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온라인 등에 확인되지 않은 루머와 거짓말을 익명으로 무책임하게 올리고 퍼 나르는 세태가 확산되면서 ‘거짓말=죄’라는 인식이 흐려지고 있다. ‘거짓말을 해도 웬만해선 처벌받지 않는다’는 잘못된 인식이 퍼지면서 법정에서까지도 거짓말이 범람하고 있다. 하지만 ‘법정 거짓말’은 큰 재앙이 될 수 있다. 가해자가 처벌을 피하면 피해자는 더 큰 고통을 받게 되고, 허위 증언으로 엉뚱한 사람이 벌을 받을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최근 검찰은 법정에서 거짓 증언을 하거나(위증) 이를 시키는(위증교사) 사람을 적극 기소하고 법원은 실형을 선고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처벌을 피하고 싶어서, 혹은 기소된 가족이나 지인을 도와주려고 법정에서 거짓말을 하려면 감옥에 갈 각오를 해야 한다. 지난해 5월 18일 부산지방법원. 두 달간 ○○백화점에서 6번에 걸쳐 2500만 원어치의 등산복을 훔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절도)로 구속 기소된 A 씨(27)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B 씨(33)가 뜻밖의 발언을 했다. “사실 ○○백화점에서 등산복을 훔친 건 저였습니다.” 그는 “A에게 ‘범행이 발각되면 죄를 대신 뒤집어써 달라’고 부탁했다”면서 자신이 범인이라고 강조했다. 담당 검사는 B 씨의 증언을 믿을 수 없었다. A 씨가 기소되기 전까지 일관되게 범행을 자백했기 때문이었다. 담당 검사는 A, B 씨가 부산구치소에서 같은 방에 있었다는 점에 착안해 같은 방의 다른 수감자들을 불러 조사했고, 한 달 전 A, B 씨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음을 확인했다. 구치소에서 A 씨는 B 씨에게 제안했다. “내가 전과가 많아서(20범) 이번에는 최소 3년 이상 선고될 가능성이 높아. 그래서 말인데, 형이 내 죄를 덮어쓰면 안 될까? 형량 1년마다 2000만 원을 줄게.” 검사는 A 씨를 위증교사, B 씨를 위증 혐의로 기소했다. 법원은 A 씨에게 징역 10개월, B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A 씨는 절도 혐의로 선고받은 징역 4년형 말고도 교도소에서 10개월을 더 살게 됐다. C 씨(42·여)는 지난해 2월 마작방을 운영하다 경찰 단속에 걸렸다. 이미 동종 전과가 있는 데다 1주일 전 단속됐을 때 업주를 고모라고 속여 형사처벌을 면했던 C 씨가 이번에는 삼촌에게 부탁했다. “고모가 단속에 걸린 뒤 지방에 내려가서 삼촌이 마작방을 임차한 것처럼 증언해 달라”고. 같은 해 11월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증인으로 선 C 씨 삼촌은 “제가 (먹고)살려고 마작방을 임시로 넘겨받았습니다. 단속 당시 C는 밥을 먹으려고 마작방에 왔을 뿐입니다”라고 진술했다. C 씨의 고모 역시 “마작방을 넘겼다”고 증언했다. 이들의 거짓말은 금방 탄로 났다. 마작방을 넘겨받은 과정과 자금이 오간 방법 등에 대한 진술이 엇갈렸다. 결국 C 씨의 삼촌과 고모는 “조카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며 자백했다. 도박개장죄로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은 C 씨는 위증교사 혐의 때문에 징역 6개월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위증을 한 C 씨의 삼촌과 고모는 각각 벌금 300만 원에 약식 기소됐다. 법정에서 거짓말을 서슴지 않는 건 걸려도 처벌 수위가 약한 탓이었다. 위증사범에게 대부분 벌금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많았다. 검찰 관계자는 “위증해도 큰 손해가 생기지 않으니까 거짓 증언을 해달라는 지인이나 가족의 부탁을 뿌리치지 못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 특유의 온정주의 문화가 한몫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검찰과 법원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검찰 관계자는 “재판 과정에서 위증이 의심되면 적극적으로 수사해 기소하려 한다. 그동안 기존 사건 처리에 바쁘다 보니 신경을 덜 쓸 때도 있었지만 이제 재판을 방해하는 행위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 관계자도 “금품을 받고 위증하거나 위증이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경우 중형을 선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했다. 형법에 따르면 위증이나 위증교사 범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법정만큼이나 진실이 요구되는 국회에서는 위증 불감증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원에 따르면 국회에서 위증을 한 혐의로 기소된 경우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사례가 많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국가정보 유출 의혹 사건과 관련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거짓 증언을 한 혐의로 기소됐던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를 두고 “대부분 국회 위증을 저지른 사람들이 사회적 지위가 높다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의회 청문회에서 사소한 거짓말이라도 하면 예외 없이 엄벌에 처한다. 이 때문에 복잡하게 얽혀 진실을 파악하기 힘든 그 어떤 사회적 이슈라도 일단 의회 청문회를 거치면 진실이 밝혀지게 된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처벌할 수 있느냐를 놓고 검찰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기소를 앞두고 수사팀 내에서 견해 차이가 발생하는 일은 검찰에서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 논란은 현 정부에 반대하는 세력이 대통령선거 결과의 정당성을 문제 삼을 소지를 제공할 수 있어 정치적 휘발성이 매우 강하다. 이번 논란이 벌어지게 된 주된 이유는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인터넷 사이트 15곳에 올린 게시글과 댓글의 성격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이들은 북한이나 종북 세력의 주장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특정 후보를 비판하는 글도 일부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은 이 글들이 원 전 원장의 지시에 따른 것인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를 가리기가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4일 국정원과 사정당국 등에 따르면 국정원 직원들이 지난해 대선 기간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글 중에는 “이정희 후보가 ‘남쪽 정부’라고 했는데 이게 말이 되나요?”, “문재인 후보는 천안함 폭침이 아니라 침몰이라고 한다. 북한 소행이 아니라는 건지. 말이 안 된다”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왜 자꾸 박근혜 후보를 독재자의 딸로 연결시켜 비난하는지 모르겠다”, “안철수 후보는 기부한다더니 왜 빨리 안 해요?”라는 댓글을 쓰거나 찬반 버튼을 눌렀다는 것이다. 이를 놓고 수사팀 내부에서는 두 가지 시각이 엇갈린다. 한쪽에선 ‘일부 글이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국정원 직원들이 대선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의도로 글을 올렸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대선을 앞둔 시기라 예민하게 보였을 뿐 대선 시기가 아니었다면 크게 문제되지 않을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더구나 원 전 원장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처벌하려면 그가 직원들에게 이런 글을 쓰도록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거나 글의 내용에 대해 구체적인 보고를 받았어야 하는데 이런 정황이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 수사팀의 고민이다. 