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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29일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과 교육 주체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문 대표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주장한 뒤 “사회적 논의기구의 결과에 따르는 것을 전제로 정치권은 교과서 문제 대신 민생 현안을 다루는 데 전념하자”고 말했다. 문 대표는 이어 “논의기구가 구성된다면 야당은 국정화 반대 운동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 여당이 국정화 확정고시를 강행하면) 비상한 각오와 결단도 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사회적 기구가 바로 (국정 교과서) 집필진 구성”이라며 “집필진 구성에 야당의 의사도 반영될 수 있도록 참여하면 그것이 바로 사회적 기구”라고 했다. 문 대표의 제안은 거부했고, 국정화 고시는 예정대로 진행된다는 얘기다. 청와대는 수습에 나선다는 분위기다. 편 가르기 논쟁에서 발을 빼고 민생행보를 강화해 중도층의 마음을 돌려놓겠다는 계획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국정화를 언급한 것은 대통령을 믿고 논쟁을 끝내 달라는 의미”라며 “청와대는 민생과 경제 활성화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박 대통령이 서울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50회 전국여성대회에 처음에는 참석 자체에 부정적이었다가 막판에 참석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도 이 같은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박 대통령은 다음 달 5일 확정고시 이후 교체할 교육부 장관 후보에 역사 교과서와 관련 없는 인물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임명된 이영 교육부 차관도 경제학자다. 고시 이후에는 교육부도 국정화 논쟁을 털고 본연의 업무에 매진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한상준 alwaysj@donga.com·박민혁 기자}
“20대 국회에서는 경제 살리기 법안부터 우선 처리하고, 통일 관련 법률과 결의안부터 가장 먼저 통과시켜야 한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29일 내년 4월 총선 이후 구성될 20대 국회가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이같이 주문했다. 국회가 국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법안을 처리하는 본연의 업무에 매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일의 초석을 닦는 입법 활동에 나서야 한다는 제언은 눈길을 끌었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상생(相生) 모델’이 필요한데, 그 중심에 국회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대기업-중소기업, 청년층-장년층, 노사 등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한 지점이 많다”며 “사회적인 주요 행위자들 간에 타협을 이끌어 내는 것이 바로 정치, 20대 국회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켜 온 19대 국회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는 것. 김형준 명지대 교수도 “사회적 양극화와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초당적인 방안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찾아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20대 국회 출범 이듬해인 2017년에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만큼 개헌 등 정치개혁을 위한 논의를 본격화할 수 있는 기회가 돼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대선을 앞둔 20대 국회에서는 개헌 논의를 본격화할 수 있는 적절한 시점”이라며 “권력 구조부터 선거제도까지 연계되어 있는 만큼 중장기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정책과 비전으로 승부하는 대선을 위한 준비를 20대 국회가 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여당과 야당이 입법, 정책 능력으로 승부해야 한다”며 “그런 분위기가 형성되면 대선에서 어떤 정책과 비전을 가지고 국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할 것인지 답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했다. 7선의 조순형 전 의원은 “국회의원이 되면 ‘헌법을 준수하고, 국익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한다’는 취임선서를 하게 되는데, 이 선서의 정신만 지키면 된다”며 “이와 함께 당론보다는 국익을 최우선으로 직무를 수행하는 것을 실천으로 옮겨야 한다”고 했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28일 국회 운영,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의 전장(戰場)으로 변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교육부의 ‘국정교과서 태스크포스(TF)’가 비밀리에 운영됐다고 집중 성토했다. 그러나 새누리당과 정부는 “TF 운영은 당연한 것”이라고 맞섰다. 박근혜 대통령의 전날 국회 시정연설을 계기로 여야 간 역사전쟁이 ‘막말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야 “불법 TF” vs 여 “TF 안 만드는 게 비정상”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운영위에서 TF 운영을 청와대가 알고 있었는지, TF의 불법성은 없는지 등을 추궁했다.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은 “12일 교육부가 행정 예고한 뒤로 청와대 비서실이 (TF 운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TF가 문제가 되기 전까지는 운영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이어 “정쟁화되다시피 한 현안 문제에 대해 TF를 안 만드는 게 이상하다. TF가 불법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문위에서도 고성이 오갔다. 새정치연합 설훈 의원이 “박 대통령의 동생인 지만 씨가 ‘누나, 이거 잘못된 겁니다’라고 말해야 한다는 생각까지 했다”고 말하자 새누리당 의원들은 “인격 모욕성 발언”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새정치연합 박홍근 의원은 국정화 TF에 속한 교육부 직원이 경찰 출동을 요청하며 “지금 여기 털리면 큰일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직원들이 놀라 신고를 하고 (당황해) 그런 것 같다”고 해명했다.