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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감시자’ 역할을 자임해 온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4·11총선을 통해 대거 정치권 진출을 꾀하고 있다. ‘심판’ 역할을 해온 시민단체가 ‘선수’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동아일보가 4·11총선에 출마한 예비후보를 전수 조사한 결과 5명 중 1명꼴로 시민단체 활동 경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시민단체 활동 경력을 가진 예비후보자 중 상당수는 진보 성향 단체에서 활동해온 것으로 집계됐다. 각 당의 예비후보 중 시민단체 활동 경력자 비율이 가장 높은 정당은 통합진보당이었다. 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이 그 뒤를 이었다. 이는 18대 총선에서 뉴라이트 계열의 보수단체 출신 인사들이 대거 정계로 진출했던 것과 대비된다.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명박 정부 집권 기간에 움츠렸던 진보 성향 시민사회단체가 총선을 통해 제도권 진입을 노리면서 출마 러시가 생기는 것”이라며 “일반적으로도 체제 비판, 반권력적 토양에서 출범한 시민단체 특성상 진보단체가 보수단체보다 수가 많고 활발하다”고 설명했다.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속속 정치권에 뛰어드는 것에 대해 ‘기성 정치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이란 기대도 있지만 ‘시민단체가 권력기관화하면서 정치권 진출의 디딤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민단체, ‘심판’에서 ‘선수’로동아일보 취재팀이 20일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예비후보 1982명의 이력을 전수 조사한 결과 시민사회단체 활동 경력이 있는 후보는 모두 415명으로 집계됐다. 각 예비후보가 중앙선관위에 제출한 약력과 동아일보 인물 데이터베이스(DB) 및 한국신용평가정보 DB에 올려진 약력을 활용했다. 시민단체는 시민운동정보센터가 2009년 발간한 ‘한국민간단체총람’에 등재된 단체를 대상으로 했다.▼ 감시자에서 ‘선수’로… 진보성향 단체 출신, 보수의 6.3배 ▼예비후보들의 주요 이력을 바탕으로 직업군을 분석하면 시민운동가는 모두 54명이었다. 직업군별로는 정당인 989명, 기업인 194명, 법조인 180명, 학계 170명, 공직자 80명, 언론인은 58명이었다. 직업군에서 시민운동가로 분류된 예비후보들은 시민단체의 대표를 맡거나 다른 주요 경력 없이 시민단체 활동 경력을 내세워 정치에 출마한 후보들이다.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참여연대 초대 사무처장을 지낸 박원순 변호사가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이후 이번 총선에서 시민단체 출신 인사의 정치권 진출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특히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 인사들은 민주당과 손잡고 민주통합당을 창당해 본격적인 정치세력화에 나서면서 19대 총선은 ‘시민사회단체의 정치입문 무대’가 되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보수보다 진보정당에 몰려예비후보들이 활동했던 시민단체는 대부분 진보단체였다. 이들의 경력을 분석해보면 진보단체에서 활동한 후보가 228명으로 보수단체 경력자 36명보다 6.3배나 많았다.이는 예비후보자 한 사람이 활동했던 모든 시민단체를 대상으로 복수로 집계한 것이다. 예를 들어 홍길동이라는 예비후보가 A라는 시민단체와 B라는 시민단체에서 모두 활동했다면 홍길동 후보는 A단체 경력도 있고 B단체 경력도 있는 것으로 계산한 것이다. 결국 각 시민단체가 배출한 예비후보의 수를 더하면 실제 시민단체 경력 예비후보 수보다 많아지게 되는 것이다.진보단체 중에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활동했던 후보가 15명으로 가장 많았고 환경운동연합(14명),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13명), 참여연대(7명) 순이었다. 이 단체들은 각각 1989년과 1993년, 1994년에 출범한 진보단체의 맏형 격이다.반면 보수단체는 바르게살기운동중앙협의회(6명)와 뉴라이트연합(5명) 2곳만이 상위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18대 총선에서는 뉴라이트계 단체 활동가들이 대거 출마해 당선됐지만 19대 총선에선 영향력이 크게 줄었다. 고려대 사회학과 조대엽 교수는 “2000년대 진보지향 시민운동을 견제하고 보수세력 집권을 위해 출발한 뉴라이트연합 등은 이념정치운동 단체에 가깝다”며 “탈냉전 흐름 속에서 이념정치운동은 주변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예비후보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단체는 한국YMCA로 모두 25명이었다. YMCA 출신 후보가 많은 것은 전국 65개 지부인 지역조직이 활발하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출마 지역도 지역 구분 없이 고른 편이다.이런 경향은 정당별 출마자에서도 이어졌다. 예비후보 중 시민단체 경력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통합진보당이 25.6%(전체 203명 중 52명)로 가장 높았다. 예비후보 4명 중 1명이 시민단체 출신인 셈이다. 민주통합당은 23.1%(168명), 새누리당은 17.3%(137명)였다. 무소속 후보는 168명 중 22명(13.0%)이었다.○ 시민단체 출신 누가 뛰나예비후보 중 대표적인 인물은 민주통합당 이용선 공동대표다. 서울 양천을에 도전장을 낸 그는 1995년 경실련 기획실장을 지내고 1996년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 공동대표와 진보성향 시민단체의 연대체인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를 지낸 시민운동 1세대다. 지난해엔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공동선대본부장을 맡기도 했다.경기 의왕-과천에 출마한 민주통합당 송호창 변호사도 시민단체 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그는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 당시 촛불 변호사로 유명해진 인물이다. 송 변호사는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부소장, 민변 사무차장 등을 지냈다.예비후보로 등록하진 않았지만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했던 이학영 YMCA 전 사무총장과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을 지낸 김기식 민주통합당 전략기획위원장도 전략공천이나 비례대표 공천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보수단체 중에선 뉴라이트 계열 시민단체에서 활동했던 새누리당 신지호(서울 도봉갑), 김성회 의원(경기 화성갑) 등 현역 의원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활동경력을 지닌 새 인물을 찾기 어려웠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 박주신 씨(27)가 병무청에 제출한 자기공명영상(MRI)이 본인 것이 맞다는 검사 결과가 22일 나왔다. 