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4대강 사업의 정책 결정 과정과 집행 과정에 대해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사실상 감사를 지시했지만 감사원은 즉각 감사에 착수하지는 않은 채 고심하는 모습이다. 절차적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바로 감사에 착수할 경우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에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공익감사 청구가 있으면 감사에 착수할 근거가 되지만 23일까지 감사원에 공식적인 감사 청구는 들어오지 않았다. 감사원법에 따르면 국무총리나 감사기관의 장(행정부처 장관)도 감사를 청구할 수 있지만 새 정부 내각 구성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역시 어려움이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당장 오늘 내일 가능한 게 아니다”라며 “감사 착수 시기나 감사 범위 및 규모에 대해 지금 상황에서는 아무도 얘기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감사원이 자체적으로 감사를 시작할 수도 있지만 그러려면 먼저 진행 중인 기존 감사를 마무리 지으며 인력을 정리해야 한다. 일각에선 감사원이 고의적으로 감사를 지연한다는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이에 대해 감사원 관계자는 “기본적인 사실관계 검토를 먼저 해봐야 감사 착수 시기 등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책감사를 지시한 데 대해 감사원은 “감사 범위와 절차를 검토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하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4대강 감사가 실시되면서 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네 번째 감사를 실시하게 된 것에 대해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감사원은 지난 세 차례 감사에서 이미 △4대강 세부계획 수립 과정 △4대강 보 기능과 수질 △건설사 담합 의혹을 다뤘다. 다만 4대강 정책 결정 과정은 추가로 감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실시된 첫 감사는 4대강 사업 초기 단계부터 세부계획을 제대로 세워 비효율적으로 집행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졌다. 예비타당성 조사, 환경영향 평가, 문화재 조사 등 법적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논란이 있었지만 감사원은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출범 직전인 2013년 1월 이뤄진 두 번째 감사 결과 발표는 달랐다. 4대강 사업으로 설치된 보 등 시설물이 훼손됐다는 점, 수질관리 기준 및 방법이 부적절하다는 점 등이 지적됐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뒤인 같은 해 7월 세 번째 감사 결과 발표에선 4대강 살리기 사업 설계와 시공에 참여한 건설사들의 담합 의혹까지 적발됐다. 이번에는 감사 청구 절차에 대한 논란도 있다. 표면상 문 대통령의 ‘정책감사 필요성 제기’가 사실상 ‘감사 지시’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대통령 소속이지만 직무에 관해서는 독립적인 지위를 갖는다. 따라서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직접 감사를 요구하거나 지시할 순 없다. 실무적으로는 △감사원법에 따른 국무총리의 감사 요구 △감사기관의 장(행정부처 장관) 또는 시민단체나 지방의회, 19세 이상 300명 이상의 연명으로 공익감사 청구 △감사원 직권 자체 감사 등 세 가지 방법으로 감사를 진행할 수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 청구 사유와 검토 범위를 확정하는 데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우경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주요국 특사단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관련해 ‘한국의 기본 입장을 전달하라’는 훈령을 내린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청와대 외교안보 태스크포스(TF)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사드 배치 절차가 정당성이 결여됐다고 보고 있다”며 “정부는 사드 배치 과정을 다시 검토하고, 미국 중국 등과 협의해 입장을 정할 것이다. 필요하면 국회 비준 절차도 밟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드 배치를 두고 한미 간에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한미동맹에 입각해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사드 찬성이나 반대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신임 원내대표도 라디오에서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해 “우리의 법적인 절차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미국으로) 돌려보내는 문제까지 포함해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일본 특사로 파견된 더불어민주당 문희상 의원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 대다수가 정서적으로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수용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다만 위안부 합의 재협상에 대해서는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문 특사는 “(기시다 외상이 위안부 합의) 준수를 주장했으면 (합의) 파기로 대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18일 오전 문 특사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면담을 시작으로 정부 특사단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순으로 4강 정상과 잇따라 만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우경임 woohaha@donga.com·신나리 기자 / 도쿄=장원재 특파원}
한미 양국이 6월 말 정상회담을 갖기로 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가 본격 시동을 걸었다. 북핵 위기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민감한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역대 정부 중 출범 이후 가장 단기간인 한 달 반 만에 한미 정상회담에 나서면서 외교 공백 수습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16일 브리핑에서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의 완전한 폐기를 위한 공동 방안을 추가로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과 미국은 북핵 문제를 최우선 의제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한미 FTA 등 민감한 사안들을 논의해야 하는 만큼 사전에 한미 간 치밀한 조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외교 정책인 국익 우선 맞춤형 외교는 ‘코리아 퍼스트(First)’로 요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운 것을 빗댄 설명이다. 문 대통령이 이날 4강(强) 및 유럽연합(EU) 특사단과의 오찬 자리에서 ‘당당한 외교’를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촛불시위를 통한 ‘피플 파워’로 출범한 정부인 만큼 외교 협상에서도 정당성과 투명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상대국에 강조하라는 취지였다. 북핵이 종국적으론 폐기돼야 한다는 데 한미 간 의견이 일치하지만, 양국 새 정부가 대북 제재·압박 및 대화의 수준에 대해선 온도차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드 비용 부담과 한미 FTA 재협상을 수차례 거론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사드 배치의 재검토와 함께 국회 비준을 추진한다면 미국과의 갈등 소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새 정부가 남은 기간 얼마나 회담 전략을 내실 있게 세우느냐에 따라 첫 대미 외교의 성패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보다는 한미동맹을 우선시하는 발언을 잇달아 하고 있다는 점은 노무현 정부의 ‘자주 외교’와는 결을 달리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를 찾은 매슈 포틴저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에게 “한미 동맹관계를 중시하고 있고 특사 파견을 통해 양국 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에 굳건한 한미 동맹을 다시 과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틴저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한국에서 민주적 절차에 의해 정권 교체가 이뤄진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조속히 만나 한미동맹 강화 방안 등 여러 현안에 대해 깊이 논의를 하기 바란다”고 답했다. 한 전직 외교관은 “북한 도발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대북정책의 획기적인 전환은 어렵다”며 “10년 전 시행착오가 반복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특사단에는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활동했던 인사들이 대거 참여한 것도 눈길을 끈다. 미국 특사인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은 당시 주미대사를 지냈으며 류진 풍산그룹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첫 미국 방문을 성사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한미관계를 놓고 두드러졌던 외교안보 라인의 갈등에서 ‘자주파’로 분류된 인물들도 적지 않다. 미국 특사단에 포함된 박선원 전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 중국 특사단의 서주석 전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수석비서관 등이다. 자주파의 대표적 인물이었던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의 정책보좌관을 지낸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일본 특사단에, 노 전 대통령 인수위원회 시절 ‘동북아 균형자론’을 주도적으로 추진했던 배기찬 전 대통령동북아비서관은 EU 특사단에 합류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문병기 기자}

