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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1926∼2008)의 문학정신과 업적을 기려 지난해 제정된 ‘박경리문학상’이 국내 최초의 세계 문학상으로 거듭난다. 지난해 첫 회 수상자로 ‘광장’의 최인훈 씨를 선정한 박경리문학상은 2회를 맞아 해외 문인들에게 문호를 개방했다. 한국문학의 해외 진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기에 뒤늦게나마 한국과 세계 문단이 교류하는 ‘세계문학상 1호’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지난해 5월 세계 문학상으로 발돋움한 박경리문학상의 2회 수상자를 선정하기 위한 심사위원회가 꾸려졌으며 현재 위원 6명이 후보작을 검토하고 있다. 수상자는 10월에 발표한다. 상금은 국내 문학상 가운데 최고액인 1억5000만 원. 박경리문학상은 토지문화재단 박경리문학상위원회 동아일보사가 주최하고 강원도와 원주시, 협성문화재단이 후원한다. 심사위원장인 이태동 서강대 영문학과 명예교수(73)를 11일 만났다. ―해외 문인들에게 문호를 개방한 이유는 무엇인가. “박경리 선생은 생전 외국 문학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러시아문학에 심취해 톨스토이나 도스토옙스키는 말할 것도 없고 러시아 희곡도 좋아하셨다. 세계 문학과의 교류를 통해 한국문학의 발전을 이뤄야 한다는 것은 선생의 바람이었기도 하다.” ―‘문학 한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해외 작가가 수상한다면 그 의미는…. “해외 작가에게 상을 주는 것은 우리 작가가 해외에서 상을 받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박경리문학상을 받은 해외 작가의 나라에서는 자연스레 한국문학에 관심을 갖게 되고 결국 우리 문학이 그 나라에 진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심사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지난해부터 국내외 평론가들에게서 추천을 받았다. 해외 대형 출판사들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명 평론가들과 국제 펜클럽에도 요청해 후보를 추천받았다.” ―해외의 반응은 어땠나. “관심이 높았다. 한국의 대표작가인 박경리 선생의 이름을 딴 유일한 상인 데다 상금도 무시 못할 금액이다.” ―공정한 심사가 우선일 텐데…. “국내 문학상은 심사 과정에서 작품 외에 기타 여러 사안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해외 문인을 평가할 때는 다르다. 수준 높은 문학성 예술성에 집중해 심사하고 있다.” ―작품이 아닌 작가에게 주는 상인데 다른 평가요소도 있는가. “작품성이 우선이지만 평생 숭고한 작가정신을 꼿꼿이 지켜왔느냐는 점도 고려하고 있다.” 원로 영문학자인 이 위원장은 1976년 평론가로 등단한 후 현대시와 소설에 숨은 시대적 함의를 꿰뚫는 비평을 남겼다. 김환태평론문학상 조연현문학상 옥조근정훈장 등을 받았다. 박경리 선생과는 1973년 삼성출판사에서 ‘토지’ 1부가 처음 나왔을 때 관련 평론을 쓰며 인연을 맺었다. 그는 선생을 “일상 대화에서는 편하고 너그럽지만 문학 얘기로 들어가면 굉장히 엄격하고, 자존심이 강하고, 무서웠던 분”이라고 회고했다. 이 때문에 고인의 이름을 딴 문학상을 감히 허투루 운영할 수 없다고도 했다. “한국의 노벨 문학상을 지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첫째도 둘째도 작품 자체의 문학성에 집중할 것이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품 가운데 고전이 되지 않은 작품을 찾아보기 어렵다. 박경리문학상을 받은 작품이 우리 시대의 고전으로 남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고은 시인(79·사진)이 30년 가까이 살았던 경기 안성을 떠나 올가을 수원으로 이사한다. 시인은 12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몇몇 지방자치단체에서 ‘거처를 마련해주겠다’는 제안을 해왔다. 새로운 문학의 의미가 주어지는 장소가 있다면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겠다 싶어 가을께 수원으로 이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시인은 1983년 이상화 중앙대 영문과 교수와 결혼한 후 서울을 떠나 경기 안성시 공도읍 만정리 대림동산 전원주택단지에서 살아왔다. 수원시는 9월까지 광교산 자락의 장안구 상광교동 지하 1층, 지상 1층 주택(총면적 265m²)을 리모델링해 시인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편집자가 좋은 책만 만들면 되는 시대는 갔다. 출판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독자 서비스가 강화되면서 편집자가 홍보와 독자 관리의 전면에 나서게 됐다. 자음과모음은 지난달부터 인터넷 카페를 통해 팟캐스트 ‘북끄북끄’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출판사에서 책을 출간한 작가를 매회 초대해 담당 편집자를 비롯한 진행자 4명이 출간 과정을 놓고 ‘수다’를 나눈다. 독자는 사인회나 낭독회를 가지 않아도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통해 작품 후일담을 들을 수 있다. 소설가 이재익 씨의 ‘41’, 강병융 씨의 ‘Y씨의 거세에 관한 잡스러운 기록지’, 김선영 씨의 ‘시간을 파는 상점’ 등 지금까지 3회분이 방송됐다. 편집자들은 2주에 한 번꼴로 1시간 분량의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편집자가 책 판매에 직접 나서기도 한다. 자음과모음 편집자들은 서울 마포구 서교동 본사 1층 상설판매대에서 매주 1회 3시간씩 판매원으로 일한다. ‘독자 반응을 현장에서 느끼자’는 취지다. 문학동네는 9일 경기 파주 출판단지에 있는 본사에서 독자 52명을 초대해 바비큐 파티를 열었다. 