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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라 모른다고요? 자식 둔 부모 마음이야 다 똑같죠.” 요즘 경기 안산시 단원구 원곡시장은 침울한 분위기다. 16일 전남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로 실종된 단원고 학생 가운데 다문화가정 자녀가 3명이 포함돼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안산은 외국인 노동자 밀집 거주지역으로 한국어 간판보다 중국어나 영어 간판이 더 많은 ‘다문화 특구’다. 인구 76만 명 가운데 등록 외국인은 지난달 말 현재 6만5046명. 여기에 불법 체류자 3만∼5만 명(추정)을 포함하면 안산시 전체 인구의 10% 정도가 외국인으로, 전국에서 외국인 거주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21일 원곡시장 입구에는 안산이주민센터가 설치한 ‘진도 여객선 침몰 희생자를 애도한다’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거리에서 만난 외국인들은 서툰 한국말로 “슬퍼요” “(피해를 당한) 학생들이 불쌍해요”라고 말했다. 시장 상인들은 요즘 음악 소리조차 낮출 정도로 신경을 쓰고 있다. 이번 여객선 사고로 실종된 단원고 2학년 가운데 다문화가정 학생은 러시아인 어머니를 둔 S 군과 일본인 어머니를 둔 K 양, 중국 동포 부모를 둔 B 양 등 3명. 이들을 잘 알고 지내던 안산이주민센터 관계자들은 “너무 예쁘고 착한 아이들이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제발 살아 돌아오기만을 기도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다문화가정도 이번 사고에 아파했다. 식당 종업원으로 10년째 일하고 있다는 조선족 A 씨(43·여)는 “돈을 벌기 위해 아이들을 중국에 두고 왔다. 자식만 바라보며 타향에서 생활하는 이들이 여객선 침몰 사고가 터져 자녀를 잃었다면 그 충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아이 부모는 뭘 생각하며 살겠느냐”며 눈물을 글썽였다. 우즈베키스탄 출신 노동자 위바둘라 씨(36)는 “뉴스에서 침몰 사고 속보를 접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어린 학생들이 빨리 구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외국인 노동자 중 일부는 안산 추모집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20일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촛불기도회에 참가했던 조선족 C 씨(60)는 “단원고가 바로 옆 동네였는데 그 학생들이 변을 당했다는 게 믿기질 않았다. 우리 아이들도 사고 소식을 접하고 눈물을 흘렸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주민센터는 27일 원곡초등학교에서 제13회 국경 없는 마을배 안산월드컵 경기를 열 예정이었지만 6월로 연기했다. 센터 관계자는 “나라가 우울한 상황에서 체육행사를 열 수는 없었다. 그들을 추모하는 게 우선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안산=김수연 sykim@donga.com·홍정수 기자}
“저희가 도와드릴 게 없을까요?” 세월호 침몰 사고 사흘째인 18일. 경기 안산 단원고는 임시 휴교를 23일까지 연장했지만 1, 3학년 학생들은 평소처럼 학교를 찾았다. 실종 학생들의 가족과 지인, 생존자를 기다리는 수많은 이들을 위해 작은 일이라도 돕기 위해서다. 이날 학생들은 학교 강당에 의자를 놓는 일부터 화장실 청소까지 가리지 않고 봉사활동을 했다. 한 손에 장갑을, 다른 한 손에는 비닐봉지를 든 20여 명은 하루 종일 학교 곳곳을 다니며 쓰레기를 주웠다. 다른 학생들은 학교 정문에서 출입 차량의 주차를 돕거나 대한적십자사 긴급지원본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음식을 나눠주기도 했다. 단원고 1학년 임모 군(16)은 “사고 직후에는 멍한 느낌에 뉴스를 보며 생존자 소식을 기다리는 게 전부였는데 문득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시 휴교를 했지만 평소처럼 등교해 쓰레기를 줍거나 분리수거를 돕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에 진학한 단원고 졸업생도 눈에 띄었다. 이 학교 졸업생 김모 씨(20·여)는 “대학 수업을 마친 후 후배들이 무사히 돌아오길 기도하고 잠깐이라도 일손을 돕기 위해 학교를 찾았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에는 인근 학교에서 수업을 마친 학생들까지 단원고를 방문했다. 이들은 실종자의 가족과 지인이 모인 4층에서 일손을 도왔다. 대한적십자사 봉사자 박모 씨(47·여)는 “사고 이틀째부터 매일 1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찾아온다. 이들의 마음도 무거울 텐데 조금이라도 돕고 싶다는 모습이 대견하다”고 말했다. 이날 학생들의 봉사활동은 오후 10시까지 이어졌다. 학생이나 졸업생들은 모두 “부디 실종자들이 기적처럼 살아 돌아와 주기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안산=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아까워서 어째…. 소중한 내 새끼 이렇게 보내서 어떻게 하나!”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 사흘째인 18일 오후 10시 반 경기 안산 고려대병원 장례식장. 101호 안산 단원고 김모 양의 빈소에선 통곡소리가 복도 끝까지 울려왔다. 유족들은 김 양의 사진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실종자들의 추가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서 빈소에선 깊은 슬픔이 더 커졌다. 이날까지 안산 고려대병원, 한사랑병원 등 6개 장례식장에 학생 16명, 교사 3명의 빈소가 마련됐다. 기적을 바랐지만 결국 차가운 주검으로 돌아온 학생들의 영정 앞에서 유가족도, 친구도 오열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 이 세상 떠난 이 영혼 보소서. 영원한 안식 주시어 잠들게 하소서.” 고려대병원의 장모 군(17) 빈소에선 고인의 넋을 위로하는 성가가 울려 퍼졌다. 고인과 같은 성당을 다녔다는 한 시민은 “어머니 없이 할머니 손에서 자랐는데 구김살 없이 밝은 아이였다. 