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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이 ‘아데박(아드리아노-데얀-박주영) 트리오’의 릴레이 골에 힘입어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8강 첫 판을 승리로 장식했다. 서울은 2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산둥 루넝(중국)과의 ACL 8강 1차전에서 3-1로 승리를 거뒀다. 안방에서 2골 차 승리를 챙긴 서울은 9월 16일 적지에서 열리는 2차전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1, 2차전 합계로 4강 진출 팀을 가리기 때문에 서울은 한 골 차로 패해도 4강에 오른다. 서울의 첫 골은 데얀의 머리에서 터졌다. 데얀은 전반 19분 박주영의 크로스를 헤딩슛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데얀의 선취골을 도운 박주영은 12분 뒤인 전반 31분 강한 오른발 슛으로 직접 골문을 뚫었다. 서울은 전반 35분 왈테르 몬티요에게 프리킥 골을 내줘 추격을 허용했지만 후반 24분 아드리아노의 쐐기골이 터지면서 2골 차 승리를 챙겼다. 이번 시즌 ACL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는 아드리아노는 이날 12호 골을 기록하면서 ACL 한 시즌 최다 골에 한 골 차로 다가섰다. 광저우 헝다(중국)에서 뛰었던 브라질 출신의 공격수 무리퀴가 2013년에 넣은 13골이 최다 기록이다. 이탈리아 국가대표 출신으로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뛰다 산둥으로 이적한 그라차노 펠레는 풀타임을 뛰었지만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는 못했다.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올림픽 신(神)이 감동할 정도로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24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선수단 해단 기자회견에서 근대5종(사격 펜싱 수영 승마 크로스컨트리) 국가대표팀의 최은종 감독(48)이 “올림픽 신을 감동시켜 4년 뒤 올림픽에서는 꼭 메달을 딸 수 있게 하겠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최 감독은 ‘올림픽 기간에 근대5종은 TV에서 중계도 거의 되지 않았던 비인기 종목이었는데 어땠느냐’는 질문을 받자 “우리가 메달을 따면 비인기 종목에서 인기 종목으로 변할 것이라 생각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준비를 정말 많이 했고, 충분히 메달을 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움이 너무 크다. 올림픽의 신이 이번에는 우리에게 여기까지만 허락한 것 같다. 2020년 도쿄에서는 올림픽의 신이 감동할 만큼 노력해 근대5종 사상 첫 메달을 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 감독이 리우 올림픽에서 메달 획득에 자신감을 보였던 데는 이유가 있다. 리우 올림픽에 출전한 전웅태(21)는 2015년 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과 챔피언오브챔피언스 1위, 2016년 카이로 1차 월드컵 4위, 리우 2차 월드컵 우승까지 세계 정상급의 기량을 줄곧 유지해 왔다. 4년 전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 남자 근대5종 사상 올림픽 최고 성적인 11위를 기록한 정진화(27)는 5월 러시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며 올림픽 메달 획득 가능성을 높였다. 특히 정진화는 올 들어 자신의 약세 종목으로 꼽히던 수영에서 개인 최고 기록을 세우면서 올림픽 메달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김선우(20)는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 여자 단체전 금메달과 2015년 아시아선수권대회 개인전 은메달을 땄다. 리우 올림픽에 출전한 근대5종 선수들의 기량은 역대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리우에서 한국 근대5종 대표팀은 모두 10위 밖으로 밀리면서 사상 첫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최 감독은 “도쿄 올림픽에서는 꼭 메달을 따 근대5종이 인기 종목이 되는 데 밑거름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승격한 팀들이 맞나?’ 13일 개막한 2016∼2017시즌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승격 팀들의 초반 선전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시즌 챔피언십(2부 리그)에 있다가 올 시즌 1부 리그 EPL로 올라온 팀은 번리와 미들즈브러, 헐시티. 이 셋 중 가장 주목을 받는 팀은 1부 리그행 막차를 타고 올라온 헐시티다. 번리와 미들즈브러는 지난 시즌 2부 리그에서 각각 1, 2위를 차지해 EPL에 직행했지만 4위를 한 헐시티는 험난한 승격 플레이오프를 거쳐 EPL로 올라왔다. 헐시티는 13일 시즌 개막전인 레스터시티와의 경기에서 2-1로 승리했다. 레스터시티는 지난 시즌 우승 팀이다. 헐시티의 승리를 예상한 전문가는 아무도 없었다. 헐시티는 20일 기성용의 소속 팀인 스완지시티도 2-0으로 꺾고 2연승을 했다. 2014∼2015시즌 EPL에서 18위를 해 2부 리그로 떨어졌다 2년 만에 다시 승격한 헐시티는 선수가 20명으로 EPL 20개 팀 중 가장 적다. 36명으로 제일 많은 첼시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헐시티는 1부 리그 승격을 확정한 뒤로도 시즌 개막 전까지 이적 시장에서 한 푼도 쓰지 않았을 정도로 전력 보강이 없었다. 오히려 지난 시즌 팀의 핵심 전력이었던 모하메드 디아메는 뉴캐슬로 팀을 옮겼다. 헐시티는 감독도 없는 팀이다. 지난 시즌 헐시티의 1부 리그 승격을 이끈 스티브 브루스 감독은 구단주와의 불화로 팀을 떠났다. 지금은 마이크 펠런 코치가 감독을 대행하고 있다. 이런 열악한 팀 사정으로 헐시티는 올 시즌 개막 전부터 내년 시즌 강등 팀 후보로 꼽혔다. 영국의 스포츠 전문 매체 ‘토크스포트’는 이번 시즌 EPL 예상 순위를 발표하면서 헐시티를 순위표 제일 아래인 20위에 놓았다. 18∼20위는 다음 시즌 2부 리그로 강등된다. 하지만 헐시티는 올 시즌 1, 2라운드 두 경기에서 4-3-3 전형을 바탕으로 한 짜임새 있는 수비 축구를 앞세워 2연승을 거뒀다. 헐시티가 두 경기에서 허용한 실점은 레스터시티전에서 리야드 마흐레즈에게 내 준 페널티킥 골뿐이다. ‘토크스포트’가 올 시즌 16위로 예상한 미들즈브러는 2라운드까지 1승 1무, 강등권인 19위로 예상한 번리는 1승 1패를 기록했다. 특히 번리는 20일 강팀 리버풀을 2-0으로 꺾었다. 헐시티(승점 6)와 미들즈브러(승점 4), 번리(승점 3)가 1, 2라운드에서 챙긴 승점 합계 13점은 승격 팀들이 개막 후 두 경기에서 쌓은 역대 최다 승점이다. 종전 기록은 1992∼1993시즌에 승격한 세 팀이 작성한 11점이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이제 2인자라는 소리는 안 듣겠죠?” 오혜리(28·춘천시청)는 20일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태권도 여자 67kg급에서 금메달을 딴 뒤 2인자 이미지에서 벗어난 것을 무엇보다 기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발 뻗고 푹 잘 수 있을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리우로 떠나기 전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치면 누구에게 가장 미안할 것 같으냐’는 질문에 “그럴 일은 없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해 이번엔 후회가 남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던 오혜리다. 오혜리에게는 그동안 ‘2인자’, ‘국내용’이라는 꼬리표가 줄기차게 따라다녔다. 오혜리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2년 선배 황경선에게 밀려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때는 국가대표 선발전을 보름가량 앞두고 허벅지 근육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해 올림픽 출전의 꿈을 접어야 했다. 당시 오혜리는 24세. 4년 뒤 리우 올림픽을 생각하기에는 적지 않은 나이였다. 태권도에서 여자 선수의 전성기는 대개 22∼24세다. 리우 올림픽 태권도 여자 4개 체급에서 메달을 딴 16명을 봐도 1980년대생은 오혜리와 67kg 초과급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멕시코의 마리아 에스피노사(29)뿐이다. 오혜리가 결승전에서 상대한 체급 랭킹 1위인 프랑스의 아비 니아레도 23세다. 