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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쩌둥의 사상과 위상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중국 내에서 ‘5금(禁) 조치’(출판·홍보·게재·비평·각색 금지)를 당했던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2005년), 중국의 에이즈와 매혈 문제를 짚은 ‘딩씨 마을의 꿈’(2006년) 등 중국 사회에 대해 비판적인 소설을 주로 써온 저자가 내놓은 에세이다. 1960년대 중국 농촌 마을을 배경으로 자신의 유년 시절과 한 가정의 생계를 책임졌던 아버지와 삼촌들의 고단한 삶을 담담한 어조로 회고했다. 빛바랜 흑백 영상을 연상시키는 담백하고 간결한 이야기들이 잔잔한 울림을 이끌어낸다. 1960년대 중국은 ‘3년 대기근’으로 3000만 명 이상이 죽고 문화대혁명이 촉발된 극심한 혼란기였다. 하지만 작은 농촌 마을 사람들의 문제는 미래의 혁명이 아니라 오늘과 내일의 생존이었다. 아버지와 그 형제들이 하나둘 세상을 뜨면서 인생에 대해 고찰하기 시작했다는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들의 인생은 쌀과 땔감, 기름과 소금을 얻기 위해 온갖 고생과 즐거움, 생로와 병사 속에서 몸부림친 고통이었다.” 30대에 천식에 걸렸지만 변변한 처방조차 받지 못하고 병을 키웠던 아버지의 관심사는 한 톨의 양식이라도 더 일궈내고 번듯한 기와집을 자녀들에게 지어주는 것이었다. 그는 해가 뜨면 밭으로 나가 어둠이 내릴 때까지 고된 노동을 멈추지 않는다. 국가에 귀속되지 않은 자투리땅을 3년에 걸쳐 개간해 고구마 농사를 지었지만 하루아침에 정부에 뺏긴 뒤 아버지는 집을 나간다. “어둠이 내려앉을 쯤에야 아버지는 힘이 다 빠진 모습으로 돌아오셨다. 손에는 한 무더기의 고구마 줄기가 들려 있었고 줄기 아래쪽에는 붉고 커다란 고구마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마지막 수확을 하고 온 아버지 앞에서 가족은 말문을 잃었다. 양말을 짜는 기계를 들고 돌아다니며 장사를 했던 큰아버지, 한평생 시멘트 공장에서 노동자로 일했던 넷째 삼촌의 인생사도 잔잔히 펼쳐진다. 문화대혁명의 격동이 서민에게 미친 영향도 상세히 그려냈다. 넷째 삼촌은 고장 난 기계를 수리하느라 손까지 다쳤지만 수리가 지연돼 인민에게 손해를 입혔다며 월급 절반이 깎인다. 초등학교 시절 성적을 올리기 위해 노력했던 저자는 한순간에 필기시험이 폐지되면서 공허를 느낀다. 고교 중퇴 후 군대에 들어가 25년을 보낸 뒤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을 걷는다. 책은 억지 감동을 유도하지 않고 차분한 묘사와 정제된 어법으로 일관한다. 척박한 삶 속에서 가족을 먼저 생각하며 자신을 희생한 아버지들의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가슴 뭉클하다. 단지 ‘아버지의 병세’ 등의 내용이 반복해서 등장하거나 가난을 키워드로 한 에피소드가 병렬식으로 이어져 다소 지루한 느낌도 준다. “중국에는 세 가지 현실이 존재합니다. 최근 급속히 번영하고 있는 중국의 현재, 그리고 ‘3년 대기근’ 등 많은 사람이 알지 못하고 있는 ‘은폐된 진실’, 마지막으로 어렵게 생활했던 아버지 세대에 대한 ‘잊혀져 버린 현실’입니다.” ‘은폐되고 잊혀져 버린 중국의 과거’를 젊은층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작가는 말한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딸기다방, 초양다방, 희다방, 은파다방, 묘향다방…. 향수가 느껴지는 옛 다방 모습이 책 속 가득하다. 스쿠터를 타고 전국의 다방을 찾아다닌 기행기. 경북 영양군에 가면 50여 년 된 ‘향수다방’이 있다. 고동색 창틀은 칠이 벗겨져 울퉁불퉁하고 한구석에는 빨간 공중전화가 놓여 있다. 입담 좋은 진 양은 이렇게 말한다. “다방 간판은 왜 찍고 다녀요. 도망간 여자가 다방에서 일해요?” 간간이 다방의 마담과 여종업원들과 나눈 대화가 있지만 무거운 인생사는 찾기 어렵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게 ‘나그네의 예의’라는 게 저자의 생각. 그 대신 다방에서의 단상이 이어진다. 섬진강 악양 마을에서는 커피와 물이 든 보온병을 한 병씩 가져와 반반씩 섞어 타주는 ‘물커피’가 있다는 등 지역 다방의 특색도 설명한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MOVIE◆ 풍산개북한 담배 ‘풍산개’를 피는 정체불명의 사내는 비무장지대를 오가며 3시간 만에 물건과 사람을 배달한다. 그의 존재를 알게 된 국가정보원은 탈북 고위관료의 애인인 인옥을 데려오라는 임무를 부여한다. 비무장지대를 통과하면서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며 사내와 인옥은 서로를 마음에 담는다. 이런 사실을 눈치 챈 국정원은 인옥을 볼모로 사내에게 또 다른 미션을 부여한다. 사내는 인옥을 지키기 위해 다시 목숨을 걸고 북한으로 향한다. 전재홍 감독. 윤계상, 김규리 출연. 23일 개봉. 18세 이상.이상용 흥미롭지만 리얼하지는 않은, 자극적이지만 충격을 선사하지는 않는. ★★★ 정지욱 거칠 것 없는 풍자와 해학으로 풀어낸 남북관계. ★★★★◆플레이모던 록 밴드 ‘메이트’가 공식 무대에 서기까지의 실화를 담았다. 각자 다른 곳에서 음악을 하던 준일(키보드와 보컬) 헌일(기타와 보컬) 현재(드럼)는 의기투합해 밴드를 결성한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지인이 빌려준 건물 옥상에서 연습을 하고, 아끼던 악기를 팔아 음악을 이어가지만 무대에 설 기회는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이들은 미국 밴드 스웰시즌의 내한 공연 소식을 접하고 공연이 열리는 세종문화회관 로비에서 깜짝 공연을 펼칠 계획을 세운다. 남다정 감독. 정준일, 임헌일, 이현재 출연. 23일 개봉. 전체 관람가.정지욱 허구와 진실이 잘 버무려진 음악 한상 차렸소이다. ★★★☆민병선 신선한 감각, 눈에 띄는 몇 장면만으로도 충분. ★★★◆소중한 날의 꿈달리기에서는 한 번도 져 본적 없던 이랑은 계주에서 처음으로 상대에게 추월당하자 일부러 넘어진다. 그 후, 이랑은 육상부 선생님의 끈질긴 설득에도 지는 것이 두려워 달리기를 하지 않는다. 어느 날 이랑은 레코드 가게에서 서울에서 전학 온 수민을 만나 친구가 된다. 수민은 얼굴도 예쁘고 어른스러워서 남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 이랑은 항상 자신감 넘치는 수민을 보며 잘하는 것 하나 없는 자신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안재훈, 한혜진 감독. 박신혜, 송창의 목소리 연기. 23일 개봉. 전체관람가.이상용 풋풋한 추억과 꿈을 지닌 정감의 애니메이션 ★★★☆정지욱 잊혀진 내 비밀상자를 열어보는 소중함. ★★★☆◆인 어 베러 월드의사인 안톤은 덴마크와 아프리카를 오가며 의료봉사 활동을 한다. 10살 난 그의 아들 엘리아스는 학교에서 상습적인 따돌림과 폭력에 시달리다 전학 온 크리스티안의 도움으로 위험에서 벗어난다. 둘은 금세 친구가 된다. 최근 암으로 엄마를 잃은 크리스티안은 가족과 세상에 대한 분노와 복수심으로 가득 차 있다. 그는 평소 온순하고 침착한 엘리아스에게 자신만의 분노 해결법을 가르쳐준다. 한편, 아프리카에 간 안톤은 난민을 무자비하게 학살하는 반군지도자의 부상을 치료하며 의사로서 도덕적 책무와 양심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다. 수잔 비에르 감독. 미카엘 페르스브렁, 트린 디어홈 출연. 23일 개봉. 12세 이상.정지욱 가장 강한 창과 방패는 용서와 화해. ★★★☆■ CONCERT◆ 케이윌 ‘가슴이 뛴다’아이돌 가수들 속에서도 그가 부르면 빛이 난다. 감성적인 목소리와 절제된 감정 표현이 듣는 이의 가슴을 뛰게 한다. 이번 공연에선 ‘가슴이 뛴다’ ‘눈물이 뚝뚝’ ‘그립고 그립고 그립다’ 등을 선보일 예정. 6만6000∼8만8000원. 25일 오후 7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 02-541-7110◆ 신연아 ‘바람이 스치는 날에’여성 보컬그룹 빅마마. 