(사진)가 살던 경기 구리시 아천동(아치울 마을)에 조성될 예정이었던 ‘박완서 문학마을’이 유족들의 뜻에 따라 중단된 것으로 5일 확인됐다. 생전 자신의 이름을 단 행사나 사업에 ‘인색’했던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유족들이 구리시의 사업 계획에 정중한 거절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올해 4월 구리시는 고인의 기념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경기 개풍(현 황해북도 개풍군) 출신인 고인이 1998년부터 별세할 때까지 13년 동안 살았던 아차산 자락의 아치울 마을을 ‘박완서 문학마을’로 조성한다는 계획이었다. 박 씨의 집 주변에 문학관, 문학공원, 문학비 등을 만들고 고인이 생전 작품을 구상하며 산책하던 장자호수공원∼대장간 마을∼아차산 고구려 보루를 잇는 ‘문학 둘레길’(약 4km)도 만들 예정이었다. 구리시는 ‘구리시 행정기구 및 정원 조례 시행규칙’을 개정하고 기념사업 전담팀도 꾸렸다. 그러나 유족들은 5월 구리시에 완곡한 거절 의사를 밝혔다. 장녀 호원숙 씨(수필가)를 비롯한 유족들은 “어머니는 생전 지역사회를 사랑하셨고 아치울 생활을 좋아하셨다. 하지만 작가가 살고 있다고 해서 어떤 표지를 남기는 것은 좋아하지 않으셨다”며 “마을 이름이나 버스 정류장에 어머니의 이름을 넣는 것도 원하지 않았고 박완서 기념관도 바라지 않으셨다”고 설명했다. 또한 “어머니는 보통 사람들 속에서 살고 싶어 하셨고, 책으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고 싶어 하셨다”며 사업 만류 의사를 밝혔다. 호 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문학마을 조성은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도 원하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족들은 학교나 도서관 주최로 학생들이 고인의 집에 찾아오는 ‘교육 프로그램’에는 협조하기로 했다.구리시는 유족들의 의견을 고려해 관련 사업을 중단했지만 2009년부터 구리시 인창도서관에 운영 중인 박완서 자료실은 앞으로도 정상 운영한다. 이곳에는 ‘나목’의 초판을 비롯해 고인의 작품 177점과 친필 원고, 사진 등이 전시돼 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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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0자 다이제스트]흑백 사진에 인디언의 일상을 담다

    미국의 사진가인 저자는 1896년부터 1930년까지 북미 전역의 인디언 영토를 찾아다니며 70여 부족 인디언들의 일상을 앵글에 담았고 그 후 20권으로 이뤄진 사진집을 냈다. 이 책은 그 가운데 900여 장을 가려내 한 권으로 묶은 것. 빛바랜 흑백사진 속에 있는 인디언들은 몸을 씻고 불을 지피고 저녁을 준비한다. 평화로운 모습이다. 하지만 렌즈를 정면으로 바라본 ‘증명사진’ 속 얼굴들은 놀랄 정도로 무표정해 오히려 인상적이다. 별도의 설명 없이 제목만 있는 사진이 많아 아쉽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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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가 조정래 “젊을 때처럼 글샘 솟아… 나 안 늙었어요”

