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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한국은 지식재산권 분야의 불모지였다. 1961년 이 분야에 선구자로 뛰어든 리인터내셔널은 일본, 유럽, 미국 등 전 세계로 활동 반경을 넓히며 지식재산권의 강자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이공계 전공 변호사 주축… 지식재산권 소송 강자 지식재산권 소송팀은 화학을 전공한 박경주(51·사법연수원 30기), 지구환경시스템을 전공한 장영철(45·33기), 재료공학을 전공한 김동환(45·35기), 화학 전공 오미정(31·변호사시험 2회), 응용생물화학 전공 장명철(41·3회), 산업공학 전공 박성하(30·7회) 변호사 등 다양한 이공계 분야를 전공한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리인터내셔널 특허사무소 소속 60명의 변리사들은 이들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내부 CAD팀까지 갖춘 지식재산권 소송팀의 강점은 실제 소송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통상 재판의 변론기일과 달리 특허소송에선 프레젠테이션 형식으로 기술설명회를 갖는 경우가 많다. 프레젠테이션에는 재판부의 이해를 돕기 위해 수식, 화학식 및 시뮬레이션 동영상이 포함된다. 김동환 변호사는 “최근 외력에 의한 기계 장치의 물리적 변형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는지가 문제가 된 특허침해 사건의 기술설명회에서 여러 각도의 시뮬레이션 영상을 재생하는 방식으로 주장을 시각화해 승소 판결을 얻어 냈다”고 말했다. 지식재산권 소송팀은 첨단 기술과 관련된 분쟁에 미리 대비해 수시로 대학교수, 기업 엔지니어, 연구원 등 국내외 전문가들과 수시로 세미나를 열고 있다.블록체인 및 디지털 자산업무팀 8월 신설 이공계 졸업 후 변리사시험과 사법시험을 합격한 다음 20년 가까이 리인터내셔널에서 근무한 박경주 변호사는 올해 8월 신성은 미국 변호사(39)와 함께 블록체인 및 디지털 자산 업무팀을 신설했다. 박 변호사는 “55년이 넘는 경험을 바탕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중심으로 한 탈중앙화(decentralization), 세계화(globalization) 환경에서 고객의 니즈에 가장 적합한 최상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준비돼 있다”고 자신했다. 코인 가격의 폭등 및 사기성 펀딩 등으로 코인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있었던 사회분위기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위기 속 기회’를 보았기 때문이다. 위변조를 막는 블록체인 기술 바탕의 상품 및 서비스 거래, 자본시장의 디지털화, 글로벌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판단이었다. 박광천(36·1회), 장명철, 이소연 변호사(32·2회), 김현아(32) 최아원 미국변호사 (32) 등이 디지털 자산 관련 규제가 없거나 부족해 해석의 문제와 혼란을 겪는 고객들에게 맞춤형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블록체인팀은 전 세계 법무법인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국가별 산업과 환경, 관련 법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해결책을 제시한다. 사례별 맞춤형 솔루션에 리인터내셔널을 찾는 의뢰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신성은 미국 변호사는 “개인 투자자, 유틸리티 토큰의 가상화폐공개(ICO) 중심에서 점차 기관투자가, 증권형 토큰으로 옮겨갈 것 같다”고 예상했다. 블록체인 시장과 함께 성장할 관련 법률 서비스 시장에 선제적으로 진출한 리인터내셔널은 ‘미래형 로펌’이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반미 기습 시위를 벌여온 자칭 ‘청년레지스탕스’ 소속 20대 남녀 회원들이 한꺼번에 재판에 넘겨진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검사 김수현)는 A 씨(22) 등 21명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3일 불구속 기소했다. 기소된 21명은 21∼26세로 대부분 대학생이다. 검찰에 따르면 A 씨 등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 위치한 미대사관 앞에서 총 11차례 기습 시위를 한 혐의다. A 씨 등은 2, 3명씩 조를 이뤄 광화문광장에서 미대사관을 향해 편도 5차로 도로를 무단횡단하면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미치광이, 미군 철수, 북침 전쟁연습 중단’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펼쳐들고 구호를 외쳤다. 시위 때마다 미대사관 앞에 반미 문구가 적힌 전단을 적게는 50장에서 많게는 1000장가량 뿌렸다. 이들은 조사 내내 인적사항조차 말하지 않는 등 묵비권을 행사하고 단식까지 벌여 수사 기관이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과 경찰은 법원에서 받은 검증영장을 바탕으로 지문을 채취해 일일이 신원을 확인했다. 법원 주말당직판사가 금요일 체포 피의자에 대한 검증영장 발부를 영장전담판사에게 미뤄 체포 시한 48시간을 넘기는 바람에 석방한 피의자를 다시 추적해 영장을 재청구하기도 했다. 대사관 같은 외교기관의 경우 국회 및 대법원 등과 마찬가지로 현행법상 경계 지점부터 100m 이내에서 옥외 집회와 시위가 금지된다. 검찰은 A 씨 등이 미대사관 정문 20m 앞에서 조직적이고 반복적으로 시위를 한 점 등으로 미뤄 명백한 법 위반이라고 보고 있다. 집회금지구역에서 집회를 하면 1년 이하의 징역과 1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 있다. 대법원은 올해 3월 미대사관 앞 도로에 차량을 주차한 뒤 차량 근처에서 기습 시위를 한 30대 남성에게 벌금 50만 원의 확정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A 씨 등은 수사기관에서 “대규모 집회 또는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는 경우 현행법 위반이 아니다”는 예외조항을 근거로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들의 시위 장면이 코리아연대의 후신인 민중민주당의 기관지 성격을 띠고 있는 ‘21세기민족일보’ 홈페이지에 게시된 점 등으로 볼 때 기습 시위가 치밀하게 준비된 것으로 보고 있다. 코리아연대는 2016년 대법원에서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로 인정돼 해산된 단체다.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전자법정 구축 사업 입찰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전직 법원행정처 공무원을 체포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구상엽)는 11일 전자법정 사업을 독점적으로 수주했던 업체 3곳과 전·현직 법원행정처 직원의 주거지 10여 곳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벌였다. 특히 검찰은 부인 명의로 회사를 세워 입찰을 따냈던 전직 법원행정처 전산직 공무원 남모 씨를 입찰방해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남 씨 등 6명은 2000년 A업체를 설립해 대법원의 전산 관련 사업을 수의계약을 맺고 독점하다가 국회와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다. 