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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치 8주 이상 경상을 입은 교통사고 환자 10명 중 9명은 한방 치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17일 대형 손해보험사 4곳(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보험 경상환자(상해급수 12~14급) 117만1507명 중 전치 8주 이상의 상해를 입은 환자는 11만5603명(9.8%)이었다. 이들 중 대부분인 10만902명(87.2%)이 한방 치료를 받았. 평균 치료 일수는 한방이 10.6일로 양방(5.4일)의 약 2배였다. 하루 평균 치료비는 한방(10만7300원)이 양방(7만 원)의 약 1.5배 수준이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한방병원 진료비는 2019년 4308억 원에서 지난해 9874억 원으로 5년 동안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진료비가 급증한 것은 침술3종, 추나요법 등 6가지 이상 한방시술을 한꺼번에 받는 ‘세트 청구’가 늘었기 때문이다. 손해보험 4개사가 집계한 세트청구 진료비는 2020년 2506억 원에서 지난해 5353억 원으로 늘었다.교통사고 경상환자 진료비 청구액이 급증하자 정부는 올 2월 자동차보험 경상환자가 8주 이상 치료를 받을 때 보험사가 추가 서류를 제출 받을 수 있도록 한 개선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정부가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에 대해 가격 상한선 등을 정하겠다고 한 것처럼 자동차보험에도 이 같은 장치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랜섬웨어 해킹 공격으로 시스템 장애가 발생한 SGI서울보증이 피해 구제를 위한 신고센터를 열었다. 피해신고센터는 피해 신청이 없을 때까지 무기한 운영된다. 사실관계와 피해 금액이 확정될 경우 서울보증이 전액 보상할 방침이다. 16일 서울보증은 14일 0시 40분경 발생한 시스템 장애가 사흘째 이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현재 금융감독원, 금융보안원 등과 함께 시스템 복구에 힘쓰고 있다”며 “한 건의 피해도 빠짐없이 보상하겠다는 각오로 센터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운영을 시작한 피해신고센터는 이번 시스템 장애로 인한 피해 사실 신고를 받아 신고 내용을 검토하는 역할을 맡는다. 개인과 기업은 누구나 유선전화로 피해 사실을 신고할 수 있다. 서울보증 관계자는 “오전부터 피해 신고 접수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은행권에서는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신규 대출을 받으려는 고객들의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현재 서울보증은 시중은행과의 긴급 협의로 사전에 보증 적합 판정을 받은 임차인에 대해선 ‘선대출 후보증’ 방식으로 먼저 대출을 받을 수 있게 조치했다. 하지만 신규 전세대출 등 금융 업무는 여전히 막혀 있는 상황이다. 이날 서울보증은 “랜섬웨어 그룹으로부터 금전 요구 등 직접적인 연락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SGI서울보증 시스템에 랜섬웨어 공격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장애가 발생해 금융소비자들이 보증보험 관련 서비스 이용에 불편을 겪었다. 14일 SGI서울보증은 시스템 장애로 인해 일부 서비스 제공에 이상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서울보증에 따르면 이날 새벽부터 시스템 마비로 휴대전화 할부 개통 보증, 부동산 전월세 보증 등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했다. 또 고객지원센터(콜센터) 연결에 오류가 생겨 한때 대표번호, 지점 등 전화 연결에 차질을 빚었다. 서울보증은 우선 금융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보증서 발급이 가능한 임차인에 대해 선 대출 실행 후 보증서 가입이 가능하도록 시중은행과 협의했다. 이에 따라 현재 주요 시중은행들은 내부 프로세스를 정비해 전세대출을 정상 취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보증은 “고객 불안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으며, 이번 장애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전사적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시스템 장애 직후 비상대응본부를 구성한 서울보증은 향후 피해 경과, 복구 상황,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 등에 대해서도 금융당국 및 관련 기관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나갈 계획이다. 앞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도 올 3월 시스템 장애로 8시간가량 보증 업무가 마비되는 등 유사한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6·27 대출 규제 영향으로 시중은행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난달 말 몰렸던 ‘막차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수요’가 순차적으로 승인되고 있어 올 3분기(7∼9월)까지는 가계대출 증가 폭이 크게 꺾이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10일 기준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55조7260억 원으로 6월 말(754조8348억 원) 대비 8912억 원 늘었다. 이는 하루 평균 891억 원 상승한 것으로, 지난달 일 평균 상승액(2251억 원)의 40% 수준에 불과하다. 다만 은행별 대출 승인 추이를 살펴봤을 때 연초부터 이어진 가계대출 상승세가 완전히 꺾였다고 단정 짓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A 은행은 이달 10일까지 하루 평균 372건, 1035억5000만 원씩 승인이 이뤄져 지난달 일 평균 승인건수 및 금액(293건, 746억6000만 원)을 크게 상회했다. 같은 기간 B 은행의 주담대 하루 평균 승인액(1466억 원) 역시 전월(1033억 원)보다 크게 늘었다. 6·27 대책 직후 한시적으로 비대면 대출을 중단했던 은행권이 다시 해당 서비스를 재개하면서 대출 신청이 다시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KB국민은행은 11일 비대면 주택 구입자금 접수를 재개했으며 신한은 16일, NH농협은 18일부터 비대면 주담대 영업을 다시 시작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총량제한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은 은행들에 11일까지 하반기(7∼12월)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를 제출하라고 했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업권은 각각 15일, 16일까지 금감원에 제출해야 한다. 금감원은 상반기(1∼6월) 대출 목표치를 초과한 일부 은행에 대해 대출 총량을 더 조이는 ‘페널티’ 부과도 검토하고 있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올해 11월 입주가 예정된 경기 광명시의 한 신축 아파트 단지 분양권을 산 A 씨는 지난달 20일 계약금 약 8000만 원을 납부했습니다. 정부가 6·27 대출 규제를 발표하기 일주일 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6억 원 이상 받을 수 없다”는 통보를 받고 눈앞이 캄캄했다고 합니다. 정부는 이번 대출 규제를 기습적으로 시행하면서 “발표일 이전 주택매매 계약을 체결해 계약금을 납부했다면, 이번 규제 이전의 규정대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또 입주자 모집 공고가 시행일 이전에 난 경우에는 중도금, 이주비 대출을 이전 규정대로 받을 수 있게 했습니다. 하지만 분양권 전매의 경우 주택매매와 전혀 다른 규정을 적용했습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입주자 모집 공고를 지난달 27일 이전에 냈던 단지라도 분양권을 규제 시작일인 지난달 28일 이후 ‘거래한 경우’에는 대출 규제를 받게 됩니다. 그런데 거래 시점을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RTMS) 신고일로 규정했습니다. 계약금을 미리 납부했더라도 신고를 늦게 한 경우 대출 규제를 적용받게 되는 것입니다. A 씨는 대출 규제 시행 이후인 지난달 30일 공인중개사를 통해 RTMS에 거래를 신고했습니다. 현행법상 주택매매, 분양권 전매 모두 계약을 완료한 뒤 30일 안에만 신고하면 되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았던 것입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5월 28일부터 지난달 27일까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서 10억 원이 넘는 분양권 거래는 총 93건(서울 39건, 경기 36건, 인천 18건)입니다. 이들은 대출 규제 시작 전 분양권 계약을 완료했지만 지난달 28일 이후 거래 신고를 했다면 대출 규제를 피할 수 없게 됩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분양권 전매 계약을 신고일 기준으로 규제한 것은 과거의 대책들과 완전히 동일하다. 시장에서 이견이 있기 어려운 내용”이라며 “아직 변경 계획은 없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규제가 급작스러웠던 만큼 억울한 금융소비자들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당국의 더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주가조작 등의 불공정 거래를 척결하기 위한 범정부 합동대응단이 이달 말 출범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자본시장 선진화의 첫 번째 과제로 ‘불공정 거래 근절’을 언급한 지 약 한 달 만이다. 9일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와 함께 중대한 불공정 거래 행위를 신속히 조사하고 엄정 제재할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을 이달 30일 출범시킨다고 밝혔다. 불공정 거래란 미공개 정보 이용, 시세조종, 부정 거래 등 자본시장에서 일어나는 범죄를 뜻한다. 2019∼2023년 상장사 8곳의 주가를 조종해 약 7300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라덕연 씨(44) 사례가 대표적인 주가조작에 해당한다. 그동안 금융 유관기관들은 불공정 거래에 대해 빠르게 대응하지 못해 왔다. 심리(거래소)와 조사(금융위·금감원) 기능이 각 기관에 흩어져 있는 데다 기관들의 권한도 제각각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세 기관의 불공정 거래 조사 업무를 한곳으로 모아 신속하게 대응하기로 한 것이다.정부는 불공정 거래 행위자에 대해 ‘원 스트라이크 아웃’(자본시장 퇴출) 원칙을 적용하기로 했다. 증권선물위원회 의결 이후 주요 불공정 거래에 연루된 대주주, 경영진 등의 인적 사항과 제재 조치 사항을 공표하는 ‘네이밍 앤드 셰이밍’(공개 거론해 망신 주기) 전략도 병행하기로 했다. ‘계좌’에 기반했던 거래소의 시장감시 체계는 ‘개인’을 중심으로 바뀐다. 