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찬

황인찬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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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특파원 황인찬입니다. 한일 관계가 더욱 좋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일본에 왔습니다. 일본의 오늘을 보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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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40주기… 잊혀져 가는 작가 주요섭

    《 올해는 ‘사랑손님과 어머니’의 작가 주요섭(1902∼1972)의 40주기다. 8세 아래 후배 문인이던 피천득은 고인이 사망한 지 이틀 뒤인 1972년 11월 16일 동아일보에 추모글을 실었다. “당신의 잘 알려진 작품 ‘사랑손님과 어머니’의 어느 부분은 나와 우리 엄마의 에피소드였습니다. 형이 상해 학생시절에 쓴 ‘개밥’ ‘인력거꾼’ 같은 작품은 당신의 인도주의적 사상에 입각한 작품이라고 봅니다. 형은 정에 치우친 작가입니다. 수필 ‘미운 간호부’에서 보는 바와 같이 형은 몰인정을 가장 미워합니다.” 》중국 상하이에서 유학하던 주요섭은 1920년대 중반 피천득이 찾아오자 중국음식을 사주고 영화를 보여주며 각별히 아꼈다. 귀국한 뒤에는 몇 년간 하숙집에서 함께 살기도 했다. 피천득은 친형 같던 주요섭이 사망하자 ‘사랑손님과 어머니’의 여섯 살 ‘옥희’와 ‘어머니’의 실제 모델이 본인과 어머니였다고 밝힌 것이다. 40주기를 맞은 올해 주요섭을 기리는 출간이나 문학 행사를 찾아보기 어렵다. 고인의 작품도 ‘사랑손님과 어머니’(1935년) ‘아네모네 마담’(1936년) 정도만 다른 작가들의 작품과 함께 선집 형태로 간간이 출간됐을 뿐이다. 고인은 세 편의 장편을 남겼는데 ‘구름을 잡으려고’가 고인의 사후 28년 뒤인 2000년에야 단행본으로 나왔다. ‘자유문학’에 연재했던 ‘1억5천만 대 1’ ‘망국노군상(亡國奴群像)’은 아직 책으로 나오지 않았다. 40여 편의 소설을 남긴 고인이지만 전집이 출간된 적은 없다.“주요섭은 생시에나 사후에나 문단의 외곽지대에 있었다. 문제성을 지닌 작가가 아닌, 소녀 화자의 연애소설을 쓴 작가로 간주되어 평가 절하되거나 무시돼 왔다.” 조명 받지 못했던 주요섭의 작품 5편을 묶어 2008년 ‘주요섭 작품집’(지식을만드는지식)을 펴낸 이승하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는 “흔히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라고 말을 하는데 이는 신상옥 감독의 영화 제목이다. 이렇게 대표작 이름조차 혼동되고 있는 작가가 주요섭이다”며 안타까워했다. 1902년 평양에서 태어난 주요섭은 1918년 평양 숭실중학교 재학 중 형 주요한이 있는 도쿄로 건너가 아오야마학원에 편입했다. 이듬해 3·1운동이 일어나자 귀국해 김동인과 함께 지하신문을 만들다 일제에 검거돼 10개월간 복역했다. 일제에 항거하는 지식인으로서의 모습은 그가 중국 푸런(輔仁)대 교수로 재직할 때 동아일보 1938년 5월 17∼25일자에 연재했던 단편 ‘의학박사’에서도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양심적인 의사였던 채동일이 일제강점기를 겪으며 양심과 도덕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이기주의자로 변하는 모습을 꼬집은 고발 소설로, 당시 국내 지식인의 변절을 비판한 작품이다. 이 교수는 작품이 게재된 1938년에 주목했다. 그해는 한국에 대한 일제의 수탈과 억압이 정점에 달하던 시기였다. 1월 지원병제도가 실시됐고, 4월부터는 학교에서 조선어교육이 금지됐다. 5월 일제가 국가총동원법을 시행했을 당시 베이징에 있었던 주요섭은 일제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베이징 일본영사관 내 유치장에 투옥돼 여러 날 조사를 받았다.“옥살이를 하고 나온 주요섭에게 동아일보는 소설 연재를 의뢰했고, 주요섭은 사회적 비판이 강한 작품을 써 보냈다. 일제의 검열이 있었을 텐데 이 작품이 신문에 게재된 것 자체가 미스터리다.”주요섭은 1920년대 상하이 유학 시절을 바탕으로 현지 하층민의 삶을 조명한 ‘인력거꾼’ ‘살인’ ‘첫사랑값’ 등을 선보였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1929년 돌아온 뒤에는 미국 이민 1세대들의 삶과 죽음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구름을 잡으려고’를 발표했다.이 교수는 “‘사랑손님과 어머니’에 가려서 주요섭의 다른 작품은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는데 고인이 유학생활을 오래 하느라 문단에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것도 한 원인”이라며 “한국 근현대문학의 주요 작가들 가운데 가장 잘못 이해되고 저평가된 대표적인 작가가 주요섭일 것”이라고 강조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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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용기타]장애는 그저 ‘다른’ 것뿐… 어깨 펴 딸!

    부모는 자식의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사랑스럽고 자랑스럽다. 작은 옹알거림이나 재롱이면 충분하다. 시험에서 100점을 맞았다든가 상장까지 받으면 집안의 경사다. 하지만 모든 아이가 뛰어날 수는 없다. 특히 아이가 장애를 가져 다른 아이들보다 지능이나 운동능력이 떨어진다면 부모는 움츠러든다. 학부모들의 자식 자랑에 끼지 못하고 속으로 아파한다. 이 책을 함께 쓴 자매도 마찬가지였다. 언니인 패티는 양극성장애를 가진 딸 제니퍼를, 동생 지나는 아스퍼거증후군을 가진 딸 케이티를 돌보고 있다. 양극성장애는 흔히 조울증으로 불리며 들뜬 기분과 침울한 기분이 반복되는 정신질환이고, 아스퍼거증후군은 언어, 행동 등 발달이 심각하게 더뎌지는 자폐증의 초기 단계다. 장애아를 둔 모든 부모가 그러하듯 이 자매도 장애를 발견하던 순간의 놀람과 절망, 그리고 아이를 키우면서 겪게 되는 사회적인 편견과 차별에 대면한다. 하지만 이들 자매는 움츠러들지 않고 당당하게 나선다. “남들의 자식 자랑이 듣기 싫다는 말이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그저 우리 아이들에 대해서도 물어봐 달라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운동을 잘하지 못하고, 우등생도 아니고, 음악적 재능이 뛰어나지도 않다. 하지만 부모인 우리가 자부심을 느낄 만한 일은 수없이 많다.” 자매가 당당해지자 아이들도 자신감이 생긴다. “난 다른 아이들과 좀 다를 뿐”이라며 장애를 인정하고, 또래 아이들 속으로 들어간다. 자매는 한걸음 더 나아가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이 자기 아이에 관해 공개적으로 얘기하고 자랑하자’는 ‘불완전 운동’도 펼친다. “장애인과 그를 돌보는 사람 모두가 이야기를 듣고 나누는 일에 굶주려 있다”고 자매는 말한다. 씩씩하고 당찬 자매의 자녀 양육기를 읽으면 저절로 엷은 미소를 짓게 된다. 장애에 대한 작은 생각의 변화가 자신의 가정뿐만 아니라 사회 변화를 이끄는 과정이 따뜻하고 밝게 펼쳐진다. “괜찮아, 조금 다를 뿐이니까”를 함께 외치고 싶을 정도로.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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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나병환자 여성들의 삶과 사랑

    스물다섯 살을 맞은 여성. 결혼과 인생에 대해 고민하던 알렉시스는 엄마의 고향인 그리스 크레타 섬에 가서 자신의 숨겨진 가족사를 듣는다. 나병 환자였던 외증조할머니와 외할머니, 이모할머니 손에 키워진 어머니…. 그리스의 나병 환자촌이었던 스피날롱가 섬을 배경으로 4대에 걸친 여성들의 삶과 사랑, 인내, 화해가 잔잔히 그려진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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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우린 1000년전 십자군 전쟁 때도 만났소