이후 입찰 방식이 경쟁입찰로 변경됐지만 남 씨의 부인 명의로 2007년 설립된 B업체가 2009년부터 최근까지 실물화상기 도입 등 200억 원대 사업을 따낸 것으로 전해졌다. B업체는 영상 관련 장비를 해외에서 수입하며 일반 공급가보다 10배가량 가격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수익을 남긴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남 씨 부인 명의로 된 C업체는 2014년부터 최근까지 40억 원어치 전산 관련 사업을 수주했다. 검찰은 남 씨가 법원행정처 동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수백억 원어치 입찰을 따냈다고 보고, 남 씨 등을 상대로 구체적인 입찰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앞서 법원행정처는 지난달 초 전산정보관리국 소속 과장 1명과 직원 2명의 비위 사실을 확인해 징계 절차에 회부하면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입찰과 관련된 법원 내부 문건 다수가 업체 측으로 유출된 정황이 있어 검찰 수사로 입찰방해 혐의에 연루된 전·현직 법원행정처 직원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허동준 기자}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60)이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전날과 받은 다음날 박근혜 전 대통령(66·수감 중)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60·사진)과 식사를 함께한 것으로 9일 알려졌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유가족의 동향을 감시한 혐의 등으로 검찰이 이 전 사령관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3일 기각되자 박 회장은 그 다음 날인 4일 이 전 사령관과 저녁을 함께했다. 박 회장은 저녁식사 자리에서 “법원에서 영장을 기각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이 전 사령관을 위로했다고 한다. 당시 이 전 사령관은 세종시에서 교사를 하고 있는 부인 얘기를 꺼내며 “정년이 남아 있는데 서울에 있는 학교에서 근무했으면 좋겠다”고 걱정했다고 한다. 박 회장은 이 전 사령관의 딱한 사정을 전해 듣고 술을 권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은 이 전 사령관의 투신 소식을 전해 듣고 지인들에게 “그 자리가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박 회장은 이 전 사령관 영장실질심사 전날인 2일에도 점심을 함께했다. 박 회장은 “구속될 수도 있는데 처음 며칠은 수치스러울지 모르지만 마음 단단히 먹고 지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전 사령관은 박 회장에게 “검찰 조사 과정에서 ‘윗선을 불라’는 요구를 받았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사령관은 박 회장의 고교 ‘단짝 친구’이자 육군사관학교 동기(37기)다. 2013년 10월 기무사령관에 임명된 이 전 사령관은 이듬해 10월 박 회장과 가깝다는 이유로 경질됐다. 당시 박 회장은 “누나 때문에 이 전 사령관이 (대장 승진에) 물을 먹었다”고 지인들에게 하소연했다고 한다. 이 전 사령관은 올 3월 EG그룹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박 회장은 지난 주말에 사업차 일본으로 출국해 현재 일본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사령관이 최근 집을 구하러 다닌 사실도 드러났다.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세종시인 이 전 사령관은 예편 후 지인이 빌려준 서울의 오피스텔에 살고 있었다. 검찰이 이 전 사령관을 소환 조사한 뒤 지인에게 “왜 집을 빌려 주었냐”는 취지로 전화를 했고, 이 전 사령관은 ‘지인이 혼비백산했다’고 주변에 당시 상황을 전했다고 한다.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청와대가 민정수석비서관실 산하 반부패특별비서관 특별감찰반 10명을 이례적으로 한꺼번에 교체한 배경에는 검찰 출신 김모 수사관을 감찰하며 확보한 휴대전화 분석 내용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사정당국에 따르면 김 수사관은 지난달 초 서울 서대문구의 경찰청 특수수사과 사무실을 찾아가 “국토교통부 관련 사건의 진행 상황을 알려 달라”고 했다. 특수수사과 측은 “한 건은 검찰에 송치했고 다른 한 건은 수사 중이다. 수사 중인 사건은 내용을 알려주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송치된 사건은 김 수사관이 첩보를 직접 생산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수사 중인 사건은 김 수사관의 지인인 건설사 대표 A 씨가 피의자로 입건된 상태였다. 김 수사관이 5분 이내로 잠깐 머물다가 사무실을 떠난 뒤 경찰은 김 수사관의 신분을 청와대에 확인했다. 김 수사관이 경찰에 먼저 청와대 신분증을 제시하며 특감반원임을 밝혔기 때문이다. 청와대 자체 감찰을 담당하는 공직기강비서관실은 김 수사관이 지인이 입건된 수사 진행 상황을 수사기관까지 찾아가 확인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감찰에 착수했다. 감찰 초기 김 수사관은 A 씨와의 친분을 극구 부인하며 휴대전화를 자진해서 제출했다고 한다. 청와대는 김 수사관의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다가 그가 평일 낮에 골프를 치러 다니고 접대를 받은 정황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감반원은 공적인 업무라면 근무시간에 골프를 칠 수도 있지만 김 수사관은 사적으로 골프를 쳤다는 단서가 나왔다고 한다. 청와대가 휴대전화 속 단서를 토대로 추궁하자 김 수사관은 “나 말고도 다른 특감반원 3, 4명이 골프를 치고 접대를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함께 골프를 쳤다는 여러 동료의 실명까지 거론했다고 한다. 특감반장, 검찰 수사관 5명과 경찰 4명 등 10명을 조사한 청와대는 김 수사관이 지목한 일부 특감반원에게서도 근무시간에 골프를 치고 접대를 받은 정황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6급 공무원인 김 수사관은 올해 7월 자신이 감찰을 담당했던 피감기관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감사관실 5급 사무관 자리에 지원했다가 한 달 뒤 지원을 포기했다. 청와대는 “채용에 지원한 사실을 민정수석실에서 인지하고, 논란의 소지 있음을 지적해 지원을 포기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특감반의 기강 해이 문제가 계속 불거지자 여권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특감반원의 비위가 생각보다 많은 것 같다. 민정수석실이 초기부터 제대로 대응했다면 이런 상황도 벌어지지 않았을 텐데, 안일하게 대응해 대형 악재로 키웠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지난달 29일 특감반원 전원을 원대 복귀시킨 데 이어 30일에는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자체 작성한 3장 안팎의 보고서를 검찰에 보냈다. 검찰의 자체 감찰을 통해 A 씨가 김 수사관의 골프 비용을 부담했는지 등 의혹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김정훈 hun@donga.com·허동준·한상준 기자}