이로써 이달 14일 무소속 강용석 의원이 “병무청에 제출된 MRI는 제3자의 것”이라며 MRI를 공개해 논란이 됐던 박 씨의 병역비리 의혹은 8일 만에 모두 해소됐다. 강 의원은 검사 결과 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박 씨는 22일 오후 2시 서울 신촌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MRI를 촬영했다. 병원 측은 그 결과를 병무청에 제출했던 영상과 비교한 뒤 오후 3시 반 기자회견을 열어 “동일인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박 씨는 이날 서울시청 출입기자 대표단이 참관한 가운데 33분간 MRI 촬영을 했다. 필름 판독을 맡은 연세대 의대 신경외과학교실 윤도흠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4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①제4요추 추간판 탈출 정도와 방향이 같으며 ②등쪽 피하지방이 3cm로 동일하고 ③척추와 다리를 연결하는 근육 모양이 같고 ④척추 디스크 뒤쪽 관절이 굽어진 각도와 디스크 증상의 정도가 같다는 것이다.특히 이날 계측 결과 박 씨의 체구는 강 의원이 주장했던 키 173cm, 몸무게 63kg이 아니라 176cm에 80.1kg이었다. 강 의원은 당초 박 씨가 고교 졸업 직후인 2004년 1차 신검 당시 63kg의 날씬한 체형이었다고 제보를 받아 병무청 제출 MRI가 박 씨의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박 씨의 체중은 1차 신검 당시에도 67kg이었다.병무청은 이날 촬영한 MRI를 지난해 12월 재검 당시 제출받은 MRI와 비교한 결과 동일인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병무청 관계자는 “서울지방병무청 소속 영상의학과와 신경외과 전문의들의 분석 결과 박 씨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징병검사를 해 4급 판정(공익근무요원)을 받은 사실이 재확인됐다”고 말했다.박 시장은 검사 결과 발표 직후 “강 의원이 제기한 병역 의혹은 모두 허위로 밝혀졌다”며 “명예훼손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류경기 서울시 대변인을 통해 이같이 밝힌 뒤 “강 의원은 의원직 사퇴만 할 것이 아니라 정계를 영원히 떠나야 한다”며 “공인이라는 이유로 정보가 유출되고 사생활이 제약받는 일은 이제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박 씨는 지난해 8월 현역으로 공군에 입대했지만 허벅지 통증으로 귀가한 뒤 같은 해 12월 27일 재검을 통해 허리디스크 4급 판정을 받아 공익요원으로 근무 대기 중이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

박원순 시장의 아들 주신 씨(27) 병역비리 의혹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박 씨에게 병사용 진단서를 발급한 담당의사는 21일 동아일보에 “박 씨 체형에서 나오기 어려운 MRI 사진”이라고 밝히면서 의혹을 확산시켰다. 그러나 병무청 징병 전담의 A 씨는 “재검 당일 폐쇄회로(CC)TV까지 분석해 박 씨 본인이 직접 병무청에 와 신검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며 “또 그날 찍은 CT와 제출받은 MRI를 정밀 대조한 결과 동일인의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 시장 측은 “조만간 재검을 통해 의혹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의혹을 처음 제기한 강용석 의원은 “박주신이 공개 신검을 통해 다시 4급 판정이 나오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며 배수진을 치는 등 자신감을 보였다.박 씨에게 진단서를 발급한 서울 광진구 자양동 혜민병원 담당 의사인 김모 씨(47)는 이날 “공개된 자기공명영상(MRI) 사진을 다시 보니 박 씨의 체형에서는 나오기 힘든 사진”이라고 밝혔다. 진단서를 발급한 의사조차 공개된 MRI가 박 씨의 것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처음 내놓은 것이다. 강 의원이 공개한 MRI 사진이 진단서 발급 시 쓰인 사진 및 병무청에 제출한 사진과 같다는 것도 동아일보 취재로 처음 확인됐다.그는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강 의원이 내놓은 MRI 사진은 박 씨가 진단서를 발급받을 당시 가져와 현재 병원에서 보관하는 것과 같은 사진”이라고 확인해 준 뒤 “이건 내가 봐도 키 173cm, 몸무게 63kg으로 알려진 박 씨 체구에서 일반적으로 발견되는 사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MRI 사진 속 인물은 턱과 가슴의 지방층이 얇은 데 비해 배와 등에 지방이 아주 두꺼운 특이 체형”이라고 강조했다.그는 ‘당시 박 씨가 MRI 사진을 직접 들고 왔을 때는 왜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환자가 많은 상황이었고 당시에는 MRI를 통해 디스크가 있는지만 판단했기 때문에 박 씨와 MRI 사진을 자세히 비교해 보지 않아 의심쩍다는 생각을 못했다”고 설명했다. 혜민병원에서 새로 MRI를 찍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김 씨는 “MRI로 유명한 자생한방병원에서 당일 찍어 가져온 사진을 굳이 다시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단서 발급 당시 박 씨는 ‘디스크 치료 기록’도 가져오지 않았다”며 “자신이 디스크를 앓고 있다는 사실도 그날 처음 안 것처럼 행동했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박 시장은 부처님처럼 아무 대응을 하지 않고 강 의원은 꽹과리 치며 돌아다니니 중간에 끼여 골치가 아프다”며 “재검을 해 속 시원히 밝혔으면 좋겠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박 씨가 문제의 MRI를 촬영한 서울 강남구 신사동 자생한방병원도 “박 씨가 우리 병원에서 디스크 치료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병원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한 뒤 “박 시장 측에서 ‘기자들에게 정보가 한마디라도 새어 나가면 의료법 위반으로 고발하겠다’고 말해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두 병원 관계자의 증언을 종합하면 박 씨는 병역 4급 판정을 받을 정도로 심각한 디스크 증세와 관련해 평소 치료를 받지도 않은 곳에서 MRI를 촬영한 뒤 과거 병역비리에 연루됐던 다른 병원 의사에게서 병사용 진단서를 발급받아 병무청에 제출한 것이다. 당시 박 씨가 살던 곳은 서울 서초구 방배동으로 혜민병원과는 14km나 떨어져 있다. 방배동 주변 3km 거리 안에는 MRI 촬영과 진단서 발급이 한번에 가능한 병원이 서울성모병원, 중앙대병원 등 2개나 있다.이와 관련해 병무청도 이날 “강 의원이 공개한 MRI 사진과 병무청에 제출된 MRI 사진이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본보 기자에게 밝혔다.