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윤

김기윤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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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 특파원

pep@donga.com

취재분야

2025-11-05~2025-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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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든 “러에 맞서 우크라 지킬것” 푸틴 “서방에 핵사용 배제안해”

    “우크라이나를 떠나지 않겠다(We will not walk away from Ukraine).”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국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 ‘노르망디 상륙작전’ 80주년을 맞은 6일 프랑스 북서부 노르망디를 찾아 변함없는 우크라이나 지지를 강조했다. 80년 전 전 세계가 힘을 합쳐 나치 독일을 물리쳤듯 현재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맞서야 한다는 뜻이다. 2차대전 때는 연합국의 일원이었지만 우크라이나 침공 후 서방과 대립하고 있는 러시아는 이런 서방의 움직임에 맞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우크라이나가 미국 등 서방 주요국이 지원한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한 것을 두고 ‘맞보복’에 나서겠다고 5일 경고했다. 그는 벨라루스 등 주변 친(親)러시아 국가에 미국과 유럽 주요국을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배치하고,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미국의 턱밑인 카리브해에 군함도 보내기로 했다.● 바이든 “독재자에게 맞서야” 바이든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리시 수낵 영국 총리,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 각국 정상은 6일 노르망디에 모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행사 직전 2차대전의 생존 참전 용사와 만나 경의를 표했다. 그는 “‘독재’와 ‘자유’의 싸움은 끝이 없다”며 러시아에 맞서는 서방의 단결이 곧 자유 민주주의 수호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크라이나를 떠나지 않겠다”며 “우리가 물러난다면 우크라이나는 정복될 것이고 유럽 전체가 위협받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전 세계의 평화를 지키고, 침략을 저지하며,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11월 대선에서 맞붙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동맹 경시와 미국 우선주의 또한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고립주의는 80년 전에도, 오늘날에도 답이 아니다”라고 했다. 또 푸틴 대통령 같은 각국 권위주의 지도자들을 ‘독재자(dictator)’라고 칭하며 “이들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은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푸틴, 미사일-핵 사용 가능성 시사 푸틴 대통령은 5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AP, 로이터, AFP통신 등 세계 16개 뉴스통신사 대표와 기자회견을 가졌다. 약 3시간 동안 진행된 회견은 우크라이나 침공 후 그가 처음으로 해외 언론사 관계자를 집단으로 만나는 자리였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최근 미국산 무기로 러시아 영토를 공격한 것을 두고 “우리도 같은 방식으로 행동할 권리가 있다”며 미국과 유럽 국가를 타격할 수 있는 지역에 재래식 미사일을 배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유럽 주요국 중 지리적으로 가까운 독일을 거론하며 “타우루스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인도하지 말라. 러시아와의 관계를 파멸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타우루스’는 독일이 개발한 공대지(空對地) 미사일이다. 최대 500km가 넘는 긴 사거리, 높은 정확도, 낮은 운항 고도 등으로 레이더 탐지가 쉽지 않다. 우크라이나가 줄곧 지원을 요청했지만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를 우려한 독일이 아직은 내주지 않고 있다. 핵무기 사용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서방은 러시아가 (핵무기를) 절대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지만 우리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러시아 군함 또한 카리브해로 이동하고 있다고 AP통신 등이 5일 보도했다. 러시아와 우호 관계인 쿠바, 베네수엘라 등에 기항할 가능성이 높다. 쿠바 아바나와 미국 마이애미의 거리는 약 370km에 불과하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 2024-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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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 급사로 요동…‘칼’과 ‘돈’ 모두 쥔 막후실력자 급부상[글로벌 포커스]

