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

김민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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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국제부 기자입니다. 예술가의 이야기를 따로 모아 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kimmin@donga.com

취재분야

2025-11-27~2025-12-27
미술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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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출판14%
문화 일반7%
인사일반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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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은 바탕 흰 글씨? 광화문 현판 제 색상, 모의실험 통해 찾는다

    부실 복원 논란이 일었던 광화문 현판의 원래 색을 찾기 위한 연구가 진행된다. 문화재청은 중앙대 산학협력단과 함께 ‘광화문 현판 색상 과학적 분석 연구’를 추진한다고 17일 밝혔다. 2010년 광화문이 복원되면서 제작된 현판은 흰색 바탕에 검은색 글씨가 적혀 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미국 스미스소니언박물관의 ‘국가 인류학 자료보관소’가 소장하고 있던 1893년 9월 이전 촬영된 사진에서 어두운 바탕으로 보이는 현판 모습이 발견돼 ‘부실 검증’ 비판이 일었다(본보 2016년 3월 1일자 A2면 참조). 복원 당시에도 대부분 궁궐 문 현판이 검정 바탕에 흰 글씨를 썼다는 지적이 이어진 바 있었다. 기존 현판에 균열이 생겨 현판을 다시 제작하고 있던 상황이라 문화재청은 색상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번 연구는 다양한 색상의 실험용 현판을 제작해 광화문에 고정한 뒤 촬영, 분석할 예정이다. 실험용 현판은 △흰 바탕에 검은색·코발트색 글씨 △검은색 바탕에 흰색·금색·금박 글씨 △옻칠 바탕에 흰색·금색 글씨 △코발트색 바탕에 금색·금박 글씨 등 4개로 구성된다. 옛 사진 촬영 방법인 유리건판 전용 카메라와 디지털카메라를 모두 사용해 시간, 기상 상황 등 다양한 조건에서 사진을 촬영한다. 촬영한 뒤에는 스미스소니언박물관 소장 사진, 일본 도쿄대의 1902년 유리건판 사진, 국립중앙박물관의 1916년 유리건판 사진 등과 비교해 가장 비슷한 색상을 추정한다. 새롭게 만들어질 광화문 현판의 틀 제작과 각자(刻字) 작업은 마친 상태다. 문화재청은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관계 전문가 자문회의와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단청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7-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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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0세 나훈아, 11년만에 앨범 내고 컴백

    11년 동안 논란과 의문 속에 칩거 생활을 해왔던 가수 나훈아(본명 최홍기·70)가 컴백한다. 그가 오랜 공백 끝에 발표할 대표곡은 ‘남자의 인생’이다. 나훈아의 소속사 ‘나예소리’는 나훈아가 17일 정오 음원 사이트에서 새 앨범 ‘드림 어게인(Dream Again)’을 발표한다고 11일 밝혔다. 또한 11∼12월에는 서울과 부산, 대구에서 콘서트도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앨범에는 7곡이 수록되며 온라인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남자의 인생’은 유튜브를 통해 뮤직비디오로도 공개될 예정이다. 소속사는 “11년 만에 마이크를 잡은 나훈아 씨가 그동안 가슴 아픈 일도 있었지만 그 가운데서도 가슴에 담은 꿈들을 다양한 리듬과 색깔로 세상에 꺼내 놓았다”며 “지친 국민의 마음이 치유될 수 있는 음악임을 자부한다”고 설명했다. 1966년 ‘천리길’로 데뷔한 나훈아는 ‘무시로’ ‘갈무리’ ‘잡초’ ‘고향역’ ‘가지마오’ 등의 수많은 히트곡을 냈다. 그러다 2006년 데뷔 40주년 공연을 마지막으로 지인들과도 교류하지 않은 채 칩거 생활을 했다. 2007년 3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할 예정이던 공연도 취소하고 당시 소속사 아라기획도 문을 닫았다. 이 과정에서 야쿠자에 의한 신체훼손설, 투병설 등 루머가 잇따르자 나훈아는 2008년 1월 기자회견을 열어 해명했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그는 “마이크 잡기가 힘들다. 가수는 꿈을 파는 사람이다. 하지만 지금은 꿈을 잃어버렸다. 다시 꿈을 찾게 되는 날이 언제가 될지 모른다”며 활동을 중단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런 그가 은둔 생활을 하자 ‘뇌경색 투병 중’이라거나 ‘해외여행을 떠났다’, ‘일본에서 공연을 한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2011년에는 부인 정모 씨가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기각됐다. 하지만 정 씨는 “나 씨가 결혼 생활을 이어갈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며 2014년 다시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10월 두 사람의 이혼이 성립됐다. 소속사에 따르면 나훈아의 컴백 공연은 그가 직접 기획하고 연출한다. 11월 3∼5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을 시작으로 24∼26일 부산 벡스코 오디토리움, 12월 15∼17일 대구 엑스코 컨벤션홀에서 열린다. 티켓은 9월 5일 오후 12시부터 ‘예스24’에서 예매할 수 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7-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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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NS 달구는 ‘펫스타’들 “인기비결? 잘생긴 외모죠, 멍”