계좌 개수가 지나치게 많고 불공정 거래 혐의자가 여러 곳의 증권사 계좌를 쓰는 경우가 많아 거래소의 기존 접근법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윤수 금융위 증선위원은 “(위반자의) 실명을 즉시 공개하면 주가조작 시도가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며 “감시 체계를 (개인 기준으로) 바꾸면 분석 대상이 종전 대비 39%가량 줄어 불공정 거래 검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증선위 내 심의 기구인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는 7일 회의에서 방시혁 하이브 의장을 증시 사기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방 의장은 2010년 하이브의 기업공개(IPO)를 앞두고도 “상장 계획이 없다”고 기존 투자자들을 속여 주식을 팔게 한 뒤 사모펀드와 이면계약을 맺고 2000억 원의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증선위는 16일 정례회의를 열고 해당 안건에 대한 심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이번 논의 내용에는 검찰 통보 및 고발 여부만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부당이득의 최대 2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지난해 통과됐지만 이 같은 처벌 조항이 방 의장 관련 사건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정부가 단일 계약으로 역대 최대 규모에 해당하는 ‘K2 전차 폴란드 수출’에 대한 금융 지원을 추진한다. 방위 산업을 신(新)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이재명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행보로 풀이된다. 6일 금융권 및 방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수출입은행 등 금융공기업들을 통해 현대로템의 K2 전차 폴란드 2차 수출에 관한 금융 지원을 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앞서 현대로템은 2일(현지 시간) 폴란드 국방부와 65억 달러(약 8조8000억 원) 규모의 K2 전차 수출 2차 계약 체결을 완료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번 금융 지원은 무역보험공사의 대출 보증에 참여하는 구조가 중심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수은은 전체 금융 지원의 20∼30% 범위에서 참여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증(Guarantee)’을 중심으로 한 금융 지원은 무보, 수은 등의 한국 금융공기업이 구매자인 폴란드 정부에 직접 대출해 주는 건 아니다. 폴란드가 다른 금융기관에서 구매 자금을 상대적으로 낮은 이자로 빌릴 수 있도록 지급보증을 서주는 방식이다. 전체 계약액 중 약 80%(약 7조 원)는 정책 금융으로 조달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며, 무역보험공사가 대출 보증을 주선하고 수출입은행이 20∼30% 범위에서 보완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업계 관계자는 “방산 계약은 정부 간 계약(G2G) 성격이 강하고 수출 규모도 커 수출국이 저리의 정책 금융, 보증 보험 등을 제공하는 것이 (통상적인) 관례”라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2023년에도 124억 달러(약 17조 원) 규모의 K2 전차 1차 수출 계약에 대해 무보, 수은 등을 활용해 총 100억 달러의 정책 금융을 제공한 바 있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정부가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를 발표한 지난달 27일 불과 반나절 만에 일부 시중은행 마이너스 통장(마통) 약정액이 800억 원 가까이 불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 창구에서는 대출 상담에만 5시간 넘게 대기자가 속출하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우리은행의 지난달 27일 마이너스 통장 약정액은 전날보다 795억 원 늘어난 35조1266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5∼26일 증가 폭(49억 원)의 약 16배에 달한다. 약정액은 마이너스 통장 개설 시 대출자가 은행과 약정한 한도 금액이다. 마이너스 통장은 신용 대출로 취급돼 ‘연 소득 이내’ 한도 규제를 적용받는다. 마통에서 실행된 대출액도 크게 늘어났다. 지난달 27일 시중은행 3곳(신한·하나·NH농협)의 마통 잔액은 24조7830억 원으로 전일 대비 161억 원 증가했다. 시중은행 마이너스 통장 약정액이 폭증한 배경엔 대출이 필요한 사람들이 규제 시행 전 “일단 마통을 최대한 뚫어놓자”고 판단한 것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7일 금융당국은 지난달 28일부터 신용 대출 한도를 연 소득 이내로 제한하겠다는 규제를 발표했고 규제가 시작되기 전 급히 마이너스 통장 약정액을 늘리려는 움직임이 반영된 것이다. 실제 대출 규제 발표 직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선 ‘마이너스 통장이 막히기 전에 받아놓아야 한다’는 내용의 글이 공유되기도 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영업점과 달리 비대면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면 반나절 안에 신용 대출이 가능하다”면서 “미리 한도를 늘려 두면 이후 규제를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발 빠른 고객들의 수요가 몰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권은 정부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 규제로 인한 수익성 저하를 막기 위해 신용대출을 확대하고 있다. 주담대 금리는 일부 인상해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신용대출 금리를 하향 조정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에 따르면 2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대표 신용대출 상품의 평균 금리는 3.86∼4.84%였다. 가계부채 관리 대책이 나오기 직전인 지난달 말에는 같은 상품군의 평균 금리가 3.88∼4.86%대에 분포했었다. 대출 규제 발표 직후 은행 영업점 창구에서는 대출 상담에만 5시간 대기자가 속출하는 등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집단대출을 취급하는 서울의 한 영업점은 “규제 당일에 전세퇴거자금 대출, 이주비 대출 등 세부적인 수준의 문의가 많아 대기가 길어지는 고객들의 불만이 컸다”고 했다. 혼선이 빚어지자 지난달 30일 금융당국은 “제도 시행 전인 6월 27일까지 계약금을 냈거나 은행 전산상 대출 신청 접수를 완료했다면 종전 규정을 적용받는다”고 안내했다.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신한금융그룹이 연 10% 이상인 모든 가계대출 금리를 한 자릿수로 낮추고, 신규 서민 신용대출은 산출 금리에서 전부 1%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신한금융그룹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헬프업&밸류업’ 프로젝트를 이달 중 실시한다고 2일 밝혔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해 저축은행 중신용 고객의 신용 개선과 금융비용 절감 등을 지원한 ‘브링업&밸류업’, 고객의 숨겨진 자산 가치를 찾아주는 ‘파인드업&밸류업’에 이은 세 번째 상생금융 프로젝트다. 신한금융은 은행권 최초로 올 6월 말 기준 연 10% 이상의 금리가 적용된 가계대출 보유 고객의 금리를 만기까지 최대 1년간 연 9.8%로 일괄적으로 내린다. 별도의 지점 방문 없이 모든 고객에게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고객 4만2000명(총 대출금 6500억 원)이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신규로 취급되는 모든 새희망홀씨대출(서민 신용대출)도 산출된 금리에서 전부 1%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이를 통해 약 3만3000명의 이자 부담이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고객 신용을 높이고(브링업) 숨겨진 자산 가치를 찾아(파인드업) 경제적 자립을 돕는(헬프업) 상생금융을 지속적으로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NH농협은행은 광복 80주년을 맞아 ‘NH대한민국 히어로 패키지’를 출시하고 감사행사를 열었다고 2일 밝혔다. 히어로 패키지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헌신한 소방·경찰·해양경찰 공무원 등에게 실질적인 금융 혜택을 제공하는 예금 및 대출 상품이다. 쇼핑·편의점·대중교통 등 생활밀착형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카드 이용액 일부가 공익기금으로 적립되는 ‘NH대한민국 히어로카드’도 출시될 예정이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우리금융그룹은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자회사 편입 절차를 마무리 지었다고 1일 밝혔다. 지난해 8월 이사회를 열어 두 보험사 인수를 결의하고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한지 약 10개월 만이다. 이로써 우리금융은 은행·증권·보험 등 모든 금융 포트폴리오를 포괄하는 종합금융그룹을 다시 완성하게 됐다. 2014년 우리아비바생명 매각 이후 11년 만이다. 우리금융은 동양생명·ABL생명 등 두 보험사를 우리투자증권과 함께 그룹 비(非)은행 부문 핵심 계열사로 육성할 방침이다. 외형 성장보단 자본 건전성에 초점을 맞춰 상품을 개발하고 방카슈랑스·GA(법인모집대리점)·디지털 채널을 활용해 판매 기반도 넓힐 계획이다. 특히 보험 심사와 지급 과정에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도 적용해 신속성과 정확성을 높이기로 했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2001년 4월 국내 최초 금융지주사를 설립한 우리금융그룹이 은행·증권·보험·카드 등 모든 금융 포트폴리오를 포괄하는 종합금융그룹 체제를 다시 완성했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두 보험사 임직원들에게 보낸 손 편지에서 “그룹 차원의 적극적 지원을 통해 두 보험사의 안정적 정착과 성장을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이런 지도가 진작에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요. 오빠가 그런 사고를 겪기 전에….” 26일 서울 강동구 명일2동 대명초교 교차로 인근에서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을 만난 박수빈 씨(31)는 본보 ‘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를 손에 들고 말했다. 그의 오빠 박평수 씨(33)는 올해 3월 이곳에서 발생한 싱크홀 사고로 숨졌다. 사고 지점에서 멀지 않은 강동구 길동에 사는 수빈 씨는 3개월이 지난 지금도 불안하다. “이 동네에 싱크홀 사고가 또 나진 않을까요? 저는 날 것 같아요. 골목마다 공사장이 너무 많이 보여요.”● 싱크홀로 빨려 들어간 33세 청년 석 달 전 사고 당일 평수 씨의 일과 시작은 평소와 다름없었다. 3월 24일, 전날 늦게까지 야식을 배달한 평수 씨는 오전 9시 알람 소리에 깼다. 배달 일은 평수 씨가 어머니, 여동생 몰래 4년 전 시작한 부업이었다. 그는 2018년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사업을 물려받았다. 하지만 거래처에 돈을 떼여 빚이 생겼다. 여기에 법정 다툼까지 얽혔고, 평수 씨는 주 7일 배달일을 시작했다. 그날 평수 씨는 점심 ‘배달 콜’이 몰리기 전인 오전 11시부터 나가 주문을 기다렸다. 오전 11시 37분 샐러드, 11시 42분 볶음밥, 낮 12시 6분 커피, 12시 33분 샐러드, 12시 44분 곱창, 12시 50분과 53분 햄버거. 평수 씨는 오토바이를 타고 강동구 일대에 배달 7건을 마쳤다. 오후 2시 반 평수 씨는 잠깐 집에 들러 어머니가 차려준 김치볶음밥으로 늦은 점심을 먹었다. 