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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이 보장된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하라.” 세월호 유가족 및 시민단체 회원들로 구성된 도보행진단이 목소리를 높였다. 중간중간 장맛비가 쏟아지면 노란 우산과 우의를 걸치고 계속 걸었다. 23일 경기 안양시를 출발해 경기 광명시 광명시민체육관에서 하루를 보내고, 24일 오전 서울광장을 향해 출발한 이들은 희생자를 추모하고 세월호 특별법의 조속한 입법을 한목소리로 외쳤다. 광명시민체육관을 출발할 때 약 400명이었던 행진단 규모는 국회를 거치면서 약 1200명까지 늘었다. 오후 7시 반부터 서울광장에서 진행된 세월호 100일 추모문화제 ‘네 눈물을 기억하라’에는 약 7000명(경찰 추산)이 모였다. 김병권 세월호 가족대책위원장은 “대통령과 국회는 진상 규명 의지가 없고, 특별법 제정 요구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추모문화제는 시 낭송과 호소문 낭독, 가수 김장훈 이승환이 펼친 음악회로 이어졌다. 오후 10시 반경 문화제가 끝나자 참가자들은 당초 신고한 것과 달리 세종대로로 진출을 시도해 경찰이 전 차선을 막는 등 충돌을 빚기도 했다. 유가족들은 이틀 동안의 행진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다리를 절뚝거리며 도착한 단원고 박예지 양의 모친 엄지영 씨(37)는 “힘들지만 배 안에서 무서웠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쉴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격려의 박수를 보내자 엄 씨는 “사람들이 모두 잊은 줄 알았는데 많은 시민들이 동행하고 응원해주니 큰 힘이 됐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도 세월호 참사 100일을 맞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실종자의 빠른 귀환을 기원했다. 실종자 가족대책위와 진도군 범군민대책위원회는 24일 오후 2시 반경 팽목항 등대 앞에서 실종자 가족과 진도 주민, 학생 등 약 5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행사 ‘100일의 기다림’을 진행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실종자를 잊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호소문에서 “마지막 실종자 10명이 가족 품으로 돌아오도록 국민이 마음을 모아 함께해 달라”고 말했다. 한편 세월호 수중수색은 기상 악화로 중단됐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경찰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망 사실을 최종 확인했지만 일각에선 여전히 그의 시신이 아니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의혹의 핵심은 유 전 회장의 시신 발견 당시 ‘백골(白骨)’ 상태였다는 데 있다. 유 전 회장의 마지막 행적이 드러난 5월 25일로부터 변사체로 발견된 날까지 길어도 19일간 신체 80%가 부패해 뼈만 남는다는 게 가능한 일이냐는 것이다. 본보 취재 결과 유 전 회장의 시신 부패 속도를 뒷받침할 수 있는 국내 연구진의 실험 결과가 확인됐다. 경성대 정재봉 법의곤충학 박사(34)는 올해 2월 발표한 ‘돼지 사체를 이용한 법의학 및 법곤충학적 연구’라는 논문에서 돼지 사체를 이용해 부패 속도를 측정했다. 정 박사는 “돼지의 피부와 장기가 사람과 가장 유사한 데다 잡식성이라는 것도 같아 표본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정 박사는 2010년 8월 부산 사상구 낙동강 인근 초원에서 돼지 사체 2마리의 부패 속도를 비교했다. 한 마리는 몸통을 담요로 덮었고 다른 한 마리는 덮지 않았다. 그 결과 담요를 덮지 않은 돼지는 7일 만에 ‘건조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 단계는 뼈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신체 조직이 사라진 상태로 유 전 회장이 시신으로 발견될 당시의 모습과 유사하다. 담요를 덮은 돼지는 건조 단계 도달까지 15일이 걸렸다. 유 전 회장의 경우 겨울 점퍼, 면바지로 몸을 감싼 상태였다. 이 때문에 담요를 감은 돼지의 부패 속도는 유 전 회장 시신의 부패 속도가 비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뒷받침한다. 연구 진행 당시 낙동강 지역은 평균 기온 27.6도, 평균 강수량 17.2mm인 한여름이었다. 반면 유 전 회장이 자취를 감춘 기간 순천 지역은 늦봄에서 초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로 평균 기온은 20.5도, 평균 강수량은 12.9mm였다. 정 박사는 “기온이 낮고, 건조할수록 부패 속도는 느리다”면서 “만약 돼지 사체 실험 당시와 같은 한여름이었다면 유 전 회장 시신의 부패 속도는 더 빨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지방경찰청도 2009년부터 돼지 사체를 이용한 부패 실험을 진행했다. 사체에서 나온 곤충의 발육 상태를 통해 사망 시간과 부패 속도를 측정한 이들은 실험 당시 5∼6월 날씨에 비가 자주 내릴 경우 사체의 백골화가 더 빨리 진행된 것을 확인했다. 이는 유 전 회장이 사망한 시기를 고려할 때 백골화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뒷받침한다.정윤철 trigger@donga.com·강홍구·박성진 기자}

《 경찰이 지난달 12일 전남 순천시 서면 매실밭에서 발견한 70대 남성 변사체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으로 22일 최종 확인했지만 이를 둘러싼 의문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경찰 발표에 따르면 개인 재산만 2400억 원(추정)에 달하는 유 전 회장은 지갑이나 휴대전화도 없이 내복 위에 겨울용 점퍼만 입은 채 매실밭 구석 풀밭에 반듯하게 누운 시신으로 발견됐다. 지난달 13일 실시한 1차 부검에서는 사망 원인이 드러나지 않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2차 부검을 시작했지만 자살이나 자연사, 타살 여부를 가리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그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점과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를 정리했다. 》[1] 반듯하게 누운 시신… 자연사? 타살?저체온증땐 몸 웅크려… 부검결과 나와봐야가장 궁금한 것은 사망 원인이다. 경찰 관계자는 “시신이 잠자는 듯 똑바로 누워 하늘을 향한 상태로 발견됐다”고 전했다. 잠을 잘 때처럼 오른손을 아래로 쭉 뻗고, 왼손은 아랫배 위에 올려진 자세라는 것. 신발은 왼쪽 발밑에 있었다. 출동한 경찰이 노숙인이 객사(客死)한 것으로 본 것도 이 때문이다. 순천경찰서는 22일 “외견상 타살 혐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타살 가능성을 배제했다. 국과수 부검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저체온증에 의한 자연사 가능성이 가장 유력한 사망 원인으로 떠오른다. 반면 신중한 의견도 있다. 이윤성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저체온증으로 사망하면 통상 몸을 웅크리고 있다”며 “5월 말에 저체온증으로 사망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타살 정황이 드러나지 않았다. 유 전 회장이 착용하던 안경이 사라지고 지갑과 귀금속 등이 하나도 없다는 점에서 일각에서 타살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도피 과정에서 안경이나 지갑 등을 챙기지 못했을 수도 있다. 유 전 회장 시신의 목과 몸통이 분리된 것이 타살 정황이라는 의견도 나왔지만 경찰 관계자는 “발견 당시 목과 몸이 붙어 있었지만 영안실 안치 과정에서 떨어져 나간 것으로 타살 정황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국과수에 유 전 회장 시신의 독극물 분석을 의뢰하는 등 자살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 현장에서 발견된 소주 2병과 막걸리 1병에 남은 액체의 독극물 함유 여부도 분석 중이다. [2] 19일만에 백골상태 부패 가능한가초여름 구더기 증식 활발… 훼손 빠를수도유 전 회장의 시신이 ‘백골(白骨)’로 발견된 것도 의문점 가운데 하나다. 경찰청은 이날 “유 전 회장의 시신을 발견했을 때 신체의 80%가 썩어 뼈가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검경은 5월 25일 시신이 발견된 매실밭에서 직선거리로 3km 떨어진 유 전 회장의 별장 ‘숲속의 추억’을 급습했다. 