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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이기 전에 한 사람으로서 석희 선수가 행복해지길.” 19일 평창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대표 심석희(21·사진)의 인스타그램에는 팬들의 위로 댓글이 줄을 이었다. 전날 심석희가 대표팀 코치 조모 씨에게 폭행을 당해 진천선수촌을 이탈했다가 이틀 만에 복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이날 2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는 팬들의 안타까움과 달리 이번 사태는 쇼트트랙계의 고질적인 문제가 또 터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2004년에는 여자 대표 선수들이 코치들의 상습적인 폭행 등에 반발해 태릉선수촌을 집단 이탈했다.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을 앞두고는 여자 대표팀의 한 코치가 성추행 의혹으로 직위 해제됐다. 2006년 토리노 겨울올림픽 직후 파벌 논란이 불거졌지만 짬짜미(담합) 등의 문제는 수없이 도마에 올랐다. 출신 학교, 소속팀 등 이해가 엇갈려 저마다 자기 선수 챙기기에 매달리면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번에는 안방에서 올림픽이 개최돼 성적 지상주의가 더 노골화 되면서 화를 불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력한 금메달 후보이자 여자 대표팀 주장으로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끌어야 할 심석희가 최근 기대만큼 페이스를 끌어올리지 못하면서 자신을 발굴해 키워준 코치와 마찰을 빚었다는 설명이다. 황승현 한국스포츠개발원 연구위원은 “선수만큼이나 지도자도 압박에 따른 불안감을 조절하지 못해 폭언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은 평창에서 한국 선수단의 목표인 금메달 8개 가운데 절반 가까이를 책임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전력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전날 대표팀에 복귀한 심석희는 이날 훈련에 합류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심석희가 폭행당한 사실을 확인하고 징계 절차를 밟기로 했다. 강홍구 windup@donga.com·정윤철 기자}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을 20여 일 앞두고 쇼트트랙 대표팀의 간판스타이자 주장 심석희(21·한국체대·사진)가 대표팀 코치에게 폭행을 당해 선수촌을 이탈했다 복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18일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심석희가 16일 저녁 여자 대표팀 A 코치와의 마찰 과정에서 손찌검을 당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16일 진천선수촌을 이탈한 심석희는 18일 대표팀에 복귀했다. 이 때문에 심석희는 17일 문재인 대통령의 진천선수촌 방문 당시에도 얼굴을 비치지 못했다. A 코치는 심석희를 어려서부터 가르쳐온 지도자였기에 더욱 파장이 크다. 심석희에게 쇼트트랙 입문을 제안했던 A 코치는 어릴 적 강릉에서 살던 심석희를 서울로 데려와 본격적인 선수의 길을 걷게 도왔다.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가 다가오면서 선수와 코치가 예민해진 상황에서 올 시즌 심석희의 페이스가 기대만큼 올라오지 않으면서 마찰이 생겼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A 코치는 17일 선수촌에서 나와 대표팀으로부터 격리돼 연맹의 조사를 받고 있다. A 코치는 심석희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맹은 18일 오전 A 코치의 직무를 정지시켰고 그 자리에는 박세우 쇼트트랙 경기력향상위원장(이사)을 선임했다. 심석희는 18일 대표팀에 합류했다. 그러나 올림픽을 20여 일 남겨 놓은 상황에서 이 같은 사건이 발생하면서 쇼트트랙 대표팀의 경기력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심석희 역시 심리적인 충격으로 막바지 훈련을 정상적으로 소화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심석희는 18일 현재 개인 휴대전화 착신을 차단해 놓은 상태다. 2014년 소치 올림픽 당시 대표팀 막내로 3000m 계주 금메달, 1500m 은메달 등을 목에 걸었던 심석희는 현재 대표팀의 주장으로 팀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최민정(20), 김아랑(23)과 함께 개인종목에 출전하는 심석희는 1000m, 1500m 종목 금메달 후보로 꼽힌다. 3000m 계주에서도 주장으로서 야전사령관 역할을 맡는다. 연맹은 “코치, 선수 조사를 통해 세부 내용을 신속히 파악해 징계를 정하는 등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숨어 있는 1인치를 찾아라.’ TV 광고 속 문구만이 아니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둔 안방 팬들에게 허용된 특권이다. 찰나로 메달색이 엇갈리는 치열한 승부의 현장은 TV 화면만으로는 온전히 느낄 수 없다. 특히 겨울올림픽은 평소 일반인들이 접하기 힘든 생소한 종목이 많다. 쇼트트랙, 피겨스케이팅, 스피드스케이팅 등 실내 종목은 티켓을 예매할 때 관중석 구역만 지정할 수 있고 개별 좌석을 선택할 수 없다. 경기장 사전 정보를 파악한다면 관전의 묘미를 배가할 수 있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3연속 금메달을 노리는 ‘빙속 여제’ 이상화와 라이벌 고다이라 나오(일본)의 맞대결, 한국의 금메달밭으로 꼽히는 여자 쇼트트랙 최민정과 심석희의 레이스, 한국 올림픽 사상 첫 설상 종목 금메달을 노리는 스켈레톤 윤성빈 등 최고의 흥행카드일수록 자리싸움은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입석 좌석이 많은 알파인 스키, 스노보드 등 설상 종목은 자리만 잘 잡아도 설원을 질주하는 세계 최정상 선수들의 표정과 곡예에 가까운 묘기를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선수들의 환희와 탄식, 경기장에 메아리칠 응원 함성…. ‘직관’만이 주는 매력을 극대화하는 올림픽 경기장의 숨은 명당들을 소개한다. 김재형 monami@donga.com·강홍구·정윤철 기자}

