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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의 무역협정을 재협상(renegotiating) 중이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공동성명) 합의 내용을 보면 된다. 나머지는 합의 외의 이야기다.”(문재인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이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경제 현안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두고 ‘변칙 작전’과 ‘정공법’으로 맞섰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행동은 지난달 29일(현지 시간)부터 시작됐다. 문 대통령과의 만찬 직후 트위터에 “새 무역협상을 포함한 많은 주제를 토의했다”고 밝힌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모두발언과 공동성명에서도 한미 FTA 재협상을 꺼내들었다. 반면 회담 내내 한미 FTA의 상호 호혜성을 강조하며 FTA 효과에 대한 ‘공동조사’로 응수한 문 대통령은 1일 워싱턴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언론발표에서) 각자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 합의하지 못한 이야기를 하신 것”이라고 말했다. 6개 항으로 된 공동성명에 ‘한미 FTA’는 등장하지 않는다. 청와대도 공식적으로 “한미 FTA 재협상을 합의한 바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의 공식 논의와 합의를 건너뛰고,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까지 감수하며 언론 카메라 앞에서 일방적인 주장을 펼친 건 다분히 국내 지지층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미국 자동차·철강 산업의 메카였던 ‘러스트 벨트’(쇠락한 중서부 공업지역)는 트럼프의 최대 지지 기반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와 철강의 무역수지 불균형을 콕 집어 말한 이유다. 한미 FTA 재협상 및 개정은 절차가 복잡하고, 합의점을 도출하기도 쉽지 않아 단기간에 결론이 나긴 어렵다. 한미 FTA 협정문 24장(최종 규정)에 따르면 FTA 개정과 관련해 ‘양국은 협정 개정에 서면으로 합의할 수 있다’고 규정했을 뿐, 한쪽이 재협상을 요구하면 상대방이 반드시 응하도록 의무로 정해놓지는 않았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미 FTA 재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늘 주장해왔던 것으로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면서 “다만 한국도 FTA 재협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게 적지 않은 만큼 미국에 요구할 내용을 체계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이건혁 기자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한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기승전-한미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었다.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문재인 대통령과의 첫 만찬 회동 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방금 한국 대통령과 매우 좋은 회담을 마쳤다”며 “북한, 새로운 무역협정(new trade deal)을 포함해 많은 주제가 논의됐다”고 남기며 운을 띄운 뒤 마치 짜여진 시나리오처럼 한미 FTA 재협상을 압박했다.○ ‘외교 결례’에도 노골적 공세 나선 트럼프 대통령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단독정상회담 직전 모두발언에선 노골적으로 한미 FTA 재협상을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현재 대한민국과 무역 재협상을 진행 중(We are renegotiating a trade deal right now)”이라며 “양쪽 모두에 동등하고 공정한 거래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한미 FTA 재협상에 양국이 이미 합의한 것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표현이 여과 없이 공개된 것이다. 하지만 미국 측 통역은 문 대통령에게 이 같은 발언을 제대로 통역하지 않았다. “양국이 공평하고 평등한 무역협상이 되길 바랍니다”라는 원론적인 수준으로 요약해 전달하면서 “무역 재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핵심 대목을 누락했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은 “오늘 만남이 더 의미 있는 좋은 결실로 맺어지길 바란다”는 원론적인 인사말을 했다. 단독 회담 직후 일부 장관과 대통령의 핵심 참모들이 배석한 확대정상회담에선 미국 측의 파상 공세가 시작됐다. 비공개 확대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잠깐 언론을 놔둬도 되겠다. 무역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윌버 로스 상무장관을 지목해 “무역에 대해 몇 가지 말할 게 있는 것 같은데…”라고 공개 발언을 유도했다. 이에 로스 장관은 “예, 서(Yes, Sir)”라며 “한국과의 무역 불균형은 한미 FTA가 발효된 후 두 배가 됐다”며 포문을 열었다. 로스 장관은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비관세 장벽 △중국산 덤핑 철강 재수출 △한국의 에너지 송유관 수출 등에 대해 일방적으로 미국 측의 입장을 담은 주장을 쏟아냈다. 이후 백악관 측은 한국 배석자들의 답변 기회를 제한한 상황에서 취재 기자들을 내보냈다. 미국에 유리한 주장만 공개된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 FTA에 대한 미국 측 배석자들의 발언은 사실관계가 잘못된 내용이 많았다”며 “로스 장관 등의 주장에 대해 상세하게 반박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마친 뒤에도 한미 FTA 재협상을 기정사실화했다. 새러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대통령 지시에 따라 로버트 라이시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한미 FTA) 재협상 및 개정 과정에 착수하는 특별공동위원회 개최를 (한국에)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FTA 재협상 굳히기에 “합의 외의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다음 날인 1일(현지 시간)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공동언론발표 때) 아마 합의하지 못한 얘기를 별도로 하신 것”이라며 “공동성명 합의내용을 보라, 나머지는 합의 외의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정상회담 당시 우리 측의 차분한 대응도 상세히 전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미 상무부 자체 분석자료에 의하더라도 한미 FTA는 호혜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며 “비관세 장벽도 시정의 소지가 있다면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조사해보자고 역제의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 한미 FTA 장기간 줄다리기 불가피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FTA 재협상 공세는 다목적 카드로 풀이된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선 과정에서 공약으로 내세웠던 한미 FTA 재협상 카드를 밀어붙여 ‘아메리카 퍼스트’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특히 최근 ‘러시아 게이트’와 함께 ‘오바마케어’ 대체법안 처리에 난항을 겪으며 정치적 수세에 몰린 상황을 ‘외교적 성과’로 반전시키려는 의도라는 주장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주장이 한국과의 실제 협상을 염두에 둔 게 아닌, 미국 내 지지층을 향한 ‘국내용 호소’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인 한미 FTA 재협상 요구에 따라 한미 양국은 이제 치열한 줄다리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파상 공세에도 미국이 단기간에 한미 FTA 재협상을 통해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미 FTA를 포함해 현재 발효 중인 한국의 15개 FTA 중 재협상을 한 사례는 없다. 실제 FTA 재협상을 시작하는 과정도 쉽지 않다. 다만 미국이 재협상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도 다양한 카드를 만들어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워싱턴=문병기 weappon@donga.com / 이건혁·신나리 기자}

