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홍구

강홍구 노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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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같은 짜릿한 역전 승부, 그들이 흘린 땀은 결코 거짓되지않습니다. 치열한 승부의 세계, 그 땀방울을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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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민호, 챔프전 고비마다 블로킹 ‘철벽’… 가족 앞에서는 책임감도 ‘옹벽’

    프로배구 데뷔 후 처음으로 맛본 챔피언결정전 우승. 쉴 틈 없이 쏟아진 축하 문자 중에서도 최민호(29·현대캐피탈)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단연 어머니 김필경 씨(56)의 문자였다. “고생했다. 이젠 푹 쉬어라”는 문자를 보낸 최민호의 부모는 우승 확정 뒤 코트 위에서 눈물을 흘리는 아들을 TV로 보며 함께 울었다. 아들에게 우승이 얼마나 간절했는지 알고 있었기에 흘리는 눈물이었다. 11일 충남 천안시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에서 만난 최민호는 “아침에 일어날 때 기분이 다르다”며 다시 한번 우승의 감격에 젖어들었다. 2011년 현대캐피탈에서 데뷔한 센터 최민호는 국가대표로 뛰는 등 리그 정상급 기량을 인정받았지만 그동안 우승과는 좀처럼 인연을 맺지 못했다. 학창 시절 우승컵을 들어 보지 못했고 최다 연승(지난 시즌 기준 18연승) 기록을 세우며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지난 시즌에도 챔프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그랬던 최민호가 이번에는 당당히 우승 주역이 됐다. 주전 센터라는 역할에 걸맞게 챔프전 모든 세트에 나서 고비마다 결정적인 블로킹을 성공시키며 우승을 이끌었다. 그가 오랜 우승 갈증을 풀 수 있었던 데는 가족의 역할도 컸다. 이날도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챙겨와 달라는 요청에 선뜻 부인 이영은 씨(32)와 한 살배기 아들 현준 군을 대동한 최민호는 “인생에서 소중한 세 순간을 꼽자면 이번 챔프전 우승과 아내와의 만남, 아이의 출생”이라며 “가정을 꾸리면서 느끼는 책임감만큼이나 안정감도 많이 느낀다. 아이를 보며 힐링도 많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스스로 “경상도(경북 군위) 남자라 무뚝뚝한 편”이라고 설명했지만 아내에게 최민호는 “운동할 때랑 정반대로 자상하고 애교도 많이 부리는 남편”이다. 최민호는 2015년 올스타전 당시 아내와 배 속의 아이를 위해 자신과 같은 예비 아빠였던 팀 동료 문성민(31)과 함께 아내를 위한 요람 세리머니를 선보이기도 했다. 2011년 데뷔 이후 줄곧 정상을 꿈꾸며 앞만 보고 달려온 최민호는 이제 잠시 선수 생활에 쉼표를 찍는다. 다음 달 무렵 상근 예비역으로 군 복무를 시작한다. 하루빨리 팀에서 자리를 잡고 싶다는 생각에 늦춰 왔던 군 입대를 앞에 둔 최민호는 “한창 몸이 좋을 시기에 잠시 선수 생활을 멈춰야 하는 게 아쉽지만 선수로서 해보기 어려운 우승을 하고 가게 돼서 다행이다. 그동안 부족했던 가족과의 시간도 많이 보내고 싶다”고 했다. ‘또 하나의 가족’인 현대캐피탈에 대한 애정도 빼놓지 않았다. “김재휘(24)나 조근호(27) 같은 센터 후배들이 잘해줄 것으로 믿어요. 선배의 자리를 채운다는 생각보다 팀이 좋은 성적을 내는 것만 생각해 주길 바랍니다. 물론 두 시즌 뒤에 돌아와서 나 역시 주전 자리를 되찾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앞두고 있기도 한 최민호는 “현대캐피탈에 대한 애정은 누구보다 강하다. 다른 팀은 머릿속에 없다”고 잔류 의사를 강하게 밝혔다. 팀도 가족처럼 떠날 수 없다는 의미로 들렸다.천안=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7-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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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아온 김호철

    김호철 전 현대캐피탈 감독(62·사진)이 2년여 만에 배구 국가대표 감독으로 현장 복귀한다. 대한민국배구협회는 각종 국제대회에서 남자 대표팀을 이끌 사령탑으로 김 감독을 선임했다고 12일 밝혔다. 임기는 올해 말까지다. 국가대표 명세터 출신인 김 감독은 이탈리아 리그에서 선수와 감독으로 활동했다. 2005년 국내로 돌아와 현대캐피탈 감독을 맡은 그는 2005∼2006, 2006∼2007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끌었다. 국가대표 감독으로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에서 금메달을 따기도 했다. 2012년 약 1년간 러시앤캐시(현 우리카드)를 맡았던 김 감독은 2015년 현대캐피탈을 끝으로 현장을 떠났다. 협회 측은 “공고 모집에 응모한 후보자들의 지도 경력, 국제대회 수상 실적, 경기력향상위원회의 의견 등을 고려해 김 감독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남자 대표팀은 6월 열리는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리그 국제 남자 배구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5월 소집될 예정이다. 한편 여자 대표팀 사령탑으로는 현대건설 감독, 런던 올림픽 대표팀 코치 등을 역임한 홍성진 씨(54)가 선임됐다. 여자 대표팀은 7월 월드그랑프리 세계 여자 배구대회에 출전한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7-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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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종훈 단장 “한화 1군-2군 따로 운영, 확고한 원칙”