“서울에서 강릉으로 점심 먹으러 가요.” 열차는 매진이었다. 평일이었던 10일 오전 서울역에서 강원 강릉행 KTX에 탑승한 7, 8명의 50대 중년 여성들은 “친구들끼리 강릉에서 바람 쐬고 점심으로 회 먹으러 다녀오려고 한다”며 웃으면서 사라졌다. 월요일이었던 15일 오전에도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대학생 최진영 씨(21)는 “여자친구와 정동진에서 바다를 본 뒤 시외버스를 타고 평창으로 넘어가 양떼목장도 둘러볼 계획이다. KTX를 타고 2시간이면 강릉에 닿을 수 있어 이 같은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지난해 말 개통한 서울∼강릉 KTX(경강선)가 강원 관광의 새로운 활력소로 떠오르고 있다. 강릉 해변을 둘러보고 점심과 커피를 마시고 돌아오는 평일 당일치기 여행부터 1박 2일 주말여행까지 KTX를 타고 넘어오는 수도권 여행객들이 넘쳐나고 있다. 강릉의 대표 관광지 오죽헌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관광버스를 타고 온 단체관광객이 많았다면 요새는 10명 단위로 KTX를 타고 오는 손님들이 많다. 초당두부촌이나 중앙시장 횟집에서 밥을 먹고 커피거리가 조성된 안목해변에서 커피를 마신다”고 설명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2일 개통한 경강선 KTX에는 14일까지 총 34만 명의 승객이 탑승했다. 해당 기간 경강선 KTX의 예매율은 80%로 호남선(70%)보다 높다. 15일 오전 8∼10시 매시마다 서울역에서 출발한 강릉행 KTX 3편은 모두 매진됐다. 강릉시티투어를 진행하는 뉴동방관광의 전제관 대표(46)는 “주말에 많게는 2배까지 손님이 몰린다”고 설명했다. 지역 상권도 뜰썩였다. 수십 개의 커피숍이 몰려 있는 안목해변이 대표적인 예. 이곳에 있는 커피커퍼 문현미 지점장(49)은 “예전에는 서울로 돌아가는 시간 때문에 일요일 오후 3시면 커피거리가 한산했는데 지금은 일요일 늦게까지도 북적인다. 매출도 10% 넘게 늘었다”고 했다. 주말에 손님이 몰리던 해변 식당들은 평일 점심 저녁때도 북적거린다. 업계도 KTX 특수 잡기에 뛰어들었다. 역 안에는 제주공항 등에서나 볼 수 있는 렌터카 코너가 생겼다. 정동진역을 오가는 유료 셔틀버스도 등장했다. 철도공사는 경강선 KTX 개통 후 열차와 연계한 여행 패키지 상품 20여 개를 선보였다. 진부역에서 내려 버스로 평창 송어축제, 오대산 월정사, 대관령 양떼목장과 강릉 안목해변을 둘러본 뒤 다시 진부역에서 KTX를 타고 서울로 돌아오는 식이다. 올림픽 특수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경강선 인근에는 평창 올림픽 시설이 밀집돼 있다. 강릉에서는 빙상경기, 평창 일대에서는 스키 등 설상경기가 열린다. 솔게스트하우스의 신문길 대표(26)는 “올림픽 때 게스트하우스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홈페이지에 영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손님맞이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레일은 서울∼강릉 KTX 특가 상품 두 가지(넷이서 5만 원, 50% 파격 특가 승차권)를 2월 말까지 연장 판매한다.강릉=강홍구 windup@donga.com / 이기진 기자}

1989년 2월 25일에 태어난 ‘빙속 여제’ 이상화(29)는 4년에 한 번씩 특별한 생일을 맞았다. 고등학생이던 2006년 생일에는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생애 첫 올림픽을 맛봤고 21세이던 2010년 밴쿠버대회 때는 첫 올림픽 금메달이 그의 목에 걸려있었다. 2014년 소치에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뒤에는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안내방송으로 생일 축하를 받았다. 한국 나이로 서른이 된 그에게 올해 생일도 여느 해 못지않게 특별할 것으로 보인다. 생애 마지막 올림픽이 될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이 그의 생일날 막을 내리기 때문이다. 이상화는 누구보다 행복한 마무리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제99회 전국겨울체육대회 스피드스케이팅 대회가 열린 12일 서울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만난 이상화는 “평창은 제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라며 웃었다. 이상화는 이날 38초21의 기록으로 여자 일반부 500m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인코스에서 경기를 펼친 이상화는 첫 100m를 10초50에 끊었다. 그는 “38초5대 기록을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좋게 나왔다. 100m 기록도 국내에선 4년 전에 딱 한번 10초40대가 나왔다. 국내 경기장의 얼음이 강한 걸 감안하면 (100m도) 나쁘지 않은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1∼4차 월드컵 7번의 500m 레이스 내내 아웃코스에서 경기를 펼친 이상화는 이날은 인코스에서 경기를 펼쳤다. 올림픽 경기 당일 이상화가 어느 코스에서 경기를 하는지도 중요한 변수다. 올림픽에서는 시즌 월드컵 랭킹에 따라 상위 6명씩 묶어 추첨으로 코스와 순서를 정한다. 백철기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감독은 “고다이라처럼 실력이 비슷한 선수와 경기를 할 경우 아웃코스에서 상대를 쫓아가는 편이 상화에게 유리하다. (아웃코스 출발 시) 안쪽에서 도는 마지막 코너에서 얼마나 속도를 내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남은 기간 동안 이 부분을 훈련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스스로 “85% 준비됐다”고 말하는 이상화는 지난 시즌 자신을 괴롭혔던 심적 부담에서도 많이 벗어났다. 지난 시즌 고질적인 무릎 부상과 종아리 부상에 시달렸던 이상화는 “이번 시즌부터 경기 영상을 다시 보기 시작했는데 조금만 더 보완하면 승산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맞수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32)와의 승부에서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지만 부담은 적다. “소치 올림픽을 앞두고는 우승이란 우승은 다 했고 세계기록도 세우다보니 ‘금메달을 못 따면 어떡하지’란 걱정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내가 한 계단 밑이라 오히려 부담이 덜하다”고 설명했다. 이상화는 후회하지 않기 위해 크리스마스, 신년 휴일도 반납하고 훈련에 매진했다. “평창 올림픽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울컥 한다”는 이상화는 어떤 표정으로 피니시라인을 통과할까. 이상화는 다음 달 18일 강릉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마지막 올림픽 도전에 나선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스스로 ‘멍석을 깔아주면 잘하는 스타일’이라고 평했다. 28일 앞으로 다가온 꿈의 무대 2018 평창 겨울올림픽, 막연한 두려움보단 설렘이 가득했다. 6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 서이라(26·사진)는 “올림픽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와야 실감이 날 것 같아요. 아직도 시간이 많이 있어요”라며 웃었다. “큰 대회라고 해도 매번 국제 대회에서 만나는 선수들과 경기를 하는 거잖아요. 특별히 신경 쓰는 건 없어요. 늘 하던 대로 하는 거죠”란 말에서 자신감이 느껴졌다. 2014∼2015시즌부터 줄곧 태극마크를 꿰차 온 서이라는 임효준(22), 황대헌(19)과 함께 올림픽 남자 개인전에 출전한다. 지난해 3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하며 자신의 헬멧에 ‘1’이라는 숫자를 새겼다. 대표 선발전을 치르지 않고 평창행 티켓도 거머쥐었다. 서이라는 “꿈은 늘 크게 꿔요. 목표는 늘 전관왕이죠. 