또 수사 과정에서 원 전 원장의 선거 개입 의도를 드러내는 문서나 증언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수사팀 일각에선 △원 전 원장의 일부 지시가 선거 개입 의도로 해석할 만한 여지가 있고 △국가기관이 선거의 공정성을 해쳤다면 개인보다 더 엄격하게 처벌해야 하며 △국정원이 정치에 개입하는 악습을 끊기 위해 선거법 적용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별수사팀은 지난주 이런 양론(兩論)을 대검찰청에 보고했고, 대검은 법무부 형사기획과로 이 상황을 전달했다. 이는 검찰이 중요 수사에서 거치는 통상 절차로, 이 과정에서 법리검토를 거쳐 의견이 조율되거나 형사처벌 수위가 결정된다. 만약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 발동 없이 채동욱 검찰총장에게 전화나 서면으로 이 사건의 구체적인 처리방향을 지시했다면 수사의 공정성에 영향을 미치는 부적절한 행위지만 취재 결과 이 같은 일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채 총장은 3일 밤 수사팀과 저녁을 먹으며 “명확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법과 원칙에 맞는 결론을 내려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4일 오전 대검에서 열린 간부회의에서는 “검사는 수사의 최종 결과인 공소장과 불기소장으로 말해야 하고 그것이 검찰 수사의 기본임을 유념하라. 수사 관련 사항이 유출돼 수사에 지장을 주거나 검찰 업무에 대해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꼼꼼하게 증거를 판단하되 사회에 미칠 파장까지 고려하는 ‘공안라인’과 강력한 정황과 진술이 있으면 증거가 다소 약하더라도 ‘사회 정의’ 차원에서 기소하려는 ‘특수라인’의 의견차에 대해 채 총장이 적극적으로 봉합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 내에 원 전 원장의 신병처리 방침을 결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수사 결과와 관계없이 파장이 정치권으로 튈 것으로 보인다. 야권과 진보단체 일각에서는 “원 전 원장이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되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당선무효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대선의 신뢰성에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뜻이다. 이 사건을 향후 재·보궐선거 등에 이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법조계에선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에 대한 당선무효 소송은 당선자가 결정된 뒤 30일 이내에만 할 수 있기 때문에 소송을 내더라도 당연히 각하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진보단체 등이 대법원에 당선무효 소송을 낼 경우 이 사건이 처리될 때까지는 현 정부를 공격하는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최창봉·최예나 기자 ceric@donga.com}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여환섭)는 흑자를 보고 있는 것처럼 꾸민 재무제표를 은행에 제출한 뒤 대출받거나 분식회계로 회삿돈 수십억 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횡령)로 황보건설 대표 H 씨(62)에 대해 3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H 씨의 신병이 확보되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공사 수주 청탁과 함께 수천만 원 상당의 선물을 건네고 골프접대를 한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알려졌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 씨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웠다는 의혹이 3일 불거지면서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재국 씨를 통해 해외로 빼돌려졌는지, 검찰이 수사를 통해 이런 의혹을 밝혀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97년 4월 대법원은 군형법상 반란·내란과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전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형과 함께 추징금 2205억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2205억 원은 전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재벌 총수 등에게 받은 것으로 확인된 뇌물의 총액이었다. 하지만 16년이 흐른 지금 그는 정확히 532억7348만4436원만 냈다. 아직도 1672억2651만5564원이 누군가의 수중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당시 전 전 대통령과 함께 기소돼 추징금 2398억여 원이 확정된 노태우 전 대통령은 230억여 원을 남기고 모두 납부했다. 추징금 집행 시효는 3년. 검찰은 압류된 재산을 한꺼번에 추징하지 않고 분할해서 추징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형법에 따르면 3년의 집행시효 안에 압류된 재산을 일부라도 추징하면 그 시점부터 추징 시효가 3년 연장된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이 확정 판결을 받은 직후인 1997년 5월 188억 원 상당의 무기명채권을 현금화해 추징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124억여 원 상당의 예금 등 현금자산도 추징했다. 2000년 10월에는 전 전 대통령이 소유한 87년식 벤츠(낙찰가 9900만 원)를 경매해 추징했고, 12월에는 재국 씨 명의의 용평콘도 특별회원권(낙찰가 1억1000여만 원)도 추징 대상에 포함시켰다. 전 전 대통령이 1997년 검찰 조사에서 “아들 명의의 콘도도 내 재산”이라고 진술한 데 따른 것이다. 2003년 4월 추징 관련 재판에 출석한 전 전 대통령은 ‘재산이 은행예금 29만 원밖에 없다’는 취지로 답변해 공분을 샀다. 같은 해 11월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별채를 경매에 부쳤는데 이 집은 감정가의 두 배가 넘는 가격(16억4800만 원)에 처남 이창석 씨에게 낙찰됐다. 다만 검찰은 부인 이순자 씨 명의로 돼 있는 연희동 자택 본채는 손대지 못했다. 추징금은 타인에게 불법 증여한 사실이 명확하거나 본인 명의로 돼 있는 재산만 집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2004년 2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전 전 대통령의 차남 전재용 씨를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전 씨가 아버지로부터 받은 167억 원을 차명으로 관리하면서 71억여 원의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를 밝혀낸 것이다. 이를 계기로 전 전 대통령 측은 200억여 원의 추징금을 냈다. 하지만 검찰은 재용 씨가 보유한 73억5500만 원 상당의 채권이 전 전 대통령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라는 법원 판결이 있었는데도 추징하지 않아 추징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검찰은 2006년 전 전 대통령이 숨겨둔 서초동 땅을 찾아 1억여 원을, 2008년 3월 은행 채권추심을 통해 4만7000원을 추징했다. 이후 2010년 10월 전 전 대통령이 강의료 300만 원을 자진 납부한 것이 마지막 추징이 됐다. 이 때문에 전 전 대통령이 편법 증여한 재산을 강제 징수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한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개정안’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민주당 최재성 의원이 지난달 발의한 이 법안은 추징금으로 내야 할 불법재산을 몰래 증여받았을 경우 이 재산을 취득한 사람에 대해 곧바로 추징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미납추징금이 발생할 경우 노역장 유치 또는 감치 명령을 내릴 수 있게 했다. 최창봉·최예나·민동용 기자 ceric@donga.com}