    “대중이 그를 보지 못하지만 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림자 속 실세다.”신정일치 국가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85)의 차남 모즈타바(55)를 두고 미국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내린 평가다. 영국 가디언 또한 그를 하메네이의 ‘문지기(gatekeeper)’라고 평했다. 어떤 공식 직책도 없지만 1989년부터 장기집권 중인 부친의 후광을 업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뜻이다. 하메네이의 후계자로 유력하게 꼽혔던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갑작스레 숨지자 이란의 차기 권력 구도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6월 28일 대통령 보궐선거가 실시되지만 누가 대통령에 뽑히더라도 진짜 권력은 하메네이 부자(父子)가 여전히 쥘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라이시 대통령의 사후에 서구 유명 언론이 앞다퉈 모즈타바가 누구인지를 조명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모즈타바는 정규군과 별도의 조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혁명수비대 산하 ‘바시즈’ 민병대, 하메네이의 자금줄로 꼽히는 비밀 국영기업 ‘세타드’ 등을 좌지우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칼’과 ‘돈’을 모두 쥔 셈이다. 다만 이런 그가 공식 직책을 맡아 정계 전면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약 2500년간 유지됐던 페르시아 군주제를 무너뜨리고 공화제를 택했다. 권력 세습은 이 같은 혁명 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어서 국민 반감이 상당하다. 이를 감안할 때 모즈타바가 현재와 마찬가지로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가 계속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부친 탄압한 팔레비 왕조에 반감 모즈타바는 하메네이의 4남 2녀 중 차남이다. 1969년 부친의 고향이자 시아파 성지로 유명한 북동부 마슈하드에서 태어났다. 모즈타바가 태어났을 당시 하메네이는 친(親)미국 성향인 팔레비 왕조에 반기를 든 젊은 성직자로 이름을 날리고 있었다. 팔레비 왕조는 이런 하메네이를 눈엣가시로 여겨 강하게 탄압했다. 수차례 구금됐고 자녀들이 보는 앞에서 비밀 경찰 등에게 구타도 당했다. 특히 가디언에 따르면 하메네이의 장남이자 모즈타바보다 네 살 많은 모스타파(59)는 폭행당하는 부친의 모습을 종종 목격했다. 하메네이의 자녀들 또한 팔레비 왕조에 강한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1979년 혁명으로 군주제는 무너졌다. 혁명을 주도한 루홀라 호메이니가 최고지도자로 등극하면서 그를 도와 혁명에 적극 가담했던 하메네이의 운명은 극적으로 바뀌었다. 하메네이는 국방차관, 대통령 등으로 승승장구했다. 부인과 자녀들도 마슈하드에서 수도 테헤란으로 이주시켰다. 모즈타바는 이때 테헤란의 정치 엘리트 양성기관 ‘알라비’ 등에서 교육받았다. 또 이란-이라크 전쟁 막바지였던 1987∼1988년에는 최전선에서 복무했다. 당시 전우(戰友)가 호세인 타에브 전 혁명수비대 정보수장이다. 2022년 퇴역한 타에브는 퇴역 전까지 바시즈 간부로 활동하며 하메네이 부자를 충실히 보좌했다. ● ‘칼’과 ‘돈’ 모두 쥔 막후 실력자 혁명 10년 만인 1989년 호메이니가 사망했다. 이후 아버지가 최고지도자가 되면서 모즈타바의 영향력이 커지기 시작했다. 호메이니 생전 모즈타바는 부친과 마찬가지로 또 다른 시아파 성지 쿰에서 성직자 교육을 받고 평범한 성직자로 생활했다. 부친이 권력을 잡자 아버지의 눈과 귀 역할을 하며 각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모즈타바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언급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반부터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모즈타바는 2005년, 2009년 대선에서 강경파 후보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이 승리하도록 막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은 미국을 ‘큰 사탄’, 이스라엘을 ‘작은 사탄’이라고 부를 정도로 서구에 대한 반감이 심한 인물이다. 특히 2009년 대선 때는 부정선거 논란으로 반정부 시위가 거셌다. 당시 혁명수비대는 유혈 진압을 통해 시위를 종결시켰는데, 여기에 모즈타바와 바시즈 민병대가 관여했다는 것이다. 이란은 혁명 후 헌법을 통해 정규군과 혁명수비대의 역할을 각각 국내 질서 유지 및 국경 방어, 이슬람 체제 수호로 구분했다. 신정일치 국가에서 체제 수호 임무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도 없다. 혁명수비대를 정규군보다 우위에 놓은 것이다. 혁명수비대를 ‘정부 위의 정부’로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혁명수비대는 육해공군, 특수전 및 해외작전을 담당하는 정예부대 ‘쿠드스’, ‘바시즈’ 민병대 등 5개 조직으로 나뉜다. 바시즈는 2009년 반정부 시위는 물론이고 2022년 9월 히잡 의문사로 발발한 반정부 시위 등을 탄압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영국 기반 매체 ‘이란 인터내셔널’은 지난해 3월 유출된 혁명수비대 문건을 토대로 “모즈타바가 사실상 바시즈 지도자”라며 “그가 혁명수비대 산하 정보기관에도 광범위한 인사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모즈타바는 세타드 운영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다. 세타드는 혁명 당시 각종 부동산, 금융 자산 등의 소유주가 불분명해지자 이를 국가가 관리하기 위해 만든 기업이다. 호메이니는 생전 “세타드의 수익 대부분을 자선단체에 기부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하메네이 집권 후 하메네이 일가, 혁명수비대 간부 등 소수 권력층의 ‘개인 금고’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많다. 서방의 계속된 제재에도 이란의 핵 개발 의혹이 끊이지 않고, 혁명수비대가 해외 시아파 무장조직을 계속 지원할 수 있는 재정적 바탕 또한 세타드에서 나온다는 평이 많다. 이로 인해 미 재무부는 2013년 세타드를 제재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현재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모하마드 모크베르 전 1부통령은 2007∼2021년 세타드 수장을 지냈다. 그를 수장에 앉힌 사람이 바로 모즈타바라고 WSJ는 보도했다.● 4000여 명의 최고지도자실도 장악 모즈타바는 최고지도자실도 속속 장악하고 있다. 미 워싱턴의 싱크탱크 ‘근동정책연구소’에 따르면 1989년 호메이니의 사망 당시 최고지도자실 직원은 80여 명에 불과했다. 하메네이의 장기 집권이 이어지면서 2019년에만 직원 수가 50배 많은 4000여 명으로 늘었다. 이 또한 모즈타바가 주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모즈타바는 최고지도자실 내 정보 수집 및 언론 담당 조직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국내 각종 정보를 수집할 뿐만 아니라 관영언론, 정부 주최로 이뤄지는 금요 기도회 ‘이맘’ 등을 관장한다고 근동정책연구소는 분석했다. 미국 언론인 겸 이슬람학자 윌프리드 부흐타는 “모즈타바는 두 조직에 심복을 속속 배치해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고 분석했다. 이란의 공식적인 2인자이며 다른 대통령에 비해 영향력이 컸다는 평가를 받는 라이시 대통령조차 모즈타바가 가진 군, 정보, 종교, 경제 조직을 아우르는 네트워크를 보유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의회 권력과도 밀접하다. 2004년 결혼한 모즈타바의 장인은 골람 알리 하다드 아델 전 국회의장이다. 최고위 성직자에게 주어지는 ‘아야톨라’ 칭호는 뛰어난 학식을 인정 받은 이들만 쓸 수 있다. 그런데도 최고지도자실 내에서 모즈타바를 지지하는 일부 세력은 아야톨라 직위에 이르지 못한 모즈타바를 공공연하게 ‘아야톨라’라고 부른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세습에 대한 국민 반감 상당 모즈타바의 실제 영향력과 별개로 세습에 대한 이란 국민들의 반감은 상당하다. 이를 감안할 때 모즈타바가 당장 정계 전면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 호메이니와 하메네이는 모두 세습 시도에서 자유롭지 않다. 호메이니의 아들 아마드(1946∼1995)는 혁명 당시 부친 못지않게 앞장섰다. ‘아들’이 아닌 ‘정치적 동료’에 가까웠고 부친의 사후 유력 후계자로도 거론됐다. 이로 인해 아마드는 하메네이와도 일정 정도의 긴장 관계를 형성했다. 이런 아마드가 49세에 심장마비로 급사하면서 하메네이 일가를 견제할 세력은 사실상 사라졌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연구센터장은 “아마드는 혁명에 직접 가담해 팔레비 왕조를 몰아낸 공로가 있지만 모즈타바는 전 국민이 인정할 만한 공로가 없다”며 “호메이니도 하지 못한 권력 세습을 하메네이가 하기에는 부담이 크다”고 진단했다. 중동 전문매체 ‘암와즈’는 최고지도자직의 세습은 “신정일치 체제의 죽음을 뜻한다”고 분석했다. CNN 역시 모즈타바가 부친의 자리를 이어받는다면 세습 왕정을 타파했던 현 체제가 근간부터 흔들린다고 지적했다. 모즈타바의 독주를 경계하는 내부 여론도 커지고 있다. 아랍권 매체 알아라비야에 따르면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은 “모즈타바가 해외 은행 계좌를 통해 국고를 횡령했다”고 공개 비판했다. 그는 한때 모즈타바와 가까웠지만 이후 권력 투쟁 과정에서 결별했다.● 오랜 경제난도 세습 막는 요인 고질적 경제난 또한 권력 세습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가파른 물가 상승으로 민생고가 극심하다. 서방의 오랜 제재로 수입 물자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으니 생필품 가격 상승을 피할 수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17년 9.6%였던 연간 물가상승률은 매년 치솟아 2023년 41.5%를 기록했다. 1인당 국민소득은 4662달러(약 646만 원)에 불과하다. 세계 4위 원유 매장량을 포함한 풍부한 지하자원, 넓은 국토, 약 9000만 명의 인구 등을 보유했지만 이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한 후 ‘하마스 지원자’를 자처하는 이란은 사실상 준전시 상태다. 올 4월에는 이스라엘과 직접 공격까지 주고받았다. 이란은 하마스 외에도 레바논, 시리아, 이라크, 예멘 등의 시아파 무장세력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국민들 사이에서는 “다른 나라에 대한 지원을 줄이고 국민을 먼저 보살펴야 한다”는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2022년 히잡 의문사가 촉발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와 정부의 강경 진압으로 민심의 반발도 극심하다. 올 3월 총선 투표율은 역대 최저치인 41%를 기록했다. 28일 대통령 보궐선거 또한 라이시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강경 보수 성향의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크다. ‘짜고 치는 선거’에 환멸을 느낀 국민들이 총선 때와 마찬가지로 대선 보궐선거를 대거 보이콧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란은 헌법수호위원회의 후보 적격성 심사를 통과한 사람만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 이슬람 교리에 맞지 않는 인물을 사전에 가려낸다는 명목이지만 사실상 하메네이 입맛에 맞는 후보들만 출마시킨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번 대선에 출마할 후보군으로 알리레자 자카니 테헤란 시장, 모크베르 대통령 권한대행, 모하마드 바케르 갈리바프 국회의장, 강경파 핵협상 전문가 사이드 잘릴리,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 등이 꼽힌다. 누가 됐든 하메네이 부자의 낙점을 받은 사람이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WSJ는 모즈타바가 이번 대선에서 꼭두각시 후보를 내세워 ‘막후 실력자’ 노릇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권력 누가 쥐든 강경 대외정책 그대로 모즈타바의 세습 여부, 대통령 보궐선거의 승자 등에 관계없이 이란의 대외정책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장지향 센터장은 “하산 로하니 전 대통령의 퇴임 후 온건 개혁파의 씨가 마른 상황이라 권력 구도에 변화가 생겨도 대외정책이 달라질 수 없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라이시 대통령과 같은 헬기에 탑승해 동반 사망한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교장관의 후임으로도 강경파 외교관 알리 바게리 카니가 발탁됐다. 이란이 끊임없이 고농축 우라늄 비축량을 늘려가며 핵 강경 노선을 고집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달 27일 로이터통신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를 인용해 “4월 11일 기준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비축량이 142.1kg”이라며 “올 2월보다 20.6kg 늘었다”고 진단했다. 우라늄 농축 농도 60% 이상을 뜻하는 고농축 우라늄은 추가 농축 과정을 거치면 2주 안에 핵폭탄 제조용으로 쓸 수 있다. IAEA는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는다던 이란이 실제 핵 개발에 매진했다”고 우려했다. 북한, 러시아 등에 대한 이란의 군사적 지원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24일 유럽연합(EU)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무인기(드론) 공급을 주도한 모하마드 레자 가라에시 아시타니 이란 국방장관을 제재하겠다고 밝혔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4-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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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우크라전 정책 전환 가시화…“러 본토 공격 허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가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 하르키우를 방어하는 목적에 한해 러시아 본토 공격에 미국이 지원한 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이는 그간 미국이 지원한 무기로 ‘러시아 본토 타격 금지’ 원칙을 깬 것으로, 2년 넘게 이어져 온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의 대대적 정책 전환이 가시화했다. 특히 우크라이나가 올 11월 앞둔 미 대선 전 패배할 경우 선거에 악역향을 끼칠 것을 우려해 이같은 변화가 나타난 것으로 미 언론 등은 평가했다. 러시아는 본토 타격 시 강력한 ‘비례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30일(현지 시간) 폴리티코, 뉴욕타임스(NYT) 등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몇 달 동안 러시아 본토 타격 제한을 해제할 것을 요청한 가운데, 미 행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우크라이나가 빼앗긴 하르키우 주변 영토에서 반격 목적으로 미국 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팀에 지시했다”고 밝혔다.다만 러시아 영토에 에이태큼스(ATACMS) 등 장거리 지대지미사일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정책은 유지되며 반격 목적에 한해 러 영토 내 군사시설 등으로 공격 목표물이 엄격히 제한될 것으로 알려졌다.그간 바이든 대통령은 확전 방지를 위해 우크라이나가 서방 지원 무기를 러시아 본토 공격에 사용하는 것을 제한해 왔다. 하지만 최근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대공세에 하르키우까지 함락 위기에 처하자 서방의 주요 동맹국들은 미국의 원칙 수정을 압박해 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등이 15일 바이든 대통령에게 원칙 수정을 공식 건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입장 변화는 여전히 제한적인 무기 사용 허가이지만, 전쟁 양상을 변화시킬 중대한 진전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자국 영토 안에서 러시아 공세를 방어하고 자국 영토에서 러시아군을 몰아내는 데 미국 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러시아와 직접 대결하는 양상을 피해왔다.이는 오는 11월 대선 앞둔 바이든 대통령의 상황과도 맞물려있다.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면서 우크라이나가 열세를 보이고 있는데, 우크라이나가 패전할 경우 장기간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온 바이든의 입장에선 대선에 큰 악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러시아는 서방의 러시아 본토 타격 허용에 대해 ‘비례 대응’을 예고하면서 전쟁이 격화할 가능성도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은 최근 우크라이나가 모든 가능한 방법으로 이 의미 없는 전쟁을 계속하도록 부추기고 있다”며 “이 모든 것은 불가피하게 후과를 치를 것이며 궁극적으로 악화의 길을 택한 국가들의 이익에 매우 해로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 등이 러시아 본토 공격 허용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 2024-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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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두가 라파 지켜보고 있다” 反戰 밈 4400만회 공유

