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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46·수감 중)이 올 6월 초 검찰에서 “강기정 당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에게 줄 ‘인사비’ 5000만 원을 이강세 전 스타모빌리티 대표에게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검찰은 김 전 회장과의 면담 과정에서 들은 얘기라는 이유로 진술 조서에는 남기지 않았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는 올 6월 18일 횡령 혐의 등으로 체포된 이 전 대표로부터 “지난해 7월 28일 오후 청와대 사무실에서 당시 강 수석을 만났고 라임을 도와달라고 했다. 돈을 준 적이 없다”는 진술을 받아 처음 강 전 수석의 이름을 조서에 남겼다. 이 전 대표는 “강 수석을 만나기 전에 호텔에서 김 전 회장과 만나 5000만 원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검사의 질문에는 “김 전 회장을 만나지 않았다. 강 수석을 만난 뒤 김 전 회장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사전에 만나거나 돈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구속된 뒤인 올 6월 24일 검찰 조사에서는 “강 수석을 청와대에서 만나기 하루 전인 지난해 7월 27일 김 전 회장을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고 진술을 바꿨다. 이 전 대표는 검사가 휴대전화 송수신 및 택시 결제 명세 등을 제시한 뒤에야 “강 수석과 면담하는 일을 설명하려고 만났다”며 호텔 만남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는 “(횡령 혐의로 도피 중인) 김 전 회장과 왜 직접 만났느냐”는 검사의 추궁 끝에 “그 자리에서 1000만 원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이 전 대표는 “1000만 원은 (김 전 회장이) 같은 달 말 라임 관련 기자회견에 기자들을 모아달라며 준 돈”이라며 “강 수석과 관련이 없다”고 했다. 검찰은 올 6월 29일에는 대질 조사를 했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지난해 7월 27일 서울의 호텔에서 만나 돈을 주고받은 사실과 이튿날 이 전 대표가 강 수석과 청와대에서 만나 라임에 대한 구명을 시도한 사실을 모두 시인했다. 하지만 이 전 대표가 받은 돈의 액수와 용처를 두고는 입장이 갈렸다. 김 전 회장은 “강 수석에게 줄 인사비로 백화점 쇼핑백에 현금 5000만 원을 담아 접어서 안이 보이지 않게 건넸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기자회견에 쓸 현금 1000만 원이 든 편지봉투 2개를 받았다”고 맞섰다. 검찰은 올 7월 이 전 대표를 기소한 뒤 강 전 수석을 한 차례도 대면 조사하지 않았다. “이 전 대표 진술이 거듭 바뀌고 있는데도 검찰이 추가 수사에 나서지 않는 건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 수사”라는 비판도 검찰 안팎에서 나온다. 올 8월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이 전 대표를 수사한 나의엽 부부장검사는 금융위원회 파견으로 전보됐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이 문제를 계속 파고들면 결국 여권에 도움이 안 될 거라고 판단한 것 아니냐.”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 펀드 사기 의혹 수사 내용을 잘 알고 있는 한 검찰 관계자는 한 달 전 본보 기자에게 “검찰이 여러 진술을 받고도 수사로 돌파해 나가지 못하더라”며 이같이 말했다. 옵티머스 김재현 대표나 사내이사인 윤모 변호사 등이 당초 예상과 달리 검찰 수사에 협조적이었는데도 로비 의혹을 규명할 입구(入口) 단계에서 검찰이 주저했다는 것이다. 그사이 수사 핵심 인물들이 하나둘씩 잠적하면서 “검찰이 오히려 의혹을 부풀리는 빌미를 줬다”는 비판이 나온다.○ 로비 내역 등 자필 진술서, 올 7월 검찰 확보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는 올 7월 초 김 대표 등 옵티머스 사건 주범 등을 1차적으로 구속한 후 숨 가쁘게 움직였다. 이 시기 김 대표, 윤 변호사, 유모 스킨앤스킨 고문 등이 일부 로비 의혹을 적극적으로 진술했기 때문이다. 사건 변호인 등에 따르면 윤 변호사는 검찰의 추궁에 30쪽 분량의 자필 진술서 등을 토대로 옵티머스의 로비 의혹에 대한 단서를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도 검찰이 준비된 의혹을 차근히 추궁해나가자 로비 의혹을 일부 인정했다고 한다. 옵티머스 펀드 판매를 위해 NH투자증권 정영채 대표에게 접촉을 시도한 단서나 여권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 단서도 확보했다고 한다. 씨앤그룹 재무총괄을 지낸 정영제 전 옵티머스대체투자 대표는 앞서 2009년 농협중앙회 심사역에게 대출 로비를 벌이는 등 금융권과 정치권에 폭넓은 인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등 여권을 상대로 한 로비 창구로는 신모 씨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서울중앙지검 조사부 수사팀은 이를 수뇌부에 신속히 보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고 한다. 법조계에선 “정 전 대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로비 수사가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최근 두 달여를 되돌아보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의 수사 의지가 있었다는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김 대표의 일부 진술은 피의자 신문조서가 아니라 면담 기록 등으로만 남았다. 검찰은 자산 추징 보전 등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다가 올 9월 검찰 중간간부 인사가 단행된 뒤에야 수사팀을 보강했다. 특히 여권 인사들이 거론된 ‘펀드 하자 치유’ 문건 등이 뒤늦게 공개되면서 로비 의혹에 대한 부실 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서울중앙지검은 최근에야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로비 의혹이 적힌 문건 등을 뒤늦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 정 전 대표 등 체포영장 받아 추적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팀이 진술의 신빙성을 더 점검하려 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펀드 사기 사건의 본체부터 매듭지은 뒤 2차 수사에 나서려 했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지금이 어느 시기인데 사건을 뭉갤 수 있느냐. 로비 의혹을 계속 수사해왔다”며 “경제범죄형사부로 사건을 재배당한 것은 강력한 수사 의지의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조서 누락 논란에는 “수사 보안을 위해 외부에 공개될 수 있는 피의자 신문조서에 관련 내용을 넣지 않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하지만 검사들 사이에서는 “절반만 맞는 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수사가 2개월가량 공전하면서 정 전 대표 등 사건 핵심 관계자들이 잠적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당시 서울중앙지검의 관계자는 “수사 중인 내용이라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지검장은 본보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사건을 재배당받은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주민철)는 현재 정 전 대표를 추적하면서 옵티머스 자금 흐름을 정밀 분석하고 있다. 검찰은 옵티머스 펀드자금이 여러 곳을 거친 뒤 셉틸리언을 통해 뭉칫돈이 빠져나간 단서를 잡고 추적 중이다. 정 전 대표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신병 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고도예 yea@donga.com·장관석·황성호 기자}

4·15국회의원 총선거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던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윤건영 이수진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당 의원들이 줄줄이 무혐의 처분을 받은 데 이어 같은 당 양향자 의원도 불기소 처분을 받은 것으로 8일 확인됐다. 광주지검은 유권자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며 양 의원에 대한 지지를 호소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양 의원의 전 후원회장 A 씨 등 5명을 7일 기소하면서 양 의원에 대해선 무혐의로 종결했다. 검찰은 “실무진 선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양 의원 측 주장을 뒤집지 못했다. ○ 공소시효 앞두고 잇달아 ‘증거 불충분 무혐의’ 4·15총선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공소시효 완성일(10월 15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검찰이 ‘증거 불충분에 따른 무혐의’ 결정을 내리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국회 의석이 174석(전체 의석의 58%)인 민주당이 부실 수사에 따른 반사효과를 더 많이 누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남부지검은 ‘지역구 물려주기’ 혐의를 받았던 박영선 장관과 윤건영 의원에 대해 최근 무혐의로 처분하면서 박 장관에 대한 출석조사 없이 사건을 종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을 두고 “수사팀 일각에서 기소 의지가 강력했다”는 말이 여전히 나오고 있다. 