16일 청와대와 외교부를 찾은 매슈 포틴저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 보좌관과 앨리슨 후커 NSC 한반도 보좌관의 왼쪽 재킷 라펠에는 ‘작은 배지’가 달려 있었다. 태극기와 성조기가 교차된 핀(Crossed Flag Pin)이었다. 최근 방한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 미국 행정부 고위인사들이 배지를 달지 않았거나 미국 국기 핀만 단 것과 대비된다. 이 배지는 주한 미국대사관이 만들어 배포하는 기념품이지만 두 사람이 미국에서 챙겨 왔을 가능성도 있다. 후커 보좌관은 출국 전 ‘기획된 이벤트’였음을 귀띔하며 “한미동맹과 양국 간 우정에 대한 우리의 지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밝혔다. 한국의 새 정부에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되새기기 위한 성의 표시였던 셈이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16일 방한한 매슈 포틴저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과 정의용 청와대 외교안보 태스크포스(TF) 단장의 면담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국회 비준의 필요성에 대한 언급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양측은 또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6월 말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갖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이날 면담에서 정 단장은 “사드 배치 절차에 관해 일부 문제 제기가 있다. 국회와 이야기를 해야 한다”며 사드 배치 국회 비준을 추진할 것임을 시사했다고 한다. 포틴저 선임보좌관을 포함한 미 정부 대표단은 별다른 반응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정규 외교부 차관보를 만나고 난 뒤 포틴저 선임보좌관은 “사드는 이미 정해진 사안(settled matter)으로 앞으로 계속 대화해가길 기대한다”며 한미 간 합의가 끝난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교안보 TF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사드 배치 결정 과정에서 민주적인 정당성이 결여돼 있다고 누누이 밝혀 왔다”며 “가급적 빨리 국회 비준 동의를 받아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상대 국가와 (사드 배치 등을)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당장 19일 문 대통령과 4당 원내대표 오찬에 사드 배치 국회 비준 문제가 논의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 단장과 포틴저 선임보좌관이 회동하는 도중 여민관을 찾아 7분가량 이야기를 나누며 북핵 해결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 동맹관계를 중시하고 있으며,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미가 충분하고 긴밀한 협의를 계속해 나갈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전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유럽연합(EU)에 파견할 특사단과 오찬을 갖고 “특사단 파견은 정상외교의 본격적인 시작”이라며 “새 정부가 ‘피플 파워’를 통해 출범한 정부라는 의미를 강조해주고, 이제는 정치적 정당성과 투명성이 굉장히 중요하게 됐음을 강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사드 배치뿐 아니라 한일 위안부 합의, 북핵 해법 등에 대한 논의에서 국민적 합의를 기반으로 외교력을 발휘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일본 특사단은 17일, 중국 특사단은 18일 각각 출국한다.우경임 woohaha@donga.com·한상준·신나리 기자}
정부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 주변 4강과 유럽에 특사단을 보내기로 했지만 촉박한 일정 때문에 ‘빈손’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온다. 먼저 미국 특사로 17일 출국 예정인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만날 수 있을 지부터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이 19일 워싱턴을 출발해 사우디아라비아를 시작으로 중동과 유럽으로 해외 첫 순방을 떠나기 때문이다. 상대국 정상과의 면담 성사가 특사 성과의 필수 조건은 아니지만, 특사단의 맏형 격인 미국 특사단의 지도층 면담 일정이 확정되지 않으면 다른 특사단의 일정을 정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15일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느냐 안 만나느냐보다 특사단의 실질적인 내용 전달이 더 중요하다. 일정대로 출발한다”고 강행 의지를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특사 파견의 주된 목적은 신정부 출범의 정치적 의의와 대통령 철학 비전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북핵 등 주요 현안에 관한 협력 외교 토대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외교가 안팎에선 너무 서두르는 인상을 주는 외교는 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대응하는 대북정책,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일본군 위안부 합의 등 엄중한 현안들에 대해 새 정부가 면밀히 검토하고 특사 편에 정제된 메시지를 보내기에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앞서 새 정부가 외국에 처음으로 파견한 중국 ‘일대일로’ 정상포럼 대표단(단장 박병석 의원)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만남에 성공했지만 11일 밤 대표단 참석이 확정된 이후 외교 당국은 촉박한 일정 속에 중국 측과 접촉하고 협의를 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중국에 파견될 특사단은 이번 대표단 이상의 생산적인 메시지를 시 주석 등 중국 지도층에 전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 전직 외교관은 “누굴 만났다는 ‘깃발 꽂기’ 식 특사를 기대할 게 아니라 대외정책의 컨텐츠를 다듬어야 할 때”라며 “우리 측 입장이 정립돼있지 않은 상태로 방문하면, 상대국 논리와 정책만 받아올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핵심 자리인 국가안보실장과 정책실장 인선이 늦춰지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가 외교안보와 정책 태스크포스(TF)를 각각 가동하고 있다고 14일 밝혔다. 다만 이날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안보 긴장 수위가 한층 높아지면서 신임 안보실장은 이르면 이번 주 초 발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안보실장 인선에 대해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며 “대통령 국정 운영 보좌 체계를 빈틈없이 하기 위해 정의용 전 주제네바 대사를 단장으로 하는 외교안보 TF를 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수현 신임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이 정책 TF 단장을 맡아 일정 등 정책 관련 내용을 보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보실장과 정책실장을 인선하기 전까지는 대선 캠프 자문그룹으로 구성된 TF에서 안보위기 대응, 민생 안정 과제 등을 챙기고 있다는 취지다. 각 TF에는 대선 과정에서 문 대통령을 도왔던 전문가 자문그룹 10여 명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지난 주말 임명될 것으로 예상됐던 국가안보실장과 정책실장의 인선이 늦어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청와대에선 기존 자문그룹 외 전·현직 관료 등으로 후보를 확대한 데 따른 영향이라는 설명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외교안보와 경제는 국가 전체의 자원을 보고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각 부처(인사)와 같이 조율하고 균형이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그동안 청와대와 내각 외교안보 라인 인선을 놓고 후보자가 많아 교통정리가 잘 안 된 측면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북한 미사일 발사로 안보실장 인사가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 안보실장 후보로는 정 전 대사와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 3군사령관 출신의 백군기 전 의원, 정승조 전 합참의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 내정설이 흘러나온 문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전혀 전화 받은 것 없다”고 말했고 정 전 대사와 위 전 대사도 “들은 이야기 없다”고 밝혔다. 