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경

김호경 팀장

동아일보 뉴스룸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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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호경 팀장입니다.

kimhk@donga.com

취재분야

2025-11-05~2025-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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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대전화 속 ‘年4000% 이자’ 업체 찾아가보니 1평짜리 ‘유령 사무실’[히어로콘텐츠/트랩]②-上

    오후 2시 39분, 사무실 책상에 널린 휴대전화 중 한 대를 집어 들었다. 오전에 새로 개통한 뒤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것이었다. 010-6210-××××. ‘대출○○’ 등 주요 대부중개 플랫폼 5곳에 광고를 올린 한 대부업체의 전화번호로 통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2시 41분. 2분 뒤 휴대전화가 울렸다. 발신 번호는 010-5722-××××. 처음 보는 번호였다.“안녕하세요. 대출 문의 주셨죠? 몇 가지만 빠르게 여쭤볼게요.”상담원은 이름과 나이, 사는 지역, 직업, 재직 기간, 월급, 급여일, 기존 대출 유무, 그리고 필요한 돈이 얼마인지 물었다. 50만 원이 필요하다고 하자 상담원은 친절한 목소리로 대출 조건을 알려줬다.“50만 원 빌리시면 1주일 뒤에 90만 원으로 갚으시면 돼요.”1주일 이자 40만 원은 연이율로 따지면 4171%였다. 법정 상한(연 20%)의 200배가 넘는 명백한 불법이었다. 취재팀이 서울 강서구로 적힌 이 업체의 주소로 가보니 3.3㎡(1평)도 안 되는 빈 사무실이 나왔다.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정식 대부업체의 가면을 쓴 불법사채 조직을 추적하기 위해, 대출 이용자로 가장해 취재했다. 62곳 중 단 3곳. 취재팀이 검증한 대부업체 가운데 법정 이율(연 20% 이내)을 지키면서 대부업 등록번호를 공개한 곳이다. 온라인 대부중개 플랫폼 여러 곳에 광고하며 활발히 영업하는 정식 대부업체만 접촉했는데도 그랬다. 36곳은 많게는 연 4000%가 넘는 고리를 요구하거나 미등록 업체라고 당당히 밝혔다. 명백한 불법이다. 나머지 23곳은 이자나 등록번호를 묻자 답을 피하거나 연락을 받지 않았다. 불법이 의심되는 비정상적인 영업 행태다.온라인 대부중개 플랫폼에 광고하는 수백 개 업체는 “전화 한 통 OK” “이율 준수” 등 문구로 급한 돈이 필요한 서민을 유혹한다. 하지만 ‘상담 한 번쯤은 괜찮겠지’라며 전화하는 순간, 불법사채 조직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연이율 수천 %’가 기본 공식현행법상 대부업자는 정식 업체든 아니든 연 20%가 넘는 이자를 받을 수 없다. 이를 어기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개인끼리 돈을 빌려줄 때도 이자가 연 20%를 초과하면 처벌된다. 하지만 취재팀이 접촉한 62곳 중 26곳은 불법 고금리를 요구했다. 상담원은 하나같이 친절했다.“웬만하면 1주일에 (원금) 50(만 원)에 (상환액) 70이나 80은 생각하셔야 돼요. FM(공식)이에요.”“60에 90이에요. 원래 60에 95인데 좋은 조건으로 해드리는 거예요.”“지금 처음 써봐서 모르는 것 같은데 걱정할 게 하나도 없어요.”대출 이용자의 신용이 낮은 약점을 노리고 엉뚱한 명목으로 돈을 더 뜯어내는 경우도 있었다. 수고비, 착수금, 거마비, 공증비…. 이름은 다양했지만 전부 이자로 계산해야 한다.“첫 대출엔 공증비라는 게 있어요. 50만 원에서 5만 원 떼고 45만 원을 드려요.”전부 광고에선 적법한 이자를 내세웠다. 취재팀이 더 비싼 이자를 요구하는 이유를 묻자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못생긴 사람이 미용실에 가서 차은우처럼 머리를 해달라고 하면 일단 ‘해드리겠다’고 하잖아요? 저희도 똑같아요. 손님도 은행에서 대출 안 되고 주변에서 빌리기 민망하니까 저희를 찾으신 거잖아요. 저희도 말씀 잘 드려서 (사채) 쓰게 하는 게 일인 거죠.”● 등록번호 묻자 “원래 없어요”대부업체는 금융위원회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등록번호를 받아야 영업할 수 있다. 미등록 영업은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불법 행위다. 등록번호는 사무실에 게시하고, 광고할 때도 밝혀야 한다. 이를 어기면 과태료를 최고 5000만 원 물린다. 이용자가 돈을 빌리려는 곳이 등록 업체인지 확인하려면 등록번호를 알아야 한다. 금융당국은 등록번호를 알려주길 거부하면 불법사채업자로 본다.