“지금 한국은 경제·사회 구조는 물론 국민 의식 등 전 부분에서 대개혁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개혁의 출발점은 바로 일자리 창출입니다.” 2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동아일보와 채널A 주최로 열린 ‘동아 고용어젠다 포럼’의 강연자로 나선 이용섭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지금이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호소했다. 지금보다 앞으로의 고용·실업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절박감 때문에 일자리 창출을 위해 대통령과 모든 정부 부처가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이 부위원장은 “노동계와 정규직이 양보한 곳에서는 이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재계-노동계-일반 국민 등 모든 경제 주체의 양보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직접 챙기면서 일자리 정책을 힘 있게 추진하고 있는 만큼, 기업과 민간도 정부를 신뢰해 달라고 부탁했다.○ “한국은 병자(病者), 일자리가 치료제” “한국 경제, 겉만 번지르르하죠. 명품 양복은 입었지만 재킷만 벗으면 곳곳에 주삿바늘과 약 주머니를 매달고 있는 병자(病者) 같다고나 할까요.” 이 부위원장의 말에 청중은 고개를 끄덕였다. 시장의 분위기를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는 민간기업과 공공기관 관계자들은 좀처럼 온기를 되찾지 못하는 경제 상황 탓에 수년 전부터 어려움을 겪었던 터다. 이 부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처방은 시작부터 끝까지 일자리”라고 재차 강조했다. ‘고용 확대→민간 소득 증대→소비 증가→기업 투자→추가 고용’이라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위원장은 동아일보가 4월 10일부터 23회에 걸쳐 보도한 ‘청년이라 죄송합니다(청송)’ 시리즈를 꼼꼼히 읽었다며 “청년들의 마음을 꿰뚫은 시대정신이 드러났다. 기사를 읽으면서 청년들에게 미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취업과 둘러싼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 청송 시리즈를 통해 일자리야말로 불균형을 해소하고 행복을 되찾아주는 치료제임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과거 정부에서도 일자리 창출 노력이 있었지만, 경제-사회 구조개혁이 병행되지 않아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이 부위원장은 지적했다. 그는 ‘백성들은 가난한 것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고르지 않음을 걱정한다(不患貧, 患不均)’는 논어의 한 구절을 인용하며 “모든 국민에게 경제 성장 효과가 돌아가는 포용적 성장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 공공부문이 앞장설 것…“진정성 느껴졌다”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을 지나치게 서두른다는 지적에 대해 이 부위원장은 “속도감을 내겠지만 조잡하게 하진 않겠다”고 강조했다. 일자리 창출은 어디까지나 민간 주도로 해야 하는 만큼 일자리 창출 기업을 우대하는 정책을 펴겠다는 것이다. 이 부위원장은 “자율 규제 원칙, 네거티브 규제 원칙을 반영해 민간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 규제를 완전히 혁파하겠다”고 덧붙였다. 포럼에는 공공기관 정책을 맡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참석해 일자리 창출에서 공공이 맡아야 할 역할을 당부했다. 조규홍 기재부 재정관리관(차관보)은 “공공부문이 소득주도형 성장을 견인하고 4차 산업혁명과 양극화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이면 민간부문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7월에 진행될 공공기관 워크숍 등을 통해 민간이 받아들일 수 있는 다양한 대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참석자들은 이날 포럼에 대해 문재인 정부 일자리 정책에 의미와 방향을 알게 된 자리였다고 입을 모았다.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은 “기업의 우려를 덜어주려는 의지를 보여준 만큼 기업들도 보다 정부를 믿고 일자리 창출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창호 IBK기업은행 소비자브랜드그룹장은 “현 정부의 일자리 창출 방향과 의지를 명쾌하게 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선영 한국수자원공사 부사장은 “고용 문제는 한국 경제는 물론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해외 요인에도 많은 영향을 받는다”며 “기업들이 외부 환경 변화에 흔들임 없이 일자리 창출을 할 수 있는 보호 장치를 정부가 고민해 달라”고 주문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는 이경섭 NH농협은행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이형희 SK브로드밴드 사장, 홍순만 한국철도공사 사장 등(가나다순) 금융업계와 공기업, 민간기업 등에서 주요 인사들이 다수 참석했다.이건혁 gun@donga.com·천호성 기자}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 공약인 ‘2030년 신재생에너지 생산 비율 20% 달성’을 위해 발전(發電)회사들의 신재생에너지 의무 생산량을 대폭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29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전기연구원은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신재생에너지 의무생산(RPS) 비율 상향 조정에 따른 전기요금 및 전력 생산량 변화 등을 검토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연구를 진행 중이다. RPS란 500MW(메가와트) 이상 발전사업자에게 총발전량의 일정 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할 것을 강제하는 제도다. 한국수력원자력 등 발전 공기업 6곳과 SK E&S, GS파워 등 민간발전사 12곳이 이 규정의 적용을 받고 있다. 올해는 전체 발전량의 4%만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하도록 돼 있다. 현재는 이 비율을 매년 1%포인트씩 높여 2023년까지 10%를 달성하는 게 목표다. 정부는 RPS 비율을 2030년까지 20%로 높이기로 하고, 연간 증가율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번 조치는 18개 발전사가 국내 전력생산의 절반을 책임지고 있는 만큼 이들을 활용하면 신재생에너지 생산량이 즉각 올라갈 수 있다는 판단에서 마련됐다. 전기연구원은 2030년 RPS가 20%에 도달하면 전기료가 2016년 대비 약 20% 높아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강정화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전 세계 신재생에너지 공급량의 70%를 차지하는 태양광 설비 가격이 떨어지면서 발전 단가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부는 이날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생산비율을 20%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 전문가와 시민단체 등과 회의를 가졌다. 회의에선 목표 달성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의 보급량을 현재보다 세 배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는 연평균 1.7GW(기가와트)씩 설치하고 있으나 여기에 2GW를 추가 보급해야 한다는 것이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주부 A 씨는 올해 초 구입했던 아동용 운동화가 리콜 대상이 됐다는 걸 인터넷 육아 커뮤니티를 통해 뒤늦게 확인했다. 여러 홈페이지를 뒤져 리콜 원인은 확인했지만, 지금까지 신발을 신은 아이가 어떤 피해를 입을지 구체적으로 적혀 있지 않아 발을 동동 굴렀다. 정부가 현재 식품, 건강기능식품, 의약품 리콜 명령 때만 부여했던 위해성 등급을 모든 상품의 리콜에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리콜 대상 상품에 위해성 등급이 부여되면 소비자들은 리콜 사유가 얼마나 위험하며, 어떤 피해가 예상되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상품별 소관부처별로 흩어졌던 리콜 상품 정보를 공정거래위원회의 ‘소비자종합지원시스템(행복 드림)’으로 통합해 공개하기로 했다. 정부는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2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소비자 친화적 리콜제도 개선방안’을 확정했다. 이번 개선안은 지난해 이케아 서랍장,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최근 현대자동차 강제 리콜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상품이 줄줄이 리콜 사태를 겪으며 리콜에 대한 관심이 커진 분위기를 반영해 마련됐다. 