    시간적 배경은 2000년을 넘어 장대하게 흐른다. 그 내용은 어떤가. 예수가 예루살렘에서 기적을 선보이며 메시아로 추앙받던 시대, 1000년의 세월이 흘러 피비린내가 진동하던 십자군전쟁 시대, 다시 1000년을 더해 걸프전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 등이 벌어지는 현대가 시공간을 넘나들며 펼쳐진다. 소설은 두 남자를 통해 종교 수호라는 미명 아래 벌어진 인류의 잔혹사를 풀어낸다. 서로 다른 시대들을 꿰뚫는 키워드는 ‘환생’이다. 폴란드계 유대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나’는 종군기자로 2003년 미영 연합군이 이라크를 공격하던 걸프전 현장에 들어간다. 이라크의 병원에서 만난 부상자인 ‘이브라힘’은 나에게 뜻 모를 얘기를 한다. “우리는 아주 오래전 만났습니다. 난 이집트의 기록관으로 당신은 십자군의 사제로….” ‘나’는 이브라힘의 말을 녹음하며 정체 없는 힘에 이끌린다. 소설의 시점은 과거 또 다른 잔혹한 살육 현장들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설은 ‘나’와 이브라힘의 전생과 현생을 오간다. 예수와 사랑을 나눴던 여인(이브라힘의 전생), 예수의 행적을 따라가는 십자군전쟁 시대의 사제(‘나’의 전생)와 기록관(이브라힘의 전생), 그리고 현재 이라크 전장에서 만난 ‘나’와 이브라힘. 작가는 결국 타인의 종교를 인정하지 않고 끔찍한 살육을 벌인다는 점에서 십자군전쟁과 걸프전은 같다고 말한다. 8년 전 장편 ‘빌라도의 예수’에서 예수의 일생을 빌라도의 관점으로 신선하게 풀어냈던 작가는 이번에는 죽음과 환생에 대한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여러 질문을 던진다. ‘불신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해석의 불가능함을 받아들여야 한다.’ ‘환생이라는 존재의 유랑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존재의 완성이고 구원이라면, 신의 역할과 충돌하게 된다.’ 작가는 ‘나’의 어머니를 무속인으로 내세워 한국 토속신앙의 죽음과 환생까지 짚는다. 과거와 현재, 동서양을 가로지르는 종교와 철학적 분석이 곳곳에 번뜩인다. 픽션이 가미된 종교나 철학 서적을 읽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깊은 사색의 발자국들이 책장 가득하다. 단, 예수 시대나 십자군전쟁 시대는 대부분 역사적 사실을 소설화한 것이라 신선함이 덜하며, 환생을 주제로 했지만 전생이 현생에 영향을 주는 연결고리가 없어 구조가 헐거운 느낌이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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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경숙 ‘엄마를 부탁해’ 맨 아시아 문학상

    소설가 신경숙 씨(49)가 장편 소설 ‘엄마를 부탁해’로 15일 ‘2011 맨 아시아 문학상(Man Asian Literary Prize)’을 수상했다. 이 상은 영국 최고 권위 문학상인 맨 부커상을 후원하는 투자회사 맨그룹이 2007년 아시아 작가들을 대상으로 제정했다. 신 씨는 첫 한국인 수상자이자 최초 여성 수상자가 됐다. 이날 홍콩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신 씨는 “지구의 이 끝과 저 끝에서 발생하는 이야기를 전 세계인이 1, 2분 안에 소통하고 공유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폭력과 고통이 빠르게 전달되기도 하지만 인간적인 삶에 대한 성찰이나 사람들이 일구어낸 감동적인 이야기 또한 빠르게 전달된다”며 “이런 시대에 인류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이야기가 희망이라고 생각한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는 “내가 고통스럽고 슬픔에 빠져 있을 때 나를 위로하고 나를 강하게 해주었던 것 또한 이 세상의 수많은 문학작품들 속에 등장하는 이야기였다. 내가 쓰는 작품 속의 이야기도 지금 큰 슬픔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위해 존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신 씨는 “마지막으로 이 자리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며 중국의 탈북자 북송 문제를 꺼냈다. 그는 “이것은 정치 이야기가 아니라 위험에 처한 사람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대한 이야기다. 이런 이야기를 여기서 하는 것은 여기가 국제도시 홍콩이고 중국령이기 때문”이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지금 생존을 위해 중국으로 탈출한 탈북자들이 다시 북송되는 일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살기 위해 목숨을 걸고 탈출한 사람들을 되돌려 보내는 것은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에게 중국 정부의 인도적인 차원의 배려와 국제사회의 관심이 모아지기를 바랍니다.” 라지아 이크발 심사위원장은 “엄마라는 존재의 의미뿐만 아니라 한국 가정의 과거와 현재의 변화를 보여주는 자화상”이라고 ‘엄마를 부탁해’의 수상 배경을 밝혔다. 상금으로 신 씨는 3만 달러(약 3400만 원)를, 영문판 번역자인 김지영 씨(30)는 5000달러(약 560만 원)를 받는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홍콩=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

    • 2012-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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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인으로서, 동족으로서 당연히 탈북자 북송 반대”

