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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하기에 떠나신다는 그 말 나는 믿을 수 없어. 사랑한다면 왜 헤어져야 해. 그 말 나는 믿을 수 없어.♪♪” 넥센 유격수 강정호(27)를 생각하면 흘러간 유행가 가사가 떠오른다. 한국 프로야구의 대표 유격수 강정호는 요즘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넥센 구단은 다음 주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강정호에 대한 포스팅을 요청할 예정이다. 모든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강정호는 내년부터 메이저리그에서 뛰게 된다. 올 시즌 유격수로는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40홈런 고지에 오른 강정호는 팀 전력의 핵심이다. 선수 한 명이 아쉬운 때에, 그것도 주축 선수가 빠진다는 것은 엄청난 타격이다. 같은 이유로 KIA는 왼손 에이스 양현종의 일본 진출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데 넥센은 오히려 그를 떠나보내지 못해 안달이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유는 ‘돈’이다. 모기업 없이 살림을 꾸려가는 넥센은 재정 상황이 좋은 편이 아니다. 그런데 강정호를 메이저리그에 보내면 이적료를 받을 수 있다. 강정호는 9시즌을 채운 완전 자유계약선수(FA)가 아니라 7시즌을 소화한 해외 진출이 가능한 FA이기 때문이다. 2년 전 이맘때 같은 조건의 류현진은 2573만 달러(약 284억 원)를 전 소속 구단 한화에 안기고 LA 다저스로 이적했다. 하지만 사실은 노래 가사와는 정반대다. 넥센은 강정호를 너무 사랑해서 그를 떠나보내려 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넥센 구단의 실질적인 주인 이장석 대표가 강정호를 너무 사랑해서다. 이 대표는 사석에서 “강정호가 다른 팀 유니폼을 입고 우리 팀을 상대하는 모습은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다. 여기에 모든 진실이 숨어 있다. 강정호는 2시즌을 더 뛰면 완전 FA가 된다. 현실적으로 넥센이 강정호를 잡기는 어렵다. 과열된 국내 FA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공수주를 겸비한 강정호를 잡기 위해선 100억 원이 넘은 돈을 쏟아부어야 한다. 그렇다고 정(情)에 호소해 싼값에 그를 눌러앉힐 수도 없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바로 해외 진출이다. 강정호가 내년부터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 선수로서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을 미국에서 보내게 된다. 그리고 국내로 다시 돌아올 때는 원소속 구단인 넥센의 유니폼을 입어야 한다. 규정상 FA 자격을 재취득하려면 4시즌이 더 필요하다. 계산대로라면 강정호를 영원한 넥센맨으로 만들 수 있게 된다. 넥센은 준비도 치밀하게 했다. 1년 전부터 가장 적합한 에이전트를 찾아 강정호에게 연결해 줬다. 이 에이전트는 작년 말부터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을 상대로 강정호 알리기에 나섰다. 올 초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때 7, 8개 구단 스카우트들이 강정호를 직접 관찰하러 온 이유다. 시즌 중에도 많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강정호를 보러 서울 목동구장을 찾았다. 시즌 중에도 강정호의 이름은 미국 현지 언론에 종종 언급됐다. 최근엔 CBS스포츠가 “뉴욕 메츠와 오클랜드, 샌프란시스코가 강정호 영입에 관심이 있다”고 보도했다. 빌리 빈 오클랜드 단장과 샌프란시스코 담당 기자가 즉각 이를 부인하는 글을 올렸지만 계약이란 것은 계약서에 사인할 때까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이 대표가 특히 애정을 갖고 있는 강정호야말로 넥센의 프랜차이즈 스타다. 강정호는 2008년 창단 때부터 팀의 주축이었고, 넥센에서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스타로 성장했다. 넥센 관계자는 “강정호의 해외 진출은 구단의 이익보다 선수의 미래를 고려한 측면이 더 크다. 나이로 보나, 기량으로 보나 지금이 메이저리그 진출의 적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거액의 이적료를 받는다면 그것은 덤이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SK텔레콤이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팀의 든든한 후원자로 나선다. 대한빙상경기연맹과 SK텔레콤은 평창 겨울올림픽이 열리는 2018년까지 4년간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팀에 총 26억 원을 후원하기로 하고 10일 후원 협약식을 가졌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매년 6억5000만 원씩을 국가대표 선발과 훈련, 주요 대회 개최 등에 쓸 예정이다. SK텔레콤은 스피드스케이팅 저변 확대를 위해 영재 선수 발굴 및 육성에 대한 지원도 약속했다. 연맹은 7월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팀 훈련 선진화를 위해 네덜란드 주니어 대표팀 지도자를 지낸 에리크 바우만 코치(41)를 새 사령탑으로 데려왔다. 또 캐나다 전지훈련 기간도 40일로 늘렸다. 지난달에는 스피드스케이팅 최강국인 네덜란드 빙상연맹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네덜란드의 과학적 훈련 기법을 국가대표 훈련에 적용하기로 했다. 연맹 관계자는 “평창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등 여러 국제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경기력 향상을 위한 다양한 사업 추진에 SK텔레콤의 후원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프로야구 넥센의 팀 1호 연봉 계약자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그해 팀 내에서 최고 활약을 펼친 선수가 가장 먼저 연봉 계약을 하는 데다 최고 대우를 받기 때문이다. 첫발을 뗀 것은 2012년 박병호였다. 그해 겨울 박병호의 연봉은 6200만 원에서 254.8% 인상된 2억2000만 원으로 뛰었다. 지난해 겨울에는 프랜차이즈 스타 강정호가 3억 원에서 1억2000만 원 오른 4억2000만 원을 받았다. 올해 1호 계약의 주인공은 201안타의 주인공 서건창이었다. 올 시즌 한국 프로야구 최초로 200안타 고지를 넘어서며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서건창은 9일 지난해 9300만 원에서 222.6%(2억700만 원) 오른 3억 원에 연봉 계약을 마쳤다. 신고선수 출신으로 2012년 최저 연봉 2400만 원을 받았던 그가 3년 만에 10배가 넘는 돈을 받게 됐다. 