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종현

천종현 기자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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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사건팀 천종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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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23~2026-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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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복 선동 극단 유튜버들…“내란 각오” “묵사발” 폭력 부추겨

    “탄핵을 인용한다면 진짜 폭동이 뭔지 보여주겠다.”(극우 유튜브 채널 A)“내란수괴 윤석열 파면 기각 시에는 유혈 사태로 갑시다.”(극좌 유튜브 채널 B)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선고를 내릴 예정인 가운데, 일부 극단 정치 유튜버들이 헌재의 결정에 불복해야 한다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이 중에는 “폭력 혁명도 정당하다” “내란도 각오할 것” 등 폭력 사태를 부추기는 내용들도 있었다. 앞서 1월 벌어진 서울서부지방법원 난입 역시 유튜버들의 선동 발언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만큼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관련 유튜버들의 영상을 계속 모니터링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목숨 걸고 항쟁”, “내전도 불가피”1일 유튜브에는 헌재 선고에 불복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이 담긴 영상을 여러 개 찾아볼 수 있었다. 약 2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진보 유튜버는 “헌재가 (탄핵 기각이라는) 예상치도 못한 결론을 내리게 된다면 우리에게 남은 것은 혁명뿐이다”고 말했다. 탄핵을 촉구하는 구독자 1만5000명의 다른 유튜버도 “헌재 재판관들이 윤석열 편을 들면 묵사발을 내고 가루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보수 성향의 윤 대통령 지지 유튜버들도 마찬가지였다. 구독자 1만 명을 보유한 한 보수 유튜버는 “함부로 조기 대선을 지껄이고 있다. 이제는 방패가 아닌 창을 들고 헌재와 국회로 몰려가 해산시켜야 할 때”라고 했다. 약 3만5000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다른 유튜버도 “윤 대통령을 탄핵한다면 국민저항권이 발동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저항권’은 극우 성향인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탄핵 반대 집회에서 여러 번 언급한 표현이다. 헌재 주변을 경계 중인 경찰을 조롱하는 유튜버들도 있었다. 탄핵에 반대한다는 한 유튜버는 헌재 앞에서 유튜브 생중계를 하며 “탄핵을 인용한다? 폭동이 뭔지 진짜 보여주마”라고 말했다. 또 다른 유튜버는 헌재 주변에서 생중계를 하다 경찰이 제지하자 “절대로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한다”고 했다.● 경찰 “유튜버 모니터링 중, 불법 시 즉각 제지”탄핵을 둘러싼 갈등 국면에서 유튜버들의 극단적인 행태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달 21일엔 헌재 앞에서 탄핵 반대 시위에 참가한 한 유튜버는 경찰을 폭행해 체포됐다. 같은 날 ‘헌법재판소장을 죽이겠다’며 살인 예고 글을 올렸던 유튜버도 협박 혐의로 입건됐다. 계엄 사태를 거치며 급증한 유튜버들의 극단 발언은 결국 후원금 등 ‘돈벌이’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극우, 보수 유투버 채널 7개 중 6개는 계엄을 거치며 수익이 2배 이상으로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소요를 부추길 수 있는) 다수의 유튜버들의 발언 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들을 향해 엄중한 처벌을 경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허만섭 국립강릉원주대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중립적이고 균형적인 콘텐츠는 오히려 수익을 얻기 힘든 유튜브의 구조적 특징 때문에 갈등을 조장하고 감정적인 언어로 갈등을 증폭시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대학 교수는 “(유튜버 등이 선동하는) 폭력 사태는 탄핵 찬반을 떠나서 실정법을 어기는 심각한 문제”라며 “양당 대표나 총리 등 정치인도 선고일이 오기 전에 폭력에 대해서는 사법이 정확히 지켜질 것이라는 엄정한 발표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 2025-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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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휠체어 타는 어르신 환자, 산불 대피시간 10배 더 걸려”

    “어르신들의 경우엔 휠체어를 타거나 와상 환자가 많아 대피 차량 탑승까지 걸리는 시간이 일반인들의 10배 이상이에요. 이번 산불을 계기로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경북 영덕의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2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숨을 푹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요양시설 어르신들은 휠체어나 침대에 누워 계시다 보니 대피 차량도 한 사람당 하나씩 필요하다”면서 “이동 시에도 요양보호사나 도우미도 각각 필요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경북 지역 곳곳을 불태웠던 산불이 28일 149시간 만에 진화됐다. 이번 산불로 노인과 장애인 등 신속한 대피가 어려운 ‘재난약자시설’의 안전 취약점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북 영덕군의 한 요양병원에 있다가 산불에 사망한 3명 역시 모두 거동이 불편한 80대였다. 경북 의성군의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화재 발생 시 다른 곳으로 어르신들을 신속히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다치거나 건강이 악화될 수 있어 무작정 대피를 시키는 것도 걱정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요양원뿐만 아니라 노인복지센터와 장애인 시설도 산불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런 시설에는 젊은 직원들이 별로 없고, 요양보호사들은 대부분 60대 이상이어서 입소자들을 신속히 대피시키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의성군의 한 장애인시설 관계자는 “화재 등 돌발 상황 시 발달장애인들이 일사불란하게 이동하기는 힘들다”며 “대피 훈련을 할 때도 장난처럼 받아들여 통제에 어려움을 겪는데, 실제 화재 상황이라고 생각하면 아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요양병원 등 시설이 산속 깊이 있는 경우가 많은 만큼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자체 화재 진압이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채진 목원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거동이 어려운 환자들을 1층에만 배치하면 신속한 대피가 가능하다”며 “옥외 소화전을 의무적으로 두도록 해 화재 발생 시 자체적으로라도 신속하게 대처하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산림청도 이번 산불에서 확인된 재난약자시설의 취약점을 적극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통상 조경 때문에 요양시설에 나무를 심는 경우가 많은데 불에 잘 타는 소나무, 침엽수 대신 키가 작고 불에 잘 안 타는 나무를 심도록 안내 중”이라며 “또 화재 발생 시 소방차 도착 전까지 어느 정도 불을 진압할 수 있게끔 건물 상단에 스프링클러 등을 설치하는 등 장비를 확충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도 요양병원 등에 대해 24시간 상황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산불 발생 시 입소자들을 선제적으로 대피시키기로 했다.영덕=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안동=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 2025-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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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집 탔어도 산은 지켜야” 연기 뚫고 랜턴 의지해 1km 호스 끌어

    21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역대 최악의 산불이 발화 8일째 만에 주불 진화에 성공했다. 시간당 8.2km라는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경북 지역 곳곳으로 번진 산불을 막을 수 있었던 데는 목숨을 걸고 사투를 벌인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들의 헌신이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을 주민 등으로 구성된 진화대원들이 잔불 정리용 갈퀴와 등짐펌프를 메고 산불 현장 최전선에서 매일 10시간 넘게 화마(火魔)와 싸우지 않았다면 산불이 더 확산됐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마을순찰대와 소방관, 공무원들도 진화 작업에 큰 힘을 보탰다.● 드디어 꺼진 산불… 매일 사투 벌인 진화대원들 “이 지옥 같은 산불이 끝났다니, 꿈만 같네요.” 28일 주불이 진화됐다는 소식을 들은 경북 영덕군 소속 진화대원 한태영 씨(55)가 환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산불이 영덕으로 처음 넘어온 날(25일) 불덩이가 날아다니는 상황에서 진화에 투입됐다. 한 씨는 “열악한 환경에서 고생한 우리 동료들 덕분에 무사히 끝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진화대원은 “산불로 집을 잃은 동료들이 대부분”이라며 “우리 고향의 나무 한 그루라도 더 지키자는 생각으로 현장에 달려갔다”고 했다. 산불 대응 인력은 산림청 소속인 산불재난특수진화대와 공중진화대, 그리고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관할하는 산불전문예방진화대가 있다. 해당 지역 민간인들로 구성되는 예방진화대원들은 산불 대응 인력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산불을 가장 먼저 접하고 가장 먼저 초기 대응에 나선다. 이들은 이번 산불에서 등짐펌프, 방화용 장갑, 안전모 및 안전화, 방역마스크 등 열악한 장비에만 의지한 채 매일 투입됐다. 27일 오후 6시 반경 동아일보 기자는 진화대원들과 함께 경북 영덕군 삿갓봉 산불 진화 현장으로 이동했다. 산 꼭대기에서 산불 진화 작업을 마친 후 소방호스를 산 아래로 이동시키기 위해서다. 현장은 차가 진입할 수 없어 1.5km 걸어가야 다다를 수 있다. 현장은 다섯 걸음 앞도 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운 상태였지만, 진화대원들은 랜턴 빛에 의지해 1km에 달하는 호스를 산 중턱까지 내렸다. 경사진 비탈길을 내려가다 일부 진화대원들은 잠시 멈춰 거친 숨을 내쉬기도 했다. 휴대전화 신호도 잡히지 않는 산꼭대기 곳곳은 잔불이 붙어 타고 있는 나무가 보이고 회색빛 연기가 자욱했다. 마스크를 잠시만 내려도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러 기침이 나왔다. 대원 최기동 씨(62)는 “잠시 한눈팔면 낙석을 맞거나 잔가지에 눈을 찔려 얼굴을 다칠 수도 있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진화대원들은 22일 산불 발생 직후 매일 14시간씩 산불 진화 현장에 투입됐다고 한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이번 산불로 집을 잃은 이재민이기도 했다. 한 진화대원은 “다 타버린 집에서 신발 두 켤레만 겨우 챙겨 나왔다”면서도 “대기실에서 지내며 진화 작업에 매진 중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대원들도 “우리도 아무리 오래 이 일을 했어도 불이 무섭다”며 “산은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고 입을 모았다.● “우리 마을은 순찰대가 지킨다” 마을순찰대도 산불 진화 작업에 큰 보탬이 됐다. 마을순찰대는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마을 순찰 단체다. 경북 지역엔 의용소방대, 자율방재단, 마을이장 등으로 구성된 마을순찰대원이 2만4920명에 이른다. 22일 경북 의성에서 난 불이 다른 시군으로 번져 나가자 마을순찰대도 화재 현장으로 나서 진화 작업에 힘을 보탰다. 경북 영양군 석보면 마을순찰대 소속 이모 씨(56)는 마을로 불이 번지기 시작한 25일부터 28일 새벽까지 나흘 밤을 지새우며 진화 작업에 나섰다. 석보면 마을 주민 대부분은 산불의 여파로 인해 다른 지역 마을 회관으로 대피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 씨를 비롯한 마을순찰대원들은 마을에 남아 새벽 잔불 작업을 진행했다. 이 씨는 “보호장비도 없었지만, ‘내 마을 내가 지킨다’는 마음으로 농약 분무기에 물을 채워 나섰다”고 말했다. 이어 “마을 주민 대부분이 70, 80대인데, 나 정도면 젊은 편에 속한다”며 “내 마을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내세울 일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경북 의성군 비안면 이장협의회장 박재완 씨(59)도 산불이 덮치자 안내 방송을 하며 마을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주민들이 대피한 이후에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민가에 불이 붙지 않도록 분무기를 활용해 물을 뿌렸다. 박 씨는 “오전 5시부터 자정까지 마을을 순찰하고, 담당 공무원들과 산으로 올라가서 헬기로 진압이 안 되는 잔불을 끄는 작업도 했다”고 말했다. 마을순찰대는 ‘죽어도 집에서 죽겠다’며 대피를 거부하는 어르신들을 설득해 대피시켰고, 매일 늦은 밤까지 잔불을 확인했다. 한 의성군 주민은 “마을순찰대원들의 노고는 평소에 잘 드러나지 않지만, 이번에 그들의 역할은 매우 컸다”고 말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마을순찰대가 활동하지 않았다면, 산불로 인한 피해가 지금보다 10배 이상은 더 컸을 것”이라며 “밤낮없이 진화 작업을 도운 각 지방자치단체 소방대원들과 일반 공무원들의 역할도 컸다”고 말했다.영덕=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의성=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 2025-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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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일 10시간 넘게 산불과 전쟁… 화마에 잃은 선배 조문도 못 가”

