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조기 대선 1라운드의 승패를 가를 ‘설 민심 잡기 전쟁’이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대선 판도의 1차 분수령인 설 연휴가 시작되기 전까지 10여 일 동안 기선 제압을 위한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14일 박종철 열사 30주기 추모식, 문익환 목사 23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문 전 대표는 15일에는 신영복 교수 1주기 추모식에 참석하며 진보 진영의 결집을 모색했다. 이에 맞서 반 전 총장은 이날 경기 평택시 해군2함대사령부를 찾아 천안함 추모비에 헌화하고,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의 빈소를 찾는 등 보수층의 지지를 얻는 데 주력했다. 두 사람 간의 신경전도 이어졌다. 문 전 대표는 14일 기자들과 만나 “옛날에 박근혜 (대선)후보가 ‘정치 교체’를 말했다”며 반 전 총장의 ‘정치 교체론’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에 반 전 총장은 “정권이 교체된다고 해서 정치 행태라든지 정치인들의 사고방식, 이런 것은 변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고 받아쳤다. 다른 대선 주자들도 이날 잇달아 출마를 선언하며 설 민심을 잡기 위한 추격의 속도를 높였다.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은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지지 모임 ‘손가락 혁명군 출정식’에서 “직접적으로 언급하면 선거법에 저촉된다”면서도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청와대”라고 대선 의지를 거듭 밝혔다. 새누리당 이인제 전 최고위원도 4번째 대선 도전을 선언했다. 국민의당도 이날 전당대회를 열어 박지원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신임 당 대표로 선출하면서 본격적인 대선 체제로 진입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이자 4선 의원인 박 대표는 비상대책위원장 3번, 원내대표 3번을 지낸 끝에 처음으로 선출직 야당 대표가 됐다. 박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요동치는 다당 체제 정치판에서 당을 키우고 국민의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라는 준엄한 명령을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말했다. 길진균 leon@donga.com / 고양=황형준 / 평택=송찬욱 기자}
지난해 4·13총선에서 수억 원의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국민의당 박선숙 김수민 의원이 11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에 따라 위기에 처했던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는 한숨을 돌렸고, 지지율 반전의 기회를 잡을지 주목된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김양섭)는 이날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박 의원과 김 의원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국민의당 왕주현 전 사무부총장과 인쇄업체 ‘비컴’ 대표 정모 씨 등 피고인 5명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 구속됐던 왕 전 부총장은 이날 풀려났다.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 사실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며 “홍보업체가 받은 돈도 정당한 용역 대가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날 “법정에서 진실을 밝혀준 재판부에 감사하고 조금이나마 당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반면 검찰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즉각 항소 의지를 밝혔다. 지난해 6월 이 사건이 불거지면서 안 전 대표는 지지율이 추락하고 당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정권 차원의 ‘안철수 죽이기’였다는 것이 증명된 판결”이라며 “현재 세간에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기획 작품이란 이야기가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제대로 수사해야 한다”고 역공에 나섰다. 이어 “정치공학적 연대론의 시나리오를 완전히 불사를 것을 선언한다”며 “우리의 힘으로 총선의 기적을 만든 정치혁명의 기세로 정권교체를 할 것을 흔들림 없이 선언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안 전 대표의 핵심 측근인 박 의원이 다시 구원투수 역을 맡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박 의원은 당원권이 정지된 상태지만 “검찰의 무리한 기소가 확인됐다”는 당내 여론을 감안해 당 지도부에서 당원권 회복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길진균 leon@donga.com·최고야 기자}

최악의 고용 절벽 앞에서 각종 일자리 관련 지표에 빨간불이 켜진 지 한참 됐지만 정치권은 뒷짐만 지고 있다. 조기 대선에 몰두하느라 정치 공방만 벌이고 있는 것이다. 자국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외국 기업을 상대로 ‘당근과 채찍’을 능수능란하게 활용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대비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선 정국 속 일자리는 뒷전 1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취업자 수는 2623만5000명으로, 전년보다 29만9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6월 정부가 경제정책방향에서 목표로 잡은 30만 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취업자 수가 전년보다 7만2000명 줄어들었던 이후 7년 만에 취업자 증가폭이 가장 낮다.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는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라는 암울한 예측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통과 이후 정치권이 조기 대선 정국으로 급속히 빨려 들어가면서 근본적인 해법 마련이 필요한 ‘일자리 창출’은 정치권에서 뒷전으로 밀려났다.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0일 발표한 1, 2월 임시국회에서 당력을 집중할 ‘우선 법안’ 목록에서 일자리 창출 법안은 찾기 어렵다. △정치개혁 △재벌개혁 △검찰개혁 △언론개혁 △민생개혁 등 5개 분야 21개 우선 법안 가운데 일자리 관련 법안은 근로시간 단축을 내용으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유일하다. 정부와 정책을 조율하며 민생을 챙겨야 할 여당은 당 내홍 때문에 사실상 기능을 못 하고 있다. 최근 일자리 관련 발언은 이현재 정책위의장이 10일 “서민, 복지,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당을 만들겠다”고 말한 게 전부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제안으로 20대 국회에 설치된 미래일자리특별위원회 역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지난해 7월 20일 공식 출범한 뒤 두 차례의 전문가 토론회와 한 차례의 현장 방문을 했지만 활동 기간이 종료된 12월 30일까지 아무런 성과도 내놓지 못했다. 