    올 시즌 프로야구의 화두로 떠오른 ‘선수 출신 단장’ 중에서도 야구팬들의 이목이 쏠리는 인물을 꼽자면 한화 박종훈 단장(58)이다. 프로야구 첫 신인왕(1983년), LG 감독, NC 육성이사 등 그가 밟아온 화려한 경력 때문만은 아니다. 구단에서 한솥밥을 먹는 김성근 감독(75)과의 역학 관계 때문이다. 감독 중심의 구단 운영을 주장하는 김 감독과 단장의 고유한 역할을 강조하는 박 단장이 한 지붕 생활을 하면서 그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에는 2군 선수 4명을 1군 훈련에 동행하도록 한 김 감독의 요청을 박 단장이 원칙을 내세워 고사의 뜻을 전하면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협의 없이 선수를 1군으로 올려 보냈다간 2군 훈련 체계 또한 흔들릴 우려가 있다는 게 박 단장의 생각이었다. 6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만난 박 단장은 “시즌이 시작되면 감독은 누구나 성적 부담으로 예민해진다. 오히려 김 감독님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생각에 죄송하기 그지없다”며 말문을 열었다. 1984∼1988년 김 감독 밑에서 선수 생활을 하기도 했던 박 단장은 “대립 구도로만 보는 주변 시선도 부담스럽다. 구단의 창피한 부분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팬들에게 죄송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올 시즌 구단이 천명한 ‘1군과 2군의 분리 운영’이란 원칙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박 단장은 “(논란이 부담스럽다고 해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R&R’(역할과 책임)에 대한 구단과 감독님의 생각 차를 좁힐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둘의 동거가 주목받는 건 현재 한국 프로야구에서 단장과 감독의 역할 구분에 대한 논의가 싹을 틔우고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박 단장은 “단장 중심의 메이저리그, 감독 중심의 일본 프로야구 또한 감독과 단장의 역할이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고정된 건 없다. 중요한 건 구단과 감독이 비전에 대해 얼마나 공감대를 형성하고 동행할 수 있느냐다”라고 말했다. 반면 김 감독은 2월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기간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 야구가 너무 흐름에 민감하다. 변화란 쉽게 오는 게 아니다. 더 깊은 곳, 더 높은 곳에서 변화가 시작돼야 한다”며 역할 변화에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박 단장은 “지금까지 프로야구에선 단장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크지 않았다. (선수 출신 단장이 늘어난) 지금도 단장은 플레이어이기보다는 구단의 일부로 여겨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선수, 감독 출신 외에도) 운영팀장, 홍보팀장, 심지어 세이버 메트리션(야구통계학자)도 단장 후보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야구를 사랑하는 다양한 이들이 경쟁할 수 있는 구도가 돼야 야구의 미래가 밝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세이버 메트릭스에 관심을 갖고 있는 박 단장은 조만간 구단 내 관련 팀도 새로 만들 계획이다. 시즌 전 자유계약선수(FA) 대신 메이저리그 출신 거물 외국인 투수를 영입한 것 또한 박 단장의 판단이다. 박 단장은 “팀의 취약 부분을 고려한 결과다. 두 투수가 기둥이 된다면 우리가 원하는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결과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야누에바, 오간도, 송은범, 배영수 등으로 이어지는 한화의 선발진은 지난해보다 안정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프로구단 단장으로서 막 첫발을 내디딘 박 단장은 인터뷰 말미 “그동안 육성 전문가라는 칭찬을 받았지만 사실 내가 한 일이라기보단 함께한 감독들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유망주가 성장하기 위해선 1군에서 감독에게 얼마나 출전 기회를 보장받느냐도 중요하다”며 선수 테스트에 치중하는 듯한 김 감독의 변화를 바라는 듯한 말을 남겼다. 순간 김 감독이 자신의 역할을 강조하며 역설한 “선수 육성은 감독에게 맡겨야 한다”는 발언이 오버랩됐다. 대전=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7-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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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장에 속끓이던 감독, 피어밴드 덕에 웃다

    프로야구 kt 김진욱 감독은 9일 이번 시즌 첫 퇴장 감독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수원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 2회말 kt 주자 하준호의 홈 쇄도 과정에서 나온 비디오 판독 결정에 항의를 하다 심판에게 퇴장 명령을 받았다. 올해 새로 도입된 비디오 판독 관련 규정(제28조)에 따르면 비디오 판독 결정에 대해 논란하거나 항의하는 감독 및 구단 관계자는 퇴장을 당하게 돼 있다. 그러나 김 감독은 불과 두 시간여 만에 웃음을 되찾았다. kt가 삼성에 3-0 승리를 거두면서 단독 선두에 올랐기 때문이다. 4연승을 달린 kt가 1위에 오른 건 지난해 4월 5일 이후 369일 만이다. 경기 뒤 그라운드에 오른 김 감독은 환한 얼굴로 선수들과 일일이 하이파이브를 하며 선두 등극을 자축했다. 최근 두 시즌 최하위에 그쳤던 ‘막내’ kt는 올해 시범경기에서도 1위(7승 1무 3패)를 차지하며 일찌감치 달라진 모습을 예고했다. 변화의 중심에는 높아진 마운드가 있다. 9일 기준 kt의 팀 평균자책점은 1.00으로 10개 구단 중 가장 낮다. 이날 선발로 나선 피어밴드도 호투를 펼치며 올 시즌 첫 완봉승을 기록했다. 9이닝 동안 안타 4개만을 내준 피어밴드는 전체 113개의 피칭 중 33개를 너클볼로 던지며 상대 타선을 공략했다. 6회까지 퍼펙트 피칭을 이어갔던 피어밴드는 9회초 2사 만루 위기에서도 삼성 구자욱을 1루 땅볼 처리하며 직접 경기를 마무리했다. 빅보이 이대호가 합류한 롯데는 화끈한 홈런쇼를 앞세워 LG를 이틀 연속 꺾고 공동 2위에 올랐다. 주장 이대호는 9일 경기에서 시즌 세 번째 홈런을 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이대호의 합류 효과 때문일까. 현재 롯데는 이대호, 전준우(4개) 등의 활약에 힘입어 전체 홈런 1위(17개)를 달리고 있다. 홈런 최하위 NC(2개)와 15개나 차이가 난다. 넥센은 지난 시즌 챔피언인 두산에 3연승을 거뒀다. 9일 경기에서도 넥센은 선발 타자 전원이 득점, 안타를 기록하며 두산에 13-2 대승을 거뒀다. 이종범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의 아들 ‘바람의 손자’ 이정후는 앞서 8일 멀티 홈런(시즌 1, 2호)을 치며 신인왕 경쟁에서 눈도장을 찍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7-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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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색깔보다 기본기 먼저”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이 10시즌 만에 V리그 챔피언이 되던 날, 공교롭게도 라이벌 삼성화재는 신임 감독을 발표했다. V리그 통산 8회 우승에 빛나는 삼성화재는 늘 현대캐피탈엔 넘어야 할 산이었다. 그러나 지난 시즌만큼은 처지가 바뀌었다. 2005년 V리그 출범 이후 최초로 삼성화재가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것. 명가 재건을 위한 삼성화재의 선택은 ‘갈색폭격기’ 신진식 감독(42)이었다. 1996년 삼성화재에 입단해 아마추어 8회, 프로 1회 우승을 이끈 신 감독은 삼성화재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팀의 레전드다. 사령탑 선임 이틀 후인 5일 경기 용인시 삼성트레이닝센터(STC)에서 만난 신 감독은 “당연히 목표는 우승”이라며 거침없이 속내를 밝혔다. 삼성화재 특유의 끈끈한 팀워크만 되살아나면 도약은 문제없다는 각오였다. 신 감독은 “선수들의 단합력이 흐트러지면서 선수 개개인이 팀을 위한 배구가 아닌 각자의 배구를 했다. 지난 시즌 문제가 된 범실 또한 단합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여러 감독 후보 중에서 자신이 선임된 이유 역시 “이런 삼성화재의 컬러 내지 DNA를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 감독은 “내 색깔의 배구를 내세우기보다는 삼성화재의 전통에 기본기를 녹일 생각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팀에 베테랑이 많다고 하지만 사실 나이를 따지고 보면 그저 우승을 경험한 선수가 많을 뿐이다. 우승을 맛본 선수는 중요한 순간에 해낸다. 어설픈 세대교체보다는 기존 장점을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강도 높은 훈련도 예고했다. 신 감독은 “리시브 하나 더 받고, 공 하나를 때리더라도 정확하게 하는 등 기본을 지키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몸이 기억해야 이길 수 있다는 의미였다. 신 감독은 삼성화재 코치 시절 밤늦도록 선수들의 훈련을 돕느라 현역 시절보다 더 많은 땀을 흘린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감독이었던 신치용 삼성화재 단장은 “진식이가 지도자로서 스타 의식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고 칭찬했다.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을 통한 거물 보강 의지도 숨기지 않았다. “지난 시즌 (라이트) 박철우가 돌아왔지만 다른 팀과 비교하면 삼성화재 국내 선수들의 기량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FA 시장에 나온 선수들만으로 팀을 하나 꾸릴 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인 선수가 많이 나온 만큼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보강이 시급한 포지션으로는 센터가 꼽힌다. 과거 삼성화재에서 함께 뛰었던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 김상우 우리카드 감독,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 등과의 맞대결도 관심거리 중 하나다. 신 감독은 “얼마든지 자신 있다. 최태웅, 김상우 감독은 (감독 선임 뒤) 축하 연락이 왔는데 김세진 감독만 연락이 안 온 걸 보니 라이벌 의식을 갖고 있는 모양”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인터뷰 내내 신 감독은 막 끝난 2016∼2017시즌을 ‘지난 시즌’, 반년 넘게 남은 2017∼2018시즌을 ‘이번 시즌’이라고 표현했다. 부임 후 첫 시즌 목표로 우승을 내건 것이 부담스럽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가능하죠. 이제 이틀 지났을 뿐인데 시간 많이 남았어요”라며 웃었다. 그만큼 새 시즌을 향한 신 감독의 기대감은 크기만 했다.  용인=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7-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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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해진 ‘S존’-강해진 선발… ‘타고투저’ 꺾이나

