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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라도 바로잡아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39년 만에 징계 처분이 취소됐다는 소식을 들은 양성우 전 경찰 총경(94)이 16일 기자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전남도경(전남지방경찰청) 경무과장이었던 그는 1980년 5월 18일 광주 민주화운동 직후 감봉 처분을 받았다. 몇 개월 뒤엔 ‘윗선’의 권고를 받고 아예 경찰에서 떠나야 했다. 광주 시민들이 경찰의 무기를 빼앗을 때 강제 진압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양 전 총경은 “당시엔 징계 결과에 승복할 수밖에 없었고 표현할 수 없이 비참했다”며 “그래도 내 행동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양 전 총경의 아들은 “아버지는 징계 취소 소식을 듣고 기뻐하지 않고 덤덤해했다”며 “아버지는 ‘시민 희생자들에게 미안할 뿐’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경찰청은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양 전 총경 등 퇴직 경찰 21명에 대한 징계 처분을 직권으로 취소했다고 17일 밝혔다. 징계 처분이 취소된 이들은 모두 5·18민주화운동 당시 강제 진압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감봉과 견책 등을 받았다. 21명 가운데는 안수택 전 총경도 포함됐다. 안 전 총경은 경찰에 붙잡혔던 광주 시민들을 훈방 조치했다는 이유로 군인들에게 집단 구타를 당했고 시민들이 무기와 탄약을 빼앗아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사유로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당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번 징계 취소 대상자를 추리면서 고 이준규 전 목포경찰서장에 대한 법원의 무죄 판결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앞서 광주지법 목포지원 형사2단독 양효미 부장판사는 지난해 10월 이 전 서장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 전 서장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신군부의 강제 진압 명령을 거부했다가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전교사 계엄보통군법회의에서 선고유예 처분을 받았다. 경찰은 징계가 취소된 경찰에게 징계 기간 동안 받지 못했던 급여를 산정해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숨진 경찰 16명의 급여는 유족에게 지급된다. 고도예 yea@donga.com·조건희 기자}
헤지펀드 운용사 라임자산운용(라임)으로부터 300억여 원을 투자받은 리드의 박모 부회장(43·횡령 혐의로 수감 중)이 청와대 직원 가족을 대상으로 한 비공개 행사에 참석했던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청와대에 근무하는 가족이 없었던 박 부회장은 당시 청와대 행정관이었던 A 씨(41) 초청으로 이 행사에 참여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A 씨는 라임에 대한 금융당국의 검사 자료를 유출한 혐의로 구속된 김모 전 행정관(46)과는 다른 인물이다. 동아일보가 박 부회장 등 다수의 리드 관계자들을 취재한 결과, 박 부회장은 2018년 5월 7일 청와대 안에서 열린 ‘오픈 하우스’ 행사에 참석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청와대 직원과 가족들을 경내로 초청한 행사였다. 이 자리에서 박 부회장은 문 대통령 부부와 함께 단체 사진을 촬영했다고 한다. 리드의 한 관계자는 “박 부회장은 임종석 당시 대통령비서실장과는 휴대전화로 따로 사진을 남겼다”며 “사진 영향인지 리드나 투자자인 라임이 청와대 인사들과 가깝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했다. 박 부회장은 당시 대통령경제수석실 행정관이었던 A 씨의 친척 자격으로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부회장 측은 “(박 부회장의) 사업 파트너였던 차모 씨가 청와대 구경을 시켜주겠다고 해서 따라간 것”이라고 했다. 차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A 씨는 내 딸의 연인이었다”며 “딸을 통해 청와대를 구경시켜 주겠다는 얘기를 들었고 박 부회장을 데려간 것”이라고 했다. 차 씨는 “행사 며칠 전에 얼굴을 익히기 위해 박 부회장을 데리고 서울 광화문 근처 일식집에서 A 씨와 처음 저녁 식사를 했다”고 말했다. A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검찰은 박 부회장이 청와대 오픈 하우스 행사 후에도 A 씨를 만나 접대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A 씨는 지난해 1월 자리를 옮겨 한 광역자치단체의 정무직을 지냈다. 박 부회장과 함께 리드에서 일했던 B 씨는 “박 부회장으로부터 (청와대 오픈 하우스) 행사 후에도 광화문에 가서 청와대 행정관에게 술을 사줬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청와대 사람들이 특수활동비가 없어져 힘들어한다고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박 부회장이 청와대 행사 참석 전후로 차 씨가 관여했던 ‘봉안당(납골당) 조성 사업’에 리드 회삿돈 1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한 사실을 확인하고 투자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박 부회장은 한 사업체가 경북 성주군에 있는 3만1056m² 땅에 짓기로 한 봉안당 건립에 2018년 4월 1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후 박 부회장은 리드의 회삿돈 72억여 원을 실제로 투자했다. 봉안당 대표 김모 씨는 검찰에서 “(박 부회장에게) 투자받을 시점에 봉안당 부지의 가치는 29억 원 정도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박 부회장으로부터 “봉안당 사업체에서 ‘감사’로 불리던 차 씨의 권유로 투자를 결정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헤지펀드 운용사 라임자산운용(라임)의 펀드 자금을 투자받아 인수한 코스닥 상장사의 회삿돈 수백억 원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된 일당 중에는 회계법인 대표를 지낸 공인회계사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라임의 펀드 운용 및 판매 사기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조상원)가 13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구속한 2명 중 한 명은 공인회계사 A 씨(52)다. 검찰은 “A 씨를 포함해 무자본 인수합병(M&A) 세력 2명을 구속했다”고 밝힌 바 있다. A 씨는 라임으로부터 1000억 원의 투자 지원을 받아 이 돈으로 반도체 제조업체 에스모머티리얼즈, 화장용 스펀지 제조업체 블러썸엠앤씨를 인수한 뒤 두 회삿돈 약 470억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또 A 씨가 라임으로부터 1000억 원을 투자받은 뒤 이 중 일부를 리베이트 명목으로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42·수감 중) 등에게 건넨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A 씨는 2018년 3월 에스모머티리얼즈 대표로 취임했고 같은 해 12월엔 블러썸엠앤씨 대표로 이름을 올렸는데 두 회사 모두 라임의 펀드 사기에 가담한 혐의로 수배를 받고 있는 B 씨(53)가 실소유주 역할을 하던 곳이다. 배석준 eulius@donga.com·고도예 기자}