자타가 공인하는 이 가창력 있는 그룹의 맏언니 신연아가 솔로 앨범 ‘어느, 느린 하루’를 발매했다. 그는 첫 단독 콘서트를 담백하지만 짙고, 여운을 남기는 무대로 꾸밀 예정이다. 7만7000원. 25, 26일 오후 7시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 삼성홀. 1544-1555 ◆ 김연우, ‘戀雨 속 연우’‘여전히 아름다운지’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 등으로 따뜻함을 선사해 온 ‘보컬의 정석’ 김연우가 무대에 최근 출연했던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불렀던 곡도 함께 부른다. 7만7000∼9만9000원. 24일 오후 8시, 25, 26일 오후 3시 7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 02-556-5910◆ 임재범 ‘다시 깨어난 거인’ 무뚝뚝한 표정으로 그가 부르는 ‘너를 위해’ ‘비상’ ‘고해’ ‘낙인’ 등을 듣노라면 기교 이면에 있는 묵직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8만8000∼12만1000원. 25일 오후 7시, 26일 오후 6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1544-1555■ PERFORMANCE◆ 서커스 레인서커스 리허설 극장을 무대로 한 러브스토리를 보사노바풍의 음악과 아름다운 조명, 2t의 쏟아지는 물로 담아냈다. 캐나다 예술서커스단 서크 엘루아즈의 작품. 두 번째 내한공연이다. 24일∼7월 1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 4만∼10만 원. 02-2005-0114◆ 예술하는 습관영국출신으로 동성애자인 대시인 W H 오든과 작곡가 벤자민 브리튼의 가상의 만남을 극중극 형식으로 풀어낸 연극. ‘조지왕의 광기’로 유명한 극작가 앨런 베넷의 신작. 박정희 연출. 이호재 양재성 오지혜 출연. 7월10일까지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 1만5000∼4만 원. 1644-2003◆ 삼등병군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던 윤진원이 군생활에 적응하면서 변모하는 과정을 비판적으로 그려낸 작품. 성기웅 작·연출. 김태훈 박혁민 김성현 이현균 출연. 7월10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 2만2000∼2만9000 원. 02-763-8233◆ 웃음의 대학1940년대 2차대전 말기 일본을 무대로 검열관과 희극작가의 갈등과 화합을 웃음과 눈물로 담아냈다. 이해제 연출. 송영창 안석환 정재성 정웅인 백원길 최재섭 김도현 전병욱 출연.9월18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3만5000원. 02-766-6007■ CLASSICAL◆ 베리타스 앙상블 콘서트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역에서 활동하는 서울대 음대 동문들로 구성된 베리타스 앙상블은 2007년 창단해 매년 음악회를 열고 있다. 피아니스트 이재진, 첼리스트 황지인 씨 등 단원들이 스트라빈스키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이탈리아 모음곡’ 등을 연주한다. 2만 원. 25일 오후 7시 반 서울 관악구 서울대 음대 예술관. 02-3476-4458◆ 레스피기 구자범 지휘자가 이끄는 경기필하모닉 정기연주회로 이탈리아 작곡가 오토리노 레스피기(1879∼1936)의 ‘로마의 축제’ ‘로마의 분수’ ‘로마의 소나무’ 등을 선보인다. 1만∼6만 원. 24일 오후 8시 고양시 일산동구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 25일 오후 8시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문화의전당 행복한대극장. 031-230-3440∼2◆ 브리튼의 전쟁 레퀴엠 KBS교향악단이 6·25전쟁 61주년을 맞아 준비한 공연. 브리튼의 ‘전쟁 레퀴엠’을 소프라노 김영미, 바리톤 정록기, 테너 데릭 체스터 씨가 함께 부른다. 1만∼5만 원. 24일 오후 8시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580-1300◆ 앙상블 오푸스 네이처 콘서트Ⅱ2009년 11월 창단된 앙상블 오푸스는 올해 프랑스 파블로 카살스 음악제에 초청받는 등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번 공연에서는 호아킨 투리나의 ‘현악4중주-투우사의 기도’ 등을 연주한다. 1만∼5만 원. 25일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1544-5142■ EXHIBITION◆ 김종학 회고전‘설악산의 화가’로 불리는 원로화가의 화업 60여 년을 돌아보는 대규모 회고전. 꽃으로 표현한 원초적 생명력과 자연의 힘찬 에너지가 화폭 가득 일렁인다. 속도감 있는 붓질, 호방한 표현력으로 그려낸 한국의 산하 풍경이 웅숭깊은 울림을 남긴다. 26일까지 경기 과천시 국립현대미술관 제2전시실. 02-2188-6000◆ 키사라기 미키짱일상을 형이상학적 차원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20세기 정물화의 대가 조르조 모란디(1890∼1964). 장보윤, 박은선, 김창겸, 앤 해릴드, 프랭크 웹스터 등 국내외 작가 14명이 모란디의 삶과 그림을 실마리 삼아 제작한 작품을 선보였다.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의동 브레인팩토리. 02-725-9520◆ 소라게 살이-김지은전작가는 2009년부터 1년 반 동안 미국 여기저기를 옮겨 다니며 살았다. 당시 이방인으로 마주쳤던 낯선 환경을 소재로 삼은 회화와 설치 작품을 전시. 경쟁과 성장만 중시하는 사회가 남긴 부작용, 이들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돌아보게 한다. 25일까지 서울 마포구 서교동 대안공간 루프. 02-3141-1377◆ 조우하는 드로잉전단순한 결과물이 아니라 사물에 대한 관찰과 사유의 밀도를 높이는 수단으로써 드로잉의 의미를 탐색한다. 연필 목탄 수채 등 다채로운 드로잉 작업을 펼쳐온 허윤희 씨를 비롯해 조각 회화 사진 등을 다루는 백민준 서상익 장석준 하지훈 씨가 참여. 30일까지 서울 마포구 서교동 갤러리 잔다리. 02-323-4155}

《“여름이 지나면 고향인 충남 논산으로 내려갈 생각입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앞으로 10년간은 소설만 쓸 생각입니다.” 등단 39년을 맞은 소설가 박범신(65)이 새로운 문학 도전에 나선다. 이번 학기를 끝으로 25년간 몸담았던 명지대 문예창작과 교수에서 정년퇴직하는 그는 가족과 떨어져 논산으로 내려갈 예정. 서울문화재단 이사장을 비롯한 각종 직함도 조만간 모두 정리할 생각이다.》 서른아홉 번째 장편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문예중앙)를 출간한 22일, 그는 자신의 문학인생을 돌아보며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 ‘나의…’는 말굽이 손바닥에 자라난 한 남자의 야수적 폭력성과 처절한 사랑 얘기를 그린 소설이다. “뜨겁게 (작품활동을) 했고, 주위에서 열심히 살았다고 평가해주는 사람도 있지만 돌이켜보면 저는 항상 최선이 아닌 차선을 선택하며 살았습니다. 그런 회한이 남아 있어요. 앞으로 10년 내가 좋아하는 문학에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그동안 한 가정의 가장, 대학교수, 작가의 세 가지 역할을 하다 보니 문학에 최선을 다하기 힘들었다고 했다. 1980년대 신문 연재물을 연달아 선보이며 대중소설 작가로 입지를 굳혔지만 문단의 비판도 높았다. 1993년 절필했다 8년 만에 복귀하기도 했다. “1980년대 연재소설을 많이 쓰면서 먹고살았는데 당시 문학의 최선은 아니었던 것 같고, 그렇게는 이제 안 하려고 합니다.” “두서없이 말이 긴 것 같다” “책에 대해서만 써 달라”고 멋쩍게 말하면서도 그는 스스로 말문을 열었다. 한참 말한 뒤에는 “한 대 피워야겠다”며 담배를 입에 물기도 했다. “얼마 전 마지막 강의를 준비하면서 ‘나는 누구다’라고 얘기하고 싶었는데 정작 정의가 내려지지 않았어요. 