    최근 몇 년간 프로야구는 ‘타고투저’ 현상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역대 최고 리그 타율(0.290)을 기록했을 정도로 방망이의 강세가 이어졌다. 한때 잘 치는 타자의 기준처럼 여겨지던 3할 타자만 40명이 나왔다. 화끈한 타격쇼가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는 평가와 동시에 야구의 묘미인 투수놀음이 실종됐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더욱이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대표팀이 타선의 부진 탓에 1라운드에서 탈락하면서 ‘타격 거품’ 논란이 거세졌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막을 올린 2017 프로야구는 최근 대세로 떠오른 ‘타고투저’와는 다른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올 시즌(5일 기준) 리그 전체 타율은 0.237에 평균자책점은 3.53으로 지난해 수치(타율 0.290, 평균자책점 5.17)에 비해 한참 밑돈다. 아직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최근 5시즌과 비교해 봐도 가장 낮다. 이런 변화는 올 시즌 적용된 스트라이크존의 확대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타자들은 시범경기 때부터 확대 적용된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하느라 여전히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동안 꾸준히 거론되던 스트라이크존 확대 관련 논의는 이번 WBC 대회에서 대표팀 타자들이 낯선 메이저리그식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투수 출신인 차명석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이전에 비해) 공 한두 개 정도 높은 공도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는 등 확실히 존이 넓어졌다. 넓어진 존이 꾸준히 적용될 경우 분명 타고투저가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확실한 외국인 선발 카드가 늘어난 점 또한 변화 요인 중 하나다. 올 시즌 비야누에바, 오간도(이상 한화), 맨쉽(NC) 등 메이저리그 출신 투수들이 대거 합류해 안정된 투구를 펼치고 있다. 지난달 31일 개막전에 선발로 나선 각 팀 외국인 에이스 선발 10명 중 9명(롯데 레일리 제외)이 모두 퀄리티 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을 정도로 선발투수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아직 시즌 초반이니만큼 ‘높아진 마운드’가 일시적 현상일 수도 있다. 투수 출신 kt 김진욱 감독은 “현장의 감독, 선수, 팬들까지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 (스트라이크존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며 존 유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외국인 선발들 역시 아직 단 한 번 등판했을 뿐이어서 앞으로 상대 타자들이 분석과 적응을 끝낸다면 방망이가 날카롭게 돌아갈 수도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눈에 띄는 변화가 분명 일어났다는 것이다.     어제 프로야구 전 경기 취소 한편 5일 열릴 예정이던 프로야구 5경기(LG-삼성, 두산-kt, 한화-NC, KIA-SK, 롯데-넥센)는 비로 취소됐다. 경기는 추후 재편성된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7-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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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넓어진 스트라이크존과 외국인 에이스 투수 영입…‘타고투저’ 해결될까?

    최근 몇 년간 프로야구는 ‘타고투저’ 현상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역대 최고 리그 타율(0.290)을 기록했을 정도로 방망이의 강세가 이어졌다. 한때 잘 치는 타자의 기준처럼 여겨지던 3할 타자만 40명이 나왔다. 화끈한 타격쇼가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는 평가와 동시에 야구의 묘미인 투수놀음이 실종됐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더욱이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대표팀이 타선의 부진 탓에 1라운드에서 탈락하면서 ‘타격거품’ 논란이 거세졌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막을 올린 2017 프로야구는 최근 대세로 떠오른 ‘타고투저’와는 다른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올 시즌(4일 기준) 리그 전체 타율은 0.237에 평균자책점은 3.53으로 지난해 수치(타율 0.290, 평균자책점 5.17)에 비해 한참 밑돈다. 아직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최근 5시즌과 비교해 봐도 가장 낮다. 이런 변화는 올 시즌 적용된 스트라이크존의 확대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타자들은 시범경기 때부터 확대 적용된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하느라 여전히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동안 꾸준히 거론되던 스트라이크존 확대 관련 논의는 이번 WBC 대회에서 대표팀 타자들이 낯선 메이저리그식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투수 출신인 차명석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이전에 비해) 공 한 두개 정도 높은 공도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는 등 확실히 존이 넓어졌다. 넓어진 존이 꾸준히 적용될 경우 분명 타고투저가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확실한 외국인 선발 카드가 늘어난 점 또한 변화 요인 중 하나다. 올 시즌 비야누에바, 오간도(이상 한화), 맨쉽(NC) 등 메이저리그 출신 투수들이 대거 합류해 안정된 투구를 펼치고 있다. 지난달 31일 개막전에 선발로 나선 각 팀 외국인 에이스 선발 10명 중 9명(롯데 레일리 제외)이 모두 퀄리티 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을 정도로 선발투수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아직 시즌 초반이니 만큼 ‘높아진 마운드’가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다. 투수 출신 kt 김진욱 감독은 “현장의 감독, 선수, 팬들까지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 (스트라이크존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며 존 유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외국인 선발들 역시 아직 단 한 번 등판했을 뿐이어서 앞으로 상대 타자들이 분석과 적응을 끝낸다면 방망이가 날카롭게 돌아갈 수도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눈에 띄는 변화가 분명 일어났다는 것이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7-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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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개의 눈으로 샅샅이… 야구장 밖 ‘제5의 심판’