자사 인터넷 카페에서 왕성히 활동하는 우수 회원들을 위한 ‘VIP 행사’였다. 강태형 사장을 비롯해 편집부, 마케팅, 관리부 등 직원 40여 명이 휴일을 반납하고 독자를 맞았다. 삼겹살과 목살, 한우 등심을 비롯한 고기 26.5kg과 주류 구입비, 바비큐 그릴 임차료 등으로 250만 원을 넘게 썼다. 사인회와 낭독회 정도에 그쳤던 독자 행사가 한층 다양해지면서 이처럼 편집자의 ‘가욋일’도 늘었다. 작가라는 ‘왕’만 모시면 됐던 편집자들이 이제는 독자라는 ‘왕’도 직접 챙겨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문학여신과의 산책(김이설 외 지음·레디셋고)=김이설 박상 한유주 해이수 박솔뫼 권하은 이지민 박주영 등 젊은 소설가 8명의 단편을 묶었다. 쓸쓸하거나 기이한 체험들이 다양한 상상력의 날개를 달았다. 1만3500원. 바다(오가와 요코 지음·현대문학)=소박하고 정갈한 단편 일곱 편을 묶은 소설집. 책장 가득 따스한 온기가 숨어 있고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 드는 동화 같은 소설. 1만2000원. ○ 학술로마제국의 위기(램지 맥멀렌 지음·한길사)=미국의 역사가인 저자가 3, 4세기 로마제국의 위기론을 로마 정부의 역할에 초점을 맞춰 분석한 책. 로마제국의 위기론에 대한 실체와 극복방법, 그리고 실패 이유 등을 살폈다. 2만5000원.최초의 것(후베르트 필저 지음·지식트리)=최초의 직립보행에서부터 최초의 신전과 예술품, 최초의 수학자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삶을 결정적으로 변화시킨 최초의 것 18가지를 소개한다. 고고학과 역사, 과학 분야의 사례를 풍부하게 담았다. 1만5000원.○ 인문·교양한국 슈퍼 로봇 열전(패니웨이 지음·한스미디어)=1960년대 ‘황금철인’에서 1980년대 ‘우뢰매’까지 거대 로봇이 등장하는 한국 애니메이션을 총 정리한 책. 개봉순으로 제작진과 줄거리, 캐릭터에 대한 평가와 함께 당시 대중문화계의 분위기와 제작환경을 살펴볼 수 있는 신문기사와 일러스트를 담았다. 2만4500원.길에서 길을 찾다(문재상 지음·가톨릭출판사)=천주교 사제인 저자가 신학생 시절에 체험한 40일간의 전국 무전여행기. 1만2000원.○ 기타쉿! 나를 깨우세요(최영환 외 지음·리텍)=마케팅 전문가인 저자들이 5년 동안 매주 지인들에게 e메일로 보냈던 삶에 도움이 되는 짧은 글귀 240개를 모았다. 인문학, 고전, 재테크 등 분야도 다양하다. 1만4000원.아이의 잠재력을 깨워라(래리 곽 외 지음·푸르메)=2010년 타임지에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선정된 암 백신 명의가 설명하는 자녀교육법. 신체적 정신적 영적 학문적 잠재력을 깨우는 부모의 역할을 폭넓게 제시한다. 1만4800원.젊음을 창조한다 국선도 단전호흡(백환기 지음·말과창조사)=원기 회복을 위한 국선도의 경혈지압법 단전호흡 원기단법 등의 호흡 요령과 효과를 담은 국선도 입문서. 1만 원.}

한 노숙인이 아침에 일어나 누군가가 100만 엔(약 1475만 원)이 담긴 비닐봉투를 놓고 간 것을 발견한다. 노숙인은 뜻밖의 횡재로 이발도 하고, 양복도 빼입고, 고급 초밥집에 가는 호사를 누린다. 하지만 돈 봉투를 동네 부랑배들에게 날치기당하고 깊이 절망한다. 그는 결국 분신자살을 시도하는데 라이터를 켜기 전 문득 깨닫는다. “지렁이처럼 버르적거리며 살아온 내가 어떻게 이런 대담한 행동을 할 마음이 들었는가. 그 돈다발 때문인가? 돈은 인격조차 바꿔버린다더니 그 말이 사실이었다.” 총 41장으로 이뤄진 이 장편의 첫 장을 요약하면 이와 같다. 돈이 사람을 변하게 하고, 사람 위에 군림한다는 소설의 주제를 잘 요약해 보여준다. 기업이나 국가로 확장해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1만 엔권 화폐 도안에 들어 있는 후쿠자와 유키치는 ‘하늘은 사람 위에 사람을 만들지 않고 사람 밑에 사람을 만들지 않는다’는 말을 남겼다. 하지만 작품은 이를 비튼다. ‘돈은 사람 위에 사람을 만들고 사람 밑에 사람을 만든다.’ 공고한 돈의 권력을 깨뜨리기 위한 방편은 악화(惡貨), 즉 위조지폐다. 우울한 소년기를 보낸 도시키는 최신 위폐 감별기에도 잡히지 않는 정교한 1만 엔권 위폐를 대량 유포하고, 일본에는 물가가 거침없이 상승하는 하이퍼인플레이션 현상이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엔화가 아닌 별도 화폐를 사용하며 자본주의를 비난하는 사회공동체 ‘피안 코뮌’이 위폐의 배후로 수사망에 떠오른다. 도시키가 피안 코뮌에 거액을 지원한 사실도 점차 드러난다. 위폐를 유포하는 일본과 중국의 세력, 이를 쫓는 경찰의 대결은 전형적인 엔터테인먼트 소설의 구도다. 하지만 마냥 가볍지는 않다. 자본주의의 전복을 꿈꾸는 혁명가, 도시키가 주장하는 ‘돈의 폐해’에 공감이 갈뿐더러 그의 추락이 새삼 절절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도시키는 말한다. ‘자본주의 승리자는 자본주의에 의해 멸망한 것들을 부활시켜 그 죄를 갚아야할 의무가 있다.’ 실패한 혁명으로 끝났지만 도시키의 문제 제기는 깊은 여운을 남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맛깔난다. 일상의 편린 속에서 끄집어낸 보석 같은 대화들은 활어처럼 싱싱하고 감칠맛 난다. 이를테면 까칠한 소설가 요셉과 그의 팬이자 불륜 파트너인 도경의 매운탕집 식사 장면은 이렇다. 도경이 하얗게 생선살을 발라놓은 요셉의 앞 접시에 시뻘건 국물을 올리는 ‘친절’을 베풀자 요셉은 버럭 화를 낸다. ‘어류의 골격구조를 면밀히 계산하여 신중히 뼈를 발라낸 결과 드디어 생선의 하얀 살점이 드러나는 순간 그 위를 무식한 뻘건 국물이 덮어버렸다’는 것. 요셉은 쐐기를 박는다. “배려와 헌신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폭력이야말로 내가 가장 혐오하는 것인데 그 이유는 진정한 헌신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야.” 은희경이 2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장편의 결정적인 장면 가운데 하나다. 은희경은 지난해 지인에게 매운탕 국물을 퍼주다가 실제 비슷한 일을 겪었고, 한동안 한 줄도 쓰지 못했던 소설의 물꼬가 트였다고. 