서울 이태원 클럽을 방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인천의 학원 강사 A 씨(25)와 관련해 학생 확진자가 9명으로 늘었다. 6명은 학원에서 이 강사에게 수업을 받는 고교생이다. 과외수업을 받는 쌍둥이 남매와 학원 수강생의 학교 친구도 감염됐다. 이들 가운데 발열 등 의심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학생은 2명이다. 감염 사실을 모른 채 학교, 학원, 교회를 방문했다면 추가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 인천시는 방역당국 조사에서 직업, 동선을 속인 A 씨를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14일 경찰에 고발했다.○ 3차 감염 사례 추가 발생 인천시에 따르면 A 씨의 학원 수강생 B 군(18)과 어머니(42)가 14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B 군과 같은 고교에 다니는 친구 C 군(18)도 추가 감염됐다. C 군은 A 씨가 근무한 미추홀구의 학원에는 다니지 않는다. B 군은 7일부터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 13일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결과 양성으로 나타났다. 어머니는 다음 날 확진 판정을 받았고 B 군 아버지와 동생도 검사를 받았지만 음성으로 나왔다. 인천에서 A 씨와 관련된 코로나19 확진자는 모두 14명이다. B 군은 5일 가족과 함께 음식점, 볼링장을 다녀왔다. 그는 6일 C 군을 만나 함께 PC방과 노래방을 찾았다. B 군은 11일 다른 학원도 2시간가량 다녀왔다. B 군의 어머니는 확진 판정을 받기 전 우체국, 은행, 음식점 등을 찾았다. C 군은 8, 9일에는 연수구의 한 공부방에서 마스크를 쓰고 강의를 들었다. C 군은 10일 기침과 발열 증상이 나타나자 13일 미추홀구 보건소를 찾아 검체 검사를 받았다. 보건당국은 C 군이 B 군을 통해 감염됐다면 3차 감염 사례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A 씨의 수업을 들은 학원 수강생 6명은 미추홀구의 학원 이외에도 다른 3곳의 학원에서 교습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학원 3곳의 수강생은 150여 명으로 추산된다.○ 인천 학원 “확진자 다녀갔냐는 전화 폭증” A 씨가 근무한 미추홀구 학원 일대 다른 학원들은 대부분 휴업했다. A 씨의 학원 반경 1km 안에 있는 학원 25곳 중 20곳이 휴업했다. 학원과 같은 건물에 입주한 치과와 부동산 사무실도 불이 꺼진 채 비어 있었다. 치과 출입문 앞에는 “전 직원이 진단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휴원한다”는 안내문만 붙어 있었다. 학원 앞은 한 시간 내내 오가는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로 한산했다. 학원으로부터 100m 떨어진 인근 PC방에는 전체 100여 석 중 6석만 찼다. 초등학생인 딸의 손을 잡고 학원 건물 앞을 지나던 한 30대 여성은 “미술학원에 들러 아이의 짐을 챙겨서 나오는 중”이라며 “이 거리에서 누가 또 코로나19에 감염됐을지 몰라 불안하다”고 말했다. 행인 정모 씨(47)는 “고교 1학년인 아들에게 학원에 가지 말고 집에만 있으라고 했다”며 “누가 2차, 3차 감염자인지 알 수 없어 당분간은 집에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추홀구 숭의동에서 보습학원을 운영하는 채모 씨(57)는 “우리 학원생이 감염됐을지 몰라 다시 휴업했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학원생이 30여 명인 이 학원은 코로나19 확산으로 한 달 동안 임시 휴업했는데 일주일 만에 다시 휴업하게 됐다. 채 씨는 “학생 한 명이 보습학원 여러 곳을 다닐 때가 많다”며 “우리 학원생과 학부모, 강사 중 누가 감염됐을지 가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근 태권도학원에선 마스크를 쓴 관장 이모 씨(34)가 학부모들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었다. 이 씨는 “인천 학원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은 뒤 바로 휴업했다”며 “학원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느냐는 학부모의 문의 전화가 너무 많아 아예 전화를 받으려고 잠시 출근했다”고 말했다.인천=차준호 run-juno@donga.com·신지환 / 고도예 기자}
서울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2일 오후 11시 현재 108명까지 늘었다. 특히 처음 확인된 클럽과 주점 외에도 새로운 클럽 2곳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감염 경로 규명은 더욱 어려워졌다. 업소 명부에 있지만 직접 통화가 이뤄지지 않은 방문자는 3112명. 이 중 1982명에게는 문자메시지 발신조차 안 된다. 전화번호 자체가 허위일 가능성이 높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신용카드 사용명세, 폐쇄회로(CC)TV 등의 자료를 총동원해 이들을 추적하고 있다. 확진자 발생 범위가 넓어지자 서울시는 이동통신사로부터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6일까지 이태원 일대 휴대전화 기지국 접속 자료를 통째로 받았다. 모두 1만905명이다. 서울시는 이들에게 코로나19 검사를 요청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또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경찰청 신속대응팀도 동원하기로 했다. 전방위 조사는 지역사회의 2, 3차 감염을 막기 위해서다. 방역당국은 경기 용인시 66번 확진자가 최초 전파자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2명 이상의 ‘조용한 환자’가 이태원에서 밀접 접촉 후 집단 감염으로 확대됐다는 것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이태원 클럽에서의 집단 감염 발생은 하나의 진앙으로부터 시작된 감염이 아니고 다양한 근원을 갖고 있다”며 “최대한 이른 시간 안에 90% 이상의 접촉자를 찾아내면 억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위은지 wizi@donga.com·김하경·고도예 기자}

