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문학촌 전상국 촌장 “김유정의 향기… 한해 45만명이 다녀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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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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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문학촌 개관 10주년

소설가이자 김유정문학촌장인 전상국 씨가 12일 김유정 동상과 나란히 앉았다. 그는 “문학촌에서는 제 작품 얘기를 안 한다. 방문객에게 김유정 얘기를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웃었다. 뒤에 보이는 초가집이 김유정 생가. 춘천=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소설가이자 김유정문학촌장인 전상국 씨가 12일 김유정 동상과 나란히 앉았다. 그는 “문학촌에서는 제 작품 얘기를 안 한다. 방문객에게 김유정 얘기를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웃었다. 뒤에 보이는 초가집이 김유정 생가. 춘천=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김유정문학촌이 있는 강원 춘천시 신동면에 가면 춘천의 명물인 닭갈비와 막국수를 파는 식당 20여 곳이 들어서 있다. 그 이름이 저마다 ‘유정식당’ ‘봄.봄 막걸리’ 식이다. 기차역 이름은 ‘김유정역’이고, 인근 금병산의 등산로는 ‘봄.봄 길’ ‘동백꽃길’ ‘금 따는 콩밭길’ ‘만무방길’로 불린다. 모두 김유정과 작품 이름을 딴 것이다. ‘김유정마을’이라 할 만했다.

김유정문학촌이 개관 10주년을 맞았다. 2002년 8월 6일 개관 때만 해도 이곳은 한적한 시골 마을이었다. 김유정 생가와 단층 전시관, 정자와 연못이 전부인 자그마한 문학촌(터 약 2480m²)을 보러 춘천 외곽까지 사람들이 오겠느냐는 우려가 컸다. 하지만 지난해 45만 명이 이곳을 다녀갔다. 3월 한국문학관협회가 60여 개 문학관을 평가해 수여한 ‘제1회 최우수 문학관’에 선정됐다.

12일 오후 찾은 문학촌은 분주했다. 토요일을 맞아 중고교생과 중년의 관광객을 태운 관광버스가 수시로 드나들고, 승용차들이 주차장을 빼곡히 메웠다. 이날 하루만 스무 곳이 넘는 학교가 방문했다. 궁벽(窮僻)한 이곳에 인파가 밀려드는 이유가 궁금했다. 김유정 생가 마루에서 전상국 김유정문학촌장(72)과 마주 앉았다.

“규모로 치면 초라하지요. 전국에 크고 웅장한 문학관들이 얼마나 많이 있습니까. 하지만 김유정 문학의 모습처럼 촌스럽고, 소박하고, 정감 있는 공간으로 유지되는 게 매력인 것 같습니다.”

전 촌장은 개관 때부터 10년 동안 무보수 명예직 촌장을 맡고 있다. “문학관은 대부분 유품을 놓고 작가의 생애를 조명하는데 이는 부수적인 거죠. 결국 남긴 작품들을 사람들이 공감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가가 중요합니다.”

노하우의 핵심은 ‘체험형 문학촌’이다. 해마다 3월 29일 김유정의 기일에 즈음해 열리는 추모제와 4월 김유정 문학제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나와 직접 국밥을 끓여 관람객들에게 대접하는 등 한바탕 축제가 펼쳐진다. ‘점순이 선발대회’ ‘동백꽃의 닭잡기’ 등 작품에서 아이디어를 딴 이색 행사들도 열린다. 가장 중요한 것은 관람객들에게 김유정 작품에 대한 관심과 매력을 높여주는 것. 해설사 3명이 번갈아 근무하며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다.

“김유정은 한학을 공부했지만 그가 남긴 30여 편의 작품에서 한자를 하나도 볼 수 없어요. 신기하죠? ‘낙엽’도 그냥 쓰지 않고 ‘떨잎’으로 풀어썼어요. 지식인이 아닌 민초들의 시선에서 바라본 거죠. 이런 탁월한 언어감각과 문학 정신을 설명해주면 관람객들이 관심을 보이고, 돌아가서는 작품을 읽어보게 되는 거죠.”

춘천시는 2013년 말까지 문학촌 앞 약 2만 m²의 터에 김유정 문학 속 공간인 1930년대 저잣거리를 재현하고 공연장과 공예품체험관 등을 세운다. 전 촌장의 노력으로 2004년 신남역을 ‘김유정역’으로 바꾼 데 이어 이곳 주소도 ‘신동면’에서 ‘김유정면’으로 바꾸고, 지역 농협과 우체국 이름도 ‘김유정 농협’ ‘김유정 우체국’으로 바꿀 예정이다.

‘김유정 마을’의 10년 뒤는 어떤 모습일까.

“‘김유정 이야기 마을’이에요. 김유정이 탁월한 이야기꾼 아닙니까. ‘전국이야기대회’를 열어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러, 그것을 들으려 이곳에 오는 겁니다. 그 이야기들이 만화나 공연 등 다른 콘텐츠로 확산되는, 이야기 자체가 상품이 되는 마을을 만들 겁니다.”

춘천=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김유정#김유정문학촌#전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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