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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 기온 섭씨 33도. 3일 오전 따가운 햇살이 내리꽂히는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마당. 석탑 등 문화재가 전시돼 있지만 뜨거운 열기에 가까이 갈 엄두도 나지 않는다. 딸과 함께 박물관을 찾은 손지영 씨(39·여)는 시원한 2층 전시장에서 창밖을 내다보며 스케치를 하고 있었다. 손 씨는 “방학을 맞은 열 살 딸이 그림을 좋아해 피서 겸 박물관을 찾았다”고 말했다. 무더위를 피해 박물관과 미술관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여름 프로그램이 인기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달 25일부터 ‘박물관 숲속 석탑, 종, 석등’이라는 주제로 상설전시관 2층에서 풍경을 감상하고 그리는 공간을 마련했다. 창가에는 테이블과 밑그림이 그려진 종이, 색연필이 준비되어 있다. 완성한 그림을 20일까지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3명을 추첨해 젤리밴드 손목시계를 선물로 준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한여름 밤의 필름 올림픽’ 행사를 개최한다. 5일과 19일 오후 6시 반부터 미술관 내 영화관인 MMCA 필름앤비디오에서 겨울 스포츠를 다룬 영화 ‘독수리 에디’와 ‘우리는 썰매를 탄다’를 상영한다. 영화관은 120석 규모이며 별도의 신청 없이 선착순으로 감상할 수 있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기원하는 경품도 현장에서 나눠준다. 9일에는 1층 로비에서 오후 6시 30분부터 남매 듀오 ‘악동 뮤지션’과 인디밴드 ‘파라솔’의 라이브 공연을 볼 수 있다. 공연은 네이버 V라이브를 통해서 생중계된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박물관에 전시된 여름에 관한 유물을 통해 선조들의 여름 나기를 체험한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팔덕선, 착한 부채 이야기’ 교육 행사에서는 전통 부채 팔덕선의 기능과 의미를 살펴보고, 직접 부채를 만든 뒤 서로 감상을 이야기한다. 9, 16일 오전 10시 30분과 오후 2시 30분 두 차례 진행되며 9일까지 온라인에서 신청을 받는다. 또한 민속박물관의 특별전 ‘쓰레기×사용설명서’에서는 장마철 망가진 우산을 고쳐주는 행사를 한다. 12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2∼6시 망가진 우산이나 양산을 갖고 가면 1명당 2개까지 수리를 받을 수 있다. 농장을 운영하며 우산 수리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신용식 씨가 무료로 우산을 고쳐주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뮤지엄나이트’ 프로그램의 하나로 9일 오후 7시 30분부터 서소문 본관 앞마당에서 여름 DJ 콘서트를 연다. 뮤지엄나이트는 미술관 야간 개장 시간 동안 전시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콘서트에서는 카르티에 현대미술재단 소장품전인 ‘하이라이트’의 음악감독을 맡은 프랭크(FRNK), 이오공(250), 글렌체크의 김준원(JUNE ONE)이 디제잉을 선보인다. 콘서트는 스탠딩으로 진행되며 사전 신청 없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MBC 수목드라마 ‘죽어야 사는 남자’의 무슬림 희화화가 해외에서 문제화된 데 이어 국내에서도 한국이슬람교중앙회가 항의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이슬람교중앙회 관계자는 2일 “문제가 된 내용들에 대해 지난주 공문을 보내 강하게 시정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MBC 측은 한국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을 방문해 관련자들을 면담하고 향후 대책을 의논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9일 시작한 이 드라마는 히잡을 쓴 여성이 비키니 차림으로 수영장에 누워 있는 모습, 무슬림 복장을 한 인물이 술을 마시는 장면, ‘공주 한 명을 데려가고 나머지 두 명을 무료로 가져가라’는 등 여성을 사고파는 장면 등이 등장하면서 국내외 무슬림들의 반발을 샀다. 드라마 방영 초기에는 재외 한국문화원으로도 수차례 항의가 들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등 주로 방송에 언급된 국가들에서 한국 드라마 팬들이 웹사이트를 통해 문제 제기를 한 것이다. 외교부는 “공식 포스터에 주인공인 최민수가 꾸란에 발을 올리고 있는 장면 등 문제 제기 된 내용을 모아 MBC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후에는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누리꾼들이 ‘죽어야 사는 남자 방영을 중단하라(#stopmanwhodiestolive)’ ‘이슬람에 정의를(#JusticeforIslam)’ 등의 해시태그를 달고 드라마를 비판했다. 또 한국 거주 이집트인 3명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본사 앞으로 찾아가 방송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MBC 측은 지난달 21일 홈페이지를 통해 “‘죽어야 사는 남자’는 가상의 보두안티아국을 배경으로 제작됐으며 등장인물, 지역, 지명 등은 픽션”이라며 “아랍 및 이슬람 문화를 희화화하거나 악의적으로 왜곡할 의도는 없었다”는 사과문을 아랍어와 한국어, 영어로 게재했다. 