정책실장으로는 김용익 전 의원과 민주당 성경륭 포용국가위원장, 경제관료 출신인 김동연 아주대 총장,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청와대는 16일 국무회의를 열어 인수위원회를 대신해 새 정부 국정 방향과 목표를 수립할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설치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자문위는 대선 공약을 점검해 임기 내 해야 할 일과 할 수 없는 일, 단기 과제와 중장기 과제를 분류하는 업무를 맡는다. 자문위에는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 등 민주당 경선 후보들과 더불어민주당의 정책 관련 인사들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문병기 weappon@donga.com·신나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주변 4강 정상과 연쇄 통화를 하면서 외교안보 현안 대응에 나선 가운데 외교안보 라인 후보군의 윤곽이 뚜렷해지고 있다.○ 문 대통령, 주변 4강 정상과 통화 마무리 문 대통령은 취임 사흘째인 1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전략적 협력관계 강화를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로 나올 수 있도록 러시아의 건설적 역할을 기대하고, 6자회담 재개를 조기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도 “역할을 할 준비가 돼있다”고 화답했다. 양국 정상은 7월 7일부터 이틀간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날 예정이다. 그동안 한국 대통령 취임 시 친서를 전달했던 푸틴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먼저 전화를 걸어 왔다. 앞서 문 대통령은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11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및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전화 통화를 했다. 문 대통령의 주변 4강 특사단 구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국도 한국에 보낼 대표단 구성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실장 후보에 외교관·군 출신 거론 새 정부 외교안보 정책의 키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쥐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비서실 소속이었던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을 폐지하고, 비서실과 안보실로 나뉘어 있던 외교안보 부처들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안보실로 일원화했다. 북한 핵·미사일 위기와 미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한반도 정책, 중국의 사드 보복 등 동시 다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는 민감한 외교안보 현안들을 청와대가 주도적으로 풀어 나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가 군림하지는 않되 견제와 균형 차원에서 외교안보 부처들이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두지는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주변국들도 새 안보실장 인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안보실장 후보로는 정의용 전 주제네바 대사가 1순위로 거론되고 있고,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도 후보로 거명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외교자문단인 국민아그레망 단장 출신인 정 전 대사는 10∼12일 문 대통령이 주변 4강 정상과 통화를 할 때 모두 배석하는 등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군(軍) 출신으로는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 3군사령관 출신의 백군기 전 의원, 정승조 전 합참의장 등이 거론된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을 겸하는 안보실 1차장에는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을 지낸 박선원 전 비서관이, 기존의 외교안보수석 역할을 할 2차장에는 조병제 전 주말레이시아 대사 등이 검토되고 있다. 통일부 장관 후보로는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과 송영길 의원 등이, 국방부 장관으로는 문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국방안보특별위원장으로 활동한 송영무 전 해군참모총장이 거론된다. 주미 대사 후보로는 국가안보실장으로도 거론되는 정 전 대사, 주중 대사로는 노영민 전 의원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청와대 대변인으로는 진성준 전 의원이 유정아 전 아나운서와 경합 끝에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문병기 weappon@donga.com·신나리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11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 대통령에게 취임 축하 전화를 먼저 한 것은 처음으로 한중 관계, 특히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에 대한 시 주석의 관심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사드 배치 결정으로 악화됐던 한중 관계를 개선하면서 한미동맹도 고려해야 한다.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시 주석은 이날 통화에서 사드 반대 입장을 거듭 밝혔다. 가장 시급하게 해결하고 싶은 현안이란 점을 주지시킨 것이다. 중국은 전날에도 문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되자 주요국 정상 중 가장 먼저 축전을 보내며 한중 관계 개선 메시지를 보냈다. 중국 소식통은 “사드 문제를 풀어갈 전기를 마련하고 싶어 했던 중국으로선 사드 배치에 부정적이었던 문 대통령의 당선을 내심 바라왔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드 배치 비용을 한국에 부담하라고 요구했고, 이에 문 대통령이 거부감을 보인 것도 중국으로서는 환영할 일이었다. 하지만 이미 사드 핵심 장비가 성주골프장에 배치된 데다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고려했을 때 중국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문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사드에 대한 관심과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면서 사드 보복에 대해 “국민들과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재가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시 주석의 관심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사드 문제를 정면으로 받아치지 않으면서도 제재에 대한 불만을 간접적으로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조속한 시일 내에 특사를 교환하고 사드 문제를 논의할 대표단을 파견하겠다’고 밝힌 만큼 중국의 체면을 세워줄 묘수를 낼지 주목된다. 또 문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북핵 문제를 포괄적 단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북핵 해결 방식의 기본 원칙을 천명했다. ‘포괄적 해결’은 북한의 비핵화 전반에 대한 합의를 강조하는 의미이고, ‘단계적 해결’은 북한이 한 번에 핵 폐기로 가긴 어려우니 핵시설 동결-신고-검증-핵무기 폐기 순 식으로 각각의 과정을 중시한다는 뜻이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윤완준 기자}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의원(사진)이 14일부터 이틀간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개막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21세기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정상 포럼’에 한국 정부 대표단 자격으로 참석하는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새 정부에서 외국에 대표단을 파견하는 첫 사례다. 일대일로 회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핵심 대외전략으로 추진한 행사다. 하지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싸고 한중이 갈등을 빚으면서 한국 정상과 각료를 초청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정부 소식통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뒤 중국 측이 격을 높여 초청을 타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중국통’인 박 의원이 적임자라고 판단해 참석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날 통화에서 상호 특사 교환 등에 의견을 교환했다. 박 의원은 13일 출국한다. 또 정부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4개국 특사를 포함한 외교라인 인선을 준비하고 있다. 