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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가 ‘사칭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몸살을 앓고 있다. 본인 인증 절차 없이 누구나 쉽게 계정을 만들 수 있는 SNS가 늘면서 연예인을 사칭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타짜’(2006년)에서 “묻고 더블로 가!” 등 대사로 큰 인기를 끌며 데뷔 24년 만에 제2의 전성기를 맞은 배우 김응수는 최근 ‘사칭 인스타그램’으로 곤혹을 치렀다. 해당 인스타그램은 ‘kim_yes_soo’라는 영문명과 김응수의 사진을 프로필로 내걸어 김응수의 공식 계정처럼 보였다. 프로필 소개글 역시 “젊은 친구들, 신사답게 팔로우해!”라는 그의 영화 속 유행어를 활용한 탓에 김응수의 공식 SNS로 입소문이 나면서 팔로어가 급격히 늘었다. 이를 바로잡은 건 김응수의 딸 은서 씨.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게시물을 보자마자 아버지에게 전화했지만 전혀 모르셨다. 아버지 이름으로 된 계정과 사진, 게시물은 전부 사칭”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일자 해당 계정은 삭제됐다. 지난달 새 앨범 ‘러브 포엠’을 발매한 아이유도 피해를 입었다. 최근 그의 공식 유튜브 채널의 이름과 디자인, 구성을 베낀 계정이 등장한 것. 이 계정은 앨범 발매일에 맞춰 기존 아이유 영상을 짜깁기해 뮤직비디오가 존재하지 않는 수록곡 ‘새 사람’의 뮤직비디오를 올렸다. 뮤직비디오에 ‘원더케이’(소속사 ‘카카오M’의 공식 유튜브 채널명) 로고까지 넣었다. 사칭 논란이 일자 해당 계정은 이름을 바꿨다. ‘대세 중의 대세’인 EBS 인기 캐릭터 펭수 제작진도 사칭을 당했다. EBS 제작진은 “오프라인에서 펭수 관련 콘텐츠에 쓰일 목적이라며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사례가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정당한 절차 없이 절대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으므로 주의 바란다”고 당부했다. 각종 루머와 악플에 고통 받던 설리가 올해 10월 세상을 등진 후에도 사칭 논란이 일었다. 인터넷 BJ 베폰은 설리가 숨진 다음 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설리 남자친구입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자신을 설리의 남자친구라고 주장한 BJ 베폰은 “설리야 잘 가라. 그곳에서는 행복해야 해 알겠지?”라고 했다. 논란이 일자 그는 “추모하는 영상을 올리려는 것이었고, 팬으로 사랑했다는 표현으로 남자친구라고 얘기했다”고 밝혔지만 비판이 거세다. 지난해 요리연구가이자 방송인 백종원을 사칭한 SNS 계정이 등장하자 그의 아내 소유진이 “내 남편은 SNS를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SNS 사칭 피해를 겪은 배우 이민호는 “사칭 때문에 나도 시작, 내가 진짜 미노미(이민호 애칭). 사칭 노노”라는 글과 함께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었다. 팬들이 “증명하라”고 요구하자 이민호는 일상 사진을 올리며 “진짜 나 맞아”라고 인증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개그맨 유재석과 하하,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 중인 축구선수 박주호의 자녀 나은과 건후, 배우 박해진 천우희 문근영, 개그우먼 이국주, 국가대표 체조선수 출신 손연재도 비슷한 피해를 입었다. 문제는 현행법상 온라인에서 타인의 사진을 게시하는 등의 단순 사칭만으로는 처벌이 어렵다는 점이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초상권 침해는 금전적 피해 등이 구체적으로 입증돼야 처벌할 수 있는데 연예인 SNS 사칭은 이를 입증하기 힘들다. 피해가 늘어나는 만큼 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연예계가 ‘사칭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몸살을 앓고 있다. 본인 인증 절차 없이 누구나 쉽게 계정을 만들 수 있는 SNS가 늘면서 연예인을 사칭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타짜’(2006년)에서 “묻고 더블로 가!” 등 대사로 큰 인기를 끌며 데뷔 24년 만에 제2의 전성기를 맞은 배우 김응수는 최근 ‘사칭 인스타그램’으로 곤혹을 치렀다. 해당 인스타그램은 ‘kim_yes_soo’라는 영문명과 김응수의 사진을 프로필로 내걸어 김응수의 공식 계정처럼 보였다. 프로필 소개글 역시 “젊은 친구들, 신사답게 팔로우해!”라는 그의 영화 속 유행어를 활용한 탓에 김응수의 공식 SNS로 입소문이 나면서 팔로어가 급격히 늘었다. 이를 바로잡은 건 김응수의 딸 은서 씨.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게시물을 보자마자 아버지에게 전화했지만 전혀 모르셨다. 아버지 이름으로 된 계정과 사진, 게시물은 전부 사칭”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일자 해당 계정은 삭제됐다. 지난달 새 앨범 ‘러브 포엠’을 발매한 아이유도 피해를 입었다. 최근 그의 공식 유튜브 채널의 이름과 디자인, 구성을 베낀 계정이 등장한 것. 이 계정은 앨범 발매일에 맞춰 기존 아이유 영상을 짜깁기해 뮤직비디오가 존재하지 않는 수록곡 ‘새 사람’의 뮤직비디오를 올렸다. 뮤직비디오에 ‘원더케이’(소속사 ‘카카오M’의 공식 유튜브 채널명) 로고까지 넣었다. 사칭 논란이 일자 해당 계정은 ‘이지금(IU Official)’으로 타이틀을 바꿨다. ‘대세 중의 대세’인 EBS 인기 캐릭터 펭수 제작진도 사칭을 당했다. EBS 제작진은 “오프라인에서 펭수 관련 콘텐츠에 쓰일 목적이라며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사례가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정당한 절차 없이 절대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으므로 주의 바란다”고 당부했다. 각종 루머와 악플에 고통 받던 설리가 올해 10월 세상을 등진 후에도 사칭 논란이 일었다. 인터넷 BJ 베폰은 설리가 숨진 다음 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설리 남자친구입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자신을 설리의 남자친구라고 주장한 BJ 베폰은 “설리야 잘 가라. 그곳에서는 행복해야해 알겠지?”라고 했다. 논란이 일자 그는 “추모하는 영상을 올리려는 것이었고, 팬으로 사랑했다는 표현으로 남자친구라고 얘기했다”고 밝혔지만 비판이 거세다. 지난해 요리연구가이자 방송인 백종원을 사칭한 SNS 계정이 등장하자 그의 아내 소유진이 “내 남편은 SNS를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SNS 사칭 피해를 겪은 배우 이민호는 “사칭 때문에 나도 시작, 내가 진짜 미노미(이민호 애칭). 사칭 노노”라는 글과 함께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었다. 팬들이 “증명하라”고 요구하자 이민호는 일상 사진을 올리며 “진짜 나 맞아”라고 인증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개그맨 유재석과 하하,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중인 축구선수 박주호의 자녀 나은과 건후, 배우 박해진 천우희 문근영, 개그우먼 이국주, 국가대표 체조선수 출신 손연재도 비슷한 피해를 입었다. 문제는 현행법상 온라인에서 타인의 사진을 게시하는 등의 단순 사칭만으로는 처벌이 어렵다는 점이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초상권 침해는 금전적 피해 등이 구체적으로 입증돼야 처벌할 수 있는데 연예인 SNS 사칭은 이를 입증하기 힘들다. 피해가 늘어나는 만큼 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내 팬은 내가 챙긴다.” 아이돌 스타들의 ‘역조공’이 주목받고 있다. ‘조공’은 팬들이 연예인에게 선물하는 것을 뜻하는 은어. ‘역조공’은 거꾸로 연예인이 팬에게 선물하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스타들의 역조공이 녹화장에 온 팬들을 위해 도시락 같은 끼니를 준비하는 정도였다면 최근에는 직접 쓴 손 편지, 커플링, 패딩 점퍼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 ‘플라워 샤워’(FLOWER SHOWER)로 2년 만에 컴백한 가수 현아는 16일 MBC ‘쇼!음악중심’ 공개방송 녹화에 온 팬들에게 패딩 점퍼를 선물했다. 이날 선물을 받은 김유나 양(19)은 “팬들을 향한 사랑이 느껴져서 늘 고맙다”고 말했다. 