모든 종목이 중요하지만 500m, 1000m 등 단거리에 욕심이 나요”라고 당당히 포부를 밝혔다. 개인전 출전 선수들의 특징에 대해 묻자 “각자 장점이 다양해요. 효준이는 한 번에 속도를 내서 빠르게 치고 나가는 게 뛰어나서 ‘날쌘돌이’라고 불러요. 대헌이는 선두에서 경기를 끌고 나가는 실력이 좋죠”라고 답했다. 자신의 장점을 묻자 “저는 당연히 멘털이죠. 제가 생각해도 (멘털은) 타고난 것 같아요. 저는 다른 선수 경기도 잘 안 봐요. 제 경기 영상도 잘한 것만 봐요. 그래야 기분이 좋으니까”라며 해맑게 웃었다. 곽윤기(29)에 이어 두 번째 고참인 서이라는 쾌활한 대표팀 분위기도 전했다. “올림픽 시즌이라 그런지 선수들이 마음도 더 잘 맞고 훈련도 순조롭게 하고 있어요. (최)민정이는 처음 대표팀에 왔을 땐 하도 말이 없어서 말을 못 하나란 생각까지 했는데 요샌 얼마나 잘 웃고 말도 많아졌는지 몰라요”라며 웃었다. 서울에서 ISU 4차 월드컵이 열렸던 지난해 11월에는 대표팀 선수들이 숙소에서 함께 웃고 떠드는 영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수천 명의 팬이 이들의 라이브 방송을 시청했다. 평소 성경을 통해 마음을 다잡는다는 서이라는 “이 길을 뒤따라 걷는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환히 길을 비추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다가올 평창 올림픽은 그가 밝게 빛날 수 있는 기회다. 서이라는 앞서 지난해 7월 기자회견에서 올림픽이 끝나면 자작 랩을 들려주겠다는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1차 월드컵 때부터 남자 5000m 계주 우승 세리머니를 생각했는데 4차 월드컵 때 세리머니를 보여드릴 수 있어 기뻤어요. 올림픽 때는 더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때 강릉에 와서 확인해 주세요”라는 서이라의 말에서 강한 자신감이 느껴졌다. 4년 전 소치 올림픽 남자 대표팀의 ‘노 메달’ 아쉬움을 속 시원히 풀겠다는 이야기로 들렸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싱가포르 사람들이 제게 중고 스케이트 가격을 듣더니 귀를 의심했어요. 왜 그 돈을 주고 스케이트를 타냐고 했어요. 하하.” 겨울스포츠 불모지에서 희망의 싹을 틔웠다. 열대의 나라 싱가포르 역사상 처음으로 겨울올림픽 진출을 이끈 전이경 싱가포르 쇼트트랙 대표팀 감독(42) 이야기다. 겨울올림픽 두 대회(1994년 릴레함메르, 1998년 나가노) 연속 2관왕을 차지한 전 감독은 여전히 한국 선수 중 가장 많은 겨울올림픽 메달(금 4, 동메달 1개)을 갖고 있다. 그런 전 감독이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싱가포르 사상 첫 출전 선수의 역사를 쓰게 된 여자 쇼트트랙 1500m 샤이엔 고(19)의 지도자로 평창 무대를 밟는다. 딱 20년 만에 다시 겪게 된 올림픽 선수촌 생활이 전 감독 앞에 기다리고 있다.○ 올림피안의 책임감으로 ‘겨울이 없는 나라’ 싱가포르에 첫 겨울올림픽 무대를 선물한 공은 컸다. 10일 경기 고양어울림누리 빙상장에서 만난 전 감독은 “예전만 해도 선수들은 자비를 들여 국제대회에 왔다. 그러나 이제는 훈련비, 체류비 전부를 지원받는다”며 기뻐했다. 이틀 전 샤이엔과 함께 입국한 전 감독은 올림픽 때까지 이곳에서 막바지 준비를 한다. 2015년 1월 둘째 아이 유학을 위해 싱가포르로 간 전 감독은 현지 빙상연맹의 부탁으로 그해 10월 감독직을 수락했다. 전 감독은 “내 아이를 키우러 싱가포르에 왔다가 이곳의 어린 선수들을 가르치게 되니 기분이 묘했다. ‘그 커리어에 왜 싱가포르 대표팀을 맡느냐. 돈을 얼마나 받기에 그러느냐’고 수군거리는 사람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겨울스포츠가 약한) 동남아 팀이라 맡았다. 올림피안이자 빙상인의 한 사람으로서 싱가포르 팀을 키워보고자 감독을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수락은 했지만 말처럼 쉽지만은 않았다. 전 감독은 “싱가포르에 올림픽 규격에 맞는 아이스링크는 단 하나다. 그마저도 시간당 이용가격이 1000싱가포르달러(약 80만 원)나 되다보니 쇼트트랙 선수들이 빙상 훈련을 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하루에 소화하는 빙상훈련(4시간)을 일주일에 가까스로 채우는 수준. 전 감독은 “부족한 훈련은 지상에서 대신한다. 내가 와서 한 건 훈련시간을 늘린 것밖에 없다. 스스로 즐거워서 운동을 할 수 있게끔 잔소리하는 정도”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그러나 “아이스링크가 하나밖에 없으니 뭘 할 수가 없다. 아무래도 메달이라도 따야 빙상장이 늘어날 것 같다”며 웃는 모습에선 영락없이 싱가포르 빙상을 향한 애정이 느껴졌다. 그런 전 감독에게 연맹은 장기계약이라는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언더도그의 반란 꿈꾸는 샤이엔 올림픽 진출의 꿈은 이뤘지만 아직 만족의 길은 멀다. 지난해 11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3차 월드컵 1500m에 출전한 샤이엔은 예선에서 다른 선수들이 엉켜 넘어지는 바람에 준결선에 진출하면서 행운의 올림픽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36명의 출전엔트리 가운데 36위다. 전 감독은 “최하위를 할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16세에 나간 1992년 알베르빌 겨울올림픽이 나에게 그랬듯, 샤이엔에게 평창은 빙판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4년 뒤 2022년 베이징 대회 때는 싱가포르 선수들이 더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이스하키에서 전향해 쇼트트랙 선수로 올림피안이 된 샤이엔도 꿈을 꾸는 건 마찬가지다. 함께 뛴 선수들이 줄줄이 넘어지거나 실격되면서 행운의 금메달을 목에 건 호주의 스티븐 브래드버리(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남자 1000m)를 좋아한다는 샤이엔은 “브래드버리처럼 언더도그(약자)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언젠가 브래드버리처럼 메달을 딸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서로의 인터뷰 장면을 신기한 듯 바라보던 전 감독과 샤이엔은 평창의 꿈을 위해 다시 빙상장으로 향했다.고양=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다시 시작하겠다는 각오로 똘똘 뭉쳐 있었다. 미국 진출 뒤 2년 만에 KBO(한국야구위원회)리그로 돌아온 프로야구 넥센의 박병호(32)는 올 시즌 자신의 목표로 ‘전 경기 출장’을 들었다. 9일 인천 중구 그랜드하얏트인천호텔에서 열린 복귀 기자회견에서 박병호는 “2012년 넥센에서 세웠던 목표가 전 경기 출장이었다. 그동안 제가 못했던 야구를 마음껏 펼치고 싶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2011년 LG에서 넥센으로 트레이드된 박병호는 2012년 생애 첫 홈런왕을 차지하며 만년 유망주의 꼬리표를 뗐다. 야구 선수로서의 잠재력을 터뜨렸던 그해처럼 박병호는 다시 한번 도약을 꿈꾼다. 2012∼2015년 4시즌 연속 홈런왕을 차지하며 KBO리그를 호령했던 그가 애써 초심을 강조한 건 자신이 처한 상황 때문이다. 2년 전 포스팅(비공개입찰)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미네소타와 계약을 맺었던 박병호는 아쉬움만을 남긴 채 한국으로 돌아왔다. 2년 동안 빅리그에서의 기록은 통산 62경기 12홈런, 24타점, 타율 0.191이 전부였다. 