보육원 봉사활동도 빠지지 않을 정도로 착한 아이였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임모 군(17)의 아버지는 “뉴스를 보고 달려갔더니… 신원을 알 수 없는 남학생 시신이 우리 아이였다. 당장에라도 벌떡 일어나 ‘아빠’라고 부를 것 같다”며 흐느꼈다. 고려대병원에는 이날 황모, 장모 군 등 단원고 학생 2명의 시신이 추가로 안치됐다. 유가족들은 “수학여행 간다며 즐거워하던 모습이 마지막이었다니, 아들아, 아들아”라며 통곡했다. 이들을 바라보던 조문객과 친구를 떠나보낸 단원고 학생들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안산 제일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남윤철 교사의 빈소에는 “조의금은 정중히 사양한다”는 문구가 붙어있었다. 교사의 본분을 다하다가 희생된 아들의 뜻을 받들겠다는 부모의 결정 때문이다. 빈소 앞에서 여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선생님”을 외치며 눈물을 흘렸다. 외부 인사들의 행렬도 이어졌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이날 안산시 소재 6개 장례식장을 모두 방문해 유족들을 위로했다. 이 밖에도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과 종교계, 시민단체 관계자들도 조문했다. 이번 사고로 충격을 받은 유족은 강한 불만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 사고학생 유족은 “아이가 바다에서 고통을 받으며 숨이 끊어질 때까지 이 나라와 언론이 한 게 무엇이냐. 이제는 아무도 못 믿겠다”며 울분을 토했다. 한편 여객선에서 구조된 단원고 강모 교감이 실종된 학생들에 대한 자책감에 못 이겨 이날 자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빈소는 충격에 휩싸였다. 유족과 학생들은 “믿을 수 없다. 왜 이런 비극이 계속되는 거냐”며 괴로워했다.안산=김수연 sykim@donga.com·홍정수 기자}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들의 생존을 소망하는 목소리가 사이버 공간에서도 높아지고 있다. 사고 사흘째인 18일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실종자들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메시지를 담은 사진이 수십 장씩 올라왔다. 경기 안산 단원고 3학년 김민혁 군(18)은 여객선 침몰사고 직후부터 학교 4층 강당에서 SNS에 시시각각 새로운 소식을 올리고 있다. 그의 휴대전화에는 250여 장의 사진이 저장돼 있다. 전국 초중고교 학생들이 학교 교실 칠판이나 노트에 ‘단원고에 희망을’ ‘기적을 믿습니다’ ‘우린 아무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꼭 돌아와’라는 내용의 글을 사진으로 찍어 올린 것이다. 실종자들이 돌아오기를 바라는 그림이나 조각품도 있었다. 김 군은 “인천 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학생들이 기적이란 꽃말을 가진 파란 장미를 찍어 보내거나 운동장에 ‘기적’이란 대형 글씨를 적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실종자를 응원하고 있다. 한 태국인은 직접 그린 태극기 그림과 ‘한국을 위해 기도한다(Pray for SouthKorea)’라는 메시지를 적어 보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안산=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일곱 살 진규(가명)가 보는 앞에서 아버지는 다섯 살 여동생의 목에 줄을 감고 이 방 저 방으로 끌고 다녔다. 아버지는 동생을 이미 몇 차례 벽에 집어 던지고도 분이 풀리지 않은 듯했다. 동생은 눈을 껌벅이며 숨을 헐떡였다. 진규는 아버지에게 맞을 때 ‘이러다 죽겠다’고 느끼곤 했는데 눈앞에서 동생이 죽어가고 있었다. 아버지는 이날도 주먹질에 앞서 이렇게 중얼거렸다. “애새끼들은 맞아야 정신 차려.” 여동생이 숨진 지 7년. 올해 열네 살이 된 진규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법원은 학대로 자녀를 숨지게 한 부모를 살인자로 보지 않지만 진규가 겪는 후유증은 ‘아동 학대가 살인보다 잔인하다’는 걸 보여준다. 그는 자신이 그토록 혐오했던 ‘폭력’의 노예가 돼 있었다. 》2007년 진규(가명·당시 7세)의 아버지는 다섯 살배기 딸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아버지가 수감된 뒤에도 진규네 집은 계속 전쟁터였다. 진규가 다른 여동생들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엄마는 “아빠한테 못된 것만 배웠다”며 진규를 미워했다. 남편에게 맞고 살던 엄마는 딸들을 지키려 아들을 때렸다. 3년 뒤 아동보호전문기관 직원은 학대신고를 받고 진규네 집을 찾았다가 혼란에 빠졌다. 진규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와 우울증세를 가진 피해자인 동시에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가해자였다. 페트병에 자기 소변을 받아 동네 아이들에게 강제로 먹이기도 있다. 아버지가 진규 남매에게 했던 단골 수법이었다. ‘폭력의 DNA’가 진규에게 옮겨간 듯했다. 진규는 1년간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고 2년간 위탁가정에서 지냈다. 그 사이 중학생이 된 진규는 올해 2월에야 가족들이 있는 집으로 돌아갔다. 두 달쯤 지난 이달 초 진규는 그 집에 홀로 남겨졌다. 엄마가 여동생들을 데리고 집을 나갔기 때문이었다. 그날 진규 엄마는 아동보호기관에 전화를 걸었다. “진규한테 예전 남편의 모습이 보여요. 무서워서 도저히 안 되겠어요.” 전날 진규가 엄마와 말다툼을 하다 부엌칼을 휘두르며 위협했다는 것이다. 아버지에게 학대를 당한 데 이어 엄마한테마저 버림받은 진규는 어떤 어른으로 성장할까. 아버지가 뿌린 불행의 씨앗은 진규와 가족들을 파탄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 생존본능이 공격성으로 표출 동아일보 탐사보도팀은 아동학대 피해 후 구조된 청소년 10명과 유년시절 부모에게 학대당했던 30, 40대 성인 10명이 겪은 후유증을 취재했다. 이들은 폭력에서 벗어난 지 짧게는 1년, 길게는 20년이 됐지만 여전히 트라우마(정신적 외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학대에서 갓 탈출한 아이들은 물건을 훔치거나 거짓말을 하는 증상을 보였다. 