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진

신규진 기자

동아일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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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에서 국방부를 출입하고 있습니다.

newjin@donga.com

취재분야

2025-11-19~2025-12-19
대통령70%
정치일반7%
국방7%
사건·범죄7%
남북한 관계4%
칼럼2%
학술2%
검찰-법원판결1%
  • 에이미 추 “서울 배경의 만화 만들어보고 싶어요”

    “언젠간 서울을 배경으로 한 만화를 만들어 보고 싶어요.” 마블 영화 원작인 ‘앤트맨’ ‘데드풀’ 등에 참여한 만화 작가 에이미 추(50·사진)가 말했다.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29일 그를 만났다. 중국계 미국인인 그는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이사장 최정화)이 28, 29일 개최한 ‘문화소통포럼(CCF) 2018’ 참석을 위해 방한했다. 그는 여성을 위한 만화를 출간하는 ‘알파걸 코믹스’ 창립자다. 그가 마블코믹스와 DC코믹스에서 일하게 된 건 큰 도전이었다. 미국 만화 업계에서 여성 작가는 귀여운 캐릭터가 나오는 작품을 해야 한다는 선입견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는 “여성 작가도 남성 캐릭터와 이야기를 잘 만든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2011년 ‘알파걸 코믹스’를 설립한 것도 여성 만화가와 작가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어서다.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 참여하는 작가의 절반 이상이 여성이어야 한다는 원칙도 세웠다. 그는 “할리우드 작품에서 여성은 섹시함으로만 어필하는 경우가 많다”며 “만화에서 여성도 입체적이고 다양한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드풀, 앤트맨, 원더우먼 등의 인기를 지켜본 그에게도 한국은 매력적인 시장이다. 차기 작품들을 한국어로도 번역해 출간하고 싶다고 밝혔다. 2019년에는 ‘오즈의 마법사’로 유명한 라이먼 프랭크 바움의 ‘바다의 요정’을 각색한 그래픽 소설을 출간할 예정이다. ‘CCF 2018’에는 ‘슈퍼 기억력의 비밀’을 쓴 에란 카츠 작가(이스라엘), 일본 팝아트 ‘가와이’ 문화를 만든 마스다 서배스천(일본) 등 10개국의 문화계 리더가 참석했다. 송승환 평창 겨울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은 전통과 첨단이 공존하는 연출로 한국 문화의 정수를 널리 알린 공로로 ‘K-문화소통상’을 받았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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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선함 잃고 주춤했던 육아예능, ‘다문화 코드’로 새 활로

    한동안 침체기였던 육아 예능 프로그램이 ‘다문화가정’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올해 예능에 출연한 다문화가정만 5팀이 넘는다. 뭣보다 서구적 외모를 지닌 혼혈 아동이 시청자들의 인기를 끈다. 12일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합류한 축구선수 박주호의 딸 나은은 출연하자마자 ‘한국의 수리 크루즈’라 불리며 관심이 폭발했다. 채널A ‘아빠본색’에 출연했던 리키김의 딸 태린은 브래드 피트의 딸 샤일로를 닮아 화제가 됐다. 물론 외모가 인기의 전부는 아니다. 다문화가정이 지닌 독특한 분위기를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3세인 나은은 박주호와 스위스인 엄마 안나 사이에서 태어난 딸. 자연스레 ‘언어 천재’가 됐다. 아빠와는 한국어로, 엄마와는 영어나 독일어로 대화한다. 할머니와 전화할 때는 스페인어까지 유창하게 구사했다. 박주호 부부는 “(특정 언어를) 강요하진 않는다. 일상생활에서 배우도록 내버려두는 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다양한 문화가 뒤섞인 광경도 흥미롭다. ‘슈퍼맨이…’에서 샘 해밍턴은 아들 윌리엄의 백일 상에 오를 음식에 “이국적 분위기도 내고 싶다”며 치킨과 만두를 추가한다. 윌리엄은 애호박볶음, 물김치 등 한국 음식도 잘 먹는다. ‘아빠본색’에서 리키김은 미국에 살면서도 가족들과 함께 아침에 국민체조를 한다. 의외로 ‘한국스러운’ 교육 방식도 눈에 띈다. 자유분방할 것이라고 짐작한다면 큰 오산이다. 해밍턴은 두 아들 윌리엄과 벤틀리에게 한국식 예절을 가르친다. 식당에서 식탁에 발을 올리는 아들에게 정색하고, 음식이 나오면 “감사합니다”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채널A ‘아빠본색’에 출연했던 미 육군 정보대대장 브라이언 데이비스는 세 아들과 함께 한국 문화와 언어를 배우려고 드라마 ‘대장금’을 봤다. 삼둥이 이름은 순신, 세종, 주몽이다. ‘슈퍼맨이…’ 관계자는 “지난해 독일에 있을 때부터 박주호에게 꾸준히 러브콜을 보냈는데, 한국에 오면서 출연하게 됐다”며 “샘 해밍턴 등 다문화가정 부모들의 부드러우면서도 엄격한 훈육 방식이 흥미로웠다”고 했다. 다문화가정 육아예능의 선전에는 최근 사회는 물론 대중문화가 혼혈인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도 한몫했다. 모델 한현민이나 가수 전소미, 아이돌그룹 ‘세븐틴’의 버논 등은 밝고 건강한 모습으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줬다. 이런 분위기를 TV 역시 예능 소재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외모나 특이함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다문화가정을 희화화하는 데만 그칠 위험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간 여러 예능이 외국인이나 혼혈인을 그런 시각으로 대하다 ‘반짝 화제’로 끝난 경우가 많다. 김은영 대중문화평론가는 “어떤 가정이든 결국 육아 예능이 가진 가장 큰 무기는 시청자와 ‘공감대’를 쌓는 것”이라며 “새로움에 치중해 ‘신선함’만 강조하기보단 다문화가정을 다각적인 면으로 들여다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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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로만 사는 아내 안타까워 쓴 작품”

    “드라마는 소설의 감정을 절대 흉내 낼 수 없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서 그 생각이 바뀌었어요.” 서울 성북구의 작업실에서 24일 만난 소재원 소설가(35·사진)가 말했다. 그는 4일 종영한 MBC 드라마 ‘이별이 떠났다’를 집필하며 드라마 작가로 데뷔를 했다. 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별이…’는 바람난 남편 때문에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50대 여성 서영희(채시라)가 아들의 아이를 임신한 정효(조보아)와 함께 생활하며 겪는 갈등을 현실감 있게 풀어내며 최고 시청률 10.6%(닐슨코리아)를 기록했다. 그는 임신한 아내를 보며 소설을 집필했다. “임신하자 힘들어서 일을 그만두고 오직 엄마로 살아가는 아내가 안타까웠어요. 내가 알던 한 여성이 아니라 ‘○○엄마’로 불리며 자아를 잃어가는 모습에 괴리감을 느끼기도 했고요.” 대본이 나올 때마다 항상 아내에게 검수(?)를 받았다. 그는 배우들이 드라마를 살렸다며 공을 돌렸다. “초반 대본에 감정을 서술한 지문이 굉장히 많았어요. 그런데 첫 방송을 보고 배우들에게 신뢰가 생겨 이를 줄였답니다.” 두 아이의 엄마인 채시라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조언도 해줬다. ‘임신부는 염분이 있는 음식을 피한다’는 대본을 보고 “염분 있는 음식도 먹는다. 단정적인 표현에 여성들이 죄책감을 느낄 수 있으니 배려해 달라”고 의견을 냈다. 사실 소 작가는 이미 ‘핫’하다. 영화 ‘비스티보이즈’의 원작인 ‘나는 텐프로였다’를 시작으로 ‘터널’ ‘소원’ 등 여러 소설이 영화화됐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다룬 소설 ‘균’의 시나리오 작업도 마쳤다. 내년에는 또 다른 드라마로 안방극장을 찾을 계획이다. 그에게는 ‘대중적이지 않으면 쓰지 않겠다’는 철칙이 있다. 소설을 쓸 때도 영화, 드라마로 만들어질 것을 염두에 둔다. 요즘은 세 살 아이를 키우고 부모 모임에 참석하며 소설 소재를 얻는다. 가난도 동력이 됐다. 열세 살에 부모의 이혼을 계기로 글을 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장애가 있었고 집은 가난했기에 글로 돈을 벌고 싶은 마음에 더 많이, 더 빨리 썼다. “아버지 덕분에 가장 낮은 곳에서 사랑받으며 행복을 느낄 수 있었어요. 하늘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경치는 예쁘지만 소리를 들을 수는 없는 것과 같다고 할까요.”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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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조선 말기에도 우리 시문학은 꽃을 피웠네