    “나만 쓰는 산림이 아니잖아. 내 자식, 내 후손들도 쓸 산림인데….” 27일 오후 9시경 경북 영덕군 영덕문화체육센터 인근 산불전문예방진화대 대기실. 진화대장 김영수 씨(56)가 “내가 나무 한 그루라도 더 지켜야지”라며 이렇게 말했다. 김 대장은 이날 하루에만 14시간 30분 동안 화마(火魔)와 사투를 벌였다. 체력만큼은 자신 있었지만 대기실에 도착하자마자 녹초가 된 그는 의자에 철퍼덕 기댄 채 한숨을 돌렸다. 21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돼 8일째 5개 시군을 앗아간 산불을 진압하기 위해 김 대장은 매일 10시간 넘게 전쟁을 벌였다. 경북 지역 주불이 꺼진 28일에도 그는 오전 6시부터 약 12시간을 연기를 헤쳐가며 산불과 싸웠다. 잠긴 목소리로 연신 기침을 내뱉던 김 대장은 진화 소식이 들려오자 “대원들과 함께 고군분투한 결과인 것 같아 반갑다”며 그제야 미소를 보였다. 김 대장의 양손은 검게 그을린 화상 자국과 나무에 긁힌 듯한 흉터가 가득했다. 김 대장은 이번 산불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무섭게 확산하던 화마는 김 씨의 50년 보금자리와 처가까지 앗아갔다. 그는 대기실에서 쪽잠을 자며 생활하고 있다. 화재 당시 신발 두 켤레만 겨우 챙겨 나와 김 대장과 새우잠을 자며 불을 끄러 다니는 대원들도 상당수다. 김 대장은 동료를 잃는 아픔도 겪었다. 경북 영덕군 영덕읍에서 불에 타 숨진 채 발견된 신모 씨(69)는 김 대장이 평소 형님처럼 따랐던 대원이었다. 신 씨가 사망한 25일에도 둘은 함께 의성 산불 현장으로 가 불을 끄고 왔다고 한다. 김 대장은 “형님과 ‘우리 살아 돌아왔으니 이제 영덕 (화재 진압)에 매진하자’고 말했었다. 서로 악수하며 헤어졌는데 그게 마지막일 줄은 몰랐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 대장은 “슬퍼할 겨를도 없이 화재 진압을 하느라 조문도 못 갔다”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김 대장이 진화대원이 된 지는 11년째. 마라톤 선수 출신인 그는 사업에 실패한 뒤 막노동일을 하다가 이 일을 시작했다. 생전 처음 겪는 직업병도 생겼다. 시도 때도 없이 들리는 ‘타다닥’거리며 나뭇가지가 타는 환청과 빨간색만 보면 흠칫하는 습관이다. 일을 관두고 싶을 때도 있었다. 2022년 2월 영덕 산불과 같은 해 3월 울진·삼척 산불을 연이어 경험했던 순간이다. 김 대장은 “너무 힘들어서 관두고 싶었는데 ‘산을 지킨다’는 자부심이 날 일으켜 세웠다”며 “더 이상 불타지 않는 나무를 보는 그 희열 하나가 내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산불로 민가, 논밭 등 경북 지역 전체 피해가 어마어마하다. 잔불마저 완전히 꺼질 때까지 산을 계속 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영덕=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영양=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 2025-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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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주전 다시 고향 모셔온 100세 어머니, 산불에 가실줄이야”

    “100세 어머니를 영덕으로 다시 모셔 온 지 3주밖에 안 됐는데 이렇게 가실 줄은 몰랐습니다. 한이 맺혀요.” 27일 오전 경북 영덕군 영덕읍의 한 장례식장. 어머니 이모 씨(100)의 빈소를 지키던 막내아들 김모 씨(65)가 눈시울을 훔치며 말했다. 김 씨는 8개월 전 어머니를 자신이 사는 부산으로 모셨지만, 3주 전 어머니는 “답답하다”며 원래 살던 영덕읍 석리로 다시 돌아갔다. 어머니는 26일 산불이 마을을 덮칠 때 대피하지 못했고 그날 오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13년 경력 진화대원, 귀가 도중 참변 이번 산불에 어머니를 잃은 김 씨는 “어머니는 조그마한 먹을 거 하나도 동네분들께 다 나눠주던 다정한 분이셨다”며 “사망 당일 아침에도 집사람과 ‘누룽지를 맛있게 끓여 먹었다’며 통화를 했는데 이렇게 돌아가실 줄은 전혀 몰랐다”고 애통해했다. 생전 이 씨는 80세까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거르지 않고 농사일을 나갈 정도로 정정했다고 한다. 석리 마을 주민 상당수는 산불을 피해 해안가 방파제로 대피했지만, 일찍 잠자리에 들었던 이 씨는 재난 문자 알림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 이날 차려진 빈소에서 이 씨의 자녀들은 “불쌍한 우리 엄마, 얼마나 무섭고 뜨거웠을까”라며 엎드려 통곡했다.22일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6일째 영남 지역 곳곳으로 확산하고 있다. 산불로 가족을 잃은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도 이어지고 있다. 경북 영덕 매정리에선 산불 진화 작업을 하고 귀가하던 신모 씨(69)가 숨진 채 발견됐다. 산불예방진화대원으로 13년간 근무한 신 씨는 25일 오전 경북 의성군 산불 진압에 자원했다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사망했다. 신 씨는 25일 오후 8시 반경 아내와 “(집에) 다 왔다, 이제 집으로 간다”는 통화를 끝으로 휴대전화 전원이 꺼졌고, 이틀 뒤인 27일 오전 11시 반경 본인의 차에서 1m 떨어진 인도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의용소방대원인 신 씨의 큰아들(47)은 “아버지는 가족밖에 모르고, 10원 하나 허투루 쓰지 않던, 매사에 성실하던 분”이라며 “남동생이 내년 봄에 결혼하는데 이렇게 가셔서 너무 허망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신 씨의 큰아들 역시 25일 영덕에서 산불을 진압하느라 아버지와 통화를 하지 못했다고 한다. 같은 지역에선 80대 노부부가 대피 도중 참변을 당했다. 26일 오후 영덕군의 한 장례식장에서 만난 큰아들 이모 씨(60)는 “25일 오후 8시 40분경 부모님이 조카와 통화하면서 ‘불은 안 보이는데 연기가 꽉 찼다’고 하셨다고 한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 씨는 “당연히 대피하셨을거라 생각해서 대피소를 다 뒤지고, 주무시는 어르신들 얼굴에 불빛을 비춰가면서 부모님인지를 확인했다”며 “다시 집에 가보니 부모님이 누워계셨고 움직이질 않으셨다”고 말했다.● “아직 아빠 엄마랑 하고 싶은 게 많은데….”이번 산불로 사망한 경북 영양군 석보면 삼의리의 권모 이장(64)과 부인 우모 씨(59)의 딸 권모 씨(38)는 26일 빈소에서 “아직 아빠 엄마랑 같이 하고 싶은 게 많은데 이렇게 떠나다니 황망하다”고 통곡했다. 권 씨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아빠와 떨어져 대구로 ‘지역 유학’을 갔다. 부부는 딸의 학업을 위해 대구에 집을 마련해 줄 만큼 딸에게 정성을 쏟는 부모였다고 한다. 권 씨는 “거의 한평생을 엄마 아빠랑 떨어져 살아 그리움이 컸는데 앞으로 이 그리움을 어떻게 하냐”며 “동생이 아버지에게 선물해 드린 차를 보니 500km밖에 못 탔다. 사고 나지 말라고 같이 고사를 지낸 게 마지막 (모습)이었다”고 오열했다. 권 씨의 외삼촌 역시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누나를 구하러 갔지만 여기로 가면 저기 도로로 가라고 하고, 또 그곳으로 가면 다른 도로로 가라고 하는 바람에 누나를 구하지 못했다”며 “통제가 잘됐다면 누나를 구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산불 희생자들을 위한 합동분향소는 경북 청송군 보건의료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분향소에는 국화 수십 송이와 산불로 희생된 이들의 명패가 차례로 놓여 있었다. 이날 합동분향소엔 윤경희 청송군수와 경북 청송경찰서장 등이 방문해 고인들에 대한 조의를 표했다.영덕=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영덕=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영양=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청송=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 2025-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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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시 싫다고 3주전 귀향하셨는데”…영덕 100세 사망자 유족 오열