장기간 심리적 물질적 결핍 상태에 있다가 쉼터 등 안정적인 환경에 놓이자 “이럴 때 최대한 챙겨놓아야 한다”는 생존 본능이 도벽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학대를 피하려 가출해 노숙생활을 하다 보니 도둑질이 몸에 밴 사례도 있다. 거짓말 역시 살려는 몸부림이다. 보통 학대 부모들은 폭력의 원인을 아동에게 뒤집어씌우거나 ‘약속을 안 지켰다’고 몰아세우며 폭력의 명분을 쌓는다. 학대받는 아동들은 솔직히 말했다가 무참히 구타당했던 적이 많아 상대가 원하는 대로 사실을 가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는다는 것이다. 공격성도 자주 나타난다. 부모와 신뢰관계 형성이 안돼 상대를 잘 믿지 못하는 데다 더는 억압받지 않겠다는 절박함의 표출이다. 학교폭력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부모에게서 타인을 괴롭히거나 제압하는 요령을 무의식적으로 체득한 결과다. 피해 청소년들의 이런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섣불리 ‘문제아’로 낙인찍게 되고, 주변의 따가운 시선은 이들의 후유증을 더 악화시킨다.○ “엄마 계모 맞지?” 아동학대 피해 후 충분한 관심과 치료를 받지 못한 성인들은 수십 년이 지난 뒤에도 후유증에 시달린다. 지금은 부모가 된 이 피해자들은 몸에 새겨진 학대의 관성이 자녀를 향할 때 극심한 자책감을 느낀다. 친부와 계모에게 골프채로 구타당하고 변기에 처박히는 ‘물고문’을 자주 당했던 A 씨(35·여)는 8세와 3세인 아이들에게 종종 손찌검을 한다. 큰아들은 “엄마는 신데렐라에 나오는 계모 같아. 엄마 계모 맞지”라고 농담하듯 말한다. 이 아이 역시 세 살짜리 동생을 자주 때린다. A 씨는 “나한테서 아빠의 모습을, 내 아이에게서 내 모습을 볼 때면 내 몸의 피를 모두 빼버리고 싶다”고 했다. 친부가 옆집에서 개 잡을 때 쓰는 몽둥이를 빌려와 마구 때리곤 했다는 B 씨(39). 그는 요즘도 개 짖는 소리만 들어도 온몸이 저려오고, 뒤에서 누군가가 몽둥이로 때리는 악몽을 자주 꾼다. 계모는 그가 초등학생 때 냉장고를 자물쇠로 채워 놓고 밥을 굶겼다. 그 때 생긴 식탐이 지금껏 이어져 비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B 씨는 평소엔 조용한 성격이지만 무시당했다고 느끼거나 직장 상사가 일방적 의견을 강요할 때 자기도 모르게 상대의 멱살부터 잡았다. 이 같은 분노조절 장애 탓에 다니던 공기업에서 해고됐고 여러 직장을 전전하다 지금은 막노동을 하고 있다. 학대 피해 과정에서 형제간 신뢰가 깨져 성장한 후에도 사이가 회복되지 않는 사례도 있다. 유년시절 두 살 터울 누나와 함께 8년가량 부모에게 학대당했던 한모 씨(40)는 “매 맞는 게 너무 고통스러워 내가 안 맞고 누나가 맞을 때엔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했다. 고교 졸업 후 집을 나온 한 씨는 그 후 누나와 거의 연락을 하지 않는다. 한 씨는 “서로가 곤경에 처했을 때 방관했다는 원망이 남아 있어서 그런지 세월이 지나도 관계가 회복될 기미가 안 보인다”고 말했다.신광영 neo@donga.com·배준우 기자}

서울 동대문구 왕산로 H빌딩 2층 건강식품 매장. 지난달 25일 이곳에서 농협 홍삼 브랜드 ‘한삼인’ 제품을 팔고 있는 점포는 3곳이었다. 이들은 각각 ‘농협홍삼’ ‘한삼인홍삼’ ‘농협한삼인’ 등의 간판을 단 채 불과 2m 간격을 두고 영업 중이었지만 이 중 농협홍삼 본사와 정식으로 가맹 계약을 맺은 곳은 김모 씨(51)의 ‘농협한삼인’ 점포뿐이었다. 김 씨는 “본사가 ‘반경 1km 영업권을 보장한다’는 약속을 어기고 주변 소매점들에도 한삼인 제품을 납품하기 시작하면서 장사가 되지 않는다”며 울상을 지었다.○ 가맹점 사방에 ‘한삼인’ 간판 지난해 5월 남양유업의 대리점 밀어내기 횡포 사태로 ‘갑을’ 논란이 불거진 지 1년이 돼가지만 본사와 가맹점 사이에는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는 가맹 계약 위반 신고가 554건 접수됐다. 여기에 김 씨를 비롯한 일부 농협홍삼 가맹점주들이 본사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면서 ‘갑의 횡포’냐 ‘을의 생떼’냐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한삼인 제기동점을 두고 다툼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7월. 농협홍삼은 기존 가맹점주 김 씨에게 가맹권을 넘겨달라고 제안했다. 이 일대 일반 홍삼 소매점들과 납품 계약을 맺어 시장을 확장하려면 기존에 김 씨와 맺은 “가맹점 반경 1km에는 다른 점포를 내주지 않는다”는 ‘불문 계약’을 해결해야 했다. 양측의 협의가 순조롭게 진행되자 농협홍삼 측은 가맹권이 곧 양도될 것이라 확신하고 8월 김 씨의 점포 주변 소매점에 한삼인 제품을 1년 6개월간 납품하기로 계약을 완료했다. 하지만 양도 계약이 같은 해 9월 금액 등 조건 차이로 결렬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김 씨가 영업을 재개했지만 이미 농협홍삼과 도소매 계약을 맺은 인근의 일반 소매점들도 한삼인 제품을 진열하고 영업에 나섰다. 김 씨는 “농협홍삼 측이 가맹 계약을 위반해 2012년 7975만 원이었던 매출이 지난해 2109만 원(2012년 대비 26.4%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농협 “가맹과 무관한 납품 계약” 다른 농협홍삼 가맹점주들도 본사의 횡포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다. A 씨(51)는 서울지역에 가맹점을 차린 지 4년 만인 지난해 3월 폐업하고 지금은 일용직 노동자로 건설 현장을 돌아다니고 있다. 본사가 재고 처리를 위해 대형 행사장에 제품을 덤핑하는 바람에 가맹점 매출이 떨어졌다는 게 A 씨의 주장이다. 다른 가맹점주 B 씨도 “주문한 적 없는 신제품이 본사로부터 ‘밀어내기’식으로 내려왔고 불과 500m 떨어진 대형마트에도 한삼인 제품이 들어오면서 매출이 떨어졌다”며 폐점을 고려하고 있다. 농협홍삼 측은 “가맹 계약 당시 약속한 ‘영업권 보장’은 기존 가맹점 주변 1km에 다른 직영점이나 가맹점을 열지 않는 것만을 의미하기 때문에 일반 소매점과 단순 납품 계약을 맺는 것은 기존 계약 위반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농협홍삼 관계자는 “김 씨는 기존에도 인터넷에서 한삼인 제품을 무단 판매하는 등 불량 영업을 했고, 가맹권 양도 계약이 결렬된 뒤 점포를 성실히 운영하지 않고 있다가 위자료를 받아내기 위해 무리하게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의 취재가 시작되자 지난달 말 김 씨의 제기동점 인근 소매점들은 한삼인 간판을 철거했다.조건희 becom@donga.com·홍정수 기자}