    19세기 조선 말기는 시문학사에서 취약한 시기다. 열강의 침략 속에 전통과 근대가 충돌했고, 전통에 속하는 것들이 허물어진 탓이다. 고종 시대 문단과 문인의 활동상이 담긴 사료도 다른 어떤 시기보다 부족했다. ‘용등시화(榕燈詩話)’의 가치는 그래서 크다. 저명한 시인이자 관료였던 무정 정만조(1858∼1936)가 을미사변에 연루돼 유배된 전남 진도에서 1906년경 이 비평집을 완성했다. 제목 그대로, 용나무 창가 호롱불 아래서 쓴 시화다. 1938년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 문화면에 실린 ‘용등시화’를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와 김보성 성균관대 대동문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이 지난해 10월 찾아내 현대어로 옮겼다. 정만조는 조선 시문학이 18세기 이후 쇠퇴해 말기에 그 명맥이 끊어졌다는 기존 시각을 거부한다. 19세기 초 활약한 한시사가(漢詩四家·이덕무 박제가 유득공 이서구) 등이 이전과 다른 시풍을 통해 시문학의 계승과 발전을 이뤘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용등시화는 고종 시대 시단을 전체적으로 조망한 거의 유일한 사료”라고 평가한다. 강위, 황현 등 당대 주요 작가와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의 시가 실려 있다. 흥선대원군, 김홍집, 유길준 등의 시와 그에 얽힌 일화도 담았다. 서울 남산의 북쪽 지역인 회현방(會賢坊)을 중심으로 시를 창작한 시사(詩社) ‘남사(南社)’의 활동도 풍성하게 보여준다. 언급한 인물들의 활동은 독서를 통해 간접적으로 얻은 게 아니라 정만조가 직접 겪은 체험을 바탕으로 서술했다. 정만조는 일제강점기에 경성제대 강사, 조선사편수회 위원 등을 지내며 친일 행적을 이어갔다. 안 교수는 “친일 행적은 그것대로 평가해야 한다”며 “조선 말기 시단과 지성계, 정치계를 깊이 이해하도록 안내하는 우수한 저서로 활용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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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능 무한 경쟁시대, 새로움이 전부는 아니다”

    플랫폼도 늘고 콘텐츠도 늘었다.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다. 무언가 새롭지 않으면 도태되기 마련. 하지만 예능 PD들은 “새로움이 전부가 아니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동대문구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22일 열린 ‘콘텐츠인사이트’ 세미나에서 국내 간판 예능 PD들이 제작과 관련된 뒷이야기를 털어놨다. 채널A ‘하트시그널’의 이진민 PD(42)는 “독창적인 게 좋다는 인식은 예능 PD에 대한 오해 중 하나”라며 “내 아이디어가 새로워도 대중적이지 않으면 회사의 승인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MBC ‘나 혼자 산다’를 연출하는 황지영 PD(39)도 “시청자들이 원하는 익숙함에 내 아이디어가 ‘조금’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SBS ‘런닝맨’의 정철민 PD(35)는 “(제작에) 광고 수익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들이 만든 예능 프로그램의 생존 비법은 무엇일까. 황 PD는 ‘나 혼자 산다’ 폐지설이 돌던 2016년 메인 PD가 됐다. 그는 “새 프로그램보다 죽은 프로그램을 다시 살리는 게 더 힘들다. 시청자의 흥미를 끌기 위한 ‘이슈메이커’가 필요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나 혼자…’는 시청층이 남성 위주로 협소하고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지 않은 출연진이 대다수였다. 다니엘 헤니를 섭외한 것은 여성 시청자를 공략하는 동시에 주목도를 높이자는 판단에 따른 선택이었다. 관찰 영상 비중을 줄이고 스튜디오 토크도 늘렸다. “서로 친하지 않으면 웃기지 못한다”며 출연진을 묶어 에피소드를 만들기도 했다. ‘나 혼자…’는 지난해 12월 MBC 연예대상 8관왕을 거머쥐었다. “멤버들이 친해지며 ‘케미’가 생기니 프로그램 분위기가 확 살았어요. 물론 전현무 씨와 한혜진 씨는 산을 타라고 했는데 ‘썸’을 탔지만요.(웃음)”(황 PD) 관찰, 짝짓기 예능의 물결 속에서 이진민 PD는 ‘하트시그널’을 통해 ‘썸’의 디테일을 살릴 방안을 고민했다. 그는 “일반인 출연자로부터 리얼리티를 이끌어 내려면 판을 제대로 짜는 게 중요했다”며 “카메라, 동선 등을 완벽하게 준비해 촬영 중 제작진의 개입을 최소화했다”고 했다. 감정의 흐름을 담는 프로그램 특성상 출연진 신체 부위만 촬영하는 카메라를 수십 대 뒀을 정도. 이 PD는 “식사를 하던 출연진의 발 움직임을 포착한 장면이 ‘연출 아니냐’는 오해가 있었다”며 “‘하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를 토대로 사전에 다리만 찍는 카메라를 투입한 결과”라고 했다. 2016년부터 ‘런닝맨’을 연출한 정 PD는 “런닝맨 고유의 재미를 유지하면서도 새로움이 필요했다”고 했다. 그는 “꼴찌 출연자가 벌칙을 수행하기 위해 해외로 가는 ‘글로벌 프로젝트’를 도입했고, 양세찬 전소민 씨를 합류시키는 등 변화를 준 것이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소통에도 힘썼다. 정 PD는 “메인 PD의 가장 큰 역할은 연기자, 스태프와 긴밀하게 의견을 나누고 교감하는 것”이라며 “멤버들과 수시로 만나고 유재석 씨와 새벽에 3시간씩 통화하며 아이디어를 얻을 때도 많다”고 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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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움이 다가 아니다” 간판 예능 PD들이 말하는 프로그램의 생존 비법은…

    플랫폼도 늘고 콘텐츠도 늘었다.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다. 무언가 새롭지 않으면 도태되기 마련. 하지만 예능 PD들은 “새로움이 전부가 아니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동대문구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22일 열린 ‘콘텐츠인사이트’ 세미나에서 국내 간판 예능 PD들이 제작과 관련된 뒷이야기를 털어놨다. 채널A ‘하트시그널’의 이진민 PD는 “독창적인 게 좋다는 인식은 예능 PD에 대한 오해 중 하나”라며 “내 아이디어가 새로워도 대중적이지 않으면 회사의 승인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MBC ‘나 혼자 산다’를 연출하는 황지영 PD도 “시청자들이 원하는 익숙함에 내 아이디어가 ‘조금’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SBS ‘런닝맨’의 정철민 PD는 “(제작에) 광고 수익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들이 만든 예능 프로그램의 생존 비법은 무엇일까. 황 PD는 ‘나 혼자 산다’ 폐지설이 돌던 2016년 메인 PD가 됐다. 그는 “새 프로그램보다 죽은 프로그램을 다시 살리는 게 더 힘들다. 시청자의 흥미를 끌기 위한 ‘이슈메이커’가 필요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나 혼자…’는 시청층이 남성 위주로 협소하고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지 않은 출연진이 대다수였다. 다니엘 헤니를 섭외한 것은 여성 시청자를 공략하는 동시에 주목도를 높이자는 판단에 따른 선택이었다. 관찰 영상 비중을 줄이고 스튜디오 토크도 늘렸다. “서로 친하지 않으면 웃기지 못한다”며 출연진을 묶어 에피소드를 만들기도 했다. ‘나 혼자…’는 지난해 12월 MBC 연예대상 8관왕을 거머쥐었다. “멤버들이 친해지며 ‘케미’가 생기니 프로그램 분위기가 확 살았어요. 물론 전현무 씨와 한혜진 씨는 산을 타라고 했는데 ‘썸’을 탔지만요.(웃음)”(황 PD) 관찰, 짝짓기 예능의 물결 속에서 이진민 PD는 ‘하트시그널’을 통해 ‘썸’의 디테일을 살릴 방안을 고민했다. 그는 “일반인 출연자로부터 리얼리티를 이끌어 내려면 판을 제대로 짜는 게 중요했다”며 “카메라, 동선 등을 완벽하게 준비해 촬영 중 제작진의 개입을 최소화했다”고 했다. 감정의 흐름을 담는 프로그램 특성상 출연진 신체부위만 촬영하는 카메라를 수십 대 뒀을 정도. 이 PD는 “식사를 하던 출연진의 발 움직임을 포착한 장면이 ‘연출이 아니냐’는 오해가 있었다”며 “‘하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를 토대로 사전에 다리만 찍는 카메라를 투입한 결과”라고 했다. 2016년부터 ‘런닝맨’을 연출한 정 PD는 “런닝맨 고유의 재미를 유지하면서도 새로움이 필요했다”고 했다. 그는 “꼴찌 출연자가 벌칙을 수행하기 위해 해외로 가는 ‘글로벌 프로젝트’를 도입했고, 양세찬 전소민 씨를 합류시키는 등 변화를 준 것이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소통에도 힘썼다. 정 PD는 “메인 PD의 가장 큰 역할은 연기자, 스태프와 긴밀하게 의견을 나누고 교감하는 것”이라며 “멤버들과 수시로 만나고 유재석 씨와 새벽에 3시간씩 통화하며 아이디어를 얻을 때도 많다”고 했다.신규진기자 newjin@donga.com}

