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1042일 만에 집으로 돌아온 프로배구 여자부 GS칼텍스 선수단의 각오는 남달랐다. 19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는 31개월간의 리모델링을 거쳐 새로 문을 연 이 경기장의 재개장 첫 경기가 열렸다. 잔칫날답게 만원 관중(3927명)이 스탠드를 가득 채웠다. 선두 도로공사를 상대한 GS칼텍스 선수단은 승리를 열망했다. 지난 시즌 우승팀에서 올해 6개 팀 중 5위로 추락한 GS칼텍스는 장충체육관 복귀를 선두권 추격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의지로 똘똘 뭉쳤다. 2009∼2010시즌부터 이곳을 홈 경기장으로 사용했던 GS칼텍스는 체육관이 리모델링에 들어간 후 다른 곳을 홈 경기장으로 사용해야 했다. 이선구 GS칼텍스 감독은 경기 전 “역사적인 경기인 만큼 홈 팬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1969년 아시아배구선수권대회 때 이곳에서 한국이 첫 우승을 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선두를 질주하는 도로공사는 역시 강팀이었다. 3세트까지 세트스코어 1-2로 뒤지던 도로공사는 내리 두 세트를 따내며 풀세트 접전 끝에 3-2(22-25, 25-11, 24-26, 25-17, 15-12)로 승리했다. 파죽의 8연승이다. 도로공사 문정원은 20경기 연속 서브 에이스라는 신기록 행진도 이어갔다. 마지막까지 선전한 GS칼텍스는 여자 프로배구 사상 첫 6경기 연속 무실세트 승리를 노리던 도로공사의 꿈을 좌절시킨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말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스키점프가 열리는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 리조트를 찾아 대회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이 자리에 함께 있던 조양호 평창올림픽조직위원장은 박 대통령에게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서는 능력과 책임감 있는 공무원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조직위에 그런 사람들을 많이 좀 보내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그로부터 3개월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조직위 내 인적 구성에는 변화가 없다. 예전과 마찬가지로 조직위에 파견 온 공무원들은 1년에서 1년 반 정도의 ‘의무 복무’를 마치면 대부분 자신의 소속 부처로 돌아간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조직위 담당 직원이 겨우 업무를 파악하고 손발을 맞춰 볼 때쯤 됐겠다 싶으면 새로운 직원으로 바뀌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 1988 서울 올림픽에서 배워라 시설과 설비 등 하드웨어 못지않게 중요한 게 올림픽을 준비하고 운영하는 인력들이다. 정부의 무관심 속에 현재 평창호(號)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인력과 자금은 부족하고, 그나마 쓸 수 있는 인력과 자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컨트롤타워도 없다. 현장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한결같다. “어떤 방향이 됐건 강력한 카리스마로 중심을 잡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 강원도, 조직위는 소통은 고사하고 각자의 목소리를 내기 바쁘다. 여기에 올림픽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정치인들까지 끼어들어 분란을 부채질한다. 한 관계자는 “올림픽 운영을 책임진 조직위의 말발이 먹혀들지 않는다. 어떤 지시를 하면 이쪽은 이렇게, 저쪽은 저렇게 해석한다. 여기저기 말만 많지 제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중앙 공무원들이 힘없는 조직위 파견을 꺼리는 건 당연하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인사상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올림픽에는 관심이 없지만 세종시로 가기 싫어 서울에 사무소가 있는 평창 조직위를 지원했다”는 공무원도 있다. 주로 하위직이 파견되는 강원도 소속 공무원들 역시 파견 대상이 되면 좌천으로 받아들인다. 성공적으로 대회를 치렀던 1988년 서울 여름올림픽 때는 달랐다. 당시 조직위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고, 조직위원장 역시 정권 실세였다. 당시 노태우 전 대통령과 박세직 전 재향군인회장(작고)이 연이어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전두환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 자리에서 “부처별로 가장 뛰어난 공무원들을 서울 올림픽 조직위원회에 파견하라”고 지시했다. 박 전 회장은 따로 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할 정도로 힘이 있었다. 정부는 조직위 파견 공무원들에게 월급 이외에 두둑한 수당을 줬고, 승진에 유리하도록 근무평정도 높게 줬다. 이 때문에 젊고 똑똑한 공무원들이 앞다퉈 조직위에 지원했다. ○ 조직위원장에게 전권(全權)을 줘야 기업인인 조양호 위원장이 현재의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을지 의구심을 품는 사람이 많다. 최근에는 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까지 터져 조 위원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하지만 정부 내에서는 조 위원장에게 마지막까지 기회를 줘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조직위원장 자리를 고사하는 조 위원장에게 떠맡기다시피 위원장 자리를 맡겼다. 올림픽 개최까지 3년여밖에 남지 않아 위원장을 교체하기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청와대가 앞장서 조직위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인사권은 물론이고 재정적인 권리 등 필요한 모든 권한을 줄 필요가 있다. 겨울스포츠 저변이 열악한 한국에서 겨울올림픽을 경험해본 전문 인력은 거의 없다. 결국 해외 전문가를 데려와야 한다. 외국 전문가는 1인당 연간 3억 원가량의 돈이 든다. 한 관계자는 “조직위 차원에서 예산을 따내려 해도 공무원들은 우리를 빚 받으러 온 사람 취급한다”고 자조했다. 현재 341명이 일하는 조직위는 내년까지는 876명, 2018년까지는 1300명으로 구성원이 늘어난다. 강력한 리더십과 체계적인 준비가 없다면 평창 올림픽은 성공하기 어렵다. 2018년 2월 9일 열리는 개막식에서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개막 선언을 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박 대통령이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평창조직위도 IOC가 타 국가, 타 도시와의 분산 개최를 가능케 한 ‘어젠다 2020’을 내놓은 배경을 잘 알고 있다. 문제는 ‘경제올림픽’을 화두로 내세운 IOC의 방침에는 공감하지만 이를 따르기 힘들다는 게 평창조직위가 빠진 딜레마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개최지인 평창, 강릉을 비롯한 강원도의 반발을 무시할 수 없다. 삼수 끝에 평창이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된 데는 강원도민의 지원이 큰 힘이 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직위로서는 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위해 분산 개최를 적극 고려할 수 있지만 “분산 개최를 하면 올림픽 반납도 불사하겠다”는 강원도민의 눈치도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현 상태로 올림픽을 치르면 피해는 불 보듯 뻔하다. 조직위 관계자는 “가장 이상적인 그림은 강원도가 국익을 생각해 분산 개최를 먼저 제안하는 것”이라며 “그럴 경우 IOC는 평창 대회 운영비로 6000억 원을 지원하게 돼 있어 협상에 따라 착공에 들어간 경기장의 원상회복 비용을 IOC에서 받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이 3년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취약 종목이던 썰매와 스키 종목에서 잇달아 희망의 빛이 비치고 있다. 이 종목 선수들은 지난해 소치 올림픽까지만 해도 대회 참가에 의의를 두는 수준이었지만 어느덧 평창 올림픽 메달을 기대할 정도로 성장했다. 한국 봅슬레이의 간판 원윤종(30)과 서영우(25·이상 경기연맹)는 유럽에서 열린 월드컵 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두 선수는 18일 독일 쾨니히제에서 열린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FIBT) 월드컵 4차 대회에서 1, 2차 레이스 합계 1분42초86의 기록으로 25개 출전 팀 가운데 8위에 올랐다. 한국 봅슬레이가 유럽 트랙에서 거둔 최고 성적이다. 한국 봅슬레이는 그동안 북미에서 주로 훈련을 해 와 유럽 트랙에서는 상대적으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두 선수는 지난해 12월 미국 레이크플래시드에서 열린 월드컵 1차 대회에서는 8위에 올랐고,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월드컵 2차 대회에서는 역대 최고 성적인 5위에 올랐었다. 썰매 종목은 개최국 이점을 가장 많이 누릴 수 있는 종목이다. 많이 타볼수록 코스에 익숙해지기 때문이다. 