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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심근경색, 뇌중풍(뇌졸중) 등 중증질환 못지않게 70대 노인이 두려워하는 것이 있다. 바로 넘어져서 다치는 낙상(落傷) 사고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70대 노인 4명 중 3명은 낙상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낙상을 경험한 비율은 60대에는 16.7%지만 70∼74세는 20.2%, 75∼79세는 25.1%까지 늘어났다. 낙상을 70대 건강의 바로미터라고 부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낙상 등 일상생활에서 생기는 사소한 불편을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신체기능이 급격히 떨어져 혼자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노쇠 현상’의 전(前) 단계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조비룡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70대부터는 평소 집에서 간단히 할 수 있는 건강 측정 도구를 활용해 자신의 건강 문제를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원인을 찾아 대응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국립노화연구소(NIA)의 ‘노인 신체기능 평가도구(SPPB)’는 세계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노인 신체기능 측정 방법이다. 집안의 간단한 기구를 이용해 15분 정도 투자하면 된다. 균형감, 보행 속도, 의자에서 일어나는 속도 등을 12점 만점으로 평가한다. 12점은 정상이고, 11점 이하는 비정상으로 분류한다. 점수가 낮을수록 신체기능 저하가 심각하다는 의미다. 국내 70대 노인의 평균 점수는 9.69점(12점 만점), 80대는 8.29점이다. SPPB는 표면적으로는 단순 신체기능만을 평가하지만, 노인의 건강 상태를 다각도로 점검하는 데 유용하다. 잭 거럴닉 NIA 연구원에 따르면 SPPB에서 9점(12점 만점)을 받은 노인은 1년 안에 사망할 확률이 정상(12점)에 비해 2배 높고, 요양원 등에서 간호를 받게 될 확률도 7배나 높았다. 국내에도 노인 건강을 평가하는 도구가 있다. 대한노인병학회가 2010년 만든 한국형 노쇠평가도구가 바로 그것. 하지만 대중에게는 보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주로 연구 목적으로만 이용됐다. 한국형 노쇠평가도구는 입원 횟수, 주관적 건강 상태, 약물 사용, 체중 감소, 감정 상태, 요실금 여부, 보행 능력, 의사소통 등 8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5∼8점은 주변의 도움이 필요한 노쇠 상태, 3∼4점은 노쇠 전 단계, 2점 이하가 정상이다. 대한노인병학회가 65세 이상 노인 240명을 측정한 결과 21.3%가 노쇠, 37.1%가 노쇠 전 단계였다. 손기영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여성이 남성보다 노쇠가 빨리 찾아오는 경향이 있다”며 “검사 결과가 ‘노쇠’로 나올 경우 병원을 방문해 그 원인을 찾아 적절한 조치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 운동-식이요법, 스마트폰 앱으로 관리하세요 ▼ 주치의에 전송해 정기적 상담…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 관리 효과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웨어러블 기기(몸에 착용하는 스마트 기기) 등 정보기술(IT) 기기를 건강 관리에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걷는 양, 식사량과 종류, 자신의 신체 수치 등을 스마트폰에 기록하며 추이를 살피는 것은 기본. 이 수치를 직접 주치의에게 전송해 정기적으로 관리를 받기도 한다. 이른바 ‘U-헬스’가 실현되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에는 전자 기기 사용에 비교적 서툰 노인 계층에 대한 U-헬스가 주목받고 있다. 간단한 조작법만 배우면 운동, 식이요법,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 관리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진욱 체육과학연구원 연구원과 성순창 서울과학기술대 연구원은 혈압, 중성지방, 공복혈당, HDL콜레스테롤, 허리둘레 등 5개 건강 위험인자 중 3개 이상을 가진 노인대사증후군 환자 46명을 12주 동안 추적 관찰했다. 연구팀은 대상자들에게 운동량과 혈당 혈압 등 신체 수치를 스마트폰을 통해 매일 전송하게 했다. 그 결과 IT기기를 사용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운동을 한 사람들에 비해 혈당과 허리둘레 감소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다.■ 건강 프로젝트 체험단 모집합니다동아일보는 2015년 독자들의 건강을 리디자인하는 멘토의 마음으로 3대 건강프로젝트(70대 건강체험단, 가족력 체크서비스, 초등 건강학급 체험)를 진행합니다. 참여를 원하는 분은 자신의 사연을 담은 신청서를 1월 31일까지 우편(서울 종로구 청계천로1 동아미디어센터 10층 편집국 정책사회부 복지의학팀) 또는 e메일(health@donga.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보건복지부가 한의사에게 일부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더라도 X선 검사와 초음파 검사는 제외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권덕철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업무보고 사전설명회에서 “한의사에게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문제는 기존 판례를 토대로 법적으로 정비할 것이다”고 전제한 뒤 “한의사들이 X선과 초음파를 사용하는 것은 면허 범위에서 벗어난 것이라는 기존 판례가 있다”고 말했다. 또 “한의사가 X선이나 초음파 기기를 사용하려면 국회에서 의료법을 개정해야 가능한데, 현재로서는 허용하기 어려울 것 같다”라며 불가 입장을 밝혔다. 대한한의사협회는 22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복지부가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의 단식과 오는 25일 예정된 의사협회 임시대의원총회를 앞두고 눈치를 보고 있다”며 “한의사에게 진료 받을 국민들이 불편을 겪지 않고 진료선택권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30병상 이상 한방병원의 경우 의료기기를 운영하는 별도의 의사를 채용하면 초음파 기기, X선 기기 등 현대 의료기기를 도입할 수 있다. 하지만 30병상 미만인 동네 의원급 한의원은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동네 한의원에서 X선이나 초음파 등의 진료를 받으려면 일반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고, 결과지를 한의원에 다시 제출해야 하는 불편이 있다. 헌법재판소는 2013년 12월 ‘안압측정기, 자동안굴절검사기, 세극등현미경, 자동시야측정장비, 청력검사기 등 안전에 문제가 없고 한의사가 판독하기 어렵지 않을 경우 도입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헌재와 대법원은 ‘X선, 초음파에 대해서는 한의사의 면허 허용 밖이다’는 내용의 판결을 한 바 있다. 복지부는 올해 상반기 안에 한의사가 사용할 수 있는 의료기기의 종류를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상반기 내에 한의사들이 대학 교육과정에서 배운 기기, 국민 건강에 크게 문제가 없는 기초 의료기기 중 허용 범위를 확정하겠다”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평가인증을 받는 데 최소 1500만 원은 들 것 같은데요.” 경기 고양시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A 씨는 요즘 한숨이 절로 나온다. 정부의 어린이집 평가인증을 준비하고 있는데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시설, 교재, 놀이기구를 평가 기준에 맞추려면 상당한 돈이 든다. 현재도 격무에 지쳐 있는 보육교사들에게 한 달 전부터 평가인증 준비 때문에 추가 야근을 시키고 있다. 하지만 좋은 점수를 받는다고 소비자들의 신뢰가 높아질 상황이 아니다. 폭력 사고가 일어난 어린이집들이 평가인증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평가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A 씨는 “평가인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보육교사들이 힘들어서 관두는 경우도 있다”며 “평가 당일 잘 보이기 위해 돈을 들이는 형식적인 평가를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인천 K어린이집 사고 이후 정부의 어린이집 인증평가가 제 기능을 못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평가 절차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지금은 평가를 받고 싶은 어린이집만 평가인증을 받는다. 