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찬

황인찬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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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특파원 황인찬입니다. 한일 관계가 더욱 좋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일본에 왔습니다. 일본의 오늘을 보여드립니다.

hic@donga.com

취재분야

2026-02-27~2026-03-29
일본39%
국제일반18%
미국/북미13%
국제정세8%
칼럼5%
인사일반5%
러시아3%
중국3%
국제교류3%
중동3%
  • [문학예술]누군가의 하루를 이해한다면 세상의 모든 사람을 알게되리

    현대인들이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미래에 대한 불안들이 조금씩 현실로 드러나는 듯하다. 나라의 살림살이는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데, 나의 삶은 윤택함을 잃어간다. 부모들은 노후 준비를 미루고 아이들에게 투자하지만, 아이들은 점점 치열해져 가는 경쟁 속에서 방황하기 일쑤다. 사회 밑바닥 깊이 드리운 불안과 공포, 강박…. 이 작가는 일곱 편의 단편 소설을 통해 다시금 우리를 찾아온 세기말적 징후를 짚어낸다. 표제작 ‘하루’는 너울처럼 울렁이며 차오르는 사회 불안의 한 점을 핀셋으로 딱 집어낸다. 절망 속에서 분별력을 잃고 스스로 파멸해가는 인간들을 현미경의 재물대에 올려놓고 확대한다. ‘사체’는 이렇다. 어느 눈이 많이 내리던 날. 여자가 아기를 차에 두고 급하게 은행 일을 보는 사이, 불법 주차됐던 차는 견인되고, 아이는 싸늘한 주검으로 변한다. 해고 통보를 받은 회사원은 술을 마시고 자신의 집 아파트 뒷산에 올라간 뒤 이튿날 시신으로 발견된다. 우연한 사고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작가는 여자의 남편이 숨진 남자에게 해고통보를 한 직장상사라는 점을 비롯해 인물과 사건들을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하고 순환시킨다. 결국 우연은 없다고 말하는 듯하다. 게다가 사람들은 본인의 불행만을 생각하지만 시야를 넓히면 이런 불행들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며, 더군다나 반복된다. 피와 눈물로 점철된 인류사가 결국 누군가가 보낸 불행한 하루의 집합이라는 시선이 날카롭다. 작가는 단편 ‘얼룩’에서 시간 개념을 잃고 심지어 은행계좌나 전화번호 등 각종 숫자까지 망각해가는 여자의 혼란을 통해 현대인의 강박을 짚어낸다. 단편 ‘어느 맑은 가을 아침 갑자기’에서는 변두리 라이브 클럽의 여가수와 클럽 주인의 자살을 통해 ‘피아노의 검은색, 흰색 건반처럼 미치거나 혹은 죽는’ 절박한 선택에 놓인 사람들 얘기를 그린다. 이 단편들은 하나같이 죽은 자 곁에 있거나 스스로 죽음을 앞둔 사람들을 조명한다. 정상과 비정상, 굴복과 저항, 과학과 소설 등의 개념들을 대립시키며 독자로부터 끝없는 각성과 자성을 요구한다. 작가는 ‘동의 없이 태어나 허락 없이 불시착’한 현대인들의 방황과 절망을 그리지만 ‘누군가의 하루를 이해한다면 그것은 세상 모두를 아는 것’이라며 연대의 손길을 내밀기도 한다. 세상을 한꺼번에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거대한 변화도 결국 ‘하루’에서 시작된다. 나의 하루를 바꾸고, 타인의 하루에 대해 관심을 갖게 만드는 책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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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아픔을 통해 남의 아픔을 들여다보다… 박진성 시인의 첫 산문집 ‘청춘착란’

    발작은 갑자기 찾아왔다. 대학 진학을 앞둔 고교 3학년 때인 1996년 2월 22일 자율학습 시간에 들이닥친 호흡곤란, 마비감, 비현실감. 승합차 뒷좌석에 앉아 병원 가는 길. 마비되어 가는 팔다리, 가슴을 주먹으로 계속 쳐댔다. 아, 사람이 이렇게 죽는구나. 깨어났을 때 의사는 호흡곤란과 어지럼증이 수시로 발작하는 ‘공황장애’란 진단을 내렸다. 이후에도 예측할 수 없이 울려대는 몸속 경보와 갑작스러운 발작으로 땀에 절었다. 고려대 서양사학과에 진학했지만 결국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휴학한 뒤 대전 집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이성복 기형도의 시집 속에서 자신의 병과 같은 불안과 공포의 심연을 읽었다. 병(病)과 시(詩)는 일그러진 거울의 앞뒷면처럼 닮아있었다. ‘미친 듯이’ 시를 썼고 2001년 ‘현대시’를 통해 등단했으며 시집 ‘목숨’과 ‘아라리’를 펴냈다. 박진성 시인(34·사진)이 그다. ‘귓속으로 기차가 들어왔다/기차는 며칠째 철로를 달리고 있다/파도가 칠 때마다 덜컹덜컹 흔들리는 귀,/해안선이 일제히 내 안으로 휘어진다/기차는 귓속을 뚫고 관자놀이 지나/심장까지 온다 바퀴 소리가 온 몸의 혈관을 달군다.’(시 ‘이명’의 일부) 박 시인이 첫 산문집 ‘청춘착란’(열림원)을 펴냈다. 즐거운 여행이나 달콤한 일상을 다룬 산문집과는 거리가 멀다. 시인의 처절한 몸부림의 기록이다. 생과 사, 현실과 비현실을 오갔던 16년 동안의 발악이다. 병 못지않은 고통의 시업(詩業)을 왜 택했을까. 청춘착란엔 이런 글귀가 나온다. “내가 열렬하게 앓음으로써, 그 누구를 구원할 수 있겠다는, 그러니까 ‘당신-대신’ 내가 아프고 싶다는 어떤 구원받은 자의 소명 같은 것 때문이었다. 시는, 여전히, 치유였고, 위로였고, 이상한 종교였다.” 하지만 시는 그에게 ‘구원’만은 아니었다. 문학적 완결성과 진정성이 이번에는 끊임없이 그를 괴롭혔다. 화계사 은행나무 밑에 쪼그려 앉아 몇 년 동안 썼던 시를 모조리 찢어버린 적도 있었다. 하지만 시인은 어렴풋이 깨닫는다. 궁극적으로 병은 ‘내가 아픔’을 통해서 ‘타인의 아픔’을 들여다보는 거대한 구멍이라는 것을. 혹은 그러한 아픔이 온전히 만날 수 있는 날것 그대로의 혼융 상태라는 것을. 박진성의 산문은 술술 읽히지 않는다. 숨이 턱턱 막힐 것 같은 날선 단문들이 바늘처럼 콕콕 찔러댄다. 하지만 그의 첨예한 각성의 정신세계를 따라가다 보면 인간과 문학에 대한 따스함이 기저에 흐르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이렇게 스스로 채찍질한다. “더 지치기 전에, 사랑할 수 있는 심장을 잃기 전에, 나는 자꾸만 더 걸어야 하는 것이다.” 그의 처연하나 결연한 글쓰기에 대해 시인 박형준은 이런 추천글을 보탰다. “이 책은 아픈 한 영혼이 세계의 아픈 영혼들에게 사랑과 연대로 나눠주는 씨앗이다. 우리가 영혼을 다치기 쉬운 날엔 길에서 집에서 이 책을 읽어야 하리.”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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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 회비 꼬박 내는 국제 펜클럽 우수 회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국제 펜(PEN)클럽 회원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길원 펜클럽 한국본부 이사장은 22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78차 국제 펜(PEN)대회 기자간담회에서 “박 후보가 2008년 펜클럽에 가입했으며 연회비 10만 원도 꼬박꼬박 내는 우수 회원”이라고 밝혔다. 박 후보는 1993년 11월 첫 수필집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더라면’을 시작으로 ‘내 마음의 여정’ ‘결국 한 줌, 결국 한 점’ 등을 펴낸 ‘중견 수필가’다. 1994년 한국문인협회에 가입한 것은 알려졌지만 펜클럽에 가입한 사실은 이날 처음 공개됐다. 이 이사장에 따르면 박 후보는 2008년 서면으로 가입신청서를 냈으며 이를 접수한 직원들은 “동명이인 아니냐”고 의심하기도 했다. 박 후보는 펜클럽 가입 후 관련 행사에 참여하지 않고 뒤에서 후원을 해왔다. 펜클럽은 114개국 143개 센터를 둔 국제 문인 단체로 표현의 자유와 작가의 인권을 강조하고 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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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외 출판시장 강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남녀 전문가 6인이 읽어보니…