    “요즘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는 생로랑. 그들의 컬렉션은 신선하고 젊은 에너지와 클래식의 조화가 돋보인다.” 슈트부터 캐주얼까지 완벽하게 소화해 내는 모델 ‘보디’가 좋아하는 브랜드를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 사는 보디는 주말마다 취미로 찍은 사진이 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유명해졌다. 코치, 살바토레 페라가모, 아소스 같은 패션 브랜드에서 협찬을 받아 화보를 촬영하고, 남성 잡지 GQ에도 등장한다. 그런데 사실 보디는 인도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디자이너 김예나 씨(30·여)와 함께 살고 있는 반려견이다. 세련된 감각으로 주목받는 시바견 보디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인기 비결을 묻자 보디는 ‘자연스럽고 잘생긴 외모’를 먼저 꼽았다. 또 “남성복을 스타일링 하는 요령을 잘 알고 있고 포즈를 연출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 아닐까. 사람들은 내가 꽤 카리스마 있다고도 말한다”고 덧붙였다. 팔로어가 30만8000명에 달하는 보디의 인스타그램 계정 이름은 ‘멘즈웨어도그(@mensweardog)’. 28만 명이 팔로하는 한국 대표 모델 차승원에 맞먹는 인기다. 보디는 마치 사람처럼 리바이스 재킷에 니트 비니를 쓴 사진을 올리고 “콜드브루 한 잔 줄래요?”라는 코멘트를 올린다. 보디처럼 동물이 주인인 ‘개스타그램’ ‘냥스타그램’ 계정이 인기를 끌고 있다. 단순히 사람이 반려동물의 사진을 찍어서 올리는 것을 넘어 동물이 직접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는 것처럼 ‘의인화’하는 형태다. 김 씨는 “보디가 마치 활동 중인 모델처럼 말하고 스타일링 팁을 전하는 모습이 너무나 진지해서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보디가 ‘진지함’으로 어필한다면 일본 오카야마에 살고 있는 또 다른 인기 반려견 ‘류지’는 반전 매력으로 인기를 얻는다. 팬케이크처럼 동그란 얼굴에 다양한 표정을 짓는 류지는 자신을 ‘마초’라고 주장한다. 주인이 건네준 햄 덩어리를 꼬리를 흔들며 먹는 영상을 올리고는 “진정한 마초가 되기 위해서는 고기를 먹어야 한다”고 멘트를 다는 식이다. 6년 전부터 활짝 웃는 사진과 ‘굿모닝’이란 인사를 매일 인스타그램에 올려온 시바견 마루타로도 전 세계 260만 명의 팔로어를 거느리고 있다. 최근에는 누리꾼들이 청와대에 입성한 문재인 대통령의 반려동물 ‘마루’와 ‘찡찡이’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개스타그램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인간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허세’나 ‘가짜’ 논란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디톡스’를 찾는 사람들에게 동물들의 순수한 모습이 마음의 위안을 준다는 분석이다. 12만 명이 팔로하는 고양이 ‘순무’를 키우는 윤다솜 씨(28·여)는 “순무는 자신이 유명해진지도 모르고 지금도 낯선 사람이 오면 숨기 바쁘다”며 “가족 앞에서만 보여주는 엉뚱하고 순진한 모습을 사람들이 좋아해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7-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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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년만에 다시 문연 ‘웃픈’ 봉숭아학당

    KBS2 ‘개그콘서트(개콘)’의 인기 코너 ‘봉숭아학당’이 6년 만에 부활했다. 김대희 안상태 강유미 박휘순 신봉선 박성광 등 개콘 출신 스타 개그맨들도 지원 사격에 나섰다. 한때 최고 인기 코미디 프로그램이었던 개콘이 2015년 처음으로 한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한 후 좀처럼 침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돌아온 봉숭아학당은 2일 처음 시작해 2회까지 방영을 마쳤다. 2008년 방영돼 “밥묵자”라는 유행어를 만들어 낸 코너 ‘대화가 필요해’도 9일 다시 방송되면서 개콘의 시청률은 8.8%로 1주 전보다 1.1%포인트 상승했다. 봉숭아학당에서는 안상태의 ‘안공식’ 캐릭터가 비교적 다른 형태의 유머를 보여줬다. “전 정확하지 않으면 참을 수가 없어요”라고 말하는 그는 ‘철수가 엄마가 준 2000원 중 1000원으로 과자를 사먹었다. 얼마가 남았을까’라는 수학 문제를 두고 “요즘 어떤 과자가 1000원이냐”고 따지는 식이다. 쓸데없는 것에 집착하면서 보는 사람을 답답하게 만드는 ‘복장 터지는 웃음’이다. 하지만 ‘외모 비하’나 ‘여성 비하’ 소재로 웃음을 짜내려는 진부함은 여전했다.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을 패러디한 박휘순은 아이돌 복장을 하고 스스로의 외모를 비하한다. 다른 출연자가 박휘순의 얼굴을 보고 웃거나 툭 치면 그는 억울한 듯 “전 아무 말도 안 했어요”라고 말한다. ‘혼남(혼자 사는 남자)’을 연기하는 박성광은 데이트 장소를 정할 때 까다롭게 구는 연인에게 “울대를 팍!(치고 싶다)”이라고 말한다. 다양한 콘텐츠가 온라인으로 쏟아지는 환경에서 트렌드를 빨리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도 보여줬다. 첫 회에서 강유미는 BJ를 패러디했지만 인터넷 방송을 보지 않는 시청자들이 이해하지 못해 일주일 만에 ‘자연인 태혜란’으로 캐릭터를 바꿨다. 연출자인 이정규 PD는 “확실한 타깃이 있는 타 채널과 달리 공영방송은 보편적 시청층을 고려해야 하는 측면이 있지만 그만큼 안전한 콘텐츠가 될 수 있다”며 “외모 비하 등 문제도 줄여 나가려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7-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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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문의 영광이다”…개그맨 김영철, 文대통령과 독일 순방 소감 밝혀

    개그맨 김영철이 라디오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과 독일 순방을 함께 한 소감을 밝혔다. 10일 오전 SBS 파워FM ‘김영철의 파워 FM’에서 그는 “2003년 캐나다 몬트리올이 영어라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만들었다면 2017년 독일 베를린은 꿈같은 일이 펼쳐진, 영화같은 도시가 됐다”고 말했다. 김영철은 5일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독일에 가서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과 교민 오찬 간담회를 진행했다. 김영철은 “독일 교민 200분이 오셨는데 많은 분이 저를 잘 모르셔서 진땀을 흘렸다”며 “그러자 대통령께서 ‘여러분, 김영철 씨가 여기서 사회를 보는데 한국에서 굉장히 인기가 많은 분이다’라며 분위기를 띄워주셨다”고 전했다. 그는 행사가 끝나고 마지막 날 문 대통령이 자신을 격려해줬다며 “떨려서 눈도 잘 못 마주쳤고 ‘다음에 라디오 모시겠습니다’라는 말도 했어야 하는데 그런 얘기를 못했다”고 했다. 김영철은 또 “갈 때는 전용기를 탔지만 돌아올 때는 민항기를 이용했다.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들이 ‘가문의 영광이다’ ‘출세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고 덧붙였다.김민기자 kimmin@donga.com}

