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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0년 만에 전격적으로 담뱃값 인상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세계 최고 수준(43.7%)인 흡연율을 더이상 방치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보건복지부는 ‘담뱃값 2000원 인상’만으로도 현재 43.7%인 흡연율을 8%포인트 떨어뜨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담뱃값을 물가에 연동해 지속적으로 올릴 경우 2020년까지 흡연율 29%대 진입도 기대하고 있다. 2012년 현재 OECD 평균 흡연율은 26%. 담뱃값 인상을 통한 흡연율 감소는 선진국을 통해 이미 입증됐다. 미국은 2009년 담뱃값을 22% 정도 올려 담배 판매량을 1년 뒤 11% 가까이 줄였다. 영국도 1992년부터 2011년까지 물가연동제를 통해 담뱃값을 200%가량 올렸는데, 같은 기간 담배 소비가 857억 개비에서 420억 개비로 절반가량 줄었다. 한국도 2004년 담뱃값을 2000원에서 500원 올렸을 때 57.8%였던 성인 남성의 흡연율이 2006년 44.1%로 떨어졌다. ○ 담뱃값 7000원까지 올려야 효과 하지만 한국의 담뱃값이 세계 최저 수준인 만큼 2000원 인상만으로는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OECD 평균인 7000원 이상은 돼야 가시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재갑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국립암센터 석좌교수)는 “장기적으로 담뱃값을 7000원 이상 올리고 담배구매 실명제 등 흡연자 국가 관리가 시행돼야 가시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담배 및 주류의 가격정책 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9000원은 돼야 담배를 끊겠다’는 사람이 가장 많았다. 정부는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지속적으로 담뱃값을 올리겠다고 했지만 언제 추가 인상할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중산층과 고소득자보다는 가격 인상에 가장 민감한 저소득층이 주로 담배를 끊을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프랭크 찰로프카 교수에 따르면 담뱃값을 올렸을 때 금연하는 사람 중 절반가량(46.3%)이 소득 하위 30%인 저소득자였다. 성인에 비해 가격 인상 압박을 4배 이상 받는 것으로 알려진 청소년의 흡연율(25%)도 10%포인트 이상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권덕철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2004년 500원 인상 당시 청소년 흡연율은 28.6%포인트 떨어졌는데, 성인보다 효과가 두 배 이상 높았다. 이번에도 비슷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흡연율 감소 효과 기대치가 과대 포장됐다는 주장도 있다. 납세자연맹은 “담뱃값의 변화가 없었던 2009∼2012년 지속적으로 흡연율이 떨어졌고, 담배를 끊은 가장 큰 이유도 경제적 요인(6.2%)이 아닌 본인과 가족의 건강(69.9%)이었다”고 주장했다.○ 늘어난 세수 금연 사업에 쓰일까? 전문가들은 담뱃값 인상으로 인한 세수 증가분이 국민 건강을 위해 사용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매년 담배로 인해 6조∼7조 원의 세수가 확보되고 있고 2조 원가량이 건강증진부담금으로 편성되고 있다. 하지만 건강증진부담금의 절반인 약 1조 원은 건강보험 재정으로 들어가고, 나머지의 대부분도 금연과 상관없는 정보화사업 등 연구개발(R&D) 예산에 투입되고 있다. 금연클리닉 등 흡연자를 위해 사용한 돈은 연평균 120억 원에 불과했다. 정부는 담배 가격에 포함된 건강증진부담금의 비율이 현 14.2%에서 18.6%까지 확대된다고 발표했지만 정확한 사용처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건강증진부담금의 정확한 사용 계획을 밝히지 않는다면 결과적으로 추가 세수분이 기획재정부의 의도대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우회 증세 논란 불가피 담뱃값 인상으로 인한 세수 증가가 금연 사업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될 우려가 높아지면서 ‘우회 증세(增稅)’ 논란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담배에 국세인 개별소비세를 새로 부과하기로 하면서 중앙정부의 수입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개별소비세는 연간 1조7600억 원, 부가가치세는 연간 1800억 원이 추가로 걷히면서 담배 판매로 인한 국세 수입은 1조9400억 원가량 늘어난다. 반면 담배소비량은 현재 연간 43억 갑에서 28억4000만 갑 수준으로 줄면서 지방세는 오히려 200억 원가량 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정부는 늘어난 국세의 40% 수준인 7400억 원가량은 지방교부세로 편성해 지자체에 지원할 계획이다. 국민 부담도 늘어난다. 담뱃값 인상으로 국내 흡연 성인 남성의 하루 평균 흡연량인 16.1개비의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는 연평균 97만5000원가량의 세금을 부담하게 된다. 담뱃값 인상 전 세금보다 2배가량 늘어나는 셈이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개별소비세는 고가의 담배일수록 높은 세금이 붙는 종가세 형식이기 때문에 저소득층에 더 많이 부담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유근형 noel@donga.com / 세종=문병기 / 최지연 기자}

“너무 열심히 산다. 그런데 행복해 보이진 않는다.” ‘대한민국 청년의 삶이 어떻게 보이느냐?’는 질문에 외국인 유학생들은 이렇게 말했다. 바쁘고, 치열하고, 여러 가지를 포기하며 앞을 향해 질주하지만 정작 개인의 행복은 뒷전이라고. 그래서 다시 물었다. 한국 청년이 더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선 어떤 아이디어들이 필요할까? 한국 학생들을 가까이에서 보고 있는 스웨덴 출신 나탈리 타노(23·건국대 경영학과 3학년), 핀란드 출신 라우라 토이릴라(23·한양대 경영학과 3학년), 브라질 출신 레오나르두 페레이라 씨(24·서울대 전기공학과 3학년)에게 들어봤다.○ 등록금 할부 안 되나요? 이들은 등록금 부담이 가장 버거워 보인다고 했다. 한 학기에 400만 원이 넘는 등록금도 문제지만 장학금, 생활비 지원 등도 부족해 보인다는 것. 대학 등록금이 없는 스웨덴에서 온 나탈리 씨는 “등록금을 없애기 어렵다면 분할 납부를 통해서라도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며 “매달 일정액을 낼 수 있다면 한꺼번에 내는 것보다 부담이 훨씬 적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학금뿐 아니라 생활비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레오나르두 씨는 “한국 청년들은 아르바이트를 많이 하는데 학생이 할 일은 공부다. 돈이 없는 건 당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생활비를 보조해 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들에 따르면 스웨덴과 핀란드 정부는 약 80만 원, 브라질은 20만 원의 대학생 생활비 지원금을 준다. ○ 취업에 학점, 영어점수 왜 보나요? 기업들이 신입사원을 뽑을 때 학점, 영어시험 점수, 자격증 등을 평가에 반영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나탈리 씨는 “한 사람의 재능과 가능성을 점수 몇 가지로 평가하는 건 기업의 경쟁력을 저해하고, 대학생 때 다양하고 창의적인 인재로 성장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는다”며 “기업이 스펙을 평가요소에서 아예 없애면 청년들의 삶이 더 풍성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대학의 평가 방식도 경쟁을 부추기는 상대평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라우라 씨는 “한국 대학은 수업 수준은 유럽보다 낮은데, 학점 따기는 더 어렵다. 소모적인 경쟁을 하고 있다”며 “기업이 먼저 학점을 전형요소에서 제외하면 대학생활에서 배울 수 있는 게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한국 청년들이 한반도라는 울타리를 넘어 더 큰 꿈을 꿀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레오나르두 씨는 “한국 청년들은 좋은 학교를 졸업하고 좋은 직장을 가져도 삶이 너무 팍팍하다. 한마디로 레드오션이다”며 “한국을 떠나 브라질 같은 개발도상국으로 가면 정말 많은 기회와 가능성이 있다. 더 큰 꿈을 꿔보면 어떨까”라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양소리 인턴기자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졸업}