서건창은 “어떤 말로 감사 인사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생각보다 많은 금액을 제시해 주셔서 잠깐의 고민도 없이 바로 사인할 수 있었다. 배려해 주신 구단에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 “고액 연봉을 받는 선수가 된 만큼 그만한 책임감을 갖게 됐다. 팀에서 나에게 원하는 역할이 무엇인지, 또 스스로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알고 있기에 비시즌 동안 잘 준비해서 내년 시즌에 대비하겠다. 초심을 지키며 항상 겸손하고 어떤 위치에서든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아빠는 왜 야구장 안 가?”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시절 이승엽(38·삼성)은 아들 은혁 군(9)이 던진 한마디에 큰 상처를 받았다. 요미우리 말년 이승엽은 부상과 부진이 겹치며 2군을 전전하고 있었다. 다섯 살짜리 아들 은혁 군의 눈에는 야구 선수 아빠가 TV로 요미우리의 경기를 보고 있던 게 신기할 만도 했다. 이승엽은 한국 프로야구가 낳은 최고 타자였지만 달리 할 말이 없었다. 아들은 아빠가 ‘국민타자’였던 것도, 한 시즌에 56개의 홈런을 친 타자인 것도 몰랐다. 8년간의 일본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2012년. 이승엽은 화려하게 부활했다. 타율 0.307에 21홈런, 85타점을 올리며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시즌 후에는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도 받았다. 개인 통산 8번째 황금장갑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이승엽은 다시 한 번 부진에 빠졌다. 팀은 한국시리즈 3연패를 차지했지만 그는 웃을 수 없었다. 타율 0.253, 13홈런, 69타점이 그가 받은 초라한 성적표였다. 이승엽은 “작년에는 아내와 아이들이 야구장에 오고 싶다고 해도 오지 말라고 했다. 벤치에 앉아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이승엽은 겨우내 절치부심했다. 간결한 타격 폼으로 바꿨고, 마음가짐도 새롭게 했다. 부진이 이어지면 유니폼을 벗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 결과 이승엽은 올해 팀과 함께 웃었다. 팀은 사상 최초로 통합 4연패를 차지했고, 이승엽은 타율 0.308에 32홈런, 101타점을 기록하며 팀 우승에 기여했다. 최고령 30홈런이자 100타점이었다. 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의 주인공은 단연 이승엽이었다. 그는 총 유효표 321표 중 301표를 받아 득표율 93.8%로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자로 선정됐다. 개인 통산 9번째 황금장갑(1루수 7번, 지명타자 2번)이었다. 골든글러브 사상 최다인 7년 연속 수상(1997∼2003년) 기록을 보유하고 있던 이승엽은 개인 통산 최다 수상 기록까지 세웠다. 시상대에 오른 이승엽은 “그동안 두 아들에게 정말 미안한 아빠였다. 은혁아, 은준아. 아빠 상 받았다. (아내) 송정아, 사랑한다”고 외쳤다. 그는 “올해만큼 떨린 적이 없었다. 좋아하는 야구를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내년에 10번째 골든글러브에 도전하느냐’는 질문에는 “어린 선수들에게 지고 싶은 마음은 없다. 한 번 더 골든글러브를 받아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야구 선수로서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NC 나성범은 외야수 부문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팀 창단 후 첫 골든글러브의 주인공이 됐다. 올해 투타에서 각종 기록을 양산한 넥센은 박병호(1루수), 서건창(2루수), 강정호(유격수), 밴헤켄(투수) 등 4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올해 20승 고지에 오르고도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투표에서 0표에 그쳤던 밴헤켄은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한을 풀었다. 외국인 선수가 골든글러브를 받은 것은 2009년 KIA 투수 로페즈 이후 5년 만이다. 포수 부문에서는 두산 양의지가 118표를 받아 삼성 이지영(103표), NC 김태군(100표)을 근소하게 제치고 수상자로 선정됐다. 뛰어난 기량에도 불구하며 매번 수상의 기회를 놓쳤던 삼성 박석민은 3루수 부문에서 생애 첫 골든글러브를 품에 안았다. 삼성 최형우와 롯데 손아섭은 외야수 부문에서 각각 2년 연속과 4년 연속 수상자로 결정됐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베테랑 드라이버 조항우(39·아트라스BX·사진)가 2014년 한국 최고의 카레이서로 선정됐다. 조항우는 8일 열린 ‘제9회 한국 모터스포츠 어워즈 2014’에서 국내 모터스포츠 취재기자단으로 구성된 심사위원 26명 가운데 19표를 얻어 ‘올해의 드라이버’로 뽑혔다. 조항우는 올 시즌 ‘CJ헬로모바일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슈퍼6000클래스(6200cc, 425마력)에서 우승 3회, 예선 1위 2회 등을 기록하며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2007년 이후 7년 만의 대상 수상이다. 또 ‘올해의 에네르자 신인왕’은 김중군(31·아트라스BX)에게 돌아갔다. CJ레이싱팀은 올해의 레이싱팀 상을, 김정태(19·피노카트)는 올해의 카트드라이버상을 받았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2014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의 최대 격전지는 포수 부문이 될 것 같다. 잘한 선수가 많아서가 아니라 딱히 눈에 띄는 선수가 없어 누가 수상자가 될지 점치기 힘들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 가장 활발한 공격력을 선보인 포수는 SK 이재원이다. 그는 올해 생애 최고인 타율 0.337(11위)에 12홈런(공동 34위), 83타점(18위)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는 아예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골든글러브 후보에 이름을 올리려면 포수로 85경기를 뛰어야 하지만 그가 올해 포수 마스크를 쓴 것은 교체 출장을 포함해도 61경기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3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롯데 강민호도 타율 커트라인(0.260)을 넘지 못했다. 그의 올 시즌 타율은 0.229에 불과하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타율 0.236을 기록하고도 골든글러브를 받았다. 