    통일문학을 기치로 내건 통일문학포럼이 25일로 창립 1주년을 맞는다. 이동하 백시종 김지연 김년균 이상문 이순원 하성란 이정 홍사성 등 문인 50명으로 출범한 포럼은 1년 사이 회원이 110명으로 늘었다. 지난달에는 문인단체로는 유일하게 탈북자 북송 반대 성명서를 냈다. 포럼 창립 1주년을 맞아 만난 장윤익 회장(73)은 “통일문학은 책상머리에서 나오지 않는다. 작가들이 남북한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더 발품을 팔아야 한다”고 말했다. 장 회장은 인천대, 경주대 총장을 역임한 문학평론가로 동리·목월문학관장을 맡고 있다. ―통일문학포럼을 만든 이유는 무엇입니까. “문인들은 보통 통일에 관심이 적고 통일에 대해 막연하게 얘기를 합니다. 직접 북한 접경을 방문하거나 탈북자를 만나는 등 활동이 부족했기 때문에 작품에서 북한을 잘못 전하는 부분도 있었지요. 문인들이 북한의 실상을 제대로 알아 객관적인 통일문학 작품을 내놓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단체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탈북자 북송 반대 성명을 냈습니다. “인류, 인권의 문제를 문인으로서, 같은 동족으로서 묵과할 수 없었습니다. 중국대사관 앞에서 항의 시위를 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북한 문제가 나오면 ‘좌파냐’ ‘우파냐’라고들 묻습니다. 포럼은 어느 쪽입니까. “허허. 작가 개개인이 있는 그대로 현실을 바라보자는 게 포럼의 기본 취지입니다. 회원 중에는 좌파라 할 문인도 있습니다. 작가는 본인의 시각을 자유롭게 작품에 녹여낼 수 있어야죠.” ―포럼의 활동이 활발하다고 들었습니다. “지난해 5월 압록강변을 따라 2000리, 두만강변을 따라 1400리에 걸쳐 현장 답사를 다녀왔습니다. 강변을 따라가면서 지척에서 북한 주민의 실상을 보고 왔습니다. 지난해 10월에는 백령도를 찾았고, 올 5월에는 국방부의 협조를 얻어 4박 5일간 문인들이 휴전선을 도보 답사할 계획입니다. 두 달에 한 번씩 탈북자를 초청해 강연을 꾸준히 듣고 있습니다.” 포럼에 관심을 갖는 독자들도 생겼다. 일반인 49명이 ‘독자회원’으로 포럼에 가입해 있다. “휴전선 답사에 참여하고 싶다는 일반인의 문의가 많다”고 장 회장은 전했다. ―북한 문인과의 교류는 추진하고 계십니까. “시도는 하고 있지만 남북한 정치 관계가 좋지 않아 쉽지 않습니다. 9월 경주에서 열리는 국제펜대회 총회에서 탈북 작가들로 구성된 펜클럽 북한센터가 가입되면 그들과 교류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남북이 분단된 지도 60년이 넘었습니다. 통일문학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요. “분단문학은 끝나야 합니다. 분단문학이란 남북 이념의 갈등구조 속에서 이뤄진 것이죠. 이제는 그런 구조에서 벗어나 인간의 가치와 민족의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요. 올해는 통일문학에 대한 관심을 확대시키는 데 주력할 겁니다. 통일문학상을 제정하고 시와 소설 부문에서 각각 통일문학선집을 낼 계획입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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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견시인 김기택 씨, 실버스타인 유고 동시집 ‘세상 모든 것을 담은 핫도그’ 번역해 눈길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작가 셸 실버스타인(1930∼1999)의 유고 시집 ‘세상 모든 것을 담은 핫도그’(살림)가 나왔다. 145편의 동시와 삽화가 곁들어진 명랑하고 유쾌한 시집이다. 번역자가 김기택 시인(55)이란 것을 봤을 때는 고개가 갸웃해졌다. 그가 김수영문학상, 미당문학상, 현대문학상 등 수많은 수상경력을 지닌, 시 쓰기에도 바쁜 시인이라는 점은 접어두더라도, 씹던 껌에 남은 이빨자국에서 지구의 일생 동안 남아있던 살육과 살의, 적의의 기억을 끄집어내고, 그렁그렁한 소의 눈망울을 ‘수천 만 년 말(언어)을 가두고 있는 동그란 감옥’으로 명명했던 날선 분석주의자가 동시집을 번역한다는 게 의외였다. 잔혹하고 처절한 시어들 이면에 동심을 숨기고 있던 그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흔히 얘기하는 동시하고는 달라요, 그렇다고 잠언집도 아니죠. 어린이의 말투를 빌려서 어른들의 생각을 표현한 것이랄까. 생각이나 대상을 뒤틀거나 풍자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실버스타인 시집의 특성에 대해 김 시인은 “우리나라에서 못 보던 장르”라고 했다. 기자가 ‘어른들을 위한 동화 아니냐’고 하자 시인은 “딱히 그것도 아닌데…”라고 고개를 갸웃했다. 장르 불명의 작품들은 이런 식으로 펼쳐진다. ‘긴 밍크코트를 입은/사슴 가죽 바지를 입은/방울뱀 가죽 장식이 달린/악어 가죽 부츠를 신은/너구리 꼬리 장식이 달린/비버 가죽 모자를 쓴/저 여자가 뭐라고 외쳤는지 아니//고래를 구합시다.’(시 ‘야생 동물을 사랑한 여자’ 전문) ‘행복한 결말이란 건 없어./끝나는 건 언제나 가장 슬픈 일이거든./그래서 나는 행복한 중간이나/아주 행복한 시작이 좋아.’(시 ‘해피엔딩?’ 전문) 실버스타인은 이렇게 풍자와 세태고발뿐만 아니라 여러 단상들을 경쾌한 언어로 풀어낸다. 실버스타인과 자신의 차이점을 물었더니 시인은 빙그레 웃었다. “저도 굉장히 웃기는 시를 쓰고 싶은데 쉽지 않네요. 허허. 다만 일상의 사소한 것들을 세세하게 관찰해 비틀어서 보여주는 점에서는 둘이 공통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김 시인은 “가끔 동시를 쓰고 싶을 때가 있고, (동시가) 나오는데 발표는 안 하고 있다”며 웃었다. 5, 6년 동안 동시를 모아놨는데 2, 3년 뒤에 책으로 낼지도 모르겠다고 쑥스러워했다. “동시를 쓰려면 어린이들의 말과 통하는 부분이 많아야 하는데 나이가 드니 그게 보이는 것 같네요. 허허.” 자연스레 그의 새 시집 얘기로 흘렀다. 2009년 발표한 시집 ‘껌’이 큰 호평을 얻은 터라 그의 차기작에 대한 문단의 관심도 높다. 그는 “시가 50편 정도 모였다”고 했다. 시집을 낼만한 분량이다. 하지만 그는 1년 정도는 더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대개 문예지에 발표한 작품들인데 30∼40%는 버려야 하죠. 마음에 들지 않는 작품이 많은데 거절할 수 없어 문예지에 발표했어요. 그것을 다시 또 시집으로 묶을 수는 없지요.” 문단에서는 ‘한 시집에 좋은 시 다섯 편만 있으면 좋은 시집이다’란 말이 있다. 하지만 그는 “버릴 시가 없어야 좋은 시집이다. 좋은 작품 몇 개 끼워놓고 시집 낼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문단이 왜 그에게 주목하는지 알 것 같았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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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라마 ‘해품달’-‘뿌리깊은나무’ 쓴 A급 작가들, 회당 얼마나 받을까