문제가 된 장면들은 다시보기에서 삭제됐다. MBC 관계자는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보는 팬들이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다는 점을 신중하게 고려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향후 방영분은 더욱 엄격히 감수할 것”이라고 밝혔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다양한 기술과 마케팅 환경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광고의 영역 확장이 중요해졌습니다.” 24일 개막하는 제10회 부산국제광고제의 공동집행위원장인 최환진 한신대 미디어영상광고학부 교수(59·사진)는 최근 본보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는 “광고 환경 변화의 가장 큰 요인은 기술”이라며 “이번 광고제도 주제를 ‘크리에이티비티 +―×÷ 테크놀로지’로 정하고 기술과 광고의 다양한 관계를 조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올해로 개최 10년을 맞는 부산국제광고제의 공동집행위원장을 4회 때부터 맡고 있다. 그는 “초창기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올해 초 아시아광고연맹과 제휴를 맺는 등 아시아 광고계에서 충분한 인지도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첫 회 광고제 출품작은 29개국 3105편이었지만 올해에는 56개국에서 2만1530편을 출품해 1799편이 본선에 올랐다. 최 교수는 “좋은 광고는 그 나라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광고”라며 “화려한 그래픽이 난무하는 중국의 광고가 우리 눈에는 촌스러워 보여도 본국에서는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명 광고제 수상 경력을 만들기 위해 서구의 기준에 맞춰 실제로는 방영하지 않을 광고를 따로 제작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진다”며 “상을 받기 위한 광고는 의미가 없다. 현지 문화를 반영해 평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산국제광고제는 24일부터 26일까지 해운대 벡스코에서 열리며 인공지능 VR 등 최신 기술로 변화하는 광고 트렌드를 깊이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웨인 초이 제일기획 전무, 아드리안 보탄 매캔월드그룹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총괄 책임자 등이 본선 진출작을 심사할 예정이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27일 저녁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소극장 앞. 비 오는 궂은 날씨에도 유명 배우들이 출연하는 연극을 보기 위해 관객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문화가 있는 날’이 확대돼 목요일인 이날에도 30%의 티켓 할인 행사가 진행됐다. 그러나 티켓 창구에는 별도의 안내문이 없었다. 관객 한샘 씨(34·여)는 “문화가 있는 날이 1주일 전체로 확대된 줄 몰랐다”며 “제휴 통신사 혜택으로 이미 50%의 할인을 받았기 때문에 ‘문화가 있는 날’이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28일 오전 서울 성동구의 한 도서관에선 ‘그림책 보는 전시회’가 열렸다. 그러나 시민들이 자주 찾는 열람실이나 로비가 아닌 직원들만 이용하는 사무실 앞 복도에서만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1시간 동안 시민 관람객은 한 명도 없었다. 지난주부터 매월 마지막 수요일에만 시행됐던 ‘문화가 있는 날’이 마지막 주 전체로 확대됐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박근혜 정부의 정책이라고 무조건 폐지하지 않겠다. ‘문화가 있는 날’처럼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은 오히려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본보 취재팀이 현장을 점검한 결과 기간만 늘어났을 뿐 준비와 홍보 부족으로 여전히 시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특정 요일(수요일)과 평일에 몰려 있다는 점이다. 이번 달 열린 행사 2425개 중 주말에 진행된 경우는 전체 프로그램의 1.5%인 38개에 불과했다. 연극평론가인 김미도 서울과학기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는 “공연, 전시, 영화 등 장르마다 제작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주말까지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정작 시민들이 즐길 만한 양질의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문제도 노출됐다. 영화 티켓 할인, 전시회 무료 입장 등에 집중돼 있어 예매율 최상위권에 속하는 인기 연극이나 뮤지컬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 뮤지컬 제작사 관계자는 “규모가 영세한 뮤지컬·연극업계는 수요일 할인 행사를 진행하기에도 버거운 지경”이라며 “정부 등에서 눈치를 줘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참여했을 뿐 확대할 방침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올해 문화가 있는 날 예산은 162억 원. 수요일 하루에서 일주일로 행사 기간이 확대됐지만 추가적인 재원 마련은 아직 없다. 문체부 관계자는 “내년부턴 예산을 확대하고 주무 부처를 생활문화진흥원으로 옮겨 전문성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올해는 홍보 지원을 제외하곤 추가적인 재원 대책을 마련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뮤지컬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캠페인 성격이 짙은 현재와 같은 정책보단 ‘문화예술비 소득공제’처럼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문화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김민 기자}