홈런 개수는 올해(16개)가 작년(11개)보다 더 많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올해 타율 하한선을 대폭 높이는 바람에 그는 후보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올해 후보로 오른 선수는 두산 양의지와 NC 김태군, 삼성 이지영이다. 누가 받아도 생애 최초 수상이다. 세 명 모두 경기 출전 수와 타율 기준은 넘겼지만 누구 하나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했다. 투표를 하는 야구기자들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올해 97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4에 10홈런, 46타점을 올린 양의지가 가장 유력해 보인다. 수비형 포수 김태군은 109경기에 나서 타율 0.262, 23타점을 기록했지만 홈런은 없다. 99경기에서 0.278의 타율에, 3홈런, 32타점을 기록한 이지영은 삼성의 통합 우승에 기여한 게 장점이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2010년 골드글러브 시상식 때 희대의 일이 벌어졌다. 센트럴리그 1루수 부문 수상자가 아예 뽑히지 않은 것이다. 당시 한신의 크레이브 브라셀과 주니치의 토니 블랑코는 각각 47홈런과 32홈런을 기록했다. 그런데 최고 수비수를 뽑는 골드글러브의 의미를 냉정하게 해석한 일본 기자들은 ‘해당자 없음’에 가장 많은 표를 던졌다. 한국의 골든글러브는 수비 능력보다 포지션별 최고 선수를 뽑기 때문에 인기투표의 성격도 가진다. 누가 수상하든 실력보다 인기가 높았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2014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의 최대 격전지는 포수 부문이 될 것 같다. 잘한 선수가 많아서가 아니라 딱히 눈에 띄는 선수가 없어 누가 수상자가 될지 점치기 힘들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 가장 활발한 공격력을 선보인 포수는 SK 이재원이다. 그는 올해 생애 최고인 타율 0.337(11위)에 12홈런(공동 34위), 83타점(18위)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는 아예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골든글러브 후보에 이름을 올리려면 포수로 85경기를 뛰어야 하지만 그가 올해 포수 마스크를 쓴 것은 교체 출장을 포함해도 61경기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3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롯데 강민호도 타율 커트라인(0.260)을 넘지 못했다. 그의 올 시즌 타율은 0.229밖에 불과하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타율 0.236을 치고도 골든글러브를 받았다. 홈런 개수는 올해(16개)가 작년(11개)보다 더 많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올해 타율 하한선을 대폭 높이는 바람에 그는 후보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올해 후보로 오른 선수는 두산 양의지와 NC 김태군, 삼성 이지영이다. 누가 받아도 생애 최초 수상이다. 세 명 모두 경기 출전 수와 타율 기준은 넘겼지만 누구 한 명도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했다. 투표를 하는 야구 기자들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올해 97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4에 10홈런, 46타점을 올린 양의지가 가장 유력해 보인다. 수비형 포수 김태군은 109경기에 나서 타율 0.262, 23타점을 기록했지만 홈런은 없다. 99경기에서 0.278의 타율에, 3홈런, 32타점을 기록한 이지영은 삼성의 통합 우승에 기여한 게 장점이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2010년 골드글러브 시상식 때 희대의 일이 벌어졌다. 센트럴리그 1루수 부문 수상자가 아예 뽑히지 않은 것이다. 당시 한신의 크레이브 브라셀과 주니치의 토니 블랑코는 각각 47홈런과 32홈런을 기록했다. 그런데 최고 수비수를 뽑는 골드글러브의 의미를 냉정하게 해석한 일본 기자들은 '해당자 없음'에 가장 많은 표를 던졌다. 한국의 골든글러브는 수비 능력보다 포지션별 최고 선수를 뽑기 때문에 인기투표의 성격도 가진다. 누가 수상하든 실력보다 인기가 높았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세계 최강 한국 낭자들 앞에 일본은 없었다. 한국 여자프로골프 대표 선수들이 2014 한일 여자프로골프 국가대항전에서 일본에 압승을 거뒀다. 2009년과 2012년에 이어 3연속 우승이다. 한국 선수들은 7일 일본 아이치 현 미요시 골프장(파72·6495야드)에서 열린 대회 둘째 날 12개조 싱글 스트로크 플레이에서 7승 2무 3패로 승점 16점을 따내며 8점에 그친 일본을 크게 앞섰다. 한국 선수단은 전날 포볼(2인 1조로 각자 공을 쳐 좋은 점수가 팀 성적이 되는 방식) 스트로크 플레이로 열린 1라운드에서도 4승 1무 1패를 기록하며 승점 9-3을 기록했다. 한국은 이틀간 경기에서 종합 점수 25-11로 크게 이겼다. 승리의 선봉장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상금왕 김효주(19·롯데)였다. 한국 대표팀 주장 안선주가 1조에 배정한 김효주는 일본의 베테랑 오야마 시호(37)와 맞붙었다. 17번홀까지는 1타 차의 열세. 자칫 하루 전의 좋은 흐름을 내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강철 멘털(정신력)의 김효주는 언제나 그랬듯 마지막에 강했다. 최종 18번홀(파4)에서 천금 같은 버디를 낚았고, 보기를 범한 오야마에게 1타 차 역전승을 거뒀다. 올해 9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대회 에비앙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18번홀에서 캐리 웹(호주)을 상대로 승리할 때와 똑같은 모습이었다. 김효주는 전날 이정민(22·비씨카드)과 짝을 이뤄 출전한 포볼 경기에서도 65타를 합작하며 한국 팀에 1승을 선사했다. 연 이틀 맹활약을 펼친 그는 첫 출전에서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김효주는 “단체 팀으로 경기를 한 것은 처음이었지만 모든 게 재미있었다. 또 막내로서 1번 타자로 나가 잘 끝낸 것에 대해서도 스스로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효주의 극적인 역전승 후 한국은 4∼6조의 이미림(24·우리투자증권), 최운정(24·볼빅), 백규정(19·CJ오쇼핑)이 나란히 류 리쓰코, 사카이 미키, 스즈키 아이를 누르고 승점 2점씩을 더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한국 선수단의 마지막 선수로 출전한 세계랭킹 7위 유소연(24·하나금융그룹)은 이번 대회 최저 타수인 5언더파 67타를 치며 5오버파를 기록한 나리타 미스즈를 무려 10타 차로 따돌렸다. 