“대체복무에 성실히 임하는 모습으로 여론을 (긍정적으로) 바꿔나가고 싶다.” 30일 오전 10시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교도소. 1년 6개월간 수감 생활 후 가석방된 ‘양심적 병역거부자’ 김형규 씨(25)는 이렇게 말했다. 김 씨를 포함해 수원, 대구 등 전국 17개 교도소와 구치소에 수감됐던 양심적 병역거부자 57명은 이날 동시에 가석방됐다. 각 교도소와 구치소 앞은 이들을 마중 나온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과 수감자 가족들로 붐볐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양심적 병역거부를 형사 처벌하는 것은 헌법상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며 기존 판례를 뒤집었다. 1949년 8월 병역법 시행 이후 양심적 병역거부자 2만여 명이 받아온 형사처벌이 중단된 것이다. 법무부는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지난달 26일 가석방 심사위원회를 열고 가석방 요건을 충족한 양심적 병역거부자 가운데 수감 기간이 6개월 이상 된 58명의 가석방을 결정했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가석방 대상자 1명은 뒤늦게 부적격자로 드러나면서 가석방이 취소됐다. 이번 가석방으로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수감자는 14명으로 줄어들었다.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 대법, 신일본제철 이어 “미쓰비시도 징용 피해자 배상하라” 판결대법원 2부는 29일 일제강점기 근로정신대 및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반인도적 불법 행위를 배상하라”고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2건을 원고 승소로 확정 판결했다. 지난달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의 배상을 처음 확정하며 “반인도적 불법 행위를 전제로 한 강제징용 피해자의 배상 청구권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한 판결을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하급심에 계류 중인 12건의 재판도 곧 원고 승소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 “이겼는데도 (마음이) 착잡합니다. 다들 돌아가시고 난 뒤에 이런 판결이 나서….” 29일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근로정신대 및 강제징용 손해배상 인정 판결 직후 강제징용 피해자인 고 박창환 할아버지의 영정 사진을 든 아들 재훈 씨(72)가 침울해하며 이렇게 말했다. 승소의 기쁨보다 “(피고 미쓰비시중공업의) 상고를 기각한다”는 재판부의 5초 남짓한 확정 판결을 듣기까지 기다린 인고(忍苦)의 74년이 먼저 떠오른 것이다. 박 할아버지는 1944년 9월 일제 순사에게 강제 연행돼 미쓰비시중공업 히로시마 공장으로 끌려가 일했다. 이듬해 8월 6일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됐을 때 턱 부위를 크게 다쳤고, 광복 직후 귀국했다. 소송이 진행되던 2001년 박 할아버지는 원폭 피해 후유증 등으로 세상을 떠났다.○ 피해배상 3건 확정…12건 남아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박 할아버지 등 5명이 제기한 강제징용 손해배상을 인정하고 “미쓰비시중공업이 8000만 원씩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를 확정했다. 2000년 5월 처음 시작된 소송이 18년 6개월 만에 마무리된 것이다. 그동안 원고 5명이 모두 숨졌다. 또 양금덕 할머니(87) 등 근로정신대 피해자 4명과 유족 1명이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미쓰비시중공업이 1억∼1억5000만 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근로정신대에 근무한 피해자의 배상 판결이 확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선고 2건은 예견된 것이었다. 지난달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옛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인정을 처음 확정하며 “일본 정부의 불법적 식민 지배를 수행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 불법 행위를 배상할 권리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전국 법원에서 진행 중인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청구 소송 12건도 곧 원고 승소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신일철주금과 미쓰비시중공업 외에도 히타치조센 스미토모석탄광업 등의 일본 기업을 상대로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 960여 명이 소송을 벌이고 있다. ○ “만시지탄(晩時之歎) 판결“ 대법원 판결 뒤 서울 서초동 서울변호사협회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피해자 유가족과 소송을 도운 한국 및 일본의 시민단체 관계자와 변호사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두 소송의 유일한 생존 원고로 근로정신대 피해자인 김성주 할머니(89)는 근로정신대에서 잘린 왼손 검지를 내보이며 “겨울만 되면 유독 시려왔다”고 말했다. 이어 “눈물로 세월을 보냈다. 일본 사람들은 아직까지 사죄도 없다. 배상을 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 할머니는 초등학교 졸업 직후인 1944년 5월 일본인 담임선생의 권유로 근로정신대에 동원됐다. 같은 해 12월 도난카이 지역을 덮친 지진은 함께 동원된 친구 6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때 입은 발목 부상으로 평생 거동이 불편했던 김 할머니는 이날 휠체어를 타고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소송 대리인단인 이상갑 변호사는 “오늘 대법원 판결을 한마디로 평가하면 만시지탄이다. 원고들이 거의 모두 돌아가셨는데 대법원이 이 부분에 대해 주문과 별도로 입장을 밝혔어야 했다”고 말했다. 김윤수 ys@donga.com·허동준 기자}
사법행정권 남용 및 재판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박병대(61), 고영한 전 대법관(63)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사전 구속영장을 동시에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박, 고 전 대법관이 이 사건의 ‘핵심 중간 책임자’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수감 중)으로부터 보고를 받거나 지시를 한 뒤 관련 내용을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전달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25일 박 전 대법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다시 불러 조사했다. 19일 첫 조사 이후 네 번째 검찰 조사다. 