유 전 회장은 마지막 행적이 드러난 이때부터 시신이 발견된 지난달 12일 사이에 도주하다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길어도 19일간 부패한 시신이 뼈만 남았다는 발표가 나오자 일각에서는 “그게 가능한 일이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백골화가 가능한 충분한 시간”이라고 분석했다. 권일훈 권법의학연구소 소장은 “겨울에는 백골화 속도가 느리지만 6월에 접어들면 곤충 활동이 활발하다. 특히 파리가 시신에 산란을 하면 구더기의 증식이 이뤄져 상상 이상으로 짧은 시간에 뼈가 드러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성한 경찰청장 역시 이날 “국과수에 문의해 보니 계절이나 질환 유무에 따라 시신 훼손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경찰은 발견 당시 아랫배에 닿아 있던 유 전 회장의 왼손에 구더기 등 곤충 유충이 많아 지문 채취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3] 조력자들 사라지고 시신 홀로 발견 이유는별장서 급히 도망치다 혼자 남았을 가능성구원파 핵심 신도들의 보호를 받을 것으로 추정되던 유 전 회장은 홀로 시신으로 발견됐다. 수사당국 역시 이 부분을 이례적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검경 추적팀은 유 전 회장을 오랫동안 체포하지 못하는 이유를 “구원파 신도의 도움을 받아 한 곳에 은신한 채 전혀 움직이지 않기 때문”으로 추정해 왔다. 최근 체포된 유 전 회장의 아내 권윤자 씨(71) 역시 세모그룹 계열사 대표의 친인척 집에서 검거됐다. 유 전 회장 혼자 시신으로 발견된 것은 별장인 ‘숲속의 추억’까지 덮친 포위망을 피하기 위해 급박하게 도주하다 보니 홀로 남겨진 것으로 추정된다. 운전기사로 알려진 측근 양회정 씨(56)와도 헤어진 채 산길을 헤매다 사망했을 수 있다. 유 전 회장 시신에서 양말이 발견되지 않은 것이 당시의 ‘급박함’을 반영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 경우 구원파 핵심 조력자들도 그동안 유 전 회장의 행방과 생사 여부를 알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경찰은 “시신의 사망 원인과 관계없이 유 전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인물들에 대해 앞으로도 적극 검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4] 술 안 마시는데… 시신옆 소주-막걸리 빈병 왜?알코올 성분 안나와… 식수통으로 사용한듯술을 마시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유 전 회장 시신 곁에 술병이 남아 있는 것 역시 궁금증을 자아낸다. 시신 발견 현장에는 유 전 회장의 책 제목인 ‘꿈 같은 사랑’이라는 글자가 적힌 천 재질의 가방이 발견됐다. 그 안에 2003년 출시된 보해골드 등 소주 빈 병 2개와 순천막걸리 빈 병 1개가 들어 있었다. 그가 평소 당뇨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만약 술을 마셨다면 지병 악화로 갑자기 사망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으로는 물을 마시기 위한 식수통으로 빈 술병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이 부분에 의혹이 많아 국과수가 알코올 반응을 조사했지만 시신에서 알코올 성분이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게다가 보해골드 소주는 생산이 중단된 지 10년 된 제품이다. 유 전 회장이 입고 있던 점퍼 안에서는 도주 때 먹을 수 있는 육포 두 조각과 콩 20알이 나왔다. 한편 발견된 가방 안에는 매실 5∼6개, 속옷, 한국제약이 생산한 ASA스쿠알렌 빈 병 1개, 한 치킨 브랜드의 허니머스터드(소스) 빈 케이스 1개 등이 발견됐다. 치킨 소스 역시 구원파 계열사에서 생산한 유기농 식품만 먹는 것으로 알려진 유 전 회장의 평소 행적과 맞지 않아 향후 추가 수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순천=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변사체로 발견된 뒤 40일이 지나서야 신원이 확인되면서 왜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보통 경찰이 변사체의 신원을 확인할 때는 일단 지문을 채취한다. 사망자가 만 18세 이상이고 지문이 잘 보존됐다면 경찰 자체시스템에 지문을 입력해 즉시 신원이 확인된다. 지문이 훼손됐을 때엔 감식이 불가능하거나 시간이 오래 걸린다. 경찰은 처음에 유 전 회장의 왼쪽 손가락에서 두 차례 지문을 채취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21일 DNA가 일치된다는 결과가 나온 뒤 22일 오전 1시 20분 세 번째 지문 채취를 시도했을 때에야 오른쪽 집게손가락에서 지문이 채취됐고, 유 전 회장의 지문임이 확인됐다. 경찰은 지문으로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을 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DNA 분석을 의뢰한다. 이때 주로 머리카락이나 뼈가 쓰인다. 유 전 회장의 시신은 부패가 심했기 때문에 경찰은 유전자 감식이 잘되는 엉덩이 뼈를 국과수에 보내 분석을 진행했다. 이윤성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장)는 “유전자 감식 기간을 예측하기는 상당히 어렵다”며 “시신이 어떤 상태로 남아 있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숭덕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뼈 검사를 할 때는 한 달은 생각해야 하는데, 보통 두세 달 걸린다고 말하고 시작한다”며 “검사를 해본 입장에서 시간이 이 정도 걸린 게 이해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미토콘드리아(세포 속에 있는 소기관)를 분석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미토콘드리아 검사는 부패한 시신의 경우에 효과적으로 활용되지만 시간이 많이 걸린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마지막까지 우리의 생명을 지켜주신 당신,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광주 도심 소방헬기 추락사고 이틀째인 18일 광주 광산구 장덕로 6번길 사고 현장에는 순직한 소방대원들을 추모하는 ‘노란 리본’이 물결을 이뤘다. 또 이들의 살신성인 정신을 기리기 위해 1500여 명의 추모객이 현장에 차려진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앞서 분향소 설치도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졌다. 사고 당일인 17일 저녁부터 광산구 주민과 학생들은 헬기 추락 지점에 국화를 헌화하기 시작했다. 광산구는 주민들의 뜻을 반영해 18일 오전 7시 사고 현장 바로 옆에 분향소를 차렸다. 가장 먼저 조문에 나선 것은 현장에서 10m 남짓 떨어진 성덕중학교 학생들이었다. 2학년 김수빈 양(15)은 “(조종간을) 끝까지 잡아주셔서 우리가 안전했던 것 같다. 그 짧은 순간에 탈출을 못하시고…. 소방관님의 삶을 본받겠습니다”라고 쓴 노란색 편지를 유리 상자에 넣었다. 근처 부영아파트에 사는 문미자 씨(33·여)는 “처음에는 우리 가족이 안전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헬기 사고로 순직한 소방대원들의 사연을 들으니 너무 죄송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윤장현 광주시장도 분향소를 찾아 “짧은 순간에 희생자들은 어쩌면 살 수 없다는 판단을 했을지 모른다. 이분들이 광주를 살렸다”며 애도했다. 전날 오후 늦게 광주에 도착한 유족 40여 명은 이날 오전 사고 현장을 둘러본 뒤 분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들은 희생자 다섯 명의 이름과 직위가 적힌 검은색 현수막을 보자 오열했다. 헬기를 조종했던 정성철 소방경(52)의 어머니는 “엄마 왔어. 아들하고 나하고 (삶과 죽음을) 바꿔야 돼. 우리 아들 살려내”라며 통곡했다. 정 소방경의 누나는 “다른 사람 목숨은 지켜주면서 정작 네 목숨은 왜 못 지켰니”라며 동생의 이름을 목 놓아 불렀다. 이은교 소방사(31)의 할머니는 “은교야, 대답 좀 해봐. 할미가 부르잖아. 한 번만 더 보고 가야지”라며 통곡했다. 이날 오후에는 강원 춘천시 동내면 강원효장례식장에도 임시분향소가 설치됐다. 영결식은 22일 오전 9시 강원도청 별관 앞에서 강원도장(葬)으로 거행된다. 안전행정부는 순직자들의 1계급 특진과 함께 훈장 추서를 결정했다. 한편 사고 헬기는 지난달 기체 결함 네 곳이 발견돼 정비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강원도소방본부 관계자는 “현재 기체 결함을 수리한 것과 사고 발생의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광주=이샘물 evey@donga.com·정윤철춘천=이인모 기자}