나이 예순이 되면 얘기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 ×팔렸습니다. 그래서 밤새워 평생 좋아하고 싫어한 것을 따져봤는데 나는 집단을 싫어하고, 반(反)정파적이며, 반(反)계몽주의적으로 살았던 것 같습니다.” 어떤 파벌이나 정파에 들지 않아 상처받고 소외된 적도 있었다고 그는 토로했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고 했다. “작가란 이름보다 예인(藝人)으로 불리는 게 좋아요. 이 나라는 작가들에게 예술만 아니라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 시대를 관통해 왔습니다. 제가 평생 최선을 다하진 못했지만 작가로서 예술가의 자리를 지켜왔다고 자찬할 수 있습니다.” ‘다작(多作) 소설가’로 꼽혀온 그는 쉼 없이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 “글을 쓸 때만 그야말로 완벽한 구원을 받는다”고 했다. 소설을 안 쓰면 우울해지고 삶이 무료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나이가 드니까 존재론적 고독이랄까. 사방에서 바람이 불어와요. 이 나이에 유명해지고 싶다든가, 돈을 벌어야겠다는 세속적인 욕망은 100% 접었습니다. 나를 추리고 나갈 수 있는 길이 이것(소설)밖에 없어서입니다.” 지금도 머릿속에 쓸거리가 여럿 있다는 그는 ‘뭘 쓸지 모르겠다’고 고민하는 작가들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한다. 그래도 신변 정리를 위해 금년에는 신작을 내지 않겠다는 게 그의 ‘이색 목표’다. 가족과 떨어져 문학청년 시절을 보냈던 고향으로 돌아가는 작가는 “골방에 들어가서 글만 쓰겠다는 것은 아니다”며 웃으면서도 ‘청년 박범신’의 각오를 밝혔다. “이제 강렬한 표창을 든 청년 작가로 진군해보자. 차선이 아니라 최선으로….”황인찬 기자 hic@donga.com}

한여름 밤을 수놓을 오페라의 향연이 펼쳐진다. 23일부터 다음 달 24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과 토월극장에서 제2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이 열린다. 이번 페스티벌에는 국립오페라단 1개 작품과 대한민국오페라연합회 소속 100여 개 단체 가운데 내부 경쟁을 거쳐 선정된 작품 4개 등 총 5편이 오른다. 구성도 해외와 국내 작품 각각 두 편, 어린이 오페라 한 편으로 다양하게 엮었다. 김학남 대한민국오페라연합회장은 “현재 한국 오페라의 질을 가늠할 수 있는 수준 높은 공연들로 라인업을 꾸렸다”고 말했다. 창단 20주년을 맞은 글로리아오페라단은 첫 주자로 23∼26일 오페라극장 무대에 벨리니의 ‘청교도’를 올린다. 17세기 영국의 종교전쟁을 배경으로 개혁을 부르짖는 청교도 의회파와 왕당파의 전쟁 속에서 핀 사랑을 그린 이 작품은 ‘벨칸토 오페라’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의회파 성주의 딸 엘비라가 부르는 ‘그리운 목소리가 나를 부르고…’가 대표 아리아. 엘비라 역에는 이탈리아 라스칼라 극장 등에서 주역으로 활약하고 있는 파트리치아 시그나 씨 등이 출연한다. 베세토오페라단은 7월 2∼6일 오페라극장에서 푸치니의 ‘토스카’를 공연한다. 이탈리아와 독일 등에서 연출가로 활약하며 루마니아대통령상을 받은 루마니아 여성 연출가 로디카 모이사 씨와 강화자 단장이 공동 연출한다. 토스카 역에는 이탈리아 아레나극장의 주역 소프라노인 크리스티나 피페르노 씨와 한국의 김지현, 강호소 씨가 나서고, 카바라도시 역에는 빈 국립 오페라단 주역 출신인 테너 보이다르 니콜로브 씨, 유럽에서 드라마틱 테너로 명성을 펼치고 있는 조용갑 씨 등이 출연한다. 국내 창작 작품으로는 호남오페라단이 7월 12∼15일 오페라극장 무대에 ‘논개’를 올린다. 2006년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 초연된 작품. 임진왜란 당시 논개의 숭고한 죽음을 판소리, 성악, 소리꾼 합창, 국악과 서양 악기 연주 등으로 펼쳐낸다. 구미오페라단은 21∼24일 오페라극장에서 이효석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메밀꽃 필 무렵’을 공연한다. 2009년 초연작. 1930년대 강원 평창군 봉평면을 배경으로 장돌뱅이들의 삶을 애잔하게 그렸다. 어린이 관객을 위해서 국립오페라단은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를 각색한 모험극 ‘지크프리트의 검’을 7월 1∼10일 토월극장 무대에 올린다. 2만∼15만 원. 02-580-1300황인찬 기자 hic@donga.com}

1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켄 코언 씨의 오르간 콘서트는 때 이른 초여름 밤의 무더위를 시원하게 씻어주는 멋진 음악회였다. 세종문화회관과 한국오르가니스트협회는 매년 6월 세계적인 오르가니스트를 초청하여 연주회를 개최하고 있는데 코언 씨는 그 네 번째 주인공이다. 이날 연주에서 코언 씨는 자신의 솔로 연주는 물론이고 바이올린과 브라스의 협주, 그리고 영상까지 곁들인 다양한 구성으로 청중에게 가까이 다가섰다. 콘서트는 바흐의 ‘신포니아’로 시작해서 역시 바흐의 ‘지그 푸가’로 이어졌고 오르간 연주가 귀에 익을 때쯤 바이올리니스트 김남윤 씨와의 협주로 분위기를 전환했다. 세종문화회관 오르간의 배치나 규모의 특성을 고려할 때 바이올린과 같은 솔로 악기와의 협연은 연주자들에게 매우 부담스러운 작업이다. 오르간 소리는 무대의 우측 벽면 상단에서 울려나오고, 상대 악기는 무대 중앙에서 연주되니 이격된 거리에서 빚어지는 시간차를 극복하고 두 악기의 어울림을 완성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후반부의 코리아 브라스 콰이어와의 협연은 유사한 울림을 갖는 악기와의 연주여서 더욱 흥미로웠는데, 이러한 협주는 오르간이 독주뿐만 아니라 다른 악기와도 훌륭히 어울릴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바이올린과 브라스의 협주 등 다양한 시도가 흥미로웠지만 자칫 음악의 흐름이 끊길 수도 있는 시점에서 다시 시작된 코언 씨의 독주는 청중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코언 씨가 편곡한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와 피날레였던 리스트의 ‘바흐 주제에 의한 전주곡과 푸가’는 오르간 음악의 진수를 보여주는 듯 완벽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압권이었던 것은 전반부 마지막 곡이었던 레오 사워비의 ‘행렬’과 앙코르 곡이었던 ‘파가니니 변주곡’으로, 대형 스크린의 영상을 통해 보여준 발건반(pedal) 연주는 섬세하면서도 고도의 테크닉으로 신비로움까지 선사했다. 연주자들이 갖추어야 할 음악적 역량을 꼽으라면 음악에 대한 이해력과 테크닉을 먼저 들 수 있겠지만 오르가니스트들에게는 수많은 파이프를 통해 얼마나 아름답고 어우러지는 소리를 만들어 내는가 하는 능력을 빼놓을 수 없다. 또 오르간은 모든 악기가 다 다르며 자기의 악기를 가지고 다니면서 연습하고 연주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몇 차례 현장 연습만으로 무대에 올라야 하는 오르가니스트에게는 평소 더 많은 노력과 실력이 요구된다. 코언 씨의 이번 연주회는 이러한 모든 것을 뛰어넘는 것이었고, 모처럼 오르간 연주회를 가득 메운 청중 모두가 오르간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었던 행복한 시간이었다.김희성 오르가니스트·이화여대 교수}