“통신사 기지국 접속 기록부터 확인할 겁니다.” 집단 감염이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 등을 방문하고도 연락이 닿지 않는 이들을 경찰이 직접 추적하기로 했다. 12일 서울 용산구로부터 명단을 넘겨받은 용산경찰서는 이날 곧장 소재 파악에 나섰다. 서울시 역시 이동통신사로부터 기지국 접속 자료를 넘겨받아 당시 이태원 클럽 인근에 있던 1만905명에게 자진 신고를 권유했다. 방역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래 불특정 다수에 대한 일대 기지국 정보를 제공받은 건 처음이다. 이태원 클럽 확진자가 12일 100명을 넘긴 가운데 일부 확진자는 이태원의 대형 클럽 ‘더파운틴’에도 들렀던 것으로 확인됐다. 최초 확진자가 다녀간 클럽 말고도 ‘메이드’ 등 대형 클럽 2곳에서 확진자가 나온 것이다.○ 휴대전화 접속기록에 카드 내역까지 추적 용산구는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6일까지 서울 이태원 클럽 5곳을 방문했던 3112명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경찰에 소재 파악을 요청했다. 구는 그동안 확진자가 다녀간 클럽을 방문한 5117명에 대해 세 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서울시는 이동통신 3사를 통해 이태원 클럽 일대 통신 기지국 17곳에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6일까지 30분 이상 접속한 기록이 있는 1만905명의 명단을 확보했다. 이태원 클럽을 방문하고도 출입 때 작성하는 명단에 연락처를 허위로 기재한 이들을 찾아내기 위해서다. 각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의 설명을 종합하면 당국은 앞으로 3단계에 걸쳐 이태원 클럽 방문자를 추적한다. 이날 시와 구는 이동통신 3사로부터 확보한 기지국 접속 기록을 토대로 이태원 클럽 일대에 머물렀던 1만905명에게 자진 신고 등을 권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각 시와 구 공무원, 경찰이 검사를 받지 않은 인원을 추려 자체 추적에 나선다. 경찰 관계자는 “클럽에서 나온 시민들이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모습을 폐쇄회로(CC)TV로 확인하는 방법도 동원하겠다”고 했다. 경찰청은 이태원 클럽 방문자 추적에 경찰관 8559명으로 꾸려진 ‘코로나19 신속대응팀’을 동원하기로 했다. 앞서 경찰은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시작된 신천지예수교 예배 참석 후 잠적한 교인들을 찾기 위해 이 팀을 만들었다. 경찰은 12일 팀 인원을 5753명에서 8559명으로 대폭 늘렸다. 방역당국은 사실상 이번 주를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된 코로나19 2차 확산을 막을 ‘골든타임’으로 보고 클럽 방문자의 신원을 파악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대형 클럽 ‘더파운틴’도 확진자 들러 이태원 클럽을 다녀왔거나 클럽 방문자와 접촉한 코로나19 확진자는 12일 오후 11시 기준 108명으로 늘었다. 전날 오후 8시 확진자 수 95명에서 하루 만에 13명 늘었다. 확진자 가운데는 이태원의 클럽을 방문한 사람이 76명이었는데 클럽을 방문한 지인이나 가족과 접촉해 감염된 ‘2차 감염자’도 32명이었다. 전북 김제의 보건지소에서 일하다 12일 확진 판정을 받은 공중보건의 A 씨(33)는 5일 새벽 서울 이태원에 있는 ‘더파운틴’ 클럽 등을 다녀간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6일 확진된 20대 남성이 방문한 5개 클럽은 반경 100m 안에 모여 있는데, 이 클럽은 이태원역 방향으로 300m 넘게 떨어진 거리에 있다. ‘더파운틴’은 3층 규모로 동시에 400∼500명이 머물 수 있는 대형 클럽이다. A 씨는 근무지로 돌아와 7, 8, 11일 보건지소에서 30명 가까운 환자를 진료했다. 당국은 A 씨가 접촉한 보건지소의 동료 4명과 환자 30명에 대해 진단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20, 30대 확진자들이 아쿠아리움과 패밀리레스토랑 등 다중이용업소 여러 곳을 오갔던 것도 확인됐다. 2일 새벽 이태원 클럽을 들렀던 직장인 B 씨(27)는 근무지인 부산으로 돌아와 11일 확진 판정을 받을 때까지 해운대구에 있는 아쿠아리움과 커피숍, 만화방 등을 다녀갔다. 2일 ‘메이드’를 방문한 뒤 11일 확진된 20대 남성은 8일 서울 서대문구의 편의점과 주점 ‘오렌지룸’을 방문했고 9일엔 일대 식당과 마트, 통닭집을 들렀다.한성희 chef@donga.com·고도예·박종민 기자}
항암 치료제 개발업체인 신라젠 문은상 대표(55)가 12일 구속됐다. 검찰이 지난해 8월 28일 신라젠 임원들의 ‘미공개 정보 이용’ 등 의혹에 대해 신라젠 본사를 압수수색하면서 강제수사에 나선지 258일 만이다. 서울남부지법 성보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2일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다”면서 문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8일 검찰은 배임과 자본시장법 위반(사기적 부정거래) 등 혐의로 문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문 대표는 2014년 3월 친척 조모 씨가 실소유한 페이퍼컴퍼니 ‘크레스트파트너’로부터 350억 원을 빌렸다. 문 대표는 이 돈으로 신라젠 전임 대표 이용한 씨(56), 감사 곽병학 씨(56)와 함께 신라젠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사들였다. 문 대표는 2015년 3월 신라젠 회삿돈으로 ‘크레스트파트너’에 350억 원을 갚았다. 검찰은 이때 문 대표가 시중은행 정기예금 이자율보다 높은 3% 이자율을 적용해 돈을 갚아 신라젠에 손실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조 씨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은 12일 기각됐다. 문 대표와 이 씨, 곽 씨는 BW를 이용해 신라젠 주식 1000만 주를 사들인 뒤 고가에 주식을 팔아 총 1928억 원 상당의 이익을 본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문 대표가 크레스트파트너로부터 빌린 돈으로 BW를 사들인 사실을 투자자들에게 숨긴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구속된 문 대표를 상대로 항암 치료제 ‘펙사벡’의 임상 중단 사실이 공시되기 전에 회사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팔아치워 손실을 피한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할 방침이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을 다녀갔거나 클럽 방문자와 접촉한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된 이들이 10일 하루에만 53명 나왔다. 이태원 클럽을 다녀간 20대 남성이 6일 확진된 지 나흘 만이다. 올해 3월 수도권 최대였던 서울 구로구 콜센터 집단 감염 이래 최대 규모다.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된 집단 감염은 수도권은 물론 제주와 부산, 충북 등 전국으로 번지고 있다. 방역당국이 확진자가 다녀간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5517명을 전수 조사했지만, 방문자 36%(1982명)가 아직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확진자들이 병원이나 요양병원, 콜센터 등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2차 집단 감염까지 우려되고 있다.○ 수백 명 접촉하는 콜센터, 피부과 직원도 확진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10일 오후 11시 기준 이태원 클럽을 다녀갔거나 클럽 방문자와 접촉해 감염된 이들은 모두 72명으로 집계됐다. 확진자 59명이 클럽을 방문했고, 13명이 클럽 방문자와 접촉해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47명)과 경기(15명), 인천(6명) 등 수도권 확진자가 많았지만 충북(2명)과 부산(1명), 제주(1명)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5일까지 이태원의 클럽을 방문한 5517명이 전국 17개 광역시도 곳곳에 거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더 큰 문제는 확진자 가운데 수백 명과 접촉하는 피부관리사나 콜센터 직원 등이 여럿이란 점이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이태원 클럽 집단 감염에 이어 2차 집단 감염의 위험도 없지 않다”고 했다. 5일 이태원 클럽을 방문했다가 다음 날 제주로 돌아온 한 30대 여성 피부관리사는 7∼9일 제주에 있는 피부과 의원에 출근해 모두 144명을 접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여성이 직접 피부를 관리한 고객 127명과 병원 동료 11명, 출퇴근 버스 운전사 등 6명이 밀접 접촉자로 분류됐다. 