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찬

황인찬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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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특파원 황인찬입니다. 한일 관계가 더욱 좋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일본에 왔습니다. 일본의 오늘을 보여드립니다.

hic@donga.com

취재분야

2026-02-28~2026-03-30
일본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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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정효씨 한국 현대사 풍자 ‘역사소설 솔섬’ 펴내

    소설가 안정효 씨(70·사진)가 한국 현대사를 풍자한 ‘역사소설 솔섬’(나남출판)을 펴냈다. ‘하얀 전쟁’ ‘은마는 오지 않는다’ 등 묵직하고 사실적인 작품들을 써왔던 그가 이번에 선보인 작품은 판타지와 역사, 정치 그리고 풍자가 어우러진 ‘희극적 비판 소설’. 그는 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풍자 소설을 읽고 스스로 깨치고 웃으며 지나치는 사람도 있겠지만 화를 내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안 씨는 16년 만에 펴낸 이번 장편에 대해 “군대나 회사에서는 (시간이 지나면) 그냥 계급이 올라가는데 문학은 그렇지 않은 것을 알았다. ‘나 자신을 해방시키자’라고 생각하며 즐겁게 쓴 소설”이라고 말했다. 세 권으로 나눠 펴낸 이 작품은 가상의 섬 ‘솔섬’이 점차 융기하면서 이 땅의 권력과 이윤을 차지하려는 정치인과 투기꾼, 조직폭력배들의 얘기를 다뤘다. 이들의 배신, 권모술수를 통해 한국사회를 비판한다. 시점은 2007년부터 시작해 1945년으로 되짚어가 마무리한다. 절대 선지자를 다룬 소설을 쓰려다 배경 설명으로 삽입한 정치 얘기가 너무 분량이 커져 아예 정치만 떼어내 따로 책을 냈다고 한다. ‘철새 정치인’은 실제로 하늘을 날아다니고, 떡값 2억 원을 받은 실세들은 실제 떡 2억 원어치를 먹는 벌을 받는다는 등 정치권에 대한 조롱과 비판이 가득하다. 역대 대통령과 정치인들의 실명은 나오지 않지만 그들의 행동에서 누구인지를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안 씨는 “요즘에는 정치인들이 국민보다 정치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지금 정치권의 혼란도 국민이 정치권을 쥐고 흔들며 (정치인들을) ‘훈련’시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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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류의 해 2011]한류관광에 문학한류 이어 의료한류까지…

    올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1000만 명에 육박한 가운데 한류 열풍으로 인한 관광객 유입 효과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지금이 한류 관광 활성화 대책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진단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실시한 외래관광객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 온 이유 중 10위가 ‘한류스타 팬미팅 및 촬영지 방문’(10.1%·복수 응답)인 것으로 조사됐다. 1000만 명이 한국을 찾는 점을 감안하면 100만 명 이상의 외국인이 한류 열풍과 직간접으로 연관이 있는 셈이다. 서울로 범위를 좁히면 한류 관광의 위력은 더욱 크다. 올 9월 서울시가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서울을 여행지로 선택한 이유를 묻자 40.6%(복수 응답)가 ‘한류문화 체험’을 꼽았다. ‘일반 휴가차 왔다’(83.9%)는 응답에 이은 2위였다. 국내 한류 관광은 그동안 적지 않은 부침을 겪었다. 1999년 영화 ‘쉬리’ 이후 시작된 한류 관광은 2003년과 2004년 드라마 ‘겨울연가’와 ‘대장금’이 각각 일본과 중화권에서 방영되며 폭발적인 관광객 증가세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후 케이팝(K-pop·한국대중가요) 열풍이 불 때까지 새로운 ‘히트상품’을 발견하지 못해 2009년까지 침체기를 겪었다. 김남조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올해 관광객 1000만 명 시대를 연 데는 드라마와 가요로 이어지는 한류 열풍을 신속하게 관광으로 연계했던 요인이 컸다”며 “앞으론 한류를 통해 한국의 이미지를 상승시키고, 이를 통해 관광객을 유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 신경숙 소설 美 돌풍-한강 日호평… 공지영-김애란도 각국과 출판계약 ▼2011년은 한국 문학이 세계 출판계에서도 당당히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한 해였다. 특히 정부 주도가 아니라 작가가 직접 에이전시를 통해 해외 출판사들과 계약해 책을 선보이고 성공했다는 점에서 한국 문학 수출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Please Look After Mom)’는 4월 미국에서 출간 당시 초판 10만 부를 찍으며 화제를 모았고,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양장본 소설 부문 14위까지 오르며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함께 받았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31개국과 판권 계약도 맺었다. 세계 최대 인터넷서점 아마존닷컴이 선정한 ‘문학·픽션 부문 올해의 책 베스트 10’, 올해 출간된 모든 책을 대상으로 하는 ‘올해의 책 베스트 100’에 각각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10월 영국 출판사 쇼트북스에 판권을 판매한 것을 비롯해 중국 일본 이탈리아 프랑스 등 11개국과 출판 계약을 맺었다.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일본 베트남에서 이미 출간돼 평단의 호평을 받았고, 올해 국내 베스트셀러인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은 이미 프랑스 일본 중국 대만과 판권 계약을 마쳤다. 신경숙 공지영 등의 해외 진출을 이끈 이구용 케이엘매니지먼트 대표는 “올해는 한국 문학이 해외에서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실히 보여준 한 해였다”며 “해외 출판사들도 한국 문학을 단순히 ‘소개’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중동 만성질환-암환자들 몰려와… 올 입국 외국인 11만명으로 급증 ▼한국관광공사가 27일 내놓은 ‘한국의료관광총람 2012’에 따르면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 내한한 외국인은 2009년 6만201명에서 지난해 8만1789명으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 11만 명으로 다시 늘었다. ‘의료한류’ 붐이 불기 시작한 2000년대 후반 외국인들은 한국의 피부미용과 성형에 큰 관심을 가졌다. 이 추세는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전체의 14.0%가 피부과나 성형외과를 찾은 것. 여기에 다른 질환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13.5%가 소화기내과와 순환기내과를, 13.1%가 건강검진센터를, 9.8%가 가정의학과를 찾은 것. 대표적 사례가 최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보건청이 서울대병원에 보낸 28세 성대결절 환자다. 그는 자국에서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내년 3월 두 번째 치료를 예약한 뒤 귀국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연골 이식으로 완치가 가능하다는 답변에 환자가 매우 만족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환자 에사 무함마드 알리 씨(68)는 서울아산병원에서 식도종양수술을 받았다. 영국과 미국, 프랑스 등의 병원을 찾았지만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해 한국을 찾은 것. 이처럼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쿠웨이트, 오만 등 중동 국가들의 ‘의료한류’에 대한 관심이 높다. 중동 국가에서는 만성질환자와 암 환자가 크게 늘고 있지만 의료수준이 낮아 보건당국이 전액 의료비를 부담하면서까지 선진국에 환자를 보내고 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 2011-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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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 잊을 수 없는 ‘그날’]스릴러 소설 ‘7년의 밤’ 쓴 정유정 작가의 7월 16일