록을 내세우자니 관객을 모으기 힘들고, 록을 지우자니 정체성이 사라진다. 28일부터 사흘간 열린 ‘지산 밸리록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밸리록)’의 딜레마다. 1박 2일간 체험해 본 밸리록 현장은 예년에 비해 크게 한산했다. 또한 지난해부터 등장한 설치미술작품들은 밸리록에서 ‘록’이 계륵처럼 여겨지는 인상을 풍겼다. 현장에서 만난 음악 팬들은 관객이 줄어든 이유로 ‘라인업’을 꼽았다. 올해 헤드라이너 중 미국의 EDM 프로젝트 그룹인 ‘메이저 레이저’(28일)를 제외한 영국의 가상 밴드 ‘고릴라즈’(30일)와 아이슬란드의 록 밴드 ‘시규어 로스’(시귀르 로스·29일)로는 많은 관객을 모으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설상가상으로 29일에는 서울 난지한강공원에서 ‘Years&Years’가 출연한 ‘홀리데이 랜드 페스티벌’이, 인천에서 EDM 페스티벌 ‘유나이트 위드 투모로우랜드’가 열리면서 일부 관객이 분산됐다. 지난해부터 행사를 주관하는 CJ E&M은 ‘록 페스티벌’ 대신 ‘뮤직 앤드 아츠’를 내세우고 있다. 음악뿐 아니라 패션과 예술작품도 화제가 되는 미국의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처럼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는 것이 주최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록을 벗어나려다 보니 재즈를 테마로 하는 ‘자라섬 페스티벌’, 팝이 주가 되는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에 비해 정체성이 모호하고 브랜드 파워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얼마나 유명한 아티스트가 오느냐로 매년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 EDM을 듣기 위해 지산을 찾은 이모 씨(29·여)는 “지인 중 일부는 둘째 날부터 홀리데이 랜드로 빠졌다”며 “음악 축제가 많아졌지만 콘셉트가 비슷해 자체 브랜드보다 좋아하는 밴드가 오는지 라인업을 보고 갈 곳을 고르게 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뉴질랜드 출신으로 세계적 스타덤에 오른 21세 로드의 한국 첫 공연, 야외에서 별과 달을 보며 듣는 ‘시규어 로스’, 남녀노소 춤을 따라 하며 즐기는 ‘신현희와 김루트’의 무대는 인상 깊었다. 지산 리조트의 병풍처럼 둘러싸인 산과 비구름이 낀 풍경은 ‘록페를 위해 만들어진 천혜의 환경’이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실력파 인디 뮤지션에게 공연 기회를 주는 ‘튠업 스테이지’도 꼭 필요한 무대다. 이천=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성(性) 상품화는 없다고 단언했지만 결국 출연자들은 소모품처럼 그려졌다. 13일 시작해 2회까지 방영을 마친 엠넷 ‘아이돌학교’ 이야기다. 걸그룹 전문 교육 기관을 콘셉트로 한 이 예능 프로그램은 시작부터 말이 많았다. 어린 여성 출연자들에게 물을 뿌리고 ‘무대 위기 대처술’이라 포장하는 티저 영상은 소녀들의 성 상품화 논란을 일으켰다. 뚜껑을 열어 보니 걸그룹을 육성한다는 명목하에 조직 문화의 순응을 강요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가장 논란이 된 것은 군대 생활반을 본뜬 출연자 숙소. 가운데 복도를 두고 양옆으로 수십 명의 출연자들이 나란히 누워 잠을 자는 구조다. 다만 핑크빛으로 장식된 이불과 사물함이 등장한다. 누리꾼들은 이 장면을 캡처한 뒤 분홍색을 초록색으로만 반전시켰는데도 군대 생활반과 똑같아진 모습의 ‘짤방’을 퍼날랐다. ‘아이돌판 진짜사나이’ ‘핑크빛 군대’라는 반응도 나왔다. 외양만 군대를 닮은 게 아니다. 출연자를 교육하는 방법도 군대나 학교의 부정적 측면을 그대로 답습했다. 학교 수업처럼 진행되는 코너에서 출연자들은 보컬, 체력, 댄스 훈련을 받는다. 출연자들은 각자 다른 개성을 가졌지만 모두가 똑같은 노래를 부르고 똑같은 춤을 춘다. 40명의 출연자가 V자 W자 X자 대형을 그리며 추는 군무는 마치 공산 국가의 매스게임처럼 보인다. 튀는 사람은 기합받듯 앞으로 불려나와 “한 사람이 튀려고 하면 팀이 망한다. 눈에 띄는 사람을 빼놓고 춤을 추는 게 좋겠냐”는 질책을 받는다. 출연자 대부분은 10대이고, 12세와 13세 초등학생도 있다. 압박과 긴장에 출연자들은 한 회에서 여러 차례 울음을 터뜨린다. 이런 힘든 상황을 합리화하는 것은 결국 ‘노오력’ 프레임이다. 이런 말도 나온다. “스타는 쉽게 되는 게 아니에요. 자신이 없는 사람은 지금 나가도 괜찮아요. 왜? 여러분의 자리를 바라보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저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전문가들은 프로듀스101 등 오디션 프로그램이 가학성으로 흥행에 성공한 뒤 자극이 노골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출연자가 고통받고 망가지는 모습이 오히려 그를 주목하게 만들어 가치의 문제는 무시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은영 대중문화평론가는 “슈퍼스타K나 K팝스타의 경우 심사위원들이 출연자를 아티스트로 성장하게 해주는 측면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장기적인 투자도 아까워 단기적 자극으로 지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군대 문화 콘셉트의 기저에는 여성 혐오와 대상화가 깔려 있다는 의견도 있다. ‘아이돌로지’ 편집장이자 음악평론가인 미묘는 “군대의 부조리한 상황을 ‘너희도 당해보라’는 발상과 여성 아이돌을 장난감처럼 괴롭히고 싶은 욕망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 285호)에 대한 보존 대책으로 문화재청과 울산시가 제안했던 생태제방 축조안이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심의에서 또다시 부결됐다. 