    7∼8평(약 23∼26m²) 남짓한 어두운 방, 한쪽 벽면에 걸린 10개의 TV에서는 전국 5개 프로야구 구장의 경기 화면이 흘러나왔다. 그중에서도 아랫줄에 걸린 5개의 TV는 또다시 10개의 작은 화면으로 나뉘어 1루, 2루, 홈 플레이트 근처 등 야구장 곳곳을 비추고 있었다. 심판을 연상하게 하는 검은색 점퍼 차림의 엔지니어 3명은 TV 앞에 나란히 앉아 화면 조작기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경기 장면을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뒷줄에 앉은 판독관 3명 또한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4일 공개된 서울 마포구 ‘한국야구위원회(KBO) 비디오판독센터’의 모습이다. 올 시즌부터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는 날마다 되풀이될 풍경이다. 올해 시범경기 때부터 선보인 ‘비디오판독’은 2014시즌 중반부터 시행해 온 ‘심판 합의판정 제도’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기존 구장 심판실에서 해오던 심판 합의판정을 올해부터는 별도로 마련된 비디오판독센터에서 일괄 시행한다. 심판 또한 심판실에 들어가지 않고 그라운드에서 현장 운영요원에게 받은 인터컴 장비로 판독센터의 결과를 전해 받는다. 판독의 공정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 기존에 활용해온 방송사 카메라 7대에 추가로 KBO가 구장마다 고정식 카메라 3대씩을 설치한 것도 핵심적인 차이다. 카메라가 잡지 못하는 사각을 최소화하자는 취지다. KBO의 카메라는 판독 요청이 자주 발생하는 1루(2대), 2루(1대)에 집중적으로 배치했다. 지난해 전체 합의판정 요청(331건) 중 68.8%에 해당하는 228건이 1루(143회), 2루(85회) 판정에서 나왔다. 번복횟수(113건) 기준으로는 76.9%(87건)를 차지할 정도로 판정이 어려운 상황이 여러 차례 나왔다. 비디오판독을 통해 경기 시간도 단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주 개막 3연전에서 총 19차례 나온 비디오판독의 평균 소요 시간은 1분 47초로 지난 시즌 평균 합의판정 소요 시간(1분 56초)보다 짧다. 2015년부터 비디오판독 시스템을 구상해 온 정금조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장은 “19건 중 1건에만 약 5분의 시간이 걸렸던 것을 감안하면 (9초보다) 더 단축 효과가 크다. 앞으로는 1분대 초반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정 센터장은 “경기 영상이 누적되는 만큼 부정행위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KBO가 주장하는 메이저리그식 비디오판독이 뿌리내리려면 남은 과제도 있다. 무엇보다 사각을 줄이기 위해 카메라 대수가 늘어나야 한다. 폴대를 넘길 정도로 높게 떠오른 홈런성 타구 등은 여전히 판독이 쉽지 않다. KBO 역시 순차적으로 비디오판독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7-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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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돌 연습생 98명, 개막전 깜짝 시구

    외야 펜스가 열리고 넥센 유니폼 상의를 맞춰 입은 앳된 얼굴의 남성 98명이 줄줄이 그라운드로 뛰쳐나왔다. 외야 한복판에 삼각형 형태로 대열을 이룬 이들은 약속된 2분 30초 동안 춤과 함께 노래를 불렀다. 예상치 못한 깜짝쇼에 야구장을 찾은 야구팬들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음악이 끝날 무렵 갑자기 2명이 내야로 달려 나와 한 명은 야구공을, 나머지 한 명은 방망이를 쥐고 나서야 팬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3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의 2017시즌 개막전 시타, 시구 행사였다. 준비한 순서가 끝나고 98명 전원이 그라운드를 빠져나가기까지는 채 5분이 걸리지 않았다. 당일 오전 3시까지 4시간 동안 반복 리허설을 한 결과였다. 창단 후 10번째 시즌을 맞아 특별한 개막전 시구 행사를 원하던 넥센은 한 방송 프로그램(Mnet ‘프로듀스 101’ 시즌2)과 협력해 이 같은 시구 행사를 했다. 팬들을 위한 볼거리를 제공하려는 구단과 프로그램 홍보를 원한 방송사 양쪽의 손발이 맞아떨어졌다. 이날 그라운드에 선 남성 98명은 모두 해당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아이돌 연습생들이다. 고경희 넥센 마케팅커뮤니케이션팀장은 “처음에는 내야 공연 요청을 받았으나 경기 운영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수정했다. 새로운 도전을 앞둔 이들을 응원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팬들도 함께 즐겨줬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2017 프로야구가 공식 개막한 31일. 의미 있는 개막전 시구 행사는 다른 구장에서도 이어졌다. SK는 문학구장 개막전에서 한 가족에게 입양된 오다니엘(7), 오요셉(6) 형제에게 시구와 시타를 맡겼다. 7년 전 오다니엘이 먼저 입양되고 1년 뒤 오요셉이 입양됐다. 이들을 입양한 부모 및 이들이 입양되기 전에 태어난 형 등 가족들이 함께 경기장을 찾아 시구와 시타를 지켜보았다. 지난해 실종아동 찾기 캠페인을 이어왔던 SK는 이날 시구 행사를 기점으로 올 시즌 입양가족 관련 캠페인을 진행할 계획이다. NC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마산구장 개막전에 지역 야구 유망주(홍성민, 이희성 군)를 시구, 시타자로 내세웠다. 한편 잠실구장(두산)에서는 배우 지성이, 대구구장(삼성)에서는 권영진 대구시장이 시구자로 나섰다. 야구팬들을 위한 행사는 이번 개막 3연전 내내 이어질 계획이다. 2일 마산구장에서는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 헌액자인 조지 브렛이 시구자로 나선다. kt는 4일 안방(수원구장) 개막전에서 올해 초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외국인 선수 마르테를 추모하는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7-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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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챔피언 기업銀’… 경험이 패기를 눌렀다

    경험이 패기를 앞섰다. 2016∼2017시즌 NH농협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에서 IBK기업은행이 정규리그 우승팀 흥국생명을 꺾고 2년 만에 챔피언 자리를 탈환했다. IBK기업은행은 30일 경기 화성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 4차전에서 흥국생명에 3-1(26-24, 25-20, 18-25, 25-18)로 승리하며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왕좌에 올랐다. 6시즌 만에 챔프전에 진출한 흥국생명은 21세 에이스 이재영을 비롯해 평균연령 25.4세(리베로 포함 선발 7인 기준)인 젊은 선수들의 패기에 기대를 걸었다. 최근 5시즌 연속 챔프전에 진출한 IBK기업은행(7인 기준 평균 27.7세)의 믿는 구석은 큰 무대 경험이었다. 봄 배구 단골 IBK기업은행은 1차전을 풀세트 접전 끝에 내줬지만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상대를 추격하며 결국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9차례 듀스 공방 끝에 34-32로 따낸 2차전 2세트는 IBK기업은행이 챔프전에서의 승기를 잡는 발판이 됐다. IBK기업은행의 베테랑 세터 김사니(36)와 리베로 남지연(34)의 노련한 경기 운영은 흥국생명에서는 보기 어려운 강점이었다. “(우승이 확정될 때까지) 설레발치지 말자”는 큰언니들의 말은 선수단이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게 했다. 선수들의 투혼도 빛났다. KGC인삼공사와의 플레이오프 때부터 이틀 간격으로 7경기를 내리 소화하느라 체력을 소진한 IBK기업은행 선수들은 경기가 없는 날에는 수액주사까지 맞아가며 챔프전에 임했다. 2차전에서 기존 센터 포지션 대신 라이트 공격수 역할을 맡았던 김희진은 경기 뒤 탈진 증세를 보이며 병원에 이송되기도 했다. 공격에서는 ‘우승 청부사’ 외국인 선수 리쉘(23)이 선봉장 역할을 했다. 1∼4차전에서 모두 양 팀 최다 득점을 기록한 리쉘은 이번 챔프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리쉘은 상대 팀 외국인 선수 러브(196cm)보다 12cm 작은 키(184cm)에도 불구하고 안정된 하체 근력을 바탕으로 시리즈 내내 압도적인 공격력을 발휘했다. IBK기업은행으로서는 지난 시즌 외국인 선수 맥마혼(손가락 수술)의 결장으로 챔프전 우승을 놓친 아쉬움도 한자리에서 풀었다. 2010년 창단한 여자부 ‘막내’ IBK기업은행은 이번 우승으로 V리그 진입 6시즌 만에 3차례 우승을 차지하며 명문구단으로 가는 디딤돌을 놓았다. 2005년 V리그 원년부터 참가한 흥국생명, KGC인삼공사와 나란히 최다 우승 타이기록을 보유하게 됐다. 흥국생명은 승부를 안방(인천 계양체육관)에서의 최종 5차전으로 끌고 가지 못하고 시즌을 마무리해야 했다. 국내 4대 프로 스포츠(농구 배구 야구 축구) 사상 여성 감독으로는 처음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의 챔프전 우승 또한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화성=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7-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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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범 아들’ 아닌 이정후 이름으로