제주도 관계자는 “동료 11명은 음성 판정을 받았고 피부과 방문객들에 대해서는 아직 검사가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9일에는 영등포구의 한 콜센터에서 일하는 20대 남성도 확진 판정을 받으며 해당 콜센터가 폐쇄됐다. 이 남성은 2일 0시부터 오전 4시까지 이태원 킹 클럽을 방문했다. 코레일유통 본사 건물 4개 층에 입주해 있는 콜센터 직원 317명은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또 다른 20대 남성 확진자는 200병상 규모인 ‘영등포병원’ 직원으로 드러났다. 병원은 즉시 휴업에 들어갔다. 영등포구는 의료진과 직원 등 135명과 입원 환자 41명에 대해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병원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호흡기 질환 환자와 일반 환자를 분리해 진료하는 ‘국민안심병원’으로 정해져 있다. 인천에 거주하는 20대 남성 확진자는 4일 이태원 클럽 방문 뒤 5일 인천의 한 정신요양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확진자는 기저질환으로 정신병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은 이 남성과 접촉한 환자와 직원 등 총 237명을 병원 안에 통째로 격리하고 방역당국의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했다. 군에선 간부와 병사 등 2명이 추가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앞서 이태원 클럽을 방문했다가 확진 판정을 받은 A 하사와 접촉한 인원들이다. 군에 따르면 A 하사와 접촉한 사이버사 근무 중대 소속 상병과 하사 총 2명이 9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클럽 방문 뒤 찜질방 등 다중이용시설도 들러 이태원 클럽을 다녀간 확진자들은 코로나19 잠복 기간 동안 PC방과 노래방, 피트니스센터 등 또 다른 다중이용시설도 방문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10일 기자회견에서 “7명이 지역사회에서 가족과 지인을 전염시켜 2차 전파사례가 보고될 만큼 전염력이 높다”고 했다. 10일 확진된 40대 남성은 4∼6일 확진자가 다녀간 서울 노량진역 근처의 ‘콩고 휘트니스’를 방문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남성은 최근 한 달 동안 서울 이태원의 클럽 근처를 방문한 적이 없다고 한다. 방역당국은 피트니스센터 안에서 2차 감염이 이뤄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이용자 전원을 추적하고 있다. 이태원 클럽을 방문했던 확진자 2명이 강남구에 있는 한 수면방에 다녀간 사실도 확인됐다. 강남구와 경찰은 이 업소 출입구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통해 확진자가 방문한 시간에 90여 명이 업소를 이용한 것으로 파악했다. 외국인 확진자 3명이 3, 4일 이틀 연속으로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감성주점인 ‘다모토리5’를 방문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이 감성주점은 방문자들이 200m² 남짓한 공간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또 다른 20대 남성 확진자는 4∼6일 서울 관악구의 노래방 3곳과 PC방을 드나든 것으로 조사됐다. 고도예 yea@donga.com·한성희·이청아 기자}

헤지펀드 운용사인 라임자산운용(라임)의 전주(錢主)로 알려진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46·수감 중)이 체포 열흘 전 은닉한 현금 55억 원을 경찰이 찾아내 검찰에 넘긴 사실이 6일 확인됐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달 27일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 지하철역 근처에 있는 한 이삿짐보관센터에서 김 전 회장이 맡겨 둔 여행용 철제 캐리어 3개와 현금 1000만 원을 압수했다. 김 전 회장은 이 업체에 매달 25만 원을 내고 짐을 맡길 3.3m² 공간의 컨테이너를 빌렸다고 한다. 경찰이 이 컨테이너를 열었을 때는 여행용 철제 캐리어 3개와 5만 원권 다발 200장(1000만 원어치)이 방치돼 있었다. 경찰이 캐리어 3개를 열자 그 속에는 5만 원권 10만9800장(총 54억9000만 원)이 추가로 빼곡히 담겨 있었다. 김 전 회장은 지난달 중순 이삿짐보관센터를 직접 찾아 캐리어와 사물함 등을 맡겼다고 한다. 경찰에서 김 전 회장은 “도피자금인데, 돈이 든 무거운 가방을 가지고 은신처를 여러 차례 옮겨 다니다가 허리를 다쳤다”면서 “할 수 없이 지난달 이삿짐보관센터를 찾아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5만 원권은 2009년 6월부터 발행됐다. 1만 원권보다 부피가 다소 작아 007가방을 5만 원권으로 가득 채우면 3억 원 정도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라면박스는 6억 원, 사과박스는 12억 원 정도를 담을 수 있다고 한다. 여행용 캐리어는 사과박스보다 부피가 더 크기 때문에 더 많은 돈을 담을 수 있다. 하지만 여행용 캐리어 한 곳에 돈을 담으면 무게가 너무 무거워 옮기기가 쉽지 않아 김 전 회장이 캐리어 3곳으로 나눠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만 원권 지폐 한 장의 무게는 0.965∼0.975g가량이다. 1억 원은 5만 원 권 2000장으로 무게는 약 1940g 정도다. 54억 원은 약 104.76kg이다. 캐리어를 3곳으로 나누면 개당 34.9kg 정도가 된다. 김 전 회장은 자신이 인수하려던 버스회사인 수원여객의 회삿돈 241억여 원을 빼돌린 혐의로 올 1월 7일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잠적했다. 김 전 회장은 서울 성북구의 한 빌라에서 라임 이종필 전 부사장(42·수감 중) 등과 함께 숨어 지내다가 지난달 23일 잠적 107일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빌라에서는 현금 4억 원이 든 가죽가방과 빌라 곳곳에 흩어져 있던 현금 1억3000만 원이 함께 발견됐다. 이삿짐 보관센터의 컨테이너에서 찾은 돈과 합치면 모두 60억 원이 넘는 돈이다. 90일 넘게 이 캐리어를 들고 다니면서 도피 생활을 하던 김 전 회장이 허리를 삐끗해 이삿짐센터를 찾은 것이다. 경찰은 체포 당시 김 전 회장의 윗옷 주머니 속에서 열쇠 한 개를 찾아냈다. 김 전 회장을 상대로 열쇠의 용도를 추궁하다가 현금을 숨겨둔 이삿짐 보관센터의 위치를 경찰이 알아냈다고 한다. 라임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조상원)는 김 전 회장이 도피 도중 스타모빌리티 직원을 시켜 주기적으로 차명 휴대전화를 한강에 버리도록 한 사실도 확인했다. 김 전 회장의 차량 운전사였던 성모 씨는 검찰에서 “김 전 회장에게 주기적으로 차명 휴대전화를 전달했다. 여의도 C호텔 버스 정류장 앞에서 김 전 회장의 연락을 받은 또 다른 남성에게 차명 휴대전화가 든 종이봉투를 건네줬다”고 진술했다. 성 씨는 또 “비밀 메신저인 와츠앱으로 김 전 회장의 지시를 받았는데, 김 전 회장으로부터 휴대전화 4대를 전달받아 한강에 버렸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성 씨가 차명 휴대전화로 김 전 회장과 이 전 부사장 등이 도피 도중 연락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고도예 yea@donga.com·강승현 / 수원=이경진 기자}