생태제방안 부결은 2009년, 2011년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다. 문화재청은 “문화재위원회가 20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회의를 열어 반구대 암각화 생태제방 축조안을 부결했다”고 밝혔다. 생태제방 축조안은 대곡천 수위에 따라 침수되거나 외부에 노출되고 있는 반구대 암각화를 보존하기 위해 울산시가 제시한 방법이다. 앞서 2013년 보존 대책으로 제시된 ‘가변형 임시 물막이’(카이네틱 댐) 설치는 논란을 거듭한 뒤 기술적 결함이 있다는 판정을 받았고 그 대안으로 생태제방을 쌓자는 주장이 나왔었다. 문화재위는 이날 “제방 규모가 지나치게 크고 역사문화환경 훼손이 심각하며 공사과정에서 암각화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부결 이유를 밝혔다. 생태제방 축조안은 암각화에서 30m 떨어진 지점에 357m 길이의 둑을 쌓는다는 내용이다. 제방의 폭은 하부가 81m, 상부 6m다. 제방을 쌓기 위해서는 시멘트 등의 충전재를 주입하고 암각화 반대편 땅을 파서 새로운 물길을 조성해야 하기 때문에 환경이 변화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신문 지원 정책은 단순히 신문사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위한 인프라를 되살리는 민주주의 진흥 정책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20일 한국신문협회는 박성희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에게 의뢰해 발간한 ‘선진 외국의 신문 지원 정책의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공개하고 해외 14개국의 신문 지원 사례와 정책 방향을 소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선진국은 신문의 위기가 민주주의와 시민사회의 다양성의 위기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다양한 신문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특히 2000년대 들어 온라인 미디어 환경이 공고해지자 유럽 국가들은 신문의 뉴미디어 진출과 디지털화, 경영 합리화, 저널리즘 능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 덴마크에서는 미디어진흥기금이 ‘민주주의 기금’으로 불린다는 사례도 소개됐다. 신문이 공적 담론을 이끌어내 민주주의를 견인하는 핵심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 정부가 직접 신문 배달을 지원하고 신문외판원과 운반자를 위한 면세 혜택 등을 주는 배급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언론자유가 중시되는 미국은 연방세법에 따라 발행부수 수입을 경상비로 공제해 연간 약 1억 달러 규모의 세금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박 교수는 국내 신문 정책도 유럽처럼 그 목표를 기술혁신, 교육, 민주주의 확산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술혁신 지원 방안으로는 △환경에 맞는 저널리즘 플랫폼 개발 지원 △포털과 소셜미디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 새로운 채널과의 건강한 관계 모색 △공평한 수익구조 및 뉴스 저작권 보호 △신문사 시설 혁신 지원(일명 디지털 새마을운동) △미디어 컨버전스 시대에 맞는 정책 및 기금 운용(신문과 방송 광고재원 교차지원 등) 등이 꼽혔다. 교육 지원 방안은 △언론인 양성기관 설립 △신문활용교육(NIE) 예산 확충과 교육 강화 △심층보도와 탐사보도 등 콘텐츠 지원 등이 제시됐다. 민주주의 확산 지원 방안으로는 △가칭 ‘민주주의 펀드’ 조성(덴마크 모델) △매체 간 균형발전 위한 법 제정 △지역 신문 지원 및 소외계층·다문화가정 배달 지원 △언론중재법, 방송통신심의규정 등 규제 및 심의기관 정비 △‘신문방’ 설치(17세기 영국 커피하우스와 커뮤니티센터 공공도서관 결합) 등이 꼽혔다. 이번 보고서는 언론자유국에 속하는 14개 해외 국가의 신문 지원 사례를 수집하고 지원 정책의 최근 경향과 변화 등을 분석해 국내 언론이 참고해야 할 정책 제언을 담고 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경주 불국사 삼층석탑(석가탑)이 지난해 9월 규모 5.8의 지진에도 큰 피해를 입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경주 불국사 삼층석탑 수리 보고서’(전 2권)에 그 비결이 간략하게 공개됐다. 보고서는 2010년 문화재위원회가 석가탑 해체를 결정하기부터 보수 공사를 마치고 지진 피해를 점검한 2016년까지의 기록을 담았다. 석가탑이 안정적이었던 가장 큰 요인은 낮은 무게중심이었다. 보통 파동 형태인 지진의 여파가 땅에서 구조물에 전달되면 위로 향할수록 진동이 커진다. 이에 반해 석가탑은 상층부로 갈수록 진동이 줄어들었다. 또 석탑의 기초를 크고 작은 자연석으로 쌓고 그 사이에 흙을 채워 넣어 1차적으로 진동을 줄이고, 탑신과 옥개석 사이에 무기질과 섞은 흙을 채워 넣어 2차 충전재 역할을 한 것도 피해를 막은 요인이었다. 반면 일제강점기에 시멘트로 접합한 다보탑의 난간석은 지진이 일어난 뒤 내려앉았다. 보고서의 1권은 불국사의 연혁, 조사 연구, 해체와 조립, 보존 처리 과정은 물론이고 파손된 부재의 구조를 보강하고 무기질 재료를 활용하는 등 국립문화재연구소가 개발한 특허 기술을 자세히 수록했다. 2권은 수리 전후 석탑의 도면과 수습 유물 관련 자료를 담았다. 