국가정보원의 정치·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번 주 내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등에 대한 사법처리 방법을 결정할 방침인 가운데 공직선거법 적용 여부를 두고 막판 고심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 관계자는 3일 “내부 논의를 거듭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사팀 내에서는 원 전 원장에게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도 무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나온다. 직원들이 ‘종북 세력 대응’이라는 국정원 업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일부 대선 후보를 비판하는 듯한 글을 작성했기 때문에 원 전 원장에게 선거법 위반 책임을 지울 수 없다는 견해다. 원 전 원장이 특정 후보의 당선이나 낙선을 목적으로 지지 또는 비방하라고 지시한 근거를 못 찾은 만큼 선거법 적용은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수사팀 한편에서는 선거법을 적용하지 않으면 수사의 신뢰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논란이 컸던 사안인 만큼 대중적으로 설득력이 강한 쪽으로 기소하자는 취지다. 원 전 원장이 정치 관여를 금지한 국정원법을 어겼다는 데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서울청장에 대해서도 ‘수사를 더 할 수 있었는데 대선 전에 중간 결과를 발표해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과 ‘당시 여야가 모두 수사 결과 발표를 종용한 상황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선거 개입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중이다. 수사팀은 지난달 말 대검찰청에 ‘원 전 원장에게 선거법 위반 혐의도 적용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일부 의견과 반대 의견을 모두 보고했다. 법무부 장관에게도 수사팀의 여러 의견이 모두 보고됐으며 황교안 장관은 법리 검토를 신중히 하라는 취지의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법무부 ▽고위공무원 △성동구치소장 김학성 △인천구치소장 한본우 ▽부이사관(3급) △법무부 교정기획과장 신용해 △법무부 보안과장 김안식 ▽서기관(4급) △광주지방교정청 의료분류과장 박수연 △서울구치소 총무과장 정훈 ▽고위공무원 △법무부 보안정책단장 정명철 △대전지방교정청장 윤경식 △광주지방교정청장 김선태 △법무연수원 교정연수부장 김기현 △서울구치소장 최덕 △대전교도소장 권기훈 △대구교도소장 주경섭 △안양교도소장 경의성 △수원구치소장 유승만 △서울남부구치소장 박종관 ▽서기관(4급) △법무부 사회복귀과장 박병용 △법무부 의료과장 최제영 △여주교도소장 박광식 △서울남부교도소장 이경식 △천안교도소장 박성래 △경북직업훈련교도소장 강위복 △원주교도소장 안희용 △청주여자교도소장 신경우 △공주교도소장 홍종우 △제주교도소장 이경우 △천안개방교도소장 정병헌 △강릉교도소장 한경화 △서울지방교정청 총무과장 김도형 △광주지방교정청 총무과장 강달성 △광주지방교정청 보안과장 박병일 △부산구치소 부소장 성맹환 △수원구치소 부소장 김영준 ◇병무청 ▽고위공무원 △전북지방병무청장 장헌서}

숨을 쉴 때마다 온몸으로 스며들었다. ‘그놈’의 독한 술 냄새가. 숨소리도 들렸다. 그의 손길이 느껴지는 몸은 잘라 버리고 싶었다. 밤마다 꿈에서 그 일을 또 겪었다. 그날의 기억은 그렇게 정연(가명·32·여) 씨의 온 몸을 짓눌렀다. ‘반드시 죽여 버릴 거야. 이번 생에서 못 하면 다음 생에서라도 꼭.’ 매일 분노가 쌓였다. 심지어 아버지나 직장 상사의 얼굴에서 그 남자가 보이기도 했다. 두려웠다. 이러다 사고를 칠 것만 같았다. 상처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정연 씨를 도운 건 병원이 아니라 검찰청이었다. 1월 서울남부지검 여성아동조사실에 마련된 치료실에서 정연 씨는 도화지와 크레파스를 받았다. 그는 잔디밭과 건물을 그려 놓고는 물끄러미 바라보다 다른 종이를 마구 찢더니 도화지 위에 올려놓았다. “건물이 무너져 내린 거예요.” 눈물을 펑펑 쏟으며 정연 씨가 말을 이었다. “저도 이렇게 무너졌어요. 왜 제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검찰 조사에서 잡아떼는 그 남자에게 살인 충동을 느껴요. 약도 처방 받았지만 소용없었어요.” 직장에 다니던 정연 씨는 편의점에서 주말 아르바이트를 하다 지난해 11월 초 바로 옆 편의점 주인 A 씨에게 추행을 당했다. 잔뜩 취해 들어온 A 씨는 물품창고로 정연 씨를 끌고 가 추행하고는 성폭행까지 하려 했다. 어려서 비슷한 일을 당한 경험이 있던 정연 씨는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로 상처가 컸다. ‘이렇게 미치는구나’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그림을 본 한국표현예술심리치료협회 소속 차미정 예술치료사(45·여)가 정연 씨에게 다가왔다. “그 일이 떠오르는 건 정상이에요. ‘잊어야 한다’고 억압하면 더 큰 스트레스가 됩니다. 하지만 기억하세요. 그 일은 과거일 뿐 현재의 정연 씨에게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아요.” 차 치료사는 “그 사건이 생각날 때 ‘빨간 버튼’을 누르라”고 조언했다. 머릿속에 빨간 버튼 이미지를 떠올리고 ‘그 일은 2012년 11월에 있었어. 지금은 2013년 ○월 ○일이야’라고 말하는 것. 빨간 버튼은 정연 씨를 어두운 과거에서 현실로 끌어오는 장치다. 일주일 뒤 정연 씨의 표정은 달라졌다. “잠을 잘 잤어요. 부끄럽다고 생각했던 일을 털어놓으니 후련했나 봐요. 빨간 버튼 덕분에 많이 안정됐는데, 이제 사용 횟수도 줄었어요.” 사건 당시부터 지금까지의 감정을 그려 보라는 주문에 정연 씨는 먼저 지렁이와 달걀을 그렸다. 밟히고 깨지기 쉬운 자신을 뜻했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청소기를 그렸다. 나쁜 기억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그렇게 표현했다. 마지막 치료 시간, 정연 씨는 햇살 아래 핀 꽃을 그렸다. 가해자의 재판에 참석할 거라며 입을 열었다. “그 남자가 무조건 죽어야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적절한 벌을 받으면 될 것 같아요. 어렸을 때와 달리 이번에 저는 현명하게 잘 대처했어요. 대견합니다.” 정연 씨는 사건 이후 잠시 쉬었던 직장에도 복귀했다. 대검찰청은 지난해 5월부터 한국표현예술심리치료협회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성폭력 및 학교폭력 피해자에게 ‘표현예술·심리치료(예술치료)’를 실시하고 있다. 가해자를 기소하는 데 그치지 않고 피해자의 상처도 치유해 주기 위해서다. 사건을 수사하면서 담당 검사가 피해자의 심리상태가 심각하다는 판단이 들면 예술치료를 받게 한다. 그러면 피해자는 검찰청에서 3∼30차례 예술치료사에게 무료로 치료를 받는다. 검사는 예술치료의 진행 과정을 살피고 피해자를 멘토링해 준다. 성폭력 피해자의 경우 사전 인터뷰와 세 차례 치료만으로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학교폭력과 달리 성폭력은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 대부분이라 극복도 빠른 편이다. 