한국보육진흥원에 신청을 하고 2주 전에 대략적인 일정을 통보받는다. 이럴 경우 어린이집은 평가 지표에 맞춰 충분히 준비한 뒤 평가를 받는다. 인증을 받으면 1년에 100만 원가량의 지원금을 받게 된다. 내년 하반기부터 평가가 의무화될 예정이지만 현장평가 일정을 사전에 알려주는 한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지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창경 한국보육교직원 총연합회 공동대표는 “현 평가인증은 보여주기식으로 흘러 어린이집에 평가 때만 교보재를 빌려주는 업체까지 있는 실정이다”라며 “불시점검 등 평소 모습을 평가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평가 항목이 지나치게 형식적이고 추상적인 것도 문제다. 경기 남양주시의 한 어린이집은 낮잠 시간에 아이들이 깨어 있다는 이유로 감점을 받았다. 아이의 발육을 위해 정해진 시간에 반드시 재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어린이집의 B 원장은 “잠을 강요하면 아이에게 심리적 압박을 줄 수 있다. 군대도 아니고, 정해진 시간에 잠을 안 잔다고 해서 나쁜 어린이집이란 말인가”라고 반문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폐쇄회로(CC)TV 의무화, 아동학대 발생 시 교사 및 어린이집 운영자 퇴출, 보육교사 양성 시스템 개선…. 인천 K어린이집 교사가 네 살 여자아이를 폭행하는 동영상이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뒤 정부와 정치권이 긴급 대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보육시설 관계자들을 질책하는 것만으로는 제2의 아동학대 사고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처벌 강화도 중요하지만, 이와 함께 보육 시스템 전반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가장 시급한 것은 민간 어린이집(가정 어린이집 포함)과 국공립 어린이집의 격차를 줄이는 일이다. 정부는 2000년대 초반부터 급격하게 늘어난 보육 수요를 민간 어린이집 확대로 해결했다. 그 결과 민간 어린이집은 2013년 현재 전체 어린이집의 87.7%에 육박한다. 그러나 K어린이집과 같은 민간시설은 경영난을 겪는 곳이 많고 이로 인해 교육의 수준이 열악한 경우도 많아 부모들의 선호도가 떨어진다. 반면 전체의 5.3%에 불과한 국공립 어린이집은 수개월에서 1, 2년까지 대기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과잉 공급 상태인 민간 어린이집에 대한 구조조정과 인센티브 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미화 육아정책연구소 기획경영실장은 “막연한 지원금 확대보다는 서비스 품질에 따른 차등 지원을 통해 경쟁력 없는 민간 어린이집을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간 어린이집의 국공립 전환도 획기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5년 안에 국공립 어린이집 비율이 30%까지 늘어나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박근혜 정부는 매년 국공립 어린이집을 150개씩 확충하겠다고 공약했지만, 민간 어린이집이 3만8000여 개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보육교사 양성 체계도 전면 조정이 불가피하다. 온라인에서 주로 수업을 듣고, 한 학기 실습만 하면 2, 3급 보육교사 자격증을 주는 현 체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단순 근로자가 아니라 교사라는 직업 윤리의식을 키울 수 있는 시스템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가, 유치원은 교육부가 관리하는 현 체계를 통합(유아교육과 영아교육 통합)하는 절차가 속도를 내야 한다.유근형 noel@donga.com·김수연·이세형 기자}

매월 150만 원이 넘게 나오는 겨울 난방비와 전기료를 두 달째 내지 못했다. 3개월 연속 연체하면 가스와 전기를 끊겠다는 고지서가 날아왔다. 설상가상(雪上加霜) 인천 K어린이집 폭행 사고로 여론이 들끓으면서 학부모들이 동요하고 있다. 경기 고양시에서 민간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김재진(가명) 씨는 며칠째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김 씨는 신망이 높은 어린이집 운영자이자 원장이었다. 2012년까지만 해도 정원 80명을 거의 다 채우며 안정적으로 어린이집을 운영했다. 폐쇄회로(CC)TV를 갖추고, 민간 시설로는 드물게 4년제 대학 유아교육과를 나온 교사만 채용하는 등 투자도 계속해왔다. 하지만 교육부가 영유아 교육을 책임지자는 취지로 만 3∼5세 누리과정을 도입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만 3세 이상 어린이집 원생들이 유치원으로 빠져나가는 일이 잦아지면서 원생이 50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때문에 월수입만 800만∼900만 원까지 줄었다. 법으로 규정된 교사 수와 임금은 줄일 수 없어 난방비, 전기료 등을 내지 못했다. 김 씨는 “민간 어린이집의 경영난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원생이 더 줄지 않을까 걱정이다”라며 “현재의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는 한 아동 폭력 사고는 재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걱정했다. ○ 민간 어린이집, 앞으로가 더 문제 김 씨처럼 경영상 어려움을 호소하는 민간 어린이집(가정 어린이집 포함)이 늘고 있다. 상대적으로 경영 상태가 안정적이고 보육교사 보수도 높아 서비스 질이 좋은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보육 수요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누리과정이 도입되면서 ‘어린이집 교육 과정이 유치원보다 나쁘다’는 인식이 커져 경영난은 더 악화될 공산이 크다. 현재도 민간 어린이집과 국공립의 양극화가 상당히 진행됐다. 육아정책연구소에 따르면 국공립은 교사 중 50.5%가 최소 5년 이상 경력을 지니고 있지만 민간과 가정 어린이집은 5년 이상 경력자가 전체의 30%도 안 된다. 민간 교사의 평균 월급(176만 원)도 국공립(212만 원)보다 약 20% 낮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공립 어린이집에는 대기자가 넘치는 반면에 민간 어린이집은 원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은설 육아정책연구소 누리과정통합연구팀장은 “영세한 민간 어린이집의 경우 원장이 차량 운전까지 도맡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민간과 국공립의 격차가 큰 현재의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세 민간어린이집 과감한 구조조정 필요 전문가들은 민간 어린이집의 과공급 상태를 깨기 위해 적극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부모들이 선호하는 국공립 어린이집의 비율(2013년 5.3%)을 급격하게 올리기 어렵다면 부적격 민간 시설을 퇴출시키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 현재의 인증평가제도를 전면 개편해 △만성 적자에 시달리거나 △총 정원 중 원생 모집률이 50%인 상황이 계속되거나 △3년 연속 서비스 부적격 판정을 받으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게 지원을 줄여야 한다는 얘기다. 반면 우수한 서비스를 유지하는 민간 어린이집에 대해서는 보육료 지원 단가를 높여주는 등 인센티브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씨의 사례처럼 유치원에 버금가는 서비스 수준을 유지하면서 경영적 어려움에 직면한 민간 어린이집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화 육아정책연구소 기획경영실장은 “구조조정 없이 영세 어린이집에 대한 지원금을 확대하면 보육교사 임금은 올라가지 않고 원장만 이득을 볼 수 있다”며 “서비스 품질에 따라 지원을 차등해 영세 어린이집을 자연스럽게 퇴출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국공립 어린이집 전환 획기적으로 늘려야 민간 어린이집을 국공립으로 전환하는 사업도 획기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근혜 정부는 매년 국공립 어린이집을 150개씩 늘리겠다고 했지만 2013년과 지난해 총 250개를 늘리는 데 그쳤다. 전체 민간 어린이집이 3만8000여 개를 넘어선 것을 감안하면 확충 속도가 느리다. 