○ 야 “정신분열 증상” vs 여 “제정신이냐”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전날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거듭 문제 삼았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대해 “독특한 화법의 연설을 듣다 보면 정신적 분열 증상까지 느끼게 된다”고 비판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이 청와대 5자 회동에서 “교과서를 보면 그런(부끄러운 역사로 보이는) 기운이 온다”고 말한 것을 두고 “대통령은 무속인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트위터에 “새누리당 최고존엄에 대한 박수치고는 너무 무성의했고 건성건성 쳤다. (김무성 대표가) 여권 2인자 자리에서 쫓겨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고 적었다. 최고존엄은 북한 김정은을 부르는 표현으로 박 대통령을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대통령에게 정신분열증이라고 막말을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그렇게 이야기하는 정치인이 제정신이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한상준 alwaysj@donga.com·홍정수 기자}

《 2012년 5월 문을 열자마자 삐걱거렸던 19대 국회는 2015년 “역대 최악의 졸속 국감”(10월 8일 경제정의실천연합 국감 평가 보고서)이라는 오명 속에 마지막 국정감사를 마쳤다. 19대 국회가 남긴 불명예 기록들을 숫자로 짚어 봤다. 》33일-19대 국회 문 열 때까지 걸린 기간 19대 국회는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2012년 5월 30일 업무를 시작해야 했지만 상임위원회 배분을 둘러싼 여야 힘겨루기가 이뤄지면서 공전을 거듭했다. “시작부터 파행”이냐는 비난 여론이 컸지만 여야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19대 국회는 당초 예정보다 33일이나 늦은 7월 2일에야 겨우 문을 열었다. ‘지각 개원’이었다. 원(院) 구성을 둘러싼 격돌은 19대 국회의 반환점을 돈 2014년에도 되풀이됐다. 세월호 참사 이후 사사건건 대립하던 여야는 후반기 원 구성에 대한 이견 등으로 당초 정해진 2014년 5월 30일보다 한 달가량 늦은 6월 24일 첫 본회의를 열었다. 151일-2014년 국회 파행 기간 19대 회기에서 여야의 극한 대립은 ‘고질병’ 수준이었다. 2014년 여야는 세월호 특별법 등을 이유로 무려 151일 동안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했다. 2014년 5월 2일부터 9월 30일까지 국회가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면서 ‘식물 국회’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91초-2014년 9월 30일 본회의에서 법안 1건 처리 시간 장기간의 파행은 결국 ‘부실 처리’로 이어졌다. 국회는 2014년 9월 30일 열린 본회의에서는 무려 90개 안건을 처리했다. 걸린 시간은 불과 136분. 안건 하나에 평균 91초가 걸렸을 뿐이다. 국회 관계자는 “의원들이 법안 내용을 제대로 파악이나 하고 찬성과 반대를 누르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16분-19대 국회 국정감사의 증인 1인당 평균 소요 시간 국정감사는 국회가 행정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권능이다. 그러나 국정감사는 회기를 거듭할수록 부실해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증인 한 명에게 소요된 시간은 16대 국회에서 27분이었지만 점점 줄어 19대에는 16분에 불과했다. 피감기관이 늘어난 탓도 있지만 “일단 불러 놓고 보자”라며 묻지 마 증인채택을 하는 의원들의 ‘갑(甲)질’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 김수연 연구원은 “증인 신문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서는 무분별한 증인 채택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며 “증인 신문 이전에 신문 요지서 송부, 서면진술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52곳-2015년 국정감사의 일일 평균 감사기관 수 2015년 국정감사는 역대 최대인 779개의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는 지난해 672개에 비해 16%가량 늘어난 규모다. 그러나 정작 국정감사는 추석 연휴 등을 이유로 보름 남짓한 기간에 진행됐다. 결국 하루 평균 52개, 상임위원회별로 하루 평균 5개의 피감기관을 감사하는 ‘날림 국감’이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총선을 앞둔 여야가 국감보다는 공천 룰 등을 둘러싼 집안싸움에 한눈을 파는 사이 국감은 졸속으로 진행됐다. 매년 국정감사를 모니터링해 온 경제정의실천연합은 매년 선정하던 ‘국정감사 우수 의원’을 올해는 선정하지 않았다. “의원들의 실적을 평가하기 어렵다”는 것이 포기 이유였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1건.’ 19대 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4년여 회기 동안 처리한 ‘징계안 의결’ 건수다. 임기 종료를 7개월 앞둔 결과물로는 너무 초라하다. 각종 비리와 막말, 품위 위반 등으로 윤리특위에 제출된 징계안은 총 39건이나 됐지만 처리된 건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심학봉 전 의원의 징계안 한 건뿐이다. 윤리특위가 “솜방망이 처벌 위원회냐”라는 비판을 받는 가운데 19대 국회의원들은 줄줄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다. 27일 바른사회시민회의 자료에 따르면 19대 의원 가운데 범죄 혐의로 조사받거나 재판받는 의원은 18명에 달한다.○ 더욱 거칠어진 ‘입’ “국민을 홍어 ×으로 안다.”(2012년 11월 당시 김태호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공동의장이 문재인,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합의를 비판하며) “귀태(鬼胎·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의 후손들이 한일 정상으로 있다.”(2013년 7월 당시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변인이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며) 19대 여야 의원들의 입에서 나온 원색적인 막말이다. 동아일보가 19대 국회 윤리특위에 제출된 징계안 39건을 조사한 결과 막말로 인한 징계안은 16건으로 전체의 41%를 차지했다. 새정치연합의 한 재선 의원은 “여야 모두 자신의 지지층만을 생각하다 보니 거친 언사가 나온 것”이라며 “이는 국회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정치를 불신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막말 외에도 ‘선거 불복’, ‘국가 정통성 부인’과 관련된 발언도 많았다. 