    《 ‘해를 품은 달’의 진수완, ‘뿌리 깊은 나무’의 김영현 박상연…. 최근 상한가를 치고 있는 드라마 작가들이다. 드라마 작가들이 각광을 받으면서 영화 시나리오로 시작한 작가들도 드라마로 몰리고 있다. 반면 충무로에서는 좋은 시나리오가 말랐다고 아우성이다. 공들여 스토리 창작물을 내놓는 작가 중에서도 일부 드라마 작가가 ‘꽃방석’에 앉는 것과 달리 시나리오 작가나 대부분의 순수문학 작가들은 생존의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각 분야 작가들의 수입은 어떤 수준이며 문제점은 무엇인가. 다양한 장르 작가들의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 드라마 작가 “A급만 황금방석”‘김수현표 드라마’ ‘노희경표 드라마’라는 말에서 보듯 드라마에서 작가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스타급 작가의 몸값은 톱 배우를 능가한다. 최근 10여 년간 외주 제작사의 드라마가 늘면서 작가의 몸값도 치솟았다. 제작사로서는 A급 작가가 있어야 방송사의 편성을 따낼 수 있다는 압력을 받게 된다.현재 회당 3000만 원 이상의 고료를 받는 이른바 ‘A급’ 작가로는 ‘장밋빛 인생’ ‘조강지처클럽’ 등을 쓴 문영남 작가, ‘올인’ ‘주몽’ ‘아이리스1’의 최완규 작가, ‘자이언트’의 장영철 작가, ‘선덕여왕’ ‘뿌리 깊은 나무’ 의 김영현·박상연 작가, ‘최고의 사랑’을 히트시킨 홍자매(홍정은·홍미란), ‘인어아가씨’ ‘왕꽃 선녀님’ ‘하늘이시여’를 쓴 임성한 작가 등이 꼽힌다. 이 중에서도 ‘지존’으로 꼽히는 주인공은 최근에도 ‘천일의 약속’을 히트시킨 김수현 작가. 방송가에서는 “얼마 전 회당 6500만 원에 100회 계약을 했다”, “특집극 회당 1억 원을 받았다” 등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떠돈다.이와 달리 신인 작가가 받는 고료는 회당 300만 원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제작사들이 스타작가를 선호하다 보니 작가 사이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한국 방송작가협회 소속 드라마 작가는 441명이지만 이들 중 1년에 한 편이라도 작품을 쓰는 사람은 4분의 1에 못 미친다. 임동호 한국방송작가협회 사무국장은 “기성작가라도 다음 작품을 맡기까지 보통 3∼4년은 기다려야 한다”고 전했다. 작품을 맡지 않는 한 ‘무급휴직’ 상태인 셈이다.그래도 드라마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은 계속 늘고 있다. 방송작가협회 산하 작가교육원에는 한 해 600∼700명의 작가 지망생이 몰린다. ○ 시나리오 “1년에 한 편도 별따기”시나리오 작가의 드라마 겸업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김수현, 정하연, 이희우 등 노장급 드라마 작가들도 예전엔 시나리오를 썼다. 드라마로의 대거 이동은 2000년대 중후반 국내 영화산업의 침체와 맞물린다. 최근에는 중견 이상 시나리오 전업 작가는 손에 꼽을 정도다. 박찬욱, 봉준호, 윤제균, 최동훈, 김지운 등 스타 감독들이 최고의 시나리오 작가라는 점도 역설적으로 전업 작가의 길을 어렵게 한다. 신인급은 대개 편당 3000만 원 이하의 고료를 받는다. 거의 모든 작가가 1년에 시나리오 한 편 쓰기도 어렵다. 전업 작가 중 ‘A급’으로는 박계옥(‘댄서의 순정’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 ‘투캅스3’), 나현(‘화려한 휴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마이웨이’), 김상돈(‘태극기 휘날리며’ ‘소년은 울지 않는다’ ‘타워’), 고윤희(‘연애의 목적’ ‘어깨 너머의 연인’), 황인호 작가(‘오싹한 연애’ ‘마이웨이’ ‘시실리 2km’)가 꼽힌다. 이들은 편당 1억 원 이상을 받는다. ‘국화꽃 향기’ ‘공공의 적2’ 등을 쓴 김희재 작가는 2003년 ‘실미도’ 이후 업계 최고인 편당 2억 원 이상의 고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집 초판 인세 150만∼300만 원문학 시장의 침체 속에서 순수문학 작품만을 써서는 생계를 영위하기 어렵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2011 한국직업정보시스템 재직자 조사’에는 문인들의 생활고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국내 732개 직업 종사자, 2만374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수입 하위 10위 가운데 시인이 연봉 172만 원으로 최하위였다. 소설가는 연봉 1453만 원으로 9번째로 소득이 낮았다.일부 베스트셀러 작가의 수입은 ‘억’소리가 난다. 정은궐의 ‘해를 품은 달’은 드라마 히트의 영향으로 지난해 10월 재출간된 이후 80만 부가 나갔다. 소설 외 다른 장르에 손을 대지 않아온 정 작가는 인세 수입으로 최소 10억4000만 원을 벌었다. 전작인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은 80만 부,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은 60만 부를 팔아 정 작가는 수십억 원의 수입을 올렸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2008년 11월 출간)는 누적 191만 부, 공지영의 ‘도가니’(2009년 6월 출간)는 81만 부가 팔렸다. 인세 수입만 ‘엄마를 부탁해’는 19억1000만 원, ‘도가니’는 8억1000만 원이 넘는다. 지난해 4월 출간된 정유정의 ‘7년의 밤’도 30만 부가 넘게 팔려 3억9000만 원의 인세 수입을 올렸다.이와 대조적으로 대부분의 작가는 초판을 소화하기도 버겁다. 보통 초판은 시집은 1500∼2000부, 소설은 2000∼3000부를 찍는데 이를 다 소화해도 작가에게 돌아가는 인세는 150만∼300만 원이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김연수, 김영하, 박민규 소설가의 장편도 3만∼5만 부가 팔린다. 몇 년씩 준비한 장편 소설로 얻는 수입이 3000만∼5000만 원에 그친다.물론 각종 문예지 기고로 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보통 문예지는 시 한 편에 5만∼15만 원, 단편소설은 80만∼120만 원을 준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간지에 모두 작품을 싣는다고 해도 수입이 500만 원을 넘기 힘들다.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드라마 작가는 재방송 저작권료도 챙겨… 시나리오 작가는 판권 팔려도 한푼없어 ▼■ 부문별 작가들 수입 살펴보면…영화 ‘조폭 마누라’(2001년)는 할리우드로 리메이크 판권이 팔려 5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쓴 작가는 공식적으로 수익을 분배받지 못했다. 시나리오 작가에게는 저작권이 없기 때문이다.자신이 시나리오를 쓴 영화가 케이블TV에서 방영되고 DVD로 제작돼도 시나리오 작가에게 돌아오는 몫은 없다. 이에 비해 드라마 작가들은 저작권을 인정받아 재방송 등에도 저작권료를 챙긴다. 이 때문에 시나리오 작가들은 처우 개선을 위한 가장 시급한 문제로 저작권의 확보를 요구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기업 투자배급사가 나서야 할 문제다.영화가 제작 단계에서 무산되는 일이 흔한 것도 시나리오 작가들을 힘들게 한다. 드라마는 편성이 안 될 경우에도 최소 조건이 있어 고료를 지급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에는 영화 투자, 배급사의 입김이 세져 시나리오 수정을 요구하는 일이 흔하다. 투자, 배급사가 선정한 작가가 붙어 공동 집필을 하면 고료는 1000만 원 이하로 떨어지기도 한다. 최근 4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은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의 경우 윤종빈 감독을 비롯해 3, 4명의 작가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소설가나 시인은 수입이 일정치 않다. 출간 계약을 하면 수백만 원의 목돈을 쥐지만 일회성에 불과하다. 국민건강보험 등은 일회성 소득도 산정해 지속적으로 보험료를 부과하기 때문에 문인들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 등단 7년차의 한 소설가는 “부모님의 건강보험에 피부양자로 들어있었는데 지난해 원고료로 한꺼번에 500만 원이 넘는 수입을 올린 이후 보험료를 별도로 내게 됐다. 이후에는 별 소득이 없지만 원상태로 되돌아가기 힘들어서 고민”이라고 말했다.드라마 작가들은 살인적인 집필 스케줄을 소화해 내야 하는 고충을 호소한다. 박상연 작가는 “분량으로 치면 미니시리즈 1주일분, 2회 140분짜리 대본은 시나리오 한 편 격이다. 보통 시나리오 하나 쓰는 데 1년이 걸리는데 그걸 1주일 만에 쓰는 거다. 눈뜨면 잠자기 전까지 대본만 쓴다”고 말했다.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 2012-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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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가 윤후명 씨 첫 개인전

    올해 등단 45주년을 맞는 소설가 윤후명 씨(66)가 21일부터 일주일간 서울 종로구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에서 ‘꽃의 말을 듣다’라는 이름으로 첫 개인전을 연다. 작가는 10년 전 문화센터에서 미술 강의를 들으며 취미 삼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으며 2008년부터 10차례 넘게 단체전에 참가하기도 했다. 개인전에 맞춰 소설집 ‘꽃의 말을 듣다’(문학과지성사)도 펴낸다. 작품 ‘탑과 발자국’ 앞에 앉은 윤 씨는 “글 쓰는 사람은 한글이라는 감옥이나 족쇄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데 미술을 통해 그 제약에서 자유로워졌다”며 웃었다. 디자인 에토스 제공}

    • 2012-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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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문사회]당신은 지금 자신을 착취하고 있습니다

    ‘무엇을 하지 마라’ 혹은 ‘무엇을 해야만 한다’는 강압적인 말보다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말은 얼마나 듣기 달콤한가. 하지만 정말 그럴까. 열심히 노력해도 쳇바퀴 도는 듯한 인생, 탈출구가 있기는 한 걸까. ‘21세기 사회가 규율사회에서 성과사회로 변모했다’는 게 저자의 핵심 주장이다. 푸코가 주창했던 ‘규율사회’는 부정적인 강제가 있지만, 저자가 주장하는 ‘성과사회’에는 그런 눈에 띄는 규율이 없다. 다만 무한한 ‘할 수 있음’, 실체도 불분명한 긍정의 에너지로 가득하다. 한병철 독일 카를스루에 조형예술대 교수가 펴낸 이 책은 현대 자본주의의 새로운 착취 형태를 꼬집는다. 지난해 독일에서 출간돼 호평을 받았으며 네덜란드 이탈리아 스페인 덴마크 중국 등에도 소개됐다. 8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한 교수는 “자본주의 시스템이 영악해졌다”고 지적했다. “금지, 명령을 통한 착취에서 이제는 ‘너는 할 수 있다’를 주입시키는, 자유를 통한 착취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타인착취’를 하다가 한계에 다다르자 ‘자기착취’를 만들어낸 겁니다.” 타인착취에는 한계가 있다. 주인(회사 등)이 없어지면 진정한 자유를 얻는다. 하지만 자기착취에는 한계가 없다. ‘한 사람이 동시에 포로이자 감독관이며 희생자이자 가해자라는 점에 있다. 그렇게 인간은 자기 자신을 학대한다. 이로써 지배 없는 착취가 가능해진다.’ 이런 자기 망상 속에 함몰된 인간은 피로해 쓰러질 때까지 일한다. 피로가 좀처럼 풀리지 않고, 누적되는 ‘피로사회’의 일원이 된다. “요즘 독일에서는 ‘번 아웃(burnout·소진) 신드롬’이란 용어가 유행입니다. 독일 사회에서 여유를 상징하던 교수들도 월급은 줄고 외부에서 돈은 끌어와야 하는 압력이 상당히 심합니다. 모두 피곤해지는 거죠.”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등과 같은 솔깃한 광고 카피들은 어떨까. “결국 다시 쉬고 일하라”는 ‘노예의 쉼’이라고 한 교수는 말했다. 스스로 주인이 돼 삶을 영위하지 않고서는 일하는 것도, 쉬는 것도 결국 자본주의의 노예의 일상일 뿐이라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그럼 피로는 어떻게 푸나. “‘나인(Nein·아니요)’이라고 말하라”는 게 함축적인 저자의 답. ‘긍정’을 ‘부정’해야 다른 세계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나 자신에게 얼마나 해를 끼치고 있나’ 하는 것을 인지하는 게 문제를 풀기 위한 출발이다. 결국 이기적인 나에서 벗어나 자기를 열고 다른 사람,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 전문적인 용어도 많고, 문장도 함축적이라 의미 파악이 쉽지 않다. 하지만 다른 철학자의 논리를 장황하게 끌어오거나 불필요한 철학사를 덧대는 일 없이 자신의 논리만 툭툭 던지는 스타일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렇기에 새로운 철학 이론을 담았지만 시집처럼 얇다. “이 책은 뼈(이론)만 있고 살(정보)은 없다”는 저자의 설명이 딱 맞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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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북유럽의 ‘하얀 공포’… 그가 나타나면 그녀가 사라진다

