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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랑 지독하다. 남녀 사이에 존중과 배려, 이해는 없다. 남자는 군림하고 여자는 철저히 복종한다. 여자는 주인을 따르는 충견 같다. 철저히 자존감을 버리고 바닥에 엎드려 기며 사랑을 갈구한다. 이 ‘사랑’을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까. 에로티시즘 문학의 ‘고전’으로 꼽히는 이 책은 한때 ‘빨간 딱지’가 붙은 성인물처럼 취급됐다. 1980, 90년대 조악한 해적판으로 코밑이 거뭇해진 사춘기 소년들이 호기심에 들춰봤다. 하지만 뒷방에서 혼자 책장을 넘기며 자기만의 환상에 젖기에 이 작품은 너무 묵직하다. 에로티시즘, 그 가운데서도 마조히즘(성적 학대에서 만족감을 느끼는 심리상태)을 이렇게 낱낱이 까발린 작품이 있을까 싶다. 이제야 국내 첫 정식 완역본이 나왔다. 1954년 이 소설이 출간되자 프랑스 문단은 발칵 뒤집혔다. 노골적이다 못해 역겨운 변태적 성행위가 가득한 데다 여성이 주체성을 잃고 성적 노리개처럼 타락하는 과정이 놀랍도록 적나라하게 펼쳐지기 때문이다. 익명의 저자에 대한 숱한 추측이 나왔지만 실제 저자인 안 데클로스(1907∼1998·‘폴린 레아주’ ‘도미니크 오리’란 필명을 썼다)는 출간 40년이 지난 1994년 87세의 할머니가 돼서야 정체를 공개했다. 그가 뒤늦게 밝힌 집필 동기도 화제가 됐다. “당시 나는 젊지도, 예쁘지도 않았어요. 그래서 다른 무기를 찾아야 했어요. 육체가 전부는 아니었으니까요.” 집필 당시 데클로스는 프랑스 굴지의 문예지 ‘누벨 레뷔 프랑세즈’ 사장인 장 폴랑의 비서였고, 폴랑을 사랑했다. 자신의 능력과 사랑을 인정받기 위해 이 작품을 썼던 것이다. 작품의 여주인공 ‘O’는 그래서 데클로스의 모습과 겹친다. 사랑하는 ‘르네’의 사랑을 얻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는 것. 하지만 작품은 단선적인 순애보에 그치지 않는다. O는 변한다. 르네의 지시에 따라 수많은 남성의 학대와 성적 착취에 놓이면서 그는 점차 깨닫는다. 실은 자신이 이를 즐기고 있고, 또 다른 누군가를 원한다는 것을. ‘(성적)고문을 당한다는 생각 자체가 즐겁다가도, 막상 고문을 당하는 순간에는 그것을 면하기 위해 온 세상을 팔아도 시원찮을 것 같다가, 급기야 고문이 끝나면 모든 걸 견뎌낸 것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는데, 그 기분은 고문이 잔혹하고 길어질수록 배가되기 마련이다.’ 이와 같은 마조히즘에 대한 분석 외에도 남자가 자신의 애인을 다른 남자와 공유하는 심리, 남자로부터 능욕과 유린을 당하면서도 그를 떠나지 못하는 심리 등이 독특한 시선으로 속속들이 제시된다. 보통의 소설이 섹스를 양념처럼 다루지만 이 작품은 섹스 그 자체에 대한 본질과 심리를 깊숙이, 철저히 파고들어 간다. 처음 몇 장을 넘겼을 때는 가볍게 흥분하게 되지만 책장을 덮었을 때는 머리가 복잡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여성 작가가 약 60년 전에 이런 논쟁적인 작품을 쓰고, 발표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시인 안도현(사진)의 열 번째 시집. 등단 28년째를 맞은 시인은 따뜻하고 편안한, 대중성 높은 시들을 써왔다. 작가의 여린 감성은 여전하다. 시 ‘폭’은 있는 그대로 손 떨리는 연애편지로 옮겨질 듯하다. ‘바다의 폭이 얼마나 되나 재보려고 수평선은 뒷등에 등대 같은 연필을 꽂고 수십억 년 전부터 팽팽하다//사랑이여/나하고 너 사이 허공의 폭을/자로 재기만 할 것인가’(‘폭’ 전문) 끝을 알 수 없는 바다처럼 사랑은 드넓고 망망하다. 바다는 등대(연필)라도 있지만 사랑은 무엇으로 잴까. 여전히 달콤하고, 읽을수록 짙은 향기가 나는 시어들이 보석처럼 책장 속에 숨어있다. 그것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간절한 것은 통증이 있어서/당신에게 사랑한다는 말 하고 나면/이 쟁반 위 사과 한 알에 세 들어 사는 곪은 자국이/당신하고 눈 맞추려는 내 눈동자인 것 같아서’(‘그 집 뒤뜰의 사과나무’에서) 시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익숙했던 것을 달리 보는 ‘안경’과도 같다. 전북 전주에 있는 시인은 평범한 텃밭에서 삶을 보는 색다른 시선을 모색한다. 배추 잎을 파먹은 애벌레가 추후 나비가 돼 날아가는 공간을 배추밭의 확장 공간(‘재테크’)으로 여기거나 둥굴레가 싹을 틔운 것이 새싹의 힘이 아니라 땅이 제 거죽을 열어줘서 가능했다(‘비켜준다는 것’)는 것이다. 작은 텃밭의 ‘소출’은 시집을 풍성하게 만든다. 시인은 서정시뿐만 아니라 사회 비판적인 시를 담기도 했다. 시 ‘사다리와 숟가락’에서는 달을 숟가락으로 떠먹는 아이가 나온다. 남들보다 높은 사다리를 갖지 못한 아버지는 아이에게 달을 먹이는 데 실패한다. 하지만 다른 집은 높은 사다리를 갖고 있어 달을 떠먹는 데 성공한다. 이제 ‘아버지가 된’ 시인은 자식에게 달을 먹일 수 있을지 고민한다. 우리 사회의 계층 격차와 세습에 대한 비판이 읽힌다. 시인은 “말과 문체를 갱신하겠다”며 ‘예천’을 비롯해 몇몇 시들을 사투리나 산문체로 쓰기도 했다. 시집을 읽고 나면 이런 생각이 든다. 서정시는 여전히 깊고 맑다. 참여시는 새롭다. 문체의 변화는 글쎄….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문학 사람들은 세상의 종말에 익숙하다(마르탱 파주 지음·열림원)=한순간에 실직과 실연을 함께 당한 한 프랑스 청년. 세상의 밑바닥을 경험하며 진정한 행복의 의미에 대해 깨달아 간다. 1만3000원. 제2회 웹진문지문학상 수상작품집(김태용 외 지음·문학과지성사)=등단 7년차 이하 작가들의 실험적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웹진문지문학상 수상작들을 모았다. 김태용, 윤고은, 안보윤, 김사과, 김미월, 황정은, 김이설, 손보미, 윤해서, 박솔뫼, 조현이 쓴 단편 11편을 묶었다. 1만 원. ○학술상업사(조명계 지음·한솜미디어)=상업의 역사는 문명의 역사로 불린다. 이슬람과 중국이 주축이던 동서양의 문물 교류는 16세기 이후 유럽 국가들이 신대륙을 발견하고 동방항로를 개척하며 유럽으로 주도권이 옮아갔다. 지난 500년간 상업 패권의 흐름을 짚었다. 1만5000원.미하일 바쿠닌(E H 카 지음·이매진)=세계적인 역사학자인 저자가 ‘아나키즘의 아버지’로 불리는 19세기 혁명가 미하일 바쿠닌의 평전을 냈다. 여러 언어로 된 문헌자료에 독자적인 해석을 더하고 전기적인 사실을 추렸다. 바쿠닌과 함께 칼 마르크스, 피에르 조제프 프루동 등 당대 철학가들의 사상과 생애도 살펴볼 수 있다. 3만 원.