    아침부터 비가 퍼부었다. 낮게 드리운 검은 구름은 지표면에 짙은 그림자를 만들었다. 시야를 가리는 희뿌연 안개는 댐으로 가는 길을 좀처럼 내주지 않았다. 자주 드나들던 길을 이날만은 돌고 돌아 가야 했다. 기괴하고 음침했다. 댐에 다다랐을 때, 5개의 모든 수문은 입을 열고 거대한 폭포처럼 물을 뱉어내고 있었다. 아래에서 올려다본 댐의 모습은 장엄하고 충격적이었다. 짧은 탄식이 그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나왔다. ‘아! 내가 소설에 쓴 댐하고 똑같구나.’ 올해 한국 문단은 40대 새 스타 작가를 배출했다. 장편소설 ‘7년의 밤’(은행나무)을 펴낸 소설가 정유정(45). 3월 출간된 ‘7년의 밤’은 21만 부가 판매되며 그의 이름 석 자를 문단만이 아니라 대중의 뇌리에도 확실히 새겼다. 순문학과 장르문학의 경계를 허물며 장르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문단의 평가를 받았고, 출판인들의 모임인 ‘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선정한 ‘올해의 책’ 대상 수상작으로도 선정됐다. 작품은 심야에 한 소녀를 승용차로 치고 우발적으로 호수에 유기한 뒤 점차 미쳐가는 사내, 그리고 딸을 죽인 범인의 아들에게 복수를 감행하는 피해자 아버지의 숨 막히는 대결을 그렸다. 사고 당시와 7년이 흐른 뒤의 현재를 넘나들며 밀도 있게 전개되는 이 스릴러 소설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작가가 건설한 거대한 ‘세령호’ 댐이다. 사건의 시발점인 교통사고가 댐의 우회도로에서 벌어졌고, 범인을 둘러싼 팽팽한 조사가 펼쳐지거나 수문이 열려 마을이 수몰되는 아비규환이 펼쳐지는 곳도 세령호다. 세령호 댐의 실제 모델은 전남 순천시 주암면에 있는 주암댐. 작가는 2년여의 구상과 집필 기간 동안 한 달에 한두 번 이곳을 찾았지만 소설 속 세령호처럼 ‘음침하고 기괴한’ 댐의 모습을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출간 넉 달여가 지나 한 방송사 인터뷰를 위해 주암댐을 찾았을 때 그는 ‘세령호의 환영’을 봤다. 7월 16일이었다. “잔뜩 낀 먹구름 탓에 한낮인데도 밤처럼 컴컴하고, 폭우에 수문이 모두 개방돼 물이 콸콸 쏟아졌지요. 그렇게 살벌한 모습의 댐을 본 것은 처음이었어요. 제가 상상속으로 만들어낸 세령호가 바로 눈앞에 있는 듯했습니다.” 작가가 한 해를 보내며 가장 기억에 남는 날은 베스트셀러가 된 날도, 1억 원의 영화 판권 계약을 맺은 날도 아니었다. 자신이 만든 가상의 세계가 현실로 구체화된 장면을 본 순간 작가는 큰 충격과 감흥에 빠져들었다. “음산하고 살벌한 세령호와 너무 똑같아서 놀라기도 했지만 한편 기뻤어요. 제가 그만큼 작품 속에서 호수를 사실적으로 그려낸 것 같아서요.” 중환자실 간호사 출신인 작가는 2007년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로 세계청소년문학상을, 2009년 ‘내 심장을 쏴라’로 세계문학상을 받았다. ‘7년의 밤’은 수상 타이틀 없이 출간해서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이번 작품은 어떻게 봐줄까, 내심 걱정이 많았죠. 호평이 많아서 기뻤지만 당장 차기작이 걱정이군요. 다음번에는 ‘작살나지’ 않을까, 우려가 들었어요.” 2년에 한 번꼴로 장편을 내온 작가는 10월 차기작 집필에 들어갔다. 전남 신안군 증도에 한 달 넘게 칩거해 ‘이마를 쥐어짜며’ 이미 초고의 3분의 2를 마친 상태. 인수(人獸)공통전염병이 돌아 폐쇄한 한 도시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팽팽하게 그렸다. “아직 보충취재도 더 해야 하고, 제 스타일이 쓰고 수정하는 작업을 반복하기 때문에 내년은 작품 보강에만 매달려야 할 것 같아요. 2013년 3월쯤에는 내놓을 수 있을 것 같아요.”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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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문학]‘잔혹극의 창시자’ 삶의 궤적을 추적하다가…

    앙토냉 아르토(1896∼1948). 프랑스의 극작가이자 배우, 그리고 초현실주의 시인인 그의 희곡은 대사나 연기뿐 아니라 조명과 음향 등의 총체적 결합으로 관객을 집단적 흥분 상태로 끌고 간다. ‘잔혹극의 창시자’라고 불리며 연극사에 한 획을 그었지만 평생 정신병에 시달리다 요양원에서 숨을 거둔다. 작품은 불행한 삶을 살았던 천재 극작가 아르토의 행적을 쫓는 경제일간지 문화부 여기자 임현준과 아르토 연구자 박동주의 궤적을 그렸다. 임현준은 특집 기사 ‘현대인의 내면 풍경-광기의 역사’를 위해 아일랜드와 프랑스를 찾아 아르토가 남긴 흔적을 찾고, 박동주의 해설을 듣는 동안 아르토의 광기 어린, 하지만 지극히 순수한 예술혼에 끌린다. 연락이 끊긴 아버지와 먼저 세상을 떠난 옛 남자친구 등으로 깊게 파인 임현준의 내재적 상처가 다른 상처 입은 영혼인 아르토의 삶과 맞닿으며 점차 치유되는 과정을 잔잔히 그려낸다. 아르토가 반 고흐의 죽음에 대해 “그가 미친 것이 아니라 미친 사회가 그를 궁지에 몰아가 결국 자살시켰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임현준 또한 아르토에 대한 세상의 편견에 대해 이렇게 항변한다. “아르토에 대한 이해는 바로 잔혹에 대한 오해로부터 시작한다. 아르토의 잔혹은 차마 눈뜨고 못 볼 처참한 장면 등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부서지는 에메랄드빛 순수의 파도 앞에서까지 현실을 이야기해야 하는 것, 그게 잔혹이다.” 연극뿐만 아니라 미술, 문학, 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와 그에 얽힌 뒷얘기들을 양념처럼 집어넣어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킨다. 프랑스 극작가 장 주네, 한국 연출가 이윤택 등의 작품이 공연되는 서울 대학로 풍경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점도 눈에 띈다. “우리는 거짓으로 이루어진 환경에서 태어나고, 살아가고, 죽는다”를 비롯해 아르토가 남긴 명문들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임현준의 현재와 과거, 박동주의 번역서, 아르토의 이야기 등이 매끄럽게 전환되지는 않는다. 종종 눈에 띄는 에세이 같은 느슨한 서술들은 소설적 긴장감을 떨어뜨린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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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과학]‘지적 설계론’에 대한 반박

