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김정은 기자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구독 16

추천

안녕하세요. 김정은 기자입니다.

kimje@donga.com

취재분야

2024-08-22~2024-09-21
문학/출판47%
칼럼17%
사회일반13%
교육7%
미술7%
문화 일반7%
무용2%
  • 신중현의 노래, 뮤지컬이 되다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80)의 노래가 뮤지컬이란 새 옷을 입는다. 그의 대표적인 히트곡 ‘미인’에서 따온 동명의 창작 뮤지컬 ‘미인’이 6월 15일부터 7월 22일까지 서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미인’은 그의 음악을 무대로 옮긴 최초의 뮤지컬이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28일 신중현을 만났다. 인터뷰 전 뮤지컬 ‘미인’ 연습실에 들렀다 온 그는 “3월 말 아내를 떠나보낸 뒤 고인에 대한 애도 기간을 갖고자 두 달간 음악 연습을 중단했다”며 “오늘 뮤지컬 ‘미인’ 연습실을 찾은 건 두 달 만의 첫 음악 행보”라고 전했다. 그의 아내이자 한국 최초의 여성 드러머인 명정강 씨는 3월 26일 폐렴으로 별세했다. 뮤지컬 넘버는 그의 히트곡 가운데 23곡을 선별해 구성됐다. 신중현의 초창기 음악부터 ‘신중현 사단’으로 불리던 김추자, 펄시스터즈, 박인수, 김완선 등 수많은 아티스트를 통해 사랑받은 다양한 음악이 캐릭터와 스토리에 힘을 더한다. ‘미인’ ‘아름다운 강산’ ‘봄비’ ‘커피 한잔’ ‘꽃잎’ ‘빗속의 연인’ ‘리듬 속에 그 춤을’ 등이 넘버에 이름을 올렸다. “내가 만든 곡들이 처음으로 뮤지컬로 만들어져 큰 영광이죠. 연습 장면만 봐도 뮤지컬이 이렇게 멋지구나, 새삼스럽게 감명을 받게 되더라고요.” 그는 “뮤지컬 오프닝곡이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김추자의 ‘알 수 없네’라 놀랐다”며 “사실 묻혀 있던 곡인데 그 노래가 뮤지컬의 포문을 열어줘 남다르게 다가왔다”고 전했다. 뮤지컬 수록곡이자 그가 작곡한 ‘아름다운 강산’은 지난달 북한 평양에서 열린 남측 예술단 공연에서 가수 이선희가 불러 또 한번 화제가 됐다. “아름다운 강산을 작곡할 때 한반도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며 동포애를 강조하고 싶었어요. 북한 사람들도 이 곡을 좋아한다니…. 굉장히 흐뭇하죠.” 그는 올해 9월 신보 앨범 발매도 앞두고 있다. 2009년 세계적인 기타 전문회사 펜더(Fender)로부터 아시아 뮤지션 가운데 처음으로 기타를 헌정받은 데 대한 감사 앨범이다. 신중현에 앞서 에릭 클랩턴, 제프 백, 잉베이 말름스틴, 스티비 레이 본, 에디 반 헤일런 등이 해당 기타를 헌정받았다. “여든의 나이지만, 아직도 세계 최고의 기타리스트가 되겠다는 꿈을 꿉니다. 평생 음악을, 기타를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이유죠.”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8-05-2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배우 이종혁 “캐릭터와 실제 성격은 정반대… 똑같으면 재미없잖아요, 하하”

    배우 이종혁(44)이 다음 달 21일부터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오르는 스테디셀러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3년 연속 주인공 줄리안 마쉬 역을 맡는다. 극 중 마쉬는 미국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제작자로, 대공황 이후 투자를 받지 못해 어려워지자 신인배우 페기 소여를 발굴해 흥행의 역사를 써내려간다.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15일 이종혁을 만났다. 그와 ‘브로드웨이…’의 인연은 20주년 공연이 열린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종혁은 유인촌, 남경주 등 쟁쟁한 선배들이 열연한 마쉬 역에 역대 최연소(42세·한국 공연 기준)로 캐스팅됐다. 이후 매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랐다. “뮤지컬 ‘시카고’ ‘벽을 뚫는 남자’에 두 시즌 동안 출연한 적은 있지만, 3년 연속으로 출연한 건 ‘브로드웨이…’가 처음이에요. 좋은 공연은 계속돼야 한다는 게 제 철학입니다.” 유쾌한 성격의 그와 시종일관 무게를 잡는 마쉬는 상반된 캐릭터다. “저랑 똑같은 캐릭터를 하면 쉽겠지만, 재미가 없잖아요. 하하.” 마쉬 역을 맡은 뒤 제일 먼저 열중한 일은 대사를 수정하는 작업이었다. “번역극이다 보니 일부 대사가 올드한 느낌이 있었어요. 제가 생각한 마쉬는 강하면서도 임팩트 있는 남성이거든요. 이런 이미지를 위해 불필요한 형용사를 죄다 뺐어요.” 남자 주인공이지만 마쉬가 부르는 노래는 3곡에 불과하다. 그는 “세 곡 모두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부르는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서울예대 연극과를 나온 그는 뮤지컬 연출가 왕용범, 배우 정성화 이필모 임형준 김민교와 동기다. 데뷔작 역시 1997년 이들과 함께 작업한 연극 ‘서푼짜리 오페라’였다. 그가 얼굴을 알린 건 2002년 배우 박정자와 함께한 2인극 ‘19 그리고 80’을 통해서다.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에 캐스팅돼 한창 연습 중이었는데 ‘토요일…’의 제작자인 윤석화 선배님과 박정자 선생님으로부터 ‘19…’ 출연 제안을 받았어요. 공연 시기가 겹치지 않아 출연하게 됐는데 웬걸, 연극 반응이 너무 좋아 연장하게 됐고 결국 뮤지컬은 더블 캐스팅된 후배 박건형만 출연하게 됐어요.” 아쉽게 출연이 불발된 뮤지컬이었지만 연습을 하면서 그는 평소 소질이 없던 춤을 전문적으로 배웠다. 당시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던 김미혜가 그의 춤 선생님이다. 김미혜는 ‘쌍천만 배우’ 황정민의 부인이자 ‘브로드웨이…’ 제작자다. “미혜 누나와의 인연이 ‘브로드웨이…’로 이어질 줄은 정말 몰랐어요. 10여 년 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춤 실력이 많이 늘었다는 거죠. 하하.” 6월 12일부터 8월 19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6만∼13만 원. 1588-5212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8-05-2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보는 맛보다 듣는 맛… 소리가 다르니 감동이 다르네