선거 공보물에 허위 사실을 기재한 혐의로 고발됐던 고민정 의원의 불기소 이유에 대해 서울동부지검은 “말해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검찰은 호별 방문을 통해 선거운동을 한 혐의를 받았던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에 대해선 무혐의 처분을, ‘경비원 명절 떡값’ 논란을 빚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기소유예 처분했다. 같은 당 홍석준 의원과 이채익 의원은 각각 자원봉사자를 동원해 홍보전화를 돌린 혐의와 상대 후보를 북한 김정은 부자에 빗댄 혐의로 기소됐다. 최종적으로 기소될 의원들의 여야 비율에도 관심이 쏠린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33명이 기소됐다. 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 16명,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11명, 국민의당 4명, 무소속 2명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의도적으로 특정 여당을 봐준다는 건 있을 수 없다. 공직선거법 사건은 전국 모든 지역에서 처분의 통일성을 유지해야 해 특정 인사에게 유리하게 처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거대 여당’의 위세에 눌린 검찰이 여당 인사들에게 상대적으로 관대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검찰 내부에서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8월 검찰 인사로 수사 동력 약화 선거 사건 담당 검사들 사이에서는 검찰에서 경찰 수사 결과를 뒤집거나 추가 혐의를 규명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외부 선거운동이 급감했고 ‘금품 살포’ 사례도 줄어 사건 기록의 두께가 예전만 못하다는 말이 많다. 여기에 수사가 한창이던 7, 8월 검사장 및 중간간부 인사가 단행되면서 수사 흐름이 끊긴 것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공직선거법 사건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았던 민주당의 한 보좌진은 본보 기자에게 “처음에는 검사가 두 번이나 조사받으러 오라고 성가시게 굴더니 8월 검찰 인사 후에는 특별히 소식이 없었다. 나중에 보니 무혐의로 끝났다”고 말했다. 총선 전인 올 2월 윤석열 검찰총장은 전국 18곳 지검장 및 선거담당 부장검사 회의를 열어 “선거범죄에 엄정하고 단호하게 대처하라”고 강조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윤 총장의 의지와 달리 이번 선거 사건 수사는 어느 때보다 조용하게 넘어갈 것 같다”고 말했다.장관석 jks@donga.com·고도예 기자}
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로 알려진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46·수감 중)이 라임의 구명 로비를 위해 “강기정 당시 대통령정무수석에게 줄 인사비 5000만 원을 이강세 전 스타모빌리티 대표에게 건넸다”고 8일 법정에서 증언했다. 김 전 회장은 이날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이환승)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표에 대한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지난해 7월 27일 저녁 서울 강남구 한 호텔 커피숍에서 이 전 대표를 만나 쇼핑백에 든 현금 5000만 원을 건넸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은 “같은 날 이 전 대표로부터 ‘내일 청와대 수석을 만나기로 했는데 인사비가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고 호텔에서 만났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전 대표가 (강 전 수석을 만난 뒤) ‘인사하고 나왔다’고 연락을 해와 돈이 전달된 것으로 이해했다”며 “이 전 대표로부터 ‘수석이란 분이 김상조 실장에게 직접 전화해서 화내듯이 강하게 말했다’고 전해 들었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지난해 7월 27일 오후 8시 28분경 서울 강남구 한 호텔 커피숍에서 이 전 대표를 1시간 동안 만난 사실을 택시 결제 내역 등을 통해 확인했다. 이 전 대표가 같은 날 오전 강 전 수석과 통화한 뒤 곧바로 김 전 회장에게 전화를 건 통신 기록도 확보했다. 이 전 대표가 호텔 만남 다음 날 오후 청와대 집무실에서 강 전 수석을 면담한 사실도 검찰 수사로 밝혀졌다. 검찰은 이 전 대표가 이 면담 후 강 전 수석으로부터 받은 개인 이메일 주소로 라임 측 입장 자료 4건을 전달한 사실도 확인했다. 김 전 회장은 수사 초기부터 강 전 수석에게 5000만 원을 줬다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김 전 회장은 검찰에서 “지난해 7월 라임사태 관련 언론 보도가 나온 뒤 정관계 로비를 위해 국회 정무위 소속 의원을 만나기도 했다. 그러던 중 ‘더 센 카드’인 강 전 수석에게 빨리 해보자고 얘기한 것이다”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이 전 대표는 6월 구속 직후 검찰에서 “김 전 회장과 호텔에서 만난 적이 없다”고 주장하다 검사가 증거를 들이밀자 결국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는 “김 전 회장을 만나 이튿날 강 전 수석과 만나는 일을 얘기했고 1000만 원을 건네받았다. 하지만 라임 관련 기자회견에 기자들을 모아달라는 이유로 받은 돈이고 강 전 수석과는 관련이 없다”며 강 전 수석에게 돈을 전달한 의혹은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강 전 수석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김 전 회장 진술 등을 토대로 이 전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에 대해 강 전 수석은 “금품 수수 내용은 완전한 사기, 날조”라며 “금품 수수와 관련해 한 치의 사실도 없으며 민·형사를 비롯해 할 수 있는 모든 법적 대응을 강력히 취하겠다”고 부인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로 알려진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46·수감 중)이 라임에 대한 구명 로비 과정에서 “강기정 당시 대통령 정무수석에게 줄 인사비 5000만 원을 이강세 전 스타모빌리티 대표에게 건넸다”고 8일 법정에서 증언했다. 김 전 회장은 이날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이환승)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표에 대한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지난해 7월 27일 저녁 서울 강남구 한 호텔 커피숍에서 이 전 대표를 만나 쇼핑백에 든 현금 5000만 원을 건넸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은 “이 전 대표가 이튿날 청와대에서 강 전 수석을 만날 예정이라고 인사비를 달라고 했다”며 “이 전 대표가 강 수석을 만난 뒤 (나에게) 금품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이어 “이 전 대표로부터 ‘(강 전 수석이) 김상조 실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라임 측의) 억울한 면을 강하게 말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증언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김 전 회장과 이 전 대표가 지난해 7월 27일 오후 8시 28분경 서울 강남구 한 호텔 커피숍에서 1시간 동안 만난 사실을 호텔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확인했다. 검찰은 이 전 대표가 같은 날 오전 강 수석과 통화한 뒤 곧바로 김 전 회장에게 전화를 건 통신 기록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는 6월 구속 직후 검찰에 “김 전 회장과 호텔에서 만난 적이 없다”고 주장하다 검사가 제시한 택시 결제 내역 등을 본 뒤 만난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이 전 대표로부터 “강 수석 면담 하루 전 김 전 회장을 만나 1000만 원을 받았다” 진술을 확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강 전 수석은 “금품수수 내용은 완전한 사기, 날조”라며 “금품 수수와 관련해 한 치의 사실도 없으며 민·형사를 비롯해 할 수 있는 모든 법적 대응을 강력히 취하겠다”고 부인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4·15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던 여당 국회의원과 현직 장관에게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서울남부지검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대통령국정기획상황실장)을 상대로 제기된 이른바 ‘지역구 물려주기’ 의혹 고발 사건을 최근 무혐의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의원은 지난해 12월 25일과 올 1월 1일 서울 구로을 총선 예비후보로 등록하지 않고, 당시 지역구 의원이던 박 장관과 함께 교회 신도 등 유권자에게 인사를 하고 오찬을 하며 지지를 부탁했다는 의혹으로 고발됐다. 야당은 고발장을 통해 윤 의원이 사전선거운동 금지 조항을 위반했고, 박 장관은 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해당 모임 참석자, 박 장관을 서면 조사하며 법리 검토를 거듭해왔다. 