    • 2018-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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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든 퀸 “다큐멘터리는 새로운 시각에 눈뜨게 해야”

    “리얼리티를 따라가다 보면 어떤 새로운 사실이 튀어나올지 몰라요. 처음 구상과 완전히 달라지기도 하죠. 그게 다큐멘터리의 매력입니다.” ‘다큐멘터리 거장’ 고든 퀸 감독(76·사진)이 22일 서울 마포구의 한 호텔에서 말했다. 그는 20일부터 26일까지 열리는 EBS 국제다큐영화제(EIDF) 심사위원장 자격으로 방한했다. 퀸 감독은 53년 동안 ‘어 굿 맨’(2011년), ‘보이콧 1963’(2017년) 등 수많은 작품을 연출했다. 영화제작사 ‘카르템퀸 필름’의 창립자이기도 하다. 그는 4명의 심사위원과 함께 경쟁 부문 ‘페스티벌 초이스’에 오른 11편의 작품을 심사한다. 퀸 감독은 “다큐멘터리는 민주주의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며 “소소한 이야기라도 관객이 잊고 있던 감정을 느끼고 새로운 시각에 눈을 뜨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해야 한다’고 직설적으로 드러내기보다는 이야기와 인물을 통해 자연스럽게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다큐멘터리의 스토리텔링 기법”이라고 덧붙였다. “편집실에서 젊은 감독들과 작업할 때 ‘교육적인 메시지에 신경 쓰지 말고 무슨 사건이 있고 어떤 인물들이 있지?’라는 기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이야기 속에 주제의식이 녹아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선댄스 영화제 등에서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던 그는 심사 기준으로 ‘열정’을 강조했다. 퀸 감독은 “왜 그 이야기를 해야 하고 왜 중요한지, 해당 이야기를 하는 사람으로서 본인이 적절한지 감독이 숙고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열정이 있어야 새로운 이야기도 나온다. 그는 “최근 난민 등 국제적 이슈를 다룬 작품이 많지만 사실 30년 전에도 이런 문제는 있었다”며 “감독은 관객이 알지 못하는 이야기를 꺼내 놓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2004년 시작돼 올해로 15회를 맞는 EIDF는 전 세계 33개국 72편의 작품을 EBS 채널과 VOD 서비스로 제공한다. 퀸 감독은 “작품들이 공영방송 TV에서 방영된다는 점에서 EIDF는 다른 영화제와 다르다”며 “EIDF처럼 보다 많은 시청자가 작품을 볼 수 있는 플랫폼이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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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성광 “사회초년생 매니저와 일하면서 사소한 고마움 크게 느껴”

    “다들 저보다 송이나 광복이를 먼저 물어보시더라고요.” ‘예능 대세’로 떠오른 소감을 묻자 매니저와 반려견 이야기가 먼저 나왔다. 지난달 21일 MBC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에 합류한 개그맨 박성광(37)을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에서 20일 만났다. 그는 ‘전지적…’에서 두 달 남짓 함께 일한 사회 초년생 매니저 임송 씨와, ‘정글의 법칙 in 사바’에서는 가수 토니안과 ‘케미’를 선보이며 ‘열일’ 중이다. 박성광에게 ‘전지적…’은 “사소한 고마움을 느끼게 해준 프로그램”이다.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남몰래 주차 연습을 하고 엄마와 통화하며 “힘들다”고 눈물을 쏟는 임 씨를 위로하는 따뜻함에 시청자들은 공감했다. 그는 “송이와 일을 하면서 전 매니저들 생각이 많이 났다”며 “깔끔한 차량을 보며 내가 없을 때 청소하는 매니저들의 노고를 지금에서야 알게 됐다”고 했다. 최근 수습 기간을 끝내고 정직원이 된 임 씨와는 여전히 어색한 분위기였다. 이날 그는 옷매무새와 머리를 만져주는 임 씨의 손길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송이는 내가 고맙다는 말을 하게 만들 정도로 세심하다”며 “‘1일 1죄송하다’ 수준으로 위축돼 있어 죄송하단 말을 하지 말라고 했다”고 웃었다. 바빠진 삶에 행복하지만 수직 상승한 인기에 부담도 된다. 체력이 달릴 때도 많다. 그때마다 ‘예능인은 피곤할 자격이 없다’던 선배 강호동의 말을 되새긴다. 그는 “관심 받기가 얼마나 힘든 건지 잘 알고 있다”며 “더 잘하기 위해 공부를 해야겠다는 마음뿐”이라고 했다. 예능에 출연한 개그맨 선배들의 조언도 큰 힘이 된다. “최근 신봉선 누나가 칭찬을 해주며 ‘착한 이미지가 굳어지면 재미를 놓칠 수 있다’는 진심 어린 조언도 해줬어요. 생각해 보니 예능으로 와서 말수가 줄었더라고요.” 데뷔 12년 차인 그는 아직도 하고 싶은 게 많다. 10년 넘게 ‘개그콘서트’에 출연한 만큼 공개 코미디에 대한 애착도 남다르다. 그는 “언젠간 공연장에서 스탠딩 코미디를 하고 싶다”고 했다.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연출한 단편 영화를 지난해 상영한 데 이어 장편 영화도 준비 중이다. 반려견주답게 동물과 교감하는 예능도 찍고 싶단다. “개그맨으로서 본분에 충실하면서 무리는 하지 않으려고요. 이경규 선배님도 ‘하는 건 좋은데 너무 일을 벌이지 마라’고 충고해 주셨어요. 하하.”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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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근길 문화]‘예능 대세’ 박성광 “높아진 인기 부담 느껴질땐 강호동 말 되새겨”