    “이게 바로 하와이안 갈릭 버터 시림프(새우)입니다. 냠냠.” 자막은 이미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방송인 백종원 씨가 새우를 입에 넣는 모습이 클로즈업되자, ‘쩝쩝’ 소리만이 또렷이 귓가를 파고든다. 뒤이어 펼쳐지는 조리 과정. 버터를 잔뜩 두른 프라이팬 위에 튀겨지는 마늘의 ‘지글지글’. 뒤이어 통통한 새우 10여 마리가 들어가자마자 사운드는 거의 교향곡 수준으로 화면 가득 울려 퍼진다. 지난달 23일 방영을 시작한 tvN 다큐멘터리 예능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는 기존 ‘먹방’과는 뭔가 다르다. 백 씨의 감칠맛 나는 설명도 훌륭하지만, 하나의 요리가 어떤 히스토리와 과정을 지녔는지를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기획 단계부터 염두에 뒀다는 음식 연출 방식이 이채롭다. 마치 시청자도 함께 식탁에 앉은 것처럼 음식을 귀로 풍성하게 즐기는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자율감각쾌락반응)를 적극 활용한다. 최근 ASMR가 ‘귀르가즘(귀+오르가즘)’이란 신조어까지 낳으며 대중문화 전반에서 주요한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방송은 물론이고 광고, 1인 미디어, 웹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에서 대중에게 사랑받는다. ‘스트리트…’를 연출한 박희연 PD는 방송가에서 ASMR를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한 제작진이다. 박 PD는 “백 씨와 함께했던 ‘집밥 백선생3’를 찍으며 제작진도 음식을 조리할 때 나는 ‘소리’에 식욕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며 “시각에 집중했던 기존 방식보다 청각을 부각시키는 방식이 시청자에게 더 큰 공감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렌드에 예민한 광고계도 ‘귀르가즘’은 새로운 블루칩이다. 특히 소리를 활용하기에 먹거리 광고에서 요긴하다. 다니엘 헤니가 출연했던 치즈 광고를 찍은 이채훈 제일기획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청각을 극대화시키면 대중이 광고를 보며 ‘내가 아는 그 맛이네’라는 기억을 떠올리게 만든다”며 “ASMR를 통해 맛을 간접적으로 체감하는 공감 효과를 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유행이 빠른 유튜브 등 인터넷 영상에서는 이미 ASMR가 보편화 수준에 이르렀다. 유튜브에 개설된 전문 채널은 30만 개에 이르며, 관련 콘텐츠는 이미 1000만 개를 넘어섰다. ‘혼밥 ASMR 채널’ 등을 운영하는 유튜버 ‘초의 데일리쿡’은 “생생한 소리를 전달하려면 고성능 기계가 필요하고 작업 시간도 오래 걸린다”며 “하지만 ASMR를 활용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영상을 보는 비율이 2배가량 높아진다”고 귀띔했다. 최근 귀르가즘은 음식 분야 이외로도 확장하는 추세다. 1020세대에게 인기인 웹드라마 ‘전지적 짝사랑 시점’은 최근 출연 배우들이 에세이를 읽어주는 ASMR 버전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아이돌 ‘워너원’을 전면에 내세운 한 인터넷 쇼핑몰 광고는 뇌를 자극해 심리적 안정을 유도하는 소리를 전면에 내세웠다. 수묵화 배경에 새가 지저귀는 자연의 소리를 배경음악으로 깔았다. 이 크리에이터 디렉터는 “소리의 의외성이 시청자에게 신선함을 주는 효과가 ASMR를 통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대중문화 콘텐츠에서 ASMR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심재웅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볼거리의 홍수 속에서 피로감을 느낀 대중이 ASMR가 주는 새로운 자극에 쾌감이나 욕구를 느끼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현진 유튜브 파트너십 수석부장은 “1인 미디어에서 ASMR는 이미 대세 콘텐츠”라며 “과거 단지 음식을 많이 먹는 ‘먹방’에서 벗어나 최근엔 조리나 섭취 과정에서 소리로 식감을 전해야 대중이 찾는다”고 말했다. ASMR가 최신 콘텐츠와 맞물리고 있지만, 그 내부에는 ‘아날로그 감성’이란 문화코드가 들어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디지털 문화가 발달할수록 대중은 역으로 아날로그 감성을 찾는 경향이 있다”며 “ASMR 인기의 이면에는 디지털 시대의 역행 혹은 반발이란 사회적 심리가 숨겨져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kimje@donga.com·김민 기자}

    • 2018-05-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ASMR 효과… 소개된 갈빗집 붐비고 “통증 완화”

    최근 서울 용산구의 한 자그마한 식당은 어느 때 찾아가도 앉을 자리가 없다. 원래도 식도락가들에게 사랑받는 숯불갈비 맛집이었지만, 이달 초 일본 드라마를 촬영했다는 소문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퍼지며 난리가 났다. 다름 아닌, 국내에도 팬층이 두꺼운 TV도쿄의 ‘고독한 미식가’였다. 현재 시즌7에 이른 ‘고독한 미식가’는 철저히 음식에 집중한 ‘먹방’ 드라마다. 줄거리는 직장인 이노가시라 고로(마쓰시게 유타카)가 일을 마친 뒤 허기를 느끼고 홀로 식당을 찾아가 요리를 즐기는 게 전부다. 하지만 이노가시라의 생생한 표정이나 실감나는 묘사가 ‘신의 경지’라는 극찬을 받으며 승승장구. 특히 ASMR를 적극 활용한 소리가 예술이란 평이 많다. 지난해 말엔 모든 프로그램이 피해 간다는 NHK ‘홍백가합전’ 시간대에 특집편성 방송을 할 정도로 ‘거물’이 됐다. 이런 ASMR 콘텐츠는 해외에서도 인터넷 영상에서 먼저 각광받았다. 2010년 2월 개설된 가장 큰 규모의 페이스북 커뮤니티 ‘ASMR 그룹’은 소개글에서 “전 세계의 사람들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인간의 경험에서 아직 밝혀지지 않은 현상(ASMR)을 규명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밝히고 있다. 2012년 시작한 채널인 ‘젠틀위스퍼링’은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며 상황극을 하거나 가위로 사각거리는 미세한 소리를 극대화한 콘텐츠 등으로 인기를 모았다. 130만 명이 팔로하는 채널 운영자인 ‘마리아’는 다니던 직장을 관둘 정도로 상당한 수입을 거둬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즘은 ASMR에 관한 학문적 연구도 조금씩 활발해지고 있다. 실제로 ASMR 콘텐츠를 즐기는 사람들은 영상을 보며 “머리가 쭈뼛 서거나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이 들 때도 있다”며 과학적 효과를 확신한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매거진에 따르면 2015년 영국 스완지대의 심리학 연구진도 실험을 통해 ASMR 콘텐츠를 본 사람들 중 상당수가 숙면이나 통증 완화에 도움을 얻었다는 결과를 얻기도 했다. 반면 미국 셰넌도어대의 생물약제학 교수인 크레이그 리처드는 좀 더 신중한 입장이다. 리처드 교수는 ‘ASMR 유니버시티’라는 블로그를 개설해 ASMR 현상을 경험한 사람들의 사례를 온라인으로 수집하고 있다. 그는 “ASMR의 원리가 실제로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는 추가적 과학적 규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민 kimmin@donga.com·김정은 기자}

    • 2018-05-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냠냠, 쩝쩝 ‘귀르가즘’…문화콘텐츠에서 ASMR이 인기 끄는 이유는?