헤지펀드 운용사인 라임자산운용(라임)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검사 자료를 유출하고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전직 청와대 파견 행정관이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조상원)는 1일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김모 씨(46·수감 중)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과 제3자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겼다. 금감원 팀장급 간부인 김 씨는 지난해 8월 청와대 경제수석실에서 파견 근무를 하면서 금감원으로부터 라임에 대한 검사자료를 입수해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46·수감 중)에게 넘긴 혐의를 받는다. 김 전 회장은 라임을 사들일 전주(錢主)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김 씨가 지난해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김 전 회장으로부터 골프접대를 받고 회사 법인카드를 받아쓰는 등 총 3600여 만 원을 수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씨는 자신의 동생을 지난해 9월 스타모빌리티에 사외이사로 취업시키고 6개월 동안 1900만 원의 급여를 받게 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앞서 김 씨는 김 전 회장으로부터 4900여 만 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18일 구속 수감됐다. 김 씨를 구속시킨 검찰은 2주 가까이 보강조사를 벌여 김 씨가 김 전 회장으로부터 400여 만원 어치 금품과 향응을 받은 사실을 추가로 밝혀냈다. 5000만 원 이상 1억 원 미만의 뇌물을 받은 공무원은 최소 7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게 된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현장에서 화재 감시자를 본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용접을 할 때도 방화벽이나 덮개를 쓴 적이 없었습니다.”(현장 직원 A 씨) 지난달 29일 경기 이천시에서 발생한 물류센터 화재 참사 현장에서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증언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한 현장감식 관계자는 “기본 수칙만 지켰더라도 이렇게까지 많은 희생자가 나오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물류센터 화재는 크게 3가지 측면에서 규정 위반으로 볼 수 있다. △화재 위험을 감시할 전담 인력이 없었고 △용접 때 덮개나 방화벽 등 안전장비를 갖추지 않았으며 △사고에 대비한 대피로 확보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다.○ “화재 감시자도, 안전관리자도 못 봤다” 사고 원인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지방경찰청 특별수사본부 등에 따르면 현장에 있던 일부 직원들은 “공사하는 내내 화재 감시자는 물론이고 안전관리자도 본 적이 없다”며 “이따금 감리 책임자가 왔다 간 것이 전부다”라고 진술했다. 이천 물류센터처럼 화재에 취약한 공사 현장에선 화재 감시자는 필수 배치 인력이다. 화재 감시자는 불이 날 위험을 사전에 점검하고, 화재가 발생했을 때는 현장 인원을 대피시키는 일을 맡는다. 현행법에 따르면 불이 나기 쉬운 작업을 할 때는 시공사 등이 현장에 반드시 화재 감시자를 상주시켜야 한다. 최초 발화지로 알려진 지하 2층에 소화 설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는 진술도 나왔다. 현장에서 3개월 넘게 일했다는 B 씨(52)는 “사고가 나기 일주일 전쯤 화재가 발생한 지하 2층에서 일한 적이 있다”며 “당시에도 용접 작업을 했었는데 주변에서 소화기를 본 적은 없다”고 했다. 현장감식 관계자는 “건물 각 층마다 소화기가 있긴 했다. 하지만 화염이 급격하게 번져 소화기로 끌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덮개 방화벽 없었고, 환기도 안 했다” 경찰 조사에서 하청업체 직원들은 사고 당시 지하 2층에서 엘리베이터 설치를 하고 있었다. 이때 용접 작업을 하면서 주위로 불꽃이 튀었다. 소방당국 등은 최초 발화지로 추정되는 이 엘리베이터 앞에서 용접에 쓰이는 절단기와 전동공구를 여러 개 발견했다고 한다. 하지만 경찰은 용접 불꽃을 막아줄 철제 방화벽이나 덮개가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장에서 일한 한 직원은 “공사 기간에 우레탄폼 작업을 하는 주변에서 용접을 여러 번 했다”며 “이때 덮개 등을 설치한 기억은 없다”고 진술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등은 용접 작업장 반경 10m 안에 인화성 물질을 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부득이하게 인화성 물질이 있는 공간에서 용접을 할 때는 덮개를 씌우거나 방호벽을 세워야 한다. 당초 폭발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유증기(油蒸氣·oil mist)의 존재도 확인됐다. 소방당국은 인화성 가스가 지하 2층의 1822m² 남짓한 공간에 가득 퍼져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 층에서 벽면과 천장 곳곳을 우레탄폼으로 메우는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합동감식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용접을 하며 튄 불꽃이 인화성 가스나 우레탄폼에 옮겨 붙어 불길이 치솟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불이 나도 대피하기 어려운 구조”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공사 전부터 물류센터 현장에서 화재 발생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지적해 왔다. 공단은 지난해 3월 시공사인 ㈜건우가 작성한 ‘유해위험 방지 계획서’를 검토한 뒤 “우레탄폼 작업의 안전 계획을 보완하라”고 지시했다. 보완 계획서를 받아본 공단은 “용접 작업 때 화재나 폭발 방지 계획을 구체적으로 보완하라”며 조건부 적정 의견을 냈다. 공단은 이후에도 수시로 현장을 방문해 화재 위험성이 있다는 의견을 냈다. 지난해 5월과 올해 1월, 올해 3월 등 3번이나 방문해 매번 시공사에 불이 날 위험이 있다며 ‘조건부 적정’ 판정을 했다. ‘조건부 적정’ 의견을 받은 업체는 문제를 시정하지 않아도 공사 중지 등 강제 처분을 받지 않는다. 시공사는 행정조치 요청을 포함해 모두 6번의 경고를 받았다. 공사 현장에 대피로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았던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물류센터 건물은 비상구가 하나뿐인 데다 복도 폭이 매우 좁았다. 사실상 불이 나도 쉽게 대피하기 어려운 구조였다고 한다.고도예 yea@donga.com·전채은 / 이천=한성희 기자}

