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근형

유근형 기자

동아일보 해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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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질문이 좋은 글을 일군다 믿습니다. 파리 런던 베를린을 넘어 중동까지 한끗 다른 질문들을 던지겠습니다.

noel@donga.com

취재분야

2026-03-04~2026-04-03
국제정세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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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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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유근형]맞춤형 복지의 그늘

    “양복 한 벌 맞추자.” 기자 시험 합격 통보를 받던 날. 아버지와 서울 이태원의 한 양복점을 찾아갔다. 미국 정치인, 농구 선수 등 해외 유명 인사들의 단골 가게라고 했다. 재단사가 팔과 다리의 품을 측정하는데, 난생 처음 겪는 호사에 우쭐해졌다. 맞춤 양복은 품질도 남달랐다. 면접을 앞두고 아웃렛 매장에서 산 기성복은 어깨가 맞으면 튼실한 뱃살 탓에 허리가 조여 왔다. 하지만 맞춤복은 군대 시절 사랑했던 깔깔이처럼 편했다. 와이셔츠에는 영문 이름의 이니셜까지 새겨 줘 자존감을 배가시켜 줬다. ‘아! 이래서 사람들이 양복을 맞추는 거구나.’ 처음 만끽했던 맞춤 양복의 감촉을 아직 잊지 못한다. ‘맞춤형(talor-made)’이란 용어는 개인의 기호를 최대한 배려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하지만 이 형용사가 부적절하게 사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다. ‘맞춤형’을 표방한 각종 정부 정책이 그렇다. 정책 소비자인 국민을 최대한 배려하는 것처럼 포장하고 있지만, 막상 내용을 보면 국민 편의를 더 제한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빈곤층을 지원하는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대표적이다. 이 제도는 일정 소득 이하인 저소득층에 생계비, 교육비, 주거비, 의료비를 모두 지원하던 방식에서 각각의 지급 기준을 두는 방식으로 7월부터 개편됐다. 보건복지부는 맞춤형 복지가 실현돼 지원 대상이 약 70만 명이 늘 것이라고 홍보했다. 하지만 오히려 지원이 주는 경우가 적지 않게 발생해 맞춤형 복지의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4인 가족 기준으로 소득이 중위 소득(4인 가족 약 422만 원)의 28∼40% 가정은 기존에는 수급 대상이었지만 생계비를 못 받게 됐다. 또 주거비의 경우 지자체마다 지원 기준이 달라지면서 비수도권 2인 이상 가구는 지원액이 주는 경우가 생기기도 했다. 소득이 없어도 근로 활동 연령이면 최저임금의 50%가량 소득이 있다고 간주하는 추정소득제도가 제도화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럴 경우 송파 세 모녀가 다시 살아나 기초수급 신청을 해도 성인이기 때문에 이미 추정 소득이 높아져 지원 자격을 얻지 못하게 된다. 맞춤형 제도가 복지 삭감을 위한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부정 수급자를 색출하거나, 복지에 안주해 자활을 포기하는 사람들을 추려 내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하지만 꼭 필요한 복지까지 ‘복지 재정 효율화’, ‘맞춤형 복지’라는 이름으로 축소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한 복지부 공무원은 내년도 예산안을 수립하면서 “청와대에서 복지 재정 효율화 기조를 세운 뒤 신규 사업은 하지 말고, 있는 것도 줄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라고 전했다. 정책을 수립하는 공무원들의 분위기가 이러한데, 맞춤형 복지가 왜곡된 방향으로 흐르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처럼 보인다. 복지부 국정감사장에서 한 여당 국회의원이 정진엽 복지부 장관에게 호통치던 순간이 자꾸 떠올랐다. “복지방해부라는 모욕적인 말을 들으면서도 화도 안 납니까?”유근형 정책사회부 기자 noel@donga.com}

    • 2015-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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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희롱 의혹 증인에 “○○ 좀 꺼내봐라”

    11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때 아닌 성희롱 논란이 일었다.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류시문 한국사회복지사협회장에게 “회장 ○○ 좀 꺼내 봐라. 내가 좀 보게”라고 발언한 것.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류 회장은 협회 직원에게 성희롱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 류 회장은 직원이 진료예약 사항을 보고하면서 “대학병원 비뇨기과에 예약돼 있다”고 보고하자 “내 ○○이 얼마나 튼실한데 비뇨기과라고 하느냐”라고 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의원은 류 회장의 성희롱 의혹을 제기하며 류 회장이 직원에게 했다는 말을 유사하게 인용해 재연한 것이다. 김 의원은 문제의 발언을 재연하면서 “이런 말을 들으면 어떤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류 회장은 “그런 일 없다”라며 “나는 비뇨기과를 예약한 바 없고 이비인후과를 예약했다. 성희롱 의혹은 조작된 것이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세종=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 2015-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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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 3채이상 가진 68만명 건보료 한푼도 안 내

    집을 3채 이상 갖고도 건강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는 사람이 약 68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8일 남인순, 양승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른 것이다. 자료에 따르면 1월 기준 직장인 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등록돼 있어 건보료를 내지 않는 사람은 2044만여 명. 이 중 자기 명의로 된 집을 3채 이상 갖고 있는 사람은 67만9501명으로 나타났다. 피부양자 제도는 소득이 있는 직장인이 경제적 능력이 없는 노인과 자녀를 부양하라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피부양자 등록 기준이 느슨해 부자들이 무임승차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현재 재산 9억 원 이하이거나, 금융·연금·근로·기타 소득이 각각 4000만 원 이하일 경우 직장인 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있다. 이창준 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피부양자 재산기준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주택의 경우 실거래가로 18억 원 이상이어야 피부양자 등록이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 2015-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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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ealth&Beauty]“하나의 장기도 버려지지 않게 노력… 해외서도 찾아와”