석가탑은 2010년 정기 점검을 하던 중 덮개석에서 길이 132cm, 최대 폭 0.5cm의 균열이 발견되면서 전면 해체가 결정됐다. 문화재청은 보고서를 전국 주요 도서관과 연구기관 등에 배포할 계획이며 국립문화재연구소 누리집()에도 공개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1973년 미국 애리조나대 인류학과 교수 윌리엄 랫지는 쓰레기 매립장을 발굴해 사람들의 소비 형태를 연구했다. 밥 딜런의 광팬이자 그에 관한 책을 쓴 앨런 웨버먼은 딜런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쓰레기통을 뒤지는 자신의 행동을 ‘쓰레기학(garbology)’이라고 표현했다. 쓰레기를 분석해 생활사를 복원하는 ‘쓰레기 고고학’이 하나의 학문 분야로 자리 잡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이런 쓰레기를 주제로 한 ‘쓰레기×사용설명서’ 특별전을 19일부터 10월 31일까지 개최한다. 프랑스 국립 유럽지중해문명박물관(MuCEM)과 공동으로 주제를 정해 진행되는 이 전시는 쓰레기의 의미를 다양한 각도로 보여준다. 유럽지중해문명박물관도 8월 13일까지 지중해를 중심으로 한 쓰레기의 이동과 활용사를 주제로 전시를 하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의 전시는 ‘쓰레기를 만들다’, ‘쓰레기를 처리하다’, ‘쓰레기를 활용하다’ 등 3부로 구성된다. 1부는 한 사람 또는 4인 가구가 일주일 동안 얼마나 소비하고 쓰레기를 만들어 내는지 보여준다. 2부는 한양대 문화재연구소가 2009년 발굴한 ‘서울 성동구 행당동 출토 생활쓰레기 유물’, 3부는 일상에서 쓰레기를 재활용한 생활사 유물이 전시된다. 버려질 뻔했다가 발견된 문화재들도 전시돼 있다. 2004년 폐지 줍는 할머니의 수레에서 발견된 정약용의 ‘하피첩’, 해남 윤씨 종가의 책장 바닥에 깔려 있다가 쓰레기 더미에 버려진 녹우당의 ‘미인도’ 등이다. 영조의 태실을 지키던 봉지기의 후손이 살던 집의 다락방에서 발견된 ‘영조대왕 태실 석난간 조배의궤’도 전시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부실 복원 논란이 일었던 광화문 현판의 원래 색을 찾기 위한 연구가 진행된다. 문화재청은 중앙대 산학협력단과 함께 ‘광화문 현판 색상 과학적 분석 연구’를 추진한다고 17일 밝혔다. 2010년 광화문이 복원되면서 제작된 현판은 흰색 바탕에 검은색 글씨가 적혀 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미국 스미스소니언박물관의 ‘국가 인류학 자료보관소’가 소장하고 있던 1893년 9월 이전 촬영된 사진에서 어두운 바탕으로 보이는 현판 모습이 발견돼 ‘부실 검증’ 비판이 일었다(본보 2016년 3월 1일자 A2면 참조). 복원 당시에도 대부분 궁궐 문 현판이 검정 바탕에 흰 글씨를 썼다는 지적이 이어진 바 있었다. 기존 현판에 균열이 생겨 현판을 다시 제작하고 있던 상황이라 문화재청은 색상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번 연구는 다양한 색상의 실험용 현판을 제작해 광화문에 고정한 뒤 촬영, 분석할 예정이다. 실험용 현판은 △흰 바탕에 검은색·코발트색 글씨 △검은색 바탕에 흰색·금색·금박 글씨 △옻칠 바탕에 흰색·금색 글씨 △코발트색 바탕에 금색·금박 글씨 등 4개로 구성된다. 옛 사진 촬영 방법인 유리건판 전용 카메라와 디지털카메라를 모두 사용해 시간, 기상 상황 등 다양한 조건에서 사진을 촬영한다. 촬영한 뒤에는 스미스소니언박물관 소장 사진, 일본 도쿄대의 1902년 유리건판 사진, 국립중앙박물관의 1916년 유리건판 사진 등과 비교해 가장 비슷한 색상을 추정한다. 새롭게 만들어질 광화문 현판의 틀 제작과 각자(刻字) 작업은 마친 상태다. 문화재청은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관계 전문가 자문회의와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단청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11년 동안 논란과 의문 속에 칩거 생활을 해왔던 가수 나훈아(본명 최홍기·70)가 컴백한다. 그가 오랜 공백 끝에 발표할 대표곡은 ‘남자의 인생’이다. 나훈아의 소속사 ‘나예소리’는 나훈아가 17일 정오 음원 사이트에서 새 앨범 ‘드림 어게인(Dream Again)’을 발표한다고 11일 밝혔다. 또한 11∼12월에는 서울과 부산, 대구에서 콘서트도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앨범에는 7곡이 수록되며 온라인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남자의 인생’은 유튜브를 통해 뮤직비디오로도 공개될 예정이다. 소속사는 “11년 만에 마이크를 잡은 나훈아 씨가 그동안 가슴 아픈 일도 있었지만 그 가운데서도 가슴에 담은 꿈들을 다양한 리듬과 색깔로 세상에 꺼내 놓았다”며 “지친 국민의 마음이 치유될 수 있는 음악임을 자부한다”고 설명했다. 1966년 ‘천리길’로 데뷔한 나훈아는 ‘무시로’ ‘갈무리’ ‘잡초’ ‘고향역’ ‘가지마오’ 등의 수많은 히트곡을 냈다. 그러다 2006년 데뷔 40주년 공연을 마지막으로 지인들과도 교류하지 않은 채 칩거 생활을 했다. 2007년 3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할 예정이던 공연도 취소하고 당시 소속사 아라기획도 문을 닫았다. 이 과정에서 야쿠자에 의한 신체훼손설, 투병설 등 루머가 잇따르자 나훈아는 2008년 1월 기자회견을 열어 해명했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그는 “마이크 잡기가 힘들다. 가수는 꿈을 파는 사람이다. 하지만 지금은 꿈을 잃어버렸다. 다시 꿈을 찾게 되는 날이 언제가 될지 모른다”며 활동을 중단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런 그가 은둔 생활을 하자 ‘뇌경색 투병 중’이라거나 ‘해외여행을 떠났다’, ‘일본에서 공연을 한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2011년에는 부인 정모 씨가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기각됐다. 