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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차 핵실험 직전 북한이 공개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핵무기연구소 시찰 사진에는 김정은의 양옆을 따라다니는 두 남성이 있다. 북한의 핵개발 1인자로 꼽히는 홍승무 노동당 군수공업부 부부장과 리홍섭 핵무기연구소장이다. 이들은 김정은에게 수소탄두를 직접 설명하는 등 핵무기 과외선생 노릇을 톡톡히 했다. 특히 ‘당 군수공업부 책임일꾼’(노동당 부부장급 이상 간부 지칭)인 홍승무는 북한의 핵개발 주도세력 4세대로, 김정은 시대에 새롭게 부각된 인물이다. 그는 3차 핵실험 때부터 무기 개발 실무총책을 맡아 꾸준히 조명받았고 지난해 5월 노동당 7차 대회에서는 북한의 핵 개발을 진두지휘한 공로로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다음으로 당중앙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영변 원자력연구소장 출신인 리홍섭도 핵 개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0년 9월 당중앙위원회 후보위원으로, 지난해 5월에는 당중앙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됐다. 홍승무와 리홍섭은 2013년 6월과 2009년 7월 각각 유엔 제재 대상으로 지정됐으며 한국과 미국도 독자 제재 대상으로 삼은 바 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8말 9초’ 한반도 위기설이 북한의 전격적인 6차 핵실험으로 현실화되자 외교 전문가 사이에서는 도발의 원인과 파장, 앞으로 한반도 안보 지형에 미칠 영향에 대한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후 가장 위험한 상황에 놓인 북핵 이슈가 도무지 어느 방향으로 튈지 알기 어렵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북-미 대화 모드로 갑자기 전환될지, 아니면 우발적인 군사 대응으로 전쟁 상황이 전개될지 시선이 쏠린다. ○ 미중의 대북 압박 실패가 6차 핵실험 이어져 천영우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이번 핵실험에 대해 “미중이 제대로 압박하지 못해 북한이 ‘꽃놀이패’를 쥐게 됐다”고 평가했다. 북한의 거리낌 없는 핵 도발은 6차 핵실험을 막을 골든타임을 놓친 미국과 중국의 합작품이라는 진단이다. 천 전 수석은 “미국은 북한이 7월 두 차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했는데도 마치 북-미 대화에 나설 수 있는 것처럼 유화 제스처를 취했고, 중국은 유엔 안보리에서 고강도 제재를 하지 못하도록 북한을 감싸면서 도발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하반기 들어 굵직한 도발을 이어가면서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결국 핵보유국 지위를 확실하게 인정받겠다는 로드맵을 펼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은 “핵 위력을 높이는 차원은 이미 떠났고 실험을 언제 해야 타격이 클지 정무적인 판단만 남아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충격을 극대화하기 위해 북한 정권수립일인 9월 9일이 지난 후 국제사회가 도발을 모두 예상하는 시기가 아닌 9·9절 전 주말을 택했다”고 말했다. ○ 사실상 핵탑재 ICBM 배치만 남은 듯 6차 핵실험이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된다면 북한은 완성된 핵탄두를 미사일에 실어 정교하게 자유자재로 발사하는 일만 남은 셈이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핵탄두를 장착한 ICBM을 보여주는 게, 미국 본토까지 날릴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게 미국을 압박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도 “김일성이 인프라를 닦았고, 김정일이 이를 실행에 옮겨 무기 만드는 것을 추진했다면 김정은은 무기를 찍어내고 전략적인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내기까지 하는 상황”이라며 “3대에 걸쳐 내려온 유훈사업인 만큼 북한은 앞으로도 착실하게 계획대로 개발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 도발의 궁극적 목표는 북-미 대화?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을 염두에 두고 핵실험 시기와 방식을 결정했다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미국도 종국엔 자신들과의 대화 외에 별다른 길이 없다고 인식한 김정은이 북핵 게임의 판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의 목표는 이제 핵도 보유하고 대화도 보장받는 것”이라며 “남북대화를 원하는 한국을 인질로 잡고, 미국이 군사적 보복을 할 가능성에 대비해 핵을 확실히 갖고 가자는 취지에서 김정은이 배짱을 부린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한국을 제외한 전격적인 북-미 대화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고 보고 있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장은 “체제나 정권에 대한 위협을 느끼는 북한은 한국이 아니라 미국으로부터 안전 확보를 담보받겠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주한미군 철수, 동맹 해체 등과 연계시켜서 협상하면 한국은 낙동강 오리알이 된다. ‘코리아 패싱’이 본격화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대화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낭만론적 환상을 깨야 한다는 쓴소리도 있다. 최강 부원장은 “북한에 한국은 대화 상대로서 안중에도 없다”며 “인도적 문제와 군사분계선에서의 우발적 충돌을 통제하기 위한 기술적인 대화도 힘든데 정부도 운전석론을 계속 주장할 시기는 끝났다”고 지적했다.○ “미국도 군사적 조치 명분 쌓이고 있어” 북-미 간 군사 충돌 가능성에 대한 조심스러운 관측도 있었다. “모든 선택지가 테이블에 있다”는 발언대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군사적인 조치를 실제로 감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북한이 금단의 영역을 오가고 있다”며 “강대강 국면이 이어질수록 미국도 군사옵션을 취할 수 있는 국제법적인 정당성을 쌓아가고 있음을 김정은은 알아야 된다”고 말했다. 윤 전 원장은 “가령 북한이 ICBM을 계속 갖겠다고 하면, 미국은 워싱턴이 공격당할 수도 있다는 명분으로 미사일을 요격하거나 선제공격으로 위협을 도려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송찬욱·박훈상 기자}

