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같은 듯 달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5년부터 매달 경제 관료들과 기업 총수들을 청와대로 불러 어떻게 하면 수출을 통해 경제발전을 이룰 것인지 연구했다. ‘수출진흥위원회’라는 이름의 이 회의를 1일 박근혜 대통령은 34년 만에 ‘무역투자진흥회의’로 다시 탄생시켰다. ‘수출’이 수출입을 통칭하는 ‘무역’으로 바뀌고, 이전에 없던 ‘투자’가 회의명에 새롭게 들어갔다. 이름만 달라진 게 아니다. 이날 박 대통령에게 보고된 ‘첫 회의 1호 안건’은 ‘수출 중소·중견기업 지원 방안’이었다. 과거 정부가 50년 가까이 펴 온 대기업 위주의 수출 진흥책에서 탈피해 ‘신(新)무역 정책 방향’을 제시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여기에는 그동안의 양적(量的) 성장 전략만으로는 무역의 외형이 아무리 커져도 정작 사회 양극화 해소, 일자리 창출 등 서민 경제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는 반성이 깔려 있다. 지난해 한국의 무역 규모가 2년 연속 1조 달러를 돌파하고 세계 순위도 8위로 올라섰지만 일반 국민이 살림살이에서 느끼는 체감 효과는 미미했다는 것이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가 보고한 수출기업 지원 방안에도 ‘수출 개미군단’을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포함됐다. 한국의 전체 중소기업 312만 곳 중 수출 기업은 불과 2.8%인 8만6000여 곳. 그나마 이 가운데 대부분(7만1000곳)은 연간 수출액이 100만 달러가 채 되지 않는 ‘수출 초보 기업’이다. 정부는 이들 중 상당수를 금융 지원 확대와 가업상속 지원, 각종 행정규제(손톱 밑 가시) 완화 등을 통해 ‘강소(强小) 수출기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날 회의는 글로벌 경기침체와 엔화 약세,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대외 환경의 악화가 이미 국내 기업들의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위기의식 속에서 진행됐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4월 수출 실적이 사실상 정체 상태를 보였다”는 산업부의 발표가 있었다. 이어 ‘2호 안건’인 ‘투자 활성화 대책’에서는 각종 규제를 완화해 ‘12조 원+α(알파)’의 신규 투자를 일으킨다는 계획이 담겼다. 또 ‘고용 없는 성장’의 한계에 부닥친 제조업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서비스 규제의 ‘가시’를 뽑는 방식으로 ‘창조경제’의 동력을 키우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날 정부는 호텔 업종에 ‘메디텔’을 새로 추가해 대형 병원이 의료관광객용 숙박시설을 지어 운영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이 밖에 의사와 환자 간의 원격 의료를 허용하는 등 기존 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을 이용한 일자리 창출에도 힘을 쏟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무역과 투자 진흥은 특정 부처나 정파를 넘어 국민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할 국가적 과제”라며 “기업들이 규제가 없어야 하는 이유를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왜 규제를 유지해야 하는지 책임을 지는 체제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분기마다 열릴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앞으로도 직접 주재할 계획이다.세종=유재동 기자·이재명 기자 jarrett@donga.com}

매년 수십조 원씩 증가하는 공공기관 부채는 한국 경제의 최대 ‘시한폭탄’이다. 대형 국책사업 등으로 정부가 공공부문에 ‘폭탄 돌리기’를 한 것도 문제지만 빚더미 위에 앉아 있으면서도 ‘철밥통’을 지키려는 공기업들의 방만 경영은 문제를 더욱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기업들의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지 않으면 결국 미래 세대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빚잔치로 철밥통 지키는 공공기업 역대 정부들은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강화하는 등 공기업들의 경영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들을 내놨지만 임직원들의 ‘성과급 잔치’ 등 방만 경영은 계속돼 왔다. 실제로 지난해 기획재정부는 경영평가에서 하위권인 D등급 이하를 받은 공기업들에 대해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D등급 이하 공공기관 14곳 중 9곳이 정부 방침을 어기고 성과급을 지급한 사실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부채가 급증하고 있는데도 직원들의 연봉이나 성과급을 올려준 공기업도 많았다. 부채비율이 100%를 넘어서는 공기업 13곳 가운데 지난해 직원들의 연봉을 올려준 곳은 9곳이나 됐다. 또 최근 감사원이 금융공기업의 경영실태를 조사한 결과 한 공기업은 직원들에게 임차보증금으로 119억 원을 무상 지급하는 등 과도한 특혜를 주다 적발되기도 했다. 적자경영으로 부채가 늘어나는데도 방만 경영 관행이 끊이지 않는 것은 공기업의 성격상 경영부실의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전문성과 관련 없이 정권과의 친분관계로 공기업 사장이나 임원에 임명되는 낙하산 인사가 계속되다 보니 기관장들이 경영 합리화나 자구 노력을 등한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석권 한양대 교수(경영학)는 “낙하산으로 임명된 경영자는 안팎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해 방만 경영을 끊지 못한다”며 “감사나 경영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획기적인 제도가 마련되지 않으면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라고 말했다.○ “이번 정부에서 어느 정도 털고 가야” 정부와 정치권이 국가재정으로 하기 힘든 무리한 정책사업 등을 공기업에 떠넘긴 것은 지난해 공공기관들의 부채가 크게 증가한 주된 원인 중 하나다. 공공기관 중 가장 부채가 많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011년 9조 원의 빚이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 7조6000억 원의 빚이 추가로 생겨 전체 부채가 138조1000억 원으로 불었다. LH는 보금자리주택, 임대주택, 혁신도시 등 다양한 중장기 국책사업에 동원되면서 부채가 누적됐다. 