이런 이유로 4년 전 런던 올림픽 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부상을 당했을 때 오혜리가 리우 올림픽에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 태권도인은 거의 없었다. 오혜리는 국제종합대회 국가대표 선발전과는 유독 인연이 없었다. 리우 올림픽 전까지 올림픽은커녕 아시아경기에도 나간 적이 없다. 오혜리는 2010년 광저우와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 때도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오혜리는 실패하고 부상을 당할 때마다 짜증도 많이 내고 눈물도 많이 흘렸다. “울고불고한다고 달라질 게 뭐가 있나 싶더라고요. 마음을 편하게 먹고 딱 한 번만 더 도전해 보기로 했죠.” 서울시청에서 뛰던 오혜리는 2014년 자신의 고향이자 어머니가 살고 있는 강원 강릉에서 가까운 춘천시청으로 소속 팀을 옮긴 뒤부터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운동을 하게 됐다고 한다. 오혜리는 지난해 12월 기준 세계태권도연맹(WTF)의 올림픽 체급 랭킹 6위 안에 들면서 2전 3기 끝에 올림픽 무대를 밟는 데 성공했다. 오혜리는 “리우 올림픽 전까지는 내 차례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차근차근 준비를 잘했기 때문에 나한테 주어진 기회를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리우 올림픽 금메달로 그는 ‘국내용 선수’라는 꼬리표도 떼어냈다. 오혜리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우연히 친구 따라 동네 태권도장을 갔다가 태권도와 인연을 맺었다. 씨름 선수였던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아 어릴 때부터 또래보다 키가 컸던 오혜리(180cm)는 금방 태권도에 소질을 보였다. 중학교 때부터는 취미가 아닌 선수로 태권도와의 인연을 이어갔다. 중3이 되면서 전국 대회에서는 빠지지 않고 입상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전국체육대회에 대학부와 일반부로 출전해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적수가 없었다. 하지만 메이저 국제대회에서의 우승은 지난해 러시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이 처음이었다. 2전 3기의 도전 끝에 올림픽 정상 등극으로 ‘2인자’, ‘국내용’이라는 꼬리표를 날려버린 ‘태권 여제(女帝)’ 오혜리는 서른이 되는 2년 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아시아경기까지 계속 뛰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이제 2인자라는 소리는 안듣겠죠?” 오혜리(28·춘천시청)는 20일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태권도 여자 67㎏급에서 금메달을 딴 뒤 2인자 이미지에서 벗어난 것을 무엇보다 기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발 뻗고 푹 잘 수 있을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리우로 떠나기 전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누구에게 가장 미안할 것 같냐”는 질문에 “그럴 일은 없다. 꼭 금메달을 걸고 1인자가 돼 돌아올 것”이라고 했던 오혜리다. 오혜리에게는 그동안 ‘2인자’, ‘국내용’이라는 꼬리표가 줄기차게 따라다녔다. 오혜리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2년 선배 황경선에 밀려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때는 국가대표 선발전을 보름가량 앞두고 허벅지 근육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해 역시 출전의 꿈을 접어야 했다. 당시 오혜리는 24세. 4년 뒤 리우 올림픽을 생각하기에는 적지 않은 나이였다. 태권도에서 여자 선수의 전성기는 대개 22~24세다. 리우 올림픽 태권도 여자 4개 체급에서 메달을 딴 16명을 봐도 1980년대생은 오혜리와 67㎏ 초과급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멕시코의 마리아 델 로사리오 에스피노자(29) 뿐이다. 오혜리가 결승전에서 꺾은 체급 랭킹 1위인 프랑스의 하비 니아르도 전성기 나이인 23세다. 태권도 여자 대표팀 코치를 맡은 박계희 춘천시청 감독은 “(오)혜리 나이에도 기량을 유지하면서 올림픽에 출전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라고 말했다. 4년 전 런던 올림픽 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부상을 당했을 때 오혜리가 리우 올림픽에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 태권도인은 거의 없었다. 오혜리는 국제종합대회 국가대표 선발전과는 유독 인연이 없었다. 리우 올림픽 전까지는 올림픽은커녕 아시아경기에도 나간 적이 없다. 오혜리는 실패와 부상을 당할 때마다 짜증도 많이 내고 울기도 많이 울었다. “울고불고 한다고 달라질 게 뭐가 있나 싶더라구요. 마음을 편하게 먹고 딱 한 번만 더 도전해 보기로 했죠.” 오혜리는 지난해 12월 기준 세계태권도연맹(WTF)의 올림픽 체급 랭킹 6위 안에 들면서 2전 3기 끝에 올림픽 무대를 밟는데 성공했다. 오혜리는 “리우 올림픽 전까지는 내 차례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차근차근 준비를 잘 했기 때문에 나한테 주어진 기회를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리우 올림픽 금메달로 그는 ‘국내용 선수’라는 꼬리표도 떼어냈다. 오혜리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친구 따라 동네 태권도장을 가면서 태권도와 첫 인연을 맺었다. 어릴 때부터 키가 크고 다리가 길어 태권도에 소질을 보인 오혜리는 중학교 때부터 선수로 나섰고, 중3 때부터 전국 대회에서 빠지지 않고 입상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전국체육대회에는 대학부와 일반부로 출전해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적수가 없었다. 하지만 메이저 국제대회에서의 우승은 지난해 첼랴빈스크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이 처음이었다. 2전 3기의 도전 끝에 올림픽 금메달을 따내며 ‘2인자’, ‘국내용’의 설움을 한방에 날린 오혜리는 서른이 되는 2년 뒤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아시아경기까지 계속 뛰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금메달이 기대됐던 김태훈(22)은 17일(현지 시간) 열린 태권도 남자 58kg급 첫 경기에서 태국의 따윈 한쁘랍(18)에게 10-12로 졌다. 체급 랭킹 2위로 그랜드슬램이 기대됐던 김태훈을 이긴 상대가 랭킹 64위의 선수여서 충격은 더 컸다. 김태훈은 세계선수권과 아시아경기, 아시아선수권 정상을 경험한 세계 정상급 선수다. 하지만 김태훈은 동메달을 땄다. 첫 판에 패한 선수가 어떻게 동메달을 딸 수 있었을까. 태권도의 패자 부활전 방식 때문이다. 올림픽에서 태권도는 결승 진출자에게 패한 선수에게는 부활의 기회를 준다. 16강전 패자는 모두 8명이지만 패자 부활의 기회는 결승 진출자에게 진 2명에게만 주어진다. 결승 진출자에게 8강전에서 진 선수 2명도 패자 부활전에 나갈 수 있다. 패자 부활전은 결승 진출자에게 16강과 8강에서 각각 패한 선수들끼리 먼저 맞붙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김태훈은 8강에서 한쁘랍에게 진 호주의 새프완 칼릴(30)과 대결했다. 여기서 4-1로 이긴 김태훈은 한쁘랍의 결승 상대인 중국의 자오솨이(21)에게 4강에서 패한 멕시코의 카를로스 나바로(20)와 동메달 결정전을 벌여 7-5로 승리했다. 이런 방식으로 패자 부활전을 통해 태권도에서는 2명에게 동메달을 준다. 레슬링도 태권도와 같은 방식으로 결승 진출자에게 패한 선수들에게 부활의 기회를 준다. 유도는 태권도와 패자 부활의 방식이 조금 다르다. 유도는 결승 진출자에게 패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패자 부활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8강전까지는 진출해야 패자 부활전에 나갈 수 있다. 8강전에서 패한 4명이 부활의 기회를 얻고 이들이 가까운 시드끼리 맞붙어 2명이 살아남는다. 이 2명은 준결승전 패자들과 경기를 치러 이기면 동메달을 목에 건다. 유도도 체급별로 동메달은 2개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리우데자네이루행 티켓을 힘겹게 손에 넣었던 김소희(22)가 올림픽 무대에서도 1점 차의 힘겨운 승부를 연이어 치른 끝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소희는 “이 기쁨을 느끼게 해주려고 하늘이 그동안 이렇게 날 힘들게 했던 모양이다. 