그러나 62곳 중 24곳(14곳은 불법 고금리도 요구)은 대부업 등록번호가 없다고 했다. 대놓고 불법을 인정한 것.“저희는 따로 등록된 게 없어요. 어느 업체를 다 전화해 보셔도 등록된 데는 없어요.”취재팀이 ‘등록하지 않고 영업해도 되냐’고 묻자 질문의 의도를 의심했다.“지금 대부업 하려고 저한테 이것저것 물어보시는 거예요? 그렇게 걱정이 많으시면 다른 데 알아보세요.”등록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것을 당연시하는 업체도 있었다.“제가 이 바닥에서 오래 일했는데 그런 말 처음 들어보고요. 누구한테 그런 소릴 들으셨는지 모르겠는데, 이런 거 알려달라고 하면 알려주는 사람 하나도 없어요.”이자나 등록번호를 묻자 답을 피하거나 연락을 받지 않은 업체는 23곳이었다.● ‘1명당 500원’ 불법 조직에 팔리는 연락처불법사채 조직과 연결된 업체 36곳 중 33곳은 처음 전화했을 때 받지 않거나 담당자를 연결해 주겠다고 한 뒤 다른 번호로 연락해온 경우였다. 전화가 다시 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짧게는 1분, 통상 15분이었다. 나머지 3곳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플랫폼에 광고 중인 정식 대부업체에 전화했는데, 불법 조직으로 연결된 이유가 뭘까. 전현직 불법사채 조직원에 따르면 그 연결고리는 2가지로 요약됐다.하나는 불법사채 조직이 정식 대부업체를 ‘자회사’로 둔 경우다. 대다수는 바지사장을 내세운다. 조직원을 총알받이로 내세우거나, 돈이 궁한 사람에게 200만 원 안팎을 주고 등록 명의를 사 온다. 등록증은 통장 잔액 1000만 원을 증명하고 사무실 계약서, 18시간짜리 한국대부금융협회 교육 이수증 등만 내면 2주 안에 나온다.실제로 채무자 3610명에게서 고리를 뜯어내 2020년 검거된 ‘황금대부파’가 조직원을 대부업체 사장으로 내세워 플랫폼에 광고를 올렸다. 지난해 7월 각각 징역 6개월과 3개월을 선고받은 한 ‘부부 사채꾼’은 과거 불법 대부업으로 처벌받은 전력 때문에 자기들 명의로 등록증이 나오지 않자 등록증을 사들여 영업했다.또 다른 방법은 정식 대부업체가 대출 문의 고객의 연락처만 모아서 불법사채 조직에 팔아넘기는 것이다. 업계에선 이런 연락처를 ‘DB(데이터베이스)’라고 부른다. 5월 구속 기소된 20대 불법사채업자 최모 씨도 이렇게 사들인 DB로 고객을 꼬드겼다.이런 DB는 보안 메신저에서 은밀하게 거래되고 있었다. 이달 14일 취재팀은 DB 구매자인 척 텔레그램에서 한 판매업자를 접촉했다. 그 업자가 제시한 가격은 대출 문의 고객 1명당 500~1000원이었다. 그는 자기 물건에 자부심을 감추지 않았다.“저희 DB가 재구매율이 좋은 편이에요. 한번 쓰면 계속 써요. 전날 대출 물어본 사람 정보를 오늘 팔거든요.”● “번호 장사가 나쁜가요?” 당당한 업체들취재팀에 불법 고금리를 요구한 업자 2명은 DB 구매를 인정했다.“거기(플랫폼에 광고 중인 정식 대부업체)는 등록증만 있지 대부업 하는 곳이 아니에요. 거기서 번호를 뿌려주고 그걸 제가 받은 거예요.”“다 그런 식이예요. 그 사람들(정식 대부업체)은 ‘번호 장사’ 하는 거고, 저희는 받아서 영업하는 거고요. 그게 나쁜 건가요?”취재팀은 대출을 문의한 휴대전화 번호를 불법사채 조직에 넘긴 것으로 의심되는 정식 대부업체 36곳의 대표에게 연락해서 해명을 요청했다. 그중 11명은 “그럴 리 없다”거나 “나도 모르겠다”고 했다. 나머지 3명은 문의해온 연락처를 다른 대부업체에 넘겼다고 했다. 22명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이렇게 취재했습니다62개.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이번 취재를 위해 개통한 휴대전화 번호 수다. 취재팀이 검증 대상으로 정한 정식 대부업체는 62곳이었다. 25개 플랫폼에 등록된 업체 818곳 중에서 광고를 4개 이상 사이트에 게재한, 활발히 영업하는 업체였다. 이들 뒤에 숨어 있는 불법사채 조직을 특정하려면 한 번도 사용한 적 없는 새 번호가 필요했다.불법사채 조직과 연결된 업체에 한 번만 전화해도 그 번호는 여러 경로를 거쳐 조직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 그 경로를 역추적해 최초 유포자를 찾는 건 수사기관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취재팀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새 번호는 오직 업체 1곳을 검증하는 데에만 ‘일회용’으로 사용하는 원칙을 세웠다. 불법사채 조직으로 연결되는 정식 대부업체를 특정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불법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 돈을 빌리려는 이용자를 가장해 대출 조건과 대부업 등록번호, 업체명을 물었다. 취재팀이 만난 피해자들은 정식 대부업체에 대출을 문의했지만 연락이 온 건 불법사채 조직이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과 수사기관은 이런 피해 유형이 있다는 것만 알 뿐, 어느 업체를 통해 불법사채 조직으로 연결되는지까지 파악하지 못했다. 