북한은 6차 핵실험이 성공했다면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참석한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사진을 공개했다. 주로 언론 보도와 정부 성명으로 발표된 과거 5차례 핵실험과 달리 북한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를 이례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조선중앙TV는 3일 핵실험을 감행한 지 3시간쯤 지난 이날 오후 3시 반 김정은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박봉주 내각 총리, 최룡해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등 5명의 상무위원이 원탁에 모여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현재 북한 내 서열 1∼5위는 김 위원장, 김영남, 황병서, 박봉주, 최룡해 순이다. 다만 “‘국가 핵 무력 완성의 완결단계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일환으로 대륙간탄도로켓장착용 수소탄 시험을 진행할 데 대하여’를 채택했고, 김정은이 명령서에 친필 서명했다”고 밝혀 김정은이 최종 결정한 사실을 분명히 했다. 노동당의 핵심 의사 결정체인 상무위원회는 여타 공산주의 국가에서도 긴급한 국가 중대사를 결정하는 기구다. 그러나 2011년 김정일 사후 유명무실했던 상무위원회를 김정은이 지난해 5월 36년 만에 당 대회를 열고 재정비했다. 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도 절차적 명분과 채널이 있음을 대외적으로 보여주는 효과가 있다”며 “동시에 북한이 핵무기 능력뿐 아니라 (통치) 시스템도 자리가 잡혀 간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또 ‘국가 차원의 중대한 결정을 김정은 혼자가 아니라 공동으로 결정했다’는 이미지를 심어줌으로써 김정은의 정치적 부담을 낮추고 핵실험 결정의 정당성을 견고히 다지려는 목적도 있을 수 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이런 상황에서 제재보다는) 북-미 대화를 강조하는 뉴욕타임스는 정말 이상한 언론 아닌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주한 미 대사로 내정된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 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얼마 전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핵 이슈를 거론하며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그만큼 차 내정자는 워싱턴에서도 손꼽히는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다. 이 때문에 그의 지명을 계기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통상 미 대통령은 주한 미 대사에 자신의 동아시아 외교 전략을 구현할 검증된 인사 또는 최측근 인사를 배치해 왔다. 차 내정자의 경우 전자(前者)에 해당된다. 실제로 차 내정자는 올해 의회 청문회 등 공식 석상에서 강도 높은 대북 압박과 필요하면 군사적 조치도 감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 내정자는 2월 7일 미 하원 외교위원회가 주최한 ‘북한 위협에 대한 대처’라는 주제의 정책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미국의 새로운 대북정책을 위한 5대 전제를 밝혔다. ①김정은 체제에서 북한은 절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으니 환상을 버려야 한다. ②지난 25년간 ‘압력과 대화’라는 미 행정부의 북핵 해법 포트폴리오는 효과적이지 않았다. ③북핵은 더 이상 ‘미약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매우 중대한 위협’이 됐다. ④중국은 김정은 체제가 붕괴되지 않는 선까지만 대북 제재에 협력할 것이다. ⑤북핵 위협은 트럼프 행정부 기간 중 반드시 미 본토에 대한 위협으로까지 확장될 것이라는 게 핵심이다. 차 내정자는 또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에선 북핵 해결을 위해 군사적 전략으로나 외교적으로 이전보다 더 리스크(위험)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며 강력한 대응을 주문했다. 이와 관련해 차 내정자는 북한과 합법적으로 거래하는 중국 기업과 개인까지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즉각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 내정자는 4월 의회 증언에서 “중국은 북핵 이슈의 문제이기도 하고 해법이기도 하다”고 말한 뒤 “대북제재가 무슨 효과가 있었느냐고 말하지만 제재라는 것은 끝까지 해봐야 효과를 판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대북 압박을 위해 지금이라도 송유관 파이프를 잠가야 한다고 오래전부터 주장한 것도 차 내정자였다. 차 내정자는 한층 강도 높은 군사적 대응의 필요성도 강조해 왔다. 그는 2월 의회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전략폭격기를 출격시키는 북핵 억제 메시지를 보내왔지만 갈수록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며 “일단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완료한 뒤 (핵추진 항공모함 등) 미군 핵심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상시 순환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북한은 괌, 하와이 등 태평양에 있는 미국 영토를 위협할 수 있는 현대화된 핵무기를 완성함으로써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달성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강성코드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운전석론’과는 충돌할 소지가 많다는 게 중론이다. 차 내정자는 4월 의회 증언에서 차기 한국 정부는 (현시점에서) 대북관여 또는 햇볕정책을 재개하는 이념적 방종(ideological indulgence)을 부릴 여유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미 국무부는 조만간 북핵 6자회담 특사와 북한인권특사 직을 폐지할 계획이라고 CNN이 보도했다. 이 같은 조치는 국무부에 소속된 70개에 달하는 특사 및 특별대표 직이 폐지 또는 통폐합되는 과정에서 내려진 것으로, 6자회담 특사 직은 2008년 이후 회담이 재개되지 못하고 있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북한 관련 특사 직이 폐지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분간 대북 강공 드라이브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주성하 기자}
367분(6시간 7분) 대 86분(1시간 26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문재인 대통령과 각각 전화로 통화한 시간이다. ‘한미일 3각 공조’라고 하기엔 미일에 균형추가 더 기울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 5월 1일 30분의 비공개 회담까지 포함해 10차례 통화했다.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첫 통화만 제외하면 의제는 모두 북한의 핵·미사일이었다. ‘한반도 위기설’이 불거졌던 4월엔 세 차례나 통화했다. 반면 한미 간 통화 횟수는 문 대통령이 늦게 취임한 것을 감안해도 미일 통화(5월 10일 이후 네 차례 157분)의 절반 수준이다. 취임 첫 통화를 빼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도발 후 가진 7일 56분간의 통화가 유일하다. 청와대는 30일 한미 간 통화 계획에 대해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했는지 여부도 중요하지만 그게 한미 간 긴밀한 공조의 척도가 될 수는 없다”고 했다. 또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북한의 도발에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평가에 대해 “대통령은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넘어) 날아가는 동안 네 차례에 걸쳐 실시간 생중계하듯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보고를 받았다”고 반박했다. 청와대 측은 “북한 도발 당일 이상철 안보실 1차장은 오전 5시 40분, 정 실장은 오전 5시 50분부터 위기관리센터에서 대기했다. 이는 우리 군이 북한 미사일의 발사 시점까지 예측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정 실장은 26일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기 직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맥매스터 보좌관,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과 한미일 비공개 안보수장 회동을 하고 대북 공조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문병기 기자}