    • 2017-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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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인조로 줄어든 ‘슈주’… 혼자 나온 ‘에프엑스’

    “오늘 네 명이서 무대를 서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지만 일단 오게 됐습니다.”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SM타운 라이브 월드투어 VI 인 서울’ 공연.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김희철의 인사말은 쓸쓸했다. 2년 만의 공연이 반쪽짜리가 된 것이 아쉬운 듯 옆에 선 예성은 눈물을 보였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이 총출동한 이날 콘서트에서 11인조 슈퍼주니어는 4명(이특 김희철 신동 예성)만 무대를 지켰다. 4인조 에프엑스는 한 명(루나)만 공연에 참여했다. 멤버 설리의 탈퇴(2015년) 이후 엠버는 3월 인스타그램에 “모든 것을 다 바쳐 일했지만 상처만 입었다”고 썼다. SM 관계자는 “빅토리아와 크리스탈은 각자의 스케줄 때문에 이날 공연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동방신기와 소녀시대를 이은 두 그룹의 빈자리는 SM이 격변기를 지나고 있음을 보여줬다. ‘SM타운 콘서트’는 3년 만이다. 슈퍼주니어 성민은 결혼과 태도 문제로 지난달부터 팬들의 집단 보이콧을 당했고 강인은 음주운전 적발 뒤 활동을 쉬고 있다. 멤버 중 셋은 군 복무를 하고 있다. 무게중심은 자연히 젊은 피로 쏠렸다. 레드벨벳이 상큼한 신곡 ‘빨간 맛’을 이날 무대에서 처음 공개했다. 지난해 데뷔한 NCT의 멤버 마크는 시우민(엑소), 가수 박재정과 합동공연을 하며 아홉 차례나 무대에 올랐다. 이수만 총괄프로듀서는 이날 이례적으로 미스틱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 윤종신과 나란히 서 와인잔을 들고 객석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차세대 아이돌, 다음 세대 산업을 준비하는 SM의 단면이 엿보였다. SM은 3월 미스틱에 투자하며 최대주주가 됐다. 미스틱은 솔로 가수, 배우, 예능인, 방송 PD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전역 후 처음 무대에 선 동방신기 유노윤호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콘셉트는 ‘왕의 귀환’이었지만 불안해 보였다. 금장 버튼이 달린 화려한 재킷 차림으로 등장한 그는 새 노래 ‘Drop’을 부른 뒤 “괜찮게 보셨나요?” “재밌나요?”라며 관객의 반응을 거듭 확인했다. 노래를 부르다 하의가 찢어져 2분가량 공연이 중단되기도 했다. 그는 8월 전역하는 최강창민의 파트까지 소화하며 동방신기의 인기 곡 ‘주문’과 ‘왜’도 혼자 불러냈다. 4만5000여 명의 팬이 객석을 가득 메운 이날 무대에선 강타 보아 소녀시대 샤이니 트랙스 선데이 헨리 제이민 이동우와 게스트 UV가 4시간 동안 공연을 이어갔다. ‘SM타운 콘서트’는 세계 순회공연을 앞뒀다. 15, 16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 27, 28일 도쿄돔으로 열기를 이어간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7-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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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베네치아를 여행한다면 시인 마리아 릴케처럼

    독일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머물며 쓴 편지와 시를 묶었다. 릴케는 1897년부터 1920년까지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몇 달 동안 베네치아를 방문했다. 그의 글을 엮은 비르기트 하우스테트는 릴케의 글을 나열하는 수준을 넘어 당시 베네치아의 사회상과 문화적 배경에 대한 설명을 풍부하게 곁들였다. 유명한 장소를 찾아가 사진으로 증명을 남기는 판박이 여행에 질린 사람이라면 재밌게 읽을 만하다. 릴케는 당시 유행했던 여행안내서 ‘베데커’를 비판했다. 꼭 보아야 할 중요한 관광지를 표기한 베데커의 형식이 독단적이라는 이유였다. 또 관광객으로 붐볐던 산마르코 광장에 대해서는 “외지인들이 바보 같은 과장된 백열등 조명을 받으면서 모두 잘난 척 으스대는 것처럼 보인다”고 투덜대기도 했다. 남들이 모두 가는 여행지는 피하고 골목 구석구석 돌아다니길 좋아했던 릴케는 모든 사람이 외면한 유대인 거주지 ‘게토’를 소재로 단편을 썼다. 챕터마다 베네치아 지도를 삽입했다. 책을 보면서 릴케가 본 베네치아의 모습과 지금을 비교해 보는 것도 가능하다. 릴케가 편지에서 ‘도서관을 샅샅이 뒤졌다’고 언급한 대목에서 그가 찾아갔을 도서관이 어느 곳인지 짚어주는 식이다. 산마르코 성당을 보고 지은 릴케의 시를 인용해 교회 건축물의 양식을 설명한 대목도 흥미롭다. 독일의 이탈리아 관광센터는 2006년 이 책을 최고의 이탈리아 여행 안내서로 선정했다. 책 표지에는 릴케가 지었다고 적혀 있지만, 사실상 엮은이로 표기된 하우스테트가 릴케의 서신을 해석해서 지은 책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7-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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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이비행기]행복하게 늙어가기