    “이게 바로 하와이언 갈릭 버터 쉬림프(새우)입니다.(냠냠)” 자막은 이미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방송인 백종원 씨가 새우를 입에 넣는 모습이 클로즈업되자, ‘쩝쩝’ 소리만이 또렷이 귓가를 파고든다. 뒤이어 펼쳐지는 조리과정. 버터를 잔뜩 두른 프라이팬 위에 튀겨지는 마늘의 ‘지글지글.’ 뒤이어 통통한 새우 10여 마리가 들어가자마자 사운드는 거의 교향곡 수준으로 화면 가득 울려 퍼진다. 지난달 23일 방영을 시작한 tvN 다큐멘터리 예능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는 기존 ‘먹방’과는 뭔가 다르다. 백 씨의 감칠맛 나는 설명도 훌륭하지만, 하나의 요리가 어떤 히스토리와 과정을 지녔는지를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기획 단계부터 염두에 뒀다는 음식 연출 방식이 이채롭다. 마치 시청자도 함께 식탁에 앉은 것처럼 음식을 귀로 풍성하게 즐기는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자율감각쾌락반응)을 적극 활용한다. 최근 ASMR이 ‘귀르가즘(귀+오르가즘)’란 신조어까지 낳으며 대중문화 전반에서 주요한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방송은 물론 광고, 1인 미디어, 웹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에서 대중에게 사랑받는다. ‘스트리트…’를 연출한 박희연 PD는 방송가에서 ASMR를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한 제작진이다. 박 PD는 “백 씨와 함께 했던 ‘집밥 백선생3’를 찍으며 제작진도 음식을 조리할 때 나는 ‘소리’에 식욕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며 “시각에 집중했던 기존 방식보다 청각을 부각시키는 방식이 시청자에게 더 큰 공감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렌드에 예민한 광고계도 ‘귀르가즘’은 새로운 블루칩이다. 특히 소리를 활용하기에 먹거리 광고에서 요긴하다. 다니엘 헤니가 출연했던 치즈 광고를 찍은 이채훈 제일기획 크리에이터는 “청각을 극대화시키면 대중이 광고를 보며 ‘내가 아는 그 맛이네’라는 기억을 떠올리게 만든다”며 “ASMR을 통해 맛을 간접적으로 체감하는 공감을 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유행이 빠른 유튜브 등 인터넷 영상에서는 이미 ASMR이 보편화 수준에 이르렀다. 유튜브에 개설된 전문 채널은 30만 개에 이르며, 관련 콘텐츠는 이미 1000만 개를 넘어섰다. ‘혼밥 ASMR 채널’ 등을 운영하는 유튜버 ‘초의 데일리쿡’은 “생생한 소리를 전달하려면 고사양 기계가 필요하고 작업시간도 오래 걸린다”며 “하지만 ASMR을 활용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영상을 보는 비율이 3~4배는 높아진다”고 귀띔했다. 최근 귀르가즘은 음식 분야 이외로도 확장하는 추세다. 1020세대에게 인기인 웹드라마 ‘전지적 짝사랑 시점’은 최근 출연 배우들이 에세이를 읽어주는 ASMR 버전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아이돌 ‘워너원’을 전면에 내세운 한 인터넷쇼핑몰 광고는 뇌를 자극해 심리적 안정을 유도하는 소리를 전면에 내세웠다. 수묵화 배경에 새가 지저귀는 자연의 소리를 배경음악으로 깔았다. 이 크리에이터는 “소리의 의외성이 시청자에게 신선함을 주는 효과가 ASMR를 통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대중문화콘텐츠에서 ASMR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심재웅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볼거리의 홍수 속에서 피로감을 느낀 대중들이 ASMR이 주는 새로운 자극에 쾌감이나 욕구를 느끼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현진 유튜브 파트너십 수석부장은 “1인 미디어에서 ASMR은 이미 대세 콘텐츠”라며 “과거에 단지 음식을 많이 먹는 ‘먹방’을 벗어나 최근엔 조리나 섭취 과정에서 소리로 식감을 전해야 대중이 찾는다”고 말했다. ASMR이 최신 콘텐츠와 맞물리고 있지만, 그 내부에는 ‘아날로그 감성’이란 문화코드가 들어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디지털 문화가 발달할수록 대중은 역으로 아날로그 감성을 찾는 경향이 있다”며 “ASMR 인기 이면에는 디지털 시대의 역행 혹은 반발이란 사회적 심리가 숨겨져 있다”고 설명했다. ▼ ASMR 콘텐츠 해외 사례 ▼ 최근 서울 용산구의 한 자그마한 식당은 어느 때 찾아가도 앉을 자리가 없다. 원래도 식도락가들에겐 사랑받는 숯불갈비 맛집이지만, 이달 초 일본 드라마를 촬영했던 소문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퍼지며 난리가 났다. 다름 아닌, 국내에도 팬 층이 두터운 TV도쿄의 ‘고독한 미식가’였다. 현재 시즌7에 이른 ‘고독한 미식가’는 철저히 음식에 집중한 ‘먹방’ 드라마다. 줄거리는 직장인 이노가시라 고로(마츠시게 유타카)가 일을 마친 뒤 허기를 느끼고 홀로 식당을 찾아가 요리를 즐기는 게 전부다. 하지만 고로의 생생한 표정이나 실감나는 묘사가 ‘신의 경지’라는 극찬을 받으며 승승장구. 특히 ASMR를 적극 활용한 소리가 예술이란 평이 많다. 지난해 연말엔 모든 프로그램이 피해간다는 NHK ‘홍백가합전’ 시간대에 특집편성 방송을 할 정도로 ‘거물’이 됐다. 이런 ASMR 콘텐츠는 해외에서도 인터넷 영상에서 먼저 각광받았다. 2010년 2월 개설된 가장 큰 규모의 페이스북 커뮤니티 ‘ASMR 그룹’은 소개글에서 “전 세계의 사람들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인간의 경험에서 아직 밝혀지지 않은 현상(ASMR)을 규명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밝히고 있다. 2012년 시작한 채널인 ‘젠틀위스퍼링’은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며 상황극을 하거나 가위로 사각거리는 미세한 소리를 극대화한 콘텐츠 등으로 인기를 모았다. 130만 명이 팔로우하는 채널 운영자인 ‘마리아’는 다니던 직장을 관둘 정도로 상당한 수입을 거둬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즘은 ASMR에 관한 학문적 연구도 조금씩 활발해지고 있다. 실제로 ASMR 컨텐츠를 즐기는 사람들은 영상을 보며 “머리가 쭈뼛 서거나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이 들 때도 있다”며 과학적 효과를 확신한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매거진에 따르면 2015년 영국 스완지 대학의 심리학 연구진도 실험을 통해 ASMR 컨텐츠를 본 사람들 중 상당수가 숙면이나 통증 완화에 도움을 얻었다는 결과를 얻기도 했다. 반면 미국 셰넌도어 대학의 생물약제학 교수인 크레이그 리처드는 좀더 신중한 입장이다. 리처는 교수는 ‘ASMR 유니버시티’라는 블로그를 개설해 ASMR 현상을 경험한 사람들의 사례를 온라인으로 수집하고 있다. 그는 “ASMR의 원리가 실제로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는 추가적 과학적 규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8-05-27
    • 좋아요
    • 코멘트
  • [책의 향기]기묘한 성적 욕망, 근대 조선을 휩쓸다