새정치연합 강동원 의원은 13일 대정부질문에서 “18대 대선은 가장 악질적이고 조직적인 관권 선거, 부정선거였다”고 구체적인 근거도 없는 주장을 하다 자체 징계를 받았다. 앞서 2013년 7월 통합진보당(지난해 헌법재판소의 위헌정당 결정으로 해산) 소속 이석기 전 의원은 “우리나라는 애국가를 국가로 정한 적 없다”는 황당 발언으로 징계안이 제출됐다. ○ 징계안, ‘제출만 있고 징계는 없다?’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22일 청와대 5자 회동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과거 ‘그년’ 발언과 관련해 사과했다. 그러나 정작 이 원내대표의 징계안은 아직도 윤리특위에 계류 중이다. 19대 국회 초반인 2012년 8월에 문제의 트위터 글이 알려지자 새누리당 의원들은 즉시 이에 대한 징계안을 제출했다. 3년이 지나 19대 회기가 끝나 가는데도 아무런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19대 국회에서 유일하게 징계안이 처리된 심 전 의원 징계안도 제출부터 처리까지 두 달 정도 걸렸다. 국회 관계자는 “심 전 의원의 성폭행 의혹에 대한 여론의 거센 비판이 없었다면 윤리특위가 이마저도 처리하지 않고 미적댔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징계안만 있고 징계는 없는’ 윤리특위에 대한 비판은 내부에서도 나왔다. 국회윤리심사자문위원회(위원장 손태규 단국대 교수)는 9월 “모든 징계 의견서가 사실상 사장(死藏)되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자문위원 일동은 실망을 금치 못한다”고 비판했다. 양승함 연세대 교수는 “단순 경고, 세비 감봉, 출석 정지 등 제재 수준별로 객관적 징벌 기준을 뚜렷하게 제시해야 한다”며 “윤리특위도 정치권 바깥 인물을 보강해 정당의 영향력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의 부끄러운 범죄 퍼레이드 범죄자로 낙인이 찍힐 위기에 놓인 국회의원도 적지 않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자료에 따르면 의원들의 범죄 혐의는 성폭행부터 공직선거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폭행, 뇌물 등 다양하다. 이들 의원 중에는 새누리당 이인제 최고위원, 새정치연합 이 원내대표 등 당 수뇌부도 포함돼 있다. 재판 중인 상황에서의 의정 활동은 논란이 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인 새정치연합 박지원 의원은 한 저축은행으로부터 수천만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 때문에 7일 법사위의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여당 의원들은 “재판 중인 기관을 상대로 국감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김도연 정치팀장은 “국회의원이 법을 가볍게 여기는 풍조는 법적 처벌을 받아도 공천받는 데 아무 지장이 없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이 도덕적으로 흠결 있는 후보에 대한 정치적 제재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한상준 alwaysj@donga.com·차길호 기자}

야당 의원들과 경찰이 밤새 대치한 ‘국정교과서 태스크포스(TF)’팀을 놓고 여야는 26일 정면충돌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당연히 구성될 수밖에 없는 교육부 TF팀 근무현장에 (야당) 국회의원들이 들이닥쳐 공무원들을 감금하는 작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맞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그런 비밀조직이 적발됐다는 것을 부끄러워해야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려 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①“관계기관 대책회의” vs “일반 업무 연장” 1차 쟁점은 국정화 TF의 성격. 정부·여당은 “국정화를 위한 필수적 작업”이라고 했지만, 야당은 “5공 시절 조직체계를 무시한 관계기관 대책회의가 떠오른다”고 강력 비난했다. 새정치연합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국정교과서 TF) 비밀작업팀이 청와대에 일일보고를 하고 여론조작과 공작정치를 한 건 어떤 말로도 변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언론에 공개된 국정화 TF 구성 및 운영계획은 폭주하는 국회 자료 요구와 업무량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업무지원 나온 직원들의 역할을 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②“청와대 지시로 사전 준비” vs “당연한 절차” 국정화 TF 구성 시기도 논란거리다. 국정화 TF는 5일 최초로 8명의 인원이 투입됐고, 12일 7명이 추가 투입됐다. 야당은 국정화 행정예고(12일)에 앞서 사무실을 마련했으며 자체 입수한 문건에 TF 내 상황관리팀 소관업무가 ‘BH(청와대) 일일점검 회의 지원’이라고 명시된 것을 문제 삼고 있다. 이를 근거로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이 23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청와대가 별도의 지침을 하달한 적은 없다”고 한 것을 위증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여당은 국정화 TF를 미리 구성하는 건 당연한 행정 절차라고 밝혔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과거 금융실명제를 준비할 때도 조심스럽게 TF를 구성했는데 국정화 검토를 위해 TF를 구성 안한다면 그것이 더 문제 아니냐”고 반박했다.③“세종시 아닌 서울” vs “수용 공간 찾다 보니…” TF 사무실 위치도 도마에 올랐다. 야당은 “교육부가 있는 정부세종청사가 아닌 청와대와 가까운 서울 종로구 국제교육원에 사무실을 꾸린 건 청와대 보고를 쉽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국회 대응을 원활히 하고 많은 인원을 수용할 공간을 찾다보니 국제교육원에 사무실을 차린 것”이라고 설명했다.④“손가락으로 하늘 가리기” vs “화적떼인가” 새누리당은 밤새 이어진 야당 의원들의 TF 사무실 대치를 ‘제2의 국가정보원 여직원 감금 사태’로 규정했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2012년 국정원 사태가 떠오른다. 야당이 ‘화적떼’가 아니지 않으냐”고 지적했다. 정청래 새정치연합 최고위원은 “정권은 짧고 역사는 영원하다”며 “박 대통령이 조선의 왕이었다면 역사는 성군으로 기록했을까요, 폭군으로 기록했을까요”라고 했다. 야당은 27일로 예정된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 보이콧 여부를 당일 오전 최고위원회와 의원총회에서 결정하기로 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이은택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은 대통령과 집권당 대표가 친일과 독재의 가족사 때문에 국정 교과서에 집착한다고 믿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22일 열리는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 원내대표 간 청와대 5자 회동에서 ‘역사전쟁’을 화두로 꺼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어 문 대표는 “국민의 요구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중단하고, 경제 살리기와 민생에 전념하라는 것”이라며 “(청와대) 회동에서 이에 대한 응답이 없다면 모든 책임은 대통령과 여당에 있다”고 경고했다. 