    《 올 상반기 영미권 출판시장을 강타한 영국 여성 작가 E L 제임스(49·사진)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시공사) 열풍이 국내에서도 불고 있다. 시공사에 따르면 7일 첫 출간 이후 2주 만에 총 16만 부(1∼4권 합계)가 판매됐다. 종이책은 15만 부, 전자책은 1만 부가 나갔으며 구입자의 73%가 여성이었다. ‘엄마들을 위한 포르노’란 책의 수식어를 입증하듯 구입자의 76.4%가 30, 40대였다. 대학 졸업반인 스물한 살 아나스타샤 스틸과 스물일곱 청년 재벌 크리스천 그레이의 도발적, 변태적 사랑을 그린 이 작품은 4월 출간 이후 세계적으로 4000만 부 이상이 팔렸으며 37개국과 판권 계약을 마쳐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러나 문학성은 고사하고 기존 로맨스 소설과 차별성 없이 성적 표현 수위만 높인 ‘로맨틱 포르노’라는 시각도 있다. 남녀 독자 간의 ‘온도차’도 확연하다. 본보는 성을 다룬 작품을 쓰거나 대중문화 풍향에 예민한 전문가 6명에게 1, 2권을 보낸 뒤 평을 들어봤다. 20, 30대 여성 팬층이 두터운 소설가 백영옥, 문화일보에 색(色) 짙은 소설 ‘유혹’을 연재했던 소설가 권지예, 연애 드라마 전문가인 대중문화평론가 신주진(이상 여성), 섹스 소설집 ‘남의 속도 모르면서’에 참가한 소설가 김도언, 남성잡지 ‘GQ’에 솔직, 발칙한 섹스칼럼을 연재했던 이우성 시인,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정동훈 교수(이상 남성)다. 이들의 솔직한 서평을 전한다. 》▼ 완벽한 남자의 강력한 수컷성이 여심 자극 ▼○ 백영옥 소설가 “로맨스 소설 자체를 좋아하는데… 유치하고 좋았다. 하하. 하이틴 로맨스의 SM(사디즘+마조히즘)판. ‘아나’가 ‘그레이’를 보면서 ‘저렇게 잘생기면 법에 걸리지 않나’라고 하는 부분 등에서 빵빵 터진다. 트라우마가 있는 남자가 자기로 인해 구원받는다는 여성들의 판타지를 잘 집어냈다. 돈도 많고 잘생기고 능력 있는 남자가 강력한 수컷성을 스트레이트로 팍팍 보여주는데 무시할 여자가 있겠나. 처녀인 아나가 SM에 빠지는 과정을 보여줘 남성의 판타지를 자극하기도 한다. 영리한 작품.”▼ 여성의 호기심은 철저히 충족시키지만… ▼○ 권지예 소설가 “아나가 ‘그레이 멋져’ ‘끝내줘’ 등 노골적인 찬사만 한다. 읽고 난 뒤 대단하게 떠오르는 게 없다. 몇 번 섹스의 강도를 높인 것밖에는. 일부에서는 ‘성애 소설의 바이블’이라고 하는데 순 ‘뻥’ 같다. 우리나라 여성은 달콤하고 포장된 러브스토리를 좋아하지 이런 하드코어적인 것을 좋아할까 싶다. 다만 기존 ‘섹스 소설’들이 남성 관점이었던 것에 비해 이 책은 철저히 여성을 위한 거다. 여성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재미는 있을 것 같다.”▼ 술술 읽히는 로맨스물… 포르노론 별로 ▼○ 신주진 대중문화평론가 “포르노적인 측면이 있지만 포르노로 치면 ‘재미가 없는 것’이다. 로맨스물의 일종으로 술술 읽히는 통속 소설. 전형적인 신데렐라 얘기고, 왕자가 재벌남으로 변했다. 신데렐라 구조는 지배와 저항의 관계인데 이 소설에서는 SM 관계로 나왔다. 섹스를 알아가는 섹스모험물, 판타지가 가미됐다. 아나가 느끼는 SM에 대한 공포는 스릴러적인 요소가 있어 끊임없는 긴장감을 준다. 하지만 딱히 새롭지는 않고, 대형 베스트셀러가 될 만한 힘은 찾지 못했다.”▼ 외설적이면서도 난삽하지 않고 달콤 ▼○ 김도언 소설가 “작가는 성행위 자체를 매우 디테일하면서도 드라마틱하게 묘사하는 재주가 있다. 외설적이면서도 난삽하지 않고 달콤하게 그려냈다. 이 소설의 특별한 매력이다. 남자들과의 지위 경쟁, 생존 경쟁을 벌이느라 피폐해진 여성들의 무의식을 위로하는 전형적인 판타지 서사다. 아무리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진화해도 신데렐라 콤플렉스는 영원불변인 듯. 알고 보면 알파걸도 기대고 싶고 외로운 거다. 여자들의 셈속을 알고자 하는 남자들이 너도 나도 따라 읽으면서 ‘슈퍼-빅셀러’가 된 게 아니겠나. 체면을 벗어던진 ‘응접실 소설’(19세기 연애소설)의 21세기 버전이라고 해야 하겠다.”▼ 21세기 여성이 이런 상투적인 것에 열광? ▼○ 정동훈 광운대 교수“투표권을 쟁취하고 남녀평등을 위해 싸워왔던 21세기 여성들이 어떻게 이렇게 고전적이고 상투적인 이야기에 사로잡힐 수 있었을까. 화려하고 디테일한 성관계의 묘사보다는 위험한 것을 알면서도 그레이와 사랑에 빠져 버린 아나의 순수한 사랑과 너무나도 완벽한 그레이의 존재 자체가 답일지도 모르겠다. 여성 독자들은 아나의 눈으로 그레이의 숨 막히는 몸을 훑고, 섹스를 나누고, e메일로 대화를 나눈다. 아나는 무감각해지고 반복적인 일상의 독자들에게 생기 있는 활력을 불어넣어 줬고, 새로운 사랑에 눈뜨게 했다.”▼ 사실적인 욕망에 대한 소심한 분출 ▼○ 이우성 시인 겸 섹스칼럼니스트 “‘성적으로 왕성하다’는 표현은 관습적으로 남자에게 쓰인다. 하지만 의심할 바 없이 여자도 성적으로 왕성한 시기 혹은 ‘분위기’가 있다. 남자는 야동을 보거나, 술집에 가서 여자와 술을 마시거나, ‘룸’에 간다. 하지만 여자는… 뭐가 있지? 책은 여성의 무척 사실적인 욕망에 대한 소심한 분출이다. 아주 소심한. 무척 인상적인 건 SM이 등장한다는 건데, 사실 이 부분은 다소 의외. 한국에선 미국 혹은 유럽의 여자들이 보인 만큼의 폭발적 반응은 이끌지 못할 것 같다. 기본적인 명성으로 책은 많이 팔리겠지만 평가는 극과 극으로 갈릴 듯.”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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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로티시즘의 고전 ‘O 이야기’ 청소년 유해물 결정 논란