한때 수사팀 내부에서 “일부 인사에 대해선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공소시효 완성(10월 15일) 한 달여를 앞둔 9월 3일자 검찰 중간간부 인사로 담당 검사가 교체됐다. 후임 수사팀이 사실상 원점에서 기록을 검토하면서 수사 강도와 동력이 떨어졌다. 공안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모임 참석자 등이 윤 의원과 박 장관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가능성이 희박한 점에서 실체 관계를 파헤치려면 강력한 수사가 필요했는데 검찰 인사로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박 장관에 대한 출석 없이 마무리했다면 수사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 동작을에서 나경원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후보와 맞붙은 이수진 민주당 의원에 대한 공직선거법 고발 사건도 무혐의로 처분했다. 이 의원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법원행정처에서 ‘법관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실이 없는데도 ‘사법농단 피해자’라고 주장해 논란이 됐다. 검찰은 허위사실 공표가 아니라고 결론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광진을 지역구에서 맞붙었던 고민정 민주당 의원과 미래통합당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 대해서도 각각 불기소 결정이 내려졌다. 서울동부지검은 선거법상 특정 후보를 지지할 수 없는 주민자치위원의 발언이 담긴 선거 공보물을 유권자 8만여 가구에 배포한 혐의로 고발된 고 의원을 무혐의 처분했다. “고 의원이 공보물 문구 표현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는 관련자의 진술을 그대로 받아들인 검찰은 무혐의 처분 이유는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논란이 된 공보물 제작을 김모 서울시의원이 주도했다고 보고 김 의원을 기소했다. 김 의원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보좌관 출신이다. 검찰은 설이나 추석 명절에 아파트 경비원과 미화원 등 총 5명에게 120만 원대 금품을 건넨 혐의로 고발된 오 전 시장에 대해서는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 기소유예는 혐의가 일부 인정되지만 재판에 넘기지는 않는 처분 중 하나다. 고도예 yea@donga.com·장관석 기자}

정부가 임신 초기인 14주까지 낙태를 전면 허용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7일 입법 예고한다. 임신 15주부터 24주까지는 극히 제한적이던 낙태 허용 조건이 완화되고 25주부터는 종전대로 어떠한 경우에도 낙태를 하면 처벌받도록 했다. 국무조정실은 법무부와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 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이 같은 개정안을 마련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4월 낙태죄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하며 올해 말까지 관련 형법 조항을 개정하도록 한 지 1년 6개월 만이다. ○ 임신 14주까지는 낙태 무조건 허용 6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낙태를 한 임부(姙婦)와 의사를 각각 처벌하도록 한 형법 조항을 개정해 임신 14주까지는 제한 없이 낙태를 허용하는 것이다. 이 기한까지는 어떤 이유로든 낙태를 해도 처벌받지 않는다. 또 성범죄에 따른 임신이나 혈족 간 임신, 유전적 질환이 있는 경우 임신 2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현행 모자보건법을 일부 개정해 아이를 기를 수 없는 사회·경제적 이유를 소명한 때에도 낙태가 가능하도록 했다. 정부가 임신 14주를 낙태 허용 기준으로 정한 것은 이 시기까지는 태아가 사고를 하거나 자아를 인식할 수 없다는 세계보건기구(WHO)와 국내외 의료계의 연구 결과에 따른 것이다. 또 수술 방법이 비교적 간단해 낙태로 인한 합병증이나 모성사망률이 현저히 낮다. 태아의 기형 여부나 성별을 알 수 없고, 여성이 임신 사실을 알게 된 후 충분한 숙고기간이 필요하다는 점도 고려했다. 헌재가 지난해 4월 “모든 낙태를 금지하는 것은 태아 생명 보호라는 공익에 대해서만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한다”는 판단과 함께 제시한 가이드라인도 정부 개정안에 반영됐다. 당시 헌재는 각계 전문가들의 조언을 토대로 임신 기간(40주)을 1기(1∼14주), 2기(15∼28주), 3기(29∼40주) 등 3개 기간으로 구분했다. 1기까지는 임부의 자기 결정권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는 게 이들 재판관의 의견이었다. 당시 다수의견 재판관 7명 가운데 헌법 불합치 의견을 낸 4명은 “태아가 독자 생존이 가능한 임신 22주 이내에는 국가가 일정 요건을 정해 낙태 허용 여부를 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낙태죄 단순 위헌 의견을 냈던 재판관 3명은 “임신 14주까지는 아무런 제한 없이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외에서는 임신 12∼16주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국가가 많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1973년 임부의 낙태 권리를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에서 임신 기간을 3개 구간으로 나눈 뒤 제1기(1∼12주)에는 여성의 낙태를 허용해야 하고, 2기(13∼24주)에는 국가가 낙태 절차에 조건부로 관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결정했다. 독일 덴마크 이탈리아 스페인 등은 임신 12주까지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영국은 의사 2명의 동의를 얻은 경우 임신 24주까지 낙태 수술을 허용하고 있다.○ 소득 불안정 등 사회·경제적 사유 낙태도 허용 정부 개정안에 따르면 임신 15주부터 24주까지는 임부가 합당한 사유를 소명하면 ‘조건부’로 낙태를 할 수 있다. 대신 낙태 가능 사유의 범위가 예전보다 넓어진다. 현행 모자보건법은 임부 자신이나 배우자가 유전병, 전염병을 앓고 있을 때, 성폭행을 당해 임신했을 때, 혈족 혹은 인척 사이에 임신을 했거나 임부의 건강이 위독할 때 등 5가지 경우에 한해 낙태를 허용해 왔다. 정부는 이 법을 개정해 아이를 낳거나 기르기 어려운 형편인 여성도 낙태를 할 수 있도록 허용 범위를 넓혔다. 개정안에는 임신 15∼24주인 여성이 출산하기 어려운 사회·경제적 사유가 있을 경우 보건소 등 지정 기관에서 상담을 받은 뒤 숙려기간을 거쳐 낙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현행법이 사회적 경제적 사유로 인한 낙태를 인정하지 않아 임신부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헌재 재판관들의 지적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헌재는 낙태죄에 대해 헌법 불합치로 결정하면서 “현행 모자보건법에서 정한 낙태 예외 사유는 매우 제한적이고 한정적”이라며 “소득이 불안정하거나, 양육을 위하여 어느 일방이 휴직하기 어려운 경우, 결혼하지 않은 미성년자가 원치 않은 임신을 한 경우 등 사회적 경제적 사유로 낙태를 갈등하는 여성이 임신과 출산을 강제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도예 yea@donga.com·배석준·김상운 기자}

개천절인 3일 경찰이 보수단체의 도심 집회를 막기 위해 서울 광화문광장과 시청 앞 서울광장을 경찰버스로 둘러싸 만든 ‘차벽’을 두고 찬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4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불법행위는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며 한글날 집회도 원천 봉쇄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보수단체는 “과잉대응일 뿐만 아니라 집회 결사의 자유를 제한했다”며 반발했다. ○ “감염병으로부터 국민 지키는 안전 펜스” 경찰은 3일 180개 부대 1만1000여 명을 투입해 광장 일대를 에워싸고 시민의 통행을 막았다. 서울 전체에 경찰버스 500여 대가 투입됐는데,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 주변을 ‘차벽’으로 둘러쌌다. 차벽에만 300여 대가 동원됐다. 불심검문도 삼엄했다. 서울광장에서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까지 약 500m 거리에서 경찰 검문이 4, 5차례씩 이뤄졌다. 서울 외곽부터 도심으로 들어오는 길목에서는 차량 검문소 90곳이 운영됐다. 허가 없이 ‘드라이브스루’ 집회에 참가하려는 차량의 진입을 막기 위해서였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검문소에서 귀가 조치한 ‘미신고’ 집회 차량은 30여 대에 이른다”고 전했다. 3일 오전 10시 반경 서울 용산구 한남대교 북단에 마련된 검문소. 한 보수단체의 스티커를 부착한 차량 한 대가 들어서자 경찰이 진입을 막았다. 운전자의 면허를 조회한 결과 신고된 집회 참여자가 아니었다. 경찰은 운전자에게 “감염병 예방을 위해 집합금지명령이 내려졌다”며 귀가를 종용했다. 경찰은 차벽과 검문은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개천절에 10인 이상 집회를 예고한 단체만 19개에 이르러 얼마나 많은 인파가 몰릴지 모르는 상황이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부터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경찰청도 4일 “개천절 집회는 대규모 결집 없이 마무리됐다. 앞으로도 불법행위는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권리 침해한 정치적 목적의 과잉 대응” 보수단체 등은 강하게 반발했다. 