    장기이식은 모든 외과 수술 중에서도 가장 고난도의 의술이 필요한 분야다. 수술 시간이 다른 외과 수술보다 길고, 출혈도 많은 편이다. 새로운 장기와 기존의 혈관을 하나하나 연결하는 작업은 정교한 기술을 요한다. 새 장기를 이식했을 때의 면역 거부 반응 등 부작용에도 대비를 해야 한다. 여러 가지 주의 요소 중 하나라도 어긋날 경우 실패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 외과와 내과를 비롯해 전 분야에 걸쳐 유기적인 협진도 필수다. 그 때문에 모든 외과 수술의 총체인 장기이식을 ‘신의 수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고위험 장기이식 분야도 성장 고려대 안암병원은 장기이식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병원이다. 간, 신장, 췌장 등 각 분야 드림팀 의료진의 활약이 알려지면서 해외환자들까지 장기이식을 위해 병원을 찾고 있다. 2013년 고려대병원은 국내 외국인 신장이식 건수 1위, 간이식 건수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김동식 장기이식센터장은 “뇌사자의 장기기증은 매우 적고, 이식 대기자는 많은 가운데, 단 하나의 장기도 버려지지 않고 환자들에게 이식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장기이식이 가장 고도화된 분야는 간, 신장, 심장 등이다. 김동식 유영동 교수로 이뤄진 간 이식팀, 정철웅 전흥만 교수가 활약하고 있는 신장·췌장이식팀, 손호성 정재승 교수가 짝을 이룬 심장이식팀 등은 고려대병원의 장기이식 드림팀으로 불린다.혈액형 안 맞아도 장기이식 성공 간이식팀의 성장 동력은 유기적인 협진 시스템이다. 간이식팀은 간담췌외과, 소화기내과, 마취과를 비롯한 관련 임상 의사들이 실시간으로 유기적인 협진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협진이 이뤄지면서 이식 수술 시점 판단, 적절한 이식 수술법 고안, 수술 후 면역 거부 최소화 등 각 분야의 전문성이 향상됐다. 대표적으로 무수혈 간이식 수술의 성공도가 높아지고 있다. 장기 이식으로 인한 면역 거부 부작용 우려가 높은 이식 수술의 경우, 수혈을 받으면 부작용 가능성이 다소 높아진다. 따라서 수술 중 환자 안전을 높이기 위해 무수혈 수술이 고안됐다. 간암 환자의 종양을 제거한 이후에 실시하는 이식술 등 고위험 장기이식술의 안전성과 효과성을 인정받고 있다. 다른 병원에서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된 간을 찾아 적합한 환자를 찾는 일도 늘고 있다. 또 혈액형 부적합 환자에게도 간이식에 성공하기도 했다. 해외 환자도 찾는 신장·췌장 이식 신장 췌장 분야는 최고 수준의 이식 기술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혈액형이 일치하지 않는 상황에서의 신장 췌장 동시이식 등 고난도의 이식을 성공해 국내외 환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심장 분야도 마찬가지다. 수차례 부정맥을 동반한 심정지로 고비를 넘긴 환자, 울혈성심부전으로 15년 가까이 고생했던 환자, 만성심부전 환자 등 생사의 기로에 선 환자들이 심장이식을 성공적으로 받았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고대안암병원 장기이식센터는 2015년 대한민국 보건의료대상 시상식에서 종합병원부문 대상인 국회보건복지위원장상을 수상했다. 한 번 환자는 영원한 환자 고대안암병원 장기이식센터는 이식을 받은 환자들과의 지속적인 교류로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6년째 ‘장기이식인의 날’ 행사를 매년 열고 있다. 올해 4월 열린 장기이식인의 날 행사에서는 이식대기환자를 위해 ‘장기기증 활성화-생명나눔 여섯번째 이야기’를 주제로 진행돼 약 200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장기이식인과 가족들은 의료진과 함께 걸으며 진료실에서는 나누지 못한 궁금증과 이야기들을 공유했다. 김 센터장은 “장기이식 후에는 의학적 도움뿐 아니라 스스로 건강을 철저히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이식인과 의료진은 동반자”라며 “한 번 우리 병원과 연을 맺은 환자들을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각오로 진료에 나서고 있다”라고 말했다. 장기이식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활동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특히 고려대학교를 상징하는 호랑이와 작은 날갯짓이 큰 결과를 만든다는 나비효과를 합성한 ‘호랑나비효과’라는 제목으로 장기기증서약캠페인을 펼쳐왔다. 고려대 학생들과 이식을 받고 새 삶은 얻은 환자들이 주축이 돼 장기기증의 가치를 전하는 자발적인 캠페인이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 2015-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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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보건안보구상’ 고위급 회의… 7일부터 3일간 서울에서 열려

    세계 각국의 보건안보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제2차 글로벌보건안보구상(Global Health Security Agenda·GHSA) 고위급 회의’가 7일부터 3일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다. 이번 행사에는 토머스 프리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소장, 후쿠다 게이지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차장, 브라이언 에번스 세계동물보건기구(OIE) 사무차장, 아와 마리 콜세크 세네갈 보건사회장관 등 세계 보건 전문가들이 참석한다. GHSA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들은 9일 ‘서울선언문’을 통해 발표될 예정이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 2015-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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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요스케치]환자복 벗고 바리스타 옷… ‘마음의 병’ 치유 빨라져