    예술인가 외설인가. 예술적 자유와 사회적 포용을 둘러싼 끊이지 않는 논쟁이 이번엔 반세기 전 프랑스 에로티시즘 소설에 옮아붙었다.출판문화산업진흥원 내 간행물윤리위원회는 최근 폴린 레아주의 장편소설 ‘O 이야기’(문학세계사)를 청소년유해간행물로 심의 결정했다. 출판물 심의는 출판문화산업진흥법 등에 따라 사후 심의로 진행되고 있다. 위원회는 심의결정문에서 “‘혼음, 가학·피학적이거나 기타 변태적 성행위 등 남녀 혹은 여성 간의 성행위 장면’이나 ‘여성의 특정 부위에 링을 달고 인두를 이용해 남성의 이니셜을 새겨 넣는 장면’ 등을 묘사 수록했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O 이야기’는 1954년 프랑스 여성작가인 레아주(본명 안 데클로스·1907∼1998)가 발표한 에로티시즘 문학의 고전. 특히 마조히즘(성적 학대를 받아 만족감을 느끼는 상태)에 대한 냉철한 분석으로 프랑스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널리 읽혀왔다. 국내에서는 1980, 90년대 해적판으로 떠돌았고 이번에 정식 판권을 구입한 첫 완역본이 나왔다. 문학세계사는 결정에 불복해 이달 말 재심을 청구할 예정이다. 김요일 문학세계사 이사는 “미성년들 얘기도 아니고 성인 여성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성(性)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것이 왜 문제인지 모르겠다. (윤리위가) 획일적인 시각을 강요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청소년유해간행물로 최종 확정되면 책 앞뒷면에 ‘19세 미만 구독 불가’ 문구를 표시하고 비닐로 책을 포장해야 한다. 이 ‘19금 책’들은 별도의 서가에서 판매되기 때문에 출판사로서는 유통에도 차질을 빚게 된다.출판문화산업진흥원 김성만 심의지원부장은 “그쪽 세계(에로티시즘)에서는 고전이라고 하지만 결국 표현의 구체성, 자극성 등을 본다. 전반적인 맥락에서 (성적 표현의) 질과 양을 고려해 결정한 것”고 말했다. 현재 ‘O 이야기’ 외에도 굵직한 에로티시즘 소설들이 줄줄이 심의를 기다리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사디즘(성적 가학 행위에서 만족을 느끼는 상태)의 어원이 된 마르키 드 사드의 ‘소돔의 120일’(동서문화사), SM(사디즘+마조히즘)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최근 화제작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1, 2권’(시공사)이 각각 23일 심의를 앞두고 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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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로티시즘 소설 잇따라 출간, 심의 결과는?

    예술인가 외설인가. 예술적 자유와 사회적 포용을 둘러싼 끊이지 않는 논쟁이 이번엔 반세기 전 프랑스 에로티시즘 소설에 옮겨붙었다. 출판문화산업진흥원 내 간행물윤리위원회는 최근 폴린 레아주의 장편소설 'O 이야기'(문학세계사)를 청소년유해간행물로 심의 결정했다. 출판물 심의는 출판문화산업진흥법 등에 따라 사후 심의로 진행되고 있다. 위원회는 심의결정문을 통해 "'혼음, 가학·피학적이거나 기타 변태적 성행위 등 남녀 혹은 여성간의 성행위 장면'이나 '여성의 특정 부위에 링을 달고 인두를 이용해 남성의 이니셜을 새겨 넣는 장면' 등을 묘사 수록했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O 이야기'는 1954년 프랑스 여성작가인 레아주가 발표한 에로티시즘 문학의 고전. 특히 마조히즘(성적 학대를 받아 만족감을 느끼는 상태)에 대한 냉철한 분석으로 프랑스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널리 읽혀왔다. 국내에서는 1980, 90년대 해적판으로 떠돌았고 이번에 정식 판권을 구입한 첫 완역본이 나왔다. 문학세계사는 결정에 불복해 이달 말 재심을 청구할 예정이다. 김요일 문학세계사 이사는 "미성년들 얘기도 아니고 성인 여성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성(性)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것이 문제인지 모르겠다. (윤리위가) 획일적인 시각을 강요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청소년유해간행물로 최종 확정되면 책 앞뒷면에 '19세 미만 구독 불가' 문구를 표시하고 비닐로 책을 포장해야 한다. 이 '19금 책'들은 별도의 서가에서 판매되기 때문에 출판사로서는 유통에도 차질을 빚게 된다. 출판문화산업진흥원 김성만 심의지원부장은 "그쪽 세계(에로티시즘)에서는 고전이라고 하지만 결국 표현의 구체성, 자극성 등을 본다. 전반적인 맥락에서 (성적 표현의) 질과 양을 고려해 결정한 것"고 말했다. 현재 'O 이야기'외에도 굵직한 에로티시즘 소설들이 줄줄이 심의를 기다리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사디즘(성적 가학 행위에서 만족을 느끼는 상태)의 어원이 된 마르키 드 사드의 '소돔의 120일'(동서문화사), SM(사디즘+마조히즘)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최근 화제작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1, 2권'(시공사)이 각각 23일 심의를 앞두고 있다.황인찬기자 hic@donga.com}

    • 2012-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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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를 위한 포르노? 도대체 무슨 내용이…

    올 상반기 영미권 출판시장을 강타한 영국 여성 작가 E L 제임스(49)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시공사) 열풍이 국내에서도 불고 있다. 시공사에 따르면 7일 첫 출간 이후 2주 만에 총 16만 부(1~4권 합계)가 판매됐다. 종이책은 15만 부, 전자책은 1만 부가 나갔으며 구입자의 73%가 여성이었다. '엄마들을 위한 포르노'란 책의 수식어를 입증하듯 구입자의 76.4%가 30, 40대였다. 대학 졸업반인 스물한 살 아나스타샤 스틸과 스물일 곱 청년 재벌 크리스천 그레이의 도발적, 변태적 사랑을 그린 이 작품은 4월 출간 이후 전 세계적으로 4000만 부 이상이 팔렸으며 37개국과 판권 계약을 마쳐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러나 문학성은 고사하고 기존 로맨스 소설과 차별성 없이 성적 표현 수위만 높인 '로맨틱 포르노'라는 시각도 있다. 남녀 독자간의 '온도차'도 확연하다. 본보는 성을 다룬 작품을 쓰거나 대중문화 풍향에 예민한 전문가 6명에게 1, 2권을 보낸 뒤 평을 들어봤다. 20, 30대 여성 팬 층이 두터운 소설가 백영옥, 문화일보에 색(色) 짙은 소설 '유혹'을 연재했던 소설가 권지예, 연애 드라마 전문가인 대중문화평론가 신주진(이상 여성), 섹스 소설집 '남의 속도 모르면서'에 참가한 소설가 김도언, 남성잡지 'GQ'에 솔직, 발칙한 섹스칼럼을 연재했던 이우성 시인,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정동훈 교수(이상 남성)다. 이들의 솔직한 서평을 전한다. ●백영옥 소설가 "로맨스 소설 자체를 좋아하는데…유치하고 좋았다. 하하. 하이틴 로맨스의 SM(사디즘+마조히즘)판. '아나'가 '그레이'를 보면서 '저렇게 잘 생기면 법에 걸리지 않나'라고 하는 부분은 등에서 빵빵 터진다. 트라우마가 있는 남자가 자기로 인해 구원받는다는 여성들의 판타지를 잘 집어냈다. 돈도 많고 잘생기고 능력 있는 남자가 강력한 수컷성을 스트레이트로 팍팍 보여주는데 무시할 여자가 있겠나. 처녀인 아나가 SM에 빠지는 과정을 보여줘 남성의 판타지를 자극하기도 한다. 영리한 작품." ●권지예 소설가 "아나가 '그레이 멋져' '끝내줘' 등 노골적인 찬사만 한다. 읽고난 뒤 대단하게 떠오르는 게 없다. 몇 번 섹스의 강도를 높인 것밖에는. 일부에서는 '성애 소설의 바이블'이라고 하는데 순 '뻥' 같다. 우리나라 여성들은 달콤하고 포장된 러브스토리를 좋아하지 이런 하드고어적인 것을 좋아할까 싶다. 다만 기존에 '섹스 소설'들이 남성 관점이었던 것에 비해 이 책은 철저히 여성을 위한 거다. 여성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재미는 있을 것 같다."●신주진 대중문화평론가 "포르노적인 측면이 있지만 포르노로 치면 '재미가 없는 것'이다. 로맨스 물의 일종으로 술술 읽히는 통속 소설. 전형적인 신데렐라 얘기고, 왕자가 재벌남으로 변했다. 신데렐라 구조는 지배와 종속의 관계인데 이 소설에서는 SM 관계로 나왔다. 섹스를 알아가는 섹스모험물, 판타지가 가미됐다. 아나가 느끼는 SM에 대한 공포는 스릴러적인 요소가 있어 끊임없는 긴장감을 준다. 하지만 딱히 새롭지는 않고, 대형 베스트셀러가 될 만한 힘은 찾지 못했다." ●김도언 소설가 "작가는 성행위 자체를 매우 디테일하면서도 드라마틱하게 묘사하는 재주가 있다. 외설적이면서도 난삽하지 않고 달콤하게 그려냈다. 이 소설의 특별한 매력이다. 남자들과의 지위 경쟁, 생존 경쟁을 벌이느라 피폐해진 여성들의 무의식을 위로하는 전형적인 환타지 서사다. 아무리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진화해도 신데렐라 콤플렉스는 영원불변인 듯. 알고 보면 알파걸도 기대고 싶고 외로운 거다. 여자들의 셈속을 알고자 하는 남자들이 너도 나도 따라 읽으면서 '슈퍼-빅셀러'가 된 게 아니겠나. 체면을 벗어던진 '응접실 소설'(19세기 연애소설)의 21세기 버전이라고 해야 하겠다. 다시 말해 세태소설에 판타지를 가미한 새로운 모델." ●정동훈 광운대 교수 "투표권을 쟁취하고 남녀평등을 위해 싸워왔던 21세기 여성들이 어떻게 이렇게 고전적이고 상투적인 이야기에 사로잡힐 수 있었을까. 화려하게 디테일한 성관계의 묘사보다는 위험한 것을 알면서도 그레이와 사랑에 빠져버린 아나의 순수한 사랑과 너무나도 완벽한 그레이의 존재 자체가 답일지도 모르겠다. 아나는 무감각해지고 반복적인 일상의 독자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어줬고, 새로운 사랑을 눈뜨게 했다."●이우성 시인 겸 섹스칼럼니스트 "'성적으로 왕성하다'는 표현은 관습적으로 남자에게 쓰인다. 하지만 의심할 바 없이 여자도 성적으로 왕성한 시기가 혹은 '분위기'가 있다. 남자는 야동을 보거나, 술집에 가서 여자와 술을 마시거나, '룸'에 간다. 하지만 여자는… 뭐가 있지? 책은 여성의 무척 사실적인 욕망에 대한 소심한 분출이다. 아주 소심한. 무척 인상적인 건 SM이 등장한다는 건데, 사실 이 부분은 다소 의외. 한국에선 미국 혹은 유럽의 여자들이 보인 만큼의 폭발적인 반응은 이끌지 못할 것 같다."황인찬기자 hic@donga.com}