    진화론을 부정하고 창조론을 지지하는 미국의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은 ‘지적 설계론’을 주장한다. ‘생명은 조상 없이 완전한 형태로 출현한다’ ‘종 사이의 진화는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게 그들의 생각. 이는 이름만 바꾼 창조론이다. 미국의 과학자 16명이 지적 설계론을 반박하며 진화론의 과학적 증거들을 제시했다. 수많은 화석, 자연 환경에 맞춰 스스로를 변화시킨 동식물, 그리고 생물의 지리적 분포 등을 통해 진화론의 타당성을 역설한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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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착한 일은커녕 사고만 쳤으니… 그래도 산타가 선물 주시겠지?

    생일과 어린이날, 그리고 크리스마스는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날. 갖고 싶었던 것들을 선물 받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럼 차이점은 무얼까. 생일과 어린이날은 엄마 아빠로부터 선물을 받지만, 크리스마스에는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을 받는다는 것. 아이들은 머리맡에 몰래 선물을 두고 가는 산타 할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잠을 안 자려고 졸린 눈을 비비다 깜박 잠이 들고, 대개 눈을 뜨면 성탄절 아침이다.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산타 할아버지로부터 편지를 받는다면 어떨까. 책의 시작은 꼬마 요정 우체국이 보낸 한 통의 편지로 시작된다. 산타 할아버지는 착한 일을 많이 한 친구들에게 선물을 주겠다며 올 한 해 동안 해온 착한 행동을 알려달라고 꼬마 마이클에게 편지를 보낸다. 마이클은 선물을 받기 위해 급히 엄마 아빠 돕기에 나서지만 도움은커녕 사고만 치게 된다. 마이클은 점점 조바심이 난다. 익히 알고 있는 크리스마스 선물 얘기를 산타클로스와 마이클이 주고받은 편지 형식으로 풀어내 색다르다. 산타클로스가 엄마 아빠와 주기적으로 통화를 한다거나 꼬마 요정들이 북쪽 나라에 살고 있는 산타클로스에게 편지를 전해준다는 발상도 아기자기하다. 무엇보다 마이클이 사고를 치면서 반성하고 스스로 받고 싶은 선물을 마지못해 줄이는 설정이 귀엽고 사랑스럽다.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대화하기에 좋은 책. 산타 할아버지가 보낸 ‘착한 일 테스트’를 함께 풀며 아이들과 함께 올 한 해를 돌아볼 수 있다. 크리스마스 선물 얘기로 자연스레 이어가면 좋을 듯하다. 그런데 마이클은 선물을 받았을까.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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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국권상실기 한국詩의 발자취

    “시편들의 높낮이가 심한 편이고 동일한 시편에서도 자갈과 구슬이 마구 섞여 있는 형국이다. 그런데도 몇 편의 시는 우리 시의 최고 경지를 보여 주고 있으며, 언뜻 서투르고 미숙해 보이는 시편도 범접하기 어려운 특유의 위엄과 깊이를 갖고 있다.” 책 속 만해의 시를 평가한 부분이다. 50년 넘게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가 1920∼1945년 한국 근대시의 궤적을 정리했다. “국권 상실기에 모국어의 놀라운 세련 능력이 이뤄진 것은 한국 시의 긍지요 위엄”이라고 당시 시단을 꿰뚫어본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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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내가 겨울 속에 있을때, 아내는 봄 속에 있었다

    익숙했던, 그리고 확신했던 모든 것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질 때. 오래도록 내가 살던 이 땅을 불현듯 떠나고 싶고, 한 번도 가지 않은 이국의 어디쯤에 나의 진정한 삶이 있을 것만 같을 때. 이럴 때는 말없이 길을 떠나야 한다. 작품은 존재와 시간, 그리고 공간의 혼돈 속에서 자신을 찾아가는 두 남자의 여정을 그렸다. 교통사고로 아내와 두 아이를 잃고 한순간에 삶의 좌표를 잃어버린 40대 중년 남자 이연은 대학 선배가 있는 독일로 떠난다. 선배로부터 20세기 고고학자 이무가 쓴 ‘이무(李無) 혹은 칸 홀슈타인의 기록-1902년 봄에서 1903년 겨울까지’의 번역서를 건네받은 이연은 한 세기 전에 살았던 그에게서 동질감을 느낀다. 한국을 떠나 독일로 온 이연처럼 이무도 독일을 떠나 아직 발견되지 않은 고대 도시인 하남을 찾아 떠나기 때문이다. 작품은 시공간을 뛰어넘은 두 남성의 여정을 교차시키며 탄탄히 나아간다. 또한 이무가 하남으로 가는 길에 만난, 도시와 이름이 같은 여성인 하남은 두 남자의 닫혔던 마음의 눈을 뜨게 만든다. 하남에 왔을 때 하남은 말한다. “사람들은 신대륙을 발견하는 공간 여행은 사실이라 여기면서 시간 여행은 믿지 않는다”고. 이무는 깨닫는다. 같은 시간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도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실은 전혀 다른 시간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이 기록을 읽은 이연도 깨닫는다. 아내와 나는 같은 시간을 보냈어도, 내가 겨울 속에 있을 때 아내는 봄 속에 있었을 수 있다는 것을…. ‘그때였다. 갑자기 나는 이 사원 터가 폐허가 아닌, 지금 존재하고 있는 사원인 것 같다는 착각에 빠져들었다. 저 여자가 걷는 곳에 있는 긴 사각형의 주춧돌 사이로 돌담이 올라오고, 그 돌담 사이에 창문이 만들어지고….’ 작가는 고대 도시의 환영을 통해 시공간의 경계를 허물어 버리고, 확고했던 현실 인식을 느슨하게 만든다. 상상력은 윤회까지 확장된다. 아내를 잃은 이무는 여운이 있는 글을 남긴다. ‘나는 다시 태어나고 싶다, 너에게로 가기 위해. 그리고 누군가 이 기록을 읽는 사람이 있다면 다시 태어난 나일 것이다.’ 이연뿐만 아니라 독자들에게, 그리고 작가 스스로에게 보내는 말이기도 하다. 작가 또한 한국을 떠나 20년째 독일에서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뮌스터대 고고학 박사과정을 마친 작가가 들려주는 고고학 얘기도 흥미롭다. 미지의 도시나 낯선 유럽의 거리에서 실존을 고민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전하는 작가는 스스로에게 묻고 답한다. “나는 어디에 있을까? 그 대답을 나는 아마도 영원히 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하는 늦가을. 비 오는 서울 밤거리를 오래 걷다가 얼마나 이곳은 나에게 낯선가, 생각했지. 그런데도 얼마나 익숙한가, 라고도 생각했어. 이 두 극 속에 우리가 있는 곳과 우리가 동경하는 곳이 있지 않을까, 싶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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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쿤데라의 모든 것, 15권에 묶어