서울남부지검에서 성폭력사건을 전담하는 신승희 검사(38·여·사법연수원 35기)는 “성폭력 피해자들은 자기를 탓하며 사건을 숨기려 하지만 피해 사실을 털어놓고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을 그림으로 그리는 과정을 통해 사건에서 벗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예술치료가 수사에 도움이 될 때도 있다. 피해자가 충격으로 잊어버렸던 사건의 일부를 기억해 내는 경우가 많아서다. 지금까지 예술치료를 받은 성폭력 피해자는 20여 명. 대검찰청 관계자는 “성폭력 피해자가 후유증을 극복하고 범죄 이전의 상황으로 회복될 수 있도록 올해 지원 대상을 두세 배까지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29일 오후 2시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서울 중구 장충동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은 기습적이었다. 21일 1차 압수수색 때 이 회장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기각됐기 때문에 다시 압수수색이 들이닥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는지 가사 도우미들과 경비원들은 CJ 본사에 연락하느라 허둥대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CJ 측은 압수수색이 시작된 뒤에야 진행 상황을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검찰이 이 회장 자택과 신체, 승용차를 압수수색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재계에선 ‘실제로 이 회장의 몸도 압수수색하는 건가’라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재벌 기업에 대한 수사에서 총수 자택을 압수수색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지만 총수 몸까지 뒤지는 신체 압수수색은 이례적인 일이다. 결과적으로 이 회장은 이날 몸수색만은 면했다. 검찰이 신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지만 압수수색 당시 이 회장은 집에 없었다. 신체 압수수색은 대개 피의자가 자택에 있을 때 함께 진행된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을 하기 위해 이 회장을 쫓아다니지는 않았다”고 했다. 검찰은 피의자 신체에 대한 압수수색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피의자가 지니고 있는 서류가방이나 수첩, 휴대전화 등에서 중요한 범죄 증거가 나올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이번 CJ그룹 수사처럼 개인 비자금과 탈세가 관심일 땐 더욱 그렇다. 신체 압수수색 영장이 없을 경우 자택 압수수색 때 피의자가 휴대전화나 수첩, 중요 문서 등을 옷 주머니에 숨기면 법적으로 이를 압수할 방법이 없다. 특별수사를 주로 해 온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피의자들은 불시에 검찰 수사팀이 들이닥치면 USB메모리(휴대용저장장치)를 구두 속에 숨기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에 대비해 몸을 뒤지는 신체 압수수색은 필수적이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 회장 자택을 1층부터 4층까지 모두 뒤졌다. 이 안에는 CJ그룹의 ‘막후 실력자’로 불리는 이 회장의 어머니 손복남 고문의 거처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수색의 목표는 이 회장이 비자금 조성과 재산 해외 도피를 직접 지시하거나 공모했는지를 뒷받침할 증거를 찾는 것이었다. 이 회장이 차명재산 및 비자금 해외 도피에 활용한 해외 유명 작가의 그림 진품이 자택에 실제 있는지, 스위스 최대 은행인 UBS은행 비밀계좌 통장이나 관련 자료가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했다. 검찰은 자택과 자동차에서 각종 내부 보고 문서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압수수색 이후 중요 증거를 없앴을 가능성도 있지만 검찰은 이 회장 본인도 모르는 주요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와 수사관들은 압수물을 종이봉투 3개에 나눠 담아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서부지검이 2010년 10월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 자택을 압수수색했을 때도 집 2층에서 이 회장도 모르고 있던 오래된 범행 공모 관련 서류를 압수하는 등 ‘뜻밖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최예나·최창봉 기자 yena@donga.com}
서울지방경찰청이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국가정보원 여직원 김모 씨가 문재인 후보를 비방하거나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댓글을 단 흔적이 없었다”고 발표한 것은 거짓이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은 29일 “김 씨의 ID로는 문 후보나 박 후보에 대한 게시글이나 댓글이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이 김 씨가 작성한 후보 관련 게시글이나 댓글을 발견하고도 숨긴 건 아니라는 의미다. 다만 수사팀은 김 씨가 누군가에게 빌려준 ID로는 두 후보에 대해 쓴 게시글이나 댓글이 일부 존재하는 걸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앞서 사이트 15곳에서 국정원 직원이 쓰는 것으로 추정되는 ID로 작성된 글을 다수 확보해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수사팀은 확보한 ID들이 국정원 직원 소유가 맞는지를 금주 중 최종 확인할 방침이다. 한편 수사팀은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지난해 12월 16일 수서경찰서의 수사결과 발표 직전 권은희 수사과장(현 송파서 수사과장)과 직접 통화한 기록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권 수사과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 전 청장으로부터 직접 전화가 걸려왔었다”며 수사 외압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국가정보원의 대선 및 정치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은 국정원의 일부 직원이 경찰 수사에서 확인된 것보다 많은 댓글을 달았던 사실을 확인했다고 28일 밝혔다. 다만 검찰은 국정원 직원들의 댓글 활동을 정치 관여를 금지한 국정원법으로 처벌할 수는 있어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원세훈 전 원장을 27일 재소환했다. 원 전 원장을 한 달 만에 다시 부른 건 국정원 직원이 작성한 것이 확실해 보이는 댓글과 게시글을 다수 찾아냈기 때문이다. 수사팀은 ‘오늘의 유머’와 유명 포털 등 15개 사이트에서 국정원 직원들이 단 댓글과 게시글을 분석해 왔다. 경찰 단계보다 많은 수의 키워드를 적용해 문제가 있는 글들을 추려 냈다. 