김정은이 29일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하자 갈수록 고도화하는 도발 수위에 대한 우려와 더불어 일반 시민 사이에선 “또 쐈나” “대체 언제까지 쏘나” 하는 반응도 적지 않게 나왔다. 그야말로 북한 미사일 도발이 한반도 주변에서 상수(常數)처럼 일상화하는 모양새다. 통일부에 따르면 2011년 12월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59발이었는데 도발 주기가 급격히 짧아지고 있다. 김정일 집권 기간 미사일 도발은 9차례에 16발 정도였다. 하지만 2012년 2발, 2014년 13발, 2015년 2발, 2016년 24발에 이어 올해는 벌써 13차례에 18발을 쏴댔다. 특히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만 7차례 9발을 쐈다. 그중 2차례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고각 발사였다. 물론 북한은 ICBM 완성을 위한 6차 핵실험도 언제든 실시할 수 있어 보인다. 국가정보원은 전날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북한은 6차 핵실험을 위해 풍계리 핵실험장의 2, 3번 갱도에서 핵실험 가능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김정은이 한반도 곳곳에서 다양한 미사일로 도발을 일상화하는 것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군사적 압력에 굴하지 않고 반드시 핵 탑재 ICBM을 완성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특히 핵실험보다 비용이 상대적으로 덜 드는 미사일 발사를 통해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주목을 끄는 데 잇달아 성공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이제 김정은은 미국과의 본격적인 직거래 협상, 더 나아가 북-미 수교를 통한 체제 보장을 받기 위해 ICBM 추가 발사 등 ‘마지막 한 방’을 준비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 3호 등 앞으로도 쏠 미사일은 많다”며 “핵실험을 할 수도 있고 이미 개발한 무기들의 성능을 시험하려고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유력한 차후 도발 시점은 북한 정권수립 기념일인 다음 달 9일(9·9절)과 노동당 창당일인 10월 10일이다. 지난해 5차 핵실험도 9·9절에 단행했다. 사거리를 늘려 시카고 등 미국 중부권을 넘어 워싱턴, 뉴욕 등 미 핵심 거점을 타격할 수 있는 ICBM 개발에 성공할 경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군사적 조치 아니면 북-미 간 전격 대화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 트럼프 행정부가 보여준 대로라면 군사 조치보다 북-미 대화 같은 외교적 해법에 아직은 더 무게가 실려 있다. 서진영 고려대 명예교수는 “김정은은 잇따른 미사일 도발을 통해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구도를 고착화하고, 결국 북-미 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공간을 만들려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거듭된 도발로 동북아 정세를 긴장시켜 미중 간 대북 제재 공조에 균열을 만들고 한반도 정세를 뒤흔들려 한다는 것이다. 천영우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김정은은 이제 트럼프의 무력사용 위협이 허풍에 불과하다는 걸 간파한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미국 본토 타격이라는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 선에서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는 게 북-미 대화를 앞두고 몸값을 올려줄 것으로 판단하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신나리·손효주 기자}

국가정보원을 제외한 내년도 정부부처 특수활동비가 올해보다 718억 원 줄어든 3289억 원으로 책정된다. 특수활동비는 기밀 유지가 필요한 정보와 사건 수사 및 국정 수행에 필요한 경비다. 그간 용처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아 ‘눈먼 나랏돈’이란 지적이 잇따르자 관련 예산을 감축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졌다. 감사원이 지난달 19일부터 대통령실과 법무부 등 19개 기관을 대상으로 특수활동비 집행실태를 점검한 결과 정부가 올해(4007억 원)보다 17.9% 줄여 ‘2018년 예산요구안’에 특수활동비가 편성되도록 제출한 것으로 29일 나타났다. 대통령비서실과 경호처부터 올해보다 각각 22.7%, 20.5% 낮춰 잡았다. 경찰청이 67억여 원, 법무부가 28억여 원을 순감축했다. 특수활동비를 현금으로 지급한 경우 집행내용 확인서를 구비해야 하는데도 대상 기관의 절반이 확인서를 갖추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외교부, 국민권익위원회,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등 3개 기관은 특수활동비 자체 지침이나 집행 계획 자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가장 많은 특수활동비를 편성한 국정원은 고도의 기밀 유지가 요구되고 주요 예산이 특수활동비로 이뤄져 있는 점을 감안해 실태 점검에서 제외됐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문재인 정부가 지난달 28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2차 도발 후 독자 대북 제재를 검토했으나 미국의 대북 제재에 ‘수저를 얹는’ 데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28일 관보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대북 제재에 포함된 중국·러시아 기업 및 개인 등과의 거래에 주의를 요구했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화성-14형 2차 도발 직후인 지난달 29일 “우리의 독자적 대북 제재 방안도 검토하길 바란다”고 정부에 지시한 바 있다. 정부는 이날 관보에 실은 기획재정부 장관 명의의 공고에서 단둥은행(중국), 게페스트-M LLC(러시아) 등 앞서 6월 29일과 이달 22일 미국이 지정한 12개 단체와 개인 8명의 제재 리스트를 포함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 기업이나 금융기관이 이들과 거래할 경우 받을 불이익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권고한 것”이라고 말한 뒤 “우리 정부만의 독자 대북 제재는 아직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석론’을 의식해 대화 모드를 깨지 않으려고 정부가 독자 제재 방안 마련을 늦추거나 ‘수위 조절’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취임 후 첫 내신 기자간담회에서도 “10월 중 있는 주요 계기일, 즉 10·4남북공동선언 10주년이나 10월 10일 북한의 당 창건일까지 상황을 잘 관리한다면 비핵화 대화를 위한 외교가 작동할 공간이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북한과의 대화 조건이나 기준을 묻자 강 장관은 “어느 기간 동안 전략 도발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식으로 명시적인 기준을 발표하는 것은 (정부의) 융통성을 자박하는 면이 있다”고도 말했다. 