17일 오후 2시 30분경 강원 춘천시에서 한 대의 버스가 광주를 향해 출발했다. 헬기 추락으로 숨진 소방대원 5명의 유족 12명을 태운 버스였다. 시신이 수습된 광주 광산구 왕버들로 KS병원까지 5시간 가까운 긴 시간이었지만 버스 안에서는 유족들의 오열이 한순간도 끊이지 않았다. 버스가 두 차례 휴게소에 멈췄지만 유족들은 한 명도 내리지 않았다. 춘천소방서가 준비한 물과 음료수도 마시지 않았다. 그저 “믿을 수 없다”는 탄식과 흐느낌만 이어졌다. 오후 7시 7분경 버스가 병원에 도착했다. 사망자의 어머니로 보이는 50대 여성이 쓰러지듯 버스에서 내렸다. 이 여성은 소방서 직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우리 아들 왜 죽었어, 우리 아들이 왜 죽어”라며 절규했다. 가족의 죽음을 실감하지 못하는 듯 한 남성은 연신 한숨만 내쉬며 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후 6시 50분경 이들보다 먼저 병원에 도착한 한 30대 여성은 엄두가 나지 않는 듯 장례식장 입구에 주저앉았다. 순직 소방대원의 여동생이라고 밝힌 이 여성은 “오빠 어떡해. 애들도 아직 어린데”라며 흐느꼈다. 병원 7층 세미나실에서 열린 브리핑이 끝난 뒤 한 유족은 “출근하다가 라디오로 사고 소식을 들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며 탄식했다. 오후 9시경 희생자 시신은 신원 확인을 위해 전남 장성군 광주과학수사연구소로 옮겨졌다. 유족들은 시신 운구를 지켜본 뒤 광주시내 한 모텔로 이동했다. 장례절차와 별도로 희생자들을 위한 합동분향소는 강원 춘천시 동내면 강원 효장례식장에 마련될 예정이다. 진도체육관과 팽목항에 머물던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도 충격에 빠졌다. 가족들은 추락한 소방헬기가 세월호 실종자 수색작업에 참여했다가 복귀하는 중이었다는 소식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 실종자 가족은 “우리를 도와주러 멀리 강원도에서 오신 분들이라는데, 너무 가슴 아프다”라며 “기상 상황이 나빠 헬기가 뜨지 못하고 수색도 못했다는데 왜 복귀하려 했는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팽목항에서 수색작업을 지원하던 소방대원들은 하나같이 착잡한 모습이었다. 이들은 일하던 중간중간 굳은 표정으로 뉴스를 지켜보거나 가족들의 안부 전화를 받기도 했다. 전남도소방본부 소속 김모 소방장(45)은 “13일에도 제주에서 소방관이 화재 진압 도중 순직한 소식을 들었는데 또 동료들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마음이 더할 수 없이 무겁다”고 말했다.광주=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방송인 신정환 씨(39·사진)가 연예계 진출을 돕겠다며 연예인 지망생의 부모로부터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고소당했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연예인 지망생 김모 씨(27)의 부모가 지난달 19일 신 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신 씨는 김 씨의 어머니에게 아들이 방송에 나올 수 있도록 해주겠다면서 두 차례에 걸쳐 총 1억 원을 받았다. 그러나 신 씨가 2011년 해외에서 억대 상습도박을 한 혐의로 구속되면서 김 씨의 연예계 진출도 힘들어졌다. 신 씨는 2011년 12월 성탄절 사면으로 가석방됐지만 이후에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김 씨의 부모는 아들의 연예계 진출이 좌절되고 돈까지 돌려받지 못하자 결국 신 씨를 고소했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 충남 태안군 안면읍 백사장해수욕장 사설 해병대 캠프에 참가했던 공주사대부고 학생 5명이 사망한 지 18일이면 1년이 된다. 희생된 학생들은 무자격 교관의 지시에 따라 구명조끼도 입지 않고 깊은 바닷속으로 들어갔다가 참변을 당했다. 14일 동아일보 취재팀과 함께 사고 해변을 찾은 유족들은 “사고 당시 많은 안전 문제가 지적됐는데 여전히 해결이 안 된 것 같다”고 탄식했다. 유족들은 불법 사설 캠프 폐지를 주장하고 있지만 본보 취재 결과 당국의 관리 소홀로 ‘유사 해병대 사설 캠프’가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되길 꿈꾸던 아들은 삶과 죽음을 가르는 순간에도 친구들을 외면하지 않았다. 깊은 바다에 빠진 친구를 살리려고 주저 없이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아들은 결국 자신이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친구들과 함께 싸늘한 시신으로 아버지 곁에 돌아왔다. 지난해 7월 18일 충남 태안군 안면읍 백사장해수욕장에서 열린 사설 해병대 캠프에 참가했다가 숨진 공주대 사범대 부설고 이병학 군(당시 17세) 얘기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사고 1주년을 나흘 앞둔 14일 이 군의 아버지인 이후식 씨(47·유족 대표) 등 유족 4명과 함께 사고 해변과 학생들이 묵었던 유스호스텔을 찾았다.○ 유스호스텔은 이름 바꿔 영업 준비 공주사대부고 학생 5명이 목숨을 잃은 해변으로 가기 위해선 유스호스텔을 가로질러야 했다. 사고 당시 공주사대부고와 계약한 안면도유스호스텔(당시 상호)은 여행업체에 해병대 캠프 사업을 위탁했고, 이 업체가 다시 무자격 교관을 고용한 사설 해병대 캠프에 수련활동을 재위탁했다. 유스호스텔은 지난해 11월 태안군의 허가를 얻어 ‘해가든 유스호스텔’로 상호를 바꾼 상태였다. 영업을 재개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숙박용 건물 앞에는 수련활동에 쓰일 법한 무대가 설치됐고, 공사 중인 가건물도 여럿 눈에 띄었다. 유스호스텔 측은 올해 8월까지 휴업을 선언했지만 유족들은 “참사 원인을 제공한 죄를 물어 모든 영업을 취소시켜야 마땅한데 (태안군이) 상호 변경을 허가해 영업 재개 가능성을 열어준 것은 부당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경찰 조사 결과 바닥이 움푹 파인 ‘갯골’에 빠져 학생들이 변을 당했던 사고 해변은 현재 태안군과 해경이 사용을 금지시킨 상태다. 그러나 취재진의 해변 출입을 막는 사람은 없었다. 부표, 계류장(배가 정박할 수 있는 수상안전시설), 구명정 등 안전을 담보할 장치는 보이지 않았다. 이 씨는 “달라진 게 없다. 민간인이 불쑥 여기 들어와 사고를 당해도 아무도 구해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변을 둘러보던 유족들은 휴대전화를 꺼내 해변 모래를 인근 해수욕장으로 퍼 나르는 공사를 하고 있던 덤프트럭과 굴착기를 촬영하기 시작했다. 공사 여파로 해변 곳곳에는 최대 1m 깊이의 웅덩이가 생겼다. 이 씨는 “경사가 진 웅덩이는 해수욕객들이 깊은 물속으로 미끄러져 참변을 당하는 사태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족들이 태안군에 문의한 결과 이 공사는 군청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이었다. 상가번영회 측이 인근 해수욕장의 날카로운 돌을 덮기 위해 임의로 모래를 퍼 나른 것이었다. 해변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태안군과 해경은 유족의 신고를 받고서야 현장에 도착해 공사를 중단시켰다. 하루 4회 순찰을 한다는 해경 측은 공사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유족들은 “참사 후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관리 소홀로 불법 행위가 자행되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라며 혀를 찼다.○ 유사 해병대 불법 캠프 재개 유족들은 ‘제2의 태안 해병대 사설 캠프 참사’를 막기 위해 모든 불법 사설 캠프를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본보 취재 결과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최소 8곳의 유사 해병대 사설 캠프가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8월 해병대가 특허청에 해병대 직영 캠프 외에는 ‘해병대’라는 용어를 쓸 수 없도록 상표등록을 신청해 현재 사설 캠프는 ‘해병대’라는 용어를 쓰지 못한다. 그러나 일부 사설 캠프는 ‘인성 캠프’ ‘극기 캠프’ 등 모호한 명칭을 쓰면서 여전히 해병대식 훈련 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파악된 10개 사설 캠프 운영자들에게 “해병대 캠프를 운영하느냐”고 묻자 8명이 “그렇다”고 답했다. 