국무조정실은 “기업의 자발적 리콜 의지가 부족하고, 이 때문에 리콜 정보가 소비자에게 잘 전달되지 않고 반품 절차가 복잡하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밝혔다. 리콜 건수는 2011년 826건에서 2015년 1586건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핵심은 위해성 등급 적용을 모든 상품으로 확대 적용한다는 것이다. 위해성 등급은 위험 수준과 인체에 미치는 영향, 피해 사례 등을 종합해 가장 위험한 상품부터 3, 4개 등급을 부여하는 조치다. 가장 위험한 위해성 1등급 리콜 상품은 대형 할인점 등에 리콜 공표문을 게시해야 한다. 정부는 위해성 등급이 모든 리콜 상품에 적용되면 등급에 따라 회수 방식, 리콜 조치 전달 매체와 방법 등이 매뉴얼에 따라 소비자에게 전달될 것으로 기대했다. 제품 유형이 다양한 공산품 중에는 어린이 제품에 개선방안을 우선 적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공정위의 ‘행복 드림’ 사이트로 리콜 정보를 통합해 관리하기로 했다. 간단한 리콜 사유만 공지했던 것에 더해 실제 피해 사례와 주의해야 할 사용자, 리콜 절차까지 상세히 안내하기로 했다. 리콜 조치를 받은 상품 판매를 막기 위해 운영 중인 ‘위해상품 판매차단 시스템’을 온라인 쇼핑몰과 중소 유통매장에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이 같은 방안이 마련된 건 자발적 리콜, 리콜 권고, 리콜 명령 등 정부의 리콜 조치가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소비자의 32.5%만 리콜 조치를 파악하고 있었다. 리콜 상품 정보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흩어져 있어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이건혁 gun@donga.com·천호성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다수의 소비자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집단소송제 도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사진)은 29일 충북 음성군 한국소비자원에서 열린 3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소비자 피해를 효율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집단소송제는 피해를 입은 일부 소비자가 기업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을 때, 소송에 참여하지 않는 소비자들도 동일한 판결 효력을 공유하는 제도다. 현재 증권 분야의 피해에 대해서만 집단소송제를 인정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금액이 적고, 불특정 다수 소비자가 피해를 입었을 때 집단소송제가 있으면 효율적으로 구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서 집단소송제 전면 도입과 정부 차원에서의 집단소송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소비자들이 집단 소송을 남발하면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거나 기업들의 대외 신인도가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인사청문회 당시 서면답변서에서 “집단소송제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적용 대상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답했다. 담합 및 재판매 가격 유지, 표시광고법 위반 행위 등 소액이지만 다수 피해자가 발생하는 분야에 먼저 도입하겠다는 것이었다. 한편 그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겪으면서 소비자 문제를 총괄·조정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소비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범정부적인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공정위는 소비자 관련 업무를 종합하는 소비자정책위원회의 위상 강화를 위해 국무총리 기구로 격상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가 7월 중 주요 공공기관을 불러 모아 일자리 워크숍을 열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공공기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자리에서 일자리위는 공공기관들에 일자리의 질을 개선하고 구직자의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앞장서서 만드는 ‘마중물’ 역할을 강조할 계획이다. 이용섭 일자리위 부위원장(사진)은 2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동아일보와 채널A 주최로 열린 ‘동아 고용 어젠다 포럼’에 참석해 “7월에 한번 공공부문과 일자리 관련 전체 회의를 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부위원장은 “빠르지만 조잡하지 않게 일자리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일자리위가 우수 사례로 선정한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일자리 창출 전략을 발표했다. 한국전력공사는 중소기업과 동반성장을 통한 일자리 확대정책을 소개했다. 포럼에는 공공기관 및 민간기업 관계자 2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일자리로 시작해서 일자리로 완성될 것이다.” 지난달 24일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한 문재인 대통령의 일성(一聲)은 현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상징적인 장면이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의 양을 늘리는 것은 물론, 질적 향상까지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정부를 포함한 모든 경제주체가 함께 노력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특히 일자리의 큰 몫을 차지하는 민간기업과 공기업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주요 공공기관들과 기업들은 신규 고용 계획,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방침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일자리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정부 정책에 화답하며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일자리위원회 출범…고용의 질 개선은 아직 멀어 대통령 ‘1호 업무지시’를 통해 출범한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지난달 1일 ‘일자리 100일 계획’을 발표하며 일자리 창출에 다걸기를 하겠다고 천명했다. 정부는 11조 원 규모 일자리 관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 △연내 공무원 1만2000명 추가 채용 △노인 일자리사업 참여인원 3만 명 확대 △청년구직수당 신설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현재 통상임금의 40% 수준인 육아휴직 급여를 첫 3개월 동안은 통상임금의 80%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일자리를 대규모로 늘리기 위해서는 정부가 예산을 투입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부는 기업들이 채용에 적극 나설 유인을 제공하기 위해 각종 ‘당근’을 제공할 방침이다. 정부는 조만간 발표할 세법개정안에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또 고용창출 효과가 높은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지방세를 깎아주는 내용 등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고용 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5세 이상 인구의 고용률은 61.3%로 1년 전보다 0.3%포인트 상승해 1997년 5월 61.8% 이후 가장 높아졌다. 15∼64세 고용률은 67.0%이며, 실업률은 3.6%다. 취업자 수는 2682만4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만5000명 늘었다. 지표상으로는 고용과 실업 지표가 개선되고 있으며, 취업자 4개월 연속 30만 명 이상 증가세를 유지하는 등 양호해지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자리가 시급한 청년층(15∼29세) 체감실업률은 여전히 두 자릿수를 넘고 있다. 