    “다들 저보다 송이나 광복이를 먼저 물어보시더라고요.” ‘예능 대세’로 떠오른 소감을 묻자 매니저와 반려견 이야기가 먼저 나왔다. 지난달 21일 MBC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에 합류한 개그맨 박성광(37)을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에서 20일 만났다. 그는 ‘전지적…’에서 두 달 남짓 함께 일한 사회 초년생 매니저 임송 씨와, ‘정글의 법칙 in 사바’에서 가수 토니안과 ‘케미’를 선보이며 ‘열일’ 중이다. 박성광에게 ‘전지적…’은 “사소한 고마움을 느끼게 해준 프로그램”이다.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남몰래 주차 연습을 하고 엄마와 통화하며 “힘들다”고 눈물을 쏟는 임 씨를 위로하는 따뜻함에 시청자들은 공감했다. 그는 “송이와 일을 하면서 전 매니저들 생각이 많이 났다”며 “깔끔한 차량을 보며 내가 없을 때 청소하는 매니저들의 노고를 지금에서야 알게 됐다”고 했다. 최근 수습 기간을 끝내고 정직원이 된 임 씨와는 여전히 어색한 분위기였다. 이날 그는 옷매무새와 머리를 만져주는 임 씨의 손길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송이는 내가 고맙다는 말을 하게 만들 정도로 세심하다”며 “‘1일 1죄송하다’ 수준으로 위축돼 있어 죄송하단 말을 하지 말라고 했다”고 웃었다. 바빠진 삶에 행복하지만 수직 상승한 인기에 부담도 된다. 체력이 달릴 때도 많다. 그때마다 ‘예능인은 피곤할 자격이 없다’던 선배 강호동의 말을 되새긴다. 그는 “관심 받기가 얼마나 힘든 건지 잘 알고 있다”며 “더 잘하기 위해 공부를 해야겠다는 마음 뿐”이라고 했다. 예능에 출연한 개그맨 선배들의 조언도 큰 힘이 된다. “최근 신봉선 누나가 칭찬을 해주며 ‘착한 이미지가 굳어지면 재미를 놓칠 수 있다’는 진심어린 조언도 해줬어요. 생각해보니 예능으로 와서 말수가 줄었더라고요.” 데뷔 12년차인 그는 아직도 하고 싶은 게 많다. 10년 넘게 ‘개그콘서트’에 출연한 만큼 공개 코미디에 대한 애착도 남다르다. 그는 “언젠간 공연장에서 스탠딩 코미디를 하고 싶다”고 했다.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연출한 단편 영화를 지난해 상영한데 이어 장편 영화도 준비 중이다. 반려견주답게 동물과 교감하는 예능도 찍고 싶단다. “개그맨으로서 본분에 충실하되 무리는 하지 않으려고요. 이경규 선배님도 ‘하는 건 좋은데 너무 일을 벌이지 마라’고 충고해주셨어요. 하하.” 신규진기자 newjin@donga.com}

    • 2018-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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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 털털한 여자예요”… ‘여배우의 망가짐’ 예능 대세로

    “신비주의요? 이제는 어림없죠.” 여배우 소속사 관계자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영화, 드라마 촬영→단발성 예능 홍보’ 공식으로는 시청자의 눈도장을 받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더라도 고상함을 내려놓지 않으면 “왜 나왔느냐”는 비판을 듣기 일쑤다. ‘여배우의 예능화’가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기존에 여배우들은 코믹한 이미지가 덧씌워지는 것을 경계했지만 지금은 망가지기 경쟁을 펼치고 있다. ○ 민낯은 기본, 생리현상은 덤 예능은 여배우의 털털함을 어필하는 장이 됐다. SBS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에 6일 합류한 배우 한고은은 거리낌 없이 손으로 모기를 잡고 고추를 먹다가 시원스레 코를 풀었다. 남편이 운전하는 오토바이 뒤에 탔을 때는 두 손으로 남편의 가슴을 마구 쓰다듬기도 했다. 지난해 SBS 예능 ‘런닝맨’에 합류한 전소민은 ‘배우 자존심’을 내려놓은 지 오래다. 개그맨들만 한다는 ‘머리에 스타킹 쓰기’, ‘사이다 마시고 트림하기’ 등을 하며 망가짐도 불사한다. 민낯 출연은 기본이다. 6월부터 방영 중인 tvN 예능 ‘섬총사 시즌2’에서 배우 이연희는 전남 여수시 초도에서 양치질을 한 후 “민망하다”며 터프하게 민얼굴에 로션을 바른다. tvN 예능 ‘갈릴레오: 깨어난 우주’에서 배우 하지원은 화성 탐사훈련 특성상 민낯 촬영이 일상이다. 데뷔 24년 차 한고은은 “민낯으로 방송하기는 처음”이라고 했다. 음식도 그냥 먹어서는 안 된다. 더 맛있고 게걸스럽게 먹어야 한다. 한고은은 남편과 국수 3인분을 시켜놓고 볼이 터질 정도로 비빔국수를 욱여넣는다. 방송 후 ‘한고은 비빔국수’가 포털 인기 검색어에 올랐을 정도다. 이연희는 갑오징어 라면을 지켜보며 “빨리 면을 넣으면 안 되냐”며 보챈다. 라면이 다 익자 신발과 모자를 벗어 던지고 ‘먹방’을 이어갔다. 1인 방송도 활발하다. 2015년부터 네이버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브이 라이브(V LIVE)’를 시작한 배우 박보영은 종종 예고 없이 방송을 한다. 안경에 후줄근한 후드티를 입고 시청자들과 잡담을 한다. 무엇이 이들을 변화시켰을까. 김은영 대중문화평론가는 “관찰 예능처럼 연예인의 일상을 부각시키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배우들이 ‘예능에서 말로 웃겨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를 편하게 보여주게 됐다”고 분석했다.○ 소속사도 단속→방임으로 선회 소속사들도 “전통적 여배우 관리법을 버릴 때”라고 입을 모은다. 과거, 배우의 예능 출연은 필요악이었다. 돌출 발언을 못 하게 단속하거나, 촬영 중 민감한 발언을 했을 경우 제작진에 편집해 달라고 사정한 적도 많았다. 한 소속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예능에 출연하기 전 배우의 언행을 하나부터 열까지 일일이 관리했지만, 요즘은 사전 준비가 거의 없다시피 하는 상황이다. ‘내숭 떨지 마라’고 말할 정도다”라고 했다. 배우와 제작진은 모두 ‘윈윈’이다. 예능 고정출연은 “작품 홍보를 위해 방송에 출연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드라마, 영화를 촬영하면 자연스럽게 홍보가 되는 효과도 있다. SBS ‘동상이몽…’ 관계자는 “여배우는 신비주의에 싸여 잘 알려지지 않은 모습이 많기 때문에 출연만으로도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고 말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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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비주의? 어림없어” 민낯은 기본, 생리현상은 덤…여배우 성공 공식

    “신비주의요? 이제는 어림없죠.” 여배우 소속사 관계자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영화, 드라마 촬영→단발성 예능 홍보’ 공식으로는 시청자의 눈도장을 받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더라도 고상함을 내려놓지 않으면 “왜 나왔느냐”는 비판을 듣기 일쑤다. ‘여배우의 예능화’가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기존에 여배우들은 코믹한 이미지가 덧씌워지는 것을 경계했지만 지금은 망가지기 경쟁을 펼치고 있다. ●민낯은 기본, 생리현상은 덤 예능은 여배우의 털털함을 어필하는 장이 됐다. SBS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에 6일 합류한 배우 한고은은 거리낌 없이 손으로 모기를 잡고 고추를 먹다가 시원스레 코를 풀었다. 남편이 운전하는 오토바이 뒤에 탔을 때는 두 손으로 남편의 가슴을 마구 쓰다듬기도 했다. 지난해 SBS 예능 ‘런닝맨’에 합류한 전소민은 ‘배우 자존심’을 내려놓은 지 오래다. 개그맨들만 한다는 ‘머리에 스타킹 쓰기’, ‘사이다 마시고 트림하기’ 등을 하며 망가짐도 불사한다. 민낯 출연은 기본이다. 6월부터 방영 중인 tvN 예능 ‘섬총사 시즌2’에서 배우 이연희는 전남 여수시 초도에서 양치질을 한 후 “민망하다”며 터프하게 맨 얼굴에 로션을 바른다. tvN 예능 ‘갈릴레오: 깨어난 우주’에서 배우 하지원은 화성 탐사훈련 특성상 민낯 촬영이 일상이다. 데뷔 24년차 한고은은 “민낯으로 방송하기는 처음”이라고 했다. 음식도 그냥 먹어서는 안 된다. 더 맛있고 게걸스럽게 먹어야 한다. 한고은은 남편과 국수 3인분을 시켜놓고 볼이 터질 정도로 비빔국수를 욱여넣는다. 방송 후 ‘한고은 비빔국수’가 포털 인기 검색어에 올랐을 정도다. 이연희는 갑오징어 라면을 지켜보며 “빨리 면을 넣으면 안 되냐”며 보챈다. 라면이 다 익자 신발과 모자를 벗어 던지고 ‘먹방’을 이어갔다. 1인 방송도 활발하다. 2015년부터 네이버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브이 라이브(V LIVE)’를 시작한 배우 박보영은 종종 예고 없이 방송을 켠다. 안경에 후줄근한 후드티를 입고 시청자들과 잡담을 한다. 무엇이 이들을 변화시켰을까. 김은영 대중문화평론가는 “관찰 예능처럼 연예인의 일상을 부각시키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배우들이 ‘예능에서 말로 웃겨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를 편하게 보여주게 됐다”고 분석했다.●소속사도 단속→방임으로 선회 소속사들도 “전통적 여배우 관리법을 버릴 때”라고 입을 모은다. 과거, 배우의 예능 출연은 필요악이었다. 돌출 발언을 못하게 단속하거나, 촬영 중 민감한 발언을 했을 경우 제작진에게 편집해 달라고 사정한 적도 많았다. 한 소속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예능에 출연하기 전 배우의 언행을 하나부터 열까지 일일이 관리했지만, 요즘은 사전 준비가 거의 없다시피 하는 상황이다. ‘내숭 떨지 마라’고 말할 정도다”고 했다. 배우와 제작진은 모두 ‘윈윈’이다. 예능 고정출연은 “작품 홍보를 위해 방송에 출연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드라마, 영화를 촬영하면 자연스럽게 홍보가 되는 효과도 있다. SBS ‘동상이몽…’ 관계자는 “여배우는 신비주의에 싸여 잘 알려지지 않은 모습이 많기 때문에 출연만으로도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고 말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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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맹목적 지지-무관심이 나치 악행 낳았다