유럽과 미국 무대에서 안정적으로 톱10에 들면 평창에서는 훨씬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 한편 이광기(22·단국대)가 한국 스노보드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세계선수권대회 결선 무대를 밟는 쾌거를 이뤘다. 이광기는 같은 날 오스트리아 크라이슈베르크에서 열린 2015 국제스키연맹(FIS)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65.75점을 받아 8위에 올랐다. 그는 앞서 총 41명이 출전한 예선에서 78.50점을 얻어 1조 5위로 최종 10명이 나서는 결선에 진출했다. 이광기는 결선 1차 시기에서 실수를 범하며 40점대 점수를 받는 데 그쳤지만, 2차 시기에서 프런트 사이드 더블콕 1080(옆으로 두 바퀴를 돌면서 앞으로 두 바퀴를 도는 기술)의 고난도 기술을 구사하며 65.75점을 받았다. 이번 결선에서는 총 3차 시기를 치러 각 선수가 받은 최고 점수로 순위를 가렸다. 이광기는 “아직 정상은 멀었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큰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스켈리턴의 이한신(27·강원도청)은 하루 전 FIBT 대륙간컵에서 깜짝 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한신은 17일 캐나다 휘슬러에서 열린 2014∼2015 FIBT 대륙간컵 5차 대회에서 1·2차 레이스 합계 1분47초77의 기록으로 6위에 올라 메달을 따냈다. FIBT는 6위까지 메달을 수여한다. 이한신은 18일에는 5위를 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19일로 2018 평창 겨울올림픽(2월 9∼25일)이 1117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평창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열릴 수 있을지 걱정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평창 올림픽이 엄청난 적자와 함께 국제적 망신거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3년여밖에 남지 않은 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위한 방안을 2회에 걸쳐 모색해 본다. 》겨울 올림픽의 꽃은 아이스하키다. 2010년 밴쿠버 대회 때는 전체 관중의 46.8%가 아이스하키 관중이었다. 르네 파젤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회장이 세계 20위권 밖인 한국에 예외적으로 개최국 자동출전권을 주기로 한 것도 그만큼 이 종목의 흥행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그는 지난해 말 모나코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한국 관계자들에게 이런 말을 건넸다. “강릉에 너무 큰 아이스하키 경기장을 짓는 거 아닌가요?” 이 경기장의 수용 인원은 1만 명이다. 그런데 아이스하키가 인기 있는 나라에선 2만 명 이상인 경기장도 많다. 한국 관계자는 “파젤 회장의 말은 반어법이었다. 그가 정말 말하고 싶었던 것은 왜 인구가 20만 명밖에 안 되는 강릉에 아이스하키 경기장을 짓느냐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1079억 원을 들여 짓는 이 경기장은 올림픽이 끝난 후 철거될 운명이라는 것이다. 철거에 건설비 못지않은 경비가 드는 걸 감안하면 2000억 원가량의 혈세를 써야만 한다.○ 돈 아끼라는 IOC vs 돈 쓰겠다는 한국 15, 16일 제4차 프로젝트 리뷰를 위해 한국을 찾은 구닐라 린드베리 IOC 조정위원장과 조양호 평창 조직위원장은 공동기자회견에서 “평창 올림픽은 현재 계획된 장소에서 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지금부터 경기장 공사에 전력투구하면 개막 전까지 공사를 끝낼 수 있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린드베리 위원장은 여기에 조건을 하나 달았다. 그는 “경기장의 사후 활용에 대해 명확하게 조직위원회가 계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창 올림픽에 필요한 경기장은 모두 13개다. 이 중 5곳은 기존 경기장을 활용하고, 2곳은 보완하며, 6곳은 신설한다. 6곳의 신설 경기장은 사후 활용 방안을 찾기 힘들다. 강릉에 들어서는 4개의 경기장 가운데 사후 활용 방안이 결정된 곳은 생활체육시설로 바뀌는 여자 아이스하키 경기장과 피겨-쇼트트랙 경기장뿐이다. 남자 아이스하키 경기장과 1311억 원을 들여 짓는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은 대회 후 철거가 예정돼 있다. 가리왕산 환경 훼손 논란 속에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강원 정선 활강 경기장(소요 예산 1095억 원)도 대회 후 복원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859억 원을 들여 짓는 4만5000석의 개·폐회식장은 단 여섯 시간을 사용한 뒤 1만5000석만 남기고 철거된다. 생활체육시설로 쓰겠다는 두 곳의 경기장도 연간 30억∼50억 원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 운영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사후 활용 방안이 마땅치 않으면 철거하겠다”고 말했다. 린드베리 위원장은 AP통신 등과의 인터뷰에서 “IOC는 올림픽 유산은 극대화하고 비용은 최소화할 기회를 주고자 했으나 평창은 원안을 고수했다”고 말했다.○ 국내 분산 개최 적극 고려해야 지난해 말 IOC가 평창조직위에 제안했던 것은 썰매 경기가 열리는 슬라이딩센터의 해외 분산 개최였다. 1998년 겨울올림픽을 치른 일본 나가노가 유력 후보지였다. 또 최문순 지사 등 일부 정치인은 일부 스키 종목을 북한과 공동 개최할 수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국민 정서상 이 같은 안은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힘들다. 하지만 아이스하키, 피겨-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일부 스키 종목 등은 국내 다른 도시에서 분산 개최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해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한 아이스하키 관계자는 “아이스하키의 경우 서울 목동아이스링크를 개조하면 현재 건설비용의 5분의 1 수준의 돈만 쓰면 된다. 외국에서는 체조나 펜싱 경기장을 활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환경 파괴 논란을 빚고 있는 강원 정선의 활강 경기장도 전북 무주에서 치를 수 있다. 1997년 겨울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치른 무주리조트는 국제규격의 활강 코스를 갖추고 있어 조금만 손을 보면 된다. 유성철 강원시민사회단체연대 사무국장은 “분산 개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가능한 대안이 있다면 모든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시설을 리모델링하면 경제적 이득은 물론이고 공기(工期)도 훨씬 앞당겨 그만큼 철저한 대회 준비를 할 수 있다. ○ 평창 올림픽은 대한민국의 것이다 분산 개최에 대해 강원도는 반대한다. “지금 상황에서 분산 개최는 올림픽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모든 경기장을 이미 착공했고, 10% 넘는 공정을 보이고 있다” “우리가 어떻게 해놓은 것인데 이득은 다른 사람들이 본단 말인가” 등등의 논리다. 하지만 평창 올림픽은 나랏돈이 12조 원 넘게 드는 국가 중대사다.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은 강원도 등 지방정부도 7000억 원 이상의 비용을 대야 한다. 조직위 관계자는 “모두 사심을 내려놓고 나라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IOC가 당초 분산 개최 여부의 마지노선으로 정한 시간은 올해 3월이다.이헌재 uni@donga.com / 강릉=김동욱·주애진 기자}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이 3년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취약 종목이던 썰매와 스키 종목에서 잇달아 희망의 빛이 비치고 있다. 이 종목 선수들은 지난해 소치올림픽까지만 해도 대회 참가에 의의를 두는 수준이었지만 어느덧 평창 올림픽 메달을 기대할 정도로 성장했다. 한국 봅슬레이의 간판 원윤종(30)과 서영우(25·이상 경기연맹)는 유럽에서 열린 월드컵 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두 선수는 18일 독일 쾨니히제에서 열린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FIBT) 월드컵 4차 대회에서 1, 2차 레이스 합계 1분42초86의 기록으로 25개 출전 팀 가운데 8위에 올랐다. 한국 봅슬레이가 유럽 트랙에서 거둔 최고 성적이다. 한국 봅슬레이는 그동안 북미에서 주로 훈련을 해 와 유럽 트랙에서는 상대적으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두 선수는 지난해 12월 미국 레이크플래시드에서 열린 월드컵 1차 대회에서는 8위에 올랐고,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월드컵 2차 대회에서는 역대 최고 성적인 5위에 올랐었다. 썰매 종목은 개최국 이점을 가장 많이 누릴 수 있는 종목이다. 많이 타볼 수록 코스에 익숙해지기 때문이다. 유럽과 미국 무대에서 안정적으로 톱10에 들면 평창에서는 훨씬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 한편 이광기(22·단국대)가 한국 스노보드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세계선수권대회 결선 무대를 밟는 쾌거를 이뤘다. 이광기는 같은 날 오스트리아 크라이쉬베르크에서 열린 2015 국제스키연맹(FIS)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65.75점을 받아 8위에 올랐다. 