그나마 2017시즌엔 빅리그 무대를 밟지도 못했다. 박병호는 “첫해에는 부상을 당했고 지난해에는 새롭게 다시 도전을 했는데 마이너리그에 머물면서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장석 넥센 대표에게 (복귀를 권유하는) 전화를 받고 돌아오기로 마음먹었다”고 설명했다. “환영받으며 복귀하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최선을 다하겠다”며 굳은 얼굴로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빅리그 도전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의 복귀는 KBO리그에는 분명한 흥행요소다. 박병호의 미국 진출 뒤 군웅할거가 된 홈런왕 경쟁에서 다시 한번 그가 정상에 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넥센 유니폼을 입으니 “집에 돌아온 것 같다”는 박병호는 “제가 팀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지난 시즌 최정 선수(SK)가 많은 홈런을 쳤는데 저도 경쟁에 합류해서 팬들을 즐겁게 하고 싶다”고 홈런왕 타이틀에 대한 도전 의지를 밝혔다. 미국 진출 전 넥센에서 목동구장을 안방으로 쓴 박병호가 고척스카이돔에서 어떤 활약을 선보일지도 관심거리다. 인천=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현대캐피탈의 상승세가 한국전력보다 한 수 위였다. 현대캐피탈이 9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도드람 V리그에서 5연승을 달리던 한국전력을 3-1(25-19, 25-20, 22-25, 25-18)로 꺾고 5연승을 질주했다. 선두 현대캐피탈은 승점 48점이 되며 2위 삼성화재(43점)와의 격차를 벌렸다. 현대캐피탈은 1세트부터 25-19로 손쉽게 따내며 기선을 제압했다. 주장 라이트 문성민이 팀에서 가장 많은 20득점을 한 가운데 센터 신영석도 17득점을 해 눈길을 끌었다. 신영석은 공격으로만 10득점에 성공률은 76.92%를 기록했다. 블로킹 4득점에 서브로도 3득점했다. 현대캐피탈은 3세트에만 범실 12개를 기록하며 한 세트를 내주긴 했지만 4세트에 경기를 마무리하며 승점 3점을 쌓는 데 성공했다. 여자부 선두 한국도로공사는 최하위 GS칼텍스에 풀세트 접전 끝에 3-2(22-25, 25-19, 27-29, 32-30, 15-9)로 진땀승을 거뒀다. 도로공사의 외국인 선수 이바나가 35득점했다. 도로공사(15개)는 팀 블로킹에서도 GS칼텍스(7개)에 배 이상 앞섰다. 듀스 접전 끝에 4세트를 마무리한 것도 센터 정대영의 블로킹이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충북 진천선수촌에는 꿈의 무대를 앞둔 한 지붕 세 가족이 있다. 30일 앞으로 다가온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 출전하는 쇼트트랙, 아이스하키, 컬링 대표팀이 그 주인공이다. 8일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소집되면서 선수촌 내 빙상장 한 지붕 아래서 세 대표팀이 함께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3층에는 아이스하키장, 1층에는 컬링, 쇼트트랙장이 각각 마련됐다. 훈련은 각자 따로 하지만 평창 올림픽에서 아쉬움을 남기지 않겠다는 각오는 모두가 하나다.○ 0.01초 몸에 새기는 쇼트트랙 대표 “10초5, 자세 낮추고. 10초4, 오른발 차 줘.” 바퀴 수가 늘어날수록 조재범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의 목소리도 따라 높아졌다. 한 줄로 나란히 달리는 여자 대표팀은 20바퀴가 넘어가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8일 오후 진천선수촌 1층 빙상장에서는 쇼트트랙 대표팀의 빙상 훈련이 한창이었다. 빙판 한가운데 선 코치진이 선수들에게 랩타임을 불러주는 건 주행 속도를 몸에 새기기 위해서다. 주행 막바지 조 코치는 0.01초 단위까지 기록을 부르기 시작했다. 남자 대표는 9초대, 여자 대표는 10초대 템포를 유지했다. 레이스가 끝날 때마다 선수들은 안전펜스 근처에 설치한 모니터로 전력분석코치가 촬영한 영상을 꼼꼼히 살폈다. 세계 최강 쇼트트랙 대표팀의 하루는 오전 5시 30분 몸 풀기로 시작한다. 오전 6시 진천선수촌 선수단 전체 체조보다 시작이 빠르다. 오전 2시간, 오후 2시간씩 진행하는 빙상훈련 동안 대표팀은 많게는 300바퀴 가까이 111.12m 길이의 트랙을 돈다. 오후 2시간 육상훈련 때는 각종 사이클, 자세 훈련 등을 한다.○ 소치 금메달리스트 특별과외 컬링 대표 0.01초 단위의 리듬을 몸에 익혀야 하는 건 컬링 대표팀 또한 마찬가지다. 1층 컬링 경기장에서 훈련 중인 컬링 대표팀 선수들은 저마다 스톱워치 하나를 허리에 매단 채 훈련에 몰입하고 있었다. 대표팀 관계자는 “핵(hack·출발 시 사용하는 발판)에서 출발해 스톤을 놓기까지의 시간이나 구간별 스톤의 이동시간 등을 재서 빙판의 상태를 점검한다”고 설명했다. 공식 경기 중에도 스톱워치를 사용할 수 있다. 사상 첫 올림픽 메달에 도전하는 컬링 대표팀은 이달부터 올림픽 대회 직전까지 총 두 번의 일정으로 2014년 소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라이언 프라이(40·캐나다·사진)를 초빙해 집중교육을 받는다. 김경두 경북컬링훈련센터장의 섭외로 한국에 온 프라이 코치는 현재 점수 차, 엔드 등 각종 경기 상황을 가정해 경기를 풀어가는 방법을 집중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세계 최강 캐나다와 첫 경기에서 맞붙는 여자 대표팀에 각종 힌트도 귀띔해 주고 있다. 프라이 코치는 “한국 팀의 실력은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경험 부족과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느끼기 쉬운 압박을 견뎌내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 옥석 가리는 하키 대표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마지막 옥석 가리기 작업 중이다. 백지선 남자 대표팀 감독은 18일까지 각종 체력, 빙상 훈련 및 자체 평가전을 통해 소집된 37명의 선수 중 평창 올림픽에 설 최종 엔트리 25명을 정할 계획이다. 선수 전원이 0.01초라도 빠르게 공격과 수비에 가담하는 ‘벌떼 하키’를 강조하는 만큼 체력이 주요 선발기준이 되리란 평가가 나온다. 다음 달부터는 인천 선학빙상경기장에 캠프를 차리고 카자흐스탄, 슬로베니아, 러시아 등과 평가전을 치른다. 미국 미네소타에서 훈련 중인 여자 대표팀도 19일부터 진천선수촌에서 훈련에 돌입한다. 진천=강홍구 windup@donga.com·정윤철 기자}