오늘은 하늘이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김소희는 18일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태권도 여자 49kg급 결승전에서 세르비아의 티야나 보그다노비치(18)를 7-6으로 꺾고 정상에 오르며 한국에 7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김소희는 “어제 잠자리에 들면서 러키세븐(7번째 금메달)이 될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러키세븐을 채워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김소희는 첫판인 16강전에서 페루의 훌리사 디에스 칸세코(27)를 10-2로 무난하게 제압했다. 하지만 8강과 4강, 결승전에서는 모두 한 점 차의 진땀 승부를 벌였다. ▼ 하늘도 도왔다, ‘러키 세븐’ 태권 소녀 ▼특히 8강전에서는 올림픽 랭킹 2위인 태국의 빠니빡 웡빠따나낏(19)에게 막판까지 2-4로 뒤지다 경기 종료 4초 전 극적으로 전세를 뒤집었다. 상대 머리에 3점짜리 발차기 공격을 성공시켜 5-4로 역전에 성공한 김소희는 웡빠따나낏에게 6-5로 승리했다. 4강전에서는 ‘골든 포인트제’(먼저 득점하는 선수가 승리)가 적용되는 연장 승부 끝에 프랑스의 야스미나 아지에즈(25)를 1-0으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결승전에서는 종료 15초 전까지 3점 차로 앞서다 막판 추격을 허용하면서 한 점 차 승리를 거뒀다. 김소희는 특히 뒷걸음질을 치다 경기 종료 버저와 거의 동시에 넘어지면서 금메달을 놓칠 뻔했다. 경고 9개를 받고 있던 김소희가 종료 버저가 울리기 전에 넘어졌다면 경고를 한 차례 더 받으면서 반칙패를 당하기 때문이었다. 경고를 10번 받으면 득점에서 앞서 있어도 반칙패가 선언된다. 세르비아의 요청으로 비디오 판독이 이뤄졌고, 승리의 환호를 질렀던 김소희의 얼굴은 하얗게 변했다. 1년 같은 시간 1분가량이 흐른 뒤 나온 판정에서 종료 버저가 울린 뒤에 김소희가 넘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김소희는 올림픽 출전권을 간신히 손에 쥐었다. 지난해 12월 멕시코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연맹(WTF) 월드그랑프리 파이널에서 1회전 탈락으로 랭킹을 끌어올리는 데 실패했다. 당시 김소희의 랭킹은 7위였다. 6위 안에 들어야 올림픽 출전권을 딸 수 있었다. 하지만 행운이 따랐다. 6위 안에 태국 선수가 2명이 포함된 것이다. 랭킹 쿼터는 체급별로 한 나라에 1장만 준다는 WTF 규정에 따라 7위인 김소희에게 출전권이 넘어왔다. 올림픽 첫 출전의 기회를 어렵게 잡은 만큼 김소희는 이를 악물고 준비했다. 원래 체급보다 3kg을 더 올려 나서는 대회라 체중을 늘리고 근력과 힘도 키워야 했다. 김소희는 그동안 아시아경기나 세계선수권에서는 46kg급에 출전했다. 하지만 올림픽에는 이 체급이 없다. 김소희는 1월부터 두 달 동안은 기술 훈련을 제쳐 두고 체력 훈련과 웨이트 트레이닝에만 죽기 살기로 매달렸다. 두 달 만에 하체 근력량을 30%가량 키웠다. 늘린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힘들었다. 김소희는 “이렇게까지 하면서 운동을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악으로 깡으로 버텼다”고 했다. 김소희는 어릴 때부터 ‘깡다구’가 셌다. 왈가닥이기도 했던 김소희는 아침에 흰 옷을 입고 나가서 저녁에 옷이 시커멓게 변한 뒤에야 집에 왔다. 주로 남자아이들과 어울려 산에서 개구리를 잡으며 놀았다는 김소희는 남자아이들한테도 지는 것을 싫어해 늘 앞장을 섰다고 한다. 깡은 셌지만 몸은 약한 편이었다. 코피를 자주 쏟았다. 이를 보다 못한 아버지가 딸의 건강을 위해 보낸 곳이 태권도 도장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의 일이다. 서울체고 재학 중에는 태권도부이면서도 구간 마라톤대회에 학교 대표로 출전했을 만큼 뛰는 데도 소질이 있었다. 지구력이 좋은 김소희를 당시 육상부 코치가 ‘산소통’으로 불렀다고 한다. 2011년 세계선수권 때 보여준 부상 투혼은 김소희의 악바리 근성을 잘 설명해 주는 일화다. 당시 발가락 부상을 안고 출전했던 김소희는 대회 도중 손가락뼈가 부러지는 부상까지 당했다. 코치들은 말렸지만 김소희는 출전을 고집했다. 도핑 테스트 때문에 진통제도 먹지 않고 계속 출전한 김소희는 이 대회에서 우승했다. 세계선수권 첫 우승이었다. 김소희는 2013년 세계선수권 2연패를 달성했고,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태권도의 희망으로 성장했다. 이종석 wing@donga.com / 리우데자네이루=황규인 기자}

자국에서 열리지 않은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50개 이상의 메달을 딴 영국이 1908년 이후 역대 최고 순위를 차지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7일 현재 영국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딴 메달은 금 19개, 은 19개, 동메달 12개로 모두 50개. 리우 올림픽 이전에 영국이 50개 이상의 메달을 획득한 것은 자국에서 열린 두 번의 올림픽 때뿐이었다. 1908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145개(금 56, 은 51, 동 38)를 땄고,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65개(금 29, 은 17, 동 19)를 챙겼다. 자국 대회를 빼고 영국이 가장 많은 메달을 딴 올림픽은 2008년 베이징 대회로 47개(금 19, 은 13, 동 15)를 획득했다. 영국은 1908년 런던 대회에서 1위를 했고, 이후로는 3위(1912년, 1920년, 2012년)가 최고 성적이었다. 하지만 1912년과 1920년에는 참가국 수가 30개도 되지 않았고, 4년 전 런던 대회 때는 204개국이 참가했지만 안방 프리미엄이 있었다. 반면 리우 올림픽에서 영국은 17일 현재 2위(금메달 기준)다. 영국은 강세 종목인 사이클 트랙에서 6개의 금메달을 땄고, 112년 만에 올림픽 종목으로 복귀한 골프에서도 금메달을 챙겼다. 금메달 17개로 3위인 중국이 강세 종목인 탁구와 다이빙 경기를 남겨 놓고 있고, 여자 배구에서도 4강에 올라 있어 영국의 2위 수성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영국이 올림픽 막판까지 2위 경쟁을 할 수 있게 된 데는 약물 파동으로 러시아의 참가 선수 규모가 크게 줄어든 이유도 있다. 1950년 이후로 올림픽에서 영국이 러시아(옛 소련 포함)보다 순위가 앞선 것은 4년 전 런던 올림픽이 유일하다.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대회 중반을 넘어선 가운데 17일부터 태권 5남매가 한국의 ‘10-10’(금 10개, 국가 순위 10위 이내) 목표 달성에 힘을 보탠다. 지난달 29일 출국해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훈련해 오던 태권도 대표팀은 15일 리우데자네이루에 입성했다. 박종만 태권도 대표팀 총감독은 “금메달이 기대됐던 다른 종목 중 예상 밖으로 부진한 종목들이 있어 부담은 있지만 준비를 잘해 왔다. 선수들 모두 몸 상태도 좋다”고 말했다. 태권도는 리우 올림픽에서 양궁이 4개 전 종목(남녀 단체전 및 개인전)을 석권하기 전까지 단일 올림픽에서 한국이 금메달을 가장 많이 딴 종목이다. 태권도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한 4명이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며 종주국의 위력을 떨쳤다. 하지만 4년 전 런던 올림픽에서는 금메달 1개와 은메달 1개로 역대 가장 저조한 성적에 그쳐 자존심을 구겼다. 그동안 국가별로 남녀 각 두 체급씩, 최대 네 체급까지 출전할 수 있었던 올림픽 태권도에 한국은 매번 4명이 출전했는데 메달을 못 딴 선수가 나온 건 런던 올림픽이 처음이었다. 한국은 리우 올림픽에 역대 가장 많은 5명이 출전한다. 국가당 출전을 최대 4명으로 제한했던 규정은 리우 올림픽부터 없어졌다. 태권도 대표팀의 목표는 최대 금메달 3개다. 여자 49kg급의 김소희(22)가 17일 16강전 출전으로 첫 테이프를 끊는다. 남자 58kg급 김태훈(22)도 같은 날 출전한다.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노리는 김소희의 난적은 체급 랭킹 1위이자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하는 중국의 우징위(29)다. 김소희는 “우징위가 강적이긴 하지만 전성기 때 기량은 아니다. 빠른 발로 우징위를 넘어서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아시아경기와 아시아선수권, 세계선수권 정상을 경험한 김태훈은 리우 올림픽에서 그랜드슬램에 도전한다. 김소희와 김태훈이 출전하는 체급의 금메달은 18일 오전에 나온다. 2014, 2015년 두 해 연속 세계태권도연맹(WTF) 올해의 선수로 뽑힌 이대훈(24)도 18일 런던에서 놓친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런던 대회 58kg급에서 은메달을 딴 이대훈은 68kg급으로 체급을 올려 그랜드슬램에 도전한다. 19일에는 오혜리(28)가 여자 67kg급에 출전하고, 20일에는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차동민(30)이 80kg 초과급에 나서 8년 만의 정상 복귀에 도전한다. 