평수 씨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오후 3시 자신의 본업인 통신사업체 사무실로 출근해 잠시 남은 업무를 처리했다.평수 씨는 저녁 배달을 위해 오후 5시 사무실을 나섰다. 오후 5시 50분 떡볶이, 6시 3분 햄버거 배달을 마치고 다음 배달 음식을 받으러 오토바이를 몰았다. 그가 명일2동 대명초교 교차로를 지나는 순간 발밑에서 땅이 주저앉았다. 오후 6시 28분 30초 평수 씨는 폭 18m, 깊이 20m 싱크홀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생전 그의 모습이 포착된 마지막 순간이었다.● 유족들, 아직 사고 원인도 듣지 못해 그날 오후 10시쯤 평수 씨의 동료 라이더가 집에 찾아왔다. “싱크홀 사고가 났는데 뉴스 영상 속 오토바이가 평수 오토바이와 같은 기종 같아요.” 늘 자정이 다 돼야 일을 마쳤기에 한창 배달 중일 줄만 알았던 오빠는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 사고 3개월이 지난 이달 24∼26일 히어로팀은 싱크홀 위험 지역과 사고 사례를 분석한 ‘크랙: 땅은 이미 경고를 보냈다’ 시리즈에서 전문가들과 제작한 안전지도를 공개했다. 평수 씨가 숨진 강동구 명일2동, 수빈 씨와 어머니가 살고 있는 길동은 안전지도에서 싱크홀 발생 위험이 높은 4등급 지역이었다. 수빈 씨는 “가장 위험한 4, 5등급 지역만 체계적으로 잘 관리해도 사고 발생률을 낮출 수 있었을 텐데. 서울시는 이런 정보를 알고 있으면서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게 답답하다”고 했다. 해당 지점에 싱크홀이 생긴 이유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국토교통부 중앙지하사고조사위원회는 당초 5월 말까지로 예정했던 조사 기간을 7월 말까지 연장했다. 서울시는 4월 20일 사고 지점 보수를 마치고 도로를 정상 개통했다. 예전처럼 그 위로 차가 다닌다. 수빈 씨는 국토부나 서울시로부터 아직 사고의 원인이 뭔지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별다른 연락도 없었다. 수빈 씨에게 거듭 어쩔 줄 몰라 하던 사람은 사고 지점 바로 앞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던 이충희 씨뿐이었다. 그는 사고 징후를 가장 먼저 발견하고 알린 인물이었다. 이 씨는 서울 지하철 9호선 굴착공사의 영향으로 주유소 바닥에 균열이 생긴 것을 발견하고 공사 관계자, 서울시 측에 여러 차례 항의했다. 사고 당일 오전에도 빗물받이에 작은 구멍이 생긴 걸 발견해 신고했다. 사고 이후 주유소 운영을 중단한 이 씨는 지자체 등에 피해 복구를 요구했다. 그는 수빈 씨에게 평수 씨의 죽음을 애도하며 “사람이 죽었는데 나는 먹고살자고 소리를 낸다는 게 참, 미안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땅은 다시 메우면 되지만 사람은 안 돌아와” 수빈 씨는 사고가 잊혀지고 또 다른 사람이 비슷한 사고를 당할까 우려했다. 그는 “국가가 관리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피해자가 생길 것”이라며 “우리가 백날 뭐라고 한들 관리자들이 잘해줘야 하는데. 저 같은 시민 한 명이 얘기한들 누가 들어주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무너진 땅은 다시 메우면 되지만 죽은 사람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며 “저희 가족의 일상은 오빠가 떠난 그날에 멈췄다”고 말했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공승배 기자 ksb@donga.com}

싱크홀 사고가 인명 및 재산 피해로 이어지고 있지만 사고 원인을 조사하는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규모나 피해가 큰 사고는 정부가 전문가들로 이뤄진 중앙지하사고조사위원회(중앙사조위)를 구성할 수 있는데 실제 구성 비율은 0.2%에 불과했다. 조사위원에게 강제적인 조사 권한도 없어 민간 공사의 경우 시공사 등이 조사를 거부하면 사고 현장에도 못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 숨진 싱크홀, 사고조사위 구성 안 해현행법에 따르면 정부는 면적 4m² 이상 또는 깊이 2m 이상의 싱크홀 사고에 대해선 전문가들을 모아 중앙사조위를 구성할 수 있다. 보통 토질, 터널, 지하 안전 등 전문가 12명 이내로 구성되며 6개월간 조사할 수 있고, 추가로 3개월 활동을 연장할 수 있다.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2018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발생한 전국 싱크홀 사고 1448건을 분석한 결과, 중앙사조위 구성 요건을 충족하는 사고는 총 649건이었다. 이 중 실제로 중앙사조위가 구성된 건 3건(0.2%)이었다. 2020년 경기 구리시 교문동 싱크홀, 2022년 강원 양양군 낙산해수욕장 싱크홀, 올해 3월 서울 강동구 명일2동 싱크홀 때만 중앙사조위가 구성됐다.반면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친 지난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싱크홀 사고 때는 중앙사조위가 구성되지 않았다. 2021년 1월 경기 안산시의 한 건설현장에서 주변 도로 80m가 무너질 정도로 큰 싱크홀이 발생했지만 이 역시 중앙사조위는 구성되지 않았다. 그 때문에 “구성 기준을 알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2021년 구성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지만 이후에도 구성 기준을 충족한 싱크홀 사고 239건 중 2건(0.8%)만 중앙사조위가 구성됐다.● 권한 없는 조사위원, 현장에 못 들어가기도정부가 조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며 대부분의 싱크홀 원인 조사는 지방자치단체 몫이 됐다. 지자체도 사고가 터지면 해당 과 공무원 등으로 자체 조사위원회를 구성하지만 역량 및 전문성 부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2020년 8월 구리시 교문동에서 아파트 앞 도로가 가라앉아 폭 16m, 깊이 20m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했다. 인근에서 지하철 굴착 공사가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유력한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구리시는 자체 조사 결과 ‘상수도관 파열’ 탓이라고 발표했다. 당시 구리시 관계자는 “해당 공사는 발파 방식이 아닌 기계를 이용한 굴착 방식이라 싱크홀과 연관성이 낮다”고 했다.하지만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국토부가 조사에 착수했고 4개월 뒤 “상수도관은 사고 발생 이후에 파손됐다. 싱크홀과는 무관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구리시와 정반대의 결론이 나온 것이다. 김정환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싱크홀 사고 원인을 조사할 때는 전문가가 동행해 조사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지적했다.전문가들은 싱크홀 사고가 나면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사조위를 구성해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더해 실제 조사를 수행하는 위원들의 권한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기도 등 여러 지자체 사조위에 참여한 이규환 건양대 재난안전소방학과 교수는 “조사위원들이 사고 현장에도 못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법 개정을 통해 강력한 조사 및 자료 요구 권한을 부여하는 등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축구장 134개’ 땅 꺼졌는데… 원인-책임 두고 6년째 갈등당진시 “한전 굴착공사 때문” 결론한전 “바다 매립지 특성 고려해야”원인 규명을 둘러싸고 법적 분쟁까지 벌어진 싱크홀 사고도 있다. 2019년경 충남 당진시 아산국가산업단지 부곡공단에서는 95만8600m²(축구장 134개 넓이) 규모의 부지가 2.5cm 넘게 꺼지는 대규모 싱크홀 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역대 국토부에 신고된 싱크홀 사고 중 가장 거대한 규모의 사고다. 당시 땅 밑에선 한국전력이 송전선을 지하로 연결하기 위해 깊이 60m짜리 굴착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이 사고로 공단 내 공장 수십 동에서 벽이 갈라지거나 바닥이 내려앉는 등 피해를 입었다.한전은 2017년 10월부터 굴착공사를 시작했지만 공장 대표들이 이를 알아차린 건 그로부터 1년이 지난 뒤였다. 그사이 한전은 공사 도중 지하수가 유출되는 등 문제로 두 차례나 공사를 중단했지만 그때마다 공법을 바꿔 굴착을 재개했다. 싱크홀 사고 발생 직후 한전은 A학회에 1억2000만 원의 용역비를 주고 사고 조사를 의뢰했다. A학회는 이듬해 ‘굴착공사의 영향으로 싱크홀이 발생한 건 맞지만 바다 인근 매립지라는 특성상 자연적으로 발생한 싱크홀의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는 요지의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피해 공장 대표들은 용역에 참여한 A학회 위원들을 경찰에 고발하고, B협회에 의뢰해 정반대 결론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싱크홀 발생에 대한 책임은 오로지 한전에 있다는 결론이었다.갈등이 지속되자 당진시는 사고 발생 1년 2개월 만인 2020년 3월 ‘당진시 지하사고조사위원회’를 꾸려 9개월간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위는 ‘한전의 전력구 굴착공사에 따른 지하수 유출’을 부곡공단 싱크홀 원인으로 결론 내렸다. 그러자 한전은 부사장까지 나서 “부곡공단 지반침하에 원인을 제공한 것에 대해 분명히 사과한다.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하지만 한전은 2022년 10월 당진시가 ‘공사 현장을 원상복구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리자 불복하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0월 법원이 한전의 청구를 기각했지만 한전은 곧바로 항소했다. 한전 관계자는 “싱크홀 사고와 관련된 터널 구간에 대해선 원상복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사고와 무관한 구간에 대한 원상복구 명령은 과하다고 판단해 항소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 공장 대표들의 보상 문제를 두고서도 “복구 비용을 정하는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며, 결과를 수용할 예정”이라고 했다.법정 공방이 지속되는 동안 피해 공장 대표들은 건물안전평가에서 D등급을 받은 공장에서 일을 이어가고 있다. D등급은 지방자치단체가 사용 제한 여부를 결정해야 할 정도로 피해가 심한 상태다. 지난달 28일 오후 찾은 공단에서는 바닥이 10cm 넘게 가라앉아 있거나 가스관이 휘어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이곳에 입주한 송근상 현대호이스트 대표는 “차라리 다 무너져 내렸으면 좋겠다. 사람이 죽어야 관심을 갖지 않겠느냐”고 했다.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아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히어로콘텐츠팀의 ‘크랙: 땅은 이미 경고를 보냈다’는 ‘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를 자체 제작, 공개하고 국토교통부 서울시 부산시 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보유한 싱크홀 자료의 문제점을 파헤쳤습니다. 