○인문·교양 트라우마 테라피(최명기 지음·좋은책만들기)=정신과 전문의인 저자가 마음의 상처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 굴욕 무시 배신 억울함 공포 간섭과 통제 따돌림 냉담의 8가지 상황으로 나눠 각 상처를 극복하고 치유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1만3000원.이브의 발칙한 해외봉사 분투기(이브 브라운 웨이트 지음·알에이치코리아)=봉사단 모집요원이었던 한 남자에게 첫눈에 반해 우간다 해외봉사까지 가게 된 뉴요커 싱글녀의 실화를 다뤘다. 1만3800원.○실용·기타22억 원짜리 축구공(이재형 지음·미래를소유한사람들)=2002년 한일 월드컵의 ‘홍명보의 4강 볼’은 왜 이집트로 건너가고, ‘안정환의 골든골 볼’은 왜 남미로 사라졌을까. 축구자료 수집가인 저자가 30여 개국을 오가며 축구 자료와 유물을 입수한 이야기를 담았다. 1만5000원.스무 살에 배웠더라면 변했을 것들(티나 실리그 지음·엘도라도)=한 분야의 전문지식, 여러 분야에 걸친 폭넓은 지식을 갖춘 ‘혁신 엔진(Innovation Engine)’이 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한다. ‘스무 살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의 실전 편. 1만3000원.}

테마소설집 ‘이브들의 아찔한 수다’(문학사상)가 출간됐다. ‘여성 작가들의 아주 은밀한 섹스 판타지’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도발적인 주제 탓에 세상에 나오기까지 ‘고초’를 겪었다. 여성 작가들이 섹스를 정면으로 다룬 소설을 쓰기가 개인적, 사회적으로 아직 힘든 걸까.우선 필자 섭외가 쉽지 않았다. 문학사상은 지난해 여름 여성 작가 10명에게 원고 청탁을 해 승낙을 얻었다. 마감은 지난해 10월까지였지만 작가 4명이 원고 마감을 여러 번 연기하더니 개인적 사정을 들어 중도에 포기했다. 결국 해를 넘기면서 구경미, 김이설, 김이은, 은미희, 이평재, 한유주 등 6명의 단편을 모아 책을 냈다.출간을 맞아 준비한 기자간담회 과정에서도 해프닝이 있었다. 서울 중구 정동의 천주교단체 카페에서 간담회를 열기로 했지만 카페 측은 책의 제목을 듣고는 대관을 취소했다. 출판사 관계자가 담당 신부를 찾아 책의 줄거리까지 설명해 가며 설득했지만 ‘구설수에 휘말리기 싫다’는 답변만 듣고 돌아서야 했다.우여곡절 끝에 30일 오후 서울 세종로의 카페에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신승철 문학사상 기획위원은 “개방된 섹스나 성문화를 소설적으로 탐색하자는 취지였지만 출간까지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일들을 겪었다”며 웃었다.책은 ‘아주 은밀한 섹스 판타지’라는 부제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보통 소설에 비해서는 ‘노출’ 수위가 높다. 그나마 수위가 낮은 편인 대목을 옮겨보면 이렇다. ‘나는 거칠게 혀를 움직이며 유선의 블라우스 단추를 잡아당겼다. 그럼 뜯어지잖아. 유선이 제 손으로 가운데 단추 두 개를 풀었다’(김이설의 ‘세트 플레이’에서) ‘마침 바이올린의 선율이 세 번 반복하여 가녀린 소녀의 비명처럼 흐르자 女子의 입이 그 선율에 맞춰 뻐금거렸다. 男子는 침을 삼켰다’(이평재의 ‘크로이처 소나타’에서).‘색(色)스러운’ 소설집에 참여하는 게 부담스럽지는 않았을까. ‘팔월의 눈’을 쓴 구경미는 “솔직히 참여가 부담스러웠다. 현재 사귀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까마득한 옛날 얘기여서…”라고 했다. 김이설은 “지난해 출간한 ‘환영’ 이후 노(no)폭력, 노섹스로 써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며 웃었다. ‘환영’엔 돈을 벌려고 무분별하게 성을 파는 여성이 나온다.‘통증’을 쓴 은미희는 “첫 섹스의 기억이 좋거나 황홀하지 않았다. 고3 때 선생님으로부터 당해서 (섹스로부터) 도망가는 트라우마가 있는 것 같다”며 “고발적으로 써볼까 하다가 결국 비겁하게 쓴 것 같다”고 털어놓기도 했다.이 여성 작가들이 생각하는 섹스란 무엇일까.“섹스는 본능이다. 본능은 자연이다. 자연은 자연스러워야 하고 거짓이 없어야 한다. 섹스를 죄의식과 억압으로 볼 필요는 없다.”(이평재) “성은 근원적인 자궁에 대한 회귀다. 남성의 경우 나이가 들면 여성 호르몬이 나온다지만 끊임없이 자궁으로의 회귀를 꿈꾸는 것 같다. ‘바다’라는 여성의 양수를 떠올리며.”(은미희)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시인 김소월(본명 김정식·1902∼1934년)의 사망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1934년 12월 24일 서른둘의 나이에 돌연 사망한 고인의 부고를 동아일보는 사흘 뒤 짧게 전했다. ‘한가히 향촌생활을 하는 소월 김정식이 평안북도 구성군 서산면 평지동 자택에서 24일 오전 8시에 돌연 별세하였는데 그가 최근까지 무슨 저술에 착수 중이었다 한다.’ 소월의 돌연사 원인에 대해 학계가 제기한 유력한 추정은 ‘다량의 아편을 먹고 자살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왜 중독성이 강한 아편을 시작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권영민 단국대 석좌교수는 최근 김소월의 증손녀인 성악가 김상은 씨로부터 새로운 사실을 전해 들었다. 소월이 생전 심한 관절염에 시달리고 있었고, 고통이 극심해질 때면 통증을 잊고자 아편을 조금씩 복용했다는 전언이다. 한국 문단의 천재시인이 요절한 배경에는 관절염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문학과 대중의 소통을 모색하는 ‘권영민의 문학콘서트’가 31일 오후 3시 경기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경기문화재단 다산홀에서 ‘봄날의 시인 그리고 시’라는 주제로 열린다. 신달자 시인이 강연과 낭독을 맡는다. 다음 달 1일 오후 7시에는 서울 성동구 행당동 소월아트홀에서 ‘소월을 노래하다’를 주제로 개최된다. 유안진, 문태준 시인이 ‘나의 문학 속의 소월’을 들려준다. 권 교수는 소월의 사망을 비롯해 그에 관한 미스터리에 대해 강연한다. 이 중 시집 ‘진달래꽃’에 얽힌 미스터리를 소개하면 이렇다. 소월이 생전 출간한 시집은 ‘진달래꽃’이 유일하다. 문화재위원회는 지난해 2월 이 시집의 2종 4점을 근대문학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근대문화재에 등록했다. 