    체코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밀란 쿤데라(82)의 전집. 1975년 프랑스에 정착한 쿤데라의 신작은 주로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를 통해 단행본 행태로 나왔을 뿐 전집으로 묶인 적은 드물다. 쿤데라의 장편소설, 단편집, 에세이, 희곡 등을 15권의 책으로 구성했다. 이번에 ‘농담’ ‘삶은 다른 곳에’ ‘웃음과 망각의 책’ ‘불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등 5권이 먼저 나왔고, 내년 1월부터 홀수 달에 한 권씩 출간해 2013년 7월 전집을 완성할 계획이다. 전집에 포함된 에세이 ‘어느 만남’(2012년 3월 출간 예정)과 희곡 ‘자크와 그의 주인’(2013년 출간 예정)은 국내에 처음 번역되는 작품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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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사랑하고 보니 여인이었소”… 세종 며느리의 금지된 욕망

    “요사이 듣건대, 봉씨가 궁궐의 여종 소쌍이란 사람을 사랑하여 항상 그 곁을 떠나지 못하게 되니, 궁인들이 혹 서로 수군거리기를, ‘빈께서 소쌍과 항상 잠자리와 거처를 같이한다’고 하였다.”(‘세종실록’ 1436년 10월 26일자)‘역사적 인물이 내게 다가올 때 글을 쓴다’는 ‘미실’의 작가 김별아는 이 한 줄의 기록을 통해 봉빈을 만났다. 봉빈은 문종의 세자빈으로 궁궐에 들어갔다 폐빈 당한 인물. 그 이유도 기이했다. 궁궐 안의 여종 소쌍과 정분을 나눴기 때문이다. 실록에 기록된 유일한 동성애 사건의 당사자인 봉빈은 이후 행실이 단정치 못한 여자로 평가받아 왔다. 그것만이 전부일까. 수많은 사람이 ‘갇힌 채’ 생활하는 조선시대 궁궐에서 공식적으로 사랑이 허락된 사람들은 왕족밖에 없다. 하지만 사랑은, 성욕은 없앨 수 없는 인간의 본성. 작품은 사랑이 금지된 공간에서 사랑을 위해 목숨을 거는 사람들을 그린다. 아름다운 외모의 봉빈은 세자빈으로 간택된 후 첫날밤을 맞지만 남편 문종은 그녀를 소 닭 보듯 한다. 세자로서의 책임과 의무가 머릿속에 가득한 문종에게 여자와의 사랑은 뒷전이었다. 문종의 무심함에 봉빈은 낙담하고 절망하며, 지독한 외로움에 휩싸인다. 그때 우연히 소쌍을 만난다. 소년 같은 소녀인 소쌍의 살 냄새, 인간적인 온기에 봉빈은 사랑에 눈뜬다. 궁녀나 내시 등 궁궐 사람들의 금지된 욕망을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궁녀 사이에는 동성애 관계를 맺는 대식(對食) 행위가 만연했는데 그 연유 가운데 하나가 상궁이 되기 전 나인들은 두 명씩 짝지어 10∼20년 동안 한 방을 썼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내시 중에 완전히 거세가 되지 않은 사람들은 나인들과 몰래 정분을 맺었다는 얘기도 전한다. 이 때문에 진짜로 거세가 됐는지 때때로 검사를 하기도 했다. 봉빈의 동성애도 특별한 케이스가 아닌 수많은 ‘몰래한 사랑’ 가운데 하나인 셈이다. 봉빈은 동성애가 탄로 나자 이렇게 절규한다. “그저 사랑하고 나서 보니 사내가 아니었을 뿐이다. 사랑한 사람이 여인이었을 뿐이다.” 작가는 동성애 소재가 자칫 선정적으로 보일까 염려했다. 작품에는 대식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 등 자극적인 부분이 자주 나온다. 이야기 전개에 필요한 부분들로 여겨지며, 그 수위도 눈에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단지 봉빈과 소쌍의 동성애가 중심 소재인데도 이들의 만남은 중반 이후 시작되며 봉빈의 일방적인 구애에 가까워 애틋한 느낌은 덜하다. 둘의 사이가 진정한 사랑이 아닌 욕구 해소의 관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문종의 아버지인 세종이 엄격하고 고지식한 인물로 묘사되는 것도 이채롭다. “역사는 강자, 승자 위주의 기록이다. 봉빈에 대한 기록 또한 세종이 말하고 실록을 통해 전해지는 게 전부다. 봉빈과 같은 여성, 그리고 패자의 역사를 말하고 싶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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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희문학창작촌 ‘동네 창작소’로 변하나