    “모두가 라파를 지켜보고 있다.” “10월 7일 당신의 눈은 어디를 보고 있었습니까.”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 대한 이스라엘의 잇단 공습으로 민간인 사망자가 급증한 가운데 온라인 여론전이 뜨겁다. 친팔레스타인 측과 친이스라엘 측은 각각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는 이미지를 확산시키며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 전쟁을 벌이고 있다. 29일(현지 시간) 알자지라방송 등에 따르면 드넓은 사막과 눈 덮인 산을 배경으로 끝없이 늘어선 텐트 위에 ‘모두가 라파를 지켜보고 있다(All eyes on Rafah)’는 문구가 새겨진 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가 각국 소셜미디어 등에서 확산되고 있다. 라파 일대의 피란민 텐트촌을 떠올리게 하는 배경에 ‘반전(反戰)’ 문구를 새겨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것이다. 미국의 팔레스타인계 모델 지지 하디드와 벨라 하디드 자매, 영국 가수 두아 리파, 프랑스 축구 선수 우스만 뎀벨레 등 각국 유명인 등은 잇따라 이 콘텐츠를 공유했다. 소셜미디어에서만 최소 4400만 건이 공유됐다. 특히 26일 이스라엘군이 라파의 텔알술탄 피란민촌을 집중 공격해 최소 50여 명이 숨진 뒤 이스라엘 규탄 목소리가 커지며 이 같은 움직임이 빨라졌다. 이 문구는 올 2월 세계보건기구(WHO)의 팔레스타인 구호 책임자인 리처드 피퍼콘이 이스라엘군의 민간인 살상을 비판하며 처음 사용했다. 이스라엘도 맞대응에 나섰다. 이스라엘은 29일 정부 공식 X(옛 트위터)를 통해 총을 든 하마스 대원이 이스라엘 아이 앞에 서 있고 “10월 7일 당신의 눈은 어디를 보고 있었는가”란 문구를 게재한 이미지를 올렸다. 이번 전쟁이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선제공격으로 발생했다는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 이미지 역시 이스라엘 국민이 AI로 제작했다. 다만 라파 텐트촌 이미지 속 라파의 모습은 실제 라파와 완전히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알자지라는 “계속되는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가자지구 하늘에는 항상 연기가 치솟고, 텐트가 질서정연하게 설치돼 있지도 않다”고 전했다. 이에 일부는 “진짜 라파는 이런 모습”이라며 시신이 쌓여 있는 실제 라파의 사진을 공유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 2024-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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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두가 라파를 지켜보고 있다”…4400만건 공유된 ‘反戰 밈’ 알고보니

    “모두가 라파를 지켜보고 있다.(All eyes on Rafah)”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 대한 이스라엘의 거듭된 공격으로 민간인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각국 소셜미디어에서는 라파 일대 피란민촌의 텐트를 위에 이 문구를 적은 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가 대표 ‘반전(反戰)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으로 퍼지고 있다.미국의 팔레스타인계 모델 지지 & 벨라 하디드 자매, 영국 가수 두아 리파, 프랑스 축구 선수 우스만 뎀벨레 등 각국 유명 인사 또한 잇따라 해당 콘텐츠 공유에 앞장서고 있다. 최소 4400만 건이 공유됐다.알자지라방송 등은 29일(현지 시간) 드넓은 사막과 눈 덮인 산을 배경으로 끝없이 줄지어 늘어선 텐트가 담긴 이미지가 X(옛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에서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26일 이스라엘군이 라파의 텔알술탄 피란민촌을 집중 공격해 최소 50여 명이 숨지면서 이스라엘을 규탄하며 이 이미지를 공유하는 움직임이 가속화했다.이 문구는 올 2월 세계보건기구(WHO)의 팔레스타인 구호 책임자인 리처드 피퍼콘이 이스라엘군의 민간인 살상을 비판하며 처음 사용했다.이 이미지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이스라엘이 군사시설도 아닌 피란민촌을 집중 공격한 것을 문제삼는다. “피란민촌은 안전지대”라며 가자 주민들의 대피를 부추길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이 곳을 집중 공격했다는 것이다. 또 이스라엘의 봉쇄로 가자지구에 도달해야 할 국제 사회의 구호품 반입 또한 무기한 지연됐다며 인도주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스라엘군은 29일에도 라파와 이집트를 잇는 ‘필라델피 통로’를 완전히 장악했다고 밝혔다. 이 곳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밀수 통로로 이용됐기에 장악이 불가피하고 주장했다.다만 실제 라파와 해당 이미지 속 라파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10월 중동전쟁 발발 후 계속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가자지구 하늘에는 항상 연기가 치솟고, 질서정연한 텐트가 설치돼 있지도 않다는 것이다. 이에 일부 누리꾼은 “진짜 라파는 이런 모습”이라며 시신이 쌓여있는 실제 라파의 사진을 공유하고 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 2024-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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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파 난민촌 공습에도… 美 “이스라엘, 레드라인 안 넘었다” 무기 지원 유지