정부는 2017년까지 국공립 어린이집에 다니는 영유아의 비율을 30%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공립 어린이집 약 5300개가 새로 생겨야 한다. 터를 매입해 신축하는 방식(1곳당 약 20억 원)으로는 10조60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재원이 든다. 하지만 민간 어린이집을 국가가 매입하는 방식은 1곳당 약 2억5000만 원이 들어 총 1조3250억 원이면 확충이 가능해진다. 그동안 국공립 어린이집 신축 비용의 20∼30%는 기업 지원으로 조달된 만큼 국가 부담은 더 줄일 수 있다.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비용은 현재의 무상보육을 일부 조정하는 것으로 마련이 가능하다. 맞벌이가 아닌 가정 가운데 소득수준이 높은 상위 30%의 보육료 지원을 축소하자는 것.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스웨덴도 0∼2세의 경우 보육시설 이용률이 10% 미만일 정도로 가정 보육을 장려하고 있다”며 “소득 상위 그룹의 전업주부에게까지 보육 지원을 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하고, 정부 예산 축소분을 현재의 보육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사용하면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유근형 noel@donga.com·김수연 기자}

“10여 년 사이에 어린이집 아동 수는 80만여 명이나 늘어난 반면에 교사의 수나 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다 보니 부적격 교사가 많을 수밖에 없었죠. 인천 어린이집 폭행 사건은 우발적 사건이 아니라 일어날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수시로 발생하는 어린이집 폭행 사건은 단기간에 양적으로 급격히 팽창한 보육시설 문제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무상보육 바람을 타고 보육 서비스의 양은 급증했지만 질이 따라주지 못하면서 생긴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급격히 팽창된 ‘양’이 문제의 출발 정부의 보육예산은 보육료 지원이 시작된 2000년경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2012년 0∼2세 전면 무상보육 도입 이후 10조 원을 돌파했다. 2000년 1만9276곳에 불과했던 어린이집은 2013년 4만3770여 곳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보육시설에 맡겨진 아동 수도 69만 명에서 149만 명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보육의 질은 이를 따라잡지 못했다. 2012년 육아정책연구소의 어린이집 만족도 조사(5점 만점)에 따르면 직장어린이집(4.13점)과 국공립어린이집(3.85점)의 만족도는 비교적 높았다. 경영난 없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보육교사 처우가 좋아 원생과 부모들의 만족도가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폭행 사건이 벌어진 K어린이집 같은 민간어린이집(3.65점)은 만족도가 낮았다. 문제는 어린이집 2곳 중 1곳(52.6%)이 서비스 품질이 낮은 민간어린이집이라는 것. 직장 또는 국공립어린이집에 보내려면 장시간 대기를 해야 하는 반면 민간어린이집에서는 원생 폭행 사고가 잇따르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 수준 이하의 인력 양산 어린이집이 급격히 늘다 보니 양질의 교사 부족은 늘 고질적인 문제가 됐다. 유치원(3세∼취학 전) 교사가 되려면 4년제 대학의 유아교육과를 졸업해야 한다. 하지만 어린이집(0∼5세)의 경우 대학교 및 전문대 졸업자, 평생교육원, 학점은행제, 사이버대 등 다양한 방법으로 보육교사 자격을 획득할 수 있다. 보육교사 지망생 중 우수 인력은 처우가 상대적으로 좋은 유치원으로 몰린다. 대부분의 수업을 온라인에서 받는 사이버대, 일부 평생교육원 출신이 보육실습을 1학기만 하면 2급 자격(총 1∼3급)을 획득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대학교, 전문대 출신은 보육실습 이외에도 평소 정기적인 실기 실습을 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어린이집에 대한 부실한 평가도 문제를 부르는 원인 중 하나다. 복지부 위탁을 받아 인증평가를 수행하는 한국보육진흥원의 현장 관찰자는 203명에 불과하다. 전국 4만3770여 곳의 어린이집을 점검하는 데는 턱없이 부족하다. 평가 내용도 총 정원 준수, 회계서류 구비, 안전사고 보험 가입, 차량운행 관리, 안전교육 여부 등 시설과 행정절차 중심이다. 아동학대 예방, 보육교사의 자질에 대해서는 평가를 하지 않는다. 교사의 수업태도를 평가하는 ‘상호작용’이라는 항목이 있지만 평소 교사의 폭력성을 평가하긴 어렵다.○ 폐쇄회로(CC)TV라도 있으면… 교사의 수나 질 향상은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렵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은 보완책으로 “CCTV라도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CCTV 의무화 얘기는 어린이집 폭행 사건이 터질 때마다 나왔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현재 전국 어린이집 4만3000곳 중 약 21%(9000곳)에만 설치됐다. 2013년 3월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이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법안 논의 과정에서 폐기됐고, 지난해 4월 새누리당 홍지만 의원이 비슷한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어린이집 관련 단체들이 교사들의 인권 침해,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반대했기 때문이다. 현재는 행정자치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어린이집 원생 부모들과 원장이 동의할 때만 CCTV를 설치할 수 있다. 장미순 참보육을위한부모연대 운영위원장은 “어린이집 폭행 문제에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민간어린이집이 이윤을 위해 보육교사를 혹사시키는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것도 한 이유”라며 “이 부분을 개선하지 않는 한 또 문제가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유근형 noel@donga.com·김수연·이건혁 기자}

“가벼운 등 통증인 줄 알았는데….” 40대 후반의 회사원 김수진 씨는 석 달 전부터 등 부위가 뭉치고 아파왔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면서 생기는 일시적인 통증이라 여겼다. 하지만 최근 통증은 어깨와 목까지 확대됐다. 뒤늦게 병원을 찾은 김 씨는 경추 협착증 진단을 받았다. 김 씨는 “가벼운 통증도 방치할 경우 목 디스크로 악화될 수 있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조금 더 빨리 대처하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고 말했다. 통상 등 또는 날개뼈 안쪽 등에 통증이 있으면 근육이 일시적으로 뭉쳐 생긴 근막통증을 먼저 의심한다. 근육이완제, 염증을 줄이는 소염제 등 약물 치료를 하면서 물리치료를 병행하면 상태가 나아질 수도 있다. 하지만 통증이 매우 심하거나 치료를 받아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경추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 목 디스크, 경추 협착증이 있을 경우에도 비슷한 통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모니터를 향해 머리를 쭉 빼고 앉아서 일과 시간을 보내는 직장인들은 이런 통증이 생기기 쉽다. 직장인들은 거북목 자세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디스크의 퇴행이 빨리 일어나 목 주위 뼈 배열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목뼈가 일자로 펴지는 일자목 현상이 심할 경우 목 디스크로 발전할 수 있다. 문동언 문동언마취통증의학과의원 원장은 “목 디스크일 경우 목을 뒤로 젖힐 때 통증이 더욱 심해지고 통증이 어깨나 팔로 뻗치거나 저려온다”며 “특히 배에 힘을 주거나 기침을 하면 등의 통증이 심해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목 통증이 왔을 경우 무리한 운동을 삼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통증이 갑자기 생겼을 경우에는 목을 뒤로 젖히거나 배에 힘을 주는 운동은 삼가야 한다. 목을 뒤로 젖히면 신경이 나오는 추간공이 좁아져 신경을 눌러 신경부종이 생기거나 통증이 악화될 수 있다. 