하지만 정 씨는 “나 씨가 결혼 생활을 이어갈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며 2014년 다시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10월 두 사람의 이혼이 성립됐다. 소속사에 따르면 나훈아의 컴백 공연은 그가 직접 기획하고 연출한다. 11월 3∼5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을 시작으로 24∼26일 부산 벡스코 오디토리움, 12월 15∼17일 대구 엑스코 컨벤션홀에서 열린다. 티켓은 9월 5일 오후 12시부터 ‘예스24’에서 예매할 수 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요즘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는 생로랑. 그들의 컬렉션은 신선하고 젊은 에너지와 클래식의 조화가 돋보인다.” 슈트부터 캐주얼까지 완벽하게 소화해 내는 모델 ‘보디’가 좋아하는 브랜드를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 사는 보디는 주말마다 취미로 찍은 사진이 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유명해졌다. 코치, 살바토레 페라가모, 아소스 같은 패션 브랜드에서 협찬을 받아 화보를 촬영하고, 남성 잡지 GQ에도 등장한다. 그런데 사실 보디는 인도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디자이너 김예나 씨(30·여)와 함께 살고 있는 반려견이다. 세련된 감각으로 주목받는 시바견 보디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인기 비결을 묻자 보디는 ‘자연스럽고 잘생긴 외모’를 먼저 꼽았다. 또 “남성복을 스타일링 하는 요령을 잘 알고 있고 포즈를 연출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 아닐까. 사람들은 내가 꽤 카리스마 있다고도 말한다”고 덧붙였다. 팔로어가 30만8000명에 달하는 보디의 인스타그램 계정 이름은 ‘멘즈웨어도그(@mensweardog)’. 28만 명이 팔로하는 한국 대표 모델 차승원에 맞먹는 인기다. 보디는 마치 사람처럼 리바이스 재킷에 니트 비니를 쓴 사진을 올리고 “콜드브루 한 잔 줄래요?”라는 코멘트를 올린다. 보디처럼 동물이 주인인 ‘개스타그램’ ‘냥스타그램’ 계정이 인기를 끌고 있다. 단순히 사람이 반려동물의 사진을 찍어서 올리는 것을 넘어 동물이 직접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는 것처럼 ‘의인화’하는 형태다. 김 씨는 “보디가 마치 활동 중인 모델처럼 말하고 스타일링 팁을 전하는 모습이 너무나 진지해서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보디가 ‘진지함’으로 어필한다면 일본 오카야마에 살고 있는 또 다른 인기 반려견 ‘류지’는 반전 매력으로 인기를 얻는다. 팬케이크처럼 동그란 얼굴에 다양한 표정을 짓는 류지는 자신을 ‘마초’라고 주장한다. 주인이 건네준 햄 덩어리를 꼬리를 흔들며 먹는 영상을 올리고는 “진정한 마초가 되기 위해서는 고기를 먹어야 한다”고 멘트를 다는 식이다. 6년 전부터 활짝 웃는 사진과 ‘굿모닝’이란 인사를 매일 인스타그램에 올려온 시바견 마루타로도 전 세계 260만 명의 팔로어를 거느리고 있다. 최근에는 누리꾼들이 청와대에 입성한 문재인 대통령의 반려동물 ‘마루’와 ‘찡찡이’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개스타그램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인간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허세’나 ‘가짜’ 논란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디톡스’를 찾는 사람들에게 동물들의 순수한 모습이 마음의 위안을 준다는 분석이다. 12만 명이 팔로하는 고양이 ‘순무’를 키우는 윤다솜 씨(28·여)는 “순무는 자신이 유명해진지도 모르고 지금도 낯선 사람이 오면 숨기 바쁘다”며 “가족 앞에서만 보여주는 엉뚱하고 순진한 모습을 사람들이 좋아해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KBS2 ‘개그콘서트(개콘)’의 인기 코너 ‘봉숭아학당’이 6년 만에 부활했다. 김대희 안상태 강유미 박휘순 신봉선 박성광 등 개콘 출신 스타 개그맨들도 지원 사격에 나섰다. 한때 최고 인기 코미디 프로그램이었던 개콘이 2015년 처음으로 한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한 후 좀처럼 침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돌아온 봉숭아학당은 2일 처음 시작해 2회까지 방영을 마쳤다. 2008년 방영돼 “밥묵자”라는 유행어를 만들어 낸 코너 ‘대화가 필요해’도 9일 다시 방송되면서 개콘의 시청률은 8.8%로 1주 전보다 1.1%포인트 상승했다. 봉숭아학당에서는 안상태의 ‘안공식’ 캐릭터가 비교적 다른 형태의 유머를 보여줬다. “전 정확하지 않으면 참을 수가 없어요”라고 말하는 그는 ‘철수가 엄마가 준 2000원 중 1000원으로 과자를 사먹었다. 얼마가 남았을까’라는 수학 문제를 두고 “요즘 어떤 과자가 1000원이냐”고 따지는 식이다. 쓸데없는 것에 집착하면서 보는 사람을 답답하게 만드는 ‘복장 터지는 웃음’이다. 하지만 ‘외모 비하’나 ‘여성 비하’ 소재로 웃음을 짜내려는 진부함은 여전했다.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을 패러디한 박휘순은 아이돌 복장을 하고 스스로의 외모를 비하한다. 다른 출연자가 박휘순의 얼굴을 보고 웃거나 툭 치면 그는 억울한 듯 “전 아무 말도 안 했어요”라고 말한다. ‘혼남(혼자 사는 남자)’을 연기하는 박성광은 데이트 장소를 정할 때 까다롭게 구는 연인에게 “울대를 팍!(치고 싶다)”이라고 말한다. 다양한 콘텐츠가 온라인으로 쏟아지는 환경에서 트렌드를 빨리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도 보여줬다. 