그런데도 12월 29일 열린 본회의에서 올해 6월 말까지로 활동 기간이 연장됐다. 특위 관계자는 “특위의 출범 목적 자체가 4차 혁명에 대비한 미래 산업 연구와 그에 따른 일자리 창출”이라며 “지금의 일자리 문제는 다른 상임위에서 담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종된 일자리 공약 주요 대선 주자들은 일자리 공약의 윤곽을 제시하고는 있지만 민간이 자생적으로 좋은 일자리를 만들도록 유도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은 후보는 드물다. 단기적인 취업률 증가를 노린 고육책이 대부분인 데다 실현 가능성이 낮은 ‘뜬구름 정책’도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야권의 유력 후보인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해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을 출범시키며 ‘성장’에 방점을 찍었지만 촛불 정국을 지나면서 성장보다는 분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들이 내놓은 일자리 문제에 대한 해법이 새로운 일자리 창출보다는 공공 일자리 확대에 쏠려 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이 ‘10년 동안 공공부문에서 일자리 100만 개를 만들겠다’고 밝힌 데 이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캠프도 보육·의료부문 공공 일자리 확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취업 희망자가 많은 공공 일자리를 늘리는 것과 더불어 근로시간 단축 등을 통해 민간부문 일자리를 늘리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정당과 후보들은 정부 주도로 대·중소기업 간 급여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 역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빠져 있다는 비판이 많다. 조동훈 한림대 교수는 “영업 유지도 어려운 한계기업이 많은 상황이라 임금 인상을 강제하더라도 회사들이 따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자리 수요·공급이 일치하지 않는 ‘일자리 미스 매칭’ 등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우선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길진균 leon@donga.com·박성진 /세종=천호성 기자}

최악의 ‘고용한파’가 불어닥치고 있다. 지난해 실업자가 사상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고, 청년층 실업률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일자리 대책에는 ‘나 몰라라’로 일관하고 있어 구직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1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실업자는 101만2000명으로 전년보다 3만6000명 늘었다. 이는 실업자의 기준을 ‘구직 기간 4주’로 바꿔 통계를 작성해 발표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사상 최대치다. 청년층(15∼29세) 실업률도 9.8%로 역대 최고였던 2015년 수치(9.2%)를 1년 만에 경신했다. 정부는 지난해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첫째 목표로 ‘일자리를 늘려 청년에게 희망을 주는 것’을 꼽았지만 오히려 청년 실업률이 치솟은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여야정은 말로만 ‘일자리 창출’을 외칠 뿐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조기 대선과 개헌,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등 대형 정치 이슈의 블랙홀 속에서 일자리 관련 법안과 정책들은 차기 정부를 이끌 대선 주자들의 관심권에서 멀어지고 있다. 주요 주자들은 “촛불민심에 부응하겠다”며 사회 분야 개혁을 공약 1호로 앞세우고 있어 ‘일자리 대통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야권은 노동계 등의 표심을 의식해 근로기준법 개정 등 노동개혁 관련 사안에는 반대로 일관하고 있다. 그 때문에 일자리 창출력이 큰 ‘서비스업 활성화’나 ‘노동 개혁’ 같은 근본적인 해결책은 여소야대 국회 속에서 당분간 빛을 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9일 고용노동부 등의 정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고용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올해 17조 원의 일자리 예산을 조기에 집행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이 역시 일자리 만들기를 위한 근본적인 해법이 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결국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선 주자들이 조속히 대책을 내놓고,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될 장기 계획을 시급히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길진균 leon@donga.com·유성열 / 세종=박희창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후보 경선 일정과 규칙을 이달 중에 확정하겠다는 방침을 정하면서 당내 대선 주자들 사이에서 ‘룰의 전쟁’이 본격화됐다.○ 대선 레이스 본격 시동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8일 국회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부터 당내 대선 경선 룰 마련을 시작하겠다”며 “당내 경선을 위한 대선 예비후보 등록을 늦어도 설 연휴 전까지 마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대선 후보들을) 일일이 만나 뵙고 (경선 룰과 관련해) 의견 수렴을 하겠다”고도 했다. 사실상 민주당 대선 주자 후보 경선의 시작 선언인 셈이다. 경선 룰 마련은 이달 중순까지 기본적인 틀을 먼저 갖추고 여기에 주자별로 이의 제기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양승조 당헌당규위원장과 함께 경선 룰 작업을 총괄하는 안규백 사무총장은 “이달 안으로 후보별 캠프의 입장을 반영해 경선 규칙을 마무리할 예정”이라며 “모바일투표나 결선투표 등에 대해서도 결론을 내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각 후보 진영은 ‘결과의 변수’를 만들 수 있는 경선 룰을 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당헌에는 ‘국민경선 또는 국민참여경선을 원칙으로 한다’는 조항 외에 경선과 관련된 구체적인 조항이 없다. 각 진영이 다자 협상을 통해 경선 룰을 확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는 “하자는 대로 다 하겠다”며 경선 룰에 대해 사실상 백지위임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문 대표 측은 “룰 논의 과정엔 참여하겠지만 유·불리를 따져가며 어떤 방안을 고집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결선투표제와 모바일투표 도입 등에 대해 당의 결정을 그대로 따르겠다는 얘기다. 2012년에는 논란 끝에 결선투표제가 도입됐지만 문 전 대표가 총 50% 이상을 득표하면서 결선투표는 무산됐다.