리우 올림픽에서는 화려한 기술과 물러서지 않는 태권도를 유도하기 위해 몇 가지 새로운 규정이 도입됐다. 가로세로 각 8m의 정사각형이던 경기장이 가로세로 각 8m의 정팔각형으로 달라지면서 경기장 면적이 64m²에서 52.48m²로 18%가량 줄었다. 그만큼 뒷걸음질 칠 자리가 좁아져 달아나는 경기는 힘들어졌다. 고의로 경기장을 벗어나면 경고를 받게 되고, 경고 두 번은 상대 선수 득점으로 연결된다. 런던 올림픽 때까지 2점을 주던 몸통 부위에 대한 회전 공격이 리우 올림픽부터는 3점으로 높아졌다. 선수들이 신는 전자 감응 양말에 내장된 센서도 7개에서 11개로 늘어나 유효한 발차기를 하고도 득점으로 인정되지 않았던 일명 ‘블라인드 킥’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몸통뿐 아니라 머리에도 전자호구가 사용된다. 머리 호구는 몸통에 비해 낮은 강도의 타격에도 센서가 반응하면서 점수가 올라가도록 돼 있어 머리 부위를 노린 화려한 발차기 시도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여자 49kg급의 경우 몸통은 강도 18이 나와야 점수가 올라가지만 머리는 강도 1의 발차기로도 득점할 수 있게 돼 있다. 런던 올림픽 때는 몸통에만 전자호구를 착용했다. 머리에는 일반호구를 착용했고 머리 공격에 대한 득점은 심판이 판단했다.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태극 전사들이 경기는 지배했지만 온두라스 골키퍼의 신들린 방어를 뚫는 데는 실패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14일 한국의 온두라스전 패배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본선에 참가한 아시아 세 팀이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온두라스 골키퍼 루이스 로페스(23)가 ‘영감을 풍기는’ 활약을 했다고 평가했다. 국제축구연맹(FIFA)도 “마치 고양이 같은 반사 신경을 보여준 로페스의 잇따른 선방에 한국이 무너졌다”며 “올림픽이 끝나면 로페스가 한국과의 경기 때 낀 장갑이 온두라스 박물관에 전시될지도 모른다”고 소개했다. 로페스는 리우 올림픽 조별리그 3경기 모두 풀타임을 뛰었고 5골을 허용했다. 무실점 경기는 한국과의 8강전이 처음이었다. 말 그대로 로페스에게 이날 경기는 자신의 선수인생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인생 경기’였다. 로페스는 이날 한국의 결정적인 슈팅을 여러 차례 막아냈다. 로페스의 신들린 선방은 전반 39분 손흥민의 프리킥을 막는 것으로 시작됐다. 로페스는 골문에서 약 20m 떨어진 곳에서 손흥민이 오른발로 감아 찬 프리킥을 몸을 날려 걷어냈다. 5분 뒤인 전반 44분 류승우의 중거리 슛은 온두라스 선수의 몸을 맞고 방향이 틀리면서 골문 안으로 들어가는 듯했지만 로페스의 오른손 끝에 걸렸다. 손흥민이 전반 추가시간에 페널티지역 안에서 날린 강한 오른발 발리슛 역시 로페스의 펀칭에 막혔다. 로페스의 선방은 후반에도 이어졌다. 손흥민이 후반 2분 페널티킥 지점(골라인에서 11m 거리)보다 더 가까운 곳에서 때린 슈팅을 동물적인 감각으로 막아냈다. 후반 10분과 26분 손흥민과 권창훈이 페널티지역 안에서 날린 결정적인 슛도 로페스를 뚫지 못했다. 호르헤 루이스 핀투 온두라스 감독은 “모든 선수들이 중요하지만 우리는 특히 로페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온두라스 리그의 레알 에스파냐 소속인 로페스는 키 183cm로 골키퍼로서는 큰 편이 아니다. 하지만 순간적인 반응 능력이 탁월해 23세 이하 대표팀뿐 아니라 온두라스 A대표팀에도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로페스는 후보 골키퍼이기는 했지만 2년 전 브라질 월드컵 때 이미 A대표팀에 뽑혔고, 온두라스에서의 인기는 웬만한 공격수 못지않다. 한편 한국과 조별리그에서 비긴 독일은 8강전에서 포르투갈을 4-0으로 꺾고 준결승에 올랐고, 개최국 브라질도 콜롬비아를 2-0으로 누르고 4강에 진출했다. 이종석 wing@donga.com·이원주 기자}

“경기는 태극 전사들이 지배했지만, 온두라스 골키퍼의 신들린 방어를 뚫는 데는 실패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14일 한국의 온두라스전 패배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본선에 참가한 아시아 세 팀의 메달 획득 실패를 전하면서, 온두라스 골키퍼 루이스 로페스(23)가 ‘영감을 풍기는’ 활약을 했다고 소개했다. 국제축구연맹(FIFA)도 “루이스 로페스의 잇따른 선방에 한국 선수들이 무너졌다”며 “로페스가 한국의 세트피스와 거듭된 공격을 잘 막아 승리를 이끌었다”라고 평가했다. 로페스는 이날 한국의 결정적인 슈팅을 여러 차례 막아냈다. 로페스의 신들린 선방은 전반 39분 손흥민의 프리킥을 막는 것으로 시작됐다. 로페스는 골문에서 약 20m 떨어진 곳에서 손흥민이 오른발로 감아 찬 프리킥을 몸을 날려 걷어냈다. 5분 뒤인 전반 44분 류승우의 중거리 슛은 온두라스 선수의 몸을 맞고 방향이 틀리면서 골문 안으로 들어가는 듯 했지만 로페스의 오른손 끝에 걸렸다. 손흥민이 전반 추가 시간에 페널티지역 안에서 날린 강한 오른발 발리슛 역시 로페스의 펀칭에 막혔다. 로페스의 슈퍼 세이브는 후반에도 이어졌다. 손흥민이 후반 2분 페널티킥 지점(골 라인에서 11m 거리)보다 더 골라인에 가까운 곳에서 때린 슈팅을 동물적인 감각으로 막아냈다. 후반 9분과 26분 손흥민과 권창훈이 페널티지역 안에서 날린 결정적인 슛도 로페즈를 뚫지 못했다. 온두라스 리그의 레알 에스파냐 소속인 로페스는 키 183㎝로 골키퍼로서는 큰 편이 아니다. 하지만 순간적인 반응 능력이 탁월해 23세 이하 대표팀뿐 아니라 온두라스 A대표팀에도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로페스는 후보 골키퍼이기는 했지만 19세이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 A대표팀에 뽑혔고, 온두라스에서는 웬만한 공격수 못지않게 인기도 많다. 리우 올림픽 조별리그에서는 3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해 5골을 허용했다. 무실점 경기는 한국전이 처음이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여자 양궁 국가대표팀의 주장 장혜진(29·LH)이 늦었지만 가장 큰 꽃을 피웠다. 장혜진은 12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무 경기장에서 열린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 양궁 개인전 결승에서 독일의 리자 운루흐를 세트 점수 6-2(27-26, 26-28, 27-26, 29-27)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4년 전 대표팀 탈락의 아픔을 씻었다. 장혜진은 2012년 런던 올림픽에 나갈 여자 대표팀 3명을 뽑는 선발전에서 4등을 해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8일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장혜진은 리우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 중 첫 2관왕이 되면서 별명 ‘짱콩’처럼 최고가 됐다. 장혜진은 키(158cm)가 작아 어릴 때부터 ‘땅콩’으로 불렸다. 그러다 기왕이면 땅콩 중에 최고의 땅콩이 되라는 의미로 친구가 붙여준 별명이 ‘짱콩’이다. 단체전 금메달을 딴 뒤 “무지갯빛 솜사탕 같은 맛”이라고 소감을 말했던 장혜진은 개인전 금메달의 맛을 “배고플 때 먹는 초코파이 맛”이라고 했다. 장혜진은 리우에 도착한 뒤로 하루도 빠짐없이 먹었을 만큼 초코파이를 좋아한다.● 늦게 피어 더 아름다운 神弓… “개인전 金은 초코파이 맛” 여자 양궁 사상 첫 개인전 2연패에 도전했던 런던 올림픽 2관왕 기보배는 4강전에서 장혜진에게 3-7(25-19, 24-27, 24-27, 26-26, 26-28)로 패한 뒤 3위 결정전에서 멕시코의 알레한드라 발렌시아를 6-4(26-25, 28-29, 26-25, 21-27, 30-25)로 눌러 동메달을 차지했다. 3위 결정전에서 4세트 두 번째 화살이 3점을 기록한 기보배는 “올림픽에서 3점을 쏴 보기는 처음”이라며 “전반적으로 바람이 많이 불어 기량을 제대로 못 펼친 게 아쉽다. 개인전 2연패를 생각하긴 했지만 올해 국제대회에서 개인전 메달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마음을 어느 정도는 비웠었다”고 말했다. 세계 랭킹 6위 장혜진의 개인전 금메달은 예상 밖이다. 리우 올림픽에 출전한 여자 대표팀 3명 중 장혜진의 랭킹이 가장 낮다. 최미선(20·광주여대)은 1위, 기보배(28·광주광역시청)는 3위다. 장혜진은 대기만성형 선수다. 대표팀 막내 최미선이 고교 1학년 때 단 태극마크를 장혜진은 23세 때인 2010년에야 달았다. 중학교 때까지는 전국대회에 나갈 실력도 못 됐다. 같은 학년인 기보배가 2002년 전국소년체전에서 3관왕을 할 때 장혜진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선수였다. 게다가 중학교 때는 양궁 선수에게 치명적이라는 클리커병이 찾아와 날마다 울고불고 한 적도 있다. 클리커병은 양궁 선수들이 자신감 부족이나 다른 알 수 없는 이유로 시위를 놓지 못하는 일종의 불안 증세다. 