그는 앞서 총 41명이 출전한 예선에서 78.50점을 얻어 1조 5위로 최종 10명이 나서는 결선에 진출했다. 이광기는 결선 1차 시기에서 실수를 범하며 40점대 점수를 받는 데 그쳤지만, 2차 시기에서 프론트 사이드 더블콕 1080(옆으로 두 바퀴를 돌면서 앞으로 두 바퀴를 도는 기술) 의 고난도 기술을 구사하며 65.75점을 받았다. 이번 결선에서는 총 3차 시기를 치러 각 선수가 받은 최고 점수로 순위를 가렸다. 이광기는 “아직 정상은 멀었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큰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스케리턴의 이한신(27·강원도청)은 하루 전 FIBT 대륙간컵에서 깜짝 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한신은 17일 캐나다 휘슬러에서 열린 2014~2015 FIBT 대륙간컵 5차 대회에서 1·2차 레이스 합계 1분47초77의 기록으로 6위에 올라 메달을 따냈다. FIBT는 6위까지 메달을 수여한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넥센 강정호(28)는 불과 4년 전만 해도 야구 좀 하는 선수 중 한 명일 뿐이었다. 김춘수 시인의 시 ‘꽃’에 나오는 표현을 빌리자면 누군가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뒤에야 그는 비로소 메이저리거의 꿈을 갖기 시작했다. 여기서의 누군가는 넥센의 실질적 주인 이장석 대표다. 2011년 시즌 중 어느 날 이 대표가 강정호를 불러 나눈 대화 한 토막은 이랬다. “정호야, 야구 선수로서 네 목표가 뭐냐.” “한국 프로야구 최고 유격수가 되는 겁니다.” “목표는 크게 잡아야 한다.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려는 생각을 해 봐라.” 목표 설정을 새롭게 한 강정호는 이듬해부터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선수가 됐다. 2011년 타율 0.282에 9홈런, 63타점이었던 성적은 2012년 타율 0.314에 25홈런, 82타점으로 좋아졌다. 2013년에는 홈런은 22개로 줄었지만 타점은 96개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유격수 40홈런과 100타점(117개)을 동시에 달성했다. 그 사이 구단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2년 전부터 메이저리그 사정에 정통하고, 아시아 선수에 대한 애정도 깊은 에이전트를 찾아 강정호와 연결해줬다. 견문을 넓혀주는 방법의 일환으로 지난해에는 일본 프로야구 요코하마의 스프링캠프에 강정호를 참가시켰다. 구단의 철저한 사전 준비가 없었다면 강정호의 메이저리그행이 지금처럼 순탄치만은 않았을 것이다. 이 대표는 올해 시무식에서도 선수들에게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오재영 문성현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으면 좋겠고, 한현희는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야수 김민성은 심기일전해 그저 그런 선수가 아닌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WAR) 5 이상을 해줬으면 좋겠다.” 어찌 보면 형님 같은, 또 어떻게 보면 인생 선배다운 ‘신세대 구단주’의 모습이다. NC 김택진 구단주도 최근 열린 시무식에서 파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김 구단주는 영상 메시지로 보낸 신년사에서 “김경문 감독님과 영원한 캡틴 이호준 주장에게 정말 고맙다. 이호준 주장은 다시 한 번 자유계약선수(FA)에 도전할 수 있도록 올해도 잘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NC가 짧은 시간에 강팀으로 자리 잡은 데 큰 역할을 한 베테랑 이호준에게 강한 신뢰를 표한 것이다. 이호준은 내년 시즌 후 FA 자격을 얻는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구단주들은 선수들과는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이었다. 어쩌다 구장을 찾아 금일봉을 전달하며 악수를 나누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야구에 대한 열정, 선수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구단주가 늘고 있다. 비록 결실은 보지 못했지만 에이스 김광현의 메이저리그행을 허락했던 최종 결정권자는 SK 최창원 구단주였다. 최 구단주는 전임 이만수 감독과 이별할 때도 따로 식사 자리에 초대해 정중하게 재계약 불가 의사를 밝혔다. 구본준 LG 구단주는 요즘도 학창 시절 동문들과 사회인 야구를 할 정도의 야구광이다. 간섭은 하지 않지만 열정적으로 팀과 선수들을 응원한다. 두산이 스토브리그에서 FA 투수 최대어 장원준을 4년간 84억 원에 데려올 수 있었던 것도 박정원 구단주를 비롯한 오너 일가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다고 한다. 김승연 한화 구단주는 팬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김성근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데려왔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고, 믿음은 기대 이상의 결과를 낳곤 한다. 구단주의 한마디, 행동 하나는 선수 개개인은 물론이고 팀의 운명도 바꿀 수 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평창조직위원회가 원하지 않는 한 분산 개최는 없다.” 제4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프로젝트 리뷰를 위해 13일 입국한 구닐라 린드베리 조정위원장이 한 말이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조직위원회는 15일부터 이틀간 강원 강릉 라카이샌드파인리조트에서 제4차 IOC 프로젝트 리뷰를 연다. 대회 준비 상황과 현안을 실무적인 관점에서 점검해 보고, IOC의 조언을 받는 자리다. 조양호 조직위원장 등 조직위 관계자 30여 명, 린드베리 조정위원장을 비롯한 IOC 관계자 12명, 정부와 개최 도시 관계자 50여 명이 참석한다. 첫날인 15일에는 강릉에 있는 아이스 아레나와 하키 센터 등의 경기장 건설 상황을 점검하고 16일에는 숙박, 수송 등 분야별 준비 상황을 발표하고 의견을 교환한다. 지난해 말 IOC가 올림픽을 여러 국가와 도시에서 분산 개최하는 개혁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면서 촉발됐던 분산 개최는 의제로 다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넥센 강정호(28)는 불과 4년 전만 해도 야구 좀 하는 선수 중 한명일 뿐이었다. 김춘수 시인의 시 ‘꽃’에 나오는 표현을 빌리자면 누군가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뒤에야 그는 비로소 메이저리거의 꿈을 갖기 시작했다. 여기서의 누군가는 넥센의 실질적 주인 이장석 대표다. 2011년 시즌 중 어느 날 이장석 대표가 강정호를 불러 나눈 대화 한 토막은 이랬다. “정호야, 야구 선수로서 네 목표가 뭐냐.” “한국 프로야구 최고 유격수가 되는 겁니다.” “목표는 크게 잡아야 한다.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려는 생각을 해 봐라.” 목표 설정을 새롭게 한 강정호는 이듬해부터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선수가 됐다. 2011년 타율 0.282에 9홈런, 63타점이었던 성적은 2012년 타율 0.314에 25홈런, 82타점으로 좋아졌다. 2013년에는 홈런은 22개로 줄었지만 타점은 96개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유격수 40홈런과 100타점(117개)을 동시에 달성했다. 그 사이 구단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2년 전부터 메이저리그 사정에 정통하고, 아시아 선수에 대한 애정도 깊은 에이전트를 찾아 강정호와 연결시켜줬다. 견문을 넓혀주는 방법의 일환으로 지난해에는 일본 프로야구 요코하마의 스프링캠프에 강정호를 참가시켰다. 구단의 철저한 사전 준비가 없었다면 강정호의 메이저리그 행이 지금처럼 순탄치만은 않았을 것이다. 이 대표는 올해 시무식에서도 선수들에게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오재영, 문성현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으면 좋겠고, 한현희는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야수 김민성은 심기일전해 그저 그런 선수가 아닌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WAR) 5이상을 해줬으면 좋겠다.” 어찌 보면 형님 같은, 또 어떻게 보면 인생 선배다운 ‘신세대 구단주’의 모습이다. NC 김택진 구단주도 최근 열린 시무식에서 파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김 구단주는 영상 메시지로 보낸 신년사에서 “김경문 감독님과 영원한 캡틴 이호준 주장에게 정말 고맙다. 이호준 주장은 다시 한번 자유계약선수(FA)에 도전할 수 있도록 올해도 잘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NC가 짧은 시간 내에 강팀으로 자리를 잡은 데 큰 역할을 한 베테랑 이호준에게 강한 신뢰를 표한 것이다. 이호준은 내년 시즌 후 FA 자격을 얻는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구단주들은 선수들과는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이었다. 어쩌다 구장을 찾아 금일봉을 전달하며 악수를 나누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야구에 대한 열정, 선수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구단주들이 늘고 있다. 비록 결실은 맺지 못했지만 에이스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행을 허락했던 최종 결정권자는 SK 최창원 구단주였다. 