한국수자원공사도 4대강 살리기, 아라뱃길 사업의 대부분을 채권 발행과 차입을 통해 조달하면서 부채가 2010년 8조1000억 원에서 2012년 13조8000억 원으로 급증했다. 대형 공기업들의 빚이 불어나면서 재무구조도 눈에 띄게 악화됐다. 부채를 자본으로 나눈 부채비율은 한전이 2012년 186.2%로 2011년 153.6%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가스공사(347.7%→385.4%)와 광물자원공사(150.8%→177.1%), 코레일(154.3%→244.2%) 등도 이 비율이 올라가 28개 전체 공기업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208.5%에 이르렀다. 공공기관의 부채는 당장은 국가 재정건전성의 악화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갚아야 할 빚이라는 점에서 국민경제에 부담이 된다. 최악의 상황에서는 결국 국가가 이 빚을 떠안아야 하고, 국민의 세금으로 빚을 갚아야 하기 때문에 국가부채나 다름이 없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는 “현재의 공공부채 수준을 그대로 뒀다가는 나중에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국민에게 솔직히 문제를 고백하고 각종 공공요금을 현실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털 것은 털고 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세종=유재동 기자·문병기 기자 jarrett@donga.com}

한국가스안전공사는 ‘글로벌 가스안전 최고 전문기관’을 비전으로 설정하고 ‘가스사고 인명 피해율 50% 감축’, ‘국민 안전의식 50% 향상’ 등을 주요 경영목표로 중장기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현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국민안전’을 실천하기 위해 △대응중심보다는 예방중심의 선제적 안전관리 △가스안전을 위한 홍보·교육 강화 △가스안전기술 연구개발(R&D)을 통한 국민생활 안전 등을 올해 중점사업으로 설정했다. 가스안전공사는 우선 예방중심의 가스안전관리를 위해 예방 종합대책인 ‘국민행복 가스안전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100대 과제를 설정했다. 일산화탄소 중독 등 가스사고 사망자가 많이 발생하는 분야를 집중 관리하고 가스시설과 제품에 대한 법정 검사를 철저히 수행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특히 전국 2700여 개 독성 가스시설의 사고예방을 위해 특별 안전점검도 6월까지 실시한다. 공사 직원 100여 명이 투입돼 제조충전시설 900여 곳, 저장판매시설 1100여 곳 등에 대한 점검이 일제히 이뤄진다. 또 액화천연가스(LPG) 및 정유·석유화학 등 대형 시설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석유화학 시설에 대한 점검 대상은 최근 5년 이내 사고발생 시설, 정기보수 대상시설 및 노후시설 등이다. 점검결과에 따라 공사는 예방대책을 제시하고 정기보수업체에 대한 안전캠페인도 진행할 예정이다. 서민층에 대한 지원 대책으로는 LPG 연료를 사용하는 홀몸노인, 중증장애인, 소년소녀가장, 한부모가정 등 전국 약 8만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가스시설 무료 개선사업’이 있다. 총 164억 원을 투입해 이들 가정이 사용하는 가스시설의 고무호스를 안전한 금속배관으로 교체하고 안전장치도 설치해주는 사업이다. 가스안전공사는 “2011년부터 시행한 이 사업으로 서민층의 가스사고가 10% 이상 줄었고 가스 산업 분야의 신규 고용창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LPG 사고의 감축을 위한 별도의 안전관리종합대책도 추진되고 있다. 가스안전공사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발생한 전체 가스사고 739건 가운데 LPG 관련사고가 72.4%를 차지했다. 이번 대책 주요 내용에는 가스 누출 또는 지진이 발생했을 때 자동으로 가스 공급이 차단되는 ‘지능형 안전장치’의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일본은 이 안전장치를 전국적으로 보급해 10년 만에 LPG 사고 사망자 수를 10분의 1로 줄이는 등 큰 성공을 거둔 바 있다. 공사는 국민의 안전의식 확산을 위한 홍보와 교육 사업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가스사고의 40% 이상은 가스 사용자와 공급자의 취급 부주의에서 비롯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공사 측은 각종 사고 관련 통계를 기초로 사용자의 안전의식이 취약한 분야에 대한 홍보를 중점적으로 펼치고 안전교육을 강화할 계획이다. 공사는 가스안전 분야의 연구개발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우선 각각 2014년과 2015년을 목표로 ‘고압기기 종합시험평가센터’, ‘에너지안전실증연구센터’의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또 국내외 전문기관과 기술개발 협력, 정보교류도 꾸준히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런 노력들의 결과로 가스안전공사는 올 4월 소방방재청이 주관하는 2013년 정부 재난관리평가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한국중부발전은 지난해 3월 큰 홍역을 치렀다. 충남 보령시 보령화력발전소에서 대형 화재와 구조물 붕괴 사고가 연이어 터졌고, 이로 인해 결국 최고경영자(CEO)도 교체됐다. 중부발전은 이 사고를 뼈아픈 반성의 계기로 삼았다. 중부발전은 우선 안전을 위한 조직 및 사업 예산을 대폭 확대했다. 안전조직은 ‘팀 단위’에서 ‘처 단위’로 격상했고 전담인력 26명을 충원했다. 또 이 가운데 10명은 ‘현장전담안전관리자’로 임명했다. 인천화력, 서울화력, 서천화력 등에 많은 노후설비를 갖고 있는 중부발전은 현장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안전관리 예산을 지난해 126억 원에서 올해 347억 원으로 확대 편성했다. 또 안전취약설비 개선사업을 위해 올해 약 4000억 원을 별도로 책정했다. CEO도 안전을 위한 확고한 의지를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최평락 사장은 ‘신(新)안전문화’의 정착을 위해 ‘글로벌 안전문화지수(ISRS-Culture)’를 도입했다. 회사의 안전문화 수준을 진단하고 부족한 부분은 직원 스스로 참여해 이를 개선하는 체계다. 2020년까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수준으로 안전지수를 끌어올린다는 것이 목표다. 