옆에서 보다 못한 가족들은 양궁을 그만두라고 했다. 하지만 장혜진은 “‘내가 양궁에 소질이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한 적은 있어도 양궁이 싫었던 적은 없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양궁을 계속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2010년부터 국가대표에 뽑혔다 말았다를 반복하던 장혜진이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2014년부터다. 이해 장혜진은 월드컵 3차 대회에서 개인전 1위에 올랐고, 인천 아시아경기에서는 단체전 금메달, 개인전 은메달을 차지했다.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시작하면서 런던 올림픽 대표팀 탈락으로 잃었던 자신감도 되찾았다. 4년 전 런던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뒤 장혜진은 “진짜 바보 같고 아쉽다. 다 잡은 기회를 놓쳐버렸다”며 아쉬워했다. 장혜진이 올해 4월 19일 끝난 리우 올림픽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에서 4위로 탈락한 후배 강채영(20·경희대)에게 다가가 “수고했다”며 눈물을 흘린 것도 ‘4등 탈락’이 주는 아쉬움과 허탈함이 얼마나 큰지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장혜진은 “‘4등 탈락’이라는 꼬리표가 4년 동안 따라다녔다.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로 그런 꼬리표를 뗄 수 있게 돼 속이 다 후련하다”고 말했다. 장혜진은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대표팀 1진은 아니었다. 평소 양궁 남녀 국가대표는 각각 8명이지만 주요 국제대회에는 1진 3명이 출전한다. 이 때문에 장혜진은 2015년 9월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프레올림픽 때 1진들과 함께 브라질에 가기는 했지만 경기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당시 장혜진은 그날그날 경기가 끝나고 나면 올림픽이 열릴 경기장에서 혼자 연습하면서 “올림픽 때는 꼭 내가 이 자리에서 활을 쏘겠다”고 다짐했다. ‘4등 탈락’ 후 장혜진의 슬럼프가 오래가지 않았던 것은 긍정적이고 쾌활한 성격 때문이다. 장혜진은 개인전 우승 소감을 밝히면서 “항상 긍정적인 마음으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오늘과 같은 결과가 따라왔다고 생각한다. 일이 잘 안 풀리더라도 매사에 긍정적인 자세로 노력하면 언젠가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장혜진은 리우 올림픽 남녀 대표팀 6명 중 나이가 제일 많지만 무게를 잡지 않고 훈련 분위기를 밝게 하는 데 늘 앞장섰다. 태릉선수촌 훈련장에 웃음소리가 잦았던 것도 장혜진 때문이었다. 장혜진은 표정 모사로 사람을 웃기는 재주가 있다. 양창훈 여자 양궁 대표팀 감독(46)은 “혜진이는 남자 대표팀 구본찬과 함께 팀 분위기를 살리는 재주꾼”이라고 말했다.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올림픽 축구대표팀이 14일 8강전에서 상대할 온두라스는 조별리그 D조 2위로 8강에 올랐다. 1승 1무 1패(승점 4)로 아르헨티나와 승점이 같았지만 골 득실차에서 한 골이 앞서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리우 올림픽 개막 전 온두라스의 8강 진출을 예상한 매체는 많지 않았다. 특히 미국의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조별리그 탈락이 유력한 팀 중 하나로 온두라스를 꼽기도 했다. 온두라스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84위로 한국(48위)보다 한참 아래다. 하지만 23세 이하(와일드카드 제외)가 출전하는 올림픽으로 무대를 좁히면 온두라스는 만만히 볼 수 없는 팀이다. 온두라스의 올림픽 역대 랭킹은 42위다. 4년 전 런던 올림픽에서 8강에 진출하면서 역대 최고 성적을 낸 온두라스는 2개 대회 연속 8강에 들면서 23세 이하 축구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아직 올림픽 메달의 기쁨을 맛보지 못한 온두라스 국민들은 리우에서 축구가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은 올림픽 대표팀 간 경기에서 온두라스에 2승 1무로 앞서 있다. 1992년 친선 경기에서 2-0으로 이겼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본선에서도 1-0으로 승리했다. 올해 6월 국내에서 열렸던 4개국 대회에서는 2-2로 비겼다. 4개국 대회에서 한국을 상대로 2골을 넣었던 안토니 로사노가 경계 대상 1호로 꼽힌다. 로사노는 리우 올림픽 조별리그에서도 팀의 5골 중 2골을 기록했다. 온두라스 A대표팀에도 이름이 올라 있는 알베르트 엘리스 역시 한국의 수비진이 경계해야 할 선수다. 조별리그 포르투갈전에서 한 골을 넣은 엘리스는 최근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에버턴이 영입에 관심을 보이는 공격수다. 한편 개최국 브라질은 11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덴마크를 4-0으로 꺾고 1승 2무를 기록하며 A조 1위로 8강에 올랐다. 반면 일본은 이날 스웨덴을 1-0으로 꺾고 1승 1무 1패(승점 4)를 기록했지만 나이지리아를 2-0으로 누른 콜롬비아(1승 2무·승점 5)에 밀려 B조 3위가 돼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골짜기 세대’ 올림픽 축구대표팀이 ‘황금 세대’ 형님들도 못 해본 조별리그 1위를 차지하면서 올림픽 2회 연속 8강 진출을 이뤄냈다. 한국 축구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포함해 본선 무대를 밟은 역대 10차례의 올림픽에서 조 1위로 8강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11일 브라질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리우 올림픽 남자 축구 조별리그 C조 3차전에서 멕시코를 1-0으로 꺾고 8강에 오른 올림픽 대표팀은 ‘골짜기 세대’로 불린다. 23세 이하(와일드카드 3명 제외)가 출전한 리우 올림픽 대표팀의 대부분은 1993년과 1994년생이다. ‘황금 세대’로 불린 1989∼1991년생들(기성용, 구자철, 김보경, 김영권, 지동원 등)이 주축이었던 4년 전 런던 올림픽 대표팀에 비해 이름의 무게가 떨어진다. 여기에다 4년 뒤 2020년 도쿄 올림픽 세대인 1997년과 1998년생 중에는 스페인 프로축구 명문 클럽 FC바르셀로나 소속인 백승호와 이승우, 장결희 등이 있다. 앞뒤로 높은 봉우리 사이에 끼여 있다고 해서 ‘골짜기 세대’라는 꼬리표가 붙은 것이다. ▼ “낮은 기대치가 자극제… 똘똘 뭉쳤다” ▼하지만 ‘골짜기 세대’라는 꼬리표는 올림픽 대표팀에 오히려 자극제가 됐다. 문창진은 “우리는 약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 관심도 많이 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우리는 똘똘 뭉쳤다”며 “올림픽은 우리가 함께하는 마지막 연령별 대회다. 멋지게 장식하고 싶다”고 말했다. 똘똘 뭉친 골짜기 세대는 ‘난놈’ 신태용 감독과 함께 그동안 어떤 세대도 못 한 일을 해냈다. 신 감독은 프로 사령탑 2년 차이던 2010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서 우승하면서 ‘난놈’이란 별명을 얻었다. ACL에서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우승한 최초의 한국인이었기 때문이다. ‘난놈’ 신 감독이지만 선수 시절 올림픽에서는 좋은 기억이 없다. 신 감독이 선수로 출전했던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한국은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3무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신 감독은 올림픽을 1년 6개월 앞두고 이광종 감독이 백혈병으로 올림픽 대표팀의 지휘봉을 내려놓으면서 지난해 2월 갑작스럽게 올림픽 대표팀을 맡게 됐다. 신 감독은 역대 가장 약한 전력이라는 평가에 “최상의 전력으로 팀을 바꿔 놓는 게 감독이 할 일이다. 도전해 보겠다”며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조 1위로 8강행을 이끈 신 감독은 “더 좋은 결과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며 4년 전의 4강을 뛰어넘겠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골짜기 세대’는 멕시코전에서 후반 32분에 터진 권창훈의 선제 결승골로 2012년 런던 올림픽 우승팀 멕시코를 꺾고 조별리그를 2승 1무로 마쳤다. 한국은 14일 오전 7시 온두라스를 상대로 2회 연속 4강 진출에 도전한다. 