경북 포항시에서 A캠프를 운영하는 이모 씨는 “태안 사고로 관련 업자들이 몸을 사리다 요즘 들어 영업을 재개했다”고 말했다. 사설 캠프의 훈련 프로그램은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이 인증한다. 그런데 8개 기관 중 인증을 받은 곳은 인천에 있는 B캠프 1곳에 불과했고, 이곳마저도 인증 내용에 빠져 있는 해병대식 훈련을 하고 있었다. 캠프 운영 방식도 감시를 피하기 위해 ‘게릴라형’으로 변했다. 수요가 있을 때마다 교관들을 모아 운영하는 비정기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 사설 캠프 관계자들은 “언제 단속을 당할지 모른다는 압박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관을 졸속으로 모집하는 탓에 무자격자가 채용되는 사태도 빈발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특전사 캠프라고 주장하는 C캠프 관계자는 “교관 모두가 안전 관련 자격증을 갖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격증 소지자와 같이 다니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황당한 주장을 펼쳤다. 군과 관계 당국은 유사 해병대 캠프 단속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해병대 관계자는 “해병대라는 명칭을 상호나 프로그램 이름으로 사용할 경우 상표법 위반으로 고발해 처벌할 수 있지만 프로그램 내용만 해병대식으로 할 경우에는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고 말했다. 당국의 무책임한 태도 속에 학부모들은 불안감을 표시하고 있다. 중학교 3학년 딸을 두고 있는 김모 씨(43·여)는 “아이들이 남들과 다른 독특한 경험을 쌓게 하자는 차원에서 여름에 캠프라도 보내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라며 “엉망으로 관리돼도 문제고, 안 가면 경쟁에서 뒤처질까 봐 걱정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태안 사설 해병대 캠프 사고 ::지난해 7월 18일 충남 태안군 안면읍 백사장해수욕장에서 열린 사설 해병대 캠프에 수련활동 및 병영체험학습으로 참가했던 공주대 사범대 부설고 2학년생 198명 가운데 5명이 바다에 빠져 사망했다. 이들은 구명조끼를 벗고 바다로 들어오라는 교관의 지시를 따르다가 깊은 바다에 빠져 파도에 휩쓸렸다.태안=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일본 자위대(自衛隊) 창설 60주년 기념식이 11일 오후 6시 반 서울 성북구 성북동 주한 일본 대사관저에서 열렸다. 일본대사관은 당초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념식을 열 예정이었으나 호텔 측이 반대 여론을 이유로 10일 대관을 취소하자 장소를 옮겨 강행했다. 이날 오후 4시 30분경부터 대사관저 정문에서 50m가량 떨어진 골목에서 기념식 개최에 반대하는 국내 시민단체 회원 50여 명(경찰 추산)이 모여 항의했다. ‘집단자위권 반대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애국국민운동대연합’ 등 시민단체 회원들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등 일본 우익 정치인의 얼굴이 인쇄된 현수막을 찢는가 하면 과거 군국주의 상징인 ‘욱일기’를 불태우려다 경찰에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일부 시민단체 회원은 “기념식을 중단하고 초청자 명단을 공개하라” “아베 총리는 당장 한국 국민들에게 사과하라”고 외치며 경찰이 설치한 폴리스라인을 뚫고 대사관저로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과 격한 몸싸움을 벌였다. 시민단체 측은 “서울 한복판에서 자위대 창설 기념식을 공개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일본군의 과거, 현재, 미래의 한반도 진출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라는 메시지”라고 우려했다. 5시간 가까이 경찰과 대치하던 시민단체 회원들은 ‘집단자위권 행사 허용 철회’ 등의 내용이 담긴 서한문을 일본대사관 측에 전달하겠다고 요구했으나 대사관 측이 끝내 만남을 거부하자 오후 9시 15분경 해산했다. 이날 기념식에 국내 정관계 인사는 거의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방부는 실무 협조 차원에서 주한무관협력과장(대령)을 참석시켰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군사외교적인 차원에서 유관 부서의 부장급(소장)이 참석했지만 이번에는 (냉각된 한일 관계) 상황을 고려해 실무 과장급으로 낮춰 보냈다”며 “주일 한국대사관에서 주최한 일본 내 국군의 날 행사에 일본 무관도 참석하기 때문에 (자위대 창설 기념식에) 아무도 가지 않는 것은 외교적인 결례”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날 행사에 140명이 참석한 것으로 파악했다. 앞서 일본대사관 측은 국내 정관계 인사 등 500여 명에게 행사 초청장을 보낸 바 있다. 한편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어떤 이유에서든 호텔 측이 행사를 하루 앞두고 장소를 제공할 수 없다고 일방적으로 연락한 것은 극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1차적으로 호텔의 문제여서 호텔 측에 항의했지만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이러한 (일본 측의) 우려를 확실히 전달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극우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11일 이번 사안을 ‘이례적 사태’라고 표현하며 “한국이 일본을 배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윤철 trigger@donga.com·이샘물 기자도쿄=박형준 특파원}
주한 일본 대사관 주최로 11일 자위대 창립 60주년 기념행사가 열릴 예정이었던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호텔이 10일 일본 대사관 측에 행사 진행 취소를 통보했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행사 내용을 정확히 파악 못하고 진행을 해 국민 여러분에게 심려를 끼쳤다”며 “물의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파악해서 바로 대사관 측에 연락해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1년 전인 지난해 7월 일본 대사관으로부터 행사 예약을 받았지만 행사 목적과 내용까지는 자세히 파악하지 못했다”면서 “행사를 강행할 경우 투숙객들의 불편함도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행사 취소를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고노 담화 검증, 집단자위권 행사 허용 등으로 한일 관계가 극도로 냉각된 가운데 일본 대사관 측은 최근 국내 정관계 및 경제계 인사, 주한 외국대사관 관계자 등 500여 명에게 자위대 창립 60주년 행사 초청장을 보내 논란을 빚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공개적으로 일본 자위대 창설 기념행사가 열린다는 사실이 10일 본보 보도로 알려지자 많은 시민들은 분노를 금치 못했다. 누리꾼들은 “이 행사에 참석하는 국내 정치인들은 모두 엄벌에 처해야 한다”거나 “일본은 여전히 식민 지배와 침략의 그릇된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념행사 장소로 예정됐던 롯데호텔에는 수많은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행사를 강행하면 호텔을 폭파시키겠다는 섬뜩한 협박도 있었다. 