    “100세 어머니를 영덕으로 다시 모셔 온 지 3주밖에 안 됐는데 이렇게 가실 줄은 몰랐습니다. 한이 맺혀요.”27일 오전 경북 영덕군 영덕읍의 한 장례식장. 어머니 이모 씨(100)의 빈소를 지키던 막내아들 김모 씨(65)가 눈시울을 훔치며 말했다. 김 씨는 8개월 전 어머니를 자신이 사는 부산으로 모셨지만, 3주 전 어머니는 “답답하다”며 원래 살던 영덕읍 석리로 다시 돌아갔다. 어머니는 26일 산불이 마을을 덮칠 때 대피하지 못했고 그날 오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13년 경력 진화대원, 귀가 도중 참변이번 산불에 어머니를 잃은 김 씨는 “어머니는 조그마한 먹을 거 하나도 동네 분들께 다 나눠주던 다정한 분이셨다”며 “사망 당일 아침에도 집사람과 ‘누룽지를 맛있게 끓여 먹었다’며 통화를 했는데 이렇게 돌아가실 줄은 전혀 몰랐다”고 애통해했다. 생전 이 씨는 80세까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거르지 않고 농사일을 나갈 정도로 정정했다고 한다. 석리 마을 주민 상당수는 산불을 피해 해안가 방파제로 대피했지만, 일찍 잠자리에 들었던 이 씨는 재난 문자 알림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 이날 차려진 빈소에서 이 씨의 자녀들은 “불쌍한 우리 엄마, 얼마나 무섭고 뜨거웠을까”라며 엎드려 통곡했다.22일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6일째 영남 지역 곳곳으로 확산하고 있다. 산불로 가족을 잃은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도 이어지고 있다. 경북 영덕 매정리에선 산불 진화 작업을 하고 귀가하던 신모 씨(69)가 숨진 채 발견됐다. 산불예방진화대원으로 13년간 근무한 신 씨는 25일 오전 경북 의성군 산불 진압에 자원했다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사망했다. 신 씨는 25일 오후 8시반경 아내와 “(집에) 다 왔다, 이제 집으로 간다”는 통화를 끝으로 휴대전화 전원이 꺼졌고, 이틀 뒤인 27일 오전 11시반경 본인의 차에서 1m 떨어진 인도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의용소방대원인 신 씨의 큰아들(47)은 “아버지는 가족밖에 모르고, 10원 하나 허투루 쓰지 않던, 매사에 성실하던 분”이라며 “남동생이 내년 봄에 결혼하는데 이렇게 가셔서 너무 허망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신 씨의 큰아들 역시 25일 영덕에서 산불을 진압하느라 아버지와 통화를 하지 못했다고 한다.같은 지역에선 80대 노부부가 대피 도중 참변을 당했다. 26일 오후 영덕군의 한 장례식장에서 만난 큰아들 이모 씨(60)는 “25일 오후 8시 40분경 부모님이 조카와 통화하면서 ‘불은 안 보이는데 연기가 꽉 찼다’고 하셨다고 한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 씨는 “당연히 대피하셨을거라 생각해서 대피소를 다 뒤지고, 주무시는 어르신들 얼굴에 불빛을 비춰가면서 부모님인지를 확인했다”며 “다시 집에 가보니 부모님이 누워계셨고 움직이질 않으셨다”고 말했다.● “아직 아빠 엄마랑 하고 싶은 게 많은데….”이번 산불로 사망한 경북 영양군 석보면 삼의리의 권모 이장(64)와 부인 우모 씨(59)의 딸 권모 씨(38)는 26일 빈소에서 “아직 아빠 엄마랑 같이 하고 싶은 게 많은데 이렇게 떠나다니 황망하다”고 통곡했다. 권 씨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아빠와 떨어져 대구로 ‘지역 유학’을 갔다. 부부는 딸의 학업을 위해 대구에 집을 마련해줄 만큼 딸에게 정성을 쏟는 부모였다고 한다.권 씨는 “거의 한 평생을 엄마 아빠랑 떨어져 살아 그리움이 컸는데 앞으로 이 그리움을 어떻게 하냐”며 “동생이 아버지에게 선물해 드린 차를 보니 500km밖에 못 탔다. 사고 나지 말라고 같이 고사를 지낸 게 마지막 (모습)이었다”고 오열했다. 권 씨의 외삼촌 역시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누나를 구하러 갔지만 여기로 가면 저기 도로로 가라고 하고, 또 그곳으로 가면 다른 도로로 가라고 하는 바람에 누나를 구하지 못했다”며 “통제가 잘 됐다면 누나를 구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산불 희생자들을 위한 합동분향소는 경북 청송군 보건의료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분향소에는 국화 수십 송이와 산불로 희생된 이들의 명패가 차례로 놓여져 있었다. 이날 합동분향소엔 윤경희 청송군수와 경북 청송경찰서장 등이 방문해 사망자들의 고인들에 대한 조의를 표했다.영덕=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영덕=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영양=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영양=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청송=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 2025-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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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탄처럼 불덩이 쏟아져”… 주민 구하려던 이장 부부 불길 갇혀

    25일 오후 8시 반 경북 영덕군 영덕읍 매정리. 산을 태우던 불길이 불과 15분 만에 중턱에 있는 요양원까지 내려왔다. 불길을 피해 즉시 떠나라는 대피령이 떨어졌다. 입소자 대부분이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라 차 없이는 대피가 불가능했다. 오후 9시경 정모 할머니(80) 등 입소자 4명과 요양원 여성 직원 2명이 탄 차가 요양원을 빠져나갈 때 주변은 이미 화마가 삼키고 있었다. 정 할머니 일행이 탄 차는 10분도 못 가 달려든 불길을 피하지 못했다. 불이 도로를 달군 탓에 타이어가 녹아 먼저 터졌고 이후 차가 폭발했다. 정 할머니 등 3명이 숨졌고 나머지 탑승자 3명은 중상을 입었다. 이들보다 앞서 요양원을 출발해 인근 교회로 필사적으로 대피해 목숨을 건진 입소자들은 정 할머니 일행의 죽음을 애통해했다.● “산불이 방사포처럼 마을로 쏟아져” 25, 26일 이틀간 21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북 북동부 산불 현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25일 오후 6시 경북 영양군 석보면 화매2리 오원인 이장(57)은 마을 뒷산에서 밀려오는 화염을 보고 경악했다. 경북 의성에서 번진 불이 안동을 거쳐 영양까지 덮쳤다. 불길은 산과 바람을 타고 무서운 속도로 다가왔다. 불과 5분 전 “빨리 주민들을 대피시켜 달라”는 군청의 연락을 받은 오 이장은 다급하게 움직였고, 이내 주민들의 휴대전화에는 “즉시 대피하라”는 오 이장의 스마트 음성 메시지가 속속 도착했다. 한 주민은 “이장이 보낸 메시지를 받고 집을 뛰쳐나왔더니 마당에 불이 붙고 있었다”고 말했다. 50대 주민 김모 씨는 “불이 그냥 천천히 번지는 게 아니라 뉴스에서나 봤던 북한 방사포처럼 불꽃 수천 개가 미사일처럼 마을로 쏟아졌다”고 말했다. 이후 마을 전기와 통신망도 끊겼다.같은 시간 옆 마을 석보면 삼의리 권모 이장(64)도 아내 우모 씨(59)와 함께 다급하게 차에 올랐다. 마을 도로는 이미 여기저기 날리는 불씨와 검은 연기 탓에 앞을 거의 볼 수 없는 지경이었다. 도로 옆의 낙엽이 땔감 역할을 하며 타오르자 마치 도로는 용암이 흘러드는 것 같았다. 권 이장 부부는 인근에 사는 친척들과 연락이 두절됐다. 오후 8시경 권 이장의 동생이 형의 행방을 찾아 나섰을 때는 이미 늦었다. 권 이장의 차는 도로변 배수로에 고꾸라져 검게 탄 채 발견됐다. 차가 향하던 방향은 대피소가 아니라 삼의리 쪽이었다. 평소 권 이장과 친하게 지냈다는 오 이장은 “아마 다른 마을 주민들을 구하러 가다가 불길에 휩싸인 것으로 보인다”며 슬퍼했다.● 희생자 대부분 거동 어려운 노인이번 화마에 스러진 희생자 상당수는 거동이 어려운 노약자였다. 대부분 70, 80대로 집 안이나 마당, 도로 위 불탄 차 안에서 발견됐다. 영덕읍 매정리에서는 80대 노부부가 집 앞에서 불과 1분 거리의 내리막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불을 피해 집을 나섰지만 거동이 불편해 결국 불길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장손 이모 씨(30)는 “산불이 난 뒤 교통도 통제돼 동네가 무질서 그 자체였다”면서 “조금만 더 빨리 도착했다면 살릴 수 있었을 것이란 생각에 모두가 자책하고 있다”며 눈물을 훔쳤다. 안동시 임하면 신덕리 이덕마을에서는 지체장애인 안모 씨(75)가 집을 나서지 못하고 불길에 숨졌다. 그는 요양보호사 도움 없이는 밖에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하는 처지였다. 연락을 받고 조카가 안 씨를 구하기 위해 황급히 찾아갔으나 이미 숨진 뒤였다. 이웃 주민은 “대피 연락을 받았어도 움직일 수가 없어 갇혀 있었을 것”이라며 “그 고통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인접한 임하면 임하1리에서는 80대 권모 씨(85) 부부가 화재로 무너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권 씨의 시신이 먼저 발견됐고 아내 김모 씨(87)는 현장에서 찾을 수 없었다. 자녀들은 여러 병원을 찾아다니다가 굴착기를 동원해 집을 수색했다. 무너진 잔해에서 김 씨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다. 영덕군 축산면 대곡리에서도 80대 남성이 산불로 무너진 자택에 매몰돼 숨졌다. 청송군 파천면과 진보면에서는 각각 80대 여성과 70대 남성이 집 안과 마당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북소방본부 관계자는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이 대피를 준비하거나 대피 중에 급속도로 번진 불길의 피해를 입으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산불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앞으로도 집 안이나 주변에서 숨진 채 뒤늦게 발견되는 희생자들이 늘어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의성=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영양=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영덕=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안동=조승연 기자 cho@donga.com}