강 장관은 북-미 대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리와 미국 간의 긴밀한 공조와 협의 아래 이뤄진다면 정부가 적극 격려해야 한다”며 “어떻게 해서든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 남북 접촉 기회가 있을 때 적극 잡아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북한을 탈출해 최근 한국에 입국한 30대 남성이 이달 초 북-중 접경 지역에서 납북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30대 A 씨는 탈북자들을 인도받기 위해 북-중 접경인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시 둥강(東港)에서 중국인과 함께 있다가 북한 통일전선부(대남공작기구) 반탐과 소속으로 추정되는 건장한 남성 7, 8명에게 폭행당한 뒤 체포됐다. A 씨와 함께 있던 중국인은 공안에 신고한 뒤 둥강 파출소에서 당시 체포 상황을 상세히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북한 주민 27명을 태운 배가 단둥에 접안하기 전 북한 당국에 적발돼 선주가 붙잡혀 고문을 받았다. 선주가 A 씨 소재지를 실토한 이후 반탐과 직원들이 잡으러 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북한인권단체인 ‘북한인권 제3의 길’ 김희태 사무국장은 “잇따른 탈북자 납북 문제로 최근 둥강을 관리하는 중국 변방부대 중대장이 경질됐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김 국장은 “압록강 하류는 수영해 건널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다 보니 탈북자들이 배를 탄다”고 설명했다. 배 주인도 당시 “20명씩 배에 태워왔다”고 북한 당국에 밝힌 것으로 알려져, 북한 탈출자들을 돕기 위해 접경지역을 방문하는 탈북자에게 주의가 요구된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북한이 26일 단거리발사체로 다시 도발에 나섰다. 지난달 2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발사 이후 약 한 달 만으로 문재인 정부 들어 7번째 도발이다. 일단 청와대는 신중한 반응이다. 북한이 ‘8월 말(末) 9월 초(初)’ 위기설 이후 어렵사리 형성되고 있는 북-미 대화 분위기를 흔들지 않는 범위에서 ‘저(低)강도’ 도발에 나섰다는 인식이다. 도발권역에 포함되지 않은 미국과 일본은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백악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관련 내용을 보고받았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만 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발사 직후 “어떤 사태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이번 도발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요격을 피한 대남 도발용 ‘저고도’ 훈련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문재인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 靑 “ICBM은 아니지 않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청와대는 문 대통령 지시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어 상황을 점검했다. 이어 청와대는 북한이 발사한 단거리발사체에 대해 ‘개량된 300mm 방사포’라고 밝혔다.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방사포는 사거리가 비슷하지만 대북제재라는 관점에선 전혀 다르다. 탄도미사일과는 달리 방사포는 유엔 대북제재 결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ICBM급 무기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지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냐 방사포냐는 별로 논쟁이 될 것이 없다”며 “ICBM이 아닌 것은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거리발사체인 만큼 (도발 시기가)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이 아니었다면 NSC 상임위까지 열 사안도 아니었다. 일본도 NSC를 열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즉, 청와대는 북한이 한반도 긴장을 다시 고조시키기보다는 UFG 훈련 대응용으로 이번 도발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2015년 UFG 훈련 기간 경기 연천군 비무장지대 남측으로 포격 도발을, 지난해엔 동해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도발을 감행한 바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북한이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는 않겠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北 직접 위협에 규탄 성명 안 낸 정부 북한의 이번 도발은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석론’을 겨냥한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북-미 간 강경대치가 잠잠해진 상황에서 한국을 상대로 한 위협에 나서면서 올해 하반기 한반도 정세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이 북한의 ‘레드라인(금지선)’을 “핵무기를 탑재한 ICBM의 무기화”라고 밝힌 뒤 첫 도발로 단거리발사체 카드를 꺼내든 것 역시 레드라인을 넘지 않고서도 한국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군사적 수단을 과시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번 도발 직후 연평도, 백령도 점령 훈련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의 위협에 정부가 별다른 규탄 성명도 없이 오직 대화 모드 전환에만 신경 쓰는 데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김정은이 연평도와 백령도 점령 훈련을 참관하면서 “서울을 단숨에 타고앉아 남반부를 평정해야”라며 명백한 도발 의도를 공개했는데도 주민 안전 조치를 내놓지 않는 등 긴장 국면 확산만 막으려 한다는 것. 앞서 6월 초 북한의 단거리 지대함 순항미사일(사거리 200km) 발사 당시 문 대통령은 “탄도미사일보다 우리 안전에 더 직접 위협이 된다”며 직접 NSC 전체회의를 주재했다. 일본이 NSC를 열지 않은 건 자신들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은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될 당사자가 상대방의 의도를 평가절하하고 애써 외면하는 것은 국제관계에서 매우 드문 일”이라며 “대화를 하고 싶어 안절부절못하다 보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당은 문재인 정부의 안보 인식이 안일하다고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문재인 정부는 안보의 임계점에 서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신나리 기자/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5일 통화를 하고 북핵 문제에 대한 양국의 공조 체제를 재확인했다. 