○ 당내 주자들의 치열한 수 싸움 당내 대선 주자들은 모두 “당이 정한 룰을 따르겠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면서도 2012년 경선의 골자인 △국민경선 △결선투표제 △모바일투표 등을 두고 유불리를 따지며 치열하게 수 싸움을 벌이고 있다. 대중적 지지도가 높은 문 전 대표나 다른 후보들 사이에서 국민경선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다. 비주류 의원들은 아예 당원과 비당원의 표에 차별을 두지 않는 완전국민경선을 지지하고 있다. 친문 진영의 높은 당원 장악력을 고려한 전략이다. 결선투표제 역시 비주류 후보들에게는 ‘막판 뒤집기’를 노릴 수 있는 승부수인 만큼 양보할 수 없는 룰이다. 다만 모바일투표는 비주류 후보들 사이에서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모바일투표에 대해 일찌감치 반대 의사를 밝혔지만 다른 후보들은 “논의가 더 필요하다”며 구체적인 의견 표명을 유보하고 있다. 비주류 진영은 룰과 별개로 당의 ‘공정한 경선 관리’를 촉구하며 당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다. 최근 불거진 민주연구원의 ‘개헌 저지 보고서’ 논란 역시 그 연장선상이다. 추 대표가 이날 김용익 민주연구원장을 징계하기 어렵다고 밝힌 것에 대해 비주류 진영은 “추 대표의 공정한 경선 관리가 의심된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김부겸 의원은 이날 “다른 대선 주자들도 보고서 편향의 문제점을 지적했기 때문에 적절한 조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비문(비문재인) 진영 의원들은 소속 모임별로 이번 주에 공정한 경선 관리와 재발 방지책 마련을 촉구하는 성명서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길진균 leon@donga.com·유근형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정치권의 개헌 논의를 사실상 저지하기 위한 방어 전략을 담은 보고서를 당내의 일부 친문(친문재인) 인사 등에게 전달한 사실이 2일 확인됐다. 민주연구원장은 친문 진영의 김용익 전 의원이 맡고 있다. 문 전 대표는 현행 5년 단임제로 대선을 치르자는 입장이며, 개헌을 한다면 대선 후에 4년 중임제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개헌논의 배경과 전략적 스탠스 & 더불어민주당의 선택’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원은 개헌 저지를 위해 “(국회 개헌특위에) 4년 중임제에 긍정적이거나 비슷한 입장을 가진 의원을 다수 참여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적극적 개헌론자나 이원집정부제 주장자의 특위 참여를 소폭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30일 국회 개헌특위(여야 36명) 위원으로 소속 의원 14명을 임명했다. 보고서에는 또 “현실적으로 대선 후 개헌을 약속한다 해도 대선 뒤의 경제 위기나 각종 현안으로 개헌 추진이 동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 “(개헌을 매개로 한) 제3지대가 촛불 민심에 반하는 야합임을 각인시켜야 할 것”이란 내용도 들어 있다. 지난해 12월 29일 작성된 이 보고서는 개헌이 주요 내용이지만 민주당 개헌특위 위원들과 당 전략기획위원장에게도 전달되지 않았다. 비문 진영의 한 의원은 “당의 공식 기구가 편향적인 보고서를 만든 것도 모자라 친문 인사들에게만 전달한 것은 개헌 논의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며 반발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친문 측은 이날 “보고서는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비롯한 몇몇 당 지도부와 대선 주자 5명에게 전달한 것”이라며 “친문 인사에게만 준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길진균 leon@donga.com·문병기 기자}

여야 지도부는 1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참배로 새해 정치 일정을 시작했다. 일여삼야(一與三野) 구도 속에서 야 3당은 각자 노선에 따라 참배 대상을 차별화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국민의당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 등 양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각각 김영삼(YS), 김대중(DJ) 두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참배는 생략했다. 박정희 정부에서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던 양김(兩金) 묘역만 찾는 모습으로 현 정부와의 차별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같은 야당이지만 보수의 ‘적통’을 자임하고 있는 개혁보수신당의 행보는 달랐다. 보수신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정병국 창당추진위원장 등 당 지도부를 비롯해 김무성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은 이날 이, 박 전 대통령 참배를 시작으로, YS와 DJ 묘역까지 찾았다. 보수와 중도 진영을 함께 껴안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강경석 coolup@donga.com·길진균 기자}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가 인선에 착수하는 등 본격적인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는 30일 “이론적으로는 내년 1월 1일부터 특위 운영이 가능하다”고 조기 가동 의지를 나타냈다. 개헌 특위의 활동 기한은 내년 6월 30일까지이고 여야 의원 36명이 참여한다. 민주당은 5선의 박병석 원혜영 이종걸, 4선의 강창일 변재일 이상민, 3선의 백재현 이인영 이춘석 의원 등 특위 위원 14명을 선정했다. 간사는 이인영 의원이 맡는다. 국민의당도 4선의 김동철 비대위원장을 간사로 6선의 천정배 의원과 초선의 송기석 이상돈 이태규 의원을 특위 위원으로 확정했다. 새누리당과 개혁보수신당(가칭)은 아직은 인선 작업을 마무리하지 않았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국회가 29일 새누리당 분당 후 첫 본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4당 체제를 가동했다. 3각 분할이던 의회 권력이 네 갈래로 나뉘면서 정국 운영은 한층 복잡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 이어 신당도 캐스팅보트? 국민의당이 이날 4선의 주승용 의원을 새 원내대표로 선출하면서 여야 4당은 새로운 원내 지도부 구성을 마쳤다. 주승용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새누리당 정우택, 개혁보수신당(가칭) 주호영 원내대표 등 4당 원내 지도부는 30일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첫 회동을 연다. 이 자리에서 상임위 정수 조정 등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4당 원내대표가 처음 머리를 맞대지만 앞으로 20대 국회가 순항할지는 미지수다. 지금까지 20대 국회는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과 거대 야당인 민주당의 힘겨루기 속에서 국민의당이 사안별로 캐스팅보트를 쥔 형국이었다. 보수신당의 가세로 여야가 1 대 3으로 재편됐지만 정책이나 사안별로 2 대 2 또는 3 대 1의 혼란스러운 합종연횡이 난무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은 새누리당이 수세에 몰리는 1 대 3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촛불민심 속에서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물론이고 보수신당 역시 경제 민주화 등을 내세우며 ‘개혁 선명성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보수신당 정병국 창당추진위원장은 이날 “부패 스캔들 대처와 교육 개혁, 재벌 개혁 등을 추진하겠다”며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헌법정신을 유린한 심각한 사건으로 철저히 규명할 생각”이라고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 방어벽을 높게 쌓아야 하는 새누리당으로선 한 석 차이로 재적의원 3분의 1인 100석이 무너진 게 못내 아쉬운 대목이다. 