청년실업률은 9.3%였으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다른 직장을 구하는 취업준비자 등 사실상 실업 상태인 청년층 체감실업률은 22.9%까지 치솟았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11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건설업의 일용직 종사자 수가 증가하는 등 고용의 질 개선은 아직 요원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용섭 일자리위 부위원장은 “지금은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양극화를 해소하고 국민 통합을 이루어 내는 것이 시대정신”이라며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분들이 최고의 애국자”라고 강조했다. 그만큼 취업이 여전히 어렵고 고용환경 개선이 더디게 진행된다는 뜻이다.민간기업, 공기업 등 모두 ‘일자리 만들기’ 동참 일자리위는 최근 일자리 창출 분위기 조성을 위해 적극 나선 기업들의 사례, 신규 고용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노동계의 양보 등을 발표했다. 일자리위 측은 “대통령이 22일 일자리위 첫 회의에서 ‘일자리 만드는 데 도움을 준 기업 및 노동계 양보 사례 등을 널리 알려달라’고 지시해 이를 공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기업이) 좋은 일자리 만드는 역할을 해준다면 제가 언제든지 업어드리겠다”고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일자리위에 따르면 문 대통령 취임 후 50일 동안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이 약속한 신규 채용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일자리는 12만1000개다. 신규 일자리 창출이 8만8000개이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사례가 민간에서 2만1000명, 공공부문에서 1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곳은 유통업계다. 롯데그룹은 ‘고용이 최고의 복지이며, 성장 확대를 통한 고용 증가’를 내걸고, 올해부터 향후 5년간 40조 원을 투자하고 7만 명을 신규 채용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3년에 걸쳐 업무 연속성을 가진 1만 명의 비정규직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도 함께 내놨다. 롯데그룹이 약속한 8만 명의 신규 채용과 정규직 전환 계획은 일자리위가 취합한 전체 일자리 창출의 약 3분의 2를 차지한다. 신세계그룹은 1만5000명, 현대백화점은 2600명 신규 채용계획을 발표했다. 그 동안 골목상권 침해 등으로 비판을 받아온 유통 서비스업이 실제로는 ‘일자리의 보고(寶庫)’였음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민간기업들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서도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달 회원 유치와 사후 관리를 담당하는 자회사를 설립하고 하청 대리점 직원 5200명을 정규직으로 고용한다고 발표했다. 농협은 전 계열사 비정규직 직원 52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농협은 ‘범농협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해 청년 채용을 활성화하고, 비정규직 고용 안정을 위한 정규직 전환에도 나서고 있다. 공공부문에서는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첫 현장 방문했던 인천공항공사가 올해 안으로 68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좋은 일자리 만들기 추진단’을 만들고, 일자리 창출 종합계획을 마련해 공공부문의 고용 확대는 물론 민간 부문으로의 취업 유발 효과를 동시에 잡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국공항공사는 정규직 전환을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에 나섰다. 금융권에서는 KB카드 정규직 1500명이 임금을 동결해 하청업체 처우 개선에 쓰기로 나선 사례가 관심을 받고 있다. KEB하나은행 등 시중은행들은 예전부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을 추진해왔고, 최근에는 제2금융권의 OK저축은행이 약 60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우리은행은 현재까지 714명을 채용해 금융권 최대 규모인 특성화고 신입행원 인력을 꾸준히 유지하고, 경력단절여성 채용에도 적극 나서 사회적 약자들의 일자리 확충에 노력할 방침이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정부가 울산 울주군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 6호기 건설 중단을 논의할 공론화위원회에 원자력 및 에너지 분야 전문가를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전문가를 배제한 공론화위와 이들이 선정하는 시민배심원단이 신고리 5, 6호기 건설 영구 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나오자 정책을 수정한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8일 “공론화위를 전문가들로만 구성하는 게 아니라는 뜻이지, 전문가를 억지로 배제하겠다는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27일 국무조정실은 비전문가 민간인 10명 이내로 구성된 공론화위와 이들이 구성할 시민배심원단이 최대 3개월간 공론화 과정을 거쳐 신고리 5, 6호기 최종 공사 중단 여부를 결정한다고 발표했다. 야당과 에너지 전문가 등이 이를 비판하면서 정부는 한발 물러서기로 했다. 이들은 국가 산업정책의 근간인 전력 수급 문제를 법적 대표성과 전문성이 없는 시민배심원단에 맡기는 건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지역 관계자, 전문가 등이 (공론화위에) 다양하게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도 공론화 과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비판 여론 달래기에 나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고뇌, 한국 사회가 원전에 대해 갖고 있는 고뇌를 반영해 어려운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각계각층에서 제기되는 전력 수급 우려에 대해서는 “(신고리 5, 6호기 공사 중단을 포함한) 탈(脫)원전 계획은 전력난을 야기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수립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기요금 인상 등을 언급하며 과도한 불안감을 조성하는 건 다른 저의가 의심된다”며 강력 반박했다. 정부가 여론 달래기에 나서고 있지만 공론화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현재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중대한 에너지 정책 사안을 비전문가들이 여론재판식으로 결정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19일 문 대통령이 ‘탈원전’과 함께 사회적 합의 방안을 밝힌 뒤 정부가 절차상 문제점과 공사 중단 영향 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공론화 방안을 내놔 혼란만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종=이건혁 gun@donga.com / 신진우·유근형 기자}

정부가 내린 울산 울주군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 6호기 건설 일시 중단 조치를 두고 다양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논쟁의 핵심은 비전문가로 구성된 공론화위원회와 이들이 만들 시민배심원단이 ‘에너지 백년대계(百年大計)’를 결정할 만한 법적 정당성과 전문성이 있는지 여부다. 비판을 무릅쓰고 후대를 위해 중장기적 정책을 추진하는 모습 대신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식 결정이 난무할 수도 있다. 정부 측은 공론화위에 전문가를 비롯한 다양한 관계자를 포함시켜 논란을 잠재우겠다는 계획을 내비쳤다. 하지만 공론화가 이뤄질 3개월간 전기료 상승 및 매몰 비용 논란 등 다양한 문제의 결론을 내리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적잖다.① 공론화위 정당성 있나 정부는 공론화위의 대표성과 전문성에 대한 공격 때문에 공론화 자체가 무산되는 점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8일 “관이 개입하지 않고 민의를 최대한 반영한다는 것이 공론화위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공론화위 활동 근거는 국무총리 훈령을 통해 마련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적법 절차를 통해 승인한 신고리 5, 6호기의 공사를 취소할 근거가 되는지에 대해선 논란이 분분하다. 