청와대 회동에 앞서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밀어붙이는 청와대와 여당에 선제공격을 한 셈이다. 문 대표는 이날 오후 참모진과 회의를 갖고 청와대 회동 의제와 세부 내용 등을 직접 가다듬었다. 문 대표 측은 모두발언부터 역사 교과서 국정화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언급한다는 전략이다. 한편 청와대와 새정치연합은 청와대 회동에서 대변인 배석 여부를 두고 마지막 기싸움을 벌였다. 새정치연합은 대변인이 배석해야 원활한 언론 브리핑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청와대는 난색을 표했다. 새정치연합 김성수 대변인은 “22일 오전 상황을 지켜보고 (회동 참석 여부에 대한) 최종 입장을 정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 원내대표가 22일 오후 3시 청와대에서 5자 회동을 하기로 했다. 박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를 만나는 것은 3월 이후 7개월여 만이다. 청와대와 새정치민주연합은 20일 청와대 회동 일정을 동시에 발표했다. 관심이 있는 현안에 따라 설명은 조금 달랐다. 김성우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이번 회동에서는 대통령의 미국 방문 성과 설명과 함께 노동 관련법, 경제 활성화를 위한 법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새정치연합 김성수 대변인은 “특히 역사 교과서 문제와 민생 경제 현안, 한반도 평화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새정치연합은 당초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 간 3자 회동을 역제안했다가 이날 고위전략회의를 통해 5자 회동을 수용하기로 했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입법을 책임지는 원내대표도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청와대의 의견이 있었다”며 “이에 ‘의제에 제한을 두지 말고 충분히 논의하자’는 뜻을 청와대가 받아들이면서 회동이 성사됐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최우선 현안으로 다루겠다는 생각이다. 노동 개혁 등 정부의 역점 현안에 대해 각을 세워 박 대통령과 문 대표의 ‘양자 대결 구도’를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문 대표 측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국정화를 추진하는 이유를 직접 듣고, 그 반대 논리를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국정화 예비비 예산까지 편성한 여권이 물러설 가능성은 거의 없어 청와대 회동이 별 성과가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새누리당 김 대표는 이번 회동을 계기로 당청 갈등 우려를 해소하는 등 국면 전환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둘러싼 갈등을 봉합하고 당청이 한목소리를 내는 장면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한상준 alwaysj@donga.com·강경석 기자}
내년 4월 총선의 선거구획정안을 둘러싼 여야 협상이 벽에 부딪치고 있다. 여야는 선거구 획정안의 국회 처리 법정시한(11월 13일)을 앞두고 물밑 조율을 하고 있지만 의원정수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여부를 놓고 접점을 못 찾고 있다. 새누리당은 현행 의원정수(300명)를 유지하면서 농어촌 지역의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 비례대표(현행 54석) 의석을 줄이더라도 지역구를 늘리자는 생각이다. 현행 지역구 246석에서 4∼6석 정도를 더 늘리자는 것이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비례대표 의석수는 현행대로 유지하되 의원정수를 3석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선거구 조정으로 통폐합 위기에 처한 지역구를 일부 살리자는 것이다. 하지만 지역구 의석수가 늘어나면 의원정수 300석 마지노선이 무너지게 된다. 새누리당은 의원정수 확대에 강력 반발하고 있어 절충이 쉽지 않다. 특히 새정치연합은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하지만 새누리당은 난색을 보이고 있다. 새정치연합이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하는 이면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의당과의 선거연대를 성사시키려는 노림수가 숨어 있다는 이유에서다. 새정치연합이 정의당과 일부 지역구에서 후보 단일화를 해 여당 후보와 1 대 1 대결구도를 만들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결국 야권이 지역구 선거에서 공천 연대로 유리해지고, 비례대표 선거에서는 소수당이 의석을 많이 가져가는 구조여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고성호 sungho@donga.com·한상준 기자}

야당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 관련 예산안 배정을 막겠다고 천명한 가운데 교육부가 이미 예비비로 44억 원을 확보해 국사편찬위원회에 내려보낸 것으로 19일 알려졌다. 야당이 계속 반발할 경우 관련 예산안 통과가 사실상 어렵다는 판단하에 국정 교과서 제작에 차질을 빚지 않기 위한 선제조치를 취한 셈이다. 하지만 초등학교 교과서 제작을 위한 58억 원 등 102억 원의 예산안 상정 계획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 파행으로 무산됐다. 앞서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3일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국정 교과서 개발에 필요한 예산을 예비비로 편성 및 지급하는 방안을 보고했다고 한다. 예비비 44억 원은 집필진 선정비용, 집필진 인건비, 교과서 연구개발비 등에 쓰일 예정이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정부는 예측할 수 없는 예산 외의 지출이 필요할 때 예비비로 우선 예산을 편성해 충당하고 다음 해 5월 31일까지 국회에 사용 명세를 제출해 승인을 얻으면 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국정화를 저지하기 위한 ‘예산 심사 전면 보이콧’ 방침을 접었다. 그 대신 교문위의 예산 심사에 화력을 집중하기로 했다. 새정치연합은 19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분리 대응’ 방침을 결정했다. 