현아는 인스타그램에 “감기 조심해. 사랑해”라며 팬들과 함께 패딩 점퍼를 입고 찍은 사진을 올렸다. 7일 엠넷(Mnet) ‘엠카운트다운’ 녹화 때는 입생로랑 화장품 세트와 티셔츠, 새 앨범 재킷 사진이 프린트된 담요, ‘많이 보고 싶었다. 내가 더 열심히 할게. 자주 보자’라고 직접 쓴 편지를 전했다. 10일에는 SBS ‘인기가요’를 보러 온 팬들을 찾아 ‘춥잖아. 어디 들어가서 따뜻하게 있어’라는 메시지가 담긴 스타벅스 상품권을 직접 나눠줬다. 소속사 피네이션의 황규완 이사는 “현아 스스로 사비를 털어 팬들의 선물을 준비한 것”이라고 전했다. 아이유도 ‘역조공의 아이콘’이다. 올해 9월 데뷔 11주년 팬 미팅에 참석한 팬들에게 기념주화를 선물했고 10주년 때는 반지를 관객 전원에게 전했다. 아이유는 이 반지를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IU TV’에 끼고 나와 “유애나(팬클럽)랑 저의 커플링”이라고 소개했다. 아이유는 공식석상은 물론 일상에서도 이 반지를 낀다. 소속사 카카오M의 박정현 실장은 “10주년이란 의미가 특별하다 보니 아이유가 기념이 될 만한 걸 선물하고 싶어했다”며 “반지 디자인도 아이유가 직접 골랐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BTS)은 음악방송 녹화장을 찾은 팬들에게 간식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멤버별로 선물을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멜론뮤직어워드(MMA)에서 부채춤 퍼포먼스를 선보였던 지민은 자필 글씨가 담긴 부채와 투명 포토카드를 선물했다. 슈가는 올 4월 KBS ‘뮤직뱅크’ 녹화장을 찾은 팬들에게 이름 이니셜 ‘SG’가 새겨진 티셔츠와 포토카드를 전했다. 원더걸스 출신 가수 유빈과 선미, 수지, 블랙핑크 제니도 역조공을 자주 한다. 유빈은 지난해 솔로 활동 당시 SBS ‘인기가요’를 찾은 팬들을 위해 근처 카페를 통째로 빌려 13만 원 상당의 화장품과 음료를 제공했다. 이후 유빈은 SBS 라디오 파워FM ‘최화정의 파워타임’에 출연해 “10년 만에 솔로로 데뷔했고 오랫동안 기다려준 팬들에게 좋은 걸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수지는 지난해 솔로 쇼케이스를 찾은 800명에게 자신이 모델로 활동 중인 화장품 브랜드의 립글로스를, 또 같은 해 음악 프로그램 공개방송을 찾은 팬들에게는 응원봉과 20만 원 상당의 반지를 선물했다. 스타의 역조공은 팬덤의 달라진 위상이 그 중심에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팬들이 스타와 함께 커가는 동반자 같은 존재가 되면서 역조공 문화가 생겨났다”며 “팬들과 가깝게 소통하기 위한 방식 중 하나가 역조공”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내 팬은 내가 챙긴다.” 아이돌 스타들의 ‘역조공’이 주목받고 있다. 역조공은 팬들이 연예인에게 선물하는 것을 뜻하는 은어 ‘조공’에서 나온 말로, 연예인이 팬에게 선물하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스타들의 역조공이 녹화장에 온 팬들을 위해 도시락을 준비하는 정도였다면 최근에는 직접 쓴 손 편지, 커플링, 패딩 점퍼로 진화됐다. ‘플라워 샤워’(FLOWER SHOWER)로 2년 만에 컴백한 가수 현아는 16일 MBC ‘쇼!음악중심’ 공개방송 녹화에 온 팬들에게 패딩 점퍼를 선물해 화제가 됐다. 이날 선물을 받은 김유나 양(19)은 “팬들을 향한 사랑이 느껴져서 늘 고맙다”고 말했다. 현아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감기 조심해. 사랑해”라며 팬들과 함께 패딩 점퍼를 입고 찍은 사진을 올렸다. 7일 엠넷(Mnet) ‘엠카운트다운’ 녹화 때는 입생로랑 화장품 세트와 티셔츠, 새 앨범 재킷 사진이 프린트 된 담요, ‘많이 보고 싶었다. 내가 더 열심히 할게. 자주 보자’라고 직접 쓴 편지를 전했다. 10일에는 SBS ‘인기가요’를 보러 온 팬들을 찾아 ‘춥잖아. 어디 들어가서 따뜻하게 있어’라는 메시지가 담긴 스타벅스 상품권을 직접 나눠줬다. 소속사 피네이션의 황규완 이사는 “현아 스스로 사비를 들여 팬들에게 선물을 준비한 것”이라고 전했다. 아이유도 ‘역조공의 아이콘’이다. 올해 9월 데뷔 11주년 팬 미팅에 참석한 팬들에게 기념주화를 선물했고 10주년 때는 반지를 관객 전원에게 전했다. 아이유는 이 반지를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IU TV’에 끼고 나와 “유애나(팬클럽)랑 저의 커플링”이라고 소개했다. 아이유는 공식석상은 물론 일상에서도 이 반지를 낀다. 소속사 카카오M의 박정현 실장은 “10주년이란 의미가 특별하다보니 아이유가 기념이 될만한걸 선물하고 싶어했다”며 “반지 디자인도 아이유가 직접 골랐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BTS)은 음악방송 녹화장을 찾은 팬들에게 간식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멤버별로 선물을 잘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멜론유직어워드(MMA)에서 부채춤 퍼포먼스를 선보였던 지민은 자필 글씨가 담긴 부채와 투명포토카드를 선물했다. 슈가는 올해 4월 KBS ‘뮤직뱅크’ 녹화장을 찾은 팬들에게 이름 이니셜 ‘SG’가 새겨진 티셔츠와 포토카드를 전했다. 원더걸스 출신 가수 유빈과 선미, 수지, 블랭핑크 제니도 역조공을 자주 한다. 유빈은 지난해 솔로 활동 당시 SBS ‘인기가요’를 찾은 팬들을 위해 근처 카페를 통째로 빌려 13만 원 상당의 화장품과 음료를 제공했다. 이후 유빈은 SBS 라디오 파워FM ‘최화정의 파워타임’에 출연해 “10년 만에 솔로로 데뷔했고 오랫동안 기다려준 팬들에게 좋은 걸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수지는 지난해 솔로 쇼케이스를 찾은 800명에게 자신이 모델로 활동 중인 화장품 브랜드의 립글로스를, 또 같은 해 음악프로그램 공개방송을 찾은 팬들에게는 응원봉과 20만 원 상당의 반지를 선물했다. 스타의 역조공은 팬덤의 달라진 위상이 그 중심에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팬들이 스타와 함께 커가는 동반자 같은 존재가 되면서 역조공 문화가 생겨났다”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 팬덤은 굿즈 등의 구매를 통해 스타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문화가 강해지고 있다”며 “스타도 일방적으로 받기보다는 역조공을 통해 팬들과 가깝게 소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24일 서울 강남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걸그룹 ‘카라’ 출신 가수 구하라 씨(28)가 자신의 신변을 비관하는 내용의 메모를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구 씨 집 거실 탁자 위에서 손글씨 메모를 발견했다”고 25일 밝혔다. 노트에 적힌 20∼30자 분량의 두 줄 메모엔 ‘힘들다’란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구 씨는 24일 0시 35분경 귀가하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찍혔고 이날 오후 6시경 숨진 채로 가사도우미에게 발견했다. 경찰 관계자는 “가사도우미가 구 씨와 연락이 되지 않자 집으로 찾아왔다가 구 씨를 발견했다”며 “유족의 진술과 현장 상황 등을 종합해 볼 때 범죄 혐의점이 없어 부검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구 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연예계는 행사 일정을 취소하는 등 구 씨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는 분위기다. 걸그룹 AOA는 26일 쇼케이스를, 마마무는 25일 트위터 블루룸 라이브 일정을 취소했다. 아이돌 그룹 엑소와 NCT127은 각각 컴백 티저 이미지 및 자체 콘텐츠의 공개 일정을 연기했다. 가수 채리나 씨는 “정말 너무 슬프다. 너무 어여쁜 후배를 또 떠나 보냈다”라는 글을 남기며 안타까워했다. 외신은 구 씨의 사망 소식을 무겁게 다뤘다. 미국 CNN은 24일 “케이팝 스타 구하라가 숨진 사건은 악플이 주는 극심한 압박에 대한 논의를 재점화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케이팝 스타들은 엄청난 중압감을 받고 있다. 연예인들은 실생활을 통제받고 줄곧 악플에 시달려야 한다”고 보도했다. 김은지 eunji@donga.com·김정은·윤다빈 기자}