원내의석 3분의 2 이상을 확보한 야 3당이 힘을 모을 경우 국회선진화법을 동원하더라도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사안별로는 보수신당이 새누리당과 손잡는 2 대 2의 균형 국면이 전개될 수도 있다. 경제 분야에서 ‘좌클릭’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보수신당은 ‘안보는 보수’라는 가치를 굳건하게 지키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보수신당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나 한미 동맹 등 안보 현안을 두고는 새누리당과 보조를 맞출 가능성이 크다.○ 별 인연 없는 4당 원내대표 4당 원내대표들이 서로 특별한 인연이 없다는 게 또 다른 특징이다.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는 호남(전남 고흥) 출신으로 새누리당 정우택(부산), 민주당 우상호(강원 철원), 개혁보수신당 주호영(경북 울진) 원내대표와 모두 출신 지역이 다르다. 정치에 입문한 배경도 다르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86그룹(1980년대 학번, 1960년대 출생한 운동권)에서 정치권에 진입한 반면 주승용 원내대표는 옛 김한길계 출신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새누리당 비주류 진영에서 활동했고, 정우택 원내대표는 지방자치단체장(충북도지사)을 지낸 친박(친박근혜)계 인사여서 새누리당 대 반(反)새누리당 구도가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4당 체제로 국회가 재편되면서 본회의장 좌석 배치도 크게 바뀌었다. 기존 원내 1당으로 본회의장의 가운데 자리를 차지했던 새누리당은 2당으로 밀리면서 ‘상석(上席)’을 민주당에 넘겨줬다. 대신 새누리당은 의장석을 바라보고 맨 오른쪽에, 새누리당에서 떨어져 나온 보수신당은 맨 왼쪽에 자리했다. 이날 새누리당과 보수신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에서 서로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의원들 사이에선 “분당(分黨)을 실감했다”는 말들이 나왔다.길진균 leon@donga.com·강경석·황형준 기자}

외신이 종종 ‘한국의 트럼프’로 소개하는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사진)이 2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일본 언론과 충돌했다. 이 시장은 이날 일본 교도통신 기자가 한일 위안부 합의와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에 대한 의견을 묻자 “피해자(위안부) 의사에 반하는 합의는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분명히 말하건대 일본은 (1950년) 북한이 남한을 침공하기 5년 전까지 대한민국을 무력 침공·점거한 침략 국가”라며 “침략 사실을 제대로 인정, 반성하지 않을 뿐 아니라 독도 도발을 통해 침략 의사를 일부 노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또 GSOMIA의 부당성을 강조하며 “일본은 외교, 경제, 문화 모든 면에서 우방국가이지만 역사적 사실이나 현재 여러 태도를 보면 군사적 측면에서 적대성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일본을 두고 ‘침략 의사’, ‘적대성’ 등 자극적 표현으로 비판한 것이다. 이에 도쿄신문 기자는 기자간담회치고는 이례적으로 “많이 섭섭하다”고 했다. 이어 “일본 총리가 김대중 대통령을 만났을 때 식민체제를 인정하고 반성했다. 이후 고이즈미 총리도, 무라야마 총리도 반성하고 정중히 사과했는데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받아쳤다. 그러나 이 시장은 “정권마다 말이 바뀌고 어떨 때는 부인하고, 각료들 발언을 보면 ‘필요하니까 반성한다고 말해 주지 뭐’ 이런 느낌”이라며 “진심으로 미안하게 생각하는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안보’를 강조하는 행보로 돌아온다. 문 전 대표는 26일 ‘책임안보, 강한 대한민국’을 주제로 자신의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의 두 번째 토론회를 개최한다. 지난주부터 재개한 정책 행보의 2탄이다. 탄핵 정국 이전 문 전 대표의 정책 행보는 중도·보수층을 겨냥한 우클릭 전략의 하나였다. 매머드급 싱크탱크를 기반으로 ‘준비된 후보’ 또는 안정감을 부각시킨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촛불 민심에 직면해 이재명 성남시장이 치고 올라오자 문 전 대표는 다시 선명성 경쟁에 뛰어들었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국가 대청소’라는 슬로건 아래 안보 이슈를 다시 꺼내 든 것이다. 문 전 대표 측의 이 같은 행보가 대선 다자 구도를 염두에 뒀다는 관측도 있다. 내년 조기 대선은 문 전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 개혁보수신당 후보, 그리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경쟁 구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일각의 분석이 나온다. 4자 대결을 펼쳐 민정당 노태우 후보(36.64%)가 당선됐던 1987년 모델을 분석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얘기다. 야권 관계자는 “40% 안팎의 득표율이면 집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야권의 다른 대선 주자들도 지지층 다지기에 열중하고 있다. 이 성남시장은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유가족 등과 함께 헌법재판소까지 행진을 했다. 25일엔 서울역 광장에서 KTX 해고 여승무원들과 함께 성탄절 연합예배에 참석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4일 전남 진도 팽목항의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와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을 연이어 방문한 뒤 전남 순천에서 열린 촛불 집회에 참석했다. 반면 제3지대 세 불리기에 나선 국민의당 안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노원구의 양로원을 찾아 위문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제가 야권 대선주자 간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날 국가미래연구원 주최 토론회에서 ‘즉각 도입’ 대 ‘개헌 사항’이라는 논리로 1차 충돌한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23일 재차 간접 설전을 벌였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오찬 기자간담회에서 “대선 결선투표 반대는 기득권 정치 논리”라며 “정치권에 의한 단일화가 아니고 국민에 의한 단일화가 되는 것”이라고 문 전 대표를 겨냥했다. 이어 기자들이 ‘문 전 대표는 결선투표제가 개헌 사항이라 이번에는 안 된다고 했다’고 하자 “그럴 리가 없다”면서 “본인(문 전 대표)이 (2012년) 대선 공약으로, 또 2014년 당 대표 선거 때도 공약으로 내세웠던 내용 아니냐”고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개헌과 별도로 결선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한 자신의 언론 인터뷰를 링크했다. 