고 전 대법관은 23, 24일 연속으로 검찰에 출석한 데 이어 이번 주 중에 세 번째 검찰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2014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을 겸임한 박 전 대법관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개입, 통합진보당 의원의 지위 확인 행정소송 개입 등 20여 개 의혹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고 전 대법관은 2016년 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법원행정처장으로 근무하며 부산고법 판사가 연루된 부산지역 건설업자 뇌물사건 재판 개입,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화 소송 개입 등 10여 개 의혹에 연루돼 있다. 두 전직 대법관은 검찰 조사에서 “기억이 안 난다”거나 “실무진이 알아서 한 일”이라는 식으로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두 전직 대법관이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어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소환 시점은 12월 중순 이후로 미루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다음 달 2일부터 열흘가량 미국 법무부 반부패국 회의 참석 등을 위해 자리를 비우는 것도 양 전 대법원장의 소환 시기가 늦춰지는 이유 중 하나라고 한다. 검찰은 최근 압수수색한 법관 블랙리스트 인사 자료와 관련해 지난해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3차 조사까지 이어진 대법원의 자체 조사 과정에서 대법원 측의 직무유기 행위는 없었는지 들여다볼 계획이다. 법원행정처 인사심의관실이 작성한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검토’ 문건에는 ‘양승태 사법부’에 비판적인 판사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그런데도 대법원은 올 5월 말 3차 조사 결과 발표 당시 “블랙리스트가 존재하지 않았다”며 최근까지도 관련 자료를 검찰에 제출하지 않았다. 지난해 9월 출범한 ‘김명수 사법부’가 수사선상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어서 수사 결과에 따라 파장이 예상된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허동준 기자}

고영한 전 대법관(63·사진)이 23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공개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차한성(64), 박병대 전 대법관(61)에 이어 고 전 대법관까지 소환되면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전직 대법관 3명이 모두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고 전 대법관을 상대로 2016년 법원행정처장으로 재직하면서 부산고법 판사가 연루된 부산지역 건설업자 뇌물사건 재판에 개입했다는 혐의와 부산고법 판사의 비위 사실을 무마했다는 혐의 등을 조사했다. 이 혐의 외에 고 전 대법관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고용노동부 재항고 이유서 대필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 확인 행정소송 개입 △헌법재판소 평의 내용 등 기밀 유출 △정운호 게이트 관련 영장 및 수사 정보 수집 등의 혐의도 받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10분경 서울중앙지검 포토라인에 선 고 전 대법관은 “국민들께 심려 끼쳐서 대단히 죄송하고, 누구보다도 지금 이 순간에도 옳은 판결 바른 재판을 위해서 애쓰시는 후배 법관을 포함한 법원 구성원 여러분께 정말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사법부가 하루빨리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길 바랄 뿐이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고 전 대법관을 몇 차례 더 조사한 뒤 이르면 다음 주에 박 전 대법관과 함께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현직 판사가 음주운전을 하다가 경찰에 적발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이른바 ‘윤창호 씨 사망 사건’ 이후 음주운전에 대한 국민적인 경각심이 높은 상황에서 판사가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충청 지역 지방법원의 A 판사는 최근 서울 강남 일대에서 술을 마신 뒤 모친 명의의 아우디 A6 차량을 운전해 귀가하다가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됐다. 적발 당시 A 판사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5%대로 면허 정지(0.03% 이상∼0.1% 미만) 수준이었다고 한다. A 판사는 경찰 조사에서 “대단히 송구하고 부끄럽다”는 취지로 음주운전 사실을 모두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A 판사의 음주운전은 최근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실 안건으로 올라 논의됐으며, 윤리감사관실은 곧 A 판사를 법관징계위원회에 회부할 방침이다. 관련 기록을 경찰로부터 넘겨받은 검찰은 A 판사를 도로교통법 위반 등 혐의로 곧 기소할 방침이다. A 판사의 음주운전 사실이 알려지면서 법원이 현직 판사의 음주운전 징계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법원공무원에 대해선 음주운전 징계 기준이 있지만 판사는 이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2016년 인천지법 소속의 한 부장판사는 고속도로에서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를 내 벌금 800만 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이 부장판사는 다른 공무원들과 비교해 낮은 감봉 4개월의 징계만 받았다. 검찰의 경우 올해 6월 관련 지침을 개정해 첫 번째 음주운전 적발이라도 혈중 알코올 농도 0.1% 미만이면 감봉, 0.1% 이상이면 정직으로 징계 기준을 상향 조정했다.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헌법상 판사는 직무 수행과 관련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하면 국회의 탄핵소추 대상이 된다. 1948년 국회 개원 이후 판사 탄핵소추안은 국회에서 모두 2번 발의됐다. 그러나 판사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적은 한 번도 없다. ‘판사 탄핵 발의 1호’라는 불명예 기록은 고 유태흥 전 대법원장이 갖고 있다. 그는 전두환 대통령 시절인 1981∼1986년 제8대 대법원장을 지냈다. 1985년 봄 당시 유 대법원장은 불법시위 혐의로 즉결 심판에 넘겨진 대학생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인천지법의 박시환 당시 초임 판사(65·전 대법관)를 지방으로 좌천시켰다. 이를 ‘인사유감’이란 제목의 언론 기고문으로 비판한 서태영 전 판사(67)까지 지방으로 전보 조치하자 일선 판사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같은 해 10월 야당 국회의원 102명이 유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이 탄핵안은 재석의원 247명 중 찬성 95표, 반대 146표, 기권 5표, 무효 1표로 재적 과반에 미달해 부결됐다. 