중부발전은 참여와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안전문화를 이루기 위해 매월 CEO의 ‘안전메시지’를 담은 동영상 자료를 제작해 사내방송을 통해 전파하고 있다. 올 3월에는 ‘사내 특별안전의 날’을 선포하고 사업장별로 안전교육과 위험설비 정밀점검, 안전사고 사진 전시회, 안전보건 캠페인 등을 진행했다. 최 사장은 3월 초 보령화력을 시작으로 5월까지 5개 사업장을 방문해 현장의 안전관리 실태를 직접 챙기고 있다. 또 최근 잇단 유독물 누출사고로 인해 국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여러 가지 개선과제를 도출했다. 그중 하나로 발전소 현장에서 연간 11t 씩 사용해오던 특정 발암의심물질을 인체에 무해한 물질로 모두 대체했다. 연 5500t을 쓰는 암모니아 등을 안전한 화합물 ‘우레아’로 바꾸기 위한 계획 역시 추진 중이다. 이 밖에도 추락, 폭발 위험이 있는 현장 294곳에 대한 개선 조치를 했고 소방방재설비 전문기관과 함께 안전진단을 벌여 약 900건의 취약사례를 발굴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안전에 대한 사내 교육도 늘리고 있다. 중부발전은 지난해 630명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진행했고 올해는 사내 인력개발원을 상설 안전교육장으로 활용해 1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전기 및 가스설비 안전교육을 할 예정이다. 중부발전은 중소기업과 사회적 약자의 안전을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보령화력 등 5개 사업소는 중소기업의 안전보건환경을 개선하고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안전보건 공생협력 프로그램’(고용노동부 주관)을 도입해 추진 중이다. 또 ‘안전경영체계 구축 지원사업’의 수혜 기업을 2011년 2곳에서 2012년 10곳으로 늘렸고 올해는 20개로 더 확대할 계획이다. 올 4월에는 발전소 인근 지역의 서민 가정을 초청해 전기·가스 시설 안전점검, 노후 시설 교체 등을 해주는 행사를 벌였다. 이 같은 중부발전의 안전관리 노력은 조금씩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8월 서울화력은 30년간 사업장에서 단 한 건의 재해도 발생하지 않는 ‘무재해 기록’을 세워 산업안전공단에서 인증서를 받았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정부가 올해 주요 교복업체의 하복(夏服) 가격 상승률을 3% 이내로 유도하기로 했다. 원가 분석을 통해 지방 공공요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정부는 26일 추경호 기획재정부 차관 주재로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물가 안정화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올해 교복 구매가격 상승률이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2.2% 범위 내에서 형성되도록 각 학교에 협조를 당부했다. 개별 구매보다 20% 정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공동·일괄구매를 권장하고 공동구매를 할 때에는 가급적 최저가 업체를 선정해줄 것도 권고했다. 정부는 그동안 업계의 자율적 가격 안정 노력을 유도해 올해 주요 교복업체 4개사 중 3개사의 하복 가격 상승률을 2∼3%로 안정화시켰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또 상·하수도, 시내버스, 택시, 전철, 도시가스, 쓰레기봉투 등 지방 공공요금에 대한 원가 분석에도 나서기로 했다. 세종=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한국의 노동생산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하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생산성본부가 한국 등 OECD 회원국 자료를 비교분석한 결과 2011년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6만2185달러로 34개국 중 23위였다. 노동생산성은 구매력평가지수(PPP)를 적용한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그 나라의 취업자 수로 나눈 값이다.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OECD 평균의 79.9%, 미국의 60.6%, 일본의 86.6% 수준이었다. 특히 한국은 제조업에 비해 서비스업의 노동생산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기준 한국 제조업의 노동생산성은 9만7382달러로 비교대상 OECD 19개 회원국 중 2위였지만 서비스업은 4만5602달러에 불과해 비교대상 22개국 중 20위에 머물렀다. GDP를 총 노동시간으로 나눈 ‘시간당 노동생산성’도 한국은 2011년에 29.75달러로 OECD 회원국 중 28위에 그쳤다. 시간당 노동생산성이 낮은 것은 한국 취업자의 연간 근로시간이 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길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아직 낮은 수준이지만 연간 증가율이 높아 앞으로 선진국과의 격차를 줄여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가계의 채무상환능력을 보여주는 ‘개인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지난해에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가계부채(가계신용)는 959조3922억 원으로 1년 전보다 5.2% 늘었다. 그러나 개인 가처분소득은 707조3314억 원으로 전년보다 4.2% 늘어나는 데 그쳐 지난해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36%로 높아졌다. 벌어들이는 돈을 모두 빚 갚는 데 써도 36%가 여전히 부채로 남아있다는 뜻이다. 이는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03년 107%에서 이듬해인 2004년 103%로 떨어졌지만 이후 8년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기간(2005∼2012년) 매년 가계부채 증가율이 가처분소득 증가율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당초 한은은 지난해 10월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가계부채 증가세가 다소 둔화되면서 2012년 6월 말 현재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전년보다 다소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한 각종 세제혜택을 도입하고 저금리 기조도 지속되면서 은행의 부동산담보대출 등 가계신용이 생각보다 크게 늘었다. 