정의당 심상정 상임공동대표도 “문 전 대표가 발을 빼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문 전 대표는 “(나는) 개헌과 결선투표제를 (모두) 찬성하는데 왜 저를 압박하나”라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기자단 오찬간담회에서 “결선투표제를 지난 대선 때 공약했다. 제가 가장 먼저 주장했다”며 “결선투표제가 있으면 굳이 무리하게 단일화를 할 필요가 없다”며 “가장 절실히 필요한 곳이 소수 진보정당이다. 결선투표제가 있으면 진보정당도 끝까지 완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문 전 대표 측은 이번 대선부터 도입하자는 주장에는 여전히 부정적이다. 문 전 대표 측 김경수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문 전 대표는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있지만 2012년 대선 때 ‘결선 투표제 도입은 개헌 사항’이라는 의견이 다수였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즉각 도입은 어렵다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20일 국회 대정부질문 경제 분야 답변 과정에서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하며 5시간 넘게 본회의장 국무총리석을 지켰다. 그는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법과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필요한 일을 미루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은 “대통령 코스프레를 중단하라”며 황 권한대행과의 신경전을 계속했다. 향후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할 황 권한대행의 기를 눌러놓겠다는 속내로 풀이된다.○ 野 “황 총리, 이완용 같다” “지금 대한민국 대통령은 누구입니까?” 더불어민주당 김정우 의원은 황 권한대행이 발언대에 서자 대뜸 이같이 물었다. 황 권한대행은 머뭇거리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여러분이 잘 아는 박근혜 대통령입니다만 탄핵소추로 제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다”고 답했다.공세는 이어졌다. 김 의원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 고건 권한대행은 담화문에서 헌법재판소에 ‘심판 기간을 최대한 단축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황 총리는 왜 그런 말을 하지 않느냐. 대통령 코스프레를 오래 하고 싶어서 그런 것 아니냐”고 말했다. 황 권한대행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이 자신의 답변을 끊으려 하자 “묻는 말에 대답 중입니다”라며 답변을 이어갔다. 이에 김 의원이 다시 “그러니 기름장어가 ‘길라임’ 역할을 하려 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냐”고 따져 묻자 황 권한대행은 “적절치 않은 표현은 자제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발언을 마칠 때 “국민은 박 대통령의 아바타(분신)인 황 총리를 향해 하루속히 물러나라고 한다”며 “더욱 심각한 것은 대통령과 총리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있다는 것이고, 이는 왜놈에게 나라를 팔아먹고도 자신은 잘못이 없다고 한 이완용과 같다”는 원색적인 발언까지 했다. 김 의원은 기획재정부 과장 출신 초선 의원이다. 황 권한대행이 국회 출석을 기피했다는 논란도 다시 불거졌다. 민주당 김진표 의원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황제급 의전을 요구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이언주 의원은 “대정부질문에 안 나오려고 했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이냐”고 몰아붙였다. 황 권한대행은 “(과거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에 출석해 답변한 적이 있는지 알아봤는데 어느 경우에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 상태에서, 권한대행으로서 자리를 비웠을 때 국가 위기가 생길 경우 언제든지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고민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날 질문에 나선 여야·무소속 의원 12명 중 새누리당 강효상 의원을 제외하고는 황 권한대행을 ‘총리’로 호칭했다. 국회 사무총장이 영접을 나오지 않는 등 의전도 ‘총리급’이었다.○ 黃 “트럼프 측과의 채널 100여 회 가동” 야당 의원들이 ‘불요불급한 인사권 행사를 강행하고 있다’며 황 권한대행의 일부 공공기관장 인사 의지에 대해 지적하자 “부득이한 부분에 대한 인사를 단행해 국정 공백을 메워야 하지 않겠느냐는 판단을 했다”고 답했다. 이어 “국정을 조금이라도 안정시킬 수 있는 방법을 여러 측면에서 검토하고 있다. 의견을 주신다면 충분히 반영하겠다”며 한발 물러서기도 했다. 황 권한대행은 새누리당 함진규 의원이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으로 한미동맹 관계가 우려된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미 대선 기간에 우리 당국자들과 트럼프 측이 100회가 넘게, 많은 채널로 협의했다고 들었다.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했다. 이어 트럼프 당선인의 ‘한국 안보 무임승차’ 주장과 관련해 “트럼프 당선인 측 스태프(참모진)에게 정보 제공의 노력을 하고 있고 그런 효과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며 “당선인 측 반응이 선거 때와 다르다”고 말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 상황이 엄중하다”며 “내년 성장률 3% 예측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6월 말 정부가 발표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다만 내년 상반기(1∼6월) 중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대해서는 “내년 1분기(1∼3월) 상황과 경제 실적치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신중하게 답했다. 이날 오후 7시 10분 대정부질문이 끝났을 때 본회의장을 지킨 의원은 재적의 10분의 1 수준인 30여 명에 불과했다. “국정 안정을 위한 해법을 논의하자”며 황 권한대행의 출석을 압박했던 야권의 주장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길진균 leon@donga.com·송찬욱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1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과 촛불 민심을 반영하겠다며 △2대 시급과제 △7대 단기과제 △3대 중·장기과제 등 12가지 입법·정책 과제를 발표했다. 단기적으론 ‘최순실 게이트’ 관련 부패 청산을 추진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시민의 정치적 권리 확대 및 포용적 성장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상당 부분이 현 정부의 주요 정책을 중도 폐기하거나 수정하겠다는 내용인 데다 일부 위헌 소지 등 법률적 논란도 있어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은 시급 과제로 ‘박근혜 정권하에 강행된 일방적 국정행위 중단’을 꼽고 있다. 