공론화위에 참여할 10인의 전문성이 떨어지고 중립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공론화위의 정당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제대로 공론화위가 작동한 적이 없는 상황에서 원전 건설 중단 같은 중요한 사안을 다루는 게 적합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20개월간 운영됐으나 권고안을 내는 데 그쳤던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② 매몰 비용은 2조6000억 원 vs 6조 원 이상 2008년 건설 계획이 세워진 신고리 5, 6호기는 8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지난해 9월 착공해 현재 공정 28.8%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추산한 신고리 5, 6호기 건설 완전 중단 비용은 공사비 1조6000억 원과 주민 보상비용 1조 원 등 2조6000억 원이다. 반면 야당과 원자력 관련 업계에서는 추가 비용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한다. 박맹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3개월 공사 지연 대금 1000억 원과 법정 지원금 중단 1조 원, 여기에 원전 공사장 인근 지역경제에 미치는 피해까지 합치면 최대 6조 원까지 비용이 치솟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고리 5, 6호기의 공식 총사업비는 약 8조6000억 원이다. ③ 전력 수급 문제 없나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신고리 5, 6호기 공사 중단은 전력 수급을 충분히 계산해 선택한 것으로 전력난을 야기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2015년 7월 확정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신고리 5호기는 2021년, 신고리 6호기는 2022년부터 전기를 공급한다. 정부는 원전 2기가 없어도 현재 가동 중인 24기를 정상 가동하고 액화천연가스(LNG) 화력발전소와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늘리면 수급을 맞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에너지 전문가들은 원전 2기 중단에 따른 영향은 중장기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이처럼 단순하게 계산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노무현 정부 시절 전력 수급 전망을 보수적으로 잡으면서 발전소 건설을 하지 않았다가 2011년 9월 15일 공급 부족으로 대정전(블랙아웃) 사태를 겪은 게 대표적 사례다. 이후 단기간 내 극복을 위해 LNG발전소를 급하게 지었지만, 이후 오히려 전기가 남아돌면서 과잉 투자에 따른 부작용을 겪었다.④ 전기요금 오르나 원전 찬성론자들은 원전 덕분에 전기를 싸게 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원전의 kWh당 발전 단가는 68원으로, 석탄(73.8원), LNG(101.2원), 신재생에너지(156.5원)보다 저렴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정책이 본격화돼 현재 국내 발전량의 약 30%를 차지하는 원전 비중이 축소되면 지금보다 전기료가 대폭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환경단체는 방사성폐기물 처리 비용을 감안하면 원자력 전기가 결코 싸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들은 “수십 년 동안 비용을 치러야 할 폐기물까지 고려하면 결코 싸지 않으며, 사고가 발생했을 때 지불해야 할 위험비용도 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⑤ 원전산업 경쟁력은 2008년 한국은 아랍에미리트(UAE)에 신고리 5, 6호기와 같은 한국형 원전(ARP-1400) 4기를 수출하는 계약을 맺으며 원전 수출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국내 원전 추가 건설이 중단되면 부품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자국에서도 안전성 문제가 지적돼 건설이 중단된 원전을 수입할 나라를 찾긴 어렵기 때문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수입국 입장에서 설비 부품 생산이 중단되는 건 대단한 골칫거리”라며 “수출길이 완전히 막히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최근 영구 정지를 결정한 고리 1호기의 해체 경험을 활용해 관련 기술을 마련하고 이를 수출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현재 원전 해체 경험을 가진 국가는 미국, 일본, 독일 등 3개 국가뿐이라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원전 대신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수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세종=이건혁 gun@donga.com·최혜령 기자 / 오가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국민 10명 중 4명 이상은 향후 1년간 국내 여행에 더 많은 돈을 쓸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소비자동향조사의 여행비 지출 전망지수(CSI)도 약 10년 만에 최고점을 찍었다. 28일 한국여행업협회에 따르면 전국 18세 이상 성인 남녀 2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올해 5월을 기준으로 향후 1년간 국내 여행에 지난 1년간보다 더 많은 돈을 쓰겠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41.1%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6.4%포인트, 전월 대비 4.8%포인트 오른 수치다. 이번 조사에서 해외여행에 돈을 더 쓰겠다고 답한 응답자는 42.0%였다. 이는 올해 2월 조사(47.1%)보다 5%포인트가량 줄어든 것이다. 여행업협회 관계자는 “국내 여행이 활성화되면서 국내여행비 지출 계획과 해외여행비 지출 계획의 격차가 줄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3개월 내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는 응답자 비율도 최고치를 나타냈다. 1박 이상 일정의 국내 여행 계획을 갖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76.6%였다. 2월(71.6%) 조사 때 70%를 넘은 이후 꾸준히 늘어나는 모양새다. 해외여행 계획이 있는 사람도 36.6%로 전월 대비 1.2%포인트 증가했다. 여행비 지출을 늘리려는 추세는 한국은행의 6월 소비자동향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이날 한은이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여행비 지출 전망지수(CSI)는 98로, 약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말보다 9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월별 지수가 나온 2008년 7월 이래 최고치다.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실제 민간 소비보다 3개월가량 앞서는 경향이 있어 하반기에는 소비 개선이 기대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은이 발표한 6월 CCSI는 111.1로 2011년 1월(111.4) 이래 6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CCSI는 전월 대비 3.1포인트 상승하며 2월 이래 5개월 연속 오름세를 유지했다.손가인 gain@donga.com / 세종=이건혁 기자}
정부가 울산 울주군에 짓던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의 공사를 잠정 중단했다. 원전 중심의 발전(發電) 정책을 폐기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실행하기 위한 조치다. 공사를 계속할지는 약 3개월의 공개 논의를 거쳐 시민배심원단이 결정하기로 했다. 2008년 계획을 세운 뒤 8년여의 준비를 거쳐 공사비 1조6000억 원과 주민 보상비용 1조 원 등 2조6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하고 추진되던 ‘국가 백년대계(百年大計)’가 비전문가 민간인으로 구성된 공론화위원회와 이들이 선정한 시민들의 판정을 기다리게 된 셈이다. 이를 두고 정부의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 새로운 모델을 도입하는 신선한 시도라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법적 대표성과 전문성을 갖추지 않은 집단에 주요 국책사업을 맡기면서 대의민주주의의 원칙을 훼손하게 됐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문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신고리 5·6호기 공사 지속 여부에 대한 공론화 작업을 중립적이고 공정하게 진행하기 위해 공론화 기간 중 (공사를) 일시 중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르면 다음 달 독립기구인 공론화위를 설치할 예정이다. 공론화위는 에너지 전문가를 제외하고 국민적 신뢰가 높은 10명 이내 중립 인사로 구성된다. 또 여론조사와 TV토론회 등을 통해 고리 5·6호기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후 시민배심원단을 구성하고, 배심원단은 공사를 계속할지 아니면 중단할지를 최종 판정한다. 공론화위의 활동 기간은 최장 3개월이다. 신고리 5·6호기는 2008년 건설 계획이 세워진 뒤 지난해 9월 공사가 시작됐다. 설비용량 1400만 MW(메가와트)급 원전 2기로 현재 공사는 28.8% 정도 진행됐다. 총 8조6000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었고 준공 목표는 5호기가 2021년, 6호기가 2022년이다. 한국의 첫 수출 원전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과 같은 모델이다. 세종=이건혁 gun@donga.com / 신진우 기자}