개천절 당일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다가 금지 통고를 받은 ‘8·15비상대책위원회’는 3일 기자회견 형태로 모여 “집회·결사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비난했다. 이 단체의 최인식 사무총장은 “경찰이 기자회견조차 진행을 제지해 다툼이 벌어졌다.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법”이라며 “현 정부에 반대하는 소수를 잡으려고 이렇게 많은 공권력을 투입하는 건 과잉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단체 인원은 4명이었으나, 이들 주위를 경찰 수십 명이 둘러쌌다. 개인적으로 집회에 참가하려던 시민들도 곳곳에서 경찰과 실랑이를 벌였다. 이날 오후 4시경 한 60대 남성은 서울 종로구 청진동에서 “왜 경찰이 국민의 주권을 가로막느냐”며 바리게이트를 뚫으려 시도하다 경찰 40여 명에 가로막혔다. 법조계에선 경찰이 버스 차벽을 세워 일반 시민의 통행까지 막은 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헌법재판소 연구관 출신의 A 변호사는 “방역이란 정당한 목적으로 집회를 제한했더라도 그 방법이 과하지 않았는지는 따져봐야 한다”며 “광화문광장 등 도심 일대를 전부 차벽으로 막고 ‘드라이브스루’ 집회까지 막은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헌재는 2011년 서울광장을 차벽으로 에워싸는 조치에 대해 “개별 집회의 금지나 해산으로는 막을 수 없는 급박하고 중대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취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수단”이라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이소연 always99@donga.com·고도예·김소영 기자}

개천절인 3일 경찰이 보수단체의 도심 집회를 막기 위해 서울 광화문광장과 시청 앞 서울광장을 경찰버스로 둘러싼 ‘차벽’을 두고 찬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4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불법행위는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며 한글날 집회도 원천 봉쇄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보수단체는 “과잉대응일 뿐만 아니라 집회 결사의 자유를 제한했다”며 반발했다. ●“감염병으로부터 국민 지키는 안전 펜스”경찰은 3일 180개 부대 1만1000여 명을 투입해 광장 일대를 에워싸고 시민의 통행을 막았다. 서울 전체에 경찰버스 500여 대가 투입됐는데,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 주변을 ‘차벽’으로 둘러쌌다. 차벽에만 300여 대가 동원됐다. 불심검문도 삼엄했다. 서울광장에서 지하철5호선 광화문역까지 약 500m 거리에서 경찰 검문이 4, 5차례씩 이뤄졌다. 서울 외곽부터 도심으로 들어오는 길목은 차량 검문소 90곳이 운영됐다. 허가 없이 ‘드라이브스루’ 집회에 참가하려는 차량의 진입을 막기 위해서였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검문소에서 귀가 조치한 ‘미신고’ 집회 차량은 30여 대에 이른다”고 전했다. 3일 오전 10시반경 서울 용산구 한남대교 북단에 마련된 검문소. 한 보수단체의 스티커를 차량에 부착한 차량 한 대가 진입하자 경찰이 진입을 막았다. 운전자의 면허를 조회한 결과 신고된 집회 참여자가 아니었다. 경찰은 운전자에게 “감염병 예방을 위해 집합금지명령이 내려졌다”며 귀가를 종용했다. 경찰은 차벽과 검문은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개천절에 10인 이상 집회를 예고한 단체만 19개에 이르러 얼마나 많은 인파가 몰릴지 모르는 상황이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부터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경찰청도 4일 “개천절 집회는 대규모 결집 없이 마무리됐다. 앞으로도 불법행위는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권리 침해한 정치적 목적의 과잉 대응”보수단체 등은 강하게 반발했다. 개천절 당일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다가 금지 통고를 받은 ‘8·15비상대책위원회’는 3일 기자회견 형태로 모여 “집회·결사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비난했다. 이 단체의 최인식 사무총장은 “경찰이 기자회견조차 진행을 제지해 다툼이 벌어졌다.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법”이라며 “현 정부에 반대하는 소수를 잡으려고 이렇게 많은 공권력을 투입하는 건 과잉 대응”이라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단체 인원은 4명이었으나, 이들 주위를 경찰 수십 명이 둘러쌌다. 개인적으로 집회에 참가하려던 시민들도 곳곳에서 경찰과 실랑이를 벌였다. 이날 오후 4시경 한 60대 남성은 서울 종로구 청진동에서 “왜 경찰이 국민의 주권을 가로막느냐”며 바리게이트를 뚫으려 시도하다 경찰 40여 명에 가로막혔다. 법조계에선 경찰이 버스 차벽을 세워 일반 시민의 통행까지 막은 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헌재 연구관 출신의 A 변호사는 “방역이란 정당한 목적으로 집회를 제한했더라도 그 방법이 과하지 않았는지는 따져봐야 한다”며 “광화문 광장 등 도심 일대를 전부 차벽으로 막고 ‘드라이브 스루’ 집회까지 막은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헌법재판소는 2011년 서울광장을 차벽으로 에워싸는 조치에 대해 “개별 집회의 금지나 해산으로는 막을 수 없는 급박하고 중대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취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수단”이라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서○○랑 연락 취해주세요.”(추미애 법무부 장관) “바로 통화했습니다. 내부검토 후 연락 주기로 했습니다.”(보좌관 최모 씨) 서울동부지검은 28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서모 씨 휴가 특혜 의혹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추 장관과 당시 보좌관 최모 씨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일부 공개했다. 그동안 추 장관이 국회에서 “보좌관에게 부대에 연락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수차례 했던 발언과는 정반대의 수사 결과다. 두 사람의 대화에는 추 장관이 최 씨에게 서 씨 휴가 관련 지시를 하고 조치 결과를 보고받은 정황이 담겨 있다. 하지만 검찰은 26일 추 장관에 대해 한 차례 서면조사한 뒤 “청탁에 관여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시키지 않았다”더니 아들 휴가 보좌관과 대화 검찰에 따르면 2017년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추 장관은 당시 보좌관 최 씨와 그해 6월 14일과 21일 아들 휴가 연장과 관련해 카카오톡 대화를 했다. 14일은 서 씨의 1차 병가 마지막 날이며 21일은 서 씨의 2차 병가가 끝나기 이틀 전이었다. 최 씨가 서 씨의 상급부대 장교인 미2사단 지역대 지원장교 김모 대위에게 전화를 해 휴가 연장을 문의했던 것도 바로 두 날이다. 추 장관과 최 씨의 카카오톡 대화 역시 정확히 이 두 시점에 이뤄졌다. 추 장관이 서 씨의 휴가 일정을 인지하고 있었고 휴가 연장 경과를 챙겨보고 있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 씨는 14일 오후 4시 20분 추 장관에게 “서○○(아들) 건은 처리했습니다”라고 보낸 뒤 두 시간쯤 지난 오후 6시 16분 “소견서는 확보되는 대로 추후 제출토록 조치했습니다”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추 장관은 21일 김 대위의 휴대전화 연락처를 최 씨에게 직접 보내기도 했다. 그런 뒤 “서○○랑 연락 취해주세요”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최 씨는 “네 바로 통화했었습니다. 지원장교에게 예후를 좀 더 봐야 해서 한 번 더 연장해 달라고 요청해 놓은 상황입니다. 예외적 상황이라 내부 검토 후 연락주기로 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추 장관은 그동안 국회에서 서 씨의 휴가 연장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반복해왔다. 추 장관은 지난해 12월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부터 아들의 휴가 미복귀를 무마시켰다는 의혹에 대해 “(내가) 관여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추 장관은 이달 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는 보좌관이 부대 측에 전화를 걸어 압박한 것 아니냐는 질의에 “보좌관에게 그런 사실을 시킨 바가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1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는 “제가 보좌관에게 전화를 걸라고 시킨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추 장관의 기존 주장과 배치되는 증거가 수사 과정에서 확보됐지만 서 씨의 휴가 연장 과정에 추 장관이 개입한 의혹에 대해선 26일 서면조사만 한 차례 하는 데 그쳤다. 추 장관은 이 조사에서도 “보좌관에게 상황을 확인해 달라고만 했을 뿐 병가 연장과 관련해 지시한 사실은 없다. 보좌관이 (내가) 알아둬야 할 내용을 알려준 것”이라고 진술했다. 