그 연결고리를 확인하려면 위장 취재가 불가피했다. 불법적인 제안을 한 곳엔 재차 연락해 기자 신분을 밝히고 해명을 요청했다.금융감독원과 법률 전문가에게 자문해 정한 기준에 따라 △법정 상한을 초과한 이자를 요구한 업체 △대부업 등록번호가 없다고 밝힌 업체가 불법사채 조직으로 분류됐다. 이자나 대부업 등록번호를 물었을 때 대답을 피하거나 연락을 받지 않은 업체는 비정상적인 영업이 의심됐지만 그 자체로 위법은 아니기 때문에 불법 조직으로 분류되지 않았다.새 휴대전화는 모두 동아일보 편집국 소속 기자의 명의로 정식 개통했다. 명의자의 개별 동의를 받았고, 휴대전화 개통 절차도 준수했다. :법률 자문:노희정 경기복지재단 불법사금융피해지원팀장, 박정만 경기도 서민금융복지지원센터장(변호사), 박현근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장, 안민석 법률사무소 강물 대표변호사, 윤정원 변호사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불법사채 조직과 손잡은 정식 대부업체 36곳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그 주소지를 모두 방문했다. 그 결과 17곳이나 대부업체의 흔적조차 없는 ‘유령업체’였다. 전국을 돌며 추적한 결과는 ‘합법 위장한 플랫폼 사채(下)’에서 이어진다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은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히어로콘텐츠팀의 ‘트랩: 돈의 덫에 걸리다’와 디지털 스토리텔링 ‘돈의 덫’은 저널리즘의 가치와 디지털 기술을 융합한 차별화된 보도를 지향합니다. ‘히어로콘텐츠’(original.donga.com)에서 디지털 플랫폼에 특화된 인터랙티브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불법사채 피해자에서 가해자가 된 김민우의 이야기를 디지털로 구현한 ‘돈의 덫(상): 덫에 걸린 남자’()‘돈의 덫(하): 덫을 놓는 남자’()실제 김민우의 인터뷰를 담은 유튜브 영상()히어로콘텐츠팀▽팀장: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취재: 김소영 김태언 서지원 기자▽프로젝트 기획: 위은지 기자▽사진: 홍진환 기자▽편집: 이승건 황준하 기자▽그래픽: 김충민 기자▽인터랙티브 개발: 임상아 임희래 뉴스룸디벨로퍼▽인터랙티브 디자인: 황어진 김민주 인턴▽영상: 송유라CD김소영 기자 ksy@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 2024-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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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평 공간에 대부업체 56개… 겉은 공유오피스, 안은 ‘텅’[히어로콘텐츠/트랩]②-下

    앞선 ‘합법으로 위장한 플랫폼 사채 추적기(上)’에서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이용자를 가장해 대출을 문의해봤다. 그 결과, 대부중개 플랫폼 여러 곳에 광고하며 활발히 영업하는 ‘정식대부업체’ 62곳 중 정상적으로 영업한 곳은 단 3곳이었다.대부중개 플랫폼은 현재 서민이 이용하는 대부 시장의 표준이다. 급전이 필요할 때 ‘대출’을 검색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대출○○’ 등 사이트들이다. 그래서 지방자치단체에 정식 등록된 대부업체만 광고할 수 있다. 그런데 금감원 조사에서 피해자 4313명 중 3455명(80.1%)이 플랫폼에서 처음 불법사채를 접했다고 했다.실제로 취재팀이 접촉한 36곳은 많게는 연 4000%가 넘는 고리를 요구하거나 미등록 업체라고 당당히 밝혔다. 명백한 불법이다. 이들은 대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취재팀이 직접 찾아가 봤다.“저희는 영업 안 하는데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네요.”지난달 2일, 취재팀이 연이율 365%의 고리로 대출을 제안한 한 정식 대부업체 대표에게 해명을 요구하자 그는 발뺌부터 했다. 취재팀은 앞서 대출 이용자를 가장해 이 업체에 연락하자, 한 달 안에 65만 원을 갚는 조건으로 50만 원을 빌려주겠다고 했다. 법정 상한의 18배가 넘었다.녹취록이 있다고 하자 대표는 그제야 “저한테 전화가 오면 번호를 다른 대부업체에 넘겨줬다”고 인정했다. 번호를 넘긴 업체 이름에 대해선 “어쩌다 알게 됐다”며 말을 아꼈다. 취재팀은 불법사채와 손잡은 정식 대부업체의 실체를 눈으로 확인하려고 이 업체의 주소지로 향했다.‘광주 광산구 XXX 203호 G0016’. 금감원 ‘등록대부업체 통합조회 사이트’에서 확인한 주소에는 4층짜리 상가 건물이 있었다. 203호는 스터디카페였다. ‘소곤소곤 대화 금지’라고 적힌 유리문 안에서 수험생 2명이 인터넷 강의를 듣고 있었다. 좌석마다 번호가 붙어있었지만 G0016은 없었다.