정부가 27일 울산 울주군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공사를 일시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탈(脫)원전 공약’이 속도를 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달 19일 고리 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에서 “국민들께서 안심할 수 있는 탈핵 로드맵을 빠른 시일 안에 마련하겠다”며 원전 정책의 전면 재검토를 약속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이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공사 영구 중단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에너지 비전문가로 구성할 공론화위원회와 이들이 선정한 시민배심원단에 최종 판단 권한을 준 것 자체가 탈원전을 지지하는 여론을 등에 업고 명분 쌓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하지만 정부가 중장기 전력수급 계획과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공사 중단 결정을 내린 것은 성급한 조치였다는 지적이 많다. 최종적으로 어떤 식의 결론이 나더라도 진통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탈원전 정책의 본격화 신고리 5·6호기는 2016년부터 공사가 시작된 설계수명 60년짜리 원전이다. 한수원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통합 공사진행률은 28.8%이다. 부문별로 보면 설계는 79%, 기자재 구매는 53%, 토목 부문은 9%가 진행됐다. 한수원 측은 “발전소를 짓는 데 필요한 중요 부품의 발주는 대부분 끝난 상태”라고 소개했다. 공사가 시작된 지 1년 가까이 지났지만 문 대통령이 19일 거행된 부산 기장군 고리 원전 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에서 “탈핵 시대로 가겠다”고 선언하면서 정부는 신고리 5·6호기의 공사 중단을 적극 검토하고 나섰다. 여기에 공사가 계속 진행돼 공정이 올라가면 건설 중단 결정이 더 힘들어지는 게 아니냐는 시민단체와 환경단체의 압박이 더해지면서 전격적으로 공사 중단을 결정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신고리 5·6호기 가동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많이 나왔다”며 정부가 건설 중단에 무게중심을 둘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원전이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원자력 전문가, 원전에 생계를 의지하는 공사장 근로자와 인근 주민 등이 있는데 정부가 이를 무시한 채 원전 반대 여론에 더 신경을 쓴 셈이라는 지적도 적잖다. 공사 일시 중단을 결정한 정부는 최종 중단 결정 권한을 공론화위원회가 선정하는 시민배심원단으로 넘겼다. 시민사회가 직접 정부 정책을 결정하게 해 정부의 부담을 덜고 여론이라는 확실한 정책 추진 동력을 얻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공론화위 전문성 논란 잇따를 듯 공론화위 위원들과 이들이 구성할 시민배심원단에 대한 논란은 신고리 5·6호기의 운명이 결정될 때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무조정실 측은 이해 관계자나 에너지 분야 관계자가 아닌 사람들 가운데에서 일반인들의 신망이 높은 중립적인 인사로 공론화위를 구성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이해 당사자 모두를 만족시킬 구성원을 찾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탈핵팀장은 “어느 쪽 입장도 아닌 사람으로 구성하는 게 과연 가능할까 의문이다. 찬성 인사와 반대 인사의 균형을 맞추는 게 더 낫다”고 지적할 정도다. 시민배심원단과 공론 조사 방식이 법적인 효력을 가질 수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전문성 논란도 피할 수 없다. 원전 및 전력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민간인들이 수십 년 후 에너지 수급 상황과 경제 환경 등을 내다보고 정부 산업정책의 근간인 원전 문제를 판단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원자력안전위원회라는 정부 기관이 허가한 사안을 ‘시민 결정’을 근거로 뒤집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원전의 안전성과 중요성을 충분히 알리기에는 3개월은 너무 짧다”고 말했다. 정부의 성급한 탈원전 정책으로 한국 원전 산업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원전 건설이 중단되면 기술 유지와 수출을 위한 시험 가동이 어려워진다. 아랍에미리트(UAE)에 처음으로 원전을 수출한 뒤 원자력 분야에서 만들어진 일자리를 유지하기도 사실상 어려워진다.세종=이건혁 gun@donga.com·최혜령 / 강성휘 기자}

현재 및 가까운 미래의 경제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6년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기대 효과와 일자리 확대 정책,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국내 증시의 상승세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한국은행은 ‘2017년 6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통해 6월 소비자심리지수가 111.1로 집계됐다고 27일 발표했다. 이는 2011년 1월(111.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달(108)보다 3.1포인트 상승하며 올해 2월부터 이어진 오름세를 5개월 연속 유지했다. CCSI는 2003∼2016년 소비자 심리 평균치를 100으로 삼으며, 100을 넘으면 소비자 심리가 낙관적이라는 뜻이다. 2011년 초 저축은행 사태와 동일본 대지진을 겪으며 하락한 뒤 좀처럼 110을 넘지 못했다. 2014년에는 세월호 참사로 부진했으며, 2016년 10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 접어들면서 그해 11월부터 100 이하로 떨어졌다. 이번 조사는 이달 13일부터 20일까지 전국 2200가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고 11조 원 규모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을 발표하는 등 J노믹스(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가 구체화된 시기다. 소비자들이 새로운 경제 정책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부문별로는 현재 경기 수준에 대한 판단 지표가 93으로 나타났다. 4월보다 11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2010년 12월(9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취업 기회에 대한 전망 지표는 121이었다. 월별 조사를 시작한 2008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던 올해 5월(113)보다 8포인트 높아졌다. 일자리 추경과 ‘일자리 100일 계획’ 등 정부가 추진하는 일자리 창출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1년 후 주택 가격의 흐름을 전망한 주택가격전망 소비자지수(CSI)는 116으로 지난달보다 7포인트 증가했다. 여전히 집값이 오를 것으로 보는 가계가 많다는 뜻이다. 다만 조사 기간 후반에 발표된 ‘6·19부동산대책’의 영향은 반영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강세를 보이는 주가도 소비자 심리를 개선하는 데 영향을 줬다. 박상우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새 정부 출범 효과와 주가 상승도 심리 개선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0.14%(3.29포인트) 오른 2,391.95로 마감하며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세종=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슈퍼 사이클’에 돌입한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업종이 올해 한국 수출 증가세를 견인할 것으로 예상됐다. 