특목고→명문대→스펙 쌓기→졸업→취업→결혼→출산→내 집 마련…. 하나의 산을 넘으면 여지없이 또 하나의 산이 나타난다. 그 산을 왜 올라야 하는지는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또 다른 산을 넘는다. 대한민국 청년의 삶은 끝없는 계단을 오르는 과정과 다르지 않다. 내가 행복한지, 좋아하는지를 따질 겨를은 없다. 지금 오르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두려움만 있다. 흡사 거대한 ‘레밍스(Lemmings·떼 지어 바다에 빠져죽는 나그네쥐)’의 전진과 비슷하다. 이런 생태계에서 ‘행복’을 논한다는 것은 일견 사치 같기도 하다.○ 고졸자 취업 정책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청년들이 가장 버거워하는 산은 ‘서울의 4년제 대학에 가지 않으면 좋은 직장을 갖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청년기를 대학 입학 및 졸업과 취업에 매몰된 채 보내게 되는 이유다. 교육개발원에 따르면 고졸자의 대학 진학률은 2012년 71.3%로 세계 최고 수준. 대졸자 과잉 공급 현상은 청년들이 취업난을 겪거나 교육 수준에 비해 질 낮은 직장을 택하게 강요한다. 심지어 구직 활동 자체를 포기한 니트(NEET)족도 100만 명을 넘어서고 있을 정도다. 김진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남성 4년제 대졸자들은 하향취업을 하면서 평균적으로 연봉 330만 원을 손해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대학에 가지 않아도 실력만큼 대우받을 수 있게 고졸자 취업 정책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학에 가지 않아도 행복한 청년이 늘어나기 위해서는 고졸 취업자 대체 근무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명박 정부에서 마이스터고를 도입하고 특성화고 졸업자 채용 인센티브제가 도입됐지만, 소수의 여성 고졸자들에게 혜택이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평균 월 급여도 남성(124만 원)이 여성(139만 원)보다 적었다. 기업들이 병역을 앞둔 고졸 남성의 채용을 꺼렸기 때문이다. 남재량 한국노동연구원 실장은 “실질적인 고졸 채용을 늘리기 위해서는 특성화고 졸업자 우수전형을 통해 취업했을 경우 정규직이 되기 이전에 해당 기업에서 상근예비역으로 병역의 의무를 이행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 고졸 취업자 차후 교육 기회 보장해야 대학 대신 취업을 선택해도 차후 고등 교육을 받을 기회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졸 취업자의 임금이 대졸자에 비해 낮은 만큼 자기 계발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 현재 대학 재학생 중 중소기업 취업 희망자들에게 등록금을 대주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학생들은 이 제도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또 고졸 취업자가 어렵게 대학 진학의 기회를 얻어도 방송통신대, 사이버대에 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선취업 후진학’을 공식 학제화해서 취업 후 안정적으로 4년제 대학도 갈 수 있는 길을 보장해야 한다”며 “6년 뒤인 2020년이 되면 대학 입학생이 20만 명 가까이 줄어드는데, 대학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도 선취업자의 후진학을 위해 뛰어야 하는 환경이 될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독일처럼 강한 중소기업을 육성하지 않는 한 청년들의 고통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대졸자 중 대기업 취업 비율은 약 11%에 지나지 않는다. 대기업 못지않은 보수와 근무환경을 보장하는 중소기업이 나오지 않으면 근본적인 청년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것. 김명전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초빙교수(EY한영 부회장)는 “청년 행복의 핵심은 일자리인데 사회구조는 선진화되고 있지만 고용구조는 여전히 후진국”이라며 “중소기업에 가도 능력만큼 대우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지 못하면 청년의 기대와 현실 사이의 격차는 메워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우리나라 음주규제 정책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가운데 22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음주정책통합지표와 OECD 국가 간 비교’에 따르면 한국의 음주정책 점수는 7점(21점 만점)으로 OECD 30개 국가 중 22위였다. 점수도 30개국 평균(9.7점)보다 낮았다. 음주 규제 정책 평가는 △주점과 식당의 주류 판매일수 및 시간 제한 △주류 구입 연령 제한 △음주운전 규제 △주류 생산 국가독점 여부 △국가 음주 예방 및 교육 프로그램 등을 고려해 진행됐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우리나라 순위가 낮은 이유에 대해 “덴마크 핀란드 등 유럽에서는 일정 시간이 넘으면 술을 팔 수 없고, 미국에서도 도수 높은 술의 경우 소매점 판매시간에 제한을 두고 있다”며 “반면 한국에서는 언제든지 술을 살 수 있고, 소매점의 주류 판매 일수와 시간에도 제한이 없다”고 밝혔다. 또 비교적 자유로운 술 광고, 선진국보다는 관대한 주류판매 가능 연령(우리나라 19세, 미국 21세, 일본 20세) 등도 이유로 밝혔다. 우리나라는 공영방송과 라디오에서 맥주, 소주 광고 시간을 부분적으로만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 헝가리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스위스 터키 호주 등은 아예 광고 자체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정영호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음주 관련 규제가 약할수록 음주량이 많은 경향이 있다”며 “음주로 인한 사회적 경제적 폐해를 막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국내 첫 투자개방형 병원 후보인 중국 산얼병원이 제주도 병원 용지의 매각을 추진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보건복지부가 거짓 해명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동아일보는 8월 30일 ‘정부 “국내 1호 투자개방형 병원 내달 승인” 발표 때 ‘中 산얼병원, 이미 사업 접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산얼병원이 사실상 한국 사업을 포기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복지부는 “산얼병원은 제주의 숙박업용 토지는 매각을 추진했지만 서귀포시 호근동의 병원 용지는 매각을 추진한 바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 해명은 본보 추가 취재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산얼병원 한국법인은 공시지가 22억 원 상당의 병원 용지를 이미 5월에 52억∼55억 원에 매물로 내놓았고 7월엔 매물 가격을 약 44억 원으로 낮추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산얼병원이 용지 매각을 추진한 정황은 온라인에 아직 그대로 남아 있다. 