현행법상 대부업은 반드시 사무실이 있어야 영업할 수 있다. 사무실이 없는 업체가 불법을 저지르면 적발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2010년 생긴 조항이다. 하지만 취재팀이 3주간 전국을 돌며 확인한 현실은 법과 딴판이었다. ● “점검 나오면 직원인 척 해드려요”불법사채 조직과 연결된 정식 대부업체 36곳의 주소지를 4월 24일~5월 14일 모두 방문했다. 그 결과 서류상 주소만 있는 ‘유령업체’가 17곳이었다. 다른 12곳은 사무실은 있었지만 비어있었고, 일부는 전용면적이 3.3㎡도 되지 않았다. 나머지 7곳은 접근이 막혀 있어 사무실 상태를 눈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유령업체 17곳은 광주뿐 아니라 경기, 인천 등 전국에 흩어져 있었다. 모두 공유오피스였다. 공간을 빌려준 공유오피스 측에 묻자 해당 대부업체는 전부 ‘비(非)상주 서비스’를 이용 중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사무실을 실제로 사용하지는 않고 주소만 등록해뒀다는 뜻이다.일부 공유오피스는 유령 대부업체를 위한 ‘맞춤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었다. 취재팀은 인천 부평구 소재 공유오피스에 대부업체 사장으로 가장해 비상주 서비스 이용을 문의했다. 불법사채 조직과 한패로 의심되는 한 정식 대부업체가 이 공유오피스에 주소지를 두고 있었다.“구청 현장점검 일정만 미리 알려주시면 돼요. 빈 곳에 명패랑 노트북 비치해서 원래 사무실이 있던 것처럼 꾸며드려요. 당일엔 저희가 대부업체 직원인 척 역할 대행도 해드리니 직접 안 오셔도 됩니다.” 공유오피스 관계자는 취재팀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대부업은 현장점검에 대비하는 게 최고로 중요한 것 알지 않냐”며 이렇게 말했다. 불법 영업을 위한 생태계가 완성돼있었다.● 14평 사무실에 대부업체 56개취재팀이 방문한 12곳은 공유오피스 안에 사무실이 있긴 했다. 하지만 상당수는 너무 좁아 정상적인 업무는 불가능해 보였다. 1곳은 아예 ‘임대 문의’가 붙어 있는 빈 사무실이었다. 나머지 7곳은 접근이 막혀 있어 사무실 상태를 눈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대구 남구 소재 공유오피스는 우편함부터 수상했다. 한국대부금융협회가 보낸 우편물이 56통 쌓여있었다. 그런데 수신자로 표시된 대부업체는 주소만 같고 이름이 전부 달랐다. 건축물대장으로 확인한 이 공유오피스 전용면적은 45㎡(약 14평), 업체 1곳당 0.8㎡(약 0.2평)만 쓸 수 있는 셈이었다. 평일 대낮인데도 문이 잠겨 있었고 오랫동안 사람이 드나들지 않은 듯 우편물 도착 안내서가 덕지덕지 붙어있었다.불법사채 조직과 연결된 한 정식 대부업체가 이 공유오피스에 주소를 두고 있었다. 업체 대표에게 해명을 요구하자 “기분이 나쁘다”며 불쾌해했다. 그리고 이틀 뒤 자진폐업했다.경기 용인시 소재 다른 정식 대부업체 사무실도 마찬가지다. 이 업체가 빌린 공간은 전용면적 0.6㎡(약 0.2평)에 불과했다. 책상과 의자만 겨우 들어갔다. 외부로 연결된 창문도 없어 사실상 창고와 다름없었다.이러고도 아무 제재를 받지 않은 건 비정상적인 공간을 대부업체 사무실로 등록하는 게 불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부업법 시행령과 금융위원회 해석에 따르면, 정식 대부업체의 사무실은 숙박시설이 아닌 건물 내부이면서 다른 공간과 벽으로 구분되고, 출입문만 따로 있으면 된다. 면적이나 상주 여부에 관한 규정은 없다. 공중전화 부스만큼 비좁은 공간을 사무실로 등록해도 문제가 없는 셈이다.● ‘미리 대비하세요’ 엉터리 점검취재팀은 관할 지자체에 이런 실태를 파악하고 있는지 물었다. 특히 유령업체는 불법이라, 지자체가 강제로 등록을 취소할 수 있다. 하지만 유령업체 17곳의 관할 지자체는 모두 유령업체가 있다는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직접 가서 보면 누구나 알 사실을 관리 당국만 모르는 이유는 간단했다. 정식 대부업체에 등록증을 내줄 때 현장실사가 필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임대차 계약서와 건축물대장 등 서류만 제출하면 된다.이미 등록한 업체도 현장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대부업 관리·감독 지침에는 지자체가 3년에 1회 이상 현장점검을 실시하라고 적혀 있지만, 권고사항일 뿐이다. 일부 지자체는 연중 현장점검을 실시하지만 전수조사도 아니다.그마저도 사전에 예고하고 나간다. 담당 공무원으로선 허탕 치지 않는 게 중요해서다. 불시에 갔는데 직원이 없으면 강제로 안에 들어갈 권한이 없고, 나중에 다시 방문해야 하므로 일이 많아진다. 아예 관련 지침에 “가급적 불시에 하되 부재중일 가능성이 크니 사전예고로 효율성을 도모한다”라며 권장하고 있다. 수도권 한 지자체의 담당 공무원은 “혼자 100곳 넘는 대부업체를 담당하면서 다른 업무도 병행한다. 