1920년 9월 16일 낮 12시 미국 월가에서 폭탄이 터져 30여 명이 죽고 400여 명이 다쳤다. 오늘날까지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는 미국 역사상 최초의 테러 공격인 ‘1920년 월가 폭탄 테러 사건’을 배경으로 한 작품은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넘나들며 사건의 실체를 향해 숨 가쁘게 내달린다. 강직한 뉴욕 경찰청 형사반장인 리틀모어와 냉소적이고 어두운 정신과 의사인 영거가 사건을 파헤치는 가운데 미모의 여성 화학학자 루소가 끼어들며 변주를 만든다. 루소는 사건이 터지기 전 묘령의 여인으로부터 어금니와 함께 ‘도와 달라’는 편지를 받고, 괴한에게 납치를 당한다. 유력한 용의자가 잡히지만 수사선상에 다른 배후자들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건은 점점 더 미궁에 빠진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서양 동화에서 성(城)이 빈번하게 등장하는 이유는 무얼까. ‘백설공주’ ‘신데렐라’ ‘인어공주’ 등에서 성은 주요 배경이 된다. “서양의 성은 성곽, 성벽 그리고 성채가 있다. 이것은 완벽하고 튼튼한 하나의 세계를 내보이는 장치이며 그 세계는 언제나 도전을 받는다. 이것이 서양 전래동화의 구조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분석이다. ‘호두까기 인형’과 ‘피리 부는 사나이’에 대해선 쥐와 아이들이 등장하고, 피리나 호두까기 인형을 통해 마법과 환상을 살펴볼 수 있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한다. 이런 상상의 세계가 펼쳐진다는 점에서 이들 작품은 낭만주의 문학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45년 동안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 한국문학번역원장인 저자는 첫 ‘그림책 평론집’을 낸 것에 대해 ‘즐거운 외도’라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이 책의 작가는 2002년 등단한 뒤 ‘달려라 아비’ ‘침이 고인다’ 등 두 권의 소설집으로 한국일보문학상, 오늘의젊은예술가상, 신동엽창작상, 이효석문학상, 김유정문학상, 젊은작가상 등을 휩쓸며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프랑스 소설가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 씨도 “자신의 처지마저 조롱할 수 있는 유머와 풍자가 뛰어나다”며 이 작가에 주목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의 첫 번째 장편 소설인 이 책은 ‘역시 김애란!’이란 감탄사를 뱉게 만든다. 절망과 슬픔의 심연으로 끝도 없이 추락하며 가슴 울컥하게 만들다가도, 허를 찌르는 반전으로 피식 웃게 만드는, 울리고 웃기는 글쟁이의 재주넘기가 현란하게 펼쳐진다. 작품을 읽는 키워드는 17, 34, 80이란 숫자다. 시골에 살던 열일곱 살 철없는 남녀 고교생이 덜컥 아이를 갖는다. 출산한 아이는 치료약도 없는 조로증(早老症)에 걸렸다. 아이는 열일곱이 됐을 때 이미 서른 넷 부모보다 늙은 여든의 신체 나이를 갖게 되고, 점차 병약해지며 죽음에 다가선다. 어쩌면 단순할 수도 있는, 그저 그런 신파조의 이야기는 냉철한 감정과 상황 묘사, 입에 착착 감기는 대화, 그리고 유머와 반전으로 생기 있게 살아난다. 조로증에 걸린 아름이가 병마와 싸우면서 또래보다 훌쩍 성숙해져 내뱉는 말들은 기특하면서도 가슴 아프다. 아름이는 TV 기부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면서 작가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오디션에 제 또래 애들이 오십만 명이 넘게 응시했대요. 뭔가 되고 싶어 하는 애들이 그렇게 많다는 데 좀 놀랐어요.…제 눈에 자꾸 걸렸던 건 거기서 떨어진 친구들이었어요. 결과를 알고 시험장 문을 열고 나오는데, 대부분 울음을 터뜨리며 부모 품에 안기더라고요.…그 느낌이 정말 궁금했어요. 저는 뭔가 실패할 기회조차 없었거든요.” ‘언제 살고 싶은 생각이 드냐’는 질문에는 이렇게 답한다. 엄마가 이른 아침 쌀독을 여는 소리를 들을 때, 오락 프로그램에서 좋아하는 연예인이 재치 있는 애드리브를 던질 때, 상투적인 멜로영화 예고편을 볼 때, 학교 운동장에 남은 축구화 자국을 볼 때 등이라고.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스쳐가는 일상의 편린 하나하나가 누군가에는 너무도 소중하다는 작은 깨달음을 가슴 먹먹하게 읊조리는 듯하다. 작품은 툭툭 터지는 웃음과 기발한 장면으로 무겁게 가라앉지 않아 현실감을 획득한다. 나이키 매장을 열었다 실패하자 온 가족이 체육복만 입고 지내 ‘태릉선수촌이 됐다’든가, 기부 프로그램에 나가게 된 아름이 가족이 전날 마스크 팩을 하다가 ‘정작 방송에서 초췌해 보이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는 장면 등이다. 엄마는 둘째를 임신하고, 아름이는 팔다리가 가늘어지고 눈까지 멀어 죽음의 기운이 짙게 그늘진다. 그런 아름이는 엄마 배를 만지며 조곤조곤 말한다. “엄마, 언젠가 이 아이가 태어나면 제 머리에 형 손바닥이 한 번 올라온 적이 있었다고 말해주세요.”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시사랑문화인협의회가 16일 서울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현대시와 소통’ 세미나를 열었다. “시는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독자와 소통 범위를 넓히는 방법을 고민하는 자리였다. 세미나 발제문을 보면 2000년대 들어 문단에 등장한 뒤 성장한 ‘미래파’ 시인에 대한 비판이 강하게 담겨 있다. 미래파가 노래한 난해한 시들이 독자와의 소통을 방해했고 결국 시의 위기가 심화됐다는 지적이다. 예술원 회원인 성찬경 시인은 난해한 시에 대해 “여기에는 문학의 문제뿐만 아니라 인간의 심리 문제, 즉 허영의 문제가 끼어들었다”고 지적했다. 즉 시인은 무슨 뜻인지 아는데 남(독자)이 모른다면 시인이 우월감을 느낄 수 있다는 심리가 어려운 시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그는 “까다로운 어휘를 선택함으로써 뜻을 조금 불투명하게 만드는 작업 자체는 하나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며 “같은 값이면 어려운 표현보다는 간명하고 쉬운 편이 좋다”고 강조했다. 고려대 교수인 최동호 시인의 비판은 더 직접적이다. 미래파인 여정 시인이 올 초 낸 시집 ‘벌레 11호’에 대해 “인간을 치유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더 깊은 중독의 세계로 끌고 들어가는 ‘종양의 언어’”라며 “사물화된 인간의 고통을 부패시키고 악성 종양을 유포하는 데 그의 시는 기여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조연호 시인이 지난해 출간한 시집 ‘농경시’에 대해선 “들끓는 감정의 산만한 전개는 있지만 그것이 시적 문맥에서 견고한 구조적 조직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전체적으로 혼란스러운 감정의 토사물들이 얼크러져 공존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이 같은 서정주의 시인들의 비판에 대해 미래파 시인들은 정면 반박했다. 여정 시인은 “트로트와 헤비메탈 중 ‘어떤 게 노래냐’며 논쟁하는 것과 비슷하다”면서 “따뜻한 감정을 가진 시인들은 소통의 시를 쓰면 되고 사회분열적인 예민한 시인들은 다른 시를 쓰면 되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소통에 대해서는 “소통을 원한다면 산문을 쓰면 된다. 개인적으로 시는 타인과 소통하기 위한 장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조연호 시인은 “기존 시가 가진 가치들이 손상되는 것에 두려움을 갖고 있는 분들이 계신 것 같다”며 “제 시가 어렵다는 것에 반감은 없다. 결국 취향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소통을 부정한다’는 일부 비판엔 공감하기 어렵다. 결국 책을 낸다는 것 자체가 소통 행위다. 다만 좀 다른 종류의 대중을 독자로 상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출판 시장에서는 요즘 베스트셀러 시집을 찾기 어렵다. 지명도 있는 시인은 초판 3000부, 신인급은 1000∼1500부를 찍지만 2쇄에 들어가는 작품이 드물 정도. 