제주도의 우성공인중개사 사이트에는 5월 14일 매물이 52억5000만 원에 올라왔다. 또 온라인 블로그 제주도부동산포털에는 7월 8일 해당 용지를 44억 원에 매물로 내놓았다는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 7월 게시물을 올린 A 씨는 “남영택 산얼병원 한국법인 부사장이 직접 매물을 내놨고, 호근동에 44억 원 상당의 땅은 이것 하나다”라고 말했다. 이 게시물엔 산얼병원의 용지가 ‘올레7길 근처의 바다가 보이는 토지’로 소개돼 있다. 동아일보가 다음맵을 이용해 병원 용지(호근동 1551)의 스카이뷰(위성사진)를 검색해 보니 게시물 속 용지 사진과 일치했다. 게시물에는 병원 용지의 정확한 지번까지는 명시돼 있지 않다. 이에 대해 게시물 작성자는 “지번까지 명시할 경우 공인중개사를 거치지 않고 땅 주인과 바로 거래할 수 있고, 매물을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산얼병원이 비밀리에 땅을 매각하려 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제주지역 공인중개사들은 “산얼병원이 중국 모법인의 자금 사정으로 제주도 땅을 시가보다 높게 팔고 한국 사업을 철수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제주 부동산중개업 관계자들은 본보 보도 이후 병원 용지 매각 관련 게시물을 대부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산얼병원의 용지 매각 추진 사실이 재차 확인되면서 정부가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제1호 투자개방형 병원을 무리하게 재추진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8월 12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에 ‘산얼병원 9월 중 승인 여부 결정’ 안건을 올리면서 병원 용지 매각 추진과 같은 병원 사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았다. 복지부는 산얼병원의 모기업 회장의 구속, 대주주의 파산 병원 용지 매각 등에 대한 언론 지적에 대해서도 부실한 해명을 내놨다. 한 의료관광업계 관계자는 “복지부와 산얼병원이 파문을 축소하기 위해서 병원 용지를 매각하지 않은 것으로 말을 맞췄거나, 산얼병원의 거짓말을 정부가 검증 없이 그대로 믿은 결과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러한 논란이 계속되자 정부도 산얼병원의 승인을 불허하는 쪽으로 사실상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는 “산얼병원이 사실상 국내 투자개방형 1호 병원으로서 병원을 운영할 능력도 의지도 없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마무리하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 이진한 기자·의사}
국내 영리병원 논란을 촉발시켰던 국내 1호 투자개방형 병원 후보 산얼병원이 정부가 승인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12일 이전에 이미 한국 사업을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정부는 12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열고 서비스업 육성을 위한 투자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중국 산얼병원의 제주 투자개방형 병원 설립 승인을 9월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병원 설립의 허가권을 쥔 제주도도 “정부가 승인하면 곧바로 허가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혀 당시 국내 1호 투자개방형 병원 탄생이 유력했다. 하지만 산얼병원의 한국법인은 12일 이전에 이미 중국의 모법인으로부터 철수 지시를 받고 병원 용지의 매각을 추진한 사실이 본보 취재 결과 드러났다. 사실상 한국 진출을 포기한 셈이다. 산얼병원의 설계 건설 컨설팅 등을 담당했던 병원컨설팅 전문업체 S상사의 관계자는 “산얼병원 한국법인의 부사장이 S상사 측에 12일 이전에 이미 토지 매각을 요청했다”며 “12일 정부의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의 승인 발표를 듣고 한국법인 관계자들이 깜짝 놀랐고 황당해했다”고 말했다. 산얼병원 한국법인은 수일 내로 사업 포기 의사 내용을 담은 공문을 제주도와 보건복지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에 정부가 산얼병원의 상황을 제대로 점검조차 하지 않고 성급하게 승인 추진 발표를 했다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임 후 첫 성과물로 무역투자회의를 급하게 개최하면서 각 부처에 무리하게 안건 제출 압력을 넣었고, 보건복지부는 최소한의 상황 점검도 하지 않고 안건을 올린 꼴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발표 이후 수많은 단체에서 영리병원 반대 시위가 잇따랐다. 결국 정부가 2주 넘게 의미 없는 일에 인력을 낭비했고, 영리병원 논란을 비롯한 각종 사회적 갈등만 조장한 셈이다. 의료관광업계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산얼병원이 이미 한국 진출을 포기한 마당에 정부가 허위 발표를 한 셈이다”라고 말했다. 사업 주체가 사실상 사라졌지만 보건복지부는 29일 현재까지 산얼병원 승인을 계속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 이진한 기자·의사}

국내 1호 외국인 투자개방형병원 후보로 주목받던 산얼병원의 한국 사업 철회는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 산얼병원의 모회사인 CSC 헬스케어재단(China Stem Cell Health Group)은 이름 그대로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에 주력하는 병원이다.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이 병원은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등 20개 진료 과목이 있지만 줄기세포를 이용한 노화방지클리닉이 가장 주력 과다.○ 산얼병원 한국 철수 이미 예견 하지만 국내 의료법은 자신의 몸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를 곧바로 주입하는 것만 허용하고 있다. 추출한 줄기세포를 ‘배양’해서 치료나 미용 목적으로 사용하려면 까다로운 임상시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줄기세포를 제외하고는 한국보다 의료 수준이 떨어지기 때문에 성공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국내 반대 여론도 산얼병원에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산얼병원은 줄기세포를 진료 과목에서 빼고 미용피부과 성형 진료에 집중하겠다고 했지만 중국으로 환자를 유인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사실상 막을 방법이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병원 설립의 최종 허가권을 갖고 있는 제주도와 승인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는 12일 무역투자진흥회의 이후 산얼병원이 줄기세포 시술 계획을 철회하고 제주 현지 병원과 응급의료 관련 협약을 맺은 만큼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해 왔다. 산얼병원이 저가 마케팅을 통해 국내에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을 싹쓸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았다. 