최 구단주는 전임 이만수 감독과 이별할 때도 따로 식사 자리에 초대해 정중하게 재계약 불가 의사를 밝혔다. 구본준 LG 구단주는 요즘도 고교 시절 동문들과 사회인 야구를 할 정도의 야구광이다. 간섭은 하지 않지만 열정적으로 팀과 선수들을 응원한다. 두산이 스토브리그에서 FA 투수 최대어 장원준을 4년 간 84억 원에 데려올 수 있었던 것도 박정원 구단주를 비롯한 오너 일가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다고 한다. 김승현 한화 구단주는 팬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김성근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데려왔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고, 믿음은 기대 이상의 결과를 낳곤 한다. 구단주의 한 마디, 행동 하나는 선수 개개인은 물론 팀의 운명도 바꿀 수 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계약이란 건 원래 계약서에 사인이 끝날 때까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하지만 강정호는 피츠버그와 대략적인 금액에 합의해 신체검사만 통과하면 무난히 메이저리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남은 것은 세부 조건 조율이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마이너리그 거부권’이다. 말 그대로 자신의 동의 없이 마이너리그에 내려가지 않을 권리다. 더 많은 기회를 원하는 강정호야 당연히 이 조항을 계약서에 넣고 싶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아 보인다. 이 권리는 대형 자유계약선수(FA)나 팀 내에서 인정받는 몇몇 주전 선수들의 특권이기 때문이다. 선수는 좋아하지만 구단으로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조항이다. 예외적으로 신인 시절부터 이 권리를 인정받은 선수는 LA 다저스의 ‘더 몬스터’ 류현진(28)이다. 2012년 말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다저스에 입단한 류현진은 “협상 마감 10분을 남기고 마이너리그 강등 조항이 있다는 걸 들었다. 그 조항이 있으면 차라리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주장했다. 결국 1분을 남기고 구단에서 마이너리그 강등 조항을 삭제했다”고 말했다. 강정호는 류현진과는 처지가 다르다. 다저스는 포스팅 금액과 연봉을 합쳐 류현진에게 6000만 달러가 넘는 돈을 투자했다. 이에 비해 강정호의 몸값은 포스팅 금액을 포함해도 2000만 달러 내외다. 피츠버그가 아무리 강정호를 필요로 한다 해도 메이저리그 경력이 없는 그에게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주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물론 강정호의 계약은 메이저리그 계약이기 때문에 마이너리그에 간다 해도 계약서상에 보장된 금액은 모두 받을 수 있다. 유망주 선수들이 주로 하는 스피릿 계약(메이저리거냐 마이너리거냐에 따라 연봉 차이가 달라지는 계약)과는 완전히 다르다. 지난해 볼티모어에 입단한 투수 윤석민의 사례가 참고가 될 수 있다. 윤석민은 계약 2년 차인 올해부터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갖기로 계약했다. 거부권이 없던 지난해에는 풀 시즌을 마이너리그에서 보냈다. 또 강정호의 ‘4+1년’ 계약에서 5년째 계약은 구단 옵션일 가능성이 크다. 구단이 강정호를 잡고 싶으면 미리 정해진 금액을 지불하고, 내보내고 싶으면 바이 아웃(Buy out·일종의 위로금) 금액을 주고 강정호에 대한 권리를 포기할 수 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1983년 한국 프로야구에는 진정한 괴물이 등장했다. 재일동포로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했던 장명부(2005년 작고)였다. 그해 삼미 슈퍼스타즈 유니폼을 입은 그는 30승 16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2.34라는 무시무시한 성적을 남겼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의 이닝 소화 능력이었다. 팀이 치른 100경기 중 60경기에 등판해 무려 427과 3분의 1이닝을 소화했다. 완투 경기만 36번이었다. 투구 후유증으로 이듬해부터 승수보다 패수가 많은 투수로 전락했지만 그가 세운 기록은 앞으로도 영원히 깨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장명부급까지는 아니더라도 많은 감독이 선발 투수에게 승수보다 이닝 소화 능력을 바란다. 몇 이닝을 버텨 줄지 알면 계산이 서기 때문이다. 선발 투수가 오래 버틸수록 불펜 투수들을 아낄 수 있다. 10일 미국으로 출국한 LA 다저스 류현진(사진)이 메이저리그 3년째인 올해 목표로 구체적인 승수보다 200이닝 투구를 말한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선발 투수의 투구 이닝은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몸값을 좌우하는 절대적인 지표다.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한 경기 이상 선발 등판한 투수는 총 289명이다. 이 가운데 200이닝을 던진 투수는 34명에 불과하다. 팀당 1명꼴이다. 다저스에서도 202와 3분의 1이닝을 던진 제2선발 잭 그링키만 유일하게 200이닝을 넘겼다. 사이영상을 수상한 클레이튼 커쇼는 초반 부상으로 198과 3분 1이닝에 머물렀다. 메이저리그를 통틀어 최고의 ‘이닝 이터(Inning Eater)’는 248과 3분의 1이닝을 던진 데이비드 프라이스(디트로이트)였다. 류현진은 첫해 192이닝, 지난해에는 152이닝을 던졌다. 2년 연속 14승을 거뒀지만 지난해 규정 이닝(162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FA 시장에서 제대로 된 대우를 받으려면 평균 이상의 이닝 소화는 필수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는 2002년 1월 텍사스와 5년간 6500만 달러(약 705억 원)짜리 대형 계약을 했는데 원동력은 바로 선발 등판 수와 투구 이닝이었다.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가 강조했던 대목이기도 하다. 박찬호는 1997년부터 2001년까지 5년간 한 시즌 평균 33경기에 등판하면서 평균 214와 3분의 1이닝을 소화했다. 5년 사이에 3차례나 200이닝 이상을 던졌다. 텍사스에 몸담으면서 급격히 하향세로 접어들었지만 당시 FA 시장에서는 에이스로서 손색없는 기록이었다. 2017시즌 후 옵트 아웃(선택적 계약 이탈)을 통해 FA를 선언할 수 있는 류현진에게 200이닝 투구는 대박 계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관건은 부상당하지 않는 것이다. 200이닝 이상 던지려면 선발로 32경기 이상 등판해야 한다. 류현진은 또 ‘6이닝 투수’라는 이미지도 불식시켜야 한다. 지난해에는 완투는 물론이고 8이닝 피칭도 없었다. 류현진이 올 시즌 200이닝의 벽을 허물면 그에 대한 평가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류현진은 한국 프로야구 한화 시절 신인이던 2006년(201과 3분의 2이닝)과 이듬해인 2007년(211이닝) 2년 연속 200이닝을 넘겼다.로스앤젤레스=문상열 통신원 moonsy1028@gmail.com / 이헌재 기자 }

여름에 타는 서핑. 녹색 그린에서 즐기는 골프. 그런데 서핑을 위해 겨울 바다를 찾고, 골프를 치기 위해 하얀 설원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남들이 생각지도 못했던 이색 스포츠를 즐기고 싶어 하는 마니아들이다. 이들에게 추위는 아무런 장애가 안 된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등 전문 선수들이 하는 겨울올림픽 스포츠를 즐기거나, 동호인이 아닌 반려견과 함께 겨울 산속을 누비는 사람들도 있다. 모두 추운 겨울을 특별하게 보내는 사람들이다. 새해 두 번째 해가 떠오른 2일 강원 양양군 기사문해수욕장. 슈트를 입고 후드를 두른 10여 명의 사람이 서핑을 즐기고 있었다. 전국에 한파가 몰아쳐 이날 강원도 일부 지역은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졌었다. 오후 2시 양양의 기온은 0도였지만 세찬 바닷바람에 기사문해수욕장의 체감온도는 그보다 훨씬 낮았다. 파도에 올라타려다 실패하기를 여러 차례. 간신히 몇 초 동안 보드 위에 올라 파도를 타는 듯했지만 이내 바닷속으로 고꾸라졌다. 그렇게 파도와 줄다리기를 한 지 2시간이 훌쩍 지나서야 하나둘씩 해변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파도타기라고 하면 하와이나 호주의 골드코스트부터 떠올려진다. 한여름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그곳의 바다 위에서 젊은 남녀들이 보드 위에 올라타 묘기에 가까운 질주를 하는 것, 바로 그것이 서핑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 대신 겨울에는 눈과 얼음 위에서 하는 스포츠가 단연 인기다. 매년 겨울 스키장과 스케이트장은 스키나 보드, 스케이트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하지만 최근에는 추위와 맞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두꺼운 겨울 외투를 입어도 어깨가 한껏 움츠러드는 차가운 겨울 바다에서 서핑을 하는 사람들도 그들 중 하나다. ▼ 겨울바다 위 서핑… “파도 많아 좋고, 사람 적어 좋고” ▼계절을 뛰어넘는다 패션디자이너 오애리 씨(28)는 요즘 겨울 서핑에 빠져 있다. 2007년 일본 여행 중에 서핑을 즐기는 친구들을 만나 처음 서핑을 알게 됐고, 2012년 12월부터 양양을 찾아 서핑을 배우기 시작했다. 삶의 새로운 활력소를 찾고 싶어서였다. 시간만 나면 서울에서 양양으로 달려가 서핑을 즐기는 오 씨는 “서핑은 자연과의 싸움이다. 파도 위에 오른다는 게 쉽지 않다. 내 맘대로 되지 않아 더 끌린다”며 “이젠 서핑을 하기 위해 돈을 벌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고 말했다. 