“박주신이 공개 신검을 거쳐 4급 판정을 받는다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선언한 강 의원은 박 씨가 제출한 MRI와 병무청 컴퓨터단층촬영(CT) 필름이 통째로 바꿔치기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강 의원은 이날 채널A ‘쾌도난마’에 출연해 “박 시장이 병무청에 제출한 MRI 사진을 공개하겠다고 했는데 내가 갖고 있는 사진과 병무청 사진이 같다는 것은 이미 확인된 내용이어서 박 시장이 공개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박주신이 30분 정도밖에 안 걸리는 MRI를 공개적으로 찍는 공개 신검을 하면 문제가 다 해결되고 4급 판정이 나오면 나도 의원직에서 사퇴할 텐데 왜 응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진짜 박주신의 MRI를 제보하면 현상금 5000만 원을 주겠다”고까지 했다.동아일보 취재팀은 의혹의 당사자인 박 씨를 만나기 위해 21일 새벽까지 서울 종로구 혜화동 서울시장 공관 앞에서 기다렸지만 나타나지 않았다. 박 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진실이 밝혀지면 좋겠지만 워낙 왜곡되는 부분이 있어 필요한 시기까지 기다려 달라”고만 했다. 박 씨는 “아버지(박 시장) 비서실에서 필요한 답변을 다 할 것”이라며 현재 위치를 묻자 “어떤 질문에도 혼자 결정할 수 없다”면서 답변을 피한 채 전화를 끊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반론보도문▼본보는 2월 22일자 A1·3면에 박원순 시장 아들에게 병사용 진단서를 발급한 담당 의사가 박 시장 아들의 MRI 사진에 대해 “박 씨 체구에서 일반적으로 발견되는 사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담당 의사는 “박 씨 같은 체형에서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의학적으로는 가능한 MRI 사진이다”라고 말했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기사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병무청 관계자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 박주신 씨 병역 의혹과 관련해 “박 씨가 제출한 자기공명영상(MRI)을 토대로 직접 컴퓨터단층촬영(CT)을 실시했고 두 사진은 동일 인물의 것이라는 게 확인됐다”고 21일 밝혔다.병무청 징병전담의 A 씨는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박 씨가 병무청에 제출한 MRI 사진이 강 의원이 공개한 것과 일치한다”고 확인했다. A 씨는 “박 씨의 병역 등급 판정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어 징병전담의들을 모아 박 씨가 제출한 MRI와 재검 당시 촬영한 CT 필름을 두 차례 이상 대조한 결과 등 부위 지방, 배 둘레, 얼굴 형태 등 모든 부위가 일치했다”고 말했다. A 씨는 “정형외과 신경의학과 영상의학과 전담의 등 10명이 함께 보고 내린 결론이라 확실하다”고 덧붙였다.A 씨에 따르면 병무청에서 재검을 받을 때는 입구에서 신분증으로 본인 확인을 거친 뒤 당일 사진을 찍어 전산에 등록하며 담당의들은 당일 등록된 사진과 피검사자의 얼굴을 일일이 대조한 뒤 검사를 진행한다. CT실에 들어가기 전에도 방사선사가 피검사자의 얼굴을 한 번 더 확인한 뒤 CT를 촬영한다. 박 씨는 지난해 12월 27일 재검을 받았다. 현재 병무청 전산에 등록된 박 씨의 사진은 본인의 얼굴사진이 맞는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병무청 서울사무소가 CT실 앞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까지 분석해 그 시각에 CT를 촬영한 인물이 박 씨 본인이 맞는다는 걸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A 씨는 “CT 사진까지 바꿔치기하려면 방사선사를 속이거나 매수해야 하는데 그 ‘작전’이 성공할 확률은 옴부즈맨(내부행정감찰관)까지 감시하는 상황에서 제로에 가깝다”고 의혹을 부인했다.한편 병무청은 이날 박 씨 측에 ‘MRI 사진 등 징병검사 자료를 공개할 수 있도록 동의해 달라’고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 박 씨가 스스로 자료를 공개하겠다며 병무청이 나서 자료를 공개하는 것에는 반대한 것이다. 이에 병무청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강용석 의원(무소속)이 제기한 박 씨의 병역비리 의혹이 확산되며 병무행정 전반에 의혹과 불신이 커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박 씨가 징병검사 자료를 공개하는 것과 동시에 병무청에서도 이 자료를 언론에 공개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반론보도문]본보는 2월 22일자 A1·3면에 박원순 시장 아들에게 병사용 진단서를 발급한 담당 의사가 박 시장 아들의 MRI 사진에 대해 “박 씨 체구에서 일반적으로 발견되는 사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담당 의사는 “박 씨 같은 체형에서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의학적으로는 가능한 MRI 사진이다”라고 말했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기사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박원순 서울시장 측이 박 시장의 아들 주신 씨의 병역 의혹과 관련해 “필요하면 재검을 받겠다”는 태도를 밝혔다. 주신 씨의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는 엄상익 변호사는 2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강용석 의원이 제기한 자기공명영상(MRI) 사진 의혹에 대해 “필요하다면 서울대병원에서 다시 검사를 받아 이중 삼중으로 체크하고 모든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료 공개 시기에 대해 “준비되는 즉시 바로 공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방식에 대해서는 “소송 증거자료가 될 수도, 기자회견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박 시장은 이날 한강대교 현장 안전점검을 나선 자리에서 이에 대해 “전혀 문제없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이날 주신 씨를 병역법 위반 혐의로 형사고발하려다 ‘고발하면 관련 내용이 감사원 감사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지적에 막판에 보류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중범죄로 복역 중인 수형자들이 한국방송통신대(방송대)를 동시에 과 수석으로 졸업한다. 방송대와 법무부 교정본부는 여주교도소 수형자 백모 씨(32)와 전주교도소 수형자 임모 씨(43)가 각각 방송대 관광학과와 무역학과 교육과정을 수석으로 이수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들은 22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학위 수여식에 참석해 방송대 졸업장과 총장 표창장을 받을 예정이다. 백 씨는 스무 살이던 2000년 상근예비역 복무 중 술을 마시고 흉악 범죄를 저질러 2002년 15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출소를 9년 앞둔 2008년 친구들에게 등록금을 빌려 교도소에서 방송대 관광학과에 입학했다. 백 씨는 학과 공부를 하면서 학습보조원으로도 활동해 동료들의 학업을 도왔고 4년 만에 평점 4.038점(4.3점 만점)의 성적으로 졸업하게 됐다. 담당 교도관은 “백 씨가 평소 착실하게 생활해 시험이나 논문 작성 기간에는 특별히 오후 10∼11시까지 불을 끄지 않고 공부할 수 있게 배려해줬다”고 전했다. 교도소 관계자에 따르면 백 씨는 제빵에 관심이 있어 출소 후 세계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과자를 맛볼 수 있는 관광 상품을 직접 만들기 위해 관광학과에 입학했다. 기회가 생기면 다른 교도소에 있는 제빵 직업훈련 과정에도 도전하고 싶다는 뜻도 비쳤다. 8년간 복역한 뒤 11월 출소할 예정인 임 씨는 2008년 전주교도소에서 방송대 무역학과 과정을 시작해 무역학과 졸업생 212명 중 가장 높은 평점 4.053점(4.3점 만점)으로 졸업한다. 47개 전공 수업을 컴퓨터로 듣는 한편 외부 강사들이 여는 인문학 강좌에도 꼬박꼬박 참석했다. 전주교도소 관계자는 “임 씨가 2004년 입소한 뒤 늘 ‘출소하면 무역 일을 하며 아내와 아이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돌려주고 싶다’는 뜻을 보였다”고 전했다. 교정시설 내 방송대 교육과정은 2004년 여주교도소에서 시작돼 현재 전국 4개(여주 포항 전주 청주) 교도소로 확대됐다. 교육생은 교도소 내 컴퓨터실에서 전공 과목뿐 아니라 정보통신 어학 인문학 강의를 들을 수 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 }
