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질환 스텐트 시술 남용 막는다더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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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내외과 통합진료 자율실시 논란

심근경색, 협심증 등의 심장 질환자들이 받는 스텐트(혈관을 넓혀 주는 스프링) 시술의 오남용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이를 막기 위한 심장 내외과 통합진료 실시를 의무화하지 않고 병원 자율에 맡기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복지부는 심장 통합진료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내용의 ‘요양급여의 적용 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 고시 개정안’을 27일 행정예고하고 10월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이전까지 심장질환자가 순환기내과와 흉부외과 전문의로부터 통합진료를 받아도 건강보험 혜택이 없었다.

그러나 복지부는 당초 내외과 통합진료를 의무화하겠다는 방침에서 한발 물러나 일단 자율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흉부외과 의사가 부족한 상황에서 통합진료를 의무화하면 병원의 인력난이 상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료과목 간 갈등이 커져 병원 현장의 혼란도 우려된다. 손영래 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일단 건강보험 지원을 시작하면 환자 부담이 줄기 때문에 통합진료 의무화를 하지 않아도 협진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며 “단 스텐트 시술 남용을 막기 위해 병원별 심사를 강화하고 단계적으로 통합진료 의무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외과 통합진료 자율 실시로는 스텐트 시술 남용을 막을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내 심장질환자의 스텐트 시술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8배 가까이 높다. OECD 국가의 ‘스텐트 시술 대 관상동맥우회술의 선택 비율’은 3.29 대 1 수준인 반면 국내는 이 비율이 26 대 1이나 된다.

이런 현상은 심장 혈관에 문제가 있는 환자들이 주로 내과에서 병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내외과 통합진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순환기내과 또는 심장내과 전문의가 주로 실시하는 스텐트 시술을 받을 확률이 높은 셈이다. 지난해 12월 복지부가 심장 스텐트 시술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횟수를 철폐한 것도 시술 증가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정렬 서울대 흉부외과 교수(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이사장)는 “미국 유럽 등지에서는 심장동맥(관상동맥) 협착이 3개 이상인 경우 등 환자 상태에 따라 스텐트 시술보다는 수술을 권고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무조건 스텐트 시술을 받는 경향이 있다”며 “통합진료 자율 시행만으로는 이런 추세를 막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심장질환#스텐트 시술#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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