    31일 개막하는 프로야구 최고 기대주는 넥센 이정후(19)다. 시범경기에서 보여준 4할대(0.455) 맹타 때문만이 아니다. 새까만 피부에 짙은 눈썹, 표정에서 드러나는 강한 승부욕이 아버지 이종범(47·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을 빼닮았다. 시범경기에서 기량을 인정받으며 개막전 엔트리에 등록된 이정후는 아직 공식경기에 데뷔하지 않고도 벌써부터 아버지의 별명(바람의 아들)에서 본뜬 ‘바람의 손자’라는 별명을 달았다. 팬들은 벌써부터 열광할 준비를 하고 있다.○ 아버지의 야구인생에서 나의 야구인생으로 “하도 들어서 이젠 아무렇지도 않아요.” 2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만난 이정후는 아버지와 관련된 질문이 부담스럽지 않으냐는 질문에 손사래를 쳤다. “매일 집에서 봐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다른 아버지와 똑같은 아버지, 개인적으로는 가장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사실 그동안 그는 아버지 야구인생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다. 이정후는 이종범이 일본프로야구 주니치에서 뛰던 1998년 일본 나고야에서 태어났다. 중학교 2학년이던 2012년에는 아버지의 은퇴와 함께 광주(무등중)에서 서울(휘문중)로 학교를 옮겼다. 어딜 가든 이름보다는 ‘이종범의 아들’로 불리는 데 익숙했다. 어린 이정후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왔을까. 휘문중 2학년 시절 이정후는 답답한 마음에 야구부 코치에게 면담을 요청하기도 했다. “나를 나로 안 보고 아버지의 아들로만 본다”는 고민을 털어놓았다. 당시 휘문중 코치로 이정후를 가르쳤던 이상원 넥센 스카우트팀 대리는 “그때 속에서 뭔가 끓어오르는 듯하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사실 이종범의 아들이라는 수식어에 가려졌지만 기량만큼은 일찌감치 도드라졌다. 2012년 구단의 스카우트로 활동하며 이정후를 처음 봤다는 고형욱 넥센 단장은 “무등중 재학시절 사실 이종범 선배의 아들이라고 해서 봤는데 콘택트 능력(공에 방망이를 맞히는 능력)이 기대 이상이었다. 중학교 때부터 꾸준히 관찰해왔다”고 설명했다. 휘문고 1학년 때부터 주전 자리를 꿰차면서 기량을 뽐내자 넥센 이장석 대표는 지난해 신인드래프트를 앞두고 일찌감치 1차 지명으로 이정후를 선발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10개 구단 1차 지명 대상자 가운데 야수로는 유일하게 이정후가 호명됐다.○ 아버지가 못다 이룬 신인왕 꿈 이룰까 물론 벌써부터 폭죽을 터뜨리긴 이르다. 정규리그의 무게감은 시범경기와는 확연히 다르다. 프로무대에 적응하기 위해선 근력 강화가 필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때문에 이정후는 지난해 마무리캠프 이래로 웨이트트레이닝에 집중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72kg대이던 체중은 최근 80kg대로 불었다. 고 단장은 “힘만 더 붙는다면 길게는 이병규(은퇴), 박용택(LG)처럼 정교함을 갖췄으면서도 비거리가 나오는 타자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종범 해설위원도 “1군에서도 정신적으로 버텨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고등학교 시절 주 포지션인 유격수를 비롯해 내·외야수로 두루 뛴 이정후는 당분간은 외야 자원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포구는 안정됐지만 송구 부분에 불안한 모습이 남아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구단은 장기적으로는 이정후를 내야 자원으로 염두에 두고 있다. 현역 시절 이종범 또한 유격수로 주로 뛰었다. 아버지 이종범이 못다 이룬 신인왕의 꿈을 이정후가 대신 이룰 수 있을지도 이번 시즌 관전포인트 중 하나다. 1993년 데뷔한 이종범은 그해 득점 1위 등을 기록하고도 삼성 양준혁에게 밀려 인생에 한 번뿐인 신인왕 수상의 기회를 놓쳤다. 만약 이정후가 신인왕을 받는다면 2007년 두산 임태훈 이후 10년 만에 프로 1년 차 순수 신인왕이 나오게 된다. 정작 스스로는 프로 적응에만 초점을 맞추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정후는 “사실 9월 확대엔트리 적용 때까지 1군에 올라오는 게 목표였는데 이렇게 개막전부터 (1군에) 올라올 줄 몰랐다. 그저 빨리 적응해서 팀이 우승하는 데 일조하고 싶을 뿐”이라고 했다. “아버지의 아들로 많은 것을 받았듯 앞으로 많은 것을 나누고도 싶다”며 인간 이정후로서의 목표도 덧붙였다. 당장 이정후는 계약금으로 받은 2억 원을 곧 기부할 계획이다. 프로야구에 신선한 자극을 일으킬 이정후의 프로 데뷔는 이제 카운트다운만이 남았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7-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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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은행, 챔피언 한걸음 남았다

    프로배구 IBK기업은행의 베테랑 세터 김사니(36)는 이번 시즌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시즌 내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다. 시즌 초반인 2라운드 도중 부친상도 당했다. 몸과 마음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번 정규리그 전체 30경기의 절반인 15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좀처럼 몸 상태가 나아지지 않으면서 26일 챔피언결정전 2차전 때는 코트를 밟지도 못했다. 베테랑의 진가는 위기 때 드러났다. 28일 경기 화성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NH농협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 교체 투입된 김사니는 흥국생명의 허를 찌르는 경기 운영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몸을 날리는 디그도 몇 차례 성공하며 팀 동료들의 투지를 불태우게 했다. IBK기업은행은 세트 성공률 45.9%를 기록한 김사니의 활약 덕택에 흥국생명에 3-2(21-25, 25-20, 24-26, 25-21, 15-8)로 역전승을 거뒀다. 5전 3승제 챔프전에서 먼저 2승(1패)을 거머쥐며 통산 세 번째 챔프전 우승에 1승만을 남겨 놨다. 김사니는 “(선발 세터) 이고은과 번갈아 뛰다 보니 체력 부담도 덜하다. 누가 뛰느냐보단 이기느냐가 중요하다”며 승리에 대한 간절함을 드러냈다. 공격에서는 외국인 선수 리쉘이 빛났다. 리쉘은 이날 양 팀에서 가장 많은 42득점(공격성공률 44.31%)을 했다. 박정아도 23득점으로 팀 승리를 도왔다. IBK기업은행은 챔프전 3경기 중 처음으로 상대(17개)보다 적은 범실(15개)을 기록하기도 했다. 9년 만의 챔프전 우승을 노리는 정규리그 우승팀 흥국생명은 1승 뒤 2패로 몰리며 벼랑 끝에 서게 됐다. 4차전은 30일 오후 7시 화성체육관에서 열린다. 화성=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7-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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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개 구단 개막전 ‘외국인투수 빅뱅’