교문위에서는 예산 심사를 국정화 문제와 연계해 진행하되 다른 상임위에서는 민생 관련 예산 심사를 정상적으로 진행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은 무엇보다 정부의 국정화 고시 강행을 막을 물리적인 방법이 없어서다. 또 예산 심사를 보이콧할 경우 비판 여론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깔렸다고 한다. 이날 의총에서는 “교문위를 제외한 나머지 상임위가 파행으로 가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많았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교문위는 지난해 누리과정에 이어 올해는 역사 교과서로 최대 전장이 될 것”이라면서도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국회 전체를 공전시킬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예산전쟁의 주무대인 교문위는 이날 파행됐다. 당초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던 전체회의가 오후 2시에 열렸지만 여야 의원 간 국정화를 둘러싼 설전(舌戰)만 오갔다. 새정치연합 조정식 의원은 황우여 부총리에게 “국정화 관련 국론 분열을 수습할 자신이 없으면 장관에서 물러나라”고 다그쳤다. 그러나 새누리당 박대출 의원은 “내년 나라살림을 상정하지 않겠다는 것은 국회의원의 직무유기”라고 맞섰다. 박주선 교문위원장은 개의 뒤 1시간 반 동안 고성이 섞인 의사진행 발언만 이어지자 정회했고 결국 산회를 선포했다. 결국 이날 55조7299억 원 규모의 교육부 예산안과 5조4585억 원 규모의 문화체육관광부 내년 예산안은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한편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국정 교과서와 민생예산 관련 여야 원내지도부의 ‘2+2’ 회담을 제안했지만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교과서 문제와의 연계는 안 된다며 거부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홍수영·이은택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주요 국정 현안을 놓고 여야 대표와 만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3자 회동이 성사되면 3월 이후 7개월 만이다. 현기환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19일 국회를 찾아 양당 대표를 만나서 청와대의 회동 의사를 타진했다. 현 수석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에게 “미국 방문 결과 등을 설명하는 자리를 갖고자 한다”고 말했고 문 대표는 이를 수락했다. 당초 청와대는 22일에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를 포함한 5자 회동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문 대표는 “효율적인 진행을 위해 대통령과 여야 대표만이 참석하는 3자 회동을 하자”고 역제안했다. 이번 회동이 성사되면 의제를 놓고 신경전이 뜨거울 것으로 전망된다. 여권은 예산안과 노동개혁 등에 집중하겠지만 야당은 “방미 성과 외에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 민생 현안 등을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강경석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80여 명이 내년 20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현역 컷오프’ 가능성에 집단 반발해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입법화 카드를 들고 나오면서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의 불씨가 다시 살아나는 모양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정치적 생명을 걸겠다”며 배수진을 치고 추진했던 오픈프라이머리는 야당의 공천 혁신안 통과로 사실상 무산된 바 있다. 하지만 물 건너간 듯 보였던 오픈프라이머리가 야당의 ‘현역 의원 20% 물갈이’를 위한 선출직평가위원장(조은 동국대 명예교수) 임명을 둘러싼 당내 계파 갈등으로 극적 부활의 단초를 마련한 것.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19일 또는 20일 의원총회를 열고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오픈프라이머리 논의 재개의 최대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오픈프라이머리 법안에 서명한 의원들 사이에서도 완전국민경선제가 도입됐을 경우 ‘평가 하위 20% 공천 배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말해 갑론을박이 불가피하다는 뜻을 밝혔다.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 구성을 제안한 당 혁신위원회도 19일 전체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한다. 새누리당은 야당의 논의 추이를 살핀 뒤 대응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김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야당의 상황이 급변하면서 공천 룰을 논의할 특별기구 인선을 굳이 서두를 이유가 없어 보인다”며 “만약 야당이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전격 결정하게 되면 새누리당도 당연히 당론으로 채택한 바 있는 오픈프라이머리로 간다”고 말했다. 하지만 친박(친박근혜)계는 “이미 오픈프라이머리는 물 건너갔다”며 김을 빼고 있다. 오픈프라이머리 무산 이후 의총에서 특별기구를 출범시켜 총선 룰을 논의하기로 한 만큼 야당 상황이 변한다고 하더라도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다시 의총을 거쳐야 한다는 것. 특별기구 위원장 인선을 둘러싸고 불거진 당내 계파 갈등이 오픈프라이머리 재논의 과정에서 또 한 차례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 지도부는 야당의 논의 여부를 지켜보고 이르면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특별기구 인선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친박계가 특별기구 위원장으로 밀었던 이주영 의원이 스스로 위원장직을 고사해 출범 논의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이미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강창희 전 국회의장이나 이한구 의원 등을 대안으로 거론하고 있다.강경석 coolup@donga.com·한상준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이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장에 조은 동국대 명예교수를 임명했다. 조 교수는 내년 20대 총선 공천에 앞서 의원을 평가해 ‘하위 20%’를 공천에서 배제하는 작업을 총괄한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완전국민경선(오픈프라이머리) 법제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경선제가 도입되면 선출직공직자평가위는 사실상 무력화된다. 