    공포는 이렇게 찾아오기 마련이다. 귀여운 인형이 갑자기 끔찍한 살인자로 돌변하거나(영화 ‘사탄의 인형’), 착하고 여린 소년 소녀가 악마의 모습으로 변하거나(영화 ‘오멘’ ‘엑소시스트’) 한다. 순박하고 순수했던 존재가 순간 악의 화신이 되는 섬뜩한 경험. 이 책에서는 눈사람이다. 날씨부터 음침한 겨울 초입의 노르웨이. 어느 집 앞마당에 눈사람이 세워져 있다. 아이는 “눈사람이 날 노려본다”고 하지만 엄마는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하지만 돌아선 뒤 찜찜해진다. 가족 중 누구도 눈사람을 만든 적이 없기 때문. 게다가 눈사람은 대개 길을 바라보고 세우지만 이 눈사람은 집 쪽을 향하고 있다. 마치 먹잇감을 찾듯이…. 공포영화가 그러하듯 스릴러소설도 초반 분위기 장악이 중요하다. 이 소설은 눈사람의 기괴한 출몰만으로도 소름을 돋게 만든다. 게다가 눈사람이 있는 곳마다 실종사건이 일어난다. 그것도 결혼한 여성들만 사라진다. 눈사람으로 시선 몰이에 성공한 작품은 본격적인 추리물 공식을 충실히 따른다. 우직한 강력반 반장 해리, 쾌활한 데다 섹시한 후배 형사 카트리네의 등장에 이어 잇따르는 실종사건, 호들갑 떠는 언론, 경찰 수뇌부의 호통 등. 하지만 작품은 한발 더 나간다. 해리와 그의 전 애인의 재결합 여부를 비롯한 드라마와 잔잔한 일상 속 에피소드들로 잔재미를 준다. 무엇보다 사소한 단서의 추적과 그 단서들의 조합, 그리고 범인 유추 등 실제 사건을 접하는 듯한 급박한 전개가 매력이다. 그러다 보면 유력했던 용의자들이 하나씩 변시체로 발견될 때 해리가 느끼는 허탈감에 자신도 모르게 탄식을 내뱉을 정도가 된다. 특히 손도끼, 낚싯줄, 메스 등으로 이뤄지는 잔혹한 폭행, 살인 장면은 활자매체에서 느낄 수 있는 공포의 극한을 보여준다. 영화로 치면 ‘19금’이다. ‘살아있는 눈사람이 살인을 한다’는 식의 호러 판타지가 아니기에 범인은 물론 사람이고, 범행 동기도 어느 정도 납득이 가지만 뭔가 아쉽다. 좀 더 개성 넘치는 살인마를 창조할 수는 없었을까.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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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가 김연수 “등단 100주년 되는 2093년까지 20년마다 산문집 내겠다”

    소설가 김연수(42·사진)가 ‘장대한’ 집필 계획을 발표했다. 등단 100주년이 되는 2093년까지 20년마다 산문집을 내겠다는 것이다. 20년에 한 권씩, 100년이면 모두 다섯 권이 된다. 먼저 작가가 등단 20주년을 맞는 내년에 출간할 첫(1) 번째 산문집의 제목은 ‘소설가의 일’이다. 그는 최근 문학동네 인터넷 카페에 ‘소설가의 일’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연재에 앞서 올린 글에는 이렇게 썼다. “취재를 위해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마감 때 30분씩 끊어서 잠을 자는 것도, 마감이 끝난 뒤 한가함을 맛보기 위해 아무도 없는 오후의 탁구장에서 탁구를 치는 것도 모두 소설가의 일이다. 소설가는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한다. 그런 일을 쓰면 되겠다.” 이 글에 따르면 김연수의 두(2) 번째 산문집은 등단 40주년인 2033년에 나오는데 제목은 ‘소설가의 이’. ‘소설가의 구강구조’에 관한 얘기로, 일단 문 것은 어떤 일이 있어도 놔주지 말아야 한다는 소설가 정신을 다룬다. 등단 60주년이 되는 2053년에는 일생을 돌아보며 세(3) 번째 산문집인 ‘소설가의 삶’을 펴내고, 등단 80주년인 2073년에는 네(4) 번째 산문집 ‘소설가의 死’를 쓰겠다고 다짐했다. “그때 내 나이는 104세지만, 과연 두 손으로 키보드를 두드릴 수 있을까 없을까를 고민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아마 내 머리통과 무선으로 연결된 프린터가 내 생각을 그대로 프린트할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2093년, 등단 100주년을 맞는 124세에 다섯(5) 번째 산문집 ‘소설가의 오(Oh!)’를 펴낼 계획이다. 이 책은 경탄의 감탄사인 ‘오!’로 가득 찰 것이라는 게 작가의 예상이다. “‘오!(삶은 좋은 것이야!) 오!(이제 이가 다 빠져서 이렇게밖에 말하지 못하지만!) 오!(살아 있기를 잘했다네!)’ 보기에는 오!밖에 없겠지만, 그 속뜻은 이런 것이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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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천히… 천천히… 35년전 작품 속편 쓰고 있어요”