주미대사를 지낸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이 미국 특사로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특사에는 더불어민주당 문희상 의원, 러시아 특사에는 같은 당 송영길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인선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이달 내 순차적으로 특사 파견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오늘부터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국민 대통합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로텐더홀에서 취임선서식을 하고 임기 5년의 19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취임선서식은 축하공연, 의장대 행진 등이 생략된 채 20여 분간 약식으로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 “제 머리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다”며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 분, 한 분이 제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안보위기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문 대통령은 “필요하면 곧바로 워싱턴으로 날아가고 베이징과 도쿄에도 가겠다”며 “여건이 조성되면 평양에도 가겠다”고 밝혔다. 안보관에 대한 불안감을 불식하고 국제사회의 북핵 논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10시 반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자택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과 30분 동안 첫 전화 통화를 하고 북핵 문제 협력 등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인들의 선택에 경의를 표한다”며 “북한 핵문제는 어렵지만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님의 미국 방문을 공식 초청하겠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가장 빠른 시일 내에 특사 대표단을 파견하겠다”며 “한미 동맹은 우리 외교안보 정책의 근간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미국의 동맹관계는 단순히 좋은 관계가 아니라 ‘위대한 동맹관계(not just good ally but great ally)’다”라고 말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늦어도 6월 말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7월 7, 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앞서 별도로 한미 정상회담을 하겠다는 취지다. 문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기간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도 잇달아 정상회담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 주석은 이날 문 대통령에게 보낸 축전에서 “나는 한국과의 중한 관계를 계속 고도로 중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8시 9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대선 개표 결과 의결에 따라 문 대통령은 공식 임기를 시작했다. 취임 후 첫 일정으로 홍은동 자택에서 이순진 합동참모본부 의장과 통화로 전방 경계태세를 보고받았다. 문병기 weappon@donga.com·신나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통해 핵 포기를 조건으로 북한 김정은에게 정상회담을 제안했다고 일본 언론이 잇달아 보도했다. 정작 트럼프 행정부는 사실을 부인하고 있어 보도 배경을 두고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9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포기하면 김정은을 미국에 초청해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에 대한 군사공격도 하지 않을 방침을 중국에 전달했다고 복수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포기하면 ‘4가지 노(No)’라는 구체적인 조건까지 제시했다는 것이다. 북한의 체제 전환을 요구하지 않는 것을 비롯해 △김정은 정권의 붕괴를 추구하지 않고 △38선을 넘어 북한을 침공하지 않으며 △남북통일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제안을 받고 미국에 대북 경제원조 등을 촉구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앞서 교도통신도 8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포기를 조건으로 미국에서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하겠다는 제안을 중국에 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보도 내용을 부인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의 한 관계자는 한국 정부 측에 “일본 언론의 보도는 사실과 거리가 있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무부 관계자도 “지금 상황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현실적인 제안은 아니다”고 밝혔다. 우리 외교부 관계자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로 워싱턴에선 북-미 대화는 시기상조라는 여론이 더 많은 만큼 당장 트럼프와 김정은이 만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콘돌리자 라이스는 8일 CBS방송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 야욕을 멈추게 하기 위해 뭐라도 해야 할 시점이지만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중단하지 않고 있는) 현 상황에서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을 만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1일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적절한 환경이 되면 김정은과 영광스럽게 만나겠다”고 밝힌 만큼, 북-미 간에 실제로 무언가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기존 전통적인 외교 문법을 파괴하고 있는 트럼프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무부도 제대로 모른 채 얼마든지 다양한 채널을 통해 김정은과의 대화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다는 지적이 워싱턴 외교가에선 없지 않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10억 달러 청구서, 김정은과 대화 가능성 발언 등에서 보듯 트럼프는 최측근 참모들도 잘 모르는 상황에서 ‘일단 지르고’ 상대방의 반응을 살피는 협상 전략을 구사해 왔다”고 말했다. 이번엔 일본 정부와 언론을 통해 김정은의 속내를 떠보는 기습 카드를 꺼내들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노르웨이 오슬로에선 북한 최선희 외무성 미주국장과 수잰 디매지오 뉴아메리카재단 선임 연구원 등 미국 민간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트랙 2’(민관) 회동이 열리고 있다. 과거처럼 국무부는 “트랙 2 회동은 미 행정부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지만 미국 전문가들이 최 국장과의 회동 결과를 트럼프 행정부에 전달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만남의 성과에 따라 북-미 대화 모드가 한동안 이어질 개연성도 없지 않다. 한국 정부는 일본 언론 보도를 일축하면서도 자칫 우리가 배제된 채 북-미 간 모종의 ‘탐색적 대화’가 진행될 상황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이른바 ‘코리아 패싱’이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 관계자가 이날 “한미 양국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핵, 북한 문제와 관련한 빈틈없는 공조를 지속해 오고 있다”며 한미동맹을 강조한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 / 신나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핵과 한반도 관련 언급이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북핵 문제를 임기 초반 우선순위에 두고 이를 해결하겠다는 전략적 목표는 뚜렷하지만 세부 구상과 언급 등 전술적 수단들이 시시각각 요동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김정은을 만나겠다고 말해 기존 압박 기조에서 양극단으로 이동했다. 트럼프는 세제 등 주로 경제 이슈에 대해 언급하다 인터뷰 후반부에 갑자기 이 발언을 내놓았다. ―그동안 개인적 인연을 중시해 왔고 각종 협상도 이를 기반으로 해 왔다. 그렇다면 이런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있나. 개인적으로 김정은을 만나 협상하는…. “오늘 긴급 뉴스 하나 나오겠네. 긴급 뉴스로 보도할 것인가?”(웃음) ―답변에 따라 가능하다. “오케이. 지금 우리는 (북핵과 관련해) 해야 한다면 가장 강력한 (군사적) 수단으로 대처해야 할 아주 안 좋은 상황에 처해 있다. (그러나) 내가 그(김정은)를 만나는 것이 적절하다면 나는 전적으로, 영광스럽게 할 것이다. 나는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3일 만난다. 난 중동 평화를 원한다. (중략) 그래서 적절한 환경이 마련된다면 김정은을 만날 것이다.” 자신은 세계 지도자들을 만나 문제들을 해결해 왔기 때문에 ‘적절한 환경이 마련된다면’이라는 조건하에 김정은을 못 만날 이유가 없다고 이야기한 것이다. ―지금이 (북-미 대화를 위한) 적절한 환경인가. “우리는 김정은이 자기가 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놔둘 수 없다. 