얘기의 중심은 소설가 요셉과 그의 10년 전 애인이었던 류다. 이 사랑이 유별날 것은 없다. 뜨겁게 달아올랐지만 한순간의 변곡점에 점차 식어가는 사랑 얘기가 한둘인가. 하지만 작가는 요셉을 현재 시점의 화자로, 류는 과거 시점의 화자로 대비시켜 남녀의 사랑, 그 전후를 흥미롭게 풀어간다. 또 요셉이 현 시점에서 류를 다시 만날 수 있는지, 과거 류가 요셉을 왜 떠났는지 등에 대한 호기심을 유지시키며 흡인력을 높인다.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등장인물의 감정을 세밀하게 드러내는 행동과 대화에서 나온다. 특히 요셉의 독특한 성깔은 매력적이다. 정이 간다. 맛있는 생선구이집에 혼자 갔는데, 갑자기 ‘쫄쫄이 유니폼’을 입은 자전거 동호회원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단체석을 만들어 달라”고 하고, 4인석을 혼자 자치하고 있던 요셉은 이 행동을 폭력적이라고 느낀다. 고등어구이와 갈치조림 사이에서 고민하던 요셉. 하지만 쫄쫄이들은 이를 모두 시켜 나눠 먹는다. 그 모습에 더욱 화가 치밀었다는 요셉을 보면 피식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은희경은 소설가 요셉을 통해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실은 소심하고 외로운 작가의 삶을 진솔히 그려낸다. 전작인 장편 ‘소년을 위로해줘’에서 열일곱 소년의 성장기를 그렸던 것에 비하면 훨씬 ‘편한 옷’을 입은 듯하고, 읽는 독자 또한 편할 듯싶다. 반면 류는 섬세한 감정 포인트를 정확히 짚어낸다. 함께 여행을 떠나려고 탄 비행기에서 요셉이 채워주는 안전벨트의 ‘철컥’ 하는 소리에서 총성을 떠올렸다는 것. 여자가 사랑이 식어가는 지점을 깨닫는 표현으로 이만한 게 있을까 싶다. 사람은 사람들 속에서도 외롭다. 연인이 곁에 있어도 고독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타인이란 영원히 오해하게 돼 있는 존재이지만 서로의 오해를 존중하는 순간 연민 안에서 연대할 수 있다’고 책은 말한다. 우리가 사랑이라 부르는 것들도 실은 고독한 존재들이 짐짓 ‘태연하게’ 받아들인 현실적 타협점은 아닐까.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자정을 넘긴 시간. 세상은 현실과 환상 사이에 놓인다. 텔레비전 채널이 돌아간다, 초원의 동물들이 점멸한다, 또 하루가 지나간다. 어느덧 차가운 재로 변한 세상. 피곤한 몸을 잿빛 초원 위에 뉘인다. 죽음과도 같은 심연 속으로 한 칸 한 칸 잠긴다. ‘이달에 만나는 시’ 6월 추천작으로 김중일 시인(35·사진)의 ‘재의 텔레비전’을 선정했다. 4월 말 나온 시집 ‘아무튼 씨 미안해요’(창비)에 수록됐다. 시인 이건청 장석주 김요일 이원 손택수 씨가 추천에 참여했다. 김중일 시인의 이번 시집에선 유독 ‘자정’이란 시어가 빈번히 등장한다. “낮은 직장에서 일하는 완벽하게 현실에 속한 시간이죠. 퇴근 후 시간, 특히 자정을 넘긴 시간은 지극히 개인적인 시간이라 좋아합니다.” 시인은 적막한 심야에 깨어난 사물들을 찬찬히 바라보며 그들에게 말을 건넨다. 200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은 개성 넘치는 몽환적 시 세계로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의 시는 다가서기가 쉽지 않다. 시인은 “여러 차례 읽어서 제 시 속에 있는 시적 논리나 어법을 알게 되면 읽기 편해진다”고 설명했다. 장석주 시인은 “김중일의 상상력은 몽환과 아수라장인 현실 사이에서 움직인다. 이번 생과 다음 생은 하나로 겹쳐지고, 그 겹쳐짐 속에서 감각의 자명함은, 무릎에 물을 주는 아이나, 프레스에 잘린 손가락을 묻으니 하룻밤 사이에 무성한 나무로 자라는 환상을 부른다. 이렇듯 김중일은 서로 다른 물성을 갖는 것들을 포개면서 몽환적인 상상력의 즐거움을 만든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김중일의 시집은 쓸쓸하기도 하고 따스하기도 하고 때론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볼프강 보르헤르트가 연상될 정도로, 시편마다 완성도 높은 영화를 펼쳐 놓은 듯한 독특한 배경과 적확하고 절제된 언어 감각에 건배!” 김요일 시인의 추천사다. 이건청 시인은 홍윤숙 시인의 시집 ‘그 소식’(서정시학)을 추천했다. “88세 노시인의 정신적 풍경들을 여실하게 담고 있다. 감성도 부드럽고 이미지의 운용도 활달하다. 시인은 서문에서 ‘다가올 죽음 앞에서 당당하고 의연하게’ 맞설 것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강한 정신이 백금처럼 빛난다.” 이원 시인은 김승일 시인의 첫 시집 ‘에듀케이션’(문학과지성사)을 추천하며 “김승일은 22세기에서 도착한 ‘독고다이’ 소년. ‘평범함보다는 평평함이 좋아’. 기존 문법을 가볍게 전복시킬 줄 아는 그를 새로운 전위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쿨한 척’이 아니라 ‘쿨’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손택수 시인이 심창만 시인의 시집 ‘무인 등대에서 휘파람’(푸른사상)을 추천한 이유는 이렇다. “‘수련’이라는 한 편의 시 때문에 나는 이 낯선 시인을 사랑하게 되었다. 더러 한 편의 시는 몇 권의 시집이 지닌 무게를 감당하고도 남음이 있다. 흐릿해진 사물과 나 사이에 화락 불꽃이 이는 걸 경험하고 싶다면 이 시집을 보라. 뿌연 안개들을 뭉쳐 투명하게 빚어놓은 이슬 한 종지가 여기에 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1900∼1944)의 ‘어린 왕자’는 전 세계 200개가 넘는 국가에서 번역돼 1억 부 이상 팔렸을 것으로 추정되는 베스트셀러이자 프랑스의 ‘현대 고전’. 1943년 초판본은 프랑스 생텍쥐페리재단이 단 한 권 소장하고 있으며 작가의 친필 사인도 들어 있어 ‘보물급’으로 평가받는다. 유일하게 남아 있는 이 초판본(사진)이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 23일부터 9월 16일까지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에서 열리는 ‘어린 왕자 한국특별전’. ‘어린 왕자’ 초판본 외에도 30여 개 나라에서 출간된 번역본, ‘어린 왕자’의 원화, 생텍쥐페리가 생전에 입던 외투 등 150여 점을 전시한다. 생텍쥐페리재단은 파손 및 분실을 우려해 모든 전시품을 직접 프랑스에서 가져왔다. 전시품들은 총 20억 원 상당의 보험에 들었다. 책 속에 들어 있는 친숙한 ‘어린 왕자’ 그림 외에 생텍쥐페리가 습작으로 남긴 ‘어린 왕자’들의 모습이 이채롭다. 지금까지 보던 것보다 날카롭고 차가운 이미지다. 생텍쥐페리의 일생을 돌아보는 사진 전시회와 생전 모습이 담긴 다큐멘터리도 상영한다. 02-3210-4555, www.petit-prince.co.kr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이재무 시인(사진)이 문학사상이 주관하는 제27회 소월시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시 ‘길 위의 식사’ 외 23편. 상금은 1300만 원이며 시상식은 11월 초에 열린다.}