일일이 가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책임 떠넘기는 금감원-지자체-경찰물론 플랫폼에 광고 중인 모든 대부업체가 불법 조직과 연계된 건 아니다. 취재팀의 대출 문의에 법정 기준에 맞는 이자를 제시하면서 등록번호도 알려준 업체가 3곳 있었다. 이 중 한 곳의 상담원은 “50만 원은 1주일 뒤에 80만 원으로 갚으라는 업체들 있죠. 지인 연락처도 달라고 하고요. 그거 무조건 불법이에요. 절대 쓰지 마세요. 진짜 위험해요”라며 걱정해주기도 했다.한국대부금융협회 관계자는 “정식 대부업체들이 싸잡아 매도당해 이미지에 타격을 입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정식 대부업체 이용자는 2017년 247만 명에서 2022년 98만 명으로 줄었는데, 불법사채 이용자는 같은 기간 52만 명에서 82만 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됐다.돈을 빌리려는 사람 입장에서는 플랫폼에 광고 중인 업체 중 누가 불법인지 구별할 수 없다. 반면 대부업체를 관리 감독하는 기관은 의지만 있다면 옥석을 가려낼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서로 책임을 미뤘다.금감원 관계자는 “대다수가 지자체에 등록된 업체라서 관리 감독도 기본적으로 지자체 책임”이라고 말했다. 불법사채 조직으로 연결된 업체 36곳의 관할 지자체 담당자들은 “불법은 경찰 수사로 밝혀낼 일”이라고 했다. 반면 경찰은 불법사채 조직이 대포폰과 대포통장, 텔레그램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미 범행한 후에 추적하는 건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대부중개플랫폼협의회 관계자는 “대부업 등록증 도용을 막기 위해 대부업체가 광고를 하기 전에 본인 인증과 등록증 사본 확인을 거치고 피해자의 민원이 접수된 업체는 광고를 올릴 수 없도록 하고 있다”면서도 “플랫폼이 정식 대부업체들과 불법사채 조직의 연결고리까지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플랫폼 업계에서도 정식 대부업체로 위장한 불법사채 조직을 걸러내는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대부 이용자를 가장해 접촉한 불법사채 조직원들은 평범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1000억 원대 불법 대출을 굴렸던 전국구 조직 ‘강 실장’ 또한 마찬가지다. 2년간 대부중개 플랫폼에 숨어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을 벼랑으로 내몬 강 실장 조직의 민낯은 25일 오후 4시 공개되는 ‘트랩: 돈의 덫에 걸리다’ 3회에서 볼 수 있다.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은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히어로콘텐츠팀의 ‘트랩: 돈의 덫에 걸리다’와 디지털 스토리텔링 ‘돈의 덫’은 저널리즘의 가치와 디지털 기술을 융합한 차별화된 보도를 지향합니다. ‘히어로콘텐츠’(https://original.donga.com)에서 디지털 플랫폼에 특화된 인터랙티브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불법사채 피해자에서 가해자가 된 김민우의 이야기를 디지털로 구현한 ‘돈의 덫(상): 덫에 걸린 남자’()‘돈의 덫(하): 덫을 놓는 남자’()실제 김민우의 인터뷰를 담은 유튜브 영상()히어로콘텐츠팀▽팀장: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취재: 김소영 김태언 서지원 기자▽프로젝트 기획: 위은지 기자▽사진: 홍진환 기자▽편집: 이승건 황준하 기자▽그래픽: 김충민 기자▽인터랙티브 개발: 임상아 임희래 뉴스룸디벨로퍼▽인터랙티브 디자인: 황어진 김민주 인턴▽영상: 송유라CD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 2024-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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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2평 방에 업체 수십곳… 불법사채 ‘온실’된 공유오피스[히어로콘텐츠/트랩]②-下