    ‘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 씨(68)가 40여 년 전에 냈던 중편들을 개작해 장편으로 펴냈다. 1974년 발표한 중편 ‘황토’를 5월 장편으로 바꿔 낸 데 이어 1973년에 선보인 ‘비탈진 음지’를 지난달 장편으로 냈다. 두 작품 모두 원고지 200여 장씩을 추가했다. 혈기왕성했던 30대 초반에 쓴 작품들을 일흔이 다 된 나이에 새로 내는 이유가 무엇일까. 폭우가 쏟아지다 그치기를 반복하던 지난달 29일 저녁 서울 강남의 호텔에서 작가를 만났다. “당시 ‘현대문학’ 등 문예지에 중편들을 발표했는데 제가 30대 작가여서 지면을 많이 허락해주지 않았어요. 부득이하게 중편으로 쓸 수밖에 없었지요. ‘이건 장편거리인데’ 하면서 계속 마음에 걸렸었는데 지금 와서라도 장편으로 내니 한(恨)을 푼 것 같아요. 예전의 중편에 실린 내용은 거의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기자가 “저도 마음먹고 기사를 길게 쓰면 데스크가 싹둑 자른다”고 하자 조 씨는 “허허” 하고 웃었다. ‘황토’는 일제강점기 말부터 광복, 그리고 6·25전쟁 등 굴곡진 현대사 속에서 아비가 다른 세 자식을 키운 한 여인의 지난한 삶을 그린 작품. ‘비탈진 음지’는 1970년대 무작정 상경해 칼갈이를 하며 두 자녀를 키우는 한 아비의 고된 일상을 그렸다. 독자들의 관심도 높다. ‘황토’는 2만5000여 부가 나갔고, ‘비탈진 음지’는 초판 1만 부를 찍었다. “‘황토’에서 다룬 현대사의 비극은 우리 민족의 아픈 부분이고 끝없이 반추해야 할 부분이죠. ‘비탈진 음지’에서 다룬 ‘무작정 상경 1세대’들은 현재 폐휴지를 줍는 도시 빈민들이 됐어요. 옛날 얘기가 아니라 살아있는 현실을 담고 싶었습니다.” 집필할 때 컴퓨터를 쓰지 않는 그는 중편 책 여백에 깨알같이 메모를 했다. 추가할 분량이 많을 때는 별도로 원고지에 담기도 했다. 그는 이 작업을 하며 “자신을 재발견했다”고 말했다. “작업을 하면서 내가 안 늙었다는 생각이 들어 기뻤지요. 젊었을 때처럼 뭐랄까, 머릿속에서 불이 반짝반짝하고 물이 샘솟는 것 같았어요. 또 당시 서른 정도 나이에 민족의 역사와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진 게 기특했고, 그 정신을 40년 가까이 지탱해온 내 의지력이 대단하구나 생각했습니다.” “자화자찬 아니냐”고 하자 그는 파안대소(破顔大笑)했다. “작가는 자만에 빠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신감이 있어야 예술을 할 수 있지요. 예술은 성공보다는 실패 확률이 높은데 작가는 자기 확신과 만족을 가져야 합니다.” “밥 때를 놓쳤다”며 삼계탕 두 그릇을 주문한 뒤 꼼꼼히 살을 발라 먹으며 그는 질문에 대한 답을 이어갔다. 오전 7시, 낮 12시 반, 오후 6시 반 세끼 밥 때를 지키고, 하루 한 번 국민체조를 ‘정확히’ 따라하는 게 건강 비결이라고 했다. ‘흔한 성인병 하나 없다’는 그는 요즘도 매일 오전 6시에 일어나 집필실인 ‘글 감옥’에 스스로를 가둔다고 한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등 대하소설을 집필한 그는 ‘대하소설이 사라진 국내 문학계’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저는 분단, 식민지, 전쟁 등 쓸 얘기가 많아서 대하소설을 썼는데 요즘 작가들은 역사체험이 점점 없어지고 서구화돼 사사로운 얘기나 쓰는 것 같아요. 소설은 결국 스토리텔링인데, 그 이야기성이 약해지면 독자들이 안 읽게 됩니다.” 지난해 대기업의 전방위 로비 등 부패한 재벌 실태를 고발한 ‘허수아비춤’을 펴냈던 작가는 영토 확장 의욕을 비롯한 중국 문제를 다룬 세 권 분량의 장편을 준비하고 있다. 취재차 9월부터 두 달간 중국을 다녀온 뒤 내년 상반기 1권을 낼 계획이다. “중국의 경제대국화와 영토 팽창주의는 한국에도 큰 위기로 다가올 겁니다. ‘태백산맥’ 등이 과거를, ‘허수아비춤’이 현재를 다뤘다면 새로 선보이는 소설은 우리 미래를 그리게 되는 것이지요.”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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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폐쇄된 학교서 벌어지는 연쇄 살인극