파도가 좋은 양양은 겨울 서핑의 메카다. 여름엔 남쪽에서 불어오는 태풍으로 제주도 중문이나 부산 해운대가 서핑하기에 좋은 장소지만 겨울엔 동북쪽에서 내려오는 해류로 양양 일대의 파도가 가장 좋다. 특히 겨울에는 바람이 육지에서 바다로 불어 파도의 질이 더 좋아진다. 7년 전부터 양양에서 ‘블루코스트’란 서핑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정형섭 사장(45)은 “최근 서핑 인구가 급격히 늘고 있다”며 “서핑 때문에 양양 근처로 이사 온 사람이 최근 2년 새 100명이나 된다”고 말했다. 서핑업계에 따르면 서핑을 경험한 사람은 전국적으로 약 5만 명이며 이 중 매주 서핑을 즐기는 사람은 1000여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2013년 5월부터 서핑을 즐기고 있는 정규진 씨(34·패션디자이너)는 “사실 서핑은 365일 할 수 있는 스포츠다. 오히려 겨울엔 파도도 좋고 사람도 없어 맘껏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전신 슈트를 입고 부츠에 장갑, 후드를 두르고 서핑을 하면 겨울에도 전혀 춥지 않다. 스노보드나 스키를 탈 때 느끼는 추위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것이 정 사장의 말이다. 겨울 서핑을 즐기기 위해서는 보드 구입까지 포함해 100만∼200만 원이 든다. 장비는 최소 5년 정도 쓸 수 있다. 초보자도 2시간가량 교육을 받으면 혼자 바다에 들어갈 수 있다. 겨울 서퍼들은 보통 자신들을 ‘미쳤다’고 말한다. 박수진 씨(33·온라인기획)는 2013년 여름 서핑을 시작하며 인생이 바뀌었다. 그는 이제 주말만 되면 바다로 떠난다. 겨울에도 서핑을 안 하면 좀이 쑤셔 일이 안 되기 때문이다. 오애리 씨는 “서핑을 하다 보면 세상이 보인다. 요즘 세상에 쉽게 되는 게 없지 않나. 편안하게 맘먹고 파도를 기다리면 기회가 온다. 서핑을 하면서 사회생활에도 여유를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반려견과 함께 달린다 설원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손님이 있다. 썰매를 끄는 개들이다. 때로는 인명 구조에 투입되기도 하고, 상금을 건 개 썰매 대회에서 주인공과 함께 우승을 향해 사투를 벌이기도 한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한 번쯤 “나도 개 썰매를 타봤으면…” 하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개 썰매는 눈이 많이 내리는 캐나다와 미국, 러시아, 북유럽 등에서 오래전부터 사용돼 왔다. 교통수단으로 사용되던 개 썰매가 1932년 레이크플래시드 겨울올림픽과 1952년 오슬로 겨울올림픽에서 시범종목으로 채택돼 경기가 열리기도 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개 썰매를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 아직은 1000여 명에 불과하지만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매년 2월 경주 대회도 열린다. 겨울뿐 아니라 봄가을에는 바퀴를 단 썰매를 모는 대회가 열리고 있다. 홍현철 씨(50)는 1995년 회사 일로 러시아에 파견을 갔다가 우연히 개 썰매를 한 번 타 본 뒤 개 썰매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다. 2년 뒤 귀국하자마자 개를 사들여 개 썰매를 본격적으로 타기 시작했다. 홍 씨는 “귀국해서 개 썰매를 직접 몰기 위해 러시아에서 타는 방법과 개들을 어떻게 훈련시키는지에 대해 어깨너머로 배웠다”고 말했다. 개 썰매에 적합한 품종으로는 일반적으로 시베리안허스키, 알래스칸 맬러뮤트 등이 꼽힌다. 하지만 가정에서 키우는 일반적인 개도 썰매를 끌게 만들 수 있다. 홍 씨는 “체중이 20kg 이상이면 썰매를 끌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썰매를 타고 500m 정도의 거리를 이동하는 데 개 한 마리면 된다. 중요한 것은 훈련이다. 개가 어릴 때부터 썰매를 끌고 주인의 구령에 맞춰 방향 전환과 속도를 조절하는 훈련을 시켜야만 한다. 특히 개가 목줄에 익숙해지기 전에 먼저 하네스(마구)와 친해지도록 해야 한다. 홍 씨는 “목줄을 경험한 개들은 썰매 등 무엇인가를 끌고 가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개 썰매는 마차를 모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마차는 채찍 등을 이용해 말의 속도 조절과 방향 전환을 한다. 개 썰매는 주인의 구령만으로 모든 것이 이뤄진다. 홍 씨는 “구령으로 개와 교감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체계적인 훈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1년 이상 훈련을 통해 주인과 교감을 쌓으면 그때부터 썰매를 끄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때 개 썰매를 모는 주인의 체력은 필수다. 개와 함께 뛰고 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인만 개 썰매를 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개들이 몇 번 얼굴을 익힌 사람이면 누구나 탈 수 있다. 홍 씨는 “가족들은 물론이고 지인들도 내 개들이 끄는 썰매를 타 본 적이 있다. 주인만 탈 수 있다면 교통수단으로 이용될 수 없다. 보통 개들이 친화력이 좋기 때문에 얼굴을 익히면 다른 사람도 쉽게 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썰매를 구하는 곳과 탈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썰매는 수입품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국내에서 수작업으로 제작한다. 제작 단가는 100만 원 정도이지만 경주용 썰매는 400만 원이 넘기도 한다. 홍 씨는 “도시에서 살다가 3년 전 전남 곡성으로 귀농했다. 귀농을 결심한 이유 중 하나가 개 썰매를 실컷 타보고 싶어서다”며 웃었다. 홍 씨는 개 썰매를 타기 좋은 곳으로 눈 쌓인 강변길이나 둔치를 추천했다. 개 썰매의 매력은 무엇보다 개와 교감을 통해 느끼는 쾌감이다. 홍 씨는 “내 구령에 맞춰 4마리의 개가 이쪽저쪽 방향을 틀어 질주할 때 느끼는 쾌감이 짜릿하다. 개들과 한 몸이 된다는 느낌이다. 손짓과 구령만으로 개와 교감을 느낀다는 것은 정말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 말했다. ▼ 눈밭 위 스노골프… “코스 짧고 홀인원 확률도 높아” ▼나는 체험이 좋다 눈 위에서도 골프를 친다. 많은 열혈 골퍼들이 겨울에도 골프를 즐긴다. 비수기인 겨울에는 그린피 인하 등 각종 이벤트를 여는 골프장이 많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골프를 칠 수 있다. 하지만 겨울 골프는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딱딱하게 얼어붙은 땅을 때리다가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낮은 기온에 찬 바람까지 부는 날에는 야외에서 꼬박 4시간을 버티는 것 자체가 고역이 되기도 한다. ‘스노골프’라는 게 생겼다는 말을 들었을 때 잊고 싶었던 기억 한 토막이 되살아났다. 몇 해 전 겨울 강원도의 한 골프장에서 친구들과 겨울 골프를 한 적이 있다. 그런데 1번홀 티샷 직후 하늘에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서울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함박눈이었다. 문제는 우리 조에 ‘한국 골퍼’들만 있었다는 것. 무모하게도 만장일치로 “고(GO)”를 외쳤다. 4번홀쯤 되자 모든 사람이 상황이 여의치 않게 돌아간다는 걸 느꼈다. 무엇보다 친 공을 찾을 수 없었다. 흰 눈 속에 파묻히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6번홀에서 마침내 일이 터졌다. 내리막길에서 카트가 빙판길에 미끄러져 빙글빙글 돌며 내려온 것이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더이상의 진행은 무리였다. 결국 지프가 코스까지 들어와 우리 일행을 구출(?)해야 했다. 하지만 오리지널 ‘스노골프’는 ‘겨울 골프’와는 차원이 다르다. 말 그대로 눈 위에서 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고안된 게 스노골프다. 이색 겨울 스포츠로 유럽과 캐나다, 아르헨티나 등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경기 가평군의 ‘아난티 클럽, 서울’은 한국에서 유일하게 스노골프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이 골프장은 자연 경관이 빼어나고 도전적인 홀이 많은 잣나무 코스(9홀)에서 3년째 스노골프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의 수은주가 영하 10도까지 떨어진 8일 스노골프를 경험하기 위해 이 골프장을 찾았다. 클럽하우스는 스노골프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이미 북적이고 있었다. 준비물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추위를 막기 위해 옷을 더 두툼하게 입어야 했고, 골프화 대신 등산화를 신어야 했다. 또 흰 공보다는 눈에 잘 띄는 컬러 볼을 사용하는 게 필요했다. 1번홀(파5·327야드)에서 드라이버 티샷을 했다. 공이 어디에 떨어지는지, 혹시 잃어버리는 건 아닐지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캐디 외에 낙구 지점 부근에 공의 위치를 봐주는 또 한 명의 직원이 배치돼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골퍼들이 잔디밭을 걸으며 마음의 안정과 함께 자유로움을 느낀다. 스노골프에서는 발밑에서 뽀드득뽀드득 하는 소리를 들으며 코스를 걸을 수 있다. 마치 눈 속 트레킹을 즐기는 느낌이었다. 잔디밭에서의 샷과 눈밭에서의 샷은 조금 다르다. 아무래도 거리가 줄기 때문에 코스 길이 역시 보통 때보다는 짧게 만들었다. 샷을 할 때마다 공중으로 떠오른 눈가루가 햇빛 속에서 반짝반짝 빛났다. 