두 번째는 신영철 전 대법관(64)이었다. 2009년 11월 당시 야당인 민주당 의원 105명은 신 대법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신 대법관이 서울중앙지법원장으로 재직했던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시위’ 사건 재판 8건을 특정 재판부에 ‘몰아주기식’으로 배당한 사실이 알려진 직후였다. 신 대법관이 재판을 맡은 형사단독 판사들에게 양형 통일 및 선고를 재촉하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내 법관의 재판권을 침해했다는 게 당시 야당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신 대법관 탄핵안은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의 반대로 국회 본회의 표결 시한인 72시간을 넘기면서 자동 폐기됐다.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송인배 대통령정무비서관(50·사진)이 17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이달 안으로 송 비서관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할 방침이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주진우)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약 10시간 동안 송 비서관을 불러 조사했다고 18일 밝혔다. 검찰은 송 비서관이 2010년 8월부터 청와대 근무 직전인 2017년 5월까지 충북 충주시의 시그너스 골프장에서 매달 약 360만 원씩 총 2억8000만 원 상당의 급여를 받은 경위 등을 조사했다. 송 비서관은 골프장에서 급여를 받던 2012년과 2016년 국회의원 선거 당시 경남 양산 지역구의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했고, 낙선한 뒤 민주당의 양산 지역위원장을 맡았다. 검찰은 송 비서관의 카드 사용 명세 등을 추적해 골프장 급여가 양산 지역구에서 대부분 사용된 사실을 확인했다. 정치자금법상 정치활동을 위한 자금의 수입이나 지출 내역을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지 않으면 불법이다. 송 비서관은 검찰 조사에서 “비정기적이긴 하지만 골프장에 기여를 했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골프장에서 일한 대가로 정식 급여를 받아 썼기 때문에 정치자금법 위반이 아니라는 것이다. 송 비서관은 급여를 받을 당시 골프장 웨딩사업부 이사로 등재돼 있었다. 그러나 검찰은 송 비서관이 한 달에 한 번 정도 골프장에 들러 차를 마시는 정도였을 뿐 근무를 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이 골프장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고 강금원 전 창신섬유 회장이 소유했던 곳이다. 현재는 강 전 회장의 아들이 소유주다. 이미 한 차례 검찰 조사를 받은 강 전 회장의 아들은 불법 정치자금 공여 혐의로 곧 입건될 것으로 전해졌다. 송 비서관은 노 전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관 출신이다. 앞서 올해 8월 인터넷상 댓글 여론조작 의혹 사건을 수사한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송 비서관의 계좌 추적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처음으로 포착했다. 특검팀은 이 의혹이 특검법상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고, 관련 기록을 검찰에 넘겼다.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검찰은 대법원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과 재판 개입 의혹의 ‘핵심적 중간 책임자’로 지목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수감 중)을 14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임 전 차장은 올해 6월 18일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지 149일 만에 처음 재판에 넘겨진 전직 판사가 됐다. 법원은 “15일 재판부를 배당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회에서 이 사건만 담당할 특별재판부 설치 관련 법안을 논의하는 상황에서 법원이 공정성을 의심받지 않을 재판부 배당을 위해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 법원, 임종헌 재판부 배당에 신중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임 전 차장의 구속 시한(최대 20일) 만기를 하루 앞두고 임 전 차장을 기소했다. 지난달 27일 구속된 임 전 차장은 검찰 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하다 최근 검찰 출석을 거부하기도 했다. 임 전 차장의 공소장은 A4용지 242쪽 분량이다. 구속영장의 분량이 234쪽이어서 공소장 내용이 구속영장과 큰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다. 공소장에는 범죄 사실이 △상고법원 추진 등 법원의 위상 강화 및 이익 도모 △대내외적 비판 세력 탄압 △부당한 조직 보호 △공보관실 운영비 불법 편성 및 집행 등 크게 4개 분야로 구분돼 있다. 구체적인 범죄 사실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의 소송 지연 등 모두 30여 개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 조사하지 않은 부분이 많이 있다”고 했다. 임 전 차장의 1심 재판을 맡게 된 서울중앙지법은 12일부터 형사합의 재판부 3곳을 늘렸다.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는 판사들로만 구성된 재판부를 충원한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는 기존 13곳에서 16곳으로 늘어났다. 16곳 중에는 최소 6곳의 재판장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서 나머지 재판부 중 한 곳에 사건이 배당될 가능성이 높다. ○ 민일영 전 대법관, 참고인 신분 검찰 소환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67)의 이른바 ‘국정원 댓글 사건’ 상고심 주심을 맡았던 민일영 전 대법관(63)은 지난주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비공개 소환됐다. 차한성 전 대법관(64)에 이어 이번 사건에서 검찰이 조사한 두 번째 전직 대법관이다. 검찰은 민 전 대법관에게 청와대의 요구사항이 원 전 원장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재판에 반영됐는지 등을 추궁했다. 앞서 검찰이 확보한 법원행정처 문건에는 2015년 2월 원 전 원장이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자 당시 청와대가 상고심 절차를 조속히 진행하고, 전원합의체에 회부해줄 것을 희망했다. 그러나 민 전 대법관은 검찰에서 “통상적인 재판 절차대로 진행됐을 뿐 재판 개입은 전혀 없었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중 법원행정처장을 겸임한 박병대 전 대법관(61)은 19일 오전 9시 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공개 소환된다. 허동준 hungry@donga.com·김윤수 기자}