    • 2025-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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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양원 차 두 대로 필사의 탈출…뒷차가 불길 못 피했다

    25일 오후 8시 반 경북 영덕군 영덕읍 매정리. 산을 태우던 불길이 불과 15분 만에 중턱에 있는 요양원까지 내려왔다. ‘즉시 떠나라’는 대피령이 떨어졌다. 입소자 대부분이 거동 불편한 노인이라 걷거나 뛰어서 대피할 수 없었다. 한 명 씩 요양원 앞 차량에 모였고, 오후 9시경 정모 할머니(80) 등 입소자 4명과 요양원 여성 직원 2명을 태운 차가 요양원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주변은 이미 화마가 삼키고 있었다. 정 할머니 일행이 탄 차는 10분도 못 가 달려든 불길을 피하지 못했다. 불이 도로를 달군 탓에 타이어가 녹아 먼저 터졌다. 이후 차에 불이 붙어 폭발했다. 정 할머니 등 3명이 숨졌고 나머지 탑승자 3명은 중상을 입었다. 이들보다 앞서 요양원을 출발해 인근 교회로 필사적으로 대피해 목숨을 건진 입소자들은 정 할머니 일행의 죽음을 애통해했다. ● “산불이 방사포처럼 마을로 쏟아져”25, 26일 이틀간 20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북 북동부 산불 현장은 ‘아비규환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25일 오후 6시 경북 영양군 석보면 화매2리 오원인 이장(57)은 마을 뒷산에서 붉게 밀려오는 화염을 보고 경악했다. 의성에서 번진 불이 안동을 거쳐 영양까지 덮쳤다. 불길은 산과 바람을 타고 무서운 속도로 다가왔다. 불과 5분 전 “빨리 주민들을 대피시켜달라”는 군청의 연락을 받은 오 이장은 다급하게 움직였고, 이내 주민들의 휴대전화에는 “즉시 대피하라”는 오 이장의 스마트 음성 메시지가 속속 도착했다. 한 주민은 “이장이 보낸 메지를 받고 집을 뛰어나왔더니 마당에 불이 붙고 있었다”고 말했다. 화매2리 50대 주민 김모 씨는 “불이 그냥 천천히 번지는 게 아니라 뉴스에서나 봤던 북한 방사정포처럼 불꽃 수 천 개가 미사일처럼 마을로 쏟아졌다”고 말했다. 이후 마을 전기와 통신망도 끊겼다.같은 시간 옆 마을 삼의리 권모 이장(64)도 아내 우모 씨(59)와 함께 다급하게 차에 올랐다. 마을 도로는 이미 여기저기 날리는 불씨와 검은 연기 탓에 앞을 거의 볼 수 없는 지경이었다. 도로 옆의 낙엽이 땔감 역할을 하며 타오르자 마치 도로는 용암이 흘러드는 것 같았다. 권 이장 부부는 인근에 사는 친척들과 연락이 두절됐다. 오후 8시경 권 이장의 동생이 형님의 행방을 찾아 나섰을 때는 이미 늦었다. 권 이장의 차는 도로변 배수로에 고꾸라져 검게 탄 채 발견됐다. 차가 향하던 방향은 대피소가 아니라 삼의리 쪽이었다. 산불 연기 등으로 시야 확보가 안돼 방향을 잘못 잡은 것으로 보인다. 평소 권 이장과 친하게 지냈다는 오 이장은 “아마 다른 마을 주민들을 구하러 가다가 불길에 휩싸인 것으로 보인다”며 슬퍼했다.● 희생자 대부분 거동 어려운 노인이번 화마에 스러진 희생자 상당수는 거동이 어려운 노약자였다. 대부분 70, 80대로 집 안이나 마당, 도로에 불 탄 차 안에서 발견됐다. 영덕군 영덕읍 매정리에서는 80대 노부부가 집 앞 내리막길에서 숨졌다. 이들은 산불을 피해 집을 나섰지만 거동이 불편해 미처 불길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부부는 집에서 불과 도보로 1분 거리에 쓰러진 채 가족들에게 발견됐다. 장손 이모 씨(30)는 “산불이 난 뒤 교통도 통제돼 동네가 무질서 그 자체였다”며 “조금만 더 빨리 도착했다면 살릴 수 있었을 것이란 생각에 모두가 자책하고 있다”며 눈물을 훔쳤다.안동시 임하면 신덕리 이덕마을에서는 70대 여성 지적장애인이 집을 나서지 못하고 불길에 숨졌다. 그는 요양보호자 도움이 없이는 밖에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하는 처지였다. 이웃 주민은 “대피 연락을 받았어도 움직일 수가 없어 갇혀있었을 것”이라며 “그 고통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영덕군 축산면 대곡리에서는 80대 남성이 산불로 무너진 자택에 매몰돼 숨졌다. 청손 파천면과 진보면에서는 80대 여성과 70대 남성이 집 안과 마당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경북소방본부 관계자는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이 대피를 준비하거나 대피중에 급속도로 번진 불길의 피해를 입으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산불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앞으로도 집안이나 주변에서 숨진 채 뒤늦게 발견되는 희생자들이 늘어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의성=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영양=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영양=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영덕=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영덕=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안동=조승연 기자 cho@donga.com}

    • 2025-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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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싱크홀 공포 “내 출퇴근길은 괜찮나”