첫 회에서 강유미는 BJ를 패러디했지만 인터넷 방송을 보지 않는 시청자들이 이해하지 못해 일주일 만에 ‘자연인 태혜란’으로 캐릭터를 바꿨다. 연출자인 이정규 PD는 “확실한 타깃이 있는 타 채널과 달리 공영방송은 보편적 시청층을 고려해야 하는 측면이 있지만 그만큼 안전한 콘텐츠가 될 수 있다”며 “외모 비하 등 문제도 줄여 나가려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개그맨 김영철이 라디오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과 독일 순방을 함께 한 소감을 밝혔다. 10일 오전 SBS 파워FM ‘김영철의 파워 FM’에서 그는 “2003년 캐나다 몬트리올이 영어라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만들었다면 2017년 독일 베를린은 꿈같은 일이 펼쳐진, 영화같은 도시가 됐다”고 말했다. 김영철은 5일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독일에 가서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과 교민 오찬 간담회를 진행했다. 김영철은 “독일 교민 200분이 오셨는데 많은 분이 저를 잘 모르셔서 진땀을 흘렸다”며 “그러자 대통령께서 ‘여러분, 김영철 씨가 여기서 사회를 보는데 한국에서 굉장히 인기가 많은 분이다’라며 분위기를 띄워주셨다”고 전했다. 그는 행사가 끝나고 마지막 날 문 대통령이 자신을 격려해줬다며 “떨려서 눈도 잘 못 마주쳤고 ‘다음에 라디오 모시겠습니다’라는 말도 했어야 하는데 그런 얘기를 못했다”고 했다. 김영철은 또 “갈 때는 전용기를 탔지만 돌아올 때는 민항기를 이용했다.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들이 ‘가문의 영광이다’ ‘출세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고 덧붙였다.김민기자 kimmin@donga.com}

“오늘 네 명이서 무대를 서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지만 일단 오게 됐습니다.”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SM타운 라이브 월드투어 VI 인 서울’ 공연.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김희철의 인사말은 쓸쓸했다. 2년 만의 공연이 반쪽짜리가 된 것이 아쉬운 듯 옆에 선 예성은 눈물을 보였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이 총출동한 이날 콘서트에서 11인조 슈퍼주니어는 4명(이특 김희철 신동 예성)만 무대를 지켰다. 4인조 에프엑스는 한 명(루나)만 공연에 참여했다. 멤버 설리의 탈퇴(2015년) 이후 엠버는 3월 인스타그램에 “모든 것을 다 바쳐 일했지만 상처만 입었다”고 썼다. SM 관계자는 “빅토리아와 크리스탈은 각자의 스케줄 때문에 이날 공연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동방신기와 소녀시대를 이은 두 그룹의 빈자리는 SM이 격변기를 지나고 있음을 보여줬다. ‘SM타운 콘서트’는 3년 만이다. 슈퍼주니어 성민은 결혼과 태도 문제로 지난달부터 팬들의 집단 보이콧을 당했고 강인은 음주운전 적발 뒤 활동을 쉬고 있다. 멤버 중 셋은 군 복무를 하고 있다. 무게중심은 자연히 젊은 피로 쏠렸다. 레드벨벳이 상큼한 신곡 ‘빨간 맛’을 이날 무대에서 처음 공개했다. 지난해 데뷔한 NCT의 멤버 마크는 시우민(엑소), 가수 박재정과 합동공연을 하며 아홉 차례나 무대에 올랐다. 이수만 총괄프로듀서는 이날 이례적으로 미스틱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 윤종신과 나란히 서 와인잔을 들고 객석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차세대 아이돌, 다음 세대 산업을 준비하는 SM의 단면이 엿보였다. SM은 3월 미스틱에 투자하며 최대주주가 됐다. 미스틱은 솔로 가수, 배우, 예능인, 방송 PD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전역 후 처음 무대에 선 동방신기 유노윤호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콘셉트는 ‘왕의 귀환’이었지만 불안해 보였다. 금장 버튼이 달린 화려한 재킷 차림으로 등장한 그는 새 노래 ‘Drop’을 부른 뒤 “괜찮게 보셨나요?” “재밌나요?”라며 관객의 반응을 거듭 확인했다. 노래를 부르다 하의가 찢어져 2분가량 공연이 중단되기도 했다. 그는 8월 전역하는 최강창민의 파트까지 소화하며 동방신기의 인기 곡 ‘주문’과 ‘왜’도 혼자 불러냈다. 4만5000여 명의 팬이 객석을 가득 메운 이날 무대에선 강타 보아 소녀시대 샤이니 트랙스 선데이 헨리 제이민 이동우와 게스트 UV가 4시간 동안 공연을 이어갔다. ‘SM타운 콘서트’는 세계 순회공연을 앞뒀다. 15, 16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 27, 28일 도쿄돔으로 열기를 이어간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독일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머물며 쓴 편지와 시를 묶었다. 릴케는 1897년부터 1920년까지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몇 달 동안 베네치아를 방문했다. 그의 글을 엮은 비르기트 하우스테트는 릴케의 글을 나열하는 수준을 넘어 당시 베네치아의 사회상과 문화적 배경에 대한 설명을 풍부하게 곁들였다. 유명한 장소를 찾아가 사진으로 증명을 남기는 판박이 여행에 질린 사람이라면 재밌게 읽을 만하다. 릴케는 당시 유행했던 여행안내서 ‘베데커’를 비판했다. 꼭 보아야 할 중요한 관광지를 표기한 베데커의 형식이 독단적이라는 이유였다. 또 관광객으로 붐볐던 산마르코 광장에 대해서는 “외지인들이 바보 같은 과장된 백열등 조명을 받으면서 모두 잘난 척 으스대는 것처럼 보인다”고 투덜대기도 했다. 남들이 모두 가는 여행지는 피하고 골목 구석구석 돌아다니길 좋아했던 릴케는 모든 사람이 외면한 유대인 거주지 ‘게토’를 소재로 단편을 썼다. 챕터마다 베네치아 지도를 삽입했다. 