    일본의 한 사립고등학교. 유능하고 밝은 성격의 젊은 남성 영어교사인 하스미 세이지는 학생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하지만 밝은 외양과 달리 그는 사이코패스 살인마. 자신의 행동에 방해가 되거나 의심하는 사람들을 하나씩 죽이며 학교는 가장 끔찍한 살인 장소로 바뀐다. ‘검은 집’ ‘푸른 불꽃’ ‘13번째 인격’ 등 심리스릴러로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팬을 폭넓게 확보하고 있는 저자의 신작. 지난해 제1회 야마다 후타로상을 받았고 지난해와 올해 일본에서 미스터리 소설 최고 작품에 선정됐다. 치밀한 구성 아래 펼쳐지는 인물들 간의 심리전이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수십 명에 이르는 등장인물이 헷갈리는 탓에 읽기에 간혹 브레이크가 걸리는 것이 흠. “학교는 도덕적인 공간이지만 그 폐쇄성 때문에 세간에서는 쉽게 통용되지 않는 것들이 이루어지는 위험한 장소다.” 작가가 ‘학원 스릴러’를 선택한 이유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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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삐끼 남편과 폰섹스 부업 아내의 꿈은?

    40세 전후의 남성 작가 8명이 각기 다른 상상력으로 성(性)과 관련한 단편들을 풀어냈다. 판타지와 현실을 오가며 성을 논하는 필력들이 자유분방하다. 김도언 씨는 ‘의자야 넌 어디를 만져주면 좋으니’에서 한 양성애자 남성의 얘기를 그렸다. 남성 애인에게서는 ‘사막’을, 여성 애인에게서는 ‘밀림’을 떠올리며 만족하던 그는 결국 자신의 정체성을 이해 못하는 양쪽에게서 버림받는다. 성적으로 ‘소수자 가운데 소수자’인 그는 결국 인간이 아닌 의자에게 성적인 구원을 받는다. 권정현 씨는 ‘풀코스’에서 각종 퇴폐 성산업에 놓인 한 가족의 얘기를 그린다. 안마방 삐끼로 일하는 남편과 폰섹스 부업을 하는 부인은 번듯한 전셋집을 마련하는 것이 꿈이다. ‘모르겠고’를 낸 박상 씨는 “야동을 보다가 여자친구에게 걸렸는데 ‘소설 때문’이라고 해 넘어갔다”며 웃었다. 대개의 ‘성인물’이 그러하듯 막상 뚜껑을 열면 싱겁다. 음담패설에 비하면 약하고, 통상적인 소설 속 묘사보다는 수위가 높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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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멜빌은 창 너머 산에서… 모비딕 등을 떠올렸다

    세계적인 문호인 미국의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1927년 두 번째 부인 폴린 파이퍼와 결혼한 뒤 플로리다 주 키웨스트에 살림을 차렸다. 뒷마당에 큰 수영장이 있는 이층집은 각종 야자수로 둘러싸여 있다. 폭음을 즐기는 헤밍웨이였지만 매일 오전 8시에는 2층 작업실 책상에 앉아 오전 내내 글을 썼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쓰기 시작한 곳도 이곳이었다. 훗날 그는 노벨 문학상을 받은 뒤 이런 말을 남겼다. “글쓰기는, 기껏 잘해야 고독한 삶”이라고. 외부와 격리된 채 홀로 문학적 사투를 벌이는 작가의 창작공간을 소개한 책이다. 예일대 교수인 저자는 19, 20세기 미국 대표 작가 21명이 대표작을 집필했던 집을 함께 둘러보듯 찬찬히 소개한다. ‘톰 소여의 모험’의 마크 트웨인이 매일 글쓰기에 앞서 한가한 시간을 보냈던 당구대, ‘모비딕’의 허먼 멜빌이 고래 등을 떠올렸다는 그레이록 산, 그리고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가 즐겨 찾던 산책길 등이 눈앞에 숨쉬듯 펼쳐진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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