    이스라엘이 28일(현지 시간) 라파에서 군사작전을 확대하며 민간인 피해가 잇따르는 가운데 미국 백악관은 아직 이스라엘이 ‘레드라인을 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에 무기를 지원하는 미 정부의 방침에도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논란도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26일 공습에서 민간인을 공격할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했으나 28일에도 수십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AP통신에 따르면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대규모 지상전에 들어간 것을 아직 보지 못했다”면서 “현재 언급할 만한 (이스라엘 관련) 정책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탱크 한 대, 장갑차 한 대 정도로는 새로운 지상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미국이 현재 이스라엘군이 ‘제한적 군사작전’을 하고 있다고 평가한 것이다.이스라엘 매체 i24뉴스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라파 군사작전 과정에서 중심 시가지에 탱크를 진입시켰으며 현재 6개 여단이 임무를 수행하는 등 군사작전을 확대하고 있다. 대규모 지상전은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무기 수송을 중단할 수 있다고도 언급한 레드라인에 해당하나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며, 미국이 여전히 이스라엘을 옹호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이스라엘군의 다니엘 하가리 대변인은 최소 50명의 사망자를 낸 난민촌 공습 참사 이후 이날 브리핑에서 “민간인 살해할 의도는 전혀 없었으며 현재 해당 사건을 조사 중”이라고 해명했다. 또 라파에서 ‘근접 전투’를 벌이고 있다고 밝히며, 민간인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적과 가까운 거리에서 총기와 중화기 등을 이용해 싸우고 있다고도 했다.그럼에도 28일 라파 인근 난민촌 및 주변 지역을 공습으로 민간인 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의혹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알자지라방송, AP통신에 따르면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날 각각 다른 2건의 이스라엘 측의 공습에서 최소 37명의 팔레스타인 주민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피해자 중 다수는 공습을 피해 텐트 안에서 숨어있었으며 여성들도 10여 명이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공격에 대해서도 “인도주의 구역을 공습하지 않았다”고 CNN에 밝혔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 2024-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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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스라엘 탱크, 라파 도심까지 진입… 국제사회 “공습 규탄”에도 강경 노선