디지털 인터랙티브 버전 ‘크랙’ 시리즈는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 전용 페이지인 디오리지널(https://original.donga.com/project/series?c=0311)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크랙 디지털 인터랙티브 기사 보기히어로콘텐츠팀▽팀장: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취재: 공승배 주현우 기자 ▽프로젝트 기획: 임상아 ND ▽사진: 홍진환 기자 ▽편집: 이소연 기자 ▽그래픽: 김충민 기자 ▽인터랙티브 개발: 임상아 임희래 ND ▽인터랙티브 디자인: 정시은 CD 이형주 인턴 당진=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공승배 기자 ksb@donga.com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지방자치단체장이 싱크홀(땅 꺼짐) 안전지도를 만들어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입법이 추진된다. 잇단 싱크홀 사고에 시민 불안이 커지고 있는데도 서울시, 부산시 등 지자체가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자 국회가 나선 것이다.25일 안태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지하안전법) 일부개정안에는 시도지사가 싱크홀 안전지도를 제작하고 시민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안 의원은 “지반침하 예방은 단순한 안전 문제를 넘어 국민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도시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선행돼야 할 과제”라고 배경을 밝혔다. 같은 당 황명선 의원은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 보호에 필요한 싱크홀 정보의 경우 지자체장이 적극적으로 공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서울시는 강동구 명일2동 싱크홀 사고로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친 뒤 ‘지반침하 안전지도’를 공개하라는 요구에도 비공개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도시철도 공사 구간에서 싱크홀이 14차례나 발생한 부산시 역시 ‘지반침하 위험지도’를 만들었지만 시민에게 공개하지 않았다. 국토교통부도 2014년 서울 송파구 대형 싱크홀 발생을 계기로 785억 원을 들여 ‘지하공간 통합지도’를 만들었지만 일반 시민은 볼 수 없다. 국토부 승인을 받은 일부 개발사업자 등만 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싱크홀 지도 공개와 함께 지자체의 싱크홀 대응을 더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윤종군 민주당 의원은 싱크홀 우려가 있으면 국토부가 지자체장에게 보강, 보수 등을 명령할 수 있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했다.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은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싱크홀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지하 안전 평가 전문가인 이재호 지원텍 대표는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만든 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처럼 지반침하에 대한 대응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서울시와 정부가 보유한 싱크홀 지도들을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부산 시민단체 건강사회복지연대의 이성한 사무처장은 “시민이 가장 궁금해하는 지하 안전지도를 정밀하게 만들어 제대로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혈세 들인 싱크홀 지도, 핵심정보 빠져… 건물 기울어도 비공개비공개에 무용지물 된 ‘싱크홀 지도’국토부가 만든 ‘지하공간 통합지도’ 지하수-공동 정보 없고 접근 제한 서울-부산시 제작 지도도 상황 비슷 철도공사장 옆 3년간 14번 싱크홀 현장 본 전문가 “땅속이 갯벌 같아” 시민들 “눈앞 땅 꺼져도 상태 몰라”지난달 28일 부산 사상구 사상∼하단선 도시철도 공사 현장 인근. 새벽시장 바닥에 균열이 여럿 보였다. 길이 5m가량의 균열 틈새에 손가락을 집어넣자 쑥 들어갔다. 주변 화장실, 계단, 건물, 기둥에는 금이 가 있었다. 전봇대가 쓰러질까 봐 보강해 놓은 장치도 보였다.이 주변에서는 최근 3년간 14차례 싱크홀이 발생했다. 지난해는 8차례, 올해는 3차례 있었다. 부산시는 지하 안전 관리를 강화한다며 국비 5800만 원을 지원받아 2년 전 ‘지반침하 위험지도’를 만들었지만 시민에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사이 땅이 12cm 가라앉아 4층짜리 건물이 기울어지면서 사무실을 급히 이전한 주민도 있었다.● 싱크홀 핵심 요소 빠지고 자료도 비공개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부산에서 만난 새벽시장 상인회 이복용 관리부장은 “눈앞에서 땅이 꺼지고 균열이 늘어나는데 시에서 하는 공사에 대해 우리가 뭘 알겠나. 아는 게 하나도 없다. 불안감만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집과 일터 주변에서 자꾸 싱크홀이 발생하는데 부산시가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자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국민의 알 권리와 최소한의 대비를 위해서라도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특히 사상구 공사 현장처럼 싱크홀 사고가 빈번한 지역은 조속한 자료 공개와 이를 통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달 20일 히어로팀과 함께 이 지역 굴착공사 현장을 살펴본 조복래 지하공간연구소장은 “지하 15m 정도를 파 내려갔는데도 여전히 땅이 갯벌 같다. 그만큼 땅이 약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은 낙동강 하구에 있어 모래 퇴적층이 두껍게 형성돼 있다. 굴착공사장 바닥은 물이 흥건한 진흙 상태였다. 조 소장은 “일반 땅이라면 이 정도 깊이를 파면 비교적 단단한 땅이 나타날 텐데 여기는 아직 수십 m는 더 파야 멀쩡한 땅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부산시가 만든 싱크홀 지도에는 이 같은 지질 정보가 빠져 있다. 지질, 지하수, 싱크홀 이력 등은 싱크홀 발생 위험을 판단하는 핵심 요소들인데 정작 싱크홀 피해 예방을 위한 지도에는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지도에 반영됐다는 지하시설물 정보 역시 시설물이 매설된 깊이, 노후화 정보 등은 담기지 않아 싱크홀 예방이나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국토교통부가 서울 송파구 대형 싱크홀 사건 이후 2022년 만든 ‘지하공간 통합지도’에도 지하수, 공동(空洞·땅속 빈 공간), 과거 싱크홀 이력 등이 빠져 있다. 지도에 표시된 지하시설물 위치와 실제 위치가 다른 곳도 여럿이었다. 게다가 국토부의 지도 자료는 보안상의 이유로 일반 시민이 접근할 수 없다. 국토부가 승인한 일부 사업자에게만 종이 자료 형태로 잠깐 대여해 준다. 최근 싱크홀 사고가 전국에서 다발적으로 일어나는 만큼 자료 공개의 필요성이 커진다는 지적이 나온다.서울시 역시 ‘지반침하 안전지도’를 시민에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집값, 부동산 민심을 우려해서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 지도에는 지하수, 지질, 지하구조물 등 중요 요소들이 빠져 있어 싱크홀 예방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민 불안 커져… 지자체는 ‘네 탓 공방’부산시는 25일 특별대책을 발표하고 이달 말 공동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 결과를 공개하고 시에 도로안전과를 신설해 지하 안전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시가 공개한다는 GPR 자료는 ‘지반침하 위험지도’와는 다른 것으로, 최대 지하 1, 2m 정도의 상황만 알 수 있다. 시는 싱크홀 사고를 신고한 시민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지도에 지하매설물 현황 정도만 반영하고 있어서 실제 싱크홀 위험도를 제대로 구현하기 어려워 공개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현재 ‘도로함몰 안전지도’로 부르며 지반 탐사 우선 구간 등을 정하는 데 보조자료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부산 싱크홀 사고는 부실한 시공 및 관리·감독 문제까지 겹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공사 현장의 사업 감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2월부터 지하수가 공사장에 계속 흘러들어와 한동안 공사가 중단됐다. 지하수 유입은 대표적인 싱크홀 유발 요인이다. 부산시 산하 공공기관인 부산교통공사(시행사)는 건설사업관리단(감리)에 대책을 요구했고, 감리단은 “물막이 기능이 더 좋은 콘크리트 벽체로 바꿔 시공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하지만 공사 측은 정부에서 추가 예산을 받기 곤란하다며 사장 등 상부에 이를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지난달에는 공사 현장 인근 지하 우수박스에서 균열까지 발견됐다. 사상구는 지하철 공사가 원인이라고 주장했고, 공사 측은 “공사 때문이 아니다”라며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임종철 부산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부산같이 지반이 연약한 곳이나 지하 개발사업이 활발한 대도시에선 싱크홀을 예방하기 위한 지도가 더욱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학계 “지하 안전평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전수조사를”지하안전協, 싱크홀 예방 토론회 본보 제작 지도엔 “위험도 보여줘”“지반조사 결과는 반드시 전문가에게 다시 검증을 받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이종섭 고려대 건축사회환경공학부 교수)“지방자치단체가 지하안전평가를 기준과 원칙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해 전수 조사가 필요하다.”(유재성 고려컨설턴트 대표)동아일보가 히어로콘텐츠 ‘크랙: 땅은 이미 경고를 보냈다’를 통해 ‘서울시 싱크홀 안전 지도’를 공개한 이후 전문가들은 싱크홀 사고를 막기 위한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25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한국지하안전협회 주최로 열린 ‘지반침하사고 예방 대토론회’에서는 지반, 지하안전, 지질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반복되는 싱크홀 사고의 원인을 분석하고 해법을 논의했다. 유 대표는 “균열, 침하 등 위험 구간은 설계에도 반영해서 사고 시 즉시 복구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며 “국민 안전과 직결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종태 엘머스코리아 전무는 “현장에 가보면 이미 싱크홀 사고가 벌어졌던 곳인데도 계측기를 설치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이에 대한 확인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우선 효명이씨에스 부사장은 “장마철이 시작된 현재 지자체와 유관 기관이 협의해 우회수로, 집수정 규모를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동 지하정보기술 대표는 “지반침하 진단 기술을 개발하고 활용하는 엔지니어들이 작업에 몰입할 수 있도록 처우 개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굴착공사 전 시행하는 지하안전평가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고명상 명동엔지니어링 대표는 “평가를 해보면 ‘지반이 안전하냐’고 물어보는 발주처는 한 곳도 없다. 