15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수감 중)의 기소를 앞두고 서울중앙지법이 사법행정권 남용 및 재판 개입 의혹 사건 1심 재판을 담당할 형사합의 재판부 3곳을 늘리기로 했다. 정치권에서 이 사건 재판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특별재판부 도입을 촉구하는 상황에서 법원 측이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등은 “서울중앙지법에서 사법농단 사건 배당 가능성이 높은 형사합의부 재판장 5명이 이 사건과 관련해 수사나 조사를 받았다”며 특별재판부 설치를 주장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9일 “법원과 관련된 사건에서 연고 관계 등에 따른 ‘회피’나 ‘재배당’의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 12일부터 형사합의 재판부 3개를 증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법원 측은 3개 증설 재판부를 법원행정처 근무 경력이 없고 이 사건과 무관하다는 판사들로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법 1심 형사합의부는 기존 13곳에서 16곳으로 늘어나게 됐다. 이 사건 담당 재판부는 다른 사건처럼 컴퓨터에 의해 무작위로 결정된다. 만약 이 사건과 관련이 있는 재판부에 배당될 경우 ‘회피’ 등의 절차를 거쳐 이 사건과 무관한 3개 증설 재판부 중 한 곳에 배당되도록 하겠다는 게 법원 측 구상이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중 법원행정처장을 겸임한 차한성 전 대법관(64)을 7일 피의자 신분으로 비공개 소환 조사했다. 이 사건으로 전직 대법관이 검찰 조사를 받은 건 처음이다. 차 전 대법관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지연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차 전 대법관을 상대로 2013년 12월 법원행정처장 재임 당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9),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65) 등과 김 전 실장 공관에서 만나 강제징용 소송 지연 방안을 논의한 결과를 양 전 대법원장에게 보고했는지 등을 조사했다. 김윤수 ys@donga.com·허동준 기자}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법 합의부에 환송한다.” 1일 오전 11시 33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 김명수 대법원장이 ‘여호와의 증인’ 신도 오승헌 씨(34)의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다는 주문(主文)을 읽자 오 씨가 환하게 웃었다. 대법정을 나온 오 씨는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대체복무 도입 등이 남았는데, 이것이 병역기피의 수단으로 오·남용될 수 있다는 국민의 우려가 있는 것을 안다. 우려를 없앨 수 있도록 성실히 (대체)복무를 하겠다”고 말했다.○ “양심의 자유가 병역의 의무에 우선” 김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안철상 법원행정처장 제외) 등 13명으로 구성된 전원합의체는 ‘9 대 4’의 다수 의견으로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형사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앞서 2004년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는 “처벌할 수 없다”는 소수 의견이 13명 중 1명뿐이었다. 14년이 지나 소수 의견이 다수로 역전된 것이다. 처벌할 수 없다는 다수 의견의 근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김 대법원장과 권순일 김재형 조재연 박정화 민유숙 김선수 노정희 대법관 등 8명은 “양심의 자유가 병역의 의무에 우선할 수 있다”고 봤다.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는 헌법 제19조가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는 기본조건이자 민주주의 존립의 불가결 전제로서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므로 양심의 자유가 병역의 의무에 우선한다고 해석한 것이다. 또 양심의 자유는 외부로 표현하고 실현할 수 있는 자유에 해당한다고 봤다. 실현 과정에서 타인의 권리나 법질서와 충돌할 수 있지만 헌법적으로 침해할 수 없는 권리라는 것이다. 이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자유를 내심(內心)에 한정한 2004년 7월 전원합의체 판결과 배치된다. 2004년 대법원이 ‘공동체와의 조화’를 우선했다면 2018년 대법원은 ‘개인의 내적 가치’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한 것이다. 반면 이동원 대법관은 “병역의 의무가 양심의 자유에 우선한다”면서도 대체복무제 도입을 예상하며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대법관은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하는 병역거부자들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을 지우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 제한”이라고 밝혔다.○ “‘진정한 양심’은 검사가 판단” 대법원은 다수 의견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의 조건을 ‘진정한 양심에 따른 거부’로 규정하고 진정한 양심은 전체 삶에 영향을 끼치고 좀처럼 바뀌지 않는 신념이라고 했다. 또 ‘진정한 양심’을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했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피고인이 소명자료를 제시하면 검사는 자료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방법으로 진정한 양심의 부(不)존재를 증명할 수 있다”는 게 다수 의견의 판단이다. 검사가 병역거부자의 가정환경, 성장과정, 학교생활, 사회경험 등 삶의 모습을 전반적으로 살핀 뒤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소수 의견으로 ‘양심적 병역거부 유죄’ 판단을 한 김소영 조희대 박상옥 이기택 대법관은 “진정한 양심의 존재를 심사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다수 의견이 제시한 사정들은 형사소송법이 추구하는 실체적 진실 발견에 부합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2002년 일선 지방법원 판사로서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낸 위헌법률심판제청을 받아들여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를 수면 위로 끄집어냈던 박시환 전 대법관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너무 오래 걸렸다. 합리적, 인권적 측면에서 빨리 결정을 내렸어야 했는데 늦게나마 그런 길을 찾게 돼 다행”이라고 했다.이호재 hoho@donga.com·허동준 기자}