튀어나온 디스크를 들어가게 하려고 철봉을 하거나 거꾸로 매달리기 같은 운동을 하는 환자가 있는데, 이럴 경우 디스크 내 압력이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 목 디스크는 자세 교정, 약물치료, 운동치료부터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치료들도 효과를 보지 못할 경우는 신경차단술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목 디스크 내 유착을 제거하고 신경부종을 주는 시술이다. 탈출된 디스크의 크기가 큰 경우엔 고주파술을 진행할 수도 있다. 디스크 고주파술은 2mm 두께의 가느다란 관을 통증 부위에 삽입하고, 관 끝에서 고주파 열에너지를 내보내 튀어나온 디스크의 크기를 줄이는 비수술법 치료법이다. 문 원장은 “수술 부위 상처가 거의 없고, 당일 시술로 빠르고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고객님의 예상 연금액은 98만 원입니다.’ 매년 생일 즈음 한 통의 우편물이 온다. 국민연금공단에서 보낸 안내문이다. 지금까지 보험료를 얼마나 냈고 60세까지 납부하면 얼마나 받을지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월급에서 매달 얼마나 많이 떼는데 이것밖에 안 주나. 직장인 평균 은퇴 시점이 53세라는데 이것조차 못 받겠네…. 안내장을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직장인이 적지 않을 것 같다. 국민연금이 처음부터 이렇게 박한 건 아니었다. 1988년 출범 당시 가입기간 평균소득의 70%(소득대체율)를 연금으로 보장했다. 하지만 1998년, 2007년 두 차례 개정을 통해 이 비율은 40%까지 줄었다. 예컨대 올해 취직해 평균 월급 200만 원을 받는 28세 청년이 53세까지 25년 동안 내면 약 50만 원밖에 못 받는다. 국민연금이 용돈연금으로 전락했다는 말이 이래서 나온다. 차포 다 떼인 국민연금이 올해 다시 수난이다. 국민의 보험료로 조성한 기금(지난해 약 450조 원)이 불어나면서 탐내는 이들이 생겼다. 기금을 운용하는 기금운용위원회와 본부를 별도 공사로 독립시켜 지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바로 그것. 돈을 잘 굴려서 더 키우겠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문제는 방법론이다. 분리론자들은 현 기금투자가 채권 등 안전 자산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국민연금의 2013년 수익률(4.2%)이 캐나다연금(CPP·22.2%) 등 세계 6대 연기금보다 낮다는 것. 투자 방향을 잡는 기금운용위 20인에 투자 전문가가 단 1명밖에 없는 점도 비판한다. 하지만 분리론자들은 ‘고수익에는 고위험이 따른다’는 점을 간과한다. 안정보다 수익지향형인 캐나다연금, 미국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각각 ―14.5%, ―27.8% 등 큰 손실을 봤다. 당시 ―0.2%에 그쳤던 우리 국민연금과 대비된다. 2008∼2013년 6년 평균 수익률을 보면 국민연금(5.7%)이 세계 6대 연기금 중 가장 높다. 별도 공사를 만든다고 수익률이 올라간다는 보장도 없다. 현재 기금운용위에는 근로자 대표 3명, 지역가입자 대표 6명 등 비전문가가 다수인 것이 사실. 현 위원들이 투자 전문가를 지목해 위원회에 참여하면 내부 개선만으로도 전문성을 보강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피와 땀으로 조성된 돈이다. 국민은 미래세대를 위해 지난 두 차례 개혁을 받아들였다. 인고의 세월 속에서 만들어진 현 제도의 틀이 국민 동의 없이 흔들려선 안 된다. 연금 기금은 안전성과 수익성이라는 양 날개로 날아야 한다. 한쪽으로 기울면 추락한다. 경제부처가 드라이브를 걸 때 중심을 잡아야 하는 건 보건복지부다. 국내 1호 외국인 투자개방형 병원 후보 산얼병원 사례처럼, 그동안 기획재정부가 강행하면 복지부가 ‘복지부동’했던 게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만은 복지부가 무게중심을 잡길 기대한다.유근형 정책사회부 기자 noel@donga.com}

“러시아 사람들은 약물을 쓰지 않는 자연 치료를 선호합니다. 러시아 사람들은 침 등 한의학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습니다.” 성윤수 대한한의사협회 국제이사(사진)는 한의사로는 처음으로 러시아 의대 학사 학위자와 동등한 지위를 인정받았다. 러시아 의료법 등 연수 과목만 이수하면 침 치료 등 신경과 분야에서 진료할 수 있게 된 것. 한의사들의 러시아 진출에 교두보를 마련한 셈이다. 성 씨는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러시아에서 공부했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아버지가 러시아 사할린 한국교육원에서 근무했기 때문이다. 1994년 처음 러시아로 건너갔을 때는 언어가 늘지 않아 고생을 했다. 러시아어로 간단한 대화를 할 수 있게 된 1995년 한의사들이 러시아로 의료봉사를 온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단에 자원했다. 간단한 통역과 진행 지원 업무를 맡았다. 성 씨는 이때 한의학의 꿈을 품었다. 성 씨는 “당시 한의계 원로인 임일규 봉사단장의 헌신적인 모습을 보며 한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성 씨는 1998년 한국에 돌아와 2000년 대전대 한의학과에 입학했다. 2008년 졸업 후 고향인 강원 원주의 한의원에서 일하던 중 러시아에서 일할 기회가 다시 생겼다. 2013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한의학의 날 행사를 진행하게 된 것. 성 씨는 강연과 침 치료 시연을 하면서 러시아 환자들과 만났다. 그때 만난 환자 중 일부는 성 씨가 러시아에 강연을 올 때마다 찾아왔다. 성 씨는 “한 번 침 치료를 받은 러시아 사람들은 서너 시간 비행기를 타서라도 강연장에 다시 찾아왔다. 한의학이 러시아 시장을 뚫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성 씨는 지난해부터 한의협 국제이사로 재직하며 보건복지부가 진행한 한의학 세계화 사업을 진행한 끝에 이번 성과를 이끌어 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더라.’ 조선 정조 시대의 문장가 유한준이 남긴 이 말은 가족 건강론에 적용할 수 있다. 가족을 사랑할수록 가족의 건강과 병력에 대해 잘 알게 되고, 이때 건강관리에 임하는 자세가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환자와 만날 때마다 이 구절을 강조한다는 박병림 원광대 의대 생리학교실 교수는 “건강 가계도를 그리는 것은 가족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 가족력 질환은 생활습관병 동아일보는 대한노인병학회와 함께 건강 가계도를 활용해 가족 건강을 챙길 수 있는 5대 대표 질환을 선정했다. 바로 고혈압, 당뇨병, 심근경색, 뇌중풍(뇌졸중), 고지혈증이다. 이 5대 질환은 모두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생긴다. 전문가들은 예방 가능성이 가장 큰 질환으로 ‘침묵의 살인자’ 고혈압을 꼽았다. 고혈압은 초기엔 당장 생활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자각증상이 적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서서히 진행되다 증상이 갑자기 나타나거나 여러 가지 합병증이 동반된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와 미국보건영양조사(NHANES) 연구에 따르면 자신이 고혈압 환자임을 인지하는 비율은 67.9%로 미국(80.7%)보다 떨어진다. 전체 고혈압 환자 중 정상 혈압을 유지하고 있는 비율은 43.6%로 미국(50.1%)보다 낮다. 김병욱 인제대 상계백병원 심장혈관센터 소장은 “부모 또는 조부모 세대에 고혈압 환자가 있을 경우 일반인보다 발병률이 2배 이상 증가하지만, 자신의 혈압 수치를 제대로 인지하는 비율은 낮다”고 지적했다.○ 운동, 저염식, 금연, 절주 4대 실천법 5대 가족력 질환은 운동, 저염식, 금연, 절주 등 4대 생활 습관 개선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반드시 격렬한 운동을 할 필요는 없다. 연령별로 맞춤형 운동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예컨대 60세 이상 노인은 가벼운 걷기 운동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노르웨이 연구진이 1997년부터 2007년까지 10년 동안 노르웨이인 5만339명을 추적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1주일에 3시간 미만 걷기 운동만으로 전체 사망 위험을 25%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표 가족력 질환인 심근경색으로 사망할 위험도가 24% 낮아졌다. 성창현 질병관리본부 만성질환관리과장은 “대부분 운동을 격렬하게 많이 해야만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가벼운 운동도 효과가 날 수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특히 고혈압 환자는 수축기 혈압이 200mmHg를 넘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겨울철에는 오전 10시∼오후 2시 실내에서 운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혈압 환자가 3개월 이상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을 하면 수축기 혈압은 5∼25mmHg, 이완기 혈압은 3∼15mmHg 낮출 수 있다.