공사 기한을 맞출 수 있는지에만 관심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한 현장에서 설계 오류를 여럿 잡아냈지만 개선 요구가 묵살됐다고 말했다.협회는 히어로팀과 만든 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를 이날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공개했다. 이강근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동아일보가 분석한 요소들은 싱크홀 위험도를 보여주기에 충분하다”며 “위험한 지역을 선별했다면 그다음은 계측 등 촘촘한 모니터링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최창호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도심을 싱크홀 안전지역과 위험지역으로 나눠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싱크홀 발생 위험이 높은 지역과 낮은 지역은 서로 지하안전평가 기준을 다르게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위험한 지역은 소규모 공사도 정밀하게 평가하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용선 한국토질 및 기초기술사회 부회장은 “산에서 깊게 굴착하는 공사와 도심에서 얕게 굴착하는 공사 중 더 면밀히 관리해야 하는 곳은 후자”라며 위험도에 따라 평가 기준을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아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히어로콘텐츠팀의 ‘크랙: 땅은 이미 경고를 보냈다’는 ‘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를 자체 제작, 공개하고 국토교통부 서울시 부산시 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보유한 싱크홀 자료의 문제점을 파헤쳤습니다. 디지털 인터랙티브 버전 ‘크랙’ 시리즈는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 전용 페이지인 디오리지널(https://original.donga.com/project/series?c=0311)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크랙 디지털 인터랙티브 기사 보기히어로콘텐츠팀▽팀장: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취재: 공승배 주현우 기자 ▽프로젝트 기획: 임상아 ND ▽사진: 홍진환 기자 ▽편집: 이소연 기자 ▽그래픽: 김충민 기자 ▽인터랙티브 개발: 임상아 임희래 ND ▽인터랙티브 디자인: 정시은 CD 이형주 인턴 부산=공승배 기자 ksb@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임보미 기자 bom@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2019년 12월에 1명이 숨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싱크홀(땅 꺼짐) 지점에서는 지하보도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여의동은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한국지하안전협회와 제작한 ‘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에서 안전도가 낮은 5등급 지역이었다.지난해 8월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친 서대문구 연희동 싱크홀 지점은 사천빗물받이펌프장 유입관로 신설 공사장 인근이었다. 안전지도에서 5등급 바로 위인 4등급 지역이었다.히어로팀은 2018년 이후 서울에서 사망자가 발생하거나 깊이 5m 이상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한 지점 6곳을 안전지도에서 분석했다. 국토교통부의 지하안전정보시스템(JIS)은 싱크홀 관련 자료를 2018년부터 집계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해당 사고 모두 4, 5등급 지역에서 일어났다. 6건 중 사망 사고는 여의동, 연희동, 강동구 명일2동 등 총 3건이었는데 인근에 굴착공사가 진행 중이었다.깊이 6m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했던 마포구 대흥동, 깊이 5m 싱크홀이 생긴 송파구 석촌동은 4등급 지역이었다. 깊이 5m 싱크홀이 생긴 여의동은 5등급이었다. 원인은 모두 굴착공사 안전관리 부실, 되메우기 불량 등 인재(人災)였다.대형 싱크홀을 포함한 전체 싱크홀은 서울에서 2018년 이후 총 132건 있었는데 90건(68.2%)이 안전지도상 4, 5등급 지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지하에 묻어 놓은 상하수관이 손상돼 지하수가 흘러나오거나, 주변 굴착공사로 인한 여파가 원인이었다.지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지하 10m 이상을 파내는 굴착공사를 하려면 지반 안전을 증명하는 지하안전영향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그런데 명일2동 같은 경우 인근의 지하철 9호선 공사가 이 평가를 통과했지만 사고를 막지 못해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이강근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싱크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위험 지역을 미리 선별하고, 굴착공사를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촘촘히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싱크홀 68% ‘안전 취약’ 4, 5등급서… 공사부실 41%선 인명피해서울 싱크홀 사고 분석해보니8년간 132건중 90건 4, 5등급 몰려 인명피해 주요 원인 ‘굴착공사 부실’ 서울內 깊이 10m 공사장 300여곳중 196곳이 ‘본보 안전지도’서 4, 5등급 “굴착공사 현장 수시 안전점검 필요”국토교통부가 집계를 시작한 2018년 이후 서울에서 발생한 싱크홀(땅 꺼짐) 132건 중 90건(68.2%)은 본보 ‘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의 4, 5등급 지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반, 지하수, 지하철, 지반침하 이력, 노후 건물 분포 정보 등 싱크홀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많을수록 해당 지역의 안전도는 낮아진다. 반면 안전도가 높은 1등급 지역인 관악구 대학동에서는 싱크홀이 한 번도 없었다.● 서울 싱크홀 68.2%는 4, 5등급 땅에서올해 1월 16일 서대문구 연희동 사천교 삼거리 인근에는 폭 1m, 깊이 1m의 싱크홀이 생겼다. 지하에서는 2020년부터 사천 빗물펌프장 유입관로 신설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공사로 연약해진 주변 지반을 보강하지 않은 것이 사고 원인이었다. 이 지점은 지난해 8월 29일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친 연희동 싱크홀 사고 지점에서 불과 500m 거리였다. 연희동은 안전지도에서 최하등급(5등급) 바로 위인 4등급이다.싱크홀 원인은 지하 매설물 손상, 굴착 공사 등 다양하다. 서울에서 발생한 싱크홀 중 63.6%는 ‘상하수도 및 매설물 손상’이 원인이었다. 하수관이 깨져 물이 흘러나올 때 흙이 쓸려가며 싱크홀이 생기는데, 지하 1∼2m 얕은 깊이에서 발생해 피해 규모가 크지 않다.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등의 피해가 큰 심각한 싱크홀은 지하 깊은 곳에서 진행되는 굴착공사 때문인 경우가 많다.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이 최근 10년간 벌어진 서울 싱크홀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굴착 공사 부실로 싱크홀 사고가 난 경우 40.7%는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 반면 지하 매설물 손상으로 발생한 싱크홀이 인명 피해로 이어진 경우는 7.7%에 불과했다.● 지금도 196곳 대규모 굴착 공사 진행 중히어로팀 취재 결과 현재도 4, 5등급 지역에서는 대규모 굴착 공사가 여럿 진행 중이다. 서울시는 싱크홀 위험을 점검하기 위해 최근 깊이 10m 이상 굴착공사 현장 300여 곳 주변 도로를 지표투과레이더(GPR)로 탐사 중이다. 이 중 196곳이 본보 안전지도에서 4, 5등급이었다. 5등급인 강동구 고덕2동에서는 지하철 9호선 연장공사를 포함해 10곳에서 깊이 10m 이상 굴착공사가 진행 중이었다.전문가들은 굴착공사장 주변에 공동(空洞·땅속 빈 공간)이 생긴 경우 얼마나 빠르게 커질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우려한다. 지난해 서대문구 연희동, 올해 3월 강동구 명일2동 싱크홀의 경우에도 사고 3, 4개월 전 탐사에서는 공동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수시로 안전 여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명일동 싱크홀, 2년前 안전평가때 조사 누락인근지점 최대 허용치 겨우 통과 취약성 알고도 추가 조사 안해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친 서울 강동구 명일2동 싱크홀이 일어나기 전 수행된 굴착공사장 지하안전평가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다.지하안전법에 따르면 지하 10m 이상 굴착공사를 하기 전 지하안전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명일2동 일대에서 진행 중인 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도 2023년 이 평가를 통과했다. 평가는 주요 지점(대표 단면)을 조사해 수치로 안전 여부를 나타낸다. 굴착을 하면 주변 땅, 구조물 등이 얼마나 영향을 받아 움직이는지 예측해 수치로 나타내는 식이다. 기준치를 초과하면 공사를 못 한다.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평가 보고서를 입수해 전문가들과 검증했다. 총 21곳 지점을 대표 단면으로 선정해 분석해놨는데 그중 싱크홀 지점과 가까운 지점은 ‘터널 상단 침하량’(터널 윗부분이 주저앉는 정도)이 24.86mm였다. 최대 허용 기준치(25mm)를 불과 0.14mm 차이로 통과했다. 그 주변은 대표 단면 선정 및 조사, 분석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구간에서 올해 3월 24일 싱크홀이 발생해 오토바이 운전자가 숨졌다.보고서를 본 전문가들은 “마지막 조사 지점이 기준치를 턱걸이로 통과했다면 그 주변은 더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추가로 대표 단면으로 지정, 분석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지질 전문가인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교수는 “취약 단면을 선정한다면 당연히 포함됐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했다.지하안전평가 업체는 “보고서 뒷부분에 사고 지점과 가까운 구간을 검토한 내용을 추가했다”며 “시간이 촉박하다 보니 많은 단면을 다 검토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아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히어로콘텐츠팀의 ‘크랙: 땅은 이미 경고를 보냈다’는 대형 싱크홀이 왜 굴착공사장 주변에서 발생하는지, 그 과정과 원리를 디지털 인터랙티브 기사로 소개합니다. 디지털 인터랙티브 버전 ‘크랙’ 시리즈는 25일 오전 3시 온라인 공개됩니다.▶크랙 디지털 인터랙티브 기사 보기▽팀장: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취재: 공승배 주현우 기자 ▽프로젝트 기획: 임상아 ND ▽사진: 홍진환 기자 ▽편집: 이소연 기자 ▽그래픽: 김충민 기자 ▽인터랙티브 개발: 임상아 임희래 ND ▽인터랙티브 디자인: 정시은 CD 이형주 인턴 임보미 기자 bom@donga.com공승배 기자 ksb@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올해 4월 서울의 한 지하차도 굴착공사 현장. 