모두 매문사에서 발행하고 총판(총판매)만 다른데, 한성도서주식회사 총판의 3점, 중앙서림 총판의 1점이다. 이들 시집은 모두 1925년 12월 23일 인쇄, 26일 발행됐다. 하지만 시집 초판본을 내면서 두 가지 총판을 이용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혹 이들 총판의 발행일이 다르지는 않을까. 문화재 등록을 앞두고 문화재위원회와 학계의 고심은 깊어졌다. 초판본이 아닌 것이 문화재로 등록되는 실수를 우려해서였다. 두 가지 총판본은 총 234쪽에 담긴 작품 내용이나 목차, 판형, 인쇄활자 크기가 같다. 하지만 ‘진달래꽃’의 표기가 달랐다. ‘한성도서’의 경우 표지는 ‘진달내꽃’으로, 본문은 ‘진달내ㅱ’으로 표기가 혼재돼 있다. ‘중앙서림’의 경우 표지와 속지가 모두 ‘진달내ㅱ’으로 통일돼 있다. 1933년 한글 맞춤법 통일안에 따르면 ‘꽃’이 맞지만 시집 출간은 맞춤법 통일안 공포 이전의 일이므로 어떤 표기가 맞다고 단정하기 힘들다. 어느 하나가 초판이고, 초판이 매진돼 판형을 그대로 하고 총판만 바꿔 다시 찍어냈을 것이라는 가설도 제기됐다. 하지만 총판들의 선후 관계를 확인하기 힘들뿐더러 재판일 경우 왜 판의 차이를 표기하지 않았는지도 의문으로 남는다. 더군다나 1920년대에는 시집 초판이 200부 정도로 한정돼 있었는데 수요가 적었으므로 재판을 찍은 사례는 찾기 어렵다. 최근 흥미로운 사실이 추가됐다. 웨인 드 프레머리 서강대 국제한국학과 교수가 ‘한성도서의 경우 본문 여러 곳에서 오자(誤字)를 발견했지만 중앙서림에서는 오자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차이를 찾아낸 것이다. 두 판본이 동일한 지형(紙型)을 사용했다면 이러한 인쇄상의 오자 차이가 나오기가 어렵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한성도서 오자를 중앙서림에서 바로잡았다’고 확언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 권 교수는 “갑작스러운 죽음만큼이나 소월의 생애에는 남겨진 미스터리가 많다”고 말했다. 이번 문학콘서트에서는 ‘진달래꽃’의 초판본에 얽힌 미스터리 외에도 ‘김소월은 ‘창조’의 동인이 아니다’ ‘북한이 뒤늦게 소월의 출생과 사망 기록을 수정했다’ 등 소월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들도 소개한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소설가 양귀자가 1986년 발표한 연작 소설 ‘원미동 사람들’에는 1980년대 달동네 풍경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급속한 도시화 속에서 집값 싼 곳을 찾아 사람들은 하늘과 맞닿은 동네에 다박다박 모여든다. 어지럽게 이어진 골목길은 미로처럼 복잡하다. 좀체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서민들의 굴곡진 삶 같다. 소설을 읽으면 자연스레 원미동의 실제 모습이 궁금해진다. 경기 부천시 원미동에 가서 궁금증을 해소할 수도 없다. 30년 가까이 지난 세월 탓이다. 하지만 그림이라면? 화가 이영선이 소설 ‘원미동 사람들’을 모티브로 ‘소중한 기억’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비롯해 작품 4점을 그렸다. 하얀 캔버스 위에는 시침이 빠진 시계와 까맣게 타버린 나무, 빛바랜 신문 쪼가리(재벌을 포함한 경제 기사들이다)가 어지러이 흩어져 있다. 원미동은 하얀 회벽처럼, 빛바랜 신문처럼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듯하다. 소설이 화폭 속으로 들어갔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다음 달 1일까지 열리는 ‘문학과 예술의 새로운 모색-저작걸이展’. ‘원미동 사람들’을 비롯해 김홍신의 ‘대발해’, 박범신의 ‘외등’, 한승원의 ‘아제아제 바라아제’, 임영태의 ‘아홉 번째 집 두 번째 대문’, 전경린의 ‘첫사랑’, 홍명진의 ‘숨비소리’, 황정은의 ‘百의 그림자’ 등 소설 8편이 미술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이영선을 비롯해 공기평 김문석 김민주 김상열 김원용 박금화 최영진 등 화가 8명이 장르를 허무는 산고(産苦)를 통해 소설을 미술로 그려냈다. 박범신의 소설 ‘외등’에서 가냘픈 외등은 온갖 난관 속에서도 변치 않는 사랑을 표현한다. 주인공 서영우는 사랑하는 민혜주가 감금돼 있는 병원 창문 밖에서 손전등을 나무에 걸어놓고 쓸쓸히 죽어간다. 화가 김문석은 이를 모티브로 여러 개의 등이 땅에서 하늘로 솟아난 설치 작품 ‘외등’을 선보였다. 김문석의 외등도 소설처럼 사랑을 상징하지만 가냘프지도 쓸쓸하지도 않다.사진작가 최영진은 소설가 김홍신의 ‘대발해’를 캔버스에 옮겼다. 울트라크롬 잉크 프린트로 작업한 ‘해 2012-1’에는 발해의 상징인 삼족오가 등장한다. 수많은 작은 새들이 점점이 모여 거대한 삼족오를 이룬 게 이채롭다. 작은 민초들의 힘이 모이면 이렇듯 웅대해지는 걸까. 15, 16대 국회의원을 지냈던 김홍신은 전시회 팸플릿에 ‘대발해’의 집필 배경을 적었다. 중국의 동북공정에 분노하던 중 법륜 스님에게 “발해를 우리 민족사에 남기는 게 국회의원 열 번 하는 것보다 낫다”는 충고를 들었다는 내용이다. 2004년 의원 임기를 마치고 집필에 나선 김홍신은 2007년 ‘대발해’(전 10권)를 펴냈다. 박금화의 ‘바람에 꽃피는 언덕’은 한승원의 소설 ‘아제아제 바라아제’를 그린 작품이다. 꽃과 사람이 어울리는 몽환적 세계를 그렸는데 ‘가장 아름다운 꽃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 메시지는 한승원 소설의 주제의식과 통한다. 한승원은 ‘아제아제 바라아제’를 ‘소설로 쓴 화엄경’이라고 말했다. “화엄경은 꽃으로 우주를 장식하기를 가르치는 경전이다. 우리들의 삶은 한 송이 꽃이 되는 것이다.” 참여 작가이자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영선은 “문학과 미술이라는 다른 분야에서 독자적인 결과물을 만들던 창작 관행에서 벗어나 다양하고 입체적인 문화를 선보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사회 참여적인 문학조차 다문화 문제에는 소홀한 것 같습니다. 민족이나 노동자, 농민 문제를 다룬 작품은 많지만 다문화를 다룬 문학을 찾아보기는 여전히 힘든 실정입니다.” 하종오 시인(58·사진)은 10년 가까이 이주민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배타성을 꼬집는 시들을 발표해온 보기 드문 작가다. 2004년 시집 ‘반대쪽 천국’으로 시작해 ‘국경 없는 공장’ ‘아시아계 한국인들’ ‘입국자들’까지 한국에서 살아가는 이주민 삶의 날것을 가감 없는 시어로 담았다. 