그 결과 대부분은 종북 세력을 비판하는 내용이었으며, MB정부 정책을 홍보하거나 특정 정당 및 대선후보와 관련된 글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가능하면 공직선거법 공소시효(6월 19일) 일주일 전까지는 수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을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려면 당선이나 낙선을 목적으로 계획적인 선거운동을 한 사실이 입증돼야 하는데, 검찰 내부에서는 지금까지 발견된 글로는 이런 혐의를 적용하는 것이 어렵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검찰이 CJ그룹에 대한 수사를 속전속결로 진행하면서 수사 개시 일주일 만에 이재현 회장 소환이 임박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 회장에 대한 소환 조사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이 회장이 비자금 조성과 해외 자금 도피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이 회장의 책임 여부를 가리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르면 내주 중 이 회장이 검찰에 소환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하지만 검찰 수사팀 핵심 관계자들에 따르면 소환 시기는 6월 중순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재벌 총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룹 재무담당자 등 핵심 실무자에 대한 조사와 계좌추적 등을 통한 물증 확보가 끝난 뒤 소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회장 깊숙이 개입한 정황 드러나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윤대진)는 21일 CJ그룹 본사와 임직원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이 회장의 관여 여부를 입증할 수 있는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27일 알려졌다. 24, 25일 동아일보가 단독 보도한 내용처럼 이 회장이 2007년경 스위스 최대 은행인 UBS 관계자와 직접 만나 비밀계좌 개설에 대해 협의했고, 미술품을 구매한 뒤 진품 대신 위작(僞作)을 들여오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해외로 빼돌린 정황도 속속 드러난 상황이다. 검찰의 수사 속도도 다른 수사에 비해 이례적으로 빠른 편이어서 다른 재벌 총수 수사에 비해 이 회장의 소환 조사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검찰은 소환에 앞서 이 회장이 쌓아둔 국내 및 해외 비자금의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비자금이 어떤 방식으로 조성됐는지, 이 과정에 불법성이 있는지를 밝히는 것이 급선무라는 얘기다. 이 회장의 국내 비자금은 4000억 원 규모, 해외 비자금은 3500억 원 규모로 알려졌다. 검찰은 일단 이 회장이 임직원 명의의 국내외 차명계좌를 이용해 CJ그룹 주식을 사들여 시세차익을 챙기고 양도소득세를 포탈한 혐의에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최근 한국예탁결제원을 통해 최근 10년간 지주회사인 CJ㈜의 주식을 보유한 외국인과 법인의 명단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분석하면 이 회장의 해외 차명계좌 실태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CJ 홍콩법인장이 수사의 열쇠 이번 비자금 의혹의 핵심은 홍콩법인들이다. 차명재산이나 비자금을 빼돌려 은행에 예치해뒀다가 외국인을 가장해 자사주를 거래하고, 이 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는 의혹의 중심에 홍콩법인들이 있다. 검찰이 이 회장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이 회장의 국내외 비자금 관리 총책으로 지목된 CJ차이나 법인장 겸 CJ글로벌홀딩스 대표인 신모 부사장의 입을 열어야 한다. 신 부사장은 2004∼2007년 CJ그룹 재무팀에서 일해 이 회장의 국내외 비자금 및 차명재산 규모와 운용 현황을 모두 알고 있는 핵심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08년 이 회장의 비자금 의혹을 폭로한 이모 전 재무2팀장과 현재 CJ그룹 내에서 재무담당 고위 임원을 맡고 있는 성모 씨의 상사이기도 했다. 특히 신 부사장은 홍콩에서 다수의 특수목적법인 설립을 주도했다. 홍콩 소재 법인 8곳 중 5곳이 같은 주소지에 있는 데다 사업 성격이 불명확해 검찰은 이 회장이 이들 법인을 이용해 비자금을 관리했다고 보고 있다. 한편 이 회장으로부터 세무조사 무마를 청탁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은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CJ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뒤 24일 돌연 일본으로 출국한 천 회장은 27일 도쿄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당시 이 회장으로부터 청탁을 받을 상황이 아니었다. 당시 검찰(대검 중수부) 조사에서도 그 부분은 무혐의로 결론났다”고 말했다. 일본 출국과 관련해서도 “원래 일정이 잡혀 있었다”고 해명했다. 천 회장은 금주 후반에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최예나·최창봉 기자 yena@donga.com}
CJ그룹은 2008년 이후 세 차례 수사 대상에 올랐지만 그때마다 초기 단계에서 수사망을 피해갔다. 수개월 전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수상한 자금 흐름이 있다고 검찰에 통보한 뒤에야 검찰은 처음으로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네 번째 만에 제대로 수사가 진행되는 셈이다. 검찰이 지난주 CJ그룹에 대한 전격 압수수색을 벌인 것은 오너 일가의 국내외 차명재산과 비자금 관리를 책임진 것으로 알려진 부사장 신모 씨 때문이었다고 한다. 홍콩에 위치한 CJ차이나 법인장인 그는 최근 오랜만에 귀국했다가 다시 출국하려다 자신이 출국 금지된 사실을 알게 됐다. 신 씨는 2000년대 초부터 제일제당 홍콩법인장 등을 지내며 주로 해외에서 활동해 온 그룹 내 재무·국제통이다. CJ그룹은 신 씨의 출금 사실을 알고 검찰 수사에 대비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자 검찰도 압수수색을 더이상 미룰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현 회장의 차명재산 해외 도피 의혹이 처음 불거진 것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지방경찰청은 2007년 11월부터 전 재무2팀장 이모 씨의 청부 살인 사건을 수사하면서 이 씨가 이 회장 차명재산 중 일부를 빼돌려 맡겼던 사채업자에 대한 계좌추적 영장을 신청했다. 수사를 지휘하던 검사는 계좌추적 영장에 ‘대기업 ○○사 자금부장 관련’이라고만 돼 있어 누구에 대한 내사를 진행하는지 알 수 없었다. 담당 경찰관에게 어떤 대기업의 누구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는지 묻자 경찰관은 조심스럽게 이 회장 이름을 꺼냈다. 경찰은 이후 이 씨에 대해 두 차례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모두 기각했다. 검찰은 경찰에서 이 씨의 압수물을 모두 제출받아 다시 검토했다. 저장된 자료가 모두 지워져 있던 이 씨의 USB 메모리(휴대용저장장치)가 눈에 띄었다. 첨단 컴퓨터 범죄 수사에 뛰어났던 A 검사가 USB 메모리 자료를 가까스로 복원했다. 이 씨가 이 회장에게 보낸 편지, 이 회장의 미술품 거래 내용 파일, 국내 차명재산 관리 파일 등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 회장 차명재산의 출처는 알 수 없었다. 그런데도 국세청은 이 회장에게서 “선대 회장에게서 물려받은 재산”이라는 말을 듣고 세금 1700억 원만 받아낸 뒤 검찰에 고발하지 않은 채 세무조사를 마쳤다. 검찰도 더이상 수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CJ와 이 회장이 첫 검찰 수사를 피한 순간이었다. CJ는 이어 2009년과 2011년 두 차례 더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지만 모두 빠져나갔다. FIU의 통보에 따라 다시 점화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윤대진)의 이번 CJ그룹 수사는 속전속결로 진행되고 있다. 이 회장의 소환 조사도 초읽기에 들어간 분위기다. 