기둥과 땅이 맞닿는 곳에 일정 간격으로 설치됐어야 할 계측기가 안 보였다. 계측기란 지반이 움직이거나 변하는 정도를 측정하는 장비로 지표침하계, 지중경사계 등이 있다. 점검을 나온 정부 안전 점검단 관계자가 “계측기는 어디 있나요?”라고 묻자, 현장소장은 “곧 설치할 예정”이라고 대답했다. 점검단 관계자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터파기 공사하기 전에 설치해야 하는 걸 모르느냐”고 되묻자, 현장소장은 “이 현장은 지반이 워낙 좋아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동행한 이날 현장은 본보 ‘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에서 가장 안전도가 낮고 지반이 불안한 5등급 지역이었다.●계측기 위치 제각각… 불편하다고 옮겨 달아 점검단은 공사장 입구에서 흙이 흘러내리는 것을 막는 콘크리트 기둥부터 살폈다. 표면에 균열이 보였다. 이곳 지반은 돌이 아니라 흙이 대부분이었다. 지반이 단단하면 시공이 간편하고 가격도 저렴한 토류판(흙막이 벽체)을 쓴다. 반면 지반이 붕괴되기 쉽거나 불안정한 곳은 콘크리트 기둥을 쓴다. 콘크리트를 타설해 벽을 세우는 방식으로, 시공이 어렵고 가격도 비싸다. 이곳은 콘크리트 기둥이 있었다.설계도상 흙막이벽 뒤에 설치했어야 할 계측기는 실제로는 약 6m 떨어진 도로 건너편 공터에 설치돼 있었다. 현장 담당자는 “원래 설치해야 하는 지점이 차가 다녀서 옮겼다”고 했다. 계측기 설치 지점을 마음대로 바꾸면 싱크홀 조짐을 감지하는 데 문제가 생긴다. 점검단 관계자는 “애먼 곳에 계측기를 설치하면 붕괴 조짐을 모를 수도 있다”고 했다.●붕괴 조짐도 감지 어려운데… 현장은 ‘무감각’ 공사장 붕괴를 막기 위해 설치된 버팀보들 주변에도 계측기가 없었다. 흙더미가 누르는 하중의 변화를 측정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였다. 바로 위에는 덤프트럭, 중장비 차량 등이 지나다녔다. 점검단은 현장 관계자들에게 “공사할 때 불안하지 않냐. 수천억 원을 쓰는 공사인데 계측기 비용 2억∼3억 원을 아끼느냐”고 지적했다. 히어로팀이 5월에 찾아간 경기의 한 지하철 공사장에서도 문제가 발견됐다. 김태병 국토교통부 기술안전정책관은 현장에 도착한 뒤 계측기 위치부터 확인했다. 흙막이 벽체 곳곳이 돌출되는 등 이상 징후가 보여서다. 현장 관리자는 반대편 벽면을 가리키며 “계측기는 저쪽에 설치돼 있다”고 했다. 원래 있어야 할 곳에서 10m가량 떨어진 곳이었다. 현장소장이 ‘문제없다’는 식으로 말하자 김 정책관은 “걱정이 된다. 최근 사망 사고가 난 굴착공사 현장들 돌아보면 소장님들은 다 ‘내가 30년 작업했는데 이렇게 해서 문제없었다’고 한다”고 말했다.●비용 아끼려 방수 대신 배수… 공사장은 물바다경기의 또 다른 지하철 노선 신설 현장은 배수 시설에서 문제가 발견됐다. 히어로팀이 점검단과 함께 터널에 들어갔을 때 바닥엔 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지하 터널 공사는 굴착공사 중에서 물 유입량이 가장 많다. 터널 주변을 전부 방수 비닐로 덮고 콘크리트를 많이 칠하면 물을 막을 수 있는데 문제는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 현장은 이 방식 대신에 배수펌프로 물을 퍼내는 방식을 쓴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다. 한 굴착공사 분야 전문가는 “원래 지하안전법상 지하수 유출량이 설계에서 정한 3단계 관리 기준(안전-주의-위험) 중 위험 단계에 해당하면 공사가 중지됐다”며 “그런데 민원이 너무 많아서 유출량이 이 기준을 넘어도 공사를 하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하수 유출량이 기준치의 5배를 넘어도 그냥 공사하는 곳이 많다”며 “이런 현장 주변에서는 공동(空洞·땅속 빈 공간)이 100개씩 나오기도 한다”고 지적했다.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아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히어로콘텐츠팀의 ‘크랙: 땅은 이미 경고를 보냈다’는 대형 싱크홀이 왜 굴착공사장 주변에서 발생하는지, 그 과정과 원리를 디지털 인터랙티브 기사로 소개합니다. 디지털 인터랙티브 버전 ‘크랙’ 시리즈는 25일 오전 3시 온라인 공개됩니다.▶크랙 디지털 인터랙티브 기사 보기히어로콘텐츠팀▽팀장: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취재: 공승배 주현우 기자 ▽프로젝트 기획: 임상아 ND ▽사진: 홍진환 기자 ▽편집: 이소연 기자 ▽그래픽: 김충민 기자 ▽인터랙티브 개발: 임상아 임희래 ND ▽인터랙티브 디자인: 정시은 CD 이형주 인턴 임보미 기자 bom@donga.com공승배 기자 ksb@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서울시는 지난해 9월 “지반침하 우려도를 분석하고 수치화하는 ‘지반침하 안전지도’ 개발을 연내에 마치겠다”고 했다. 이 지도를 올 3월 서울 강동구 명일2동 싱크홀 사고 이후 공개해 달라는 요구가 이어졌다. 그러나 서울시는 “공개 시 불필요한 오해와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며 비공개했다. 집값, 부동산 파장을 우려해서라는 분석도 나왔다.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한국지하안전협회 소속 지하공간 개발 설계·시공 엔지니어링 전문가 14명의 도움을 받아 지난 3개월간 공공데이터를 분석해 426개 행정동 단위의 ‘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를 직접 제작했다. 일반에 공개가 제한되는 노후 매설물 정보는 노후 건물 정보로 대체했다. 노후 건물 주변에 노후 매설물이 많다는 특성을 반영했다.● 민간 첫 싱크홀 안전지도, 정보 2만 건 반영싱크홀 안전도는 △지반(지질 분포, 토사층 두께, 충적층 두께) △지하수(지하수 수위, 수위 저하, 토양 침투 성능) △지하철(노선 분포도, 정거장 밀집도) △지반침하 이력(지반침하 사고 밀집도 및 규모) △노후 건물 분포(30년 이상 노후 건물 밀집도) 등 크게 다섯 가지를 기준으로 분석했다.히어로팀과 전문가들은 석 달간 이와 관련된 정보, 자료들을 취합한 뒤 각 행정동을 다섯 가지 주요 요인별로 등급을 매겼다. 이 등급들 중 안전도가 가장 낮은 등급을 해당 동의 종합등급으로 정했다. 지반 항목은 국토지반정보통합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서울시 시추 정보 7만 건을 이용했다. 지반 분석을 맡은 전문가들은 지도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각 행정동당 대표 시추공 정보를 최소 50개 이상, 총 2만 건 이상의 시추 정보를 분석했다.● 서울시 비공개 지도, 한강벨트에 4, 5등급 몰려히어로팀은 취재 과정에서 서울연구원 김정환 연구위원을 통해 서울시가 공개하지 않고 있는 지반침하 안전지도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해당 지도와 히어로팀이 제작한 안전지도를 서로 비교한 결과, 두 지도 모두 안전도가 낮은 것으로 분류한 4, 5등급 지역이 일명 ‘한강 벨트’에 몰려 있다는 공통점이 발견됐다. 다른 안전도 최하 지역들도 서울시의 지도와 히어로팀의 지도가 대부분 비슷했다.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서울시 자료는 상하수관, 통신관, 전력관 등 ‘지하 시설물이 얼마나 밀집해 있느냐’를 기준으로 도로별 위험도를 나눴다. 위험도가 높게 분류된 곳은 지하 1, 2m 밑에 공동(空洞·지하 빈 공간)이 있을 확률이 높은 곳이다.● “굴착지 주변 위험 줄이는 데 지도 활용해야”히어로팀 지도와 다른 부분도 있었다. 종로구, 중구 등 구도심은 서울시 지도에서 대부분 위험도가 높은 5등급으로 분류됐다. 오래된 지하 매설물과 이 주변에 생긴 작은 공동이 많은 탓이다. 반면 히어로팀 지도에서는 이 지역 내 5등급은 을지로동 1곳뿐이었다.김 연구위원은 “서울시 자료는 어느 곳에 탐사 차량을 보내야 공동을 빨리 발견해 메울 수 있을지를 찾는 게 목표인 연구였다. 그래서 분류 기준도 면적 단위가 아닌 도로 경계선”이라고 했다. 서울시 지도의 한계도 드러났다. 지하 공간을 개발할 때 개발업자들은 지질, 지하수 정보를 반영해 안전 여부를 따지는데 서울시 지도에는 이 요소들과 지하철 현황도 반영되지 않았다. 히어로팀 지도에는 모두 반영된 요소들이다. 김 연구위원은 히어로팀 안전지도에 대해 “대형 지반침하 사고가 날 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들을 고루 반영했다”며 “이 지도를 보고 ‘몇 등급이냐’에만 관심을 갖기보다는 굴착 공사장 주변의 위험 요소를 줄일 수 있도록 정부 역시 대책을 마련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 보기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아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크랙: 땅은 이미 경고를 보냈다’는 인명, 재산 피해로 이어지고 있는 도심 싱크홀 문제를 파헤쳤습니다. 시민 불안은 커지는데 정부와 서울시는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히어로팀은 전문가들과 ‘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를 만들었습니다. 디지털 인터랙티브 버전 ‘크랙’ 시리즈는 24일 오전 3시 온라인 공개됩니다.▶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 보기히어로콘텐츠팀▽ 팀장: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취재: 공승배 주현우 기자▽ 프로젝트 기획: 임상아 ND▽ 사진: 홍진환 기자▽ 편집: 이소연 기자▽ 그래픽: 김충민 기자▽ 인터랙티브 개발: 임상아 임희래 ND▽ 인터랙티브 디자인: 정시은 CD 이형주 인턴임보미 기자 bom@donga.com공승배 기자 ksb@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올해 3월 서울 강동구 명일2동에서 도로가 꺼지며 오토바이 운전자가 숨졌다. 싱크홀(땅 꺼짐) 크기는 폭 18m, 깊이 20m로 서울에서 발생한 싱크홀 중 최대 규모였다. 옆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이충희 씨는 사고 두 달 전 주유소 바닥에서 실금을 처음 발견했다. 인근에서는 지하철 9호선 굴착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 씨는 균열 틈새 폭이 손가락이 들어갈 만한 1cm까지 커지는 것을 보고 공사 관리자들을 불러 “안전한 거냐”고 따져 물었지만 그들은 “우리 공사 때문이 아니다”라고 했다. 지하에 있는 기름 탱크의 안전이 우려됐다.최근 잇단 싱크홀 사고가 인명 피해로 이어지자 ‘내 발밑이 안전한지’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지난해 ‘지반침하 안전지도’를 완성했다고 발표했지만 명일2동 사고 이후에도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4월부터 석 달에 걸쳐 한국지하안전협회와 함께 ‘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를 만들었다. 사람과 기업, 각종 인프라가 집중된 서울에서 싱크홀이 발생할 경우 다른 지역보다 인명, 재산 피해가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행정동별로 △지반 △지하수 △지하철 △지반침하 이력 △노후 건물 분포 정보를 분석해 안전도를 1∼5등급으로 분류했다. 1등급에 가까울수록 안전하다.그 결과 서울 전체 면적(605.200km²)의 50.2%인 303.930km²는 안전도가 낮은 4, 5등급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총 426개 행정동 중 208개로 특히 한강 주변에 집중됐다. 과거 서울에서 벌어진 싱크홀 사망 3건, 깊이 5m 이상 대규모 싱크홀 사고 3곳을 지도와 비교해 보니 4, 5등급 지역이었다. 싱크홀 현황 집계가 시작된 2018년 이후 올해 5월까지 서울에서 총 132건의 싱크홀이 생겼는데 68.2%(90건)가 안전지도상 4, 5등급 지역인 것으로 확인됐다. 싱크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들이 실제 사고로 이어졌다는 뜻이다.