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2012]희곡 ‘자전소설’ 심사평

  • Array
  • 입력 2011년 12월 31일 03시 00분


코멘트

다음 장면이 기대되는 밀도 지녀

김명화(왼쪽) 박근형 씨
김명화(왼쪽) 박근형 씨
세상이 어둡다. 올해 희곡 분야 지원작은 대부분 전망 없는 세상에 대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소시민적 일상의 삶을 그린 작품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그런 세상살이에 대한 알레고리나 탈현실의 판타지도 제법 많았다. 작품들의 전체적인 수준은 나쁘지 않았지만 120여 편의 후보작이 비슷한 주제의식이나 패턴화한 스타일을 공유해 모범답안에서 벗어난 문제작을 찾기 힘들었다.

그런 점에서 당선작인 ‘자전소설’은 여타의 작품과 구별되는 반짝이는 감각과 신선함이 돋보였다. 작가의 창작 행위를 극화한 이 작품은 현실과 허구의 삼투과정을 감각적으로 구축했고, 관념적인 내용임에도 계속해서 다음 장면을 기대하게끔 만드는 밀도와 매력이 있었다. 작품이 가진 문학적 섬세함이 대중과 소통해야 하는 연극적 언어로 전환될 수 있을지 심사 과정에서 다소의 논쟁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조율 과정은 본질적 결함이라기보다는 희곡작가라면 누구나 배우고 치러야 할 통과의례 같은 것이라고도 볼 수 있어, ‘자전소설’을 당선작으로 뽑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그 외 후보작으로 1990년대 운동권과 현재 취업난에 직면한 20대 청춘의 우울한 자화상을 재치 있는 일상 속에 표현한 ‘프로작, 언니’가 주목받았고, ‘아이돌’과 ‘열어주세요’도 아직은 거칠지만 눈여겨볼 연극성을 가진 작품으로 함께 거론됐다.

박근형 극작가 연출가, 김명화 극작가 연극평론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