서울 강남구에서 대형 성형외과를 운영하는 A 씨는 “최근 중국에서 한국 성형에 대한 불안감을 의도적으로 이슈화하고 있는 가운데 산얼병원이 초저가 할인 등을 통해 국내 성형외과의 질서를 망가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산얼병원의 재정 부실도 악재로 작용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산얼병원의 모회사인 CSC 헬스케어재단의 설립자이자 회장 자이자화(翟家華)는 지난해 7월 경제사범으로 구속됐다. 산얼병원의 최대 주주사인 시단무 산얼 바이오 유한공사와 광성예 광업투자 유한공사는 설립자의 구속과 은행 대출금 상환 문제로 지난해 8월 문을 닫은 상태다. 산얼병원의 제주 사무소와 인터넷 홈페이지도 현재 폐쇄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있던 이 병원 계정도 지난해 3월을 끝으로 아무런 관련 소식이 올라오지 않고 있다.○ 섣부른 발표로 영리화 논란만 가중 이렇게 산얼병원의 부실 징후가 여러 곳에서 발견됐지만, 정부는 12일 무역투자진흥회의를 통해 ‘아니면 말고 식’의 9월 중 승인 추진을 전격 발표하는 ‘우’를 범했다. 섣부른 산얼병원 승인 추진 발표가 의료 영리화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산얼병원 철수 파문으로 당분간 외국인 의료기관 허가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범정부 차원의 유망 서비스업 육성책이 발표되는 과정에서 보건복지부는 당시 ‘산얼병원 승인’에 자신 없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12일 무역투자진흥회의가 끝난 뒤 복지부 담당자는 본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산얼병원이 응급의료 체계 구비 등 설립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9월에 승인을 하지 않으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미 산얼병원의 부실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발표했다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복지부 장관을 비롯해 산얼병원 업무를 담당한 공무원에 대한 문책론이 거세게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이러한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신청 의료기관에 대해 △병원의 실체가 있는지(건전한 기관인지) △의료에 대한 경험이 확실히 있는지 △의료관광 및 의료수출에 도움이 되는지 등에 대한 충분한 사전 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이진한 기자·의사민병선 기자}

한국의 의료시스템을 사우디아라비아에 그대로 이식하는 쌍둥이 프로젝트가 힘겹게 돛을 올렸다. 양국 보건복지부 장관이 포괄적 합의에 이른 지 1년 만에 삼성서울병원이 사우디 킹파드왕립병원과 법적 구속력을 갖는 첫 번째 계약을 성사시켰다. 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4대 거점병원 건설, 병원정보시스템(HIS) 수출 등 주요 프로젝트들이 진전이 없거나 사실상 실현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정부의 속사정을 살펴보면 한숨은 더욱 깊어진다. 박근혜 정부는 보건의료 분야를 미래 4대 먹거리 산업으로 천명하면서 지난해 11월 의료수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국제의료사업 민관합동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TF 사무소는 현재 절반 이상 자리가 비어 있다. 보건복지부와 산하 단체 직원들이 주 2∼3회 파견근무를 하고 있을 뿐, 자리를 채워야 할 한국관광공사, KOTRA,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직원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복지부 관계자는 “수차례 인력 파견을 요청했지만 묵살 당했다. 각 부처의 성과를 나누는 것에 대한 반감 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 수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의료수출 현장에 엇박자가 나기도 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KOTRA의 소개로 사우디 병원 세 곳에 HIS를 수출하는 과정에 TF와 논의 없이 단독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TF는 사우디 전체 공공 병원에 HIS 수출을 추진하고 있었다. 한 병원이 정부의 협상물을 침범한 셈이 됐다. 수십 차례 사우디를 오가며 의료수출 전선에 있던 친(親)중동 인사들의 물갈이도 걱정되는 부분이다. 사우디 고위 인사와 핫라인을 형성했던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 해외의료진출지원과장, 산하 단체인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해외진출사업단장이 최근 교체됐다. 의료수출 계약서 작성, 실무 협상을 지원했던 복지부 산하 코리아메디컬홀딩스(KMH)의 대표이사도 물갈이 압박 속에 최근 사표를 냈다. 중동 라인 물갈이에 대해 흉흉한 평가도 나온다. 복수의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대학원 시절부터 친분이 두터운 정기택 신임 보건산업진흥원장이 의료수출 라인 인사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풀 기자단 신분으로 방문한 사우디는 외딴섬 같은 나라였다. 공항 입국 과정에서 별다른 이유 없이 3시간가량을 붙잡혀 있을 정도로 외국인에게 배타적인 나라였다. 사우디는 손쉬운 협상 상대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어렵게 연 대화창구가 바뀌면 한국의 의료수출 길도 막히는 게 아닌가 걱정스럽다.유근형·정책사회부 noel@donga.com}

“사우디 국왕께서 의료 시스템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면 돈이 얼마가 들든지 개의치 말라고 했습니다. 지구 어디를 가서든 방법을 찾으라고 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온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사우디 국왕의 주치의로 사우디 보건행정의 실권을 쥐고 있는 마흐무드 알 야마니 킹파흐드왕립병원(KFMC) 원장(사진)은 26일 서울 모처에서 열린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과의 파트너십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야마니 원장은 “미국 독일 등 전 세계 여러 뇌신경과학 연구개발(R&D)센터를 가봤지만 한국처럼 기술집약적이고 효율적인 시스템을 보지 못했다”며 “삼성서울병원의 뇌신경과학 기술을 사우디에 모두 도입할 때까지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 정상급 신경외과 전문의인 야마니 원장의 한국 사랑은 각별하다. 그가 KFMC 교수 시절 세계적인 학술지에 실린 남도현 삼성서울병원 교수의 논문들에 감명을 받아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는 병원장에 취임한 뒤 직접 R&D센터 도입을 추진했다. 이번 한국 방문도 그가 원해서 했다. 야마니 원장은 “환자를 돌보면서 남 교수의 아바타 시스템에 대한 논문을 보지 못했다면 지금 한국과 사우디의 R&D센터 수출도 없었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야마니 원장은 한국의 의료 시스템이 전 세계 의료 강국과 비교했을 때 독특한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뇌신경과학, 암센터, 심혈관센터 등 특화된 의료기술을 보유하면서 다수의 환자를 효율적으로 진료하는 시스템까지 갖췄다는 것. 야마니 원장은 “나도 학자지만 연구에 집중하다 보면 환자를 돌보는 것에 소홀함이 생기기 마련이다. 미국의 특화병원들도 기술력은 갖췄지만 진료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하지만 한국은 전문성과 대중성 모두를 갖췄다”고 말했다. 야마니 원장은 25일부터 2박 3일 동안의 방한 일정을 사우디 정부의 실질적인 돈줄을 쥐고 있는 압둘라지즈 압둘라만 알후타일리 사우디 재무부 실장과 함께 소화했다. 