    • 2012-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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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장환문학상 최종천 시인

    최종천 시인(사진)이 실천문학사와 보은문화원이 주관하는 제5회 오장환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시집 ‘고양이의 마술’이며 상금은 1000만 원. 시상식은 오장환문학제 기간인 다음 달 21일 충북 보은군 보은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다.}

    • 2012-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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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0자로 보는 어린이 책]명태를 찾습니다! 外

    명태를 찾습니다!(주강현 글·김형근 그림·미래아이)=산처럼 쌓이게 잡혀서 ‘산태’라고 불릴 정도로 흔했던 생선 명태. 하지만 요즘 우리 근해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명태로 풀어본 식생활사가 흥미롭다. 남획의 문제점도 전한다. 1만1000원. 꽃섬(정하섭 글·김세현 그림·웅진주니어)=한적한 마을이었다가, 쓰레기산으로 변했고, 다시 아름다운 공원으로 태어난 난지도의 변화를 담은 책. 인간의 욕심까지 넉넉히 품은 자연의 치유력을 노래한다. 1만1000원. 7살 수학(이원영 글·김민경 그림·한울림)=수학의 기본 원리를 ‘기초’ ‘도형’ ‘수와 셈’ ‘측정’ 등 4권으로 나눠 만화를 곁들여 풀어냈다. 각 권 2만2000원.}

    • 2012-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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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던져야 사는 자 vs 때려야 사는 자

    야구와 추리소설은 공통점이 많다. 투수가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하는 유인구를 던지는 것처럼 범행을 숨기려는 범인도 숱한 트릭으로 수사진의 혼란을 이끌어낸다. 독자나 관중이 양자 간의 치열한 수 싸움을 즐긴다는 점도 같다. 야구와 추리소설의 결합은 그런 면에서 어쩌면 필연적이다. 야구에서는 한국 대표팀이 종종 일본을 꺾는 쾌거를 전해주고 있지만 야구 소설에서 한국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박민규의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꼽는 사람도 있겠으나 이 소설은 야구를 좋아했던 ‘베이스볼 키드’의 성장기를 다룬 작품일 뿐 야구 선수들의 치열한 세계를 파헤친 정통 야구 소설과는 거리가 있다. ‘점성술 살인사건’으로 국내 추리 마니아들에게 알려진 작가의 이번 소설은 추리와 야구가 같은 비율로 혼합됐다고 보기는 힘들다. 작가의 대표 캐릭터인 명탐정 미타라이 기요시는 소설 전후반에 살짝 나올뿐더러 탄성을 지를 만한 명쾌한 반전도 없기 때문이다. 대신 작가는 야구 선수, 정확하게는 2군 후보 선수의 인생유전을 감동적으로 풀어내는 묵직한 직구로 승부한다. 다케타니는 아버지가 빚에 몰려 자살한 뒤 홀어머니와 가난하게 살아간다. 프로야구 선수가 돼 빈곤에서 탈출하는 게 그의 유일한 희망. 컨트롤은 좋지만 구종이 단순하고 구속이 느렸던 그는 고교 졸업 후 프로야구 입단에 실패한 뒤 사회인 야구부가 있는 회사에 들어간다. 피나는 노력 끝에 ‘특별 드래프트’로 한 프로야구팀에 들어가지만 1년 계약의 2군 신세. 팀 4번 타자인 다케치는 그에게 캐치볼 선수로 남아 달라는 부탁을 하는데…. 야구 선수로서 바닥 인생인 다케타니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다케치를 대비하며 프로야구의 냉철한 세계를 보여 준다. 공 하나하나에 담긴 타자와 투수의 심리전을 생동감 있게 그려 박진감이 넘친다. 관중은 보통 스타플레이어의 적시타만을 기억한다. 하지만 작가는 천신만고 끝에 1군에 올라왔지만 적시타 한두 방을 맞고 소리 소문 없이 그라운드에서 사라진 ‘2류 야구 인생’들을 조명한다. 누군가에게는 한순간의 오락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전부인 게 야구라고 작가가 말하는 듯하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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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예쁜 언니들이 왜 끔찍한 악어가죽 가방을 들까요?