지금까지 올림픽에서 2회 연속 4강에 오른 아시아 팀은 없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각 종목 세계 랭킹 1위들이 메달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고 탈락하는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남자 유도 73kg급에서 금메달이 기대됐던 세계 랭킹 1위 안창림(22)은 9일 벌어진 16강전에서 만난 체급 랭킹 18위의 벨기에 선수에게 져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앞서 남자 유도 60kg급 세계 랭킹 1위인 김원진(24)도 8강에서 18위인 러시아 선수에게 패했다. 남자 양궁 세계 1위인 김우진(24)도 9일 개인전 32강전에서 탈락했다. 특히 김우진은 이번 대회 개인전 랭킹 라운드에서 720점 만점에 700점으로 세계기록을 작성한 뒤여서 충격이 더 컸다. 남자 테니스 세계 1위인 노바크 조코비치(29·세르비아)도 단식 1회전에서 탈락해 체면을 구겼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졌을까. 원인은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결합해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먼저 랭킹 제도의 허상이다. 대표적으로 유도가 이 경우에 해당한다. 유도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1000점, 세계선수권 1위에게는 900점, 대륙선수권 우승자에게는 400점, 대륙별 오픈대회 우승자에게는 100점의 랭킹 포인트를 준다. 대회별로 3위 안에 들지 못해도 각 순위에 해당하는 포인트가 부여된다. 이 때문에 각종 국제대회 출전을 많이 할수록 포인트를 많이 쌓을 수 있어 랭킹도 그만큼 높일 수 있다. 유도의 체급별 세계 랭킹을 들여다보면 한 가지 의문스러운 대목이 보인다. 남자 전체 7체급의 1위 중 유도 종주국 일본 선수가 한 명도 없다. 왜 그럴까. 선수층이 두꺼운 일본은 1, 2, 3진이 국제대회에 고루 출전하기 때문에 랭킹 포인트를 쌓을 기회가 많지 않다. 이에 비해 한국은 거의 모든 국제대회에 1진들이 나간다. 안창림은 2014년 12월까지만 해도 체급 랭킹이 200위권이었다. 유도와 같은 격투 종목의 경우 랭킹 경쟁 상대로부터 집중적인 분석 대상이 되는 랭킹 1위 선수는 많은 대회에 출전할수록 전력 노출이 그만큼 많아진다는 것도 올림픽 메달 획득이 쉽지 않은 이유 중 하나다. 경기 당일 컨디션이나 경기장 환경이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도 세계 랭킹 1위 선수들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부분이다. 양궁의 김우진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 김우진이 32강전에서 쏜 12발의 화살 중 10점에 꽂힌 건 4개뿐이다. 특히 2세트 두 번째 화살은 7점을 기록했다. 리우 올림픽 전까지 화살 한 발당 평균 점수가 10점 만점에 9.5점이었던 김우진에게는 좀처럼 드문 경우다. 김우진은 금메달을 딴 7일 남자 단체전 결승 때도 6발 중 5발을 10점에 꽂았고, 나머지 한 발은 9점이었다. 32강전에서의 부진을 김우진의 이번 올림픽 경기력 난조로 보기 힘든 이유다. 김우진이 난조를 보인 건 경기장 환경과 관련이 있다. 김우진이 7점을 쏜 화살은 시위를 떠난 뒤에 바람을 타면서 과녁 중앙에서 벗어났다. 시위를 떠난 화살은 제아무리 세계 랭킹 1위여도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 김우진은 3세트에서 세 발 모두 8점을 쐈다. 7점을 쏜 뒤로 바람을 의식해 오조준을 한 것이 오히려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화살을 쏠 당시 경기장 내 상황이 상대 선수의 슈팅 때에 비해 순간적으로 김우진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이런 경우는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김우진은 32강전에서 탈락한 뒤 “환경을 탓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패배의 원인을 바람 탓으로 돌리지는 않겠지만 바람이 경기에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라는 얘기다. 대진운도 세계 랭킹 1위가 무시하기 힘든 변수 중 하나다. 조코비치가 단식 첫판에서 덜미를 잡힌 상대는 세계 랭킹 141위인 후안 마르틴 델 포트로(28)다. 델 포트로는 랭킹에서는 한참 아래지만 조코비치를 세 번 이겨 본 경험이 있다. 특히 델 포트로는 4년 전 런던 올림픽 3위 결정전에서 조코비치를 누르고 동메달을 차지했었다. 게다가 델 포트로는 아르헨티나 선수다. 남미 대륙의 첫 올림픽인 리우 올림픽은 델 포트로에게 사실상 안방경기나 다름없다. 이종석 wing@donga.com·이승건 기자}

“4년 뒤 도쿄 올림픽에서 9연패에 도전해야 하는 후배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픕니다.” 여자 양궁 대표팀의 기보배(28·광주광역시청)는 8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무 경기장에서 열린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전 결승에서 러시아를 세트 점수 5-1(59-49, 55-51, 51-51)로 꺾고 대회 8연패를 달성한 뒤 2020년 도쿄 올림픽 얘기를 꺼냈다. 엄청난 부담을 안고 경기에 나서야 할 후배들이 걱정된다는 뜻이었다. 선배들이 쌓아 놓은 한국 양궁의 위업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감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었다. 기보배는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7연패를 할 때도 여자 대표팀이었다. 여자 양궁 대표팀의 기보배와 장혜진(29·LH), 최미선(20·광주여대)이 엄청난 부담감을 이겨내고 올림픽 8연패를 이뤄냈다. 미국이 남자 육상 400m 계주와 남자 수영 400m 혼계영에서, 케냐가 남자 육상 3000m 장애물에서 8연패를 한 적이 있다. 친구 사이, 대학 선후배 사이이기도 한 셋은 올림픽을 앞둔 훈련 기간에 “우리 손에 활이 있다. 과녁은 항상 같은 거리에 있다. 그리고 경쟁 상대는 늘 우리가 이겨 왔던 선수들이다”라는 주문으로 부담감을 떨쳐내려고 애썼다. 기보배와 장혜진은 고교 때부터 전국 대회에서 얼굴을 익힌 친구 사이다. 나이는 장혜진이 한 살 더 많지만 2월생인 기보배와 같은 해에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기보배와 최미선은 광주여대 초등특수교육과 동문이다. 06학번인 기보배가 15학번인 최미선의 9년 선배다.▼ 불패 신궁 8代… 막내 최미선 “아직 배고프다” ▼장혜진은 “무지갯빛 솜사탕 같은 맛”이라는 말로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소감을 말했다. 장혜진은 4년 전 3명을 뽑는 런던 올림픽 대표팀 선발전에서 4등을 해 올림픽 출전이 좌절되는 쓴맛을 봤다. 하지만 리우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는 4위와 종합배점 0.89점 차로 3위를 해 리우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장혜진은 늦깎이 국가대표다. 최미선이 고교 1학년 때 단 태극마크를 장혜진은 대학 4학년 때 처음 달았다. 주장인 장혜진은 긴장의 연속인 훈련 기간에 재미있는 몸동작과 우스갯소리로 동료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분위기 메이커 역할도 했다. 대표팀 동료들끼리 노래방에 가면 마이크를 잘 놓지 않을 만큼 쾌활한 성격이다. 단체전에서 1번 슈터로 나선 장혜진은 “바람이 많이 불어 부담이 됐지만 미선이와 보배를 믿고 자신감 있게 쐈다”고 했다. 이날 결승전에서 여자 대표팀은 앞 선수가 8점 이하를 기록하면 10점을 쏴 분위기를 돌려놓는 팀워크를 보여줬다. 세계 랭킹 1위인 대표팀 막내 최미선은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고도 “아직 배가 고프다”라는 말로 개인전까지 2관왕에 대한 욕심을 당차게 밝혔다. 최미선은 2012년에 처음 국가대표가 됐다. 하지만 8명의 국가대표 중 1진(3명)에 포함돼야 나갈 수 있는 메이저 국제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한 건 2015년부터다. 체력이 약해 장기전인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후반으로 갈수록 집중력이 떨어져 1진에 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미선은 꾸준한 근력 운동으로 힘을 키워 좁은 1진의 문을 뚫었다. 막내지만 세 선수 중 담력이 가장 세다는 평가를 받는 최미선은 문형철 양궁 국가대표 총감독으로부터 “올림픽도 전국체전처럼 무심하게 치를 아이”라는 얘기를 듣는다. 활을 잘 쐈을 때나 못 쐈을 때나 표정에 변화가 없어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돌부처’란 별명이 붙었다. 런던 올림픽 2관왕(개인전, 단체전)으로 여자 양궁 사상 첫 개인전 2연패를 노리는 기보배를 포함한 여자 대표 선수들은 12일 금메달이 나오는 개인전에서는 경쟁 상대로 나선다. 