‘애플 아이패드 미니 16G(40만 원), 시슬리 안티에이징 크림(33만 원), SK-II 스템 파워 크림(24만 원)….’ 지난해 8월 31일 일본 나리타에서 인천으로 향하는 항공기에 오른 설모 씨(31)는 고가 가전제품과 화장품을 줄줄이 주문했다. 그는 이들 제품 값 150만 원을 신용카드로 결제했다. 설 씨는 인천공항에 도착해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든 채 사라졌다. 하지만 설 씨는 금융채무 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였고, 항공기에서 결제한 신용카드는 이미 정지된 상태였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경찰 및 금융당국에 따르면 운항 중인 항공기 내에서는 일반 카드 가맹점과 달리 실시간 결제 승인이 이뤄지는 단말기 회선을 사용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항공사는 승객의 카드 전표를 착륙 후 카드사에 보내는 ‘무승인 결제’ 방식으로 면세품을 판매한다. 문제는 카드가 정지되거나 이용 한도를 초과한 상태여도 매출 전표가 처리되는 3∼5일 후에야 알 수 있다는 것. 설 씨처럼 카드대금을 낼 수 없는 금융채무 불이행자에게 이미 물품이 팔린 뒤라면 손해는 카드사가 떠안아야 한다. 조모 씨(37)는 지난해 8∼10월 설 씨 등 금융채무 불이행자들을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한 뒤 기내 면세품 1억8000만 원어치를 구입하게 한 뒤 남대문 수입상가에 되팔았다. 7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및 사기 혐의로 조 씨를 구속하고 설 씨 등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기 수법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03년경. 항공사와 카드사는 이런 맹점을 악용한 범죄를 막기 위해 금융채무 불이행자 명의의 신용카드 리스트를 기내 결제 시스템에 사전 입력하도록 하고 있다. 카드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결제 시스템을 장착하는 데에는 항공기 1대당 수억 원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량 고객 리스트가 카드사와 항공사 사이에 실시간으로 공유되지 않는 데다 항공사가 ‘승객 불편’을 핑계로 확인을 소홀히 해 효과가 작다. 실제로 설 씨는 41일 동안 21차례나 일본을 왕복하며 정지된 신용카드로 면세품 5400만 원어치를 결제했지만 단 한 번도 적발되지 않았다. 또 불량 카드 사용의 책임을 항공사 대신 카드사들이 전부 떠안는 구조도 문제 해결에 걸림돌이라는 지적도 있다. 조건희 becom@donga.com·홍정수 기자}

“이모, 여기 수육 1인분 추가요!” 4일 오후 3시 서울 은평구 은평로에 자리한 ‘전라북도 원조 욕쟁이 영양탕’ 식당. 70m² 남짓한 가게 안에는 구수한 보신탕 냄새로 가득했다. 점심시간이 지난 때였지만 식당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밝은 표정으로 손님을 맞는 건 ‘욕쟁이 할머니’로 불리는 창업주 이경재 씨(83)의 아들 정홍갑 씨(59). 어머니는 전북 군산시와 서울 종로구에서 40여 년간 가게를 운영하다 아들에게 물려줬고 4년 전 지금의 자리에 문을 열었다. 정 씨의 보신탕집은 명절을 제외한 연중무휴 영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6월 4일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날에는 문을 닫는다. 식당이 선거 투표소로 바뀌기 때문이다. 정 씨는 “주민센터에서 일하는 지인이 ‘기존 투표소 위치에 대한 불만 민원이 많은데 하루만 식당을 쓸 수 있느냐’고 부탁해 승낙했다. 공적인 일인데 당연히 도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특급호텔도 ‘투표소 후보’ 2012년 제18대 대통령선거 당시 응암1동 주민들은 근처 알로이시오 초등학교와 도티 기념병원에서 투표를 했다. 그러나 투표소가 고지대에 있다 보니 노인과 장애인들이 불편을 호소했다. 이에 응암1동 주민센터 측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쉽게 찾을 수 있고 대로변에 있어 접근성도 좋은 정 씨의 식당을 새로운 투표소로 선정했다. 응암1동 주민 황병희 씨(57·여)는 “투표하러 동네 꼭대기까지 오르는 게 너무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가까운 식당이 투표소라니 부담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재 각 읍면동 선거관리위원회는 기존 투표소를 점검하고 새로운 투표소를 확정하는 일로 분주하다. 대개 학교나 관공서가 1순위 장소로 꼽히지만 마땅한 장소가 없으면 정 씨의 식당처럼 개인 소유 공간도 이용할 수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지하 주차장, 예식장 등 이색 장소가 대거 포함돼 있다.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의 한 자동차 틴팅(선팅) 전문업체와 중랑구 묵1동의 한 예식장도 이번 선거 때 투표소로 탈바꿈한다. 서대문구 홍제2동 인왕산 자락의 현대아파트 주민들은 몇 년째 아파트 입구 지하주차장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같은 구 홍은동에서는 적당한 투표소 찾기가 쉽지 않자 특급호텔인 ‘그랜드힐튼호텔’ 측과 협의를 하고 있다. ○ 투표소 선정, 갈수록 ‘첩첩산중’ 투표율을 높여야 하는 선관위 입장에서는 투표소 선정이 가장 중요한 일이지만 섭외는 쉽지 않다. 개인 소유지를 섭외할 때 투표소 준비 기간까지 포함하면 최대 사흘은 영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18대 대선 당시 투표소로 사용된 은평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사무실 짐을 옮기고 정리하는 데 사흘이 넘게 걸렸다. 올해 선거에는 장소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일부 자치구 주민센터는 야외에 임시 투표소를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서울 은평구 갈현1동 주민센터는 18대 대선까지 건물 2, 4층을 투표소로 활용했으나 “불편하다”는 민원이 많아 약 500만 원을 들여 주민센터 앞 주차장에 야외 투표소를 꾸밀 예정이다. 김영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언론팀장은 “소중한 투표권을 반드시 행사할 수 있도록 투표소 선정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며 “불가피하게 투표소가 변경되면 사전에 충분히 안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권오혁 hyuk@donga.com·홍정수 기자}