검찰이 확보한 물증이 많아 관련자에 대한 형사처벌에 어려움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우세하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검찰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차명재산과 비자금의 해외 도피를 지시하고 보고받았다는 구체적인 정황이 담긴 편지 내용을 확인한 것으로 26일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윤대진)는 2007년 5월 이 회장의 ‘금고지기’였던 당시 그룹 재무2팀장 이모 씨가 이 회장에게 보낸 편지에 이 같은 정황을 보여주는 표현을 담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 편지는 이 씨가 이 회장의 비자금 중 230억 원을 유용한 사실이 드러나 퇴사한 뒤 복직을 요구하며 쓴 30여 장 분량으로, 사실상 협박용이었다. 이 편지는 2007∼2008년 경찰 수사 때 이 씨에게서 압수한 휴대용 저장장치인 USB 메모리에 저장돼 있었다. 검찰은 이 USB 메모리를 복원해 편지와 국내 차명자산 관리 파일 등을 찾아냈다. 검찰이 확보한 이 편지에는 ‘그때 말씀하신 국내 기타 자산은…’ ‘투자 건은 잘 추진하고 있었습니다’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검찰은 ‘국내 기타 자산’을 이 회장의 국내 차명재산과 비자금으로 보고 있다. 편지와 함께 USB 메모리에서 발견된 국내 차명재산 관리 파일에 차명재산과 비자금 운용 명세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투자’는 재산 해외도피의 의미로 쓴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편지에는 본보가 24일 단독 보도한 스위스 최대 은행 UBS 관계자와 이 회장의 회동도 언급돼 있는데, 이 씨가 이 회장의 차명재산과 비자금을 UBS 비밀계좌에 예치한 과정을 설명하면서 ‘투자’로 표현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국외로 빼돌려진 차명재산과 비자금을 ‘해외 기타 자산’으로 표현한 사실도 파악했다. 편지에는 UBS에 예치된 돈이 이 회장의 해외 부동산 구입에 사용된 정황도 나타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가 이런 내용을 편지에 쓴 것은 자신이 관여한 이 회장의 비위 사실을 언급해 복직 약속을 받아내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사실상 ‘협박편지’라는 것이다. 또 이 씨는 편지에서 이 회장의 차명재산 등을 해외로 빼돌리는 과정을 설명하며 ‘BVI’라는 표현도 사용했다. 이는 브리티시 버진 아일랜드(British Virgin Islands)의 줄임말로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를 가리킨다. 최근 검찰에 소환된 이 씨는 수사에 협조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는 복직되지 않았지만 CJ 측과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재계에 무성했다. 한편 2008년 CJ그룹의 국세청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을 받았던 천신일 세중나모그룹 회장은 지난주 일본으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천 회장 측 관계자는 2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언제 돌아올지는 모른다”고 했다.최창봉·최예나 기자 ceric@donga.com}
‘미술계의 큰손’이라고 불리는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는 이미 법조계에서도 유명 인물이다. 홍 대표는 2008년 삼성 특검 때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을 삼성 측에 거래해 자금을 세탁해줬다는 의혹으로 수사를 받은 뒤부터 기업 비자금 수사에 단골처럼 등장했다. 2011년에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 그림 로비 사건과 관련해 홍라희 리움미술관장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가 갑자기 취하하기도 했다. 홍 대표는 1990년대부터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미국 유명 팝아트 작가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게르하르트 리히터, 빌럼 데 쿠닝 등의 작품을 국내로 들여오면서 주목을 받았다. 그의 뛰어난 안목은 재벌가와 친분을 쌓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홍 대표와 특별한 인연을 이어갔다. 2010년 6월 이 회장의 딸(28)은 이 회장 집무실이 있는 CJ경영연구소 맞은편에 있는 고급빌라를 38억 원에 홍 대표로부터 사들였다. 2008년 6월 신축 당시 20억 원에 이 빌라를 분양 받은 홍 대표가 2년도 지나지 않아 두 배 가까운 가격에 이 집을 판 것이다. 검찰이 확보한 목록에 따르면 유명 현대 작가인 빌럼 데 쿠닝의 무제(Untitle·매입가 75억 원), 마크 로스코의 블루 앤드 그린(Blue & Green·65억 원), 알렉산더 콜더의 브론토사우루스(Brontosaurus·61억 원) 등이 포함돼 있다. 34점 가운데 27점은 당시 서미갤러리에 보관돼 있었고 5점은 이 회장 자택에, 한 점은 CJ그룹 인재원에 보관돼 있었다. 나머지 한 점의 소장처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같은 거래관계 때문에 검찰이 홍 대표를 주목하고 있지만 CJ 측과 공모해 위작을 이용한 해외재산도피에 가담한 국내 미술품 거래상의 신원은 아직 특정하기 어렵다. 본보는 홍 대표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기자가 신분을 밝히자 전화를 끊어버리는 등 통화에 응하지 않았다. 미술품을 이용한 비자금 조성 및 재산 빼돌리기 수법은 위작 거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일부 재산가들이 이용해온 수법은 미술품 수입 시 관세가 없는 점을 이용한다. 예를 들어 10억 원짜리를 20억 원에 들여왔다고 서류를 조작해 기업에 넘기는 것이다. 그후 차액 10억 원의 3∼5%를 거래상(화상)에게 떼주는 방식으로 비자금 조성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미술품은 이른바 호당 가격이 책정돼 있어 가격대를 뻥튀기하기 힘들지만 해외 미술품의 경우 같은 크기 작품이라도 가격대가 천차만별이라 이 같은 방식이 가능하다는 게 미술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최예나·고미석 기자 yena@donga.com}

CJ그룹 비자금 의혹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4000억 원대의 차명재산을 관리한 사실이 2008년 밝혀졌는데도 처벌을 받지 않은 과정에서 정치권 실세가 개입된 불법로비가 있었는지를 밝히기 위한 수사도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다. 해외비자금 의혹을 주축으로 전방위에 걸쳐 진행되는 이번 검찰 수사 과정에서 불법로비 의혹이 또 하나의 뇌관으로 등장한 것이다. 앞으로 검찰수사가 진행되면 그 칼날은 천신일 세중나모그룹 회장을 향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CJ그룹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의 핵심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50년 친구였던 천 회장이 고려대 후배인 이재현 회장의 청탁을 받고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에게 CJ그룹과 이 회장에 대한 선처를 부탁했는지를 규명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22일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이재현 회장이 전현직 임원 명의의 차명계좌 500여 개에 3000억 원대 자금을 예치한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23일 “탈세 혐의 등을 입증하기 위해 국세청 세무조사 자료와 CJ그룹에서 확보한 압수물을 분석하고 관계자 소환 조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이 확보한 이 회장의 차명재산 자료는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을 밝히기 위한 기초 자료로 알려졌다. 