글로벌 경기 회복까지 겹치면서 한국이 3년 만에 무역 1조 달러 클럽에 재가입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이어졌다. 27일 국책 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017년 하반기(7∼12월) 경제성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수출 금액은 지난해보다 11.1% 늘어난 5506억 달러(약 662조 원)가 될 것으로 추정됐다. IT 관련 제품 수출이 18.9% 늘고,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양분하고 있는 반도체 시장에서 수출이 36.6%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보다 상승한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입 금액은 지난해보다 15.2% 늘어난 4679억 달러(약 529조 원)가 될 것으로 추산됐다. 이에 따라 수출과 수입을 합친 무역액은 1조185억 달러로 예상됐다. 2014년 1조982억 달러 이후 1조 달러를 밑돈 지 3년 만에 재돌파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미국의 통상 압력 등으로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지난해(892억 달러)보다 7.3% 줄어든 827억 달러(약 93조 원)로 분석됐다. 산업연구원은 한국의 경제성장률 추정치를 당초 2.5%에서 2.8%로 높였다. 수출 증가세와 투자 확대, 민간 소비심리 개선을 반영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정부 예상치 2.6%를 상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국제유가(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하락세로 산유국 등 신흥국이 저유가 쇼크를 받게 되면 한국의 수출량이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4차 산업혁명 구현, 미래형 신산업 육성에 따른 수혜 종목을 분석한 ‘2017년 하반기 산업전망’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는 두 공약에서 수십 가지 세부 정책이 파생됐으며, 이 중 3개 이상의 혜택을 받는 분야가 2차전지, 광학, 반도체라고 분석했다. 또한 센서, 통신, 신재생에너지, 위치기반 서비스, 빅데이터, 로봇, 인공지능(AI)도 유망 분야로 꼽혔다. 반면 유통, 통신, 경유차 부품 등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세종=이건혁 gun@donga.com / 주애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 취임 49일 동안 민간 기업과 공공기관이 약속한 신규 채용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일자리가 약 12만 개로 집계됐다. 일자리위원회는 대통령 집무실에 규제 상황판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에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26일 일자리위원회는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약속, 노동계의 양보 등 일자리 창출 우수사례를 발표했다. 일자리위 측은 “문 대통령이 22일 일자리위 회의에서 ‘일자리 만드는 데 도움을 준 기업 및 노동계 양보 사례 등을 널리 알려달라’고 지시해 이를 공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민간 기업들이 발표한 신규 채용 규모는 8만8000명이다. 신세계그룹은 5월 말 그룹 및 파트너사를 합쳐 올해 1만5000명을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롯데그룹은 5년간 7만 명, 현대백화점은 올해 2600명의 신규 채용을 각각 약속했다. 유통 3사의 채용 계획만 8만7600명으로 그간 골목상권 침해 등으로 비판을 받아온 유통 서비스업이 실제로는 ‘일자리의 보고(寶庫)’였음을 보여준다. 일각에서는 새 정부가 유통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움직임을 보이자 업계가 선제적으로 화답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민간 2만1000명, 공공 1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SK브로드밴드가 자회사를 설립해 협력업체 직원 5200명을 직접 고용하기로 한 사례 등이 포함됐다. 이날 일자리위 간담회를 가진 김인호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대통령 집무실 일자리 상황판 옆에 규제 개혁 상황판도 같이 설치했으면 좋겠다”며 기업을 위한 규제 완화를 주문했다. 이에 이용섭 일자리위 부위원장은 “일자리 걱정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규제 개혁을 주장한다. (상황판 설치를)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부품제조회사 현대위아가 하도급 업체를 대상으로 수십 차례 일방적으로 납품단가를 낮췄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공정위는 최저가 입찰을 따낸 하도급 업체를 대상으로 정당한 이유 없이 납품 가격의 추가 인하를 관철한 혐의로 현대위아에 과징금 3억6100만 원을 부과하고 검찰 고발을 결정했다고 25일 밝혔다. 현대위아는 2013년 9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24건에 대해 최저가 낙찰을 받은 하도급 업체를 대상으로 금액 인하 협상을 거쳐 더 낮은 가격으로 계약을 맺었다. 그 결과 현대위아는 원래 낙찰 가격보다 8900만 원을 덜 지급할 수 있었다. 공정거래법은 공정한 이유 없이 최저 입찰 가격을 깎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대위아는 부품 하자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접수됐을 때 현대위아의 책임이 있거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경우 하도급 업체에 3400만 원의 비용을 부담시킨 혐의도 받고 있다. 현대위아는 공정위 조사가 시작되자 해당 비용과 지급 이자 등 1억4300만 원을 지급했다. 공정위는 “비록 대금을 지급했지만 피해 업체가 적지 않고 영세사업자가 많으며 법 위반 기간이 긴 점을 고려해 제재 수위를 정했다”고 밝혔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

23일 발표된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동행할 경제인단 52명의 명단이 공개되자 산업통상자원부에선 잠시 침묵이 흘렀다. 방문단 결정 과정에서 철저하게 소외됐기 때문이다. 이전 정부에서 대부분 경제사절단 구성은 산업부가 주도했다. 신청을 받고,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동행 기업인을 선정하고, 명단을 발표하는 것까지 모두 산업부의 몫이었다. 이번에는 이런 일을 모두 대한상공회의소가 맡았고 산업부는 명함조차 내밀지 못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들은 “경제인단 동행이 필요한 업체도 민간이 잘 알고 투자를 하는 곳도 민간이니, 실용성을 고려하면 대한상의가 앞장서는 게 당연하다”라고 설명하면서도 답답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여기에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장관의 부재로 발언력이 약해진 데다 부처의 위상도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도 한몫했다. 산업부는 보건복지부 등과 함께 문 대통령 당선 후 약 50일이 다 되어가도록 수장을 지명받지 못하고 있다. 통상 부문의 외교부 이관 문제까지 불거진 게 영향을 미쳤다. 게다가 정부조직법이 국회를 통과해야만 통상 업무를 총괄할 산업부 2차관 인선이 끝날 수 있어 당분간 지도부의 공백은 계속될 수 있다. 수장 공백으로 인한 부작용은 이미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경제인단이 미국 측에 제시할 ‘선물 보따리’에는 한국 기업의 미국 진출과 투자 계획 등이 담길 예정이다. 또 일자리위원회 1차 회의에서 산업부는 해외 진출 국내 기업의 유턴 활성화를 중점 과제로 받았다. 모순된 업무를 한꺼번에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완전히 방향이 다른 두 개의 정책을 동시에 추진해야 해 충돌이 일어날까 우려된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비롯해 기업들의 투자 활성화, 탈(脫)원전을 포함한 에너지 정책에 이르기까지 산업부가 처리해야 할 현안은 산적해 있다. 더욱이 새 정부가 핵심적으로 추진하는 일자리 창출과 근로자 소득 증가를 위한 산업 정책의 주무 부처는 산업부다. 새 정부에서 이 점을 간과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이건혁·경제부 gun@donga.com}