국정 역사교과서 도입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진,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한일 위안부합의 등이 그것이다. 민주당은 또 ‘민생 활력 제고’를 위해 △상가임대차보호법상 계약 갱신 연한 연장(5년→10년) △주택임대차보호법상 계약갱신청구권 및 전월세상한제 도입 △농어민 지원을 위한 1조 원 농어촌상생기금법 처리 등을 시급 과제로 선정했다. 이어 민주당은 첫 번째 단기과제로 최순실 게이트 연루자 처벌을 꼽았다. 육영재단과 영남학원 등 박근혜 대통령과 최 씨가 연루된 재산 형성 과정을 조사해 부정 축재 재산은 국고로 환수하는 특별법을 제정하겠다는 것이다. 또 부동산실명법, 금융실명법 등을 개정해 박 대통령과 최 씨의 제3자 명의 재산도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최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이화여대 부정 입학 의혹을 계기로 입학 비리 및 학사관리 특혜를 처벌하는 ‘정유라 방지법’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들 단기과제의 시행 목표 시점은 내년 상반기다. 하지만 농어촌상생기금법은 대기업의 출연을 받아 1조 원을 조성하자는 취지여서 미르·K스포츠재단의 ‘강제 모금’을 비판해 온 민주당 입장과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 최 씨 일가의 부정 축재 재산을 환수하자는 계획도 불법성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연좌제라는 위헌 논란이 일 수 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최 씨의 불법 재산을 찾아내 추징해야 한다는 국민감정에 공감하지만 사실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했다. 민주당이 단기과제로 제시한 ‘예산법안 영향평가제’도 우려를 낳고 있다. 이는 예산과 법안이 특정 기업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계산해 공개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입법에 따른 비용은 추산할 수 있어도 그 효과를 예상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민주당이 중장기적 과제로 꼽은 ‘시민의 정치적 권리 확대’ 등도 논란의 대상이다. 민주당은 갈등이 예상되는 공공정책과 관련해 일반 시민으로 ‘민회’를 구성한 뒤 여기서 심의·의결하도록 하는 시민의회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직접 민주주의가 아닌 대의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헌법에 위배될 수 있고, 기존의 지방자치의회나 국회의 역할과도 중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9일 국회의 탄핵안 통과 이후 ‘포스트 탄핵’ 정국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야권 대선 주자들의 차별화 행보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시민혁명론’을 앞세워 발언 수위를 점점 높이고 있다. 그는 17일 울산 촛불집회에서는 “새로운 세상은 정치인에게만 맡겨서 가능할 수 없다”며 “이번에는 시민혁명을 완성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촛불정국에서 상대적으로 뒤늦게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운동에 뛰어든 문 전 대표가 빨라진 대선 시계를 염두에 두고 야권 지지층 다지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18일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다룬 영화 ‘판도라’를 부산에서 본 뒤에는 “부산시민들은 머리맡에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원전) 하나 매달아 놓고 사는 것과 같다”며 “사고 발생 가능성이 수백만분의 일밖에 안 된다 하더라도 막아야 되는 거 아닙니까. 판도라 뚜껑을 열지 말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판도라 상자 자체를 아예 치워 버려야죠”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혁명 발언에 ‘원전 폐기론’까지 더한 셈이다. ‘촛불 독주’로 민주당 대선 주자 ‘빅2’로 올라선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은 오히려 보수를 자처하기 시작했다. 진보 성향 지지층을 다진 이 시장이 중도·보수 확장에 시동을 걸며 대선 2단계 전략에 돌입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17일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가 있는 경북 구미를 찾은 이 시장은 “법과 원칙대로 하는 것이 진정한 보수의 가치”라며 ‘진짜 보수론’을 설파했다. 그는 “복지 확대는 세금을 이상한 데 쓰지 말고 청년과 장애인, 노인 복지에 돈을 쓰자는 것”이라며 “성남시가 청년배당과 산후조리 지원 등 복지에 돈을 쓸 때 구미시는 1900억 원을 박정희 대통령 우상화 사업에 쏟아부었다”고 주장했다. 이 시장은 이날 새벽엔 페이스북에 “등 뒤에 내리 꽂히는 비수. 아프다. 정말 아프다”라고 썼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문 전 대표 지지자 등 야권 내부의 견제성 비판이 가해지자 소회를 드러낸 것이다. 야권 주자 중 유일하게 안정이라는 화두를 잡은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는 재차 협치를 강조했다. 안 전 대표는 18일 발표한 성명에서 “(야권이) 주도권 경쟁을 할 때가 아니다”라며 “부패·기득권 체제를 청산하기 위해 정치 지도자들을 언제, 어디서든 조건 없이 만나 해법을 찾겠다”고 촉구했다. ‘ ‘촛불 강경파’였던 박원순 서울시장과 원외 개헌파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선두 주자 문재인 때리기’에 나섰다. 박 시장은 17일 광주에서 “대세론을 작동하면 후보의 확장력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호남에서 상대적 약세인 문 전 대표를 비판했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개인의 인기나 과단성에도 불구하고 5년의 성취, 국민의 삶, 국가적 전환에서 뭐가 있었는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손 전 대표 역시 같은 날 광주에서 “기득권·패권 세력은 절대 헌법 개정을 안 한다”며 개헌 논의에 제동을 걸고 있는 문 전 대표를 비판했다. 반면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충청권 경쟁자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경계했다. 안 지사는 1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신 이후 반 총장의 행동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유엔 사무총장이 된 반 총장이 노 전 대통령 서거 1년 뒤에야 비공개로 조문한 사실을 비판한 것이다.길진균 leon@donga.com·황형준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사진)가 연일 강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문 전 대표는 16일 페이스북에 전날 불거진 청와대의 대법원 등 사법부 사찰 의혹과 관련해 “박근혜 정부가 양승태 대법원장과 사법부를 불법 사찰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는 헌법 쿠데타”라고 했다. “특검이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을 압수수색해야 할 사안”이라며 “관련자들을 모두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고도 했다. 