총선 공천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본격화된 것이다. 문재인 대표는 지난달 조 교수를 평가위원장으로 내정했지만 비노(비노무현) 진영에서 조 교수가 2012년 19대 총선 당시 공천심사위원으로 활동한 점을 문제 삼아 반대하면서 인선이 미뤄졌다. 비노 진영은 역사학계 원로인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본인이 고사해 성사되지 못했다. 이종걸 원내대표 등은 이날도 “국정화 논란 국면에 분란의 소지가 있다”며 조 교수의 임명을 반대했지만 문 대표는 강행했다. 하지만 이와 별도로 최규성 의원 등은 완전국민경선 입법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 법안에는 새정치연합 전체 의원 129명 중 78명이 서명했다. 최 의원은 “당원이면 누구나 (경선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경선 방법은 상황에 따라 ‘국민투표 100%’나 ‘국민투표 70%+당원 30%’ 중에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명에 참여한 한 재선 의원은 “완전국민경선제가 실시되면 당 지도부나 공천 관련 기구의 ‘인위적인 걸러내기’가 불가능해진다”며 “사실상 공직자평가위는 의미가 없게 된다”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은 “누군지도 모르는 (공직자평가위 소속) 교수에게 의원들이 우르르 면접 보러 가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공직자평가위 구성을 제안한 당 혁신위원회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혁신위는 현역 의원 평가에서 하위 20%를 공천에서 원천 배제해 정치 신인의 국회 진입이 늘기를 바라고 있어서다. 한 혁신위원은 “하위 20% 배제는 혁신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며 “평가조차 거부하며 ‘내 자리만 지키면 된다’는 현역 의원들의 욕심이 지나치다”고 비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경제는 나 말고도 잘할 분이 많다”며 사실상 내년 총선에 출마할 뜻을 내비쳤다. 최 부총리는 이날 김영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것인가”라고 질문하자 “예, 뭐 상황을 봐서”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 부총리가 웃으며 “야당 의원들은 내가 물러나야 우리나라 경제가 잘된다고들 하지 않았냐”고 반문하자 본회의장에 앉아 있던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최 부총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재가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대통령은 (출마와 관련한) 말씀이 전혀 없었다”며 “내각에 있는 한 최선을 다해 경제 위기를 극복한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날 야당 의원들은 최 부총리를 향해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냈다. 이원욱 새정치연합 의원이 “경제 실패와 불법 인사 청탁으로 이제 물러날 때가 되지 않았냐”고 추궁하자 최 부총리는 “인사권자의 판단에 따라 언제든지 그만둘 때면 그만둘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이 재차 중소기업진흥공단 채용 청탁 의혹에 관여한 것이 아니냐고 지적하자 최 부총리는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송구스럽지만 어떤 경우의 부정한 청탁도 없었다”며 “이런 문제가 과도하게 정치적으로 (부각)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맞섰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역사 교과서 국정화와 선거구 획정 문제에 더해 새정치민주연합 강동원 의원의 ‘대선 개표 부정’ 발언까지 겹치면서 정국이 급랭하고 있다. 6개월 남은 20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지지층 결집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 양상이다. 타협의 정신이 사라진 곳에는 상대의 존재를 부정하는 막말과 고함만이 난무하고 있다. 노동개혁 법안,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예산안 처리 등 산적한 현안 속에서 민생은 또다시 외면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선 승복 뒤집나” vs “교과서 덮으려는 책략” 새누리당은 15일 의원총회를 열고 △강 의원 사퇴 △새정치연합 공식 사과 △강 의원 출당 조치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강 의원 징계안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출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강 의원의 ‘대선 개표 부정’ 발언을 “국민을 모독하고 국기를 흔드는 정치테러”라고 성토했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강 의원을 국회 운영위원과 원내부대표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는 등 파문 진화에 안간힘을 썼다. 강 의원은 이종걸 원내대표와의 통화에서 “당에 혼선을 빚게 해 미안하다”며 사퇴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당 차원의 사과 및 출당 조치를 요구한 것에 대해 문재인 대표는 “국정교과서 국면을 덮어 나가려는 정치적 책략”이라고 일축했다. 2012년 대선후보였던 문 대표는 “대선 이후부터 사회 일각에 강력하게 남아있는 의혹들이 아직 다 해소되지 않은 걸로 보인다. 선거무효확인소송이 3년 가까이 대법원에서 판결이 나지 않다 보니 의혹을 가진 사람은 지금까지도 의혹을 갖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 여운을 남겼다. 새누리당은 발끈했다. 김용남 대변인은 “대선 결과 승복 선언을 뒤집는 꼴”이라고 지적 했다. 새정치연합 일각에서는 강 의원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부겸 전 의원은 “어떤 운동선수가 시합에 져 놓고 3년 지나서 ‘오심으로 졌다’고 떠들고 다니느냐”며 “강 의원이 공개 사과하고 발언을 취소해야 한다”고 했다. 야당은 또 전날 “우리가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자위대의) 입국을 허용할 것”이라고 말한 황교안 국무총리를 정조준하며 전선 확대를 시도했다. 새정치연합은 15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21세기 친일 극우파의 커밍아웃 선언”이라고 비판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좌파의 사슬” vs “국민항복 시대” 새누리당은 의총에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 찬성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역사전쟁’을 위해 여권 단일 대오를 선언한 셈이다. 