    일본 나고야로 여행을 다녀온 친구는 그곳에서 만난 요시코 씨(81)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친구는 부모님과 오래 알고 지낸 사이인 요시코 씨의 집에 머물며 그의 하루를 지켜볼 수 있었다. 요시코 씨는 여든이 넘은 지금도 남편과 자동차 정비소를 운영한다. 그는 처음 만났을 때 자신을 ‘요시코네짱’이라고 부르라고 했다. 친구가 부를 때마다 그는 깔깔거렸다. 알고 보니 ‘네짱(姉ちゃん·네찬)’은 일본어로 누나라는 뜻이다. 요시코 씨 부부는 아침에 일어나 낫토를 곁들인 식사를 하고 30분 동안 가루 녹차를 물에 타서 마신다. 그다음 집 앞 정비소로 출근한다. 오후 5시면 부부는 가게 문을 닫고 동네 가라오케로 향한다. 카페처럼 오픈된 가라오케에는 동네 친구들이 매일 모여 노래를 부른다. 요시코 씨의 남편은 프랭크 시내트라의 ‘마이 웨이’를 잘 부른다. 요시코 씨는 캐스터네츠 연주 전담이다. 배고프면 맛있는 슈크림빵을 나눠 먹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매일 하는 일, 웃음, 티타임, 캐스터네츠, 슈크림빵…. 나이 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지내려면 또 무엇이 필요할까.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7-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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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가와 디자이너의 경계를 넘나든 두 전시회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모마)은 플라스틱 휴지통을 소장하고 있다. 과감한 곡선과 실용적인 디자인으로 인기를 끈 ‘가르보’다. 여배우 그레타 가르보(1905∼1990)의 이름을 따 1996년 만들어진 이 휴지통은 10년 동안 700만 개 이상 팔렸다. 가르보를 만든 디자이너 카림 라시드(57)의 아시아 첫 개인전이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10월 7일까지 열린다. ‘스스로를 디자인하라(Design Your Self)’는 주제로 가르보 휴지통은 물론이고 초창기 디자인의 드로잉과 가구, 미디어 작품 등 350여 점을 선보인다. “디자인에 관심이 없는 사람의 집에서 가르보를 발견하는 것이 모마에 소장된 것보다 내게 더 의미 있다”고 말하는 라시드는 이번 전시를 통해 평범한 사람들도 디자인을 온몸으로 체험하게 만든다. 그가 기획하고 꾸민 전시장은 화이트큐브를 넘어 현란하고 감각적인 패턴이 가득하다. 전시장 중간에 설치된 작품 ‘플레저스케이프(Pleasurescape)’는 맨발로 올라가 밟고 만지고 앉아볼 수도 있다. 라시드가 믹싱한 음악도 전시장에 흘러나온다. ‘좋은 디자인은 소수가 아닌 다수와 소통해야 한다’고 말하는 그의 전시는 배경지식 없이 보는 것만으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예술가와 디자이너의 경계를 넘어서는 또 하나의 전시가 있다. 디자이너로 출발해 순수 예술가가 된 크시슈토프 보디치코(74)의 개인전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10월 9일까지 ‘크시슈토프 보디치코: 기구, 기념비, 프로젝션’전을 개최한다.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태어나 산업 디자이너로 일했던 보디치코는 1980년대 공공장소에 빔 프로젝션을 이용한 영상 작업을 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특히 1985년 영국 런던의 트래펄가르 광장에서 벌어진 해프닝이 그를 유명하게 만들었다. 넬슨 기념비에 로켓 이미지를 상영하던 그는 갑자기 프로젝터를 동쪽으로 돌려 남아프리카공화국대사관에 독일 나치의 상징 ‘하켄크로이츠’ 이미지를 쏘았다. 당시 인종 분리 정책으로 몸살을 앓고 있던 남아공을 나치에 비유해 비판한 것이다. 결국 경찰의 저지로 이 영상은 두 시간 만에 내려졌다. 그 후로도 보디치코는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과 정치적 이슈에 관한 작업을 주로 선보였다. 이번 전시에는 백범 김구의 조각상 위에 해고 노동자, 탈북 예술가, 동성애 인권 운동가 등의 영상과 목소리를 입힌 ‘나의 소원’이 새로 공개된다. 이 작품은 보디치코가 지난해 5월부터 다양한 한국 사회 구성원들을 만나 1년의 제작기간을 거쳐 완성했다. 산업 디자이너로서의 경험을 살려 노숙자, 이민자 등과 관련한 이슈를 제기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디자인’ 시리즈도 공개된다. 다른 문화권에서 온 이민자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소품을 담아 만든 ‘외국인 지팡이’, 노숙자들이 추위를 피할 수 있도록 제작한 ‘노숙자 수레’ 등이 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7-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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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유성, 드라마서 아버지 최민수 아역으로 특별 출연