○ 남성 대장암, 여성 유방암 가족력 주의 전문가들은 건강 가계도를 알면 남성은 대장암, 여성은 유방암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술과 담배, 회식에 상대적으로 더 많이 노출된 남성의 경우 대장암 가족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부모 또는 조부모가 대장암을 겪었다면 대장내시경 검진을 40세부터 받을 필요가 있다. 특히 부모가 대장암에 걸리지 않았다 할지라도 일반 용종(물혹)이 아닌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종양성폴립(선종)을 제거한 적이 있다면 주의해야 한다. 유방암은 유전이 강하게 작용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유전성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의 약 7%에 불과하다. 유전성 유방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진 BRCA1, BRCA2 유전자 보유자도 미리 알고 대비하면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유방암 가족력이 있다면 유전자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또 유방암을 일으키는 에스트로겐을 조절하는 콩을 섭취하면 좋다. 문병인 이대목동병원 유방암·갑상선암센터장은 “5세부터 청국장 등 콩 발효식품을 적당히 섭취하면 유방암 발병률을 절반가량 낮출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며 “유방암은 유전병이라는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신질환 ‘쉬쉬’ 하다 자녀까지 ‘뒤탈’ 위험 ▼우울증-정신분열 등 부모영향 많아… 미리 대비해 발병가능성 낮춰야 “공황장애(특별한 이유 없이 나타나는 불안)도 자식에게 유전이 되나요?” 지난해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두 달 동안 상담 치료를 받은 박성애(가명·37) 씨는 주치의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자신의 질환이 자녀에게 대물림 될까 걱정스러웠기 때문이다. 박 씨는 주치의의 설명을 듣고 마음을 다잡았다. “후천적 노력으로 예방이 가능합니다. 무엇보다 부모의 노력이 중요합니다.” 부모가 우울증, 정신분열(조현병), 조울증 등 정신 질환을 겪으면 자식도 비슷한 질환을 겪는 비율이 높다. 보건복지부가 2011년 실시한 전국 정신 질환 실태 조사에 따르면 우울증을 평생 1번 이상 겪는 사람은 6.7%에 이른다. 하지만 부모 또는 형제가 우울증이 있는 사람의 발병률은 약 2.8배로 높았다. 100명 중 1명 정도가 겪는 조현병도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부모 중 한 명이 조현병일 경우 자식의 유병률은 12%, 부모가 모두 조현병일 경우 자식의 유병 가능성은 40%에 이른다. 기분 변화가 심한 조울증도 마찬가지다. 부모 가운데 한쪽이 조울증을 겪으면 자녀의 조울증 발생 가능성은 10∼25%. 부모가 모두 조울증이 있으면 자녀의 발병 위험은 30∼50%까지 상승한다. 부모가 알코올의존증 환자인 사람의 유병률이 부모가 정상인 사람보다 3∼4배 높은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하지만 예방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의 중론이다. 부모 세대의 정신 질환 병력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대비하면 막을 수 있는 질환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해우 서울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장은 “60세 이전에 발병하는 조기 치매는 상대적으로 유전적 영향을 더 받는 질환이다. 하지만 조울증, 우울증 등의 정신 질환은 충분히 후천적으로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정신 질환의 경우,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신체적 가족력 질환에 비해 건강 가계도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 부모의 정신과적 병력을 숨기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증상이 나타나도 “나는 아닐 거야”라고 묵혔다가 심각해진 후에야 병원에 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황재욱 순천향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치료를 받지 않는 기간(DUP)을 줄여야 향후 치료 효과도 크다”고 말했다.김병욱 인제대 상계백병원 심장혈관센터 소장 김석연 서울의료원 내과 교수 노용균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문병인 이대목동병원 유방암·갑상선암센터장 박병림 원광대 의대 생리학교실 교수 박영규 분당제생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박종춘 전남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백남종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백현욱 분당제생병원 소화기영양내과 교수 손영수 제주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오상우 동국대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유형준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내과 교수 윤종률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이동우 인제대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이동호 분당서울대병원 내과 교수 장학철 분당서울대병원 내과 교수 전민호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전용덕 국립중앙의료원 내과 교수 조영중 국립중앙의료원 내분비내과 교수 최윤호 삼성서울병원 내과 교수 한일우 강남구립행복요양병원장 황성희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신경과 교수 황환식 한양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더라.’ 조선 정조 시대의 문장가 유한준이 남긴 이 말은 가족 건강론에 적용할 수 있다. 가족을 사랑할수록 가족의 건강과 병력에 대해 잘 알게 되고, 이때 건강관리에 임하는 자세가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환자와 만날 때마다 이 구절을 강조한다는 박병림 원광대 의대 생리학교실 교수는 “건강 가계도를 그리는 것은 가족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 가족력 질환은 생활습관병 동아일보는 대한노인병학회와 함께 건강 가계도를 활용해 가족 건강을 챙길 수 있는 5대 대표 질환을 선정했다. 바로 고혈압, 당뇨병, 심근경색, 뇌중풍(뇌졸중), 고지혈증이다. 이 5대 질환은 모두 잘못된 생활 습관으로 생긴다. 전문가들은 예방 가능성이 가장 큰 질환으로 ‘침묵의 살인자’ 고혈압을 꼽았다. 고혈압은 초기엔 당장 생활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자각증상이 적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서서히 진행되다가 증상이 갑자기 나타나거나, 여러 가지 합병증이 동반된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와 미국보건영양조사(NHANES) 연구에 따르면 자신이 고혈압 환자임을 인지하는 비율은 67.9%로 미국(80.7%)보다 떨어진다. 전체 고혈압 환자 중 정상 혈압을 유지하고 있는 비율은 43.6%로 미국(50.1%)보다 낮다. 김병욱 인제대병원 심장혈관센터 소장은 “부모 또는 조부모 세대에 고혈압 환자가 있을 경우 일반인보다 발병률이 2배 이상 증가하지만, 자신의 혈압 수치를 제대로 인지하는 비율은 낮다”고 지적했다.● 운동, 저염식, 금연, 절주 4대 실천법 5대 가족력 질환은 운동, 저염식, 금연, 절주 등 4대 생활 습관 개선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반드시 격렬한 운동을 할 필요는 없다. 연령별로 맞춤형 운동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예컨대 60세 이상 노인은 가벼운 걷기 운동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노르웨이 연구진이 1997년부터 2007년까지 10년 동안 노르웨이인 5만339명을 추적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1주일에 3시간 미만 걷기 운동만으로 전체 사망 위험을 25%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표 가족력 질환인 심근경색으로 사망할 위험도가 24% 낮아졌다. 