    1911년 베를린의 한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여성이 있다. 매질도 잦았던 엄격한 집안 분위기 속에서 그는 “자연스럽게 순종을 배웠다”고 말한다. 제1차 세계대전과 대공황은 그에게 부와 출세에 대한 열망을 심어줬다. 당시 대부분의 독일인이 그랬던 것처럼, 그도 정치에 무관심했다. 나치가 정권을 잡았던 1933년 총선. 그는 독일 국가인민당의 깃발이 멋있다는 이유로 표를 던졌다. 오전에는 유대인 보험회사에서, 오후에는 나치 당원 밑에서 일하는 이중생활(?)도 서슴지 않았다. 좋은 직장을 구하기 위해 나치 당원이 됐고 더 나은 삶을 위해 나치 권력의 중심부로 자리를 옮겼다. 1942년부터 나치의 선전장관 요제프 괴벨스의 여비서로 일했던 브룬힐데 폼젤 이야기다. 그는 지난해 1월 106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난 잘못한 게 없어요. 그러니 져야 할 책임도 없죠. 혹시 나치가 정권을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독일 민족 전체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그건 어쩔 수 없지만요. 그래도, 그건 우리 모두가 그랬어요.” 다큐멘터리 영화 ‘어느 독일인의 삶’(2016년)에서 그의 항변은 일관되고 단순하다. 자신을 “시대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평범하고 무지하며 나약한 인간일 뿐”이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나치의 만행을 인정하면서도 “강제수용소에서 유대인을 독가스로 죽인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그는 몸담았던 나치를 위해 통계를 부풀리거나 괴벨스의 발언을 타이핑하는 등 “별 대수롭지 않은 일들”을 하면서도 의무를 다했다는 생각에 “만족스러웠다”고 회고한다. 전쟁 막바지에도 도망을 택하지 않았다. 지하 벙커에서 손수 독일의 항복 깃발을 만들면서도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여겼다. “자신이 맡은 일을 어떻게든 잘해 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그렇게 잘못되고 이기적인 건가요? 그게 설사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라는 걸 알았더라도 말이에요.” 악행은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행해진다는 해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도 떠오른다. 그에게 과거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이 책을 통해 폼젤의 증언을 정리한 정치학자 토레 D 한젠은 “그는 비난받을 점이 많다”고 일갈한다. “나치의 악행을 알 수 없었던 것이 아니라 알려고 하지 않았던 것”이다. 한젠의 말대로, 나치의 최종 목표에 무관심하면서도 맹목적으로 지지했던 ‘외면’이라는 키워드가 독일 국민에게 깊게 뿌리박혀 있었다. “이들이 없었다면 역사는 다르게 흘러갔다”는 게 한젠의 지적이다. 이 책은 나치 부역자의 변명을 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가치가 적지 않다. 살기 힘들어질수록 극단이 판친다고 했던가. 우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 프랑스 마린 르펜과 네덜란드 헤이르트 빌더르스 등 극우 지도자의 선전(善戰)을 목도한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같은 독재자도 빼놓을 수 없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이들의 부상에서 나치 독일의 징후가 엿보인다. 나치는 민족의 부흥을 약속했고 전쟁 패배와 경제난으로 고통받던 독일 국민은 이에 화답했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정치·사회적 상황에 대한 무지, 무관심은 곧 ‘죄’다. 한젠은 깨어있는 시민의식이 사라질 때 민주주의가 말살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당신은 혹시 또 다른 브룬힐데 폼젤이 아닌가. 그가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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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염에 무한대기… 쓰러지는 아역들

    “엄마, 너무 힘들어.” 이모 씨(40)는 지난달 단편 드라마 야외 촬영장에서 아역 배우로 출연한 아홉 살 아들의 말에 그저 물을 건넬 수밖에 없었다. 35도가 훌쩍 넘는 폭염 속에서 촬영은 4시간씩 사흘간 계속됐다. 이 씨는 “하루 촬영 시간을 줄여 달라”고 요청했지만 제작사는 비용이 늘어난다며 거절했다. 결국 탈진한 아이는 열이 오르고 호흡이 가빠져 입원했다. 방송계에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 요구는 높아지고 있지만 아동 배우들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2014년부터 시행된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에 따르면 15세 미만은 일하는 시간이 주 35시간을 초과하면 안 된다.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촬영하는 것은 휴일에만 가능하고, 보호자가 동의해야 한다. 하지만 법을 지키는 현장은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아역 배우는 촬영이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많고 ‘무한 대기’도 다반사다. 올해 한 지상파 드라마에 출연한 A 양의 어머니 박모 씨(38)는 “촬영이 오후 4시로 예정됐지만 밤 12시를 넘겨 찍었다. 준비하고 대기한 시간을 합치면 10시간 가까이 걸렸다. 제작진은 ‘방영 3, 4일 전부터 촬영을 시작하니 이해하라’는 식이다”라고 했다. 새벽 늦게 촬영이 끝나 조금 쉰 뒤 곧바로 강행하는 일명 ‘디졸브 촬영’(화면 겹치기 방식의 장면 전환 기법에서 나온 촬영장 속어)에 아이가 동행하는 경우도 있다. 학교 수업 때문에 촬영 일정을 조정하기도 어렵다. 한 아역 배우 부모는 “촬영 스케줄은 일방적으로 통보받기 때문에 시간을 바꿀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촬영장에서 스태프 간 오가는 고성, 욕설 등에 아이가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도 문제다. 하지만 아동 배우들은 열악한 조건을 견딜 수밖에 없다. 촬영장에서 신속하게 적응할 수 있는 ‘다작(多作) 스펙’을 갖춰야 섭외가 들어오기 때문이다. 단편 드라마에 아들을 출연시켰던 김모 씨(40·여)는 “PD가 주 40시간 넘게 촬영을 요구했다. ‘일주일만 고생하면 끝나지 않느냐’고 말해 당황했다”고 토로했다. 영국에서 어린이는 하루 4시간 이상 촬영할 수 없다. 제작사는 이를 엄격히 지켜 영화 ‘해리포터’는 영화 촬영이 6개월 이상 걸렸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9세 미만은 6시간, 16세 미만은 7시간 등 연령별로 촬영 시간을 정해놓았다. 촬영 현장에 교사자격증을 지닌 선생을 보내 아이의 학습권도 보장한다. 한 외주 제작사 PD는 “노동 여건을 개선할 때 성인뿐 아니라 아이까지 고려해 세심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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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염 속 무한대기, 탈진한 아이는 결국…사각지대 놓인 아역배우들