    조선의 근대 신문에 등장한 최초의 ‘변태 성욕자’는 누구일까. 1924년 경기 시흥군 영등포면에 거주하던 29세 일본인 청년이다. 평소 남의 변소 문틈으로 고개를 넣고 음부를 쳐다보는 버릇이 있던 이 청년은 군수집 변소에 잠입해 이와 같은 일을 벌이다 발각돼 징역 4개월의 판결을 받았다(본보 1924년 5월 11일자 ‘변태성욕한 사개월을 불복’ 기사 참조). 1920, 30년대 조선은 성(性)에 대한 이야기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당대의 성과학 지식이 ‘변태붐’이라는 이름으로 신문지상을 오르내렸다. 서구의 성과학 지식이 번역돼 들어오면서 ‘변태성욕’ ‘반음양’ ‘여장남자’ ‘동성연애’와 같은 말이 등장했다. 책은 1920, 30년대 본보를 비롯한 조선일보, 잡지 등 언론에서 다양한 형식으로 다룬 ‘젠더 비순응자들’에 대해 분석했다. 기사의 논조를 분석하며 당대 사회가 이들을 어떻게 바라봤는지를 조망한다. 저자는 “퀴어한 존재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어떻게 ‘정상적인 세계’의 경계를 상상해내는 과정과 나란히 발전했는가를 함께 살펴보고자 했다”고 설명한다. 각 장마다 당시의 다양한 에피소드가 넘쳐나며 쉽게 읽힌다. 사건이 보도된 신문 기사 사진도 곳곳에 배치돼 이를 보는 재미도 상당하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8-05-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콜롬비아, 연극제 통해 치안 공포증 치유… 칼보다 강한 문화의 힘 전세계에 보여줘”

    콜롬비아 초대 문화장관을 지낸 라미로 오소리오 폰세카 마요르극장장(67)이 2018 세계문화예술교육주간(23∼27일)을 맞아 한국을 찾았다. 폰세카 극장장은 23일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주최로 열린 ‘2018 세계문화예술교육주간’ 국제 심포지엄 행사에 기조연설자로 참여했다. 24일 서울 용산구 소월로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폰세카 극장장과 양현미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장(54)이 만나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과 효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양 원장은 “1980년대 마피아들의 정치인 암살 등 불안한 사회 분위기를 문화예술교육으로 극복한 콜롬비아는 문화예술교육의 본원적 가치가 가장 잘 드러나는 국가”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1988년 폰세카 극장장이 창설한 이래 보고타 지역에서 격년에 한 번씩 열리는 ‘이베로아메리카노 국제연극제’는 중남미 최대 규모의 국제연극제이자 불안에 떨던 콜롬비아 사람들을 정서적으로 치유해준 문화예술축제로 평가받는다. 폰세카 극장장은 “1980년대 치안이 불안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집 밖으로 잘 나오려 하지 않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연극제 첫 회 폐막공연에 시민 8만 명이 거리에 나와 야외에서 공연을 관람했다. 문화향유권이야말로 인간의 기본권임을 확인한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총이나 칼보다 문화의 힘이 더 강함을 보여준 사건이었어요. 새로운 콜롬비아의 정체성을 만들기 위해선 문화예술교육이 옵션이 아닌 필수적 과제였죠. 예술교육이야말로 한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입니다.” 지난해 11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장에 취임한 양현미 씨는 “소년원을 비롯해 교정시설 등에서 만난 분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예술치유 프로그램, 미혼모와 아이들을 출연시킨 뮤지컬 ‘소녀, 노래하다’ 공연과 같은 경제적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다가서는 문화예술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직접적으로 예술 창작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술의 수요와 공급 불균형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예술교육이 매우 중요합니다. 예술교육 투자야말로 문화자본을 가장 효과적으로 증대시킬 수 있는 정책입니다.” 양 원장은 “국내에서도 베네수엘라 소외계층 청소년들의 음악교육 프로그램인 ‘엘시스테마’를 벤치마킹해 ‘꿈의 오케스트라’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는데, 여기에 참여한 아이들을 3년간 조사한 결과 자존감과 사회성이 이전과 달리 크게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세계문화예술교육주간은 2010년 유네스코와 우리 정부가 공동주최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를 기념해 매년 5월 넷째 주마다 진행되고 있다. 올해는 ‘4차 산업혁명, 문화예술의 재발견’이란 주제로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 일대에서 27일까지 전시와 포럼, 체험행사가 펼쳐진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8-05-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대한민국발레축제 31일 개막

    국내 대표적인 10개 유명 발레단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제8회 ‘대한민국발레축제’가 31일∼다음 달 2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올해 ‘초청 안무가 시리즈’(5월 31일∼6월 1일·CJ토월극장)에는 스페인 국립무용단 수석 무용수로 활약 중인 신인 안무가 김세연과 발레리노 겸 안무가로 활동 중인 김용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초청됐다. 김세연은 올해 초 스페인국립무용단과 마드리드에서 초연한 네오 클래식 발레 ‘트리플 바흐’를, 김용걸은 신작 ‘더 타입 B(The type B)’를 선보일 예정이다.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UBC)은 각각 ‘안나 카레니나’(6월 22∼24일·오페라극장)와 ‘발레 춘향’(6월 9∼10일·CJ토월극장)을 선보인다. 특히 UBC 창작 발레 춘향은 4년 만에 재공연되는 작품이다. 춘향과 몽룡의 아름다운 사랑의 파드되(2인무), 남성 군무의 폭발적인 역동성이 느껴지는 암행어사 출두 장면, 단옷날 창포물에 머리 감는 처녀들의 군무 등이 명장면으로 꼽힌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8-05-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단독]“240년 전통 작품으로 볼쇼이의 현재-미래 만나보세요”

    마린스키발레단과 함께 러시아 발레를 대표하는 볼쇼이발레단이 2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볼쇼이오케스트라와 함께 내한공연을 갖는다. 발레단과 오케스트라가 함께 내한한 건 23년 만이다. 이번 공연에선 240년 전통을 지닌 볼쇼이의 대표 레퍼토리 ‘백조의 호수’를 선보인다. 1964년부터 1995년까지 32년간 볼쇼이발레단을 이끈 유리 그리고로비치 안무 버전. 국립발레단이 해마다 선보이는 ‘백조의 호수’의 원조라 할 수 있다. 볼쇼이발레단 수장인 마하르 바지예프 감독(57)은 22일 동아일보와 e메일 인터뷰에서 서울 공연에 대한 큰 기대감을 표출했다. 그는 “볼쇼이발레단이 볼쇼이오케스트라와 함께 서울을 찾은 지 무려 20년이 넘었다”며 “1990년 중반과 현재를 비교하면 완전히 새로운 발레단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로 변화가 많았다”고 운을 뗐다. “개인적으로 서울은 정말 사랑하는 도시예요. 서울에서 발레단의 역사적인 작품이자 현재, 그리고 볼쇼이가 꿈꾸는 이상을 모두 만날 수 있는 ‘백조의 호수’를 선보일 수 있어 매우 기쁩니다.” 볼쇼이발레단만 놓고 봐도 마지막 내한공연은 1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5년 ‘지젤’과 ‘스파르타쿠스’였다. 바지예프 감독은 “볼쇼이의 특별한 매력은 발레와 오페라, 오케스트라가 모두 한 조직에 소속돼 있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는 점”이라며 “당연히 오케스트라와 합동으로 공연하는 이번 ‘백조의 호수’야말로 가장 볼쇼이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볼쇼이발레단은 다양한 레퍼토리를 갖고 있기로도 유명하다. ‘호두까기 인형’ ‘로미오와 줄리엣’ 등 국내 발레 팬이 사랑하는 작품이 많다. 이번 내한공연에서 특별히 ‘백조의 호수’를 고른 이유가 뭘까. “이 작품이야말로 볼쇼이발레단을 상징하는 의미가 크기 때문이죠. 게다가 뭣보다도 볼쇼이가 낳은 역사적인 안무가인 그리고로비치가 만든 최고의 작품 아니겠습니까. 우리 발레단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봅니다.” 내한공연 첫날 주연 커플은 볼쇼이발레단을 대표하는 수석 무용수인 율리야 스테파노바와 아르템 아브차렌코가 맡았다. 둘째 날 공연의 캐스팅은 ‘히든카드’라 할 수 있다. 바지예프 감독이 2020년대 볼쇼이의 미래로 여기는 알료나 코발료바와 자코포 티시의 조합을 선보인다. “율리야와 아르템은 두말할 것 없는 볼쇼이의 가장 유명한 스타들이죠. 낭만적인 춤 선이 매력적인 발레리나인 율리야는 굉장히 여성스럽고 부드러운 오데트를 관객에게 선보입니다. 아르템 역시 고귀하고 아름다운 왕자를 완벽하게 연기할 테고요. 개인적으론 알료나와 자코포에 대한 기대가 커요. 신인이지만 다양한 레퍼토리 경력을 갖고 있어 머잖아 발레단의 대표 얼굴로 자리 잡을 거예요. 특히 두 무용수는 외적으로도 상당히 잘 어울려서 설득력 있는 연기를 펼칠 겁니다.” 27∼29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7만∼25만 원. 02-599-5743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8-05-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볼쇼이발레단 감독 “‘백조의 호수’야말로 가장 볼쇼이다운 무대 될 것”