숨은 공 찾기 역시 색다른 재미다. 보통 골프에 페어웨이와 러프가 있듯이 스노골프 역시 잘 친 공인지 아닌지에 따라 차별을 뒀다. 페어웨이는 단단하게 다지고 얼린 눈으로 만들어져 공이 눈 속으로 파고들지 않는다. 런(run)도 있고, 공을 찾기도 어렵지 않다. 이에 비해 러프 지역에서는 두껍게 쌓인 눈 속으로 공이 깊숙이 들어가고 만다. 갯벌에서 숨구멍을 보고 조개를 잡듯 눈 속에 푹 파인 구멍을 손으로 헤집어 공을 찾아야 한다. 5번홀을 마치면 그늘집이 기다리고 있다. 이 골프장은 스카치위스키 ‘발렌타인’ 등을 생산하는 페르노리카 코리아와 업무 제휴를 맺고 있는데 그늘집에서는 발렌타인 위스키를 넣은 핫초코와 유자차가 인기다. 호호 불며 한 잔을 다 마시면 눈과 얼음 속에서 굳어졌던 몸이 다시 풀리는 느낌이 든다. 이 골프장의 스노골프는 9홀이 진행되는 동안 곳곳에서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2번 홀(파3·115야드)에서 홀인원을 하면 발렌타인 17년산 한 병을 준다. 스노골프의 그린은 대개 벙커 위에 만들어져 있고, 벙커의 형태대로 깔때기 모양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홀인원 확률이 높은 편이다. 이 골프장 박준용 차장은 “작년에 꽤 많은 골퍼들이 홀인원을 해 상품을 타 갔다”고 말했다. 7번홀(파4)에서는 임의로 그려놓은 티샷존에 공을 떨어뜨린 골퍼에게 발렌타인 로고 공을 증정한다.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치고는 비용도 크게 부담스러운 편은 아니다. 주중, 주말 모두 10만 원이며 여기에는 9홀 그린피와 카트비, 점심 식사 이용권, 음료 이용권, 컬러 볼 3개 등이 포함된다. 캐디 피 6만 원은 별도다. 올해 스노골프는 이달 말까지만 운영되는데 이 기간에 매일 스코어 1, 2위를 차지한 골퍼들에게는 29일 ‘발렌타인 스노골프 챔피언십’ 출전 자격을 준다. 이 대회 우승자에게는 1000만 원 상당의 발렌타인 40년산 1병을 증정한다. 여기선 나도 올림픽 선수 이현수 군(19·군포 수리고)은 중학생 때인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 때 김호준(25·CJ)을 보고 스노보드 하프파이프를 시작했다. 한국에서 유일하게 출전한 김호준이 너무 멋있었단다. 바로 그 매력에 빠져들었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는 ‘수평 곡예비행’이다. 파이프를 반으로 자른 모양의 원통형 슬로프를 지그재그로 내려오며 점프, 회전 등의 기술을 펼친다. 겨울올림픽 종목이지만 일반인들이 즐기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고난도 기술을 요구해 부상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군은 밴쿠버 올림픽이 끝난 뒤 하프파이프에 매료됐고 요즘 강원도 성우리조트(웰리힐리파크)에서 지내고 있다. 하프파이프를 즐기는 사람들과 함께 리조트를 한 달 동안 빌려 매일 즐기고 있다. 하프파이프 슬로프를 개장하고 있는 곳은 성우리조트와 대명비발디파크밖에 없다. 120m 정도 되는 슬로프에서 묘기를 펼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이 군은 “솔직히 부상 위험이 높지만 하늘로 뛰어오르며 멋진 기술을 성공하면 말 그대로 하늘을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큰 기술 3, 4개와 잔기술 4, 5개를 펼칠 수 있는데 하루 종일 기술 연마에 빠지다 보면 금세 해가 넘어간다. 요즘 성우리조트에는 하루 30∼40명이 하프파이프를 즐긴다. 선수 출신 강사가 많아 배울 수 있는 기회도 많다. 다만 워낙 어렵고 부상 위험이 높아 조심해야 한다. 고 3인 이 군은 중학생 때부터 스노보드 하프파이프를 즐기면서 대학도 스포츠계열에 지원해 정시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빗자루질’로 유명한 컬링을 즐기는 사람도 늘고 있다. 컬링은 쉽게 할 수 있는 종목이 아니다. 겨울올림픽, 겨울아시아경기 종목으로 알려져 있다. 배우기는 쉽지만 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경기장은 서울 태릉컬링장, 경북 의성컬링장 등 단 두 군데에 불과하다. 하지만 틈새를 공략해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 컬링은 2012년 세계여자선수권대회 4강 신화와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에서의 대표팀 선전으로 종목의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렸다. 대표팀의 활약에 동호인들도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서울시컬링연맹 양재봉 전무이사는 “수백 명에 불과하던 동호인이 이제는 1300명 정도로 늘었다. 이들이 모여 리그 대회도 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부터 컬링의 매력에 빠져 컬링 동호회에 가입한 박승배 씨(31)는 “처음에 빙판 위에서 무게중심을 잡는 것이 어렵지만 그것을 제외하고는 초보도 쉽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가의 장비도 필요 없다. 브러시와 신발만 있으면 즐길 수 있다. 이마저도 컬링장에서 빌릴 수 있다. 4, 5명이 함께 팀을 이루는 스포츠다 보니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기에도 적합하다. 보통 20대부터 40대까지 연령도 다양하고 남녀 성비는 7 대 3 정도다. 박 씨는 “소치 올림픽 뒤 컬링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한두 번 체험하다 나오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꾸준히 나오는 사람이 더 많다”고 밝혔다. 컬링의 매력은 몸과 머리를 다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박 씨는 “컬링이 무슨 운동이 되느냐고 물을지 모르지만 운동량이 꽤 된다. 몸의 균형감도 좋아진다. 특히 머리싸움을 해야 하기 때문에 집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씨는 “대표팀과 실업팀이 컬링장을 함께 쓰는 관계로 동호인들은 보통 주말에 두 시간 정도밖에 사용할 수 없다. 그래도 한 달에 4, 5번씩 훈련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했다.양양=양종구 yjongk@donga.com·가평=이헌재 / 김동욱 기자}

KB금융 코리아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제69회 종합선수권대회)이 열린 9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는 김연아(25)의 향기가 가득했다. 지난해 소치 겨울올림픽을 마지막으로 현역에서 은퇴한 김연아는 이날 시상자로 모처럼 팬들 앞에 섰다. 김연아가 아이스쇼가 아닌 국내 정식 대회에 모습을 보인 것은 지난해 이맘때 열린 이 대회 이후 처음이다. 이날 김연아가 1년 만에 대회장을 찾은 것은 공식적인 ‘후계자 계승식’을 하기 위해서였다. 김재열 대한빙상경기연맹회장, 김기환 KB금융 상무와 함께 시상자로 나선 김연아는 남녀 입상 선수들에게 꽃다발을 증정했다. 이날 김연아에게서 한국 여자 피겨의 왕관을 넘겨받은 선수는 ‘포스트 김연아’의 선두 주자로 평가받고 있는 박소연(18·신목고)이었다.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마지막 주자로 나선 박소연은 기술점수(TES) 61.54점, 예술점수(PCS) 52.45점으로 113.99점을 받았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선두(60.40점)로 나섰던 박소연은 합계 174.39점으로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유독 이 대회 금메달과 인연이 없던 박소연은 생애 처음으로 이 대회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9위에 오르며 김연아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을 냈던 박소연은 이날 우승으로 3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올해 세계선수권대회에도 출전하게 됐다. 김연아 이후 처음으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 대회에 두 차례 초청을 받았던 그는 대회 때마다 위기관리 능력, 표현력, 점프 기술 등에서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서 김연아에게서 꽃다발을 받은 박소연은 “항상 훈련장에서만 연아 언니를 보다가 시상자로 나선 연아 언니를 만나니 정말 반가웠다. 경기 때마다 연아 언니의 조언을 가슴에 새기고 빙판으로 나간다”고 말했다. 이에 김연아는 “어린 선수들이 잘해 주고 있어 정말 고맙다. 이제는 국제대회에 나가도 다른 나라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을 것 같다. 선수들 커 가는 모습을 옆에서 잘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김연아는 왕좌에서 물러났지만 김연아의 유산은 이날도 여전히 경기장에 남아 있었다.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 나선 안소현(14·목일중)은 ‘아디오스 노니노’의 탱고 선율에 맞춰 연기를 펼쳤다. 이 곡은 김연아의 소치 올림픽 프리스케이팅 주제곡이었다. 총점 157.32점으로 3위에 오른 안소현은 “연아 언니가 소치 올림픽에서 했던 연기 동영상을 보면서 연습을 많이 했다. 연아 언니의 느낌을 살리려 애썼는데 입상을 해 정말 기쁘다. 더구나 연아 언니한테서 꽃다발까지 받아 무척 행복하다”고 말했다. 한편 남자 시니어에서는 이준형(19·수리고)이 209.90점으로 라이벌 김진서(19·갑천고·197.84점)를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코리안 특급’ 박찬호(42·전 한화)가 메이저리그에서 전성기를 보냈던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그와 함께 메이저리그를 호령했던 선수들이 대거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는 7일 ‘빅유닛’ 랜디 존슨, ‘외계인’ 페드로 마르티네스, 존 스몰츠(이상 투수), 크레이그 비지오(야수) 등 4명을 2015년 명예의 전당 멤버로 발표했다. 