검찰은 이 같은 진술 등을 토대로 “추 장관이 청탁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뚜렷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위계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를 불기소 처분했다. ○ “아들이 당직사병 전화 안 받았다”더니 이것도 거짓말 서 씨 관련 의혹을 최초 제기한 당직사병 A 씨의 주장도 검찰 수사 결과 사실로 파악됐다. A 씨는 2017년 6월 25일 서 씨의 부대 미복귀 사실을 파악해 서 씨에게 복귀하라고 전화를 했는데 곧 상급부대 대위가 찾아와 서 씨에 대한 휴가 처리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서 씨 측은 그동안 “당시 A 씨와 통화한 적이 없다”며 “근거 없이 떠도는 이야기를 마치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처럼 옮기는 ‘n차 정보원’의 전형적인 예”라고 비판했다. 검찰에 따르면 서 씨는 A 씨로부터 부대 복귀 연락을 받은 뒤 보좌관 최 씨에게 부탁해 김 대위와 휴가 처리 관련 통화를 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김 대위는 A 씨에게 서 씨를 휴가 처리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이 추 장관과 아들 서 씨, 최 씨 등을 무혐의 처분한 것에 대해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보좌관이 처리 결과를 추 장관에게 보고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사전 지시 여부를 면밀히 확인해야 하는데 그럴 의지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결과를 보면 서 씨가 부대로부터 병가 연장을 거절당한 뒤 또다시 보좌관에게 부탁해 부대에 전화를 넣도록 했다. 이 자체로 ‘안 되는 것을 되게 해 달라’고 청탁을 한 것인데 이 점이 간과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고도예 yea@donga.com·배석준·위은지 기자}

50년 넘게 서울의 철거민과 빈민 등을 위한 사회운동을 해온 뉴질랜드 출신의 안광훈 신부(78·로버트 존 브레넌·사진)가 대한민국 국적을 갖게 됐다. 법무부는 24일 안 신부에게 특별공로자 국적증서를 수여하면서 “안 신부가 사회적 약자를 위해 평생 헌신해왔다”고 설명했다. 1941년 뉴질랜드 출생인 안 신부는 1965년 사제품을 받고 이듬해인 1966년 국내로 입국했다. 안 신부는 1969년 강원 정선본당에 부임해 탄광촌 주민들을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안 신부는 목동 재개발로 쫓겨난 철거민들을 위해 성당 건물을 내주고 서울 강북구 지역 주변 달동네가 철거될 위기에 놓일 때마다 임시 이주단지를 마련하는 등 50여년 간 사회적 약자를 위해 봉사해왔다. 안 신부는 이날 “한국은 제2의 고향이 아니라 고향 그 자체이며, ‘이방인’이 아닌 ‘온전한 한국인’으로 살게 돼 자랑스럽다”고 했다. 특별공로를 인정받은 안 신부는 뉴질랜드 국적을 포기하지 않고도 대한민국 국적을 함께 가질 수 있다.고도예기자 yea@donga.com}

최근 상정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개정안에 대해 대법원은 “일부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반대 의견을 냈다. 24일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실 등에 따르면 대법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최근 A4용지 13쪽 분량의 ‘공수처법 개정안 검토의견서’를 제출했다. 대법원은 이 의견서를 통해 “공수처장 추천위원회의 구성 등은 입법부 소관”이라면서 “우리 헌법 정신과 가치에 부합하는 수사기관의 본질적 권한과 책무, 고위공직자 범죄 척결을 위한 수사기관 간 견제와 균형의 원칙 등이 실체적·절차적으로 손상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수사관 인원 파견, 공수처장의 직무 권한, 공무원의 고발 의무 등에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개정안이 공수처 수사관 인원을 기존 ‘40명 이내’에서 ‘50명 이상 70명 이하’로 늘리고 검찰로부터 인원 제한 없이 파견받도록 한 것에 대해 대법원은 “조직이 비대해질 수 있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에는 “검찰청으로부터 검찰 수사관을 파견받은 경우에는 이를 공수처 수사관 정원에 포함한다”는 조문이 있었다. 하지만 개정안에서 이 단서 조항이 빠졌다. 대법원은 공수처장이 직무 수행할 때 관계 기관의 장에게 수사협조를 요청하는 경우, 관계기관의 장이 이를 따르도록 한 점도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공수처가 대검찰청, 경찰청 등 관계 기관의 상위기관이 아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수처장의 수사협조 요청에 응하도록 하는 것이 적정한지 의문”이라고 했다. 대법원은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또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등의 예외사유 규정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또 공무원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알게 되면 공수처에 고발하도록 한 개정안은 공무원 고발 의무를 규정한 형사소송법 조항과 중복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법사위 소위에서는 여야 간사 합의 없이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발의한 공수처법 개정안을 기습 상정했다. 이 개정안에는 교섭단체 대신 국회가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4명을 선정하게 했다. 현행 여당 2명, 야당 2명에서 국회 4명으로 바뀌면서 여당이 단독으로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할 수 있게 된다. 배석준기자 eulius@donga.com고도예기자 yea@donga.com}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을 지냈던 김선수 대법관, 진보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에서 활동한 박정화 노정희 대법관,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의 김상환 대법관, 젠더법연구회 회장 출신인 민유숙 대법관…. 김명수 대법원의 판결 분석 결과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진보 성향인 ‘신(新)독수리 5형제’의 등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1, 2년 차인 2017∼2018년 임명한 5명의 대법관을 말한다. 이들은 전원합의체 판결 10건 중 7건에서 같은 의견을 내며 두터운 ‘진보벨트’를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을 지냈던 김명수 대법원장과 역시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이달 8일부터 임기를 시작한 이흥구 대법관을 더하면 전원합의체 과반(7명)이 확보된다.○ 진보법관 5명, 전합 판결 71% 일치 김명수 대법원의 진보 성향이 커지고 있다는 인식은 동아일보가 서울대 한규섭 교수팀과 함께 최근 15년간 전원합의체 판결 274건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로 확인된다. 현직 대법관 14명 중 5명이 진보 성향으로 나타났으며 이들 중 김선수 대법관이 가장 진보적이었다. 김선수 대법관은 분석 대상이 된 전·현직 대법관 46명 중 진보 4위였다. 박정화, 김상환 대법관이 전체 진보 6, 7위로 뒤를 이었다. 민유숙, 노정희 대법관도 진보 9, 14위로 분류됐다. 이들 5명의 대법관은 정치 성향이나 이념에 따라 찬반이 갈릴 수 있는 사건에서 대부분 한목소리를 냈다. 2018년 12월∼2020년 9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38건 가운데 27건(71.1%)에서 같은 의견을 냈다. 행정이나 노동 등 특별 재판으로 분류된 사건에선 10건 중 9건에서 의견이 같았다. ‘진보 톱3’인 김선수, 박정화, 김상환 대법관은 전체 40건 중 32건(80%)에서 의견이 일치했다. 5명의 대법관은 ‘여순 사건’ 당시 반란군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사형당한 민간인의 유족이 재심을 열어달라며 낸 소송에서 “재심을 열 수 있다”는 다수 의견을 냈다. 재심은 판결이 확정된 사건의 재판을 다시 연다는 뜻이지만, 이 사건은 확정 판결문이 남아있지 않아 재심 대상인지 불분명했다. 김선수 대법관은 “유족을 특별법으로 구제해야 한다는 이유로 재심 청구를 거절할 수 없다. 더 나은 입법을 기다린다며 사법의 역할을 포기해선 안 된다”며 보충 의견도 냈다. 김선수 대법관을 제외한 4명의 대법관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한 상고심에서 “질문에 답했을 뿐 적극적으로 허위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며 올 7월 함께 무죄 의견을 제시했다. 중도 성향인 권순일 전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이 같은 의견을 내면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이 파기 환송됐다. 4명의 진보 대법관은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 부부가 정치 평론가 변희재 씨 등을 상대로 “종북, 주사파라고 비방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낸 소송에서도 “보수 정권기에 종북, 주사파로 낙인찍히는 건 상상 못할 공포”라며 이 전 대표 측 손을 들어주는 소수의견을 함께 냈다. ○ ‘보수 4형제’는 반대의견 결집 대법원 구성원 과반이 진보로 기울면서 ‘보수 4형제’가 반대의견에 결집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현직 대법관 중에선 노태악, 이기택, 안철상, 이동원 대법관이 보수 성향이었다. 46명의 전·현직 대법관 가운데 각각 6, 12, 15, 16번째로 보수적이다. 현직 보수 1위인 노태악 대법관이 올 3월 4일 임기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조희대 대법관과 이기택, 안철상, 이동원 대법관 순서로 대법원 안의 ‘보수 4형제’ 역할을 했다. 