60세 전후인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부채 규모가 전 연령층을 통틀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 후 삶을 불안해하는 중장년층이 저금리 정책기조를 타고 적극적으로 빚을 내 창업과 부동산 투자에 나서면서 가계부채 증가의 주요인이 된 것이다. 22일 한국은행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17년 6월 금융안정보고서’를 발표해 국회에 제출했다. 한은은 “국내 가계부채 규모는 현재 관리 가능한 수준이지만,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보다 급격히 이루어질 경우 금융안정을 해칠 것”이라는 경고도 함께 내놨다. 한은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의 가구당 평균 금융부채는 올해 3월 말 기준 5800만 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빚이 있는 가구의 평균 금융부채(4400만 원)보다 32% 많은 수준이다. 주택 구입과 자녀 교육비 등을 위해 많은 빚을 내는 40대의 평균 금융부채(5000만 원)보다도 높다. 베이비붐 세대는 은퇴했거나 은퇴를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에 소득을 유지하거나 늘릴 가능성이 적어 일반적으로는 빚을 줄여 나가야 한다. 하지만 노후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상당수의 베이비붐 세대 사람들이 자영업에 진출하거나 임대소득을 노리고 부동산 구입에 나서면서 부채가 되레 증가했다. 한은은 “은퇴 후 경제활동을 유지하려는 중장년층이 늘면서 가계부채 누적 증가의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수년째 이어진 저금리 기조와 대출 완화 정책은 빚을 내기 쉬운 환경을 제공했다. 실제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상향 조정,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이 최근 3년간 집중됐다. 지난해 기준으로 정기적금 수익률(1.67%)보다 오피스(5.8%), 소형 상가(5.93%), 대형 상가(6.34%) 등 수익형 부동산의 수익률이 훨씬 높다 보니 빚을 내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람이 늘었다. 한은은 이런 가계부채 증가가 금융 안정성을 해칠 것으로 보고 있다. 소득의 40% 이상을 원리금 상환에 쓰고,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는 가계부채 위험가구 증가세가 빠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가계부채 위험가구는 지난해 말 기준 126만3000가구로 1년 전보다 15.1% 증가했다. 이들의 부채 규모(186조7000억 원)도 같은 기간 18.8% 늘었다. 특히 한은이 개발한 부실위험지수가 100을 초과하는 가계부채 고위험가구의 부채 규모는 22% 증가했다. 전체 가계부채 규모 증가율(11.6%)보다 배가량 커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계부채를 제외하면 한국 금융시스템은 기준금리가 올라도 큰 충격을 받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은은 시중은행 6곳과 지방은행 6곳, 특수은행 5곳 등 17개 은행을 대상으로 금리 인상 시나리오를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했다. 허진호 한은 부총재보는 “내년 말까지 금리가 3%포인트 오른다고 가정해도 일부 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이 악화되는 것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양호했다”고 밝혔다. 금리 인상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증권, 보험,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금리 상승은 감내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이 보고서를 통해 가계를 제외한 전 경제주체들이 기준금리 인상을 견딜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 ‘언제든 금리 인상이 있을 수 있으니 준비하라’는 신호와 함께 가계부채 추가 관리 방안 필요성을 제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이건혁 gun@donga.com·최혜령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노동계에 “적어도 1년 정도는 시간을 주면서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노동계가 최저임금의 즉각적인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주장하며 하투(夏鬪)에 돌입한 상황에서 노동계에 양보를 요청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이날 일자리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등 노동계 대표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재계 대표가 한자리에 모였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노조와 재계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현직 대통령이 노사를 한자리에서 만난 것은 18년 만이다.○ “노동계, 지난 두 정부서 워낙 억눌려”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이날 일자리위원회 첫 회의는 묘한 긴장감 속에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최종진 민노총 수석부위원장을 만나자 반갑게 악수를 하면서도 “친(親)노동계인 이런 대통령이 어딨어요”라고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너무 강경하게 정부를 몰아붙이지 말라는 뉘앙스로 들린다. 최 부위원장은 정장 차림의 다른 참석자와 달리 작업복 조끼에 ‘만 원 NOW’라고 적힌 배지를 달았다. 내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인상해 달라는 요구를 담은 배지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3년 내에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인상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노조와 재계 대표 등 일자리위 민간위원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에서도 먼저 “일자리 파이팅 한번 할까요”라고 제안하며 분위기를 주도하기도 했다. 회의가 시작되자 문 대통령은 “노동계에 특별히 당부 말씀을 드린다”며 “노동계는 지난 두 정부에서 워낙 억눌려 왔기 때문에 새 정부에 요구하고 싶은 내용이 엄청나게 많을 테지만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다르다. 경영계와 마찬가지로 국정의 주요 파트너로 인정하고 대접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노총 산하 건설노조 등이 20일부터 내국인 건설노동자 고용대책을 요구하며 집회에 나선 데다 민노총이 30일 사회적 총파업을 추진하는 가운데 ‘1년간의 유예기간’을 부탁한 것이다. 민노총의 집회를 놓고 일각에선 대선 과정에서의 지지를 이유로 새 정부에 청구서를 내민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노동계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또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 금속노조는 정규직 노동자와 사측이 절반씩 출연해 사회연대기금 또는 일자리연대기금을 조성해서 비정규직 문제와 청년일자리 문제에 사용하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감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노조가 회사를 상대로 한 통상임금 소송에서 모두 이겼을 때 생길 수 있는 돈을 기준으로 삼아 노조가 기금을 제안한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어 자칫 문 대통령의 발언이 노조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총 “일자리 창출 기업가 포상을” 문 대통령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놓고 각을 세웠던 재계를 향해서도 우호적인 발언으로 ‘해빙(解氷)’ 분위기를 유도했다. 문 대통령은 “저는 친노동이기도 하지만 또 친경영, 친기업이기도 하다”라며 “좋은 일자리 만드는 역할을 해준다면 제가 언제든지 업어드리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기업인을 업어주겠다”는 표현은 박근혜 정부 임기 초 화제가 됐던 표현이다. 경제민주화를 앞세웠던 박 전 대통령은 취임 초 대기업을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했다가 2013년 7월 이후 기업 친화 분위기로 전환하며 “투자를 하는 분들은 업고 다녀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 직후 현오석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새만금을 방문해 투자기업 대표를 실제로 업어주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업어주겠다”는 표현을 쓴 것은 기업 ‘기 살리기’를 통해 일자리 창출에 적극적으로 기여해 달라는 당부를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기득권 계층의 양보, 노동시장 개혁, 공정한 임금체계 개편 등이 필요하다”며 “(일자리 창출은) 경영자의 사회적 사명이다. 일자리 창출 기업가를 포상해 달라”고 화답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이용섭 일자리위 부위원장으로부터 일자리 정책 추진 현황과 전략 등을 보고받고 노사단체 대표와 직능단체 대표 등 민간위원 13명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이건혁·유성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