    앞선 ‘합법으로 위장한 불법사채 추적기(上)’에서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이용자를 가장해 대출을 문의해봤다. 그 결과, 대부중개 플랫폼 여러 곳에 광고하며 활발히 영업하는 ‘정식대부업체’ 62곳 중 정상적으로 영업한 곳은 단 3곳이었다.대부중개 플랫폼은 현재 서민이 이용하는 대부 시장의 표준이다. 급전이 필요할 때 ‘대출’을 검색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대출○○’ 등 사이트들이다. 그래서 지방자치단체에 정식 등록된 대부업체만 광고할 수 있다. 그런데 금감원 조사에서 피해자 4313명 중 3455명(80.1%)이 플랫폼에서 처음 불법사채를 접했다고 했다.실제로 취재팀이 접촉한 36곳은 많게는 연 4000%가 넘는 고리를 요구하거나 미등록 업체라고 당당히 밝혔다. 명백한 불법이다. 이들은 대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취재팀이 직접 찾아가 봤다.“저희는 영업 안 하는데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네요.”지난달 2일, 취재팀이 연이율 365%의 고리로 대출을 제안한 한 정식 대부업체 대표에게 해명을 요구하자 그는 발뺌부터 했다. 취재팀은 앞서 대출 이용자를 가장해 이 업체에 연락하자, 한 달 안에 65만 원을 갚는 조건으로 50만 원을 빌려주겠다고 했다. 법정 상한의 18배가 넘었다.녹취록이 있다고 하자 대표는 그제야 “저한테 전화가 오면 번호를 다른 대부업체에 넘겨줬다”고 인정했다. 번호를 넘긴 업체 이름에 대해선 “어쩌다 알게 됐다”며 말을 아꼈다. 취재팀은 불법사채와 손잡은 정식 대부업체의 실체를 눈으로 확인하려고 이 업체의 주소지로 향했다.‘광주 광산구 XXX 203호 G0016’. 금감원 ‘등록대부업체 통합조회 사이트’에서 확인한 주소에는 4층짜리 상가 건물이 있었다. 203호는 스터디카페였다. ‘소곤소곤 대화 금지’라고 적힌 유리문 안에서 수험생 2명이 인터넷 강의를 듣고 있었다. 좌석마다 번호가 붙어있었지만 G0016은 없었다.현행법상 대부업은 반드시 사무실이 있어야 영업할 수 있다. 사무실이 없는 업체가 불법을 저지르면 적발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2010년 생긴 조항이다. 하지만 취재팀이 3주간 전국을 돌며 확인한 현실은 법과 딴판이었다. ● “점검 나오면 직원인 척 해드려요”불법사채 조직과 연결된 정식 대부업체 36곳의 주소지를 4월 24일~5월 14일 모두 방문했다. 그 결과 서류상 주소만 있는 ‘유령업체’가 17곳이었다. 다른 11곳은 사무실은 있었지만 비어있었고, 일부는 전용면적이 3.3㎡도 되지 않았다. 나머지 8곳은 접근이 막혀 있어 사무실 상태를 눈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유령업체 17곳은 광주뿐 아니라 경기, 인천 등 전국에 흩어져 있었다. 모두 공유오피스였다. 공간을 빌려준 공유오피스 측에 묻자 해당 대부업체는 전부 ‘비(非)상주 서비스’를 이용 중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사무실을 실제로 사용하지는 않고 주소만 등록해뒀다는 뜻이다.일부 공유오피스는 유령 대부업체를 위한 ‘맞춤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었다. 취재팀은 인천 부평구 소재 공유오피스에 대부업체 사장으로 가장해 비상주 서비스 이용을 문의했다. 불법사채 조직과 한패로 의심되는 한 정식 대부업체가 이 공유오피스에 주소지를 두고 있었다.“구청 현장점검 일정만 미리 알려주시면 돼요. 빈 곳에 명패랑 노트북 비치해서 원래 사무실이 있던 것처럼 꾸며드려요. 당일엔 저희가 대부업체 직원인 척 역할 대행도 해드리니 직접 안 오셔도 됩니다.” 공유오피스 관계자는 취재팀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대부업은 현장점검에 대비하는 게 최고로 중요한 것 알지 않냐”며 이렇게 말했다. 불법 영업을 위한 생태계가 완성돼있었다.● 14평 사무실에 대부업체 56개취재팀이 방문한 11곳은 공유오피스 안에 사무실이 있긴 했다. 하지만 상당수는 너무 좁아 정상적인 업무는 불가능해 보였다. 1곳은 아예 ‘임대 문의’가 붙어 있는 빈 사무실이었다.대구 남구 소재 공유오피스는 우편함부터 수상했다. 한국대부금융협회가 보낸 우편물이 56통 쌓여있었다. 그런데 수신자로 표시된 대부업체는 주소만 같고 이름이 전부 달랐다. 건축물대장으로 확인한 이 공유오피스 전용면적은 45㎡(약 14평), 업체 1곳당 0.8㎡(약 0.2평)만 쓸 수 있는 셈이었다. 평일 대낮인데도 문이 잠겨 있었고 오랫동안 사람이 드나들지 않은 듯 우편물 도착 안내서가 덕지덕지 붙어있었다.불법사채 조직과 연결된 다른 한 정식 대부업체도 이 공유오피스에 주소를 두고 있었다. 업체 대표에게 해명을 요구하자 “기분이 나쁘다”며 불쾌해했다. 그리고 이틀 뒤 자진폐업했다.경기 용인시 소재 다른 정식 대부업체 사무실도 마찬가지다. 이 업체가 빌린 공간은 전용면적 0.6㎡(약 0.2평)에 불과했다. 책상과 의자만 겨우 들어갔다. 외부로 연결된 창문도 없어 사실상 창고와 다름없었다.이러고도 아무 제재를 받지 않은 건 비정상적인 공간을 대부업체 사무실로 등록하는 게 불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부업법 시행령과 금융위원회 해석에 따르면, 정식 대부업체의 사무실은 숙박시설이 아닌 건물 내부이면서 다른 공간과 벽으로 구분되고, 출입문만 따로 있으면 된다. 면적이나 상주 여부에 관한 규정은 없다. 공중전화 부스만큼 비좁은 공간을 사무실로 등록해도 문제가 없는 셈이다.● ‘미리 대비하세요’ 엉터리 점검취재팀은 관할 지자체에 이런 실태를 파악하고 있는지 물었다. 특히 유령업체는 불법이라, 지자체가 강제로 등록을 취소할 수 있다. 