대출이 늘어난 것과 달리 가계소득은 작년 3, 4분기에 정체국면에 빠져 들었다. 가계부채 문제 악화가 향후 정부, 한은 등의 행보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가계부채는 금리가 낮을수록 더 빨리 증가하기 때문에 향후 한은이 경기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내리고 싶어도 실행하기 쉽지 않게 됐다는 지적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가계부채는 경제성장을 통해 가계소득을 늘리면 자연스럽게 해결되지만 지금은 워낙 성장세가 약한 것이 문제”라며 “최근 발표된 부동산대책도 가계부채를 늘릴 소지가 있는 만큼 전체 규모를 잘 관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최근 국회 업무보고 등을 통해 “정부 부채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가계부채는 (버틸 수 있는) 한계에 직면했다”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가 소득보다 빠르고 질적으로도 악화하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 총수 일가의 사익(私益) 편취 행위를 막기 위해 새로운 규제 장치를 만들기로 했다. 그동안 사회적 논란이 돼 온 경영권의 ‘편법 세습’이나 기존 법령으로는 처벌이 불가능했던 종류의 일감 몰아주기를 현행법을 개정해 엄단하겠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24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 같은 내용의 업무계획을 보고했다.○ 총수 개인에 대한 지원도 처벌 공정위는 우선 현행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부당하게 특혜성 거래를 통해 총수 일가에게 경제상 이익을 주는 행위’를 규제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1999년 삼성SDS 주식 헐값 배정 사건’처럼 총수 일가 개인에 대해 계열사가 지원하는 것도 제재할 수 있게 된다. 당시 삼성SDS는 230억 원 상당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해 총수 자녀에게 시장가격보다 싼값에 넘겼다. 이에 대해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2004년 대법원은 “공정거래를 저해하지 않아 현행법상 부당지원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또 공정위는 특정 업무를 총수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에 몰아주는 행위도 예외 없이 제재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광고대행업무 등의 일감 몰아주기는 ‘정상가격’을 계산하기 어려워 처벌이 불가능했다. 이 밖에 부당 내부거래를 주도하는 지원주체뿐 아니라 혜택을 본 계열사에도 과징금을 부과하는 ‘쌍벌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다만 공정위는 재계 등에서 과잉 규제라고 비판해온 일부 항목에 대해서는 한발 물러섰다. 우선 계열사 간 거래의 부당성을 공정위가 입증해야 한다는 점을 법조문에 명시하기로 했다. 국회가 논의 중인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는 공정위가 아닌 해당 기업에 입증 책임을 묻는 부분이 들어가 논란이 됐었다. 또 ‘총수 일가 지분이 30% 이상이면 부당거래에 총수가 관여한 것으로 추정한다’는 내용도 삭제하기로 했다. ○ 박 대통령, “과잉 규제는 자제해야” 박 대통령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경제민주화에 대한 종합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날 박 대통령의 발언은 기본원칙부터 특정 산업에 대한 구체적인 부분까지 망라돼 청와대 내에선 ‘경제민주화 구상의 총결산’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박 대통령은 공정위에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어렵게 하거나 과도한 부담을 초래하지 않도록 균형감각을 갖고 국회 심의 과정에서 세심하게 제도를 설계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광고산업에 대해서는 “광고야말로 중소기업이 좋은 아이디어만으로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분야인데 매출 상위 10위까지 거의 대기업 계열사들이 차지하고 있다”며 “창의성과 혁신역량이 무기인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공정 경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이번에 꼭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재동·장원재 기자 jarrett@donga.com}
산업계는 법에 명문화된 규제가 문제가 아니라 정치권이나 노동계, 지방자치단체, 각종 이익단체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압력이 투자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각종 규제조항과 ‘정서법’이 뒤섞인 ‘덩어리 규제’의 부작용을 놓고 일각에서는 “손톱 밑 가시가 아니라 목구멍 가시가 문제”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대한항공이 서울 경복궁 옆에 7성급 호텔을 지으려다 사업계획이 무기한 보류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대한항공은 2008년 종로구 송현동의 땅을 사들여 이 터에 최고급 한옥식 호텔을 지으려 했다. 하지만 ‘학교 주변 200m 안에는 관광숙박시설을 세울 수 없다’는 관광진흥법의 규정에 가로막혀 건설은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지난해 9월에야 기업투자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이 규제를 풀어주기로 했다. 유흥주점, 도박장 같은 시설만 두지 않으면 학교 주변에도 호텔 신축이 가능하도록 법을 바꾼 것이다. 하지만 이 법률 개정안은 야당 등의 반대에 막혀 여전히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계류돼 있다. 정부 규제의 걸림돌을 힘들게 넘었더니 다시 정치권이라는 ‘높은 산’에 부딪힌 셈이다. 장벽은 또 있다. 설령 국회에서 법이 통과되더라도 대한항공은 호텔 신축을 위해 건축 인허가권을 가진 서울시의 허가를 따로 받아야 한다.