총상금 6150만 엔(약 5억7000만 원)이 걸린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1인당 300만 엔(약 2781만 원)씩, 총 3900만 엔(약 3억9000만 원)의 상금을 가져갔다. 한국은 역대 전적에서도 7승 1무 3패로 우위를 지켰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포스트 김연아’의 선두 주자 박소연(17·신목고)이 회장배 랭킹대회 정상에 올랐다. 박소연은 7일 충남 아산 이순신빙상장에서 열린 2014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회장배 랭킹대회 마지막 날 여자 싱글 1그룹(13세 이상) 프리스케이팅에서 115.88점을 받았다. 기술점수(TES)는 63.56점, 예술점수(PCS)는 52.32점이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도 55.95점으로 1위에 올랐던 박소연은 합계 171.83점으로 2위 김해진(17·과천고)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해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박소연은 올 2월 소치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은퇴한 김연아(24) 이후 처음으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 두 개 대회에 초청받는 등 한국 피겨를 이끌어갈 재목으로 손꼽혀 왔다. 박소연은 10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1차 대회에서는 170.43점으로 5위에 올랐고, 지난달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4차 대회에서도 163.24점으로 5위에 자리했다. 이날 점수는 자신의 ISU 공인 최고 기록(176.61점)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정상에 오르기엔 손색없었다. 박소연은 이날 한 차례 점프 실수를 했을 뿐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연기를 펼쳤다. 쇼트프로그램에서 51.09점으로 4위에 그쳤던 김해진은 이날 프리스케이팅에서는 101.52점을 받아 합계 152.61점으로 2위를 차지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이번 대회 결과를 토대로 2015년 겨울유니버시아드 파견 선수와 내년 사대륙선수권대회 출전 선수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영원한 홈런왕’ 장종훈 한화 코치(46·사진)가 팀을 떠난다. 선수와 코치로 오직 한화(전신 빙그레 포함) 유니폼만 입었던 그의 새 행선지는 롯데다. 이로써 김성근 감독이 새로 한화 지휘봉을 잡은 후 팀의 영구결번 레전드(전설)들이 모두 다른 팀으로 옮기게 됐다. 한화 관계자는 7일 “장 코치가 구단에 사의를 표명했다. 이틀 전 김성근 감독에게 직접 이야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장 코치는 이날 공식적으로 팀을 떠나겠다는 의사를 재확인했고, 사직서가 수리되는 대로 한화와 결별하게 된다. 통산 340홈런을 친 그는 팀 최초 영구결번(35번)의 주인공이다. 역시 팀으로부터 영구결번의 영예를 받은 송진우(21번), 정민철 코치(23번)도 장 코치에 앞서 한화를 떠났다. 송 코치는 시즌 후 재계약 의사를 통보받지 못했고, 정 코치는 마무리훈련을 떠나기 전 사직서를 냈다. 둘은 내년부터 나란히 스포츠 전문 케이블 TV의 해설위원으로 활동한다. 영구결번 해당자는 아니지만 최근에는 한용덕 단장특별보좌역도 구단에 사직서를 내고 두산 코치로 자리를 옮겼다. 또 강석천 수비코치, 조경택 배터리코치 등 한화맨으로 분류되는 코치들도 모두 새 시즌에는 두산 유니폼을 입는다. 한화는 시즌 후 정승진 대표이사를 김충범 대표로 교체하고, 김성근 감독을 새로 영입하는 등 팀 분위기 쇄신에 힘쓰고 있다. 대대적인 인적 교체가 내년 시즌 어떤 성적으로 돌아올지 주목된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선수가 많아 고민이라는 감독은 아무도 없다. 열이면 열, 모든 감독은 “선수가 부족해 걱정”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내년엔 더욱 그렇다. 올해 팀당 128경기를 치렀던 한국 프로야구는 내년부터 팀당 144경기를 치른다. KT의 합류로 10개 구단 체제가 되면서 꿀맛 같던 휴식일도 이동일인 월요일 외에는 없어진다. 각 팀의 성적은 ‘질’보다 쓸 만한 선수의 ‘양’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투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만년 하위 팀 한화가 다크호스로 주목받는 것도 양에서만큼은 나머지 구단들에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오른손 선발 투수 송은범(4년 34억 원)과 왼손 불펜 투수 권혁(4년 32억 원)을 영입한 한화는 3일 밤 통산 124승을 거둔 선발 투수 배영수(3년 21억 5000만 원)를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다른 팀 FA를 데려올 수 있는 최대 한도(3명)를 가득 채운 것이다. 내부 FA인 김경언(외야수)까지 붙잡으면서 한화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100억 원 가까운 돈을 썼다. 지난해에는 FA 정근우(2루수)와 이용규(외야수) 등을 영입하고 내부 FA 3명(이대수, 한상훈, 박정진)을 모두 잡으면서 200억 원에 가까운 대형 투자를 했다. 여기에 외국인 선발 투수 2명과 군 복무를 마친 선발 투수 양훈이 돌아온다. 이들만으로도 5인 선발 로테이션을 채울 수 있다. 지난해 한화 선발 마운드를 홀로 지키다시피 했던 이태양과 언제든 잠재력이 폭발할 수 있는 유창식, 송창현까지 합치면 선발로 뛸 수 있는 투수는 무려 8명이나 된다. 허리도 강해졌다. 김성근 감독(사진)의 요청에 따라 한화 유니폼을 입은 베테랑 사이드암 투수 임경완과 개인 통산 512경기에 출전한 권혁이 새 얼굴이다. 신인 투수 김민우와 김범수의 활약도 기대할 만하다. 150km의 강속구를 던지는 김민우는 고교 투수 최대어였다. 고교 2학년 때 유급을 하면서 2차 지명에 나왔고 한화는 주저 없이 그를 선택했다. 1차 지명 선수인 김범수 역시 성장 잠재력이 크다. 구슬을 꿰어 보배를 만들어야 하는 사람은 김 감독이다. 한 야구 관계자는 “한화가 올해 3명의 외부 FA를 영입했다고 하지만 사실은 4명으로 봐야 한다. ‘자유계약 감독’인 김 감독을 데려온 게 사실 가장 큰 일이다”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이번 FA들의 계약은 모두 김 감독의 뜻에 따라 한화 프런트가 실행한 일이기 때문이다. 김 감독의 계약 조건인 3년간 총액 20억 원 역시 FA급이다. 재료는 모두 갖춰졌다. 이제는 야구를 잘하는 일만 남았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타격 5위(0.300), 홈런 8위(19개), 타점 12위(68개).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의 이대호(32)가 올 시즌 거둔 성적이다. 객관적으로 준수한 성적표지만 그는 시즌 내내 팀 안팎의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팬들은 “영양가가 없다”고 힐난했다. 