시장이 침체되면서 시적 경향을 둘러싼 날선 비판도, 관심도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시를 둘러싼 논쟁들이 좀 더 생산적인 담론으로 이어져 시에 대한 독자의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문명 간 화합을 역설해온 ‘웨스트이스턴 디반(西東詩集·서동시집) 오케스트라’와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 씨(69)가 광복절인 8월 15일 오후 7시 임진각 평화누리 야외공연장(2만5000여 명 수용)에서 소프라노 조수미 씨 등이 참가하는 대규모 평화콘서트를 연다. 중동을 비롯한 세계 분쟁지역에서 콘서트를 열며 전 세계인에게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전해온 세계적 음악가들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바람을 관현악 선율에 싣는 것이다. 이스라엘인인 바렌보임 씨는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멘델스존, 쇼팽 등 방대한 레퍼토리를 가진 천재형 피아니스트에서 세계적인 마에스트로로 변신한 주인공. 그는 1984년 프랑스의 파리 오케스트라와 한국을 찾은 이후 27년 만에,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는 첫 방한이다. 공연을 추진한 공연기획사 크레디아 정재옥 대표는 “8월 10∼14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베토벤 교향곡 전곡 연주를 펼치는 바렌보임과 악단 측에 ‘문명 간 이해의 메시지를 전파해온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가 냉전의 마지막 유산인 한국의 휴전선에서 평화의 메시지를 펼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자 바렌보임이 ‘뜻있고 좋은 아이디어’라며 찬성했다”고 전했다. 바렌보임 씨는 팔레스타인 출신 석학 에드워드 사이드(1935∼2003)와 1999년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를 창단했다. 이 오케스트라는 이념적 종교적 대립을 버리고 음악으로 소통을 추구하기 위해 이스라엘과 이집트, 이란, 이스라엘, 요르단, 레바논, 팔레스타인, 시리아 등 중동지역의 다양한 국가 출신 연주자들로 단원을 구성했다. 오케스트라의 이름 또한 문명 간 화합을 호소한 괴테의 시집 ‘서동시집’에서 따왔다. 악장도 이스라엘과 아랍계 국적을 가진 두 명을 두어 음악적 소통의 이념을 반영하고 있다. 바렌보임 씨가 이끄는 웨스트이스턴 디반은 2005년 8월 팔레스타인의 수도이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대표적 분쟁지역인 라말라에서 무장 병력이 지키는 가운데 평화 공연을 펼쳐 전 세계인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바렌보임 씨는 올해 5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베를린 필 등 유럽에서 활동하는 음악가 25명과 함께 평화연주회를 열기도 했다. 당시 그는 “가자지구 주민들에 대한 연대와 우의를 표하기 우해 이번 연주회를 준비했다. 정치적 의미는 없다”고 강조했다. 바렌보임 씨가 생각하는 웨스트이스턴 디반의 상징성은 2004년 영국 런던의 바비컨센터 공연에서 한 발언에 집약됐다. “유대인이 실수하지 않고 잘해내기를 아랍인이 간절히 바라는 광경을 다른 곳에서 보기 쉽겠는가.” 유엔 평화대사인 그는 2008년 1월 요르단 강 서안에서 연주회를 연 뒤 음악을 통해 평화운동을 펼친 점을 인정받아 이스라엘인 중 처음으로 팔레스타인 명예시민증을 받기도 했다. 이번 공연의 프로그램은 아직 협의 중이며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4악장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향곡은 ‘서로 관습이 다른 인류를 기쁨이 하나로 묶는다’는 내용을 담은 실러의 시 ‘환희의 송가’를 가사로 사용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세계 정상급 실내악단 세 곳이 연달아 공연을 앞둬 실내악 팬들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 이들 공연이 16일부터 일주일 동안 몰려있어 자존심을 건 연주 대결도 기대된다. 비발디의 ‘사계’ 연주로 친숙한 이탈리아의 ‘이 무시치(이 무지치)’ 실내악단은 16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7일 오후 8시 경기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 무대에 오른다. 창단 60주년을 맞아 2월 시작한 월드투어의 일환이다. 지난해 1월 신년 콘서트 이후 1년 5개월 만의 내한. 1952년 로마에서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 출신 음악인 12명으로 창단된 이 무지치는 반세기 넘게 세계 실내악의 정상을 지키고 있다. 현재까지 전 세계적 음반 판매량이 2억5000만 장에 이른다. 이번 공연에서는 비발디의 사계와 탱고 거장 피아졸라의 사계를 비교 감상할 수 있으며, 이탈리아 출신 작곡가 루이스 바칼로프 씨가 헌정한 ‘이 무지치 60주년을 기념한 콘체르토 그로소’가 펼쳐진다. 02-6292-9370 미국을 대표하는 실내악단 가운데 하나인 링컨센터 체임버 뮤직 소사이어티는 21일 오후 8시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연주를 갖는다. 한국계 미국 바이올리니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바이올리니스트 이유라 씨가 소속된 뉴욕 링컨센터의 앨리스 툴리홀 상주 악단으로 지난해 4월 공연 이후 1년 2개월 만의 재공연이다. 이번 내한에는 이 실내악단의 주축 멤버 5명이 참여한다. 예술감독인 피아니스트 우 한,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 활동을 겸하고 있는 첼리스트 데이비드 핑켈, ‘오라이언 스트링 콰르텟’의 비올리스트 스티븐 테넨봄, ‘과르네리 스트링 콰르텟’의 바이올리니스트 아널드 스타인하트,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의 바이올리니스트 필립 세처다. 드보르자크 ‘두 대의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3중주 C장조 작품 74’, ‘피아노 5중주 D장조 작품 81’을 들려준다. 02-732-4531 1945년에 창단해 세계적인 실내악단으로 성장한 독일 슈투트가르트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22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오른다. 2007년 이후 4년 만의 내한 공연. 이 오케스트라는 바흐에 대한 탁월한 해석과 연주로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바흐 페스티벌에 초청되는 단골손님. 바흐의 작품과 모차르트 후기 교향곡이 주요 레퍼토리다. 이번 공연에서는 바흐의 ‘이탈리아 협주곡’, 모차르트의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를 연주한다. 2004년 독일 뮌헨 ARD콩쿠르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프랑스 출신 플루티스트 마갈리 모스니에 프랑스 라디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수석이 바흐의 ‘이탈리아 협주곡’을 협연한다. 070-4130-0877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학교에서 실시되는 주5일 수업제는 산업계의 주5일 근무제와 맞물려 전 국민의 생활패턴을 바꿔놓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적 영향 외에 사회 전반에 미칠 경제적 문화적 파급 효과도 크다. 2004년 7월부터 산업계에서 주5일 근무제가 확산되면서 주말 여가문화가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자녀가 토요일에도 등교를 하는 까닭에 반쪽짜리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관광 레저 운송업 등 서비스 산업을 중심으로 교육계의 주5일 수업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던 이유다. 