기보배는 “누가 금메달을 따든 우리 셋이 금, 은, 동메달을 다 땄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세 선수는 이번 올림픽 개인전에서 ‘나를 응원해 주면 좋을 것 같은 연예인’으로 약속이나 한 듯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유시진 대위로 나왔던 송중기를 꼽았다.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일본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금메달 목표를 14개로 잡았다. 4년 전 런던 올림픽 때의 2배다. 일본은 런던 대회에서 역대 최다인 38개의 메달을 땄다. 하지만 금메달은 7개에 그쳤다. 28개의 메달을 딴 한국은 금메달이 13개였다. 일본은 런던 대회에서 유도가 부진했다. 유도 종주국 일본은 남녀 7개 체급씩 모두 14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던 유도에서 금메달을 한 개밖에 따지 못했다. 남자는 노골드였다. 일본 남자 유도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못 딴 건 처음이었다. 그래서인지 리우 올림픽 일본 선수단의 총감독을 맡은 다카다 유지는 며칠 전 목표치를 밝히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런던에서 금메달 하나 없이 참패했던 ‘오이에게(お家芸)’ 남자 유도의 부활에 희망을 건다.” ‘오이에게.’ 집안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특출한 재주나 기술을 가리키는 일본말이다. 일본의 전통 공연 가부키 용어에서 나온 ‘주하치반(十八番·18번)’과 비슷한 의미다. ‘주하치반’은 가부키 최고의 배우로 꼽힌 이치카와 단주로 집안에 전해 내려온 대표작 18편을 일컫던 말인데 ‘가장 뛰어난 장기’란 뜻이다. ‘오이에게’가 스포츠 종목 앞에 따라 붙어 ‘전통적으로 강한 종목’이란 뜻으로도 쓰인다. 일본은 유도나 기계체조 같은 종목이 올림픽에서 ‘오이에게’다. 우리로 치면 ‘메달밭’ ‘효자 종목’ 정도로 보면 된다. 독자한테서 메일이 왔다. 내용은 대략 이렇다. “효자 종목이 아닌 종목은 뭐가 되는 거냐? 메달을 많이 따는 종목에 관심이 더 많이 쏠리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효자 종목’은 좀 아닌 것 같다.” 좀 더 설명하면 이런 얘기다. 우리나라는 여름 올림픽 때마다 적어도 200명이 넘는 국가대표가 출전한다. 그래도 메달은 많아야 30개 안팎이다. 메달 많이 딴다고 ‘효자 종목’이라 부르면 메달 못 딴 종목은 효자가 아니라는 얘기인데…. 그럼 불효 종목이라도 된다는 말이냐? 독자는 얼마 전 필자가 쓴 양궁 국가대표에 관한 기사를 본 모양이다. ‘양궁은 대표적인 올림픽 효자 종목’이라는 표현이 기사에 나온다. ‘양궁이 효자 종목이라고 했지, 내가 언제 메달 못 딴 종목을 불효라고 했나…’ 싶다가도 얼토당토않은 얘기는 또 아닌 것 같았다. 런던 올림픽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다. 대한핸드볼협회 임원이 이런 얘기를 했다. “효자 종목, 효자 종목 소리 듣다가 메달을 못 따니까 선수들이 무슨 잘못이나 한 것처럼 기가 죽어서….” 핸드볼이 어떤 종목인가. 한국이 올림픽 단체 종목에서 첫 금메달을 딴 게 여자 핸드볼이다. 여자 핸드볼은 올림픽에 처음 나간 1984년 로스앤젤레스(LA) 대회부터 2008년 베이징 대회까지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땄다. 올림픽 때마다 효자 종목으로 거론됐다. 그러다 4년 전 런던에서는 4위를 해 빈손으로 돌아왔다. 효자 종목 소리를 들을 때는 별생각이 없다가 메달을 못 따고 보니 ‘이제는 효자 종목이 아닌 건가. 올림픽 때도 관심 밖인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는 게 임원의 말이었다. 선생님이 공부 잘한다고 머리를 쓰다듬어 줄 때는 별일 아닌 듯 여겼는데 같은 장면을 옆에서 지켜보자니 그렇지가 않더라는 얘기다. 한국의 양궁 같은 종목이 중국에도 있다. 탁구와 다이빙이다. 탁구가 올림픽 종목이 된 1988년 서울 올림픽부터 2012년 런던 올림픽까지 28개의 금메달 중 24개를 중국이 쓸어갔다. 중국에서는 탁구나 다이빙 앞에 ‘우세항목(優勢項目)’이란 말을 붙인다. 드물게는 ‘탈관항목(奪冠項目)’이라는 말도 쓴다. 탈관은 ‘우승을 차지한다’는 뜻이다. 중국에 효자가 없어 ‘효자 종목’ 같은 말을 안 쓰기야 하겠나. 일본도 마찬가지다. 영어권 국가 대부분은 ‘도미넌트(dominant·우세한)’를 종목 이름에 붙여 쓴다. ‘효자 종목’이란 말이 정확히 언제부터 쓰였는지는 알지 못한다. 짐작하기로 우리나라가 올림픽에서 메달을 제법 따기 시작한 서울 올림픽 후의 일이 아닐까 싶다. “너도 여태껏 써 놓고 이제 와서 뭔 소리를 하는 거냐”고 하면 할 말은 없다. 무심하게 썼다. 그러다 ‘그것 좀 이상하지 않으냐’ 하는 얘기를 들었다. 일리가 있는 것처럼 들렸다. 주변에 물어봐도 “뭘 그런 것까지 시비를 다 거느냐” 하는 반응보다는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라는 의견이 더 많다. 다른 말이 아예 없으면 모를까, 메달 좀 더 따고 덜 따고 한 일에 효자 어쩌고 할 필요까지 있겠나 싶다. 그래서 앞으로 ‘효자 종목’이란 말은 그만 쓸까 한다. 나 혼자 안 쓴다고 당장 뭐가 달라지기야 할까마는…. 그래도.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미드웨이 해전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이 전쟁의 승부를 뒤집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양궁 단체전 결승에서 한국과 맞상대한 미국 대표팀에는 미드웨이함도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미국 대표팀은 리우 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미드웨이함에서 훈련했다. 퇴역 후 관광용으로 쓰던 항공모함이다. 미국 대표팀 이기식 감독은 “우리가 은메달을 딴 4년 전 런던 올림픽 때처럼 이번에도 바람이 승부를 좌우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바람이 강한 항공모함 위에서 훈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자 단체전 결승전이 열린 7일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무 경기장에는 바람이 거의 불지 않았다. 대한양궁협회 관계자는 “오늘은 날씨 변수가 거의 없는 경기였다”고 말했다. 오히려 한국이 야구장에서 했던 훈련이 큰 도움이 됐다. 남자 양궁 대표팀은 지난달 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소음 대비 훈련을 했다. 정적이 흐르는 양궁장을 벗어나 많은 관중이 지켜보는 야구장에서 모의고사를 치렀다. 결승전이 열린 삼보드로무 경기장은 수백 명의 한국 응원단과 함께 요란한 브라질 관중의 응원으로 시끌벅적했다. 김우진(24)은 “야구장 훈련 상황이 오늘 경기 상황과 비슷했다. 조명 등 유사한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김우진, 구본찬(23), 이승윤(21)으로 구성된 남자 대표팀은 이날 제 기량을 맘껏 발휘했다. 셋은 특히 화살의 깃 색깔을 금메달을 상징하는 노란색으로 통일시켜 결승전에 나섰다. 대표팀이 결승전에서 쏜 노란 깃 달린 화살 18발은 모두 표적지 노란색 위에 안착했다. 표적지의 9, 10점이 노란색이다. 대표팀은 결승에서 10점에 15개, 9점에 3개의 화살을 꽂았다. 셋은 이날 점심도 노란 카레라이스를 먹었다. 1번 슈터로 나선 대표팀 주장 김우진은 4년 전 대표팀 탈락으로 겪었던 아픔을 한 방에 털어냈다. 김우진은 3명을 뽑는 2012년 런던 올림픽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에서 4위를 해 올림픽 출전이 좌절됐다. 대표팀 탈락의 충격으로 한동안 양궁을 잊고 살았다. 런던 올림픽 기간에는 TV를 보지도 않았다. 이후로 긴 슬럼프도 겪었다. 국가대표 선발전 탈락 후 그해 10월 열린 전국체육대회에서 전체 46명 중 41등을 했다. 당시 김우진은 ‘내가 다시 활을 잡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재기에 성공한 김우진은 리우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을 1위로 통과했고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구본찬과 이승윤 역시 올림픽 첫 출전이었다. 구본찬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양궁부에 들어오면 매일 용돈을 1000원씩 주겠다”던 담임선생님의 말에 덜컥 활을 잡았다가 올림픽 무대 정상에까지 오르는 세계적인 궁사가 됐다. 장난감 조립을 좋아하는 등 손재주가 좋아 대표팀 내에서 ‘마스터 리’로 불리는 이승윤 역시 장인급 활 솜씨로 세계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광주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도 함께 호흡을 맞춰 금메달을 땄던 세 선수는 모두 20대 초반이어서 한국 남자 양궁의 미래를 밝게 하고 있다. 미국 대표팀의 브래디 엘리슨(28)은 “오늘 한국 선수들의 경기력은 세계 신기록급이었다”며 “한국이 보여준 오늘 같은 경기를 앞으로 또 볼 수 있게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미국 대표팀은 경기 후 한국 대표팀을 향해 큰절을 하는 듯한 자세로 경의를 표했다. AP통신 등은 “한국이 압도적인 경기력을 앞세워 무자비한 경기를 펼쳤다”고 평가했다. 리우 올림픽에서 사상 첫 전 종목(남녀 단체전 및 개인전) 석권에 도전하는 한국 양궁의 첫 단추를 잘 끼운 남자 대표팀 3명은 8일부터 시작하는 개인전에서는 서로 경쟁자로 나선다. 김우진은 “선의의 경쟁을 벌여 셋 중 누구라도 좋은 결과를 얻게 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리우데자네이루=황규인 kini@donga.com / 이종석 기자}