    이스라엘군 탱크가 28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최남단 도시 라파 도심에 진입했다. 이틀 전 라파의 탈알술탄 피란민촌 일대에 가해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최소 50명이 숨지고 250여 명이 부상을 입어 전 세계적인 비판 여론이 일고 있는데도 강경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라파에 대한 이스라엘의 탱크 진입은 6일 이스라엘이 라파 검문소를 점령한 후 22일 만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28일 상당수 라파 주민들이 도심의 대표 건물 알아우다 모스크 근처에서 이스라엘군 탱크를 목격했다. 최소 6개 예단이 투입됐다.이스라엘군은 탱크 진입에 관한 질문을 받고 “나중에 성명을 발표하겠다”며 즉각 논평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전쟁이 발발한 후 강경책만 고수하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7일 의회 연설에서 “비극적 사고(tragic mishap)가 발생했다”며 이례적으로 자국군의 책임을 일부 시인한 지 하루 만에 또 탱크를 진입시켰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이스라엘을 거듭 비판하고 있다. 27일 미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백악관이 26일 공습이 ‘레드라인(red line·한계선)’을 넘은 것인지 조사하고 있다”며 넘었다면 미국이 다시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지원을 보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28일 긴급 회의를 열고 이번 공습에 따른 민간인 피해 문제를 다루기로 했다. 앞서 8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공습에 따른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을 거론하며 “레드라인을 넘으면 무기 선적을 중단할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같은 날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선적을 잠시 중단한 사실을 공개했다. EU 또한 이스라엘에 대한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 2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외교·국방장관 회의체 ‘외교이사회(FAC)’에 참석한 미할 마틴 아일랜드 외교장관은 “EU 회의에서 사상 처음이자 실질적 방식으로 (이스라엘) 제재 논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이 라파 국경검문소를 점령한 후 국경을 맞댄 이집트와의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27일 검문소 인근 국경지대에서 이집트군과 총격전을 벌였다. 그 과정에서 이집트군 1명이 숨지고 양국 군인 여러 명이 부상을 입었다. 로이터통신 등은 이스라엘 군인들을 태운 장갑차가 하마스 대원들을 추적하다가 이집트 측 검문소 분계선을 먼저 넘었다고 전했다. 그러자 이집트군이 총격을 가했고 이스라엘군이 반격하는 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것이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 2024-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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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마스, 텔아비브에 로켓 쏘자… 이, 라파 피란민촌 보복 공격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최남단 도시 라파를 둘러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교전이 격화하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이 26일 라파 서부의 탈알술탄 피란민촌을 공격한 것을 두고 팔레스타인 측은 “인도주의 구역을 공격하지 않겠다던 약속을 어겼다”며 분노했다. 이슬람권을 향해 대(對)이스라엘 봉기 또한 촉구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같은 날 먼저 로켓 공격을 했고 하마스 간부 소탕이 필요했다”고 맞섰다.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하마스는 이날 라파 일대에서 이스라엘 최대 도시 텔아비브는 물론 헤르츨리야, 크라파샤리야후, 라마트하샤론, 페타티크바 등 중북부 주요 도시로 최소 8발의 로켓을 발사했다. 텔아비브에 대한 하마스의 로켓 발사는 지난해 12월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이 여파로 곳곳에서 미사일 경보가 울렸고 ‘아이언돔’ 방공망 체계가 작동했다. 다만 이스라엘은 “일부 로켓을 요격했고, 인명 피해가 부상자 1명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몇 시간 후 라파를 향해 보복 공격에 나섰고 최소 45명의 팔레스타인 주민이 숨졌다. 특히 탈알술탄 피란민촌에 모여 있던 여성, 어린이 등이 대거 희생됐다. 팔레스타인 측은 “피란민촌에 대한 공격은 대량 학살”이라고 분노했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 또한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아직 수색과 구조 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사상자 수가 늘어날 것”으로 우려했다. 유엔 최고 사법기구인 국제사법재판소(ICJ)가 24일 이스라엘에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라”고 명령했지만 이스라엘이 무시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의 테러리스트들이 활동 중이던 라파의 하마스 시설을 타격했다”면서 정당한 군사 행동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공격으로 하마스에서 자금 관리를 맡았던 고위 간부 야신 라비아, 칼레드 나자르를 사살했다고도 발표했다. 다만 “이 공격으로 인한 화재로 해당 지역 민간인 여러 명이 피해를 봤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군이 사실관계를 조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하마스가 추가 보복에 나설 뜻을 밝히면서 양측 간 교전이 다시 격화되는 분위기다. 하마스는 “범죄자 점령군이 피란민 텐트에 저지른 학살에 분노한다”며 “요르단강 서안지구 및 예루살렘 주민은 물론 해외의 우리 국민도 봉기하라”고 촉구했다. 양측이 28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진행하려던 휴전협상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공격을 멈추지 않으면 억류 중인 이스라엘 민간인 인질을 풀어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 2024-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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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사회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잇달아… 이스라엘 ‘외교 고립’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가 커지면서 팔레스타인을 ‘국가(state)’로 인정하고 대사관을 설치하려는 나라가 늘고 있다. 중동전쟁이 끝난 후에도 가자지구에 병력을 주둔시키고 어떤 식으로든 관여할 뜻을 밝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구상에도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22일 노르웨이, 스페인, 아일랜드 3개국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유엔 회원국 193개국 중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는 나라는 143개국(약 74.1%)에 달한다. 다만 한국, 미국 등은 아직 인정하지 않고 있다. 특히 노르웨이는 팔레스타인 주재 자국 대표부를 곧 대사관으로 승격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콜롬비아 또한 “팔레스타인의 행정수도 라말라에 대사관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전쟁이 하마스의 선제 공격으로 발생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그는 같은 날 영상 메시지를 통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한 것은 테러에 대해 보상을 주는 격”이라며 “악의 세력에 나라를 줘서는 안 된다. 그 나라는 테러국가가 될 것이며 학살을 반복할 것”이라고 항의했다.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의 이스라엘 비판 여론에 굴하지 않고 최정예 ‘나할’ 보병여단을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 투입했다고 22일 밝혔다. 나할 보병여단은 팔레스타인의 대(對)이스라엘 봉기를 뜻하는 두 차례의 ‘인티파다’ 당시 진압에 투입됐고, 이번 전쟁 발발 후에도 가자지구 내에서 최전선 전투를 담당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이 줄곧 원했던 라파 일대에서의 전면 지상전을 용인할 뜻을 밝혔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민간인 대피를 고려하면서 군사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개선한 (라파) 작전 계획을 이스라엘 관리와 전문가들로부터 브리핑 받았다”고 밝혔다. 찰스 브라운 미 합참의장 또한 “많은 민간인이 이미 라파에서 빠져나왔다”고 동조했다. 하마스의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는 22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의 장례식에 등장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전쟁 발발 후 줄곧 하마스를 지원했다. 이에 하니야는 “라이시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국가를 지지한다는 확고한 입장을 갖고 있었다”며 “이스라엘에 죽음을”이라고 외쳤다. 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는 장례 예배를 직접 집전했다. 테헤란 곳곳을 메운 시민들은 시신 운구 행렬을 뒤따르며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이라고 외쳤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 2024-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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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CC, 네타냐후-신와르 동시 체포영장… 바이든 “양측, 같은 급 아냐”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찰이 20일 중동전쟁의 양측 지도부인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야흐야 신와르 군사지도자 등에 대해 동시에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터무니없다(outrageous)”며 “양측은 같은 급이 아니다(no equivalence)”라고 반발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카림 칸 ICC 검사장은 이날 “다수 민간인을 희생시킨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적용해 이스라엘 측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에 대한 영장을 청구했다. 하마스 측에도 신와르와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 군사조직 ‘알깟삼 여단’을 이끄는 무함마드 데이프에 대해 영장을 청구했다. 이스라엘 현지 매체 i24뉴스는 “ICC가 미 동맹 최고지도자를 표적으로 삼은 첫 번째 사례”라고 전했다. ICC는 이스라엘에는 가자지구 민간인들을 굶어죽게 만든 ‘반인도적 범죄’ 혐의에 무게를 뒀다. 하마스에 대해선 납치와 성범죄 등 ‘전쟁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칸 검사장은 성명에서 “국제법은 모두에게 적용되며, 아무도 처벌을 피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미 CNN방송 인터뷰에서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ICC 회원국들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혐의자면 외국 정부 수반일지라도 체포해서 ICC에 넘겨야 한다. 영장이 발부될 경우 네타냐후 총리는 124개 회원국을 방문했다가 체포될 수 있다. 게다가 지도자에게 전쟁 범죄 혐의가 적용되면 무기 수출입 등도 차질을 빚는다. AP통신은 “통상 영장 발부 또는 기각 결정은 2개월 정도 걸린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크게 반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도덕적인 이스라엘군을 하마스의 괴물들과 비교해선 안 된다”고 비난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ICC 검찰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이든,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같은 급이 아니다”라며 “미국은 모든 위협으로부터 언제나 이스라엘을 지지하겠다”고 말했다. 또 “휴전 협상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마스 지도부도 비난 성명을 내놓긴 했으나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신와르 등이 가자지구에서 은신 중이라 체포영장이 발부된다고 해도 실제 색출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영국 파키스탄계 가정에서 태어난 칸 검사장은 30여 년 동안 국제 형법 및 인권 전문 변호사로 활동해왔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전쟁 범죄를 이유로 지난해 3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발부된 체포영장도 그가 주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칸 검사장은 어떤 전쟁 범죄에 대해서도 두려움 없이 법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평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 2024-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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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CC, 네타냐후-신와르 체포영장 동시 청구…바이든 “동일시 말도 안돼”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찰이 20일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의 양측 지도부인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야히야 신와르 군사지도자 등에 대해 체포 영장을 청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에 대해 “터무니 없다(outrageous)”며 “양측은 같은 급이 아니다(no equivalence)”고 반발했다.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카림 칸 ICC 검사장은 이날 “다수 민간인을 희생시킨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적용해 네타냐후 총리와 요하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에 대한 영장을 청구했다. 하마스 측도 신와르와 알카삼 여단을 이끄는 모함메드 데이프,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체포영장에 이름을 올렸다. 이스라엘 현지매체 i24뉴스는 “ICC가 미 동맹 최고지도자를 표적으로 삼은 첫 번째 사례”라고 전했다.동일 전쟁에 대한 범죄 혐의지만 세부 내용은 다소 다르다. 이스라엘은 가지지구 민간인들을 굶어 죽게 만든 ‘반인도적 범죄(crimes against humanity)’에 무게를 뒀다. 이에 비해 하마스는 납치와 성범죄 등 ‘전쟁 범죄(war crimes)’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칸 검사장은 성명에서 “국제법은 모두에게 적용되며, 아무도 처벌을 피할 수 없다”며 “영장이 발부되면 체포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미 CNN방송 인터뷰에서 “누구도 법 위에는 있지 않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하마스가 속한 팔레스타인은 2015년 ICC에 가입했지만, 이스라엘은 회원국이 아니다. 하지만 영장이 발부되면 네타냐후 총리 등은 회원국 124개국을 방문했다가 체포될 수 있다. 한국도 2003년 가입했다. 게다가 지도자에 전쟁 범죄 혐의가 적용되면 무기 수출입 등도 차질을 빚는다. AP통신은 “통상 영장 발부 또는 기각 결정은 2개월 정도 걸린다”고 전했다.이스라엘은 크게 반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도덕적인 이스라엘군을 하마스의 괴물들과 비교해선 안 된다”며 “현실 왜곡이며 반유대주의”라고 비난했다. 하마스 지도부도 비난 성명을 내놓긴 했으나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신와르 등이 가자지구를 거의 떠나지 않아 크게 상황이 바뀔 게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ICC 검찰이 시시하는 바가 무엇이든,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같은 급이 아니다”며 “미국은 모든 위협으로부터 언제나 이스라엘을 지지하겠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마찬가지로 ICC 회원국이 아닌 미국은 앞서 “휴전 협상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영장 청구 연기를 요청해왔다.스코틀랜드 파키스탄계 가정에서 태어난 칸 검사장은 30여 년 동안 국제 형법 및 인권 전문 변호사로 활동해왔다. 지난해 3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발부됐던 체포영장도 그가 주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확고한 신념을 가진 칸 검사장은 어떤 전쟁 범죄에 대해서도 두려움 없이 법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평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 2024-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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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對美 강경파’ 이란 대통령, 헬기 추락으로 사망

    ‘이란 2인자’이자 대미(對美) 강경파인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64)이 19일(현지 시간) 이란 북서부 동아제르바이잔주(州) 산악 지대에서 헬기 추락 사고로 숨졌다. 이슬람 보수 성직자 출신으로 2021년 8월 집권한 라이시 대통령은 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85)의 사후(死後)에 유력한 후계자로 꼽혔던 인물이다. 그런 만큼 그의 사망이 이란 핵합의 복원에 나선 미국과, 전쟁 중인 중동 정세에도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모흐센 만수리 부통령은 20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라이시 대통령이 헬기 추락 사고로 숨졌다”고 밝혔다. 해당 헬기에 동승했던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외교장관 등 나머지 8명도 모두 사망했다. 구조에 나섰던 이란 적신월사(이슬람권 적십자사)는 헬기 추락 지점이 동아제르바이잔주의 주도 타브리즈에서 약 100km 떨어진 타빌이라고 밝혔다. 라이시 대통령 일행은 노후 헬기를 타고 험준한 산악 지대를 비행하던 중 폭우와 안개 등 악천후를 만나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메네이는 이날 성명을 통해 라이시 대통령의 죽음을 ‘순교’로 칭하며 “이란은 성실하고 귀중한 종을 잃었다”라고 애도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이란이 올 4월 최초로 이스라엘 본토를 직접 공격하고, 지난해 10월부터 이스라엘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를 지원하는 일을 주도했다. 이란 내에선 정치범 처형 등을 주도하고 히잡 의문사 반대 시위를 잔혹하게 탄압해 ‘테헤란의 도살자’로도 불렸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4-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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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사시절 정치범 5000명 사형 주도 ‘테헤란의 도살자’