    “엄마, 너무 힘들어.” 이모 씨(40·여)는 지난달 단편 드라마 야외 촬영장에서 아역배우로 출연한 9살 아들의 말에 그저 물만 건넬 수밖에 없었다. 35도가 훌쩍 넘는 폭염 속에서 촬영은 4시간씩 사흘 간 계속됐다. 이 씨는 “하루 촬영 시간을 줄여 달라”고 요청했지만 제작사는 비용이 늘어난다며 거절했다. 결국 탈진한 아이는 열이 오르고 호흡이 가빠져 입원했다. 방송계에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 요구는 높아지고 있지만 아동 배우들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2014년부터 시행된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에 따르면 15세 미만은 근로 시간이 주 35시간을 초과하면 안 된다.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촬영하는 것은 휴일에만 가능하고, 보호자가 동의해야 한다. 하지만 법을 지키는 현장은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아역 배우는 촬영이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많고 ‘무한대기’도 다반사다. 올해 한 지상파 드라마에 출연한 A양의 어머니 박모 씨(38·여)는 “촬영이 오후 4시로 예정됐지만 자정이 넘어 찍었다. 준비하고 대기한 시간을 합치면 10시간 가까이 걸렸다. 제작진은 ‘방영 3,4일 전부터 촬영을 시작하니 이해하라’는 식이다”고 했다. 새벽 늦게 촬영이 끝나 조금 쉰 뒤 곧바로 강행하는 일명 ‘디졸브 촬영(화면 겹치기 방식의 장면전환에서 나온 촬영장 속어)’에 아이가 동행하는 경우도 있다. 학교 수업 때문에 촬영 일정을 조정하기도 어렵다. 한 아역배우 부모는 “촬영 스케줄은 일방적으로 통보받기 때문에 시간을 바꿀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촬영장에서 스태프 간 고성, 욕설 등에 아이가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도 문제다. 하지만 아동 배우들은 열악한 조건을 견딜 수밖에 없다. 촬영장에서 신속하게 적응할 수 있는 ‘다작(多作) 스펙’을 갖춰야 섭외가 들어오기 때문이다. 단편 드라마에 아들을 출연시켰던 김모 씨(40·여)는 “PD가 주 40시간 넘게 촬영을 요구했다. ‘일주일만 고생하면 끝나지 않느냐’고 말해 당황했다”고 토로했다. 영국에서 어린이는 하루 4시간 이상 촬영 할 수 없다. 제작사는 이를 엄격히 지켜 영화 ‘해리포터’는 영화 촬영이 6개월 이상 걸렸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9세 미만은 6시간, 16세 미만은 7시간 등 연령별로 촬영 시간을 정해놓았다. 촬영 현장에 교사자격증을 지닌 선생을 보내 아이의 학습권도 보장한다. 한 외주 제작사 PD는 “노동 여건을 개선할 때 성인 뿐 아니라 아이까지 고려해 세심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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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망한 영화 독설로 떴다? 애정 없인 못해”

    “애정이 없으면 깔(?) 수도 없어요.” 서울 강서구의 한 카페에서 6일 만난 유튜브 채널 ‘거의없다’ 운영자 백재욱 씨(38)가 말했다. 그는 망한 영화들만 골라 리뷰하는 유튜버다. 지난해 1월부터 운영한 채널 구독자는 15만 명. 이미 70여 편의 망작(?)을 혹독하게 비판했다. “이야기가 부실한 데다 신파, 컴퓨터그래픽(CG) 등을 억지로 덕지덕지 발라 놓은 영화가 비판 대상”이라고 했다. 비판하려는 영화 장면을 편집해 내레이션을 입히고 중간 중간 다른 영화 장면을 끼워 넣는다. 이 과정에만 꼬박 이틀이 걸린다. 10여 분 영상을 마무리하는 한 줄평도 인상적이다. 영화 ‘리얼’의 경우 “음식을 시켰는데 주방장이 재료를 다 먹고 접시에 대변을 싸서 내놓은 것 같다”고 했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7년의 밤’을 영화 ‘샤이닝’과 비교하며 “이미 (소설로) 먹힌다는 것이 검증이 됐으니까 ‘꿀이네?’ 할 수 있지만 세상일이라는 게 원래 그렇게 날로 먹기가 쉽지가 않다”고 했다. 올 초에는 최악의 영화를 선정하는 ‘걸(乞)작선 영화제’도 진행했다. ‘7번방의 선물’ ‘해운대’ ‘실미도’ 등 상업적 성공을 거둔 영화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현재 상영 중인 영화는 리뷰하지 않는다. 영상이 확보돼야 더 확실히 비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보비를 받고 특정 개봉 영화를 리뷰해 달라는 요청도 들어왔지만 모두 거절했다. 콘텐츠가 비판 일색이다 보니 제작사에서 영상 사용에 대한 저작권 시비를 걸기도 한다. 사실 그는 한국 영화 마니아다. 뻔한 설정과 소재를 담은 영화들이 공산품처럼 쏟아지는 현실이 안타까워 유튜브를 시작했다. “한때 영화 제작자를 꿈꿨어요. 영화 쪽을 지망하시는 분들에게 제 영상이 ‘(영화를 만들 때) 이런 것들은 피하라’는 지침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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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품 연관어 ‘박물관’→‘브랜드’… 1990년대부터 ‘폭염’ 〉‘혹한’ 역전