이 사랑 지독하다. 남녀 사이에 존중과 배려, 이해는 없다. 남자는 군림하고 여자는 철저히 복종한다. 여자는 주인을 따르는 충견 같다. 철저히 자존감을 버리고 바닥에 엎드려 기며 사랑을 갈구한다. 이 ‘사랑’을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까. 에로티시즘 문학의 ‘고전’으로 꼽히는 이 책은 한때 ‘빨간 딱지’가 붙은 성인물처럼 취급됐다. 1980, 90년대 조악한 해적판으로 코밑이 거뭇해진 사춘기 소년들이 호기심에 들춰봤다. 하지만 뒷방에서 혼자 책장을 넘기며 자기만의 환상에 젖기에 이 작품은 너무 묵직하다. 에로티시즘, 그 가운데서도 마조히즘(성적 학대에서 만족감을 느끼는 심리상태)을 이렇게 낱낱이 까발린 작품이 있을까 싶다. 이제야 국내 첫 정식 완역본이 나왔다. 1954년 이 소설이 출간되자 프랑스 문단은 발칵 뒤집혔다. 노골적이다 못해 역겨운 변태적 성행위가 가득한 데다 여성이 주체성을 잃고 성적 노리개처럼 타락하는 과정이 놀랍도록 적나라하게 펼쳐지기 때문이다. 익명의 저자에 대한 숱한 추측이 나왔지만 실제 저자인 안 데클로스(1907∼1998·‘폴린 레아주’ ‘도미니크 오리’란 필명을 썼다)는 출간 40년이 지난 1994년 87세의 할머니가 돼서야 정체를 공개했다. 그가 뒤늦게 밝힌 집필 동기도 화제가 됐다. “당시 나는 젊지도, 예쁘지도 않았어요. 그래서 다른 무기를 찾아야 했어요. 육체가 전부는 아니었으니까요.” 집필 당시 데클로스는 프랑스 굴지의 문예지 ‘누벨 레뷔 프랑세즈’ 사장인 장 폴랑의 비서였고, 폴랑을 사랑했다. 자신의 능력과 사랑을 인정받기 위해 이 작품을 썼던 것이다. 작품의 여주인공 ‘O’는 그래서 데클로스의 모습과 겹친다. 사랑하는 ‘르네’의 사랑을 얻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는 것. 하지만 작품은 단선적인 순애보에 그치지 않는다. O는 변한다. 르네의 지시에 따라 수많은 남성의 학대와 성적 착취에 놓이면서 그는 점차 깨닫는다. 실은 자신이 이를 즐기고 있고, 또 다른 누군가를 원한다는 것을. ‘(성적)고문을 당한다는 생각 자체가 즐겁다가도, 막상 고문을 당하는 순간에는 그것을 면하기 위해 온 세상을 팔아도 시원찮을 것 같다가, 급기야 고문이 끝나면 모든 걸 견뎌낸 것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는데, 그 기분은 고문이 잔혹하고 길어질수록 배가되기 마련이다.’ 이와 같은 마조히즘에 대한 분석 외에도 남자가 자신의 애인을 다른 남자와 공유하는 심리, 남자로부터 능욕과 유린을 당하면서도 그를 떠나지 못하는 심리 등이 독특한 시선으로 속속들이 제시된다. 보통의 소설이 섹스를 양념처럼 다루지만 이 작품은 섹스 그 자체에 대한 본질과 심리를 깊숙이, 철저히 파고들어 간다. 처음 몇 장을 넘겼을 때는 가볍게 흥분하게 되지만 책장을 덮었을 때는 머리가 복잡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여성 작가가 약 60년 전에 이런 논쟁적인 작품을 쓰고, 발표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시인 안도현(사진)의 열 번째 시집. 등단 28년째를 맞은 시인은 따뜻하고 편안한, 대중성 높은 시들을 써왔다. 작가의 여린 감성은 여전하다. 시 ‘폭’은 있는 그대로 손 떨리는 연애편지로 옮겨질 듯하다. ‘바다의 폭이 얼마나 되나 재보려고 수평선은 뒷등에 등대 같은 연필을 꽂고 수십억 년 전부터 팽팽하다//사랑이여/나하고 너 사이 허공의 폭을/자로 재기만 할 것인가’(‘폭’ 전문) 끝을 알 수 없는 바다처럼 사랑은 드넓고 망망하다. 바다는 등대(연필)라도 있지만 사랑은 무엇으로 잴까. 여전히 달콤하고, 읽을수록 짙은 향기가 나는 시어들이 보석처럼 책장 속에 숨어있다. 그것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간절한 것은 통증이 있어서/당신에게 사랑한다는 말 하고 나면/이 쟁반 위 사과 한 알에 세 들어 사는 곪은 자국이/당신하고 눈 맞추려는 내 눈동자인 것 같아서’(‘그 집 뒤뜰의 사과나무’에서) 시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익숙했던 것을 달리 보는 ‘안경’과도 같다. 전북 전주에 있는 시인은 평범한 텃밭에서 삶을 보는 색다른 시선을 모색한다. 배추 잎을 파먹은 애벌레가 추후 나비가 돼 날아가는 공간을 배추밭의 확장 공간(‘재테크’)으로 여기거나 둥굴레가 싹을 틔운 것이 새싹의 힘이 아니라 땅이 제 거죽을 열어줘서 가능했다(‘비켜준다는 것’)는 것이다. 작은 텃밭의 ‘소출’은 시집을 풍성하게 만든다. 시인은 서정시뿐만 아니라 사회 비판적인 시를 담기도 했다. 시 ‘사다리와 숟가락’에서는 달을 숟가락으로 떠먹는 아이가 나온다. 남들보다 높은 사다리를 갖지 못한 아버지는 아이에게 달을 먹이는 데 실패한다. 하지만 다른 집은 높은 사다리를 갖고 있어 달을 떠먹는 데 성공한다. 이제 ‘아버지가 된’ 시인은 자식에게 달을 먹일 수 있을지 고민한다. 우리 사회의 계층 격차와 세습에 대한 비판이 읽힌다. 시인은 “말과 문체를 갱신하겠다”며 ‘예천’을 비롯해 몇몇 시들을 사투리나 산문체로 쓰기도 했다. 시집을 읽고 나면 이런 생각이 든다. 서정시는 여전히 깊고 맑다. 참여시는 새롭다. 문체의 변화는 글쎄….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문학 사람들은 세상의 종말에 익숙하다(마르탱 파주 지음·열림원)=한순간에 실직과 실연을 함께 당한 한 프랑스 청년. 