문 전 대표는 한 언론 인터뷰에선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기각을 결정하면 어쩌나’라는 질문에 “그런 결정을 내린다면 다음은 ‘혁명’밖에는 없다”고 했다. 문 전 대표는 주요 언론에 대한 적대적 태도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복막암으로 투병 중인 MBC 해직 기자 이용마 씨를 위로 방문한 자리에서 “동아 조선 중앙일보 등(주요 언론)이 권력을 비판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는 “종합편성채널에 대한 재인가 기준과 요건을 엄격하게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내년 조기 대선 정국을 앞두고 사실상 언론 통제를 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한국갤럽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조사 기간 13∼15일)에서 9일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민주당의 정당 지지도가 지난주보다 5%포인트 오른 40%로 나타났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민주당 계열 정당 지지도가 40%를 넘은 건 김대중 전 대통령 취임 첫해인 1998년 이후 18년 만이다. 당시 여당이던 새정치국민회의는 그해 3월에 45%, 6월에 43%였다. 새누리당은 지난주보다 2%포인트 오른 15%였고, 국민의당(12%)은 3주 연속 지지도가 하락해 새누리당에 역전당했다. 민주당은 여당의 텃밭인 대구·경북(32%)에서도 새누리당(25%)을 앞섰고, 광주·전라(53%)에서 국민의당(22%)의 2배 넘게 지지를 받았다. 연령별 지지도는 60대 이상(16%)을 제외한 20∼50대에서 1위였다. 민주당은 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이 불거진 10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지지율이 올라 30%를 넘어섰다. 탄핵안 가결을 계기로 제1야당에 대한 ‘밴드왜건(Bandwagon·편승)’ 효과가 나타났다는 분석이다.길진균 leon@donga.com·우경임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6일 청와대의 대법원 등 사법부 사찰 의혹과 관련해 "헌법 쿠데타"라고 비판했다. 이날 페이스북에 "박근혜 정부가 양승태 대법원장과 사법부를 불법 사찰한 정황이 드러났다"며 "사실이라면 삼권분립의 민주주의 근간을 훼손한 심각한 사태"라고 지적했다. "특검이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을 압수수색 해야 할 사안이다. 관련자들을 모두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고도 했다. 문 전 대표는 9일 국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 이후 연일 강경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등 야권의 다른 대선주자들보다 다소 늦게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운동에 뛰어든 뒤 광범위한 의제와 관련해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문 전 대표는 한 언론 인터뷰에선 "헌법재판소가 (박 대통령의) 탄핵 기각을 결정하면 어쩌나"라는 질문에 "상상하기 어렵지만 (헌재가) 그런 판결을 내린다면 다음은 혁명밖에는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을 언급하며 언론개혁을 요구하기도 했다. 복막암으로 투병 중인 MBC 해직기자 이용마 씨를 위로 방문한 자리에서 "지금 MBC를 비롯한 공영방송들이 참담하게 무너져 있다"며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법적장치를 확실히 제도화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에 시민사회까지 참여하는 '사회개혁 대기구'를 구성해 언론에 대한 적폐 해소 대책 등을 논의해 입법하자는 제안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주택과 상가의 전월세를 내년에 한해 올리지 못하게 동결하자는 방안을 제안했다. 서민들의 어려워지는 살림살이를 감안해 세 부담을 덜어 주겠다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부동산 업계와 전문가들은 “임대차 시장의 현실을 모르고 내놓은 무책임한 정책”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표심(票心)을 공략하는 카드로 내놓을 정책에 대해 효과와 부작용을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5일 국회에서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내년 한 해에 한해 상가 주택 전월세 동결 조치를 고려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내년에 우려되는 내수 위축을 막고 소비를 진작하기 위해 획기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윤 의장은 “당에서는 700만 자영업자, 가족까지 2000만 명, 그리고 2500만 세입자들에게 가계 부담과 영업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상가 및 주택 임대차 계약 갱신 청구권을 촉구해 왔다”라며 “국민 절반에 해당하는 전월세 부담 문제를 해결한다면 자영업자와 세입자, 특히 청년 세대에게 주는 희망이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의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재 발의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 한시 적용으로 (법조문을) 약간만 손보면 내년에 계약이 만료되는 주택 상가 계약은 동결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야당의 이런 제안에 부동산 업계와 전문가들은 “시장에서 현실적으로 적용되기 어려운 발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사인(私人) 간의 거래를 정부를 통해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건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월세 상한제가 실효성 없는 정책이라고 비판을 받는데 가격 동결책은 더 현실성이 떨어지는 정책”이라며 “시장 작동 원리를 거스르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임대인 상당수가 자신의 재산 대부분을 투자해 여기서 나오는 임대료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을 감안하면 ‘친(親)서민 정책’이라는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정치권의 지나친 규제가 자칫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야당은 내년 1년에 국한될 정책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자칫 이것이 선례가 될 경우 시장에 ‘임대료는 언제든 통제될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임대 규제가 늘수록 임대 사업을 하려는 잠재적 공급자들을 움츠러들게 해 장기적으로 가격은 오르고 주택의 질은 떨어지는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가격 동결책이 최근 아파트 분양 물량 증가로 겨우 진정 기미에 접어든 전월세 시장을 들썩이게 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가격 동결이 현실화되면 법 시행 직전에 집주인들이 미리 임대료를 올릴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전세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렸던 1990년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임대료를 미리 올리겠다고 집주인들이 나서면서 1989년에만 전년 대비 17.5%, 1990년에는 16.8%나 전세금이 폭등했다. 