    동아일보와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디지털인문학센터가 공동으로 8·15광복 이후 본보에 실린 기사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한민국 70년 동안 우리 사회·문화의 변화상이 고스란히 나타났다. 이 센터가 개발한 ‘동아일보 코퍼스(말뭉치)’ 분석 시스템은 1946∼2014년 발간된 동아일보 기사 260만 건(약 4억100만 어절) 전체를 분석할 수 있다.○ 문화재에서 소비재 된 명품 ‘명품(名品) 브랜드’, ‘명품 가방’…. 신문지상에서 명품이란 단어가 등장한 건 1970, 80년대다. 당시까지만 해도 지금처럼 고급 럭셔리 제품이 아니라 박물관, 전시회, 청자 등 문화재와 관련된 단어들과 함께 쓰였다. “명품을 갖고 있는 수장자들은 특별한 일이 아니면 물건을 팔려고 내놓지 않아 일반 사람들은 박물관이나 미술관 아니면 구경조차 할 수가 없다.”(동아일보 1985년 3월 2일) “고려청자의 빼어난 명품들을 한자리에 모은 ‘고려청자 명품전’.”(1985년 10월 15일) 최종택 고려대 문화유산융합학부 교수는 “1980년대는 발굴조사가 전국적으로 펼쳐지면서 각종 국보·보물급 문화재가 출토돼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던 시기”라고 말했다. 명품이 백화점, 시계, 패션 등의 단어와 함께 쓰이기 시작한 건 1990년대 이후다. 2000년대에는 브랜드, 매장, 제품 등 ‘고급 소비재’를 지칭하는 말로 자리를 잡았다. 짝퉁 명품 밀수 단속 기사가 자주 등장하는가 하면 “샤넬 디오르 루이뷔통 프라다 페라가모 등 국내에서 ‘명품’으로 불리는 유명 해외 브랜드를 영어로 표현하면 럭셔리 혹은 프레스티지다”(2000년 1월 21일)처럼 명품의 정의를 소개하는 기사도 나왔다. ○ 혹한에서 폭염으로 요즘 냉방권이 기본권으로 등장할 만큼 더운 한국이지만 더위보다 추위가 큰 문제였던 시절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60년대 “새해에 접어들어 십육 일째 계속되는 강설과 십삼 년래의 혹한으로 대부분 교통망이 두절돼”(1963년 1월 17일) “폭풍설 몰고 혹한 엄습―전선엔 영하 29도”(1965년 1월 11일) 같은 기사들이 사회면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1950년대 주요 키워드의 하나로 ‘동장군’이 꼽히기도 했다. 실제 1940∼1980년대까지는 기사에서 ‘혹한’이 사용된 빈도가 높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역전돼 ‘폭염’이 더 많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은 기록적 무더위를 맞은 1977, 1994, 2012년 사용이 급증했다. “35년래의 폭염이 밀어닥친 7월의 마지막 주말, 전국은 온통 용광로처럼 들끓어 올랐다.”(1977년 8월 1일)○ ‘공매’→‘학과’→‘게임’ 인기 이동 ‘인기’와 함께 쓰인 단어는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했을까. 예나 지금이나 ‘배우’ ‘가수’ ‘영화’ 등 대중문화의 주인공들이 상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1950년대에는 ‘비료 공매(公賣)에 최고 인기’(1958년 4월 30일) 기사처럼 ‘공매’도 한 문장에서 ‘인기’와 함께 자주 사용됐다. 1980년대 인기와 가장 관련된 단어는 ‘학과’였다. 1981년 대입 전형 방식이 본고사에서 학력고사로 바뀌며 선시험 후지원 방식이 도입됐기 때문이다. “지난 1월 대학 지원에서 치열한 눈치작전이 벌어졌고 끝내는 ‘일류대 인기학과 미달’이라는 기현상이 빚어지고 말았다”(1981년 5월 25일)는 보도는 당시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산업화가 진전되며 취업이 비교적 유리한 상경계열, 공학계열 학과를 선호하던 현상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990년대 이후부턴 정보기술(IT)의 발달과 함께 급격히 성장한 ‘게임’이 인기와 자주 쌍을 이뤘다.○ 여전히 입시 지옥 중인 대한민국 195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지옥’은 내내 ‘입시’와 함께했다. 1960년대 ‘입시 지옥’은 대학 입시보다는 중학 입시 관련 단어와 함께 쓰인 경우가 많았다. 1970년대에는 대중교통 관련 ‘승차’가 지옥과 높은 빈도로 자주 쓰였다. 1980년대까지 ‘팀장’이라는 단어의 사용 빈도는 ‘0’에 가까웠다. 2000년대 급증한 ‘팀장’은 2010년대에는 ‘과장’을 추월했고, ‘부장’과의 간격도 좁혔다. 과장과 팀장이 2000년대 각각 어떤 업무 관련 단어와 함께 자주 언급됐는지 살펴보면 정책, 행정, 지원 등은 ‘과장’이 주로 맡았다. 전략, 투자, 마케팅, 홍보, 분석 등은 ‘팀장’이 맡았다. 스포츠에서 ‘씨름’은 1980년대 평균적으로 ‘골프’보다 기사에서 더 자주 언급됐지만 1988년을 기점으로 역전된다. 1995년 무렵부터 급증한 골프의 사용 빈도는 1998년 이후 박세리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서 잇달아 우승하며 정점을 찍었다.유원모 onemore@donga.com·조종엽 기자   ▼ 외환위기땐 ‘소주’, 2002 월드컵땐 ‘맥주’ ▼정말 맥주는 기쁨의 술, 소주는 슬픔의 술이었을까. 신문에 자주 실린 주류들을 비교하면 실제 관련성이 보인다.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있을 때 소비량이 는다는 속설처럼 올림픽, 월드컵 때 맥주는 신문에 가장 많이 언급됐다. 2002년이 최고치다. ‘서민의 술’ 소주는 외환위기를 겪던 1990년대 후반 언급이 급격하게 늘었다. 동아일보는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 소비 부문에서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단연 저가 품목의 선호 경향이다. 주류시장도 맥주 위스키 시장 우위에서 소주의 약진 형태로 변모하고 있다”(1999년 1월 25일)고 보도했다. 사실 맥주는 1950년대 이후 신문에 가장 많이 언급된 주류다. ‘가짜 맥주’를 만들던 일당이 경찰에 붙잡히거나 1970년대 ‘한독맥주’의 주식 위조사건 등 사회 문제와 관련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막걸리는 1980∼2000년대에 별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다가 2010년 ‘막걸리 붐’을 타고 다른 주류를 압도하면서 반짝 최고치를 찍은 후 다음 해부터 다시 빈도가 줄어들었다. 외식은 어떨까. 불고기는 1960, 70년대 부동의 1위였다. 1980, 90년대 들어 불고기를 추월한 햄버거와 피자는 인스턴트 음식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2010년대 빈도가 하락했다. ‘서민 음식’ 삼겹살은 1990년대가 돼서야 빈도가 늘기 시작했다. 전형주 장안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무역 자유화로 외국산 식품들이 들어오면서 가격이 낮아졌고 고기 전문점도 이때 많이 생겨났다”고 분석했다. 유행은 돌고 도는 듯하다. ‘미니스커트’의 빈도는 가수 윤복희가 미니스커트를 입고 나타나 신드롬을 일으킨 1967, 1968년이 최고치였다. 이후 1992, 1997, 2003, 2007, 2012년 등 약 5년 주기로 언급이 많아지는 현상이 반복됐다. ‘나팔바지’도 1993년 언급이 늘어난 뒤 비슷한 주기로 등락을 되풀이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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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식 시켰는데 XX이 나왔다” 망한 영화만 리뷰하는 유튜버, 왜?

    “애정이 없으면 깔(?) 수도 없어요.” 서울 강서구의 한 카페에서 6일 만난 유튜브 채널 ‘거의없다’ 운영자 백재욱 씨(38)가 말했다. 그는 망한 영화들만 골라 리뷰하는 유튜버다. 지난해 1월부터 운영한 채널 구독자는 15만 명. 이미 70여 편의 망작(?)을 혹독하게 비판했다. “이야기가 부실한데다 신파, 컴퓨터그래픽(CG) 등을 억지로 덕지덕지 발라놓은 영화가 비판 대상”이라고 했다. 비판하려는 영화 장면을 편집해 내레이션을 입히고 중간중간 다른 영화 장면을 끼워 넣는다. 이 과정에만 꼬박 이틀이 걸린다. 10여 분 영상을 마무리하는 한 줄평도 인상적이다. 영화 ‘리얼’의 경우 “음식을 시켰는데 주방장이 재료를 다 먹고 접시에 대변을 싸서 내놓은 것 같다”고 했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7년의 밤’을 영화 ‘샤이닝’과 비교하며 “이미 (소설로) 먹힌다는 것이 검증이 됐으니까 ‘꿀이네?’ 할 수 있지만 세상일이라는 게 원래 그렇게 날로 먹기가 쉽지가 않다”고 했다. 올 초에는 최악의 영화를 선정하는 ‘걸(乞)작선 영화제’도 진행했다. ‘7번방의 선물’ ‘해운대’ ‘실미도’ 등 상업적 성공을 거둔 영화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현재 상영 중인 영화는 리뷰하지 않는다. 영상이 확보돼야 더 확실히 비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보비를 받고 특정 개봉 영화를 리뷰 해달라는 요청도 들어왔지만 모두 거절했다. 콘텐츠가 비판 일색이다 보니 제작사에서 영상 사용에 대한 저작권 시비를 걸기도 한다. 사실 그는 한국 영화 마니아다. 뻔한 설정과 소재를 담은 영화들이 공산품처럼 쏟아지는 현실이 안타까워 유튜브를 시작했다. “한 때 영화 제작자를 꿈꿨어요. 영화 쪽을 지망하시는 분들에게 제 영상이 ‘(영화를 만들 때) 이런 것들은 피하라’는 지침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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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전-피란민’에서 ‘인터넷-펀드’로