6일 서울 강남대로 일대가 ‘영화 속 세트장’으로 바뀌었다. 이날 오전 4시 반 강남대로에서 시작된 ‘어벤져스2’ 촬영 현장에는 열혈 팬들이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있었다. 젊은이는 물론이고 외국인, 가족 단위 구경꾼들이 영화 촬영 현장을 지켜봤다. ‘어벤져스’의 팬이라는 최동훈 군(14·학생)은 “흥분된 탓에 잠을 설쳤다. 꼭 주인공을 만나 사인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강남대로가 내려다보이는 커피전문점의 창가 쪽 좌석은 어벤져스의 팬들이 모두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이 일대 커피전문점들은 ‘어벤져스 특수’에 대비해 오전 4시부터 문을 열었다. 인근 건물 3층에서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정영호 씨(44)는 “원래 일요일은 휴무인데 오늘은 ‘어벤져스’ 촬영 때문에 손님이 몰릴 것으로 생각해 일부러 나왔다. 평소보다 매출이 2배 이상 많다”고 밝혔다. 강남대로변 아이스크림 전문점을 운영하는 정정은 씨(34)도 “새벽이라 손님이 있을까 반신반의했는데 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이 많다. 어벤져스가 우리 상인들에게 효자가 됐다”며 즐거워했다. 날이 밝으면서 강남대로에서는 추격전 촬영을 위한 리허설이 시작됐다. 음식점이 몰려 있는 인근 골목에서는 오토바이가 등장하는 장면이 촬영됐다. 시민들은 사진을 찍기 위해 연신 휴대전화를 꺼내들었다. 여섯 살 아들과 함께 구경 나온 김동현 씨(37·서울 서초구)는 “강남은 마포대교보다 촬영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 더 좋다”고 말했다. 영화제작사 측은 시민들과 마찰이 일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사진을 찍는 시민을 제지할 때도 “영화에 시민들이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는 모습이 나오면 재촬영을 해야 한다”며 양해를 구했다. 영화 관계자 무전기로는 ‘시민들과 마찰을 일으키지 말라’는 주의사항이 계속 흘러나왔다. 일부 외국인 스태프는 함께 사진을 찍자는 시민들의 요청에 흔쾌히 응하기도 했다. 이날 촬영 현장은 도심 속 축제 같은 분위기였다. ‘어벤져스’에 출연하는 주연급 배우가 대부분 불참한 데다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장면이 계속됐음에도 시민들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서울에서 촬영된다는 게 흥미롭다는 표정이었다. 일부 시민은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 등 영화 속 캐릭터 의상을 입고 나와 주위의 시선을 받기도 했다. 이날 촬영은 오후 2시 40분경 마무리됐다. 강남대로를 지나는 일부 버스가 우회 운행되는 등 통제됐지만 교통대란이나 혼란은 없었다.이건혁 gun@donga.com·홍정수·박성진 기자}

3일 서울 지하철 4호선 열차가 탈선 사고를 일으켜 5시간 넘게 운행이 지연되면서 출근시간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최근 일주일 사이에 서울 지하철 사고가 5번이나 발생해 ‘시민의 발’인 지하철을 이용하는 이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코레일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12분 시흥차량기지로 이동하던 9001열차가 숙대입구역에서 삼각지역 사이 구간에서 선로를 이탈했다. 이 열차는 코레일 소속으로 2일 오후 10시 50분경 바퀴의 베어링 마모에 따른 발열현상이 일어나 임시로 열차를 세우는 한성대입구역으로 옮겨졌다. 이어 3일 수리를 하기 위해 한성대입구역에서 시흥차량기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탈선했다. 탈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이 사고로 오전 10시 23분까지 서울역∼사당역 구간 하행선 열차 운행이 중단됐고 상행선도 20분 간격으로 지연 운행됐다. 이날 오전 7시 반경 본보 취재팀이 찾은 지하철 4호선 서울역은 우왕좌왕하는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4호선 열차를 타고 서울역까지 온 하행선 열차 승객들은 이곳에서 모두 내려 1호선으로 갈아타거나 버스를 이용해야 했다. 일부 시민은 스마트폰으로 다른 교통편을 서둘러 알아보거나 역무원에게 항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승강장에서는 열차 운행 중단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계속 반복됐다. 그러나 다른 지하철역에서는 이에 대한 안내 조치가 미흡해 지하철을 탄 다음에야 운행 중단 사실을 안 승객도 적지 않았다. 직장인 이용찬 씨(39)는 “8시까지 출근해야 하는데 갑자기 ‘사고가 났다’며 내리라고 해서 황당했다. 버스를 타라는데 어디서 타야 할지 몰라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대학생 신윤정 씨(20·여)도 “열차 안에서(운행 중단) 안내방송을 듣고 다들 당황하고 불쾌해했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 씨(31·여)는 “이래서야 지하철을 탈 수 있겠나. 차라리 조금 돌아가더라도 버스를 이용하는 게 낫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최근 일주일간 발생한 지하철 사고 5번 가운데 4번이 코레일 소속 열차여서 코레일 측의 차량과 시설 관리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코레일 관계자는 “현재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서 이번 탈선 사고의 정확한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며 “잇따른 사고의 책임을 통감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지하철 사고를 막으려면 코레일 등 지하철 운영기관들의 관리시스템을 종합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진석 한국교통연구원 철도정책산업연구실장은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철도 관리에 대한 체계적인 매뉴얼이 거의 없어 경험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며 “도시지하철, 광역전철 등 운영 특성에 맞는 세부적인 관리 매뉴얼을 만들어 철저한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주애진 jaj@donga.com·홍정수 기자}