    19일(현지 시간) 헬기 추락으로 숨진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64)은 2021년 8월 집권한 뒤 이란의 초(超)강경·보수 노선을 주도해 왔다. 라이시 대통령은 이를 통해 이슬람혁명을 주도한 루홀라 호메이니와 현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85)를 잇는 보수파 적자(嫡子)로 자리매김했다. 그가 하메네이 사후(死後) 최고지도자에 오를 유력 후보로 줄곧 거론된 이유다. 하메네이는 20일 성명을 통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부통령이 50일 이내 새 대통령을 선출하는 절차를 진행하도록 입법부, 사법부 수장과 협의하라”고 지시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그의 사망으로 하메네이의 뒤를 이를 후계자 자리를 놓고 이란 내부가 권력투쟁에 빠져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치범 처형 주도 ‘테헤란의 도살자’ 1960년 시아파 성지 마슈하드에서 태어난 라이시 대통령은 10대 시절 하메네이로부터 신학을 배웠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1979년 이슬람혁명에도 참여했다. 혁명이 성공한 뒤 검사로 활동했던 그는 1988년에 정치범 5000여 명의 사형 집행을 주도해 ‘테헤란의 도살자’란 별명이 붙었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친이라크 성향을 보였다는 죄목이었다. 2019년 미국은 이를 근거로 라이시 대통령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2017년 대선부터 대권에 도전했지만 당시엔 서방에 유화적인 하산 로하니 전 대통령에게 패했다. 이후 2021년 대선에서 권좌에 올랐다. 이후 대외적으로는 로하니 정권의 친서방 정책을 모두 폐기하고, 내부적으로는 신정일치 노선에 반대하는 세력을 잔혹하게 탄압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특히 2022년 히잡 의문사로 반정부 시위가 발생했을 때 앞장서서 관련자들을 탄압했다. 현 정부에 대한 불신은 올 3월 총선 투표율이 역대 최저치인 41%를 기록하며 여실히 드러났다. 이 때문에 그의 사망이 이란 국민들의 불만을 수면 위로 불거지게 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미 CNN 방송은 “라이시는 손에 피를 많이 묻혀 많은 이란 국민들은 (그의 사망에) 눈물을 흘리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악천후-헬기 노후 등이 추락 원인인 듯” 이란 정부는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이 확인된 뒤 20∼24일을 국가 애도 기간으로 선포했다. 하지만 그의 사망 원인은 19일 기준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되진 않았다. 국영 IRNA통신 등에 따르면 그가 탔던 헬기는 이날 수도 테헤란에서 약 600km 떨어진 북서부 동아제르바이잔주(州) 디즈마르 산악 지대에 추락했다. 이란과 아제르바이잔이 공동으로 건설한 아제르바이잔 내 기즈갈라시댐 준공식에 참석한 뒤 귀국하던 길이었다. 라이시 대통령을 비롯한 이란 정부 요인들은 헬기 3대에 나눠 타고 있었는데, 그를 태운 헬기만 추락했다. 해당 헬기에는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외교장관과 말레크 라마티 동아제르바이잔 주지사, 조종사, 경호원, 보안책임자 등 9명이 탑승했다. 현지 언론은 사고 당시 거센 비와 짙은 안개 등 악천후를 사고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나머지 2대의 탑승자들도 “탑승 당시 시야 확보가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사고를 당한 헬기는 미국산 ‘벨 212’ 기종이다. 1968년 첫 비행을 했고 이란엔 1976년경 도입됐다. 수십 년이나 된 낡은 헬기인 데다 오랜 경제 제재로 제대로 된 정비가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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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메네이 후계자’ 사망… 美와 핵협상-중동 불확실성 커질 듯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초강경 노선을 고수하며 미 주도의 국제질서에 반대하는 중국, 러시아와 밀착했던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64)이 19일(현지 시간) 헬기 추락 사고로 갑자기 숨졌다.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85)의 사후(死後)에 유력한 후계자로 꼽혔던 그의 부재가 이란의 미래에 소용돌이를 일으켜 중동을 넘어 국제 정세에까지 후폭풍을 몰고 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라이시 대통령은 2021년 8월 취임한 뒤 미국과의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복원하는 데 매우 부정적이었다. 2015년 이란과 미국 등 서방 5개국이 체결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가 2018년 일방적으로 파기한 합의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 발발 이후에는 줄곧 하마스 후원자를 자처했고, 올 4월에는 이스라엘 본토에 대한 사상 첫 직접 공격도 단행할 만큼 전쟁에 깊숙이 관여했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라이시의 사망으로 이란이 (서방을 향해) 강경한 방향으로 치닫고, 중동을 지역 전쟁 직전까지 몰고 가던 변혁의 시대는 일단 일단락을 짓게 됐다”면서 이란과 국제사회에 ‘불확실성’을 안겼다고 평했다. 다만 라이시 대통령의 강경 노선이 여전히 건재한 하메네이의 승인으로 이뤄졌고, 보수 강경파가 득세하고 있는 만큼 이란의 대외 노선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 美 상원의원 “라이시 없는 세상, 더 안전” 라이시 대통령의 전임자로 ‘유화파’로 꼽히는 하산 로하니 전 대통령은 2015년 미국 등 서방 5개국과 핵합의를 맺었다. 이란이 핵개발을 자제하는 대신 서방은 이란에 각종 제재를 해제하고 경제 지원을 한다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이란에 적대적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 이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2021년 1월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취임에 이어 7개월 뒤 집권한 라이시 대통령은 그해 11월 핵합의 복원을 위한 대화 재개에 합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라이시 대통령이 이끄는 이란은 물밑 접촉 과정에서 합의 복원에 부정적이었다. 일각에선 이란이 이스라엘 등에 대리 공격을 강화하기 전 서방에 긴장 완화 ‘눈속임’을 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미 인터넷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라이시 대통령 사망 직전인 이달 14일에도 브렛 맥거크 백악관 중동 고문과 아브람 페일리 이란 특사는 중재국인 오만에서 회담을 나눴다. 양측 대표단이 직접 얼굴을 맞대지는 않고 오만 당국자가 양측을 오가며 의견을 전달하는 방식이었다고 한다. 미국은 회담에서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몇몇 이란 당국자는 최근 몇 주간 이란의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 그의 사망이 어떤 식으로든 미국과 이란의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 일각에서는 그가 ‘핵합의 복원의 장애물’로 작용했다면서 그의 사망을 반겼다. 야당 공화당의 대(對)이란 강경파 릭 스콧 상원의원은 19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라이시 없는 세상이 더 안전하고 더 나아졌다”고 썼다.● 하마스 “순교자” vs 이스라엘 “우리와 무관” 라이시 대통령은 중동전쟁 발발 후 하마스를 비롯해 이른바 ‘저항의 축(Axis of resistance)’으로 불리는 친이란 무장단체 후원을 이끈 인물이다. 그는 지난달 스리랑카 방문 중 성명에서 “이스라엘 정권이 75년간 팔레스타인인들을 탄압하고 영토를 강탈해 왔다”며 “찬탈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 예멘의 시아파 반군 ‘후티’ 등은 이런 이란의 지원 속에 각각 이스라엘과 서구 민간 선박을 공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의 사망이 확인되자 하마스는 그를 ‘순교자’로 칭하며 “팔레스타인을 지지한 모범적 지도자였다”라고 애도했다. AP통신은 “라이시 대통령은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하며 초강경 이미지를 구축해 왔고, 중동에서 이스라엘 견제에 가장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 왔다”면서 “그의 사망으로 중동 긴장이 불가피해졌다”라고 논평했다. 그간 종종 이란 고위 인사 암살에 관여했던 이스라엘은 서둘러 선을 그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한 이스라엘 관리는 “이번 사고는 우리가 관여하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현지 소셜미디어에 떠도는 ‘이스라엘 배후설’ 같은 음모론을 의식한 반응으로, 자칫 사고 원인을 둘러싼 음모론이 친이란 무장단체의 활개에 불을 붙일까 우려하는 것이다. 이란과 밀착해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맞섰던 중국과 러시아는 20일 그의 사망을 애도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중국 베이징을 찾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회동한 뒤 한 달 뒤 중국의 중재로 중동 숙적인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국교를 재개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라이시 대통령의 비극적 죽음이 이란 국민에게는 엄청난 상실”이라며 “중국은 좋은 친구를 잃었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그를 ‘뛰어난 지도자’로 칭하며 애도 성명을 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 2024-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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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키리크스’ 줄리안 어산지, 美 송환 막는 소송서 승리