미국을 겨냥한 미사일을 쏘도록 방치할 수 없다.” ―당신의 생각은…. “(질문을 자르고) 자, 대부분의 정치인은 이렇게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지금 적절한 환경이 되면 만날 수 있다고 했다. 긴급 뉴스 나왔네.” ‘워싱턴 아웃사이더’인 자신이 기성 정치인들이라면 꺼내지 않았을 북-미 대화 카드를 공개한 것을 만족스럽게 생각하는 표정이다. 사업가 시절 경험을 부각시킨 재치 있는 질문에 대한 답이기도 하지만 전후 맥락으로 볼 때 김정은과의 대화 카드는 트럼프가 평소 생각을 말한 것으로 일회성 돌발 발언은 아닌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이날 발언으로 ‘최고의 압박과 개입’이라는 새로운 대북정책의 한 축인 ‘최고의 개입’의 첫발을 뗀 셈이 됐다. 실제로 ‘4월 위기설’을 낳았던 대북 군사 압박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북한을 비핵화 대화로 끌어내기 위한 수단이다. 트럼프가 전날 CBS 인터뷰에서 김정은을 ‘꽤 영리한 녀석’이라고 지칭한 것도 사전 포석일 수 있다. 이날 발언은 북한과 중국에 대한 또 다른 압박 카드로도 해석된다. 북한에 대해선 “이렇게 나오는데도 핵 도발을 할 것이냐”는 메시지를, 중국엔 북-미 대화 카드도 갖고 있으니 대북 제재 이행에 더 나서 달라는 것이다. 트럼프가 이날 인터뷰에서 ‘적절한 환경이 마련되면’이란 표현을 다섯 차례나 사용한 것도 북-중의 변화를 촉구한 것이다. 외교부는 2일 “한미 양국은 ‘북한이 비핵화라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전날 기자 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하는 대화는 북한의 핵 포기라는 전략적 셈법 변화를 전제로 하는 대화”라고 강조했다. 한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에 제시하는 여러 카드 중 하나일 뿐 큰 의미를 부여하진 않는다”고 말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신나리 기자}

《 ‘트럼프 쇼크’가 5·9대선을 강타하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말폭탄은 비단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비용 부담 문제를 넘어 한미동맹의 질적 변화를 예고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 정부는 이에 대해 어떻게 슬기롭게 대처할 것인가. 대선 후보들은 저마다 한미동맹 및 사드 배치 논란의 해법을 내놓고 있지만 좀 더 치밀하고 정교한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이면합의 밝히라는 문재인약정서 2급비밀… 美동의 없이 일방공개 못해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사드 문제는 경제 문제가 됐다. 막대한 재정 부담을 초래하는 만큼 국회 비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문 후보 측은 사드 배치에 관한 한미 간 약정서를 공개해 이면 합의 의혹을 해소하자고 주문했다. 군 당국은 사드 비용 부담 문제를 국회에서 논의하자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5조에는 ‘미국은 미국 군대 유지에 따르는 모든 경비를 부담하고, 한국은 미국에 부지·전기 등 기반시설을 제공한다’고 돼 있다. 미국이 비용 부담을 요구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국회가 비준 등을 이유로 이 문제를 가져가서 공식 논의하게 되면 자칫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새 정부에 대한 ‘기선 제압’ 전략에 말려드는 것이란 지적을 제기한다. 장광일 전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은 “허버트 맥매스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트럼프의 발언은 ‘미국 내 여론 달래기용’이라고 이미 말했는데 국회가 다시 쟁점화할 필요가 있느냐”며 “국회에서 논의하면 미국이 SOFA 규정에도 없는 비용 부담을 더 강하게 요구할 구실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간 약정서 공개도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는 3월 사드 배치 문제를 공식적으로 협의하는 공동실무단을 출범시키며 만든 약정서를 2급 비밀로 관리하고 있다. 미국의 동의가 없는 한 일방적으로 공개할 수 없는 것. 한국 정부가 트럼프 요구에 반박하기 위한 카드로 약정서를 공개했다가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정부 소식통은 “한미 간 약정서는 문구 하나하나를 당시 백악관의 최종 승인을 받아 작성된 것”이라며 “미국도 ‘사드 청구서’를 보낼 근거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는데 한국이 감정적으로 약정서를 공개했다가는 미국이 공격할 빌미만 제공하고, 향후 대미 협상력도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 셰일가스 수입하자는 홍준표트럼프 요구 수용 전제… 담판용 카드론 미흡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미국산 셰일가스 수입을 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드 청구서’에 대항할 카드로 내놨다. 중동에서 수입하는 가스 중 일부를 미국 수입으로 대체해 사드 비용 분담 문제를 상쇄한다는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사드 비용 부담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을 전제로 한 협상 전략이다. 그러나 ‘셰일가스 카드’는 정부가 올해 1월 이미 쓴 카드다. 정부는 1월 미국산 셰일가스를 비롯해 대미 수입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실제로 한국가스공사는 올해 하반기(7∼12월)부터 20년간 연간 280만 t의 셰일가스를 미국에서 수입할 계획이다. 2019년부터는 민간기업인 SK E&S와 GS에너지도 각각 220만 t, 60만 t의 미국산 셰일가스를 매년 들여올 예정이다. 정부는 미국산 셰일가스 수입으로 줄어드는 대미 무역흑자 규모를 2019년 기준 약 20억 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구하는 근거로 내세우는 무역 적자가 일부 해소되는 셈이지만 에너지 수입의 특성을 감안하면 사드 비용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할 담판용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에너지 수입의 5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산 셰일가스는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에너지는 장기 계약이기 때문에 가격도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 이럴바엔 사자는 유승민문제는 가격… UAE 2조, 카타르는 7조원 들어 현재까지 사드 구매를 결정한 나라는 아랍에미리트(UAE)와 카타르로 파악된다. UAE는 2011년 말 미 정부와 사드 2개 포대의 구매 계약을 대외군사판매방식(FMS)으로 체결하고, 장비 인도 절차를 밟고 있다. 카타르도 2개 포대를 도입하기로 하고 전력화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이 사드 도입(구매)을 추진하면 미국은 적극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은 2015년 3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장거리미사일을 쏠 능력과 의지를 갖춘 적대국들이 있는 한국과 중동은 사드를 시급하게 배치할 필요가 있는 곳”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천문학적인 가격이다. UAE는 발사대 10여 대와 탐지레이더(AN/TPY-2) 2대, 요격미사일 100여 기 구입에 19억6000만 달러(약 2조2300억 원)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카타르는 2개 포대에 레이더 1대와 요격미사일 50여 기, 후속 군수 지원을 추가해 도입 가격이 65억 달러(약 7조4000억 원)로 치솟았다고 한다. ● 국회비준 필요하다는 안철수조약 아닌 ‘이행행위’… 비준 대상인지 불분명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지난달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드 비용 요구 발언 직후 “우리가 부담할 일 없다. 원래 체결된 합의대로 갈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한미 당국이 이미 합의한 만큼 재협상은 없다는 취지였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사드 비용을 문제 삼겠다는 의지를 밝혔음에도 현실 인식이 안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 인터뷰에서 재차 사드 비용 문제를 언급하자 안 후보 측도 태도를 바꿨다. 안 후보 측 김근식 정책대변인은 “1조 원 이상을 (사드 비용으로) 공식적으로 달라고 하고, 그럼에도 우리 정부가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면 국회 비준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한미 간 합의를 파기함에 따라 새로운 비용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냥 넘어갈 순 없다는 것이다. 군 당국은 미 측이 사드 비용 부담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설령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의 관련 규정을 개정하더라도 소급 적용될 수 없다. 미 측 요구를 한국 정부가 수용한다고 해도 이것이 국회 비준 대상인지도 분명치 않다. 헌법 60조 1항에는 국회는 ‘조약’의 체결·비준에 한해 동의권을 가진다고 돼 있다. 