김무성 대표는 “(현행 역사) 교과서는 ‘악마의 발톱’을 감춘 형태로 교묘하게 표현돼 있지만 학생 자습서와 교사용 지도서는 완전히 좌편향돼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교과서 집필진 구성 과정부터 학교에서 교과서를 채택하는 과정이 전부 ‘좌파의 사슬’로 묶여 있다”고도 했다. 박명재 의원은 “전쟁이다. 역사를 바로 세우는 것은 제2의 건국운동”이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장외투쟁을 병행하며 국정화의 문제점을 알리는 행보를 이어갔다. 문 대표는 이날 ‘유신 독재 희생자’ 유가족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할아버지인 우당 이회영 선생 순국 83주기 추모 학술회의에 참석해 “할아버지를 뵐 면목이 없다”며 눈물을 쏟았다.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해 “역사 쿠데타에서 회군하라”고 한 이 원내대표는 “박정희 대통령이 ‘국민항복’ 시대를 만들려고 했던 것이 실패했고, 이제 이데올로기를 동원해 국민항복 시대를 만들려는 재시도 역시 실패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 산 넘어 산…대치 정국 장기화 가능성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은 교착 상태에서 한 걸음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야 간 의견 대립으로 선거구획정위원회에서 획정안을 제출하지 못한 뒤에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개점휴업 상태다. 여야 지도부 협상으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지만 여의치 않다. 당초 이날로 예정됐던 양당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원내수석부대표 간의 ‘3+3 만찬 회동’도 취소됐다. 양당 대표 채널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여야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필요한 44억 원의 예산 배정을 놓고 다시 한 번 정면충돌할 기세다. 새정치연합은 “단 한 푼의 예산도 배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벼르고 있다.장택동 will71@donga.com·한상준 기자}
“이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4일 서울 종로구 구기동 자택에서 주요 당직자 9명과 만찬을 함께 하며 이 같은 건배사를 외쳤다. 내년 20대 총선 승리와 ‘이런 자리를 자주 갖자’는 의미라고 한다. 이날 만찬은 지난달 22일 최고위원들과의 회동에 이어 2번째 ‘식탁 정치’다. 그동안 “소통이 부족하다”는 꼬리표가 따라 붙었던 문 대표가 구기동 회동으로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는 셈이다. 문 대표 측 관계자는 “이미 몇 개의 만찬을 예약하는 등 구기동 회동을 정례화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날 모임에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강동원 의원의 ‘개표조작’ 발언이 화제였다고 한다. 문 대표는 “우리가 꼭 여론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안이하다”며 “저쪽(여당)에서 총력전에 나설 것을 염두에 두고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당 대표의 입장에서 국회의원이 대정부질문에서 한 발언을 해당 의원의 이야기도 안 들어보고 일방적으로 평가하는 건 좀 부담스럽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는 강 의원의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표는 또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면 대표든 대선 후보든 연연해하지 않겠다”며 총선 승리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고 한다. 다만 당내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선출직 공직자 평가위원장 인선과 혁신안 등은 거론되지 않았다. 이날 비노(비노무현) 진영 인사들이 불참해 ‘반쪽짜리 통합행보’라는 지적도 있다. 이날 만찬에 초청받았던 최재천 정책위의장과 이윤석 조직본부장, 정성호 민생본부장은 불참했다. 그럼에도 문 대표는 소통 강화 차원에서 특보단 인선을 하고 있다. 특보단장에 우윤근 전 원내대표를 임명했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14일 내년 4월 총선에 적용될 선거구 획정안을 두고 각각 자체적인 협상안 마련에 들어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가 법정시한이었던 13일까지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못하면서 여야 각각 대응 전략에 나선 것이다. 새누리당은 지역구 의석수를 ‘250개 안팎’으로 전제한 협상안을 검토하고 있다. 겉으로는 현행 지역구 246석을 260석으로 확대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물밑에선 야당과의 협상을 위한 별도의 협상 카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은 현행 의원정수(300명)를 유지하면서 농어촌 지역의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 비례대표(현행 54석) 의석을 줄이더라도 지역구를 늘리자고 주장한다. 다만 비례대표 14석 축소를 야당과의 협상에서 관철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이 나온다. 이 때문에 그 대안으로 지역구 수를 4석 안팎 늘리고 비례대표를 4석 안팎 규모로 줄이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의원정수를 1%(3석) 늘려 비례대표는 현행대로 유지하되 지역구 의석수를 249석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럴 경우 의원정수는 303석이 된다. 당 관계자는 “농어촌 지역구가 3석 정도만 늘어도 통폐합을 상당 부분 막을 수 있다”며 “다만 의석수 확대는 여야가 같이 국민에게 양해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의원정수 300석을 유지할 경우 인구 상·하한선을 조정해 농어촌 지역구 감소를 최소화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그동안 주장해 온 ‘비례대표 축소 불가’도 융통성 있게 조정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여당이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받아들인다면 우리도 비례대표 수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여야가 법적 국회 처리 시한(다음 달 13일)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결국 협상 막판에 의원정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절충을 시도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고성호 sungho@donga.com·한상준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이 선거구 획정을 놓고 충청권과 호남권 사이에서 고민에 빠졌다. 