이번 R&D 수출건의 중요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점이다. 야마니 원장은 “삼성서울병원과의 뇌신경과학센터 구축은 10년 동안 안정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사업으로 재정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다. 한국의 시스템을 직접 보고 사우디 정부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출장 동행을 특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한국의 의료 시스템을 사우디아라비아에 통째로 이식하는 ‘쌍둥이 프로젝트’가 1년 넘게 제자리걸음을 하는 가운데 삼성서울병원이 물꼬를 트는 첫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삼성서울병원은 9월 본계약을 맺고 뇌신경과학 분야의 연구개발(R&D) 기술을 사우디 킹파흐드왕립병원(KFMC)에 그대로 이식하는 10년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27일 밝혔다. 지난해 4월 양국 보건복지부 장관이 사우디 리야드에서 쌍둥이 프로젝트 추진에 포괄적으로 합의한 뒤 1년 4개월 만에 나온 첫 성과다. 이 프로젝트는 한국의 우수한 의료 시스템을 사우디에 똑같이 만든다는 뜻에서 쌍둥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사우디 국왕의 주치의로, 한-사우디 쌍둥이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마흐무드 알 야마니 KFMC 원장은 26일 서울에서 본보 취재기자를 만나 “쌍둥이 프로젝트의 첫 사업으로 삼성서울병원의 뇌조직은행, 아바타 시스템을 KFMC에 도입하는 10년 프로젝트를 선택했다”며 “사우디 재경부 관계자와 함께 한국을 방문해 최종 시설 점검을 마쳤다”고 밝혔다. 삼성서울병원은 1단계로 9월부터 2016년 8월까지 2년 동안 뇌조직은행을 KFMC에 구축한다. 뇌조직은행은 암환자의 조직을 데이터베이스화해 향후 다양한 뇌질환의 맞춤형 치료에 기반을 마련하는 핵심 시설이다. 뇌조직은행 구축의 총 사업비는 120억 원으로 현재까지 사우디 보건 분야 R&D 프로젝트 중 가장 큰 규모다. 2단계로는 2016년 9월부터 3년 동안 아바타 시스템이 구축된다. 아바타 시스템은 환자의 종양조직을 분리해 쥐 등 환자를 대신하는 아바타에 주입해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첨단 시스템이다. 뇌조직은행과 아바타 시스템이 구축되면 3단계 사업으로 맞춤형 치료제 개발과 신경줄기세포 연구 사업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1∼3단계의 총 사업비는 약 1000억 원이다.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은 “KFMC와 삼성서울병원의 신뢰가 매우 깊어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유근형 noel@donga.com / 이진한 기자·의사}

삼성서울병원의 뇌신경과학 분야의 연구개발(R&D) 기술 수출은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정부 대 정부(G2G)로 진행한 ‘쌍둥이 프로젝트’의 가시적인 첫 성과물로 평가받고 있다. 지금까지의 양 정부 간 합의가 양해각서(MOU) 수준이었다면 법적 구속력을 갖는 첫 열매로 볼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의 1000억 원대 R&D센터 수출의 의미와 향후 쌍둥이 프로젝트의 전망을 Q&A 형식으로 풀어봤다. Q. 한국-사우디 의료 쌍둥이 프로젝트란…. A. 한국의 의료 시스템을 사우디에 그대로 이식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된 양국의 포괄적 의료협력사업이다. 지난해 4월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압둘라 알라비아 사우디 전 보건부 장관이 사우디 리야드에서 만나 △사우디 4개 거점병원 건설 △사우디 공공병원 위탁운영권 획득 △병원정보시스템(HIS) 수출 △뇌조직은행 등 R&D센터 수출 등에 포괄적으로 합의했다. 당시 양국 장관의 합의는 본계약 건이 아니어서 법적구속력은 없었다. 더구나 사우디 의사 국내 연수 프로그램을 제외하면 사실상 의미 있는 성과가 없었다. 따라서 이번 R&D 기술 수출 본계약건이 첫 성과물이 됐다. Q. 삼성서울병원 뇌조직은행 수출의 경제적 효과는…. A. 삼성서울병원은 사우디 최고 병원인 킹파흐드왕립병원(KFMC)에 680m² 규모의 뇌조직은행을 구축하는 1단계 사업의 컨설팅과 기술 이전만으로 약 120억 원의 수익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2단계 아바타 시스템 구축과 3단계 임상시험 및 신약 개발까지 진행될 경우 약 1000억 원의 순익이 예상된다. R&D센터 수출은 초기 투자비용이 거의 없는 스마트 수출 모델로 평가받는다. 현지 건물 건립, 기자재 및 의료기기 비용, 인건비 등은 사우디 정부가 모두 조달한다. 아바타 시스템과 같은 원천 의료기술만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얻는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평가받는 이유다. 세계 각국에 동시다발로 수출할 수 있고, 아바타 시스템을 통해 신약 개발에 성공할 경우 로열티 수주까지 가능하다. Q. 향후 쌍둥이 프로젝트의 전망은…. A. 이번 본계약 건으로 물꼬를 튼 만큼 국내 다른 병원들의 R&D센터 수출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천대 길병원의 뇌영상과학센터도 이르면 올해 안에 사우디 진출 본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R&D센터와 같은 콘텐츠 수출 모델을 제외한 다른 사업들은 속도 조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4월 양국 장관이 포괄적 합의에 이른 4개 거점병원 건립과 같은 대규모 사업은 사실상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특히 한국의 병원정보시스템(HIS)을 사우디 공공병원에 이식하는 의료 IT 수출은 유럽 미국 등 다국적 IT 기업의 로비 속에 결국 경쟁입찰로 바뀐 상황이다. 실제로 한-사우디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마흐무드 알 야마니 KFMC 원장이 본보 인터뷰에서 “한국의 IT 시스템은 하나의 옵션일 뿐이고, 미국 유럽의 대규모 다국적 IT 회사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 사우디 보건부는 한국 시스템을 소개할 뿐이고 선택은 각 병원의 몫이다”고 언급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한국 정부는 1년 가까이 방사능에 오염된 일본산 농축수산물의 수입을 불허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9월 일본 방사능 유출사고 유역 인근 8개 현(후쿠시마 이바라기 군마 미야기 이와테 도치기 치바 아오모리)의 모든 수산물에 내린 수입 금지조치를 지금까지 풀지 않고 있다. 8개 현을 제외한 지역에서 국내에 들어오는 농산물, 수산물, 가공식품 등은 검역을 거친다. 이 일본산 식품에서 세슘과 요오드 등 방사성물질이 극미량이라도 검출되면 국내 반입을 전면 차단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극미량의 방사성물질이 검출되면 비(非)오염 증명서를 업체에 제출하도록 요구한다. 이 과정에서 물품이 일본에 반송되기 때문에 사실상 국내에 들어올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일본산이 국내산으로 둔갑하는 것을 막기 위한 집중 단속도 계속하고 있다. 원산지 허위 표시가 적발되면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린다. 일본뿐만 아니라 러시아산, 태평양산 수산물에 대한 검역 강화 조치도 유지되고 있다. 식약처는 오호츠크 해, 베링 해에서 들어오는 태평양산 명태, 고등어, 상어, 가자미, 꽁치 등 6개 종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별도로 실시하고 있고 검사 횟수도 기존 주 1회에서 2회로 늘렸다. 동해 서해 남해 등 한국 연안 앞바다에서 잡힌 수산물도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수산과학원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공동으로 일본과 인접한 제주 남방해역 4개 지역의 해수를 분석한 결과 방사성물질이 없거나 극미량(0.00196Bq·베크렐)만 나왔다. 