    배우 최민수(55)가 주연을 맡은 MBC 드라마 ‘죽어야 사는 남자’에서 아들 최유성(21·사진)이 아버지의 아역을 연기하게 돼 화제다. 최유성은 극 중 최민수가 자신의 유년 시절을 회상하는 장면에서 최민수의 아역으로 특별 출연한다. 최유성은 2011년에도 SBS 드라마 ‘무사 백동수’ 촬영장에 놀러 왔다가 단역으로 출연한 적이 있다. 최민수는 배우 최무룡-강효실 사이에서 태어났고, 강효실의 부모는 배우 겸 감독 강홍식과 배우 전옥이다. 최유성이 연기자로 데뷔하면 최민수의 집안은 4대째 배우를 배출하게 된다. ‘죽어야 사는 남자’는 1970년대 후반 중동으로 건너가 작은 왕국의 백작이 된 장달구(최민수 분)가 딸 지영(강예원)을 찾기 위해 한국에 도착하면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 코믹 가족 드라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7-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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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시호 “우병우, 이모 최순실 존재 알았다”… 턱 괸채 노려본 우병우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조카 장시호 씨(38)가 검찰 조사에서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50)이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과 최 씨의 관계를 알고 있어서 박 전 대통령이 우 전 수석을 경질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29일 우 전 수석 재판에서 장 씨의 진술을 공개했다. 우 전 수석은 이를 부인하며 증인으로 출석한 장 씨와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장 씨는 최 씨가 “박 전 대통령의 약점을 많이 알고 있기 때문에 VIP(박 전 대통령)가 나에게 함부로 하지 않는 것”이라고 얘기했다고 증언했다. 또 2016년 말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뒤 최 씨가 박 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민정 때문에 다 이렇게 된 것”이라고 탓하는 것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검찰 측은 법정에서 장 씨가 검찰에서 “우 전 수석이 비선실세 최 씨의 존재를 알고 있는 게 박 전 대통령의 약점이라 (박 전 대통령이) 우 전 수석을 경질하지 않은 것”이라고 진술한 내용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장 씨는 “(박 전 대통령과) 이모가 20년 전 신사동팀 때부터 (함께) 일하던 걸 알고 있었고, 수석님께서 (박 전 대통령과) 오래됐다고 해서 서로 오래되신 분들이라 (박 전 대통령의 약점을) 알겠다고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우 전 수석이 재판부의 허락을 받지 않고 장 씨를 직접 신문했다. “수석님이 오래됐다는 건 무슨 말이냐”고 따지자 장 씨는 “언론에서 알았기 때문”이라고 답했고, 다시 우 전 수석이 “뭘 오래됐다는 거예요”라고 묻자 장 씨는 “대통령님과 일한 게 오래됐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검찰은 우 전 수석에게 “피고인이 직접 신문할 때는 재판장님께 말을 하고 해야 한다”고 제지했다. 이에 우 전 수석 측 변호인이 나서 장 씨에게 반격을 했다. “특검으로부터 아이스크림을 제공받았다고 했느냐”고 물었고 방청석을 채운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장 씨를 향해 야유를 보냈다. 재판부는 “오해할 소지가 있는 질문”이라며 변호인 측 신문을 제지했지만 장 씨는 방청석 반응에 위축된 듯 흐느끼며 답변을 이어갔다. 우 전 수석은 턱을 괸 채 증언을 하는 장 씨를 노려봤다. 이어 재판부가 박 전 대통령과 우 전 수석의 관계를 정리하려는 듯 장 씨에게 질문을 던졌다. “대통령이 최 씨에게 함부로 할 수 없는 입장이었고 우 전 수석도 대통령과 최 씨 관계처럼 함부로 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겠다고 생각한 것인데 이유가 어떤 건지는 모른다는 것이냐”고 묻자 장 씨는 “네”라고 답했다. 우 전 수석은 재판부의 신문 허가를 받은 뒤 장 씨에게 “재판장님이 맞다는 말씀이죠. 근데 저 아세요?”라고 물었고 장 씨는 “아니요. 모릅니다”라고 답했다. 장 씨가 증인 신문을 마친 직후 방청석의 박 전 대통령 측 여성 지지자 2명이 장 씨에게 “죽으려고…똑바로 살아라”라고 소리를 질렀다. 재판부는 이들을 강제 퇴정시켰다. 또 이날 재판에서 장 씨는 “이모(최순실 씨)가 아침마다 청와대에서 봉투에 밀봉된 서류를 받았다”며 “그중 일부는 ‘민정(민정수석실)’의 인사검증 자료로 인사 대상자에 대한 세평이 기재돼 있었다”고 밝혔다. 최 씨가 박 전 대통령에게 추천한 여러 인사에 대해 민정수석실이 인사 검증을 한 자료를 최 씨가 받아봤다는 것이다. 장 씨는 “(이모가) 아리랑TV 사장 자리에 앉힐 사람을 추천하라고 해서 제가 소개한 SBS에 다니던 분이 이모와 술자리를 했다. (이모가) 민정수석실 검증 결과 땅을 투기성 구매해 안 된다고 해서 그분에게 ‘민정에서 안 된다고 하더라’란 설명을 전화로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또 자신이 운영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삼성이 후원한다는 소문이 돌자 최 씨가 “VIP(박 전 대통령) 민정수석실에서 관리를 하는 것인데 너희가 개인적으로 소문을 내고 다니면 안 되는 일”이라고 꾸짖었다고 밝혔다. 이날 최 씨는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서울 구로구 남부구치소로 이감된 지 3개월 만에 다시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옛 성동구치소)로 옮겼다. 앞서 최 씨 측은 남부구치소가 재판을 받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거리가 멀다며 이감을 요청했다. 권오혁 hyuk@donga.com·김민 기자}

    • 2017-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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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마초’ 빅뱅 탑 집행유예 구형… 탑 “처벌 달게 받겠다”

    대마초 흡연 혐의로 기소된 아이돌 그룹 ‘빅뱅’의 멤버 최승현(예명 탑·30·사진) 씨에게 검찰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만2000원을 구형했다. 추징금은 대마초 한 개비의 실거래가(약 3000원)와 흡연 횟수를 계산한 것이다.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김지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최 씨는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선처를 호소했다. 변호인은 “최 씨가 군 입대를 앞두고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에서 술을 마시고 충동적으로 범행했다”며 재판부에 호소했다. 최 씨는 최후 진술에서 “저의 그릇된 생각이 잘못된 판단으로 이어져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했다”며 “어떠한 처벌을 내리더라도 달게 받고 남은 인생의 교훈으로 삼겠다”고 덧붙였다. 선고 공판은 7월 20일 오후 1시 50분에 진행될 예정이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7-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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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기춘 “왕조시대라면 사약받고 끝내고 싶다”