미 측의 사드 배치는 한미 간 상호방위조약에 의거한 ‘이행 행위’이지 조약이 아니어서 국회 비준 대상이 아니라는 게 외교안보 당국의 의견이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동맹국에 무기를 배치하고 나서 비용을 받아간 전례가 없다”며 “우리가 국회 비준 얘기를 먼저 꺼내기보다는 차분히 지켜보는 게 현명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도로 가져가라는 심상정돈 문제로 배치 번복땐 동맹 단절까지 각오해야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미국이 사드 비용 분담을 고집할 경우 “돈 못 내겠으니 사드 가져가라고 해야 당당한 대한민국”이라는 과격한 해법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경제적 이해만 따져 사드 배치를 번복할 경우 외교 안보적으로 득보다 실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북한 핵위협을 억지할 한미동맹의 상징인 사드 배치를 ‘돈 문제’로 뒤집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현실적으로 사드 외 다른 대안을 찾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용에 관한 이견 때문에 한미 양국이 결정한 북한 핵·미사일 대응 조치가 번복되는 선례를 남기는 것은 안보적 자충수라는 지적도 있다. 또 중국에 잘못된 신호를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사드 철수는 중국의 대북 압박을 유도할 주요한 협상카드를 포기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비용 문제로 한미동맹의 핵심 합의가 번복되는 걸 확인한 중국이 경제적 보복을 대한(對韓) 군사 압력의 수단으로 악용할 여지가 더 커질 수도 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동북아실장은 “사드 배치 번복은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 동맹관계 단절까지도 각오해야 할 만큼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발언은 방위비 분담금을 증액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고 관련 대책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손효주 hjson@donga.com·문병기 기자·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신나리 기자·세종=박민우 minwoo@donga.com·황인찬 기자}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전날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의 통화 내용을 번복하면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비용 재협상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 외교안보 참모들 간의 독특한 소통구조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지금 백악관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과는 완전히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과의 사전 협의나 고민 없이 일단 자신의 생각을 트위터나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일방적으로 밝히면 참모들이 사후에 주워 담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군인답게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 대통령의 말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 김 실장과의 통화에는 없던 사드 비용 재협상 카드를 꺼냈다. 10억 달러에 이르는 사드 비용을 한국이 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자신의 입장을 맞췄음을 드러낸 것이다. 정부는 한목소리로 맥매스터 보좌관의 재협상 카드를 반박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1일 기자간담회에서 “양국 간 이뤄진 합의를 지킨다는 것에 방점이 주어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만나 사드 문제가 그동안 어떤 경위를 거쳐서 협의되고 합의가 있었는지 설명을 했고 이 문제에 대한 우리 입장을 분명히 알려줬다”고 말했다. 맥매스터 발언에 나타난 백악관의 전략은 사드 비용 문제를 지렛대 삼아 내년 말로 예정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에서 한국의 부담을 늘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9000억 원가량인 한국 측 분담금을 올려놓으면 당초 주한미군이 부담하기로 한 사드 운영비용(연간 250억 원 추산)을 여기서 조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은 한국은 물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소속 유럽 국가들과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등 동맹국을 상대로 방위비 증액 요구에 나선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유럽 국가들에 나토 분담금 기준인 국내총생산(GDP) 2% 조건 충족을 요구했다가 여의치 않자 먼저 북핵 이슈가 걸린 한국을 1순위로 치고 나왔다는 설명이 나온다. 한국의 주한미군 분담금을 증액한 뒤 이를 사례로 다른 동맹국들을 독촉할 것이란 이야기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지난달 30일 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의 동맹이든 한국, 일본이든 전 세계 나라(동맹과 파트너)들이 더 많은 역할을 해 주길 바란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왔다”고 말해 트럼프와 맥매스터에게 힘을 실었다. 이에 대해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1일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사드와 같은) 특정 무기 체계의 운용을 염두에 두고 하지 않는다”며 “주한미군의 방위 기여도와 한반도 안보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리적 수준에서 책정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공화당에서조차 트럼프 행정부의 우왕좌왕 발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미 의회 상원 군사위원장인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날 CNN 인터뷰에서 “동맹국들이 때로는 트럼프의 말보다 행동을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불안해하는 한국 등 동맹국들을 향해 ‘말만 그렇지 행동은 당신들의 편’이라고 다독이는 셈이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신나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비용의 청구서를 한국에 내밀면서 차기 한국 정부는 다양한 대응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미국 정부, 방위비 분담금 등 압박 수위 높일 듯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이어 28일 워싱턴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사드 배치 비용의 한국 부담을 재차 강조했다. 이에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30일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대내용 여론을 의식한 발언임을 시사했고, 수전 손턴 국무부 아태차관보 대행도 “사드 배치 관련 비용 분담에 대해서도 이미 한국이 기여했다는 사실을 대통령이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며 진화에 나서는 모양새를 취했다.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비판 여론이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국방부 대변인을 지낸 존 커비 예비역 해군 제독은 CNN 인터넷판에 기고한 글에서 “한국을 방어하는 일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전에 했던) 부동산 거래와는 다르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의 동맹 관계나 그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동맹국을 당황하게 할 뿐만 아니라 위기가 발생할 때 동맹국과 함께할지를 의심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실제 상황’이고, 한미 동맹에 대한 인식을 명확히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또 대통령이 두 차례 이야기한 내용을 참모들이 뒤집는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고, 한미 참모들 간에 구체적으로 무슨 합의가 이뤄졌는지 불명확하다는 지적도 외교가에서 나온다. ○ “한국 차기 정부, 윈윈 전략 찾아야” 북핵 위협에 맞서기 위해 칼빈슨 항공모함 전단 등 전략 자산을 대거 투입하고 있는 트럼프 입장에선 앞으로 ‘안보 할증 요금’을 한국 정부에 요구할 수 있다. 이르면 내년 초 시작될 수 있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한국 정부에 더 많은 부담을 요구할 수도 있고, 통상 문제 등을 통해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지낸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는 “지금은 방위비 분담에 모두 몰입하고 있지만 무기 구입비가 될 수도 있고 사드 비용이 될 수도 있다”며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주둔국에 돈으로 치환되는 이슈들을 제기해 비용 부담을 시키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행정부와 함께 보조를 맞춰야 하는 한국의 차기 정부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형태의 한미동맹에 대처해야 할 처지다. 