수산과학원 측은 “일본 북동부에 사는 어종은 해류의 영향으로 한국 연안에 거의 유입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내산 식품의 방사성물질 검출 기준도 kg당 370Bq에서 100Bq로 낮췄다. 이는 미국(1200Bq), 유럽연합(EU·500Bq)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식약처는 “가능성이 낮지만 기준치 수준의 방사성물질에 오염된 일본산 식품을 먹었더라도 매일 섭취하지 않는 한 인체에 큰 영향이 없다”고 주장한다. 식약처에 따르면 세슘 기준치(100Bq)인 생선을 770kg를 먹어야 인체 유해 수준인 연간 1밀리시버트(mSv)가량에 노출된다. 식약처 관계자는 “지금까지 국내 검역과정에서 일본 수산물에서 가장 높게 나온 방사성물질은 기준치(100Bq)의 30분의 1 수준인 3Bq이었다”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 최근 보건당국이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국에서 들어온 입국자를 놓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등 각종 감염병 환자에 대한 관리에도 허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가 감염병 의심환자를 발견할 경우 보건당국에 즉시 신고해야 하지만 이 같은 의무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 1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에이즈 감염 확진자 973건 중 무려 783건(80.6%)이 신고에 4일 이상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일 이상 신고 되지 않은 경우도 155건(15.9%)이나 됐다. 규정대로 ‘즉시 보고’를 지킨 것은 63건(6.5%)에 불과했다. 현행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의사 또는 한의사가 에이즈, 말라리아,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진드기바이러스) 등의 1∼4군 감염병을 진단할 경우 즉시 관할 보건소장에게 보고해야 한다. 감염병 신고 지연 현상은 에이즈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A형 간염은 지난해 보건당국에 신고된 867건 중 31.7%(275건)가 지연 신고였다. 말라리아(22.2%), 비브리오패혈증(26.8%), 일본뇌염(28.6%)도 신고 지연 건수가 많은 감염병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국민들의 걱정이 높았던 야생진드기에 의한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의 경우 36건의 총 신고건수 중 6건이 늦은 신고였다. 보건복지부는 “의사들이 신고 의무가 있다는 사실조차 몰라서 제때 신고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지연 신고에 대한 처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행법상 신고를 늦게 하거나 거짓으로 할 경우 의료기관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실제 행정조치를 취한 것은 단 6건에 불과했다. 감염병 발견 후 역학조사도 제때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A형 간염, 일본뇌염 등 1, 2군 감염병이 발생할 경우 질병관리본부나 지자체는 신고 즉시 역학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말라리아, 비브리오패혈증 등 3, 4군 감염병의 경우 3일 이내에 역학조사가 진행돼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사망 환자가 발생한 10개 감염병 신고 1656건 중 5.2%(86건)의 역학조사가 늦게 이뤄졌다. 특히 말라리아 신고 2건, 비브리오패혈증 1건의 경우 보건당국에 접수된 후 31일 이후에야 역학조사가 이뤄졌다. 보건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에이즈 등 감염 우려가 큰 감염병의 경우 신고가 늦으면 늦을수록 피해가 확산될 수 있기 때문에 조기 발견과 즉시 신고가 중요하다”며 “하지만 정작 의사 자신이 신고해야 하는 감염병인 줄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앞으로는 과잉검사로 지적됐던 갑상샘(선)암 초음파 검사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국립암센터의 ‘갑상샘암 검진 권고안 제정위원회’는 과잉 진료 논란이 일고 있는 갑상샘암에 대해 관련 학회와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14일 권고안 초안을 발표했다. 초안에 따르면 △가족력이 있거나 △방사선 과다 노출 이력이 있거나 △목에 혹이 만져지는 등 의심증상이 있는 고위험군 환자는 기존 진료 절차를 따라야 한다. 하지만 증상이 없는 성인의 경우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병원 측이 초음파 검사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 다만 이번 권고안은 국민이 아닌 의료인을 대상으로 한 것. 센터는 관련 전문가와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10월 중 최종 권고안을 발표한다. 이강현 국립암센터 원장은 “무증상 성인의 경우 갑상샘암 선별검사의 이득과 이해를 균형적으로 평가하기는 아직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단 환자가 갑상샘암 검진을 원할 경우 치료 정보를 충분히 제공한 뒤 검진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갑상샘암은 95% 이상이 진행 속도가 매우 느린데, 초기에 과다 수술이 이뤄지고 있어 과잉진료 논란이 일었다. 절제술을 받으면 평생 갑상샘 호르몬 보충제를 복용해야 하고 갑상샘 기능저하로 칼슘제 복용이 필요할 수도 있다. 정기욱 서울아산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는 권고안에 대해 “크게 무리가 없는 것 같다. (권고안이 담은 뜻은) ‘검진을 하라 혹은 말라’가 아니라 환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진을 통해 작은 암을 조기 발견하면 치료가 더 쉽다”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에볼라 바이러스가 지구촌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던 지난달 31일. 보건복지부는 김덕중 전 국립인천공항검역소장을 복지부 한의약정책관으로 발령했다. 에볼라 바이러스 검역 현장을 지휘 통솔할 책임자를 다른 곳으로 인사조치 한 것. 아직도 적절한 책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복지부는 임시로 정충현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센터장에게 인천검역소장 직무대리를 맡겼다. 하지만 충북 오송에 위치한 질병관리본부와 인천공항을 오가며 검역업무에 전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부는 “한의약정책관 자리는 공모직으로,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 이전부터 공모가 진행돼 발령을 늦출 수 없었다. 현재 업무 공백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뿐 아니라 복지부 내부에서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인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복지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고급 정보를 면밀히 살펴 국내 검역 현장에 적용하고, 복지부 등 상급 단체의 주문을 받아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럴 때 소장을 사실상 공석으로 만드는 것은 비상식적인 일이다”고 말했다. 반드시 소장 공석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공교롭게도 아찔한 상황도 벌어졌다. 