    “과거 왕조 시대라면 망한 정권, 왕조에서 도승지(都承旨)를 했으면 사약을 받지 않겠느냐.”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구속 기소·사진)이 28일 법정에서 자신의 처지를 왕조시대 도승지에 비유하며 정권 몰락에 대한 책임을 통탄했다. 도승지는 조선시대 왕의 비서 기관인 승정원(承政院)의 우두머리로 오늘날 대통령비서실장에 해당하는 자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 심리로 열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재판에서 김 전 실장은 피고인 신문 도중 “제가 모시던 대통령이 탄핵받고 구속도 됐는데 이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못 보좌했다는 것이냐”고 묻자 “무너진 대통령을 보좌했는데 만약 특검에서 ‘재판할 것도 없이 사약을 받으라’고 한다면 깨끗이 마시고 끝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 전 실장은 이처럼 ‘정치적 책임’은 인정했지만 정작 본인의 법적 책임에 대해서는 기존처럼 “모른다”, “기억이 안 난다”며 발뺌했다. 그는 “‘블랙리스트’라는 말을 언론에서 처음 들었고 재직하는 동안 그런 단어는 물론 ‘(예산 지원) 배제자 명단’이라는 말도 듣지 못했다”고 했다. 또 특검이 제시한 대통령비서실 문건도 “본 적이 없다. 청와대 실무진은 부처 실·국장급이어서 그분들이 책임을 갖고 일을 한다”며 아랫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변명이 이어지자 한 방청객이 김 전 실장을 향해 “뭘 몰라요! 거짓말하지 마세요”라고 울음 섞인 고함을 질렀다. 소동을 빚은 사람은 블랙리스트 명단에 본인의 이름이 올랐다고 스스로 밝힌 임인자 전 서울변방연극제 예술감독(41·여)이었다. 갑작스러운 소동에 김 전 실장은 뒤를 돌아봤고, 재판부는 즉각 임 전 감독에게 퇴정 명령을 내렸다. 법정 밖에서 취재진을 만난 임 씨는 “블랙리스트는 국가 범죄인데, 김 전 실장이 지시한 바 없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김 전 실장은 또다시 재판부에 건강 문제를 호소했다. 그는 “1997년 협심증, 고혈압이 발병해 스텐트(혈관을 넓혀주는 그물망 모양 튜브) 8개가 심장에 꽂혀 있는 상당히 위중한 상태다. 매일 내 생의 마지막날이라는 생각을 갖고 생활한다”며 “옥사하지 않고 밖에 나가서 죽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곁에서 이를 지켜보던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51·구속 기소)도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을 닦았다. 김 전 실장 등에 대한 결심은 다음 달 3일 열린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7-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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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판부 “전국민 소송 걸면 박근혜 前대통령 갚을수있나”

    “만약 청구가 인용돼 전 국민이 소송을 걸면 피고인(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이 갚을 능력이 있을까요?”(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 함종식 부장판사) “그럴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는 일이죠.”(곽상언 변호사) 26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국민 5001명이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첫 재판이 열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 곽 변호사(46·사법연수원 33기)가 “국정 농단 사태 때문에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국민들을 온라인으로 모집해 제기한 소송이다. 손해배상 청구 금액은 1인당 50만 원으로 총 25억여 원이다. 곽 변호사는 “국가의 재원이 국민들에게 손해배상금으로 나가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해 일부러 국가는 피고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 개인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 도태우 변호사(48·41기)는 “원고의 청구가 국가배상법상 청구인지 분명히 해달라”고 이의를 제기했다. 피해자를 특정하지 않고 국민 전체를 피해자로 보는 소송이 허용되는 것인지 판단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또 도 변호사는 “민사 소송 영역보다 정치 투쟁, 선전전의 연장이라는 점에서 각하 요건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곽 변호사는 “(국가배상과) 이론상 구조가 다르지 않고 다만 개인을 피고로 삼는 것”이라며 세금으로 배상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함 부장판사가 박 전 대통령의 ‘배상 능력’에 의문을 나타냈고, 곽 변호사는 “배상과 변제 가능 여부는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 소송의 결론을 짓기 위해서는 박 전 대통령의 뇌물죄 사건 등을 심리하는 형사재판이 먼저 마무리돼야 한다는 자세다. 함 부장판사는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강제 조사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소송의 다음 재판은 9월 25일 열릴 예정이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7-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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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대 입시비리’ 최순실 징역 3년

    최순실 씨(61·구속 기소)가 딸 정유라 씨(21)의 이화여대와 청담고 입시 및 학사비리 사건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이 최 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것은 지난해 10월 검찰의 국정 농단 사건 수사 시작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정 씨의 입시 및 학사비리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이화여대 최경희 전 총장(55·구속 기소) 등 교수 8명도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김수정)는 23일 최 씨에게 징역 3년, 최 전 총장과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62·구속 기소)에게 각각 징역 2년, 남궁곤 전 입학처장(56·구속 기소)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또 정 씨에게 성적 특혜를 준 혐의 등으로 기소된 류철균(필명 이인화·51·구속 기소) 교수와 이인성 교수(54·구속 기소)에게는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재판부는 최 전 총장과 김 전 학장, 남궁 전 처장, 류 교수가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위증을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최 씨에 대해 “누구든지 열심히 배우고 노력하면 그에 상응하는 정당한 결과를 얻으리라는 믿음 대신 ‘빽도 능력’이라는 냉소가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의구심마저 우리 사회에 생기게 하였다”고 질타했다. 최 씨 측은 항소 의사를 밝혔다. 최 씨는 앞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과 함께 공범으로 기소된 뇌물 사건 공판 등에서 3차례 더 선고를 받게 된다. 최 씨는 4차례 선고된 형을 모두 합해 치러야 한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7-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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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순실 생일에 ‘이대 입시 비리’ 3년刑… “비뚤어진 모정, 딸마저 공범 만들어”