서울서부지검 형사2부(장영돈 부장검사)는 자신의 블로그에 남성 성기 사진을 올린 혐의(음란물 유포)로 박경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41)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그는 지난해 7월 위원회가 ‘음란한 화상’으로 판정해 남성 성기 사진 5장을 삭제한 데 반발해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며 해당 사진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가 자진 삭제했다. 이에 건전미디어시민연대는 “사회적 통념이나 자신과 다른 의견에는 귀 기울이지 않는 그는 위원 자격이 없다”며 고발했고 심재철 국회의원은 위원 사퇴를 주장했다.}

14일 오전 고용허가를 받은 캄보디아인 근로자 109명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손을 흔들고 있다. 고용허가제는 일손을 구하지 못한 농어촌 및 제조업체가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게 하는 제도로, 올해 고용허가를 받은 외국인 근로자는 5만6000여 명이다. 인천=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성희롱 논란’에 휩싸인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 공동 진행자 3인방(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주진우 시사IN 기자, 시사평론가 김용민 씨)이 10일 “앞으로도 성적 농담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혀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이들은 이날 방송에서 “멤버들의 파편적인 발언이 잘못 배열되면서 ‘성희롱 발언’ 인과관계가 왜곡됐다”고 주장한 뒤 이같이 말했다. 나꼼수 멤버들은 지난달 20일 한 여성이 비키니 차림 가슴에 ‘나와라 정봉주’라고 적은 사진을 올린 뒤 다음 날 방송에서 “성욕감퇴제 복용 중인 정봉주 전 의원에게 비키니 사진을 보내라” 등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며 성희롱 논란을 일으켰다. 김 총수는 정 전 의원 면접 서신에 적힌 ‘가슴 응원 사진 대박이다, 코피를 조심하라’라는 글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우리가 건재하다는 걸 알리기 위해 쓴 농담”이었다고 주장했다. 성희롱 논란 자체에 대해서는 “가해자도 피해자도 없으니 성희롱이 성립하지 않는다”며 “성희롱 논란은 끝”이라고 강조했다.방송 직후 누리꾼들은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트위터 ID ‘khoo*****’는 “논란을 시원하게 정리했다”며 나꼼수를 옹호한 반면 ‘GOldmun****’는 “멤버들의 발언은 누구를 향했느냐와 상관없이 그 자체로 성희롱이었는데 논점을 피했다”고 비판했다. 나꼼수에 대한 지지를 공식 철회한 삼국카페(소울드레서, 쌍화차코코아, 화장발) 회원들도 “여성을 ‘진보의 치어리더’로 보는 시각을 문제 삼은 것이지 해당 여성을 성희롱했다고 주장한 게 아닌데 아직도 문제가 뭔지 모르고 있다”며 답답해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경찰이 학교폭력을 수수방관한 교사를 형사처벌하기로 하고 현직 교사를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하면서 교사의 법적 책임 범위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서울 강서경찰서가 강서구의 한 중학교 교사에 대해 같은 혐의로 진정서를 접수하고 참고인 조사에 나서면서 학교폭력 피해학생 부모들의 ‘줄소송’ 움직임까지 생기고 있다. 학부모 단체들은 “학교폭력을 방치하고 사건을 은폐한 교사를 엄중 처벌해야 한다”는 태도지만 교사들은 “학교폭력 피해의 책임을 교사에게 모두 떠넘기면 안 된다”며 맞서고 있다.대다수 학부모는 학교폭력을 가볍게 생각하는 학교 분위기에 경종을 울리는 결정이라며 환영하고 있다. 중고교생 아들 2명을 둔 정모 씨(46)는 “교사들이 학교폭력 징후가 있어도 무신경하게 반응해 대구와 대전 등에서 피해학생이 자살했다”며 “교사들이 학교폭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사법처리를 받는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적극적으로 사태 해결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최미숙 대표는 “학교가 학내 폭력 사실을 알고도 자치위원회를 열지 않은 건 엄연한 직무유기”라며 “학생 생활을 책임지는 교사가 학교폭력을 막지 못하면 학원 강사와 다를 게 없다”고 성토했다. ▼ 法 앞에 선 선생님… 학교폭력 교사 책임 어디까지… ▼일부 피해학생 부모들은 경찰과 검찰 등에 학교와 해당 교사를 고소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다만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심미현 사무국장은 “교사들도 학교폭력 대처법을 몰라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며 “무조건 교사를 처벌하기보다는 교육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안양옥 회장은 이준순 서울교총 회장과 함께 9일 서울지방경찰청을 방문해 사법처리에 항의하는 뜻을 전달할 계획이다. 사법처리에 의존하면 교사들이 학교폭력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기보다 책임을 면하기 위해 곧장 경찰로 사건을 넘기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게 요지다.교총은 1997년 대법원 판례를 들며 “의도적으로 직무를 회피한 게 아니라면 직무유기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여론재판을 열어 책임을 교사에게 전가하는 건 해결책이 아니다”라는 공식 입장을 내고 교사 사법처리 방침을 한목소리로 비판했다.일부 교사는 정부가 ‘학교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해 경찰이 ‘본보기’로 무리하게 입건한 게 아니냐고 강하게 반발했다. 서울 노원구 한 고등학교 김모 교사(42)는 “학생 인격의 상당 부분은 가정에서 형성되고 학생 인권이 강조되면서 교사들의 활동 공간도 축소된 상황에서 학교폭력의 책임을 교사에게만 떠넘기는 것은 큰 문제”라며 “형사 책임을 묻기 시작하면 교사들이 책임을 면하는 데만 급급할 것”이라고 우려했다.