    “출퇴근길에 또 싱크홀이 발생할지 누가 알아요. 자주 오가는 도로인데 불안합니다.” 25일 서울 강동구 주민 유세영 씨(52)는 전날 벌어진 명일동 땅꺼짐(싱크홀) 사고를 언급하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갑자기 도로가 무너져 1명이 다치고 1명이 숨진 사고로 인근 주민들은 언제 어디서 싱크홀이 생길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천호동에 사는 김여길 씨(67)는 “오전에 동네 주민들과 사고 현장을 가봤는데 생각보다 싱크홀이 너무 커서 깜짝 놀랐다”며 “바로 옆 주유소에서 폭발 사고라도 일어났으면 어떻게 됐을까 싶어 아찔했다”고 말했다. 최근 10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싱크홀은 2000개를 넘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염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2023년 전국에서 발생한 싱크홀은 2085개였다. 그중 52개에선 부상자 71명이 발생했다. 대부분 상하수도관과 오수관 누수가 원인이었다. 명일동 싱크홀에 추락해 매몰된 오토바이 운전자 박모 씨(34)는 사고 발생 17시간 만인 25일 숨진 채 발견됐다. 박 씨는 싱크홀 중심에서 고덕동 방향 50m 지점에서 호흡과 의식이 없는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은 인근에 공사를 진행 중인 건설사 등이 관련 법규를 위반했는지 내사 중이다.곳곳에 낡은 수도관, 지하철-도로 공사… 10년간 싱크홀 2085건[도심 싱크홀 공포]싱크홀 발생 원인 살펴보니명일동 현장 인근 9호선 연장 공사… 15m 거리선 고속道 지하터널 건설22년된 수도관 파열 누수 가능성도… “부실공사 처벌-정기점검 강화를”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친 서울 강동구 명일동 싱크홀 사고가 인근 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지하 구간 공사, 상하수도 파열로 인한 누수 때문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도심 싱크홀 사고가 매년 이어지고 관련 인명, 재산 피해도 발생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물막이 공사를 제대로 시행하고, 사고가 나면 원인과 책임 여부를 명확히 가려야 다른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지하철-고속도로 공사 조사 예정도심 한복판의 싱크홀은 매년 있었다. 2023년엔 서울 여의도 IFC몰 앞에서 2.5m 깊이의 싱크홀이 생겨 행인 1명이 다쳤다. 지난해 8월에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폭 6m, 깊이 2.5m의 싱크홀에 차가 빠져 2명이 중상을 입었다. 2022년 강원 양양군에서는 폭 12m, 깊이 5m의 싱크홀이 29개나 생겨 편의점이 통째로 빨려 들어갔다.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전국에서 싱크홀이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은 경기(429건)였다. 이어 강원(270건), 서울(216건), 광주(182건) 순이다. 이번에 사고가 난 강동구는 2020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약 5년간 4건의 싱크홀 사고가 있었고, 2명이 다쳤다.서울시는 명일동 싱크홀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일단 중앙보훈병원∼고덕강일1지구 서울 지하철 9호선 4단계 연장 공사가 영향을 미쳤는지 조사 중이다. 사고 현장 인근에서 해당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는 땅꺼짐 현장에서 무너진 흙이 지하철 터널 공사 부근으로 상당 부분 흘러 들어갔다고 확인했다. 앞서 국토부가 지난해 12월 지하철 공사 등 대형 공사장을 대상으로 진행한 특별 점검에서는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 결과 땅속에서 빈 공간이 발견되진 않았다.올해 1월 개통한 세종포천고속도로(서울세종고속도로) 공사 과정에서 지반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 고속도로는 싱크홀과 불과 15m 거리에 있다. 지난달 경기 안성시에서 교량 붕괴 사고가 발생한 곳도 바로 이 고속도로의 한 구간이다. 2021년 한국터널환경학회는 “이미 서울세종고속도로 터널 건설 과정에서 지반 침하와 건물 손상 등이 발견됐다”며 “9호선 연장 공사가 서울세종고속도로 지하터널에 근접하여 통과하니 시공 안전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지하 상수도 파열로 인한 누수가 원인일 가능성도 시는 조사하고 있다. 싱크홀 아래 있던 수도관은 2004년 설치된 것으로 올해로 사용 22년째다. 보통 설치된 지 30년 이상 지난 수도관은 내구연한을 초과한 노후관으로 본다.지하 가스배관 설치 당시 지반 다짐 작업이 제대로 안 됐을 가능성도 조사할 예정이다. 배관 자체의 문제라기보단 배관 매설 이후 흙을 제대로 다져놓지 않아 빈틈에 지하수나 빗물이 들어갔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토질도 살펴볼 계획”이라며 “사고 지역 일대 흙은 암반이 부족하고 풍화토나 사질토 등으로 이루어져 지지력이 부족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토목공사 균열 처벌 강화하고 정기점검해야”전문가들은 싱크홀 사고를 막기 위해선 공사 현장마다 물막이 공사를 제대로 하고 사고 책임을 명확히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명일동 사고 현장에 가봤더니 지반은 흙으로 돼 있고 전부 다 연약한 토사 지반이었다. 공사를 잘못하면 터널 내로 물이 들어올 수 있다”며 “물의 유입을 막는 물막이 공사를 확실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토목공사 때 주변에 조금이라도 균열이 날 경우 관계자들이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처벌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조원철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GPR 탐사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그리고 정기적으로 싱크홀 점검을 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GPR을 제대로 판독할 수 있는 기술자를 양성하는 등 재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해 연희동 싱크홀 사고 이후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전국 최초로 ‘지반 침하 관측망’을 시범 운영하고 지하 안전관리를 전담하는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 2025-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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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근후 배달 부업 뛰던 가장” 매몰 17시간만에 숨진채 발견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24일 발생한 싱크홀 사고로 숨진 오토바이 운전자 박모 씨(34)는 생계를 위해 부업으로 배달업을 하던 가장이었다. 박 씨가 사고 당시에도 배달을 하고 있었다는 사연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이 커지고 있다. 25일 소방당국은 브리핑에서 “싱크홀에 매몰됐던 박 씨가 이날 오전 11시 22분경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사고 발생 약 17시간 만이다. 박 씨는 싱크홀 중심에서 50m 떨어진 지점에 있었다. 추락 직전 복장 그대로 헬멧과 바이크 장화를 착용한 채였다고 소방 당국은 전했다. 지인들에 따르면 박 씨는 2018년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사업을 물려받았다고 한다. 그는 어머니, 여동생과 함께 살며 가장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의 지인들은 ‘착실하고 착한 사람’으로 고인을 기억했다. 이날 오후 9시 반경 빈소를 찾은 박 씨 여동생의 친구 김모 씨(33)는 “친구가 항상 ‘멋지고 좋은 오빠’라고 자랑하던 사람”으로 고인을 회상했다. 사고 당시 박 씨는 배달 중이었다. 배달업체 측은 “조문 및 유족의 심리 상담, 법률 상담, 산재 보험 등 필요 사항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싱크홀 사고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허모 씨(48)는 이날 기자와 만나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허 씨는 “어디서 천둥 소리가 들리더니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고 말했다. 전날 오후 6시 30분경 허 씨는 흰색 카니발 승용차를 몰고 가던 중이었다. 갑자기 싱크홀이 발생하면서 허 씨의 차량 뒷바퀴가 싱크홀 가장자리에 걸렸다. 구덩이로 빠질 뻔한 차는 달리던 추진력 덕에 도로로 튕겨 올라 멈춰섰다. 이후 차량 뒤편 도로가 추가로 붕괴됐다. 이 사고로 허 씨는 오른쪽 허리와 다리, 머리 등을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허 씨는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앞에는 아무 차량도 없었다”며 “뒤를 돌아보니 거대한 구멍이 생겨 있었다”고 했다. 이어 “혹시나 구멍에 다시 차가 빠질까 봐 앞으로 움직이려 했지만 차량은 움직이지 않았고 문도 열리지 않았다”며 “결국 창문을 통해 가까스로 빠져나왔다”고 말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 2025-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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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싱크홀 생존자 “운전중 천둥소리에 정신 잃어…브레이크 안 밟아 살았다”

    “운전 도중 어디서 천둥 소리가 들리더니 그대로 정신을 잃었어요.”24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발생한 싱크홀 사고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허모 씨(48)는 25일 사고 당시 순간을 이렇게 설명했다.전날 사고 당시 허 씨는 흰색 카니발 승용차를 운전 중이었고 싱크홀이 발생하는 순간 차가 구덩이에 빠지는 듯 싶더니 다시 튕겨나와 도로 위에 멈춰섰다. 이후 차 뒷 부분의 도로가 추가로 붕괴됐다.이 사고로 허 씨는 오른쪽 허리, 다리, 머리 등을 다쳐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허 씨는 “천둥 소리와 함께 10초 정도 정신을 잃었던 것 같다”며 “정신을 차려보니 앞에는 차가 한 대도 안 보였고, 뒤를 돌아보니 커다란 구멍이 보였다”고 말했다.이어 “구멍에 다시 차가 빠질까 봐 다시 앞으로 가려는데 차가 움직이지 않고 문도 열리지 않아 창문으로 겨우 빠져나왔다”며 긴박한 상황을 설명했다. 허 씨는 “브레이크를 밟을 틈도 없이 사고가 발생했다”며 “오히려 차가 멈추지 않고 앞으로 계속 달린 덕분에 싱크홀에 추락하는 것을 피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강동구 둔촌동에서 사는 허 씨는 사고 지점을 매일 출퇴근 길에 지나다녔다고 한다. 사고 당일에도 일을 마치고 귀가하는 길이었다. 명일동 싱크홀은 24일 오후 6시 30분경 4, 5개 차로를 가로지를만큼 거대한 크기로 발생했다.카니발 뒤에서 주행하다 싱크홀에 추락한 오토바이 운전자 30대 남성은 사고 발생 약 17시간 만에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도시기반시설본부 측은 9호선 지하철 연장 공사와 싱크홀 사고의 연관성에 대해 “연관성을 100% 배제하고 있지는 않다”며 “종합적인 조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 2025-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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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소통도 없이… 펌프-갈퀴 들고 산불 진화 투입된 민간 대원들

    22일 영남 산불로 숨진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 3명은 갑작스럽게 불어온 역풍을 타고 주변을 포위한 불길에 갇혀 숨졌다. 같은 지점에서 다행히 목숨을 건진 진화대원들도 2도 이상의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 당시 이들이 갖춘 장비는 갈퀴, 등짐펌프, 방화복 등 열악한 수준이었다. 불길을 피하거나 막는 데 사용할 소방용 특수장비가 있었다면 참변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 장비 열악… 전문가들 “산소통-특화 차량 필요” 현재 우리나라 산불 대응 인력으로는 산불재난특수진화대와 공중진화대, 그리고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관할하는 산불전문예방진화대가 있다. 특수진화대와 공중진화대는 전문 지식을 갖춘 산불 대응 특수 인력으로, 헬기 등 소방 장비를 동원해 현장에 투입된다. 반면 예방진화대는 해당 지역 민간인들로 구성된다. 이들은 평시에 산불 예방 활동을 하다가 불이 나면 잔불 정리, 뒷불 감시 등을 담당한다. 현재 인력 규모를 보면 특수진화대 435명, 공중진화대 104명, 예방진화대 9604명이다. 예방진화대는 산불 대응 인력 중 규모가 가장 크며 대부분 사건을 가장 먼저 접하고 대응에 나선다. 하지만 이들에게 지급되는 장비는 대형 화재를 감당하기에 부족한 실정이다. 산림청 산불관리통합규정이 진화대원에게 지급할 것으로 규정한 안전 장비는 방화용 장갑, 안전모 및 안전화, 손전등, 방화복, 방연마스크, 방염텐트, 개인 구급약품 등이 전부다. 등짐펌프와 잔불 정리용 갈퀴 등도 지급되지만, 이들에게 편성된 장비 예산은 1인당 40만 원 정도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장비로는 산불에 고립된 상황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우며 휴대용 공기호흡기(산소통)나 산악 특화 차량, 전면마스크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산불 진압 시 화염 속에 고립된 경우 휴대용 공기호흡기나 산악 특화 차량 등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김성용 안동대 산림과학과 교수는 “진화대원 등에겐 방진마스크가 지급되는데 화재 고립 시 호흡이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불에 잘 타지 않는 플라스틱 소재 전면 마스크를 지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부분 동네 고령 주민들… “전문 교육-훈련” 목숨을 잃은 진화대원 3명은 지난해 경남 창녕군이 선발한 기간제 진화대원으로, 모두 창녕군 군민이었다. 숨진 이모 씨(64)의 유가족은 “형님은 평범하게 농사를 지었던 분”이라며 “왜 화재 전방까지 갔다가 변을 당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진화대원은 농촌에서 평소 농사를 짓다가 산불이 잦은 봄이나 겨울에 화재 예방 임무에 투입된다. 일당이 8만 원 남짓이다 보니 주로 퇴직한 고령층이 지원한다. 산림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 진화대원 9604명 중 6696명(69.7%)이 60대 이상이었다. 전문가들은 산불에 대응할 수 있을 정도의 전문화를 위해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황정석 산불정책기술연구소 대표는 “진화대원 중 실제로 기능할 수 있는 젊은 인력은 10%에 불과하다”며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선 30, 40대의 비교적 젊은 진화대원들을 선발해 전문 교육을 시킨다”고 말했다. 백승주 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예방진화대가 지자체 소속으로 분류돼 있지만 교육과 훈련, 채용 과정 진행은 소방청이나 산림청 등 유관기관이 직접 맡아야 한다”며 “최소한의 작전수행 능력은 갖출 수 있게 전문성을 길러야 한다”고 지적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대전=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 2025-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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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강동구서 4개 차로 20m 싱크홀… 1명 매몰돼 수색