‘아이언맨’ ‘토르’ 등 인기가 많은 캐릭터들이 출연하는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어벤져스2)’의 서울 촬영이 30일부터 시작된다. ‘어벤져스2’는 마포대교를 시작으로 다음 달 14일까지 약 보름간 세빛둥둥섬과 강남대로 등의 교통을 통제하고 촬영할 예정이다. 서울시내에서 영상물 촬영 때 이처럼 장시간 교통을 통제한 건 전례가 없다. 서울시와 서울지방경찰청 등의 대대적인 지원과 인기가 높은 배우들의 방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인터넷에선 ‘어벤져스’ 전작의 장면을 서울시내 배경과 합성한 패러디물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사진이나 영상물 촬영은 삼가야 한다. 배급사인 월트디즈니코리아는 28일 보도자료를 내고 “촬영 현장이 언론에 유출될 경우 영화에선 촬영분이 편집될 가능성이 높다”며 “영화 내용을 노출시킬 수 있는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에 주의해 달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서울 강남역 인근 한 도넛 가게 점장 김수경 씨(35)는 “다음 달 4일 강남대로 촬영 때 전면이 통유리로 돼 있는 가게의 특징이 장점이 될 것”이라며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며 영화 촬영을 구경하면 장사도 잘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간단한 음식을 파는 가게들도 ‘영화 촬영 특수(特需)’를 예상했다. 다음 달 사흘간 영화 촬영이 예정된 마포구 상암동 DMC 월드컵북로 인근 샌드위치 가게 직원 이현희 씨(22·여)도 “스태프와 손님들이 와 샌드위치가 잘 팔릴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강남대로는 접근성이 좋아 촬영 때 시민들이 많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 경찰은 일요일인 6일 오전 강남대로 차도를 통제하고 인도도 촬영 상황에 따라 통제할 방침이다. 촬영을 잠시 쉴 땐 인도를 개방하고 촬영이 시작되거나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면 통제한다는 것이다. 구경하려는 시민들은 카페나 음식점 등을 ‘구경 포인트’로 삼았다. “월드컵 경기 기다리듯 서울 촬영을 기다려 왔다”는 대학생 김지형 씨(26)도 “6일 새벽부터 강남역 근처 24시간 카페에서 잘 보이는 자리를 맡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교통 통제로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고 일부 상인에겐 생업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강남대로변 편의점 주인 김현희 씨(54)는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넘어가는 새벽은 술집에서 나온 사람들이 오는 피크타임인데, 대로를 통제하면 손님도 줄어들 것”이라고 걱정했다. 다른 곳과 달리 주말이 아닌 평일에 도로가 통제되는 상암동 주민들은 출퇴근과 등교 걱정이 앞섰다. 버스로 출퇴근하는 차호철 씨(62)는 “여긴 지하철이 없어 사람들이 버스만 타는데 출퇴근 시간을 피해서 통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서울시는 영화 촬영지 관련 72개 버스 노선에 임시 버스 노선과 임시 버스정류장을 만들어 활용할 계획이다.박성진 psjin@donga.com·홍정수 기자}
탈북자 출신 사업가로 유명한 H무역 대표 한모 씨(49)가 귀환 국군포로와 탈북자들의 투자금 120억 원가량을 빼돌려 중국으로 달아난 혐의로 27일 피소됐다. 한 씨는 국군포로 대다수가 정부로부터 보상금 3억∼6억 원을 연금이 아닌 일시금 형식으로 받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는 점을 파악하고 처음부터 이를 노린 정황도 포착됐다. 27일 유영복 귀환국군용사회장(84) 등 국군포로 10명은 투자금 20억 원을 챙겨 달아난 혐의(사기)로 한 씨 등 H무역 관계자 7명을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했다. 이들 외에도 탈북자 400여 명이 투자금 100억 원을 돌려받지 못했지만 투자액이 밝혀질 경우 정착 지원금이 끊길 것을 우려해 고소장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 회장 등은 경기 파주시의 생활용품 수출업체 H무역에 1억∼4억 원을 빌려주고 매달 원금 1.5%(연 18%)를 수익금으로 받는 조건으로 2010년 한 씨와 계약했다. 하지만 한 씨는 이달 19일 중국 선양(瀋陽) 출장 도중 회삿돈을 챙겨 잠적했다. 유 회장 등에 따르면 한 씨는 서울 노원구 중계동 H무역 본사 사무실 건물에 ‘국군포로 쉼터’를 만들어 숙식을 제공하고 팔순 잔치와 국내 여행을 주선했다. 국군포로 이모 씨(81)는 “한 씨가 마치 친아들처럼 우리를 극진히 대접했고, 투자 수익금도 은행 금리보다 훨씬 나았기 때문에 믿고 투자했다”고 말했다. 국방부가 국군포로들의 H무역 투자 사실을 알고도 사기 피해를 예방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단법인 물망초의 박선영 이사장은 “물정 모르고 거액의 일시 보상금을 탈북 브로커나 친인척에게 뜯기고 외롭게 지내 사기에 취약한 국군포로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정부 탓도 있다”고 말했다.조건희 becom@donga.com·홍정수 기자}