하지만 유령업체 17곳의 관할 지자체는 모두 유령업체가 있다는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직접 가서 보면 누구나 알 사실을 관리 당국만 모르는 이유는 간단했다. 담당 공무원이 가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정식 대부업체에 등록증을 내줄 때 현장실사는 필수가 아니다. 임대차 계약서와 건축물대장 등 서류만 제출하면 된다.이미 등록한 업체도 현장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대부업 관리·감독 지침에는 지자체가 3년에 1회 이상 현장점검을 실시하라고 적혀 있지만, 권고사항일 뿐이다. 일부 지자체는 연중 현장점검을 실시하지만 전수조사도 아니다.그마저도 사전에 예고하고 나간다. 담당 공무원으로선 허탕 치지 않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불시에 갔는데 직원이 없으면 강제로 안에 들어갈 권한이 없고, 나중에 다시 방문해야 하므로 일이 많아진다. 아예 관련 지침에 “가급적 불시에 하되 부재중일 가능성이 크니 사전 예고로 효율성을 도모한다”라며 권장하고 있다. 수도권 한 지자체의 담당 공무원은 “혼자 100곳 넘는 대부업체를 담당하면서 다른 업무도 병행한다. 일일이 가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책임 떠넘기는 금감원-지자체-경찰물론 플랫폼에 광고 중인 모든 대부업체가 불법 조직과 연계된 건 아니다. 취재팀의 대출 문의에 법정 기준에 맞는 이자를 제시하면서 등록번호도 알려준 업체가 3곳 있었다. 이 중 한 곳의 상담원은 “50만 원은 1주일 뒤에 80만 원으로 갚으라는 업체들 있죠. 지인 연락처도 달라고 하고요. 그거 무조건 불법이에요. 절대 쓰지 마세요. 진짜 위험해요”라며 걱정해주기도 했다.한국대부금융협회 관계자는 “정식 대부업체들이 싸잡아 매도당해 이미지에 타격을 입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정식 대부업체 이용자는 2017년 247만 명에서 2022년 98만 명으로 줄었는데, 불법사채 이용자는 같은 기간 52만 명에서 82만 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됐다.돈을 빌리려는 사람 입장에서는 플랫폼에 광고 중인 업체 중 누가 불법인지 구분할 수 없다. 반면 대부업체를 관리·감독하는 기관은 의지만 있다면 옥석을 가려낼 수 있다.하지만 이들은 서로 책임을 미뤘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다수가 지자체에 등록된 업체라서 관리·감독도 기본적으로 지자체 책임”이라고 말했다. 불법사채 조직으로 연결된 업체 36곳의 관할 지자체 담당자들은 “불법은 경찰 수사로 밝혀낼 일”이라고 했다. 반면 경찰은 불법사채 조직이 대포폰과 대포통장, 텔레그램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미 범행한 후에 추적하는 건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대부중개플랫폼협의회 관계자는 “대부업 등록증 도용을 막기 위해 대부업체가 광고하기 전에 본인인증을 하는 절차를 거치고 피해자의 민원이 접수된 업체는 광고를 올릴 수 없도록 하고 있다”면서도 “플랫폼이 정식 대부업체들과 불법 사채조직의 연결고리까지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플랫폼 업계에서도 정식 대부업체로 위장한 불법사채 조직을 걸러내는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대부 이용자를 가장해 접촉한 불법사채 조직원들은 평범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1000억 원대 불법 대출을 굴렸던 전국구 조직 ‘강 실장’ 또한 마찬가지다. 2년간 대부중개 플랫폼에 숨어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을 벼랑으로 내몬 강 실장 조직의 민낯은 25일 오후 4시 공개되는 ‘트랩: 돈의 덫에 걸리다’ 3회에서 볼 수 있다.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은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히어로콘텐츠팀의 ‘트랩: 돈의 덫에 걸리다’와 디지털 스토리텔링 ‘돈의 덫’은 저널리즘의 가치와 디지털 기술을 융합한 차별화된 보도를 지향합니다. ‘히어로콘텐츠’(original.donga.com)에서 디지털 플랫폼에 특화된 인터랙티브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불법사채 피해자에서 가해자가 된 김민우의 이야기를 디지털로 구현한 ‘돈의 덫(상): 덫에 걸린 남자’()‘돈의 덫(하): 덫을 놓는 남자’()실제 김민우의 인터뷰를 담은 유튜브 영상()히어로콘텐츠팀▽팀장: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취재: 김소영 김태언 서지원 기자▽프로젝트 기획: 위은지 기자▽사진: 홍진환 기자▽편집: 이승건 황준하 기자▽그래픽: 김충민 기자▽인터랙티브 개발: 임상아 임희래 뉴스룸디벨로퍼▽인터랙티브 디자인: 황어진 김민주 인턴▽영상: 송유라CD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 2024-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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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합법 대부업의 배신… 불법사채업자에 내정보 팔았다[히어로콘텐츠/트랩]②-上