세상의 밑바닥을 경험하며 진정한 행복의 의미에 대해 깨달아 간다. 1만3000원. 제2회 웹진문지문학상 수상작품집(김태용 외 지음·문학과지성사)=등단 7년차 이하 작가들의 실험적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웹진문지문학상 수상작들을 모았다. 김태용, 윤고은, 안보윤, 김사과, 김미월, 황정은, 김이설, 손보미, 윤해서, 박솔뫼, 조현이 쓴 단편 11편을 묶었다. 1만 원. ○학술상업사(조명계 지음·한솜미디어)=상업의 역사는 문명의 역사로 불린다. 이슬람과 중국이 주축이던 동서양의 문물 교류는 16세기 이후 유럽 국가들이 신대륙을 발견하고 동방항로를 개척하며 유럽으로 주도권이 옮아갔다. 지난 500년간 상업 패권의 흐름을 짚었다. 1만5000원.미하일 바쿠닌(E H 카 지음·이매진)=세계적인 역사학자인 저자가 ‘아나키즘의 아버지’로 불리는 19세기 혁명가 미하일 바쿠닌의 평전을 냈다. 여러 언어로 된 문헌자료에 독자적인 해석을 더하고 전기적인 사실을 추렸다. 바쿠닌과 함께 칼 마르크스, 피에르 조제프 프루동 등 당대 철학가들의 사상과 생애도 살펴볼 수 있다. 3만 원.○인문·교양 트라우마 테라피(최명기 지음·좋은책만들기)=정신과 전문의인 저자가 마음의 상처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 굴욕 무시 배신 억울함 공포 간섭과 통제 따돌림 냉담의 8가지 상황으로 나눠 각 상처를 극복하고 치유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1만3000원.이브의 발칙한 해외봉사 분투기(이브 브라운 웨이트 지음·알에이치코리아)=봉사단 모집요원이었던 한 남자에게 첫눈에 반해 우간다 해외봉사까지 가게 된 뉴요커 싱글녀의 실화를 다뤘다. 1만3800원.○실용·기타22억 원짜리 축구공(이재형 지음·미래를소유한사람들)=2002년 한일 월드컵의 ‘홍명보의 4강 볼’은 왜 이집트로 건너가고, ‘안정환의 골든골 볼’은 왜 남미로 사라졌을까. 축구자료 수집가인 저자가 30여 개국을 오가며 축구 자료와 유물을 입수한 이야기를 담았다. 1만5000원.스무 살에 배웠더라면 변했을 것들(티나 실리그 지음·엘도라도)=한 분야의 전문지식, 여러 분야에 걸친 폭넓은 지식을 갖춘 ‘혁신 엔진(Innovation Engine)’이 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한다. ‘스무 살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의 실전 편. 1만3000원.}

테마소설집 ‘이브들의 아찔한 수다’(문학사상)가 출간됐다. ‘여성 작가들의 아주 은밀한 섹스 판타지’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도발적인 주제 탓에 세상에 나오기까지 ‘고초’를 겪었다. 여성 작가들이 섹스를 정면으로 다룬 소설을 쓰기가 개인적, 사회적으로 아직 힘든 걸까.우선 필자 섭외가 쉽지 않았다. 문학사상은 지난해 여름 여성 작가 10명에게 원고 청탁을 해 승낙을 얻었다. 마감은 지난해 10월까지였지만 작가 4명이 원고 마감을 여러 번 연기하더니 개인적 사정을 들어 중도에 포기했다. 결국 해를 넘기면서 구경미, 김이설, 김이은, 은미희, 이평재, 한유주 등 6명의 단편을 모아 책을 냈다.출간을 맞아 준비한 기자간담회 과정에서도 해프닝이 있었다. 서울 중구 정동의 천주교단체 카페에서 간담회를 열기로 했지만 카페 측은 책의 제목을 듣고는 대관을 취소했다. 출판사 관계자가 담당 신부를 찾아 책의 줄거리까지 설명해 가며 설득했지만 ‘구설수에 휘말리기 싫다’는 답변만 듣고 돌아서야 했다.우여곡절 끝에 30일 오후 서울 세종로의 카페에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신승철 문학사상 기획위원은 “개방된 섹스나 성문화를 소설적으로 탐색하자는 취지였지만 출간까지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일들을 겪었다”며 웃었다.책은 ‘아주 은밀한 섹스 판타지’라는 부제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보통 소설에 비해서는 ‘노출’ 수위가 높다. 그나마 수위가 낮은 편인 대목을 옮겨보면 이렇다. ‘나는 거칠게 혀를 움직이며 유선의 블라우스 단추를 잡아당겼다. 그럼 뜯어지잖아. 유선이 제 손으로 가운데 단추 두 개를 풀었다’(김이설의 ‘세트 플레이’에서) ‘마침 바이올린의 선율이 세 번 반복하여 가녀린 소녀의 비명처럼 흐르자 女子의 입이 그 선율에 맞춰 뻐금거렸다. 男子는 침을 삼켰다’(이평재의 ‘크로이처 소나타’에서).‘색(色)스러운’ 소설집에 참여하는 게 부담스럽지는 않았을까. ‘팔월의 눈’을 쓴 구경미는 “솔직히 참여가 부담스러웠다. 현재 사귀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까마득한 옛날 얘기여서…”라고 했다. 김이설은 “지난해 출간한 ‘환영’ 이후 노(no)폭력, 노섹스로 써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며 웃었다. ‘환영’엔 돈을 벌려고 무분별하게 성을 파는 여성이 나온다.‘통증’을 쓴 은미희는 “첫 섹스의 기억이 좋거나 황홀하지 않았다. 고3 때 선생님으로부터 당해서 (섹스로부터) 도망가는 트라우마가 있는 것 같다”며 “고발적으로 써볼까 하다가 결국 비겁하게 쓴 것 같다”고 털어놓기도 했다.이 여성 작가들이 생각하는 섹스란 무엇일까.“섹스는 본능이다. 본능은 자연이다. 자연은 자연스러워야 하고 거짓이 없어야 한다. 섹스를 죄의식과 억압으로 볼 필요는 없다.”(이평재) “성은 근원적인 자궁에 대한 회귀다. 남성의 경우 나이가 들면 여성 호르몬이 나온다지만 끊임없이 자궁으로의 회귀를 꿈꾸는 것 같다. ‘바다’라는 여성의 양수를 떠올리며.”(은미희)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시인 김소월(본명 김정식·1902∼1934년)의 사망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1934년 12월 24일 서른둘의 나이에 돌연 사망한 고인의 부고를 동아일보는 사흘 뒤 짧게 전했다. ‘한가히 향촌생활을 하는 소월 김정식이 평안북도 구성군 서산면 평지동 자택에서 24일 오전 8시에 돌연 별세하였는데 그가 최근까지 무슨 저술에 착수 중이었다 한다.’ 