과거 한미 정권의 엇박자 역사를 종합했을 때 가장 궁합이 좋지 않았다는 ‘한국 진보 정부-미국 공화당 정부’의 조합이 유력해져 한미 간 의견 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 출범 후 양국 간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면 제2, 제3의 사드 청구서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이럴 때일수록 한미 간 카운터파트의 긴밀한 소통이 필요하지만 미국은 동아시아태평양차관보 등 북핵 및 한반도 담당 실무진 인사 상당수가 공석이고, 한국은 컨트롤타워 부재로 기본 입장 확인조차 쉽지 않은 점이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차기 정부로서는 신속한 대응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외교 전문가들은 차기 정부가 차분한 대응을 통해 ‘윈윈’ 전략을 세울 것을 강조했다. 북핵 문제를 다룬 전직 외교관은 “한국이 직접 사드를 운용할 권리를 요구하거나, 한국이 부족한 레이더 기술 이전을 요구하는 등 이를 충분히 협상 카드로 쓸 수 있다”고 말했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대학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요구를 깎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기업인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차기 정부가 득실 계산을 정확히 해 줄 건 주고 얻을 건 얻어야 된다”며 “방위비 분담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이 우리가 여타 동맹국에 비해 결코 낮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되 사드 비용은 어느 정도 들어주고, 차라리 한미원자력협정이나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을 한국에 유리한 쪽으로 협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발언 직전까지만 해도 전문가들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지식재산권 강화, e-커머스, 공기업들의 경영 훈련 강화 등에 대한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만 초점을 맞췄던 게 사실”이라며 “예견하지 못했던 한미 FTA 파기까지 거론된 마당에 최악의 경우까지 상정해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 우경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경북 성주군에 배치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관련해 “사드는 10억 달러(약 1조1300억 원)짜리 시스템이다. 한국이 사드 비용을 내는 게 적절하다고 한국 측에 통보했다”고 밝히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북핵 위협에 대처하는 한미 동맹의 상징적 조치인 사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의 한미 간 합의를 뒤집고 돈을 내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즉각 트럼프의 주장을 반박하고 나서 한미 간 북핵 공조 균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터져 나오고 있다. 트럼프의 주장을 둘러싼 다섯 가지 궁금증을 분석한다. 》 [1] 10억 달러는 무슨 비용인가성주에 배치된 사드 1개 포대 가격에 근접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인터뷰에서 밝힌 사드 비용 10억 달러는 일단 성주에 배치된 사드 포대 비용 전반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인터뷰 후 국무부 전직 관리를 인용해 “한반도에 배치된 사드의 총비용은 12억 달러 정도 된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2억 달러(약 2260억 원)가 차이 나는데 트럼프의 발언을 그대로 해석하면 사드 운송비용이나 인건비 및 기타 자체 경호 비용을 빼고 사드 1개 포대(발사대 6대, 탐지레이더, 교전통제소, 요격미사일 48발 등) 도입 비용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드 1개 포대 가격은 레이더와 요격미사일 수량 등에 따라 1조∼2조 원대로 추정된다. 하지만 성주에 배치된 사드는 주한미군 전력으로 운용되는 만큼 이를 한국이 돈을 내고 도입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사드라는 첨단무기 배치에 대해 한국이 동맹 차원의 ‘성의 표시’를 하라는 의미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서 한국을 방어하는 사드의 향후 운용 및 유지비 상당 부분을 한국이 부담하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 국방부 고위 소식통은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사드 배치 시 공동 분담(cost sharing) 정신의 사례가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2] 韓美 당국간 애초 약속은 뭐였나‘美가 운용 비용, 韓이 부지-시설 제공’ 약정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드 배치와 관련해 한미 간 기존 합의나 약속에 대한 언급 없이 무조건 “사드로 한국을 보호해주는 만큼 한국이 돈을 내야 한다”고만 했다. 국방부와 외교부는 그동안 한국에 들여오는 사드의 운용·유지 비용은 미국이 부담할 것이라고 밝혀 왔다. 사드는 미군 방공전력이고, 운영 주체도 주한미군인 만큼 미국 정부가 관련 비용을 책임지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은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사드 부지와 기반시설(전기, 용수) 등을 부담하고, 사드 배치 비용은 ‘미국 몫’임을 여러 차례 밝혀 왔다. 현재 주한미군에 배치 운용되는 다른 전력도 이런 원칙이 적용되고 있다. 지난해 3월 사드 배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출범한 한미 공동실무단의 약정에도 이 같은 비용 분담 원칙이 명시돼 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도 지난해 7월 사드 배치 결정 직후 국회에 출석해 사드 운용 비용 전액은 미국 부담이라고 밝힌 바 있다. [3] 트럼프가 애초 합의 몰랐을 가능성은취임前 사안이라 이해 부족? 알고도 모른척?공직 경험이 없고 이제 막 취임 100일(29일)을 맞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전 추진되고 논의됐던 사드 관련 한미 간 합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사드 비용 부담’을 주장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신경전을 피해 사드 배치만 신경 쓰고 정작 한미 간 관련 협상 내용을 미처 다 파악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정부 당국자는 “사드 배치 반대 여론이 여전하고, 차기 정부 출범을 앞둔 상황에서 정부가 비용 분담을 전제로 한 사드 배치를 추진할 수 있겠느냐”며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간 협상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가안보회의(NSC) 국가정보국(DNI)에서 매일 온갖 외교안보 기밀 정보를 보고받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드 관련 협상 내용을 충분히 알면서도 일부러 모른 척하며 사드 청구서를 내밀었을 수도 있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부터 주한미군 주둔 비용과 관련해 “왜 한국이 주한미군 비용을 100% 다 내면 안 되느냐”고 주장해왔다. 이는 내용만 다를 뿐 이날 밝힌 사드 비용 관련 주장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결국 ‘미국 우선주의’를 주창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습적으로 사드 비용 문제를 거론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4] 협상용 발언이라면 트럼프의 노림수는방위비 분담 협상때 ‘증액 근거’로 들이댈수도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미국 우선주의’ 실천을 위한 고도의 전략이라면 함께 발언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선수(先手)일 가능성이 크다. 사드 비용 문제를 제기해 협상력을 극대화한 뒤 실제로는 FTA 재협상에서 자동차나 법률, 의료 분야 등에서 한국의 양보를 얻어내려는 사전 포석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사드 배치를 고리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관련해서도 지난해 대선에선 “나토 회원국들이 방위비를 더 내지 않으면 러시아가 나토 회원국을 침략하더라도 미국이 자동 개입하는 조항을 없앨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고, 결국 나토 회원국들이 방위비를 더 내겠다고 하자 최근 “나토는 중요하다”며 한발 빼기도 했다. 사드는 물론이고 향후 한국에 전개될 미군 전력에 대한 ‘사용료’를 요구하기 위해 이날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의 도발 시 한국에 전개되는 전략폭격기 같은 ‘긴급 대응전력’에 대해서도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을 통해 한국에 청구서를 들이밀 개연성도 있다. 향후 한국의 사드 추가 구입 또는 배치 비용 부담을 요구하기 위한 포석일 수도 있다. 실제로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 1개 포대로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을 방어할 수 없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이미 사드 추가 배치론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한국이 추가로 1개 포대를 자체 구입하거나 미 본토에서 사드 포대를 추가로 보내는 데 들어가는 ‘동맹비용’을 더 많이 지불해야 한다는 점을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5] 한국정부에 통보했나틸러슨-매티스 방한때, 黃대행에 관련언급 안해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에 사드 비용을 내는 게 적절하다고 통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언제, 어떤 경로를 통해 이를 통보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화법은 주술 관계가 모호하고 종종 논리의 비약이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자신을 도청했다고 주장했다가 근거가 희박하다는 비판을 받자 “도청이 아니라 전반적인 감시”라고 말을 바꾼 적도 있다. 하지만 취임 후 외교 문제는 표현을 조심해온 만큼 최근 방한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을 통해 자신의 뜻을 전달했다고 인식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이에 한국 정부는 트럼프의 주장에 대해 “처음 듣는 말”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26일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과 통화했지만 사드 비용 분담에 대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총리실도 트럼프의 발언을 부인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틸러슨, 매티스 장관 방한 때 각각 면담했지만 비용 부담 같은 언급은 없었다는 것이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윤상호 군사전문기자·신나리 기자}