구단 내에서조차 “좀 더 분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왔다. 득점권 타율이 0.244로 좋은 편이 아니긴 했다. 타점도 예년만큼 많았던 건 아니다. 그렇지만 그는 팀의 구멍이었던 4번 타자 자리를 굳게 지켰다. 결정적인 순간 한 방도 여전했다. 이대호가 없었다면 소프트뱅크는 퍼시픽리그 우승과 일본시리즈 정상에 서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대호가 비난을 받았던 것은 그가 팀 내 최고 연봉 선수였기 때문이다. 이대호가 올해 받은 4억 엔(약 37억 원)은 일본 프로야구를 통틀어 3번째로 많은 금액이었다. 결국 팬들의 기대치를 채우지 못한 게 이대호가 욕을 먹은 이유였다. 고액 연봉은 선수들에게는 ‘양날의 칼’과 같다. 잘할 때는 별말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부진할 경우 비난은 굴러가는 눈덩이처럼 커진다. 털털한 성격의 이대호도 밖으로 표현은 안 했지만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며 시즌을 보냈다고 한다. 이대호는 내년에 5억 엔(약 47억 원)을 받는다. 5억 엔을 지불하는 팀과 이를 바라보는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려면 4할 타율에 50홈런을 쳐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야구라는 건 항상 잘할 수만은 없다. 받는 돈에 어울리는 성적을 꾸준히 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현실과 기대의 편차 속에서 큰돈을 받는 선수들은 누구나 큰 부담을 안게 된다. 부담은 과욕을 낳고, 과욕은 부진의 원인이 되곤 한다. 예전 요미우리에서 4년간 30억 엔(약 280억 원)짜리 대형 계약을 했던 이승엽도 몸값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7년간 1억3000만 달러(약 1447억 원)라는 잭팟을 터뜨린 메이저리거 추신수(텍사스)도 자유계약선수(FA) 계약 첫해인 올 시즌 극도로 부진했다. 자존심이 생명과도 같은 이들에게 성적 부진과 이에 따르는 팬들의 비난은 감당하기 힘든 고통이었을 것이다. 최근 국내 프로야구에서도 ‘억∼’ 소리 나는 대형 계약이 쏟아졌다. 3루수 최정은 4년간 86억 원을 받고 SK에 잔류하기로 했고, 왼손 투수 장원준은 4년간 84억 원에 롯데를 떠나 두산으로 이적했다. 삼성 오른손 투수 윤성환의 몸값도 80억 원이다. 이들 외에도 야구 좀 한다 싶은 선수들은 대개 50억 원이 넘는 대형 계약을 했다. 큰돈을 벌게 됐다는 기쁨은 잠시. 이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팀과 팬들의 높아진 기대치다. 86억 원의 값어치를 하려면 최정은 대체 얼마나 좋은 활약을 보여야 할까. 그도 사람인지라 부상을 당할 수도, 슬럼프에 빠질 수도 있을 텐데 그때마다 ‘먹튀’라는 말이 족쇄처럼 따라다니지 않을까. 몇 해 전 당시 기준으로 대박 계약을 했던 A 선수는 이런 말을 했다. “당시 조금 더 받지 못한 것을 많이 아쉬워했는데 막상 뛰어보니 내 주제에 맞는 계약을 했던 것 같다. 그래도 적지 않은 돈을 받고 있어 엄청난 부담 속에 야구를 하고 있다. 그릇에 맞지 않는 돈을 받았다면 더 힘들었을 것 같다.” 지금 당장은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지만 이들 역시 쉽게 돈을 버는 건 절대 아니다. 그래서 예전부터 이런 말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남의 돈 먹기가 어디 쉬운 거냐는.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타격 5위(0.300), 홈런 8위(19개), 타점 12위(68개).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의 이대호(32)가 올 시즌 거둔 성적이다. 객관적으로 준수한 성적표지만 그는 시즌 내내 팀 안팎의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팬들은 "영양가가 없다"고 힐난했다. 구단 내에서조차 "좀 더 분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왔다. 득점권 타율이 0.244로 좋은 편이 아니긴 했다. 타점도 예년만큼 많았던 건 아니다. 그렇지만 그는 팀의 구멍이었던 4번 타자 자리를 굳게 지켰다. 결정적인 순간 한 방도 여전했다. 이대호가 없었다면 소프트뱅크는 퍼시픽리그 우승과 일본시리즈 정상에 서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대호가 비난을 받았던 것은 그가 팀 내 최고 연봉 선수였기 때문이다. 이대호가 올해 받은 4억 엔(약 37억 원)은 일본 프로야구를 통틀어 3번째로 많은 금액이었다. 결국 팬들의 기대치를 채우지 못한 게 이대호가 욕을 먹은 이유였다. 고액 연봉은 선수들에게는 '양날의 칼'과 같다. 잘할 때는 별 말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부진할 경우 비난은 굴러가는 눈 덩이처럼 커진다. 털털한 성격의 이대호도 밖으로 표현은 안 했지만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며 시즌을 보냈다고 한다. 이대호는 내년에 5억 엔(약 47억 원)을 받는다. 5억 엔을 지불하는 팀과 이를 바라보는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려면 4할 타율에 50홈런을 쳐야하지 않을까. 하지만 야구라는 건 항상 잘 할 수만은 없다. 받는 돈에 어울리는 성적을 꾸준히 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현실과 기대의 편차 속에서 큰 돈을 받는 선수들은 누구나 큰 부담을 안게 된다. 부담은 과욕을 낳고, 과욕은 부진의 원인이 되곤 한다. 예전 요미우리에서 4년 간 30억 엔(약 280억 원)짜리 대형계약을 했던 이승엽도 몸값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7년간 1억 3000만 달러(약 1447억 원)라는 잭팟을 터뜨린 메이저리거 추신수(텍사스)도 자유계약선수(FA) 계약 첫 해인 올 시즌 극도로 부진했다. 자존심이 생명과도 같은 이들에게 성적 부진과 이에 따르는 팬들의 비난은 감당하기 힘든 고통이었을 것이다. 최근 국내 프로야구에서도 '억~'소리 나는 대형 계약이 쏟아졌다. 3루수 최정은 4년간 86억 원을 받고 SK에 잔류하기로 했고, 왼손 투수 장원준은 4년간 84억 원에 롯데를 떠나 두산으로 이적했다. 삼성 오른손 투수 윤성환의 몸값도 80억 원이다. 이들 외에도 야구 좀 한다 싶은 선수들은 대개 50억 원이 넘는 대형 계약을 했다. 큰 돈을 벌게 됐다는 기쁨은 잠시. 이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팀과 팬들의 높아진 기대치다. 86억 원의 값어치를 하려면 최정은 대체 얼마나 좋은 활약을 보여야 할까. 그도 사람인지라 부상을 당할 수도, 슬럼프에 빠질 수도 있을 텐데 그 때마다 '먹튀'라는 말이 족쇄처럼 따라다니지 않을까. 몇 해 전 당시 기준으로 대박 계약을 했던 A선수는 이런 말을 했다. "당시 조금 더 받지 못한 것을 많이 아쉬워했는데 막상 뛰어보니 내 주제에 맞는 계약을 했던 것 같다. 그래도 적지 않은 돈을 받고 있어 엄청난 부담 속에 야구를 하고 있다. 그릇에 맞지 않는 돈을 받았다면 더 힘들었을 것 같다." 