피겨 여왕의 후계자는 ‘바로 나’라고 다시 한 번 입증하는 듯했다.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미래 유영(14·과천중 1)이 김연아 이후 국내 여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200점 고지를 넘었다. 7일 서울 목동실내빙상장에서 열린 평창 겨울올림픽 대표 최종 3차 선발전(전국남녀 종합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에서 총점 204.68점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69.53점)에 이어 이날 프리스케이팅(135.15점)에서도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유영은 2016년 종합선수권에서 당시 11세 8개월로 우승을 차지, 2003년 김연아(당시 12세 6개월)가 세운 이 대회 역대 최연소 우승 기록을 새로 쓰며 피겨 여왕의 후계자로 주목받았다. 이날 프리스케이팅에서 전체 24명 중 23번째로 출전한 유영은 시종일관 매끄러운 경기 운영을 펼쳤다. 표정과 손동작 하나하나에서 자신감이 묻어났다. 임기응변도 빛났다. 애초 첫 점프로 트리플 러츠-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구사할 계획이었던 유영은 러츠가 흔들리자 후속 점프를 이어가지 않고 프로그램 중후반부에 해당 콤비네이션 점프를 다시 시도했다. 평소 점프 실수를 대비한 플랜B 훈련을 꾸준히 해온 결과다. 대회 뒤 유영은 “200점 돌파는 기대하지도 못했다. 200점이 넘어서 너무 당황했고 떨렸다”고 말했다. 이날 우승을 차지한 유영은 앞서 2차 선발전에서도 우승을 차지했지만 나이 제한(올림픽 전년도 7월 기준 만 15세)으로 평창 올림픽 무대는 밟지 못한다. 그러나 그에게는 2022년 베이징 올림픽이라는 기회가 있다. “아쉽지만 내게는 다음 올림픽이 있다. 평창 올림픽에 못 나가지만 언니, 오빠들을 열심히 응원하겠다”며 다음을 기약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갈라쇼마저 끝났지만 그는 좀처럼 경기장을 빠져나가지 못했다. 자신을 위로하는 동료 선수 한 명과 함께 텅 빈 빙판 위를 돌았다. 선수용 출입구가 아닌 대회 관계자용 출입구를 통해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눈앞에 다가왔던 꿈의 무대를 오를 기회를 놓친 허탈함은 그만큼 컸다. 남자 피겨 싱글 이준형(22·단국대·사진)이 후배 차준환(17·휘문고)에게 막판 대역전극을 허용하며 평창 올림픽 진출이 좌절됐다. 7일 서울 목동실내빙상장에서 열린 평창 올림픽 대표 최종 3차 선발전이 끝난 뒤 만난 이준형은 아쉬움이 큰 얼굴이었다. 이날 프리스케이팅 점프 시도 중 두 차례 넘어진 것이 뼈아팠다. 그는 이번 대회를 3위로 마쳤다. 이준형은 “주변의 기대치도 높았고 나 자신도 최선을 다했지만 마지막 긴장을 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애써 차분함을 유지하려 노력한 그는 “1차 대회 때부터 많은 대회를 치르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준형은 대회 뒤 갈라쇼에서 자신의 연기를 끝내고도 경기장에 남아 후배들의 연기를 지켜봤다. 그는 “앞으로는 후배들이 무대를 꾸며 나가게 될 것”이라며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맏형다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시상대에서도 차준환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축하했다. 지난해 열린 1, 2차 선발전 우승자 이준형에게 평창 올림픽은 곧 다가올 현실이었다. 이준형은 지난해 9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네벨호른 트로피에서 5위로 한국의 평창 올림픽 출전권을 직접 따내며 자신감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마지막 실수 하나로 다 잡았던 기회를 놓쳐 버렸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연기를 마친 뒤 차준환(17·휘문고)은 웃으며 키스앤드크라이존으로 들어갔다. 경기 내용에 만족한다는 듯 표정은 밝았지만 시선은 줄곧 모니터를 향했다.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고, 옆에 앉은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 대화를 하면서도 끝까지 긴장을 놓지 못했다. 쇼트 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을 합친 총점(252.65점)이 발표되고 나서야 환한 미소를 지었다. 27.54점 차를 뒤집는 대역전극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꿈의 무대 밟는 초코파이 꼬마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의 미래 차준환이 극적으로 꿈의 무대 올림픽에 합류했다. 차준환은 7일 서울 목동실내빙상장에서 열린 평창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대표 최종 3차 선발전(전국남녀 종합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남자 싱글에 걸린 유일한 올림픽 티켓을 따냈다. 이번 대회 전까지만 해도 강력한 평창 올림픽 출전 후보는 이준형(22·단국대)이었다. 이준형은 1, 2차 선발전을 우승하며 평창 티켓을 거의 손에 넣은 듯했다. 차준환은 부상 부진 속에 2차 선발전까지 대표 선발전 합계 총점에서 이준형에게 무려 27.54점을 뒤지고 있었다. 통상 몇 점 차로 순위가 갈리는 피겨계에서 이 점수는 사실상 뒤집기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차준환은 이날 프리스케이팅에서 차분하게 연기해 우승하며 1∼3차 선발전 합계 총 684.23점으로 출전권을 획득했다. 이준형(682.10점)을 단 2.13점 차로 제쳤다. 차준환은 이날 프리스케이팅(168.60점)에서만 이준형(146.18점)에게 20점 이상 앞섰다. 어릴 적 ‘초코파이’ 광고에 출연해 얼굴을 알린 차준환은 뛰어난 감성 표현 능력에 남성적이고 힘 있는 연기가 결합돼 있다는 평을 들었다. 한국의 피겨 여왕 김연아와 일본의 피겨 스타 하뉴 유즈루를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키워낸 오서 코치가 차준환을 지도하고 있다. ‘남자 김연아’로도 불리는 차준환이 평창에서 성공 신화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 승부수가 된 모험수 차준환이 마지막에 꺼내든 모험수가 승부수가 됐다. 3차 선발전을 앞두고 차준환은 이번 시즌 새로 선택한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 ‘더 플래닛’ 대신 지난 시즌 사용한 ‘일 포스티노’를 다시 꺼내 들었다. 회심의 무기인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두 개에서 하나로 줄이는 대신 안정적인 경기력으로 최대한 점수를 벌겠다는 각오였다. 차준환은 “(프로그램 변경은) 제가 하자고 했다. 최근 계속 결과가 안 좋아 지난 시즌의 좋은 느낌을 이어받고 싶었다. 부상 문제도 있었고 더 이상 무리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쿼드러플 점프도 줄인 이유다”고 설명했다. 차준환은 올림픽 무대에서도 가능한 한 ‘일 포스티노’를 활용할 계획이다. 전날 쇼트 프로그램에서 1위(84.05점)를 차지하며 추격의 발판을 마련한 그는 이날 프리에서도 매끄러운 경기력을 선보이며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차준환은 첫 점프인 트리플(3회전) 러츠-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 10.30점)에서 가산점(0.70점)을 받으며 산뜻하게 경기를 시작했다. 이후 트리플 플립-싱글(1회전) 루프-트리플 살코 콤비네이션 점프(기본 11.22점)에서 가산점 0.23점을 챙겼다. 이번 대회 차준환의 점수는 2017년 3월 주니어세계선수권에서 기록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개인 최고기록(242.45점)을 뛰어넘는 기록이다. 국내 대회라 ISU 공인 기록으로 인정받진 않는다. 