문화 관광 업계는 이번 조치로 내수 진작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환영과 함께 우려도 나온다. 노동계에서는 맞벌이 부부와 저소득층을 걱정한다. 주말에도 일해야 하는 노동자들에게는 휴가문화도, 자녀의 교육문제도 버겁다는 분위기다. 》○ 재계 “환영만 하기엔…”‘주5일 수업’이 전면 시행되면 가족 단위의 여행이나 스포츠 등 레저활동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3∼5월 ‘놀토(노는 토요일)’가 있는 주말의 여행수요가 토요일 수업이 있는 주보다 58.0%나 높았다. 또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4년 7월 1일 주5일 근무제가 처음 시행된 이후 가계의 여가 관련 소비지출이 3.4% 증가했다. 주5일 근무제 시행 전인 2003년 3분기부터 2004년 1분기까지와 시행 후인 2004년 3분기부터 2005년 1분기까지를 비교한 결과다. 이에 따라 여행업계는 주5일 수업을 크게 반기고 있다. 여행사들은 이미 주5일 수업 전면시행을 대비해 교육여행 문화체험 봉사활동을 곁들인 여행프로그램을 개발해 선보이고 있다. 관광산업 발전에 따른 일자리 창출 및 지역경제 활성화도 기대효과다. 하나투어는 “국내여행은 물론이고 해외여행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주5일제 수업 전면 실시를 크게 환영했다. 문화부는 2008년부터 국내여행 활성화 대책으로 ‘주5일제 전면 실시’와 ‘휴가일수 연장’을 주장해 왔다. 근무시간이 너무 길어 여행할 시간이 없다는 것.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인의 연간 평균 근로시간은 2390시간으로 일본(1828시간), 미국(1777시간), 프랑스(1346시간), 네덜란드(1309시간) 등보다 압도적으로 길다. 외식업계도 주5일 수업이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CJ푸드빌 김무종 부장은 “휴일에는 평일에 비해 가족 단위 고객이 1.5∼2배 많아 주5일 수업이 전면 실시되면 외식업계가 활성화될 것”이라며 “가족 나들이용 테이크아웃 메뉴를 새로 개발하는 등 대응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재계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어쩔 수 없이 주5일 근무를 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이나 서비스업계에서는 ‘쉬자’는 노동자와 ‘일하자’는 회사 간에 분쟁거리가 될 수 있다”면서 “여건을 갖추지 못한 업체의 인력 수급을 비롯해 보육, 근로자 집중력 등 문제가 생길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 노동계 “환영은 하지만…”노동계는 주5일 수업제 전면 확대를 반기는 분위기다. 고용노동부는 다음 달 1일부터 주40시간 근무제가 5∼19명 사업장에도 적용돼 사실상 주5일 근무제가 전 사업장으로 확대되는 만큼 일선 학교에서도 주5일 수업제가 시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그간 밝혀 왔다. 박재완 전 고용부 장관은 1월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만나 주5일 수업의 전면 확대를 요청하기도 했다. 안경덕 대변인은 “고용부는 근로시간 줄이기를 통한 일자리 늘리기 차원에서 학교 역시 하루빨리 주5일제 수업을 시행해야 한다고 밝혀왔다”며 “7월부터 주 40시간 근무제가 본격 시행되는 만큼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육아에 대한 우려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에서는 맞벌이 부부와 저소득층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주말에도 일해야 하는 부모나 저소득층에게는 늘어나는 자녀의 여가시간이 사교육비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는 것. 정호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대변인은 “학교도 주5일 근무를 해야 한다”면서도 “어린 자녀를 키우는 맞벌이 부부와 저소득층의 육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보호 대책도 함께 강구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올 초부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와 함께 주5일 수업제 등에 대해 정책연대를 펼쳐왔던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역시 환영했다. 한국노총은 “주5일 수업제 실시를 계기로 한국의 노동시간이 실질적으로 줄어 여가활동이 활발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 문화계 “반가울 따름”문화계는 주5일 수업제가 시행되면 공연장이나 전시회를 찾는 사람이 많아져 문화 저변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김주석 홍보마케팅팀장은 “부모와 자녀들이 함께하는 공연 시장이 커질 것”이라며 “여름과 겨울 방학에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공연들이 집중됐는데 토요 휴무가 정착되면 학기 중에도 아이들을 위한 공연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공연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을 위한 악기 교육 아카데미의 수요도 많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2006년부터 월 2회의 ‘놀토’가 실시된 뒤 공연 전문가들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공연의 경우 관람객 수가 두 배 가깝게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예술의전당 김광수 홍보부장도 “공연 시장이 넓어지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며 “현재는 매월 한 차례 토요일 직장인을 상대로 한 콘서트를 열어왔는데 이제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토요 콘서트’를 여는 것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어린이 뮤지컬 ‘구름빵’의 주관사인 문화아이콘의 이상훈 기획팀장은 “단순히 토요 휴무를 실시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 시간을 공연 관람 등으로 보람 있게 보낼 수 있도록 추가적인 제도가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주5일 수업이 시행될 경우 박물관 미술관 문화원 등에서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수요자 중심의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 시행할 예정이다. 방선규 문화정책관은 “현재 초중고교에 파견된 약 4100명의 예술교육강사를 활용하면 토요일에 방과후 학교처럼 동아리활동을 운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배우이자 소설가인 차인표 씨가 두 번째 장편 소설 ‘오늘예보’(해냄)를 냈다. 2009년 일제강점기 백두산 호랑이마을 사람들의 얘기를 그린 ‘잘가요, 언덕’ 이후 2년 만의 신작이다. ‘잘가요…’는 3만 부가 나가며 적지 않은 관심을 끌었고, 이번 책은 초판 1만 부를 찍었다. 지명도 있는 배우가 소설을 연달아 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신인 작가 차인표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한 차 씨의 대답.