    도심 속 창작 공간으로 문인들의 사랑을 받아온 서울 서대문구 연희문학창작촌이 개관 2년여 만에 큰 변화를 맞고 있다. 문인들이 직접 관리하고 이용했던 이 공간의 운영에 주민들을 참여시키는 방안을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것. 그러나 문인들의 우려도 적잖다.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작가들의 집필 활동에 방해를 줄 수 있어 시민만 있고 작가는 없는 공간이 될지 모른다”는 염려다. 2009년 11월 개관한 연희문학창작촌은 서울시가 만들어 서울문화재단이 위탁 운영하고 있으며 강원 원주시 토지문화관, 강원 인제군 백담사 만해마을과 함께 국내 대표적 문인 창작촌으로 꼽혀왔다. 지난달 서울시는 연희문학창작촌의 운영위원회를 폐지하고, 주민과 지역문화인 등이 참여하는 ‘주민공동협의회’를 신설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기존 운영위원회는 문인 7명으로 구성돼 창작촌 운영 및 향후 계획을 문인 스스로 결정하는 형태였지만 새로 출범하는 주민공동협의회는 입주 작가를 포함한 문인 3명 외에 주민, 지역문화단체장, 서대문구 문화담당자, 문학단체 간부를 참여시켜 총 7명 이상이 참여한다. 문인 외의 인사가 절반을 넘는 셈이다. 연희문학창작촌의 주민 참여 확대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펼치고 있는 ‘참여 시정(市政)’의 일환이다. 서울시 문화사업팀 관계자는 “예술가들만 소통하는 것은 의미가 적다. 행정적으로는 공간 활용도를 높이고 주민들의 참여를 제도화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연희문학창작촌은 대지 6915m², 총면적 1480m²의 공간에 건물 4채, 집필실 20개, 공동휴게실, 산책로 등으로 구성돼 있다. 그동안 입주 경쟁률이 3 대 1을 웃돌며 작가들 사이에 인기가 높았다. 운영위원들이 심사소위원회를 열어 문단 활동과 향후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입주 작가를 선정했다. 신달자 은희경 성석제 김인숙 김사인 백가흠 백영옥 등 문인 100여 명이 이곳을 거쳐 갔다. 시는 갓 등단한 작가나 등단 전인 작가지망생에게 집필실을 내주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유명 작가들에게 치중됐던 집필실의 문호를 일반인들에게 넓히자는 취지다. 하지만 연희문학창작촌을 거쳐 간 문인들은 “지금도 시낭송회나 문학치료 등 주민 참여 행사가 많다. 시민들이 상주할 경우 작가들의 집필 활동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신달자 시인은 “창작촌은 ‘순전히 분위기’다. 훌륭한 작가가 많이 들어와서 서로 자극하고 분발해 큰 작품을 써내자는 게 창작촌의 기본 취지인데 그게 훼손될 수 있다”며 “연희문학창작촌은 ‘조용하고 신비스러운 공간’이어서 문인들이 찾았는데 (일반)사람이 많이 오면 그 매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손택수 시인은 “습작생 정도는 입주를 고려할 수 있겠지만 그것도 효율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싶다. 문청(文靑)이라는 것은 가난해야 하는데 좋은 방 잡아주면 좋은 작품이 나올까. 주민 참여는 좋지만 어떻게 참여시킬까 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연희문학창작촌이 ‘동네예술창작소’로 변할 것이라는 걱정도 문단에선 나온다. 동네예술창작소는 박 시장의 주요 문화 공약 가운데 하나로 서울 25개구에 주민이 이용하는 예술 창작공간을 만드는 사업이다. 서울시 문화사업팀 관계자는 “연희문학창작촌이 동네예술창작소로 변하는 것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 둘은 별개의 사업”이라며 “연희문학창작촌의 최종 운영 방안은 의견 수렴을 통해 내년 초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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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문사회]낡은 모텔 침대에 몸을 누인 느낌…

    한한(韓寒·29·사진)은 중국 ‘바링허우(八零後·1980년대 출생자를 뜻하는 중국식 표현)’ 세대를 대표하는 소설가다. 1999년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이듬해 낸 첫 장편 ‘삼중문(三重門)’이 중국에서 200만 부 넘게 팔리며 단숨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주인공을 일류 대학에 보내기 위해 노력하는 부모와 그런 부모에게 뇌물을 요구하는 부패한 사회를 그려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해 중국에서 출간된 이 신작도 전작과 사회비판적 궤를 같이한다. 중국 고도성장의 그늘에 가려진 청년층의 고독과 절망을 들춰내고, 부패한 사회를 꼬집는다. 화자인 ‘나’는 교도소에 수감된 뒤 출소를 앞둔 친구를 만나기 위해 고물 스테이션왜건을 몰고 먼 길을 떠난다. 이 고물차는 폐차 직전의 것을 친구가 고쳐서 ‘나’에게 준 것. 1988년식이라 그냥 ‘1988’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길을 가다 언제 고장 나 멈춰버릴지 모르는 ‘1988’은 ‘나’를 비롯한 바링허우 세대의 불안한 현재를 상징하는 듯하다. ‘나’는 여행의 첫날 허름한 숙소에서 생계를 위해 몸을 파는 여성 ‘나나’와 우연히 만나 동행하게 된다. 임신 3개월인 ‘나나’는 아이의 친아버지를 찾아야 하고, ‘나’는 친구를 만나야 한다. 이 두 사람이 보낸 닷새간의 여정이 주된 이야기다. 하루 종일 달리고, 배고프면 밥을 먹고, 졸리면 잠을 잔다. 일정은 단순하지만 인물들의 세밀한 심리 묘사와 솔직한 대화들은 작품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어느새 ‘나’는 연민의 정을 느끼며 ‘나나’를 돕지만 선을 긋는다. ‘언제나 그녀 곁에 있고 싶지는 않았다. 만일 우리가 함께 있게 되면 누구의 목적지에도 도착하지 못할 것이다.’ 단순할 수도 있는 평면적인 여정은 ‘나’의 과거 회상 장면이 엇갈려 펼쳐지며 한층 입체감 있게 변한다. 특히 ‘나’가 만났던, 그러나 지금은 만날 수 없는 친구와 선배들의 비극적 결말은 ‘나’를 상실감과 허무함 속에 살아갈 수밖에 없게 만든다. 졸업 후 신문기자가 된 ‘나’가 직면하게 되는 부조리한 사회 현실은 개인의 의지로는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이다. ‘나’는 심지어 옛 여자친구와 청개구리 두 마리를 냄비에 넣은 뒤 서서히 가열하며 점차 고통스러워하는 청개구리들을 관찰하기도 한다. 마치 자신들이 처한 현실을 보는 듯하다. 작품을 읽는 동안 내내 흙먼지가 풀풀 날리는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듯하고, 허름한 여관의 눅진한 침대에 피곤한 몸을 누인 느낌이다. 간헐적으로 터지는 유쾌한 대사와 상황들도 막상 웃고 난 뒤에는 왠지 짠한 기분을 가져온다. 최근 ‘중국의 하루키’로 불리는 이 작가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상실의 시대’에서 그랬던 것처럼 간결하고 잔잔하게 청춘들의 방황을 그려낸다. 여정은 닷새 만에 끝난다. 그리고 2년 뒤의 모습이 잔잔히 그려진다. 책장을 덮으면 가슴이 아련해지고, 여운이 깊게 남는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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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해송문학상 정설아 씨

    동화작가 정설아 씨(사진)가 문학과지성사가 주관하는 제8회 마해송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동화 ‘황금 깃털’. 상금은 1000만 원.}