    마린스키 발레단과 함께 러시아 발레를 대표하는 볼쇼이 발레단이 2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볼쇼이 오케스트라와 함께 내한공연을 갖는다. 발레단과 오케스트라가 함께 내한한 건 23년 만이다. 이번 공연에선 240년 전통을 지닌 볼쇼이의 대표 레퍼토리 ‘백조의 호수’를 선보인다. 1964년부터 1995년까지 32년간 볼쇼이 발레단을 이끈 유리 그리고로비치 안무 버전. 국립발레단이 해마다 선보이는 ‘백조의 호수’의 원조라 할 수 있다. 볼쇼이 발레단 수장인 마하르 바지예프 감독(57)은 22일 동아일보와 e메일 인터뷰에서 서울 공연에 대한 큰 기대감을 표출했다. 그는 “볼쇼이발레단이 볼쇼이 오케스트라와 함께 서울을 찾은 지 무려 20년이 넘었다”며 “1990년 중반과 현재를 비교하면 완전히 새로운 발레단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 변화가 많았다”고 운을 뗐다. “개인적으로 서울은 정말 사랑하는 도시에요. 서울에서 발레단의 역사적인 작품이자 현재, 그리고 볼쇼이가 꿈꾸는 이상을 모두 만날 수 있는 ‘백조의 호수’를 선보일 수 있어 매우 기쁩니다.” 볼쇼이 발레단만 놓고 봐도 마지막 내한공연은 1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5년 ‘지젤’과 ‘스파르타쿠스’였다. 바지예프 감독은 “볼쇼이의 특별한 매력은 발레와 오페라, 오케스트라가 모두 한 조직에 소속돼 있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는 점”이라며 “당연히 오케스트라와 합동으로 공연하는 이번 ‘백조의 호수’야말로 가장 볼쇼이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볼쇼이 발레단은 다양한 레퍼토리를 갖고 있기로도 유명하다. ‘호두까기 인형’ ‘로미오와 줄리엣’ 등 국내 발레 팬이 사랑하는 작품이 많다. 이번 내한공연에서 특별히 ‘백조의 호수’를 고른 이유가 뭘까. “이 작품이야말로 볼쇼이 발레단을 상징하는 의미가 크기 때문이죠. 게다가 뭣보다도 볼쇼이가 낳은 역사적인 안무가인 그리고로비치가 만든 최고의 작품 아니겠습니까. 우리 발레단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봅니다.” 내한공연 첫날 주연 커플은 볼쇼이 발레단을 대표하는 수석 무용수인 율리야 스테파노바와 아르템 아브차렌코가 맡았다. 둘째 날 공연의 캐스팅은 ‘히든카드’라 할 수 있다. 바지예프 감독이 2020년대 볼쇼이의 미래로 여기는 알료나 코발료바와 자코포 티시의 조합을 선보인다. “율리야와 아르템은 두말할 것 없는 볼쇼이의 가장 유명한 스타들이죠. 낭만적인 춤 선이 매력적인 발레리나인 율리야는 굉장히 여성스럽고 부드러운 오데트를 관객에게 선보입니다. 아르템 역시 고귀하고 아름다운 왕자를 완벽하게 연기할 테고요. 개인적으론 알료나와 자코포에 대한 기대가 커요. 신인이지만 다양한 레퍼토리 경력을 갖고 있어 멀지 않아 발레단의 대표 얼굴로 자리 잡을 거예요. 특히 두 무용수는 외적으로도 상당히 잘 어울려서 설득력 있는 연기를 펼칠 겁니다.”김정은기자 kimje@donga.com}

    • 2018-05-22
    • 좋아요
    • 코멘트
  • 현대무용가 안은미 “북한춤 발 빨라 날아다니는 느낌… 우리 리듬과 비슷해 동질감 느껴”

    현대무용가 안은미 씨(56)가 다음 달 1∼3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북한 무용을 재해석·재구성한 신작 ‘안은미의 북한춤’을 공연한다. 지난달 프랑스 파리 시립극장 ‘테아트르 드 라 빌’의 상주예술가로 선정된 안 씨가 극장과 공동 제작하는 첫 작품이다. 서울 공연에 이어 내년 2월에는 파리에서 5일간 공연된다. 안은미는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북한 춤을 배웠다고 설명했다. “유튜브에 어마어마한 양의 북한 춤 자료가 있더라고요. 북한의 아리랑 퍼포먼스, 피바다극단의 한 시간짜리 공연 영상 등을 모두 볼 수 있었죠.” 월북 무용가 최승희의 무보집 ‘조선민족무용기본’(1958년)도 참고했다. 이뿐만 아니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계 민족학교 계열의 강휘선조선무용연구소에서 춤을 배운 북한 재일동포 출신 무용가 성애순에게도 자문을 했다. 북한 춤의 특징은 뭘까. 안은미는 “북한 춤은 발이 굉장히 빠르고 날아다니는 듯한 느낌이 든다”며 “척추를 꼿꼿이 세우는 동작이 많다”고 설명했다. “일단 휘모리장단, 굿거리장단 등 리듬이 익숙해요. 동작도 스타일은 다르지만 기본 원리는 같죠. ‘우리가 한민족이기는 하구나’를 춤을 추면서 느꼈습니다.” 안은미는 남북 문화예술 교류의 빗장이 풀리는 시점에서 북한 무용수들과의 협업에 대한 기대도 내비쳤다. “훗날 북한 무용수들과 함께 무대에 서는 ‘안은미의 북한춤 2’를 만들어 보고 싶어요. 춤이야말로 경계선 없는 유일한 언어 아닐까요.” 2만∼3만 원. 02-747-3880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8-05-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고양이를 사랑한 예술가들 “그들은 하나의 걸작”