2003년 4월 중국 선양(瀋陽) 총영사관에서 100m가량 떨어진 으슥한 골목. 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 대표(62)가 언뜻 여유로워 보이는 뒷짐 자세로 담장을 향해 서 있었다. 하지만 안색은 창백하고 입은 바싹 마른 상태였다. 선양에서 활개 치는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요원에게 붙들리면 쥐도 새도 모르게 납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1973년 서해안에서 납북됐다가 열흘 전 두만강을 건너 중국 옌지(延吉)에 숨어든 어부 김병도 씨(61)를 한국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국가정보원 요원을 기다리고 있었다. 10분 정도 지났을까. 어디선가 나타난 국정원 요원이 최 대표에게 김 씨의 한국 여권과 여행증명서를 쥐여주고 잽싸게 사라졌다. 탈북한 김 씨가 베이징(北京)의 주중 한국대사관까지 무사히 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물건이었다. 최 대표에 따르면 이 요원은 김 씨가 대사관을 지키는 공안에게 붙잡히지 않도록 손을 써두는 등 김 씨의 귀국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최 대표는 26일 기자와 만나 “그때 만난 요원이 바로 최근 ‘간첩 증거조작’ 의혹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다가 자살을 기도한 국정원 권모 과장(52·대공수사국 전 파트장·4급)이었다”고 회상했다. 권 과장은 27일 현재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의식을 잃은 채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에 누워 있다. 최 대표 등 납북자 가족들은 “증거 조작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납북자 구출에 뛰어난 수완을 발휘했던 권 과장이 생사를 기약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납북됐다가 돌아온 김 씨도 “당시에는 나를 도와준 요원이 누군지 몰랐지만 권 과장이 없었더라면 중국 공안이나 북한 보위부에 체포된 뒤 처형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증거 조작 사건 이후 탈북자 구출을 돕던 중국 내 협조자나 탈북자 은신처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중국통’ 권 과장이 무너진 여파는 북한과의 ‘정보 전쟁’뿐만 아니라 탈북자 구출 활동에도 치명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납북자가족모임 회원들은 26일 서울아산병원을 찾아 기자회견을 열고 권 과장의 회복을 기원했다.조건희 becom@donga.com·홍정수 기자}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시내버스 1대가 심야에 ‘광란의 질주’를 벌여 2명이 사망하고 17명이 크게 다쳤다. 사망한 사고 버스 운전사는 “멈추라”는 승객들의 제지에도 정해진 경로를 벗어난 채 계속 질주해 사고 원인을 두고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이렇게 죽는구나 싶었다” 염모 씨(60)가 모는 저상버스(바닥이 낮고 출입구에 계단이 없는 버스) 3318번(강동공영차고지↔마천동)은 19일 오후 11시 43분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사거리 잠실역 방향 6차로에서 신호대기 중이던 쏘나타 택시를 뒤에서 들이받았다. 그 충격으로 택시 앞에 서 있던 다른 택시 2대도 연쇄 추돌했다. 버스는 사고를 내고도 적색신호를 무시하고 직진해 610여 m를 이동한 뒤 정해진 경로를 벗어나 잠실역사거리에서 송파구청사거리 방향으로 우회전해 질주를 이어갔다. 버스는 6차로 도로 580여 m를 지그재그로 휘젓고 달리며 5차로에 있던 차량 3대를 잇따라 들이받고 다른 차로에 있던 차량 2대도 연쇄 추돌한 뒤 4차로에서 신호대기를 하던 30-1번 시외버스의 오른쪽 뒤편을 들이받고 나서야 질주를 멈췄다. 30-1번 버스가 충격의 여파로 25m가량 밀려났을 만큼 강한 추돌이었다. 3318번 버스는 1차 사고를 낸 뒤 1.19km를 더 달렸으며 목격자들은 추돌 당시 60km 이상의 속도로 주행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고로 3318번 버스 운전사 염 씨와 30-1번 버스 맨 뒷좌석에 타고 있던 이상열 씨(19)가 숨지고 이 씨와 함께 맨 뒤에 타고 있던 대학생 장희선 씨(19·여)가 의식을 잃어 중태에 빠지는 등 17명이 다쳤다. 장 씨 가족은 20일 장 씨의 회생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병원 진단을 받자 뇌사 확정판정이 나면 장 씨의 장기를 기증하기로 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3318번 버스 승객 김모 씨(44)는 2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승객들이 버스 운전사에게 ‘버스를 멈추라’고 계속 소리쳤는데 기사가 ‘어? 어?’라고만 하면서 차를 멈추지 못했다. 이렇게 죽는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30-1번 버스 운전사 김모 씨(42)는 “신호대기하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쿵’ 소리가 나면서 아비규환이 됐다”며 “버스가 온통 피투성이였다”고 말했다.○ “기계 결함?” vs “운전자 신체 이상?” 동아일보 취재팀이 20일 3318번 버스를 확인해보니 오른쪽 앞 타이어가 찢어진 상태였다. 다른 타이어 3개는 멀쩡했다. 운행 중 타이어 한쪽이 펑크 나면 차량이 좌우로 쏠리는데 3318번 버스도 사고 직전 지그재그로 질주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타이어가 1차 사고 전에 찢어졌다면 사고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정확한 펑크 시점을 분석 중이다. 버스 운전사 염 씨가 승객들의 지속적인 요청에도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당황한 점을 두고 브레이크 고장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3318번 버스는 사고 직전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장치가 고장 난 것으로 밝혀져 브레이크 등 다른 기계가 고장 났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고 버스 회사 측은 “해당 버스는 사고 전날인 18일 기능점검을 받았는데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며 “브레이크가 고장 났다면 현장에 스키드 마크(차량이 급정거할 때 도로면에 생기는 검은 자국)가 있을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사고 발생 직후 3318번 버스를 뒤따라오던 다른 버스에 찍힌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3318번 버스가 정해진 경로를 이탈해 돌연 우회전한 잠실역사거리에는 스키드 마크가 선명했다. 하지만 이 스키드 마크가 3318번 버스로 인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스키드 마크가 3318번 버스의 영향인지 확인할 방침이다. 