    • 2011-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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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등생 100명 “저작권 골든벨을 울려라”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글과컴퓨터가 후원하는 ‘정품이 흐르는 교실, 2011 저작권 골든벨’ 행사가 3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국콘텐츠진흥원 2층 콘텐츠홀에서 열렸다. ‘저작권 골든벨’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저작권에 대한 이해를 돕고 정품 소프트웨어 사용을 권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로 올해 2회째를 맞았다. 전국 10개 초등학교에서 100명의 학생이 참여해 저작권과 관련한 각종 문제를 풀었다. 마지막 문제는 저작권법상 보호받는 9개 저작물 가운데 어문, 음악, 연극, 미술, 건축, 사진, 영상, 도형 등 8개를 열거한 뒤 남은 하나를 맞히는 것. ‘최후의 1인’으로 남은 채승우 군(12·석곶초 5년)은 망설임 없이 “컴퓨터 프로그램”을 적어냈고, 정답을 축하하는 축포가 터졌다. 골든벨을 울리며 문화부 장관상과 장학금 100만 원을 받은 채 군은 “상금으로 스키캠프를 가고 싶다”며 웃음 지었다. 단체전에서는 석곶초등학교와 서울 명신초등학교가 공동 우승해 50인치 PDP TV를 각각 받았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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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달에 만나는 詩]낯선 것을 꼭꼭 숨긴 낯익은 것들의 침묵

    《햇살이 쏟아지는 나른한 오후. 고양이가 방 안 구석에서 배를 깔고 누워 꾸벅꾸벅 존다. 주인이 들어와도 잠시 눈을 뜰 뿐 이내 감는다. 새침한 고양이, 무심한 고양이. 어느 시간을 거슬러와 너는 내 앞에 나타난 것일까. 너는 고양이지만 고양이가 아니다. 호랑이다. 작고 앙증맞은 빨간 혀와 노란 눈동자. 나는 그 속에 네가 숨기고 있는 다른 너를 본다. 억겁을 이어온 고양이족(族)의 명멸과 오욕의 역사, 신화적 시간을 가만히 읽는다.》 ‘이달에 만나는 시’는 12월 추천작으로 최정례 시인(56)의 ‘호랑이는 고양이과다’를 선정했다. 이 시는 지난달 나온 시집 ‘캥거루는 캥거루고 나는 나인데’(문학과지성사)에 수록됐다. 시인 이건청, 장석주, 김요일, 이원, 손택수 씨가 추천에 참여했다. 최 시인은 9년째 수컷 고양이를 기르고 있다. 품종과 이름을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그냥 뭐 한국 잡종이에요. 이름은 ‘양이’, 그냥 ‘고양이’라고 불러요. 호호.” 3년 전쯤이었나. 시인은 하루 대부분을 낮잠에 빠져있는 고양이에게서 ‘거대한 침묵’을 읽었다. “고양이가 호랑이과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호랑이가 고양이과에 속한다는 생물학적 분류법이 처음엔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상할 것도 없죠. 모든 사물은 자기 속에 그 존재의 부피보다 더 큰 의미를 품고 있고, 고양이가 침묵과 함께 발톱을 품고 있는 것처럼 장미꽃도 침묵과 가시를 함께 갖고 있죠.” 최 시인은 “모든 사물이 이질적인 것을 함께 품고 있다는 사실, 그것이 이 세계의 본질이며 나 또한 온전히 나만으로 이루어질 수는 없다”고 말한다. 이건청 시인은 “격절된 사물과 사물을 연결해주는 특이한 상상력이 있고, 그런 상상력이 이루어내는 말들이 빛을 발하고 있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자명한 것들은 더 이상 자명하지 않고, 낯익은 것들은 실은 낯선 것을 감춘 것들이다. 여기서의 삶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최정례는 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평이한 목소리로 노래한다”고 장석주 시인은 평했다. 이원 시인은 “상처나 기억의 시간을 유머러스한 언어로 풀어 보이는 힘. 그러한 최정례 특유의 언어는 사슴이 튀어나오는 꽃핀 미래를 나타나게 한다”고 말한다. 손택수 시인의 추천평은 이렇다. “가파르게 휘몰아치던 더운 피도 잠시 순해질 법한 한 해의 끝에서 ‘자기 본래의 시간’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우리는 누가 앉았다 떠난 한 그루인가.” 김요일 시인은 이준규 시인의 시집 ‘삼척’(문예중앙)을 추천했다. 그는 “이준규의 시는 다르다. 낯설다. 새롭다. 아무렇지 않은 듯 재재거리는 이준규의 언어는 음악의 대위선율처럼 시집을 덮고 난 후에도 묘한 울림으로 또 다른 선율을 만들어낸다”고 평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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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가 박범신 씨 “굿바이, 서울… 고향서 날 위해 글 쓰겠소”