24일 서울 강남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걸그룹 ‘카라’ 출신 가수 구하라 씨(28)가 숨지기 전 자신의 신변을 비관하는 메모를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구 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25일 “구 씨 자택의 거실 탁자 위에서 손으로 쓴 짧은 메모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발견된 메모는 신변을 비관하는 내용의 짧은 문구들이 줄 그인 메모장의 한쪽 귀퉁이에 적힌 형태로, 구체적인 내용은 적혀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숨진 구 씨를 처음 발견한 것은 구 씨와 오랫동안 알고 지내 온 가사도우미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가사도우미가 구 씨와 연락이 안 돼 집을 방문해 확인했다가 숨진 구 씨를 발견했다”며 “현장감식 결과와 유족 진술 등을 종합해 볼 때 현재까지 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유족, 검찰 관계자 등과 함께 구 씨의 부검 여부를 논의 중이다. 구 씨의 안타까운 소식이 알려지자 국내외 연예계에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애도 글을 올리거나 행사를 취소하며 고인을 추모했다. 2011년 SBS 드라마 ‘씨티헌터’에 함께 출연한 박민영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마지막 길 함께 해주지 못해 미안해. 나에겐 언제나 귀여운 하라로 기억할게. 조심히 가”라는 글과 함께 생전 구하라와 함께했던 사진을 게재했다. 가수 채리나 역시 “정말 너무 슬프다. 진짜 너무 미치도록 슬프다. 너무 어여쁜 후배를 또 떠나보냈다”라는 글을 남기며 안타까워했다. 해외스타들도 애도 행렬에 동참했다. 영국 가수 앤 마리는 “RIP(Rest in peace) Goo Hara”라는 문구를 트위터에 올렸다. 일본 아이돌 그룹 ‘NMB48 팀N’ 멤버인 요시다 아카리도 “처음 봤을 때부터 동경했다”며 “앞으로도 쭉 동경하겠다. 부디 편안히”라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김옥빈과 한지혜 한예슬, 정일우 딘딘 김동완 소이 등 많은 이들이 SNS를 통해 고인을 기렸다. 연예계는 행사 일정 등을 취소하며 자중하는 분위기다. KBS2 ‘정해인의 걸어보고서’는 고인에게 애도를 표하며 25일 오전으로 예정됐던 제작발표회를 취소했다. 아이돌 그룹 엑소와 NCT127은 각각 컴백 티저 이미지 및 자체 콘텐츠의 공개 일정을 연기했다. 걸그룹 AOA는 26일 쇼케이스를, 마마무는 25일 트위터 블루룸 라이브 일정을 취소했다. 외신도 고인의 소식을 무겁게 다뤘다. 산케이스포츠 등 일본 언론은 24일부터 지속적으로 관련 소식을 현지에 전했다. 미국 CNN은 24일 “케이팝 스타 구하라가 숨진 사건은 악플로 인한 극심한 압박에 대한 논의를 재점화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케이팝 스타들은 엄청난 중압감을 받고 있다. 연예인들은 실생활을 통제받고 줄곧 악플에 시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김은지 eunji@donga.com·김정은·윤다빈 기자}
올해 결혼 24년차를 맞은 김한길(66) 최명길 씨(57) 부부는 요즘 매 순간이 다시 살기 시작한 것 같다. 2017년 폐암 4기를 선고받았던 김 씨는 올 초 의식을 잃는 등 위험한 고비를 한 차례 넘겼다. 다행히 건강을 되찾은 그는 요즘 아내와 두 아들 어진(21), 무진(18) 과 함께하는 일상이 그야말로 ‘선물’ 같다. 부부는 25일부터 매주 월요일 오후 8시 40분 채널A ‘어바웃 해피&길길이 다시 산다’(이하 ‘길길이 다시 산다’)로 시청자들을 만난다. 부부가 작고 소소한 것에서 발견하는 행복을 찾아 떠나는 ‘소확행’ 여행 프로그램이다. 삶의 낙을 찾은 다양한 사람을 만나 인생의 재미를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서울 용산구 이촌로의 집무실 ‘옥탑방’에서 20일 만난 김 씨의 얼굴에서는 활기와 여유로움이 묻어났다. “정치인의 길을 걸으며 거대담론에만 빠져 있었다고 할까요? 일상의 가치를 몰랐죠. 건강을 되찾고 덤으로 살게 된 삶과 가족,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해요.” 최 씨 역시 모든 일상이 새롭게 느껴진다고 했다. “남편과 산책하는 시간, 무진이의 등굣길을 함께 나서는 길, 온 가족이 담소를 나누는 매 순간이 감격스럽고 감사합니다.” 프로그램 이름에 ‘다시’라는 단어가 들어간 건 김 씨의 아이디어였다. “올 초 위험한 순간을 넘기고 걸음마부터 다시 시작했어요. 아이가 태어나 커가는 과정을 다시 한 번 거친 셈이죠. 세상이 새롭게 보였어요.” 네 가족이 방송에 출연하는 건 처음이다. 아들 어진, 무진의 서로 다른 매력이 재미를 더한다. 최 씨는 “어진이는 방송 출연을 꺼렸는데 프로그램의 의도를 설명하자 흔쾌히 참여하겠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고 했다. 김 씨는 얼마 전 집무실 마당에서 키우는 강아지를 예뻐하는 자신을 지켜보던 비서가 “아들을 둘이나 키운 분이 강아지에게 뭘 그리 빠져 계시냐”고 하자 뒤통수를 맞은 듯했다고 한다. “아이들이 언제 걸음마를 시작했는지, 언제 ‘아빠’라는 단어를 말했는지 기억을 못 해요. 절절한 후회가 밀려왔죠.” 어진 군이 태어났을 무렵 그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을 거쳐 대통령정책기획수석비서관을 맡았다. 무진 군은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낼 때 태어났다. 현직 장관으로는 처음 자녀를 낳은 기록을 세웠다. “어진이를 낳았을 때 김대중 대통령께서 우리 부부를 불러 밥을 사주시면서 아내에게 ‘신혼인데 신랑을 뺏어 미안하다’고 하셨어요. 당시 저는 큰일을 위해 개인의 삶은 조금 희생해도 된다고 생각했죠. 그런 저를 묵묵히 받아준 아내에게 감사해요.” 김 씨의 손목에는 결혼 20주년 기념으로 아내가 선물한 실팔찌가, 목에는 목걸이 줄에 매달린 결혼반지가 걸려 있다. 친구들은 그런 그에게 ‘푼수’라는 별명을 지어줬단다. “의식을 찾고 눈을 떴는데 아내가 ‘이거 기억나?’ 하면서 결혼반지를 건네줬어요. 찡했죠. 그 의미를 간직하고 싶어서 비상약을 넣어 다니던 목걸이에 반지를 같이 걸어가지고 다녀요.” 최 씨는 남편에게 반지를 주면 새롭게 시작하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싶어 챙겨놓고 있었다고 했다. 부부는 결혼 당시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방송인, 유명 여배우의 만남으로 화제가 됐다. “영화 ‘장미빛 인생’으로 낭트 3대륙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최명길 씨를 제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초대했어요. 마음에 들어 생방송인데도 ‘남자친구 있느냐’ ‘머리가 흰 남자도 괜찮냐’고 저돌적으로 질문했죠. 이후 저녁 식사를 하자고 했는데 바쁘다고 전화를 하자더라고요. 밤 12시에 전화했죠.”(김 씨) “관심 있다고 빙 둘러 말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남편처럼 첫 전화에서 ‘최명길 씨 내게 시집오시오’라고 말한 사람은 처음이었어요. 그게 좋더라고요. 첫 통화를 네 시간이나 할 정도로 재미있었어요.”(최 씨)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는 이들의 소탈하고 솔직한 모습은 ‘길길이 다시 산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멀리서 보면 고요하고 아름답구나/가까이서 보면 허방뿐/내가 살아왔던 행성/내가 떠나고 없는 세상/나는 한평생/사람으로서 무엇에 매달려 있었던가’(시 ‘사람으로서 살았던 때가 있었다’에서) 삶과 존재에 대한 경험적 통찰과 함께 서정적인 시편을 발표해온 저자가 낸 12번째 신작 시집이다. 간결하고 함축된 언어로 삶과 자연의 섭리와 깨침, 시의 새로운 서사까지 담고 있어 서정시를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다. 특히 인간의 죽음과 이별에 대해 깊이 명상하며 자신의 삶과 존재 의미를 되새기는 점이 눈에 띈다. 시의 소재 대부분은 어디서나 쉽게 마주할 수 있는 소박한 것들이다. 때로는 풀잎이, 식탁 위의 밥이, 집 바깥의 새, 거리의 은행나무, 여행을 하며 바라본 세상…. 다양한 사물이 저자의 눈길에 닿아 시로 옮겨졌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양갱(羊羹). 팥을 삶아 체에 거르고 설탕 밀가루 갈분 등을 섞어 틀에 넣고 쪄서 만든 디저트다. 40대 이상에게만 해도 할머니들이 좋아하는 옛날 간식으로 통했다. 그런 요즘 ‘양갱’이 젊어지고 있다. 초콜릿, 라즈베리, 피스타치오 등 고급스러운 맛의 양갱이 밀레니얼 세대에게 프리미엄 디저트로 각광받고 있다. 양갱을 주 메뉴로 한 디저트 카페들 역시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직장인 김소희 씨(27)는 최근 양갱 맛에 푹 빠졌다. 일주일에 두세 번 커피와 함께 수제 양갱을 곁들어 먹는다. 