지난달 29일 38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친 경기 이천시의 물류센터 대형 화재 참사는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물류센터 시공사는 화재 발생 44일 전인 올 3월 16일 등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화재 위험 경고를 6차례나 받고도 묵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안전공단의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유해·위험방지계획서 심사 및 확인 사항’에 따르면 시공사 건우는 지난해 3월부터 올 3월까지 1년간 2차례 서류 심사와 4차례 현장 확인 과정에서 35건의 지적을 받았다. 특히 공단은 화재 원인을 예견한 듯 4차례 현장 확인 후 3차례 ‘용접 작업 등 불꽃 비산에 의한 화재 발생’ ‘우레탄폼 패널 작업 시 화재 폭발 위험’ ‘불티 비산 등으로 인한 화재’를 주의 조치했다. 하지만 공단이 ‘경미한 유해 위험 요인’으로 보고 ‘조건부 적정’ 판단을 내리면서 시공사는 심사에서 위험 수준이 가장 높은 1등급을 받은 상태로 공사를 계속 이어갔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해 9월 20일엔 14건의 지적과 함께 ‘행정조치 요청’을 받았다. 공사 시작 전에도 2차례 추가 경고를 받았다. 시공사는 지난해 3월 첫 서류 심사에서 ‘우레탄 뿜칠 작업’ 보완 요청을 받았다. 불과 2주 만에 진행된 서류 심사에서 ‘용접·용단 작업’ 인적 계획 보완 작성 등을 다시 지적받았지만 조건부 통과됐다. 화재 당일 지하 2층에선 화재 폭발 위험성이 커 주의를 받은 천장 우레탄 뿜칠 작업과 엘리베이터 설치 용접 작업이 한꺼번에 이뤄진 것도 확인됐다. 이날 1차 현장 감식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불꽃이 튈 위험이 있는 전기 절단이나 용접 관련 공구와 가스통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며 “각층에서 9개 회사 직원 78명이 동시에 다양한 작업을 한꺼번에 했다”고 전했다. 경찰과 소방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7개 기관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해 30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합동으로 현장 감식을 벌였다. 소방당국은 참사 현장인 물류센터 공사장에 대한 수색 절차를 마무리하고 사망자를 38명으로 최종 집계했다. 부상자는 10명으로, 그중 2명은 위독하고 2명은 중상이다. 경찰은 시공사 건우와 건축주 한익스프레스, 감리업체, 설계업체 등 4개 업체를 상대로 동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시공사 이상섭 대표 등 핵심 관계자 15명에 대해서는 긴급 출국금지 조치를 했다.이천=신지환 jhshin93@donga.com / 고도예 기자}

“이 사람아, 컵라면 말고 좋은 거라도 먹고 가지….” 29일 대형 화재 참사가 발생한 경기 이천시의 물류센터 공사장 앞. 이곳에서 만난 하청업체 직원 강모 씨(52)가 숨진 동료를 떠올리면서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불이 난 물류센터 옆 동에서 일하던 강 씨도 폭발과 화재로 인한 불길과 연기에 그을려 얼굴이 시커메져 있었다. 강 씨는 “‘펑’ 하는 소리가 나서 같이 점심을 먹곤 했던 동료 작업자 3명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는데 아무도 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 씨는 이날 점심으로 작업 동료 조모 씨(35)와 함께 컵라면을 먹었다. 돈을 아낀다면서 끼니를 거르는 조 씨를 위해 강 씨가 컵라면 2개와 찬밥을 준비해 왔다고 한다. 조 씨는 중학생 딸을 홀로 키우면서 착실히 돈을 모았다고 한다. 강 씨에게 조 씨는 “딸은 남부럽지 않게 키우겠다”면서 3개월 내내 주말에도 쉬지 않고 일하던 동료였다. 강 씨는 “이게 마지막 식사일 줄 알았다면 더 좋은 걸 사다줄걸…”이라며 말을 흐렸다. 희생자들이 안치된 이천병원 장례식장에는 이따금씩 유가족과 동료 작업자들의 한숨 소리만 들렸다. 휴대전화가 울릴 때마다 유가족이 고개를 들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모습만 곳곳에서 목격됐다. 유가족 이모 씨(42)는 “남편이 건물 안에 있었고 연락이 안 된다는 얘기만 들었다”며 “살았는지 죽었는지라도 알려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숨진 작업자 12명을 이천병원 장례식장으로 옮기고 유전자정보(DNA)를 채취해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시신이 불에 심하게 타 지문으로는 작업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숨진 38명 중 상당수는 하청업체 근로자였다. 이들은 하루에 10만∼15만 원을 받고 일했다고 한다. 오전 7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하는 등 하루 10시간씩 일하는 게 일상이었다. 일부는 물류센터 근처에 있는 숙소에서 함께 먹고 자면서 일했다고 한다. 불이 난 이날도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인 물류센터 건물의 모든 층에서 78명이 일을 하고 있었다. 숨진 김모 씨(50)는 이날따라 퇴근시간만 기다렸다. 동료 작업자들은 김 씨를 “유독 말이 없던 친구”라고 기억했다. 그런 김 씨가 점심시간엔 “딸한테서 ‘고맙다’는 전화를 받았다”며 동료들에게 먼저 말을 걸어왔다고 한다. 김 씨가 딸의 생일을 맞아 미역국을 끓여두고 출근했는데, 딸이 “아빠 고맙다”며 전화를 걸었다는 것이다. 동료 작업자 A 씨는 “김 씨가 그렇게 환히 웃는 모습은 처음 봤다. 퇴근 후 딸을 볼 생각에 들떠 있었는데…”라고 했다. 불이 난 건물에서 연락이 두절된 오모 씨(45)의 형(65)은 장례식장에 앉아 동생의 휴대전화로 연신 전화를 걸었다.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안내음이 울릴 때마다 오 씨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중국동포인 오 씨는 딸의 양육비를 벌기 위해 한국에 입국한 뒤 건설 현장을 다녔으며, 28일부터 물류센터에서 일했다고 한다. 이천=김태성 kts5710@donga.com·한성희 / 고도예 기자}
금융감독원은 환매가 중단된 라임자산운용(라임)의 펀드 1076억 원어치를 고객에게 판매한 대신증권 장모 전 반포WM센터장을 29일 사기 판매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라임 펀드에서 손실이 났다는 걸 알고도 “은행 예금처럼 안전하다”며 고객을 속이고 펀드를 팔아 판매 수수료 등을 챙겼다는 것이 금감원의 검사 결과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장 전 센터장은 지난해 10월 라임이 환매 중단을 선언하기 전에 라임의 투자를 받은 코스닥 상장사들이 잇따라 상장 폐지돼 펀드에 손실이 났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장 전 센터장은 투자자들에게 계속해서 라임 펀드를 판매했다. 장 전 센터장은 투자자들을 모아 설명회를 열고 “라임 펀드는 안전하다. 은행 예금처럼 위험을 최소화했다”고 알렸다. 대신증권 본사와 반포WM센터 등을 검사한 금감원은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검찰에 관련 자료를 넘겼다. 장 전 센터장은 라임과 대신증권의 총수익스와프(TRS) 계약 내용을 고객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TRS 계약이란 펀드 운용사가 증권사로부터 대출을 받으면서 펀드에서 손실이 나면 증권사에 최우선으로 대출금을 갚기로 계약하는 것이다. 검찰은 장 전 센터장 윗선의 대신증권 다른 간부들이 부실 라임 펀드 판매에 관여했는지 등도 조사 중이다. 장 전 센터장이 ‘라임을 사들일 전주(錢主)’로 지칭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46·수감 중)의 로비 자료 등에 대해서도 검찰은 수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스타모빌리티의 한 임원으로부터 “김 전 회장의 지시로 지난해 12월 장 전 센터장을 만났다. 김 전 회장이 가진 페이퍼컴퍼니 J사 이름으로 급하게 15억 원을 빌려야 했는데 장 전 센터장이 돈을 빌려줄 사업가를 소개해줬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도예 yea@donga.com·김자현 기자}