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관광산업 투자가 첩첩이 쌓인 ‘규제의 사슬’에 막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규제가 아닌 이익단체의 반대로 기업들이 사업을 접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동부그룹 계열사 동부팜한농은 최근 경기도에 초대형 유리온실을 지어 토마토를 재배하려 했다가 “대기업이 농사까지 지으려 한다”는 농민단체의 저항에 부딪혀 결국 지난달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동부그룹 측이 “국내 시장에는 절대 여기서 키운 농작물을 유통하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했지만 농민단체 등의 거센 압박에 속수무책이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경제위기 상황에 정작 어렵게 투자 결정을 해도 참견하는 시어머니가 한둘이 아니다”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경기회복과 기업의 투자 확대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정부는 다음 달 중 대규모 투자활성화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이번 대책에 △수도권 공장 신·증설 등 입지규제 완화 △중소기업의 노후설비 투자에 대한 지원 △각종 세제 지원 및 정책자금 지원 방안 등이 폭넓게 담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재부는 이와 별도로 5월 말에 서비스 산업의 규제 완화 방안도 발표할 예정이다.세종=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올해 세수(稅收)가 정부 예상보다 36조 원 덜 걷힐 것이라는 국회의 분석이 나왔다. 이에 따라 최악의 경우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해 올해 안에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야 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2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3 회계연도 추가경정예산안 검토보고’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올 들어 3월까지 국세 수납액은 47조424억 원으로, 최근 5년간 평균 1분기(1∼3월) 세수 진도비율(연간 세수 중 27.0%)에 따라 계산하면 올해 세수 예상액은 174조2311억 원으로 추정됐다. 이는 지난주 정부가 추경안을 통해 발표한 국세 세입예산(210조3981억 원)보다 36조1670억 원 부족한 것이다. 보고서는 “2분기(4∼6월) 이후 민간소비가 늘어나 부가가치세 등 간접세 세수가 크게 오르지 않는 이상 국세 수납액이 정부 예상에 미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세종=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재계의 저승사자’로 불리며 대기업 조사를 전담했던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국이 폐지된 지 8년 만에 ‘기업집단국’이라는 명칭으로 부활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22일 “경제민주화 정책을 지원하기 위해 공정위 내부에 대기업 전담조직을 만들기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자산 5조 원 이상인 대기업집단(그룹) 62곳이 신설 조직의 주요 타깃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대래 공정위원장도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현행 조직과 인력으로는 대기업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등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조사국, 2005년에 없어져 기업집단국의 전신(前身)인 공정위 조사국은 1992년 생겼으며 산하에 3개 과를 뒀다. 당시 국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형 불공정 거래나 다른 일반 부서가 벌이기 힘든 대규모 기획, 직권조사를 주로 맡았기 때문에 ‘대기업 전담부서’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조사국은 공정위 내부적으로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경찰청 특수수사과와 위상이 비슷했다. 2005년 조사국이 폐지된 것도 대기업을 지나치게 압박한다는 경제계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었다. 신설되는 기업집단국의 가장 시급한 업무는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 내부거래에 대한 조사와 처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대기업들이 △순환출자 규제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규제 △지주회사 규제 등 지배구조와 관련된 정부의 규제를 지키는지를 점검하는 역할도 수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추진되는 기업집단국은 예전 조사국보다 강력한 조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기업 조사 업무에 재벌 관련 정책기능까지 수행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대규모 기업집단의 지정·관리, 지주회사 규제 등 재벌 정책은 경쟁정책국이, 조사는 시장감시국과 카르텔조사국이 각각 맡고 있다. 공정위는 기업집단국에 정예인력 30∼40명을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업집단국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정부 내에서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공정위 전체 인력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서는 견해가 다소 엇갈린다. 공정위는 “경제민주화 정책으로 업무량이 크게 늘어난 만큼 전체 인력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청와대와 안전행정부는 “정원 내에서 기존 인력을 재배치하는 방안을 최대한 검토하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민주화 바람 틈타 몸집 불리려는 의도” 정치권과 재계에서는 “대기업 전담조직이 부활하면 대기업의 부당 내부거래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과 “안 그래도 경제민주화가 과도하게 추진되는 상황에서 기업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맞서는 모양새다. 