▶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 보기기술 분석을 맡은 이호 한국지하안전협회장은 “4, 5등급 지역은 지반 침하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요인들이 상대적으로 더 많다. 이런 곳에서 굴착 공사를 할 때 엄격한 안전조치를 하지 못하면 대형 침하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말하면, 5등급 지역이라도 이제부터 안전 확보에 필요한 적정 공법을 쓰고 감독, 감리, 시공 안전조치를 철저히 한다면 싱크홀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 회장은 “싱크홀은 초기의 작은 사고 징후에도 민감하게 대응해야 큰 피해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삼성1동-압구정동-여의동… 싱크홀 안전 4, 5등급 한강벨트 많아‘서울 싱크홀 안전지도’ 분석해보니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역 4번 출구. 지하철 공사 현장 주변의 보도블록이 군데군데 내려앉거나 깨져 있었다. 울퉁불퉁하게 내려앉은 바닥 곳곳에는 새벽부터 내린 비가 웅덩이를 이루고 있었다. 바로 옆 시멘트 바닥에는 새끼손가락이 들어갈 정도의 균열이 수 m 이어졌다. 화단, 환기구 등 구조물 곳곳에는 균열을 보수한 흔적이 보였다.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과 전문가들이 만든 ‘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는 서울 426개 동의 지반 상태 등을 분석했다. 이 중 국회, 지하철역, 한강공원 등이 있는 영등포구 여의동은 안전도 1~5등급 중 가장 낮은 5등급을 받은 33개 동 중 한 곳이었다. 지반, 지하수, 지하철, 노후 건물 분포에서 4등급을, 지반침하 이력에서 5등급을 받았다.● 5등급 여의동 가보니 굴착 주변에 균열여의동은 종합등급 5등급을 받은 33개 동 중 다섯 가지 평가 영역에서 모두 4등급 이하를 받은 유일한 동이었다. 지하안전정보시스템(JIS)에 싱크홀 사고가 취합되기 시작한 2018년부터 최근까지 여의동에서는 6번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서울의 동들 중 가장 많았다. 전문가들은 싱크홀이 한번 일어난 곳 주변에서 다시 일어날 확률이 높다며 주의 깊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싱크홀이 한번 발생한 위치에서 반경 100m 이내에 또 다른 싱크홀 혹은 공동(空洞·땅속 빈 공간)이 생길 확률이 67%였다. 100곳 중 67곳은 주변에 또 발생한다는 의미다.히어로팀은 여의동 일대를 전문가와 직접 살펴봤다. 여의도역 4번 출구에서 약 20m 떨어진 지점 지하에는 5호선, 9호선이 지나간다. 그 아래는 신안산선 건설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연말에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GTX-B 노선 공사도 시작될 예정이다. 지하철은 공사 과정뿐 아니라 공사 후에도 지하수를 대량으로 빼내 지반이 약해지기 쉽다. 지하철역이 밀집한 곳일수록 고층 건물이 몰려 있다. 고층 건물 역시 지하를 깊이 파내고 지은 구조물이라 건물의 안정성을 유지하려면 계속 지하수를 뽑아내야 한다.동행한 변광욱 한국지하안전협회 부회장은 “보도블록 균열은 지하 공사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공사장 주변에서 물이 빠져나간 공간을 흙이 메우면 땅이 점점 가라앉는다. 시간이 지나면 밑으로 내려앉아 지표면의 보도블록과 흙 사이에 빈틈이 생긴다. 그 지점에 하중이 집중되면 보도블록이 깨지거나 금이 간다. 변 부회장은 “한강과 바로 접한 여의도 지반은 모래와 흙이 뒤섞여 무르다”며 “이렇게 지반이 약한 곳에서는 굴착 공사 구간으로부터 반경 200m 주변 땅까지 침하될 수 있다”고 했다.● 삼성1동 싱크홀 빈번, 압구정동 노후 건물 밀집강남구 삼성1동과 압구정동도 안전도가 낮은 5등급으로 나타났다. 삼성1동은 지반, 지반침하 이력 항목이 5등급이었고 나머지 3개 항목은 2~4등급이었다. 압구정동은 지반, 노후 건물 분포 항목에서 5등급을 받았고 나머지 3개 항목은 모두 3등급이었다. 압구정동은 지은 지 오래된 대단지 아파트가 많아 지하 노후 매설물이 싱크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삼성1동의 경우에는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공사가 진행 중이다. 대형 굴착 공사다. 22일 오후 삼성역 5번 출구로 나오자마자 인도 경계석과 보도블록에 균열이 보였다. 인도가 물결치듯 휘어지며 코엑스 앞 경계석이 깨져 있었고, 나무 울타리는 기울어져 있었다. 지하철역 입구의 돌 난간을 떠받치는 바닥도 내려앉아 임시로 아래 타일을 괴어 놓은 상태였다. 이호 한국지하안전협회 회장은 “영동대로 공사장은 지난해 정부 특별점검에는 포함됐는데 굴착이 더 진행된 올해 점검에는 포함되지 않았다”며 “면밀한 안전점검이 필요하다”고 했다.● 4, 5등급 지역서 굴착 공사 부실 관리 땐 위험서울 426개 동 중 싱크홀 안전도 1등급을 받은 곳은 관악산과 서울대 관악캠퍼스가 있는 관악구 대학동뿐이었다. 2등급 지역도 관악구에 8개로 가장 많았다. 그 외 북한산(강북구 우이동), 안산(서대문구 홍은1동 등) 등의 행정동이 주로 안전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안전도 4, 5등급 지역이 ‘당장 땅이 꺼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싱크홀은 지하 매설물 손상, 굴착 공사 안전 부실 등 여러 요인이 결합해 영향을 미친다. 기본적으로 안전도가 낮은 4, 5등급 지역에서 이런 인위적인 요인까지 가해지면 싱크홀이 생길 확률이 커진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안전지도를 통해 위험 지역을 미리 선별하고, 그 지역의 굴착 공사를 엄격하게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아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크랙: 땅은 이미 경고를 보냈다’는 인명, 재산 피해로 이어지고 있는 도심 싱크홀 문제를 파헤쳤습니다. 시민 불안은 커지는데 정부와 서울시는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히어로팀은 전문가들과 ‘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를 만들었습니다. 디지털 인터랙티브 버전 ‘크랙’ 시리즈는 24일 오전 3시 온라인 공개됩니다.▶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 보기히어로콘텐츠팀▽ 팀장: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취재: 공승배 주현우 기자▽ 프로젝트 기획: 임상아 ND▽ 사진: 홍진환 기자▽ 편집: 이소연 기자▽ 그래픽: 김충민 기자▽ 인터랙티브 개발: 임상아 임희래 ND▽ 인터랙티브 디자인: 정시은 CD 이형주 인턴◇안전도 분석에 활용한 공공데이터=지질분포(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서울시 지질도), 충적층·토사층 두께(한국건설기술연구원 국가지반정보통합DB), 지하수위(서울시 지하수 측정연보), 지하수위저하(서울시 지하수 보조관측망 변동분석), 토양침투성능(국립농업과학원 토양분포도), 지하철 노선분포·정거장 밀집도(서울시지하철노선도), 지반침하이력 밀집도 및 규모(지하안전정보시스템), 30년 이상 노후건물 분포도(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지도 제작 기술자문=△총괄 이호 한국지하안전협회 회장 △지질특성분석 정경문 정찬규 천명남(이하 협회이사) △수리특성분석 유재성 우상백 구본민 △지하공간개발현황분석 변광욱 장우선 △지하공동발생현황분석 김창동 김한응 △지반침하이력분석 남준희 김승진 △자문 안상로 협회 고문임보미 기자 bom@donga.com공승배 기자 ksb@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HDC현대산업개발은 ‘동바리(임시 거치대)’ 해체를 지시한 적이 없습니다.” (시공사 현대산업개발)“하청업체는 동바리 해체 과정을 절대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없습니다”(하청업체 가현) 지난해 11월 4일 오후 2시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 201호. 2022년 1월 11일 발생한 광주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 사고의 1심 결심 공판 최후 변론이 이어졌다. 시공사 현대산업개발(현산)’과 하청업체 ‘가현’은 서로 책임을 미뤘다. 붕괴의 직접적 원인으로 꼽힌 동바리 해체를 누가 지시했는지를 둘러싼 대립이었다. 법정 밖 ‘재판 안내 게시판’에는 현산, 가현, 감리업체인 건축사무소 ‘광장’을 포함해 관계자와 법인 등 총 20명이 ‘피고인’으로 적혀 있었다. 당시 사고로 총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사고 책임자들에 대한 1심 선고는 사고 발생 3년 만인 지난달 20일 내려졌다. 광주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고상영)는 원청인 현산과 하청인 가현 모두에 사고의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며 양측 현장소장 2명에게 최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다만 기소된 이들 중 경영진은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1심 결심 공판을 참관해 피고인들의 최후 변론을 들었다. 붕괴 사고 이후 책임자들은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 안전한 건설 현장을 만들겠다는 정부와 정치권의 약속은 지켜졌는지 사고 3년 후의 상황을 추적했다.● ‘동바리 해체’ 경위 명확한 진술 없어 법원의 선고 전 검찰 구형 이후 피고인 최후 변론이 시작됐다. 그 누구도 건물이 어쩌다 무너졌는지 명확히 설명하는 사람은 없었다. 3년 전 사고 당일, 원청 현장소장은 부임한 지 일주일도 안 된 시점이었다. 안전 총괄 담당자는 사고 나흘 전부터 가족 휴가를 떠나 현장을 비웠다. 붕괴된 201동의 담당 감리는 개인 사정으로 다른 감리에게 일을 부탁하고 현장을 비운 사이 일이 벌어졌다.‘동바리 해체’를 누가 지시했는지, 잘못된 지시를 막을 수는 없었는지에 대해서도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피고인 중 한 명인 원청 계약직 사원은 “현장을 감독해야 할 직원이 충원되지 못해 현장에서 채용했다”며 “정신없이 돌아가는 현장에서 당연히 있어야 하는 서포트(지지대)가 정말 ‘제대로’ 있는지 확인할 시간이 있었을까”하고 말했다. 하청 현장소장은 “어느 하나라도 제 역할을 제대로 했다면 이 사고는 막을 수 있지 않았겠냐”고 말했다.1심 법원은 권순호 현산 전 대표이사 등 경영진들에게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추상적인 지휘 감독의 책임’은 있지만 직원의 과실에 대한 직접적인 주의의무가 없다는 설명이었다. 감리업체 ‘광장’ 소속 감리들은 징역 1년 6개월~3년에 집행유예 3~5년을 선고받았다. ‘원청과 하청이 공사 정보를 제대로 주지 않은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집유 선고 이유였다. 현산, 가현, 광장 각각 법인에는 5억 원, 3억 원, 1억 원의 벌금형이 내려졌다.광주지검은 항소했다. 1심이 원청과 하청 경영진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은 사실오인과 법리 오해의 위법이 있어 다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서로 책임을 전가하며 진지하게 반성하지 않았다”며 “피해 규모가 컸음을 고려하면 더 무거운 형이 선고되어야 한다”고 했다.● “여섯 명이 죽었지만 바뀌는 것 없어”히어로팀은 지난해 11월 4일 오후 2시 광주 북구 ‘경동택배’ 창고에서 아이파크 붕괴 사고 희생자가족협의회 대표인 안정호 씨를 만났다. 인테리어 일을 하는 안 씨는 작업 일정과 대금 등을 조율하느라 분주했다. 휴대전화는 쉴 새 없이 울리는데 창고로 배송된 매트리스, 합판, 카펫 등 택배 물품도 정리해야 했다.그 시간 광주지법에서는 1심 재판이 진행 중이었지만 안 씨는 가지 않았다. 당시 붕괴로 안 씨는 매형 유모 씨를 잃었다. 매형은 안 씨에게 태권도를 가르쳐준 사범이자 함께 체육관을 운영했던 인생의 동반자였다. 사고 날, 안 씨는 일을 하다가 변고를 접했다.안 씨는 검찰이 구형하는 결심 공판에 안 갔다. 