선거구획정은 ‘제로섬 게임’이다. 어느 한 지역의 의석수가 늘면 그만큼 다른 지역이 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선거구획정위원회가 국회 제출 기한인 13일까지 획정안을 내놓지 못한 배경 중 하나로 농어촌 지역구 문제가 꼽힌다. 새정치연합은 2석이 줄 것으로 예상되는 전남 의석수를 최대한 지키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한 획정위원은 “야당 성향인 획정위원들의 최우선 논리는 ‘전남을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문재인 대표도 전남 등 호남 의석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문 대표 측 관계자는 “당의 텃밭인 호남을 외면하긴 어렵다”며 “농어촌 지역구 감소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새정치연합이 최근 새누리당에 “의원 정수를 1%(3석)만 늘리자”고 타진한 것에도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특히 친노(친노무현) 진영에 대한 반감이 높은 호남에서 의석수 감소를 막지 못할 경우 ‘반(反)문재인’ 기류가 더 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 대표의 고민은 호남을 배려할 경우 충청권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데 있다. 당초 정치권 안팎에선 충청은 충북이 1석 줄지만 충남 천안, 대전 유성이 분구되면서 총 1석이 늘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선거구 획정위 논의 과정에서 충청 의석을 동결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는 분위기다. 충청권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대전시당 관계자는 “충청 의석 확대가 매번 좌절되면서 지역 여론이 들끓고 있다”며 “이번에도 의석이 동결되면 반발 여론이 총선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충청권은 총선, 대선에서 ‘캐스팅 보트(결정권)’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문 대표가 소홀히 할 수 없는 지역이다. 당 관계자는 “문 대표가 체제 유지를 위해선 호남을 신경 써야 하고, 총선을 생각하면 충청을 고려해야 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정부와 새누리당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 자체를 물리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여론의 움직임이 결코 우리에게 나쁘지 않다.”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는 12일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고시 행정예고를 두고 이같이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연일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에 모든 화력을 집중하면서도 내부적으로 당정청의 ‘국정화 강공 드라이브’를 막을 대안이 없어 고민에 빠졌다. 11일 최고위원회와 원내지도부는 나란히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지만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해임건의안 제출 외에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당내에서 장외 투쟁, 새해 예산안과의 연계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지만 뜻을 모으지 못했다. 특히 당 지도부는 장외투쟁과 관련해 “결정된 바 없다”며 거리를 두고 있다. 자칫 ‘국회를 두고 밖으로 나왔다’는 역풍이 불 수 있어서다. 12일부터 시작한 피켓 시위도 ‘장외투쟁’ 대신 ‘원내·외 반대 운동’이라고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우리가 (국회)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국정화에 반대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며 “20일간의 행정예고 기간에 계속 커지는 반대 여론을 청와대와 여당이 무시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촛불시위 등 이미 국정화 반대 움직임을 본격화한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이와 함께 새정치연합은 정부·여당이 국정화 고시를 강행할 경우 국회에서의 협의를 중단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이상민 의원은 “정부가 노동 개혁 같은 여러 가지 개혁에 대해 야당의 협조를 구해야 될 부분이 많지 않으냐”며 “만약 국정화를 밀어붙이면 정부가 하고자 하는 일에 (야당이) 협조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한다면 연말까지 이어지는 정기 국회가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사전 경고인 셈이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은 여권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에 맞서 현행 제도 개선을 위한 국정조사를 제안했다. 또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예정 고시 발표 중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한편 정부가 예정 고시를 강행할 경우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새정치연합은 11일 긴급 최고위원회의와 ‘국정교과서 저지를 위한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정부는 국민에게 한 가지 돋보기안경만 쓰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군사작전처럼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게 아니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현행) 검·인정 교과서의 문제점과 제도 개선을 위한 국정조사를 실시한 뒤 그 결과로 역사교과서 발행 형태를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앞서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도 8일 “역사교과서가 만들어진 과정에 대해 국회 차원에서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정치연합은 교육부 장관 고시로 교과서의 발행 형태를 정할 수 있는 현행 초중등교육법 제29조에 대한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또 역사·교육 관련 시민단체와 함께 국정화 반대 서명 운동 등 반대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