    《 “유배 가는 느낌이야. 아침에 이불 보따리 싸면서 용인 갈 때 생각이 많이 났지. 그때도 누가 시켰나? 내가 한 거지. 세상에 떠밀려가는 느낌도 드네. 날씨가 궂고 비가 내리니까 더 그런 것 같아.” 그는 거실 창문 밖으로 잔뜩 찌푸린 회색 하늘을 말없이 바라봤다. 담배 연기가 하얀 실타래를 풀다 맥없이 사라졌다. 소설가 박범신(65). 1980년대 ‘불의 나라’ ‘물의 나라’ 등 세태를 고발하는 신문 연재소설로 인기 작가 반열에 올랐지만 문단에선 혹평이 나왔다. 1993년 돌연 절필 선언 후 3년간 경기 용인의 외딴집에 스스로를 유폐시키기도 했다.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평창동 집을 찾았을 때 그는 아내와 함께 귀향 이삿짐을 꾸리고 있었다. 9월 명지대 교수를 정년퇴임한 그는 서울문화재단 이사장과 연희문학창작촌장에서도 물러났다. 2남 1녀를 둔 그는 올여름 서른 살 막둥이 아들을 마지막으로 결혼시키며 부모로서의 짐도 덜었다. 이제 남은 것은 문학뿐이다. “문학이 결국 자신의 번뇌와 갈등, 그리고 구원에서 나온 것 아니냐. 예순이 넘으니까 처음으로 돌아가서 내가 위로받는 소설을 쓰고 싶다.” 1963년 전북 익산 남성고에 입학하며 고향(충남 논산)을 떠났다. 까까머리 학생에서 반백의 소설가가 된 그의 거의 50년 만의 귀향길을 동행했다. 》○ “소주 왕창 마시고 미루고 싶었다”“어제만 해도 괜찮았는데 막상 아침이 되니 지랄 같은 거야. 가기 싫고, 마누라 따뜻한 밥 먹고 싶고, 뭐 하는 짓인가 싶기도 하고…. 아침에 소주나 왕창 먹고 자고, 내일쯤에나 가고 싶었는데 기자가 온다고 했으니 뭐 그럴 수도 없고. 한편으로는 혼자 가면 못 갈 것 같았는데 같이 가니 한결 나은 것 같네. 하하.”그는 결혼을 반대하던 처가에 “언젠가 이층집을 짓겠다”고 약속했다. 1988년 평창동에 이 집을 지으며 약속을 지켰다. 세 아이가 중고교를 다닌 곳도, 아내가 정원을 꾸미며 살뜰하게 살림 재미를 붙인 곳도 여기다.“아내에게 ‘집을 팔고 같이 내려가자’고 했지만 싫다더군. 정이 듬뿍 들어서일 테지. 아내는 내가 또 떠나는 이유가 욕심이 아직 남아서래. 그런가…. 책이 더 팔렸으면 한다든가 이런 욕심은 전혀 없어. 남이 좋아하는 것보단 내가 좋아하는 소설을 쓰고 싶은 거야.”오후 2시. 책 서너 박스와 이불 보따리, 옷가지 등을 승용차에 가득 실은 작가는 대문 앞까지 나와 손을 흔드는 아내를 두고 평창동 비탈길을 힘차게 내려왔다.○ “내 문학의 마지막 시기가 시작됐다”박범신은 내년 등단 40년째를 맞는다. 그는 이렇게 뒤를 돌아봤다. 1973년 등단해 1979년까지는 계급갈등 중심의 글을 쓰던 ‘청년 작가 시기’, 1979년부터 1993년 절필 선언까지는 세태소설을 쓰던 ‘인기 작가 시기’, 복귀한 2000년대부터 최근까지는 근원에 대한 욕망을 그린 ‘갈망의 시기’라고. 이날 그는 ‘문학의 4기’를 열었다. “8개월 동안 소설 한 줄을 쓰지 못했고 극심한 무력감에 시달리고 있지. 뭔가 내 안에 있고 그 신호를 강경하게 받지만 그게 뭔지 모르겠어. 내 마지막 시기가 시작되는 느낌이야. 내려가 겨울을 보내면 무언가 여명이 떠오르지 않을까 싶어.”경부고속도로 망향휴게소에 들렀다. 간이 의자에 앉아 호두과자를 먹다가 그는 아버지 얘기를 했다.“고등학생 때 두 번 수면제 먹고 자살 기도했어. 염세적 청년이었지. 밤낮 책만 읽어대니 아버지는 ‘책귀신’이 붙었다며 나를 계룡산 국사봉의 한 절에 맡겼지. 짐을 진 아버지가 앞서고 내가 뒤를 따라갔는데 그 짐이 뻔히 보이면서도 ‘제가 들게요’라고 한마디 안 했어. 그게 평생 후회돼.” 그의 눈이 붉어졌다. “도착해서 이불 보따리를 풀고 나니 책이 한 권 나오는 거야. ‘책귀신 뗀다’며 유배 보내면서도 책을 좋아하는 막내아들이 마음 쓰여 한 권 넣어 주신 거지. 밖으로 나가 보니 아버지가 멀리 내려가시는 게 보여. 그 뒷모습이 마치 맷돌을 지고 가시는 것 같았어.”그때 아버지가 넣어준 ‘세계전후문학전집’은 이날 작가의 차 트렁크에 실려 있었다. 논어, 맹자, 시경도 넣었다.○ 논산에서 “난 살기 위해 쓴다”오후 5시 반. 충남 논산시 가야곡면 조정리에 있는 새 집에 도착했다. 몇 달 전부터 오고 가고 했지만 이곳에서 자는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집 정면에 둘레가 30km가 넘는다는 탑정호(湖)가 보였지만 성큼 다가온 어둠에 금세 파묻혔다. 함께 이삿짐을 옮겼다. 침대 매트리스의 비닐을 벗기고, 옷을 옷걸이에 걸었다. 집필실을 겸한 침실은 단출했다. 싱글침대와 책상, 책장, 컴퓨터, 옷걸이, 전기커피포트가 전부다. ‘대학생 자취방 같다’고 하자 그는 “혼자 사는데 방이 크면 안 좋다. 열린 듯 닫힌 듯한 공간이 좋다”며 웃었다. 인근 붕어찜집으로 옮겨 반주를 겸해 저녁을 먹었다. 붕어보다 매콤하게 익은 시래기가 소주를 자꾸만 끌어당겼다. 근처에 낚시터가 있다. 하지만 그는 “낚시는 관심이 없고, 시간 나면 목공일을 하거나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 “목공, 그림. 이게 왜 좋으냐 하면 비논리적인 일이잖아. 소설은 그물망이야. 하지만 난 감성적이고 논리는 약해. 그게 고통스러워.”가건물로 지은 강변 카페로 옮겨 소주에 파전을 먹었다. 강변은 조용하고 캄캄했다. “치사량을 넘겼다”는 그의 얼굴이 불콰해졌다고 생각할 때 그가 말을 이었다.“솔직히 말하면 난 우울증이 있어. 고교 때 두 번, 대학 때 한 번, 그리고 애 셋 다 낳고 한 번 자살 기도를 했지. 마지막은 ‘밥이나 먹고 살려고 연재소설을 쓰냐’고 주위에서 얘기할 때야. 안양에 살 때 안양천변에서 동맥을 그었지. 그런데 수상히 여긴 아내가 아파트 경비원들을 다 풀어 수색해서 나를 찾았어.”협소한 술자리가 더욱 조여지는 느낌이었다. “지금도 그런 징후가 있어. 죽고 싶은 염세적인 세계관이 내 속에 똬리를 틀고 커지는데 글을 안 쓰면 그 똬리가 더 커지는 것 같아. 지금은 신념이 컸으니까 그런 (극단적인) 염려까지는 없어. 하지만 난 살려고 (글을) 써. 내 안의 것들이 나를 잡아먹으려 하니까.”그는 휴대전화기를 꺼내 제자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정 즈음 광주에서 소설가 이기호가, 다음 날 오전 1시가 넘어 서울에서 백가흠이 달려왔다. “우기호, 좌가흠이 왔다”며 박범신은 환하게 웃었다. 이들의 얘기는 오전 4시까지 이어졌다.논산=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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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전깃줄 대신 ‘꽃줄’ 어때요

    ‘전등 밝히는 전깃줄은 땅속으로 묻고/저 전봇대와 전깃줄에/나팔꽃, 메꽃, 등꽃, 박꽃…올렸으면/꽃향기, 꽃빛, 나비 날갯짓, 벌 소리/집집으로 이어지며 피어나는/꽃봇대, 꽃줄을 만들었으면’(시 ‘꽃봇대’ 전문) 집집마다 거미줄처럼 연결된 전깃줄 대신 꽃줄을 연결했으면 한다. 꽃줄을 따라 서로가 꽃향기를 전했으면, 집집마다 단단한 씨앗 같은 꿈을 품고 살아갔으면 좋겠다. 함민복 시인은 전깃줄을 꽃줄로 바꿨다. 카투니스트인 황중환 동아일보 기자가 그의 시에 포근한 그림들을 입혀 사랑의 온도를 높였다. 올해 쉰 살의 나이에 결혼한 시인은 두 줄로 사랑을 표현한다. ‘사랑은 곡선이다/곡선의 씨앗은 하트♡다!’(시 ‘곡선’ 전문) 그의 행복 바이러스가 책장 가득하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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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천재 작가 뒤엔 그녀가…