김 씨는 “처음엔 왠지 양갱이라고 하면 어릴 적 어른들이 먹던 기다란 연양갱이 떠올라 잘 먹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특히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에서 양갱 모양을 닮은 단백질 블록(Protein Block)을 본 뒤 더욱 꺼렸다. 이런 편견을 깬 건 몇 달 전 우연히 들른 양갱 전문점 덕이었다. ‘밀크티 양갱’을 입에 넣는 순간 반해버렸다. “웬만한 케이크보다 더 맛있더라고요. 많이 달지도 않으면서 맛이 깊었어요. 게다가 모양도 세련돼서 종종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려요.” 이윤진 씨(36)도 ‘양갱 덕후’를 자처한다. 양갱 맛집이라고 소문난 곳을 찾아다니며 다양한 맛을 수집(?)한다. 이 씨는 “양갱을 맛있게 먹는 팁은 조금씩 잘라 먹는 것”이라며 “그래야 입안에 퍼지는 향과 식감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고 전했다. 이렇다 보니 양갱 전문 카페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서울 중구 을지로 ‘적당(赤糖)’은 올리브채널 ‘마스터셰프 코리아 시즌2’ 준우승자인 배우 김태형 씨가 운영하는 카페. ‘힙지로(힙한 을지로)’에 있다 보니 젊은 고객과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 구매 고객은 물론이고 양갱의 은은한 자태를 촬영하는 이들로 넘쳐난다. 총 9가지 맛을 판매하는데, 기본인 밤 양갱과 밀크티 양갱, 피스타치오 양갱이 베스트셀러다. 서대문구 연희로 ‘금옥당’ 역시 입소문이 대단하다. 특히 개그우먼 이영자와 송은이, 김숙 등이 한 요리 프로그램에서 소개해 화제를 모았다. 양갱 종류만 밤과 밀크티, 쌍화, 크랜베리 등 무려 16가지. 요즘 취향에 맞춰 설탕 양을 줄이고 보존제를 넣지 않는 게 특징. 유통기한은 짧지만, 진한 앙금처럼 풍부한 맛을 자랑한다. 마포구 월드컵로 ‘언아이콘’도 양갱 덕후들의 성지로 통한다. 팥과 흑임자, 호박, 멜론 등 4가지 맛을 판매한다. 처음 씹을 땐 쫄깃하지만,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드는 식감이 특징. 이 밖에 양갱업체와 초콜릿업체가 함께 운영하는 용산구 우사단로 ‘리플라이커피’나 팥 라테로 유명한 마포구 방울내로 ‘마가렡’ 등도 손꼽히는 양갱 카페다. 양갱이 디저트계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게 된 비결은 뭘까. 요리연구가 홍신애 씨는 “양갱은 오랫동안 질감과 모양 때문에 노인들의 간식으로 취급받아왔다”며 “하지만 최근 들어 정사각형, 구슬 모양 등 세련된 모양으로 비주얼을 개선하고 과일, 서양 허브 등 다양한 맛을 구현한 양갱이 늘면서 젊은 세대의 입맛을 사로잡았다”고 분석했다. ‘적당’을 운영하는 김태형 씨는 “전통 디저트인 양갱이 마카롱 같은 서양 디저트들보다 대중에게 친숙하지 않은 게 항상 아쉬웠다”며 “요즘 양갱은 어느 디저트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자신한다”고 전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북유럽, 그중에서도 스칸디나비아 3국이라 불리는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는 많은 이들이 한번쯤 살아보고 싶어 하는 로망의 나라들이다. 덴마크 기업가이자 요리사 출신인 저자는 외부인의 부러움이 담긴 북유럽에 대한 시선과 현지인의 현실에는 분명 간극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직설적 화법을 견딜 자신이 없다면 스칸디나비아 사람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무례하다기보다는 문화적 특성이기 때문이다. 또 스칸디나비아 마트에선 대용량 제품이 대부분 인기가 없다. 이들이 중시하는 가치 ‘라곰’(소박하고 균형 잡힌 생활과 공동체와의 조화를 중시하는 삶의 경향)에 반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다양한 북유럽 사람들의 진솔한 라이프스타일이 담겨 있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스타와 젊은 PD, 신흥 콤비가 뜬다.” 인기 방송인과 손잡고 여러 프로그램을 연달아 성공시키는 젊은 예능 PD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MBC 김태호, tvN 나영석 PD가 유재석 강호동과 여러 번 작업하며 콤비플레이를 해 온 1세대라면, 이들은 2세대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두 방송사를 오가며 젊은 PD들과 콤비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그의 음식에 대한 해박한 지식, 요식업체 운영 노하우, 특유의 친근함이 젊은 PD들의 감각과 시너지 효과를 내며 시청률을 견인하고 있다. 백 대표가 출연 중인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5%대의 시청률을 유지하며 동시간대 1위를 오랫동안 지켜오고 있다. 연출자인 이관원 PD는 2015년 SBS ‘백종원의 3대 천왕’ 조연출로 백 대표와 처음 만나 2017년 ‘백종원의 푸드트럭’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거쳐 다음 달 5일 첫 방영을 앞둔 ‘맛남의 광장’까지 4개의 프로그램에서 의기투합했다. 이 PD는 “백 대표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아이디어를 내며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며 “PD와 작가, 백 대표와 평소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 것들이 프로그램으로 현실화된다”고 말했다. 그는 “백 대표가 스태프들의 식사 등 세세한 것까지 챙기는 점도 함께 작업하고 싶은 이유”라고 덧붙였다. tvN 박희연 PD 역시 ‘집밥 백선생’ 시즌 2·3과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스푸파)’ 시즌 1·2로 백종원과 호흡을 맞췄다. 박 PD는 “음식에 대한 깊이 있는 내용을 담은 프로그램을 하고 싶었는데 집밥 백선생 촬영 당시 백 대표로부터 들었던 식재료나 외국 음식에 대한 이야기, 그만의 음식 조합법 등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며 “백 대표와 그런 부분에서 합이 맞아 함께 믿고 작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MBC 박진경 PD와 방송인 김구라는 2014년 ‘사남일녀’로 처음 인연을 맺은 뒤 ‘마이 리틀 텔레비전(마리텔)’ 시즌 1·2를 함께하고 있다. 김구라는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마리텔 포맷에 반해 박 PD의 응원군을 자청했다는 후문이다. 박 PD는 김구라와의 궁합에 대해 “성향을 서로 잘 알아서 대화만으로도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전했다. KBS 신수정 PD와 가수 유희열도 ‘유희열의 스케치북(유스케)’ ‘대화의 희열’을 함께했다. 신 PD는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없었다면 ‘대화의 희열’은 출발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유스케’에 뮤지션과 유희열의 토크 시간이 있는데, ‘대화의 희열’은 그 부분을 확장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신 PD는 대화의 희열 진행자로 처음부터 유희열을 염두에 뒀다. “유희열은 게스트를 편안하게 해주는 스타일이에요. 스스로 ‘게스트가 이렇게 이야기를 풀어 가면 불편해하지 않을까’ 걱정이 많아요. 이런 고민 때문에 제작진과 회의도 많이 하고요. 토크쇼 진행의 적임자죠.”(신 PD) 스타와 PD 간 콤비 플레이가 많아지는 건 ‘오랜 경험을 통한 시너지’ 때문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예능에서는 PD가 진정성 있는 인물의 장점을 끄집어내 프로그램으로 확장시킬 수 있어야 하기에 서로를 잘 아는 콤비들이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줄리아, 당신은 어떤 잠자리를 가장 선호하나요?” “포시즌스(호텔) 침대요.” 오래전 토크쇼 ‘오프라 윈프리쇼’에 출연한 영화배우 줄리아 로버츠와 사회자 오프라 윈프리가 주고받은 대화다. 특정 호텔 침구에 대해 애정을 드러낸 로버츠의 답변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는 해외 스타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여행지에서 머문 호텔에서 꿀잠을 선사한 푹신한 베개와 침구, 매트리스, 몸을 포근하게 감싸던 샤워 가운과 수건, 따뜻한 커피와 차 한 잔, 특유의 그윽한 향기…. 호텔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활용해 호텔처럼 집을 꾸미거나 호텔 용품을 애용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직장인 손유진 씨(40)는 지난해 여름, 해외여행 대신 남편과 서울의 주요 호텔을 도는 ‘호캉스’를 선택했다. 