    동물 친구들이 하나둘 주변에서 사라지기 시작했어요. 어떤 사람은 동물 친구들이 위험에 빠졌다고도 해요. 친구들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알아볼까요. 옛날에는 우리나라 백두산에 호랑이가 많이 살았다고 해요. 하지만 요즘은 호랑이를 보기 어려워요. 포수들이 호랑이를 마구 잡아 가죽을 팔았기 때문이에요. 집채만 한 몸집의 코끼리도 고통을 겪고 있어요. 고급 장식품으로 인기가 높은 상아 때문에 코끼리를 노리는 사람들이 많아요. 상아를 가지면 부자가 된다는 소문 때문이라는데 어른들은 참 바보예요. 상아가 돈을 가져다준다니 말이나 되는 소리예요? 어른들은 참 이기적이에요. 몸에 좋다고 가리지 않고 동물을 잡아먹는대요. 뱀도 먹고, 거북이 알도 먹고, 코뿔소의 뿔까지 갈아먹는대요. 중국집 고급요리인 상어지느러미 요리를 위해 상어를 잡은 뒤 지느러미만 자르고 다시 바다에 집어넣는대요. 참 끔찍하고 무서워요. 어른들이 예쁘게 차려입기 위해 동물들이 희생되기도 해요. 가방을 만들 가죽을 얻으려고 악어를 잡고, 목도리에 쓸 털을 마련하려고 여우를 잡아요. 다른 먹을 것, 입을 것도 많은데 왜 동물 친구들을 위험에 빠뜨리는지 정말 이해가 안 가요. 어른들만 잘못했다고 할 수는 없어요. 우리도 잘못했어요. 에너지를 아껴 쓰지 않아 지구가 점점 더워지고 있대요. 북극곰들은 얼음 위에서 살아야 하는데 얼음이 살살 녹으면서 살 집이 없어지고 있어요. 동물 친구들이 사라져도 사람들만 잘살면 되지 않느냐고요? 그게 안 된대요. 동물이나 식물이나 서로 함께 돕고 살아야 오래 행복하게 살 수 있어요. 인도양의 한 섬에 살던 도도새가 1680년쯤 멸종됐는데 얼마 뒤 카바리아 나무도 사라졌대요. 도도새가 그 나무 열매를 먹고 싼 똥에서 새 싹이 텄는데, 도도새가 사라지자 나무도 새 생명을 피울 수 없게 된 거래요. 결국 사람과 동물, 식물은 서로 양보하면서 함께 살아야 한대요. 여러분 이제 알았죠? 책 뒤에는 이제는 영영 볼 수 없는 멸종된 동물 친구들에 대한 설명도 들어 있어요. 더이상 동물 친구들이 사라지면 안 되겠죠? 엄마 아빠와 함께 책을 읽어봐요. 그리고 “악어 가방보다는 악어를 더 사랑해주세요”라고 말씀드려보세요.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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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여시의 산실 ‘실천시선’ 28년만에 200호 기념 시집 펴내

    시가 무기인 적이 있었다. 서슬 퍼렇던 군사정권에 대한 분노와 저항은 울분의 시어들로 태어났고, 때론 노래로 변해 달궈진 아스팔트 위에 울려 퍼졌다. 실천문학사의 ‘실천시선’이 28년 만에 200호 기념 시집 ‘나는 상처를 사랑했네’를 펴냈다. 1984년 ‘시여 무기여’를 시작으로 30년 가까이 쌓은 굳건한 탑이다. 이번 기념 시집은 개별 시집들의 대표시 1편씩을 엄선해 총 128편을 한 권에 담았다. 장시집을 제외했고, 두 권 이상 낸 시인들도 한 편만을 골라 200편에 모자라게 됐다. 시집을 펼치면 시인의 눈으로 기록한 질곡의 한국 현대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듯하다. 실천시선은 초기 주로 시선집 형태로 나왔다. 1980년대 당시 상황을 반영하듯 옥중시 저항시 노동시 농민시가 주제별로 나왔다. 시를 통해 세상을 바꿔보자는 문학운동의 일환이기도 했다. ‘오월 어느 날이었다/1980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광주 1980년 오월 어느 날 밤이었다//밤 12시 나는 보았다/경찰이 전투경찰로 교체되는 것을/밤 12시 나는 보았다/전투경찰이 군인으로 교체되는 것을’(김남주의 ‘학살 1’ 일부) 실천시선의 특징은 ‘참여시’였지만 그 틀만을 강요하지는 않았다. 강은교의 ‘우리가 물이 되어’, 조용미의 ‘벽오동나무 꽃그늘 아래’ 등 맑고 깊은 서정시들도 선보여 외연을 넓혔다.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우르르 우르르 비 오는 소리로 흐른다면.//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죽은 나무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아아, 아직 처녀인/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강은교의 시 ‘우리가 물이 되어’ 일부) 실천시선은 한국 시사에 획을 긋는 시집들뿐만 아니라 대중적으로 널리 사랑을 받은 베스트셀러도 여럿 배출했다. 양성우의 ‘靑山이 소리쳐 부르거든’ 김남주의 ‘나의 칼 나의 피’ 김지하의 ‘애린 1, 2’ 신경림의 ‘가난한 사랑노래’ 허수경의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등이다. 도종환의 ‘접시꽃 당신’은 시선의 첫 밀리언셀러가 됐다.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신경림의 시 ‘가난한 사랑노래’ 일부) 시대는 바뀌었지만 시인들의 눈은 여전히 날카롭다. 노동 환경 여성 빈부격차 등 시로 ‘실천’해야 할 문제들은 지금도 널려있기 때문이다. 염무웅 문학평론가는 200호를 맞아 이런 추천글을 썼다. “200계단 금자탑이 아니라 역사의 제단에 바쳐진 200송이 꽃다발이다. 다시 28년이 흐른 2040년에도, 그보다 열 배 스무 배의 시간이 흐른 뒤에도 ‘실천’의 광채가 빛나기를 바란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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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많던 장서가 어디 갔소?

    각종 매체의 등장으로 ‘올드 미디어’가 된 책. 게다가 전자책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종이책은 집안을 좁게 만드는 천덕꾸러기가 된 듯하다. 하지만 요즘도 책장을 가득 메운 ‘책의 향기’에 취한 사람들이 있으니 바로 장서가(藏書家)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이달 말까지 ‘2012 모범장서가’ 신청을 받는다. 종이책의 가치를 아는 애독가들을 격려하는 대회로 1964년 처음 시작됐다. 대한출판문화협회장상 1명, 한국출판문화진흥재단 이사장상 1명을 각각 선정해 상장과 100만 원어치 도서상품권을 준다. 장려상 3명에게는 각각 30만 원어치 도서상품권을 준다. 인터뷰를 통해 장서가의 책 사랑을 살펴보기도 하지만 첫 번째 선정 기준은 도서 보유량이다. 세부 기준도 있다. 직업적으로 책과 가까운 교수와 작가, 종교단체의 임원급 인사는 지원할 수 없다. 잡지와 만화책, 제본한 책들도 뺀다. 아동도서가 전체의 20%를 넘어서도 안 되고, 선대부터 내려온 책들도 제외된다. 이 대회의 취지는 ‘본인’이 ‘취미’로 ‘다수’의 종이책을 구입한 사람을 찾자는 것인데 요즘 이런 사람이 있을까. 2000권을 신청 기준으로 했던 지난해에는 단 7명이 신청해 4명이 상을 나눠 가졌다.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이 2만370권으로 최다 도서를 기록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보다 많은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올해 신청 기준을 지난해의 절반인 1000권으로 내렸다. 시대 변화를 감안해 ‘장서가의 기준’을 하향 조정한 것이다. 하지만 그 많던 장서가가 이젠 다 사라져서일까. 접수를 시작한 지 20여 일이 지났지만 아직 신청자가 없다. 협회는 마감일을 24일에서 31일로 연장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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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펜대회 민간 주도 첫 유치… 문학한류 이정표 기대