책을 보면서 릴케가 본 베네치아의 모습과 지금을 비교해 보는 것도 가능하다. 릴케가 편지에서 ‘도서관을 샅샅이 뒤졌다’고 언급한 대목에서 그가 찾아갔을 도서관이 어느 곳인지 짚어주는 식이다. 산마르코 성당을 보고 지은 릴케의 시를 인용해 교회 건축물의 양식을 설명한 대목도 흥미롭다. 독일의 이탈리아 관광센터는 2006년 이 책을 최고의 이탈리아 여행 안내서로 선정했다. 책 표지에는 릴케가 지었다고 적혀 있지만, 사실상 엮은이로 표기된 하우스테트가 릴케의 서신을 해석해서 지은 책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일본 나고야로 여행을 다녀온 친구는 그곳에서 만난 요시코 씨(81)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친구는 부모님과 오래 알고 지낸 사이인 요시코 씨의 집에 머물며 그의 하루를 지켜볼 수 있었다. 요시코 씨는 여든이 넘은 지금도 남편과 자동차 정비소를 운영한다. 그는 처음 만났을 때 자신을 ‘요시코네짱’이라고 부르라고 했다. 친구가 부를 때마다 그는 깔깔거렸다. 알고 보니 ‘네짱(姉ちゃん·네찬)’은 일본어로 누나라는 뜻이다. 요시코 씨 부부는 아침에 일어나 낫토를 곁들인 식사를 하고 30분 동안 가루 녹차를 물에 타서 마신다. 그다음 집 앞 정비소로 출근한다. 오후 5시면 부부는 가게 문을 닫고 동네 가라오케로 향한다. 카페처럼 오픈된 가라오케에는 동네 친구들이 매일 모여 노래를 부른다. 요시코 씨의 남편은 프랭크 시내트라의 ‘마이 웨이’를 잘 부른다. 요시코 씨는 캐스터네츠 연주 전담이다. 배고프면 맛있는 슈크림빵을 나눠 먹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매일 하는 일, 웃음, 티타임, 캐스터네츠, 슈크림빵…. 나이 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지내려면 또 무엇이 필요할까.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모마)은 플라스틱 휴지통을 소장하고 있다. 과감한 곡선과 실용적인 디자인으로 인기를 끈 ‘가르보’다. 여배우 그레타 가르보(1905∼1990)의 이름을 따 1996년 만들어진 이 휴지통은 10년 동안 700만 개 이상 팔렸다. 가르보를 만든 디자이너 카림 라시드(57)의 아시아 첫 개인전이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10월 7일까지 열린다. ‘스스로를 디자인하라(Design Your Self)’는 주제로 가르보 휴지통은 물론이고 초창기 디자인의 드로잉과 가구, 미디어 작품 등 350여 점을 선보인다. “디자인에 관심이 없는 사람의 집에서 가르보를 발견하는 것이 모마에 소장된 것보다 내게 더 의미 있다”고 말하는 라시드는 이번 전시를 통해 평범한 사람들도 디자인을 온몸으로 체험하게 만든다. 그가 기획하고 꾸민 전시장은 화이트큐브를 넘어 현란하고 감각적인 패턴이 가득하다. 전시장 중간에 설치된 작품 ‘플레저스케이프(Pleasurescape)’는 맨발로 올라가 밟고 만지고 앉아볼 수도 있다. 라시드가 믹싱한 음악도 전시장에 흘러나온다. ‘좋은 디자인은 소수가 아닌 다수와 소통해야 한다’고 말하는 그의 전시는 배경지식 없이 보는 것만으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예술가와 디자이너의 경계를 넘어서는 또 하나의 전시가 있다. 디자이너로 출발해 순수 예술가가 된 크시슈토프 보디치코(74)의 개인전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10월 9일까지 ‘크시슈토프 보디치코: 기구, 기념비, 프로젝션’전을 개최한다.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태어나 산업 디자이너로 일했던 보디치코는 1980년대 공공장소에 빔 프로젝션을 이용한 영상 작업을 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특히 1985년 영국 런던의 트래펄가르 광장에서 벌어진 해프닝이 그를 유명하게 만들었다. 넬슨 기념비에 로켓 이미지를 상영하던 그는 갑자기 프로젝터를 동쪽으로 돌려 남아프리카공화국대사관에 독일 나치의 상징 ‘하켄크로이츠’ 이미지를 쏘았다. 당시 인종 분리 정책으로 몸살을 앓고 있던 남아공을 나치에 비유해 비판한 것이다. 결국 경찰의 저지로 이 영상은 두 시간 만에 내려졌다. 그 후로도 보디치코는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과 정치적 이슈에 관한 작업을 주로 선보였다. 이번 전시에는 백범 김구의 조각상 위에 해고 노동자, 탈북 예술가, 동성애 인권 운동가 등의 영상과 목소리를 입힌 ‘나의 소원’이 새로 공개된다. 이 작품은 보디치코가 지난해 5월부터 다양한 한국 사회 구성원들을 만나 1년의 제작기간을 거쳐 완성했다. 산업 디자이너로서의 경험을 살려 노숙자, 이민자 등과 관련한 이슈를 제기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디자인’ 시리즈도 공개된다. 다른 문화권에서 온 이민자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소품을 담아 만든 ‘외국인 지팡이’, 노숙자들이 추위를 피할 수 있도록 제작한 ‘노숙자 수레’ 등이 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배우 최민수(55)가 주연을 맡은 MBC 드라마 ‘죽어야 사는 남자’에서 아들 최유성(21·사진)이 아버지의 아역을 연기하게 돼 화제다. 최유성은 극 중 최민수가 자신의 유년 시절을 회상하는 장면에서 최민수의 아역으로 특별 출연한다. 최유성은 2011년에도 SBS 드라마 ‘무사 백동수’ 촬영장에 놀러 왔다가 단역으로 출연한 적이 있다. 최민수는 배우 최무룡-강효실 사이에서 태어났고, 강효실의 부모는 배우 겸 감독 강홍식과 배우 전옥이다. 최유성이 연기자로 데뷔하면 최민수의 집안은 4대째 배우를 배출하게 된다. ‘죽어야 사는 남자’는 1970년대 후반 중동으로 건너가 작은 왕국의 백작이 된 장달구(최민수 분)가 딸 지영(강예원)을 찾기 위해 한국에 도착하면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 코믹 가족 드라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