    “저 손님은 분명히 나를 믿지 않을 거야. 이 커피에 독을 탔다고 생각하겠지. 그럼 경찰을 불러 나를 감옥에 처넣을지도 몰라.” 아무리 마음을 진정하려 해도 불길한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커피를 사기 위해 다가오는 손님들이 마치 나를 잡으러 오는 귀신처럼 느껴졌다. 지난해 서울 광진구 국립서울병원 1층에 위치한 한우리카페에서 일하기 시작한 유호석 씨(38)는 한동안 이런 피해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정신질환자에서 카페 관리자로 유 씨는 사실 마음이 아픈 사람이었다. 평범한 대기업 대리였던 2006년부터 갑자기 환청이 들리기 시작했다. 누군가 자꾸 말을 거는 것 같았다. 가족은 “왜 그렇게 혼잣말을 하니?”라고 물었다. 환청에 반응을 하는 것을 가족은 혼자 중얼거리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저능아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의사는 유 씨에게 조현병(정신분열증) 진단을 내렸다. 유 씨는 “대학도 나왔고, 군대도 다녀왔고, 번듯한 직장도 있는 내가 왜?”라며 받아들이지 못했다. 직장을 그만두고 방에 틀어박혀 지냈다. 생각이 복잡해지면서 폭력적인 성향까지 드러냈다. 결국 정신병원 폐쇄 병동에 입원해야 했다. 세상과 단절된 채 수차례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 유 씨에게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 건 국립서울병원 낮 병동에 다니면서다. 잠은 집에서 자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낮 병동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다양한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증세가 완화된 유 씨는 사회 복귀를 도와주는 한우리카페에서 일하면서 자신감이 배가됐다. 1년이 지난 요즘 그는 다른 환자들을 관리하는 매니저 역할을 맡게 됐다. 도움이 필요하던 사람이 도움을 주는 사람으로 변신한 것이다. 유 씨는 “발병 후 운전을 하지 못했다. 항상 팔이 잘려 나간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운전도 하고, 딸과 춤도 춘다. 잃었던 팔을 되찾은 것 같다”라고 웃었다.세상을 버텨 낼 힘을 주는 한우리카페 유 씨가 새 삶을 얻은 한우리카페는 지금까지 약 50명의 정신질환자에게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마음의 문을 만들어 줬다. 국립서울병원은 경증 정신질환자들이 사회로 돌아가 직장을 얻고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도와주자는 취지로 1997년 이 카페를 열었다. 2013년에는 에스프레소 추출 기계 등을 갖추고 현대적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의 면모를 갖췄다. 카페는 정신질환 외래 환자들이 가장 많이 드나드는 1층 로비에 있다. 카페에서 일하는 환자들이 최대한 일반인과 어울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다. 또 증상이 심한 환자들은 이 카페에서 일하는 환자들을 보면서 치료 의지를 다질 수 있다. 카페 운영을 지원하는 작업치료사 서순애 씨는 “중증 정신질환자 부모들이 카페를 지나면서 ‘우리 자식도 이 사람들처럼 좋아질 수 있는 거죠?’라는 말을 할 때가 있다. 그랬던 환자들이 좋아져서 실제로 이 카페에서 일하게 됐을 때가 가장 기쁘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곳에서 일하면서 치료를 겸하는 환자들은 회복 속도가 빠른 편이다. 심민영 국립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심리지원단장은 “대인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정신질환자들은 일반인과 섞이는 것만으로도 큰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치료 효과에 대한 소문이 퍼지면서 일할 기회를 얻기도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현재 카페에서 일하는 환자는 총 4명. 2개월마다 지원자를 받아 선발한다. 최근에는 4개월 정도는 기다려야 일할 기회를 얻기도 한다. 하루에 2시간 30분씩 주 5일을 일하면 최소 15만 원에서 최대 30만 원까지의 임금도 지급된다. 매출에서 운영비를 제외한 금액으로 임금을 상정하기 때문에, 많이 팔면 팔수록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다. 윤석란 국립서울병원 수간호사는 “경증 환자들의 재활 프로그램으로 제주도 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한우리카페에서 일한 환자가 그 돈으로 경비를 스스로 부담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커피 맛은 여느 전문점 못지않아 가벼운 정신질환자들이 함께 모여 일하기 때문에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정신질환자들은 대게 강박 증상을 갖고 있다. 정해진 매뉴얼에 딱 맞춰서 생각하고, 틀에서 벗어나려고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한마디로 융통성이 부족하다는 것. 같은 말을 반복하는 틱 장애도 이런 강박 증상의 일종이다. 신입 직원들은 주문을 받는 데 애를 먹기도 한다. 예를 들어 손님이 “커피 한잔 주세요”라고 할 때 “커피라는 메뉴는 없는데요”라고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메뉴판에 ‘아메리카노’는 있지만 ‘커피’라고 쓰인 메뉴가 없기 때문이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정산했을 때, 잔돈이 맞지 않을 경우 밤늦게까지 퇴근을 하지 않고, 계산에 집착하는 경우도 있다. 이 카페에서 일을 배웠던 이수목 씨(27)는 “돈을 받을 때마다 계산이 틀리지 않을까 스트레스가 심했다. 처음엔 1만 원 가까이 차가 나기도 했다”라며 “하지만 돈이 딱딱 들어맞을 때 ‘남들보다 내가 느릴 뿐이지 못할 일은 없다’라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라고 말했다. 정신질환자들이 일하는 카페이기에 여느 카페보다 우수한 점도 있다. 강박 증상이 있는 이들은 청소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 많다. 도구를 사용하면 반드시 그 자리에 둬야 하는 경향도 있다. 이 때문에 이 카페는 먼지 하나 발견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리 정돈이 잘 돼 있다. 정신질환자들이 만드는 커피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터. 하지만 기자가 직접 맛본 커피는 콩다방, 별다방 등 유명 커피 브랜드 못지않은 맛을 지녔다. 아메리카노 1000원, 카페라테 2000원, 팥빙수 3000원 등 저렴한 가격도 인기 비결이다. 이 카페에서 계산 기계 조작법을 배워 퇴원 후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는 이유비 씨(34)는 “20대를 거의 방에서만 보낸 내가, 자격지심이 가득했던 내가, 지금 낯선 사람들과 마주하는 일을 한다는 건 기적이다”라며 “한우리카페가 다시 살아갈 힘을 줬다”라고 말했다.정신질환 치료, 격리에서 재활로 패러다임 변화 정신질환자에 대한 치료가 직업 재활 중심의 개방적인 방식으로 이뤄진 것은 최근의 일이다. 1950년대 이전까지 국내엔 정신질환 치료제조차 없었다. 그 때문에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는 믿음이 없었다. 정신질환자를 ‘격리’해 ‘박멸’해야 할 대상으로 여겼던 이유다. 그 바람에 이들을 교화시킨다는 명목으로 구타하거나, 굿을 하는 등 비과학적인 처방이 주를 이뤘다. 국내에 약이 보급되기 시작한 건 1950년대에 이르러서다. 병자들을 분리된 공간에 몰아넣고 약을 먹이는 식의 치료가 시작된 것이다. 병자들은 주로 폐쇄적인 공간에 격리 수용됐다. 1962년이 돼서야 미국의 원조로 국내 최초의 국립 정신병원이 설립됐다. 정신질환자를 병원에 가둘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함께 돌봐야 한다는 개념이 도입된 것은 1995년 정신보건법이 만들어진 뒤다. 정신질환자에게도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해야 한다는 운동이 시작됐다. 병원뿐 아니라 지역사회와 함께 치료가 진행돼야 회복 속도가 빠르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기 시작했다. 한우리카페 등 다양한 직업 자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국립서울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의 평균 입원 일수는 77일로 국내 평균(176일)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하규섭 국립서울병원장(서울대 의대 정신과학교실 교수)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정신병원 병상 수가 늘어나는 국가는 한국을 비롯해 몇 나라밖에 없다”라며 “이제는 정신질환자 치료도 병원에 가두는 방식이 아니라 재활, 직업 교육 등 열린 공간에서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혹시 나도… ‘마음의 병’ 알면 막을 수 있어요▼부모 모두 조울증 있으면 자녀 발병률 30∼50% “정신과 약은 중독된다. 약이 아닌 의지로 극복해야 한다.” 미국 유학 중에 항우울제를 복용하며 우울증을 견뎌 왔던 20대 여성 최모 씨는 지인들에게서 이런 지적을 자주 들었다. 증상이 완화됐다면 약을 끊어 보라는 것. 최 씨는 지인들의 충고를 받아들여 복용 3개월 만에 약을 끊었다. 하지만 곧 위기가 찾아왔다. 약 복용을 임의로 중단한 지 2주 만에 불면증이 찾아왔다.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수면제를 먹으면서 버텼지만 이내 약도 잘 듣지 않았다. 결국 일주일가량 잠을 이루지 못한 최 씨는 충동적으로 수면제를 40알가량 먹고 병원에 실려 가야 했다. 최 씨는 “항우울제를 6개월 이상 꾸준히 복용하라는 의사의 처방을 무시한 것이 후회가 된다”고 했다. 정신질환 치료는 유독 쉬쉬하며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인식은 제대로 된 치료를 막는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정신질환자는 의료진을 믿고 따르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재발 가능성을 높이고 완치에서 멀어지는 길이다”라고 입을 모은다. 완치를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치료의 기본 원칙 두 가지를 알아봤다.①약 복용 임의 중단 말아야 전문가들은 최 씨처럼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를 받고 약 복용을 임의로 중단하는 것이 가장 위협적인 재발 요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신질환 약을 끊는 것은 감기약을 그만 먹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위험한 행위라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우울증은 항우울제를 최소 4∼5개월, 길게는 1∼2년 동안 꾸준히 복용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1∼2개월 약을 복용한 후 우울, 불안 증세가 호전됐다고 해서 약 복용을 중단하면 재발 위험성이 2, 3배 높아진다. 실제로 독일 저먼윙스 항공기를 고의로 추락시킨 조종사도 임의로 약을 복용하지 않았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 따르면 정신질환 치료를 받은 사람의 54.9%가 의사의 지시 없이 임의로 약 복용을 끝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 지시로 치료를 종결하는 경우는 28.6%에 불과했다. 이동우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신건강은 고혈압,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이다. 다수의 질환은 꾸준히 약을 복용하면 충분히 정상 생활이 가능하지만 임의로 약을 끊으면 최악의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항우울제, 기분조절제, 항정신성약물 등은 중독성이 없으니 장기 복용해도 괜찮다고 말한다. 반면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받은 약을 거부하고, 약국에서 구할 수 있는 수면제에 의지하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수면제, 안정제 등은 일부 내성이 강하고 중독성도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②가족력 있다면 조기 진단에 힘써야 가족 중에 우울증, 정신분열(조현병), 조울증 등 정신질환을 겪은 사람이 있다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정신질환은 가족력과 연관이 깊은 병이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2011년 실시한 전국정신질환실태조사에 따르면 우울증을 평생 1번 이상 겪는 사람은 6.7%에 이른다. 하지만 부모 또는 형제 중에 우울증이 있는 사람의 발병률은 약 2.8배 높았다. 100명 중 1명 정도가 겪는 조현병도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부모 중 한 명이 조현병일 경우 자식의 유병률은 12%, 부모가 모두 조현병일 경우 자식의 유병 가능성은 40%에 이른다. 기분 변화가 심한 조울증도 마찬가지다. 부모 중 한 명이 조울증을 겪으면 자녀의 조울증 발생 가능성은 10∼25%. 부모 모두 조울증이 있을 경우 자녀의 발병 위험은 30∼50%까지 상승한다. 부모가 알코올의존증 환자인 사람의 유병률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3∼4배 높은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심민영 국립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60세 이전에 발병하는 조기 치매는 상대적으로 유전적 영향을 더 받는 질환이다. 조울증,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도 충분히 후천적으로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가족력이 있을 경우에는 조기 발견에 힘써야 한다. 정신질환자들은 증상이 나타나도 “나는 아닐거야”라고 묵혔다가 심각해진 후에야 병원에 가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 2015-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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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료기관과 조정해결 ‘좁은문’… 비용부담에 소송 대부분 포기