한 해에 4명이 동시에 명예의 전당에 오른 것은 1955년 이후 60년 만이다. 명예의 전당에 가입하려면 기자단 투표에서 75% 이상 지지를 얻어야 한다. 애리조나 시절 김병현의 동료였던 왼손 투수 존슨은 올해 가장 높은 97.3%의 지지를 얻었다. 마르티네스는 91.1%의 지지를 얻어 후안 마리샬(1983년) 이후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으로는 두 번째로 명예의 전당 회원이 됐다. 메이저리그 투수로 유일하게 200승-150세이브를 달성한 스몰츠는 82.9%의 득표율을 보였다. 20년간 휴스턴 한 팀에서만 뛰며 3060안타를 기록한 비지오도 두 번째 도전 만에 명예의 전당 회원이 됐다. 메이저리그 아시아 선수 최다승(124승) 기록을 갖고 있는 박찬호는 은퇴 후 5년(메이저리그 기준)이 경과한 내년에 명예의 전당 후보에 오르게 된다. 명예의 전당 멤버가 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후보에 오르는 것 자체가 큰 영광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2000년대 초 지방 A 구단에서 있었던 일이다. 말술로 소문이 자자했던 B 선수가 ‘금주’를 선언했다. 사달은 일주일 정도 지난 뒤 났다. 역시 애주가였던 C 감독이 우연히 한 술집에 들렀다가 B 선수의 흔적을 발견한 것이다. 술집 주인의 요청에 날짜까지 적어 사인을 해 줬는데 그게 금주 선언 후 술을 마신 결정적 증거가 돼 버렸다. 그 선수는 이후 한동안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런데 뒤집어 생각해 보면 그 선수는 다소 억울했을 수 있다. 만약 그 감독이 술집에 가지 않았다면 그가 술을 마신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 선수와 감독의 갈등은 이처럼 사소한 일에서 자주 벌어지곤 한다. 그 선수만 해도 “자기들도 다 하면서…”라며 입을 쭉 내밀었을 것이다. 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시무식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양상문 감독(사진)의 코칭스태프 금주 선언이었다. 그는 “코칭스태프는 시즌 중 절대 술자리를 하지 않을 것이다. 야구장에 나올 때 전날 술 먹은 얼굴을 절대로 보이지 않겠다”고 했다. 다음 날 양 감독을 만나 왜 그런 얘기를 했는지 물었다. 양 감독은 “선수들도 사람인데 술로 스트레스를 푸는 선수가 왜 없겠나. 다만 술을 마실 때 한 번은 더 생각해 보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과음이 안 좋다는 건 모두 아는 일 아닌가. 그러면 두 잔 마실 게 한 잔이 된다”고 설명했다. 양 감독의 ‘소통법’은 대개 이렇다. 그에게는 일방적인 소통이 없다. 그 대신 스스로 깨닫게 화두를 던진다. 훈련이건 생활 태도건 마찬가지다. 지난해 시즌 중반 LG 지휘봉을 잡았을 때는 “5할 승률이 될 때까지 경기 중 홈런이 나오더라도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기쁨의 표현은 9회가 끝난 뒤에 해도 늦지 않다. 더 길게 보면 시즌이 끝날 때까지는 아무것도 끝난 게 아니다. 홈런 친 선수를 맞으러 나갈 시간에 다음 플레이를 연구하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양 감독을 보면 행동 하나, 말 한마디에 많은 준비를 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틈날 때마다 연구하고 공부한 내공이 배어 나온다. 양 감독의 야구 인생은 공부와는 떨어져 생각할 수 없다. 부산고-고려대를 졸업한 그는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에 프로 대신 실업팀 한국화장품에 입단했다. 한국화장품에서 뛰면서 2년간 석사 과정을 마치고 1985년 롯데에 입단했다. 논문은 프로 선수 생활을 하면서 썼다. 그는 프로야구 선수 출신 최초의 석사다. 2004∼2005년 짧은 롯데 감독 생활을 마치고 이듬해 TV 해설을 하면서 야구에 대한 공부는 더 깊어졌다. 그는 “2006년 첫 해설을 할 즈음 선수 출신 해설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명색이 감독 출신인 내가 뒤떨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부끄럽지 않으려고 정말 공부 많이 했다”고 했다. 2010년부터 2014년 초까지 해설을 할 때는 경기에 녹아들려 애썼다. 양 감독은 “어떤 상황이 벌어질 때 ‘내가 감독이라면…’이라고 생각하면서 연구를 했다. 오전엔 메이저리그를 보고, 저녁엔 한국 프로야구를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고 했다. 야구에 대한 열정과 공부. 어디서 많은 들어본 소리다. 바로 ‘야신’ 김성근 한화 감독의 트레이드마크다. 김 감독이 2013년 쓴 ‘리더는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라는 책에는 양 감독에 대한 대목이 나온다. 김 감독은 “2002년 LG 감독 시절 투수 쪽은 양상문에게 맡겼다. 아마 내가 LG에서 2, 3년 더하고 그만뒀으면 양상문에게 감독을 줬을 것이다. 그 정도로 양상문을 믿었고 처음부터 그를 제대로 된 리더로 키우고 싶었다”고 썼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인연도 돌고 돌아 양 감독은 지난해 중반 LG를 맡아 꼴찌이던 팀을 4강으로 이끌었다. 끊임없이 공부하는 양 감독의 LG 야구가 올해는 또 어떤 모습일지 기대된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2000년대 초 지방 A구단에서 있었던 일이다. 말술로 소문이 자자했던 B선수가 ‘금주’를 선언했다. 사달은 일주일 정도 지난 뒤 났다. 역시 애주가였던 C감독이 우연히 한 술집에 들렀다가 B선수의 흔적을 발견한 것이다. 술집 주인의 요청에 날짜까지 적어 사인을 해 줬는데 그게 금주 선언 후 술을 마신 결정적 증거가 돼 버렸다. 그 선수는 이후 한 동안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런데 뒤집어 생각해보면 그 선수는 다소 억울했을 수 있다. 만약 그 감독이 술집에 가지 않았다면 그가 술을 마신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 선수와 감독의 갈등은 이처럼 사소한 일에서 자주 벌어지곤 한다. 그 선수만 해도 “자기들도 다 하면서…”라며 입을 쭉 내밀었을 것이다.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시무식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양상문 감독의 코칭스태프 금주 선언이었다. 그는 “코칭스태프는 시즌 중 절대 술자리를 하지 않을 것이다. 야구장에 나올 때 전날 술 먹은 얼굴을 절대로 보이지 않겠다”고 했다. 다음날 양 감독을 만나 왜 그런 얘기를 했는지 물었다. 양 감독은 “선수들도 사람인데 술로 스트레스를 푸는 선수가 왜 없겠나. 다만 술을 마실 때 한 번은 더 생각해 보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과음이 안 좋다는 건 모두 아는 일 아닌가. 그러면 두 잔 마실 게 한 잔이 된다”고 설명했다. 양 감독의 ‘소통법’은 대개 이렇다. 그에게는 일방적인 소통이 없다. 대신 스스로 깨닫게 화두를 던진다. 훈련이건 생활 태도건 마찬가지다. 지난해 시즌 중반 LG 지휘봉을 잡았을 때는 “5할 승률이 될 때까지 경기 중 홈런이 나오더라도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기쁨의 표현은 9회가 끝난 뒤에도 늦지 않다. 더 길게 보면 시즌이 끝날 때까지는 아무것도 끝난 게 아니다. 홈런 친 선수를 맞으러 나갈 시간에 다음 플레이를 연구하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양 감독을 보면 행동 하나, 말 한마디에 많은 준비를 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틈날 때마다 연구하고 공부한 내공이 배어나온다. 양 감독의 야구 인생은 공부와는 떨어져 생각할 수 없다. 부산고-고려대를 졸업한 그는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에 프로 대신 실업팀 한국화장품에 입단했다. 한국화장품에서 뛰면서 2년 간 석사 과정을 마치고 1985년 롯데에 입단했다. 논문은 프로 선수 생활을 하면서 썼다. 그는 프로야구 선수 출신 최초의 석사다. 2004~2005년 짧은 롯데 감독 생활을 마치고 이듬해 TV 해설을 하면서 야구에 대한 공부는 더 깊어졌다. 그는 “2006년 첫 해설을 할 즈음 선수 출신 해설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명색이 감독 출신인 내가 뒤떨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부끄럽지 않으려고 정말 공부 많이 했다”고 했다. 2010년부터 2014년 초까지 해설을 할 때는 경기에 녹아들려 애썼다. 양 감독은 “어떤 상황이 벌어질 때 ‘내가 감독이라면…’이라고 생각하면서 연구를 했다. 오전엔 메이저리그를 보고, 저녁엔 한국 프로야구를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고 했다. 야구에 대한 열정과 공부. 어디서 많은 들어본 소리다. 바로 ‘야신’ 김성근 한화 감독의 트레이드마크다. 김 감독이 2013년 쓴 ‘리더는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라는 책에는 양 감독에 대한 대목이 나온다. 김 감독은 “2002년 LG 감독 시절 투수 쪽은 양상문에게 맡겼다. 아마 내가 LG에서 2~3년 더하고 그만뒀으면 양상문에게 감독을 줬을 것이다. 그 정도로 양상문을 믿었고 처음부터 그를 제대로 된 리더로 키우고 싶었다”고 썼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인연도 돌고 돌아 양 감독은 지난해 중반 LG를 맡아 꼴찌이던 팀을 4강으로 이끌었다. 끊임없이 공부하는 양 감독의 LG 야구가 올해는 또 어떤 모습일지 기대된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일본 프로야구 한신의 ‘수호신’ 오승환(33·사진)은 한결같은 선수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대스타임에도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 별로 없다. 