하지만 양국 정상은 강제 징용 문제에 대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냈다. 청와대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30여 분간의 통화 말미에 “한 말씀만 드리겠다”며 강제 징용 피해자 문제를 먼저 꺼냈다.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강제 징용 문제는 해결된 게 아니다”라고 한 발언에 대해 “일본 국민 사이에 걱정이 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강제 징용과 관련해 한일 회담에서 해결이 됐지만 우리 대법원은 피해자와 회사 사이의 개인적 청구권까지는 해결이 안 됐다고 판결했다”고 설명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아베 총리는 “상황을 잘 관리하면서 성숙한 관계로 가야 한다”고 말했고, 문 대통령도 “이 같은 문제가 양국의 미래지향적 발전에 걸림돌이 안 됐으면 한다”고 답했다. 양국 정상은 북핵 문제에서는 한목소리를 냈다. 박 대변인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해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분석하면서 완전한 폐기를 위한 한일 간과 한미일 간 긴밀한 공조를 통해 국제사회와 협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15일 문 대통령과의 통화를 요청했고, 청와대는 광복절 등을 고려해 이날 통화했다. 한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날 사단법인 통일미래포럼(회장 류길재)이 주최한 조찬 포럼에서 “북핵 제재 국면에 변화가 있다면 개성공단 재개 문제를 우선적으로 풀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조 장관은 “현실적으로 현 상황에선 (재개가) 어렵다”고 전제하면서도 “처음부터 전면 가동은 어려울 수 있더라도 기업인들이 말하는 것처럼 직접 올라가서 시설과 자산을 관리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풀어 나갈 생각”이라며 구체적인 방안도 언급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신나리 기자}

국가정보원이 1급을 전원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개혁 대상 1호로 지목된 만큼 국내정보 수집을 맡았던 7국과 8국을 폐지하는 등 최근 조직개편 작업을 마무리한 데 따른 인적 쇄신으로 풀이된다. 국정원은 24일 박근혜 정부 당시 임명됐던 1급 실·국장들을 전원 교체했다. 과거 정권과는 철저히 단절하고 정보기관이 정치로부터 거리를 두고 독립하겠다는 취지다. 또 기존의 본부 실·국장과 주요 시도지부장 등 총 30여 곳에서 7국과 8국 및 일부 시도지부장 등 6자리를 없애는 대신에 새로운 안보개념에 따른 활동과 국익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조직을 신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번 인사에선 정보기관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복수의 여성 부서장이 탄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 부서장들은 모두 해외 및 국내 업무를 담당하는 주요 부서장을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정부는 25일 군 정보기관 수장으로 대장급 못지않은 군내 요직으로 분류되는 국군기무사령관에 육군사관학교 41기인 합동참모본부 작전기획부장 이석구 소장(55·사진)을 직무대리 형식으로 임명했다. 주로 육사 출신이 맡아온 기무사령관에 국방개혁을 위한 포석으로 비육사 또는 비육군 출신을 임명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지만 이를 뒤집은 것이다. 신나리 jounari@donga.com·손효주 기자}

지금까지의 긴장은 대화를 위한 몸부림이었던 것일까. 한반도에 전운(戰雲)을 드리웠던 북한발 ‘8말(末) 9초(初) 위기설’이 ‘북-미 대화설’로 극적 반전을 이루는 것 아니냐는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여전히 신중론이 만만치 않지만 김정은이 괌 도발을 사실상 포기한 상황에서 북-미의 핵 줄다리기가 ‘터닝 포인트’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몸값 올린 북-미, 출구로 대화 선택하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8월 한 달간 보여준 행보는 외교가에서 통용되는 ‘몸값 올리기 법칙’이었다는 해석이 많다. 두 나라가 맞붙었을 때 강대국은 강한 압박과 제재, 약소국은 거친 발언과 저항으로 향후 협상테이블에서 자신의 몸값을 높이려 한다는 것. 실제로 미국과 북한은 한 달 내내 ‘말 폭탄’을 쏟아내다 최근 들어 발언 수위를 급격히 낮추고 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북한 노동신문은 23일까지 이달에만 61건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언급했다. 실제 2009년 북한 2차 핵실험 직후 미국은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을 냈고, 북한은 “천 배로 갚아주겠다”면서 위기감이 정점에 달했다가 양국 간 고위급 회담을 거쳐 2012년 극적으로 2·29 합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북-미가 대화 국면 전환을 염두에 두고 이미 시그널을 주고받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권영세 전 주중 대사는 “북한이 최근 한국계 캐나다인 임현수 목사를 석방한 건 모종의 메시지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한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군사연습에 참여한 미군 병력을 줄인 것도 워싱턴이 평양에 보내는 손짓이라는 해석도 있다.○ 9월 유엔총회가 북-미 관계 전환점 될 수도 최근 미국의 전례 없는 압박에 내부적으로 ‘북한 포기론’까지 나올 만큼 코너에 몰린 중국이 북-미 대화의 물꼬를 틀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최근 북-중이 비공식 채널로 물밑접촉에 나섰단 소문이 자주 들린다”고 전했다. 1993년 제1차 북핵 위기 당시 중국은 북한에 “우리 인내가 한계에 달했다”고 경고 메시지를 전달했고, 이는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의 밑거름이 됐다. 이 때문에 다음 달 중순경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를 주목해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이번 유엔총회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방문하고, 북한 측에서는 리용호 외무상이 지난해에 이어 참석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방문한다. 