“자꾸 책을 쓰는 이유는 무언가 건네고 싶은 말이 있기 때문이에요. 전작에서는 다른 사람이 가진 생명의 소중함을 말하고 싶었고, 이번 소설에서는 자기 생명의 소중함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오늘예보’는 사업에 실패한 뒤 자살을 기도하는 남성, 일당 4만 원을 벌기 위해 촬영장에서 고군분투하는 보조출연자, 그리고 떼인 돈을 받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전직 조직폭력배 등 세 남자의 각박한 삶의 얘기를 다룬다. 각기 다른 세 편의 얘기가 단편소설처럼 전개되지만 이후 남자들의 인연이 연결되며 장편 형식을 갖춘다.‘연예인이 쓴 소설이 거기서 거기겠지’라는 편견이 무안할 정도로 작품은 수준급이다. 탄탄한 구성과 개성 넘치는 인물, 그리고 반전의 연속 등이 사뭇 세련되게 펼쳐진다. 곳곳에 숨어 있는 코믹한 장면이 가장 큰 매력. 드라마 촬영 중 앵글에 걸린 남자가 투신자살을 기도하며 촬영을 방해하자 컴퓨터그래픽(CG)으로 지워버리는 장면이나, 항문이 찢어져 고통스러운 전직 조폭을 위해 부하가 비데 대신 커다란 물총을 사오는 장면에선 웃음이 터진다. “메시지 다음으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가독성이었어요. 얼마나 빠른 시간에 재밌게 읽을 수 있는지의 문제죠. 45년 동안 살면서 만난 웃겼던 사람들과 황당한 사건들, 그리고 ‘개그콘서트’에서 유머의 영감을 얻었습니다.” 중반까지 무척 유머러스하고 전개도 매끄럽지만 아쉬움은 후반부에 남는다. 세 남자의 얽힌 관계가 다소 급작스럽게 짜맞춰지고, ‘생을 스스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도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후기(後記) 형식의 내용 설명이 길어 작품의 여운을 갉아먹는 듯하다. ▲동영상=차인표 장편소설 출간 “자살은 인간이 선택할 수 없는 것”차 씨는 “영화나 드라마는 거대 자본이나 여러 사람의 결정이 필요하지만 소설은 자기 혼자 끝낼 수 있다는 점”을 소설의 매력으로 꼽았다. 소설 공부에 대해선 “많이 읽는 방법밖에 없었다. 화제가 되거나 존경하는 작가의 작품은 빼놓지 않고 읽으려 했다”고 밝힌 뒤 “최인호 선생님과 중국의 위화(余華) 작가를 좋아한다. 특히 위화 작가는 제 라이벌이라고 생각한다”며 장난스레 웃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고모님이 돌아가셨습니다. 낮에 장례미사를 하고 지금 이 자리에 섰습니다. 서울에 오기만 하면 가까운 분이 돌아가셔서, 저는 ‘추모사 담당’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해인 수녀(66)가 94세로 별세한 고모 얘기를 꺼내자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2008년 대장내시경을 받던 중 암이 발견돼 현재도 항암치료 중인 주인공이 스스로 죽음 얘기를 꺼냈기 때문이다. “고모님은 6·25전쟁 때 저를 비롯한 조카들을 많이 돌봐주셨어요. 여러분과 함께 머무는 이 시간, 살아있다는 것을 정말 기쁘게 생각하는 자리이고 싶습니다”라는 이 수녀의 목소리는 떨렸다. 11일 오후 7시 서울 명동대성당 문화관 2층 꼬스트홀에서 이 수녀의 산문집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가 10만 부를 돌파한 것을 기념하는 북콘서트가 열렸다. 그가 5년 만에 선보인 이 산문집은 4월 11일 출간됐고 현재 20쇄를 돌파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이날 북콘서트는 400석 공연장이 가득 차 일부 관객이 서서 볼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그는 “낭독회나 사인회는 많이 했지만 북콘서트는 처음”이라며 관객들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었다. 행사는 이 수녀의 시를 지인이나 관객 등이 나와 읽으면 이 수녀가 설명을 곁들이는 식으로 진행됐다. ‘6월의 장미가/내게 말을 건네옵니다.//사소한 일로/우울할 적마다/“밝아져라”/“맑아져라”/웃음을 재촉하는 장미//삶의 길에서/가장 가까운 이들이/사랑의 이름으로/무심히 찌르는 가시를/다시 가시로 찌르지 말아야/부드러운 꽃잎을 피워낼 수 있다고//….’ 서정훈 신부가 시 ‘6월의 장미’를 대독하자 이 수녀는 이렇게 말을 보탰다. “이전에는 민들레 냉이꽃 등 수수한 꽃을 좋아했는데 이제 나이가 들었는지 화려한 꽃들이 좋아지네요. 호호. 여러분은 가시 돋친 말로 타인에게 상처를 받아도 다시 가시 돋친 말로 되갚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입에 항상 장미 향기가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객석에서는 뜨거운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번 산문집에 수록된 시 ‘잎사귀 명상’은 가수 노영심 씨가 깜짝 등장해 낭독했고 이 수녀가 다시 한 번 직접 낭독했다. “사람들이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불화하는 것이 가슴 아픕니다. 나와 네가 다름을 하나의 축복으로 생각하고 이해하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관객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에는 이 수녀의 재치 있는 말솜씨가 빛났다. 10대 소녀가 “짝사랑 때문에 고민”이라고 말하자 이 수녀는 “저도 중 2 때 저 좋다는 남학생에게서 편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 편지에 ‘나는 밤마다 책상 앞에 앉아서 댁의 얼굴을 떠올려 본다’고 적혀 있었어요. 그런데 댁이 뭐냐, 소녀도 아니고. 그래서 거절했죠.”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이 수녀는 “좋은 책과 시로 한번 고백을 해봐라”고 조언했다. 한 중년 남성이 “부부 사이에 다툼이 많아 걱정이 된다”고 하자 이 수녀는 “상대방이 먼저 세상을 떠났다는 ‘상상 이별’을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무인도에 가져가고 싶은 세 가지는 무언가’란 질문에는 ‘성경, 필기도구, 세면도구’를 꼽았다. 행사 후 기자와 만난 그는 “대형서점에서 여는 사인회가 체력적으로 힘들 것 같아 한정된 시간에 하는 북콘서트를 열게 됐다”면서 “고모님 장례식 때문에 심적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책을 읽어주시고 관심을 주신 독자들께 감사한다”고 했다. 그는 14일 오후 7시 반 광화문 KT 올레스퀘어 드림홀에서 북콘서트를 한 차례 더 연다. 02-720-7002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독일 출신 오르가니스트 펠릭스 헬 씨(26·사진)가 13일 오후 7시 반 서울 광진구 장로회신학대 한경직기념예배당에서 독주회를 연다. 8세 때부터 교회 오르간 연주자로 활동해온 그는 독일에서만 500회 이상 리사이틀을 한 젊은 실력파 연주가. 2008, 2010년 부산 고신대에서 공연을 열었던 그는 이번 공연에서 바흐 ‘서곡과 푸가 D장조’, 리스트 ‘바흐 주제에 의한 서곡과 푸가’ 등을 들려준다. 15일부터 서울, 부산, 제주, 울산, 광주 등 5개 지역 투어에도 나선다. 1999년 미국 줄리아드 음악원, 2001년 커티스 음악 인스티튜트에서 수학한 그는 2004년 18세 때 음악 학사를 취득해 커티스 음대를 졸업한 최연소 오르가니스트가 됐다. 2007년 피바디 예술 디플로마를 받은 뒤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호주 등 세계를 돌며 연주를 펼치고 있고 미국 찰스턴 심포니, 캐나다 국립 아카데미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하기도 했다. 입장은 무료. 051-990-2202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올해 2월 이집트 국민의 거센 반정부 민주화 시위 끝에 무함마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 정권이 30년 만에 막을 내렸다. 