서울지방국세청은 2008년 CJ그룹 재무2팀장 이모 씨가 살인미수교사 혐의로 검경의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4000억 원대로 추정되는 이 회장의 차명재산 규모가 드러나자 세무조사를 벌여 1700억 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이 회장이 막대한 차명재산에 대해 세금만 내고 검찰 고발을 피한 것을 두고 ‘로비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검찰은 CJ그룹을 위한 천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에 대해 2009년 이미 한 차례 수사를 진행하다 중단한 바 있다. 검찰은 당시 천 회장이 박연차 태광그룹 회장에게서 청탁을 받고 국세청에 세무조사 무마 로비를 해줬다는 의혹을 수사하면서 이 회장 관련 의혹도 포착해 수사를 벌였었다. 당시 수사과정에서 로비 의혹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증거 자료를 상당 부분 확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2009년 5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할 때 이미 소환 조사를 받았다. 당시 검찰은 이례적으로 주말 조사까지 진행해 가며 이 회장을 3번 불렀지만 이 사실은 한참 뒤에야 언론에 알려질 만큼 조사는 극비로 이뤄졌다. 당시 이 회장 수사를 맡았던 검찰 관계자는 “이 회장을 단순 참고인으로 불렀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었다. 검찰은 2008년 CJ그룹이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천 회장이 모종의 역할을 해 이 회장의 형사처벌을 막아 준 대가로 CJ그룹이 천 회장 회사의 주식을 비싸게 사들였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실제 2009년 수사 당시 천 회장의 세중나모여행 자회사인 세중DMS 지분 38만여 주를 CJ그룹 계열사인 엠넷미디어가 2008년 4월 인수하는 과정에서 CJ그룹이 천 회장 쪽에 지나치게 많은 이익을 줬다는 단서가 포착됐었다. 업계에선 천 회장과 이 회장의 연루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적지 않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2008년 당시 천 회장은 고대 교우회장이었고 이 회장은 교우회 부회장이었다. 17대 대선을 앞두고 2007년 8월 벌어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전화 여론 조사 승리를 토대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신승했을 때 일등공신이 천 회장이었고 “천 회장의 뒤에는 이 회장의 재력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또 “천 회장이 돈을 써야 하는 자리엔 항상 이 회장이 있었다”는 소문도 심심치 않게 들렸다. 그러나 2009년 5월 23일 박연차 게이트로 수사를 받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중수부의 ‘모든 수사’는 중지됐다. 검찰은 5년 만에 CJ그룹 비자금 수사를 통해 CJ그룹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을 다시 살펴보는 것이다. 23일 천 회장 측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세중나모여행의 IT 자회사는 증자를 위해 투자자를 찾으러 다녔는데 그게 CJ그룹이었다. 그러나 이 거래는 계약이 (세무조사 전인) 노무현 정부 때(2007년 5월) 이뤄졌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본보는 천 회장에게 수차례 연락했지만 직접 통화가 되지 않았다. 전지성·최예나 기자 verso@donga.com}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23일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이 “교육부가 전북도교육청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교원능력평가 추진계획에 대해 취소 및 직무이행명령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며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교육부는 교육수준을 전국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해 통일된 교원평가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며 “교원평가는 국가사무로서 각 시도 교육감에게 위임된 것이다. 각 시도 교육감은 교육부의 기본계획을 따라야 한다”고 판단했다. 전북도교육청은 2011년 정부 방침과 달리 △반드시 객관식(5단 체크리스트)과 서술형을 병행해야 하는 학생·학부모 만족도조사와 동료교원평가 방식을 학교가 선택하게 하고 △무조건 실시해야 하는 교장·교감에 대한 평가를 제외할 수 있게 하며 △평가 결과가 나쁜 교원이 반드시 받아야 하는 장단기 능력향상연수도 자율로 바꿔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교육부에 제출했다. 전북도교육청이 추진계획 수정 요구에 응하지 않자 교육부는 추진계획 취소 및 직무이행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김 교육감은 이 같은 조치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이 교육부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교원평가를 앞두고 반복돼 온 교육부와 진보 성향 교육감 사이에 빚어졌던 갈등의 전개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검찰이 22일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을 압수수색하면서 2009년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차명재산이자 비자금으로 알려졌던 4000억 원의 성격과 행방에 다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서울국세청에서 2008년 이후 CJ그룹에 대한 세무조사 관련 자료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넘겨받았다. 4000억 원 차명재산의 존재는 이번 수사 과정에서 처음 알려진 게 아니다. 21일 검찰이 자택을 압수수색한 전 CJ그룹 재무2팀장 이모 씨(44)가 이 회장이 맡긴 차명재산 중 일부를 개인적으로 유용한 사건에서 불거졌다. 이 씨는 2006년 7월부터 2007년 1월까지 사채업자 박모 씨에게 높은 이율을 약속받고 차명재산 중 170억 원을 빌려줬다가 돌려받지 못할 상황에 처했다. 이 씨는 돈도 돌려받고 차명재산이 알려지는 것도 막기 위해 박 씨를 청부살해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씨는 법정에서 “내가 관리하던 (이 회장 차명재산) 규모는 수천억 원에 이른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2009년 9월 이 씨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이 회장의 재산관리를 맡은 피고인이 관리하던 자금의 규모는 수천억 원에 이른다는 점 등에 비춰보면…이 회장이 차명재산 세금으로 1700억 원이 넘는 세금을 냈다”고 밝혔다. 재판 과정에서 4000억 원대로 추정되는 이 회장의 차명재산 존재가 드러난 것이다. 검찰은 당시 국세청이 이 회장의 세금포탈을 확인해 추징하고도 고발은 하지 않았던 배경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헤칠 계획이다. 그동안 ‘국세청이 이 회장에게 면죄부를 준 배경에 뭔가 있다’는 의혹도 제기돼 왔다. 검찰은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수사 때 이 의혹에 대해 수사를 벌였다가 덮은 적이 있다.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구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박연차 회장을 위해 세무조사 무마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수사했다. 