    검찰이 고 신해철의 사인을 ‘의료인 과실’로 결론내릴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근거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중재원)이 진행한 감정 결과였다. 중재원은 일반 의료사고 피해자들이 신청하는 사건을 중재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지만 경찰 검찰 등 사정기관이 의학적 자문을 할 경우 수탁감정도 진행하고 있다. ○ 의료분쟁 10건 중 7건은 시작도 못 해 신해철 사건의 여파로 국가 기관인 중재원을 통해 의료분쟁을 해결하려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올해 7월까지 중재원에 의료사고 조정을 신청한 건수는 1064건으로, 2012년 같은 기간에 비해 약 4배 늘었다. 올해 7월 현재 사정기관이 감정을 맡긴 건수도 244건으로 지난해 총건수(226건)를 이미 넘어섰다. 하지만 실제로 분쟁 조정에 성공하는 경우는 드물다.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환자가 중재원에 중재를 신청해도 의료기관이 거부할 경우 조정이 시작조차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 피해구제, 환경분쟁 조정, 개인정보분쟁 조정, 건설분쟁 조정, 언론중재 등 다른 분쟁 해결 기구들이 피해자가 조정을 신청하면 자동적으로 중재가 시작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병원이 법적으로 중재에 응할 의무가 없다 보니 중재 거부율은 2012년 38%에서 지난해 45.6%까지 늘어났다. 법무팀을 갖춘 대형 종합병원들은 거부율이 71.5%에 이른다.○ 중재 거부당하면 사실상 포기 의료기관이 묵묵부답이고, 중재원을 통한 조정까지 거부당할 경우 피해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는 민사소송이다. 하지만 1심까지 2년 이상 소요되는 민사소송은 비용이 약 1000만 원이 든다. 민사소송은 의료인 과실을 의료사고 피해자가 직접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승소 가능성도 낮다. 그뿐만 아니라 패소할 경우 소송에 따른 보상금까지 부담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민사소송에서 피해보상액을 1억 원가량 내걸었다 패소하면 약 500만 원을 보상금으로 내야 한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의료사고는 한 가정을 파탄으로 내몰 정도로 서민들에게 큰 위협이다”라며 “하지만 중재원에서 조정을 거부당한 피해자 대부분은 사실상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의료분쟁이 발생할 경우 의료기관이 의무적으로 중재에 참여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온다. 오제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강제조정 내용을 담은 의료분쟁법안(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안)을 지난해 4월 발의했다. 이 법안은 신해철 사건 이후 ‘신해철법안’으로 불리며 재조명받았지만 의료계의 반발 속에 국회 계류 중이다. 정진엽 신임 보건복지부 장관도 인사청문회에서 “의료사고 분쟁 조정을 의료기관이 동의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개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의료분쟁 조정 강제 참여 땐 소신 진료 못해” 의료계는 중재원에 접수된 모든 사건에 대해 국가가 의료기관에 분쟁 조정 참여를 강요할 수는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무분별한 분쟁 조정 신청이 늘어날 경우 소신 진료가 어렵고 의료사고를 우려한 의사들이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진료에 치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한병원협회 법제의사는 “조정 신청 수와 개시 건수는 늘고 있지만, 조정이 실제 원만하게 풀리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단순 부작용인지, 진짜 의료사고인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의료인이 분쟁에 휘말리면 정상적인 진료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의료분쟁 조정에 참여하는 것이 병원에 이득이 되는 면도 있다고 지적한다. 중재원이 환자들의 과잉 의료분쟁 신청을 적절히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사각턱 수술을 받고 중이염이 심해져 고막절제술을 받은 40대 러시아 여성이 병원 측에 1억 원의 피해 배상을 요구했지만 중재원은 “중이염과 해당 시술은 직접적 연관이 없지만 러시아 통역 등 사전 설명이 부족했다”며 300만 원 배상을 중재한 바 있다. 이민호 중재원 상임감정위원(한양대 명예교수)은 “의료사고를 중재하는 국가 기관은 환자와 병원 그 누구를 위한 조직도 아니다”라며 “사망 사고, 중증 질환자의 사례부터라도 강제 중재 개시를 도입해 합리적인 중재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성형외과의사회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5일 서울 이화삼성교육문화관에서 ‘의료사고 예방대책 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의료분쟁 해결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 2015-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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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전공과별 사고 매뉴얼 만들어야”

    “매년 입원 환자 10명 중 한 명은 의료사고를 겪고 있지만 정부가 의료사고 예방에 적극 나서면 이 수치를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습니다.” 윤성철 단국대 의대 교수(예방의학 박사)는 의료사고가 교통사고처럼 우리의 일상에서 자주 일어나지만, 예방에 대해서는 정부나 의료계가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의료계는 의료사고에 대해 한마디로 ‘쉬쉬’ 하는 분위기다. 일부 대형병원은 의료사고나 의약품 부작용 사례를 모아서 회의를 열거나 전공의 교육 등에 활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병원 이미지를 악화시킬 우려가 큰 의료사고 케이스를 병원 밖까지 노출시키진 않는다. 특히 능력 있는 법무팀이 포진하고 있는 대형병원들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의료진과 환자의 만남을 차단하는 경우가 많다. 현대 의료기술이 전문화되면서 자기 전공을 제외한 분야의 부작용 사례를 공유하기도 더욱 어려워졌다. 예를 들어 의사들이 컴퓨터단층촬영(CT) 이전에 먹는 조영제로 인한 부작용 발생 비율 수치는 알아도 조영제와 함께 먹을 때 문제가 되는 당뇨병 약 등 세부적인 지식까지 알기 어렵다. 이 때문에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의료사고 예방 교육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의료사고 케이스를 축적하고 있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전공과별 의료사고 유형을 정리, 배포하고 보건복지부가 이를 활용해 의대 교육과정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 이윤호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비상임감정위원(전 서울대 의대 성형외과 교수)은 “현대 의사는 오케스트라가 아닌 자기 전공만 잘 아는 기능공에 가깝다”며 “특히 최근 분쟁이 늘고 있는 성형외과의 경우 적극적으로 사례를 공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 2015-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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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료사고, 대학병원이 보상받기 가장 힘들다

    “주사 한 대 맞고 살이 썩었는데, 보상은 둘째 치고 분쟁 조정도 안 받아주는 게 말이 됩니까.” 처음엔 단순한 ‘멍’ 자국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1시간이 지나자 손바닥만 한 홍반이 생겼다. 의료진은 “엉덩이 주사 맞으면 원래 그래요. 문지르면 괜찮아질 겁니다”라고만 했다. 4월 서울의 A대학병원에서 근육주사를 맞은 20대 여성 권모 씨는 불안했다. 한 달 뒤 권 씨는 다른 병원에서 엉덩이 근육 괴사가 진행된 사실을 알게 됐다. 부작용이 생겼을 때 초음파 검사만 했다면 막을 수 있는 일이었다. 결국 왼쪽 엉덩이의 3분의 1가량을 떼어내는 수술을 받아야 했다. 권 씨는 6월부터 A대학병원을 수차례 찾아갔지만 담당 의사조차 만나지 못했다. 원무과장은 “우리 잘못이 아니다”며 버텼다. 마지막 수단으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중재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했지만 병원이 거부해 석 달이 넘게 조정을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검찰 조사 결과 고 신해철의 사인이 ‘의료인 과실’로 밝혀졌다. 하지만 권 씨처럼 일반인들이 의료사고를 당했을 때 해결의 벽은 너무나 높다. 특히 의료서비스가 우수한 대형 종합병원에서 의료사고를 당했을 때 오히려 보상을 받기가 더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중재원에 따르면 2012년부터 올해 7월까지 국내 상급종합병원(43개 대학병원)의 의료사고 중재 거부율은 71.5%에 이르렀다. 이는 동네의원(54.2%)의 1.3배, 병원급(30병상 이상·46.9%)의 1.5배에 이르는 수치다. 이에 관련법을 개정해 중재원에 의료분쟁 조정이 접수됐을 경우 의료기관이 의무적으로 출석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의료사고는 점차 늘고 있는데, 일반 국민은 중재원에서조차 중재를 거부당하면 민사소송 이외엔 사실상 호소할 곳이 없다”며 “국가기관에 분쟁조정이 신청됐을 경우 병원이 의무적으로 참가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 2015-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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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립 못한 질본… 본부장만 차관급으로 격상