지난해 출간한 시집 ‘제국’에서는 외국으로 나간 한국인들의 삶과 한국에 온 이주민들의 삶을 대비해 풀어가며 다문화 문학의 확장을 시도하기도 했다. 23일 서울시청 인근의 카페에서 만난 시인은 우리 문학의 폐쇄성을 꼬집었다. 한국에서 사는 이주민과 그들의 2세가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하는 작가들의 시도가 적다는 것이다. “일부 작가가 한두 편씩 다문화 작품을 썼지만 꾸준히 활동하지는 않아요. 다문화 상황은 시간이 흐르면서 계속 바뀌는데 이런 변화에 대해 작가들이 다시 문제를 제기하는 노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다문화 문제를 다룬 작품들은 2000년대 중후반에 집중됐다. 박범신의 ‘나마스테’(2005년), 김려령의 ‘완득이’(2008년), 손홍규의 ‘이슬람 정육점’(2010년) 등이 저변을 넓히는 데 일조했다. 하지만 이후로는 화제가 된 다문화 작품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경재 숭실대 국문과 교수는 “2000년대 중반 다문화는 문단 트렌드였다. 초기에는 이주민에 대한 연민, 동정의 시선이었다가 이내 이주민들을 대등한 관계로 봐야 한다는 인식의 작품들이 나왔다. 지금은 그 다음 단계의 새로운 미학적 의식이 나오지 않아 작품이 뜸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진정한 다문화 문학은 무엇일까. 현재까지는 한국인(정주민)의 시선으로 외국인(이주민)을 본 작품들이 나왔다. 하지만 몇년 안에 ‘이주민의 눈으로 본 다문화 문학’이 등장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하 시인은 이 과정에서 “한글 중심주의를 탈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만간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나 성장한 작가들이 한국 문단에 나올 것이다. 걱정은 이들이 베트남어나 중국어 등 모계 언어로 한국에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폐쇄적인 한국 문단 상황에서 힘들지 않나 싶다.” 한국문학에 새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고명철 광운대 국어국문과 교수는 “한국문학은 한글로 써야만 한다는 생각이 관례처럼 굳어져왔다. 다문화가정 2세들이 외국어로 작품활동을 시작하는 시점이 되면 한국문학의 범주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지난주 제주에서 열린 제6회 한중작가회의에서는 중국 여성 작가가 낭독회를 앞두고 얼굴을 붉히는 일이 일어났다. 소설 분과에서 한국 소설가 권지예의 ‘유혹’을 낭독하기로 한 이 작가가 “읽기 민망하다”며 난색을 표한 것이다. ‘유혹’은 국내 한 석간신문에 연재될 당시 농도 짙은 성애 묘사로 화제가 됐으며 최근 전권(총 5권)이 완간됐다.이 중국 작가는 “이렇게 성적 표현을 할 수 있는 자유분방한 한국 분위기가 놀랍고 부럽고 충격적이다”고 말했다. 결국 이 작가는 권 씨의 양해를 얻어 원고의 일부분을 건너뛰고 낭독을 마쳤다.시 분과에서는 유부남의 내연녀를 뜻하는 ‘세컨드’란 표현이 화제가 됐다. 시인 김경미의 ‘나는야 세컨드’가 낭독되자 중국 시인들이 술렁였다. 김민정 시인은 “한국에서는 세컨드란 표현이 쓰인 지 오래돼 거부감이 덜하다. 하지만 중국은 세컨드란 말이 최근 사회문제가 됐고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여류 시인이 ‘나는 세컨드’라고 ‘고백’했으니 중국 시인들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는 것.중국 작가들에 따르면 중국엔 사전 검열제도가 있는데 노골적인 성적 묘사를 하거나 특정 신체 부위를 언급하면 책을 출간할 수 없다고 한다. 한 한국 작가는 낭독회가 끝난 뒤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한국의 솔직한 표현에 거부반응을 보였던 중국 작가들이 사석에서 만나서는 ‘너무 재미있다’ ‘중국에서 책으로 내고 싶다’고 얘기했다. 중국 작가들이 공식석상에서는 자유롭게 발언을 못하는 것 같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1984년 베스트셀러가 된 소설 ‘단(丹)’의 작가가 펴낸 신작 소설. ‘단’은 단학(丹學)과 기(氣) 수련 열풍을 이끌며 45만 부가 팔렸고, 당시 사회적 화제가 됐다. 하지만 순문학과는 거리가 있는 데다 ‘선도(仙道)로 남북통일을 이룰 수 있다’ ‘우리 영토가 캄차카 반도까지 이를 것’이라는 등의 내용은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 뒤 간간이 수필이나 시집을 냈던 작가가 “단 이후 쓰는 첫 소설”이라며 ‘소설 경(經)’을 선보였다. 출간 전 영국의 다국적 출판사 ‘놀리지 펜’과 판권 계약을 맺고 영국, 미국, 러시아, 일본,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7개국에서 출간하기로 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단’ 출간 이듬해 붓다의 명상법인 ‘위파사나’를 접하게 됐다는 작가는 인도, 네팔, 미얀마 등을 여행하며 불교를 공부했다고 한다. 이 작품에서는 붓다가 활동하던 기원전 4, 5세기를 배경으로 하늘에서 내려온 천인(天人) 부부가 붓다의 제자가 된 후 붓다 일행이 경험하는 기이한 일들을 풀어낸다. 불교뿐 아니라 유학과 기독교 사상까지 접목하며 독특한 시공간을 횡으로 종으로 엮어가는 장대한 스케일을 선보인다. 문체가 딱딱한 데다 사건을 나열하는 듯한 서사 구조는 아쉽다. 종교서적을 읽는 듯하다. 초고는 200자 원고지 1800장 분량이었지만 내용을 추가해 3400장으로 늘었다. 방대한 분량을 해설하기 위해 각주 456개와 후주 140여 쪽을 붙였다. 작가는 “문학의 가장 웅대한 주제인 자기구원(인간구원)의 문학을 추구했다”고 말했다. ‘단’과는 어떻게 다른지 물었더니 그는 이렇게 말했다. “단은 봉우 권태웅 선생의 구술을 내가 옮겨 적은 것에 불과해 ‘내 것’이 아니었다. 권 선생은 지독한 민족주의자였지만 나는 세계주의자다. (단에서 말한) 신통력 자체가 해탈이 아니다. 마음에 번뇌가 없어지고 깨끗해지는 게 중요하다. 이것을 말하고 싶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프랑스의 권위 있는 출판사 갈리마르는 지난해 아니 에르노의 작품을 모은 ‘삶을 쓰다’를 ‘콰르토(Quarto) 총서’의 하나로 펴냈다. 