다른 유가족들도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안 대표는 “유가족들은 재판이 시작될 무렵만 해도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은 처벌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다”며 한동안 재판도 꾸준히 참관했다고 했다. “혹시라도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책임을 지는 모습이라도 보여주지 않을까 생각했어요.”하지만 재판은 다르게 흘러갔다. 현산과 가현은 붕괴의 책임 소재를 두고 긴 공방을 벌였다. 지켜보던 유가족들은 “이러다 재판이 ‘꼬리 자르기’ 식으로 결론 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안 씨는 “우리나라에서 대기업이 처벌받는 일이 정말 어렵다는 걸 깨달았어요. 어느 정도 지켜본 뒤 ‘이미 끝났구나’ 생각했습니다.”안 씨는 결심 공판에 불참하며 “여섯 분의 죽음 이후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잖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서 노가다하는 사람들의 죽음은 슬프지도, 억울하지도 않은 일이 됐다”며 “누구 하나만 잘못해서 발생한 사고가 아닌데 유족들은 누구를 붙잡고 원망해야 하냐”고 했다.● 시공사-감리사는 아직 영업 중사고 이후 2022년 3월 국토교통부는 서울시 측에 현산에 대해 ‘등록 말소 또는 영업정지 1년’의 엄중 처벌을 요구했다. 하지만 현산은 여전히 영업 중이다. 처분 권한이 있는 서울시는 이달 3일 현재까지 영업 정지 등 어떤 행정 처분도 내리지 않았다. 감리업체 광장은 화정 사고 이후 2022년 9월 경기도로부터 영업 정지 1년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제기한 행정취소소송 가처분 신청이 인용돼 영업을 재개했다. 광장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인천 서구 검단 아파트 공사 감리와 설계를 맡았다. 2023년 4월 29일 오후 11시 반경 검단 아파트는 공사 도중 지하 주차장이 붕괴됐다. 유력한 원인은 ‘철근 누락’이었다.〈히어로콘텐츠팀 ‘누락’ 시리즈 모음〉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아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히어로콘텐츠팀의 ‘누락: 당신의 아파트는 안녕하신가요’는 2023년 발표된 국토교통부 민간 아파트 조사 결과의 진실성, 이와 관련된 철근 등 부실 시공 문제를 7개월간 파헤쳤습니다. 아래 QR코드를 스캔하면 콘크리트 속 감춰진 ‘누락’을 디지털로 구현한 ‘아파트 철근탐사 보고서’로 연결됩니다. 4부작 다큐도 동아일보 유튜브 채널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팀장: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취재: 김수현 이문수 주현우 기자▽프로젝트 기획: 위은지 기자▽편집: 양충현 기자 ▽그래픽: 김충민 기자▽사진: 홍진환 기자▽인터랙티브 개발: 임상아 임희래 ND▽인터랙티브 디자인: 정시은 CD 윤서영 안태광 인턴▽영상: 김지희 안정용 PD광주=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광주=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서울 강남에서 공사 중인 총 17층 규모의 소형 A아파트. 2019년 책정된 공사비는 53억3500만 원이었다. 하지만 공사 초기 건설사 부도로 한동안 공사가 중단됐다. 이후 물가 인상 탓에 공사비는 지난해 79억4000만 원으로 늘었다. 5년 새 150% 증액됐다.●눈에 보이는 외장재 위주로 공사비 올려5년새 타일-유리 ‘외장재’ 4배↑철골 등 안전비용은 사실상 삭감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A아파트 전체 공사 비용 자료를 입수해 항목별 증감을 분석했다. 가장 많이 늘어난 항목은 부대 공사 비용으로 613% 올랐다. 타일 공사(448%), 미장 공사(443%), 유리 공사(425%) 등 주로 외부 마감재 항목도 많이 올랐다. 고급 대리석 마감재 비용은 152% 올랐다.반면 아파트 전체 구조나 안전과 연관된 비용은 증액 폭이 작거나 일부는 사실상 삭감됐다. 철근콘크리트 공사비는 120%, 골재비는 128% 올라 외장재보다 증가 폭이 작았다. 철골 공사비는 5년 전의 83%로 줄었다. 총 18개 항목 중 유일하게 감액된 항목이다. 건축 구조 설계비는 총 840만 원으로 5년 전과 똑같았다. 총 공사비의 0.01%. 물가 인상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삭감됐다. 김지상 한국구조기술사회 부회장은 “발주처가 요구하는 건설비에 맞춰야 하니 겉에서 잘 보이는 마감재 비용을 늘리고, 눈에 잘 안 보이는 철골 구조체 물량은 줄인다”고 설명했다.현장 관계자들은 “건설사는 속은 부실한데 겉은 화려한 아파트를 지어 이윤을 남기고, 입주자는 외관과 브랜드에 만족해한다”고 지적했다. 한 건설 전문가는 “마치 예쁜 사치재를 구입하듯 집을 산다”며 “현재 한국의 아파트는 ‘사는(living) 곳’이 아니라 ‘사는(buying) 것’”이라고 비판했다.●안전보다는 대리석… “쪽대본 드라마처럼 지어”안전 외면한 설계 변경 비일비재주민들 “집값 떨어질라” 하자 쉬쉬“아휴, 우리 아파트 아무 문제없다니까. 이런 거 물어보시면 집값만 또 떨어져요.”지난해 8월 히어로팀이 찾은 서울 강동구의 한 아파트 단지. 입주민에게 ‘추가 하자가 발생하지 않았냐’고 묻자 힐난이 돌아왔다. 2023년 이 아파트의 한 동에서는 철근 다발이 외벽을 뚫고 나오는 사건이 발생했다. 시공사는 안전진단을 거쳐 문제의 철근이 주철근이 아닌 ‘잉여(남는) 철근’으로 확인됐다며 하자 보수를 완료했다고 했다. 사고 직후 입주민들은 오히려 시공사를 두둔했다. 이 문제가 처음 제기된 아파트 매매 관련 애플리케이션(앱) 게시판에는 “전문가들이 문제없다네요” “이런 걸로 안 무너져요” 등의 입주민 글이 올라왔다. ‘부실 아파트’라는 오명이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서다.구축 아파트를 신축으로 재건축하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도사리고 있었다. 소유자들로 이뤄진 재건축 조합이 시공사에 무리한 단가 인하, 공기 단축을 요구하거나, 부실 공사를 ‘쉬쉬’ 하기도 한다.히어로팀은 현재 시공사 선정 작업이 한창인 서울의 대규모 재개발 사업과 관련된 국내 5대 대형 건설사의 사업 제안서 일부를 입수했다. 각 건설사는 ‘가장 낮은 물가지수 적용’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 없음’ 등 돈과 관련된 공약을 앞세웠다. 공사 기한에 대한 확약성 문구도 다수 등장했다. 하자 보수나 안전 관련 내용은 드물었다. 한 대형 건설사 제안서에는 “공사 기간을 43개월로 단축해 가장 빠른 입주를 실현시키겠다”며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적인 사유 등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경우에도 공사를 정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다른 건설사는 “공사비 증액 없는 확정 지분제”를 앞세웠다.이를 본 현장 시공 전문가들은 “원자재값이 오르는데 공사비 인상을 안 한다는 것은 사실상 ‘거짓말’”이라며 “공사비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손해를 안 보는 방법은 구조물 설계를 변경하는 것”이라고 했다. 국내 10대 대형 건설사의 한 아파트 재건축·재개발 사업 담당자는 “조합이 공사비를 줄여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며 “그러면서 마감재, 외장재는 ‘고급화’ ‘화려한 조경’ 등을 요구한다”고 했다. 그는 “그 요구를 들어주려면 안전 구조 비용에서 빼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신은영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원은 “조경이나 외부 마감재 변경을 둘러싼 조합과 시공사의 논의가 길어지면 공사가 시작된 뒤에도 설계를 변경하는 현장이 많다”며 “쪽대본 드라마처럼 아파트를 짓는 셈”이라고 비유했다.부실시공의 가장 큰 피해자인 아파트 주민들도 ‘집값 걱정’에 부실을 덮는다. 송주열 아파트비리척결본부 대표는 “입주민이 부실시공 문제를 제기하면 입주자대표협의회가 ‘외부에 알리면 집값이 떨어진다’며 보수 보강을 못 하게 하는 사례들이 많다”며 “협의회 쪽이 건설사 편을 드니 문제를 제기한 입주민도 지쳐서 포기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한국 아파트는 투자 자산 개념이 강해 눈에 보이지 않는 안전 비용에는 그동안 소홀했다”며 “초고층 아파트가 즐비해진 만큼 미관도 중요하지만 구조 설계비 등 안전 관련 비용을 늘려야 할 시점이 됐다”고 강조했다.●국토부 퇴직하면 건설사-협회에 재취업정부 안전대책 19개중 시행은 7개뿐전관들, 협회 등 포진해 ‘법안 로비’정부나 국회에서 발의된 건설 안전 관련 법안은 상당수가 제대로 논의도 되지 못한 채 폐기됐다. 히어로팀은 2022년 1월 광주 화정 아파트 붕괴 사고 직후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19가지 부실시공 근절 대책의 이행 여부를 전수 분석했다. 그 결과 현재 시행된 대책은 7개에 불과했다.전문가들은 건설업계에 포진한 ‘국토부 전관’들의 문제를 지적한다. 지난해 12월 기준 국토부에 따르면 2018년 이후 7년간 국토부 출신 퇴직공무원 107명 중 25명(23%)이 건설·주택 관련 협회나 건설업체에 재취업했다. 이 중 23명은 4급 이상 고위직이다. 국회 국토위 소속 한 야당 의원 보좌관은 “각종 건설협회에 소위 ‘국토부 카르텔’이 많다. 건설사에 불리한 법안을 막기 위해 국회나 관계 부처에 일종의 ‘로비’를 하는 것이 이들의 주 업무”라고 전했다.대규모 주택 공사는 지역 현안과 밀접해 국회의원도 안전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 공사 지연을 막으려는 지역구 의원들이 표를 의식해 안전 규제 법안을 반대하는 경우도 많다. 국토위 소속 한 여당 의원 비서관은 “(국토위) 법안 소위까지 올라가려면 여야 합의가 필요한데 여기서부터 막히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건설사 입김에 의원 1명이라도 반대하면 본회의에도 오르지 못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전문가들은 2015년 대법원이 철근 누락이 발견된 인천 청라푸르지오 아파트의 시공사 직원과 감리에게 무죄를 선고한 판결도 부실 확산에 결정적이었다고 지적했다. 당시 시공사는 일부 구조물에 철근을 설계보다 적게 넣었다. 대법원은 “시공사 측이 지키지 않은 기준은 ‘설계도서’가 아닌 ‘시공상세도면’”이라며 “사건 직후 철근 보강 공사를 진행해 안전진단 결과 안전성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판단했다. 건설 전문가들은 “부실시공의 ‘촉매제’가 된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최명기 서울디지털대 건설시스템공학전공 객원교수는 “법원은 부실시공이 있어도 전면 재시공보다 일부만 보강하라는 판결을 낸다”며 “건설사도 부실시공에 대한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아 왔다”고 비판했다.〈히어로콘텐츠팀 ‘누락’ 시리즈 모음〉(https://www.donga.com/news/Series/70000000000703)[④-상] “부실 지적한 감리사 교체 당해…2시간 철근검사 10분에 끝내”[④-하] “조경비용 늘면 철근서 빼…‘쪽대본 드라마’ 찍듯 아파트 지어”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아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히어로콘텐츠팀의 ‘누락: 당신의 아파트는 안녕하신가요’는 2023년 발표된 국토교통부 민간 아파트 조사 결과의 진실성, 이와 관련된 철근 등 부실 시공 문제를 7개월간 파헤쳤습니다. 아래 QR코드를 스캔하면 콘크리트 속 감춰진 ‘누락’을 디지털로 구현한 ‘아파트 철근탐사 보고서’()로 연결됩니다. 27일 오전 9시부터 4부작 다큐도 동아일보 유튜브 채널()에서 순차 공개됩니다.▽팀장: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취재: 김수현 이문수 주현우 기자▽프로젝트 기획: 위은지 기자▽편집: 양충현 기자 ▽그래픽: 김충민 기자▽사진: 홍진환 기자▽인터랙티브 개발: 임상아 임희래 ND▽인터랙티브 디자인: 정시은 CD 윤서영 안태광 인턴▽영상: 김지희 안정용 PD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