손 씨는 “호텔에서 가장 좋았던 건 평소보다 쉽게 숙면할 수 있었다는 것”이라며 “호캉스 이후 롯데호텔에서 헝가리산 거위털 베개와 이불, 이불 커버 등 200만 원대 호텔 PB 침구 풀세트를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갑 사정이 빡빡한 사회 초년생 고윤희 씨(26)는 비교적 저렴한 호텔 PB로 ‘작은 사치’를 즐긴다. 호텔 더플라자에서 사용하는 유칼립투스향 디퓨저(6만 원대)와 호텔 가운(12만 원), 호텔 PB 커피와 차를 즐긴다. “일반 수건보다 50∼100g 정도 더 나가는 묵직한 호텔 수건(200g)도 사서 쓰고 있어요. 매일 샤워 후 푹신하게 몸을 감싸줘 기분이 좋아요.”(고 씨) 호텔 용품을 애용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호텔들도 자체 PB 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호텔 객실의 ‘꽃’이라 불리는 침구의 경우 롯데호텔은 ‘해온’, 웨스틴조선호텔은 ‘헤븐리 침구’, JW메리어트호텔은 ‘리바이브 베드’를 선보였다. 더플라자는 호텔 내 일식당 ‘무라사키’에서 사용하는 자작나무 젓가락을 5만 원대 가격으로 판매한다. 호텔 라운지에서 마시던 커피와 차도 살 수 있다. 롯데 시그니엘서울은 시그니처 블렌딩 커피 ‘시그니엘 123’, 신라호텔은 영국의 티 브랜드 ‘티 메이커스 오브 런던’과 손잡고 ‘스페셜 신라 블렌드’를 내놓았다. 침실이나 거실을 통째로 호텔처럼 꾸미는 이들도 있다. 일명 ‘호텔식 인테리어’다. 인테리어 리모델링 서비스 스타트업 ‘아파트멘터리’의 윤소진 이사는 “침대 양옆에 좁은 탁자를 둔다거나 부티크 호텔처럼 미니멀한 가구들을 배치하고 북유럽 빈티지 클래식 가구로 포인트를 주는 것이 호텔식 인테리어의 트렌드”라고 전했다. 사람들은 왜 호텔의 감성을 집으로 불러들이는 걸까.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 성향에서 이유를 찾았다. 서 교수는 “1980년대 이후 태어난 세대들은 취향을 드러내는 삶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소확행’ 차원에서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릴 수 있는 호텔 용품과 인테리어는 ‘인스타그래머블’(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것)이란 소비가치에 부합한다”고 분석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무대 연기자들의 전성시대다. 극장 무대를 벗어나 영화, 드라마로 옮긴 연극·뮤지컬 배우들이 주인공을 꿰차 성공하는가 하면 ‘신 스틸러’로 거듭나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드라마 PD 및 작가, 영화감독 및 캐스팅디렉터들이 ‘숨은 보석’을 찾기 위해 연신 서울 대학로 연극무대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tvN ‘응답하라’ 시리즈와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연출한 신원호 PD는 내년 상반기 신작 ‘슬기로운 의사생활’ 여주인공으로 연극배우 전미도를 전격 캐스팅했다. 전미도의 상대 배우는 조정석과 유연석이다. 전미도는 시청자들에게는 다소 낯선 배우다. 주로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 섰던 그는 공연계에서는 “압도적일 정도로 탄탄한 연기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뮤지컬 ‘닥터지바고’ ‘스위니토드’ ‘맨 오브 라만차’ ‘베르테르’에서 전미도와 상대역으로 호흡을 맞췄던 조승우가 “전미도는 내가 가장 존경하는 배우이자 가장 닮고 싶은 배우”로 꼽았을 정도다. 신원호 PD는 전작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도 주인공 제혁 역에 연극배우 박해수를 기용했었다. 신 PD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시청률과 화제성을 감안한다면 스타 배우를 쓰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지만, 기존 작품들을 보면 새로운 인물이 주는 영향이 결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신 PD는 박해수가 주인공을 맡은 연극 ‘남자충동’을 관람하고 그 자리에서 박해수를 드라마 주인공 제혁 역으로 캐스팅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에서 김지영의 옛 직장 상사 ‘김 팀장’ 역을 맡은 배우 박성연, 직장 동료 혜수 역의 이봉련 역시 연극배우 출신이다. ‘82년생 김지영’의 김도영 감독은 이들을 캐스팅한 이유로 ‘현실감’을 꼽았다. 김 감독은 “연기력은 출중하지만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두 배우의 출연으로 관객들에게 ‘우리의 이야기’로 더 다가갈 수 있게 현실감을 높여줬다”고 평했다.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호텔 델루나’에서도 무대 출신 배우들의 활약이 컸다. 마고신 역의 서이숙, 객실장 최서희 역의 배해선, 사신 역의 강홍석이 대표적이다. 강홍석은 오디션 없이 그가 출연한 뮤지컬을 본 연출가의 제안으로 출연하게 됐다. 강홍석의 소속사 씨제스 관계자는 “오충환 PD가 강홍석 씨가 출연한 뮤지컬 ‘데스노트’를 관람한 뒤 캐스팅 제안을 했다”고 전했다. 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의문의 일승’ ‘녹두꽃’ 등을 연출한 신경수 PD 역시 연극배우를 자주 캐스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드라마 ‘쓰리데이즈’에서 배우 진선규를, ‘육룡이 나르샤’에서는 박해수, ‘의문의 일승’과 ‘녹두꽃’에서는 윤나무와 김정호를 각각 발탁했다. 신 PD는 ‘공연 덕후’라 불릴 정도로 많은 연극을 관람하고 다양한 배우를 선별해 자신의 작품에 세운다. 신 PD는 “새롭고 실력 있는 배우를 만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가 연극무대”라고 강조했다. 대학로 극단에서 연기를 시작해 영상매체에서 성공을 거둔 배우들은 과거에도 있었다. 황정민 김윤석(극단 학전), 송강호 이성민 문소리(극단 차이무), 유해진(극단 목화), 손현주(극단 미추)가 1세대라면, 주로 뮤지컬 무대에서 활동하다 영화배우로 변신한 조정석, 강하늘, 김무열이 이런 계보를 잇는 2세대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종합편성채널, 케이블 등 방송 채널이 늘면서 20, 30대 젊은 배우들은 물론이고 영화 ‘기생충’의 이정은, 드라마 ‘나의 아저씨’, ‘쌉니다 천리마마트’의 박호산 등 잔뼈 굵은 중견 배우들 역시 무대와 드라마 영화를 왕성하게 오가며 활약 중이다. 김정은 kimje@donga.com·김기윤 기자}
“만일 그 남자를 못 만났더라면 그 시절을 어떻게 넘겼을까. 그 살벌했던 날, 포성이 지척에서 들리는 최전방 도시, 시민으로부터 버림받은 도시, 버림받은 사람만이 지키던 헐벗은 도시를 그 남자는 풍선에 띄우듯이 가볍고 어질어질하게 들어올렸다. 황홀한 현기증이었다.” 일요일 늦은 밤, 라디오 스피커 너머로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박완서 작가의 ‘그 남자네 집’의 한 구절이 배우 이엘의 목소리를 타고 전해졌다. 책 낭독 프로그램인 MBC 라디오 ‘책을 듣다’를 통해서다. ‘책을 듣다’는 지난달 5일부터 토, 일요일 오후 9시 25분 연예인들의 목소리를 빌려 30분간 책을 읽어준다. 가수 겸 MC 배철수(‘노인과 바다’·어니스트 헤밍웨이), 정승환(‘끌림’·이병률), 유승우(‘고슴도치의 소원’·톤 텔레헨), 배우 이연희(‘밑줄 긋는 남자’·카롤린 봉그랑), 이엘(‘그 남자네 집’·박완서)이 10월 방송에 참여했다. 11월 방송에서는 배우 정은채와 황보라, 그룹 워너원 출신 옹성우, 옥상달빛, 아나운서 정지영과 박혜진이 나선다.○ 상상력 키우고 감정 전달하고 연예인들이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MBC ‘책을 듣다’와 일요일 밤 12시부터 2시간 동안 아이돌이 문학책을 읽어 내려가는 EBS 라디오 ‘아이돌이 만난 문학’ 같은 방송 프로그램과 네이버 오디오클립의 ‘셀럽 오디오북’, 전자책 구독 서비스 업체인 밀리의 서재 ‘리딩북 서비스’ 등을 통해서다. 낭독에 참여한 연예인도 화려하다. 배우 최민식, 이병헌, 정해인, 강하늘, 변요한, 이제훈, 정상훈, 한지민, 유인나, 이연희, 이엘, 박은혜, 이상윤, 백진희를 비롯해 가수 AOA 설현, 장기하, 장재인, 워너원 하성운과 옹성우, 정승환, 폴킴, 청하, 요조 등이 나섰다. 연예인들이 ‘듣는 책’ 오디오북에 뛰어든 이유는 뭘까. 네이버 오디오클립 셀럽 오디오북을 통해 ‘오 헨리 단편선’ 7권을 완독한 정해인은 오디오북의 매력으로 ‘상상력’을 꼽았다. 정해인은 지난달 31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눈으로 보던 책을 들을 수 있다는 점과 눈을 감고 들으면 자연스럽게 내용을 상상하게 되는 점이 매력적이다. 