법조계에서는 ‘교사의 잘못을 어떻게 입증하느냐’가 형사 처벌 수위를 결정지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교사가 학교폭력을 목격하거나 알면서도 말리지 않은 경우에는 직무유기 처벌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울 서초동의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개별 사안마다 다르겠지만 교사가 학교폭력을 말릴 법적 의무를 방치하면 학교폭력 방조범이나 직무유기 혐의 등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 경우에도 해당 교사가 (학교폭력 발생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할 경우 중요한 증거가 없으면 기소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교사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학교폭력을 축소·은폐하고 조작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경우에도 유죄 판결로 이어지려면 관련 학생들의 진술 외에도 객관적 증거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교사가 학교폭력을 적극적으로 은폐한 게 아니라 합의를 권유하는 등 학교 현장 상황에 맞춰 대응한 경우 직무유기 혐의를 명확히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의 다른 판사는 “기소가 됐다 하더라도 학교폭력을 행사한 사람과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교사를 동일하게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의견을 덧붙였다.교사가 학교폭력을 막기 위해 노력하던 도중 학생이 자살한 경우에는 형사 처벌이 불가능할 것으로 봤다. 다만 한 변호사는 “교사가 학교폭력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을 입증하기 어려울 수 있어 형사 책임과는 별도로 교사의 민사 책임을 묻는 소송은 제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아름다운가게가 ‘초콜릿을 바꾸면 카카오 농장 아이들의 삶이 바뀐다’는 표어를 내걸고 공정무역 초콜릿 캠페인을 벌인다. 아름다운가게의 공정무역 브랜드 아름다운커피는 밸런타인데이를 한 주 앞둔 7일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양해각서를 맺고 공정무역 초콜릿 판매 촉진을 위한 ‘체인지 유어 초콜릿(Change Your Chocolate)’ 캠페인을 편다고 밝혔다. 행사 관계자에 따르면 기존에는 카카오 농가가 저렴하게 원료를 납품하라는 다국적 기업의 압력에 못 이겨 하루 0.5달러(약 550원) 미만의 값싼 아동 노동을 취하는 경우가 많았다. 주최 측은 “공정무역 초콜릿 생산 시에는 중간에 다국적 기업을 끼지 않고 농가 조합과 직거래해 공정한 가격을 치르고 카카오를 사들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노동에서 해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최 측은 캠페인의 일환으로 9일 오전 8시 반부터 1시간 동안 5호선 여의도역에서 공정무역 초콜릿을 나눠주는 행사를 열 계획이다. 공정무역 초콜릿은 아름다운가게 매장 및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입할 수 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검찰이 씨앤케이(CNK) 다이아몬드 주가 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가운데 이 회사에 투자한 1만3000여 명의 투자자 중 상당수는 여전히 이 회사의 미래 수익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일부 주주는 3일 카메룬으로 출국한 참관단을 인천공항까지 나와 배웅하며 오덕균 CNK 회장에게 전달하라고 홍삼을 건네는 등 굳은 믿음을 보였다.이들은 ‘외교통상부의 보도 자료가 다소 부풀려졌을지 몰라도 다이아몬드는 분명히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다이아몬드가 없다면 카메룬 정부가 지원을 결정했을 리 없고, 외국 업체도 다이아몬드 매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기 때문에 카메룬 개발권을 노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들이 주식을 사들이며 CNK 주가는 1일부터 오름세로 돌아서 6일 상한가를 치고 3880원 선을 회복했다. 하지만 이 회사 투자자 230여 명은 ‘피해자소송준비카페’라는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의혹을 제기한 정태근 의원에 대해 소송을 걸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정치 싸움에 주가가 폭락해 애꿎은 개미 투자자들이 손실을 봤다’는 것이다. 국가 대상 손해배상 소송을 돕겠다고 주주들에게 손을 내밀었던 정 의원은 예상치 못한 반응에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오 회장을 오히려 격려하다니 납득이 안 된다”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결혼 5년 만에 어렵게 쌍둥이 임신에 성공한 유모 씨(35)는 배 속에서 두 개의 심장이 뛸 때마다 남들보다 두 배의 기쁨과 함께 두 배의 부담을 느낀다. 월 250만 원인 남편의 월급으로는 두 아이를 키우는 일이 버거울 것 같아서다. 쌍둥이는 병원 검사비용부터 1.5배 이상이 들었다. 6만8300원이면 되는 초음파검사비로 11만 원을 냈고 양수검사비도 40만 원이 많은 120만 원을 내야 했다. 앞으로 제왕절개비도 50만 원 더 내야 하고 산후조리원은 2주에 90만 원을 더 내야 한다. 유 씨는 “어렵게 임신한 만큼 더 감사하게, 기쁘게 낳고 싶지만 현실이 발목을 잡는다”고 푸념했다.만혼(晩婚)에 따른 난임 치료가 늘면서 쌍둥이 이상의 다태아(多胎兒) 출생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아직 사회적 지원은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 그 바람에 세 쌍둥이 이상을 임신한 경우에는 한 명을 지우는 ‘선택유산’마저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태어난 다태아 수는 1만2841명으로 2005년 9459명에 비해 5년 새 35%가 늘었다. 산모의 평균 초산 연령이 2000년 27.7세에서 2010년 30.1세로 올라가면서 체외수정 및 배란유도로 쌍둥이를 출산하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하나만 낳아 남부럽지 않게 키워 보자’는 생각으로 병원을 찾았던 예비 부모들은 예상치 못했던 다태아 임신 소식에 적잖이 당황하게 된다. 역시 비용이 가장 큰 부담이다. 쌍둥이 임신부는 고위험군이라 검사비, 합병증 치료비도 많이 들고 자연분만보다는 제왕절개를 하는 경우가 많지만 대부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정부에서 출산 전후 비용으로 제공하는 ‘고운맘카드’도 태아가 아닌 산모 1인당 기준이라 일반 임신부와 동일하게 40만 원만 지급된다. 8개월 전 쌍둥이를 출산한 조영일 씨(36)는 “출산 후에도 기저귀와 옷값, 예방접종비 모두 두 명분이라 부담스러웠다”며 “예방접종비만 200만 원이 들었다”고 했다. 이에 더해 대부분의 생명보험사는 ‘유병률이 높고 조산의 위험이 높다’는 이유로 임신 중에는 쌍둥이의 보험 가입을 거부하거나 한 아이만 가입시켜 준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세 쌍둥이 이상을 임신한 경우 선택유산을 하는 경우도 많다. 