노태악, 이기택, 안철상, 이동원 대법관은 박상옥 대법관과 함께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한 상고심에서 이 지사의 혐의를 유죄로 봐야 한다면서 “TV토론회에서의 허위 발언을 처벌할 수 없다는 듯한 다수의견은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대법원이 확립해온 태도를 벗어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해 화제가 됐다. 이기택, 이동원 대법관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를 무효로 본 다수의견을 비판하면서 “완벽한 법체계를 애써 무시하면서 입법과 사법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판결 성향 지수로 보면 ‘보수 4형제’는 임기 도중 점점 보수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중도 성향을 보이던 조희대, 이기택 대법관은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인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지속적으로 보수 방향으로 기울었다. 이동원, 안철상 대법관은 취임 후부터 매년 보수 쪽으로 이동했다. 김명수 대법원의 ‘진보화’ 여파로 중도와 보수 성향을 오가던 대법관들이 오히려 보수 쪽으로 결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년부터는 전체 대법관 14명 중 진보 성향 대법관이 10명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돼 각각 중도, 보수로 분류된 박상옥, 이기택 대법관은 내년 5월과 9월 퇴임한다. 박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이 2명의 공석을 포함해 대법관 총 13명을 임명할 수 있게 됐다. 고도예 yea@donga.com·유원모·박상준 기자}

0.021(이용훈)→0.166(양승태)→―0.391(김명수). 최근 15년간 대법원 전원합의체 재판장인 이용훈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김명수 대법원장의 판결 성향지수는 당대 대법원의 지향점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 전 대법원장은 분석 대상 46명의 중간 지점인 왼쪽에서 23번째, 오른쪽에서 24번째에 위치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오른쪽에서 19번째로 보수 성향을 보였고, 반대로 김 대법원장은 왼쪽에서 13번째로 진보적인 색채가 뚜렷했다. 대법원장은 전합에서 맨 마지막에 표결을 하고, 관례적으로 거의 다수의견에 선다. 최고 법률심인 전원합의체의 재판장이 소수의견에 설 경우 생길 수 있는 사회적 혼란을 줄이자는 취지다. 그런 점에서 대법원장의 판결성향지수는 해당 대법원의 성격을 대변하는 가늠자로 볼 수 있다.○ 대법원장 주관 드러나는 ‘7 대 6’ 사건 전합은 대법원장과 12명의 대법관(법원행정처장 제외) 등 13명이 참여해 다수결로 결론을 낸다. 보통 토론과 합의를 통해 중론을 모으는 방식을 취하지만 대법관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나뉘어 최종 의사를 표명하는 대법원장에 의해 결론이 좌지우지되는 ‘7 대 6’ 사건도 종종 발생한다. 이 전 대법원장은 3건, 양 전 대법원장은 5건, 김 대법원장은 2건의 7 대 6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장의 판단이 뚜렷이 드러나는 이 같은 사례를 통해서도 해당 대법원의 성향을 짐작해볼 수 있다. 김 대법원장 재임 때 가장 의견 대립이 치열했던 전합 재판은 ‘백년전쟁’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을 ‘부도덕한 플레이보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스네이크 박’이라고 비방한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 제재의 부당성을 따진 사건이다. 진보 대법관 성향과 중도·보수 성향 대법관이 6 대 6으로 팽팽히 나뉜 가운데 김 대법원장은 “정치인 등 공인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으로 인정돼야 한다”며 진보 대법관들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양 전 대법원장은 2012년 시국선언에 참여한 전교조 교사에 대한 형사처벌 가능성을 따지는 재판에서 “공무원의 중립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보수 의견에 섰다. 이 전 대법원장은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에 대해 언론의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면서도 허위사실에 대해선 정정보도의 대상이 된다며 7 대 6 결정을 내렸다. ○ 김능환, 고영한, 권순일은 캐스팅보터 각 대법원별로 중도적 입장을 취하는 대법관들의 판결 성향을 통해서도 각 대법원의 상대적 이념 분포를 가늠할 수 있다. 이 전 대법원장 때는 김능환 전 대법관, 양 전 대법원장 시기에는 고영한 전 대법관, 김 대법원장 때는 이달 7일 퇴임한 권순일 전 대법관이 중도에 위치했다. 대법관들의 의견이 갈리는 사건에서 캐스팅보터 역할을 자주 하는 이들 3명의 공통점은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나 법원행정처 차장 등을 거치며 법리에 밝고 대법원 사정에 정통하다는 점이다. 권 전 대법관은 진보에서 21번째이자 판결성향지수가 ―0.010으로 46명의 대법관 가운데 평균값인 0에 가장 근접한 대법관이다. 강제징용 재상고심 사건에선 다수의견과 달리 일본 측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보수적 판결을 내리기도 했지만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무죄 판결 등에선 진보 쪽에 섰다. 고영한 전 대법관은 양승태 원장 때 8 대 5로 나뉘었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혐의 유죄 인정 재판 등에서 캐스팅보터 역할을 하며 보수적인 결론에 손을 들었다. 김능환 전 대법관은 종교학교에 배정된 학생들의 종교적 자유를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 등에서 다수의견에 섰다. ○ 대통령 바뀌면 이념 분포 넓어져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변화에 따라 대법관들의 판결 성향이 달라지는 경향도 발견된다. 이, 양 전 대법원장은 6년 임기 중간에 대통령이 바뀌었는데 자신을 임명하지 않은 대통령과 공존하는 후반부로 갈수록 대법관들의 의견이 보다 다양해지는 패턴을 보였다. 정권 변화에 따라 판결 성향이 달라지는 것은 대법관이 대법원장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이어서 일부 정치적 영향을 받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한 전직 대법관은 “대법관들은 한쪽으로 경도되지 않고 균형을 찾아가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시대 변화를 수용하면서도 보수로 쏠리면 진보로, 진보로 뭉치는 것 같으면 보수로 균형을 잡으려는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유원모 onemore@donga.com·박상준·고도예 기자}

현직 검사 15명이 검찰을 떠나 법원으로 자리를 옮긴다. 모두 검사로 5∼10년 일한 30대 젊은 검사들이다. 10명 넘는 검사가 한꺼번에 판사로 이직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대법원은 ‘2020년 일반 법조경력자 법관 임용 대상자 명단’을 18일 공개했다. 명단을 보면 올 10월부터 법관으로 임용될 155명 중 현직 검사가 15명으로 전체의 9.7%였다. 법관 임용 대상자 중에는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가 80명으로 가장 많았다. 법원 재판연구관 28명과 국선 전담변호사 18명, 대한법률구조공단 등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변호사 14명도 경력 법관으로 뽑혔다. 검사 출신인 법관 임용 대상자 수는 올해가 역대 최대 수치다. 법원은 2013년부터 ‘경력 법관제도’를 시행한 뒤 검사와 변호사 등을 법관으로 뽑기 시작했다. 사법연수원을 갓 수료한 ‘신참 법조인’ 대신 변호사 등 일정 기간 경력을 쌓은 법조인을 법관으로 뽑겠다는 것이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는 매년 1, 2명의 검사만 법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전체 법관 임용자 중 검사 출신의 비율은 전체의 1%에 그쳤다. 검사 출신 법관 임용 대상자는 2018년에 4명(1.44%), 지난해 7명(5.6%)으로 늘더니 올해 전체의 9%를 넘긴 것이다. 법원으로 이직하는 검사 15명은 5∼10년 차다. 사법연수원 44기를 졸업하거나 제4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해 2015년부터 일한 ‘만 5년 차’ 검사가 7명으로 가장 많다. 김조원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아들인 김서현 수원지검 검사(34·연수원 41기)도 법관 임용 대상에 포함됐다. 법무부의 ‘우수 인권검사’ 표창을 받은 권슬기 수원지검 검사(39·41기)와 김수현 광주지검 검사(31·44기·여)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허익범 특별검사팀에 파견돼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했던 이신애 의정부지검 검사(34·43기·여)와 검찰 내부에서 연수원 성적 수석으로 임관했던 황해철 부산지검 검사(33·44기)도 법관으로 전직하게 됐다. 검찰 내부에선 이른바 ‘검찰 엑소더스(대탈출)’가 시작됐다며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젊은 검사들은 판사로 이직하고, 부장검사 이상의 간부급 검사는 대거 법무법인(로펌)으로 떠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대법원의 경력법관 임용에 지원한 현직 검사만 40명에 가까웠다고 한다. 2016년부터 올 7월까지 최근 5년 동안에는 총 372명의 검사가 검찰을 떠났는데, 지난해에만 109명이 검사직을 내려놨다. 검찰 개혁과 검찰인사 드라이브에 대한 일선 검사들의 피로감이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지적도 있다. 한 부장검사는 “그동안 ‘검찰 개혁’이란 명목으로 한 해에도 여러 번 물갈이 인사가 벌어졌다”며 “정권에 따라 조직 안에서의 입지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고 경우에 따라 감찰까지 받을 수 있는데 누가 검찰에 남고 싶겠느냐”고 했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이번에 법관으로 임용된 연수원 41∼44기는 ‘경력 법관제’ 도입 이후 검사로 임관된 경우”라며 “애초부터 판사직을 희망하고 징검다리처럼 검찰에서 경력을 쌓은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고도예 yea@donga.com·장관석 기자}