소월의 돌연사 원인에 대해 학계가 제기한 유력한 추정은 ‘다량의 아편을 먹고 자살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왜 중독성이 강한 아편을 시작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권영민 단국대 석좌교수는 최근 김소월의 증손녀인 성악가 김상은 씨로부터 새로운 사실을 전해 들었다. 소월이 생전 심한 관절염에 시달리고 있었고, 고통이 극심해질 때면 통증을 잊고자 아편을 조금씩 복용했다는 전언이다. 한국 문단의 천재시인이 요절한 배경에는 관절염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문학과 대중의 소통을 모색하는 ‘권영민의 문학콘서트’가 31일 오후 3시 경기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경기문화재단 다산홀에서 ‘봄날의 시인 그리고 시’라는 주제로 열린다. 신달자 시인이 강연과 낭독을 맡는다. 다음 달 1일 오후 7시에는 서울 성동구 행당동 소월아트홀에서 ‘소월을 노래하다’를 주제로 개최된다. 유안진, 문태준 시인이 ‘나의 문학 속의 소월’을 들려준다. 권 교수는 소월의 사망을 비롯해 그에 관한 미스터리에 대해 강연한다. 이 중 시집 ‘진달래꽃’에 얽힌 미스터리를 소개하면 이렇다. 소월이 생전 출간한 시집은 ‘진달래꽃’이 유일하다. 문화재위원회는 지난해 2월 이 시집의 2종 4점을 근대문학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근대문화재에 등록했다. 모두 매문사에서 발행하고 총판(총판매)만 다른데, 한성도서주식회사 총판의 3점, 중앙서림 총판의 1점이다. 이들 시집은 모두 1925년 12월 23일 인쇄, 26일 발행됐다. 하지만 시집 초판본을 내면서 두 가지 총판을 이용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혹 이들 총판의 발행일이 다르지는 않을까. 문화재 등록을 앞두고 문화재위원회와 학계의 고심은 깊어졌다. 초판본이 아닌 것이 문화재로 등록되는 실수를 우려해서였다. 두 가지 총판본은 총 234쪽에 담긴 작품 내용이나 목차, 판형, 인쇄활자 크기가 같다. 하지만 ‘진달래꽃’의 표기가 달랐다. ‘한성도서’의 경우 표지는 ‘진달내꽃’으로, 본문은 ‘진달내ㅱ’으로 표기가 혼재돼 있다. ‘중앙서림’의 경우 표지와 속지가 모두 ‘진달내ㅱ’으로 통일돼 있다. 1933년 한글 맞춤법 통일안에 따르면 ‘꽃’이 맞지만 시집 출간은 맞춤법 통일안 공포 이전의 일이므로 어떤 표기가 맞다고 단정하기 힘들다. 어느 하나가 초판이고, 초판이 매진돼 판형을 그대로 하고 총판만 바꿔 다시 찍어냈을 것이라는 가설도 제기됐다. 하지만 총판들의 선후 관계를 확인하기 힘들뿐더러 재판일 경우 왜 판의 차이를 표기하지 않았는지도 의문으로 남는다. 더군다나 1920년대에는 시집 초판이 200부 정도로 한정돼 있었는데 수요가 적었으므로 재판을 찍은 사례는 찾기 어렵다. 최근 흥미로운 사실이 추가됐다. 웨인 드 프레머리 서강대 국제한국학과 교수가 ‘한성도서의 경우 본문 여러 곳에서 오자(誤字)를 발견했지만 중앙서림에서는 오자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차이를 찾아낸 것이다. 두 판본이 동일한 지형(紙型)을 사용했다면 이러한 인쇄상의 오자 차이가 나오기가 어렵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한성도서 오자를 중앙서림에서 바로잡았다’고 확언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 권 교수는 “갑작스러운 죽음만큼이나 소월의 생애에는 남겨진 미스터리가 많다”고 말했다. 이번 문학콘서트에서는 ‘진달래꽃’의 초판본에 얽힌 미스터리 외에도 ‘김소월은 ‘창조’의 동인이 아니다’ ‘북한이 뒤늦게 소월의 출생과 사망 기록을 수정했다’ 등 소월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들도 소개한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소설가 양귀자가 1986년 발표한 연작 소설 ‘원미동 사람들’에는 1980년대 달동네 풍경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급속한 도시화 속에서 집값 싼 곳을 찾아 사람들은 하늘과 맞닿은 동네에 다박다박 모여든다. 어지럽게 이어진 골목길은 미로처럼 복잡하다. 좀체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서민들의 굴곡진 삶 같다. 소설을 읽으면 자연스레 원미동의 실제 모습이 궁금해진다. 경기 부천시 원미동에 가서 궁금증을 해소할 수도 없다. 30년 가까이 지난 세월 탓이다. 하지만 그림이라면? 화가 이영선이 소설 ‘원미동 사람들’을 모티브로 ‘소중한 기억’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비롯해 작품 4점을 그렸다. 하얀 캔버스 위에는 시침이 빠진 시계와 까맣게 타버린 나무, 빛바랜 신문 쪼가리(재벌을 포함한 경제 기사들이다)가 어지러이 흩어져 있다. 원미동은 하얀 회벽처럼, 빛바랜 신문처럼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듯하다. 소설이 화폭 속으로 들어갔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다음 달 1일까지 열리는 ‘문학과 예술의 새로운 모색-저작걸이展’. ‘원미동 사람들’을 비롯해 김홍신의 ‘대발해’, 박범신의 ‘외등’, 한승원의 ‘아제아제 바라아제’, 임영태의 ‘아홉 번째 집 두 번째 대문’, 전경린의 ‘첫사랑’, 홍명진의 ‘숨비소리’, 황정은의 ‘百의 그림자’ 등 소설 8편이 미술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이영선을 비롯해 공기평 김문석 김민주 김상열 김원용 박금화 최영진 등 화가 8명이 장르를 허무는 산고(産苦)를 통해 소설을 미술로 그려냈다. 박범신의 소설 ‘외등’에서 가냘픈 외등은 온갖 난관 속에서도 변치 않는 사랑을 표현한다. 주인공 서영우는 사랑하는 민혜주가 감금돼 있는 병원 창문 밖에서 손전등을 나무에 걸어놓고 쓸쓸히 죽어간다. 화가 김문석은 이를 모티브로 여러 개의 등이 땅에서 하늘로 솟아난 설치 작품 ‘외등’을 선보였다. 김문석의 외등도 소설처럼 사랑을 상징하지만 가냘프지도 쓸쓸하지도 않다.사진작가 최영진은 소설가 김홍신의 ‘대발해’를 캔버스에 옮겼다. 