수도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서 수만 명이 펼친 평화적인 시위는 이집트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을 촉발시켰다. 치과의사이자 소설가로 반무바라크 운동에 나섰던 저자는 이 소설에서 무바라크 정권의 부패한 정치 현실, 극심한 빈부·계층 격차에 놓인 이집트 사회를 생생하게 고발한다. 2002년 출간돼 20여 개국에 번역됐고 바슈라힐 아랍 소설상, 독일 코부르거 뤼케르트상 등을 받기도 했다. 소설은 1990년대 초반 카이로 중심가에 위치한 10층짜리 아파트 건물인 야쿠비얀 빌딩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1934년 건축 당시에는 고위 관리나 부유한 상공인들을 위한 아파트였지만 도시 외곽에 신흥 부촌이 들어서자 이 건물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드는 ‘인간 시장’으로 변했다. 건물 안에는 주색잡기에 몰두하는 노신사의 사무실, 성공한 사업가가 마련한 정부(情婦)의 거처 등이 있고 옥상에는 도시 빈민들이 다닥다닥 붙어 산다. 주연 조연을 합해 20여 명의 인물이 등장하고, 아랍식 이름들이 헷갈린다. 인물들에 대한 간략한 설명들을 병렬로 풀어가는 초반부만 100쪽이 넘는다. 하지만 중반부터 전혀 안면이 없던 사람들이 각종 사건으로 얽히게 되면서 읽는 데 속도감이 생긴다. 작가가 이슬람 혁명을 풀어놓는 중심에는 문지기의 아들 타하가 있다. 그는 수재였고 경찰대학 최종 면접까지 갔지만 야쿠비얀 빌딩 문지기의 아들이란 이유로 떨어진다. 격분한 타하는 대통령에게 호소문을 올리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결국 일반 대학에 들어간 그는 반정부 시위를 하는 이슬람주의 집단에 끌리게 되고, 결국 테러 작전 중 목숨을 잃는다. 그의 정신적 스승은 이렇게 설파한다. “이슬람과 민주주의는 결코 함께할 수 없는 상극입니다. 민주주의란 스스로 자신들을 다스린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슬람에는 하나님의 통치 외에는 없습니다.” 부자인 노신사 자키 베는 이렇게 말한다. “나라가 몰락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부재하기 때문이야. 이집트의 폐해는 독재 정부야.” 그러나 그는 어떤 정치적인 행동에도 나서지 않으며 여자들의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는 데 급급해한다. 간간이 이집트의 미래 방향을 제시하는 정치적인 문구들이 나오지만 작품의 매력은 다양한 이집트인의 삶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데 있다.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부사이나는 애인을 버리고 몸을 팔기 시작하며, 동성애자이면서 신문편집장인 하팀 라쉬드는 군인 애인의 사랑을 얻기 위해 전력을 다하지만 실패한다. 마약을 팔며 큰 부자가 된 핫즈 앗잠은 고위층에 뇌물을 건네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밑바닥에서 생활하는 아바스카룬, 말라크 형제는 부자를 등쳐 돈을 빼앗을 기회만 노린다. 콧수염을 기른 남자와 히잡을 쓴 여성 등 평면적으로 인식돼 왔던 이집트인들의 모습이 입체적으로 살아난다. 대부분의 인물은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다. 방황하던 부사이나가 노신사인 자키 베의 진정한 사랑에 눈을 떠 결혼식을 올리면서 작품은 끝을 맺는다. 화사한 해피엔딩으로 묘사되지만 다소 수동적인 등장인물들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독하다. 매우 질기기도 하다. 먹고살기 위해 정조와 도덕관념, 아니 인간의 자존감까지 버린 한 여자의 추락이 지긋지긋하게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대도시 인근 물가의 한 닭백숙 집. 집에서만 뒹구는 무능한 남편 대신 갓난아기를 먹여 살리기 위해 윤영은 종업원으로 나선다. 어떤 것이든 처음이 어려운 법이다. 돈 1만 원을 찔러주며 슬쩍 몸을 만지는 남성 손님에게도 익숙해지고, 결국 별채에서 은밀하게 이뤄지는 성매매에도 발을 디디게 된다. 가게 밖에서 손님과 만나기도 한다. 가욋돈이 생겼지만 윤영의 생활은 나아지지 않는다. 친정 식구들은 툭하면 사고를 친 뒤 그녀에게 돈을 요구하고, 남편은 일을 나갔다가 사고를 당해 입원하고, 아이는 걷지 못해 치료받아야 한다.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지만, 끊임없이 더 많은 희생을 요구하는 절망적인 상황의 연속이다. 인물들의 뚜렷한 개성이 흡인력을 높인다. 옆에 있으면 한 대 콱 쥐어박고 싶은 답답한 남편과 자기만 아는 뻔뻔한 친정 식구를 보면 ‘왜 저렇게 살까’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젖이 돌아 가슴이 축축해져 윤영은 손님에게 망신을 당하고, 집에 들어가 젖을 물렸더니 너무 많이 나와 아이가 사레들렸다는 등의 세밀한 묘사도 탁월하다. 남편을 중환자실로 보내고 삶에 지친 윤영이 죽 한 그릇을 앞에 두고 한 생각은 절박한 그에게 연민의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게 만든다. ‘뜨거운 죽 한 그릇을 앞에 두니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로지 뜨거운 이걸 잘 먹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작품은 잠시 닭백숙 집을 떠났던 윤영이 다시 출근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도돌이표에 따라 악몽 같은 인생이 반복되는 것. 제목 ‘환영’은 윤영이 출근길에 놓인 시의 경계 표지석 ‘어서 오세요’에서 따왔다는 게 작가의 말. 끔찍한 세계로 오는 것을 환영한다는 섬뜩한 인사인 셈이다. 2006년 등단해 처절하고 위태로운 여성들의 삶을 주로 그려온 작가는 “핍진한 사람들이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는지 얘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소설가 이경자 씨(63·사진)가 출판사 또하나의문화가 주최하는 제6회 고정희상 수상자로 9일 선정됐다. ‘고정희 자매상’은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운동을 펼쳐온 ‘진실과 화해를 위한 해외 입양인 모임’에 돌아갔다. 시상식은 11일 오후 7시 서울 영등포구 하자센터에서 열린다. 여성운동가로 활동했던 고정희 시인의 20주기를 맞아 고인의 시 전집(2권) 출간 기념회가 시상식과 함께 열린다.}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사진)이 내년부터 독일 관현악단인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수석 객원 지휘자를 겸임한다. 9일 이 악단 홈페이지에 따르면 정 씨는 2012∼2013년 시즌부터 수석 객원 지휘자로 지휘대에 오른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1548년 창립돼 세계 최고(最古)의 관현악단 중 하나로 꼽히며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 이어 2013년부터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상주악단을 맡게 되는 명문 악단이다. 현재 음악감독은 공석이며 독일인 크리스티안 틸레만 씨가 2013년부터 음악감독 격인 수석지휘자로 활동할 예정이다. 정 씨는 이 악단과 함께 2013년 잘츠부르크 부활절 페스티벌 무대에도 서게 된다. 그는 현재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과 일본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고문도 맡고 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