지금 당장은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지만 이들 역시 쉽게 돈을 버는 건 절대 아니다. 그래서 예전부터 이런 말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남의 돈 먹기가 어디 쉬운 거냐고.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고교 졸업 후 처음으로 돈을 아끼기 위해 버스로 운동장을 오갔죠. 내게 야구가 얼마나 소중한지 그때 새삼 다시 깨달았습니다.” 2012년 잘나가는 프로야구 선수였던 그는 연봉 2억8000만 원을 받았다. 그해 시즌이 끝나고 늦은 나이에 군대를 간 뒤 모든 게 달라졌다. 인천 제17보병사단에서 상근예비역으로 복무할 때 그는 한 달에 135만 원을 받았다. 군 보류수당 120만 원에 병장 월급 15만 원을 합한 것이었다. 야구를 떠난 두 시즌 동안 그는 많은 것을 잃었다. 그렇지만 그는 “얻은 게 더 많다”고 했다. 대한민국 남자로서 당당히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그는 SK의 마무리 투수 정우람(29)이다. 군대에 가기 전까지 정우람은 SK 불펜의 핵심이었다. 2004년 SK에서 데뷔한 그는 이듬해부터 중간계투 투수로 온갖 궂은일을 도맡았다. 2006년과 2008년에는 각각 82경기와 85경기에 출전했다. 선수 생활의 정점은 2012년이었다. 그해 마무리 투수로 변신한 그는 2승 4패, 30세이브에 평균자책점 2.20을 기록하며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그는 9시즌 동안 무려 531경기에 등판했다. 피로가 누적되면서 2012년 중반부터 몸 여기저기에서 이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깨와 팔꿈치, 허리 등 성한 곳이 없었다. 군 생활은 그에겐 어떤 의미에서 치유의 시간이었다. 근무 시간에는 풀 깎고, 나무 나르고, 눈 치우느라 바빴지만 어깨를 쉬게 할 수 있었다. 그에게 가장 꿀맛 같던 시간은 ‘전투체육’이었다. 일과가 끝나는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그는 동료 병사들과 함께 운동장을 뛰고 웨이트트레이닝을 했다. 몸이 몰라보게 좋아지고 있다는 걸 스스로 느꼈다. 퇴근 후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인천 문학구장을 찾아 개인 훈련을 했다. 그는 “매일매일이 나와의 싸움이었다. 팀 동료들이 경기를 하고 있는데 혼자 집으로 돌아올 때의 심경은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집에 와서는 TV를 보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고, 내가 얼마나 야구를 사랑했는지를 알게 됐다”고 했다. 9월 말 제대한 그는 지난달 일본 가고시마에서 열린 팀의 마무리 캠프에 참가했다. 김용희 감독은 “한눈에 봐도 경기를 치르기에 손색없는 공을 던지더라. 마무리 투수가 비어 있는 팀 사정상 정우람의 복귀는 천군만마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우람은 스스로 신인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신인 때와 다른 점은 부양할 가족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 달에 100만 원 조금 넘게 벌면서 운동을 한답시고 저녁에는 가족과 함께하지 못했다. 없는 살림에 먹는 것부터 모든 것을 잘 챙겨준 아내(최은진 씨)에게 고맙다. 이제 세 살, 한 살인 두 아들 대한이와 민후에게도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고교 졸업 후 처음으로 돈을 아끼기 위해 버스로 운동장을 오갔죠. 내게 야구가 얼마나 소중한 지 그 때 새삼 다시 깨달았습니다." 2012년 잘 나가는 프로야구 선수였던 그는 연봉 2억 8000만 원을 받았다. 그해 시즌이 끝나고 늦은 나이에 군대를 간 뒤 모든 게 달라졌다. 인천 제17보병사단에서 상근예비역으로 복무할 때 그는 한 달에 135만 원을 받았다. 군 보류수당 120만 원에 병장 월급 15만 원을 합한 것이었다. 야구를 떠난 두 시즌 동안 그는 많은 것을 잃었다. 그렇지만 그는 "얻은 게 더 많다"고 했다. 대한민국 남자로서 당당히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그는 SK의 마무리 투수 정우람(29)이다. 군대에 가기 전까지 정우람은 SK 불펜의 핵심이었다. 2004년 SK에서 데뷔한 그는 이듬해부터 중간계투 투수로 온갖 궂은일을 도맡았다. 2006년과 2008년에는 각각 82경기와 85경기에 출전했다. 선수 생활의 정점은 2012년이었다. 그해 마무리 투수로 변신한 그는 2승 4패, 30세이브에 평균자책점 2.20을 기록하며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그는 9시즌 동안 무려 531경기에 등판했다. 피로가 누적되면서 2012년 중반부터 몸 여기저기에서 이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깨와 팔꿈치, 허리 등 성한 곳이 없었다. 군 생활은 그에겐 어떤 의미에서 치유의 시간이었다. 근무 시간에는 풀 깎고, 나무 나르고, 눈 치우느라 바빴지만 어깨를 쉬게 할 수 있었다. 그에게 가장 꿀맛 같던 시간은 '전투체육'이었다. 일과가 끝나는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그는 동료 병사들과 함께 운동장을 뛰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다. 몸이 몰라보게 좋아지고 있다는 걸 스스로 느꼈다. 퇴근 후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인천 문학구장을 찾아 개인 훈련을 했다. 그는 "매일 매일이 나와의 싸움이었다. 팀 동료들이 경기를 하고 있는데 혼자 집으로 돌아올 때의 심경은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집에 와서는 TV를 보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고, 내가 얼마나 야구를 사랑했는지를 알게 됐다"고 했다. 9월 말 제대한 그는 지난 달 일본 가고시마에서 열린 팀의 마무리 캠프에 참가했다. 김용희 감독은 "한 눈에 봐도 경기를 치르기에 손색없는 공을 던지더라. 마무리 투수가 비어있는 팀 사정 상 정우람의 복귀는 천군만마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우람은 스스로 신인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신인 때와 다른 점은 부양할 가족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 달에 100만 원 조금 넘게 벌면서 운동을 한답시고 저녁에는 가족과 함께 하지 못했다. 없는 살림에 먹는 것부터 모든 것을 잘 챙겨준 아내(최은진 씨)에게 고맙다. 이제 3살, 1살인 두 아들 대한이와 민후에게도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프로야구 팬과 관계자들에게 2014년 가을은 여러모로 특이했던 계절로 기억될 것 같다. KT를 빼고 9개 팀 가운데 5개 팀의 사령탑이 바뀌었다. ‘가을잔치’인 포스트시즌 와중에 연이어 감독 선임 소식이 들려왔다. 4강 탈락 팀들이 포스트시즌 진출 팀보다 더 큰 관심을 끌었다. 결정판은 ‘야신’ 김성근 감독(72)의 귀환이라 할 수 있다. 