동시에 천 회장이 이재현 회장을 위해서도 같은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도 수사했다. 당시 이 회장은 검찰 소환조사까지 받았지만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받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하면서 모든 수사가 중단됐다. 결국 5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검찰이 천 회장의 CJ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을 다시 수사하는 것이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조현오 전 경찰청장(58)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발언 출처로 지목한 임경묵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사장(68·사진)이 ‘MB(이명박 전 대통령) 측근’을 자처해 사기를 쳤다는 혐의로 피소돼 서울중앙지검이 수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임 전 이사장은 대구 영남고 후배인 A 씨에게 2년간 6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6월 피소됐다. A 씨는 소장에서 “2008년 2월 서울 강남구의 한 한식당에서 임 전 이사장이 ‘내가 MB 측근 6인 멤버(6인회) 중 하나다. 앞으로 건설공사는 얼마든지 맡아줄 테니 걱정 말고 일만 열심히 해라. 반드시 강남 부자로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외국여행 경비, 제네시스 차량 구입비, 아들 공장 시설비 등 명목으로 2010년 8월까지 6억282만 원을 받아갔다는 것이다. 6인회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 캠프의 최고의사결정기구로, 이 전 대통령을 비롯해 이상득 박희태 최시중 김덕룡 씨와 이재오 의원이 멤버였다. A 씨는 공사를 따내지 못하자 2011년부터 임 전 이사장에게 “돈을 돌려 달라”고 요구했고, 지난해 1월 말 임 전 이사장과 친분이 있다는 B 씨(여)를 통해 4000만 원만 돌려받았다고 주장했다. 임 전 이사장은 경찰 조사에서 “MB 측근이라고 말한 적이 없고, 돈 한 푼 받은 사실이 없다. 4000만 원은 내 소개로 A 씨 사무실에서 일한 B 씨에게 A 씨가 준 급여를 B 씨가 반납한 것일 뿐 나와는 관련이 없다”고 항변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지난해 12월 증거 불충분으로 임 전 이사장을 불기소 처분했다. A 씨는 올해 2월 서울고검에 항고했고, 서울고검이 3월 사기 혐의에 대해서만 재기수사 명령을 내려 현재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가 수사 중이다. 이 사건이 주목받는 것은 A 씨의 주장 가운데 조 전 청장의 주장과 비슷한 점이 있어서다. 조 전 청장은 지난달 23일 항소심 공판준비기일에 임 전 이사장에 대해 “나보다 정보력이 뛰어나고 청와대에 가서 대통령과 독대하고 경찰 및 검찰 간부와도 친분이 있어 이분의 말을 진실이라 믿었다”고 했다. 그러나 14일 증인으로 출석한 임 전 이사장은 조 전 청장의 말을 부인하면서 “이 대통령과 독대한 적이 없다”고 했다. 임 전 이사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A 씨의 주장은 전혀 사실 무근이다. A 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가 양보하는 마음에 취소하고 참고 있다”고 밝혔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연예인 박시연(본명 박미선·34·여) 이승연(45·여) 장미인애 씨(29·여) 등에게 프로포폴을 불법으로 투약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등으로 기소된 의사 안모 씨(46)가 20일 “검찰 조사에서 ‘박 씨와 이 씨가 프로포폴에 의존적이었다’고 한 것은 허위였다”고 증언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성수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5차 공판에 증인 신분으로 출석한 안 씨는 “검찰 조사에서 이 씨 등이 IMS(통증완화 침 시술)가 끝난 뒤 ‘더 자고 싶다, 쉬고 싶다’며 추가 (프로포폴) 투약을 요구했다고 진술하지 않았느냐”는 검찰 신문에 “당시에는 그렇게 진술했지만 사실이 아니다. 추가로 약을 달라고 한 기억이 없다”고 했다. 안 씨는 이 씨에 대해 “프로포폴을 투약해본 결과 상당히 의존적이었다고 진술했던 것은 사실이 아니다. 시술 당시 팔에 주삿바늘 자국이 있어서 다른 병원에서 프로포폴을 또 투약한 게 아닌지 의심했다고 진술했는데 직접 본 게 아니고 간호사에게 들은 것”이라고 했다. 박 씨에 대해서는 “척추가 아파 보이지 않는데 자주 시술을 받으러 와서 의존성을 보였다고 진술한 것도 허위였다. 중독되면 병원의 지시에도 전혀 통제가 안 되는데 박 씨는 정말 얌전한 환자였다”고 말했다. 안 씨는 허위 진술을 한 이유에 대해 “처음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겁이 났다. 수사에 협조하면 선처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연예인들에게 양심상 미안했다”고 말했다. 검사가 “여기서 허위로 말하면 위증이 될 수도 있다”고 했지만 안 씨는 “그게 (검찰에서의 진술이) 사실이 아니었기에 그렇게 말한 것”이라고 했다. 안 씨가 진술을 번복했지만 재판부가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안 씨는 7차례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이 대목을 일관되게 진술했다. 안 씨가 진실을 말했다는 분석 못지않게 연예인들의 중독 상태를 알고도 프로포폴을 투약했다는 기존 진술이 양형에 불리하기 때문에 진술을 번복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안 씨는 이 씨 매니저의 부탁을 받고 이 씨의 진료기록부를 파기한 이유에 대해 “평소 친분이 있던 이 씨가 위안부 사건으로 구설수에 올라 어려움을 겪는 것을 알고 있다. 이번에도 구설수에 오르면 또 어려워지지 않을까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한편 이날 공판에서는 개그맨 2명과 영화배우 2명, 탤런트 1명 등 안 씨 병원에서 프로포폴을 투약한 연예인 5명의 이름이 추가로 공개됐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자택에 화염병을 던진 혐의(현주건조물 방화 미수)로 긴급 체포된 임모 씨(36)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이 19일 기각됐다. 임 씨는 대기업 S사의 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서울중앙지법 형사22단독 유재광 판사는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피의자를 범인으로 특정하기 어렵다”며 기각 사유를 밝혔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17일 오전 임 씨의 집에서 임 씨를 긴급체포해 18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임 씨는 5일 오전 6시 20분경 서울 관악구 남현동 원 전 원장 자택에 시너를 넣고 심지를 연결한 소주병 2개에 불을 붙여 던진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임 씨가 범행 당일 새벽에 자신의 집을 나서는 모습이 원 전 원장 집 앞 담벼락 폐쇄회로(CC)TV에 찍힌 인물의 모습과 똑같다”며 “임 씨가 그날 새벽에 스마트폰으로 원 전 원장의 집 쪽으로 가는 버스노선을 검색하고 범행이 벌어진 시각 이후에는 원 전 원장의 이름을 검색한 기록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임 씨가 원 전 원장 구속수사를 촉구해온 단체인 민주민생평화통일주권연대 회원으로 활발히 활동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임 씨는 경찰 조사에서 일체의 진술을 거부했으며 영장실질심사에서는 범행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