울트라크롬 잉크 프린트로 작업한 ‘해 2012-1’에는 발해의 상징인 삼족오가 등장한다. 수많은 작은 새들이 점점이 모여 거대한 삼족오를 이룬 게 이채롭다. 작은 민초들의 힘이 모이면 이렇듯 웅대해지는 걸까. 15, 16대 국회의원을 지냈던 김홍신은 전시회 팸플릿에 ‘대발해’의 집필 배경을 적었다. 중국의 동북공정에 분노하던 중 법륜 스님에게 “발해를 우리 민족사에 남기는 게 국회의원 열 번 하는 것보다 낫다”는 충고를 들었다는 내용이다. 2004년 의원 임기를 마치고 집필에 나선 김홍신은 2007년 ‘대발해’(전 10권)를 펴냈다. 박금화의 ‘바람에 꽃피는 언덕’은 한승원의 소설 ‘아제아제 바라아제’를 그린 작품이다. 꽃과 사람이 어울리는 몽환적 세계를 그렸는데 ‘가장 아름다운 꽃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 메시지는 한승원 소설의 주제의식과 통한다. 한승원은 ‘아제아제 바라아제’를 ‘소설로 쓴 화엄경’이라고 말했다. “화엄경은 꽃으로 우주를 장식하기를 가르치는 경전이다. 우리들의 삶은 한 송이 꽃이 되는 것이다.” 참여 작가이자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영선은 “문학과 미술이라는 다른 분야에서 독자적인 결과물을 만들던 창작 관행에서 벗어나 다양하고 입체적인 문화를 선보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사회 참여적인 문학조차 다문화 문제에는 소홀한 것 같습니다. 민족이나 노동자, 농민 문제를 다룬 작품은 많지만 다문화를 다룬 문학을 찾아보기는 여전히 힘든 실정입니다.” 하종오 시인(58·사진)은 10년 가까이 이주민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배타성을 꼬집는 시들을 발표해온 보기 드문 작가다. 2004년 시집 ‘반대쪽 천국’으로 시작해 ‘국경 없는 공장’ ‘아시아계 한국인들’ ‘입국자들’까지 한국에서 살아가는 이주민 삶의 날것을 가감 없는 시어로 담았다. 지난해 출간한 시집 ‘제국’에서는 외국으로 나간 한국인들의 삶과 한국에 온 이주민들의 삶을 대비해 풀어가며 다문화 문학의 확장을 시도하기도 했다. 23일 서울시청 인근의 카페에서 만난 시인은 우리 문학의 폐쇄성을 꼬집었다. 한국에서 사는 이주민과 그들의 2세가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하는 작가들의 시도가 적다는 것이다. “일부 작가가 한두 편씩 다문화 작품을 썼지만 꾸준히 활동하지는 않아요. 다문화 상황은 시간이 흐르면서 계속 바뀌는데 이런 변화에 대해 작가들이 다시 문제를 제기하는 노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다문화 문제를 다룬 작품들은 2000년대 중후반에 집중됐다. 박범신의 ‘나마스테’(2005년), 김려령의 ‘완득이’(2008년), 손홍규의 ‘이슬람 정육점’(2010년) 등이 저변을 넓히는 데 일조했다. 하지만 이후로는 화제가 된 다문화 작품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경재 숭실대 국문과 교수는 “2000년대 중반 다문화는 문단 트렌드였다. 초기에는 이주민에 대한 연민, 동정의 시선이었다가 이내 이주민들을 대등한 관계로 봐야 한다는 인식의 작품들이 나왔다. 지금은 그 다음 단계의 새로운 미학적 의식이 나오지 않아 작품이 뜸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진정한 다문화 문학은 무엇일까. 현재까지는 한국인(정주민)의 시선으로 외국인(이주민)을 본 작품들이 나왔다. 하지만 몇년 안에 ‘이주민의 눈으로 본 다문화 문학’이 등장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하 시인은 이 과정에서 “한글 중심주의를 탈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만간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나 성장한 작가들이 한국 문단에 나올 것이다. 걱정은 이들이 베트남어나 중국어 등 모계 언어로 한국에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폐쇄적인 한국 문단 상황에서 힘들지 않나 싶다.” 한국문학에 새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고명철 광운대 국어국문과 교수는 “한국문학은 한글로 써야만 한다는 생각이 관례처럼 굳어져왔다. 다문화가정 2세들이 외국어로 작품활동을 시작하는 시점이 되면 한국문학의 범주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지난주 제주에서 열린 제6회 한중작가회의에서는 중국 여성 작가가 낭독회를 앞두고 얼굴을 붉히는 일이 일어났다. 소설 분과에서 한국 소설가 권지예의 ‘유혹’을 낭독하기로 한 이 작가가 “읽기 민망하다”며 난색을 표한 것이다. ‘유혹’은 국내 한 석간신문에 연재될 당시 농도 짙은 성애 묘사로 화제가 됐으며 최근 전권(총 5권)이 완간됐다.이 중국 작가는 “이렇게 성적 표현을 할 수 있는 자유분방한 한국 분위기가 놀랍고 부럽고 충격적이다”고 말했다. 결국 이 작가는 권 씨의 양해를 얻어 원고의 일부분을 건너뛰고 낭독을 마쳤다.시 분과에서는 유부남의 내연녀를 뜻하는 ‘세컨드’란 표현이 화제가 됐다. 시인 김경미의 ‘나는야 세컨드’가 낭독되자 중국 시인들이 술렁였다. 김민정 시인은 “한국에서는 세컨드란 표현이 쓰인 지 오래돼 거부감이 덜하다. 하지만 중국은 세컨드란 말이 최근 사회문제가 됐고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여류 시인이 ‘나는 세컨드’라고 ‘고백’했으니 중국 시인들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는 것.중국 작가들에 따르면 중국엔 사전 검열제도가 있는데 노골적인 성적 묘사를 하거나 특정 신체 부위를 언급하면 책을 출간할 수 없다고 한다. 한 한국 작가는 낭독회가 끝난 뒤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한국의 솔직한 표현에 거부반응을 보였던 중국 작가들이 사석에서 만나서는 ‘너무 재미있다’ ‘중국에서 책으로 내고 싶다’고 얘기했다. 