김 감독 효과로 한화는 팀 창단 후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삼성이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4연패라는 업적을 이룬 2014년 가을의 주인공은 꼴찌 팀 한화다. ▽대개 마무리 훈련은 한 해를 힘들게 보낸 주전 선수들에게 회복의 시간이다. 강도 높은 훈련을 하는 것은 신인이나 경기를 많이 뛰지 않은 신진 선수들이다. 몇몇 구단은 고참급 선수들을 해외에서 열리는 마무리 캠프에 데리고 가지도 않는다. 한화는 모든 사람이 예상하는 대로다. 김 감독의 취임 일성은 “꼴찌가 어디서 노느냐”였다. 마무리 캠프에서 대개 3, 4일에 한 번꼴로 갖는 휴식일도 한화에는 없다. 김태균 정근우 등 고참 선수들이 모두 참가한 한화의 오키나와 마무리 캠프는 아침부터 밤까지 쉴 새 없이 굴러갔다. 흙투성이 유니폼의 선수들을 보면 지옥이 따로 없다. ▽그래서 내년 시즌 한화는 나머지 9개 구단의 ‘공공의 적’이다. 드러내놓고 말은 하지 않지만 많은 팀이 한화에만은 꼭 이겨야 한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 다른 팀들 역시 열심히 하지 않는 건 아니다. 신예 선수들이 대거 참가한 KIA 마무리 캠프만 해도 9개의 배팅 케이지에서 동시 훈련이 이뤄졌다. 두산도 카리스마 넘치는 김태형 감독의 지도 아래 숨이 턱턱 막히는 강훈련을 소화한 뒤 귀국했다. 우승팀 삼성이라고 놀고 있는 건 아니다. 차이가 있다면 한화가 빈틈없이 선수들을 몰아붙인다면 다른 팀들은 선수들에게 약간의 여지를 주는 것 정도다. 그게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해서다. ▽그래서 내년은 한국 프로야구의 흐름을 좌우할 수 있는 한 시즌이 될 것 같다. 만약 한화가 팬들의 기대를 뛰어넘는 좋은 성적을 올린다면 ‘김성근 야구’는 새롭게 조명될 것이다. 이는 한화보다 못한 성적을 내는 팀들에는 재앙을 뜻한다. 한화보다 뒤진 팀들은 김성근 야구를 일정 부분 따라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팬들 눈에는 한화만큼 열심히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김성근 방식을 흉내 낼 수는 있지만 김성근 야구를 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어설프게 따라 했다가는 몸만 고생하고 성적은 못 내는 사태로 귀결되기 쉽다. 실제로 예전에 그런 팀도 있었다. ▽많은 야구 관계자가 내년 시즌 한화 전력이 나쁘지 않다고 평가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공격적인 투자로 좋은 선수들을 데려온 데다 매년 하위권이었던 이유로 신인 지명에서도 좋은 선수들을 뽑았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 김응용 전 감독이 출전 기회를 준 신진 선수들의 성장도 눈여겨볼 만하다. 여기에 김성근 감독의 지옥 훈련을 이겨낸 선수들의 기술과 정신력까지 향상된다면 충분히 4강에 들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야구인이 김 감독의 야구에 반감을 갖고 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한 야구인은 이런 말을 했다. “김성근 감독이 스프링캠프에서 하루 종일 선수들을 굴릴 때 김인식 전 감독은 오후 1시면 모든 훈련을 끝내고 자유시간을 줬다. 그렇게 했는데도 2001년 두산은 우승을 했다.” 결국 프로야구는 결과로 말하는 세계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절이 싫어 중이 떠났는데 절이 중을 따라왔다.” 올 시즌 후 KIA 새 사령탑으로 김기태 감독이 임명되자 야구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런 우스갯소리가 돌았다. 여기서 중은 외야수 이대형(31·사진), 절은 김기태 감독을 의미한다. 김 감독이 LG 지휘봉을 잡고 있던 2012∼2013년 이대형은 점점 설 곳을 잃었다. 이전까지 LG 부동의 톱타자이자 주전 중견수였던 이대형이지만 개성보다 팀워크를 중시하는 김 감독과는 코드가 맞지 않았다. 이대형은 LG 마지막 해인 2013년에는 주로 대주자나 대수비로 출전하며 타율 0.237에 1홈런, 10타점에 그쳤다. 트레이드마크인 도루도 13개(도루 실패는 9개)에 머물렀다.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그는 4년간 총액 24억 원의 조건에 KIA로 이적했다. 올해 이대형은 예전과는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생애 최고 타율인 0.323을 쳤고, 타점도 40개나 올렸다. 도루는 22개(도루 실패는 15개)로 늘었다. 하지만 새로 KIA 감독으로 부임한 김 감독에게 여전히 이대형은 함께하고 싶은 선수가 아니었다. KIA는 신생팀 KT의 특별지명을 위한 2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이대형을 제외했고, 즉시 전력감이 필요했던 KT는 28일 곧바로 이대형을 선택했다. 이번엔 따라온 절이 박혀 있던 중을 내친 격이 됐다. KT는 이날 이대형 외에도 나머지 구단으로부터 20명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선수 한 명씩을 지명했다. 2009년 조범현 감독(현 KT)과 KIA에서 우승을 합작했던 김상현(SK), 롯데 백업 포수 용덕한, LG의 외야 유망주 배병옥, 삼성의 차세대 내야수 정현 등이 포함됐다. KT는 보상금으로 각 구단에 10억 원씩을 지급해야 한다. KT는 또 이날 FA 시장에서 김사율과 박기혁(이상 전 롯데), 박경수(전 LG) 등 3명을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김사율은 선발과 구원이 모두 가능한 전천후 투수이고, 박기혁과 박경수는 유격수와 2루수를 볼 수 있는 내야수다. 한편 한화는 이날 투수 권혁(전 삼성)과 4년간 총액 32억 원(계약금 10억 원, 연봉 4억5000만 원, 옵션 4억 원)에 계약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절이 싫어 중이 떠났는데 절이 중을 따라왔다." 올 시즌 후 KIA 새 사령탑으로 김기태 감독이 임명되자 야구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런 우스갯소리가 돌았다. 여기서 중은 외야수 이대형(31), 절은 김기태 감독을 의미한다. 김 감독이 LG 지휘봉을 잡고 있던 2012~2013년 이대형은 점점 설 곳을 잃었다. 이전까지 LG 부동의 톱타자이자 주전 중견수였던 이대형이지만 개성보다 팀워크를 중시하는 김기태 감독과는 코드가 맞지 않았다. 이대형은 LG 마지막 해인 2013년에는 주로 대주자나 대수비로 출전하며 타율 0.237에 1홈런, 10타점에 그쳤다. 트레이드마크인 도루도 13개(도루 실패는 9개)에 머물렀다.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그는 4년간 총액 24억 원의 조건에 KIA로 이적했다. 올해 이대형은 예전과는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생애 최고 타율인 0.323을 쳤고, 타점도 40개나 올렸다. 도루 수는 22개(도루 실패는 15개)로 늘었다. 