    “LG의 선발 투수는 누구입니까.” 사회자의 말에 양상문 LG 감독은 고개를 숙여 스마트폰을 만지기 시작했다. 당황한 진행자가 다시 한 번 요청을 하려던 찰나 양 감독은 좌중을 향해 스마트폰 화면을 들어 보였다. 거기에선 빨간색으로 ‘LG 트윈스의 개막전 선발투수는 헨리 소사’라는 문구가 흘러나왔다. 27일 한국야구위원회(KBO) 미디어데이&팬페스트 행사가 열린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를 찾은 취재진과 450여 명의 야구팬 사이에서 폭소가 터졌다. 모기업의 최신 제품을 이용해 기발한 선발 예고를 한 양 감독의 재치가 번득인 장면이었다. 양 감독이 개막전 승리를 외국인 선수 소사에게 기대한 것처럼 다른 9개 구단 감독 역시 개막전의 중책을 외국인 투수에게 맡겼다. 36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31일 개막전에서 전 구장 외국인 투수 맞대결이 성사됐다. LG와 맞붙는 넥센의 선발 투수는 밴헤켄이다.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한 두산은 지난 시즌 외인 최다승 타이기록(22승)을 세운 니퍼트를 앞세웠다. 반대로 10년 만의 가을야구에 도전하는 한화는 메이저리그 출신의 비야누에바로 맞불작전을 펼쳤다. 예년과 달리 미디어데이에서 개막전 선발을 공개한 김성근 한화 감독은 “(선발 공개를 안 하니) 기선 제압을 안 한다고 그러는데 올해는 해 보겠다”는 각오와 함께 비야누에바의 이름 대신 등번호(42번)를 호명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중학교 때 감독님이었던 김성근 감독님에게 어떻게 기선을 제압하겠냐”는 볼멘소리를 하다가도 “지난해 니퍼트의 한화 상대 성적이 좋았던 만큼 잘 해낼 거라 믿는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 밖에 문학구장에서는 SK 켈리와 kt 로치, 대구구장에서는 삼성 패트릭과 KIA 헥터, 마산구장에서는 NC 맨쉽과 롯데 레일리가 개막전 선발로 나선다. 지난해 NC를 상대로 1승 15패의 극심한 열세를 보였던 롯데가 개막전부터 NC 상대 14연패를 끊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선수들의 입담 대결에서는 돌아온 빅보이 롯데 이대호가 돋보였다. 롯데 주장 자격으로 행사에 참석한 이대호는 “우승해서 (조원우) 감독님께 우승 트로피에 소주 한 잔 받고 싶다. 롯데가 우승하면 부산 전체가 눈물바다가 될 것”이라며 롯데가 24년간 해보지 못한 우승에 대한 간절함을 드러냈다. 과거 롯데에서 지도자와 선수로 인연을 맺었던 LG 양 감독이 “이대호 선수의 장단점은 훤히 꿰뚫고 있다”고 하자 이대호는 “감독님이 생각하는 약점이 언제적 이야기인지 모르겠다. 약점이 있더라도 LG 투수들이 그곳에 공을 던질 수 있을지가 문제”라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구단별 우승 공약도 눈길을 끌었다. 두산 김재호는 우승 당일 그라운드에서 여는 클럽파티를, 삼성의 김상수는 이번 시즌 은퇴를 선언한 이승엽과 함께 번지점프를 우승 공약으로 걸었다. 최근 두 시즌 최하위에 그쳤던 kt의 박경수는 우승 대신 5강 공약으로 팬 100명의 저녁만찬을 약속했다.강홍구 windup@donga.com·임보미 기자}

    • 2017-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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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은행 ‘김희진 승부수’로 반격

    모험수가 묘수가 됐다. 26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NH농협 프로배구 V리그 흥국생명과 IBK기업은행의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2차전. 2세트를 앞둔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센터 김희진을 라이트로 돌리는 승부수를 던졌다. 1차전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패배한 데 이어 이날 1세트까지 내주면서 벼랑 끝에 선 상황이었다. 이대로 경기를 이어갔다간 허무하게 챔프전을 내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모험을 걸게 했다. 이 감독의 ‘깜짝 카드’는 적중했다. IBK기업은행의 주장이기도 한 김희진은 경기 도중 뒤바뀐 자신의 임무에 적응해가며 공격의 활로를 뚫었다. 사이드 블로킹으로 상대 외국인 선수 러브의 공격을 차단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리기도 했다. 평소 센터 자리에서 리베로와 번갈아 뛰던 김희진은 이날 라이트로 풀타임을 소화하며 총 15점을 올렸다. 경기 뒤 탈진증세를 보이며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IBK기업은행이 12-20까지 뒤처졌던 2세트를 듀스 접전 끝에 34-32로 따내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결국 IBK기업은행은 3-1(16-25, 34-32, 25-23, 25-23)로 승리하며 1승 1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IBK기업은행의 외국인 선수 리쉘이 양 팀에서 가장 많은 33득점(성공률 52.54%)을 했다. 박정아도 26득점으로 승리를 도왔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주전 세터 김사니가 이날 하루 휴식을 취했다는 것 또한 IBK기업은행에 긍정적인 대목이다. 감독은 “어려운 경기를 따냈다. 3차전에서도 상대가 혼란을 느끼게 포메이션을 짜겠다”고 말했다. 한편 25일 열린 남자부 챔프전 1차전에서는 대한항공이 현대캐피탈에 3-0(27-25, 27-25, 25-22)으로 승리했다. 인천=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7-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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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3세 김태완 “다시 시작이다”