    폭로사이트 ‘위키리크스’에 미 정부 기밀문서 등을 게재해 간첩 혐의로 기소됐던 위키리크스 공동설립자인 줄리안 어산지(52)가 미국으로 즉시 송환되는 걸 피하고 영국에 남아 항소할 수 있게 됐다. 20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런던 고등법원은 어산지가 미국 송환을 결정한 영국 정부를 상대로 항소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어산지가 영국 법정에서 이의를 제기할 근거가 있다고 본 것이다. 그간 어산지 측 변호사는 어산지가 호주 국적의 외국인이라는 점을 근거로 “미국에 송환될 경우 재판 등에서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미 수정헌법 제1조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차별받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미국 측은 “어산지의 처우를 보호하겠다”는 보장안을 법원에 제시했으나, 영국 법원은 이 내용이 충분치 않다며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이에 어산지에게 영국에서의 항소권을 허용했다. 이로써 어산지는 미국 송환을 미루고 영국 내에서 추가 법정 공방을 이어갈 수 있다. 앞서 올 3월 영국 고등법원은 “미국이 공정한 재판을 보장하고 사형을 집행하지 않겠다고 명확히 밝히지 않는 한 어산지를 송환할 수 없다”며 판결을 연기했다.영 BBC방송은 이날 “법정 밖에 모였던 어산지의 지지자들은 판결 소식을 듣고 크게 환호하고 박수를 보냈다”고 전했다. 어산지 법무팀에 따르면 그가 이번 소송에서 패했다면 24시간 이내 대서양 건너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해야 했다.어산지는 2010, 2011년 미 육군 정보분석가인 첼시 매닝 일병이 빼낸 미군 기밀 문서 수십만 건을 위키리크스에 게시했다. 이에 ‘1917 스파이방지법(Espionage Act of 1917)’ 위반과 간첩 활동 등 18개 혐의로 기소됐다. 공개된 해당 문서엔 이라크전·아프가니스탄전 당시 미군 전쟁범죄, 관타나모수용소 내 인권 침해 등 미 정부의 부도덕한 민낯이 드러난 게시물이 많았다. 이후 매닝 일병에겐 징역 35년형이 선고됐다.어산지는 2012년 영국 런던 주재 에콰도르대사관으로 피신해 7년 동안 머물렀다. 이후 2019년 망명 허가가 취소되며 영국 경찰에 체포돼 영국 교도소에서 약 5년을 보내며 법정 투쟁을 이어왔다.영국 법원은 2021년에도 미국의 송환 요청을 거부했다. 당시 웨스트민스터 치안판사법원은 “미 교정시설의 열악한 조건에서 수감생활을 하면 정신건강이 악화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도 있다”며 “어산지의 상태를 고려할 때 그를 미국으로 보내는 건 가혹하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 2024-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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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망한 라이시… 검사시절 정치범 5000명 사형 주도 ‘테헤란의 도살자’

    19일(현지 시간) 헬기 추락으로 숨진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64)은 2021년 8월 집권한 뒤 이란의 초(超)강경·보수 노선을 주도해왔다. 라이시 대통령은 이를 통해 이슬람혁명을 주도한 루홀라 호메이니와 현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85)를 잇는 보수파 적자(嫡子)로 자리매김했다. 그가 하메네이 사후(死後) 최고지도자에 오를 유력 후보로 줄곧 거론되는 이유다.하메네이는 20일 성명을 통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부통령이 50일 이내 새 대통령을 선출하는 절차를 진행하도록 입법부, 사법부 수장과 협의하라”고 지시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그의 사망으로 하메네이의 뒤를 이를 후계자 자리를 놓고 이란 내부가 권력투쟁에 빠져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치범 처형 주도 ‘테헤란의 도살자’1960년 시아파 성지 마슈하드에서 태어난 라이시 대통령은 10대 시절 하메네이로부터 신학을 배웠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1979년 이슬람혁명에도 참여했다. 혁명이 성공한 뒤 검사로 활동했던 그는 1988년에 정치범 5000여 명의 사형 집행을 주도해 ‘테헤란의 도살자’란 별명이 붙었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전쟁 당시 친이라크 성향을 보였다는 죄목이었다. 2019년 미국은 이를 근거로 라이시 대통령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2017년 대선부터 대권에 도전했지만 당시엔 서방에 유화적인 하산 로하니 전 대통령에게 패했다. 이후 2021년 대선에서 권좌에 올랐다. 이후 대외적으로는 로하니 정권의 친서방 정책을 모두 폐기하고, 내부적으로는 신정일치 노선에 반대하는 세력을 잔혹하게 탄압했다.라이시 대통령은 특히 2022년 히잡 의문사로 반정부 시위가 발생했을 때 앞장서서 관련자들을 탄압했다. 현 정부에 대한 불신은 올 3월 총선 투표율이 역대 최저치인 41%을 기록하며 여실히 드러났다. 때문에 그의 사망이 이란 국민들의 불만을 수면 위로 불거지게 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미 CNN방송은 “라이시는 손에 피를 많이 묻혀 많은 이란 국민들은 (그의 사망에) 눈물 흘리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악천후-헬기 노후 등이 추락 원인인 듯” 이란 정부는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이 확인된 뒤 20~24일을 국가 애도기간으로 선포했다. 하지만 그의 사망 원인은 19일 기준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되진 않았다.국영 IRNA통신 등에 따르면 그가 탔던 헬기는 이날 수도 테헤란에서 약 600km 떨어진 북서부 동아제르바이잔주(州) 디즈마르 산악 지대에 추락했다. 이란과 아제르바이잔이 공동으로 건설한 아제르바이잔 내 기즈갈라시댐 준공식에 참석한 뒤 귀국하던 길이었다.라이시 대통령를 비롯한 이란 정부요인들은 헬기 3대에 나눠 타고 있었는데, 그를 태운 헬기만 추락했다. 해당 헬기에는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외교장관과 말렉 라마티 동아제르바이잔 주지사, 조종사, 경호원, 보안책임자 등 9명이 탑승했다.현지 언론은 사고 당시 거센 비와 짙은 안개 등 악천후를 사고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나머지 2대의 탑승자들도 “탑승 당시 시야 확보가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사고를 당한 헬기는 미국산 ‘벨-212’ 기종이다. 1968년 첫 비행을 했고 이란엔 1976년경 도입됐다. 수십 년이나 된 낡은 헬기인데다, 오랜 경제 제재로 제대로 된 정비가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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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헬기 추락’ 라이시 이란 대통령 사망… 악천후 사고 추정