현직 검사 15명이 검찰을 떠나 법원으로 자리를 옮긴다. 모두 검사로 5~10년 일한 30대 젊은 검사들이다. 10명 넘는 검사가 한꺼번에 판사로 이직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대법원은 ‘2020년 일반 법조경력자 법관 임용 대상자 명단’을 18일 공개했다. 명단을 보면 올 10월부터 법관으로 임용될 155명 중 현직 검사가 15명으로 전체의 9.6%였다. 법관 임용 대상자 중에는 법무법인 소속으로 있는 변호사가 80명으로 가장 많았다. 법원 재판연구관 28명과 국선 전담변호사 18명, 대한법률구조공단 등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변호사 14명도 경력 법관으로 뽑혔다. 검사 출신인 법관 임용 대상자의 숫자는 올해가 역대 최대 수치다. 법원은 2013년부터 ‘경력 법관제도’를 시행한 뒤 검사와 변호사 등을 법관으로 뽑기 시작했다. 사법연수원을 갓 수료한 ‘신참 법조인’ 대신 변호사 등 일정 기간 경력을 쌓은 법조인을 법관으로 뽑겠다는 것이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는 매년 1, 2명의 검사만 법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전체 법관 임용자 중 검사 출신의 비율은 전체의 1%에 그쳤다. 검사 출신인 법관 임용 대상자는 2018년에 4명(1.44%), 지난해 7명(5.6%)으로 늘더니 올해 전체 9%를 넘긴 것이다. 법원으로 이직하는 검사 15명 중 12명은 사법연수원 41~44기를 수료한 6~10년차 검사들이다. 이들은 일선 검찰청의 형사부와 공판부에서 막내 바로 윗선인 ‘차 말진’ 역할을 했다고 한다. 법관으로 임용될 15명 중 9명은 서울서부와 동부지검, 수원지검과 의정부지검 등 검사들의 근무지 선호도가 높은 수도권 소재 검찰청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김조원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아들인 김서현 수원지검 검사(34·연수원 41기)도 법관 임용 대상에 포함됐다. 법무부의 ‘우수 인권검사’ 표창을 받은 권슬기 수원지검 검사(39·41기)와 김수현 광주지검 검사(31·여·44기)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허익범 특별검사팀에 파견돼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했던 이신애 의정부지검 검사(34·여·43기)와 연수원 성적 수석으로 검찰에 임관했던 황해철 부산지검 검사(33·44기)도 법관으로 일하게 됐다. 검찰 내부에선 이른바 ‘검찰 엑소더스(대탈출)’가 시작됐다며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젊은 검사들은 판사로 이직하고, 부장검사 이상의 간부급 검사는 대거 법무법인(로펌)으로 떠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대법원의 경력법관 임용에 지원한 현직 검사만 40명에 가까웠다고 한다. 2016년부터 올 7월까지 최근 5년 동안에는 총 372명의 검사가 검찰을 떠났는데, 지난해에만 109명이 검사직을 내려놨다. 검찰 개혁과 검찰 인사 드라이브에 대한 일선 검사들의 피로감이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지적도 있다. 한 부장검사는 “그동안 ‘검찰 개혁’이란 명목으로 한 해에도 여러 번 물갈이 인사가 벌어졌다”며 “정권에 따라 조직 안에서의 입지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고 경우에 따라 감찰까지 받을 수 있는데 누가 검찰에 남고 싶겠느냐”고 했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이번에 법관으로 임용된 연수원 41~44기는 ‘경력법관제’ 도입 이후 검사로 임관된 경우”라며 “애초부터 판사직을 희망하고 징검다리처럼 검찰에서 경력을 쌓은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지명 전 윤석열 검찰총장의 문재인 대통령 독대 요청설과 관련해 “사실이다. 한 번도 아니고 두세 번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 얘기는 안 하지만, 있을 수 없는 사안”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조 전 장관 지명과 관련해 “검찰이 (조 전 장관) 지명 전에는 지명을 못하게 하는 방식으로 저항한다. 지명 후에는 힘을 총동원해서 ‘사건을 만드는’ 쪽으로 갔다. 그게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시 대표였던) 나와 이인영 당시 원내대표는 (조 전 장관을) 지명해야 한다고 봤다”며 “이 지명이 검찰개혁 의지의 바로미터라고 봤다”고 했다. 조 전 장관 딸 표창장 위조 의혹에 대해선 “본질은 ‘조국을 임명하게 하느냐 주저앉히느냐’였다. 딸 문제는 핵심이 아니었다”고 했다. 앞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조국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해 10월 한 방송에서 “(윤 총장이) 대통령을 직접 독대해서 설명해 보려고 노력했는데 독대는 안 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전 대표의 주장에 대해 대검은 “‘대통령 면담을 요청한 적이 없다”라고 밝혔다.강성휘 yolo@donga.com·고도예 기자}

국회가 추천한 비(非)법관 위주로 구성된 사법행정위원회가 법원행정처를 대신해 법원 인사와 사법행정을 총괄하도록 한 여당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대법원이 위헌이라며 국회에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여당 의원이 추진하는 이른바 사법 개혁 관련 법안을 대법원이 정면으로 반대함에 따라 국회 법안 처리 과정에서 자칫 사법부와 입법부의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지난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법원조직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앞서 법관 출신인 민주당 이탄희 의원 등 31명은 국회 소속의 추천위원회가 선출한 비법관 8명과 법관 3명, 대법원장 등 12명으로 구성되는 사법행정위원회를 만들어 사법행정을 총괄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올 7월 6일 발의했다. 대법원은 의견서를 통해 대법원장에게 권한을 집중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된 법원행정처를 없애는 개정안에는 찬성했다. 대법원장의 사법행정 권한을 위원 여럿이 있는 회의 기구로 넘기는 데도 동의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사법행정권을 법관이 아닌 외부 인사들이 과반인 위원회로 넘기는 건 사법부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어 위헌이라는 의견을 냈다. 헌법 101조는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사법권에는 사법행정권과 법관 인사권 등이 포함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사법행정권 행사의 중심은 판사여야 한다는 것이 세계 표준이자 사법부 독립의 핵심”이라고 했다. 또 대법원은 “국회에서 선출된 위원들이 법관의 전보와 보직 및 근무평정까지 결정한다면 법관도 정치화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 영장전담 판사의 인사를 정치적으로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국회에 추천위원회를 두는 것은 삼권분립 원칙에도 반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법원은 법관이 중심이 된 별도 위원회에 적절한 수의 외부 인사를 포함시켜 사법행정을 총괄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앞서 김명수 대법원장은 2018년 12월 법원 개혁을 위해 법관 5명과 법관이 아닌 법원사무처장 1명, 외부 위원 4명이 참여하는 ‘사법행정회의’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김 대법원장과 조재연 법원행정처장 등은 여당이 추진하는 개정안이 사법권 독립을 침해하는 등 위헌 소지가 크기 때문에 국회 통과를 저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배석준 eulius@donga.com·고도예 기자}