“딱 16년이 걸렸습니다. 너무 오래 걸렸습니다.” 2005년부터 2011년까지 대법관을 지낸 박시환 정부공직자윤리위원장(65)은 1일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확정 선고가 난 직후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런 소회를 밝혔다. 박 전 대법관은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로 일하던 2002년 ‘여호와의 증인’ 신도 A 씨 측이 “병역법이 양심실현의 기회를 주지 않고 처벌조항만 둔 것은 헌법상 기본권 보장 정신에 위배된다”며 낸 위헌법률심판제청을 받아들여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냈다. 당시 박 전 대법관은 “현역 입영 거부자 처벌 규정이 양심적, 종교적 병역 거부자에게 아무런 제한 없이 적용된다면 사상과 양심의 자유 및 종교의 자유의 본질적 부분이 훼손되는 것”이라며 A 씨의 보석 요청을 받아들이기도 했다. 박 전 대법관은 이번 판결에 대해 “우리 사법부가 여론 다수의 측면이 아닌 법리적, 합리적 정의의 관점에서 여론을 선도해나가는 기능을 한 것”이라며 “(최고 법원이) 어느 정도는 과감하게 합리적, 인권적 측면에서 빨리 결정을 내렸어야 했는데 늦게나마 그런 길을 찾게 돼 다행이다”라고 평가했다. 박 전 대법관은 사법부와 후배 법관들에게 진심어린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불복하고 하급심에서 판사들이 노골적으로, 의식적으로, 고의적으로, 의도적으로 치받는 판결들을 해온 건 우리나라 사법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라며 “독립된 재판을 하면서 각자 가치 있는 판결을 하고 이의를 제기하는 문화가 사법부를 훨씬 건강하게 만들고, 좋은 결론으로 찾아가는 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제가 할 말은 이미 판결에 다 썼고, 그 밖에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김능환 전 대법관(67)은 30일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된 직후 동아일보 기자에게 이렇게 휴대전화 문자를 보냈다. 그는 대법관으로 재임하던 2012년 5월 “신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이 강제징용 피해자 9명에게 손해배상을 할 의무가 있다”는 판결문을 직접 쓴 주심이었다. 일본 최고재판소의 확정 판결이나 한국 법원 1, 2심과는 정반대의 결론을 내리면서 그는 주변에 “건국하는 심정으로 판결을 썼다”고 했다고 한다. 당시 대법관 1부에는 김 전 대법관 외에 이인복 안대희 박병대 전 대법관 등 4명이 있었다. 강제징용 피해자가 제기한 소송은 대법원 확정 판결을 포함해 한국 법원에서만 13년 8개월 동안 총 5번의 선고가 있었다. 앞서 1997년 12월 고 여운택 씨 등이 일본에서 제기한 소송은 5년 10개월 동안 일본에서 총 3번의 선고가 있었다. 2003년 10월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원고 패소가 확정됐지만 피해자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관련 문서 공개를 요구하는 소송에서 이겨 한국 외교부가 2005년 1월 관련 문서를 처음 공개했다. 같은 해 2월 여 씨와 이춘식 씨 등은 이를 근거로 처음 한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1, 2심은 일본 최고재판소와 같은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김 전 대법관은 “일본 법원의 판결 이유는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 자체를 불법이라고 보고 있는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적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라며 판결을 뒤집었다. 이어 파기환송심은 대법원 판결 취지대로 배상을 명령했고, 일본 기업들은 곧바로 재상고했다. 2013년 8월 재상고 사건이 대법원에 접수됐지만 5년 넘게 판결 확정이 미뤄졌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로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청와대가 재판에 관여한 의혹이 드러나면서 대법원은 올해 7월 신일본제철 사건을, 올해 9월 미쓰비시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뒤늦게 회부해 심리에 속도를 냈다. 이미 그때는 원고 9명 중 8명이 숨진 뒤였다.허동준 hungry@donga.com·김동혁 기자}
“김진모 전 검사장처럼 다 내가 책임지겠다.” 사법행정권 남용 및 재판 개입 혐의 등으로 27일 구속 수감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은 수감 뒤 두 차례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이 같은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검찰이 구속영장에서 임 전 차장의 공범으로 적시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 등의 지시 및 보고 여부에 대해 함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명박 정부 때 대통령민정2비서관을 지낸 김 전 검사장은 청와대 근무 때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5000여만 원을 받아 민간인 불법사찰을 벌인 국무총리실 윤리지원관실 장진수 전 주무관에게 ‘입막음용’으로 전달한 혐의로 올해 2월 구속 기소됐다. 김 전 검사장은 검찰 조사와 재판 과정에서 “국정원 특활비를 받아 제3자에게 전달했지만 지시자와 전달자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이로 인해 검찰은 당시 직속 상사였던 권재진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연루 의혹을 수사하지 못했다. 임 전 차장은 28일 수감 뒤 첫 검찰 조사 때 수사팀에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의를 입고 검찰에 출석하는 모습이 언론에 공개된 것은 ‘인격 살인’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또 임 전 차장 측 변호인은 “법리보다는 정치적 고려가 우선시된 부당한 구속이기 때문에 검찰 수사에 일절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에서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고, 법정에서 유무죄를 다투겠다는 뜻이다. 다만 구속적부심 청구는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임 전 차장이 검찰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 ‘양-박-고’로 향하는 검찰 수사가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관련자 진술과 e메일, 임 전 차장의 휴대용저장장치(USB메모리) 등 그동안 확보한 증거만으로 ‘양-박-고’에 대한 소환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임 전 차장이)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김 전 검사장처럼) 무슨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냐. 협조를 운운할 게 아니라 혐의부터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9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여상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에게 공문을 보내 임 전 차장을 위증 혐의로 고발해 달라고 요청했다. 2016년 국정감사에서 “법원행정처가 ‘헌재의 의원직 상실 결정은 월권’이라는 공보문건을 작성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의에 증인으로 출석한 임 전 차장이 “전혀 없다”고 거짓으로 답변한 정황을 수사 과정에서 파악했다는 것이다.