    《 소설가 김승옥(71)이 대학 노트를 꺼내 한 장을 찢었다. 돋보기안경을 꺼내 쓴 그는 볼펜으로 종이에 한 자 한 자 흘려 썼다. ‘무진기행’이라고 쓴 뒤 화살표를 긋고 ‘사랑’이라고 적었고, ‘광○문’이라고 썼다가 생각난 듯 ‘화’자를 마저 채워 넣었다. 간간이 “그래” “아니” 말도 했지만 대개는 웅얼거림에 가까웠다. 2003년 2월 뇌중풍이 찾아온 뒤 그의 말과 글은 생경하게 짧아져 있었다. ‘서울, 1964년 겨울’ ‘서울의 달빛 0장’ ‘무진기행’ 등을 발표하며 1960, 70년대 한국 소설의 새 지평을 연 그는 1980년 동아일보에 연재하던 소설 ‘먼지의 방’이 신군부의 검열로 삭제되자 절필을 선언했다. 이듬해 4월 자택에서 하느님을 직접 보는 영적인 경험을 했다며 독실한 기독교신자가 된 후로는 창작과 멀어졌고 그의 문우와 독자들은 무척 아쉬워했다. 》      196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생명연습’이 당선돼 등단한 작가가 올해 등단 50년을 맞았다. 소설가 겸 시인 김도언(40)과 함께 5일 서울 홍익대 앞 커피숍에서 그를 만났다. 김도언의 결혼식 주례를 김승옥이 맡았을 만큼 둘은 각별한 문학적 사제 간이다. 스승과의 필담에 익숙한 김도언이 ‘통역’을 해줬다. 기자의 질문에 김승옥은 단어 몇 개를 썼고, 김도언이 문장을 유추해 “이런 뜻이죠?”라고 되물으면 김승옥이 고개를 끄덕이거나 가로젓는 방식으로 인터뷰는 더디게 진행됐다. ―소설을 발표하지 않은 지 30년이 넘었습니다. “출간을 하지는 않았지만 계속 문학에 대한 생각을 하고는 있었습니다.” ―기독교신자가 된 후로 작품을 볼 수 없어 아쉬워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괜찮습니다. 결국 다 똑같습니다. 소설은 결국 신과 악마를 다루는 것입니다. 이런 까닭에 종교와 문학은 차이가 없습니다. 도스토옙스키의 문학도 결국은 기독교 문학입니다.” ―일본 소설가 다자이 오사무의 전집 기획(열림원이 상반기 출간 예정)에 도움을 주셨지요. “다자이 오사무는 유물론에 심취했다가 결국 신에 귀의한 작가입니다. 나와 공통점이 있지요. 당시 시대를 잘 이해하는 번역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원로 문인인 이호철, 전규태를 번역가로 추천했습니다.” ―집필을 하고 계십니까. “중편 ‘서울의 달빛 0장’의 후속편을 쓰고 있고, 단편 ‘환상수첩’을 시나리오로 바꾸고 있습니다.” 1977년 제1회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서울의 달빛 0장’의 원제는 ‘서울의 달빛’이었다. 하지만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이 작품은 연작으로 쓰는 게 맞으니 0장을 붙이는 게 좋겠다”고 권해 제목을 바꿨다. 30년 넘어 후속편이 마련되는 셈이다. ―작업은 얼마나 하시는지요. “오전 2시에 자서 7시나 8시에 일어납니다. 가끔 그림도 그립니다. 컴퓨터로 씁니다. 많게는 하루 12시간 합니다. 인터넷도 하니 글 쓰는 시간이 그만큼 되는 것은 아닙니다.” ‘새 작품을 언제쯤 볼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김승옥은 큰 목소리로 “천천히, 천천히”라고 말했다.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이냐’고 되물었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공지영의 소설 ‘도가니’에 차용되기도 했던 ‘무진기행’을 읽으면 습습한 안개가 가득한 무진에 가고 싶어진다. 김승옥은 첫사랑을 얘기했다. “무진은 현실에는 없는 가상의 지역입니다. 제가 고2 때 한 살 연상의 여성을 사랑했지요. 무진기행은 그 여성과 결별한 뒤 제 첫사랑의 느낌을 모티브로 쓴 소설입니다. 제 고향인 순천이 배경이라면 배경이지요.” 기자가 “김도언 씨가 최근 시인으로 등단했다”고 전하자 김승옥은 “좋지, 좋지”라며 밝게 웃었다. “황순원과 김동리도 시를 썼다”며 후배의 도전을 응원했다. 김승옥은 1시간 반 동안 이어진 인터뷰의 대부분을 자신의 신앙과 선교 계획을 밝히는 데 할애했다. 특히 스리랑카에서 선교를 펼치고 싶다고 거듭 강조했다. 등단 50주년을 맞은 문단은 그를 기리는 책 출간과 낭송회 준비로 바쁘지만 김승옥은 문인보다는 신앙인의 삶에 애착이 커 보였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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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달에 만나는 詩]그 님의 매화… 봄 손님이 발갛게 오셨을까

    《 새초롬한 봄바람 사이로 홍매나무 꽃봉오리들이 빼꼼히 얼굴을 내민다. 길어진 오후 햇살은 마당가 제 발치까지 닿아있다. 다시 봄이 움트려 한다. 문득 먼 곳에 계신 선생님, 어머니, 그리고 먼저 세상을 뜬 사람들을 떠올린다. 발갛게 솟아오른 꽃망울은 그들이 내게 보낸 봄 인사일까. 》 ‘이달에 만나는 시’ 3월 추천작으로 장석남 시인(47)의 ‘안부’를 선정했다. 지난달 나온 시집 ‘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문학동네)에 수록된 시다. 시인 이건청 장석주 김요일 이원 손택수 씨가 추천에 참여했다. 봄이 오는 길. 마당가 매화나무에 불그스름한 꽃망울에서 시인은 안부 인사를 떠올린다. “전화도 있고 다른 무엇도 있지만 꽃소식으로 안부를 묻는 멋은 괜찮지 않은가. 함께 같은 종류의 꽃을 본다는 것처럼, 이심전심 괜찮으시냐는 안부처럼, 그윽한 것도 없다. 해마다 이맘때면 매화 봉우리를 보며 주위 분들의 안부를 스스로 묻곤 한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한층 깊어진 사유와 서정적 세계를 보여준다. 이는 ‘고요’라는 시어로 응축된다. “말 이전이 침묵이라면, 말 이후의 그것은 고요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말을 다 삭히고 난 세계, 결론 이후의 세계, 편안한 세계이기도 하고 허무한 세계이기도 하겠으나 끝내 우리가 갈 수밖에 없는 세계….” 모든 경쟁 원리나 세속적 욕망을 버려야 닿을 수 있는 게 고요인 것 같다고 시인은 말했다. 손택수 시인은 “‘오도카니’ 고독하다. 외로움이 봄볕을 더 눈부시게 한다. 매화분을 키우는 이의 안부가 문득 그리워지는 이 가난한 외로움은 골똘하고 하염없어서 그 맑음으로 하여 세상을 다 ‘꽃봉오리’로 만든다. 봄(春)은 봄(視)에서 온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장석남은 우리 시단의 흔치 않은 고요파 시인 중의 하나다. 그는 고요의 겸손으로 말갛게 씻긴 사물의 세계를 보여준다. 그에게 고요는 취향이 아니라 사유의 본질이다. 장석남의 시집들은 마음이 시끄럽고 어수선할 때 읽으면 딱 좋다.” 장석주 시인의 추천사다. 이원 시인은 추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장석남이 닿고 싶은 곳은 ‘훤칠한 물맛’. 그곳에 이르기 위해 시인은 초연함 대신 한시도 놓칠 수 없는 고요를 선택했다.” 김요일 시인은 장석주 시인의 시집 ‘오랫동안’(문예중앙)을 추천했다. 그는 “이 시집을 읽고 책장을 덮으니 마치 봄꿈을 꾼듯하다. 우울한 몽상과 황홀한 백일몽을 오가며 던지는 ‘불가해한 생’에 대한 질문들은 증폭된 울림으로 ‘오랫동안’ 내 주위를 맴돌고 있다”고 평했다. 이건청 시인은 박제천 시인의 시집 ‘도깨비가 그리운 날’(지식을만드는지식)을 꼽았다. “사별한 아내에 대한 그리움을 명징한 언어로 불러내고 있는 육필 시집. 감정을 걷어낸 자리에 되살려낸 아내와의 사소했던 일상들이 선연한 실존이 되어 살아나고 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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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영미 시인, 정치-북한 풍자시 4편 발표

    시인 최영미(51·사진)가 정치 풍자시 4편을 발표했다. 계간 문학지 ‘문학의 오늘’ 봄호에 실린 이 시들에는 국내 정치뿐 아니라 북한에 대한 풍자와 조롱으로 가득하다. 2005년 펴낸 시집 ‘돼지들에게’(실천문학사)에서 탐욕적인 지식인들과 지도층을 힐난했던 그가 오랜만에 다시 현실에 비판의 날을 세운 것이다. 시 ‘정치인’은 정치인들의 이중성을 비판한다. ‘왼손이 하는 일은 반드시 오른손이 알게 하고,/언론에 보도되지 않으면, 돌 하나도 옮기지 않는 여우들’로 정치인을 그리며 ‘언제나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장애아동의 손을 잡으며,/윤기 흐르는 목소리로//고통을 말하며/너는 어쩜 그렇게 편안할 수 있니?’라고 꼬집는다. 시 ‘한국의 정치인’에서도 정치권력을 비꼰다. ‘대학은 그들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하고/기업은 그들에게 후원금을 내고/교회는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병원은 그들에게 입원실을 제공하고/….’ 시인의 ‘독설’은 남북관계로 옮아간다. ‘북조선에서는 잘 우는 사람이 출세하고/남한에서는 적당한 웃음이 성공의 비결’(‘닮은꼴’)이라며 남북한 사람들의 처세술을 비꼰다. 북한 3대 세습에 대한 비판은 한층 직설적이다. ‘할아버지도 돼지. 아버지도 돼지. 손자도 돼지.//돼지 3대가 지배하는 이상한 외투의 나라’(‘돼지의 죽음’) 최 시인은 “어느 날 갑자기 영감이 왔다”며 “선동적인 언사와 행동으로 대중의 인기를 끌어야 하는 정치인들의 숙명이 안타까우면서도 비판적인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올해 등단 20년을 맞은 최 시인은 “문학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며 지난달 말 미국 보스턴으로 한 달 반 일정의 취재 여행을 떠났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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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아세요? 저 10대의 미친 폭주는 울음이란 걸…