이모 씨(35)는 네 차례의 인공수정 시도 끝에 지난해 5월 세 쌍둥이를 임신했지만 ‘유산율이 높고 비용 부담도 크니 선택유산을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의사의 권유로 한 명을 유산시켰다. 산부인과들은 산모와 아이의 건강을 위해 선택유산을 권하고 있지만 현행법은 인공수정 시술이 활성화되기 전에 만들어진 것이라 선택유산을 규제하는 조항 자체가 없다. 선택유산은 전문의의 상담을 거치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데다 허가 및 신고 사항도 아니다. ‘진정으로 산부인과를 걱정하는 의사들의 모임’의 최안나 대변인은 “선택유산에도 자궁 손상 및 병균 감염 등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영국이나 스웨덴처럼 법으로 배아를 필요 이상으로 이식하지 못하게 제한해야 한다”며 “다태아를 임신하더라도 선택유산보다는 모두를 무사히 출산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저는 골수 야당 성향이고, 나꼼수(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팬입니다.” 카피라이터 출신인 새누리당 조동원 홍보기획본부장(사진)은 1월 초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이렇게 말했다. 영입 제안을 받은 뒤 처음 만난 자리에서였다. 조 본부장의 역량이 당에 꼭 필요하다고 여긴 박 위원장은 “괜찮다”면서 “건전한 정당의 한 축인 한나라당이 잘돼야 하지 않겠느냐. 도와 달라”고 했다고 한다. 논란을 빚고 있는 새누리당이란 당명은 사실상 조 본부장의 작품이다. 박 위원장은 2일 회의에서 당명 후보작을 처음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문가로서 충분히 검토했다. 책임지고 가겠다”며 새누리당을 채택해 달라는 조 본부장의 주장에 다른 비대위원들의 반대에도 그의 손을 들어줬다. 조 본부장은 최근 자신의 아이패드 첫 화면에 ‘투 더(To the) 150’이라고 써놓았다. 4·11총선에서 새누리당이 150석을 얻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당 사무처 관계자는 “조 본부장이 오전 8시에 출근해 자정을 넘어서까지 사무실 불을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조 본부장은 광고업계에선 ‘풍운아’로 불린다. 카피라이터로서 큰 성공을 거뒀지만 영화 등 다른 사업에서 크게 실패하며 파산 위기까지 맞았다. ㈜명필름과 손잡고 제작한 영화 ‘후아유’는 관객이 손익분기점을 한참 밑도는 20만 명에 그치며 흥행에 참패했다. 감각이 지나치게 시대를 앞서갔다는 평도 있었지만 개봉 시기도 하필이면 ‘월드컵 4강 신화’로 극장가가 텅 비었던 2002년 5, 6월이었다. 2005년 11월에는 서울 서초구와 손잡고 영어마을을 만들었지만 적자의 늪에 빠지기도 했다. 당 일각에선 총선 홍보를 위한 업체 선정을 놓고 뒷말도 나온다. 통상 총선을 앞두고 3, 4개 업체가 경쟁을 통해 결정되는데 조 본부장이 임명된 뒤 경쟁 과정이 생략되고 조 본부장과 친분이 있는 특정 업체가 선정됐다는 것이다. 이 업체는 최소 50억 원이 넘게 드는 총선 홍보를 대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 본부장은 “당의 위기상황에서 통상적인 절차를 밟을 수가 없었고 총선을 앞두고 팀워크와 효율성, 보안이 중요해 믿을 수 있는 업체에 맡긴 것”이라고 말했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1일 오후 10시경 서울 성동구 마장동 주택가 피자가게에 정모 씨(44)가 들어왔다. 정 씨는 “애들이 먹을 거니 가장 비싸고 맛있는 걸로 가져오라”며 집 주소를 남겼다. 오후 11시가 넘어 새우와 감자칩이 올라간 특대 사이즈 피자가 정 씨 집에 도착했다. 추운 날씨 탓에 차갑게 식어버린 피자를 본 순간 정 씨의 표정이 변했다. 치즈도 굳어 늘어지지 않았다. 정 씨는 씩씩거리며 피자를 들고 가게를 찾았다. 식은 피자를 배달했다며 화를 내는 정 씨에게 배달원 주모 군(18)이 “빙판길에 오토바이를 천천히 몰다보니 피자가 배달 중 식은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 씨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정 씨는 “식은 피자 너나 먹어라”라며 주 군의 멱살을 붙잡고 피자 2조각을 코와 입에 억지로 쑤셔 넣고 머리에 문질렀다. 성동경찰서는 2일 정 씨를 폭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정 씨가 조사 중 주 군에게 사과를 하면서도 ‘피자는 김이 모락모락 오르고 치즈가 늘어져야 제 맛 아니냐’며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고 전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죽은 아이와 한방에서 이틀을 보냈다. 살아날까 품에 안고 인공호흡도 해봤다. 처음으로 ‘내 가족’이라고 생각했던 아기를 그냥 떠나 보낼 순 없었다. 18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국대 인근에서 만난 김모 씨(26)는 무거운 입을 연 뒤 눈물을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24일 김 씨는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 여자 화장실에 갓난아기를 버려 다음 날 영아 살해 및 유기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김 씨는 당시 굳게 감췄던 이야기를 한 달이 지난 뒤 동아일보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털어놓기 시작했다. 김 씨가 언론 매체와 인터뷰를 한 건 처음이다.김 씨는 늘 혼자였다. 1996년 어머니가 가출한 뒤로 생일을 챙겨준 가족이 없었다. 병석에 누워 있는 아버지를 대신해 공장에서 일하고 돌아와도 김 씨를 맞은 건 닫힌 방문뿐이었다. 김 씨는 2007년 11월 집에서 쫓겨난 후 고시원을 전전하며 가족과 연락을 끊고 지냈다.김 씨는 잠깐 만나던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뒤늦게 알고 아무 준비 없이 지난해 12월 22일 고시원 방에서 혼자 아이를 출산했다. 아이를 안고 “처음으로 내 편이 생겼다”며 뿌듯해한 것도 잠시,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고 고시원 총무가 올라와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수중에 3만 원밖에 없었던 김 씨는 아이를 들키면 추운 날씨에 바깥으로 내쫓길까 걱정돼 아이 입에 수건을 물리고 알람소리라고 둘러댔다. 그 사이 아이는 숨졌다. 이틀 뒤 주검을 장바구니에 넣고 화장실에 버릴 때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했다.지난해 12월 25일 김 씨는 경찰에 검거됐다. 김 씨는 “경찰에 붙잡혀 다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오히려 따스함을 되찾은 기분이었다”고 했다. 경찰은 김 씨에게 며칠 굶은 사정을 듣고 설렁탕을 사준 뒤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했다. 퇴원한 뒤에는 경찰서 담당 형사 지인의 집에서 지낼 수 있도록 배려해줬다. 김 씨는 이 집에서 어머니와 딸이 티격태격하다가도 서로 끌어안는 모습을 보며 가족의 따스함을 느꼈다고 한다. 자살하려는 생각도 지웠다. 그는 “제게도 그 모녀처럼 서로를 아껴주는 가족이 있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라며 고개를 숙였다.