    고양이만큼 오랜 시간 예술가와 문인에게 영감을 준 동물이 있을까. 고양이가 독자적인 예술작품의 주체가 된 곳은 고대 이집트였다. 벽화에서 고양이는 반려동물, 사냥 동료나 여신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됐다. 고대 이집트와 로마시대를 거쳐 근현대에서도 고양이는 예술가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가장 작은 고양이는 하나의 걸작이다’라는 말을 남긴 천재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고양이를 사랑하는 화가 중 한 명이었다. ‘성모와 고양이’ 등 그가 남긴 고양이 소묘만도 11점에 이른다. 에두아르 마네는 애지중지한 흑백 얼룩무늬 고양이 ‘지지’를 여러 그림에 등장시켰다. 그는 지지를 무릎에 앉힌 아내 쉬잔의 모습을 화폭에 담아 파리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 벽에 걸어둘 정도로 아꼈다. 아이러니하게도 고양이는 시대를 달리하며 때론 ‘여신’으로 때론 ‘악마’로 상징되며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고양이를 숭배하던 이집트 문명이 고대 그리스 문명에 밀려나면서 고양이도 신성한 지위를 잃었다. 초기 그리스의 현란한 미술 작품에 고양이는 거의 등장하지 않을 정도다. 드문드문 등장할 때에는 피상적으로 묘사되거나 하찮은 동물 정도로 그려졌다. 심지어 ‘검은 고양이’는 악마의 분신으로 불리며 학살되기도 했다. 동물 행동학자이자 초현실주의 화가인 저자는 고양이의 생태와 미술사를 접목해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고양이’를 중심으로 대가들의 그림을 들여다보는 재미와 시대별 종교상, 인간과 동물의 교류 등을 쉽게 풀어나간 점이 흥미롭다. 기원전 5000년 리비아의 싸우는 고양이 암각화부터 중세의 동물 우화, 피카소의 초상, 솔 스타인버그의 ‘뉴요커’ 표지 일러스트레이션, 뱅크시의 벽화, 앤디워홀의 ‘샘이라는 이름의 고양이 스물다섯 마리와 파란 야옹이 한 마리’ 책자 표지사진 등 총 137개의 고양이 명화를 곳곳에 배치해 이해를 돕는다. 고양이를 그려온 인간의 예술사를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8-05-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꿈의 무대’ 삼수끝에 금빛 춤사위… 48회 동아무용콩쿠르 본선

    “동아무용콩쿠르는 춤을 처음 시작한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꿈의 무대였어요. 2년 전부터 꾸준히 도전했지만 상을 못 타 아쉬움이 컸는데, 올해 금상을 타게 돼 정말 기쁩니다.”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제48회 동아무용콩쿠르 본선에서 한국무용 전통 부문 학생부 금상을 받은 김소연 양(17·부산예고 3년)은 밝게 웃었다. 동아일보사가 주최하고 한국전력공사가 협찬한 이번 콩쿠르에서 김 양은 태평무(강선영류)를 선보였다. 콩쿠르 심사위원인 윤성주 전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은 “발 디딤새도 좋고 춤사위가 굉장히 안정된 느낌을 줬다”며 “장단을 잘 타는 모습도 인상적이다”고 평가했다. 한국무용 전통 부문 일반부 금상 수상자인 정윤성 씨(20·한예종 3년)도 재수 끝에 동아무용콩쿠르에서 상을 받았다. 이날 한량무(조흥동류)를 선보인 그는 심사위원들로부터 “무대위에서 자신의 감정을 피력하는 능력이 뛰어났다”는 평을 들었다. 정 씨는 “고등학생 시절인 2015년 동아무용콩쿠르에 도전했지만 상을 타지 못했다”며 “무용인으로서 조금이나마 인정받게 된 것 같아 너무나 기쁘다”고 말했다. 심사위원 명단과 본선 참가자들의 채점표는 동아닷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콩쿠르 실황을 담은 동영상도 추후 동아닷컴에 공개한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수상자 명단 ▼ ◇일반부 ▽한국무용 전통(여) △금상 김수경(한예종 4년) △은상 김별님(계명대 졸) △동상 석수빈(한예종 4년) ▽한국무용 전통(남) △금상 정윤성(한예종 3년) △은상 정찬민(한예종 4년) ▽한국무용 창작(여) △금상 윤혜진(한예종 3년) △동상 황경미(성균관대 4년) ▽한국무용 창작(남) △은상 신원국(한예종 대학원 2년) △동상 박철순(한예종 1년) ▽현대무용(여) △금상 서예진(한예종 3년) △은상 조혜원(세종대 4년) ▽현대무용(남) △은상 박진호(세종대 2년) △동상 김영웅(부산예고 졸) ▽발레(여) △은상 한다흰(세종대 4년) △동상 김정주(세종대 3년) 김현수(세종대 1년) ▽발레(남) △은상 김동근(한양대 4년) ◇고등부 ▽한국무용 전통 △금상 김소연(부산예고 3년) △은상 우다윤(계원예고 2년) △동상 신유빈(부산예고 3년) ▽한국무용 창작 △금상 오민주(선화예고 3년) △은상 서상원(서울예고 3년) △동상 전혜정(울산예고 3년) ▽현대무용 △금상 홍성현(계원예고 3년) △은상 김예은(광주수피아여고 1년) △동상 김리하(브니엘예고 2년) ▽발레 △금상 이준수(서울예고 1년) △은상 김민영(선화예고 3년) △동상 서윤정(서울예고 2년) ◇중등부 ▽발레 △금상 심지은(선화예중 3년) △은상 안수연(선화예중 3년) △동상 이수연(예원학교 3년) △장려상 한승희(예원학교 2년) 윤준형(선화예중 3년) ◇초등부 ▽발레 △금상 최연서(도성초 6년) △은상 이다현(늘푸른초 6년) 양서진(불정초 6년) △장려상 현승환(장기초 6년) 조연서(풍년초 6년) 정예린(발곡초 6년) 김정민(용황초 6년) 구자은(도성초 6년) 송지윤(신동초 6년) 김나현(내발산초 6년) 이지운(오금초 6년)  }

    • 2018-05-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화려한 ‘메피스토’… 정열의 ‘플래시댄스’… 세계 뮤지컬 24편, 달구벌 달군다