    김영하는 ‘떠도는 작가’다. 이탈리아 캐나다를 거쳐 지난해 9월부터 미국 뉴욕에서 지내고 있다. 맨해튼의 아파트 8층에 사는 작가의 생활은 흔히 생각하는 뉴욕의 화려함과는 거리가 있다. 낮에는 도서관 책상에서 소설을 쓰고, 밤에는 집에 돌아와 책을 읽거나 쉰다. 공원에서 멍하니 혼자 있거나 맑은 날에는 아예 창의 커튼을 내리고 아이폰 앱을 통해 빗소리를 듣는다. 혼자, 어둠, 빗소리…. 그가 5년 만에 펴낸 이번 장편에는 그런 슬픔의 정서가 그렁그렁하게 맺혀 있다. “1990년대 태어나 2000년대 생을 마감한 한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사회를 비추는 어떤 스포트라이트로부터도 비켜서 있는 소년의 이미지가 떠올랐고 그가 보냈을 시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5년 전의 일입니다.” e메일을 통해 작가가 밝힌 작품 소개다. 그가 5년 전 취재를 하다 간접적으로 만난 한 소년은 남자 주인공 ‘제이’로 태어났다. 10대 소녀가 화장실에서 낳고 버린 아이, 잠시 양엄마를 얻게 되지만 그가 마약중독에 빠져 동거남과 함께 도망치자 다시 버려진 아이, 중학교도 제대로 못 마치고 거리에서 부랑아로 떠돌며 쓰레기통을 뒤져 부패한 음식을 먹고, 후미진 아파트 계단이나 공중화장실에서 잠을 청하는 아이…. 가정과 사회에서 철저히 버려진 고아의 뒷골목 성장기를 그렸다. 앞선 그의 작품들인 ‘검은 꽃’의 이정, ‘퀴즈쇼’의 민수 또한 고아다. “한국 문학에 유난히 고아가 많이 등장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근대 이후 겪은 급격한 변화를 보여주는 방증이라 생각합니다. 넓게 본다면 ‘빛의 제국’의 기영 역시 낯선 땅에서 스스로 습득한 규칙과 정보에 따라 살아간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문득 돌아보니 제가 가장 사랑했던 주인공들은 바로 이런 인물들이었습니다.” 사회 밑바닥을 맴도는 제이는 오토바이 폭주를 통해 울분을 토한다. “폭주는 우리가 화가 나 있다는 걸 알리는 거야. 어떻게? 졸라 폭력적으로. 말로 하면 안 되냐고? 안돼. 왜? 우리는 말을 못하니까. 말은 어른들 거니까. 하면 자기들이 이기는 거니까 자꾸 우리 보고 대화를 하자고 하는 거야.” 제이를 비롯한 10대들의 가출, 폭력, 혼숙, 성매매 등이 매우 사실적으로, 세밀하게 그려진다.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세상의 모든 죄악은 거기서 시작된다’는 제이의 말을 통해 작가는 상처 입은 10대들의 울부짖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40여 쪽 분량의 ‘작가의 말’을 통해 전한 것처럼 이 이야기는 허구가 아닌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충격적이고 가슴 아리다. 단 제이에 치중된 단순한 구성 때문에 시원한 속도감은 있지만 짜임새는 헐거워 보인다. 작가 김영하는 중단한 트위터를 재개할 생각이 없으며, 올 연말까지 뉴욕에 머무른다고 했다. 긴 이국 생활, ‘고아 같다’는 느낌이 든 적이 없느냐고 그에게 물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 고아의 그림자를 뒤에 달고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전 세대의 경험과 규칙이 시시각각 무화되는 세계에서 혼자 살아남아야 한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는 고아입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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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iz books]비윤리적 공장식 축산현장 고발

    돼지들은 몸을 돌리지도 못하는 좁은 우리에 갇혀 있다. 콘크리트 바닥에서 사료와 약품을 먹고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몸을 불린 돼지들은 태어난 지 약 5개월이면 도축된다. 암퇘지는 끊임없이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다가 생을 마감한다. 닭은 어떤가. 어미 닭 대신 인공부화기가 달걀을 품고, 철장 속에 빼곡히 들어찬 닭들은 도축돼야 밖으로 나갈 수 있다. 산란용 품종의 수평아리들은 태어나자마자 산 채로 분쇄기에 들어가 산업 폐기물 신세가 된다. 미국에서 공장식 돼지 사육 반대 캠페인을 이끌던 환경운동가이자 변호사인 저자가 미국 곳곳의 축산 시설을 답사한 뒤 문제점을 고발한다. 현재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식품의 양은 세계 모든 사람이 하루 3800Cal씩 섭취할 수 있는 양이므로, 식품 분배만 적절히 이뤄진다면 공장식 축산업은 필요치 않다고 주장한다. 육류 소비를 줄이거나 친환경적으로 키워진 가축을 소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비윤리적인 축산업 현장을 사실감 있게 고발했지만 공장의 현장 사진을 한 장도 싣지 않아 아쉽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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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前 회장들이 새 회장 뽑는 독특한 한국시인협회

    국내 최대의 시인단체인 한국시인협회(회장 이건청)가 새 회장을 뽑는다. 하지만 후보자도 선거 운동도 없다. 30년간 이어져온 협회의 독특한 회장 선출 방식 때문이다. 시인협회의 회장 선출은 평의원 회의에서 후보자를 추천하고, 총회에서 인준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추천된 후보가 총회에서 거부된 적이 없기에 사실상 평의원 회의에서 새 회장이 결정된다. 이번 평의원 회의는 5일, 총회는 24일 열린다. 회장 선출의 결정권을 쥔 평의원 회의는 전직 회장들로 구성된다. 협회 정관에 따르면 회장을 거치면 별도 절차 없이 종신직 평의원이 되며 이들은 새 회장에 대한 추천권을 독점한다. 현재 평의원은 김남조 김종길 홍윤숙 김광림 성찬경 정진규 허영자 이근배 김종해 오세영 오탁번 등 11명의 원로시인이다. 이건청 현 회장은 차기 회장 선출 때부터 추천 권한을 행사한다. 전임 회장들이 모여 새 회장을 선출하는 방식은 1982년 조병화 회장 때부터 시작됐다. 이전에는 투표로 회장을 뽑았지만 선거를 둘러싸고 파벌 다툼이 생기고 잡음이 많아지자 평의원 추천으로 방식을 바꿨다. 이 회장은 “그동안 다른 문인단체들에서는 선거 잡음과 분란이 끊이질 않았지만 시인협회는 평의원 추대 방식을 통해 무난하게 새 회장을 선출해 왔다. 시인협회가 지금의 권위를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이 추대 방식을 유지한 덕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회원 수가 1400명이 넘는 단체에서 10명 남짓한 원로들이 회장 추천권을 독점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회장 추천권을 비롯해 원로들 위주로 협회가 운영되다 보니 젊은 시인들의 참여가 점점 줄어든다는 것이다. 시인협회의 한 중견 회원은 “선생님들의 면면은 뛰어나지만 일부 문파의 원로가 자신의 후배에게 회장을 물려주는 경향도 있다”며 “권위 있는 문학단체인 만큼 회장 선출 방식을 시대에 맞게 변경하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시인 주요한이 밝힌 ‘창조’의 탄생과 폐간 그리고 문우들 ▼한국 최초의 문예동인지인 ‘창조(創造)’는 어떻게 탄생했고 사라졌을까. 창조 창립 멤버로 동아일보 편집국장을 지낸 시인 주요한(1900∼1979·사진)이 1969년 4월 7일부터 대한일보에 연재한 ‘나와 창조시대’를 보면 궁금증이 풀린다. 계간 문학지 ‘연인’이 봄호 특집기사로 주요한과 김동인의 신문 연재물을 발굴해 소개했다. “진남포에서 온 유학생 김환이 문예잡지를 발간하는 안을 먼저 낸 것으로 기억된다. 1918년 여름, (김)동인이 여름방학에 고향을 다녀오면서 잡지 출판 비용을 가지고 왔다. 청산학원에 재학 중이던 전영택 오천석 두 학생이 동인으로 참가하고 김억도 들어왔다. (…)서로 사귀는 범위가 좁기 때문에 이상 전부가 평양 출신 아니면 평안도 청년들이었다.” 1919년 2월 창간된 창조는 당시 새로운 문학 사조였던 자연주의와 사실주의를 개척했으며 자유시 발전에도 기여했다. 한국 최초의 근대 자유시인 ‘불놀이’와 단편소설인 김동인의 ‘배따라기’, 전영택의 ‘천치? 천재?’ 등이 이 동인지를 통해 발표됐다. 창조가 창간 2년 3개월 만인 1921년 5월 통권 9호로 종간된 연유는 김동인이 1931년 8월 매일신보에 연재한 글에 나온다. “‘창조 동인들은 이만하였으면 이제는 기관 잡지가 없더라도 자립할 수 있다. 그러니 폐간하여도 좋다.’ 이것은 표면적 이유였다 (…)바람난 동인들은 제멋대로 놀았다. 서로 만났다 할지라도 서로 자기의 게으름을 감추고자 창조에 관한 이야기는 일절 안 하였다. 이리하여 창조는 유아무중에 폐간이 된 것이다.” 주요한이 창조 폐간 후 문우들의 근황을 소개한 부분도 흥미롭다. “김동인은 이미 재산을 거의 탕진해 아내와도 이혼하고, 새장가들어 서울로 이사 와서 계속 소설을 썼다. 그러나 원고료를 가지고 생활하기는 곤란한 처지 같았다. 작품 면에서 주옥같은 단편들이 쏟아져 나와 거의 한 세대를 긋는 위치에 있었다고 하겠다.” 전영택에 대한 평은 이렇다. “여학교 선생으로 취직했었고, 틈틈이 인도주의적인 소설을 써냈다. (…)작품의 수효는 많지 아니하나 그의 영혼의 부르짖음이었고 역시 어떤 시대를 표상하기보다 홀로 빛나는 별이었다.” “김억은 계속 시를 썼고 동아일보 학예부 기자로 있었는데, 내가 거기 입사하게 되었다는 말을 듣고 무단 퇴사해서 원산 해수욕장으로 달아나고 말았다. 기자생활이 그에게는 고통이었던 모양이다.” 6·25전쟁 때 납북된 김억에 대해 주요한은 “소식을 모르니 애통스럽다”며 “만년에라도 서정파의 대표로 지성파에 대항하는 큰 존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며 아쉬워했다. 회사 후배였던 현진건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일화를 소개했다. “현진건이 동아일보의 명 사회부장으로 있을 때 나는 편집국장 직을 맡아 보았다. 현진건은 술을 잘 먹었고, 한번은 크게 취해서 사장실에 들어가서 주정을 한 일도 있다. 혹은 취한 체하고 했는지도 모른다. 당시 송진우 사장은 그 주정을 잘 받아 주었을 뿐 아니라 그 이면의 뜻을 알고 사원 대우를 높여주기도 했다.” 주요한은 본인에 대해서는 “나는 원래 술을 못하고 사교성이 없는 성미이기 때문에 문인들과 어울려 다니지 못했고, 따라서 30년대 작가들과의 면식은 거의 다 있었지마는 그들의 일화에 대해서는 간접으로 들었을 뿐이다”고 적었다. 연인 봄호는 시인 김기림이 1940년대 새한민보 등에 실었던 ‘민주주의에 부침’을 비롯한 시 4편, ‘슬픈 폭군’을 비롯한 산문 2편도 발굴해 소개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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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종로 통인동 154-10… 그곳엔 아직도 李箱의 날개가 퍼덕인다