    ‘이란 2인자’이자 대미(對美) 강경파인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64)이 19일(현지 시간) 북서부 동아제르바이잔주(州) 산악 지대에서 헬기 추락으로 숨졌다. 이슬람 보수 성직자 출신으로 2021년 8월 집권한 라이시 대통령은 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85)의 사후(死後)에 유력한 후계자로 꼽혔던 인물이다. 그럼 만큼 그의 사망이 이란 핵합의 복원에 나선 미국과 전쟁 중인 중동 정세에도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모흐센 만수리 부통령은 20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라이시 대통령이 헬기 추락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해당 헬기에 동승했던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외교장관 등 나머지 8명도 모두 사망했다. 구조에 나섰던 이란 적신월사(이슬람권 적십자사)는 헬기 추락 지점이 동아제르바이잔주의 주도 타브리즈에서 약 100㎞ 떨어진 타빌이라고 밝혔다. 라이시 대통령 일행은 노후 헬기를 타고 험준한 산악 지대를 비행하던 중 폭우와 안개 등 악천후를 만나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IRNA통신, 메흐르통신 등 이란 관영언론은 사망 소식을 전하며 라이시 대통령을 ‘순교자’로 칭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이란이 올 4월 최초로 이스라엘 본토를 직접 공격하고, 지난해 10월부터 이스라엘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를 지원하는 일을 주도했다. 이란 내에선 정치범 처형 등을 주도하고 히잡 의문사 반대 시위를 잔혹하게 탄압해 ‘테헤란의 도살자’로도 불렸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라이시는 3년간의 집권 동안 대리세력을 통한 서방 공격을 강화하며 이란을 더욱 명백한 미국의 적으로 만들었다”면서 “그의 갑작스러운 사망은 중동 안팎에 불확실성을 부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4-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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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전시내각’ 붕괴 위기… 간츠 “전후 계획 없으면 탈퇴”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긴급 구성된 이스라엘 전시 내각이 붕괴 위기를 맞았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과 함께 전시 내각 투표권자 3명 중 한 명인 중도성향 국가통합당의 베니 간츠 대표는 18일 “네타냐후 총리가 뚜렷한 목표 없이 강경 일변도의 정책만 고수한다면 전시 내각과 연정을 모두 탈퇴하겠다”는 취지로 일종의 ‘최후통첩’을 날렸다. 네타냐후 총리의 실각 시 차기 총리로도 거론되는 간츠 대표는 18일 TV 생중계 기자회견에서 “전시 내각이 다음 달 8일까지 6개 항목의 가자지구 통치 전후(戰後)계획을 수립하지 않으면 정부에 참여하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6개 항목은 가자지구를 통치할 미국·아랍권·팔레스타인의 공동 행정부 수립,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 인정, 하마스가 억류 중인 인질의 조속한 귀환, 가자지구의 비(非)무장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국교 수립이다. 사우디와의 관계 개선을 제외하면 나머지 5개 항목은 모두 네타냐후 총리가 강하게 반대하는 사안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 발발 후 줄곧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사실상 직접 통치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에도 부정적이다. 앞서 15일 갈란트 장관도 “가자지구를 직접 통치해야 한다는 네타냐후 총리의 주장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즉 전시 내각의 투표권자 3명 중 2명이 “가자지구를 직접 통치하겠다는 총리의 계획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셈이다. 이스라엘군이 17, 18일 하마스에 끌려갔던 인질 중 4구의 시신을 찾아낸 것 또한 하마스와의 협상에 미온적인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비판 여론을 고조시키고 있다. 시신 중에는 지난해 하마스의 기습 공격 당일 하마스 대원들에게 반(半)나체로 끌려가는 영상이 공개됐던 20대 여성 샤니 루크의 시신도 포함됐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를 비롯한 극우 연정은 요지부동이다. 현지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간츠 대표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낮다. 총리가 수용하면 극우 연정의 거센 반발에 부딪힐 것”으로 내다봤다. 네타냐후 총리보다 더 강경 노선을 고수하는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 등 연정의 주요 인사는 ‘하마스 궤멸, 가자지구 직접 통치’를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방침에 따라 이스라엘군은 18일 “최근 24시간 동안 가자 전역에서 70개 목표물을 폭격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17일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가 관할하는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도 표적 공습을 감행해 무장단체 팔레스타인이슬라믹지하드(PIJ)의 주요 간부를 사살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 2024-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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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 대통령 탑승 헬기 경착륙…현장에 구조대 급파”

    2021년 8월부터 집권 중인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64)이 탑승한 헬기가 19일(현지 시간) 아제르바이잔 국경 인근에서 경착륙(hard landing)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현장으로 구조대가 급파됐지만 자욱한 안개 등 기상 악화로 접근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관영언론들은 사고 경위, 라이시 대통령의 현재 상황에 대해서 즉각적인 설명은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일부 매체는 헬리콥터가 추락했다고 보도했다. 강경 보수 이슬람 성직자 출신인 라이시 대통령은 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85)가 사망할 시 후계자로 유력한 인물이다. 이란 관영 타스님통신, ISNA 등에 따르면 이날 라이시 대통령이 탄 헬기를 포함해 모두 3대의 헬기가 아제르바이잔으로 이동했다. 해당 헬기에는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외교장관, 말릭 라흐마티 동아제르바이잔 주지사 등 여러 정부 고위관계자 등이 탑승했다.일부 매체는 그가 탄 헬기가 추락했다고 보도했지만 메르스통신은 짙은 안개 탓에 라이시 대통령의 헬기가 비상착륙했으며 그가 자동차로 갈아타고 육로로 이동하고 있다고 전하는 등 신병에 대한 보도가 혼선을 빚고 있다.이란 국영방송은 “대통령이 탄 헬기가 사고에 휘말려 구조대가 급히 파견됐다”고 보도했을 뿐 자세한 내용은 전하지 않았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 2024-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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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이스라엘정책 오락가락… 10억달러 무기 지원안 제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10억 달러(약 1조4000억 원)의 무기를 이스라엘에 지원하는 안을 미 의회에 제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14일 보도했다. 앞서 8일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서 전면 지상전을 실시한다면 미국의 무기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한 것과 상반된 행보다. 이에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집권 민주당의 전통 지지층이자 자금력이 막강한 유대계 유권자를 의식해 바이든 행정부의 대(對)이스라엘 정책이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WSJ는 익명의 의회 관계자를 통해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에 탱크 탄약, 전술 차량, 박격 포탄 등 10억 달러의 무기를 지원하는 안을 의회에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라파에서의 전면 지상전을 고집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갈등이 커지는 것을 꺼리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이스라엘군은 6일 라파에 탱크를 진입시키고 이집트와 가자지구를 잇는 라파 검문소도 장악했다. 민간인 희생이 커질 것을 우려한 미국은 거세게 반발했고,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 또한 8일 “이스라엘에 보낼 일부 무기의 선적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불과 며칠 만에 다시 이스라엘 지원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대선을 앞두고 유대계 유권자를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13일 뉴욕타임스-필라델피아인콰이어러-시에나대가 애리조나, 조지아, 미시간, 네바다,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주 등 6개 경합주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위스콘신 1곳에서만 앞섰다. 나머지 5개 주에서는 모두 바이든 대통령이 밀렸다. 특히 민주당의 전통 지지층인 젊은 층, 무슬림 등이 바이든 행정부의 이스라엘 지원 정책에 반발하며 지지를 철회하는 모습이 뚜렷하다. 13일 라파에서는 인도 국적의 유엔 직원 한 명이 차량 이동 중 피격돼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길라드 에르단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는 15일 유엔 산하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와 하마스의 유착 의혹을 거론하며 “유엔이 하마스의 협력자”라고 주장했다. 15일 ‘나크바(대재앙)’ 76주년을 앞두고 반(反)이스라엘 여론 또한 고조되고 있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당시 70만 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거주지를 잃고 난민으로 전락한 사태를 뜻한다. 가자지구에서는 이스라엘의 라파 전면 지상전 시도로 이미 45만 명의 주민이 라파 일대를 떠났다며 현 상황을 ‘제2 나크바’로 규정하고 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 2024-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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