보건당국이 라이베리아를 방문하고 1일 입국한 한국인 A 씨와 외국인 B 씨, 지난달 25일 입국한 한국인 C 씨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다가 7일에야 뒤늦게 소재 파악에 나선 것. 이들에게서 에볼라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자칫 의심 증세라도 있었다면 엄청난 상황이 벌어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컨트롤타워의 부재로 검역 공백이 심화될까 우려하고 있다. 기관의 수장 없이 직원들의 업무 긴장도가 과연 제대로 유지될 수 있겠냐는 것이다. 더구나 리더십 부재로 업무 과부하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인천공항은 검역관 40명이 3교대로 10∼13개 검역대를 8시간씩 맡고 있다. 검역관 1명 또는 2명이 검역대를 책임지고, 건강 설문지를 확인하고, 열감지 카메라까지 지켜봐야 하는데 업무 과중으로 실수가 나올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전 세계가 에볼라 공포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마땅한 후임자를 구할 수 없다면 인사를 한두 달 연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을까? 부처의 인사와 에볼라 바이러스 국내 유입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 사안일까? “때가 돼서 한 것뿐”이라는 식의 복지부 해명은 너무도 한가하고 태평한 대답이라는 생각이 든다.유근형 정책사회부 noel@donga.com}

미국 보건 당국은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자국 환자 2명을 본국으로 송환해 치료하고 있다. 미국의 감염병 치료 시스템에 대한 자신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경우는 어떨까. 에볼라 바이러스 의심 증세를 보이는 사람이 인천공항에서 발견됐을 경우 어떤 절차를 통해 격리 치료를 받게 될까. 비행기에서 나오면 인천공항 입국장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곳엔 현재 10∼13개의 검역대가 운영되고 있다. 열감지 카메라를 통해 체온이 38도가 넘는 사람이 발견되면 2층 보안구역에 위치한 격리진료실에서 추가 검진을 실시한다. 에볼라 바이러스 발생국을 방문했거나 의심 증상이 있으면 공항 내 격리병상으로 격리돼 잠복기(최대 21일) 동안 관찰을 받는다. 설사, 구토 등 의심 증상이 본격적으로 발현돼 전문 치료가 필요하면 전국 17개 지역 격리병원으로 즉시 이송된다. 의심환자 이송 시에는 환자와 의료진 모두 보호장비를 착용한다. 입자가 5μm(마이크로미터) 미만인 병원균까지 걸러주는 보호마스크 ‘N95’가 지급된다. 머리부터 발까지 감쌀 수 있는 원피스 형태의 보호의와 보호버선도 착용해야 한다. 보호장비를 갖춰 입어도 모든 감염병이 예방되는 것은 아니지만 90% 가까이 막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실제로 본보 기자가 보호장비를 입고 마스크까지 착용하니 호흡이 쉽지 않았다. 실제로 의료진이 이런 복장으로 임무를 수행한다는 사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이송에는 음압시설이 완비된 특수 구급차가 사용된다. 공기 중 미세입자를 빨아들여 병원균을 없애 의료진의 감염을 막아주는 시설이다. 증상이 나타날 정도의 환자가 발생했다면 그와 함께 비행기를 탔던 환자들에 대한 추적관찰도 진행된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잠복기 동안에는 전염성이 없기 때문에 동승자들은 주로 가정에 격리된다. 다른 가족과의 접촉이 금지되고 지역 보건소 직원이 매일 격리 여부, 건강상태를 확인하게 된다. 에볼라 의심 환자가 가장 많이 이송될 곳은 서울 중구에 위치한 국립중앙의료원이다. 8층에 음압병상을 갖춘 특수격리병상이 15개, 일반격리병상이 12개가 준비돼 있다. 구급차는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된 후문 출입구에 도착하게 된다. 보호장비를 착용한 의료진 2명이 병원 내 전용 엘리베이터로 8층까지 환자를 이송한다. 해외의 경우 병원 바깥에서 격리병상까지 곧바로 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도 있다. 하지만 국내에는 그런 시설을 갖춘 병원은 없다. 에볼라 바이러스 등 감염병 환자가 사용한 전용 엘리베이터는 철저하게 통제되고 수시로 소독이 진행된다. 8층 격리병동에 들어가려면 이중문을 통과해야 한다. 2개의 문은 절대로 동시에 열리지 않는다. 하나의 문이 닫혀야 다른 문이 열리는 시스템으로 감염균 전파를 막는 기능을 한다. 병동에 들어서도 음압시설이 완비된 격리병상으로 들어가려면 또 한 번의 이중문을 통과해야 한다. 격리병상에 들어서면 환자는 보호장비를 벗고 환자복으로 갈아입는다. 특수격리병상은 공기가 문에서 병실 안으로 흐르게 설계됐다. 의료진이 병실에 들어갈 때 병원균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병실 가장 안쪽에 위치한 필터는 공기를 계속 빨아들이고 신선한 공기는 다시 주입한다. 공기 중 미생물을 죽이는 UV라이트도 설치돼 있다. 물론 한계도 있다. 미국 등 최고 수준의 격리병상은 연구실과 붙어있다. 환자 치료와 각종 검사, 연구를 동시에 진행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국내에는 에볼라 바이러스 검사 및 연구가 이뤄질 수 있는 BL4 수준의 실험실이 없다. 병상과 붙어있는 연구실은 당연히 없다. BL4 연구실은 충북 오송에 11월 완공되지만 검사를 하려면 환자의 혈액을 들고 병원과 연구실을 왔다 갔다 해야 한다. 신형식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센터장은 “BL4 수준의 연구실 하나를 만드는 데 약 200억 원이 소요된다. 치료와 연구가 동시에 이뤄지는 공간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고 말했다. 인력 부족도 문제다.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센터의 경우 현재 전문의 3명, 간호사 12명이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에볼라 바이러스처럼 심각한 감염병이 발생하면 전문의 1명과 간호사 1명이 24시간 돌봐야 한다. 환자가 3명이 넘을 경우 사실상 정밀 관리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종복 국립중앙의료원 부원장은 “실제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인력 충원 등의 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며 “2007년에 지은 특수격리병상은 최신식은 아니지만 에볼라 환자를 치료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고 말했다.유근형 noel@donga.com·김수연 기자 }

보건 당국이 에볼라 바이러스 발생국인 라이베리아를 방문하고 한국에 들어온 한국인 2명과 외국인 1명의 존재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7일에야 뒤늦게 소재 파악에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정부는 서아프리카 3개국에서 입국한 사람은 에볼라 증상이 없더라도 잠복기인 21일 동안 추적 관찰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질병관리본부는 7일 “라이베리아를 방문했다 1일 입국한 한국인 A 씨와 호주인 B 씨, 지난달 25일 입국한 한국인 C 씨가 검역관의 실수로 추적 관찰 대상자에서 빠졌다”며 “7일 이들의 소재를 파악해 추적 관찰을 시작했고, 현재까지 에볼라 의심 증상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라이베리아 방문 3명 파악조차 못해 보건당국이 놓친 한국인 A 씨(47)는 6월 27일 사업차 아프리카 라이베리아로 출국해 한 달 넘게 체류했다. 7월 31일 라이베리아를 출발해 케냐에서 대한항공 KE-960편으로 갈아타고 1일 오전 5시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당시 설문지에 라이베리아를 방문했다는 사실을 기입했지만 검역관이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질병관리본부는 “당시 귀국 비행기들이 몰려서 검역관이 설문지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특히 A 씨는 귀국 이틀 뒤인 3일부터 설사 증세가 계속돼 인근 대형병원을 찾아 피검사를 받았지만 “염증이 없고 백혈구 수치가 정상이니 에볼라 바이러스가 아닐 거다”는 소견을 들었고 지사제 처방만 받고 귀가했다. A 씨는 “연락처도 남겼는데 정부에서는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는 1일 A 씨와 함께 입국한 호주인 B 씨, 지난달 25일 들어온 한국인 C 씨의 소재도 7일 오전 파악해 “이상증세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C 씨의 귀국 사실을 알고 있는 A 씨가 정보 공개를 꺼리면서 C 씨의 소재 파악이 오후 7시가 넘어서야 이뤄지는 촌극을 빚었다. 