성창현 질병관리본부 만성질환관리과장은 “대부분 운동을 격렬하게 많이 해야만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가벼운 운동도 효과가 날 수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특히 고혈압 환자는 수축기 혈압이 200㎜Hg를 넘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겨울철에는 오전 10시∼오후 2시 실내에서 운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혈압 환자가 3개월 이상 규칙적인 유산소운동을 하면 수축기 혈압은 5~25㎜Hg, 이완기 혈압은 3~15㎜Hg 낮출 수 있다.● 남성 대장암, 여성 유방암 가족력 주의 전문가들은 건강 가계도를 알면 남성은 대장암, 여성은 유방암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술 담배 회식에 상대적으로 더 노출된 남성들의 경우 대장암 가족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부모 또는 조부모가 대장암을 겪었다면 대장내시경 검진을 40세부터 받을 필요가 있다. 특히 부모가 대장암에 걸리지 않았다 할지라도 일반 용종(물혹)이 아닌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종양성폴립(선종)을 제거한 적이 있다면 주의해야 한다. 유방암은 유전이 강하게 작용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유전성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의 약 7%에 불과하다. 유전성 유방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진 BRCA1, BRCA2 유전자 보유자도 미리 알고 대비하면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유방암 가족력이 있다면 유전자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또 유방암을 일으키는 에스트로겐을 조절하는 콩을 섭취하면 좋다. 중국 쑤저우대 연구팀의 연구 결과, 콩 속의 이소플라본을 섭취한 사람은 그러지 않은 사람보다 유방암 발생이 25%가량 줄었다. 문병인 이대목동병원 유방암·갑상선암센터장은 “5세부터 청국장 등 콩 발효 식품을 적당히 섭취하면 유방암 발병률을 절반가량 낮출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며 “유방암은 유전병이라는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공황장애(특별한 이유없이 나타나는 불안)도 자식에게 유전이 되나요?” 지난해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두 달 동안 상담치료를 받은 박성애 씨(37·가명)는 주치의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자신의 질환이 자녀에게 대물림 될까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박 씨는 주치의의 설명을 듣고 마음을 다잡았다. “후천적 노력으로 예방이 가능합니다. 무엇보다 부모의 노력이 중요합니다.” 부모가 우울증, 정신분열(조현병), 조울증 등 정신질환을 겪으면 자식도 비슷한 질환을 겪는 비율이 높다. 보건복지부가 2011년 실시한 전국정신질환실태조사에 따르면 우울증을 평생 1번 이상 겪는 사람은 6.7%에 이른다. 하지만 부모 또는 형제가 우울증이 있는 사람의 발병율은 약 2.8배 높았다. 100명 중 1명 정도가 겪는 조현병도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부모 중 한 명이 조현병일 경우 자식의 유병율은 12%, 양 부모가 모두 조현병일 경우 자식의 유병 가능성은 40%에 이른다. 기분 변화가 심한 조울증도 마찬가지다. 한 부모가 조울증을 겪으면 자녀의 조울증 발생 가능성은 10~25%. 양 부모가 조울증이 있을 경우는 자녀의 발병 위험은 30~50%까지 상승한다. 부모가 알콜중독인 사람의 유병율이 정상 부모를 가진 사람보다 3~4배 높은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하지만 예방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의 중론이다. 부모 세대의 정신질환 병력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대비하면 막을 수 있는 질환이 적지 않다는 것. 이해우 서울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장은 “60세 이전에 발병하는 조기 치매는 상대적으로 유전적 영향을 더 받는 질환이다. 하지만 조울증,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은 충분히 후천적으로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정신질환의 경우,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신체적 가족력 질환에 비해 건강 가계도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 부모의 정신과적 병력을 숨기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증상이 나타나도 “나는 아닐거야”라고 묵혔다가 심각해진 후에야 병원에 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황재욱 순천향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치료를 받지 않는 기간(DUP)을 줄여야 향후 치료 효과도 크다”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한의원에서 초음파 등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두고 의사와 한의사 단체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국무조정실은 지난달 28일 규제 기요틴 회의를 개최하고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허용 방안’을 규제 개혁 추진 과제에 포함시켰다. 현재 30병상 이상 한방병원의 경우 의료기기를 운영하는 별도의 의사를 채용하면 초음파 기기, X선 기기 등 현대 의료기기를 도입할 수 있다. 하지만 동네 의원급 한의원은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한의원에서 X선이나 초음파 등의 진료를 받으려면 일반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고, 결과지를 한의원에 다시 제출해야 하는 불편이 있다. 정부 방침에 대해 대한한의사협회 관계자는 “국민의 70% 이상이 한의원에서도 의료기기를 이용할 수 있는 것에 찬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사 단체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3일 성명서를 내고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은 의료법상 규정된 면허 범위를 벗어난 위법 행위다”며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 11만 의사 회원들이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올해 상반기 안에 한의사가 사용할 수 있는 의료기기의 종류를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 전문적인 기기를 허용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며 “상반기 내에 한의사들이 대학 교육과정에서 배운 기기, 국민 건강에 크게 문제가 없는 기초 의료기기 중 허용 범위를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는 2013년 12월 ‘안압측정기, 자동안굴절검사기, 세극등현미경, 자동시야측정장비, 청력검사기 등 안전에 문제가 없고 한의사가 판독하기 어렵지 않을 경우 도입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린 바 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16년 전에는 아버지가, 8년 전에는 형이 수술대에 올랐다. 심장혈관에 문제가 생겨서다. 하지만 김동민(가명·57) 씨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결국 6년 전부터 지난해 12월 1일까지 심장혈관이 좁아지는 협심증 증상으로 세 차례나 스텐트 시술을 받아야 했다. 가족력은 중증 질환의 발병에 큰 영향을 미치는 위험 요소다. 심장병뿐만 아니라 고혈압 당뇨병 뇌중풍 유방암 대장암 갑상샘암 등 한국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대부분의 질환이 가족력과 연관이 있다. 고혈압의 경우 부모 모두 정상일 때 자녀가 고혈압일 확률은 4%. 하지만 부모 중 한쪽이 고혈압이면 30%, 양쪽 모두가 고혈압이면 50%까지 발병 확률이 치솟는다. 당뇨병도 부모 중 한 명이 앓고 있으면 발병 확률이 10∼30%, 둘 다 있으면 40%로 올라간다. 가족력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김 씨처럼 정작 예방에 무심한 경우도 적지 않다. 