    《 1930년대 전위적이고 파격적인 시들로 한국 문단에 파장을 몰고 온 천재 시인 이상(李箱·1910∼1937·사진). 그가 남긴 작품들은 지금도 활발하게 연구되는, 살아 있는 텍스트다. 하지만 그를 추억할 수 있는 공간을 찾기란 쉽지 않다. 시인이 태어난 서울 사직동 집터는 확인 불명이다. 그가 다녔던 신명과 동광학교는 사라졌고 보성학교는 조계사가 됐다. 》 일본으로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수하동의 일본식 저층 아파트도 철거됐으며 연인 금홍과 차렸던 종로의 제비다방도 정확한 위치를 놓고 의견이 갈린다. 미스터리 같은 그의 시어들처럼 시인의 행적 또한 풀기 어려운 암호가 되었다. 그런 이상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가 서울 종로구 통인동 154-10번지다. 큰아버지 집이었던 이곳에서 이상은 세 살부터 스물세 살까지 살았다. 하지만 이상이 살던 집은 허물어졌고, 현재 이곳에는 70m²의 오래된 한옥(1940년대 건축 추정)이 있다. 2009년 7월 문화유산국민신탁이 이 건물을 매입해 재단법인 아름지기가 이곳을 관리하고 있다. 아름지기는 지난달 19일부터 이곳을 일반인에게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지난해 한옥을 허물고 ‘이상의 방’이라는 2층짜리 건물을 새로 지으려고 했지만 “더 논의가 필요하다”는 잠정 결론을 내려 공사는 미뤄진 상태다. 이에 따라 우선 있는 그대로 시인의 집터를 공개한 것이다. 이상의 작품 연구서 ‘시는 아무것도 모른다’(수류산방)를 펴낸 문학평론가 함돈균 씨(39·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HK연구교수)와 이곳을 찾았다. “몇 년 전 이곳에 왔을 때는 옷 수선집과 한자를 가르치는 ‘서당’이 있었죠. 한참 동안 밖에서 서성대다가 돌아섰던 기억이 나네요. 감회가 새롭습니다.” 문을 열고 작은 콘크리트 마당으로 들어섰다. 왼쪽에 ‘이상의 방’이란 이름의 작은 회의실이 보였다. 큰 탁자 1개와 작은 탁자 2개, 10여 개의 의자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이곳에선 누구든지 세미나와 모임을 할 수 있고, 커피와 차도 무료로 마실 수 있다. 지난달에는 이상의 시문학에 대한 세미나가 열렸고, 28일에는 이상문학회가 모임을 가졌다. 문인과 학자들이 이상의 집터에서 이상과 소통하는 셈이다. “이상은 (지나간) 역사적 텍스트가 아닙니다. 요즘 시인들도 여전히 이상의 에너지 속에 절망하고 영향을 받으며 시를 씁니다. 이상의 오감도에 아해(아이)들이 나오는데 이원, 이수명, 김민정, 황병승의 시에 아이들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함 씨는 “이런 극적인 공간을 오랫동안 방치해 왔다는 게 아쉽다. 이제라도 살아 있는 공간으로 운영되기 시작한 것은 큰 다행이다”라고 했다. ‘이용은 무료입니다. 주저 말고 들어오세요.’ 입구에 붙어 있는 안내문을 보고 쭈뼛대던 행인 서너 명이 들어와 찬찬히 둘러봤다. “내가 색소폰을 부는데 이곳에서 공연을 해도 좋겠느냐”고 안내 직원에게 묻는 중년 남자도 있었다. 알음알음 찾아오는 방문객들로 이상의 집터는 생기를 얻어가고 있었다. 일본 도쿄 거리에서 ‘불령선인(不逞鮮人·불온한 조선인)’이라는 죄목으로 체포된 후 폐결핵이 악화돼 외롭게 간 ‘박제가 된 천재’는 이젠 외롭지 않을 듯했다. ‘이곳에서 내 스무 살 때 근대문화의 연인을 보고 갑니다.’ ‘하루에 몇 번씩 지나쳐가다 처음 발걸음을 했습니다. 예술가의 감성을 담아 돌아갑니다.’ ‘먼발치에서 머리로만 알고 있던 이상을 어딘지 모르게 직접 만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발은 따뜻해졌는데 마음이 살짝 외로워지네요.’ 이상을 만난 사람들이 남기고 간 방명록에 오래 눈길이 갔다. 따스했고, 촉촉했다. 운영시간 오전 10시∼오후 8시. 월요일 휴무. 02-741-8387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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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문사회]거짓말은 인간 본성의 핵심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벨라 드폴로가 일반인 147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 하루 평균 1.5회의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살 미만의 갓난아이조차 엄마를 속이는 행동으로 의사를 표현하고, 네 살배기의 95%가 거짓말을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책은 한술 더 뜬다. “거짓말은 본성의 왜곡이 아니라 핵심”이라고. 저술가인 저자는 거짓말의 역사와 이론 등을 묶었다. 주제는 흥미롭지만 장황한 인용을 빼면 깊이가 부족하고, 내용 또한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지 못해 혼잡스럽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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