헤지펀드 운용사 라임자산운용(라임)으로부터 수백억 원대 투자를 받고 라임 펀드 수익률을 조작해 준 의혹을 받는 코스닥 상장사 ‘회장’들이 도피 장소를 마련해주는 등 서로 긴밀하게 얽힌 관계인 것으로 드러났다. 28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46·수감 중)이 횡령 혐의로 지명수배를 받고 있던 올 초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 한 달간 숨어있었던 사실을 확인했다. 호텔 객실 예약자는 연예기획사 관계자인 홍모 씨(45)였다. 홍 씨는 자율주행차 관련 기업 에스모의 실소유주 이모 회장(53·수배 중)의 오랜 사업 파트너다. 연예기획사 대표였던 이 회장은 2017년부터 에스모와 동양네트웍스 등의 실소유주 역할을 하면서 라임 펀드 자금 2400억여 원을 투자금으로 끌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라임의 투자를 받은 코스닥 상장사 리드 실소유주 김모 회장(54·수배 중)이 사기사건으로 고소를 당하자 합의금 20억 원을 김 전 회장이 대신 내준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해 8월 한 사업가가 리드의 김 회장을 사기 혐의로 고소했는데, 김 전 회장이 이 사업가에게 합의금 명목으로 20억 원을 주고 고소를 취소하도록 한 것이다. 리드의 김 회장은 2011년과 2012년, 2016년에도 사기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적이 있다. 김 전 회장의 측근은 “김 전 회장은 부동산 시행사 메트로폴리탄의 김모 회장(47·수배 중)과도 친분이 있었다”며 “재향군인회 상조회 인수를 두고 두 사람이 사업 파트너로서 여러 번 의견을 주고받은 걸로 안다”고 했다. 메트로폴리탄은 라임 돈 2500억여 원을 투자받아 필리핀 캄보디아 등에서 리조트 건설사업을 했는데 라임 펀드를 실사하는 회계법인은 이 사업에 투자된 라임 펀드 자금을 ‘회수 불가’ 상태로 평가했다. 에스모와 리드, 메트로폴리탄 등 세 회사 회장은 모두 지명수배된 상태다. 검찰은 리드의 김 회장이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42·수감 중)의 요청을 받아 리드와 에스모 주가를 조작한 것으로 의심되는 텔레그램 메시지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전 부사장이 펀드 수익률 하락을 막기 위해 펀드가 투자를 한 여러 기업 회장들과 짜고 주가를 조작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에스모의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모 씨 등으로부터 “에스모 이 회장이 주가조작꾼들에게 거액을 건넸고 이 돈으로 차명 주식을 사들여 주가를 띄웠다”는 진술을 확보해 이 전 부사장과의 연관성을 수사하고 있다.고도예 yea@donga.com·김태성 기자}

헤지펀드 운용사 라임자산운용(라임)의 전주(錢主)로 알려진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46·수감 중)이 금융감독원 팀장 김모 씨(46·수감 중)가 청와대 행정관으로 파견 근무를 할 당시 골프 접대를 여러 차례 했다는 진술을 검찰이 확보해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조상원)는 김 전 회장의 일정을 관리한 스타모빌리티 전 직원으로부터 “김 전 회장이 지난해 4월부터 7월까지 주말마다 김 씨를 데리고 경기 용인에 있는 골프장에 갔다. 골프 비용은 한 사람당 20만 원 정도였는데 김 전 회장이 매번 대신 내준 것으로 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 직원은 “김 전 회장은 골프를 칠 때 김 씨 이름 대신 다른 사람 이름을 등록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김 씨로부터 라임에 대한 금감원의 사전조사 보고서 등 자료를 제공받는 대가로 골프 접대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은 라임에 대한 검사에 착수하기 전인 지난해 6월 검사 계획을 ‘사전 조사보고서’라는 문건으로 정리했다. 김 씨는 “(1조6000억 원대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된) 라임 의혹의 진위를 확인해야 한다”며 이 보고서 등을 금감원에 요청해 김 전 회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도예 yea@donga.com·배석준 기자}

항암 치료제 개발업체인 신라젠 임원들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거래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문은상 신라젠 대표(55)를 27일 피의자 신분으로 처음 조사했다. 문 대표의 자택 등을 검찰이 21일 압수수색한 이후 6일 만이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검사 서정식)는 27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으로 문 대표를 조사했다. 검찰은 문 대표가 신라젠의 항암 치료제 ‘펙사벡’의 임상 중단 사실이 공시되기 전에 회사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대거 팔아치워 손실을 회피했다고 보고 있다. 문 대표는 지난해 8월 ‘펙사벡’의 무용성 평가 결과가 나오기 전에 신라젠 주식 53만3516주를 매도했다. 검찰은 또 문 대표가 2014년 3월 350억 원 상당의 신라젠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 등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문 대표의 자본시장법 위반 공범 혐의로 구속 수감된 이용한 신라젠 전 대표(56)는 22일 서울남부지법에 구속적부심을 청구했으나 24일 기각됐다. 구속적부심은 구속된 피의자의 청구로 구속이 합당한지를 다시 가리는 절차다.고도예기자 yea@donga.com배석준기자 eulius@donga.com}

헤지펀드 운용사 라임자산운용(라임)의 전주(錢主)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46)이 거액의 현금을 사용한 내용을 적은 업무수첩 2권을 수사기관이 확보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이에 따라 고액 수표를 매달 10여 차례 현금으로 바꾼 김 전 회장의 정관계 로비 자금 사용처가 드러날지 주목된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3일 서울 성북구의 한 빌라에서 김 전 회장과 라임의 이종필 전 부사장(42), 심문섭 전 신한금융투자 PBS본부 팀장(39)을 체포하면서 김 전 회장이 사용하던 가죽 업무수첩 2권을 압수했다. 이 업무수첩에는 김 전 회장의 일정을 비롯해 자금 집행 내용이 빼곡히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 빌라 안에서 김 전 회장 등이 도피 중에 사용하던 차명 휴대전화 10대와 현금 4억 원이 든 가죽가방, 빌라 곳곳에 흩어져 있던 5만 원권 현금 1억3000만 원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여객 회삿돈 241억여 원을 빼돌린 혐의로 김 전 회장을 26일 구속 수감한 경찰은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검찰에 업무수첩을 넘길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라임의 펀드 운용 및 판매 사기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조상원)는 김 전 회장이 매달 수십억 원어치의 고액 수표를 현금화하고 자금 사용 내용을 업무수첩에 기록해뒀다는 진술을 확보해 수사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이 실소유한 회사의 한 직원은 검찰에서 “김 전 회장의 지시를 받고 한 달에 10번 정도 수표를 현금으로 바꿨다”고 진술했다. 