    “자녀가 잘되기를 기원하는 어머니의 사랑이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 불법과 부정을 보여줬고, 비뚤어진 모정은 아끼는 자녀마저 공범으로 전락시키고 말았다.”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서관 519호 법정.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 재판장 김수정 부장판사(48·사법연수원 26기)가 판결문을 낭독하는 동안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표정은 점점 굳어졌다. 이전 재판처럼 뿔테 안경에 짙은 회색 윗옷을 입고 법정에 선 최 씨는 입을 굳게 다문 채 앙칼진 표정으로 재판부와 정면의 검사석을 번갈아 바라봤다. 김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자녀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원칙을 어기고 정의를 저버리도록 만들었다”며 “피고인의 부탁을 들어준 사람은 범죄자가 되었고, 원칙을 적용하려 했던 사람들은 피해자가 되었다”고 최 씨를 꾸짖었다. 또 “범행이 상당히 중함에도 공소사실 중 상당 부분을 부인하면서 ‘만연했던 관행’을 내세우며 잘못을 희석시키려고 급급했다”고 비판했다. 김 부장판사는 고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3학년인 두 딸의 어머니다. 재판부는 최 씨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주된 죄목이 업무 방해(이화여대 학사비리)와 공무집행 방해(청담고 학사비리)인데 유사한 다른 사건에 비해 중형을 선고한 것이다. 최 씨는 선고가 끝난 뒤 방청석을 흘낏 쳐다보고는 조용히 법정을 나섰다. 이날은 최 씨의 61번째 생일이었다. 또 재판부는 ‘체육특기생은 학점 배려를 하는 게 관행’이라는 이화여대 교수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유라 씨가 2015년 1학기에 수강한 과목 교수 중 4명이 체육과학부 교수였지만, 정 씨가 8개 교과목 중 7개 과목에서 ‘에프(F)’ 학점을 받은 점에 비춰보면 이화여대에 체육특기자 배려 관행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부장판사는 정 씨의 부정입학과 학사특혜를 도운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55·구속 기소)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면서 “피고인의 범행으로 최고의 여자대학으로 근대화와 여성 인권의 모태였던 이화여대가 ‘권학(權學)유착’으로 얼룩졌다고 의심받게 됐다”고 비판했다. 법정에 들어설 때부터 눈언저리가 붉었던 최 전 총장은 선고 내내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이날 재판에서 정 씨가 이화여대 학사비리에 개입한 사실이 일부 인정됐다. 정 씨가 인터넷 강의 허위 수강 등 학사비리에 직접 가담하지는 않았지만 어머니 최 씨와 최 전 총장, 하정희 순천향대 조교수 등과 공모가 있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정 씨가 이화여대 부정입학에 가담했는지는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최 씨는 이 사건을 포함해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과 함께 공범으로 기소된 △ 삼성 뇌물 사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출연금 강제 모금 사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강요 사건 등 모두 4가지 사건 공판에서 선고받는 형을 합해 치러야 한다. 김민 kimmin@donga.com·허동준 기자}

    • 2017-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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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구조사 무단 사용’ JTBC PD-기자 벌금형

    지상파 방송 3사의 2014년 6·4지방선거 출구조사 결과를 무단 사용한 혐의로 기소된 종합편성채널 JTBC 관계자들에게 1심에서 벌금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최병철)는 23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JTBC PD 김모 씨와 기자 이모 씨에게 각각 벌금 8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JTBC가 사전에 입수한 내용은 이른바 ‘지라시’(사설 정보지)가 아니라 지상파 3개 방송사의 예측조사 결과로 이는 영업비밀”이라며 “이를 사용하려는 고의와 사전 모의가 있었다”고 판시했다. 또 “김 씨 등의 행위는 언론 매체 사이의 공정 경쟁 질서를 무너뜨린 일로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JTBC는 2014년 6월 4일 오후 6시로 예정돼 있던 지상파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28분 앞두고, 지상파 3사가 24억 원을 들여 실시한 출구조사 결과를 입수했다. JTBC는 오후 6시 49초부터 지상파 출구조사 자료를 방영했고, 이 때문에 일부 지역 조사 결과는 JTBC가 KBS, SBS보다 앞서 보도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앞서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15일 지상파 3사가 JTBC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JTBC는 지상파 3사에 각 2억 원씩 총 6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7-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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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정서 휴대전화 쓰다 걸린 최순실

    최순실 씨(61·구속 기소)가 법정에서 변호인의 휴대전화를 몰래 사용한 사실이 들통 나 재판부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과 최 씨 등의 공판에서 검찰은 “최 씨를 호송하는 남부구치소 교도관에 따르면 최 씨가 며칠 전과 오늘 두 차례 변호인이 건네준 휴대전화를 작동하는 걸 발견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휴대전화로는 인터넷 검색 외에 제3자와의 연락도 가능하다. 추가 수사를 하는 검찰로서는 묵과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소송 지휘 차원에서 경고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장은 이에 “법정에서 피고인이 휴대전화를 만지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최 씨와 최 씨 변호인에게 경고했다. 최 씨의 변호인은 “최 씨가 바깥소식을 궁금해하며 휴대전화를 보여 달라고 했다. 주로 딸 관련 기사를 찾아본 것”이라고 해명했다. 최 씨의 딸 정유라 씨(21)에 대한 검찰의 2차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국정 농단 재수사는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최 씨 모녀의 해외 재산 환수에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검찰은 최 씨가 불법행위로 형성한 재산을 독일, 덴마크 등 유럽에 빼돌려 숨겼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 과정에 정 씨가 직·간접적으로 개입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정 씨에 대해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검토하고 있다. 김민 kimmin@donga.com·전주영 기자}