허동준 hungry@donga.com·전주영 기자}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이 27일 수감되면서 검찰은 임 전 차장의 구속영장에 공범으로 적시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윗선 수사를 본격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다음 달 양 전 대법원장 등을 공개 소환한 뒤 올해 안에 수사를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 檢 “모든 길은 林으로 통한다” “모든 길은 임 전 차장으로 통한다.” 검찰 관계자는 26일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에서 임 전 차장의 신병 확보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했다. 앞서 검찰은 임 전 차장을 ‘핵심적 중간 책임자’라고 했는데, 이제는 ‘핵심적 최종 책임자’인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의 역할과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할 차례다. 앞서 검찰은 임 전 차장의 구속영장에서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 동향 감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소송 지연 관여 △헌법재판소 평의 내용 유출 등을 양 전 대법원장과 공모했다고 적시했다. 양 전 대법원장 재임 때 법원행정처장을 겸임한 박, 고 전 대법관은 임 전 차장에게 보고받는 위치에 있었던 만큼 임 전 차장의 혐의 중 상당부분이 공범 관계라고 검찰은 보고 있다. 일각에선 검찰이 이른바 ‘양-박-고’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 林 “여러 사람 힘들게 하는 일 없었어야” 26일 오전 10시 반부터 오후 4시간 20분경까지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에선 검사 8명과 임 전 차장의 변호인 5명이 치열한 법리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300여 쪽의 PPT 자료로 임 전 차장의 범죄사실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구속 필요성을 설명했다. 임 전 차장 변호인은 “직권남용은 정권교체기의 정치보복 수단으로 자주 활용됐다”며 검찰을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서 언급한 ‘사법농단’이라는 용어를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차장 변호인은 박근혜 전 대통령 때 청와대의 부탁을 받고 전교조 법외노조 관련 소송에 관여한 것에 대해 “저쪽(청와대)이 손발이 없어 도와준 것 뿐”이라고 반박했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 소송 등 재판 개입 의혹에 대해 임 전 차장 변호인은 “참고자료를 전달했지만 재판에 영향을 준 것은 아니다. 검찰이 재판 구조를 몰라서 그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민사소송에서 왜 전범기업인 피고의 편에 서고 원고인 100세를 내다보는 사람들이 한을 품고 사는 것을 몇 년이나 끌며 한쪽말만 듣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격앙된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차장은 마지막에 발언 기회를 얻어 자필로 써온 A4용지 절반 분량의 글을 읽었다. 그는 “좀 더 신중하고 주의깊게 해서 나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일이 없었어야 하는데 반성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이 검찰 조사에서 청와대 대법원 외교부 관계자들이 모여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소송 지연을 논의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공관 회의에 대해 “최근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임 전 차장을 15일부터 20일까지 총 4차례 소환해 60시간가량 조사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2013년과 2014년 당시 김 비서실장이 두 차례 소집한 서울 종로구 삼청동 공관 회동에 정부에서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황교안 법무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대법원에서는 1차 회동에 차한성 법원행정처장이, 2차 회동에 박병대 법원행정처장이 참석했다. 당시 임 전 차장은 대법원 기획조정실장이었기 때문에 비서실장 공관 회동을 몰랐을 리 없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두 법원행정처장은 대법원 심의관들이 작성한 보고서와 소송 문건 등을 들고 공관으로 갔는데, 문건 작성 책임자가 임 전 차장이었다고 한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2013년 10월 청와대에서 주철기 당시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을 만나 강제징용 소송 경과와 해외파견 법관 확대 등을 논의한 정황을 파악했다. 또 임 전 차장은 법원행정처 다른 관계자들의 검찰 진술과 상반된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심의관을 지낸 A 판사는 “임 전 차장은 본인의 업무수첩을 복사해주는 방식으로 표현까지 정리해 지시사항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사건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사건 문건을 예로 들며 ‘사법부가 이니셔티브’라고 표현한 것도 임 전 차장의 지시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임 전 차장은 “A 판사가 오버해서 작성한 것”이라는 취지로 반박했다고 한다. 임 전 차장은 기획조정실장을 지낸 2015년 전국 일선 법원의 공보관실 운영비 예산 3억5000만 원을 전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예산담당관 B 씨가 알아서 한 일”이라는 취지로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검찰은 임 전 차장이 “3억5000만 원을 전국 법원에 내려 보내지 말고 대법원에서 현금화하자”며 예산 전용을 주도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행정처의 예산 전용은 2015년 8월 임 전 차장이 차장으로 승진한 뒤 중단됐다. 임 전 차장은 26일 오전 10시 반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는다.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문무일 검찰총장은 법원의 임 전 차장 구속영장 발부 여부에 대해 “원칙과 판례에 따라 상식에 반하지 않는 결정이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사법농단 사건 수사 마무리 시점과 관련해 “금년 안에 마무리되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총장은 이 사건의 재판을 위한 특별재판부 도입 문제에 대해선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회에서 논의하시면 합당한 합리적 결과가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허동준 hungry@donga.com·김동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