행사는 당초 11일 오후 6시 반 롯데호텔 3층 사파이어볼룸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취소된 행사가 어디서 열릴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주한 일본 대사관 주최로 11일 자위대 창립 60주년 기념행사가 열릴 예정이었던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호텔이 10일 일본 대사관 측에 행사 진행 취소를 통보했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행사 내용을 정확히 파악 못하고 진행을 해 국민 여러분에게 심려를 끼쳤다"며 "물의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파악해서 바로 대사관 측에 연락해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1년 전인 지난해 7월 일본 대사관으로부터 행사 예약을 받았지만 행사 목적과 내용까지는 자세히 파악하지 못했다"면서 "행사를 강행할 경우 투숙객들의 불편함도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행사 취소를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고노 담화 검증, 집단자위권 행사 허용 등으로 한일 관계가 극도로 냉각된 가운데 일본 대사관측은 최근 국내 정관계 및 경제계 인사, 주한 외국대사관 관계자 등 500여 명에게 자위대 창립 60주년 행사 초청장을 보내 논란을 빚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공개적으로 일본 자위대 창설 기념행사가 열린다는 사실이 10일 본보 보도로 알려지자 많은 시민들은 분노를 금치 못했다. 누리꾼들은 "이 행사에 참석하는 국내 정치인들은 모두 엄벌에 처해야 한다"거나 "일본은 여전히 식민 지배와 침략의 그릇된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념행사 장소로 예정됐던 롯데호텔에는 수많은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행사를 강행하면 호텔을 폭파시키겠다는 섬뜩한 협박도 있었다. 행사는 당초 11일 오후 6시반 롯데호텔 3층 사파이어볼룸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취소된 행사가 어디서 열릴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일본 대사관 관계자는 "워낙 민감한 문제라 장소를 공개적으로 말하기 곤란하다"며 확인을 거부했다. 외교부는 "(일본 대사관의) 무관부 주관행사이기 때문에 초청장이 오지 않았고 참석 여부도 당연히 통보하지 않았다. 장소가 변경됐다 하더라도 외교부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정윤철기자 trigger@donga.com 조숭호기자 shcho@donga.com}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공개적으로 일본 자위대(自衛隊) 창설 기념식이 열린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고노 담화 검증,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 등으로 한일 관계가 극도로 냉각된 가운데 열리는 행사여서 파장이 예상된다. 9일 정치권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11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3층 사파이어볼룸에서 주한 일본대사관 주최로 자위대 창설 60주년 기념식이 개최된다. 이와 관련해 일본대사관은 최근 국내 정관계 및 경제계 인사, 주한 외국 대사관 관계자 등 500여 명에게 초청장을 보냈다. 그러나 반일 분위기를 의식한 듯 상당수 국내 인사가 불참할 예정이어서 실제 참석자는 150∼200명에 머물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일본대사관은 매년 자위대 창설일(1954년 7월 1일) 무렵에 기념식을 열었다. 보통 대사관 차원에서 자체 행사를 열지만 10년 단위로 리셉션 형태의 공개행사를 열어왔다. 앞서 50주년 기념식은 2004년 6월 18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렸다. 당시 정부 고위 관계자, 여야 국회의원 등이 참석해 물의를 빚었다. 10년 전 50주년 행사는 사전에 개최 사실이 알려졌지만 올해는 극도의 보안 속에 추진됐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행사 내용을 묻는 질문에 “확인해 줄 수 없다” “그런 행사가 없다”며 사실 확인을 거부했다.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는 “한국 국민의 불편한 심정을 알면서도 계속 행사를 여는 것은 일본의 인식이 전혀 바뀌지 않았음을 증명한다”라고 비판했다. 정윤철 trigger@donga.com·강은지 기자}
2008년 8월 서울시의회는 일명 ‘돈봉투 사건’으로 풍비박산이 났다. 김귀환 전 서울시의회 의장(당시 한나라당 소속)이 동료 시의원 28명에게 3400만 원의 돈봉투를 뿌린 사실이 드러난 것. 28명은 당시 서울시의원 106명 가운데 26.4%에 이른다. 지난해에는 김명수 서울시의회 의장(당시 민주당 소속)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다. 서울 신반포 아파트단지의 재건축과 관련해 철거업체로부터 1억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였다. 서울시 재건축 심의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가였다. 1991년 부활 이후 지방의회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가장 규모가 큰 서울시의회에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비리가 줄을 잇는다. 이번 김형식 서울시의원 살인교사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런 비리의 배경에는 대부분 도시개발을 둘러싼 이권이 걸려 있다. 김 의원 사건 역시 피해자 소유 땅의 용도변경 청탁이 있었다는 것이 경찰의 조사 결과다.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은 누구의 ‘줄’이 가장 센지에 달려 있다. 자연스럽게 ‘로비스트’인 시의원에게 로비가 집중되고 여기에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는 해 먹는다’란 도덕 불감증이 결합되면서 바로 비리가 싹튼다.” 이형석 전 서울시의원(52)은 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의원 비리의 원인을 이렇게 분석했다. 그는 6·4지방선거 때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앞서 그는 현직이었던 올 5월 자신의 의정경험을 바탕으로 지방의원의 비리근절 방안을 보고서로 만들었다. 일종의 자기반성인 셈이다.○ “시의원은 국회의원의 심부름꾼” 이 전 의원은 시의원이 지역구 국회의원의 ‘말’을 들어야 하는 풍토를 시의회 부패의 근본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국회의원에게 잘 보이려면 ‘심부름꾼’ 역할을 잘해야 한다. 시의회에 찾아가서 (국회의원이) 시킨 일은 무엇이든 다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의원이 동네 한 바퀴를 돌면 국회의원 사모님이 ‘다음에 또 나오려 하느냐’는 전화를 건다는 농담도 있다”며 “그만큼 공천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의 역할이 결정적”이라고 말했다.▼ 선거 하다보면 자연히 빚 늘어… 지역유지 찾아 돈 빌리며 유착 ▼이권 개입을 노리는 지역 유지들은 이 틈을 노린다. 우선 국회의원과 접촉한 후 국회의원을 통해 소개받은 시의원을 만나면 이후 ‘해결사’ 역할은 시의원이 맡는다. 이 전 의원은 “결국 지역개발, 인허가 등 지방행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형태의 부조리에서 의원은 ‘중개인’이고, 결정권한은 ‘공무원’에게 있고, 청탁은 ‘이해당사자’가 한다”고 설명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차용증’의 유혹 일단 지역 유지와 ‘끈끈한’ 관계를 맺으면 쉽게 끊을 수 없다. 바로 선거 비용 때문이다. 이 전 의원은 “선거를 하다보면 빚이 늘게 마련이다. 시의원 연봉은 6250만 원(서울시의 경우)인데 공식 선거 비용만 5000만 원 이상이기 때문이다. 부자가 아니라면 돈을 빌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시의원들은 알고 지내던 지역 유지를 찾게 되고 그들만이 기억하는 ‘차용증’을 작성하게 된다. 김 의원 살인교사 사건에서도 피해자와의 돈거래 내용이 적힌 차용증이 확인됐다. 이 전 의원은 “차용증을 써주면서 돈을 빌려주는 측은 각종 이권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 불분명한 민원과 청탁의 차이 지난해 초 서울 모 구청 공무원이 이 전 의원을 찾아왔다. 그는 “20년 넘게 고생한 공무원이 있는데 진급 좀 신경 써주세요”라고 부탁했다. 공무원 인사를 담당하는 서울시청 행정국은 1년에 두 차례 승진 대상자를 종합평가한다. 시의원은 상임위가 달라도 감사권과 예결산 심의권을 가지고 있다. 시청과 구청 등의 ‘고위층’을 압박할 수 있는 무기를 가진 셈이다. 이 전 의원은 “돈이 오가지 않고 ‘잘 봐 달라’고 부탁하는 것은 불법은 아니지만 시의원 입장에서는 거절하기가 어렵다”며 “이런 사안을 들어주지 않으면 지역사회의 인심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여기서 돈이 오가면 비리로 확대되고 결국 돈을 준 쪽에서 더 큰 이권을 위해 협박에 나서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설명했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한국 된장찌개를 좋아해요. 