재계 일각에서는 “언제는 투자를 열심히 하라고 하더니 이제는 우리를 범죄집단 보듯이 한다”는 격앙된 반응도 나온다. 정부는 대기업 전담 부서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일단 한발 물러서는 분위기다. 공정위 고위 당국자는 “과거 조사국처럼 대대적으로 대기업의 비리를 파겠다는 것이 아니다”며 “경제민주화 공약의 유기적이고 효과적인 추진을 위해 부서 간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 안에서는 내부 인력을 총동원해도 찾아내기 어려울 정도로 대기업들의 불공정 행위가 은밀하고 교묘해지고 있지만 지금은 조사 기능이 부서마다 흩어져 있어 조사와 적발에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하지만 외부 평가는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경제민주화 바람을 틈타 공정위가 자신의 역할을 확대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공정위 조사국에 몸담았던 한 전직 고위 관료는 “공정위가 여러 차례 조직을 바꿨지만 명칭만 바꿨지 하는 기능은 항상 똑같았다”고 지적했다. 재계는 공정위에 기업집단국이 신설되면 대기업에 대해서만 과도한 감시가 이뤄질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특정 집단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조직을 만드는 것은 이미 의도가 있다는 뜻”이라며 “과속 단속을 하겠다며 에쿠스 이상 차량만 집중 단속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어떤 행위에 대한 규제를 할 때 특정 집단을 겨냥하는 것은 이치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장원재 기자·세종=유재동 기자·김용석 peacechaos@donga.com}
앞으로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이 기업의 노조처럼 별도의 동업자 단체를 통해 가맹본부와 협상할 권리를 갖게 된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22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이 담긴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편의점 치킨집 빵집 등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이 사업자단체를 결성해 본사와 각종 거래조건을 협의할 수 있는 권한이 보장된다. 가령 ‘○○치킨 가맹점주 모임’, ‘××제과 업주 협의회’가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가맹점주들이 공통으로 대처해야 할 사안이 발생했을 때 힘을 합쳐 본사와 협의할 길이 열리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정안은 또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점주가 사업자단체에 가입해 활동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줄 수 없도록 규정했다. 다만 사업자단체도 본사의 경영에 부당하게 간섭하는 행위는 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개정안은 또 업주의 질병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거나 심야시간 매출이 ‘현저하게 저조할 때’에는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24시간 영업을 강요할 수 없도록 했다. 이에 따라 외진 주택가 등 일부 편의점의 심야, 새벽 시간대 영업이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에는 프랜차이즈 가맹점 리뉴얼 비용을 가맹본부도 최대 40%까지 분담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법안소위는 이날 경제민주화 법안의 일환으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사실상 폐지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의결했다. 한편 국세청이 체납세액을 징수할 목적으로 금융정보분석원(FIU)에 현금 거래정보를 요구할 때 FIU가 관련 자료를 의무적으로 제공토록 하는 ‘특정 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이날 정무위 소위를 통과했다. 세종=유재동 기자·홍수용 기자 jarrett@donga.com}

#1. 4월 1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대기업인 A사 마케팅부서 회의실. 팀장이 속사포처럼 지시사항을 쏟아냈다. 팀원들은 수첩에 받아 적기에 바빴다. 이 회사의 김모 대리(33)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려면 여러 의견이 쏟아져야 하는데 윗사람 의견에 토씨도 달 수 없는 분위기”라며 “침묵하는 게 상책”이라고 털어놨다. #2. 올해 8월 졸업을 앞둔 취업 준비생 양모 씨(23). 소위 명문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그는 학교 선배가 창업한 벤처회사에서 일하겠다는 뜻을 부모에게 밝혔다가 얼굴만 붉혔다. 양 씨의 부모는 “탄탄한 인생이 보장되는 대기업을 놔두고 굳이 어려운 길을 선택하려 하느냐”며 펄쩍 뛰었다. 결국 양 씨는 ‘대기업 입사 고시’ 준비를 하기로 했다. 박근혜정부가 ‘창조경제’를 내세우고 있지만 한국 사회의 경제·사회·문화 인프라가 창조경제의 걸림돌인 것으로 나타났다. ○ ‘시키는 대로’ 문화가 창의력 막아 21일 동아일보와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젊은이들이 창조적 역량을 계발하지 못하는 이유는 ‘입시 위주의 교육 문화’(51.7%)와 ‘장기적 취업난으로 인해 도전에 소극적인 문화’(26.7%), ‘상명하복의 기업문화’(12.0%) 순으로 많았다. 전문가들은 획일화된 여건이나 제도에서 창조경제의 성장 동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장우 경북대 교수(경영학)는 “창의력은 문제 해결 과정에서 길러지지만 한국은 정답을 맞히는 요령을 기르는 교육 체계“라고 꼬집었다. 이는 이스라엘이 ‘후츠파 정신(대담함)’에 힘입어 창조경제를 꽃피우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스라엘에선 상명하복의 대명사인 군대에서조차 ‘계급장을 떼고’ 자기 의견을 밝히는 문화가 당연시되고 있다. ○ 도전보다 안전 권하는 사회 벤처 기피 문화는 각종 통계로도 나타난다. 2012년 벤처기업 실태조사에서 20, 30대 창업은 2011년 19.5%로 2000년(54.5%)의 반 토막 미만으로 쪼그라들었다. 