가족력은 유전병과는 다르다. 가족의 병력(病歷)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생활습관 개선 등 후천적인 노력을 기울이면 극복이 가능하다. 오병희 서울대병원장(대한심장학회 이사장)은 “부모와 조부모 세대의 정확한 병력을 알고, 이를 막기 위해 실천하면 암, 심장 및 뇌혈관 질환의 발생 위험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본보는 100세 건강 시대를 열기 위해 독자와 함께하는 ‘2015 건강 리디자인―당신의 건강 멘토가 되겠습니다’ 프로젝트를 연중 진행한다. 가족과 가까운 친척의 병력을 체크해 가족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당신의 건강가계도를 아십니까’ 시리즈, 중장년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던 70대 건강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실천하기 위한 ‘70대는 100세 건강의 골든타임’ 시리즈를 독자 참여 형식으로 진행한다. 70대는 60대보다 더 많은 관리가 필요하지만 상대적으로 건강관리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또 100세 건강의 초석이 되는 어린이 건강 증진 프로젝트 ‘아이 건강 평생 건강’은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부터 독자를 찾아갈 예정이다. 유근형 noel@donga.com·최지연 기자}

우리의 신체는 시간이 흐를수록 기능이 떨어지도록 설계돼 있다. 그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은 관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국내 노인들의 상황은 사뭇 다르다.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한 70대 노인들이 60대보다 건강에 무관심한 편이다. 2013년 국민건강영양조사, 2011년 고령자통계 등에 따르면 필요한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는 노인의 비율(미치료율)은 70대가 18.3%로 60대(13.2%)의 약 1.5배다. 건강검진을 받는 비율도 70대(75∼79세·79.9%)가 60대(65∼69세·87.1%)에 비해 낮다. 신체 기능이 동년배에 비해 더 떨어져 혼자 생활하기 어려운 노인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가족 또는 요양기관의 도움이 필요한 노인들이 적절한 지원을 받는지를 측정하는 수발률은 60대는 77.9%에 이르지만 70대(70∼74세)엔 67%로 감소했다.○ 건강관리 포기하는 70대들 서울 성북구에 사는 김경자(가명·77) 씨의 사례는 건강관리를 포기하는 70대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김 씨는 10년 전 남편을 떠나보낸 뒤 온몸이 아팠다. 남편을 간호할 땐 ‘내가 무너지면 안 돼’라며 버텼는데 지금은 맥이 풀렸기 때문이다. 빈혈 증세로 자리에 주저앉는 일이 잦았고 허리와 무릎 통증, 왼쪽 눈의 염증도 심했다. 하지만 김 씨는 경제 여건 때문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다. 동네 이웃들은 구청의 사회복지과라도 찾아가라고 했지만 “늙으면 아픈 게 당연하지…”라며 체념했다. 사실상 건강관리를 포기한 김 씨의 상태는 점점 나빠졌다. 염증이 심했던 왼쪽 눈은 2007년 실명에 이르렀고 오른쪽 눈마저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눈이 불편해지면서 주 2∼3회 나서던 폐지 수집과 바느질도 못 했다. 집에 머물며 TV만 켜 둔 채 멍한 상태로 지내는 시간이 늘어 갔다. 좁은 방에서 움직이지도 않고 지내다 보니 관절염도 더 악화됐다. 김 씨는 지난해 10월 뒤늦게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을 얻어 병원에 정기적으로 다닐 수 있게 됐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치료 항목 내에서는 무료 진료를 받게 된 것. 하지만 상태는 심각했다. 오른쪽 눈은 백내장이 심해 시야가 흐려졌다. 근육량과 관절 기능이 떨어져 몸의 움직임도 현격하게 떨어진 상태다. 김 씨는 “포기하지 않고 병원에 갈 방법을 조금 더 빨리 찾아볼걸” 하며 후회했다. 오상우 동국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고령자들이 건강관리를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는 노인 빈곤이다”라고 전제하면서도 “하지만 의료비 지원 등 복지 시스템이 자리를 잡으면서 빈곤 노인도 일정 수준 이상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있는데도 ‘살 만큼 살았다’며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70대, 포기하기엔 이르다 전문가들은 70세 이상 노인이라도 운동을 하면서 활기차게 생활하면 심장병과 폐 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노인병학회 노인증후군연구회가 국내외 논문들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심폐 기능이 좋지 않은 70∼82세 노인이 포기하지 않고 적절한 운동을 계속할 경우 심장 및 폐 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을 최소 36%에서 최대 52%까지 낮출 수 있다. 반대로 평소 심장과 폐 기능이 정상인 건강 노인도 운동을 꺼리고 정적인 좌식 생활을 계속하면 사망할 위험이 최대 1.9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형준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내과 교수는 “인간의 심장과 폐가 70대를 지나면 진화보다는 퇴화만 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고 말했다. 노인 건강 전문가들은 100세 건강을 위해서는 70대 이후의 삶의 태도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신체 기능 저하를 모두 막을 수는 없지만 이를 체념할 경우 노화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신체 기능 저하로 나타나는 1차 노화를 넘어 ‘자신이 늙었다’라는 것을 인지하면서 시작되는 2차 노화를 경계해야 한다는 얘기다. 예컨대 70대가 되면 신경 반응 속도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겁을 먹고 운전 같은 활동을 그만두면 반응 속도는 더 떨어질 수 있다. ○ 노인 건강 정책 70대에 초점 맞춰야 전문가들은 연령대별 맞춤형 노인 건강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만 65세 이상 노인 전체에게 동일한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얘기다. 60대와 70대의 신체 기능과 질병의 발현 양상은 다르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70대는 3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이 동시에 찾아오는 다질환자가 급증하는 시기다. 60대에 비해 만성질환을 2가지 가진 사람은 오히려 줄어들고 3가지 이상을 함께 앓는 환자가 부쩍 늘어난다. 신체적으로는 70대의 경우 골밀도가 급격히 낮아지면서 낙상 사고도 급증한다. 65∼69세의 낙상 경험률은 16.7%에 불과하지만 75∼79세는 1.5배(25.1%)나 된다. 70대의 정신건강도 위험 수준이다. 70대(75∼79세) 노인 중 우울증을 겪는 비율은 35.7%로 60대(65∼69세·19.1%)의 2배에 육박한다. 자살률도 마찬가지다. 노용균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노인 건강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과 의학계의 관심은 5060세대에 집중됐으며 70대 이상 노인은 상대적으로 소외됐다”며 “100세 시대를 위해서는 보건의료 정책의 패러다임을 70대 쪽으로 이동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이진한 기자·의사}