항상 겸손하고 어디서나 자신을 낮출 줄 안다. 일본 진출 첫해인 지난해 2승 4패, 39세이브, 평균자책점 1.76의 빼어난 성적으로 센트럴리그 구원왕을 차지한 뒤에도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얼마 전 한 지상파 방송의 예능 프로그램에 한 차례 얼굴을 비췄을 뿐 좀처럼 대외 활동도 하지 않는다. 오승환은 지난해 말 괌으로 개인 훈련을 떠났다. 괌 개인 캠프는 한국 프로야구 삼성에 몸담았을 때부터 해오던 일이다. 하지만 그는 조용한 가운데 남다른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6일 일본 산케이스포츠에 따르면 한신의 젊은 투수 3명이 5일 후쿠오카 공항을 통해 괌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가네다 가즈유키(25), 이와모토 아키라(23), 나카타니 마사히로(22) 등 20대 초중반인 이들은 괌에서 오승환과 함께 훈련한다. 이 신문은 오승환의 별명인 ‘돌부처’란 단어를 사용해 ‘돌부처 학원’이 괌에 문을 열었다는 표현을 썼다. 지난해 5승 1패를 거두며 불펜에서 활약한 가네다는 “‘수호신’과 가까이 지내면서 도약의 계기로 삼으려 한다”는 각오를 밝혔다. 전 소속팀 삼성 역시 오승환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삼성 선수단은 16일 괌으로 1차 전지훈련을 떠난다. 이때 오승환은 삼성 선수단에 합류해 2월 1일 팀 스프링캠프(일본 오키나와)가 시작될 때까지 삼성 선수들과 함께 훈련할 계획이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오승환이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어린 투수들에게는 큰 공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승환의 소속팀 한신은 벌써부터 ‘포스트 오승환’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스포츠닛폰은 6일 자에서 한신 고위 관계자가 마무리 후보를 찾기 위해 9일 쿠바로 떠날 예정이라고 전했다. 올해로 한신과 계약이 끝나는 오승환은 시즌 후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가능성이 있다. 한신 관계자는 “오승환을 팀에 잔류시키는 게 최우선이다. 하지만 혹시 모를 공백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일본 프로야구 한신의 ‘수호신’ 오승환(33)은 한결같은 선수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대 스타임에도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 별로 없다. 항상 겸손하고, 어디서나 자신을 낮출 줄 안다. 일본 진출 첫 해인 지난해 2승 4패, 39세이브, 평균자책점 1.76의 빼어난 성적으로 센트럴리그 구원왕을 차지한 뒤에도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얼마 전 한 지상파 방송의 예능 프로그램에 한 차례 얼굴을 비췄을 뿐 좀처럼 대외 활동도 하지 않는다. 오승환은 지난 연말 괌으로 개인 훈련을 떠났다. 괌 개인 캠프는 한국 프로야구 삼성에 몸담았을 때부터 해오던 일이다. 하지만 그는 조용한 가운데 남다른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6일 일본 산케이 스포츠에 따르면 한신의 젊은 투수들 3명이 5일 후쿠오카 공항을 통해 괌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가네다 가즈유키(25), 이와모토 아키라(23), 나카타니 마사히로(22) 등 20대 초중반인 이들은 괌에서 오승환과 함께 훈련을 한다. 이 신문은 오승환의 별명인 ‘돌부처’란 단어를 사용해 ‘돌부처 학원’이 괌에 문을 열었다는 표현을 썼다. 지난해 5승 1패를 거두며 불펜에서 활약한 가네다는 “‘수호신’과 가까이 지내면서 도약의 계기를 삼으려 한다”는 각오를 밝혔다. 전 소속팀 삼성 역시 오승환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삼성 선수단은 16일 괌으로 1차 전지훈련을 떠난다. 이 때 오승환은 삼성 선수단에 합류해 2월 1일 팀 스프링캠프(일본 오키나와)가 시작될 때까지 삼성 선수들과 함께 훈련할 계획이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오승환이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어린 투수들에게는 큰 공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승환의 소속팀 한신은 벌써부터 ‘포스트 오승환’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스포츠닛폰은 6일자에서 한신 고위 관계자가 마무리 후보를 찾기 위해 9일 쿠바로 떠날 예정이라고 전했다. 올해로 한신과 계약이 끝나는 오승환은 시즌 후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가능성이 있다. 한신 관계자는 “오승환을 팀에 잔류시키는 게 최우선이다. 하지만 혹시 모를 공백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1년 후 일이긴 하지만 김현수는 장원준보다는 더 줘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니까요.” 지난해 말 자유계약선수(FA) 투수 최대어인 장원준을 4년간 84억 원에 데려온 뒤 두산 고위 관계자가 했던 말이다. 두산이 김현수(27·사진)에 매긴 가치를 확인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두산은 5일 김현수와 연봉 7억5000만 원에 재계약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연봉 4억5000만 원에서 3억 원(66.7%)이나 오른 금액이다. 김현수가 올해 받게 되는 7억5000만 원은 FA 선수나 해외에서 돌아온 선수를 제외하고는 역대 최고 연봉이다. 이전까지는 박병호(넥센)와 최정(SK) 등이 기록한 7억 원이었다. 두산은 에이스 니퍼트와도 올해 외국인 선수 가운데 최고 몸값인 150만 달러(약 17억 원)에 계약했다. 두산은 이날 김현수에게 화끈한 대접을 해주면서 올 시즌 후 FA 자격을 얻는 그를 잡겠다는 의지도 확실히 드러냈다. 현재 분위기라면 지난해 말 SK 최정이 기록한 FA 최고 몸값(4년간 86억 원) 경신도 유력해 보인다. 2006년 신고 선수로 두산에 입단한 김현수는 이듬해부터 주전으로 도약했고 이후 팀의 중심 타자로 활약해 왔다. 지난해에도 타율 0.322에 17홈런, 90타점을 기록했다. 9년간 통산 타율도 0.317에 이른다. 김현수는 “구단에서 신경을 많이 써주신 점에 대해 감사하다. 지난해 팀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해 무척 아쉬웠는데 올 시즌에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야구는 투수가 공을 던져야 시작된다. 많은 투수들이 이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는 투수 관점에서 본 야구다. 포수의 시선에서 보자면 야구는 포수가 투수에게 사인을 보내면서 시작된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지만 그 투수들의 공을 받고 컨트롤하는 건 포수다. 현역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인 클레이턴 커쇼(LA 다저스)는 지난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한 뒤 “내가 큰 상을 받은 데는 포수 A.J 엘리스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고 말했다. 다저스는 사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엘리스를 방출하려 했다. 그를 대체할 주전 포수로 야스마니 그란달도 샌디에이고에서 데려왔다. 하지만 커쇼가 구단에 엘리스의 잔류를 강력히 요청했다. 최근 4년간 3차례나 사이영상을 받은 슈퍼 에이스의 요청을 어느 팀이 거절하겠는가. 다저스는 엘리스와 재계약하기로 했고, 엘리스는 커쇼의 전담 포수로 올해에도 다저스 유니폼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제10구단 KT의 1군 참여로 팀당 144경기를 치르게 된 올해 한국 프로야구의 화두 역시 포수다. 주전 포수는 물론이고 백업 포수가 강한 팀이 정말 강한 팀이다. 포수는 야구의 포지션을 통틀어 체력 소모가 가장 심하다. 팀당 128경기를 치른 지난해만 해도 전 팀을 통틀어 정규 타석을 채운 포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SK 포수 이재원이 120경기에 출전하며 타율 0.337을 기록하긴 했지만 그가 포수 마스크를 쓴 것은 교체 출장을 포함해도 61경기밖에 되지 않는다. 이동일(월요일)을 제외한 휴식일이 없어지고 경기 수가 대폭 늘어난 올해는 포수들이 더욱 힘든 시즌을 보낼 수밖에 없다. 수도권 구단의 한 배터리 코치는 “주전 포수가 전 경기를 모두 출전하는 게 가장 좋긴 하다. 현실적으로 그게 어렵다면 일주일 6경기 가운데 4.5경기를 주전 포수가, 나머지 1.5경기를 백업 포수가 맡는 게 이상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예민한 투수일수록 마음에 맞는 포수를 붙여주는 게 좋다. 포수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 역시 투수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박찬호는 LA 다저스에서 뛸 때 전담포수 채드 크루터와 찰떡궁합을 과시했다. 지난해 삼성에서도 배영수(현 한화)나 마무리 투수 임창용이 등판할 때면 주전 포수 이지영 대신 신예 이흥련이 마스크를 썼다. 주전 못지않은 ‘제2 포수’를 보유한 팀으로는 삼성 외에도 롯데, 두산, SK, 넥센 등을 꼽을 수 있다. 롯데는 주전 강민호에 백업 장성우가 있고, 두산은 주전 양의지를 받칠 백업 포수로 최재훈이 버티고 있다. 넥센 역시 주전으로 성장한 박동원에 허도환이라는 훌륭한 백업 포수를 보유하고 있다. SK 역시 정상호와 이재원 둘 중 누구에게 주전 마스크를 씌워도 무방하다. 이에 비해 LG와 KIA, KT 등은 각각 1번 포수와 2번 포수의 격차가 큰 편이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