한 대학교수는 “미국에선 하버드대나 스탠퍼드대 등 상위권 대학 출신의 ‘엘리트 창업’이 적지 않지만 한국은 사회 전체가 젊은이들의 창업을 말리는 분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는 실패를 용인하지 못하는 문화와 무관치 않다. 응답자 중 90.3%는 ‘벤처에 성공하려면 적어도 세 차례 이상 실패해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응답자의 74.6%는 ‘벤처에 실패한 후 재기하는 게 어렵다’고 답했다. 벤처 창업이 쉽지 않은 풍토도 창조경제의 기를 꺾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이 벤처 창업에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중 46.6%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이들은 벤처 창업이 어려운 이유로 ‘담보 대출 위주의 금융제도’(41.4%)와 ‘인수합병(M&A) 규제’(28.7%)를 꼽았다. 금융계 관계자는 “투자손실이나 부실대출에 대한 금융당국 등의 빡빡한 잣대도 문제”라며 “벤처 투자는 10곳 중 한 곳만 대박이 나도 성공한 것인데 이 기관들은 실패한 아홉 곳의 책임을 묻는다”며 금융지원이 소극적인 이유를 설명했다. 또 한국은 M&A 규제가 심해 구글과 페이스북 등이 유망한 벤처기업을 거액에 인수하며 청년 창업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사례를 찾기 힘들다. ○ 창의적 아이디어 받아줄 시장 키워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있어도 사업화할 수 있는 생태계가 취약한 점도 문제로 꼽힌다. 장석인 산업연구원 산업경제연구센터 소장은 “대기업들은 필요한 물품이나 기술을 계열사에서 조달한다”며 “한국은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도전해볼 시장이 극히 좁다”고 말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정부가 특정 산업을 지원하고 보호하는 것보다 과감한 규제 완화 등으로 창조경제의 아이템을 소화할 만한 시장을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벤처에 해외 자본의 투자를 이끌어 내거나 벤처의 해외 진출을 육성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경영학)는 “구글 등 잘나가는 외국기업들은 이스라엘 벤처에 투자하며 판매처까지 마련해준다”며 “한국도 해외 교포들을 글로벌 창업의 지원군으로 활용할 만하다”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세종=유재동 기자 abc@donga.com}
주요 20개국(G20)은 회원국 간 조세 행정의 공조를 통해 기업들의 조세 회피와 역외 탈세 등에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2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들은 19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포함한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날 선언문에서 G20 회원국들은 “모든 금융당국(jurisdiction)이 ‘다자간 조세행정공조협약’에 가입하거나 가입 의사를 표명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조세행정공조협약은 국가 간 정보 공유와 징수 협조를 위해 맺는 협약으로 가입하면 금융정보를 자동으로 교환할 수 있다. 현재 43개국이 서명했으며 한국은 지난해 7월 가입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국제적인 탈세를 막기 위한 공조 노력을 강화한 것으로 우리의 지하경제 양성화 등 세원(稅源) 확보 노력이 국제적 추세와도 부합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G20은 일본 등 일부 선진국의 양적완화 정책이 세계경제 전반에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특히 G20은 ‘일본의 통화정책은 디플레이션을 타개하고 내수 확대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명시해 양적완화가 환율정책 목적으로 사용되면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G20은 “우리는 장기간 지속하는 양적완화에 따른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을 유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세종=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한국의 원양어선들이 불법으로 조업하다가 미국 정부의 제재를 받을 위기에 몰렸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관련법을 개정해 불법 원양어업에 대한 규제와 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11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최근 한국 등 10개국을 ‘불법어업(IUU) 자행국가’ 목록에 올렸다. IUU 자행국가로 등재되면 해당국 어선은 미국 항만에 진입할 수 없으며 수산물, 수산가공품 수출도 제한을 받을 수 있다. 다만 2년간 유예기간을 두기 때문에 이 기간에 법제도를 강화해 불법어업 행위를 규제하면 제재를 면할 수 있다.}

장기화되는 경기침체로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기피하면서 청년 고용률이 29년 2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실업난이 극심했던 외환위기 직후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통계청이 10일 발표한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층(15∼29세)의 고용률은 38.7%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4%포인트 떨어졌다. 1984년 1월(38.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청년 일자리 수도 감소세를 이어 갔다. 지난달 전체 취업자는 1년 전에 비해 24만9000명 늘었지만 15∼29세 청년 취업자는 같은 기간에 12만8000명 줄었다. 지난해 5월 이후 11개월째 감소한 것이다. 