원조 액션배우 김희라 씨는 2000년 뇌중풍(뇌졸중)으로 이후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하루에 담배 3, 4갑을 피웠고, 일주일에 평균 5, 6회 술자리를 갖는 등 무절제한 생활습관이 화근이었다. 김 씨는 아내의 간호 속에 채식 위주의 식사와 지속적인 재활운동으로 현재 신체 기능이 정상 상태의 80%까지 돌아왔다. 김 씨처럼 뇌중풍으로 쓰러지는 혈관 질환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뇌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는 인구 10만 명당 50.7명에 이른다. 허혈성 심장질환(27.1명), 고혈압성 질환(10.1명) 사망자보다 월등하게 많다. 뇌중풍은 뇌 조직으로 공급되는 혈관이 막혀 발생한다. 혈액과 산소를 제공받지 못한 뇌는 급속하게 손상된다. 크게는 뇌혈관이 막혀 발생하는 ‘뇌경색(허혈성 뇌혈관 질환)’과 막혔던 혈관이 파열되면서 생기는 ‘뇌출혈(출혈성 뇌혈관 질환)’로 구분된다. 일단 발병하면 주로 한쪽 얼굴과 팔다리가 마비되거나 감각이 둔해진다. 말이 제대로 안 나오거나 눈 한쪽이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어지럼 때문에 걸을 때 중심을 잡을 수 없다. 뇌중풍을 막기 위해서는 흡연, 술, 기름진 음식, 짠 음식을 피해야 한다. 칼륨을 많이 섭취하는 게 좋다. 하루 권장량은 4.7g 이상이다. 저지방우유, 치즈, 떠먹는 요구르트, 과일, 야채 등을 많이 먹는 것이 좋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명상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잠자기 직전에 명상 효과가 높다는 것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12월 22일 오후 7시 20분에 방영되는 채널A 교양프로그램 ‘닥터지바고’는 뇌중풍을 극복한 사람들의 다양한 체험담을 소개한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식품업체 오뚜기가 제조한 스파게티 소스에서 유리 조각(사진)이 발견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프레스코 스파게티 소스 토마토’ 제품에서 길이가 약 4.5cm인 유리 조각 이물이 발견돼 18일 판매를 중단하고 같은 날 생산된 제품들을 회수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만들어진 다른 제품에도 추가로 유리 조각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회수 대상은 유통기한(제조일자로부터 1년)이 2015년 8월 25일인 제품으로 총 7051kg(1만7628개)에 이른다. 식약처 관계자는 “11월 27일 충북 청주에 거주하는 한 소비자가 해당 제품에서 이물이 나왔다며 신고해 조사에 착수했다. 해당 제품이 경기 안양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해당 제품은 위해상품 판매차단 시스템(POS)에 등록돼 자동으로 판매가 금지된다. 만약 소비자가 시중에 남아 있는 제품을 사려 해도 판매원이 제품의 바코드를 찍으면 판매 금지 상황이 고시되는 시스템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공정 중에서 병이 깨져 이물질이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며 “최선을 다해 해당 제품을 회수하고, 유통기한이 해당 기간인 제품은 환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유근형 noel@donga.com·김성모 기자}
인터넷 사이트에서 판매되는 성기능 개선 식품에서 심장마비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성분이 검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성기능 개선 효과가 있다고 광고하는 식품 29개 제품을 수거해 검사한 결과 ‘라포빔(RAPPORTVIM)’ 등 8개 제품에서 이 같은 성분들이 검출됐다”고 17일 밝혔다. 식약처는 관세청에는 통관금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는 온라인 접속 차단을 요청했다. 실데나필과 타다라필은 각각 비아그라와 시알리스 전문의약품 성분들로 의사 처방이 반드시 필요한 의약품이다. 식품으로 사용하는 것이 금지돼있다. 위해성분이 검출된 제품은 라포빔(RAPPORTVIM), 락하드(ROCK HARD), 맨파워 365(MAN POWER 365), 파극천, 아이코스맥스(ICOS max), 드래곤(Dragon), 카사노바(CASANOVA), 나노파파(NANOPAPA)다. 8개 적발 제품은 인터넷 판매 사이트가 모두 해외에 있다. 정식으로 수입된 식품과는 달리 수입 업체명, 원재료명, 유통기한 등과 같은 한글표시 사항이 없다. 식약처 관계자는 “해당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는 즉시 섭취를 중단해야 한다”며 “앞으로 해외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구입한 식품은 구매를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유근형기자 noel@donga.com}
세월호 사고 당시 수색작업 중 사망한 잠수사 이광욱 씨(53) 등 6명이 의사자로 인정됐다. 보건복지부는 16일 제5차 의사상자 심사위원회를 개최하고 이같이 결정했다. 이광욱 씨는 세월호 수색작업에 자원봉사로 참여한 민간 잠수사다. 이 씨는 5월 6일 선체 5층 로비 탐색을 위한 가이드 설치 작업 중 공기호스 고장으로 호흡곤란을 겪은 후 병원 이송 중 사망했다. 안현영 씨(28)는 세월호와 계약한 이벤트회사 대표로 4월 16일 사고 당시 배가 기울자 의자를 쌓아 디딤판을 만들어 약 15명의 승객을 4층으로 이동시켰다. 특히 부상당한 4, 5명을 직접 이동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선체로 밀려드는 바닷물을 피하지 못해 숨졌다. 복지부는 이 밖에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려다 숨진 박성근(17), 김대연(14), 박인호 군(16)과 이준수 씨(23)도 의사자로 선정했다. 의사자의 유족은 의사자 증서와 함께 법률에서 정한 보상금, 의료급여, 교육보호, 취업보호 등의 예우를 받는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무릎은 우리 몸에서 쓰임이 가장 많은 관절로, 사용이 많은 만큼 손상되기 쉬운 부위 중 하나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무릎 내의 연골도 퇴화되는데, 이 연골이 노화로 인해 닳아 없어지면서 무릎 내에 염증을 발생시키는 질환이 바로 ‘퇴행성관절염’이다. 문제는 한번 닳은 연골은 저절로 회복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신경세포가 없어 손상돼도 별다른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무릎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의 퇴행성관절염은 대부분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된다. 특히 한국 중년 여성 중엔 무릎 퇴행성관절염으로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다. 여성은 구조적으로 무릎 관절이 불안정할 뿐만 아니라 쪼그리고 앉거나 무릎을 꿇는 등 가사일을 오랜 기간 해오면서 무릎 연골이 상하기 쉽다. 또 폐경기를 거치면서 호르몬이 변화를 겪으면서 연골도 손상되기 쉬운 상태로 변해 퇴행성관절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만약 퇴행성관절염 초·중기 치료시기를 놓치고 무릎 연골이 완전히 닳아 없어진 퇴행성관절염 말기까지 진행됐다면, 통증이 극심해 일상생활이 힘들어진다. 이런 경우 염증을 일으키는 관절 대신에 인공관절을 이식해 통증을 줄이고 무릎의 기능을 회복시킬 수 있다. 인공관절 수술 뒤에는 통증의 근본적인 원인이 사라지기 때문에 통증이 줄고 꾸준한 재활치료를 통해 무릎의 운동성을 높여주면 간단한 레저 및 스포츠 활동도 즐길 수 있다. 인공관절 수술은 염증을 일으키는 관절 대신에 새로운 인공관절을 무릎 내에 이식하는 수술법이다. 이 수술을 받으면 환자의 몸 상태, 활동량, 수술 정확성 등에 따라 15년 정도는 해당 인공 관절을 사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65세 이상 고령 환자들이 주로 수술을 받고 있다. 조승배 강동연세사랑병원 원장은 “연골은 혈관이 없는 조직으로 한번 손상되어 닳게 되면 자체 재생되지 않고 시간이 흐를수록 소모되어 관절 내 염증을 일으키고 극심한 통증을 발생시킨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3D프린터를 이용한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이 도입됐다. 수술 1, 2주 전 컴퓨터단층촬영(CT) 혹은 자기공명영상(MRI)을 통해 무릎 관절의 모양과 크기를 정확하게 측정한다. 이를 바탕으로 환자의 무릎을 3D 입체영상으로 만든다. 이를 통해 환자의 관절에 들어갈 인공 관절을 더 정교하게 만들 수 있게 됐다. 이 수술법은 미국에서는 2009년부터 시행됐고, 국내에서는 2010년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을 얻은 후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약 4만 차례 시행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기존 수술법은 일단 무릎을 절개한 상태에서 인공관절을 다듬는 일이 많았다. 수술시간이 길어지면서 폐부종, 하지정맥혈전증, 폐색전증 등의 합병증 위험도 비교적 높았다. 하지만 3D 프린터를 이용하면 관절 손상 조직의 위치와 각도를 정확하게 측량해, 인공관절의 가장 이상적인 이식이 가능하다. 고용곤 강남연세사랑병원 원장은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은 수술 전에 미리 환자의 무릎 모양과 손상 정도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기 때문에 수술의 오차범위를 줄일 수 있다”며 “특히 인공관절의 수명을 연장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