정부는 야당의 제안이 전월세상한제 도입을 위한 일종의 ‘협상 카드’가 되지 않을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전월세 동결이 강제할 수 있는 사항인지 법리적 검토가 필요하다”라면서도 “앞서 야당이 꾸준히 제안했던 전월세 상한제의 연장선으로 해석되는 만큼 당분간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구가인 comedy9@donga.com·길진균 / 세종=이상훈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이듬해인 2014년 ‘비선 실세’ 최순실 씨(60·구속 기소)와 그의 남편 정윤회 씨 부부에게 이혼을 권유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은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특별위원회 4차 청문회에 출석해 “정윤회 문건 파동 때 따로 취재해 봤는데…”라며 최 씨 부부의 이혼 배경에 대해 언급했다. 조 전 사장은 “2014년 1월 6일 (세계일보에) 문건이 보도되고, 2월에 (박 대통령이) 두 사람 이혼하는 게 좋겠다고 권유했다. 그리고 3월에 두 사람은 이혼을 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정유섭 의원은 “그렇다면 비선 실세가 두 사람에서 한 사람으로 줄고, (최 씨가) 슈퍼파워가 됐다는 거냐”고 물었고, 조 전 사장은 “그런 셈”이라고 답했다. 정 의원이 다시 “그러니까 최순실이 비선 실세로서 모든 전권을 휘두르게 된 거냐”라고 묻자 조 전 사장은 “그렇다고 본다”고 말했다. 1995년 결혼한 정 씨와 최 씨가 법적으로 갈라서게 된 것은 2014년 5월이다. 최 씨는 그해 3월 정 씨를 상대로 한 이혼조정 신청서를 서울가정법원에 제출했고 5월 조정이 성립해 이혼이 확정됐다. 당시 두 사람의 이혼 조정안에 담긴 ‘비밀유지 조항’이 화제가 됐다. 결혼 기간 중에 있었던 일을 외부에 누설하지 않고, 향후 서로를 비난하지 말자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자녀 양육권은 최 씨가 갖게 됐다. 재산도 대부분 최 씨 소유였다. 당시 둘은 위자료 청구나 재산분할 청구 소송도 하지 않았다. 올해 5월 정 씨가 최 씨를 상대로 돌연 재산 분할 소송을 제기해 세간의 관심을 모았으나 4개월 만에 소송을 취하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두 사람의 이혼을 종용했다는 증언은 곳곳에서 나왔다. 두 사람의 딸인 정유라 씨(도피 중)와 가까운 한 인사는 “2014년 정윤회 최순실 씨가 이혼한 뒤 정 씨가 주변 사람들에게 ‘대통령이 우리 부모를 이혼시켰다’고 말하고 다녔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정윤회 씨의 아버지 정관모 씨도 올 10월 채널A 인터뷰에서 “며느리였던 최 씨가 아들과 박근혜 대통령을 멀어지게 했다. 결국 그 일로 아들 부부가 이혼하게 됐다”고 말해 두 사람의 이혼에 박 대통령이 영향을 미쳤음을 내비쳤다. 정윤회 씨는 최 씨와 이혼하기 전인 2012년 대선 때 최 씨와 함께 박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막후에서 모종의 역할을 했고, 당선 직후 청와대에서 공식 직책을 제의받았지만 ‘비선’ 역할을 고수하며 거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서형석 skytree08@donga.com·길진균·권오혁 기자}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14일 공개한 ‘최순실 녹취록’에 최순실 씨가 독일에서 10월 30일 귀국 직전 측근에게 국정 농단 진상을 은폐하기 위한 구체적인 지시를 내린 정황이 담겨 있어 파문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녹취록과 박 의원에 따르면 최 씨는 10월 27일 측근으로 추정되는 남성에게 전화를 걸어 “큰일 났네. 고(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한테 정신 바짝 차리고”라고 말한 뒤 몇 가지를 지시했다. 사이가 틀어진 고 씨가 어떤 불리한 증언을 할지 모르니 경계하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최 씨는 또 “걔네(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 등)들이 이게 완전히 조작품이고 얘네들이 이거를 훔쳐 가지고 이렇게 했다는 걸로 몰아야 된다”고 했다. 여기서 ‘이거’는 최순실 게이트를 촉발한 태블릿PC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태블릿PC의 증거 능력을 무력화하기 위해 누군가가 훔쳐서 조작한 것으로 꾸미자는 얘기다. 특히 최 씨는 이 통화 전날인 10월 26일 독일 현지에서 이뤄진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태블릿을 갖고 있지도 않고 쓸 줄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본인 인터뷰에 이어 한국에서도 말을 맞추려 한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11일 “태블릿PC는 최 씨의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야권 관계자는 “통화 상대방은 최 씨의 최측근인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인 것 같다”고 말했다. 노 씨는 독일 현지에서 최 씨 모녀의 승마장 계약, 법인 설립 등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는 이날 노 씨에게 수차례 연락했으나 닿지 않았다. 녹취록에 따르면 최 씨는 미르재단 설립 출연금 모금 과정을 폭로한 이 전 사무총장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성한이도 아주 계획적으로 하고 돈도 요구하고 이렇게 했던 저걸로 해서, 이걸 이제 하지 않으면… 분리를 안 시키면 다 죽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나선 이임순 순천향대 의대 교수에게 “실제 이성한이 돈을 요구했다는 기사가 10월 말쯤 나왔다”며 “귀국 직전 한 얘기인데 이런 지침을 받은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최 씨의 딸 정유라 씨가 지난해 제주도에서 아이를 낳을 때 돌봐줬다는 이 교수는 “없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미르재단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전 사무총장이 재단 돈을 일부 횡령한 정황을 최 씨가 알고 재단 일에서 배제했다”며 “이 일로 이 전 사무총장도 최 씨에게 앙심을 품었다”고 밝혔다. 최 씨가 이 같은 이 전 사무총장의 약점을 알고 입막음을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녹취록에 따르면 최 씨는 고 씨와의 관계를 숨기거나 축소하기 위한 지시도 했다. 통화에서 “나랑 어떻게 알았느냐고 그러면 가방 관계 납품했다고 그러지 말고, 옛날에 지인을 통해 알았는데 그 가방은 발레밀론가(빌로밀로의 틀린 발음) 그걸 통해 왔고 그냥 체육관에 관심이 있어서 그 지인이 알아서 연결을 해줘서 내가 많은 도움을…”이라고 했다. 최 씨는 또 “고원기획은 이야기하지 말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2014년 7월 설립된 고원기획은 고 씨의 성과 최 씨가 개명한 이름인 최서원의 끝 글자를 따서 만든 회사다. 별다른 범죄 혐의가 없는 회사를 굳이 감추려 한 것은 이름을 따 회사를 만들 정도였던 둘의 관계를 숨기려 한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 등이 출석하는 15일 4차 청문회에서 최 씨의 통화 내용을 추가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길진균 leon@donga.com·박훈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