청년 고용률 저하로 전체 고용률(15∼64세)도 63.4%로 1년 전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박근혜정부는 임기 말까지 전체 고용률은 70%로, 청년 고용률은 47.7%로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청년 고용률이 낮아지는 이유로 경제성장 둔화, 노동시장의 경직성 등이 꼽혔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구조 변화로 성장세가 둔화될 때는 기존 취업자들이 일자리를 지키려는 경향이 강해져 사회에 새로 진출해야 하는 청년층이 타격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 당국자는 “당분간 큰 폭의 일자리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용률이란 15∼64세의 생산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 중 취업자의 비율을 뜻한다.세종=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이르면 내년부터 주요 대기업집단(그룹) 총수 및 최고경영자(CEO)의 연봉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또 앞으로 대기업이 부당하게 하청업체를 상대로 하도급 대금을 깎거나 발주를 취소하면 피해 금액의 최대 3배를 배상해야 한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9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과 ‘하도급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이 19대 국회에서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개정안이 본회의를 최종 통과하면 연봉 5억 원 이상인 그룹 총수들과 대기업 CEO, 감사 등의 연봉이 이르면 내년부터 공개된다. 대기업 계열사 200여 곳의 임원 600여 명이 적용 대상이다. 다만 등기임원이 아닌 일부 대기업 총수의 연봉은 공개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정무위 법안소위원장)은 이 개정안과 관련해 “임원 보수에 대한 주주의 통제권을 강화하고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 하도급법이 개정되면 이미 대기업에 손해배상 책임을 묻던 ‘기술유용 행위’ 외에 하도급 대금의 부당한 단가 인하(납품단가 후려치기), 부당한 발주 취소 및 반품 행위에 대해 피해액의 최대 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이 부과된다. 지금까지 여야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적용을 확대하는 데 공감하면서도 손해배상 상한액을 두고 이견을 보여 왔다. 이번에도 당초 ‘최대 10배 배상’까지 거론됐지만 기업들의 부담을 우려해 3배로 낮춘 것. 이날 여야는 소위에서 투자은행(IB) 활성화를 골간으로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앞으로 자기자본금이 3조 원 이상인 증권사는 IB 자격으로 기업에 인수합병(M&A) 자금을 대출할 수 있고, 비상장주식 직거래, 헤지펀드 종합지원 등 프라임브로커 업무가 가능해진다. 이날 처리된 법안은 정무위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 국회 본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이상훈·유재동 기자 january@donga.com}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지방정부를 포함한 국가채무가 443조8000억 원으로 2011년보다 23조3000억 원 늘었다고 9일 밝혔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는 1년 사이 34.0%에서 34.9%로 확대됐다. 지난해 관리재정수지는 17조4000억 원(GDP 대비 1.4%) 적자로 2011년(GDP 대비 1.1%)보다 적자폭이 커졌다. 한편 미래의 부채까지 빚으로 인식하는 ‘발생주의 방식’의 국가부채는 2011년 773조5000억 원에서 지난해 902조4000억 원으로 130조 원가량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 용인시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A 씨는 오전 3시 반까지 영업을 하고 두어 시간 뒤인 5, 6시에 다시 가게 문을 여는 생활을 매일 반복하고 있다. 심야 아르바이트생을 쓸 수 있지만 적자를 조금이라도 메우려면 불필요한 인건비를 아껴야 했다. A 씨는 “한밤이면 인적이 끊기는 동네라 1시간에 찾아오는 고객은 한두 명 정도”라며 “그런데도 가맹본부는 어쩌다 잠시 문을 닫은 시간에 사람을 보내 사진촬영을 하고 24시간 영업하기로 한 계약을 이행하라는 내용증명까지 보냈다”라고 하소연했다. ‘노예계약’ 논란을 빚고 있는 편의점의 ‘24시간 영업 강제조항’에 대해 정부가 곧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 당국자는 8일 “유흥가가 아닌 한적한 주택가까지 편의점의 24시간 영업을 의무화하는 현재의 계약관행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며 “심야시간에 매출이 급감하는 지역은 가맹점과 본부가 별도 기준을 정해 영업시간을 단축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편의점 업주들은 ‘24시간 영업을 원칙으로 하되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가맹본부의 승인하에 영업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계약을 각 가맹본부와 맺고 있다. 하지만 지하철 역사나 대학 캠퍼스 구내, 겨울철의 해변가 점포처럼 고객이 일정 시기에 딱 끊기는 극단적 사례를 제외하면 본부의 단축영업 승인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공정위의 다른 관계자는 “가맹본부가 야간 인건비의 일부를 부담하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며 “업주가 중병에 걸리는 등 신변에 큰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단축영업 가능 사유에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공정거래위원회는 고객의 중도해지 요청을 거부한 유사투자자문업체 MD파트너쉽에 불공정한 약관의 자진 시정을 명령했다고 7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A 씨는 2011년 6월 이 회사가 운영하는 ‘주도주투자클럽’이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명품VIP서비스’에 가입하고 신용카드로 99만 원을 결제했다. A 씨는 이후 홈페이지가 잘 운영되지 않고 수익률을 안내해주지도 않는다며 서비스 중도해지를 요청했지만 MD파트너쉽은 환불불가 조항을 내세워 이를 거부했다. 공정위는 해당 약관이 중도해지를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은 데다 고객에게 불가피한 사정이 있어도 사업자가 중도해지를 거부할 수 있도록 규정해 법률상 보장된 소비자의 해지권 행사를 제한했다고 판단했다.세종=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