    • 2017-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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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진룡 “큰소리치는 거냐” 유영하 “반말이냐” 설전에… 웃음 터진 박근혜 前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이 재임 중 경질했던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61)이 13일 박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청와대의 인사 전횡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날 법정에서 각각 피고인과 증인으로 마주 선 박 전 대통령과 유 전 장관은 2014년 7월 유 전 장관이 경질된 지 3년 만에 처음 만난 것이다. ○ “노태강은 최상 평가 받은 사람”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10번째 공판에서 유 전 장관은 박 전 대통령이 노태강 전 문체부 체육국장(현 문체부 2차관)을 ‘참 나쁜 사람’으로 낙인찍고 인사 조치한 일의 부당성을 또박또박 증언했다. 유 전 장관은 “실제로 노태강이라는 사람은 문체부에서 상급자 평가는 물론이고 하급자들의 (상향식) 평가에서도 최상의 성적을 받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사뿐 아니라 부하직원도 좋아하고, 능력에 대해서도 동료들이 인정하기 때문에 그를 쫓아내기 위해 ‘문제가 많다’고 얘기한 것은 말도 안 되는 변명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피고인석에 앉아 유 전 장관을 지켜보던 박 전 대통령은 ‘나쁜 사람’ 발언 이야기에 표정이 굳어지며 한숨을 내쉬었다. 증언이 이어지는 동안 박 전 대통령은 간간이 허탈한 표정으로 헛웃음을 지었다. 유 전 장관은 “2013년 8월 박 전 대통령에게 ‘나쁜 사람’으로 찍힌 노 전 국장이 울면서 ‘나를 징계하지 않으면 부처가 큰일 난다. 제발 나를 징계해 달라’고 호소했다”고 말했다. 노 전 국장은 2013년 10월 국립중앙박물관 교육문화교류단장으로 전보됐고, 2016년 6월 공직을 떠났다. 유 전 장관은 “노 전 국장의 품성, 부정부패 이런 걸 다시 얘기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는 걸 다시 말씀드리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유영하의 유진룡 공격에 웃은 朴 반대신문에 나선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55)는 유 전 장관과 언성을 높이며 설전을 벌였다. 유 변호사는 유 전 장관에게 대한승마협회 비리 조사 문제를 언급하며 “거듭되는 (승마협회 비리) 보고 지시를 받았다고 했는데 누구한테 언제 몇 차례 받았느냐”고 물었다. 유 전 장관은 “변호사가 방금 읽은 문장에 다 나온다”고 답했다. 유 변호사가 다시 “어디에 나오죠? 제가 다 읽어 드릴게요. 통째로”라고 말하자 유 전 장관은 “그것(질의서)을 한 번 줘봐라”라며 손을 내밀었다. 이에 유 변호사는 “뭘 주느냐. 주기는. 듣고 얘기하시면 되잖아요!”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유 전 장관이 “저한테 큰소리치는 거냐”고 대꾸했고 유 변호사는 “반말하시는 겁니까? 반말하지 마시라고요”라고 맞받아쳤다. 두 사람의 설전을 지켜보던 박 전 대통령은 유 변호사가 유 전 장관에게 소리치는 모습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숙이고 표정 관리를 했다. 유 전 장관과 유 변호사의 말다툼이 길어지자 재판부가 말렸다. 김 부장판사는 “(유 변호사는) 변호인이기 이전에 법조인이다. 변호인은 너무 흥분하지 마시고 증인도 감정 개입되지 않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유 전 장관에게 질문을 하지는 않았다. 김 부장판사가 “피고인이 증인에게 직접 물어볼 내용이 있습니까”라고 하자 박 전 대통령은 “없습니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 崔 “안민석 의원 증인 부르는 게 소망” 이날 재판에 나온 최순실 씨(61·구속 기소)는 유 전 장관에게 직접 여러 가지를 물었다. 최 씨는 노 전 국장 인사 조치의 발단이 됐던 상주 승마대회의 판정 시비 문제를 언급하며 “나는 판정 시비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딸 정유라 씨(21)가 불공정한 판정 때문에 우승을 못 했다며 청와대를 통해 문체부에 압력을 넣어 승마협회 파벌 문제를 조사하게 했다는 의혹을 부인한 것이다. 최 씨는 유 전 장관에게 “체육은 여러 가지 분야에서 문제가 많고 좌우파 사이에 굉장히 심한 분란도 있었다. 그때도 승마협회에서도 문제가 있었던 걸로 아는데 그 문제점에 대해서는 알고 계셨느냐”고 물었다. “체육에 대해 얘기하면서 좌우파 얘기하기는 무리인 것 같다”는 유 전 장관의 답변에 최 씨는 “이 파, 저 파를 좌우파라고 말한 것”이라고 받아쳤다. 유 전 장관은 “‘이 파’만 조사하라고 요구받았는데 우리는 ‘저 파’도 조사를 해서 문제가 된 것”이라고 응수했다. 최 씨는 “(정 씨의 승마 특혜 의혹을 제기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재판에 증인으로 부르는 것이 제 소망”이라고 말했다.권오혁 hyuk@donga.com·김민 기자}

    • 2017-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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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전국법관회의, 판사노조 변질 우려”

    전국 법원에 근무하는 판사 100명이 19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 모여 ‘전국법관대표자회의’(이하 법관회의)를 연다. 이들은 법관회의 상설화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판사 노조’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법원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13일 법관회의 측과 법원에 따르면 19일 회의는 법원행정처가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학술행사를 축소하려고 외압을 행사한 사실이 드러난 데 따른 후속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다. 2009년 신영철 전 대법관이 서울중앙지법원장으로 근무하면서 촛불집회 재판에 개입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이후 8년 만에 열리는 법관회의다. 이번 회의에서는 △법관회의 상설화 △국제인권법연구회 외압 의혹 재조사 △사법행정권 제도 개선 △최근 사태에 대한 책임 문제가 논의된다.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법관회의 상설화다. 각급 법원별로 운영해온 판사회의를 전국 단위로 확대하고 이를 상설 기구로 만들자는 내용이다. 현행 법원조직법이나 대법원 규칙에는 관련 규정이 없다. 법관회의 측은 “법관회의를 상설화해 판사들이 집단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문제가 없다. 상설화는 법원조직법을 고치면 가능하다”는 자세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법관회의 상설화 논의가 사법부 적폐 청산에 큰 기여를 하길 바란다”며 법관회의 측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했다. 정의당은 앞서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이용구 전 부장판사(53·사법연수원 23기) 등과 함께 사법부 개혁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법원 내부에서는 “법관회의 상설화로 법관회의가 자칫 ‘판사 노조’로 변질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법관회의가 법관 인사나 처우 문제 등을 놓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사실상 노조와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법관회의 상설화가 사법부 독립에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의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법관들이 모여서 논의한다고 해서 그 결과에 민주적 정당성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법관회의 상설화는 중장기적으로 견제받지 않는 사법 권력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법관회의 참석자 중에는 ‘튀는 판결’ 등으로 주목받았던 법관이 여럿 포함됐다. 법관회의 회의지원단장 김영식 광주지법 부장판사(50·사법연수원 30기)는 지난해 10월 항소심 재판장 가운데 처음으로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회의 내용을 외부에 알리는 공보관 역할은 진보성향 법관 모임 우리법연구회 출신 송승용 수원지법 부장판사(43·29기)가 맡았다. 3월 열린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대회의 토론자였던 김영훈 서울고법 판사(43·30기)와 강기갑 전 민주노동당 의원의 이른바 ‘국회 공중부양’ 사건에서 폭력 혐의로 기소됐던 강 전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한 이동연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53·26기)는 소속 법원 대표로 법관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배석준 eulius@donga.com·권오혁·김민 기자}

    • 2017-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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