    광복 이후 시대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어떻게 변화해 왔을까.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디지털인문학센터는 ‘핵심어로 본 시대상의 변화’ 논문에서 1946년부터 2014년까지 동아일보 기사를 10년 단위로 분석했다. 1950년대는 전쟁의 시대였다. 휴전, 포로, 괴뢰, 피란민, 수용소 등이 지면을 장식했다. 6·25전쟁 후 국제사회 원조와 관련된 물자, 국채, 배급 등 키워드도 다수였다. 특이한 점은 ‘공군’이 자주 등장했는데 이는 전쟁 당시 북한, 중공군을 압도했던 연합군 공군의 활약상을 자주 지면에서 부각시켰기 때문이다. 1960년대는 혁명, 부정, 부패, 축재자, 폭력배 등 4·19혁명과 관련된 단어가 많았다. 이후 급변했던 정치 상황에 맞게 민의원, 참의원, 개헌 등이 뒤따랐다. 반공의 시대인 만큼 삐라, 빨갱이, 공산당, 공비 등 이념적 대립을 상징하는 단어 사용은 1970년대까지 이어졌다. 1970년대에는 석유, 인플레, 대륙붕 등 이 시기 국제사회를 강타했던 오일 쇼크 관련 단어들이 주목을 받았다. 1980년대 핵심 키워드는 민주화였다. 개헌, 석방, 직선제, 최루탄, 계엄령, 고문치사 등의 단어와 더불어 올림픽도 자주 언급됐다. 1990년대부터는 재벌, 실명제, 수표, 덤핑 등 경제 관련 키워드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정리해고, 경제난 등 외환위기 시절의 어두운 면을 상징하는 단어들도 관찰됐다. 2000년대는 인터넷, 홈페이지, 사이트, 온라인, 동영상 등 정보화와 관련된 키워드가 등장했다. 이전 시기와 다르게 공부, 특목고, 사교육, 체험 등 교육, 문화 관련 단어도 크게 늘었다. 삶의 질이 향상됐지만 고령화, 양극화, 독거노인, 비정규직 등 새로운 사회 문제도 생겨났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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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엔 섹시, 여름엔 발랄, 가을엔?

    “바다야∼ 바다야∼ 모두 가져가줄래∼.” 지난달 30일 4인조 걸그룹 ‘트위티’가 발표한 ‘바다야’ 가사 중 일부다. 뜨거운 햇살 아래 복고풍 기타 리듬과 브라스, 칼림바 소리가 어우러진 노래를 듣고 있자면 당장 여름 해변으로 달려가고 싶어진다. 7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멤버들도 노래처럼 무척 밝았다. 이들은 ‘바다야’를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 등 최근 유행하는 장르보다 더 많은 연령대가 좋아할 수 있는 노래”라고 입을 모았다. 트위티는 ‘Trend’와 ‘Sweety’의 합성어. 2015년 데뷔한 이들은 이름처럼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보여 왔다. ‘바다야’의 발랄함과 달리 올 3월 발표한 ‘배드 보이’는 강한 여자를 상징하는 ‘걸크러시’ 콘셉트였다. 이 노래는 특히 중국, 브라질 등 해외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기대도 안 했는데 해외 팬들이 많이 성원해주셔서 깜짝 놀랐어요. 언제든지 준비는 돼 있죠. 2년 전부터 독학으로 중국어를 공부해 의사소통도 가능할 정도랍니다.”(해린) 10대부터 20대 중반까지 멤버 연령층이 다양하지만, 트위티는 “운동선수 출신 멤버가 많아서 그런지 단합은 어느 그룹에도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말한다. 리더 아인은 학창 시절 인라인스케이트와 펜싱 선수였다. 해린도 수영과 배드민턴, 육상 등 여러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렇다고 팀 분위기가 딱딱한 건 결코 아니다. 막내 보름은 아무리 스케줄이 바빠도 왕복 두 시간 거리 고등학교를 빠지지 않는다. 보름은 “다른 언니들이 진짜 친언니들처럼 잘 챙겨준 덕분”이라고 귀띔했다. 이런 분위기 덕에 ‘바다야’ 신곡 발표 직전 들어온 새 멤버 채아도 그룹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었다. “아인 언니가 지닌 청순 매력 이미지가 탐이 난다”고 하자, 아인은 “얼른 가져가”라며 서로 깔깔거렸다. ‘사상 최악의 폭염’이라는 요즘, 트위티는 2주 전 ‘바다야’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며 무척 애를 먹었다. 서해의 한 섬에 들어가 진행했는데, 일정상 오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3시까지 치른 강행군에 “너무 더워서 탈진할 뻔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해린은 “뮤직비디오를 보면 저랑 채아랑 앞머리가 없다. 땀 때문에 주체가 안 돼 넘길 수밖에 없었다”며 웃었다. 어느덧 3년 차 걸그룹이지만 이들의 마음가짐은 여전히 갓 데뷔한 신인이다. 막내 보름은 “봄에는 섹시, 여름에는 발랄했다. 다음은 어떤 모습을 선보일지 벌써부터 기대된다”고 했다. 트위티는 올해 꾸준히 계절별로 싱글 앨범을 내며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롤 모델은 ‘걸스데이’ 선배님들이에요. 선배들도 무명 시절 어려움을 겪었지만, 꾸준히 활동해 빛을 보셨잖아요. 저희도 언젠가 그럴 날이 오겠죠? 하하.”(아인)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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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걸그룹 트위티 “봄에는 섹시, 여름에는 발랄, 다음은…”

    “바다야~ 바다야~ 모두 가져가줄래~” 지난달 30일 4인조 걸그룹 ‘트위티’가 발표한 ‘바다야’ 가사 중 일부다. 뜨거운 햇살 아래 복고풍 기타 리듬과 브라스, 칼림바 소리가 어우러진 노래를 듣고 있자면 당장 여름 해변으로 달려가고 싶어진다. 7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멤버들도 노래처럼 무척 밝았다. 이들은 ‘바다야’를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 등 최근 유행하는 장르보다 더 많은 연령대가 좋아할 수 있는 노래”라고 입을 모았다. 트위티는 ‘Trend’와 ‘Sweety’의 합성어. 2015년 데뷔한 이들은 이름처럼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보여 왔다. ‘바다야’의 발랄함과 달리 올 3월 발표한 ‘배드 보이’는 강한 여자를 상징하는 ‘걸크러시’ 컨셉트였다. 이 노래는 특히 중국, 브라질 등 해외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기대도 안했는데 해외 팬들이 많이 성원해주셔서 깜짝 놀랐어요. 언제든지 준비는 돼 있죠. 2년 전부터 독학으로 중국어를 공부해 의사소통도 가능할 정도랍니다.”(해린) 10대부터 20대 중반까지 멤버 나이대가 다양하지만, 트위티는 “운동선수 출신 멤버들이 많아서 그런지, 단합은 어느 그룹에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말한다. 리더 아인은 학창시절 인라인스케이트와 펜싱 선수였다. 해린도 수영과 배드민턴, 육상 등 여러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렇다고 팀 분위기가 딱딱한 건 결코 아니다. 막내 보름은 아무리 스케줄이 바빠도 왕복 두 시간 거리 고등학교를 빠지지 않는다. 보름은 “다른 언니들이 진짜 친언니들처럼 잘 챙겨준 덕분”이라고 귀띔했다. 이런 분위기 덕에 ‘바다야’ 신곡 발표 직전 들어온 새 멤버 채아도 그룹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아인 언니가 지닌 청순 매력 이미지가 탐이 난다”고 하자, 아인은 “얼른 가져가”라며 서로 깔깔거렸다. ‘사상 최악의 폭염’이라는 요즘, 트위티는 2주 전 ‘바다야’ 뮤직비디오 촬영하며 무척 애를 먹었다. 서해의 한 섬에 들어가 진행했는데, 일정상 오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3시까지 강행군에 “너무 더워서 탈진할 뻔했다”고 떠올렸다. 해린은 “뮤직비디오를 보면 저랑 채아랑 앞머리가 없다. 땀 때문에 주체가 안 돼 넘길 수밖에 없었다”며 웃었다. 어느덧 3년차 걸그룹이지만 이들의 마음가짐은 여전히 갓 데뷔한 신인이다. 막내 보름은 “봄에는 섹시, 여름에는 발랄했다. 다음은 어떤 모습을 선보일지 벌써부터 기대 된다”고 했다. 트위티는 올해 꾸준히 계절 별로 싱글 앨범을 내며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롤 모델은 ‘걸스데이’ 선배님들이에요. 선배들도 무명시절 어려움을 겪었지만, 꾸준히 활동해 빛을 보셨잖아요. 저희도 언젠가 그럴 날이 오겠죠? 하하.”(아인)신규진기자 newjin@donga.com}

    • 2018-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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