제 목소리를 통해 (청취자에게) 이런 장점이 전달될 수 있다는 것에 끌렸다”고 말했다. 최근 MBC 예능 프로그램 ‘같이 펀딩’에서 유인나와 함께 오디오북 프로젝트에 나선 강하늘 역시 시각적 요소를 배제하고 목소리만으로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감정이 녹아든 낭독자의 목소리만으로 책의 내용을 전달한다는 건 눈으로 읽는 묵독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는 이야기를 유인나 선배와 한 적이 있어요. 특히 프로젝트 수익금으로 청각장애우분들과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점도 의미 있게 다가왔고요.”(강하늘) 세 아이의 아빠인 정상훈은 밀리의 서재에서 ‘말투 하나 바꿨을 뿐인데’(나이토 요시히토), ‘디즈니의 악당들 2: 저주받은 야수’(세레나 발렌티노)를 낭독했다. 그는 일상에서 오디오북을 즐긴다고 했다. “오디오북을 라디오 듣듯이 자주 들어요. 특히 많은 정보를 원하는 세 아이들과 함께 듣곤 하죠. 아빠의 마음으로 직접 오디오북 낭독도 하고 싶어지더라고요.”(정상훈) 실제 오디오북 시장에서는 ‘뽀로로’ ‘꼬마버스 타요’같이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아동 도서가 상당수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책에서 위안 얻고 지적 이미지 더해져 ‘책을 듣다’에서 이엘은 책 선정 과정에도 참여하는 열의를 보였다고 한다. 김나형 PD는 “이엘 씨는 책에 대한 분명한 취향을 갖고 있었다”며 “낭독자가 직접 책을 고르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 이엘 씨는 제작진이 제시한 리스트 가운데 박완서 작가의 ‘그 남자의 집’을 읽고 싶다고 먼저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설현 씨는 녹음 전에 포리스트 카터의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을 다 읽고 왔더라고요. 김애란 작가의 ‘비행운’을 낭독한 정은채 씨는 ‘책을 읽고 집중해서 녹음한 시간이 내게도 큰 위안이 됐다’고 전했고요. 옹성우 씨는 녹음 당일 ‘글에 담긴 감정을 잘 살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걱정하더니 막상 녹음할 땐 아주 훌륭하게 소화해 냈어요.”(김나형 PD) 오디오북 시장 확대를 위해 ‘연예인’ 카드를 들고 나선 업체의 전략도 영향을 미쳤다. 네이버 오디오클립과 독서 애플리케이션 밀리의 서재가 연예인 리더(reader)를 통해 오디오북 시장을 리드(lead)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2013년 3월 론칭한 밀리의 서재는 2018년 7월 리딩북(오디오북) 서비스를 선보였다. 책 내용을 30분 정도로 담은 요약본을 연예인이 낭독한다. 이병헌이 첫 주자로 나서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었다. 일주일 만에 1만5000명이 들으며 반응이 뜨거웠다. 전송이 밀리의 서재 매니저는 “친숙한 연예인의 목소리는 콘텐츠에 대한 흥미와 몰입을 높인다”며 “연예인들 역시 대중과의 접점을 넓히고 책으로 소통한다는 점에서 높은 호응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책을 통해 지적인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네이버 오디오클립은 요약본이 아닌 완독 버전이다. 한지민이 완독한 ‘법륜 스님의 행복’은 지난달 31일 기준 24만6073회 재생됐다. 정해인이 낭독한 ‘오 헨리 단편선’은 19만3852회, 갓세븐(GOT7) 진영이 읽은 ‘어린왕자’는 12만6284회, EXID 하니가 낭독한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은 10만6942회, 이보영이 읽은 ‘노인과 바다’는 10만2146회 재생됐다. 네이버 오디오클립 홍보담당자인 손서희 대리는 연예인을 활용한 오디오북에 투자하는 이유로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 비해 걸음마 단계인 국내 오디오북 시장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손 대리는 “연예인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1020세대의 독서를 장려하는 효과도 함께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EBS 라디오 ‘아이돌이 만난 문학’ 역시 청소년의 절반가량이 책을 아예 안 읽거나 한 달에 한 권 이하를 읽는 현실을 반영해 아이돌을 전면에 내세웠다. 실제 팬덤을 확보한 아이돌이 읽은 오디오북과 원작은 팬들 사이에서 굿즈(Goods)로 통한다. ‘아이돌이 만난 문학’을 연출하는 강동걸 PD는 “아이돌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을 좋은 방향으로 활용하고 싶었다”며 “워너원 출신의 하성운 씨가 ‘라면은 멋있다’를 낭독한 후 온라인 및 오프라인 서점에서 해당 종이책이 청소년 분야 베스트셀러에 올랐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만일 그 남자를 못 만났더라면 그 시절을 어떻게 넘겼을까. 그 살벌했던 날, 포성이 지척에서 들리는 최전방 도시, 시민으로부터 버림받은 도시, 버림받은 사람만이 지키던 헐벗은 도시를 그 남자는 풍선에 띄우듯이 가볍고 어질어질하게 들어올렸다. 황홀한 현기증이었다.” 일요일 늦은 밤, 라디오 스피커 너머로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박완서 작가의 ‘그 남자네 집’의 한 구절이 배우 이엘의 목소리를 타고 전해졌다. 책 낭독 프로그램인 MBC 라디오 ‘책을 듣다’를 통해서다. ‘책을 듣다’는 지난달 5일부터 토, 일요일 오후 9시 25분 연예인들의 목소리를 빌려 30분간 책을 읽어준다. 가수 배철수(노인과 바다·어니스트 헤밍웨이), 정승환(끌림·이병률), 유승우(고슴도치의 소원·톤 텔레헨), 배우 이연희(밑줄 긋는 남자·카롤린 봉그랑), 이엘(그 남자네 집·박완서)이 10월 방송에 참여했다. 11월 방송에서는 배우 정은채와 황보라, 그룹 워너원 출신 옹성우, 옥상달빛, 아나운서 정지영과 박혜진이 나선다.●상상력 키우고 감정 전달하고 연예인들이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MBC ‘책을 듣다’와 일요일 자정부터 2시간 동안 아이돌이 문학책을 읽어 내려가는 EBS 라디오 ‘아이돌이 만난 문학’ 같은 방송 프로그램과 네이버 오디오클립의 ‘셀럽 오디오북’, 전자책 구독서비스 업체인 밀리의 서재 ‘리딩북 서비스’ 등을 통해서다. 낭독에 참여한 연예인도 화려하다. 배우 최민식, 이병헌, 정해인, 강하늘, 변요한, 이제훈, 정상훈, 한지민, 유인나, 이연희, 이엘, 박은혜, 이상윤, 백진희를 비롯해 가수 배철수, AOA설현, 장기하, 장재인, 워너원 하성운과 옹성우, 정승환, 폴킴, 청하, 요조 등이 나섰다. 연예인들이 ‘듣는 책’ 오디오북에 뛰어든 이유는 뭘까. 네이버 오디오클립 셀럽 오디오북을 통해 ‘오 헨리 단편선’ 7권을 완독한 정해인은 오디오북의 매력으로 ‘상상력’을 꼽았다. 정해인은 지난달 31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눈으로 보던 책을 들을 수 있다는 점과 눈을 감고 들으면 자연스럽게 내용을 상상하게 되는 점이 매력적이다. 제 목소리를 통해 (청취자에게) 이런 장점이 전달될 수 있다는 것에 끌렸다”고 말했다. 최근 MBC 예능 프로그램 ‘같이 펀딩’에서 유인나와 함께 오디오북 프로젝트에 나선 강하늘 역시 시각적 요소를 배제하고 목소리만으로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감정이 녹아든 낭독자의 목소리만으로 책의 내용을 전달한다는 건 눈으로 읽는 묵독과는 또 다른 매력이라는 이야기를 유인나 선배와 한 적이 있어요. 특히 청각 장애우분들과도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점도 의미 있게 다가왔고요.”(강하늘) 세 아이의 아빠인 정상훈은 밀리의 서재에서 ‘말투 하나 바꿨을 뿐인데’(나이토 요시히토), ‘디즈니의 악당들 2: 저주받은 야수’(세레나 발렌티노)를 낭독했다. 그는 일상에서 오디오북을 즐긴다고 했다. “오디오북을 라디오 듣듯이 자주 들어요. 특히 많은 정보를 원하는 세 아이들과 함께 듣곤 하죠. 아빠의 마음으로 직접 오디오북 낭독도 하고 싶어지더라고요.”(정상훈) 실제 오디오북 시장에서는 ‘뽀로로’ ‘꼬마버스 타요’ 같이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아동북이 상당수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책에서 위안 얻고 지적 이미지 더해져 ‘책을 듣다’에서 이엘은 책 선정과정에도 참여하는 열의를 보였다고 한다. 