김치를 만들어 봤고 연구했어요. (김치를 잘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요.” 중국의 퍼스트레이디 펑리위안 여사는 박근혜 대통령이 4일 대접한 특별 오찬에서 한국 음식에 대한 애정을 고백했다. 오찬 장소는 서울 성북구 대사관로 한국가구박물관. 10채의 고풍스러운 한옥에 조선 후기 목가구 2500여 점이 소장된 곳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한옥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낮 12시 15분경에 도착한 시 주석은 사대부 집 안마당을 둘러보며 흥미를 보였다. 중국의 전통가옥과 달리 담이 낮아 성북동과 남산이 훤히 보이는 풍경에 깊은 인상을 받은 듯했다. 정미숙 가구박물관장(67)이 통역을 통해 “자연과 집이 하나 되고 내 시야가 미치는 곳까지 나의 집이라는 한국의 전통이 서려 있는 곳”이라고 설명하자 시 주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 주석은 관람을 마친 뒤 “한국 문화의 품위를 경험할 수 있었다. 참으로 아름답고 여기 오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번 특별 오찬은 지난해 한중 정상회담 때 시 주석이 공식 국빈만찬과 별도로 국빈관인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특별 오찬을 마련한 데 대한 화답 성격이었다. 박 대통령은 바둑을 좋아하는 시 주석에게 100% 규석으로 만든 최고급 신석 바둑알을 선물했다. 시 주석은 3일 국빈 만찬에 참석한 바둑기사 이창호 9단의 팬이다. 펑 여사에게는 은칠보 다기세트를 선물했다. 시 주석 내외에게 명품 홍삼인 천삼(天蔘)도 전달했다. 시 주석은 박 대통령에게 무궁화 문양 자수(가로 36cm 세로 56cm)와 조자룡 그림 족자(가로 109cm 세로 245cm)를 선물했다. 시 주석은 박 대통령에게 “무궁화는 한국의 꽃이기도 하지만 중국에서도 7월에 피는 꽃이기에 (선물하는) 시기가 맞았다”고 말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무궁화 문양 자수는 600시간을 투자해 만든 것”이라고 전했다. 조자룡은 박 대통령이 첫사랑이라고 언급한 삼국지의 등장인물. 그래서인지 박 대통령의 표정은 더욱 밝았다. 인민가수 출신의 펑 여사는 자신의 1∼6집 앨범이 담긴 DVD와 자신의 사진, 사인을 박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오찬에는 삼색 밀쌈과 야채샐러드, 영양 호두죽, 녹두전, 해물파전, 불고기와 구운 야채, 궁중 전복초교탕 등이 나왔다. 워커힐호텔 관계자는 “1인분에 10만 원 미만”이라고 귀띔했다. 시 주석은 박 대통령에게 “참으로 귀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줘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박 대통령은 시 주석이 떠난 뒤에도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 “또 와보고 싶다”며 15분간 박물관을 더 둘러봤다. 시 주석이 3일 오후 도착해 4일 오후 한국을 떠날 때까지 박 대통령과 함께 보낸 시간은 모두 8시간 25분. 지난해 박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방문했을 때의 7시간 반 기록을 1년여 만에 깼다.윤완준 zeitung@donga.com·정윤철 기자}
‘4강 신화 재현’을 꿈꾸는 이광종호가 터키에서 열리고 있는 201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16강에서 남미의 강호 콜롬비아와 맞붙게 됐다. 한국 청소년 대표팀은 지난 달 27일 나이지리아와의 B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0-1로 패하며 3위(승점 4)가 돼 16강 직행에 실패했다. 그러나 ‘6개조 1, 2위가 16강에 직행하고 각 조 3위 팀 가운데 성적이 높은 4팀이 16강에 합류한다’는 대회 규정에 따라 16강에 올랐다. 한국과 함께 우즈베키스탄(승점 4), 멕시코, 가나(이상 승점 3)가 3위로 16강에 진출했다. 한국은 4일 오전 3시(한국 시간) 터키 트라브존에서 C조 1위 콜롬비아와 16강전을 치른다. 2013 남미축구연맹(CONMEBOL) 청소년 선수권 우승팀 콜롬비아는 남미 선수 특유의 개인기를 앞세운 공격력과 탄탄한 수비 조직력이 장점으로 꼽힌다. 콜롬비아는 조별리그 3경기에서 단 1골을 내주는 ‘짠물 수비’를 보여줬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콜롬비아 선수들의 기량은 해당 연령대의 아르헨티나, 브라질 선수들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다. 공격수 존 코르도바와 미드필더 후안 킨테로는 당장 성인 대표팀에서 뛰어도 손색없는 실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코르도바와 킨테로는 조별리그에서 나란히 2골씩을 터뜨렸다. 나이지리아전에서 발목 부상을 당한 ‘해결사’ 류승우(중앙대)의 16강전 출전이 불투명해 전력 누수가 큰 대표팀은 조직력을 앞세운 수비로 콜롬비아의 공격을 막아내고, 강점인 패스플레이를 앞세워 역습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5월 열린 툴롱 국제친선대회에서 콜롬비아와 맞붙어 대등한 경기 끝에 0-1로 석패한 대표팀은 이번 맞대결에서 ‘8강 진출’과 ‘복수’를 모두 이뤄내려 한다. 콜롬비아를 꺾을 경우 한국은 파라과이-이라크의 16강전 승자와 8강전을 치른다. 김 위원은 “양 팀 모두 콜롬비아보다는 전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한국이 콜롬비아만 꺾으면 4강까지도 바라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20세 이하 월드컵 최고 성적은 1983년 멕시코 대회 4위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속공과 골밑 공격에 모두 능한 ‘만능 센터’ 김종규가 맹활약을 펼친 경희대가 대학 농구리그 정규리그 3연패를 달성했다. 경희대는 27일 수원 경희대 국제캠퍼스 체육관에서 열린 고려대와의 2013 대학 농구리그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86-68로 이겼다. 15승 1패가 된 경희대는 연세대(15승 1패)와 동률을 이뤘고, 상대 전적에서도 1승 1패로 팽팽히 맞섰으나 골득실 차에서 10점이 앞서 1위를 차지했다. 고려대 센터 이승현(13득점, 14리바운드)과 이정제(6득점, 1리바운드)는 육탄 방어를 펼치며 김종규(18득점, 17리바운드)를 막으려 했다. 그러나 김종규는 빠른 움직임과 패스 플레이를 통한 골밑 공격으로 상대 수비를 뚫어내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코뼈 부상을 당한 ‘괴물 센터’ 이종현(고려대)은 이날 경기에 나오지 않았다. 가드 김민구(29득점·3점 슛 3개)와 두경민(21득점·3점 슛 4개)은 내외곽에서 정확한 슛을 터뜨리며 고려대의 추격 의지를 꺾어버렸다. 대학농구리그는 약 2개월의 휴식기를 가진 뒤 9월 2일부터 플레이오프에 돌입한다. 고려대(3위)-상명대(6위), 한양대(4위)-건국대(5위)의 6강 플레이오프(3전 2선승제) 승자는 각각 연세대(2위), 경희대와 9월 7일부터 4강 플레이오프(3전 2선승제)를 치른다. 대망의 챔피언결정전(3전 2선승제)은 9월 12일부터 시작한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13번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과 2번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어낸 최고의 축구스타 라이언 긱스(40·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화려한 경력을 지닌 그가 끝내 이뤄내지 못한 것 중 하나는 웨일스 대표팀의 유니폼을 입고 월드컵 본선에 나서는 것이다. 프리미어리그에서 환상적인 활약을 펼치는 그에게 잉글랜드 축구협회는 여러 차례 러브콜을 보냈다. 웨일스보다 전력이 강한 잉글랜드 소속으로 뛸 경우 긱스는 월드컵 본선에 나설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항상 “잉글랜드보다는 어머니와 내가 태어난 웨일스 소속으로 월드컵 예선을 치르는 게 행복하다”며 거절했다. 그는 결국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아보지 못하고 2007년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제2의 긱스’로 불리는 웨일스 대표팀의 에이스 개러스 베일(24·토트넘)도 긱스와 같은 길을 걷게 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 시즌 베일은 프리미어리그에서 21골을 터뜨리며 잉글랜드축구기자협회가 선정하는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그는 현재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를 비롯해 수많은 유럽 명문 구단의 ‘영입 희망 1순위’에 올라 있다. 