    《 노벨문학상은 매년 10월 둘째 주 목요일 발표되기 전까지는 후보도, 심사기준도 극비에 부쳐진다. 수상자를 점치는 해외 도박사이트에 관심이 쏠리고, 취재진들이 연례행사처럼 발표일에 후보로 꼽히는 고은 시인의 집 앞에서 대기하는 이유도 상에 대한 정보 부족 때문이다. 흥미로운 얘기 하나. 국제펜(PEN)클럽 한국본부의 이길원 이사장은 지난해 그리스에서 스웨덴 국적의 노벨문학상 심사위원을 우연히 만났다. 이 이사장이 대뜸 물었다. “한국에도 좋은 작가가 많은데 왜 서양 사람들에게만 상을 주나.” 그러자 심사위원은 되레 “노벨문학상을 문학성만 보고 준다고 생각하나”라고 반문하며 이렇게 설명했다. “작품성 뛰어난 작가가 전 세계에 수천 명은 있다. 수상작 선정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느냐. 그래서 작품성뿐만 아니라 작가와 작품이 인류평화와 지구번영에 어떤 도움을 줬는지를 중점적으로 따진다.” 》다음 달 9일부터 15일까지 경북 경주시에서 제78차 국제펜대회가 열린다. 1970년과 1988년에 이어 24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다. 해마다 열리는 이 행사는 114개국에서 문인 700여 명이 참가하는 세계 최대 문인 축제로 각종 강연과 학술회의가 열린다. 국제펜클럽은 노벨문학상과도 관계가 깊다. 당장 이번 대회에 프랑스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 나이지리아 월레 소잉카, 터키 오르한 파무크 등 노벨문학상 수상자 3명이 참가한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가운데 3분의 1이 펜클럽 회원이다. 이번에 방한하는 140여 개 각국 펜클럽 본부장들은 노벨문학상 후보 추천권을 갖고 있다. ‘문학 한류’를 꿈꾸는 우리로서는 안방에서 ‘귀한 손님’들을 맞는 셈이다. 대회를 한 달 앞둔 이길원 이사장을 만났다. 그는 시집 ‘은행 몇 알에 대한 명상’ 등을 낸 중견 시인으로 2009년부터 한국본부 이사장을 맡고 있다. ―한국에서 열리는 세 번째 펜대회다. 앞선 대회와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1970년에는 군사독재 시절이어서 해외 문인들이 오지 않으려고 했다. 1988년에는 민족문학작가회의에서 ‘독재국가에서 웬 펜대회냐’며 반대가 많았다. 앞선 대회들이 관(官) 주도였다면 이번은 한국본부가 주도한 민간행사다.” ―이번 대회에선 탈북 작가들이 사상 처음으로 펜클럽에 가입하게 된다. “탈북 작가 20여 명이 ‘북한 망명작가 펜센터’란 단체를 만들어 가입을 신청했다. 장해성 전 조선중앙TV 작가가 회장을 맡고, 시 ‘내 딸을 100원에 팝니다’로 알려진 김성민(가명)이 사무국장을 맡았다. 다음 달 열리는 총회에서 각국 펜클럽 본부장들이 투표로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승인 가능성은…. “거의 만장일치가 될 거다. 중국 정도만 반대할 것 같다.” ―대회의 주제가 ‘문학, 미디어, 그리고 인권’인데…. “북한 인권을 얘기하고 싶은 생각이 컸다. 탈북 작가들의 증언도 있을 예정이다. 중동 남미 등 작가의 인권 상황이 열악한 곳들에 대한 얘기도 나눌 생각이다.” ―우리 문학의 세계화에는 어떤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까. “아직도 우리 문화나 문학에 생소해 하는 해외 문인이 많다. 우리를 알리도록 노력하겠다. 고은 이문열 이근배 장윤익 등 국내 문인도 참석해 교류에 나선다.” ―노벨문학상 수상에도 도움이 될까. “당장 결과가 나오지는 않겠지만 거시적 시각이 필요하다. 작품성 못지않게 이런 교류가 중요한 이유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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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李대통령 독도 방문]소설가 김주영-이문열 씨도 李대통령 독도 방문 동행

    10일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는 소설가 김주영(73) 이문열 씨(64)가 동행했다. 두 사람은 그동안 한일 간 영토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강경한 자세를 보여 왔다. 이날 오후 6시경 이들은 서울공항을 거쳐 청와대로 돌아와 저녁식사를 앞두고 있었다. 김 씨는 “비서실장이 ‘대통령께서 울릉도에 가는데 같이 가겠느냐’고 묻기에 좋다고 했다. 서울공항에서 비행기가 이륙하기 직전에야 독도에 간다는 사실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갑작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대통령께 특별히 의견을 말씀드린 것은 없고 구경꾼, 참관인으로 다녀왔다”고 했다. 그는 “우리(두 작가)를 독도행에 참여시킨 것은 문화적 환경적 측면을 더해 (영토 문제와 관련한) 방문 목적을 희석시키려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김 씨는 이번이 세 번째 독도 방문이다. 처음에는 방송사의 프로그램으로 오징어잡이 어선을 현장 취재하다 큰 폭풍을 만나 본의 아니게 독도에 ‘불법 상륙’했다고 그는 전했다. 두 번째 방문은 1996년 ‘문학의 해’를 맞아 독도에서 열린 3·1절 기념행사에 참여한 것. 당시 문인들은 결의문을 통해 ‘독도가 한국 영토임을 엄숙히 천명하며 일본은 남의 담장 안의 과일나무를 자기 것이라 억지떼를 쓰는 구시대적 망상에서 깨어나라’고 촉구했다. “오랜 만에 찾은 독도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예전보다 시설이 잘돼 있었고 순직비도 세워져 있더라. 독도경비대원들이 자긍심을 갖고 우리 땅을 지키고 있어서 보기 좋았다. 대통령이 통닭(치킨)을 가져갔는데 어찌나 좋아들 하던지….”(김) 두 작가는 동해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대통령과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고 했다. “대통령께서 ‘즉흥적인 것은 아니고 오랫동안 생각해 오셨다’고 하더라.”(이) “대통령께서 지난해에 가려고 했는데 기상악화로 못 갔고, 이번에는 울릉도에서 하룻밤 묵으려고 했는데 날씨가 안 좋아진다고 해서 당일로 다녀가기로 한 것이라고 그러더라. 대통령은 (독도 방문을 둘러싸고) 말썽이 일어날 것을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정치적인 것, 경제적인 것 그런 눈치를 보면 못 간다고 했다. 이제 행동으로 보여줘야 하지 않겠느냐고.”(김) 김 씨는 “지금까지 역대 대통령들이 독도에 못 간 것은 이 눈치 저 눈치 보고, 일본과의 관계를 생각하느라 그런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독도의 안전시설을 꼼꼼히 살피면서 잘 정비하고 고쳐야 한다고 했다면서 “나라사랑을 흔들림 없이 실천하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강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돌발적으로 외교적 평지풍파를 일으켰다는 비판도 있을 법하다. 하지만 나는 비관적이진 않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어렵다고, 힘들다고 미룰 수 없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왜 지금인가라는 얘기도 있는데 현실정치에서 국면전환용이라는 인상을 받지 못했다. 오히려 다른 쪽에서 국면이 전환되어야지 이쪽(외교)에서야 국면이 전환되겠느냐”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독도에 들어가기 전 울릉도를 찾은 대통령 일행을 도민과 관광객들이 열광적으로 반겨준 것도 감동적인 모습이었다고 했다. “울릉도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울릉도민과 관광객들이 나와서 난리가 났다. 대통령이 이들을 보고 손만 흔드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차에서 내려 애들과도 일일이 손을 잡고 악수를 했다. 대통령의 나라사랑을 직접 현장에서 목격했다는 게 이번 방문의 가장 큰 소득이라고 생각한다.”(김 씨) 김 씨는 “독도 방문을 토대로 글을 쓰기는 어려울 것 같다”면서 “오늘이 지나면 곧 구문이 되지 않겠느냐”며 웃음 지었다. 조이영 기자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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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엄마들을 위한 포르노 논란… 그 소설책 드디어 한국 왔네