    서울 강동구의 한 도로에서 4개 차로에 걸친 대형 땅꺼짐(싱크홀)이 발생해 오토바이가 추락했다. 이 사고로 1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고 1명이 매몰돼 수색 중이다. 사고 이후에도 싱크홀이 조금씩 커진 탓에 수색 작업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강동구와 소방 등에 따르면 24일 오후 6시 31분경 강동구 명일동 대명초교 인근 사거리 도로에 싱크홀이 발생했다. 싱크홀 크기는 사방 폭이 약 20m, 18m로 인근 주유소 크기와 비슷할 정도로 컸다. 깊이는 20m로 추정된다. 싱크홀이 발생한 순간 해당 도로를 지나던 오토바이 한 대가 안으로 추락해 운전자 1명이 매몰됐다. 그 앞에서 주행하던 카니발 승용차는 싱크홀에 빠지는 듯했다가 다시 튕겨나왔다. 카니발을 몰았던 여성 운전자 1명은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사고 당시 소방 등에는 “도로가 무너졌다”, “구멍 주변 흙이 계속 무너지고 있다” 등의 신고가 잇달아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후 6시 43분경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오토바이 운전자를 찾아내기 위해 수색 작업을 벌였으나 흙에 매몰된 탓에 수색이 지연됐다. 소방 관계자는 “싱크홀에 물이 차서 위험한 상황”이라며 “수색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반 붕괴 당시 아래에 있던 수도관이 터져 물이 치솟았고 이후 단수 조치가 이뤄지면서 물줄기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싱크홀에는 사람만 들어갈 수 있고 포클레인이나 장비를 투입해서 구조 작업을 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 사고 직후 강동구는 안전안내 문자를 통해 “사거리 구간 양방향 전면 교통통제 중이니 우회 도로를 이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사고 현장에서 약 250m 떨어진 한영외국어고는 임시 재량 휴업을 결정했다. 서울시는 인근에서 진행 중인 명일동 9호선 연장 공사 때문에 싱크홀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감안해 공사를 당분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경찰과 소방은 추가 피해를 우려해 사고 장소 인근에 있는 주유소에 “기름 탱크의 기름을 비워달라”고 요청했다. 일대 주민들에 따르면 이날 오전 해당 주유소 앞의 지반이 일부 무너지는 등 전조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 2025-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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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명일동에 4개차로 걸친 싱크홀…오토바이 빠져 1명 매몰-1명 부상

    서울 강동구의 한 도로에서 4개 차로에 걸친 대형 땅꺼짐(싱크홀)이 발생해 오토바이가 추락했다. 이 사고로 1명이 다쳐서 병원으로 옮겨졌고 1명이 매물돼 수색 중이다. 사고 이후에도 싱크홀이 조금씩 커진 탓에 수색 작업이 장기화될 전망이다.강동구청과 소방 등에 따르면 24일 오후 6시 31분경 강동구 명일동 대명초 인근 사거리 도로에 싱크홀이 발생했다. 싱크홀 크기는 사방 폭이 약 20m, 18m로 인근 주유소 크기와 비슷할 정도로 컸다. 깊이는 20m로 추정된다. 싱크홀이 발생한 순간 해당 도로를 지나던 오토바이 한 대가 안으로 추락해 운전자 1명이 매몰됐다. 그 앞에서 주행하던 카니발 승용차는 싱크홀에 빠지는 듯 했다가 다시 튕겨나왔다. 카니발을 몰았던 여성 운전자 1명은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사고 당시 소방 등에는 “도로가 무너졌다”, “구멍 주변 흙이 계속 무너지고 있다” 등의 신고가 잇달아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소방당국은 이날 오후 6시 43분경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오토바이 운전자를 찾아내기 위해 수색 작업을 벌였으나 흙에 매몰된 탓에 수색이 지연됐다. 소방 관계자는 “싱크홀에 물이 차서 위험한 상황”이라며 “수색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반 붕괴 당시 아래에 있던 수도관이 터져 물이 치솟았고 이후 단수 조치가 이뤄지면서 물줄기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싱크홀에는 사람만 들어갈 수 있고 포크레인이나 장비 투입해서 구조작업 하기 어렵다”고 전했다.이 사고 직후 강동구청은 안전안내문자를 통해 “사거리 구간 양방향 전면 교통통제 중이니 우회 도로를 이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사고 현장에서 약 250m 떨어진 한영외국어고등학교는 임시 재량 휴업을 결정했다. 서울시는 인근에서 진행 중인 명일동 9호선 연장 공사 때문에 싱크홀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감안해 공사를 당분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경찰과 소방은 추가 피해를 우려해 사고 장소 인근에 있는 주유소에 “기름 탱크의 기름을 비워달라”고 요청했다. 일대 주민들에 따르면 이날 오전 해당 주유소 앞의 지반이 일부 무너지는 등 전조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 2025-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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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면 넘어지는 풋살 골대, 아이들 매달려도 무방비

    “원래 골대가 무너질 듯 말 듯하게 매달리는 재미로 노는 거예요.” 1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유수지공원 운동장에서 만난 중학생 유모 군(15)은 풋살 골대를 손으로 밀며 흔들어 보였다. 운동장엔 풋살용 골대 12개가 별도의 안정장치 없이 운동장 바깥에 줄지어 있었다. 모두 성인은 쉽게 들어서 옮길 수 있는 정도였고, 어린이도 밀어 넘어뜨릴 수 있어 보였다.● 풋살장 10곳 중 6곳은 안정장치 없어 최근 세종시의 한 풋살장에서 11세 초등학생이 풋살 골대 그물에 매달렸다가 골대가 넘어지는 바람에 머리를 크게 다쳐 숨졌다. 최근 운동이나 취미 생활로 풋살을 하는 어린이가 늘고 있는 가운데 동아일보 취재팀이 16일 시와 구가 관리하는 서울 시내 실외 풋살장 10곳을 살펴본 결과 이 중 6곳은 골대를 고정하는 안정장치가 없었다. 손으로 밀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기울어졌다. 한국풋살연맹 경기 규칙에는 “전복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골대 뒤쪽에 무게추를 두는 등 적절한 안정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명시한다. 그러나 대다수 풋살장은 이동식 골대만 구비할 뿐 쓰러지는 것을 방지할 무게추 등은 없었다. 풋살장을 이용하는 아이들과 주민들은 위험한 장면을 자주 봤다고 입을 모았다. 송파구 주민 백민재 군(16)은 “풋살을 종종 하는데 친구들이 골대에 매달려 장난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며 “초등학생들은 골대가 쓰러지면 크게 다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엄세용 씨(45)는 “아이들이 골대에 매달리는 등 장난치며 놀기도 하는데 막상 골대 뒤에 안정장치는 없다. 사고를 막으려면 설치가 의무화돼야 한다”고 했다. 풋살장 골대에 아이가 다치는 사고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2022년 5월엔 경기 화성시 한 풋살장에서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골대에 머리를 부딪쳐 숨졌다. 2019년 7월에도 부산 해운대구 풋살장에서 중학생이 골대와 함께 넘어져 사망했다. 해외에서도 유사 사고가 잇따른다. 2023년 4월 미국 워싱턴에선 16세 고등학생이 골대에 부딪쳐 머리를 다쳐 숨졌고, 지난해 9월엔 이탈리아에서 9세 소년이 골대가 쓰러지며 압사했다.● 관리 담당 구청들 “별도 규정 없어” 풋살장 골대로 인한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으나 통일된 안전 지침 등은 없는 실정이다. 송파구 관계자는 “안전 관련 규정이 따로 있지는 않아 세종 사고 이후 자체적으로 모래주머니를 마련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광진구 관계자는 “풋살장 골대 고정 여부와 관련해 따로 규정은 없다. 이용과 관련된 규정만 있어 보수 등도 자체적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풋살연맹 관계자는 “유사 사고가 한두 번이 아니라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풋살장을 관리하는 시설관리공단 등에 권고 사항으로 골대 설치 규정을 안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외에선 정부가 골대 관련 지침을 마련한 곳도 있다.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는 “모든 이동식 축구 골대는 항상 바르게 고정되어 있어야 한다”며 설치 및 고정 관련 지침을 안내하고 있다. 잉글랜드축구협회는 “어떤 골대든 항상 지면에 단단히 고정되거나 무게가 있는 안정장치로 고정되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진대근 동명대 축구학과 교수는 “골대 근처에 ‘매달리면 위험하다’는 안내판 등을 마련하고 풋살장 설치 시 골대가 전도되거나 무너져 아이들이 다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 2025-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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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면 넘어지는 풋살 골대…10곳 중 6곳 안전장치 없어