그러나 웨일스는 2014 브라질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웨일스는 9개조로 나뉘어 치러지는 유럽지역예선에서 27일 현재 A조 4위(승점 6)에 머물러 있다. 유럽지역예선에서는 각 조 1위가 본선에 직행하고, 각 조 2위 중 성적이 가장 떨어지는 1개 팀을 제외한 8개 팀이 플레이오프를 치러 4개 팀이 본선에 합류한다. 예선 4경기를 남겨둔 웨일스는 2위 크로아티아(승점 16)와의 승점 차가 10점이어서 본선 진출이 힘겨운 상황이다. 베일의 기량은 해를 거듭할수록 꽃을 피우고 있다. 하지만 혼자 힘만으로는 월드컵 본선에 갈 수 없다. 웨일스에서 더 많은 훌륭한 선수들이 나오지 않는 한 ‘긱스의 불운’은 베일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것이다.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의 ‘득점 기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8·포르투갈)도 브라질행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예선 7경기를 치른 포르투갈은 F조 1위(승점 14)에 올라 있기는 하지만 경기 수가 적은 2위 러시아(5경기·승점 12)와 3위 이스라엘(6경기·승점 11)에 근소한 승점차로 앞서 있다. 남은 경기 결과에 따라 언제든지 순위가 하락할 수 있다. 현재 브라질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한 국가는 개최국 브라질과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통과한 한국 일본 이란 호주다.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면 ‘각 대륙에서 가장 축구를 잘하는 국가’라는 명예와 함께 엄청난 부를 거머쥘 수 있다. 본선에 나서는 것만으로도 조별리그 배당금과 월드컵 준비 자금을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 월드컵의 배당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2010 남아공 월드컵 당시 조별리그 출전 배당금이 800만 달러(약 92억 원), 월드컵 준비 자금이 100만 달러(약 11억 원)였다는 것을 고려할 때 브라질 월드컵 본선 진출국도 돈방석에 앉게 된다는 사실은 확실하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원 팀, 원 스피릿, 원 골(One Team, One Spirit, One Goal).” 하나의 팀, 하나의 정신, 하나의 목표를 강조한 홍명보호의 슬로건이다.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홍명보 감독(44)이 ‘단합된 정신’과 ‘한국형 전술’을 통해 대표팀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팀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홍 감독은 25일 경기 파주시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스페인 선수도, 독일 선수도 아니다. 2014 브라질 월드컵까지 남은 기간에 한국 선수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전술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대표팀의 ‘승패’보다 ‘변화된 모습’일 것”이라며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전술의 큰 그림에 대해 밝혔다. 홍 감독은 “한국 선수들은 상대의 공을 굉장히 잘 뺏는 반면 상대에게 공을 굉장히 잘 빼앗긴다는 단점이 있다. 공을 소유할 수 있는 시간을 늘릴 수 있도록 조직력을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강한 압박축구를 통해 세계적인 강팀을 상대해도 쉽게 뚫리지 않는 수비력을 갖추겠다고 했다. 전체적인 전술의 틀은 지난해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할 당시 홍명보호가 보여준 모습과 비슷할 것으로 전망된다. 홍 감독은 성실성과 희생정신을 가진 선수를 발탁하겠는 뜻을 내비쳤다. 2009년 20세 이하 월드컵부터 그가 키워온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등 이른바 ‘홍명보의 아이들’도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했다. 홍 감독은 “과거가 미래를 보장해 줄 수는 없다. 그들의 1년 전과 1년 후의 경기력을 모두 분석해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성(퀸스파크 레인저스) 복귀론’에 대해서는 “선수 본인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홍 감독은 지난달 말까지 약 5개월 동안 러시아 안지 마하치칼라 사령탑인 거스 히딩크 전 한국대표팀 감독 밑에서 지도자 연수를 했다. 홍 감독은 개인주의가 강한 외국 선수들을 보며 한국 선수들의 훈련 태도와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훌륭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다시 한 번 한국 선수들과 함께할 기회가 온다면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대표팀 사령탑에 오르도록 내 마음을 움직인 것은 바로 한국 선수들”이라고 말했다. 히딩크 감독도 홍 감독에게 많은 조언을 해줬다. 홍 감독은 “히딩크 감독이 ‘네가 대표팀 사령탑에 오르면 내가 수석코치를 하겠다’고 농담을 한 적도 있다. 그는 ‘대표팀 제의가 들어오면 네 주변의 모든 상황을 냄비에 넣고 끓여봐라. 거기서 나온 결과물에 걸림돌이 있으면 사령탑을 맡지 말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끓여봤더니 아무것도 나오지 않아서 감독직을 수락하게 됐다”며 웃었다. 홍 감독의 계약기간은 2년이다. 브라질 월드컵과 2015 호주 아시안컵 성적에 따라 불명예스럽게 지휘봉을 내려놓을 수도 있다. 그러나 ‘2년’이라는 기간은 홍 감독 스스로가 선택한 것이었다. 홍 감독은 “대한축구협회는 더 좋은 계약조건을 제시했다. 그러나 나는 성적이 좋지 않으면 물러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또 장기 계약을 할 경우 간절한 마음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를 채찍질하기 위해 협회에 2년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1년이라는 짧은 본선 준비 기간이 부담스럽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성공의 비결은 안 좋은 상황을 잘 활용하는 데 있다. 인간은 안락한 순간보다 도전과 갈등을 통해 평가 받는다”고 말했다.파주=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1. 2010년 대표팀이 광저우 아시아경기를 준비하던 2009년 말. 남해에서 훈련하던 중 A 선수가 팀 분위기를 흐리는 행동을 자주 했다. 홍명보 감독은 국내 팀과의 평가전 멤버에서 A 선수를 뺐다. 이후 일본과의 공식 평가전 때도 A 선수는 선발에서 빠졌다. 일본에 1-2로 졌지만 홍 감독에게는 팀워크가 더 중요했다. A 선수는 팀 분위기를 망쳐 선수들로부터 사실상 ‘왕따’였다. 홍 감독은 이후 한동안 A 선수를 뽑지 않았고, A 선수는 “대표팀 분위기를 흐리지 않고 팀을 위해 뛰겠다”는 약속을 한 뒤에야 대표팀에 합류했다. #2. 2009년 이집트에서 열린 20세 이하 청소년 월드컵을 준비하던 때. 파주 NFC(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홍 감독은 한 선수가 식당 아주머니에게 인사를 하지 않고 지나가자 바로 불러 세워서 불호령을 내렸다. 홍 감독은 “대표팀의 경기력을 위해 노력하는 분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잊으면 태극마크를 달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홍 감독과 함께한 선수들은 식당 아주머니와 잔디 관리인, 경비원들에게 정중하게 인사하고 지낸다. 국제대회를 나갈 때 NFC 직원 전체가 나와 손을 흔들며 환송해 주는 팀은 ‘홍명보호’밖에 없다. #3. “제가 2NE1을 어떻게 알겠어요. 하지만 2009년 세계 청소년 월드컵을 앞두고 선수들과 친해지기 위해서 최신 노래를 외웠어요. 지나가다 노래 듣고 있는 선수들에게 ‘이 이거 그 노래 아냐’라고 물으면 ‘감독님이 이런 노래도 알아요?’라는 답이 돌아와요. 그러면서 낄낄거리며 좋아하더라고요.”