김나형 PD는 “이엘 씨는 책에 대한 분명한 취향을 갖고 있었다”며 “낭독자가 직접 책을 고른 경우는 흔치 않은데 이엘 씨는 제작진이 제시한 리스트 가운데 박완서 작가의 ‘그 남자의 집’을 읽고 싶다고 먼저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설현 씨는 녹음 전에 포리스트 카터의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을 다 읽고 왔더라고요. 김애란 작가의 ‘비행운’을 낭독한 정은채 씨는 ‘책을 읽고 집중해서 녹음한 시간이 내게도 큰 위안이 됐다’고 전했고요. 옹성우 씨는 녹음 당일 ‘글에 담긴 감정을 잘 살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걱정하더니 막상 녹음할 땐 아주 훌륭하게 소화해냈어요.”(김나형 PD) 오디오북 시장 확대를 위해 ‘연예인’ 카드를 들고 나선 업체의 전략도 영향을 미쳤다. 네이버 오디오클립과 독서 애플리케이션 밀리의 서재가 연예인 리더(reader)를 통해 오디오북 시장을 리드(lead)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2013년 3월 론칭한 밀리의 서재는 2018년 7월 리딩북(오디오북) 서비스를 선보였다. 책 내용을 30분 정도로 담은 요약본을 연예인이 낭독한다. 이병헌이 첫 주자로 나서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었다. 일주일 만에 1만 5000명이 들으며 반응이 뜨거웠다. 전송이 밀리의 서재 매니저는 “친숙한 연예인의 목소리는 콘텐츠에 대한 흥미와 몰입을 높인다”며 “연예인들 역시 대중과의 접점을 넓히고 책으로 소통한다는 점에서 높은 호응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책을 통해 지적인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네이버 오디오클립은 요약본이 아닌 완독 버전이다. 한지민이 완독한 ‘법률스님의 행복’은 지난달 31일 기준 24만 6073회 재생됐다. 정해인이 낭독한 ‘오 헨리 단편선’은 19만 3852회, 갓세븐(GOT7) 진영이 읽은 ‘어린왕자’는 12만 6284회, EXID 하니가 낭독한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은 10만 6942회, 이보영이 읽은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는 10만 2146회 재생됐다. 네이버 오디오클립 홍보담당자인 손서희 대리는 연예인을 활용한 오디오북에 투자하는 이유로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 비해 걸음마 단계인 국내 오디오북 시장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손 대리는 “연예인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1020세대의 독서를 장려하는 효과도 함께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EBS 라디오 ‘아이돌이 만난 문학’ 역시 청소년의 절반가량이 책을 아예 안 읽거나 한달에 한 권 이하를 읽는 현실을 반영해 아이돌을 전면에 내세웠다. 실제 팬덤을 확보한 아이돌이 읽은 오디오북과 원작은 팬들 사이에서 굿즈(Goods)로 통한다. ‘아이돌이 만난 문학’을 연출하는 강동걸 PD는 “아이돌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을 좋은 방향으로 활용하고 싶었다”며 “워너원 출신의 하성운 씨가 ‘라면은 멋있다’를 낭독한 후 온라인 및 오프라인 서점에서 해당 종이책이 청소년 분야 베스트셀러에 올랐다”고 말했다. 김정은기자 kimje@donga.com}
“도서관에서 숲처럼 나무 냄새가 나요. 책을 더 집중해서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초등학교 4학년 강신혜 양이 30일 충남 금산군 금산동초등학교 학교도서관을 리모델링해 문을 연 ‘해오름학교마을도서관’을 둘러보며 기뻐했다. 강 양은 “기존에는 책만 빌려갔는데 이젠 새롭게 단장해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어서 매일 오고 싶다”며 웃었다. 1964년 금산동초등학교 설립과 함께 생겨난 도서관은 오랫동안 학생들의 지식창고로 사랑받았다. 하지만 지어진 지 55년이 지나 시설은 차츰 낡아졌다. 그러던 차에 사단법인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대표 김수연 목사)이 한국교직원공제회 후원을 받아 도서관을 리모델링했다. 철제 서가를 비롯한 각종 가구들은 모두 원목 소재로 바꿨다. 노후 장비는 수리하거나 새로 마련했다. 김석규 교장은 “주변에 이런 환경을 갖춘 도서관이 없다. 원목으로 새로 단장해 아이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뀌어 매우 만족한다”며 “특히 아이들이 매우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해오름학교마을도서관’ 개관식에 참석한 김수연 목사는 “마을마다 도서관이 없는 곳이 없는 그날까지 작은 도서관 만들기에 전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은 1987년부터 산간벽지, 농어촌, 섬마을지역 어린이와 주민들을 위해 작은 도서관을 마련하는 일을 꾸준히 이어왔다. 해오름학교마을도서관은 260번째로 리모델링 및 개관한 작은 도서관이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오빠들이 돌아왔다.” 배우 김수현 이민호 강하늘 옥택연 지창욱 등 2년 전 국방의 의무를 위해 군부대로 떠났던 대형 스타들이 속속 제대하며 복귀하고 있다. 최근 20, 30대 주연급 남자 배우 기근에 시달렸던 방송·영화가에서는 이들의 귀환을 반기는 분위기다. 가장 먼저 성공적으로 복귀한 이는 KBS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강하늘이다. 강하늘은 ‘사랑이면 다 된다’는 신념으로 저돌적인 로맨스를 만들어가는 ‘촌므파탈’(‘촌스러움’과 치명적인 남자를 뜻하는 ‘옴므파탈’의 합성어) 황용식 역을 맡았다. 소속사 샘컴퍼니 관계자는 “말년 휴가를 나온 강하늘이 여러 대본을 검토하던 중 투박하지만 솔직한 감정이 묻어나는 ‘동백꽃…’의 대사에 끌려 선택했다”고 말했다. 시청률 6%로 출발한 ‘동백꽃…’은 방송 3회 만에 10%대로 진입했고 최근 16%를 넘었다. 내년에 방영될 예정인 드라마 대작에도 제대한 스타들이 주연을 꿰찼다. 이민호는 내년 3월 SBS에서 방영하는 김은숙 작가의 신작 ‘더 킹: 영원한 군주’로 복귀한다. ‘더 킹…’은 평행세계가 있다는 전제하에 두 세계를 잇는 문을 닫으려는 대한민국 황제 이곤(이민호)과 형사(김고은)가 공조하는 판타지 드라마다. 올해 8월 인스타그램 계정의 라이브 방송을 통해 복귀 소식을 알린 이민호는 “로맨스의 끝판왕이니 기대하셔도 좋다. 이 작품을 계기로 부지런히 인사드리겠다”고 전했다. 이민호는 김은숙 작가의 전작 SBS ‘상속자들’을 통해 중국, 동남아시아에서 한류 스타로 성장한 만큼 김 작가와의 재회에 관심이 쏠린다. ‘해를 품은 달’ ‘별에서 온 그대’로 한류 스타가 된 김수현은 내년에 편성할 예정인 tvN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 출연을 검토 중이다. ‘사이코…’는 불안감에 시달리는 상처투성이 주인공들이 서로를 보듬으며 치유하고 성장해 가는 이야기다. 김수현은 정신병동 보호사 문강태 역을 제안받았다. 김수현은 지난달 종영한 tvN ‘호텔 델루나’ 마지막회 에필로그에 카메오로 깜짝 출연해 ‘미친 존재감’을 발휘했다. tvN 관계자는 “김수현 씨가 새 호텔인 ‘블루문’ 주인으로 출연해 ‘달이 떴군요. 영업 시작합니다’라는 단 한 줄의 대사만 했는데도 김수현판 시즌2에 대한 문의가 엄청 많았다”고 말했다. 옥택연도 내년 1월 방영하는 MBC 드라마 ‘더 게임: 0시를 향하여’의 주인공으로 돌아온다. 옥택연은 강력반 형사 서준영(이연희)과 함께 의문의 연쇄살인 사건을 풀어나가는 예언가 태평 역을 맡았다. 지창욱은 현재 방영 중인 tvN ‘날 녹여주오’에 출연 중이다. 20년간 냉동인간이 되었다 깨어난 방송국 예능 PD 마동찬 역을 맡은 지창욱은 함께 냉동인간이 된 고미란(원진아), 과거 마동찬의 연인 나하영(윤세아)과 삼각관계를 이루며 애틋한 멜로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드라마 ‘미생’의 임시완은 6일 종영한 OCN ‘타인은 지옥이다’로 시청자 앞에 섰다. ‘타인은…’의 시청률은 2%대였으나 임시완의 연기만큼은 인상적이었다는 평을 받았다. 문보현 KBS 드라마센터장은 “드라마 제작 편수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수출 단가에 영향을 미치는 남자 배우의 캐스팅은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한류 스타들이 대거 복귀해 해외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광고계도 이들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한 대형 광고기획사 관계자는 “제대한 배우들이 드라마, 영화로 존재감을 다시 보여줘야 광고주의 러브콜을 받는다. ‘동백꽃…’으로 복귀한 강하늘이 대표적이다. 모델에 대한 선택지가 넓어져 반갑다”고 전했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오빠들이 돌아왔다.” 