중국 작가들이 공식석상에서는 자유롭게 발언을 못하는 것 같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1984년 베스트셀러가 된 소설 ‘단(丹)’의 작가가 펴낸 신작 소설. ‘단’은 단학(丹學)과 기(氣) 수련 열풍을 이끌며 45만 부가 팔렸고, 당시 사회적 화제가 됐다. 하지만 순문학과는 거리가 있는 데다 ‘선도(仙道)로 남북통일을 이룰 수 있다’ ‘우리 영토가 캄차카 반도까지 이를 것’이라는 등의 내용은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 뒤 간간이 수필이나 시집을 냈던 작가가 “단 이후 쓰는 첫 소설”이라며 ‘소설 경(經)’을 선보였다. 출간 전 영국의 다국적 출판사 ‘놀리지 펜’과 판권 계약을 맺고 영국, 미국, 러시아, 일본,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7개국에서 출간하기로 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단’ 출간 이듬해 붓다의 명상법인 ‘위파사나’를 접하게 됐다는 작가는 인도, 네팔, 미얀마 등을 여행하며 불교를 공부했다고 한다. 이 작품에서는 붓다가 활동하던 기원전 4, 5세기를 배경으로 하늘에서 내려온 천인(天人) 부부가 붓다의 제자가 된 후 붓다 일행이 경험하는 기이한 일들을 풀어낸다. 불교뿐 아니라 유학과 기독교 사상까지 접목하며 독특한 시공간을 횡으로 종으로 엮어가는 장대한 스케일을 선보인다. 문체가 딱딱한 데다 사건을 나열하는 듯한 서사 구조는 아쉽다. 종교서적을 읽는 듯하다. 초고는 200자 원고지 1800장 분량이었지만 내용을 추가해 3400장으로 늘었다. 방대한 분량을 해설하기 위해 각주 456개와 후주 140여 쪽을 붙였다. 작가는 “문학의 가장 웅대한 주제인 자기구원(인간구원)의 문학을 추구했다”고 말했다. ‘단’과는 어떻게 다른지 물었더니 그는 이렇게 말했다. “단은 봉우 권태웅 선생의 구술을 내가 옮겨 적은 것에 불과해 ‘내 것’이 아니었다. 권 선생은 지독한 민족주의자였지만 나는 세계주의자다. (단에서 말한) 신통력 자체가 해탈이 아니다. 마음에 번뇌가 없어지고 깨끗해지는 게 중요하다. 이것을 말하고 싶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프랑스의 권위 있는 출판사 갈리마르는 지난해 아니 에르노의 작품을 모은 ‘삶을 쓰다’를 ‘콰르토(Quarto) 총서’의 하나로 펴냈다. 세상을 떠난 작가들의 작품을 다뤘던 이 총서에서 생존 작가의 작품을 다룬 것은 처음. 콧대 높은 갈리마르가 일흔이 넘은 프랑스 대표 여성 작가를 특별히 예우한 것이다. 12편의 자전적 소설을 한 권에 담았기에 그 분량이 1000쪽이 넘었다. ‘삶을 쓰다’에 담긴 소설 가운데 하나인 ‘남자의 자리’는 지난달 국내에 번역돼 단행본으로 나왔다. 노동자와 농민으로 평생 굽은 허리를 펴지 못하고 살았던 아버지의 지난한 인생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이번에 국내에 출간된 ‘한 여자’는 에르노가 자신의 어머니에게 바친 글이다. “전기(傳記)도, 소설도 아니다. 문학과 사회학, 그리고 역사 사이에 존재하는 그 무엇”이라고 작가는 이 책을 정의한다. ‘어머니가 4월 7일 월요일에 돌아가셨다. 퐁투아즈 병원에서 운영하는 노인 요양원에 들어간 지 두 해째였다. 간호사가 전화로 알려왔다.’ 작품의 시작은 낯익다. 얼핏 카뮈 ‘이방인’과도 비슷하지만 결국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로 시작하는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를 연상시킨다. 평생 자식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고, 자식이 작가로 성공한 다음에 서울이나 파리에서 ‘호강’을 누릴 수 있게 됐지만 결국 자기 몸에 맞는 옷 같지 않아서 평생 고생했던 시골을 떠나지 않았던 작가의 어머니들. 전쟁(제 2차 세계대전과 6·25전쟁)의 상흔 속에서 자식 뒷바라지에 여념이 없던 어머니들의 모습은 동서양이 다를 바 없다. 어머니들은 ‘딸은 나처럼 못 배우면 안 된다’고 교육에 열정을 바친다. 훌륭하게 성장한 딸이 대견하면서도 ‘나와는 식견이 다른 사람’이라는 자격지심에 어느덧 거리감을 갖게 되는 슬픈 현실이 펼쳐진다. 저자의 필체는 담담하다. 어머니의 죽음과 장례, 유품 정리, 그리고 작가 자신의 기억에 의존해 어머니의 생을 기록해간다. 식료품점, 카페를 운영하며 ‘억척어멈’으로 살았던 어머니는 괄괄하고 때론 자식에게 손찌검도 했지만 노년에는 한없이 연약해진다. 치매까지 걸린다. 정신을 잃은 어머니와 곁에서 그를 지켜보는 딸 사이의 악다구니들. 작가는 억지 눈물을 쥐어짜지 않는다. 스타카토처럼 딱딱 끊어 쓰는 단문과 사실의 나열을 통해 한 여자의 일생을 차분히 완성한다. 울면서 쓰지 않으려고 애쓴 듯한, 건조한 문장들이 오히려 더 슬프게 다가온다. 책장을 덮으면 가슴이 먹먹하다. 이렇게 ‘한 여자’에 대한 기록은 마감된다. “앞으로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다. 여자가 된 지금의 나와 아이였던 과거의 나를 이어줬던 것은 바로 어머니, 그녀의 말, 그녀의 손, 그녀의 몸짓, 그녀만의 웃는 방식, 걷는 방식이다. 나는 내가 태어난 세계와의 마지막 연결 고리를 잃어버렸다.” 세상 모든 딸들은 어머니를 ‘한 여자’로 보게 되면서 스스로 ‘어머니’가 됐음을 자각하는 것은 아닐까.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소설가 공지영 씨(49·사진)가 출간 계약을 어겼다는 이유로 6000여 만 원의 소송을 당했다. 홍보대행사 A사는 공 씨와 출판사 오픈하우스를 상대로 6000여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고 24일 밝혔다. A사는 “공 씨와 오픈하우스가 지난해 말까지 유럽 여행기를 담은 책을 내기로 해 항공료와 진행비 등을 썼지만 결국 책이 나오지 않아 금전적 손해를 봤다”며 “1700여만 원의 여행 경비를 비롯해 계약 파기로 인한 손실을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공 씨는 시인 2명과 함께 지난해 6월 3주간 유럽 7개국을 여행하고 돌아왔다. 공 씨는 같은 해 8월 출간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본보는 이날 공 씨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