자연스레 북핵 이슈는 이번 총회의 핵심 안건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점상으로는 31일 끝나는 UFG가 북한의 추가 도발 없이 마무리되면 미국이 이를 명분 삼아 어떤 식으로든 북한과의 물밑대화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 국무부가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인 3명에 대한 송환 문제를 논의하자며 뉴욕채널을 통해 보낸 메시지에 북한이 답을 한다면 이 역시 북-미 간 물밑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북-미 대화가 북한의 의도대로 한국을 북핵 논의에서 제치는 ‘통미봉남’이란 프레임에서 진행될 경우, 한반도 상황이 대화 모드로 전환되더라도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석론’은 또 다른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신진우 niceshin@donga.com·신나리 기자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엄동설한에도 봄은 반드시 오는 것이므로 봄이 왔을 때 씨를 잘 뿌릴 수 있도록 착실히 준비해 주길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외교부와 통일부 업무보고의 모두발언에서 이같이 말했다. ‘베를린 구상’에 호응 없는 북한이 결국 남북 대화에 나서 남북 관계의 ‘해빙기’가 찾아오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미국 내에서 북-미 관계의 긴장 완화를 시사하는 발언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북핵·미사일 사태와 남북 관계의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친 것이다. 토론식으로 진행된 이날 업무보고는 당초 예정된 시간을 1시간가량 넘기며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한반도 운전석론을 재차 강조하며 ‘적극적인 외교’를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정착은 우리의 최우선 국익이고 세계 평화와도 직결되는 과제”라며 “한반도 평화는 우리가 지킨다는 자세와, 철저한 주인의식과 국익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확고한 한미 동맹과 함께 중국, 일본, 러시아와의 협력외교로 보다 적극적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며 “직접 당사자인 우리가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문 대통령은 “비핵화 노력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은 선후 또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상호보완적 역할을 하면서 선순환 구도 속에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남북 대화와 북핵 협상을 병행해 남북 관계가 비핵화에 기여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특히 문 대통령은 “남북 관계에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역할을 기대한다”며 통일부에 힘을 실어줬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로 남북 관계가 교착 상태지만 이럴 때일수록 통일부는 내실 있게 준비해야 한다”며 “특히 통일부가 역점을 둬야 할 것은 한반도 신경제 구상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대북 정책도 국민 참여 속에 이뤄져야 한다”며 “대화가 열리는 시점이 된다면 그런 과정도 국민들에게 상세하게 설명하는 게 좋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업무보고에서 “군사회담 및 적십자회담 등의 관련 대화 노력을 이어 가겠다”며 내년 평창 겨울올림픽에 북한 선수단이 참여하는 것을 비롯한 스포츠 및 민간 교류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국민과의 소통을 토대로 평화와 통일의 공감대를 확산하고 통일·대북 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도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업무보고에선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및 확장 억제 전략협의체 정례화를 통한 실효성 있는 대북 억지력 강화 방안을 강구하는 내용 등이 논의됐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국민외교센터’ 설립으로 국민외교를 구현하고 취약시간대 해외 사건사고 초동대응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환으로 ‘해외안전지킴센터’를 내년 초 발족하겠다고 보고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을지프리덤가디언(UFG) 군사연습 이틀째인 이날 오전 수도방위사령부 내 전시지휘소(B-1 벙커)를 방문해 훈련 상황을 점검하고 “UFG 훈련을 통해 언젠가 전시작전권 환수 시 한미 연합 방위체제를 주도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황인찬·신나리 기자}

올해 3월 중국 관영 환추시보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현대, 삼성 등 기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후 하루 만에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고의로 벽돌을 내리쳐 현대 승용차를 파손한 사진이 실렸다. 국영 여행사들은 한국 관광 상품에서 롯데 면세점·호텔 방문 일정을 취소했다. 중국이 ‘대놓고’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을 단행한 것이다. 이때를 기점으로 중국에선 한국 내 사드 배치를 비난하는 여론이 증폭됐다. 반면 한국에선 4월에 사드 관련 국민의 관심도가 크게 상승했다. 박근혜 정권 종반부에 사드 배치를 두고 국민 여론이 크게 엇갈렸던 시점이다. 대선(5월 9일)을 앞두고 대선 주자들이 내놓은 엇갈리는 ‘사드 배치 입장’ 역시 중국 여론을 들끓게 만든 요인이었다.○ 한국은 사드 ‘배치’, 중국은 사드 ‘보복’ 한국과 중국은 사드에 대한 국민 인식에서 온도 차가 작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는 ‘네이버 트렌드’와 ‘바이두 지수’를 통해 지난해 1월부터 이달 20일까지 양국 누리꾼들이 ‘사드’란 단어를 얼마나 많이 찾거나 클릭했는지 빅데이터를 분석했다. 이 기간 동안 사드를 가장 많이 검색했을 때를 100으로 정하고 검색량이 높았던 시점들만 확인해 상대적인 수치가 얼마인지 지수화했다. 네이버와 바이두는 한중 국민들이 각각 가장 많이 찾는 포털이다. 양국은 지수가 가장 높게 나온 시점부터 엇갈렸다. 한국에선 4월 26일에 최대 수치인 100을 찍었다. 한국과 미국이 사드 부지 공여 절차를 완료한 지 6일 만에 주한미군이 사드의 일부 핵심 장비를 경북 성주골프장에 전격 배치한다고 발표했을 때다. 성주 주민들이 사드 배치에 반발해 경찰과 충돌한 뉴스도 이때 부각됐다. 반면 중국에서 100이 나온 시점은 3월 3일 주간(3월 3∼9일·바이두 지수는 주간 단위로 평균값을 측정)이었다. 특히 당시 검색 빈도는 두 번째로 검색량이 많았던 7월 31일 주간의 10배에 이를 만큼 관심도가 폭발적이었다. 3월 초는 중국이 사드 배치와 관련해 롯데 등 한국 기업들에 경제 보복을 본격화한 시점이다. 결국 중국에선 사드 자체보다 오히려 사드 사태로 파생된 감정적인 대응 및 보복에 국민적 관심이 더 쏠렸다는 의미다. 당시 선양(瀋陽)의 한 호텔 술집에선 ‘한국인과 개는 출입을 금한다’는 문구를 걸어둘 만큼 혐한(嫌韓) 감정이 극에 달했다. 바이두 지수는 사드 문제로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수위가 급속도로 상승했던 지난해 11월 20일 주간에도 눈에 띄게 올랐다.○ 중국에 소통 채널 확대해야 사드 관련 이슈가 터질 때마다 한중의 관심도는 커졌지만 그 비중은 관심 사안에 따라 무게차가 있었다. 한국에선 한미의 사드 배치 협의 발표(73),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 발표(60) 등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우리는 자국 안보와 직결된 문제라 국민들이 공식적인 정부 발표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고 해석했다. 