    정부가 ‘질병관리본부의 독립 없이 본부장만 차관급으로 격상’시키는 내용의 국가방역체계 개편안을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질병관리본부 독립 여부 등을 논의하기 위한 공청회를 지난달 18일 개최해 “전문가 추가 의견 수렴 뒤 신중히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청회 14일 만인 1일 전격적으로 ‘질병관리본부 독립 없는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개편안은 공청회 당시 정부의 용역을 받은 서재호 부경대 교수안과 거의 같았다.○ 공청회 14일 만에 개편안 졸속 발표 이에 충분한 전문가 의견 수렴 없이 정부안이 성급하게 발표됐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공청회에 참여했던 김동현 한림대 의대 사회의학교실 교수는 “이미 답을 정해놓고 형식적으로 공청회를 연 것이어서 그때 나온 의견들이 하나도 반영되지 않았다”며 “취임 뒤 일주일도 되지 않은 신임 장관이 제대로 검토도 하지 못한 상황에서 졸속 발표가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아직 메르스 대응 과정의 문제를 밝힐 감사원 감사와 백서 작성이 끝나기도 전에 정부안부터 발표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방역체계의 문제점도 제대로 밝히지 못한 상황에서 처방부터 나온 셈이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질병관리본부장을 차관급으로 격상하고, 인사권과 예산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면 ‘청 독립’ 수준의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가 복지부 산하에 머무는 한 ‘공염불’이 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창길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청와대가 각 부처 인사를 쥐고 있는 상황에서 본부장이 법적인 보장 없는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의료쇼핑 막기 위한 진료의뢰서 유료화 이번 개편안에는 병·의원에서 의사가 무료로 발급해주는 진료의뢰서를 유료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환자에게는 의뢰서 발급 비용을 부담하게 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의뢰서 발급의 적정성을 따져 무분별한 의뢰서 남발을 막겠다는 얘기다. 현재는 경증 환자도 동네 의원에서 진료의뢰서를 발급받아 손쉽게 대형병원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이런 ‘의료쇼핑’ 문화는 대형병원 쏠림을 가중시키고 감염병 예방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권준욱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병원들이 심평원 심사를 의식해 날림 의뢰서 발급에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현재 500병상 수준인 음압병상(감염병 환자 관리 병실)을 내년 41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761병상까지 늘리고 2020년까지 1500병상까지 늘리기로 했다. 현재 단 2명뿐인 정규직 역학조사관도 64명까지 확충하기로 했다. 의사 출신인 역학조사관들은 평시에는 감염병 감시 업무를 하다가 신종 감염병 발생 시 현장에 즉시 투입된다. 이날 발표된 정부 개편안은 향후 국회 입법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안 발표 이전에 열린 당정 협의 과정에서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도 질병관리본부의 청 독립 방안을 요청했다. 야당도 반대 방침을 세웠다.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최소 질병관리본부의 청 독립은 돼야 한다. 장관이 업무 파악도 안 된 상황에서 복지부 관료들이 성급하게 발표한 안을 통과시켜줄 마음이 없다”고 말했다.유근형 noel@donga.com·김수연 기자}

    • 2015-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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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장질환 스텐트 시술 남용 막는다더니…

    심근경색, 협심증 등의 심장 질환자들이 받는 스텐트(혈관을 넓혀 주는 스프링) 시술의 오남용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이를 막기 위한 심장 내외과 통합진료 실시를 의무화하지 않고 병원 자율에 맡기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복지부는 심장 통합진료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내용의 ‘요양급여의 적용 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 고시 개정안’을 27일 행정예고하고 10월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이전까지 심장질환자가 순환기내과와 흉부외과 전문의로부터 통합진료를 받아도 건강보험 혜택이 없었다. 그러나 복지부는 당초 내외과 통합진료를 의무화하겠다는 방침에서 한발 물러나 일단 자율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흉부외과 의사가 부족한 상황에서 통합진료를 의무화하면 병원의 인력난이 상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료과목 간 갈등이 커져 병원 현장의 혼란도 우려된다. 손영래 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일단 건강보험 지원을 시작하면 환자 부담이 줄기 때문에 통합진료 의무화를 하지 않아도 협진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며 “단 스텐트 시술 남용을 막기 위해 병원별 심사를 강화하고 단계적으로 통합진료 의무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외과 통합진료 자율 실시로는 스텐트 시술 남용을 막을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내 심장질환자의 스텐트 시술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8배 가까이 높다. OECD 국가의 ‘스텐트 시술 대 관상동맥우회술의 선택 비율’은 3.29 대 1 수준인 반면 국내는 이 비율이 26 대 1이나 된다. 이런 현상은 심장 혈관에 문제가 있는 환자들이 주로 내과에서 병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내외과 통합진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순환기내과 또는 심장내과 전문의가 주로 실시하는 스텐트 시술을 받을 확률이 높은 셈이다. 지난해 12월 복지부가 심장 스텐트 시술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횟수를 철폐한 것도 시술 증가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정렬 서울대 흉부외과 교수(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이사장)는 “미국 유럽 등지에서는 심장동맥(관상동맥) 협착이 3개 이상인 경우 등 환자 상태에 따라 스텐트 시술보다는 수술을 권고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무조건 스텐트 시술을 받는 경향이 있다”며 “통합진료 자율 시행만으로는 이런 추세를 막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 2015-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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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미엄 리포트]“본인부담 없다”며 10만원 영양제 처방… 과잉진료 부추겨