김 씨 사건을 담당했던 광진경찰서 관계자는 “김 씨는 어려운 환경의 피해자라고 볼 수 있어 최대한 지원해 주었지만 법의 심판은 받아야 한다”고 했다. 경찰 덕분에 김 씨는 새로운 거처와 일자리를 구했다. 그는 설날에도 일하느라 도움을 준 이들에게 전화로만 고마움을 표시했다. 김 씨는 자신의 상처를 드러낸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서로 신경써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대단한 거예요. 제게 그럴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지만…곁에 있는 가족을 한 번씩 돌아보고 더 아꼈으면 좋겠습니다.”광진경찰서는 김 씨를 영아 살해 혐의로 곧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이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07년 김명호 전 성균관대 수학과 교수가 서울고법 민사2부 박홍우 부장판사를 상대로 일으켰던 ‘석궁 테러’ 사건을 다룬 영화 ‘부러진 화살’이 해당 사건의 진실 공방으로 비화되고 있다. 동아일보는 김 전 교수와 영화 속 배경이 되는 석궁 테러 사건의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내렸던 신태길 변호사(전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를 인터뷰해 양측이 주장하는 사건의 전말을 들어봤다. 》19일 개봉한 영화 ‘부러진 화살’은 2007년 1월 김명호 전 성균관대 조교수(55)가 박홍우 당시 서울고법 부장판사(60·현재 의정부지법원장)의 집을 찾아가 석궁을 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의 전말과 재판 과정을 담은 이야기다. 김 전 교수는 1996년 교수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하자 소송을 냈다. 법원 측에 따르면 1, 2심에서 연달아 패소한 그는 2심 재판장이던 박 법원장의 집을 수차례 답사한 뒤 찾아가 기다렸다. 두 달 전 산 석궁을 매주 60∼70발씩 쏘는 연습을 한 뒤였다. 미리 안전장치를 풀고 기다리던 김 전 교수는 박 법원장을 향해 석궁을 발사했다. 하지만 영화는 이와 크게 다르다. 영화는 “김 전 교수가 박 법원장을 위협하려고 석궁을 들고 갔을 뿐 고의로 화살을 쏜 적은 없다. 당시 우발적으로 발사된 화살은 사라져 버렸고 박 법원장의 와이셔츠에는 피가 묻어 있지 않았다. 사법부가 김 전 교수를 범죄자로 몰아간 사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 전 교수는 2008년 6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이라는 원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 김명호 前성균관대 조교수 “조작된 증거로 판결했다”영화의 실제 주인공인 김명호 전 성균관대 수학과 조교수(안성기 분·사진)는 20일 “진실은 이미 드러나 있지만 국민이 알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김 전 교수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이달 말 발간하는 책을 통해 사법부가 양아치 조폭 집단이라는 것을 법리적 논리적으로 설명할 생각”이라며 “증거 조작 등 위법을 일삼는 판사들과 법원 판결을 무비판적으로 보도하는 언론을 비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책에 등장하는 인물의 98%는 실명을 밝힐 것이며 내가 재판을 받은 경험을 바탕으로 판사들이 쓰는 속임수 10여 가지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판사 니들이 뭔데?’라는 제목으로 설 이후 출간되는 이 책은 500쪽 안팎 분량이라고 한다.김 교수는 사법부를 ‘양아치 조폭’이라고 부른 데 이어 헌법재판소를 ‘법사기 전문 국민 기본권 침해 및 방조본부’라고 지칭하는 등 사법질서 전반에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그는 “법에 따라 판단할 것을 국민 앞에 맹세하고 재판권을 위임받은 ‘국민의 머슴’이어야 할 판사들이 증거 조작을 통해 판결을 내리고 있다”며 “헌법을 개정해 판사도 선거를 통해 뽑아야 한다. 석궁테러 사건은 국민 저항권을 발동한 것”이라고 했다.김 전 교수는 인터뷰 내내 석궁테러 사건에서 논란이 됐던 부러진 화살과 피 묻은 와이셔츠를 거론하며 “내 말은 ‘주장’이 아니라 명백한 근거를 가진 ‘사실’”이라며 “판사의 자유재량 안에서의 판단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인 위법 행위를 지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시 석궁을 가져간 것은 판사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함이었을 뿐 발사는 몸싸움 중 우발적인 것이었다”며 “재판부가 증거를 조작해 고의적인 발사로 몰고 갔다”고 말했다.그는 이달 초 대법원이 각 법원에 당시 재판부의 판단 및 근거를 담은 설명 자료를 배포한 것에 대해 “그렇게 떳떳하다면 양승태 대법원장이나 (당시 김 전 교수의 교수지위 확인소송 항소심에서 주심을 맡았던) 창원지법 이정렬 부장판사(43·일명 ‘가카새끼’ 판사)가 나와 직접 공개 법리 토론을 하자”고 제안했다.■ 신태길 前부장판사 “당시 판결 부끄럽지 않다”영화 ‘부러진 화살’에서 신경질적으로 피고 측 요청을 무시하는 신재열 부장판사(문성근 분). 1심 당시 서울동부지법 형사1부 부장판사로 재판장이었던 신태길 변호사(사진)를 19일 오후 동부지법 앞 변호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의 사무실에는 동부지법 부장판사 재직 당시 법복을 입고 찍은 사진이 걸려 있었다.그는 기자를 만나자마자 “이제 와서 무슨 얘기를 더 하겠느냐. 사법부를 떠난 입장에서 5년 전 판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대화를 거부했다. 하지만 기자의 질문이 이어지자 그는 “판사는 판결문으로 말한다. 지금도 그때의 판결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인터뷰 내내 “고향 집과 같이 생각하는 사법부에 해가 갈 수 있다”며 조심스러워했다. 당시 재판부는 ‘부러진 화살’이 사라졌어도 아홉 개의 화살과 석궁은 남아 있고 김 교수가 수십 발씩 화살 쏘는 연습을 하며 피해자 집 근처를 사전답사한 점 등을 들어 유죄를 선고했다. ‘단순히 겁만 주려 들고 간 석궁이 우발적으로 발사됐다’는 김 교수의 주장도 ‘안전장치 구조를 보면 직접 시위를 당겼다고 짐작할 수 있다’는 논리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동료 판사의 피해에 감정적으로 대응해 판결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그는 “‘합리’ 하나를 20년 넘게 추구해온 길에 부끄럽지 않은 판결이었다”며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석궁 판사’로 불리는 것에 대해서는 답답해했다. “한 지인이 얼마 전 ‘알고 보니 석궁 판사더라. 지금 어떻게 고개를 들고 변호사를 하고 있느냐’고 묻더군요. 석궁 판사라는 거 자체가 불명예스럽죠.”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자신의 이름을 검색하면 나오는 수십 개의 비판 글이 불쾌해 검색 결과 순서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을 문의해 볼까 고민한 적도 있다고 했다. 그는 영화 ‘부러진 화살’을 보지 않겠다고 했다. 인터뷰 말미 담배 3대를 연이어 피우던 그는 “오늘이 내 음력 생일이라 가족과 시간을 보내야겠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추후에 제가 다시 일어설 날이 있겠죠. 그때 다시 봅시다.”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동영상=영화 ‘부러진 화살’ 예고편}