극적으로 올림픽 무대에 합류한 차준환은 “3차 선발전을 앞두고는 사실 올림픽을 생각하지 않았다. 부담감을 털어버리고 그저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자신감 있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갈라쇼에서 차준환은 분홍색 셔츠에 선글라스를 낀 뒤 자유롭게 몸을 흔들며 올림픽 출전의 기쁨을 자축했다. 오서 코치는 2010년 밴쿠버 올림픽 당시 김연아에 이어 차준환과 함께 한국 대표팀으로는 두 번째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됐다. 오서 코치는 “생각보다 어렵게 출전권을 획득했다. 기적이 이뤄져서 기쁘다. 남은 한 달 동안 무엇보다 멘털 트레이닝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차준환은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만큼 다시 쿼드러플 점프를 추가할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차준환의 올림픽 목표는 ‘톱10’ 또는 ‘톱12’ 진입이다. 오서 코치는 “차준환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 더구나 그는 안방에서 올림픽을 치른다. 해낼 수 있을 것”이라며 장밋빛 전망을 했다.○ 여자 싱글, 최다빈 김하늘 출전 2장이 걸린 여자 싱글 올림픽 티켓은 최다빈(18·수리고 3학년)과 김하늘(16·평촌중 3학년)이 거머쥐었다. 지난해 1차 선발전 우승자인 최다빈은 이번 3차 선발전에서 190.12점(2위)을 획득하며 1∼3차 선발 합계 540.28점으로 올림픽 티켓을 거머쥐게 됐다. 최다빈은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었는데 최종 선발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기쁘다. 후배를 데리고 올림픽에 갈 수 있게 돼 영광”이라며 활짝 웃었다. 눈시울을 붉히며 “엄마가 먼저 떠올랐다. 엄마가 계셨으면 잘했다고 하셨을 것 같다”면서 지난해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떠올리기도 했다. 3차 선발전에서 176.92점(4위)을 획득한 김하늘도 1∼3차 선발전 합계 510.27점으로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피츠버그 강정호(31·사진)가 기로에 섰다. 미국 피츠버그 지역지 ‘피츠버그 포스트 가제트’는 5일 “강정호는 비자 발급이 다시 한 번 거부될 경우 남은 계약을 파기하고 방출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 매체는 ‘강정호의 성공과 불명예(The rise, and the shame, of Jung Ho Kang)’라는 제목으로 강정호의 빅리그 활약상과 음주 뺑소니 사고 이후의 상황 등을 집중 보도했다. 2015년 포스팅시스템(비공개입찰)으로 피츠버그에 입단한 강정호는 2016년 12월 음주 뺑소니 사고를 낸 혐의로 기소돼 1, 2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 과정에서 총 세 차례의 음주운전 경력이 드러났다. 미국대사관은 지난해 강정호의 취업비자 갱신 요청을 거부했다. 이에 강정호는 구단에서 계약을 주선해준 도미니카공화국 윈터리그에서 뛰며 빅리그 복귀를 노렸지만 소속팀 아길라스 시바에냐스에서 방출 통보를 받았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강정호가 KBO리그 복귀를 선택할지 주목된다. 국내 복귀 시 넥센에서 뛰게 된다. 징계는 피할 수 없다. KBO는 상벌위원회 등을 거쳐 강정호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우리는 스키를 발에 달고 태어난다.” 만나는 노르웨이 사람마다 이 같은 이야기를 했다. 겨울스포츠 왕국으로서 자부심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역대 겨울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메달을 따낸 건 미국도 캐나다도 아닌 노르웨이다. 인구 약 530만 명의 노르웨이는 그동안 겨울올림픽에서 금 118개, 은 111개, 동 100개 등 총 329개의 메달을 땄다. 스포츠 데이터 분석업체 ‘그레이스노트’는 2018 평창 겨울올림픽 때 노르웨이가 독일과 종합 1위 자리를 두고 박빙의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했다. 1924년 프랑스 샤모니에서 열린 첫 겨울올림픽 때부터 종합 1위를 차지하며 이어진 노르웨이의 강세는 일상화된 생활체육의 힘 덕분이다. 노르웨이 스키협회에 소속된 클럽이 1150여 개에, 회원이 18만5000여 명 수준이다. 그중에서도 크로스컨트리 스키는 그들에게 최고의 즐길거리다. 이런 크로스컨트리 스키의 저변은 올림픽 성적으로 그대로 이어진다. 노르웨이는 역대 겨울올림픽 크로스컨트리 스키에서만 107개의 메달(금 40, 은 38, 동메달 29개)을 획득했다. 통산 메달의 3분의 1에 가깝다. 지난해 12월 노르웨이 릴레함메르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현장에서 만난 팬들은 발목 높이로 쌓인 눈밭에서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자리를 깔고 앉아 맥주, 바비큐와 함께 크로스컨트리 경기를 즐겼다. 바퀴 대신 스키 날을 단 유모차도 눈길을 끌었다. 150크로네(약 2만 원)의 적지 않은 입장료에 오전 8시경 시작된 이른 대회 일정에도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구름 관중이 몰렸다. 노르웨이인 아버지를 둔 한국 크로스컨트리 대표 김마그너스는 “TV 1번 채널에서도 크로스컨트리 경기 중계를 한다. 크로스컨트리 선수의 인기가 축구 선수보다 높다”며 노르웨이의 스키 열기를 전했다. 유소년 프로그램도 눈길을 끈다. 노르웨이 크로스컨트리 대표팀의 비다르 로프스후스 스포츠 디렉터는 “노르웨이 사람들은 바이킹 시대 때부터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타왔다. 크로스컨트리의 명성을 계승해야 한다는 자부심이 있다. 4세 때부터 운동을 시작하는 이들도 많다. 유소년 클럽만 250개 정도”라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의 유소년 크로스컨트리 스키 대회 텔레노르 카루셀렌도 매년 노르웨이에서 열린다. 교육 철학도 인상적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2014년 소치 올림픽 기간 노르웨이가 겨울올림픽에서 강한 이유를 분석하면서 “노르웨이에서는 6세 이전에 공식 대회에 출전할 수 없고, 11세 이전에는 모든 대회 참가 선수가 같은 상을 받는다”고 언급했다. 순위 경쟁에 함몰되지 않고 스포츠 자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이야기다. 역대 올림픽에서 금메달 6개를 딴 ‘크로스컨트리 여제’ 마리트 비에르옌도 어려서 핸드볼 등을 병행하다 크로스컨트리 선수로 나선 케이스다. 스스로 “어려서 크로스컨트리 선수로 메달을 딸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올림픽 유산도 큰 힘이다. 1994년 릴레함메르 올림픽 때 쓰였던 스키점프대, 크로스컨트리 경기장 등은 고스란히 국제대회 경기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2016년에는 릴레함메르에서 겨울 유스올림픽이 열리기도 했다. 올림픽 아이스하키 경기장으로 쓰였던 호콘스홀은 일반인을 위한 핸드볼, 배구 코트 등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헬스클럽, 암벽등반 시설 등도 마련됐다. 