“헌법 해석상 사법행정권은 법관이 행사해야 한다는 점에서 볼 때 개정안은 위헌 소지가 크다.”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지난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앞으로 보낸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에 대한 A4용지 8장 분량의 검토 의견서의 일부 내용이다. 대법원은 의견서를 통해 대법원장 1명에게 권한이 집중되면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등의 구조적 원인이라는 지적을 받았던 법원행정처 폐지에는 찬성했다. 하지만 법원행정처를 대체할 사법행정위원회의 권한과 구성 등에 대해서는 개정안의 주요 내용에 모두 반대 의견을 냈다. 김명수 대법원장(61·사법연수원 15기)은 개정안에 대해 법원과 법관 독립을 위협하는 위헌적 법안으로 자신이 판사들의 방파제 역할을 해야 하는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김 대법원장의 지휘를 받아 사법부의 모든 사무를 관장하는 조재연 법원행정처장(64·12기)은 주변에 “마지막 법원행정처장이 될 각오로 임하고 있다”며 개정안대로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하는 일을 막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 “비법관이 과반수인 사법행정위는 위헌” 법관 출신의 이탄희 의원이 올 7월 6일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사법행정권 남용을 막기 위해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그 권한을 사법행정위에 위임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사법행정위는 대법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면서 법관 3명, 변호사 4명, 재판제도와 행정 전문가 4명 등 총 12명으로 구성된다. 법관이 대법원장을 포함해 4명인 반면 비법관은 2배인 8명으로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한다. 변호사 위원 2명과 전문가 의원 2명 등 총 4명의 비법관 위원을 상임위원으로 두도록 하고 있다. 사법행정위가 재적위원 절반 이상의 출석으로 개의하고,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된다는 점에서 비법관이 사법행정과 법관 인사 등에 대해 사실상 전권을 행사하게 되는 것이다. 대법원은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개정안의 주요 내용이 헌법 101조 위반과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침해 등 두 가지 근거로 위헌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헌법 101조는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사법권에는 사법행정권이 당연히 포함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의견이다. 대법원은 “법률상 기구인 사법행정위가 헌법상 기관인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을 침해하는 것도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장 권한 대부분을 사법행정위가 그대로 가져가도록 한 점, 사법행정위가 오히려 대법원장에게 권한 일부를 줄 수 있게 한 것은 위헌이라고 본 것이다. 상임위원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기존의 법원행정처에서 상근 법관에 의해 이루어진 사법행정과 실질적으로 다를 바가 없어 언제든지 권한의 남용이 가능한 구조”라며 반대했다.○ “형사재판의 정치화 우려… 법관 과반수 돼야” 국회에 사법행정위원 추천위원회를 설치하는 개정안의 주요 내용도 헌법상 권력분립의 원리에 따라 사법행정권을 포함한 사법권을 사법부에 부여한 취지에 반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대법원은 개정안이 시행되면 법관이 빠르게 정치화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우려했다. 대법원은 의견서를 통해 “국회가 위원 다수를 선출하는 기관인 사법행정위가 판사의 전보 보직 및 근무 평정까지 결정하면 사법부 독립의 가장 핵심적 내용이 위협받는다”고 밝혔다. 특히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 영장전담 판사 인사를 정치적으로 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대법원은 사법행정의 중심은 법관이라며 해외 사례를 구체적인 근거로 제시했다. 미국은 판사들로만 구성된 연방사법회의에서 사법행정에 관한 의사결정이 이뤄진다. 일본도 대법원장인 최고재판소 장관이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한다. 외부 인사를 포함한 회의체에서 사법행정권을 다루는 유럽식 사법행정기구에서도 대부분 구성원 과반수는 법관이다. 김 대법원장은 2018년 12월 법관이 다수(법관 6명, 외부 5명)인 ‘사법행정회의’를 법원행정처의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사법행정위 신설은 여당의 총선 공약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16일 사법행정위원회 신설에 대해 “삼권분립 위배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만큼 국회가 먼저 나설 수 없다. 법원이 결정을 내린 뒤 국회에 요청해야 법 개정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사법부의 조직을 입법부인 국회가 나서서 신설하거나 폐지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 여당 의원은 “이번 광복절 집회 허가 등으로 당내에서 법원에 대한 불만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김 대법원장을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했기 때문에 김 대법원장의 판단을 지켜보는 것이 우선이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4·15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현행 법관인사위원회를 폐지하고 사법행정위원회를 신설하겠다고 밝혔고, 170석 이상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사법개혁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거세질 경우 언제든 법 개정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법원행정처 폐지 그 자체가 사법개혁이 아니다. 법관 위원이 다수를 차지하되 적절한 수의 외부 위원이 포함된 법원행정처 대체 회의기구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배석준 eulius@donga.com·고도예·강성휘 기자}

아동, 청소년이 등장하는 성착취 동영상이나 사진을 제작 및 유포한 성인에게 최대 징역 29년 3개월을 선고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양형 기준이 나왔다. 아동 성착취 영상을 만들어 사고판 ‘n번방 사건’ 등 심각한 디지털 성폭력 사건이 잇따르고 있지만 처벌이 약하다는 여론을 고려해 대법원이 관련 범죄에 대한 처벌 가이드라인을 새롭게 마련한 것이다. 이번에 강화된 양형 기준은 현재 1심 재판을 받고 있는 ‘n번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 등에게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초범이란 이유로 형 깎아주던 관행 없애 대법원 양형위원회(위원장 김영란)는 14일 전체회의를 열어 네 가지 주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아동, 청소년 성착취물을 제작하거나 배포하는 행위, 몰카 등 불법 촬영을 하고 배포하는 행위 등을 특히 엄단하기로 했다. 속칭 ‘지인 능욕’ 등 음란 영상에 다른 사람의 얼굴을 합성해 유포하는 행위, 촬영물로 다른 사람을 협박한 범죄에 대해서도 양형 기준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아동, 청소년 성착취물을 제작한 성인은 기본 징역 5년에서 9년에 처해진다. 여럿이 역할을 나눠 영상물을 제작, 유포했다면 징역 19년 6개월까지 선고될 수 있다. 상습범은 최소 징역 10년 6개월, 최대 징역 29년 3개월까지 처해질 수 있다. 아동, 청소년 성착취물을 여러 개 구입한 성인에 대해서도 최대 징역 6년 9개월이 내려질 수 있다. 상대방 동의 없이 신체 부위를 촬영한 ‘몰카 범죄’를 상습적으로 저지른 경우에도 최대 징역 6년 9개월이 선고될 수 있다. 몰래 촬영한 영상을 판매했다면 징역 18년까지 처해질 수 있다. 양형위원회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성착취물을 제작하거나 유포했다면 비록 초범이라도 형을 깎아줄 수 없도록 했다. 재판에 넘겨진 당사자가 성착취물을 삭제했다면 법원이 형을 줄여줄 수 있다는 내용도 양형 기준에 담겼다. 아동, 청소년 성착취물을 제작하거나 유포하는 행위는 청소년성보호법에 따라 최소 징역 5년,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는 중범죄다. 하지만 아동, 청소년 성착취물 범행에 대해 법원이 법정 형량보다 지나치게 가벼운 판결을 해왔다는 논란이 일었다. 2015년 7월부터 2018년 3월까지 다크웹을 통해 아동 성착취물을 판매한 손정우는 지난해 5월 징역 1년 6개월을 확정받았다. 온라인 사이트를 만들어 아동 청소년 성착취물 등 영상 23만 건을 유포한 30대 남성도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강화된 양형 기준, 조주빈 영향 새 양형 기준은 이르면 올해 12월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하지만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조주빈 일당의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양형위 관계자는 “새 양형 기준이 도입되기 전 기소된 사건이라도 재판부가 판결에 참고하는 것은 위법하지 않다”며 “조주빈 사건의 1심 재판부가 이번에 마련된 양형 기준을 참고해 형을 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심 법원이 새 양형 기준에 맞춰 조주빈에게 징역 29년이 넘는 중형을 선고할 수 있다는 분석도 법원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조주빈은 11개 혐의로 기소됐는데, 이 가운데 아동 청소년 성착취물을 제작한 혐의의 법정형이 가장 무겁다. 1심 법원은 이 혐의를 기준으로 조주빈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거나 최대 30년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여러 혐의를 동시에 받는 조주빈에게 절반을 더해 징역 45년까지도 선고할 수 있다. 고도예 yea@donga.com·박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