    인천에 거주하는 직장인 안모 씨(28)는 올해 4월 목이 아파 인천의 한 척추전문병원을 찾았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결과 목에 디스크 증상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실손의료보험에 가입돼 있으면 비용 부담도 없으니 신경성형술을 받으라”고 권했다. 실손보험에 가입한 안 씨는 보험 처리를 하면 된다는 생각에 그날 바로 시술을 받았다. 시술 전 적외선 체열검사, 3차원 인체측정검사 등 각종 비급여(건강보험으로 보장되지 않는 항목) 검사도 받았다. 병원비 250만 원 중 20여만 원은 건강보험 처리가 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지급됐고, 나머지 230만 원 중 자기부담금 23만 원을 제외한 207만 원을 보험사에서 보험금으로 돌려받았다. 하지만 2주 후 통증은 더욱 심해졌다. 안 씨는 “보험금이 나오니 공짜나 다름없다고 생각해 너무 쉽게 결정했다”며 후회했다. 실손보험 가입자들은 보험 처리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고가의 진료를 쉽게 선택한다. 일부 병원은 가입자들이 보험사로부터 진료비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해 비싼 진료를 권하거나 진료비를 부풀려 청구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로 적발된 5997억 원 중 966억 원이 허위·과다 진료로 받아낸 보험금이었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기로 드러난 금액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며 실손보험과 관련된 과잉진료 금액은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과잉진료 부추기며 건보 재정까지 위협 작은 키가 고민이던 여중생 A 양(15)은 ‘자세가 비뚤면 키가 안 큰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부모와 함께 정형외과를 찾았다. 의사는 A 양의 부모에게 “자세를 바로잡기 위한 진료는 실손보험으로 보장이 안 되지만 허리에 통증이 있어 진료를 받은 것으로 하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A 양은 30회의 도수치료를 받고 보험사에 보험금 600만 원을 청구했다. 일부 병·의원에서 얼굴 피부를 하얗게 해준다며 놔주는 ‘아이유 주사’나 원기회복을 위한 비타민 주사인 ‘마늘 주사’ 등도 치료 목적으로 받았다며 보험금을 청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한 손보사 보상담당자는 “원가가 5000원도 되지 않는 영양제를 처방해주고 10만 원을 청구하는 경우도 있다”며 “치료에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닌데 실손보험으로 보장이 된다며 권유하는 병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실손보험의 과잉진료는 건보 재정에까지 부담을 준다. 통상 병원 진료비는 건보공단이 부담하는 진찰료 등 급여 진료와 실손보험이 보장하는 비급여 진료가 섞여 있기 때문이다. 과잉진료로 병원비가 늘어날수록 급여 진료비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실손보험으로 병원 문턱이 낮아지면서 의료쇼핑과 의료비 고액화 등의 부작용도 커졌다. 산부인과 의사 김애양 씨는 “과거 촉진만으로 진단하던 병들을 최첨단 장비로 확진하는 게 관례로 굳어졌다”며 “이런 서비스에 익숙해진 환자들도 빨리 검사 결과를 알고 싶어 비싼 비급여 검사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병원들은 앞다퉈 MRI 등 고가 장비를 들여놓고 있다. 감사원은 올해 4월 의료서비스에 대한 감사에서 “불필요한 비급여 검사로 의료자원 과잉 공급에 따른 낭비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리·감독 사각지대에 방치 국민건강보험과 자동차보험은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의료비 청구가 적절한지 심사한다. 하지만 실손보험은 민간 영역이라는 이유로 정부의 감독권 밖에 있다.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이 보험금을 제때 지급하는지, 보험사의 재정 건전성이 위험하지는 않은지 등을 감독할 뿐, 실손보험 보험금 지급을 위한 심사는 보험회사의 몫이다. 보험사는 가입자가 보험금을 청구하면 진료 명세서와 진료비 영수증 등의 자료를 받아 보험금을 지급해도 될지, 얼마를 보상해야 할지 심사한다. 보험금 청구 후 3일 이내에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돼 있어 허위 과다 진료를 걸러내기 쉽지 않은 구조다. 가입자가 보험금을 안 준다며 금감원 등에 민원을 내는 것도 부담이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보험금 5만 원 때문에 민원을 받기보다 돈을 줘버리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의료업계는 무리하게 보험을 팔아온 보험사가 문제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서인석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보험사들이 심평원에 보험금 지급심사 문제를 위탁하자고 계속 주장하는데, 이는 정부기관을 이용해 손해율을 낮추겠다는 의도에 불과하다”며 “처음부터 상품을 무리하게 설계하지 않았는지, 광고 등 과잉 마케팅 때문은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보는 게 먼저”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양측의 의견을 조율해 실손보험이 보장하는 비급여 의료 행위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정형선 교수는 “이미 실손보험은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며 “어떤 방식으로든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손보험을 감독할 제3의 기구를 설립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의견이 있다. 이태열 보험연구원 금융정책실장은 “객관적으로 비급여 의료 행위를 심사할 주체가 필요한 것이지, 그것이 꼭 심평원이어야 할 필요는 없으며 제3의 민간 기구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 여러개 가입해도 중복보상 안돼… 단독-특약형 혜택 꼼꼼히 살펴야 ▼보험 가입때 유의사항은몇 차례 병치레로 의료비 부담을 실감한 직장인 A 씨(32)는 지난해 말 온라인의 한 실손의료보험 비교 추천 사이트를 찾았다. 이 중 괜찮아 보이는 상품을 골라 무료 전화상담을 한 그는 전문 설계사의 현란한 설명을 듣다가 월 2만7000원 수준이라는 상품에 덜컥 가입했다. 하지만 뒤늦게 손해보험협회의 실손보험 비교공시를 확인한 A 씨는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자기 나이를 입력한 뒤 단독형(진료비만 보장받는 상품) 실손보험의 보험사별 보험료를 확인해보니 월 1만 원 안팎으로 더 낮았기 때문이다. 이미 가입한 보험은 그에게 필요하지 않은 기타 보장들이 추가된 ‘특약형 보험’이었다. 최근 실손보험 가입자가 크게 늘고 있지만 정작 본인에게 알맞은 상품을 선택하는 소비자는 드물다. 특히 설계사들은 진료비만 보장해주는 ‘단독형’보다 수술비, 진단비 등 다양한 특약이 붙는 특약형을 권유하는 경우가 많다. 암보험 등 다른 의료 관련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보장이 충분하지 않다면 특약형 가입을 고려할 수 있지만 이미 한두 가지 보험에 가입한 상태라면 상대적으로 보험료가 저렴한 단독형 실손보험을 선택하는 편이 유리하다. 여러 개의 보험에 가입하면 더 많은 보상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지만 실손의료보험은 실제 나온 의료비만큼만 보장해주기 때문에 여러 개에 가입해도 보상금 총액은 늘지 않는다. 일부 보험회사는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판매할 때 이런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재 실손보험 중복 가입자는 23만여 명이다. 의외로 자신이 가입한 보험 명세를 모르는 가입자들도 많다. 생명보험협회나 손해보험협회, 보험개발원 홈페이지를 통해 각종 보험 가입 여부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보험료 인상에도 주의해야 한다. 실손보험은 대부분 갱신형이며 대체로 1년 또는 3년마다 위험률(건강 상태를 토대로 추후 질병에 걸릴 가능성을 추산한 비율)을 다시 반영해 보험료를 산정한다. 갱신 주기가 3년인 상품은 3년 동안 연령 증가, 손해율(낸 보험료 대비 실제 지급된 보험금의 비율) 변동 등을 반영해 보험료를 결정하기 때문에 갱신 주기가 1년인 상품보다 보험료가 한꺼번에 더 크게 오를 수 있다. 도영숙 한국소비자연맹 부회장은 “갱신형 상품인 만큼 처음 가입할 때만 보험료를 따져볼 게 아니라 나중에 얼마나 오를지 알아둬야 한다”고 말했다. 신민기 minki@donga.com·유근형 기자}

    • 2015-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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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유근형]아기를 낳고 싶다니

    “아기를 낳고 싶다니. 그 무슨 말이 그러니. 너 요즘 추세 모르니. (중략) 아기를 낳고 나면. 그 애가 밥만 먹냐. 계산을 좀 해봐. 너랑 나 지금도 먹고살기 힘들어∼.” 첫 소절을 듣는 순간 온몸이 찌릿했다. 노랫말이 귀에 팍팍 꽂혔다.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존재감을 알린 ‘중식이밴드’의 ‘아기를 낳고 싶다니’가 그랬다. ‘저출산’을 담당하는 복지담당 기자의 직업병일까…. 이 노래에 곧 중독됐다. 이 곡의 매력은 직언직설에 있다. 2000년대 말 취업준비생들을 위로했던 ‘장기하와 얼굴들’의 ‘싸구려 커피’가 다소 자조적이었다면, 중식이밴드의 외침은 미국 출신 밴드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의 분노를 연상케 한다. 출산은 꿈도 꾸지 못하는 청년들의 절망감이 “이제 더는 못 참겠다”라는 절규로 표출되고 있다. 이들의 목소리를 꼭 들려주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 의사 출신으로 보건복지부 수장을 맡게 될 정진엽 장관 후보자이다. 정 후보자는 24일 인사청문회에서 복지 비전문가라는 여론의 비판을 의식한 듯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인사청문회가 끝나자 기대감은 우려로 바뀌었다. 저출산 문제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 정 후보자는 “잘 모르겠다” “공부하겠다” “확인하겠다” 등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청년들의 고통에 비해 주무부처 장관 후보자의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이해 보였다. 특히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이번 정권에서 단 한 번밖에 열리지 않아 유명무실했다는 사실도 몰랐다. 저출산 정책을 총괄하는 위원회의 상황을 모른다는 건 현재 저출산 정책 진행의 기본조차 파악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몰라도 너무 모른다. 이런 분이 정책을 진두지휘할 수 있겠느냐”라는 의원들의 질책이 쏟아진 이유다. 물론 저출산 문제는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난제다. 하지만 어렵다고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준비된 리더도 해결하기 힘든 문제이기에 더 철저한 준비와 각오가 필요하다. 한국 축구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뒤 이영표 해설위원은 “월드컵은 경험하는 무대가 아니라 증명하는 무대다”라는 말을 남겼다. 준비가 덜 됐다는 말이 핑계가 될 수 없다는 얘기였다. 장관직도 다르지 않다. “저는 복지에는 문외한이 맞다. 열심히 하겠다”는 겸손의 말은 인사청문회 단 한 번으로 족하다. 비전문가 장관을 기다려주기에는 복지정책이 국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다. 장관의 업무 파악이 늦어질수록 중식이와 같은 청년들의 절규는 더 커지고, 국가의 미래 성장엔진도 빠르게 식어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유근형 정책사회부 기자 noel@donga.com}