이로써 7일 발견된 A, B, C 씨를 포함해서 서아프리카 3국을 방문한 사람은 총 31명이 됐고, 13명은 잠복기가 지나 ‘증상 없음’ 판정을 받았으며, 18명은 현재 추적 관찰 중이다.○ 인천 검역 시스템 총체적 부실 이번 사건은 보건당국의 에볼라 검역 과정이 얼마나 부실한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입국 과정에서 자신이 서아프리카 3국을 방문했다고 밝힌 환자들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는 현상이 노출됐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자발적으로 신고하지 않거나, 38도 이상 고열 증상이 없어 검역대를 무사통과할 경우 보건 당국의 추적 관찰을 받지 않을 개연성이 높다. 서아프리카 3국을 방문한 뒤 유럽, 중동, 동남아시아를 경유해서 한국에 들어오는 사람의 경우 검역은 쉽지 않다. 현재 에볼라 관련 설문지는 아프리카에서 출발한 비행기에서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A, B, C 씨처럼 다른 나라를 경유한 승객의 경우 자진신고 외엔 검역이 안 되는 구조이다. 보건복지부는 4일부터 법무부 출입국 관리 기록을 검토해 검역대를 무사통과했더라도 서아프리카 방문 기록이 있을 경우 추후 추적 관찰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7일부터 건강 상태 질문지를 검역대가 아닌 비행기 출구 바로 앞에서 회수하겠다는 보완책을 제시했다. 익명의 한 보건 전문가는 “사실상 에볼라 의심증상을 가지고 있어도 본인이 밝히기를 꺼리거나 고열만 아니면 입국장을 그대로 통과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가능성이 낮지만, 이런 시스템에서는 에볼라 잠복기인 사람이 벌써 국내에 들어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정부가 4일 관계 부처 장관회의를 긴급 소집하는 등 에볼라 바이러스 차단을 위한 총력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아프리카 출신이 참석하는 국내 민간 행사에 대한 점검을 4일에야 지시하는 등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보건당국은 에볼라 바이러스가 국내에 유입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강조했다.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은 이날 에볼라 바이러스 예방 대책 브리핑에서 “에볼라 바이러스에 의한 출혈열은 치사율이 최대 90%에 이르지만 2009년 호흡기 감염의 신종 인플루엔자처럼 전 세계적으로 대유행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며 “충분히 국내 유입을 차단할 수 있고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3일 현재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자는 1440명이고 이 가운데 826명이 숨졌다. 정부는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등 서아프리카 3개국에서 입국하는 여행객은 의심 증상이 없더라도 입국 후 21일 동안 추적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4일 현재 추적조사 대상 21명 중 13명은 ‘증상발생 없음’으로 판명됐고 8명은 관찰 중이다. 에볼라 확진 또는 의심환자가 발생할 경우 정부는 서아프리카에 의료진과 중앙역학조사관을 파견할 방침이다. 국내 환자 발생에 대비해 국가지정입원치료병원 17곳, 544병상을 각각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대응이 미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4일 덕성여대가 실시하는 국제행사 등이 논란이 되자 13일부터 열리는 세계수학자대회 등을 비롯해 정부가 주관하는 국제행사 참석 외국인 현황을 뒤늦게 파악했다. 이뿐만 아니라 에볼라 바이러스 등 치명적인 감염병을 연구할 시설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질병관리본부는 안전 등급이 가장 높은 BL4(Biosafety Level 4) 수준의 실험실을 충북 오송에 구축하고 있지만 11월 완공돼 내년에야 본격 가동된다. 한편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현대중공업 등 국내 기업들은 해당 지역에 해외 출장 자제 명령을 내리는 등 에볼라 바이러스 주의보를 내렸다.유근형 noel@donga.com / 세종=김수연 기자}
택시와 아파트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3일 국정감사 정책자료를 통해 “간접흡연 피해를 줄이기 위해 택시 금연을 실시하고 아파트 등 일정 규모 이상의 공동주택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정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대중교통 수단 중 버스는 금연구역이지만 택시는 아니다. 다만 국토교통부의 규제에 따라 택시 운전사는 본인이 담배를 피우거나, 손님이 피우는 것을 막지 못할 경우 10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따라서 현재로선 승객이 택시 안에서 담배를 피워도 아무런 책임이 없는 셈이다. 일본 도쿄와 미국 일부 주는 택시 흡연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벨몬트 시 등 선진국 사례를 들어 아파트의 금연구역 지정 필요성도 강조했다. 국내에서는 인천 부평구 등 일부 지자체가 주민 3분의 2의 동의를 얻어 자체적으로 ‘간접흡연 피해방지에 관한 조례’를 만든 사례는 있지만 아파트 전체가 법적 금연구역은 아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거주 지역이 안전한 곳이라고 느낄수록 본인의 건강도 좋은 상태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 보건행정학과의 김승섭 교수, 박기수 겸임교수, 최재성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정연승 KAIST 수리과학과 교수 등이 포함된 ‘안전과 건강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의 ‘지역 사회 안전과 주민 건강 간의 연관성 연구’ 논문을 의학전문 학술지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 온라인판인 ‘BMJ Open’ 최신호에 게재했다고 3일 밝혔다. 논문은 서울시 25개 구에 거주하는 7761명을 조사한 결과다. 이 논문에 따르면 자신이 안전한 곳에 살고 있다고 느끼는 주민 비율이 8% 높아질수록 자신의 건강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14% 낮아졌다. 김승섭 교수는 “지역 사회의 안전이 주민의 건강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안전은 주민의 학력, 직업상태, 성별보다 건강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치는 요소인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또 학력이 낮을수록 본인 건강이 나쁘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교 이하의 학력을 지닌 사람은 58.1%가 ‘자신의 건강 상태가 나쁘다’고 답했지만, 이 비율은 중학교 졸업(38.5%), 고등학교 졸업(17.4%), 대학교 졸업(7.4%)에 따라 각각 낮아졌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