한스 린달 릴레함메르 올림픽시설공단 최고경영자(CEO)는 “올림픽 이후 대학, 기업들이 오면서 릴레함메르는 하나의 스포츠 클러스터를 이뤘다. 17일간 열리는 평창 올림픽의 효과는 17년을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릴레함메르=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4년 전 아픔을 모두 가슴속에 아로새겼다. ‘미녀새’ 일본 여자 스키점프 다카나시 사라(22)가 다시 한 번 세계 최고의 비행에 도전한다. 4년 전 러시아 소치에서 못다 푼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평창에서 실현하겠다는 각오다.○ 실패가 바꾼 다카나시의 스키점프 인생 “여기까지 여자 스키점프를 이끌어 온 선배들에게 보은하기 위해서라도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습니다.” 깊은 사명감이 느껴졌다. 지난해 12월 1일(현지 시간) 노르웨이 릴레함메르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1차 월드컵 현장에서 만난 다카나시는 “평창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금메달을 위해선) 그전 경기에서 최대한 좋은 승부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차분히 말했다. 1972년 겨울올림픽이 열린 일본 삿포로에서 차로 2시간 거리의 가미카와에서 태어난 다카나시는 8세에 스키점프를 시작했다. 어려서 발레, 피아노를 배웠던 다카나시는 스키점프 선수 출신인 아버지(히로나리)와 오빠(간타)를 따라 운동을 시작했다. 16세이던 2012년 첫 월드컵 우승을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낸 다카나시는 여자 스키점프가 올림픽 종목으로 도입된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도 금메달 0순위로 꼽혔다. 강력한 라이벌인 미국의 세라 헨드릭슨이 당시 부상 후유증에 시달리며 금메달은 따 놓은 당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다카나시는 2차 시기에서 실수를 하며 4위로 시상대에 서지 못했다. 아픔은 교훈으로 바뀌었다. 이후 다카나시는 대회 때마다 점프대의 각도를 비롯해 심지어 화장실 위치까지 경기장 시설을 꼼꼼히 살피는 습관이 생겼다. “소치 올림픽을 통해 대회 전에 경기장을 내 몸의 일부로 만들어 둬야 한다는 점을 배웠다”고 말했다. 비디오 분석의 중요성도 새삼 깨달았다. 대회가 끝날 때마다 코치와 비디오 영상을 수없이 돌려보는 것은 물론이고 아버지에게도 영상을 전송해 이전과 차이가 없는지 확인한다. 키 152cm인 그는 최고의 점프를 위해 체지방률 13%를 유지하는 데도 각별히 신경을 쓴다. 평창 올림픽이 열릴 강원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프 센터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다카나시는 지난해 2월 테스트이벤트를 겸해 이곳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훌륭한 점프대도 있고 굉장했던 경기장으로 기억한다. 대회 관계자들이 너무 친절하게 도움을 준 것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고 회상했다. ○ 소치 올림픽 3대 미녀 “선수촌 가장 기대” 다카나시가 주목받는 건 올림픽 때문만은 아니다. 현재 월드컵 개인 종목에서 53회 우승을 차지한 다카나시는 1승만 더하면 오스트리아의 남자 선수 그레고어 슐리렌차워(28)를 넘어 남녀 통산 최다 우승자가 된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 남자 팀 종목 금메달리스트 슐리렌차워는 2015년 9월 이후 월드컵 우승을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노르웨이 1차 월드컵에도 다카나시의 신기록에 대한 기대감으로 일본 취재진 20여 명이 대회 현장에 모여들었다. 이날 다카나시는 4위로 시상대에 서지 못했지만 일본 및 현지 취재진들의 질문이 쏟아지면서 가장 늦게 믹스트존을 빠져나갔다. 한편 AFP통신은 소치 대회를 앞두고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 알파인스키의 미케일라 시프린과 함께 다카나시를 3대 미녀로 선정하기도 했다. 일본 내의 인기도 피겨스케이팅 선수 아사다 마오의 전성기를 떠올릴 정도다. 어릴 때부터 전 세계를 돌며 승부를 펼쳐온 다카나시에게 중요한 물건 중 하나는 담요다. 대회를 앞두고 자칫 예민해지기 쉽다 보니 늘 담요를 덮어 안정을 취한다. 평창 올림픽과 패럴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 반다비 인형을 선물로 건네자 “내가 가지고 가도 괜찮냐”고 되물으며 환하게 웃었다. 수년간 냉혹한 승부의 세계를 잠시 잊은 듯한 밝고 환한 웃음이었다. 그는 평창에서 가장 기대되는 곳으로 선수촌을 꼽았다. 다카나시는 그곳에서 전 세계의 축제를 누리게 된다. “평창에 이어 2022년에는 중국 베이징에서 겨울올림픽이 열리니 아시아 선수들에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평창에선 꼭 경기를 즐기고 싶어요”라며 다시 한 번 각오를 새겼다.◆ 다카나시 사라는…△생년월일: 1996년 10월 8일(일본 홋카이도 가미카와)△신장/체중: 152cm/45kg△올림픽 성적: 2014 소치 겨울올림픽 4위△세계선수권: 금 1, 은 1, 동메달 3△월드컵 성적: 스키점프 여자 최다 우승 53회(남자 최다 기록 보유자인 오스트리아의 그레고어 슐리렌차워와 동률)△개인 기록: 141m(2011년 1월 일본 삿포로)△소중한 물건: 담요(대회 기간 심리적인 안정에 도움을 줘서)릴레함메르=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4세트에 끝날 것 같다.”(신진식 삼성화재 감독) “우리에게 경기를 내준다는 이야긴가요?”(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 경기 전부터 입담 대결이 뜨거웠다. 그만큼 양 팀에 모두 이날 승리가 중요하다는 의미였다. 한 해를 여는 1일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 프로배구 전통의 라이벌이자 남자부 1, 2위인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이 2017∼2018시즌 도드람 V리그 경기에서 맞대결을 펼쳤다. 4253명의 만원 관중 속에 안방 팀 현대캐피탈이 3-1(22-25, 25-21, 25-19, 25-23)로 역전승을 거두고 삼성화재를 2위로 끌어내리며 선두를 탈환했다. 양 팀의 색깔이 그대로 드러났다. 시즌 공격성공률 1위 라이트 박철우(57.98%)와 3위 외국인 선수 타이스(54.07%)를 보유한 삼성화재는 양 날개 공격수를 앞세워 1세트를 따내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1세트에서만 박철우(33.33%)와 타이스(52.38%)가 팀 공격 점유율의 약 86%를 책임졌다. 현대캐피탈의 분위기가 살아난 건 2세트부터였다. 외국인 선수 안드레아스의 리시브가 안정되면서 세터 노재욱은 팀의 장점인 센터 라인을 적극 활용했다. 분위기를 뒤바꾼 2세트에만 속공 9개를 시도해 7개를 성공했다. 현대캐피탈은 이날 속공으로만 20득점을 했다. 블로킹도 10개를 성공하며 상대(8개)에 앞섰다. 현대캐피탈 라이트 문성민이 팀에서 가장 많은 20득점을 한 가운데 센터 신영석(17점), 레프트 안드레아스(13점), 송준호(13점)도 두 자릿수 득점으로 팀 승리를 도왔다. 송준호는 공격성공률 76.92%를 기록했다. 