    ‘엄마들을 위한 포르노’ ‘역사상 가장 짜릿한 소설’ 등의 평가를 받으며 올 상반기 영미권 출판시장을 가장 뜨겁게 달군 책. 4월 출간 이후 석 달 만에 미국에서 2100만 부를 돌파했고, 영국에서는 판매 11주 만에 100만 부를 돌파해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가 갖고 있던 최단 기간 밀리언셀러 기록(36주)을 가뿐히 넘겼다. 대체 무슨 책이기에.톡 까놓고 말해 청소년 대상 연애소설, 즉 ‘할리퀸 로맨스’를 떠올리게 한다. 평범하고 순수한 여성과 잘생기고 능력 있는 남성의, 현실에선 이뤄지기 힘든 연애가 꿈처럼 펼쳐지기 때문. 다만 노골적이거나 때론 변태적인 성행위에 대한 묘사가 가득하니 ‘성인용 할리퀸 로맨스’라고 할까. 출판사조차 인터넷 서점에 ‘청소년에게는 권장하지 않는 도서입니다’라는 안내 문구를 넣었다. 대학 졸업반인 스물한 살 아나스타샤 스틸은 남자 경험이 거의 없는 지극히 평범한 여성. 그는 대학 신문에서 일하는 친구를 대신해 스물일곱에 억만장자가 된 크리스천 그레이라는 남성을 인터뷰하게 되고, 완벽한 외모에 엄청난 재력까지 겸비한 그에게 한눈에 빠진다. 그레이도 스틸에게 관심을 갖게 되며 서로 가까워진다. 총 3권으로 구성된 이 소설은 이미 완간됐지만 국내에는 먼저 1권만 나왔다. 200자 원고지 3000장 분량인 1권을 두 권으로 나눠 출간했다. 책의 ‘3분의 1’을 살펴봤을 때 솔직히 의아했다. 물론 술술 읽히고 재미있다. 하지만 앞서 외신들을 통해 전해진 책의 화려한 명성에 쉽게 공감은 안 간다. 문학성은 논외로 치자. 소설 ‘트와일라잇’에 빠진 저자가 작정하고 썼다는 첫 번째 소설에 작품성 운운은 ‘결례’다. 중요한 것은 로맨스 소설의 성공을 결정짓는 남자 주인공, 그레이가 얼마나 매력적인가다. 이는 섹스를 안 할 때와 섹스를 할 때로 나눌 수 있는데, 실제 소설도 두 장면을 반복하면서 오르가슴을 증폭시킨다. 평상시 그레이는 남성이 보기에도 충분히 매력적인 ‘잘난 놈’. 스틸이 ‘보고 싶다’고 하면 단숨에 달려오는 과감함, 스틸이 흘려 말한 한마디를 놓치지 않고 선물 공세를 퍼붓는 세심함, e메일로 위트 있는 대화를 나누는 다정함, 헬기와 요트를 타고 다니는 능력까지. 이 남자에게 혹하지 않기 어렵다. 그러면 섹스는 어떤가. 한마디로 변태다. 기괴한 체위에, 채찍 수갑 등 각종 기구까지. 스틸과 주종(主從) 관계를 설정한 그는 폭력까지 행사하고 난 뒤 이렇게 말한다. “누군가에게 전적인 통제를 행사한다는 것, 그게 나를 흥분시켜.” 적어도 기자에게는 ‘나쁜 놈’처럼 보이지만 그레이는 이미 수많은 여성 독자의 우상이 됐다. 어쩌면 공공장소에서 이 책을 읽는 사람을 만날지도 모른다. 괜히 딴 생각은 하지 말자. 결국 취향이고, 방식의 문제니까. 게다가 컴퓨터에 은밀히 저장된 야한 동영상을 혼자 보는 것보다는 당당하지 않은가.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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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년간 오류 고친 ‘토지’ 정본, ‘공짜’로 바뀐 ‘孔子’ 바로잡기도

    질곡의 우리 현대사를 200자 원고지 4만여 장에 꾹꾹 눌러쓴 작품. 박경리 선생(1926∼2008)의 ‘토지’다. 1969년 집필을 시작한 선생은 1994년 8월 15일 완간 때까지 꼬박 25년을 좌식 책상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지독한 끈기로 토지를 완간한 노 작가를 축하하기 위해 그해 10월 8일 강원 원주시 단구동 선생의 자택에서 한바탕 잔치가 벌어졌다. 박완서 작가는 환한 웃음과 함께 ‘박 선배’를 끌어안았고, ‘푸릇한 중년’이었던 조정래 박범신 작가도 주뼛대며 한자리를 차지했다. 300여 명의 선후배 문인이 모인, 당시 문단의 최대 행사였다. 잔치는 밤늦게까지 이어졌고, 선생의 얼굴도 큰 짐을 벗은 듯 환했다. 자리가 파할 때쯤 한 기자가 “이젠 무얼 하실 겁니까”라고 묻자 선생은 길게 생각도 않고 답했다. “이제 토지를 수정해야죠.” 박경리 선생은 이 장대한 작품에 수많은 오류가 있음을 스스로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이 때문에 생전에 오류와 오자 등을 바로잡은 ‘정본(定本)’의 출간을 원했다. 2002년부터 ‘토지’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상진 이승윤 최유희 조윤아 박상민 등 연구자들로 토지편찬위원회를 꾸려 수정 작업에 들어갔다. 토지는 내용 못지않게 책 자체로도 ‘거친’ 세월을 견뎌냈다. 26년간 현대문학 문학사상 한국문학 주부생활 마당 정경문화 문화일보 등 총 7개 매체를 옮겨 다니며 연재했다. 단행본 판권도 문학사상 삼성출판사 지식산업사 솔출판사 나남출판사 등 5곳을 거쳤다. 각기 다른 편집자의 손을 거치면서 표기법이 통일되지 않았고, 등장인물이 600명이 넘는 탓에 인물의 이름이 뒤바뀌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공자(孔子)’를 ‘공짜’로 옮기는 어이없는 실수도 있었다. 마로니에출판사와 토지편찬위원회는 10여 년의 작업 끝에 각종 오류를 잡은 ‘토지’ 결정본(총 20권)을 완성해 15일 일반에 공개한다. 선생이 토지를 완간한 지 꼭 18년이 되는 날이다. 연재물을 기본으로 여러 단행본들과 비교해 총 6000여 곳을 수정한 ‘토지 정본’이다. 9일 원주시 흥업면 토지문화관에서 열린 출간기념회에 참석한 박경리 선생의 딸 김영주 토지문화재단 이사장의 얼굴은 밝았다. “어머니는 워낙 철두철미하고 꼼꼼한 분이셨어요. ‘이쯤하면 되지 않을까’하는 것들도 어지럼증이 일 정도로 살피고 또 살피셨죠. 한때는 그 철두철미함에 치를 떨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철저함이 어머니의 지금 모습을 가능케 했던 것 같아요. 이제는 그런 (철두철미했던) 모습이 사랑스럽게 느껴집니다.” 10년이 걸린 결정본이다. 선생은 ‘이쯤에서’ 만족하실까. 김 이사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마 어머니가 살아계신다면 지금도 토지를 손보고 계실 거예요. 베스트의 베스트가 나올 때까지요.”원주=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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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남스타일’ 뜨니 국립국악원이 한숨… 왜?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35)의 ‘강남스타일’이 국내외에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한숨짓는 곳이 있다. 바로 국립국악원이다. 국립국악원이 제작하고 싸이가 참여한 런던 올림픽 응원가 ‘코리아’가 ‘강남스타일’의 인기에 묻혀 빛을 못 보고 있기 때문이다.국립국악원은 국악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싸이와 함께 국악 응원가인 ‘코리아’를 만들었다. 강렬한 비트 속에 사물놀이와 태평소 등 국악기가 어우러진 이 노래는 6월 28일 음원을 공개한 이후 음원 다운로드 사이트에서 4위까지 오르며 관심을 모았다.하지만 보름여 뒤 싸이가 ‘강남스타일’이 수록된 6집 ‘싸이6甲’을 발표하자 상황이 급변했다. ‘강남스타일’이 뜨자 ‘코리아’가 이에 묻혀 시들해지고 만 것. 8일 현재 ‘강남스타일’은 주요 음원 사이트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지만 ‘코리아’는 순위권(100위) 밖으로 밀려나 있다.국립국악원은 싸이가 ‘강남스타일’의 활동에 집중하는 데 ‘토를 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싸이와의 계약이 작사, 작곡, 뮤직비디오 촬영까지였고 추가 활동을 위해서는 별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뜻하지 않은 악재도 겹쳤다. 국립국악원은 올 초부터 ‘코리아’ 홍보를 위해 방송사 주요 예능프로그램들과 협의해 왔고 MBC ‘무한도전’과는 거의 합의 단계까지 갔다. 하지만 MBC 파업으로 백지화됐다.냉가슴을 앓고 있는 국립국악원과 달리 싸이의 주가는 날로 치솟고 있다. 그는 앞서 뮤직비디오에 출연했던 포미닛 멤버 현아와 함께 노랫말을 개사한 여성 버전 음원과 새 뮤직비디오 제작을 마쳤고 이를 곧 공개할 계획이다. 11일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그의 공연 ‘썸머스탠드 훨씬 더(THE) 흠뻑쇼’는 3만 석이 이미 매진됐다. 그는 최근 미국 아이돌 스타 저스틴 비버의 소속사로부터 “어떤 방식으로든 합동 작업을 하자”는 제안도 받았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동영상=열광의 도가니...‘말춤’추며 멘붕된 어느 클럽 외국인들}