(2011년 8월 16일자 동아일보 인터뷰) 24일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대표팀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된 홍명보 감독(44)은 ‘선수이기 전에 사람이 먼저’를 강조한다. ‘하나를 위한 모두, 모두를 위한 하나(All for One, One for All)’를 강조한다. 팀워크로 녹아나지 않는 선수는 절대 뽑지 않는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홍 감독의 말은 곧 법이다. 하지만 상명하복의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하는 명령이 아닌 믿음에 기초한 ‘신뢰의 법’이다. 홍 감독은 선수들과 하나 되기 위해 ‘소통’을 강조한다. 불거진 광대뼈에 표정 없는 과묵한 얼굴. 강력한 카리스마의 홍 감독은 사실 가슴이 따뜻한 ‘큰형님’이다. 선수들이 골을 넣으면 주저 없이 그에게 달려가는 이유다. 그는 선수들과 소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허정무 조광래 최강희 감독 이후 ‘월드컵 태극 전사’를 이끌 홍 감독은 한국 축구의 새 시대를 열어줄 ‘준비된 감독’이다. 허정무 축구협회 부회장은 24일 홍 감독의 선임을 발표하며 “이젠 한국 축구도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언제까지 외국인에게 기댈 것인가. 잘 준비해온 홍 감독에게 맡기고 잘 지원해 한국 축구의 미래를 키워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허 부회장은 “외국인 감독은 결국 단발성으로 끝날 것”이라며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홍 감독은 1990년 이탈리아, 1994년 미국, 1998년 프랑스, 2002년 한일 월드컵까지 4회 연속 선수로 뛰었다. 2002년엔 ‘4강 신화’의 주역이었다. 2002년 거스 히딩크 감독 밑에서 선수로 배웠고,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작은 장군’ 딕 아드보카트 감독, 2007년 아시안컵 때 핌 베어벡 감독 등 명장들 밑에서 코치로 세계 축구의 노하우를 익혔다. 이후 감독으로 2009년 세계 청소년 월드컵 8강,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 동메달,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을 획득하며 지도력을 보여줬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홍 감독은 최상의 카드”라고 강조했다. 홍 감독이 2009년부터 키워온 속칭 ‘홍명보의 아이들’로 대변되는 황금세대를 가장 잘 이끌 지도자란 평가다.양종구·이종석 기자 yjongk@donga.com ▼ 태극마크 달 ‘홍명보의 아이들’ 누구… ▼U-20부터 작년 올림픽 활약한 구자철-김보경-윤석영 등 물망 “런던 올림픽 멤버 중 몇 명이 2014년에 브라질 땅을 밟게 될지 지켜봐 달라.” 홍명보 감독이 지난해 10월 고려대에서 열린 리더십 강연에서 한 말이다. 그는 자신이 키워낸 어린 선수들이 자만하지 말고 꾸준히 경기력을 유지해 국가대표로 성장하길 원했다. 2009년 20세 이하 월드컵부터 지난해 런던 올림픽까지 그가 키워온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김보경(카디프시티) 윤석영(퀸스파크 레인저스) 등은 ‘홍명보의 아이들’로 불린다. 런던 올림픽에서 맹활약한 기성용(스완지시티)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도 범‘홍명보의 아이들’로 분류된다. 홍 감독이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오름에 따라 그가 키워낸 선수들이 대표팀의 주축을 이룰 가능성이 커졌다. 브라질 월드컵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1년도 안 남은 상황에서 가장 확실한 카드는 신뢰할 수 있는 선수들로 팀을 꾸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홍명보의 아이들’은 오랫동안 국제대회에 함께 출전하며 손발을 맞춰 팀워크에서도 문제가 없다. 이들이 축구 인생의 절정기에 올라 있는 것도 강점이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올림픽 당시 23세 이하였던 선수들이 1년 뒤면 전성기로 볼 수 있는 25세 정도가 된다”고 말했다. 런던 올림픽 당시 와일드카드 논란이 일었던 공격수 박주영(셀타 비고)은 또 한 번 논란의 중심에 설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을 앞두고 홍 감독은 병역 회피 논란이 일었던 박주영을 과감히 대표팀에 승선시켰다. 당시 홍 감독은 “박주영은 인성이 훌륭하고 나와의 소통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동안 대표팀의 공격력이 도마에 올랐던 터라 홍 감독은 박주영 등 최강희 감독 체제에서 중용되지 않았던 공격수들을 선발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박주영의 몸 상태다. 박주영은 지난 시즌 스페인 프로축구 셀타 비고에서 좀처럼 선발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리그에서 단 3골을 넣는 데 그쳤다. 홍 감독은 런던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대학, 프로팀 등 다양한 연령의 선수를 관찰했기 때문에 당시 축적된 자료를 토대로 새로운 공격수를 발탁할 가능성도 있다. 2011년 대표팀에서 은퇴한 박지성(퀸스파크 레인저스)의 복귀는 어렵다. 박지성 본인이 “홍 감독이 불러도 대표팀에 가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그의 빈자리는 런던 올림픽에서 주장으로 맹활약한 구자철이 맡을 것으로 보인다. 구자철은 강한 체력과 함께 홍 감독이 강조하는 ‘희생정신’을 가졌기 때문에 팀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 홍명보호는 다음 달 20일 개막하는 동아시안컵에서 첫 시험대에 오른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킹’ 르브론 제임스(29·마이애미)가 21일 샌안토니오와의 미국프로농구(NBA) 챔피언 결정 최종 7차전(95-88 마이애미 승)에서 37득점 12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팀의 2년 연속 우승을 이끌었다. 제임스는 2년 연속 정규리그와 챔프전 최우수선수(MVP)를 석권했다. 제임스가 우승과 개인 수상 횟수를 쌓아 나갈 때마다 빠지지 않고 나오는 얘기. 마이클 조던(사진)과 제임스 중 누가 더 나을까. 제임스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제2의 조던을 찾고 싶어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나일 뿐이다. 제2의 나를 찾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했다. 조던과의 비교가 달갑지 않다는 것이다. 제임스는 ‘농구 황제’ 조던이 2002∼2003시즌을 끝으로 코트를 떠난 직후인 2003∼2004시즌에 데뷔했다. 황제가 물러난 뒤 ‘제2의 조던’을 갈망하던 언론과 팬들은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클리블랜드 유니폼을 입은 제임스를 주목했다. 제임스는 조던의 현역 시절 등번호와 같은 23번을 달고 데뷔했다. 비교를 안 할 수가 없는 분위기였다. 지금까지의 기록만 보면 아직은 ‘킹’보다는 ‘황제’가 위다. 조던은 데뷔 시즌 경기당 평균 28.2점을 넣었다. 제임스는 20.9점으로 많이 못 미친다. 정규리그 통산 평균 득점에서도 조던(30.1점)이 제임스(27.6점)에 앞선다. 플레이오프에서도 조던은 평균 33.4득점(179경기)으로 28.1득점(138경기)인 제임스보다 낫다. 제임스가 조던에 비해 낮게 평가되는 이유는 또 있다. 조던은 시카고에서 뛴 13시즌 동안 6차례 우승하면서 시카고 전성시대를 이끌었다. 하지만 제임스는 7시즌 동안 몸담았던 클리블랜드에서 우승 반지를 끼지 못하자 팀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우승할 만한 팀(마이애미)을 골라 이적했다. 제임스가 2010년 팀을 옮기자 클리블랜드 팬들은 ‘배신자’라는 낙인을 찍었다. 이런 둘의 이미지는 챔프전 시청자 수로도 나타났다. 조던이 챔프전에 오른 6번 모두 시청자 수가 2000만 명을 넘었다. 제임스가 뛴 4번의 챔프전 때는 2000만 명을 넘긴 적이 한 번도 없다. 조던은 6번 진출한 챔프전에서 모두 우승했고, 제임스는 4번 중 반타작을 했다. 11일 미국 스포츠전문 채널 ESPN은 역대 NBA 플레이오프 최고 활약 선수 순위로 조던을 1위, 제임스를 2위에 올렸다. 조던은 이번 시즌 중 “제임스는 우승을 한 번밖에 못했다. 우승을 좀 더 해야 (나와) 비교가 될 것”이라고 했다. 조던은 40세에 은퇴했다. 제임스가 같은 나이가 되려면 11년 남았다. ‘황제’를 뛰어넘은 ‘킹’, 그날이 올까.이종석·정윤철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