세상을 떠난 작가들의 작품을 다뤘던 이 총서에서 생존 작가의 작품을 다룬 것은 처음. 콧대 높은 갈리마르가 일흔이 넘은 프랑스 대표 여성 작가를 특별히 예우한 것이다. 12편의 자전적 소설을 한 권에 담았기에 그 분량이 1000쪽이 넘었다. ‘삶을 쓰다’에 담긴 소설 가운데 하나인 ‘남자의 자리’는 지난달 국내에 번역돼 단행본으로 나왔다. 노동자와 농민으로 평생 굽은 허리를 펴지 못하고 살았던 아버지의 지난한 인생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이번에 국내에 출간된 ‘한 여자’는 에르노가 자신의 어머니에게 바친 글이다. “전기(傳記)도, 소설도 아니다. 문학과 사회학, 그리고 역사 사이에 존재하는 그 무엇”이라고 작가는 이 책을 정의한다. ‘어머니가 4월 7일 월요일에 돌아가셨다. 퐁투아즈 병원에서 운영하는 노인 요양원에 들어간 지 두 해째였다. 간호사가 전화로 알려왔다.’ 작품의 시작은 낯익다. 얼핏 카뮈 ‘이방인’과도 비슷하지만 결국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로 시작하는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를 연상시킨다. 평생 자식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고, 자식이 작가로 성공한 다음에 서울이나 파리에서 ‘호강’을 누릴 수 있게 됐지만 결국 자기 몸에 맞는 옷 같지 않아서 평생 고생했던 시골을 떠나지 않았던 작가의 어머니들. 전쟁(제 2차 세계대전과 6·25전쟁)의 상흔 속에서 자식 뒷바라지에 여념이 없던 어머니들의 모습은 동서양이 다를 바 없다. 어머니들은 ‘딸은 나처럼 못 배우면 안 된다’고 교육에 열정을 바친다. 훌륭하게 성장한 딸이 대견하면서도 ‘나와는 식견이 다른 사람’이라는 자격지심에 어느덧 거리감을 갖게 되는 슬픈 현실이 펼쳐진다. 저자의 필체는 담담하다. 어머니의 죽음과 장례, 유품 정리, 그리고 작가 자신의 기억에 의존해 어머니의 생을 기록해간다. 식료품점, 카페를 운영하며 ‘억척어멈’으로 살았던 어머니는 괄괄하고 때론 자식에게 손찌검도 했지만 노년에는 한없이 연약해진다. 치매까지 걸린다. 정신을 잃은 어머니와 곁에서 그를 지켜보는 딸 사이의 악다구니들. 작가는 억지 눈물을 쥐어짜지 않는다. 스타카토처럼 딱딱 끊어 쓰는 단문과 사실의 나열을 통해 한 여자의 일생을 차분히 완성한다. 울면서 쓰지 않으려고 애쓴 듯한, 건조한 문장들이 오히려 더 슬프게 다가온다. 책장을 덮으면 가슴이 먹먹하다. 이렇게 ‘한 여자’에 대한 기록은 마감된다. “앞으로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다. 여자가 된 지금의 나와 아이였던 과거의 나를 이어줬던 것은 바로 어머니, 그녀의 말, 그녀의 손, 그녀의 몸짓, 그녀만의 웃는 방식, 걷는 방식이다. 나는 내가 태어난 세계와의 마지막 연결 고리를 잃어버렸다.” 세상 모든 딸들은 어머니를 ‘한 여자’로 보게 되면서 스스로 ‘어머니’가 됐음을 자각하는 것은 아닐까.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소설가 공지영 씨(49·사진)가 출간 계약을 어겼다는 이유로 6000여 만 원의 소송을 당했다. 홍보대행사 A사는 공 씨와 출판사 오픈하우스를 상대로 6000여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고 24일 밝혔다. A사는 “공 씨와 오픈하우스가 지난해 말까지 유럽 여행기를 담은 책을 내기로 해 항공료와 진행비 등을 썼지만 결국 책이 나오지 않아 금전적 손해를 봤다”며 “1700여만 원의 여행 경비를 비롯해 계약 파기로 인한 손실을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공 씨는 시인 2명과 함께 지난해 6월 3주간 유럽 7개국을 여행하고 돌아왔다. 공 씨는 같은 해 8월 출간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본보는 이날 공 씨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 한국과 중국 문인들의 교류의 장인 제6회 한중작가회의가 21, 22일 제주에서 열렸다. 한중 수교 20주년을 맞은 올해에는 ‘양국 문학의 소통과 이해’라는 주제로 낭독과 토론을 가졌다. 》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이후 한국 문학의 세계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의 시인 겸 소설가, 화가인 옌리(嚴力·58)도 회의에 참가했다. 1978년 시 동인지 ‘오늘’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그는 중국 당국의 검열을 거부하고 1985년 미국으로 건너가 현재 뉴욕과 상하이를 오가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1987년 뉴욕에서 계간 ‘일행(一行)’을 창간해 중국 본토 작가들의 해외 진출을 도왔으며, 샌프란시스코 중화신문예학회상을 받는 등 해외파 중국 시인을 대표하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21일 옌리와 아시아 문학의 해외 진출을 주제로 통역을 두고 얘기를 나눴다. ‘옌리의 팬’을 자처하는 시인 김민정(36)이 질문을 했다. 두 사람은 이번 회의에서 처음 만났다. ―옌리 선생님의 시에는 두려움이 없이 쭉 뻗어 나가는 시원시원한 청년의 모습이 있다. 젊은 시인의 작품 같다. “뉴욕과 상하이에서 살아서 다른 동년배의 중국 시인들과는 좀 다른 시를 쓰는 것 같다.” ―세계 여러 문인을 만나셨을 것 같은데, 북한 문인도 만난 적이 있나. “만난 적 없다. 한국 작가로는 뉴욕에서 김영하와 자주 행사장에서 만났고 술자리도 한 적이 있다. 김영하의 작품 전체를 보지 못해 평가하는 것은 어렵지만 인간적으로 굉장히 편하고 시원시원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미국에 간 지 30년 가까이 됐다. 아시아 작가에 대한 서구인의 시선은 변했나. “고정관념이 아직 있다. 중국을 사회주의 나라로 보는 시선이다. 이런 국가 전체에 대한 이미지는 아마 변하기 힘들 것이다.” 한국문학번역원은 최근 ‘스타 작가’ 18명을 선정해 미국을 비롯한 해외 진출을 집중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번역원 이사인 김주영 파라다이스문화재단 이사장은 21일 열린 개막식에서 “작고 문인도 아니고 현존 작가에게 15등까지 점수를 매겨서, 작품을 번역한다는 것은 유치원 애들도 할 수 없는 발상이다. 