하지만 새로 KIA 감독으로 부임한 김 감독에게 여전히 이대형은 함께 하고 싶은 선수가 아니었다. KIA는 신생팀 KT의 특별지명을 위한 2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이대형을 제외했고, 즉시 전력감이 필요했던 KT는 28일 곧바로 이대형을 선택했다. 이번엔 따라온 절이 박혀있던 중을 내친 격이 됐다. KT는 이날 이대형 외에도 나머지 구단으로부터 20명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선수 한 명씩을 지명했다. 2009년 조범현 감독(현 KT)과 KIA에서 우승을 합작했던 김상현(SK), 롯데 백업 포수 용덕한, LG의 외야 유망주 배병옥, 삼성의 차세대 내야수 정현 등이 포함됐다. KT는 보상금으로 각 구단에 10억 원씩을 지급해야 한다. KT는 또 이날 FA 시장에서 김사율과 박기혁(이상 전 롯데), 박경수(전 LG) 등 3명을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김사율은 선발과 구원이 모두 가능한 전천후 투수이고, 박기혁과 박경수는 유격수와 2루수를 볼 수 있는 내야수들이다. 조범현 감독은 "특별지명 선수들은 즉시전력감과 미래가치, 그리고 신구조화를 다같이 고려해 결정했다. FA 선수들은 특별지명 결과 부족한 포지션을 중심으로 전략적으로 영입했다. 선발 결과에 만족한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 최대어로 꼽히던 내야수 최정(27)은 26일 원 소속구단 SK와 역대 최고인 4년간 86억 원(계약금 42억 원, 연봉 합계 44억 원)에 계약했다. 하지만 이 기록은 며칠 안에 새롭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FA 투수 장원준(29·사진)이 롯데의 거액 제안을 뿌리치고 시장에 나왔기 때문이다. 롯데는 26일 이례적으로 언론에 장원준에게 제시한 조건을 공개했다. 보장금액 80억 원에 플러스 옵션 8억 원 등 총액 88억 원이었다. 장원준은 “시장에서 내 가치를 알아보겠다”며 롯데의 제안을 뿌리쳤다. 장원준은 27일부터 12월 3일까지 롯데를 제외한 나머지 9개 구단과 협상할 수 있다. 토종 선발이 귀한 요즘 상황에서 장원준이 매력적인 투수인 것만은 분명하다. 초특급 에이스라고 할 순 없지만 5시즌 연속 10승대 승수를 올렸고, 8시즌 연속 100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희소성 있는 왼손 투수에 나이도 많지 않은 편이다. 내년부터 팀당 경기 수가 128경기에서 144경기로 늘어나면서 믿음직한 선발 투수에 대한 수요는 더 커졌다. 현재 장원준에게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대표적인 구단은 LG와 한화다. 두산, KIA도 시장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 왼손 선발 요원이 필요한 LG는 장원준을 데려올 수 있는 최적의 구단으로 꼽힌다. 장원준이 가세하면 LG는 단숨에 단단한 선발진을 구성할 수 있다. 양상문 감독은 2004년 롯데 감독 시절 신인이던 그의 성장을 도운 은사이기도 하다. 김성근 감독이 새로 지휘봉을 잡은 한화도 장원준에 대한 욕심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 류현진을 미국 메이저리그 LA 다저스로 보내면서 받은 이적료를 그를 잡는 데 쓸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타선에 비해 투수력이 약한 두산도 다크호스다. 두산 관계자는 “올해 FA 선수 중 탐나는 선수는 장원준뿐”이라고 말해왔다. KIA도 김기태 신임 감독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장원준을 노릴 수 있다. 당초 KIA는 리빌딩과 육성에 초점을 맞추려 했으나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하던 양현종이 KIA에 남기로 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관건은 ‘돈’이다. 롯데의 88억 원 제안을 뿌리친 만큼 장원준의 마음을 잡기 위해서는 최소 90억 원 이상을 불러야 하기 때문이다. 비용 대비 효과는 의문이다. 올 시즌 장원준은 10승 9패에 평균자책점 4.59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올해 20승을 올린 넥센 외국인 투수 밴헤켄의 연봉은 35만 달러(약 3억8000만 원)에 불과했다. 장원준의 영입은 전력 상승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큰 부담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기존 선수들이 소외감을 느낄 여지도 상당하다. 롯데를 떠난 장원준은 과연 내년 시즌 어떤 팀의 유니폼을 입고 있을까.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남자 친구요? 두산 선수들이 떠나고 없을 때 만나면 돼요.” 두산의 마무리 캠프가 열린 24일 일본 미야자키 현 사이토 시 사이토 구장. 조그만 동작이라도 놓칠세라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데시마 가나 씨(29)는 유창한 한국어로 이렇게 말했다. 일본 후쿠오카에서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고 있는 그는 황금연휴인 22∼24일(24일은 일본 근로자의 날)을 두산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면서 보냈다. 경기도 아닌 훈련이 뭐가 재미있을까 싶지만 그는 “선수들의 표정, 장난치는 모습, 힘들어하는 얼굴 등이 정말 재미있다”고 했다. 데시마 씨는 두산 선수들과 직원들이 다 아는 유명한 두산 팬이다. 두산의 마무리 캠프가 열린 11월 한 달 동안 주말마다 운동장에 나타났다. 두산 선수들을 본다는 즐거움에 왕복 6시간의 운전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가 두산에 푹 빠지게 된 건 2007년 가을 미야자키 교육리그부터다. 어릴 때부터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팬이었던 데시마 씨는 당시 소프트뱅크 선수들을 보러 미야자키에 왔다가 교육리그에 참가했던 두산 선수들을 만났다. 그는 “당시 한국말을 전혀 못할 때였는데 선수들이 정말 친절하게 대해줬다. 첫 만남부터 두산에 푹 빠지게 됐다”고 했다. 데시마 씨는 시즌 중에는 한 달에 한 번 한국을 찾아 두산 경기를 관전한다. 서울 잠실 경기는 물론이고 부산 사직구장, 인천 문학구장도 찾는다. 2군 선수들의 경기가 열리는 경기 이천구장도 간다. 그는 “시범경기부터 치면 1년에 20경기 정도는 직접 보는 것 같다”고 했다. 두산을 좋아하다 보니 한국을 좋아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한국말도 배우게 됐다. 이제는 소프트뱅크보다 두산을 더 응원한다. 데시마 씨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한일전 때도 한국을 응원했다”고 했다. 이유는 한국 팀에 두산 선수 김현수, 이종욱, 고영민 등이 있었고, 두산 감독이었던 김경문 감독(현 NC)이 있었기 때문이란다. 두산의 미야자키 마무리 캠프는 26일 끝난다. ‘두산 선수들이 떠나게 돼서 아쉽겠다’고 하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곰들의 모임 환담회가 열려요. 어차피 그날 한국에 갈 거니까 괜찮아요.”미야자키=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