이 직원은 또 “김 전 회장이 유명 사채업자로부터 수표를 받아오면, 내가 이 수표를 현금화해 김 전 회장에게 전달하거나 때로는 여러 법인으로 송금했다”고 했다. 이 같은 자금 이동 내용이 담긴 영수증과 계좌 입출금 내용 등도 검찰은 입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직원은 검찰에서 “김 전 회장이 손바닥만 한 업무용 개인수첩을 가지고 다니면서 자금 집행 내용을 상세히 적었다. 다른 직원들에겐 돈의 사용처를 절대 알려주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과 함께 도피했던 이 전 부사장과 심 전 팀장은 25일 구속 수감됐다. 이 전 부사장과 심 전 팀장은 라임 돈을 투자받은 코스닥 상장사 리드로부터 샤넬 백과 IWC 시계, 현금 등을 투자 대가로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부사장 등은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 5개월 이상 장기 도피한 이유가 김 전 회장의 권유 때문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 전 팀장은 25일 법원의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왜 도망쳤느냐”는 판사의 신문에 “김 전 회장이 도망가야 한다고 권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 전 팀장은 또 “(도망치기 전에) 김 전 회장으로부터 수사를 담당하는 검사장이 화가 났다고 들었다. 이 전 부사장과 내가 징역 10년에 처해질 것이란 얘기도 들었다”고 주장했다.고도예 yea@donga.com·배석준 기자}

헤지펀드 운용사인 라임자산운용(라임)의 펀드 운용 및 판매 사기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조상원)는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42)에 대해 24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전 부사장은 영장심사를 포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라임 펀드 자금을 투자받은 코스닥 상장사 리드 경영진으로부터 투자 대가로 20억 원대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다. 검찰은 부실 라임 펀드를 판매한 신한금융투자 전 프라이빗뱅커 심문섭 씨(39)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했다. 이 전 부사장과 심 씨는 지난해 11월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하루 앞두고 잠적해 5개월 넘게 도피하다가 23일 경찰에 체포됐다. 이 전 부사장 등과 함께 체포된 라임의 전주(錢主)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46)은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수배 혐의인 횡령 등을 먼저 수사한 뒤 검찰에 신병을 넘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라임 전주와 기획, 판매 등 핵심 3명 신병 확보 이 전 부사장과 심 씨, 김 전 회장의 검거로 1조6000억 원에 이르는 ‘환매 연기’ 사태를 빚은 라임에 대한 검찰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부사장은 라임 펀드를 설계하고 운용한 ‘총괄 기획자’였고, 심 씨는 라임 펀드 3248억 원어치를 판매했다. 김 전 회장은 라임을 인수할 ‘회장님’으로 불리면서 금융감독원 출신 전직 청와대 행정관 등에 금품 로비를 벌여 라임에 대한 금융 당국 검사 자료 등을 미리 입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라임과 금융권 관계자들은 검찰 조사에서 이 전 부사장과 심 씨, 김 전 회장을 라임과 관련된 의혹을 설명해줄 ‘핵심 3인방’으로 지목했다고 한다. 당시 도피 중이었던 이들만 라임에 대한 각종 의혹을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을 뿐 자신들은 아는 게 없다는 취지였다고 한다. 검찰은 그동안 20여 명 규모의 수사팀을 3개 그룹으로 나눠 라임을 둘러싼 3대 의혹을 조사해 왔다. 우선 라임과 판매사 관계자들은 펀드의 부실을 알고도 고객에게 계속 팔았다는 ‘불완전 판매’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또 검찰은 이 전 부사장 등이 펀드 자금 투자 대가로 기업들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사실도 확인했다. 리드의 박모 부회장(43)이 라임의 투자를 받는 대가로 샤넬 백과 IWC 시계, 현금이 든 쇼핑백 등을 이 전 부사장과 심 씨에게 리베이트로 건넨 사실도 24일 1심 법원에서 인정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오상용)는 리드의 회삿돈 800억여 원을 빼돌린 혐의로 박 부회장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하면서 판결문에 이 같은 내용을 적시했다.○ 정치권 유착 의혹도 검찰의 수사 대상 라임이 사모펀드 운용사로 업종을 바꾼 3년 만에 자산 규모가 5조 원이 넘는 국내 1위 헤지펀드로 성장한 배경을 검찰은 집중적으로 조사 중이다. 금융 당국은 2017년 5월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회사의 주식이나 채권이 아닌 펀드에도 투자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꿨는데, 라임은 이런 제도를 활용해 펀드를 설계했다. 이후 라임 펀드 자금은 2017년 1조 원대에서 2018년 4조 원대로 치솟았다. 검찰은 라임 투자를 받은 자율주행차 관련 업체들이 정치권으로부터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수사할 방침이다. 라임 투자를 받은 자동차 부품업체 에스모는 2018년 1월 자율주행차 개발업체인 자회사 N사를 세웠는데, 이 회사는 설립 1년 사이에 두 차례 국책 연구과제에 참여해 7억 원대 보조금을 받았다. 지난해 3월엔 국회에서 자율차 기술을 시연하기도 했다. 자율주행차 관련 업체들의 등기부등본에 이사로 이름을 올린 정치권 인사들이 회사 운영과 투자에 관여했는지 등도 검찰은 수사하고 있다.고도예 yea@donga.com·이건혁·김정훈 기자}
헤지펀드 운용사 라임자산운용(라임)의 전주(錢主)로 알려진 스타모빌리티 김봉현 전 회장(46)과 라임의 이종필 전 부사장(42)이 23일 경찰에 체포됐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이날 오후 9시경 서울 성북구의 한 빌라에 은신해 있던 김 전 회장과 이 전 부사장을 체포했다. 이 전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15일, 김 전 회장은 올 1월 7일 각각 법원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잠적해 지명수배 됐다. 이들의 검거로 1조6000억 원에 이르는 환매 연기 사태를 빚은 라임의 금융당국 등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도예 yea@donga.com / 수원=이경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