현역 시절 컴퓨터 세터로 불렸던 최태웅 감독은 “세터들이 리듬을 타게 되면 스스로 풀어가는 능력이 생긴다. 재욱이에게 오늘은 그런 날”이라며 세터 노재욱의 경기력을 치켜세웠다. 신진식 감독은 “센터 싸움에서 졌다. (상대의 패턴플레이에 대해) 비디오를 통해 연구하겠다”며 다음 경기에 대한 각오를 보였다. 현대캐피탈이 삼성화재의 독주 체제에 제동을 걸면서 선두 경쟁도 볼만하게 됐다. 이날 승리로 현대캐피탈은 삼성화재와의 시즌 맞대결도 2승 2패로 균형을 이뤘다. 한편 여자부 3위 IBK기업은행(승점 29점)은 2위 현대건설(30점)에 3-1(25-21, 25-15, 19-25, 25-17)로 승리하며 3연승을 달렸다.천안=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밝아온 2018년 새해에는 또 어떤 기록이 V리그 코트 위를 강타할까. 주목받는 기록 중 하나가 V리그 통산 첫 1000 블로킹 성공이다. 2파전 구도다. V리그를 대표하는 ‘거미손’ KB손해보험의 이선규(37)와 현대건설 양효진(29)이 각각 남녀부 자존심을 걸고 첫 기록에 도전한다.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이선규는 982개, 양효진은 977개의 블로킹을 기록 중이다. 2017∼2018시즌 현재 기록(이선규 37개, 양효진 54개)을 고려하면 남은 4∼6라운드 경기에서 무난하게 1000개 고지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대표 센터 출신인 두 선수는 V리그 블로킹의 역사와 같이해 왔다. 이선규는 V리그 출범 첫해인 2005시즌을 비롯해 총 4번 블로킹 타이틀을 차지했고, 양효진은 2009∼2010시즌부터 8시즌 연속 타이틀을 놓치지 않았다. 올해도 세트당 0.900개로 여자부 선두를 달리고 있다. 두 선수에게 블로킹이 각별한 건 마찬가지다. 양효진은 “블로킹은 나에게 배구 선수로서 존재의 이유다. 양효진=블로킹 등식을 성립시키고 싶다”고 말한다. 최천식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센터로서의 높이는 물론 두 선수 모두 블로킹의 시작인 상대 속공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이선규는 V리그 원년부터 현대캐피탈, 삼성화재 등 여러 팀을 거치면서 노련미도 더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추세에서는 양효진이 앞선다. 시즌 세트당 기록은 이선규(0.457)보다 한 수 위다. 2007∼2008시즌 데뷔한 양효진은 V리그 원년부터 뛴 이선규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선규도 가능성은 높다. 기록에서 앞선 것은 물론 남자부는 여자부보다 라운드마다 경기가 하나씩 많아 기록 달성에 유리하다. 남자부 한 경기 최다 블로킹 기록(11개·공동 1위) 보유자인 이선규가 몰아치기를 한다면 첫 1000 블로킹의 금자탑을 쌓을 수 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대표주자 이승훈(29)은 대표팀에서 가장 많은 올림픽 출전권을 갖고 있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1∼4차 월드컵에서 1500m, 5000m, 1만 m, 매스스타트, 팀 추월 등 총 5개 종목 출전권을 획득했다. 금메달 후보로 꼽히는 매스스타트 외에도 어느 종목 하나 소홀히 하지 않는 건 이승훈이 느끼는 책임감 때문이다. 이승훈은 “장거리를 타려는 선수가 많지 않다. 나라도 타야 한다”며 대표팀 맏형으로서의 고민을 이야기한다. 29일 서울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전국 남녀 종합선수권대회에서도 이승훈은 후배들의 자극제가 됐다. 주력 종목인 5000m에서 6분38초95로 우승을 차지한 것은 물론이고 자신의 출전 종목도 아닌 500m에서 37초84로 4위를 기록하며 다른 선수들을 긴장하게 했다. 이날 같은 곳에서 열린 스프린트 선수권을 위해 단거리 대표 선수들이 빠지긴 했지만 눈에 띄는 성적이다. 500m 1위는 김철민(36초97)이 차지했다. 이승훈의 5000m 기록은 2위 정재원(16·6분47초74)과 9초 가까이 차이가 났다. 이승훈은 “5000m를 준비하면서 체력과 매스스타트를 위한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올림픽에서) 팀 추월은 객관적으로 어려움이 있지만 포기하긴 이르다. 후배들과 함께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자 장거리 대표주자 김보름(24)은 여자 500m와 3000m에서 각각 2위를 차지했다. 김보름과 올림픽 매스스타트에 함께 출전하는 박지우가 두 종목 모두 1위를 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국민타자는 떠나는 날까지 야구팬들에게 가장 큰 선물을 남겼다. ‘라이언 킹’ 이승엽(41)이 자신의 은퇴 경기에서 올 시즌 한국야구위원회(KBO)리그에서 가장 긴 홈런을 쏘아 올렸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군사용 레이저 기술을 활용해 투타 정보를 알려주는 애슬릿미디어의 ‘트랙맨 베이스볼’에 따르면 삼성 이승엽이 10월 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 1회말 친 홈런(2점)의 비거리가 올 시즌 가장 긴 150.4m로 측정됐다. 올 시즌 고척스카이돔을 제외한 8개 구장에서 측정한 홈런 1082개를 추적한 결과다. 자신의 은퇴 경기 첫 타석에서 넥센 선발 한현희(24)를 상대로 친 이 홈런은 우중간 담장을 넘어 외야 관중석 상단을 때린 뒤 하단으로 떨어졌다. 시속 148.2km짜리 패스트볼을 받아쳐 만든 타구는 최고 시속 171.8km, 발사각도 28.8도로 6.2초 동안 날아간 것으로 측정됐다. KBO리그 공식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는 당시 이 홈런의 비거리를 125m로 기록했다. 비거리 150.4m는 올 시즌 메이저리그(MLB)의 최고기록과 비교해 봐도 큰 차이가 없다. 트랙맨베이스볼이 MLB 전체 30개 구장의 홈런 기록을 측정한 결과 최장거리 홈런은 뉴욕 양키스의 괴물 신인 에런 저지(25)가 6월 11일 볼티모어와의 경기에서 친 150.9m다. 이승엽의 홈런과 불과 50cm 차이다. 트랙맨베이스볼 측은 MLB로 따지면 전체 2위에 해당하는 이승엽의 홈런 비거리에 그 정확도를 미국 본사에 재확인하기도 했다. 2017시즌 KBO리그의 각종 최고 기록도 함께 공개됐다. 올 시즌 최고 타구속도의 영광은 롯데 최준석이 차지했다. 9월 8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 3회말 최준석이 친 홈런은 가장 빠른 시속 187.6km를 기록했다. 시즌 최고 기록만 놓고 따지면 MLB 전체 9위 워싱턴의 브라이스 하퍼(시속 187.2km)에게 앞선다. 올 시즌 KBO리그에서 가장 빠른 투구는 LG의 소사가 6월 11일 1회 SK 로맥에게 던진 시속 158.7km 패스트볼이다. 소사는 선발투수 중 가장 빠른 평균 구속(시속 150.8km)도 기록하며 강속구 투수의 면모를 뽐냈다. 분당 회전수(RPM)의 경우 패스트볼은 두산 니퍼트(2497), 커브는 SK 박종훈(2958)이 선발투수 중 가장 높은 평균을 기록했다. 불펜에서는 패스트볼은 LG 최동환(2538)이, 커브는 LG 신정락(3171)이 가장 높았다. 2015년부터 국내에서 데이터를 수집한 트랙맨베이스볼은 내년 시즌 국내 몇 개 구단과 계약을 맺고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국내외에도 MLB, 일본프로야구(NPB) 등 데이터도 함께 제공한다. 구단들은 해당 자료들을 전력 분석, 선수 육성, 마케팅 등에 활용할 방침이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