    • 2012-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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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은 시인 왈 “황진이 누나 이어 이 아우도…”

    “시조 하고 있네∼.” 문인들이 종종 농담 삼아 하는 말이다. 현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엉뚱한 일을 하는 ‘답답이’를 비아냥거릴 때 주로 쓴다. 요즘 시조를 ‘한물간 장르’로 보는 문단 일부의 시각을 반영한다. 문화 장르별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지만 시단과 시조계는 함축적인 언어미를 추구한다는 동질성에도 불구하고 물과 기름처럼 지내왔다. 문예지도 따로 내고 모임도 따로 갖는다. 서로를 ‘한 수 아래’로 보는 폄하의 시각까지 있다. 권영민 단국대 석좌교수(문학평론가)는 이런 현실이 안타까웠다. 만해 한용운도 시조를 많이 썼고, 주요한 김동환도 적지 않은 시조를 남겼다. 김영랑 서정주 조지훈 박재삼 같은 걸출한 현대 시인들도 시조의 리듬과 형식을 현대시에 접목해 역작들을 꽃피웠다. 문단의 홀대 속에서 시조가 일본 전통시인 ‘하이쿠’에 비해 세계에 알려지지 않은 현실도 답답했다. 권 교수는 국내를 대표하는 원로 및 중진 시인들에게 ‘시조 한 수 지어 달라’고 청했다. 문단 경력 수십 년에도 시조를 써보지 않았다는 이가 대부분이었다. 취지에 공감한 이들은 생소하다면서도 끙끙대며 시조 한 수씩을 내놨다. 총 87명에게 부탁해 50수를 모았다. 김종길 고은 이근배 허영자 신달자 오세영 천양희 유안진 조정권 문정희 나태주 이문재 이재무 이은봉 정끝별 이정록 조용미 박형준 김언 등이 참가했다. 나머지 37명은 ‘지금이 어느 때인데 시조 청탁을 하느냐’ ‘시조가 뭔지 모른다’ ‘쓸데없는 청탁은 하지 마라’라며 거절했다. 고은 시인은 시조를 갖고 한바탕 놀았다. 시조 ‘누나 진이에게’의 진이는 조선 시대 명기(名妓)이자 문필가인 황진이다. 고은 시인은 이런 시작메모를 동봉했다. “좀 안 근엄하고저 이런 염치 모르는 풍류를 빚어 보았소이다. 그동안 심심해하시던 황진이 누나 해골께서도 사뭇 반겨 마지않았소이다. 간밤 꿈에 이렇듯이 그이를 뵈었소이다.” 신달자 시인은 등단 48년 만에 첫 시조를 썼다. ‘어둠이 햇살자리 지우고/달빛자리 어둠을 지우고/여명 다시 달빛을 지우느니//그대여//너를 지워라 지워라/가는 세월을 불렀는데//너는 남아있고 내가 지워지느니’(시조 ‘공(空)’ 일부) 신 시인은 “문학을 공부하면서 그 짧은 황진이의 시조 속에 연애뿐만 아니라 삼라만상의 빛과 그림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한 편의 시조가 나는 어려웠다”며 ‘신인 시조 시인’이 된 감회를 밝혔다. 올해 86세인 김종길 원로 시인은 평생 시조 2수를 썼다고 털어놨다. 그 가운데 하나는 문우 조지훈(1920∼1968)이 먼저 세상을 떴을 때 장례행렬의 만장(輓章)으로 썼던 시조 ‘지훈(芝薰)과 영결(永訣)하며’였다. ‘일월산(日月山) 지초(芝草) 향기 맑고도 매웁더니/쉬흔을 못다 살고도 웃으며 떠나는가/술 익는 강마을에는 오늘도 타는 저녁노을’ 시인 50명이 낳은 시조들은 2012 만해축전의 일환으로 12일 오후 7시 강원 인제군 백담사 만해마을에서 열리는 ‘권영민의 문학콘서트-시조만세’(경기문화재단 후원)에서 공개된다. 고은 이근배 오세영 고형렬 등 시인들, 한분순 이우걸 홍성란 권영희 등 시조시인들이 한바탕 시와 시조를 놓고 소통하는 자리도 펼쳐진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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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달에 만나는 詩]삶은 무겁다 무거우면 코끼리 코끼리는 커 내 꿈도 컸었지…

    삶은 느리고 무겁다. 그러기에 지긋이 힘겹다. 갈수록 커지는 일상의 짐을 견디기 위해 조금씩 비대해져버린 나의 육체. 둔중한 몸집을 바삐 굴려도 이 회색도시에 더이상 달콤한 잎사귀는 없다. 나는 엘리펀트맨. 제 한 몸 편히 누일 곳 없어 오늘도 헤매는 도시의 이방인. ‘이달에 만나는 시’ 8월 추천작으로 이용임 시인(36·사진)의 ‘엘리펀트맨’을 선정했다. 지난달 나온 시인의 첫 시집인 ‘안개주의보’(문학과지성사)에 수록됐다. 시인 이건청 장석주 김요일 이원 손택수가 추천에 참여했다. 2006년 가을 서울 서초동에 있는 정보통신기술회사에 다니던 시인은 출근길에 한 남자를 본다. 한 손으로 지하철 손잡이를 잡고 축 늘어진 채 꾸벅꾸벅 졸고 있던 샐러리맨. 시인은 측은한 그에게서 ‘코끼리’를 떠올렸고, 갖고 있던 문예지 여백에 시의 초고를 날려 적었다. “왜곡된 사회에서 변형돼버린 우리의 신체가 떠올랐어요.” 새내기 직장인들은 대개 같은 고민을 한다. ‘이 일이 내게 맞나’ ‘평생 이 일을 해야 하나’ 등등. 시인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고민을 거듭하다 불현듯 “시를 써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 창작교실에 등록했다. “제게 시가 숙명이거나 드라마틱한 무언가가 있는 것은 아니에요. ‘왜 이렇게 사는 게 힘들지’ 고민하고 그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저에게는 시였던 것 같아요.” 장석주 시인의 추천사는 이렇다. “실존의 원풍경을 더듬는 상상력의 예민한 촉수가 느껴진다. 삶이 그렇듯 그것을 감싼 세계 역시 낯설고 모호하고 불투명하다. ‘당신’이란 내가 살아보지 못한 낯선 세계가 아닌가! 낯설다는 것은 모호하고 위태롭다. ‘당신’이 그로테스크한 것은 그 때문이다.” 이원 시인은 “이용임은 심상까지도 절제된 묘사로 그려내는 힘을 가지고 있다. 담담한 구조 속에서 ‘맑은 뼈를 세우’는 창문을 보게 하거나, ‘불투명한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투명한 발소리를 들려줄 때, 그만의 톡 쏘는 묘사 맛이 느껴진다”며 추천했다. “이용임의 프리즘을 통과한 빛은 대상과 이미지 사이의 독특한 영역 속에서 변형된다. 일상을 다루되 기이하게 굴절시키는 이 시인의 남다른 재능은 현실을 더 현실적으로 체감하게 할 뿐만 아니라 잊혀진 가장 근원적인 질문을 다시 하게 한다.” 손택수 시인의 추천 이유다. 이건청 시인은 오세영 시인의 시집 ‘마른하늘에서 치는 박수소리’(민음사)를 추천하며 “화해와 긍정의 정신이 도달한 궁극의 세계를 보여준다. 파멸과 부정에 기대지 않고도 그의 시는 투명한 절정에 닿고 있으며, 일상 현실과 시적 자아를 온전히 합일시킨다”고 평했다. 김요일 시인은 김륭 시인의 시집 ‘살구나무에 살구비누 열리고’(문학동네)를 추천했다. “‘제대로 늙기도 전에 미치거나 시드는’ 결핍된 생의 비애를 미학적으로 승화시킨 꽃 같고, 별 같고, 밥 같고, 눈물 같은 수작들로 가득하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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