사드 부지 결정으로 논란이 점화될 때도 지수가 상승했다. 사드 보복에 반응이 뜨거웠던 중국은 ‘미국’이 연결될 때 관심도가 큰 폭으로 올랐다. △한미연합사령관의 사드 전개 발표 △미군의 사드 발사대 공수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소식 등에 반응을 보였다. 권영세 전 주중 대사는 “결국 중국인들은 사드 보복은 한국을 겨냥하지만 사드 자체를 두고는 ‘중국 대 미국’의 이슈로 본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결국 반관반민(半官半民) 채널 등 소통 경로를 확대해 중국 현지에 우리 생각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서진영 고려대 명예교수는 “양국의 ‘히스토리’는 이제 사드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며 “사드 배치와 관련한 정부 입장부터 정리해 혼선을 줄여야 한중 국민들의 인식 차를 좁힐 수 있다”고 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신나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군사연습 첫날인 21일 오후 미국 상하의원 대표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개성공단 재개를 논의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미 의회 대표단 소속 캐럴린 맬로니 민주당 하원의원(뉴욕)은 22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인 노력과 대화를 펼쳐 나가려는 노력, 개성공단을 열어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덜어주려는 비전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먼저 개성공단을 언급한 뒤 미 의원들이 호응했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맬로니 의원은 개성공단과 관련해 문 대통령과 정확히 어떤 대화를 나눴느냐는 질문에 “문 대통령은 ‘개성공단이 북한 주민들이 한국처럼 근로를 통해 월급을 받는 기회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이 인권변호사였던 만큼 북한 주민을 인도주의적으로 도울 방안을 논의하다가 나온 이슈라면서 “그러나 아직 북한으로부터 (대화 제안에 대한) 반응은 없었다더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개성공단 재개를 언급했다면 이는 매우 이례적이다. 정부 출범 후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안 위반 논란이 불거지자 직접적인 언급을 피해 왔기 때문이다. 6월 말 한미 정상회담차 미국을 방문했던 문 대통령은 미 의회 지도부와의 간담회에서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 “지금은 쉽게 할 수 없다.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한 문제”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이 충돌 직전까지 갔던 북-미 긴장이 최근 완화되자 한반도 ‘운전석론’을 다지기 위한 속내를 드러낸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반대로 주춤했던 개성공단 재가동 카드를 워싱턴 대화론자들에게 풀어 놓았다는 것이다. 한편 북한 개성공단 내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남측 입주기업의 승용차 트럭 등 차량 100여 대가 사라진 것이 확인됐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이날 보도했다. 북한이 남측 자산의 청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통일부 당국자는 “개성공단 차량이나 물건은 남측 소유이기 때문에 북측의 무단 사용은 명백한 불법 행위로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황인찬 기자}
2010년 6월, 한국 기상을 예측하라고 쏘아올린 첫 통신해양기상위성 ‘천리안위성 1호’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7년간 천 리는커녕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했다. 지구 전체 기상을 탐지하는 ‘전 지구 예보 모델’을 개발하면서 정작 한반도 기상상황을 예측하는 ‘국지 예보 모델’은 개발하지 않았기 때문. 최근 5년간 기상청의 강수유무 적중률은 46%. 이처럼 기상청이 날씨의 절반도 못 맞혀 ‘오보청’으로 불린 것은 기상예보 시스템이 엉터리였기 때문인 것으로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은 22일 기상청 등 8개 기관의 기상예보 및 지진통보 시스템을 점검한 결과 “위성 관측 자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예보 정확성이 떨어졌고, 지진경보에 대한 실효성도 부족하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지난해 8월 폭염 종료 시점을 4차례나 늦춰 발표하고, 9월 경북 경주에서 규모 5.1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늑장 조기경보 문자메시지 전송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감사원에 따르면 기상청은 슈퍼컴퓨터 4호기 도입 비용에만 569억 원, 수치예보 모델 개선에만 최근 5년간 1192억 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천리안 1호 위성 수명이 올해 6월로 끝날 때까지 한반도와 동아시아 지역 날씨를 예측하는 수치예보 모델 기술은 개발하지 못했다. 위성 발사는 처음이다 보니 당시에는 국지모델 개발의 필요성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게 기상청의 해명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감사에서 “전 지구 모델이 가장 기초적이고 개발이 쉬워서 먼저 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에야 동아시아 지역까지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천리안 1호 수명이 곧 끝나는 데다 새로운 위성 발사를 앞두고 있어서 미뤘다”는 취지로도 답했다고 한다. 그러나 감사원은 “내년 5월 발사 예정인 천리안위성 2호에 탑재될 기상관측 장비의 경우에도 관측 자료를 수치 예보에 활용하기 위한 기술 개발 계획이 아직 세워지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 20개 해외 위성 관측 자료를 파일로 전송받아 수치 분석을 할 때도 속도가 느린 일반 회선을 이용한 탓에 수신 지연으로 수치 예보에 활용하지 못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실제로 영국 기상청에서 제공한 280개 관측 자료파일 중 18개 파일이 자료 입력 뒤 최대 41분 지난 후에야 수신된 경우도 있었다. 지진 조기경보와 관련해서는 “정보의 안정성을 확보해 오보를 줄이겠다”는 이유로 발령 조건을 까다롭게 설정해 신속한 주민 대피를 어렵게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기상청의 조기경보 조건은 ‘최소 15개 관측소에서 20번 이상 P파 탐지, 20초 이상 지속될 때’인데 지난해 세 차례 지진 조기경보에 평균 26.7초가 걸렸다. 규모 5.1 지진이 발생했던 경주도 27초 뒤에 통보가 이뤄졌다. 일본 등 해외에서 ‘2∼6개 관측소 탐지’를 조건으로 설정하고 평균 7초 내외로 주민들에게 통지가 가는 것에 비하면 매우 늦은 편이다. 감사원은 “기상청이 지진 다발 지역 및 주요 시설물 설치 지역에 관측소 간격을 이전보다 줄여 설치한 탓에 국토의 약 20%에서 관측 공백이 발생했다”며 국가 지진 관측망 구축계획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도록 기상청에 통보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암게 한 마리에 싸게는 300위안(약 5만1200원), 몸집이 크면 500위안(약 8만5400원). 