배우 이민호 김수현 옥택연 지창욱 등 2년 전 국방의 의무를 위해 연병장으로 떠났던 스타들이 연달아 제대하며 복귀를 알리고 있다. 최근 몇 년 간 20, 30대 주연급 남자 배우 기근에 시달렸던 방송가에서는 이들의 귀환을 반기는 분위기다. 가장 먼저 성공적으로 복귀한 이는 KBS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강하늘이다. 강하늘은 ‘사랑이면 다 된다’는 신념으로 저돌적인 로맨스를 만들어가는 ‘촌므파탈’(촌스러움과 치명적인 남자를 뜻하는 옴므파탈의 합성어) 황용식 역을 맡았다. 소속사인 샘컴퍼니 관계자는 “말년휴가를 나온 강하늘이 여러 대본을 검토하던 중 투박하지만 솔직한 감정이 묻어난 ‘동백꽃…’의 대사에 끌려 선택했다”고 말했다. 시청률 6%로 출발한 ‘동백꽃…’은 방송 3회 만에 10%대로 진입했고 최근 16%를 넘었다. 내년에 방영될 예정인 방송사 대작에도 제대한 스타들이 주연을 꿰찼다. 이민호는 내년 3월 SBS에서 방영하는 김은숙 작가의 신작 ‘더 킹: 영원한 군주’로 복귀한다. ‘더 킹…’은 평행세계가 있다는 전제하에 두 세계를 잇는 문을 닫으려는 대한민국 황제 이곤(이민호)과 형사(김고은)가 공조하는 판타지 드라마다. 올해 8월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의 라이브 방송을 통해 복귀 소식을 알린 이민호는 “로맨스의 끝판왕이니 기대하셔도 좋다. 이 작품을 계기로 부지런히 인사드리겠다”고 전했다. 특히 이민호는 김은숙 작가의 전작 SBS ‘상속자들’을 통해 중국, 동남아시아에서 한류스타로 성장한 만큼 김 작가와의 재회에 관심이 쏠린다. ‘해를 품은 달’ ‘별에서 온 그대’로 한류 스타가 된 김수현은 내년 편성 예정인 tvN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 출연을 검토 중이다. ‘사이코…’는 불안감에 시달리는 상처투성이 주인공들이 서로를 보듬으며 치유하고 성장해 가는 이야기다. 김수현은 정신병동 보호사 문강태 역을 제안 받았다. 김수현은 지난달 종영한 tvN ‘호텔 델루나’ 마지막회 에필로그에 카메오로 깜짝 출연해 ‘미친 존재감’을 발휘했다. tvN 관계자는 “김수현 씨가 새 호텔인 ‘블루문’ 주인으로 출연해 단 한 줄의 대사를 했는데도 김수현 판 시즌2에 대한 문의가 엄청 많았다”고 말했다. 옥택연도 내년 1월 방영하는 MBC 드라마 ‘더 게임: 0시를 향하여’의 주인공으로 돌아온다. 옥택연은 강력반 형사 서준영(이연희)과 함께 의문의 연쇄살인 사건을 풀어나가는 예언가 태평 역을 맡았다. 지창욱은 현재 방영중인 tvN ‘날 녹여줘’에 출연 중이며 드라마 ‘미생’의 임시완은 6일 종영한 OCN ‘타인은 지옥이다’로 시청자 앞에 섰다. 문보현 KBS 드라마센터장은 “드라마 제작 편수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수출 단가에 영향을 미치는 남자 배우의 캐스팅은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한류스타들이 대거 복귀해 해외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광고계도 이들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한 대형 광고기획사 관계자는 “제대한 배우들은 드라마, 영화로 존재감을 재입증한 뒤 광고주의 러브콜을 받는다. ‘동백꽃…’으로 복귀한 강하늘이 대표적이다. 모델에 대한 선택지가 넓어져 반갑다”고 전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창고에 갇힌 채 제대로 먹지도, 마시지도, 학교에 가지도 못하던 찬언이는 자신의 손이 사라진 것을 발견한다. 얼마 되지 않아 몸 전체가 보이지 않는 ‘투명인간’이 돼 버린 찬언이는 자신을 학대하던 ‘트집마녀’(계모)의 손에서 벗어나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찬언이뿐만 아니라 부모에게 학대당한 영석이와 사라 역시 투명인간이 됐다. 어른들에게 학대받은 세 아이는 사회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못했다.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는 선생님, 의례적인 확인만 하고 돌아서는 경찰, 선뜻 참견하려 들지 않는 주변 어른들…. 사회로부터 외면당한 아이들은 마치 존재 자체가 지워진 듯 취급당했다. 그런 아이들은 존재가 희미해지다 못해 투명인간이 돼 버렸다. 아이들은 모험에 나선다. 투명인간이 된 상황을 이용해 나쁜 어른들과 트집마녀를 상대로 통쾌한 승리를 거둔다. 세 아이는 결국 어른들의 도움 없이 아동 학대를 고발하는 데 성공한다. 저자는 투명인간 판타지를 이용해 아동학대의 심각성을 고발한다. 자칫 어둡게만 그려질 수 있는 사회 문제를 투명인간이라는 소재를 통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풀어냈다. 아이들이 반성할 줄 모르는 어른들에게 복수를 해 나가는 과정이 흥미로우면서도 그 과정에서 드러난 아동학대의 실상은 우리 사회를 무겁게 돌아보게 만든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자유형 플립 턴(flip turn)을 연습하실 때에는 수영장 킥 판을 이용해 보세요. 킥 판에 양손을 짚은 채로 머리, 허리, 발 순서로 360도 회전하시면 됩니다.”(유튜브 수영강좌 채널 ‘다래풀 Darae Pool’의 국가대표가 알려주는 수영 꿀팁 자유형 플립 턴 클래스 편) 워킹맘 임지애 씨(32)는 요즘 유튜브로 수영을 배운다. 점심시간 막간을 이용해 수영장에 가기 전 국가대표 수영선수인 정다래의 유튜브 채널(구독자 7만6500명)에 올라온 강습 영상을 보며 동작을 익힌다. ‘육퇴(육아 퇴근)’ 이후엔 틈틈이 국가대표 체조선수 출신 손연재의 유튜브 채널 ‘연재월드 Sonyeonjae’(구독자 3만2000명)를 시청한다. 손 씨가 올린 리듬체조를 바탕에 둔 홈 트레이닝 영상을 보며 스트레칭 위주의 운동을 따라 한다. 최근 ‘홈트족’(홈 트레이닝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선 ‘국대(국가대표) 유튜브 채널’이 각광받고 있다. 직접 만나기 어려운 톱 스포츠스타로부터 ‘고퀄리티’ 노하우를 무료로 전수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중적인 수영이나 축구는 물론이고 쉽게 접하기 힘든 복싱, 배드민턴, 탁구 등 다양한 종목을 골라 볼 수 있단 점도 만족도가 높다. 요즘 ‘힙’한 채널은 자전거 동호인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백만킬로 사이클 아카데미’. 2010년 중국 광저우 아시아경기 사이클 금메달리스트인 박선호 전 국가대표가 방송하는데 구독자가 현재 6만3500명이다. 2012년 영국 런던 올림픽 유도 동메달을 획득한 조준호의 ‘Hanpan(한판) TV’(5만2100명)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배드민턴 금메달리스트인 이용대의 ‘이용대의 B-Connect’(1만9300명)도 화제다. 탁구 국가대표였던 김정훈의 ‘국가대표 김정훈 탁구클럽’(2만9300명)도 요즘 관심이 높다. 홈 트레이닝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 2016년 초반만 해도 아마추어 운동가들의 홈트 채널이 대다수였다. 그렇다 보니 잘못된 정보가 범람해 불만이 쏟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문제점은 실제 선수 출신들이 개인방송을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박선호 씨도 “아마추어 동호인들이 올린 영상에서 잘못된 운동법이나 훈련법이 많이 눈에 띄었다”며 “제대로 된 자전거 타는 법을 알리고 싶어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국대 출신 유튜브 채널은 체육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엘리트체육 중심인 국내 스포츠계에서 생활체육을 활성화하는 데 기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KBK Football TV’(구독자 3만2400명)를 운영하는 K리그 울산현대축구단의 김보경 선수는 “유소년 선수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시작했는데 점점 일반인들도 (영상 속 내 훈련법을) 따라 한다”며 “최근에는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 주의해야 할 점 등을 자막으로 설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대 출신 유튜버들이 인기를 끌자 대한체육회는 최근 아예 현직 국가대표 선수를 대상으로 ‘나도 유튜버’ 공모전을 실시하기도 했다. 여기서 김잔디 이아름 박혜진(태권도), 서희주(우슈), 김형규 선수(복싱)가 ‘국대 TV’ 유튜버로 선정됐다. 이들은 선수촌 생활이나 훈련 과정 등을 소개하며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김정은 kimje@donga.com·정윤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