국제 해도(海圖) 제작의 기준이 되는 국제표준 해도집 ‘해양과 바다의 경계(S-23)’ 책자에 동해를 병기하도록 개정하는 문제가 국제기구에서 논의된다. 외교부는 28일 “모나코에서 열린 제1차 국제수로기구(IHO) 총회에서 한국 대표단 제안대로 IHO 사무국 참여 아래 관련국간 비공식 협의체를 구성하고 협의 결과를 3년 뒤 총회에 보고한다는 내용이 만장일치로 채택됐다”고 밝혔다. IHO는 이날 오후 총회 폐막 직전 이 같은 계획을 최종 확정 발표할 계획이다. 앞서 2012년 회의에서 “S-23 개정에 대해 어떠한 추가적인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고 결정하면서 ‘사실상 동해 병기는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그동안 외교부와 유관 기관 등이 회원국들을 접촉해 일일이 교섭한 끝에 이번 총회에서 동해 병기 논의 불씨를 살리고, 논의의 틀을 다시 마련했다는 것이 성과로 꼽힌다. 정부는 1997년 총회에서 처음 문제 제기한 이후 5년마다 열리는 IHO 총회에서 줄기차게 ‘일본해 단독 표기’에 반대해왔다. 일본은 “이미 오래된 표준”이라며 일본해 단독 표기를 주장하고 있고, 한국은 동해 단독 표기를 궁극적으로 주장하면서도 “일본과의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IHO는 한·일 간 견해차로 인해 1953년에 만들어진 S-23 3판 이후 새로운 개정판을 내지 못하고 있다. 회원국들은 양국 합의 결과에 따라 그 명칭을 채택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위성정보시스템(GPS)을 이용한 전자해도가 보편화되고 있어 S-23의 위상과 효용은 떨어진 지 오래라는 지적도 있다. 오히려 주요 지도제작사나 교과서, 출판사, 언론 등을 상대로 동해 표기 확산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다. 24일부터 5일간 열린 이번 총회는 87개 회원국 중 77개 회원국이 참석해 동해병기 문제와 사무총장, 이사진 선거 및 이사국 선정·승인 등을 주요 의제로 다뤘다. 정부는 이번에 외교부, 해양수산부, 국방부(해군), 국립해양조사원, 동북아역사재단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30여 명 규모의 대표단을 모나코에 파견했다.신나리기자 journari@donga.com}

미국이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놓고 있다”며 대북 군사행동 불사 방침을 연일 시사하면서 실제로 행동에 나설지가 한반도 정세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이사장 남시욱)는 27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군사 옵션과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미국의 대북 군사 옵션 실행 가능성 등을 점검했다. ○ “가능성 낮지만 대비해야” 토론회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군사행동의 실행 가능성이 낮다는 데 무게를 실었다. 미국이 외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카드 중 가장 수위가 높은 군사 옵션 카드를 내세워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미 연합군의 최첨단 정밀 타격 전력으로 북한을 언제든 초토화할 수 있는 만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나 추가 핵실험을 하는 대신 협상장으로 나오라며 벼랑으로 모는 전략인 셈이다. 한반도 정책을 실무적으로 책임질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임명되지 않는 등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이 미완성이라는 점도 미국이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낮추는 대목이다. 군사 옵션 카드는 핵 보유 시도 국가가 등장할 때마다 미국이 사용하던 압박 전략이기 때문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황일도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은 어떤 조치를 취할지 특정하지 않으면서도 핵 완성 시 후과가 엄청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전략을 계속 써 왔다”며 “트럼프도 고전적인 억제 전략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미국의 군사행동 가능성에 대해 대비는 철저히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군사 옵션 카드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매우 원칙적인 것으로 북한이 운신할 폭을 최대한 좁히려는 전략”이라면서도 “국제 안보에서는 100%라는 건 없고 작은 가능성이라도 있기 때문에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금은 최우선 순위… 곧 밀릴 수도” 미국 정부가 26일(현지 시간) 새 대북 기조를 발표하며 “북핵 문제는 외교 정책 최우선 순위”라고 발표한 것은 북핵 문제를 대하는 미국의 시급함을 보여 주고 있다. 신원식 전 합동참모본부 차장은 “중동 문제와 금융위기 등으로 인해 미국은 지금까지 북핵 문제가 커지는 사실을 알면서도 1순위에 올려놓지 못했다”며 “이제야 미국이 북핵 문제에 외교·군사력을 집중할 여력이 생긴 만큼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이 북핵 해결을 외교 정책 최우선 순위로 두는 기간이 길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동선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트럼프가 집권 초기여서 북핵 문제를 새롭게 보고 심각하게 여기는 것이지 중동 문제 등 대외 문제와 조세 문제 등 국내 문제가 불거지면 또다시 후순위로 밀릴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경우 핵 시설을 얼마나 제거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견해가 엇갈렸다. 이 교수는 “외과 수술식 정밀 타격으로 북한 핵 개발을 지연시킬 순 있지만 숨겨진 핵시설이 끝없이 발견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신 전 차장은 “군사 옵션 사용 시 북한 내 고정식·이동식 미사일 발사 시설 중 95%를 단기간에 제거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군사 옵션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북-미가 ‘핵 동결’ 협상을 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흐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가 새 대북 기조를 발표하면서 협상의 문을 열어 놓겠다며 강약 조절에 나서는 모습을 보인 점이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 비핵화가 아닌 핵 동결로 협상을 마무리하게 되면 한국은 미국에 대한 군사적 의존은 더 높아지는 동시에 북핵을 머리에 이고 살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트럼프의 군사행동에 대한 불확실성은 우리에게 큰 비용으로 돌아올 수 있다”며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 제재와 군사행동의 방향과 속도를 최소한 우리가 조절하는 정도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 “전술핵무기 재배치 효용성 낮아”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는 것은 현실적 제약이 크고 군사적 효용성도 낮다는 견해가 많았다. 신원식 전 차장은 “유사시 괌이나 일본 오키나와 상공에서 B-52나 B-2 폭격기로 150∼300kt(킬로톤·1kt은 TNT 1000t의 폭발력)급 전술핵 수십 발을 (북한에) 날릴 수 있는데 굳이 전술핵을 배치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상현 본부장도 “미국이 2차 세계대전 이후 견지해 온 비확산 기조를 뒤집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반면 전술핵 배치가 정치·외교적 효용성을 거둘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황 교수는 “전술핵을 한국에 재배치하면 중국의 대북 핵 문제 접근 방식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국내적으로는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달래는 효과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의 전략핵을 미국의 전술핵으로는 막지 못한다는 일부 대선 주자의 주장에 대해선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신 전 차장은 “미국이 전략폭격기에서 발사하는 전술핵은 북한이 갖고 있는 핵보다 위력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손효주 hjson@donga.com·신나리 기자 / 윤상호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