이런 발상은 매우 졸렬하고 관료적이고 독선적이며 위험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옌리의 생각은 어떨까. “아시아 문학은 세계 문학의 주변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부나 단체가 정밀한 계획을 세워서 자국 문학을 세계화하는 시도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문학은 상품이 아니다. 오늘 바나나를 심는다고 내년에 바나나가 나오는 것과 다르다.” ―작가들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작품을 쓰는 데 집중해야 한다. 외부에 신경을 많이 쓰면 안 된다. 많은 작가가 생전에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망한 뒤에 인정되지 않는가. 좋은 작품을 쓰면 언젠가는 알아보는 사람들이 생긴다.”서귀포=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대학(서강대 영문과 80학번)을 졸업한 청년은 인천의 주물공장에 선반공으로 위장 취업했다. 이를 바탕으로 1987년 가을 스물일곱의 나이에 단편 ‘쇳물처럼’을 발표한 그는 단편 ‘우리의 사랑은 들꽃처럼’, 장편 ‘철강지대’ 등을 발표하며 ‘새벽 출정’의 방현석, ‘성장’의 김한수 등과 함께 1980년대 노동문학의 성취로 불렸다. 1992년 가을. 그는 홀연 문단을 떠났다. 뜨거웠던 1980년대에 뛰어들어 용광로와 같은 소설을 썼다가 차갑게 굳어간 이름, 소설가 정화진(본명 황의돈·52)이다. 그가 20년 만에 펜을 잡았다. 지난달부터 출판사 창비의 인터넷 블로그에 산문 ‘도시농부 정화진의 세상살이’를 주간 연재하고 있다. 작물을 심고 돌보는 담담한 일상이 담백한 문체로 이어진다. 16일 오후 경기 고양시 마두역 앞에서 만난 작가는 허름한 작업복에 흙 묻은 등산화를 신고 있었다. 그가 일구는 텃밭으로 자리를 옮겼다. 130m²(약 40평) 남짓한 밭에 마늘과 양파, 상추가 푸릇하게 올라와 있다. 3년 전 인천에서 고양시 풍동의 아파트로 이사한 그는 지난해부터 농사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일종의 귀농 준비죠. 작게 농사도 짓고, 글도 쓰고, 불러주면 강연도 하고. 언젠가는 시골서 그렇게 살고 싶어요.” 그는 호미를 들고 마늘 밭의 김을 맸다. 이내 주위가 어둑해졌다. 옷의 흙을 툭툭 털고 그가 말했다. “막걸리나 한잔합시다.” 마두역 근처 막걸리집에 마주 앉았다. 20년 전 그렇게 떠난 이유가 궁금했다. “80년대를 꿰뚫는 서사가 있는 작품을 쓰고 싶었지요. 우리 시대 자화상을 써보려 했는데 30대 초반이었던 나는 너무나 세상을 아는 게 없는 거야. 주변에는 노동자만 있었는데 세상은 노동자만 사는 게 아니니까. 그때 노동자만 뜨거웠나? 대기업 다니는 사람, 선생님, 뜨겁지 않은 인간이 어디 있어. 그걸 아우르고 싶었는데 어림 반 푼어치도 없었지.” 선인세(350만 원)를 받고도 몇 달 동안 끙끙대던 그는 결국 ‘문학적 한계’를 절감했다. ‘글도 못 쓰는 놈이 가장 노릇도 못 한다’는 자괴감에 생활전선으로 뛰어들었다. 서울 강남의 무역회사 영업사원도 하고, 후배 작가 김한수와 액세서리 장사에도 나섰다. 6년간 입시학원 영어강사도 했다. 다시 펜을 잡은 이유는 뭘까. 재작년 허리와 다리가 아파 병원에 갔는데 척추에 종양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암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 절박한 상황에서 생각난 것은 ‘소설’이었다. “암 판정 나면 마누라에게 ‘산속에 들어가고 싶다. 딱 (소설) 한 편만 쓰고 가게’라고 말하려고 했지. 그때 깨달았어. ‘내가 글쟁이구나, 소설에 목맨 사람이었구나’라는 것을….” 다행히 ‘물혹’ 판정을 받았다. 병석에서 일어선 그는 산문부터 시작했다. “청년 때는 잡문이라고 생각해 거들떠보지도 않았지. 지금은 일주일에 200자 원고지 20장 채우는 것에도 쩔쩔매.” 허허 웃는 그의 얼굴이 밝았다.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통합진보당 사태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내가 그쪽(운동권)을 떠난 지 오래돼서 내부 사정은 몰라. 하지만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발’ 소리가 먼저 나와. 지지해준 국민을 매우 실망하게 만드는, 책임 없는 짓을 하고 있는 거지.” 나머지 말은 아꼈다. 2차로 옮긴 막걸리집에 김한수가 합류했다. 4년 전 고양시에 먼저 정착해 농사를 짓는 그가 정화진의 정착을 도왔다. 김한수는 출판사와 소설 계약을 했지만 ‘농사일이 바빠서’라며 집필을 미루고 있다고 했다. 취기 가득했던 그날 술자리에서 정화진이 던진 말이 잊혀지지 않았다. “글을 다시 쓰니까 좋은데, 나이 먹은 것 같아 슬퍼. 무역회사 다닐 때 해외출장을 가면 젊은 친구들이 색색의 배낭을 메고 여행하고 있더라고. 그 자유스러움이 부러웠지. 언젠가 나도 한수랑 함께 배낭을 메고 세계 이곳저곳을 다니고 싶어. 글로도 남기고 싶고….”고양=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장석주 시인은 7, 8년 전 문인 150여 명과 함께 독도를 처음 ‘봤다’. 한국시인협회 행사였는데 너울이 심해 섬에 오르지는 못하고 정박한 배 위에서 행사를 치렀다. 작가가 처음 본 독도는 생각했던 것보다 작고 초라했지만 이내 무언가 가슴에서 울컥 치밀어 올랐다. 독도의 모습이 ‘늙은 암컷의 젖무덤’이나 ‘오랜 세월 수행하는 노스님’ 같았다. 공중에 정지한 듯 떠 있는 괭이갈매기는 한편의 극사실화를 보듯 그의 머리에 뚜렷이 각인됐다. 그때 받은 인상을 단초로 이 책을 냈다. 시와 산문, 평론을 두루 써 ‘전방위 작가’로 불리는 저자가 쓴 첫 번째 동화다. 주인공은 새끼 상괭이(독도에 사는 고래 종류) ‘외뿔이’다. 아빠를 잃고 엄마 고래 손에서 자란 외뿔이는 상어들의 공격에 엄마마저 잃고 홀로 남지만, 주위 동물들의 도움으로 꿈을 향해 의연히 헤엄쳐 나간다. 줄거리는 간단하지만 문체는 어렵고, 내용 또한 무겁다. 표지에는 ‘어른이 읽는 동화’란 알림 글을 달았다. 작가는 “20, 30대를 위한 동화”라고 설명했다. “요즘 20대의 현실은 ‘하나의 벽’과 같다. 대학 졸업 후 취업이나 진로에 어려워하는 모습이 많은데 이 책이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그가 전하고자 하는 것은 ‘꿈과 희망’이다. 의지할 곳 없는 신세가 된 외뿔이는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학교에서 쫓겨난다. 하지만 수염고래, 흑범고래, 하얀갈매기 등에게 의지하며 꿈과 희망에 대해 배우고, 고래들의 낙원을 찾아 떠난다. ‘자신의 꿈을 찾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메시지가 외뿔이의 힘든 여정에 스며 있다. 