단둥(丹東), 옌지(延吉), 훈춘(琿春) 등 북-중 접경지대 수산시장에서 거래되는 북한산 꽃게 값이다. 매우 비싼 가격이지만 살이 꽉 찬 북한산 서해안 꽃게는 제철만 되면 없어서 못 파는 인기 품목이다. 붉은털게, 해삼, 전복 등도 중국인들이 즐기는 북한산 해산물이다. 그러나 중국이 14일 북한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도발로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2371호)에 따른 조치다. “이전엔 매일 1500kg의 북한 조개류를 팔았지만 금수 조치 이후로는 (미리 수입해 놓은 물량에만 의존해) 판매량이 250kg에 불과하다. 많은 고객들이 북한산을 원하지만 (금수 조치로) 방법이 없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8일 중국 베이징(北京)의 수산물 수입업자 펑야룽 씨의 불만을 전했다. 북한 어업, 더 나아가 김정은 정권과 공생해 오던 중국 수산물업자들이 타격을 입었다는 소식이 잇따르면서 제재 효과는 현실화되고 있다. 중국 소비자들 식탁에서 사라진 북한산 꽃게만큼 평양으로 흘러가는 돈줄 차단 효과가 나오고 있는 것. 한 대북 소식통은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는 북-중 무역 흐름에 작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선 수산물 매매를 차단하면서 북한 정권으로 들어가는 뇌물이나 정치자금 상납 구조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중국 사업가들에게 조업권을 팔거나 북한 해주나 남포항 부근 양식장 사업권을 판매하면서 주머니를 채워왔던 평양 지도부는 이번 조치로 중요한 돈줄을 잃게 될 것으로 보인다. KOTRA의 ‘북한 대외무역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북한산 수산물 수입액은 1억9000만 달러(약 2168억 원)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가 정한 전체 수입금지 품목 중 석탄 등 광물성 연료(45.2%) 다음으로 큰 비중(7.2%)이다. 또 중국 내 생선 가공공장으로 보냈던 북한 근로자들이 수산물 수입 중단으로 자연스레 외화벌이에 실패하면 김정은 정권으로 가는 현금 흐름의 중요한 고리가 끊기게 된다. 북한과 긴밀히 거래하던 단둥 등 접경 지역 경제가 위축되면 자연스레 북한에 대한 중국인들의 민심도 나빠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에 북한은 어떻게든 국제사회가 쳐놓은 대북제재의 허점을 찾는 모양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이 지난달부터 국가기관이 총괄하던 외화벌이 사업을 개인 명의의 소규모 회사들에 떠맡기는 ‘개인할당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17일 보도했다. 모든 무역거래를 개인 간 거래로 위장하겠다는 것. 북한 어선들이 잡은 것을 해상에서 다른 배로 옮겨 실으면서 중국산으로 ‘바꿔치기’하는 관행도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조업권과 양식장 사업권 판매를 관장해 왔던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승리무역회사’가 장성택 처형 이후 풍비박산한 뒤, 북한 정권 이곳저곳에 뇌물을 상납하며 대북 수산물 시장에서 혜택을 누린 중국 사업가들도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수산물 세관인 훈춘 취안허(圈河) 세관이 폐쇄되면서 16일에는 지역 수산물 수입업자들이 ‘대북제재의 손실을 정부가 보상하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까지 벌였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기자회견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한일 회담이나 기본 조약에 의해 다 해결됐다는 것은 맞지 않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광복절 기념사에 이어 강제징용 문제를 언급하며 “양국 간 합의가 개개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헌법재판소 결정이나 대법원 판례로도 징용자 개인의 민사적 보상 청구권은 인정되고 있다”고도 했다. 현재 상고심이 진행 중인 관련 대법원 소송들을 감안할 때 대통령이 직접 정부 입장을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일본은 즉각 반발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징용공 청구권 문제는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완전하고도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게 일본 정부의 입장”이라며 “문 대통령의 요구에 응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외무성 간부의 발언을 전했다. 이어 “이는 한국 정부의 지금까지의 견해를 뒤집는 발언으로 향후 한일관계의 현안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두고 “(1965년 타결된) 한일 회담 당시에는 알지 못했던 문제”라며 지난달 31일 출범한 외교부의 위안부합의 태스크포스(TF)가 추가로 검토할 것임을 시사했다. 위안부 TF는 연내 보고서 채택을 목표로 위원들이 나눔의 집 등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의 면담을 우선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
미국을 향해 연일 ‘위협 발언’을 쏟아내던 북한이 비난의 화살을 돌연 한국으로 돌렸다. 괌 포위 사격 등 북-미 간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켰던 막말 릴레이를 잠시 중단한 것이다. 북한 못지않게 강성 발언을 쏟아내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행동을 관망하려는 것인지, 실제로 강력한 도발을 앞둔 폭풍전야인지를 놓고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은 13일 노동신문 논평에서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한 전화 통화를 두고 “‘조선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의 참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느니, ‘제재와 압박은 가하되 북핵 문제를 평화적, 외교적인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느니 하며 애걸복걸하는 추태를 부렸다”고 비난했다. 신문은 또 “남조선 당국자는 이 땅에서 수천수만의 생명이 죽어도 상관없다고 줴치는(지껄이는) 미국 상전에게 항변 한마디 변변히 못 한다”고도 했다. 다만 북한은 주말 내내 괌 포위 사격을 언급하지 않는 등 미국에 대한 강경 발언을 자제했다. 미국의 군사적 옵션을 부추길 수 있다는 부담 때문이라는 분석과 함께 미국의 독자제재 검토에 압박을 느낀 중국이 북한에 ‘더 이상 자극하지 말라’고 물밑 설득을 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2주째 잠행 중이다.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30일 보도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 성공 자축연에 참석한 게 김정은의 마지막 공식 행보다. 평균 2주 정도 잠적했다가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참관했던 관례에 비춰 괌 타격이나 이에 준하는 도발을 어딘가에서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