4년 전 런던 올림픽 때 양궁 국가대표팀은 경기를 모두 마칠 때까지 선수촌이 아닌 경기장 근처 호텔에서 지냈다. 선수촌에서 경기장까지 이동하는 데 1시간 넘게 걸렸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 부회장을 맡고 있는 정의선 대한양궁협회 회장은 당시 선수들이 버스를 타고 왕복 2시간씩 이동하다 보면 경기력에 지장이 있을 것을 우려해 호텔에서 지낼 수 있게 했다. 한국 양궁은 런던 올림픽 4개 세부 종목(남녀 단체전 및 개인전)에서 금메달 3개와 동메달 1개를 땄다. 런던 대회에서 한국 남자 양궁 사상 개인전 첫 금메달을 목에 건 오진혁(현대제철)은 “선수들에게 필요한데 지원되지 않는 것은 없었다. 그런 지원이 성적과도 분명히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정의선 협회장은 지난해 9월 열렸던 프레올림픽 때 양궁 대표팀과 함께 리우데자네이루를 찾았다. 올림픽이 열릴 경기장과 선수촌 주변을 직접 둘러보기 위해서였다. 이번에도 선수촌과 경기장은 버스로 1시간 이상 가야 하는 거리였다. 하지만 4년 전처럼 경기장 주변에 있는 호텔을 잡지는 않았다. 런던에 비해 리우의 치안이 불안했기 때문이다. 리우에서는 선수촌 안에서 지내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판단했다. 그 대신 정 협회장은 경기장 가까운 곳에 식당과 물리치료실, 샤워 시설을 갖춘 다용도 차량을 준비해 놓고 선수들이 틈틈이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대표팀 선수들이 입맛에 맞는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상파울루에 있는 한식당 종업원들을 리우까지 데려왔다. 현대차그룹의 지원을 받는 대한양궁협회는 대한체육회 산하 다른 경기단체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다. 선수들의 경기력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지원을 아끼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실시된 제12대 양궁협회장 선거에서 세 번째 연임에 성공한 정의선 협회장은 2005년 5월 제9대 협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11년째 한국 양궁의 수장을 맡고 있다. 정 협회장의 아버지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1985년부터 1997년까지 12년간 양궁협회장을 지냈고, 지금은 명예 협회장을 맡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양궁 인구의 저변 확대와 우수 인재 발굴, 우수 장비 개발 등 한국 양궁 발전을 위해 약 380억 원을 투자했다. 정 협회장은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5개의 금메달을 딴 국가대표 선수단에 8억8000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통 큰 지원을 보여주기도 했다. 정몽구 회장은 1980년대 미국과 일본에 비해 수준이 한참 떨어지던 양궁 장비를 개발하는 데 특히 많은 지원을 했다. 지금은 한국의 양궁 장비가 세계적인 수준이다. 정 협회장은 평소 경기장을 직접 찾아 선수들을 격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 당시 양궁 경기가 있는 날에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사무실을 출발해 인천의 경기장을 찾았다. 정 협회장은 월드컵과 세계선수권 등 국제대회 때도 종종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을 격려한다. 현대차그룹은 계열사인 현대제철이 남자 양궁단을, 현대모비스가 여자 양궁단을 운영하며 한국 양궁의 저변 확대에도 기여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또 올해부터 2018년까지 3년간 국제 양궁대회를 주관하는 세계양궁협회의 타이틀 스폰서도 맡는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오진혁(35)은 지난달 28일 인천국제공항에 갔다. 양궁 국가대표팀이 리우데자네이루로 출국하는 날이었다. 오진혁은 4년 전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 남자 양궁 사상 첫 개인전 금메달을 땄다. 하지만 리우 올림픽에는 나가지 못한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공항에 간 건 리우로 떠나는 남자 대표팀 후배들을 배웅하기 위해서였다. 자신의 올림픽 2연패 꿈을 좌절시킨 후배들이다. 하지만 그동안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형제처럼 지낸 동생들이기도 하다. 양궁은 남녀 국가대표가 각각 8명이지만 올림픽에는 남녀 3명씩만 나갈 수 있다. 오진혁은 딱 두 가지만 부탁했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자기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낸 후배들이라 기술적으로는 주문할 게 별로 없었다. “단체전에 모든 걸 쏟아 부으라고 했어요.” 한국 양궁은 리우에서 사상 첫 전 종목(남녀 단체전 및 개인전) 석권에 도전한다. 4개 종목 중 금메달이 가장 먼저 나오는 게 김우진(24), 구본찬(23), 이승윤(21)이 팀을 이뤄 나서는 남자 단체전이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죠. 그래야 전 종목 석권도 가능하고요. 단체전 성적이 뒤에 열리는 개인전 경기에 미치는 영향도 큽니다.” 오진혁은 “이번 올림픽 개인전에서 셋 중 누가 금메달을 따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남자 대표팀의 전력이 좋다. 그동안 쏘던 대로만 하면 충분히 금메달을 딸 수 있다”고 했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각각 1위와 2위를 한 김우진과 구본찬은 세계 랭킹도 각각 1, 2위다. 선발전 3위 이승윤의 세계 랭킹은 8위다. 2년마다 열리는 세계선수권에서 2011, 2015년 대회 우승자가 김우진, 2013년 우승자가 이승윤이다. “그 어렵다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 2, 3위를 한 선수들입니다. 따로 설명이 필요 없는 후배들이죠.” 오진혁은 김우진을 2008년 전국체육대회에서 처음 봤다. 김우진이 고교 1학년 때다. “충북 옥천에 활을 기가 막히게 쏘는 꼬마가 하나 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우진이가 중학생일 때까지는 대회에서 볼 일이 없다가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 보게 된 거죠. 정말 활을 예쁘게 잘 쏘더라고요.” 오진혁은 김우진을 “10점이 필요할 때 10점을 쏴 줄 수 있는 선수”라고 했다. 기선 제압이 중요한 단체전에서 김우진이 1번 슈터로 나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우진의 화살 한 발당 평균 점수는 9.5점이다. ‘빗맞아도 9점’이라는 말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오진혁은 최근 국제대회에서 꾸준한 성적을 내면서 랭킹을 끌어올린 소속 팀(현대제철) 후배 구본찬을 두고는 “물이 점점 오르는 상승세에서 올림픽을 맞았다”며 “훈련 때 농담과 우스개 동작으로 분위기를 띄우는 것도 본찬”이라고 말했다. 이승윤에 대해서는 “말수가 적은 성격처럼 언제나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강점”이라고 말했다. 담력과 침착함을 갖춘 이승윤은 단체전에서 경기를 매조지는 마지막 3번 슈터다. 오진혁이 후배들에게 부탁한 다른 하나는 “부담을 갖고 경기를 해 달라”는 것. “대개는 마음을 비우고 부담 없이 경기를 하라고 얘기하지만 양궁은 다르다고 봅니다.” 그동안 선배들이 쌓아놓은 한국 양궁의 위상을 마음에 담아 사명감을 갖고 경기에 나서 달라는 주문이라고 한다. “경기를 편하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큰 걱정 안 합니다.” 오진혁은 TV를 보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후배들을 응원할 생각이다.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