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체계 개편 공청회 공방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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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본부 차관급 격상이 전문성 강화 유리”
“독립시켜 권한 줘야 제2 메르스사태 막아”

“보건복지부 산하에 질병관리본부를 그대로 두면 새로운 감염병이 와도 또다시 뚫릴 수밖에 없다.”(박창일 건양대병원 의료원장)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독립시키면 오히려 조직 역량이 현재보다 떨어지게 된다. 복지부 안에서 본부장만 차관급으로 강화하는 게 먼저다.”(서재호 부경대 행정학과 교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이후 정부 차원의 첫 공개 논의 자리인 ‘국가 방역 체계 개편 공청회’가 18일 서울 중구 상공회의소에서 3시간 넘게 열렸다. 참가자들은 메르스 후속 대책 논의 과정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질병관리본부 독립’을 두고 날선 공방을 이어 갔다.

토론은 이날 보건복지부가 방역 체계 개편의 초안 성격으로 제시한 ‘질병관리본부 독립 없이 본부장만 차관급으로 격상하는 안’의 타당성을 점검하는 데 집중됐다. 복지부의 연구 용역을 받아 개편안을 작성한 서 교수는 “정부조직법상 청은 집행 조직인데, 질병관리본부가 청으로 독립하면 위상이 더 약화되는 셈이다”라며 “복지부 산하에서 본부장을 차관급으로 격상하고 실질적으로 예산권과 인사권을 주는 편이 방역 전문성을 강화하는 데 유리하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개편안이 질병관리본부의 권한 강화를 꾀하는 것처럼 포장했지만 실질적으로는 ‘눈 가리고 아웅’ 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정해관 성균관대 의대 교수는 “조직은 그대로 두면서 인사권과 예산권을 질병관리본부장이 행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며 “다시 메르스가 발생하면 약 5조 원의 손실이 예상되는데 1000억 원을 청 독립 등 조직 재정비에 투자하면 효용이 상당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원철 가톨릭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도 “최소한 질병관리본부를 청 또는 처로 독립시켜야 공중보건 위기경보의 관심부터 심각 단계까지 질병관리본부장이 전권을 갖고 감염병에 대응할 수 있다”라며 “이런 가운데 해외 감염병 상황을 24시간 감시하고,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메르스에서 드러난 문제를 조직 개편만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세월호 사건 이후 국민안전처를 신설했지만 메르스 국면에서 아무 역할을 하지 못했다”라며 “사회 문제를 조직 개편으로 해결하려는 관행이 반복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공청회에서 나온 목소리를 수렴해 9월 중 방역 체계 개편 종합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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