    “원래 골대가 무너질 듯 말 듯하게 매달리는 재미로 노는 거예요.”1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유수지공원 운동장에서 만난 중학생 유모 군(15)은 풋살 골대를 손으로 밀며 흔들어 보였다. 운동장엔 풋살용 골대 12개가 별도의 안정 장치 없이 운동장 바깥에 줄지어 있었다. 모두 성인은 쉽게 들어서 옮길 수 있는 정도였고, 어린이도 밀어 넘어뜨릴 수 있어 보였다.● 풋살장 10곳 중 6곳은 안정 장치 없어최근 세종시의 한 풋살장에서 11세 초등학생이 풋살 골대 그물에 매달렸다가 골대가 넘어졌고 머리를 크게 다쳐 숨졌다. 최근 운동이나 취미 생활로 풋살을 하는 어린이가 늘고 있는 가운데 동아일보 취재팀이 16일 시와 구청이 관리하는 서울 시내 실외 풋살장 10곳을 살펴본 결과 이 중 6곳은 골대를 고정하는 안정 장치가 없었다. 손으로 밀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기울어졌다.한국풋살연맹 경기 규칙에는 “전복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골대 뒤쪽에 무게추를 두는 등 적절한 안정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명시한다. 그러나 대다수 풋살장은 이동식 골대만 구비할 뿐 쓰러지는 것을 방지할 무게추 등은 없었다.풋살장을 이용하는 아이들과 주민들은 위험한 장면을 자주 봤다고 입을 모았다. 송파구 주민 백민재 군(16)은 “풋살을 종종 하는데 친구들이 골대에 매달려 장난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며 “초등학생들은 골대가 쓰러지면 크게 다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엄세용 씨(45)는 “아이들이 골대에 매달리는 등 장난치며 놀기도 하는데 막상 골대 뒤에 안정 장치는 없다. 사고를 막으려면 설치가 의무화돼야 한다”고 했다.풋살장 골대에 아이가 다치는 사고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2022년 5월엔 경기 화성시 한 풋살장에서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골대에 머리를 부딪혀 숨졌다. 2019년 7월에도 부산 해운대구 풋살장에서 중학생이 골대와 함께 넘어져 사망했다. 해외에서도 유사 사고가 잇따른다. 2023년 4월 미국 워싱턴에선 16세 고등학생이 골대에 부딪혀 머리를 다쳐 숨졌고, 지난해 9월엔 이탈리아에서 9세 소년이 골대가 쓰러지며 압사했다.● 관리 담당 구청들 “별도 규정 없어”풋살장 골대로 인한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으나 통일된 안전 지침 등은 없는 실정이다. 송파구 관계자는 “안전 관련 규정이 따로 있지는 않아 세종 사고 이후 자체적으로 모래주머니를 마련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광진구 관계자는 “풋살장 골대 고정 여부와 관련해 따로 규정은 없다. 이용과 관련된 규정만 있어 보수 등도 자체적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풋살연맹 관계자는 “유사 사고가 한두 번이 아니라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풋살장을 관리하는 시설관리공단 등에 권고 사항으로 골대 설치 규정을 안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해외에선 정부가 골대 관련 지침을 마련한 곳도 있다.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는 “모든 이동식 축구 골대는 항상 바르게 고정되어 있어야 한다”며 설치 및 고정 관련 지침을 안내하고 있다. 잉글랜드축구협회는 “어떤 골대든 항상 지면에 단단히 고정되거나 무게가 있는 안정 장치로 고정되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진대근 동명대 축구학과 교수는 “골대 근처에 ‘매달리면 위험하다’는 안내판 등을 마련하고 풋살장 구축 시 골대가 전복되거나 무너져 아이들이 다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 2025-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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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비부부는 ‘웨딩런’, 투병 아들과 ‘극복런’, 대만 자매도 ‘K런’

    쌀쌀한 날씨에 부슬비까지 내렸지만 러너들의 열정은 막을 수 없었다. ‘2025 서울마라톤 겸 제95회 동아마라톤’이 열린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은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마라톤 참가자들로 가득 찼다. 1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은 물론이고 대만 브라질 등 여러 국적의 참가자들은 광장을 뜨거운 열기로 수놓았다. 풀코스(42.195km) 1만9007명, 10km 코스 1만8615명 등 참가자는 3만7622명에 달했다. 이들은 광화문광장, 청계천, 한강, 잠실운동장 등 서울 도심과 랜드마크를 가로지르며 달렸다.● 결혼 앞둔 ‘웨딩런’, 근육병 알리는 ‘극복런’“뛰는 와중에 많은 분들께서 ‘결혼 축하한다’고 응원을 해주셨어요. 비가 와서 조금 힘들었지만 그만큼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이날 10km 코스를 완주한 구혜인 씨(37)와 박형민 씨(41)가 말했다. 이들은 약 2주 앞둔 결혼을 기념하고자 이번 대회에 참여했다. 2023년 러닝 동호회에서 만났다는 두 사람은 ‘we are getting married’, ‘우리 결혼해요’란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었다. 구 씨는 면사포를 쓰고 부케도 든 채 10km를 뛰었다.마라톤 10년 경력의 배종훈 씨(59)는 근육병을 앓고 있는 아들 재국 씨(29)와 함께 풀코스를 약 4시간 만에 완주했다. 배 씨는 아들의 휠체어를 끌고 달렸다. 배 씨는 “아들의 근육병을 세상에 널리 알리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74세의 권오갑 HD현대 회장도 마라토너들과 함께했다. 꾸준히 동아마라톤에 참가하고 있는 권 회장은 해병대 공수유격대장 출신으로 골프, 수영, 암벽등반 등을 즐기는 스포츠 마니아로 알려져 있다. 그는 “비도 오는데 주변 사람들이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고 자극을 받아 덩달아 평소보다 더 열심히 뛴 것 같다”고 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63)도 이날 풀코스 완주에 성공했다. 안 의원의 6번째 마라톤 풀코스 완주다. 2년 연속 풀코스를 뛴 가수 션(53)은 “오늘 목표는 3시간10분 내로 들어오는 것이었는데 3시간11분 만에 들어와 간발의 차이로 늦어 조금 아쉽다”며 웃었다.최근 직장인들의 최대 취미생활로 부상한 ‘러닝크루’도 많이 보였다. 벤처캐피털 업계에서 일하는 직장인 신동원(46), 신영성(40), 김희진(41), 김제욱 씨(48)는 러닝크루를 결성해 매년 매달 1, 2회씩 마라톤에 참여 중이다. 신동원 씨는 “저희 직업의 특성상 ‘백도’가 없다. 앞으로만 달리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중증 지체 장애를 갖고 있는 박종석 씨(56)도 풀코스를 3시간26분 만에 완주했다. 그는 “나에게 마라톤은 제2의 인생이다. 폼이 엉성할 수 있지만 ‘풀코스도 뛰는데 못할 게 뭐냐’는 마인드가 생겼다. 따분하고 지루함만 있던 인생에 변화가 왔다”고 했다.● 13세부터 87세까지… “마라톤이 ‘의사’”참가자들은 마라톤을 통해 잃어버린 건강을 찾고,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경북 경산시에서 온 임재영 씨(45)는 “나는 콩팥이 하나가 없다. 마라톤을 접하게 되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건강을 찾게 됐다”고 밝혔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이종기 씨(62)는 “마라톤을 하면서 혈압약을 안 먹게 됐고 10년 동안 앓던 당뇨가 완치 수준으로 바뀌었다”고 했다.1시간22분9초 만에 10km 완주를 해낸 김재하 씨(87)는 “젊은 사람들과 함께 섞여 뛰면서 에너지를 얻는다”고 말했다. 10km 코스를 1시간15분 만에 완주한 박문수 씨(74)도 “나에게 마라톤은 ‘의사’다. 죽기 전까지 마라톤을 뛸 것”이라고 강조했다.아버지와 함께 마라톤에 참가한 10대 소년도 있었다. 정영우 군(13)은 “아빠와 함께 뛰니 더 힘도 나고 재밌는 것 같다. 힘들지만 대회도 나가고 친구들과 기록을 비교하는 재미도 있어서 즐겁게 한다. 아빠처럼 풀코스를 빨리 뛰어보고 싶다”고 말했다.마라톤 참가를 위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도 많았다. 대만인 자매 클라라 첸 씨(21)와 리사 첸 씨(22)는 이번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프랑스에서 날아왔다. 두 사람은 “처음 마라톤에 참여하는데 설렌다. 한국에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어 기쁘다”고 밝혔다. 브라질인 엘리사 마리아 씨(42)는 남편과 함께 마라톤에 참여하기 위해 경남 거제시에서 올라왔다. 그는 “남편은 풀코스를, 나는 10km를 뛰었지만 함께 참여할 수 있어 행복했다”고 전했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 2025-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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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라인 정치글 맹신 20대… 확증 편향 빠지기 쉬워

    12·3 비상계엄 이후 탄핵 찬반 집회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2030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다. 어릴 적부터 스마트폰, 컴퓨터, 모바일 기기 등을 자유자재로 이용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집회 정보를 빠르게 공유하며 결집력을 보였다. 특히 부모 세대인 5060에 비해 온라인 커뮤니티, 유튜브 영상 등을 많이 신뢰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이게 되는 온라인 환경에서 성장한 2030세대가 자칫 자신의 의견만 옳다고 고집하는 ‘확증 편향’에 빠질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13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7∼12일 2030세대 124명과 그의 부모뻘인 5060세대 109명을 집회 등에서 직접 만나 설문 조사한 결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정치 글들을 신뢰한다고 답한 비율은 2030세대가 75.8%(33명 중 25명), 5060세대가 52.0%(25명 중 13명)였다. 2030세대가 5060세대에 비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높은 신뢰도를 보인 것이다. 2030세대 응답자들은 “다양한 정보와 의견을 접할 수 있어서”, “기성 언론에 비해 팩트를 좀 더 디테일하게 알려준다”는 이유 등으로 온라인 커뮤니티를 신뢰했다. 경기 하남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 씨(32)는 계엄 이후 화장실에 가는 등 틈이 날 때마다 정치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의 글들을 챙겨 본다. 김 씨는 “계엄 이후 정치에 대한 관심도가 커졌다”며 “온라인 커뮤니티는 기성 언론에 비해 계엄의 정당성과 부정선거 의혹 등에 대해 논리적으로 설명해 주는 것 같아서 자주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5060세대는 “편향성이 높은 글들이 많다”, “거짓 정보가 많다” 등의 이유로 온라인 커뮤니티를 신뢰하지 않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자료에 따르면 디지털에 익숙한 20대가 뉴스·시사정보 이용을 위해 사용하는 소셜미디어 개수는 평균 3.20개였다. 30대는 3.08개였다. 50대(1.99개), 60대(1.36개)보다 훨씬 많았다. 문제는 디지털 세대인 2030이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접하다 보니 자신의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만 받아들이는 확증 편향이 심화되고, 이에 빠진 강성 지지층 위주로 음모론이 재생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계엄 이후 불거진 부정선거 의혹이나 ‘서울서부지법 난입을 김건희 여사가 주도했다’는 주장 등도 확증 편향이 심화되며 나온 음모론들이었다. 전문가들은 음모론 유포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신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온라인의 경우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이게 돼 있어 이것이 확증 편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바탕으로 음모론을 퍼뜨리는 이들을 강하게 처벌해 경각심을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특별취재팀▽팀장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팀원 소설희 이수연 조승연 천종현 최효정 기자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조승연 기자 cho@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 2025-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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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광장에 나온 이유는…” 분노한 2030세대의 목소리