한국적 추상화의 대가로 꼽히는 이두식 홍익대 교수가 그린 독도와 수중 세계를 볼 수 있는 것도 매력적이다. 다만 에피소드의 연결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여럿 보이는 점은 아쉽다. 7월경 같은 이야기를 좀 더 쉽게 풀어쓴 아동용 책이 출간될 예정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애도(哀悼). 사람의 죽음을 슬퍼함. 그 찢어지는 비통을 예찬한다니…. 애도에 대한 전통적 관점을 살짝 비튼다. 프로이트는 1927년 발표한 논문 ‘애도와 우울증’에서 망자에 대한 애착을 끊지 못하면 병리학적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금도 ‘성공적인 애도’는 떠난 사람을 잊고 슬픔을 극복해 안정적인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하지만 저자는 데리다의 시각을 빌려 이의를 제기한다. ‘사회는 우리에게, 떠난 자는 결코 되돌아올 수 없으니 그 상실을 충분히 슬퍼하되 죽음을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가라고 요구하지만,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슬픔에는 끝이 없어야 하며 그것이 어쩌면 진정한 애도일지 모른다.’ 책은 문학 작품 및 사회 현상 속에 드러난 애도의 방식을 되짚는다. 사랑뿐만 아니라 사랑을 잃은, 애도 또한 문학의 주 대상이며, 창작 행위가 한 애도 방식으로 해석된다는 시각이다. 응집된 슬픔은 애도의 문학으로 선연하게 피어난다. 애도 행위를 저자는 다른 대상과 연관 지어 풀어간다. ‘몸’과의 관계는 이렇다. 사랑하는 이가 죽으면 더 이상 그의 몸을 만질 수 없다. 따뜻한 체온의 상실감은 깊은 절망이다. 남은 사람은 시신을 고이 묻고, 묘비를 세워 망자의 몸을 추억한다. ‘(장례는) 우리의 관계가 몸과 몸을 매개로 한 것이었기에, 그 몸을 끝까지 환대하기 위한 것일지 모른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런데 사랑하는 이의 주검조차 찾을 수 없다면, 제대로 애도조차 할 수 없다면 어떻게 될까. 소포클레스의 ‘콜로노이의 오이디푸스’에서는 오이디푸스가 두 딸인 안티고네와 이스메네에게 자신이 죽어 묻히는 곳을 알리지 않았고, ‘안티고네’에서는 크레온 왕이 안티고네의 죽은 오빠를 반역자라는 이유로 묻지 못하게 하고 들짐승들에게 내놓는다. 사랑하는 사람의 주검조차 추스르지 못하는 상황에서 슬픔은 더 아리게 다가온다. 현실도 마찬가지다. 책은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을 말한다. 목숨을 잃은 군인 46명 가운데 일부 시신은 아직도 차가운 바닷속에 있다. 시신을 찾지 못한 유족들은 애끓게 절규한다. ‘죽은 사람이 (바닷속) 추운 데서 떨고 있을 거라는 (유족들의) 생각은 대단히 비현실적이지만, 그러한 비현실적인 생각이 그들에게는 현실보다 더 현실인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애도의 기간’으로 분석한 것도 흥미롭다. 햄릿의 아버지가 죽은 뒤 햄릿의 어머니는 한 달 만에 남편의 동생에게 시집갔는데, 이런 비상식적으로 짧은 애도 기간이 햄릿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는 것. 햄릿의 우울증과 광증, 이로 비롯된 파멸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애도 행위에서 왔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애도를 중심으로 ‘윤리’ ‘트라우마’ ‘존재’ 등과의 연관성을 풀어냈다. 기발한 접근법과 깊이 있는 분석이 돋보이며 여러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사랑은 언젠가 떠나는 유한적인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랑을 떠나보내는 애도는 무한하다. 영원한 사랑은 애도로 완성되는 것일까.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문학디너(헤르만 코흐 지음·은행나무)=내 아이가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면, 이 사실을 아직 그 부모만 안다면 부모는 자수를 권할 수 있을까. 부모의 사랑과 도덕적 양심 사이를 시소를 타듯 아슬아슬하게 저울질한 장편소설. 1만2000원. 아르센 뤼팽의 마지막 사랑(모리스 르블랑 지음·문학동네)=추리소설 ‘아르센 뤼팽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 저자 사후 70년 만에 처음 번역 출간됐다. 프랑스 파리 ‘사교계 퀸’이 뤼팽의 정체를 추적하는 과정을 그렸다. 1만2000원. ○ 학술군중행동(에버릿 딘 마틴 지음·까만양)=‘군중 속에서 쌓여가는 것은 지혜가 아니라 어리석음과 광기다’ ‘개인성의 최대의 적은 군중이다’ 등 군중에 대한 철학을 정리했다. 르봉의 ‘군중심리’와 함께 군중에 대한 최고 분석서로 꼽힌다. 1만5000원.유럽의 붓다, 니체(야니스 콩스탕티니데스 지음·열린책들)=독일 사상가 니체의 사상과 13세기 일본의 승려이자 철학자였던 도원 선사의 가르침 사이의 유사성을 찾는다. 니체와 선종(禪宗)의 유사성을 삽화를 곁들여 설명했다. 1만3500원.○ 인문·교양 아버지니까(송동선 지음·함께북스)=아내의 사업 실패와 아들의 자살을 겪은 60대 저자가 일과 가족에 대한 단상을 엮은 에세이. 1만3000원.남자, 그림이 되다(가브리엘레 툴러 지음·예경)=르누아르는 여성과 키스하거나 춤추는 모습을 통해 남성의 에로틱함을 강조했고 마그리트는 얼굴 없는 신사들로 현대사회의 익명성을 표현했다. 미술작품 속 남성상을 해석한 책. 1만7000원.○ 실용·기타대한민국 경제 2013, 그 이후(김경원 외 지음·리더스북)=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보다 심각한 불황이 2013년부터 찾아온다고 전망한다. 가계부채, 북한 문제 등 국내 리스크를 진단하고 대비책을 제시했다. 1만6000원.나를 좋아하게 하는 커뮤니케이션(김정기 지음·인북스)=‘적극적으로 논쟁을 즐기되 공격적 언어는 삼가라’ ‘상대를 배려하고 보상하는 전략이 써라’ 등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호감도를 높이는 방법을 정리했다. 1만3000원.호텔 매니지먼트 CEO 권대욱의 남자의 자격 청춘합창단 도전기(권대욱 지음·삼정)=서른여섯 살부터 호텔 사장으로 일해 온 저자가 KBS 2TV 예능프로 ‘남자의 자격’의 ‘청춘합창단’에 참가한 뒤 생긴 일상의 변화와 감회를 담았다. 1만2000원.위기의 경제학(정갑영 지음·21세기북스)=유사한 형태로 반복되는 세계 경제불황의 패러다임을 다뤘다. 통일세, 공기업 선진화 방안, 감세정책 등의 주제를 다룬 기사를 재편집해 시의성 있는 분석을 담았다. 1만5000원.}