    창작 뮤지컬의 산실로 평가받는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딤프)’이 올해로 개막 12주년을 맞았다. 다음 달 22일∼7월 9일 대구 시내 주요 공연장에서 국내외의 굵직한 뮤지컬을 만날 수 있다. 체코, 영국, 프랑스, 러시아, 대만, 중국, 카자흐스탄, 한국 등 8개국의 24개 작품이 102회 공연될 예정이다. 주목할 만한 작품은 개막작 ‘메피스토’와 폐막작 ‘플래시댄스’다. 괴테의 대작 ‘파우스트’를 밝고 경쾌하게 풀어낸 체코 뮤지컬 ‘메피스토’는 프라하 히베르니아극장 개관 10주년 기념작이다. 기존 동유럽권 뮤지컬에서 보기 힘든 화려한 무대전환과 군무가 특징이다. 폐막작인 영국의 ‘플래시댄스’는 이번에 아시아에서 초연된다. 1980년대 세계적인 인기를 끈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낮에는 용접공 밤에는 댄서로 일하는 알렉스가 꿈과 사랑으로 난관을 헤쳐 가는 내용이다. BBC 인기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트릭틀리 컴 댄싱(Strictly Come Dancing)’ 우승자 조앤 클리프턴과 영국 보이밴드 ‘A1’ 멤버 벤 애덤스가 주연을 맡는다. 프랑스 샹송을 대표하는 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일생을 그린 프랑스 3인극 뮤지컬 ‘아이 러브 피아프’, 셰익스피어 명작을 러시아 감성으로 재해석한 ‘로미오와 줄리엣’, 카자흐스탄 뮤지컬 ‘소녀 지벡’, 대만 1인극 ‘맨투밋’, 중국의 ‘미스터 앤드 미시즈 싱글’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내 창작뮤지컬로는 처음 동유럽 라이선스 수출을 앞두고 있는 뮤지컬 ‘투란도트’와 박연의 일대기를 뮤지컬로 만든 ‘열두 개의 달’ 등 지역 우수 창작뮤지컬 3편도 특별 공연된다. 대구의 섬유산업 호황기를 그린 ‘미싱’,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기반으로 한 ‘블루레인’이 창작지원작으로 소개된다. 딤프에서 첫선을 보인 뒤 서울 장기 공연으로 이어진 창작 뮤지컬로는 ‘모비딕’ ‘식구를 찾아서’ ‘번지점프를 하다’ 등이 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8-05-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연출가 박근형 “한국판 ‘페스트’… 관객이 공감할 얘기 들려주고 싶었죠”

    연극 연출가 박근형(55). 그는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검열과 ‘블랙리스트’ 사태의 발단이 된 인물이다. 2013년 국립극단에서 올린 연극 ‘개구리’ 때문이었다. 고대 그리스 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의 원작을 바탕으로 만든 이 작품은 박정희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그는 지난 정권에서 각종 정부 지원에서 배제됐고, 국립극단에서 작품 활동도 할 수 없었다. 그가 5년 만에 국립극단에 복귀한다. 18일 서울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르는 연극 ‘페스트’를 통해서다. 서울 용산구 청파로 국립극단에서 10일 박 연출가를 만났다. 평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하지만, 오랜만에 국립극단과의 작업을 앞둔 그의 표정에서는 설렘이 묻어났다. 하지만 소감을 묻자 그는 “덤덤하다”고 했다.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르고, 정부 지원 사업이나 국립극단과의 작업에서 배제됐다고 해서 상처를 입거나 억울한 건 없었어요. 저와 같이 작업했다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받은 동료 연극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을 뿐입니다.” 그가 선택한 작품은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 원작은 알제리의 도시 오랑에 급작스럽게 닥친 페스트의 확산과 이를 이겨낸 시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연극에서는 시대와 배경을 동시대 한국으로 옮겨왔다. “현대 사회만큼 하루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불확실한 사회가 있을까요? 그런 사회에서 전염병이 번지고, 도시가 폐쇄되면 한국인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죠.” 그는 원작의 도시 ‘오랑’을 철조망을 두고 둘로 나뉜 한반도로 변주했다. 작품에서는 장벽으로 인해 둘로 갈라진 섬을 배경으로 삼았다. “미세먼지, 혼밥 등 요즘 한국 사회에서 화두가 되는 소재를 곳곳에 배치했어요. 관객이 한국인이니까 가장 와 닿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스스로 ‘게으른 연출가’라고 평가한다. 그가 대표로 있는 극단 골목길의 ‘경숙이, 경숙 아버지’ 초연 당시 대본이 완성되지 않은 채 작품을 무대에 올려 공연 초반 관객들에게 “대본이 여기까지 나와 오늘 공연은 이쯤에서 마무리하겠다”고 공지한 것은 유명한 얘기다. 하지만 연습실에서 만난 그에게서는 열정이 느껴졌다. 같은 장면을 놓고 A안, B안을 따로 구성해 하나를 선택하거나 두 안을 혼합하는 등 다양한 실험 과정을 거쳤다. “연극에 대한 철학이 ‘놀면서 하자’예요. 연극은 무조건 쉽게 만들어야 해요. ‘페스트’가 워낙 방대하고 등장인물이 많은 작품이라 주인공 리유의 캐릭터를 극중 의사와 내레이터 2개 역할로 나눴어요. 관객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각별히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6월 10일까지, 2만∼5만 원. 1644-2003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8-05-1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관객에게 던지는 불편한 질문 “희생이란 무엇인가”

    연극 ‘피와 씨앗’은 공연 내내 보기 편한 장면보다 불편한 장면이 더 많다. 남자 주인공의 온몸이 양의 피로 물들거나, 배가 갈라진 죽은 양의 사체 소품이 관객의 눈앞에 대롱대롱 달려있는 장면 등이 그렇다. 캐릭터들이 다소 불안하고 거친 감정선을 지닌 걸 이해하더라도, 일부 배우들의 감정선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격하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가치를 갖는 건 관객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분명하다는 점이다. ‘무엇이 이타적 행동인가, 누가 이타주의자인가.’ 이야기의 큰 줄기는 장기 이식을 놓고 벌이는 가족 간의 갈등이다. 아내를 죽인 죄로 12년째 복역 중인 아이작은 신장병으로 투병하는 딸 어텀에게 장기를 기증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잠시 출소해 어머니 소피아의 집에 머문다. 아이작은 어텀에게 신장을 주라고 강요하는 소피아와 처형 바이올렛, 진심을 알 수 없는 어텀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어텀의 생일날, 귓속말로 진심을 전하는 어텀의 한마디에 아이작은 신장 기증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그러자 수의사인 소피아는 아이작을 약물 주사로 기절시켜 강제로 수술을 감행하려 한다. 작품은 대의를 위해 희생할 준비가 돼 있는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등 도덕과 상식의 기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지난해 동아연극상 연출상을 받은 전인철 연출가는 카메라를 활용해 무대를 둘로 나눴다. 어텀이 주로 생활하는 공간은 관객이 볼 수 없는 무대 뒤로 분리시킨 뒤, 어텀의 연기를 카메라로 촬영해 무대 위 화면으로 송출한다. 무대의 확장이란 점에서는 신선하지만 영상이 남발된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6월 2일까지 서울 두산아트센터 SPACE111, 1만∼3만 원. 02-708-5001 ★★☆(★ 5개 만점)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8-05-1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단독] 朴정부 ‘블랙리스트 1호’ 박근형 연출가, 5년 만의 복귀작은…