    • 2015-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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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진엽 “원격진료, 공공의료에도 유용”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다소 맥 빠진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북한의 도발과 남북 고위급회담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린 탓인지, 정 후보자에 대한 새로운 의혹 제기보다는 기존 논란을 해소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그나마 여야 의원들의 지적이 집중된 주제는 정 후보자의 논문 표절 의혹이었다. 첫 질의자로 나선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이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들이 제자의 석사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에 대해 제대로 된 해명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 후보자는 “제자의 이름이 학술지에서 빠진 것은 실수다”라고 인정하면서도 “제가 연구계획서를 쓰고 연구를 진행하다 (해당 학생을) 합류시켰기 때문에 표절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공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목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병원장 시절 쓴 논문이 100편 가까이 된다. 이게 말이 되느냐? 아무리 관행이라고 해도 바람직하지 않은 행위다”라고 일갈했다. 원격 진료 등 의료 영리화 정책을 강행하기 위한 인사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공방이 오갔다. 정 후보자는 “공공의료를 수행하기 위해서도 유용한 수단이고, 의료 세계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남인순 새정치연합 의원은 “원격진료를 허용하면 대형병원 쏠림이 가속화하고 결국 의료기관의 산업화로 이어진다. 장관이 생각을 바꿔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 후보자는 국립대 병원인 분당서울대병원의 원장으로 재직했던 2008∼2013년 주말에도 골프장과 식당 등에서 법인카드를 부당하게 사용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정 후보자는 “제 부주의로 잘못 쓴 부분이 있다. 철저하게 사용하지 못한 점에 대해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 여부는 25일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된다. 김춘진 보건복지위원장은 “일부 야당 의원이 보고서 채택에 반대하고 있어 25일 회의 결과를 봐야 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통과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 2015-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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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시 환자 85%가 10대 이하… 조기치료로 시력 발달 장애 막아야

    사시 환자 10명 중 8, 9명은 10대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사시로 진료를 받은 인원은 13만4597명이고, 이들 중 84.9%(11만4332명)가 10대 또는 9세 이하 소아였다. 사시는 두 눈이 정렬되지 않고 서로 다른 지점을 바라보는 질환으로 일종의 시력 장애다. 소아 사시는 시력 발달 장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출생 직후 나타나는 영아 사시는 생후 4∼5개월부터 수술이 가능하며 늦어도 2세 이전에는 수술을 받아야 효과적이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 2015-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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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진엽 복지장관후보자 24일 청문회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사진)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제자 논문 표절 의혹 △병원장 시절 업무추진비 부당 사용 △분당서울대병원장 시절 원격진료 특허 출원 등 의료산업화 행보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 후보자는 서울대 의대 교수 시절인 2004년, 2005년, 2007년 대한정형외과학회지에 기고한 논문 3편이 제자의 석사 논문과 유사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 후보자는 이 논문을 통해 연구비까지 지원받았다. 정 후보자는 또 1998년 제자의 석사 논문을 100% 그대로 학술지에 게재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제1저자에 올렸다. 야당은 2000년 송자 전 교육부 장관 후보자, 지난해 6월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 등도 논문 표절 의혹으로 낙마한 만큼 똑같은 잣대를 대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춘진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새정치민주연합)은 “논문 표절 여부가 정 후보자의 도덕성을 검증하는 인사청문회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정 후보자가 분당서울대병원장으로 재직하던 2008∼2013년 주말에 법인카드를 골프장과 인근 식당 등에서 부당하게 사용했다는 의혹도 쟁점 중 하나다. 이 밖에 정 후보자가 병원장 시절 ‘원격의료 서비스 시스템 및 방법’ 특허를 취득했고, 원격진료 의료기기 업체들이 중심이 된 ‘의료기기 상생포럼’ 총괄 운영자로 활동하는 등 의료산업화론자라는 점도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야당 측은 박근혜 대통령이 의료영리화 정책 강행을 위해 정 후보자를 내정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유근형 noel@donga.com·길진균 기자}

    • 2015-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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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대질환 의심자 초음파검사도 건보

    9월부터 암, 심장 및 뇌혈관 질환, 희귀난치성 질환 등 4대 중증질환이 의심돼 초음파 검사를 받을 때도 1회에 한해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지금까지는 확진 이후에 받는 초음파 검사만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보건복지부는 이 경우 현재 21만 원 정도인 복부 초음파검사 비용이 최대 1만4000원까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4대 중증질환 확진이 아닌 경우 초음파 검사로 인한 부담이 적지 않아 건강보험 범위를 넓힌 것”이라며 “연간 최대 약 240만 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단, 초음파 검사 남용을 막기 위해 1개 질환을 진단하는 과정에서의 건보 적용은 1회만 가능하다. 보건복지부는 또 만 18세 미만 환자의 소아 뇌종양과 두경부암에 대해서만 건강보험을 적용했던 ‘양성자 치료’도 소아암 전체와 성인의 뇌종양, 식도암, 췌장암으로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양성자 치료는 목표 지점에 도달해서야 방사선을 방출하는 양성자의 특성을 이용한 방식으로 방사선 부작용을 크게 낮추면서 효과적으로 종양을 제거하는 기술이다. 하지만 1800만∼3100만 원가량의 높은 비용 때문에 환자들의 부담이 컸다. 양성자 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이 확대되면 본인 부담금은 100만∼150만 원으로 줄어든다. 식도암과 간담도암 치료에 사용되던 금속스텐트 시술의 경우 현재 2개까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됐지만, 앞으로는 횟수 제한이 없어진다. 금속스텐트는 암으로 인한 협착 부위를 넓혀 통증을 줄이고, 음식 섭취를 돕는 시술로 주로 말기 암 환자들이 시술을 받고 있다. 갑상샘암을 진단하는 데 이용되는 ‘액상 흡인 세포병리검사’도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이 검사는 폐암 등이 의심되는 경우에만 건강보험이 적용돼 왔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 2015-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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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령화 심화땐 복지 파산… 출산장려 5개년 계획 세우자”