    한때 그는 김태균(35·한화)의 뒤를 이을 유망주로 꼽혔다. 꼬박 10년 전인 2007년 김태완(33·넥센)은 당시 한화 소속으로 시범경기에 나서 홈런 및 타점 1위(3홈런, 7타점)를 기록하며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1군 데뷔 3년 차를 맞은 2008년 정규시즌에는 23개의 홈런을 쏘아 올리며 한화의 ‘다이너마이트 타선’으로 당당히 활약했다. 공익근무요원 복무 이전 시즌(2010년)에도 전체 126경기 중 116경기에 출장했다. 장밋빛 미래만이 기다릴 줄 알았다. 기대와 현실은 달랐다. 복귀 후에도 좀처럼 기량을 꽃피우지 못하면서 만년 유망주라는 꼬리표가 붙기 시작했다. 말이 좋아서 유망주지, 나이는 어느새 고참급이 되어갔다. 그럴수록 마음은 더 급해졌다. 배트 끝을 투수 쪽으로 향하는 김태완의 독특한 타격 폼에 대한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팀을 맡는 감독마다 타격 폼 수정을 주문했다. 김응용, 김성근 감독 등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명장들의 지시였기에 더욱 흘려들을 수 없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론 독이 됐다. 그나마 있던 장점도 발휘할 수 없게 됐다. 2013시즌 이후 4년 동안 친 홈런은 10개가 전부였다. 성적이 추락하자 출전 기회도 점점 줄어들었다. 지난 시즌 김태완은 24경기 출장에 그쳤다. 김태완은 구단에 방출을 요청했고, 만류하던 구단도 결국 시즌 직전 그를 웨이버로 공시했다. 15년간 몸담았던 둥지를 떠난 김태완의 선택은 넥센이었다. 관심을 보인 여러 구단 중에 넥센을 선택한 이유는 “하고 싶은 대로 해보라”는 제안 때문이었다. 언제까지 선수 생활을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제대로 내 야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공교롭게도 넥센은 박병호(31·미네소타)가 성공 스토리를 쓴 곳이기도 하다. 김태완과 마찬가지로 전 소속팀(LG)에서 여러 코칭스태프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만년 유망주 꼬리표를 떼지 못하던 박병호는 선수의 자율을 중시하는 넥센으로 이적하면서 비로소 잠재력을 터뜨렸다. 26일 끝난 시범경기 성적만으로 보면 김태완의 선택은 성공적이다. 김태완은 이번 시범경기에서 14타점을 기록하며 전체 1위에 올랐다. 타율도 0.370(27타수 10안타)이나 된다. 중심 타선에서 꾸준히 기회를 얻으며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쳤다. 이종열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김태완은) 기본적으로 실력이 좋은 선수다. 꾸준히 출전 기회를 보장받으면서 타격 폼을 바꾸지 않고도 배트 타이밍이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주변에서도 “절실함이 보인다”는 반응이 나온다. 물론 시범경기가 전부가 아니란 걸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다. 부활의 노래를 꿈꾸는 김태완의 도전은 31일 2017시즌 개막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7-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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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안해요, 엄마-엄마의 나라”

    “미안해요, 엄마(Sorry Momma).” 야구 종주국 미국의 첫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우승 주역이 된 아들은 미국 대표팀 합류를 결정할 당시 어머니를 향한 미안한 마음을 트위터에 글로 올렸다. 푸에르토리코 출신 어머니를 둔 마커스 스트로먼(26·토론토)은 지난해 12월 “매우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며 자신을 이해해주길 부탁했다. 스트로먼이 대회에 앞서 어머니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한 건 푸에르토리코 대표팀으로 뛰겠다는 자신의 말을 뒤바꾼 것이기 때문이다. WBC 규정상 선수는 자신의 국적은 물론이고 부모 또는 조부모의 국적을 선택해 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 부모가 이혼한 뒤 어머니 밑에서 자란 스트로먼은 지난 대회가 열렸던 2013년만 하더라도 자신의 트위터에 “다음 WBC에서는 어머니와 푸에르토리코를 대표하는 기회가 오기를 희망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에 실망한 일부 푸에르토리코 팬은 아들을 설득하지 못한 스트로먼의 어머니를 비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스트로먼이 미국 유니폼을 선택한 건 듀크대 시절인 2011년 미국 대학 대표로 뛰며 좋은 기억이 남았기 때문이다. 스트로먼이 트위터에 당시 사진을 함께 올리며 “미국 팀을 위해 뛰는 건 미치도록 흥분되는 일”이라고 남긴 이유다. 결과적으로 스트로먼의 선택은 어머니의 나라가 정상에 오르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이 됐다. 2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2017 WBC 푸에르토리코와의 결승전에서 스트로먼은 6이닝 1피안타 1볼넷을 기록하며 팀의 8-0 승리를 이끌었다. 7회말에야 앙헬 파간에게 이날 첫 안타를 내줄 정도로 압도적인 경기력을 펼치며 결승전의 승리투수가 됐다. 이날 전까지 7경기에서 총 55점을 뽑은 푸에르토리코 타선을 잠재웠다. 앞서 푸에르토리코와의 2라운드 맞대결에서 4와 3분의 2이닝 동안 4실점 하며 패전투수가 됐던 아쉬움을 되갚았다. 미국의 짐 레일런드 감독은 7회 스트로먼이 첫 안타를 내주자 바로 그를 마운드에서 내리며 배려했다. 총 투구 수 73개로 라운드별 제한 기준(챔피언십 라운드 95개)에 아직 여유가 있는데도 일찌감치 교체를 선택한 건 스트로먼이 관중으로부터 기립박수를 받게 하는 동시에 다가올 시즌을 위해 무리하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었다.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스트로먼은 경기 뒤 ‘챔피언’이란 단어를 자신의 트위터에 남겼다. 2014년 토론토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스트로먼은 빅리그 통산 24승 16패, 평균자책점 3.91의 성적을 거뒀다. 최고구속 95마일(시속 153km)의 강한 직구에 싱커가 주무기다. 야구 선수치고는 키(173cm)가 작은 축에 속하는 스트로먼은 ‘키로는 심장의 크기를 잴 수 없다(Height Doesn‘t Measure Heart)’는 뜻의 HDMH란 의류 브랜드를 출시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3개 대회에서 4강 진출이 최고 성적이었던 미국은 네 번째 대회 만에 첫 WBC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1, 2라운드에서 각각 2승 1패를 기록하며 조 2위로 챔피언십 라운드에 진출한 미국은 전승을 이어가던 일본, 푸에르토리코를 꺾고 야구 강국으로서의 자존심을 만회했다. 미국 선수들은 자국을 상징하는 독수리 모형을 마운드에 올리며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금메달을 따기 위해 선수단 대부분이 머리를 황금빛으로 염색해 화제를 모았던 푸에르토리코는 준결승전까지 7전 전승을 달렸으나 마지막 우승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2개 대회 연속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7-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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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銀 5시즌 연속 챔프전 진출

    이변은 없었다. 프로배구 여자부 2위 IBK기업은행이 3위 KGC인삼공사를 꺾고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IBK기업은행은 22일 경기 화성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NH농협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 최종 3차전에서 KGC인삼공사에 3-1(23-25, 25-16, 25-11, 25-14)로 승리했다. IBK기업은행은 플레이오프 2승 1패로 여자부 최초로 5시즌 연속 챔프전 진출에 성공했다. 초반 분위기는 KGC인삼공사 쪽이었다. 1세트 한때 15-8까지 앞섰던 KGC인삼공사는 역전 공방 끝에 2점 차로 1세트를 가져갔다. KGC인삼공사는 2차전 승리의 상승세를 이어가며 2005년 V리그 출범 이후 여자부 최초로 플레이오프 1차전 패배 이후 챔프전에 진출하는 팀이 되는 듯했다. 그러나 2세트부터 IBK기업은행의 알레나 봉쇄작전이 효과를 발휘했다. 에이스 알레나의 후위공격 등이 여러 차례 블로킹 벽에 막히면서 KGC인삼공사의 공격도 발이 묶였다. 2차전에서 여자부 플레이오프 한 경기 최다 득점 신기록(55점)을 세웠던 알레나는 이날 18득점에 그쳤다. 반대로 IBK기업은행은 2차전에서 부진했던 외국인 선수 리쉘이 살아나면서 박정아(16득점), 김희진(15득점)으로 이어지는 삼각편대를 앞세워 경기를 주도했다. 5세트까지 간 2차전에서 27득점, 공격성공률 37.68%를 기록했던 리쉘은 이날 4세트 동안 양 팀에서 가장 많은 28득점(성공률 49.01%)을 하며 팀 승리를 견인했다. IBK기업은행은 24일 시작되는 흥국생명과의 챔프전을 통해 통산 세 번째 챔프전 우승에 도전한다. 이번 시즌 흥국생명과 IBK기업은행은 3승 3패를 기록했다.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강한 서브로 상대를 흔들어 흥국생명 러브, 이재영이 큰 공격을 하지 못하도록 막겠다. 유니폼에 세 번째 별을 달겠다”며 선전을 다짐했다. 한편 최근 두 시즌 최하위에 그쳤던 KGC인삼공사는 서남원 감독 부임 첫해 봄 배구 진출이라는 성과를 거두며 시즌을 마무리했다. 서 감독은 “버티는 힘이 생겼다는 것이 큰 성과다. 선수들이 기대보다 200∼300% 이상으로 해줬다”며 다음 시즌을 기약했다. 화성=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7-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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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olf]북한이탈주민 캐디로 양성… 사회정착 돕는다