    연극 연출가 박근형(55). 그는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검열과 ‘블랙리스트’ 사태의 발단이 된 인물이다. 2013년 국립극단에서 올린 연극 ‘개구리’ 때문이었다. 고대 그리스 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의 원작을 바탕으로 만든 이 작품은 노무현 전 대통령은 미화한 반면 박정희·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그는 지난 정권에서 각종 정부지원에서 배제됐고, 국립극단에서 작품 활동도 할 수 없었다. 이와 관련 국립극단은 14일 홈페이지에 올린 공식 사과문에서 “연극 ‘개구리’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도화선이 됐다. 이후 여러 작품에 걸쳐 부당한 지시, 외압, 검열이 지속됐고, 국립극단은 이를 실행하는 큰 과오를 저질렀다”고 인정했다. 그가 5년 만에 국립극단에 복귀한다. 18일 서울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르는 연극 ‘페스트’를 통해서다. 서울 용산구 청파로 국립극단에서 10일 박 연출가를 만났다. 평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하지만, 오랜만에 국립극단과의 작업을 앞둔 그의 표정에서는 설렘이 묻어났다. 하지만 소감을 묻자 그는 “덤덤하다”고 했다.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르고, 정부 지원 사업이나 국립극단과의 작업에서 배제됐다고 해서 상처를 입거나 억울한 건 없었어요. 저와 같이 작업했다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받은 동료 연극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을 뿐입니다.” 그가 선택한 작품은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 원작은 알제리의 도시 오랑에 급작스럽게 닥친 페스트의 확산과 이를 이겨낸 시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연극에서는 시대와 배경을 동시대 한국으로 옮겨왔다. “현대사회만큼 하루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불확실한 사회가 있을까요? 그런 사회에서 전염병이 번지고, 도시가 폐쇄되면 한국인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죠.” 그는 원작의 도시 ‘오랑’을 철조망을 두고 둘로 나뉜 한반도로 변주했다. 작품에서는 장벽으로 인해 둘로 갈라진 섬을 배경으로 삼았다. “미세먼지, 혼밥 등 요즘 한국 사회에서 화두가 되는 소재를 곳곳에 배치했어요. 관객이 한국인이니까 가장 와 닿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스스로 ‘게으른 연출가’라고 평가한다. 그가 대표로 있는 극단 골목길의 대표작 ‘경숙이, 경숙 아버지’ 초연 당시 대본이 완성되지 않은 채 무대에 올라 공연 초반 관객들에게 “대본이 여기까지 나와 오늘 공연은 이쯤에서 마무리하겠다”고 공지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하지만 연습실에서 만난 그에게서는 열정이 느껴졌다. 같은 장면을 놓고 A안, B안을 따로 구성해 하나를 선택하거나 두 안을 혼합하는 등 다양한 실험과정을 거쳤다. “연극에 대한 철학이 ‘놀면서 하자’예요. 연극은 무조건 쉽게 만들어야 해요. ‘페스트’가 워낙 방대하고 등장인물이 많은 작품이라 리유 캐릭터를 극중 의사와 내레이터 2개 역할로 나누는 등 관객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각별히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6월 10일까지. 2만~5만 원.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8-05-14
    • 좋아요
    • 코멘트
  • “해외서 로열티 받는 한국 창작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시즌3, 기대해주세요”

    국내 뮤지컬 시장은 미국과 영국에서 들여온 라이선스 뮤지컬 의존도가 상당한 편이다. 공연을 올려도 공연 매출의 10∼20%가량을 해외 원작 프로덕션에 로열티로 지급해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수년 전부터 국내 뮤지컬 제작자들은 창작 뮤지컬을 성공시키기 위해 치열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 가운데 한국 창작 뮤지컬 성공 신화를 써내려간 인물이 있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왕용범 연출가(44)가 그 주인공이다. ‘프랑켄슈타인’의 세 번째 시즌 공연을 한 달여 앞둔 6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그룹 사옥에서 왕 연출가를 만났다. 그는 “프랑켄슈타인의 초연 때처럼 이번 시즌을 준비했다”며 “초연과 앙코르 공연의 결과물들을 고민해 완성도를 더 높이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프랑켄슈타인’은 대극장 창작 뮤지컬 사상 최초로 일본의 대형 제작사 ‘도호 프로덕션’과 라이선스를 체결했다. 한국 뮤지컬 수출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것이다. “2017년 1월 8일 도쿄 닛세이 극장에서 프랑켄슈타인 일본 공연이 막을 올렸어요. 첫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 때 도호 프로덕션에서 원작자인 저를 관객에게 소개했죠. 1300여 명의 관객이 기립 박수를 보내는데…. 정말 울컥할 정도로 감동이었습니다.” ‘프랑켄슈타인’은 일본에 이어 최근 중국으로부터 왕 연출가의 신작 ‘벤허’와 함께 200만 달러(약 21억4000만 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처음부터 흥행을 예상한 건 아니었다. 왕 연출가는 “초연을 하기 전 주변에서 ‘머리에 나사 못 박힌 괴물 이야기로 뭘 만들 수 있겠느냐’, ‘작품성이 보장된 것도 아닌데 아이돌 배우 한 명 없이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며 “흥행보다는 진솔하고 좋은 작품을 만들겠다는 마음이 통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5년 앙코르 때에는 관객들의 요청으로 공연을 3주 연장하기도 했다. “‘프랑켄슈타인’을 사랑해주는 팬들의 열정이 대단했어요. 2권짜리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사전’을 만들어 배포하신 분들도 있었어요.” 이번 공연에서는 초연 멤버 박은태, 한지상, 류정한뿐 아니라 민우혁, 카이 등 새로운 배우들이 대거 참여한다. “캐릭터를 가장 잘 살리는 최적의 배우들을 캐스팅했어요. 배우들이 금욕생활을 하며 작품에 몰두할 정도로 200% 열정을 쏟고 있답니다. 하하.” 6월 20일∼8월 26일 서울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6만∼14만 원. 1544-1555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8-05-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전쟁나자 한성 버린 선조… 실리 추구한 현실적 선택

    임진왜란 당시 선조는 한성을 버리고 북으로 달아났다. 일본군이 평양성을 접수하자 영변에 있던 선조는 압록강을 건너 요동으로 가겠다며 세자인 광해군에게 국사를 맡겼다. 대신을 비롯한 백성들은 선조를 두고 ‘백성을 버린 비겁한 왕’이라고 비난했다.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등 베스트셀러 역사서를 쓴 저자는 “작전상 선조의 도주는 불가피했다”고 단언한다. 선조가 한성을 버리고 달아나지 않았다면 최신 무기로 무장한 16만 왜군에 포위돼 일찌감치 패배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주권이 왕에게 있는 왕정 국가에서 왕이 적의 포로가 되고 영토가 모두 점령당하는 순간 국가는 식민지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선조의 판단은 명분보다는 실리를 앞세운 현실적 선택이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반대의 사례로 실리외교를 버리고 패배가 명백한 병자호란을 자초한 인조를 거론한다. 조선 초기 왜구 및 여진과 벌인 전쟁부터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정묘호란과 병자호란, 서양의 침략전쟁인 병인양요와 신미양요에 이르는 조선의 모든 전쟁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평가했다. 저자는 “전쟁을 앞두고 어떤 태도를 취할지는 상대에 따라 달리해야 한다”며 실리를 강조한다. 위태로운 동아시아 삼국 관계부터 조선의 대외정책과 외교전략, 전쟁 전략과 전술 등 정치·외교·군사·기술의 측면에서 조선사를 다각도로 분석한 점이 흥미롭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8-05-1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인사]KBS N

    ◇KBS N △사장 박정미 △정책기획본부장 윤용호 △콘텐츠본부장 손영채 △마케팅본부장박연}

    • 2018-05-11
    • 좋아요
    • 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