    광복 100주년을 맞는 2045년. 대한민국의 복지는 여느 선진국 못지않은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 제도만 유지해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사회복지 지출 비율이 현재(10%)의 2배 이상으로 늘어 2045년 25%를 돌파하기 때문이다. 수치만으로 보면 유럽형 복지 국가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복지 전문가들은 “이런 재정 추계 수치는 그저 ‘장밋빛 미래’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와 같은 ‘저출산과 고령화’ 추세가 이어질 경우 복지 재정 파탄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복지 디스토피아’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경고다. 동아일보가 광복 70주년을 맞아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복지 전문가 12명 전원은 “현재의 정부가 추진 중인 저출산, 고령화 정책으로는 복지 재정 파탄을 막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저출산 해결 없인 2045년 복지 디스토피아 실제로 2045년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심각한 초고령사회가 된다.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현재(3695만 명)의 73% 수준인 2717만 명으로 줄어드는 데 반해 노인인구(65세 이상)는 현재의 3배 수준인 1747만 명으로 폭증한다. 젊은이들의 노인 부양 의무가 현재보다 2배 이상 급증하는 셈이다. 고령화 여파는 복지 재정 파탄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대표적인 노후 장치인 국민연금은 2043년을 기점으로 기금이 급속히 줄어들어 2060년 고갈을 맞게 된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 도입 40주년이 되는 2028년까지 국민연금 보험료율(현 9%)을 13%까지 올려야 한다”면서 “합계출산율(한 명의 여성이 평생 낳는 아이의 수)은 당장이라도 1.5명 이상 끌어올려야 이런 파국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노인 인구가 급증함에 따라 노인 의료비가 폭증하는 것도 문제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건강보험 재정에서 지원되는 60대 이상 노인의 의료비는 현재(약 23조 원)보다 7배 가까운 약 160조 원으로 급증한다. 건강보험료 인상 없이는 재정이 견뎌내기 어려운 수준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국민들은 국민연금 고갈에 대한 우려를 많이 하고 있는데, 사실 더 심각한 건 건강보험 재정 파탄이다”라고 지적했다.○ 저출산·고령화 대책 사실상 개점휴업 복지 디스토피아를 막기 위한 근본적 처방은 저출산 극복이다. 복지 전문가 12명 중 7명은 ‘저출산 정책의 전면 쇄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의 복지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2045년까지 합계출산율을 2.1명으로 끌어올려 유지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한국 인구가 4300만 명 안팎에서 안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가능인구도 장기적으로 2300만 명 선으로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저출산 추세는 개선의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것이 실정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처럼 13년이나 초저출산율이 계속된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정부의 저출산, 고령화 대책도 ‘백약이 무효’라는 말을 떠올릴 정도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번 설문에 응한 복지 전문가 12명은 정부의 저출산 대책을 10점 만점에 평균 5.1점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2005년 6월 ‘저출산·고령사회 기본법’을 제정했다. 이후 정부는 저출산 해소를 위해 9년간 66조 원을 투입했지만 2013년 합계출산율은 1.19로 더 떨어졌다. 2005년 9월 발족한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활동도 미비한 실정이다. 2008년 보건복지부 소속으로 격하됐다가 2012년 다시 대통령직속으로 돌아왔지만 활동은 미미하다. 현 정부 들어 위원회는 올해 2월 단 한 차례 열렸을 뿐이다.○ 범국가 차원의 종합 계획 세워야 전문가들은 모든 경제의 성장동력은 결국 ‘사람’인 만큼 한국 사회가 미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이 유례없는 인구 감소를 겪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대책 역시 전례 없이 파격적이어야 하고, 범국가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둘째 아이 출산 수당, 남성 육아휴직 법적 의무화 등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김상균 서울대 명예교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했던 것처럼, 저출산 극복을 위한 특단의 5개년 계획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이민 및 다문화 가정 지원 정책도 새롭게 세워야 한다. 앞으로 이민의 양상은 결혼뿐 아니라 유학, 취업, 사업 등으로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민 및 다문화 정책은 한 국가가 어떤 외국인을 어떻게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일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적 차원에서 장기적 로드맵을 세워야 한다. 또 전문가들은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지금부터 조금씩 올려야 2045년 후세대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경우 간접세보다는 직접세를 올리고 각종 감면세를 줄여야 조세 저항을 줄일 수 있다. 복지 서비스를 현금이나 현물이 아닌 보육이나 교육, 간병 등 사람이 직접 참여하는 것으로 확대할 필요도 있다. 이 경우 수혜자 복지 증대는 물론이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 유근형 noel@donga.com ·이지은 기자}

    • 2015-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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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역체계 개편 공청회 공방

    “보건복지부 산하에 질병관리본부를 그대로 두면 새로운 감염병이 와도 또다시 뚫릴 수밖에 없다.”(박창일 건양대병원 의료원장)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독립시키면 오히려 조직 역량이 현재보다 떨어지게 된다. 복지부 안에서 본부장만 차관급으로 강화하는 게 먼저다.”(서재호 부경대 행정학과 교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이후 정부 차원의 첫 공개 논의 자리인 ‘국가 방역 체계 개편 공청회’가 18일 서울 중구 상공회의소에서 3시간 넘게 열렸다. 참가자들은 메르스 후속 대책 논의 과정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질병관리본부 독립’을 두고 날선 공방을 이어 갔다. 토론은 이날 보건복지부가 방역 체계 개편의 초안 성격으로 제시한 ‘질병관리본부 독립 없이 본부장만 차관급으로 격상하는 안’의 타당성을 점검하는 데 집중됐다. 복지부의 연구 용역을 받아 개편안을 작성한 서 교수는 “정부조직법상 청은 집행 조직인데, 질병관리본부가 청으로 독립하면 위상이 더 약화되는 셈이다”라며 “복지부 산하에서 본부장을 차관급으로 격상하고 실질적으로 예산권과 인사권을 주는 편이 방역 전문성을 강화하는 데 유리하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개편안이 질병관리본부의 권한 강화를 꾀하는 것처럼 포장했지만 실질적으로는 ‘눈 가리고 아웅’ 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정해관 성균관대 의대 교수는 “조직은 그대로 두면서 인사권과 예산권을 질병관리본부장이 행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며 “다시 메르스가 발생하면 약 5조 원의 손실이 예상되는데 1000억 원을 청 독립 등 조직 재정비에 투자하면 효용이 상당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원철 가톨릭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도 “최소한 질병관리본부를 청 또는 처로 독립시켜야 공중보건 위기경보의 관심부터 심각 단계까지 질병관리본부장이 전권을 갖고 감염병에 대응할 수 있다”라며 “이런 가운데 해외 감염병 상황을 24시간 감시하고,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메르스에서 드러난 문제를 조직 개편만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세월호 사건 이후 국민안전처를 신설했지만 메르스 국면에서 아무 역할을 하지 못했다”라며 “사회 문제를 조직 개편으로 해결하려는 관행이 반복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공청회에서 나온 목소리를 수렴해 9월 중 방역 체계 개편 종합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 2015-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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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질병본부 독립 대신 본부장만 차관급 격상”

    질병관리본부를 현재대로 보건복지부 산하에 두면서 실장급인 본부장만 차관급으로 격상시키는 방안이 추진된다. 보건복지부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후속 대책을 논의하는 ‘국가 방역체계 개편 공청회’를 18일 열고 이 같은 안을 제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의 청 독립 △보건복지부 내 2차관제 도입 △보건부 독립 등 방역 컨트롤타워의 문제를 전면 쇄신하는 안에 못 미치는 ‘땜질 개편안’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복지부의 의뢰로 질병관리본부 개편 용역을 맡은 서재호 부경대 행정학과 교수는 ‘감염병 대응 방역체계 개편’ 보고서를 통해 ‘질병관리본부 복지부 산하 유지, 본부장만 차관급 격상’ 개편안을 제시했다. 또 질병관리본부장에게 독자적인 인사권과 예산권을 주고, 직원들의 순환근무를 차단해 방역 전문성을 강화하는 내용도 담았다. 서 교수는 “보건과 복지 제도가 긴밀하게 연결돼 보건부 독립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보건 차관만 신설하면 보고 체계가 더 복잡해진다. 청으로 독립하면 지방자치단체 소속인 보건소에 대한 통제력이 약화된다”며 개편안의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를 복지부 산하에 그대로 둘 경우 위기 상황에서 방역 전문가가 전문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장이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도 현 체제에서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신현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질병관리본부장이 복지부의 엘리트 행정 관료를 데려오려고 해도 복지부 장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본부장의 의전용 차량이 격상되는 것 외에는 사실상 변하는 게 없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 2015-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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