    ‘율리시스’ ‘더블린 사람들’을 쓴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이스의 아내인 노라 바나클이 1951년 사망했을 때 미국 타임지는 이렇게 부음을 전했다. “그녀는 유명한 작가 겸 남편의 오랜 막역한 친구요, 문학적 산파이자 실질적인 여인이다. 그녀는 그를 안주시키고 그의 작품을 완성하게 했다.” 바나클에 대한 최초의 전기(傳記)다. 스무 살 나이에 두 살 연상의 조이스를 만났고 37년간 같이 살면서 두 아이를 낳았다.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가정과 천재적인 남편에게 헌신적이었고, 조이스는 이런 아내를 모델로 여러 작품 속 여성 캐릭터를 창출했다. 제1, 2차 세계대전의 혼란기에 유럽을 떠돌며 생활했던 조이스 가족의 삶과 조이스 역작들의 집필 과정을 전한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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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한번 읽고 웃은 뒤에 돌연사 ‘살인 유머’의 정체 파헤쳐라

    한 미치광이가 정신병원 담장에 기어 올라가더니, 호기심 어린 눈으로 행인들을 살피다가 한 남자를 불러서 물었다. “이봐요, 그 안에 사람들이 많아요?” 이 소설에 실린 유머 한 토막. 한 번 피식 웃고는 금세 잊어버리기 쉬운 얘기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흔한 유머에 주목했다. 대체 우리 주변에 떠돌아다니는 작자 미상의 수많은 우스갯소리를 누가 만들었을까. 혹 이런 유머들을 생산, 유포하는 조직적인 세력이 있지는 않을까. ‘개미’ ‘뇌’ ‘타나토노트’ 등으로 기발한 상상력의 세계를 선보였던 작가는 이번에 유머에 현미경을 들이댔다. “우스갯소리는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문학예술의 한 갈래다. 사람들은 그것을 아이들과 실없는 사람들에게나 어울리는 것으로 치부하며 무시하기 일쑤”라고 작가는 지적한다. 프랑스의 ‘국민 코미디언’인 다리우스가 대형 코미디 콘서트를 마친 뒤 홀로 분장실에 있다가 숨진 채 발견된다. 분장실 밖에 있던 경비원은 다리우스가 크게 웃었고 뒤이어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고 당시 상황을 전한다. 경찰은 사인을 심장마비로 판단했지만 주간지 여기자 뤼크레스는 분장실에서 말린 종이가 들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나무 상자를 하나 발견한다. ‘혹 어떤 글을 읽은 뒤 다리우스가 죽지 않았을까. 상자를 준 사람이 범인이고 이 사건은 타살이다’라고 확신한 뤼크레스는 전직 과학전문 기자 이지도르의 도움을 받아 다리우스의 죽음을 추적한다. 평범한 범죄 스릴러로 가던 작품은 점차 확장한다. 한 번 읽고 웃은 뒤에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수천 년을 전해 내려온 ‘살인소담(殺人笑談)’의 존재가 점차 드러난다. 이 ‘살인 유머’를 차지하기 위해 ‘유머 기사단’이란 비밀 조직과 유머를 대량 생산해온 유머 기업이 피비린내 나는 혈전을 치른다. 중세 종교전쟁의 막후에까지 ‘살인 유머’가 있었다고 그럴듯하게 전하기도 한다. 작품 자체를 하나의 견고한 농담의 성(城)으로 지은 셈이다. 다리우스의 죽음을 추적하는 두 기자가 목숨을 걸고 유머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은 흥미진진하다. 작가는 800쪽을 넘는 작품이 지루하지 않게 100여 편의 유머를 양념처럼 삽입했다. 그럼에도 2권 중반 기자들이 유머 기사단의 본부에 들어가 신입 단원 교육을 받는 과정은 장황하고 지루하다. 작품 내내 가장 강력한 호기심을 이끌어 냈던 ‘살인 유머’의 정체는? 힌트를 주자면 허무 개그에 가깝다. 유머의 생산과 유통, 사회학적 의미와 역사까지 전달한, 범죄 스릴러로 풀어본 유머 총론이다. ‘개미’를 읽고 나서 흔하게 보던 개미가 달리 보였듯이, 이 작품을 읽고 나서는 유머 한 토막도 색다르게 다가온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1-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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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한마디]“네가 꽃을 제대로 돌봐주지 못했다고…” 外

    “네가 꽃을 제대로 돌봐주지 못했다고 그렇게 심하게 자책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 여름이 끝나게 되면 꽃은 시들고 봄이 되면 다시 피는 거잖아. 어쩌면 꽃은 자기 꽃잎이 시들어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나름대로 미묘한 방식으로 널 쫓아버린 건지도 몰라.”―A G 로엠메르스, ‘어린왕자 두 번째 이야기’“어떻게 대중이 창의적 조직을 만들 수 있을까. 뉴욕대 교수인 클레이 서키는 얼마나 많은 사람을 아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다른 사람을 아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흩어져 있는 관심과 능력을 연결하기 위해서는 자신과 비슷한 사람만 찾기보다 새로운 소통과 만남을 시도해야 한다.” ―김윤태, ‘캠퍼스 밖으로 나온 사회과학’ “‘갯벌’과 ‘개펄’은 어떻게 다른가. 갯벌은 바닷가에 펼쳐진 넓은 바다 벌판(들판)인 것이고, 개펄은 갯벌을 덮고 있는 흙(펄)을 말한다. 개펄은 ‘개흙’ ‘감탕’이라 부르기도 한다. 흔히 조개를 물에 담가 흙을 뱉어 내게 하는 것을 ‘해감한다’고 하는데 여기서 ‘해감’은 다름 아닌 모래나 진흙을 말한다.” -권오길, ‘갯벌에도 뭇 생명이…’“정치와는 관련 없는 안철수 교수가 서울시장 선거를 계기로 단숨에 인기 높은 정치 지도자들의 반열에 오른 일은 물론 여러 요인들이 어우러진 복잡한 현상이다. 그러나 그것이 안철수 교수 개인의 됨됨이나 이력과 별다른 관련이 없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민주주의 체제나 정당 정치의 문제들이 직접적 요인들이지만, 구원을 찾는 민심이 그를 밀어 올렸음도 분명하다.” ―복거일, ‘보수는 무엇을 보수하는가’}

    • 2011-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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