2004년 서울 광진구 화양동에 인심 넉넉하고 사람 좋은 김모 씨(53) 자매가 가게를 열었다. 언니는 자신이 운영하는 노래방에 이웃들이 찾아오면 원 없이 ‘서비스’ 시간을 제공했다. 동생(49)은 자신의 옷가게에서 가져왔다며 바지와 티셔츠를 돌렸다. 자매는 고향의 특산물이라며 곶감도 안겨줬다. 동생 남편 구모 씨(59)는 한술 더 떠 동네 돌잔치나 장례식장을 모두 찾아다니며 일을 도왔다. 동생 부부는 명절마다 초등학생 아들을 데리고 동네 이웃들에게 세배를 다녔다.동네 인심을 얻은 자매는 서로 “언니가 돈이 많다” “동생이 부자다”라며 소문을 냈다. 언니가 “동생 남편이 부동산 개발회사 전무라 월급이 1000만 원”이라고 말하고 가면 동생이 찾아와 “언니 시댁이 마산 땅부자라 물려받으면 금세 큰 부자가 될 것”이라고 선전했다. 주민 이모 씨(48·여)는 “손에 돈다발을 들고 고급 승용차를 몰고 다니는 자매를 보며 진짜 큰 부자인 줄 알았다”고 했다. 이 씨는 나중에야 이 모든 게 ‘한 방’을 위한 준비작업이었다는 걸 알고 가슴을 쳤다.자매는 2007년부터 급전이 필요하다며 돈을 빌리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돈을 빌리면 은행보다 높은 이자를 얹어 돈을 갚는 자매를 믿고 점점 큰돈을 빌려줬다. 자매의 사정도 다양했다. 아파트 분양권을 당첨 받았는데 현금이 조금 부족하다, 아들이 육군 대위인데 카드가 정지돼 진급을 못하게 됐다며 많게는 수천만 원까지 빌리고 갚지 않았다. 심지어 남편이 위암 수술을 받고 병원에 입원해 있던 이모 씨(71·여)까지 찾아가 텔레뱅킹으로 2000만 원을 빌리기도 했다.완벽해 보였던 가족 사기단의 행각은 지난해 7월 14일 구 씨가 서울중앙지법에 파산신청서를 내면서 드러났다. 이들에게 돈을 돌려받지 못해 민사 소송을 냈던 피해 주민이 파산 신청서에 적힌 채권자 목록에 다른 주민 여러 명의 이름이 적혀 있는 걸 발견했다. 결국 사기를 당한 주민이 모여 경찰에 고소하면서 이들의 정체가 밝혀졌다. 그룹 전무라던 동생 남편 구 씨는 영업사원으로 잠깐 일했던 신용불량자로, 담보로 잡은 집도 이미 다른 사람에게 넘어간 상황이었다. 게다가 동생 부부는 실제 부부가 아닌 사실혼 관계였다.서울 광진경찰서는 광진구 화양동 주민 7명에게 4억6000만 원을 빌린 뒤 갚지 않은 혐의(사기)로 김 씨 자매와 동생 남편 구 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8일 밝혔다. 피해 주민들은 “남편 몰래 돈을 빌려주고 속으로 끙끙 앓는 사람 수십 명을 포함하면 피해액이 수십억 원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변제할 능력도 없으면서 돈을 빌렸다”며 “여전히 사기 친 게 아니라 돈을 갚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중국 내 한인 교회들이 특정 정당에 표를 몰아주기 위해 우편투표를 악용하고 있다.”4·11 총선을 앞두고 이와 같은 근거 없는 괴담이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 괴담에 대해 “현행 공직선거법상 불가능한 내용”이라고 해명했지만 누리꾼들은 “선관위를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괴담은 정봉주 전 의원 인터넷 팬카페에서 시작됐다. 7일 오후 정 전 의원의 팬카페 ‘미권스(정봉주와 미래권력들)’에 ‘뭔가 이상합니다’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중국에 살고 있다는 ‘Pose****’이란 아이디의 누리꾼은 “중국 내 한인교회에서 아르바이트를 고용해 노인들에게 부재자 투표 신청서를 대신 받아오게 하고 있다”며 “투표에 관심 없는 노인들의 인적사항과 구비서류를 모아 마음대로 정당을 선택해 투표하고 우편으로 발송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꼼수’의 냄새가 난다”고도 했다.이 글은 트위터를 통해 빠르게 리트윗(RT)돼 퍼졌다. 16일에도 트위터 이용자들은 ‘긴급속보’라며 “이승만의 3·15 부정선거 업그레이드판” “이대로 가면 총선·대선에서 특정 정당이 집권하는 끔찍한 사태가 올 수 있다”는 내용을 덧붙여 퍼뜨리고 있다. 블로그와 카페 등에도 원문 링크와 함께 “제대로 된 정보를 공유해 의혹을 밝혀내자”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선관위는 “괴담이 사실처럼 퍼져나가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공직선거법 38조 3항에 따르면 재외투표자는 거소투표를 할 수 없고 반드시 공관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본인확인 절차를 거친 뒤 직접 투표하도록 돼 있다. 글쓴이는 38조 3항의 내용을 잘못 알고 글을 올린 것이다. 선관위 재외선거정책과 이은식 사무관은 “2009년 2월 공직선거법에 ‘재외선거에 관한 특례’ 조항이 신설된 뒤 한 번도 재외선거에서 거소투표가 가능하다는 내용이 들어간 적이 없는데 왜 이런 괴담이 퍼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중앙선관위 사이버예방TF팀은 12일부터 해당 글에 괴담을 해명하는 댓글을 달고 있지만 일부 누리꾼은 해명을 믿지 않고 있다. 아이디 ‘gene****’는 15일 “월급 100만 원인 보좌관이 기업을 매수해 선관위를 공격한 나라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얘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는 “‘10·26 중앙선관위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 이후 선거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져 있는 상태”라며 “디도스 공격 의혹 중 일부가 사실로 밝혀지고 이에 대한 검경의 수사가 지지부진하다 보니 선거 관련 의혹만 나오면 습관적으로 사실일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마일리지’로 환자들을 유혹해 수년간 억대 보험금을 챙긴 한의원 원장이 경찰에 적발됐다. 마일리지를 쌓으면 무료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말에 보험사기에 적극 가담한 환자 수십 명도 함께 입건됐다.서울 수서경찰서는 강남구 대치동 A한의원에서 2006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보험금 1억5000만 원을 부당하게 타낸 혐의(사기)로 원장 B 씨(39)를 입건하고 청구금액이 300만 원에 이르는 환자 20여 명도 함께 조사하고 있다고 15일 밝혔다.경찰에 따르면 B 씨는 본인이 운영하는 한의원에서 환자에게 무료로 물리치료나 보약을 받을 수 있는 마일리지를 주고 이들에게서 본인이나 가족의 개인정보를 넘겨받아 진료도 하지 않은 채 진료한 것처럼 꾸며 보험금을 타낸 혐의를 받고 있다. B 씨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보험사의 눈을 피하려고 환자 가족과 지인의 명의를 돌려가며 보험금을 청구하기도 했다.환자들은 ‘공짜’ 마일리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가족이나 지인의 개인정보를 병원에 제공했다. 경찰은 환자 명부에 적힌 7500명 중 수백 명이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청구내용과 진료·처방 기록, 간호일지를 대조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강원 태백시 보험사기가 생활고에 시달린 주민들의 생계형 범죄였다면 이번 사건은 ‘마일리지’ 욕심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