    《12·3 비상계엄으로 정치·사회적 혼란이 100일 넘게 이어진 가운데 집회 현장에서는 과거와 달리 2030 젊은이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대학가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놓고 찬반 집회가 이어졌다. 서울서부지법 난입 사태에 가담한 이들 중 상당수 역시 2030세대였다. 무엇이 이들을 분노한 ‘앵그리 세대’로 만들었을까. 동아일보 특별취재팀은 이들이 왜 광장으로 나왔는지, 계엄과 탄핵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정치나 사회 관련 뉴스를 어디서 접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2030세대 124명을 설문조사하고, 그중 60명을 심층 인터뷰 했다.》“尹담화문 발언 믿어… 탄핵 막으려 싸울 것”25세 보수 최형준 씨3일 오후 서울 동작구 중앙대 캠퍼스 정문 앞. 숭실대 4학년 최형준(가명·25) 씨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현장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외쳤다. “더불어민주당이 내란이다. 대통령을 지키자!” 이날 최 씨를 비롯한 대통령 지지자와 탄핵 찬성 측 시위대 100여 명은 왕복 2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향해 “빨갱이는 북한으로”, ”내란동조 세력 꺼져라”라고 소리쳤다. 최 씨가 처음부터 윤 대통령을 지지했던 건 아니다. 지난해 12월 3일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을 때만 해도 최 씨는 대통령을 비판했었다. 그날 새벽에 느꼈던 공포 때문이다. 집에 머물고 있던 최 씨는 국회로 날아가는 헬기의 굉음을 들었다. 그는 “계엄군과 시민들이 국회에 몰린 상황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걱정됐다”고 회상했다. 최 씨가 180도 달라진 건 지난해 12월 12일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본 순간부터였다. 당시 윤 대통령은 “거대 야당의 탄핵 남발과 예산 삭감 등으로 국정이 마비됐으며 경고하기 위해 계엄을 선포했다”고 주장했다. 의문이 든 최 씨는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유튜브, 신문 기사들을 매일 1∼2시간씩 뒤져 봤다. 며칠 뒤 최 씨는 윤 대통령의 주장이 진실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이는 민주당 등 야당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졌다. 그로부터 약 한 달 뒤인 1월 7일 최 씨는 생전 처음 정치적 의사 표현에 나섰다. 자신이 다니는 대학의 학생회관, 인문대 등 게시판들에 대자보를 붙이고 ‘탄핵 반대’ 시국선언을 주도했다. 그가 쓴 대자보에는 “반국가세력의 실존을 심각하게 깨달았다”, “부당한 체포영장을 청구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관할 법원이 아닌데도 영장을 발부한 사법부를 규탄한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후 최 씨의 유튜브 알고리즘엔 보수 성향 정치 유튜버들의 영상이 많아졌다. 계엄 전에 즐겨 봤던 게임, 독서, 음악 영상들은 목록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최 씨는 ‘선거관리위원회 부정선거 의혹’ 등이 담긴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며 “선거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확신하게 됐다”고 했다. 새로운 고정 일과도 생겼다. 유튜브와 언론사 뉴스를 1시간 40분 동안 차례대로 보는 것이다. 정치 글이 많이 올라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도 정독한다. 최 씨는 “유튜브에 가장 많은 시간을 쏟는다. 유튜브가 기존 언론보다 맥락을 더 많이 설명해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 최 씨는 또래 친구를 만나 노는 것보다 윤 대통령의 탄핵을 막는 일이 주된 관심사가 됐다. 탄핵 외에 다른 얘기는 재미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다. 최 씨는 “호남 출신인 아버지는 ‘아들이 유튜브 가짜뉴스와 음모론에 심취했다’고 생각하지만 난 소신대로 탄핵 저지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김건희-明의혹 분노… 생전 처음 집회 나가”27세 진보 김가연 씨“윤석열을 파면하라! 구속 취소는 말도 안 된다!” 8일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인근 한 도로에 선 김가연(가명·27) 씨는 ‘내란종식 민주수호’가 적힌 손팻말을 높이 들고 소리쳤다. 김 씨는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달에 1, 2번꼴로 윤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에 나온다. 김 씨는 지난해 12월 1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됐을 때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 앞 금남로에 있었다. 탄핵안 통과 뉴스가 뜬 순간 김 씨는 도로를 가득 메운 2만여 명과 함께 환호성을 질렀다. 김 씨는 원래 집회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정치에 관심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광장에 나온 건 살면서 비상계엄 선포 이후가 처음이다. 그가 서울, 광주 등에서 탄핵 촉구 집회에 참여하게 된 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분노 때문이었다. 김 씨는 “대통령이 부인인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사건부터 이후 대통령 부부를 둘러싼 각종 의혹 등 본인에게 불리한 상황이 벌어지자 이를 강압적으로 해결하려 계엄을 선포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계엄령을 내릴 만큼 위급한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계엄 자체가 정당하지 않다”며 “대통령이 부정선거 등 여러 의혹을 믿을 만큼 편향된 생각을 가진 게 애초부터 잘못됐다”고 말했다. 김 씨는 계엄의 부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가 선택한 건 진보 성향 정치 유튜브 채널들이었다. 지난 20여 년 동안 정치 유튜브 영상을 찾아서 본 적이 거의 없었지만, 계엄 이후 이제는 매일 아침 출근길에 1시간씩 정치 유튜브 영상을 시청한다. 주로 계엄 선포 당시 국회 등 현장 상황을 생중계했던 진보 유튜버들의 영상을 꾸준히 찾아서 보고 있다. 김 여사나 명태균 씨를 둘러싼 의혹을 자세히 풀어주는 유튜브 영상도 김 씨의 주요 구독 목록에 있었다. 김 씨는 윤 대통령이 ‘명태균 게이트’ 의혹을 가라앉히기 위해 계엄을 선포했을 거란 의심을 품고 있다. 그는 “한 나라의 대통령이 부인 리스크와 공천 개입 등 개인적인 이유로 계엄을 선포했다고 믿고 싶진 않다”면서도 “주로 보는 유튜브 채널에서 관련 논란들을 심층적으로 다루다 보니 영향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구금된 지 53일 만에 석방되면서 김 씨의 걱정은 깊어졌다. 구속 취소 결정을 계기로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뿐만 아니라 내란죄 관련 수사도 혹시나 영향을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김 씨는 “법원과 검찰, 경찰이 대통령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수사하고 심판할 수 있을까 의문이 생긴다”며 “‘내란의 밤’에 느꼈던 국민들의 공포가 반복되지 않길, 그간의 노력이 허탈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특별취재팀▽팀장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팀원 소설희 이수연 조승연 천종현 최효정 기자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조승연 기자 cho@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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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수 “줄탄핵 도 넘어” vs 진보 “법원 난입 잘못”

    윤석열 대통령 탄핵의 당위성을 둘러싼 20대 청년들의 인식이 보수, 진보에 따라 극명하게 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보수는 야당에 대한 반감이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로 이어진 반면 20대 진보는 대통령 지지자들과 대통령 부인에 대한 반감이 대통령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졌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윤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보수 20대 청년 30명, 반대한다는 진보 20대 청년 30명 등 총 60명을 대상으로 10∼11일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들이 어떤 계기로 집회 현장에 나오게 됐는지, 어떻게 지금의 생각을 갖게 됐는지 살펴봤다. 그 결과 특정 대상을 향한 ‘분노’가 청년들을 광장으로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심층 인터뷰 결과, 20대 보수와 진보를 탄핵 반대와 찬성으로 이끈 결정적 사건은 서로 달랐다. “탄핵에 대한 입장을 정하게 된 결정적인 사건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보수 청년들은 대부분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소추안 통과’를 꼽았다. 야당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해서도 탄핵을 언급하는 것을 보고 화가 났다는 청년들도 많았다. 이상혁 씨(24)는 “윤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탄핵을 위한 탄핵’을 해왔다”며 “야당이 원하는 건 결국 정권 교체”라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비리 의혹’과 ‘민주당 간첩법 개정 반대’ ‘현역 대통령 체포’를 결정적 사건으로 꼽은 보수 청년들도 많았다. 진보 청년들은 ‘서울서부지법 난입 사태’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법원에 난입해 물건 등을 부순 지지자들에 대한 반감이 대통령 탄핵 찬성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김모 씨(27)는 “윤 대통령이야말로 전 국민을 위험으로 몰아세운 사람”이라며 “그런데 그 사람을 지키겠다고 수십 명이 폭력을 행사하고 그들을 옹호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며 탄핵 지지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 외에 ‘김건희 여사 디올백 수수 의혹’과 명태균 게이트’ ‘의대 증원 정책’도 탄핵 찬성의 이유로 꼽혔다. 20대 보수·진보는 각각 야당과 대통령에게서 탄핵 정국의 원인을 찾고 있었다. 보수는 ‘부정선거’ ‘줄탄핵’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주요 키워드로 꼽았다. 진보는 ‘불통’ ‘무능력’ ‘헌법 질서 파괴’를 언급했다. 보수와 진보 모두 ‘독재’란 키워드도 꼽았으나 보수는 “거대 야당의 입법 독재”를, 진보는 “대통령 거부권 남용과 체포 불응 독재”를 지적했다.특별취재팀▽팀장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팀원 소설희 이수연 조승연 천종현 최효정 기자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조승연 기자 cho@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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