한국신문협회(회장 김재호)는 일반 여권을 본떠 만든 신문활용교육(NIE) 워크북인 ‘신문 읽기와 인성함양 패스포트’ 활동 과제를 수행할 전국 초·중·고등학생 1만 명을 모집한다. 학생들은 워크북을 신청해 받은 뒤 8월 31일까지 과제를 수행해 응모하면 된다. 우수작에는 장학금(대상 100만 원)도 지급한다. 참가 방법은 홈페이지(www.presskorea.or.kr) 참조.}

정성희 동아일보 논설위원(오른쪽)이 17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29회 최은희여기자상 시상식에서 조선일보 김문순 미디어연구소 이사장으로부터 상을 받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가수 싸이(사진)가 런던 올림픽에 출전하는 태극 전사들을 위해 국악 응원가를 부른다. 16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국립국악원에 따르면 국악단체인 국악지음이 진행하는 런던 올림픽 국악 응원가 만들기 프로젝트 ‘오성과 한음’에 싸이가 참여한다. ‘오성과 한음’은 ‘오천만 국민의 성원을 한국의 음악으로’라는 말을 줄인 것. 싸이와 유명 국악인들이 노래하고 연주할 국악응원가는 빠르고 힘 있는 록 비트에 북과 장구, 태평소, 가야금 등 국악기가 조화를 이루는 곡이다. 싸이는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또 다른 국악응원가 ‘위 아 더 원(We Are The One)’을 선보인 바 있다. 이 곡은 당시 음원을 무료로 공개했는데 500만 건이 넘는 내려받기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다음 달 초에는 새 응원가를 홍보하기 위해 싸이를 비롯해 국악인과 일반인 2500여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뮤직비디오도 촬영한다. 뮤직비디오는 런던 올림픽 기간에 설치되는 한국 홍보부스 ‘런던 코리아 하우스’ 등에서 상영할 예정이다. 예술위는 이 프로젝트 지원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을 예술위 홈페이지(www.arko.or.kr)에서 다음 달 22일까지 진행한다. 크라우드 펀딩은 특정 프로젝트에 다수의 사람이 소액을 후원하는 자금 조달 방법. 3000만 원을 목표액으로 선정했는데 모금 시작 20여 일이 지난 16일 현재 약 45만 원이 모였다. 기부 참여자는 새 응원가 뮤직비디오 촬영에 참여할 수 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를 계기로 ‘문학 한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한국문학번역원이 ‘제2의 신경숙’에 도전하는 작가들을 선정했다. 한국문학번역원(원장 김성곤 서울대 영문학과 교수)은 1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국 출판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국내 스타 작가들을 선정한 뒤 이들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출간 홍보해 ‘엄마를 부탁해’의 후속타를 만들어 내겠다”고 밝혔다. 》 본보가 단독으로 입수한 명단에 따르면 지원 대상 작가는 모두 18명. 대부분 문단의 ‘허리’에 해당하는 작가들이다. 지원 대상 작품으로는 지난해 출간돼 각각 20만 부 넘게 판매된 정유정의 ‘7년의 밤’과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을 비롯해 올해 출간된 성석제의 ‘위풍당당’, 김영하의 ‘너의 목소리가 들려’, 김연수의 ‘원더보이’가 선정됐다. 이 작품들은 지난해와 올해 국내 소설을 대표하는 베스트셀러로, 한국 문단의 ‘신상품’을 발 빠르게 미국에 전달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이 밖에 김언수의 ‘캐비닛’, 이응준의 ‘국가의 사생활’, 이승우의 ‘한낮의 시선’, 최제훈의 ‘일곱 개의 고양이 눈’, 최윤의 ‘마네킹’, 박형서의 ‘새벽의 나나’, 박민규의 ‘핑퐁’, 김경욱의 ‘천년의 왕국’, 김사과의 ‘미나’, 심윤경의 ‘달의 제단’, 임철우의 ‘이별하는 골짜기’가 포함됐다. 이 작품들은 영문으로 샘플 번역을 한 뒤 미국 대형 출판사들에 출간을 의뢰할 예정이다. 이미 영문판이 나온 천운영의 ‘생강’과 강영숙의 ‘리나’는 프랑스어 샘플 번역의 혜택을 받게 됐다. 작가 선정은 번역원이 별도로 꾸린 선정위원회가 맡았다. 문학평론가 권영민 단국대 석좌교수, 우찬제 서강대 국어국문과 교수, 김미현 이화여대 국어국문과 교수, 미국인인 서태부 서울여대 영어영문과 교수(본명 스티븐 캐페너), 염현숙 문학동네 편집국장 등 5명이 위원회에 참여했다. 심사 과정에서는 작품성과 대중성 외에도 ‘앞으로 왕성한 활동이 가능한 작가인가’라는 점을 중시했다. 기존에 영문판이 나온 작품은 가급적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다. 작가 선정의 공정성에 대해 김 원장은 “선정위원회에 추천을 일임해 번역원이 개입하지 않았다. 선정되지 않은 작가들은 불만이 있을 수 있겠지만 최대한 다양하고 대중성 있는 작가를 선정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번역원은 지원 대상 작품이 해외에서 출간될 경우 현지 사인회와 언론간담회를 여는 등 홍보에 주력해 또 다른 한류 문학의 탄생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번역원은 ‘문학 한류 기반 조성’이란 사업으로 정부 예산 3억 원을 확보했다. 지난해 4월 미국에서 출간된 ‘엄마를 부탁해’는 현지에서 14만 부가 판매되고, 32개국과 판권 계약을 하는 성과를 거두며 ‘문학 한류’의 토대를 닦았다. 김 원장은 “미국에서 케이팝(K-pop·한국대중가요) 열기가 뜨거운데 한국의 정신문화에 속하는 문학의 진출도 활발해져야 한다고 본다.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등 여건이 좋아진 것도 긍정적이다”라고 말했다. 또 김 원장은 “지금까지는 번역원이 직접 해외 출판사를 알아보다 보니 주로 영세한 출판사에서 책이 나와 현지 판매가 저조했다. 앞으로는 국내외 유명 에이전시를 통해 미국의 메이저 출판사를 직접 개척하겠다”고 밝혔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