사고 직전 염 씨는 1차 사고 지점에서 300여 m 떨어진 중앙버스전용차로 1차로 정류장에서 승객을 내려준 뒤 돌연 6차로로 이동해 정차했다가 50m가량을 돌진해 앞에 있던 택시를 들이받았다. 주변에서 수차례 “버스를 멈추라”고 고함치며 제지했지만 질주를 계속했다. 이를 두고 염 씨가 갑자기 신체 이상을 일으켰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염 씨는 16일 열린 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 참가해 풀코스를 완주했을 만큼 건강했지만 사고 당일 14시간 동안 운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3318번 버스의 블랙박스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맡겼으며 운전사 염 씨가 갑작스러운 신체 이상을 일으켰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부검을 실시할 예정이다.임현석 ihs@donga.com·홍정수·박성진 기자}

17일 수업을 마친 서울의 모 대학 2학년생 남모 씨(20)가 찾은 곳은 1.6m²에 못 미치는 화장실 칸이다. 편의점에서 산 김밥 한 줄과 음료수가 남 씨의 점심 메뉴였고 뚜껑을 닫은 세라믹 변기가 식탁이었다. 학과 및 동아리 활동을 하지 않아 친구가 적은 남 씨는 신입생이었던 지난해부터 이렇게 화장실에서 점심을 때울 때가 많다. 혼자 밥 먹는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 선택한 습관이지만 간혹 ‘왜 숨어서 식사해야 하나’라며 서러워할 때가 있다. 새 학기를 맞아 활력이 도는 캠퍼스의 한구석에는 점심을 ‘혼밥(혼자 먹는 밥을 뜻하는 은어)’으로 해결하는 모습을 숨기기 위해 화장실이나 빈 강의실 등 눈에 띄지 않는 장소를 찾아 헤매는 이들이 있다. 이런 ‘혼밥족’ 중에는 남 씨처럼 또래 친구들과 한 교실에서 같은 일정으로 생활했던 중고교 시절에 익숙해져 있다가 대학 생활에 미처 적응하지 못한 사람이 많다. 지난 학기 복학생 임모 씨(25)는 “정신을 차려 보니 한 학기가 다 지나가도록 휴대전화에 대학 친구의 전화번호가 10개도 저장돼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인간관계가 점차 개인화되는 한국 사회에서 ‘혼밥족’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식사는 여럿이 해야 한다’는 전통적인 인식과 충돌을 일으킨 탓에 몰래 끼니를 때우는 모습이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진화심리학 관점에서 보면 식재료 보관이 어려워 여럿이 함께 밥을 먹었던 과거 습관이 뿌리 깊게 남아 있어 혼자 식사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취업 준비와 아르바이트 탓에 주변 사람과 관계를 스스로 단절하고 혼자 밥 먹는 모습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자발적 혼밥족’도 많다. 이들은 밥을 혼자 먹으면 △식사 약속을 잡거나 식당을 찾는 데 허비되는 시간을 아낄 수 있고 △원하는 메뉴를 선택할 수 있으며 △불필요한 인간관계를 맺을 필요가 없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는다. 성균관대 재학생 김누리 씨(24·여)는 “‘혼밥’에 익숙해지면 밥을 같이 먹을 사람을 찾는 데 쓸 에너지를 아끼고 수업준비 등 생산적 활동에 집중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대학가에는 이런 ‘혼밥족’을 위한 식당도 부쩍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대학가 ‘혼밥족’의 모습은 자신의 생활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공유하는 ‘인증 놀이’와 결합해 ‘혼밥 인증’이라는 독특한 문화로 재탄생하고 있다. 새 학기가 시작된 이달 초부터 각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화장실과 벤치 등에서 도시락을 먹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올린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혼자 밥 먹는 모습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함으로써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위안을 얻고 더 나아가 ‘밥은 식당에서 여럿이 먹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데서 쾌감을 느끼려는 행위”라고 진단했다.조건희 becom@donga.com·홍정수 기자}

"창업 아이디어는 아주 가까운 데 있어요. 밤에 택시 잡는 게 고역이라면 그게 바로 훌륭한 출발점입니다. '이지택시'도 그렇게 시작했어요." 1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대우관 강당에 선 브라질의 '이지택시' 창업가 탈리스 고메즈(27)는 창업을 고민하는 한국의 대학생들에게 "획기적인 아이디어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라 현재 겪고 있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는 데서 나온다"고 조언했다. 그는 택시를 잡기 위해 1시간 동안 헤맸던 경험을 토대로 2011년 택시와 승객을 1대 1로 연결해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이지택시를 개발해 순식간에 백만장자 대열에 올랐다. 이지택시는 현재 한국을 포함한 26개국 92개 도시에서 500만 승객이 이용 중이다. 고메즈는 대학교 2학년을 중퇴하고 브라질의 대기업 마케팅 부서에서 경험을 쌓은 뒤 창업한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며 "안정적인 기업에서 노하우를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도전할만한 창업 아이디어가 있다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회사를 뛰쳐나가 실패를 경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연세대 경영대학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포럼' 일환으로 진행된 이날 강연은 150여 객석을 가득 메운 채 1시간동안 진행됐고 질의응답도 30분가량 이어졌다. 고메즈는 "내년에 한국을 다시 찾았을 때 여기 있는 학생 중 몇 명은 과감히 창업했길 바란다"며 강연을 마쳤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