    골프장 토털서비스기업 ‘골프존카운티’는 2015년부터 북한이탈주민 캐디양성사업을 시작했다. 골프존카운티가 속한 골프존유원그룹과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이 주도하는 이 사업은 북한이탈주민의 사회 정착을 돕고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해 삶의 질 향상을 꾀하는 사회공헌사업이다. 2015년 1기생 4명을 시작으로 지난해 2기생 5명, 올해 3기생 8명 등 총 17명의 북한이탈주민이 전국 5곳의 골프존카운티 사업장에 정식 캐디로 배치돼 일하고 있다. 17일 골프존카운티 안성H에서 진행된 3기생 수료식에는 김준환 골프존카운티 대표, 박세하 골프존카운티 수도권사업부장, 박중윤 남북하나재단 사무총장, 김재숙 남북하나재단 자립지원팀장 등 관계자 3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에 배출된 캐디 3기는 면접, 이론 및 실기 테스트 등을 거쳤다. 면접을 통과한 16명 중 절반이 캐디로 선발됐다. 12주 동안 진행되는 골프존카운티 캐디 교육 프로그램에서는 골프 코스, 카트 사용법, 안전수칙, 골프용어, 골프규칙, 정보기술(IT) 스코어 카드 작성 등 전문 캐디로서 갖춰야 할 기본 소양 외에도 한국 문화와 기본예절 등도 포함됐다. 전문 아나운서의 표준어 스피치 교육, 심폐소생술(CPR) 전문가의 안전교육 등도 진행했다. 이번에 배출된 캐디 3기는 향후 골프존에서 운영하는 안성Q, 안성H, 안성W, 선운, 청통 등 5개 골프장 중 원하는 곳에 배치될 예정이다. 김준환 대표는 “북한이탈주민들이 우리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캐디 양성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앞으로 골퍼들에게도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골프존카운티는 북한이탈주민 캐디양성사업의 성공적 정착을 발판으로 앞으로도 코스 관리, 카운터 운영, 식당 관리 등 골프장 내 여러 직군에 지속적으로 사회소외계층을 채용할 계획이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7-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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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olf]깊은 울림의 맑은 타구감 ‘보론강 단조 아이언’

    아이언의 명가로 유명한 한국미즈노가 ‘JPX900 포지드 아이언’을 출시했다. 기존 연철 소재에 보론강(Boron steel·붕소첨가강)을 혼합한 JPX900 포지드 아이언은 세계 유일의 보론강 단조 아이언으로 기존 모델 대비 페이스 강도가 30% 정도 높다. 얇지만 강력한 페이스 구조를 통해 비거리 또한 늘렸다는 설명이다. 볼의 초속을 높이기 위해 페이스 설계 또한 새로 했다. 타깃 골퍼의 타점 분포를 분석해 유효 타구 면적을 넓혀 볼 스피드를 증가시켰다. 헤드 자체의 관용성도 높였다. 여기에 중심심도를 낮춘 저중심화의 설계로 볼의 탄도를 높이면서 방향성은 안정시켰다는 설명이다. 손맛부터 타구음까지 미즈노의 DNA도 고스란히 이식했다. JPX900 포지드 아이언에는 파워 프레임 캐비티 기술을 적용해 보다 부드러운 타구감을 느낄 수 있게 했다. 백 페이스의 4군데 코너에 중량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관성모멘트를 높인 결과다. 동시에 짧은 톱 프레임으로 임팩트 시 불필요한 진동을 억제함으로써 골퍼가 느끼는 손맛 또한 높였다. 세계 8개국에서 특허를 얻은 미즈노만의 연철 단조 공법인 ‘그레인 플로 포지드(Grain Flow Forged)’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헤드에서 넥까지 한 번에 이어지는 단류선이 적용돼 미즈노 특유의 타구감을 느낄 수 있게 했다. 타구음의 진동수를 수십 Hz(헤르츠) 단위로 조절해 가며 최적의 타구음 밸런스도 갖췄다. 한국미즈노 관계자는 “미즈노의 독자적인 하모니 임팩트 기술로 깊은 울림의 맑은 타구감을 실현했다”고 설명했다. JPX900 포지드 아이언은 전국 미즈노 대리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 8개 세트로 권장 소비자 가격은 그라파이트가 170만 원, 스틸샤프트가 165만 원이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7-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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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전 6승 일본이냐, 호화군단 미국이냐

    세계 랭킹으로 따지면 사실상의 결승전이다. 2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결승에 지구촌 야구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세계 랭킹 1위 일본과 2위 미국이 벌이는 ‘용호상박(龍虎相搏)’ 대결이다. 역대 WBC에서 양 팀의 명암은 180도 엇갈렸다. 2006년 1회, 2009년 2회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일본은 역대 WBC 참가국 중 유일하게 4개 대회 연속 챔피언십라운드(4강)에 진출하며 야구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뽐냈다. 반면 미국은 메이저리그 사무국 주최 대회임에도 매번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뒀다. 유일하게 4강에 올랐던 2회 대회에서도 일본에 패하며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양 팀의 역대 WBC 상대 전적은 1승 1패다. 이번 준결승은 자국 프로리그의 자존심이 걸린 맞대결이기도 하다. 명예 회복을 노리는 미국은 이번 대회 대표팀을 전원 메이저리거로 구성했다. 버스터 포지(30·샌프란시스코), 에릭 호스머(28·캔자스시티) 등 올스타전 라인업을 방불케 한다. 특히 2라운드에서 우승 후보 도미니카공화국을 꺾으며 분위기를 타고 있다. 아오키 노리치카(35·휴스턴)를 제외한 대표팀 전원을 자국 리그 소속으로 꾸린 일본은 1, 2라운드 6경기에서 전승을 거두며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홈런 3개씩을 쏘아 올린 쓰쓰고 요시토모(26·요코하마)와 나카타 쇼(28·니혼햄)가 타선의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판 승부인 만큼 경기 초반 분위기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송재우 해설위원은 “투심 패스트볼이 무기인 미국 선발 태너 로아크(31·워싱턴)의 강력한 볼 끝을 일본 타자들이 공략해 내느냐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대니얼 김 해설위원은 “지안칼로 스탠턴(28·마이애미) 등으로 구성된 미국의 막강 타선이 경기 초반 터진다면 의외로 일방적인 경기가 나올 수도 있다. 일본 입장에서는 경기 초반 최대한 실점을 막는 것이 급선무”라고 전망했다. 한편 21일 열린 준결승에서는 푸에르토리코가 연장 11회 승부치기 끝에 네덜란드를 4-3으로 누르고 결승에 선착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7-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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