    62곳 중 단 3곳. 대부업체 중에서 정상적으로 영업한 곳이다.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4월 15일부터 한 달간 대출 이용자로 가장해 문의하고 주소지를 찾아간 결과다. 온라인 대부중개 플랫폼 여러 곳에 광고하며 활발히 영업하는 정식 대부업체만 접촉했는데도 그랬다. 대부업체는 법정 이율(연 20% 이내)을 지키면서 대부업 등록번호를 공개해야 하는데, 이를 지킨 업체가 극소수였다는 뜻이다.현재 온라인 대부중개 플랫폼은 서민이 이용하는 대부 시장의 표준이다. 플랫폼에 접속하면 정식 대부업체라고 써 붙인 광고 수백 개가 “전화 한 통 OK” “이율 준수” 등 문구로 유혹한다. 하지만 ‘상담 한 번쯤은 괜찮겠지’라며 전화하는 순간, 불법사채 조직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이 학원비 등 40만 원을 대려다 딸까지 불법사채의 늪으로 빠진 강선주(가명·48)도, 빚을 탕감해준다는 유혹에 조직에 합류했던 김민우(가명·37)도 그렇게 ‘플랫폼 사채’의 덫에 걸렸다.실제로 취재팀이 접촉한 36곳은 많게는 연 4000%가 넘는 고리를 요구하거나 미등록 업체라고 당당히 밝혔다. 명백한 불법이다. 주소에 가보니 태반이 사무실도 없는 유령업체였다. 나머지 23곳은 이자나 등록번호를 묻자 답을 피하거나 연락을 받지 않았다. 대부중개 플랫폼은 어쩌다 불법사채 조직의 소굴이 됐을까.오후 2시 39분, 사무실 책상에 널린 휴대전화 중 한 대를 집어 들었다. 오전에 새로 개통한 뒤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것이었다. 010-6210-××××. ‘대출○○’ 등 주요 대부중개 플랫폼 5곳에 광고를 올린 한 대부업체의 전화번호였다.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2시 41분. 2분 뒤 휴대전화가 울렸다. 발신 번호는 010-5722-××××. 처음 보는 번호였다.“안녕하세요. 대출 문의 주셨죠? 몇 가지만 빠르게 여쭤볼게요.”상담원은 이름과 나이, 사는 지역, 직업, 재직기간, 월급, 급여일, 기존 대출 유무, 그리고 필요한 돈이 얼마인지 물었다. 50만 원이 필요하다고 하자 상담원은 친절한 목소리로 대출 조건을 알려줬다.“50만 원 빌리시면 1주일 뒤에 90만 원으로 갚으시면 돼요.”1주일 이자 40만 원은 연이율로 따지면 4171%였다. 법정 상한(연 20%)의 200배가 넘는 명백한 불법이었다. 취재팀이 서울 강서구로 적힌 이 업체의 주소로 가보니 3.3㎡(1평)도 안 되는 빈 사무실이 나왔다. 정식 대부업체의 가면을 쓴 불법사채 조직을 추적하기 위해 위장 취재를 시작한 지 이틀째인 4월 16일이었다.● ‘연이율 수천%’가 기본 공식현행법상 대부업자는 정식 업체든 아니든 연 20%가 넘는 이자를 받을 수 없다. 이를 어기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개인끼리 돈을 빌려줄 때도 이자가 연 20%를 초과하면 처벌된다. 하지만 취재팀이 접촉한 62곳 중 26곳은 불법 고금리를 제안했다. 상담원은 하나같이 친절했다.“웬만하면 1주일에 (원금) 50(만 원)에 (상환액) 70이나 80은 생각하셔야 돼요. FM(공식)이에요.”“60에 90이에요. 원래 60에 95인데 좋은 조건으로 해드리는 거예요.”“지금 처음 써봐서 모르는 것 같은데 걱정할 게 하나도 없어요.”대출 이용자의 신용이 낮은 약점을 노리고 엉뚱한 명목으로 돈을 더 뜯어내는 경우도 있었다. 수고비, 착수금, 거마비, 공증비…. 이름은 다양했지만 전부 이자로 계산해야 한다. “첫 대출엔 공증비라는 게 있어요. 50만 원에서 5만 원 떼고 45만 원을 드려요.”전부 광고에선 적법한 이자를 내세웠다. 취재팀이 비싼 이자를 요구하는 이유를 묻자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못생긴 사람이 미용실에 가서 차은우처럼 머리를 해달라고 하면, 일단 ‘해드리겠다‘고 하잖아요? 저희도 똑같아요. 손님도 은행에서 대출 안 되고 주변에서 빌리기 민망하니까 저희를 찾으신 거잖아요. 저희도 말씀 잘 드려서 (사채) 쓰게 하는 게 일인 거죠.”● 등록번호 묻자 “원래 없어요”대부업체는 금융위원회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등록번호를 받아야 영업할 수 있다. 미등록 영업은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불법 행위다. 등록번호는 사무실에 게시하고, 광고할 때도 밝혀야 한다. 이를 어기면 과태료를 최고 5000만 원 물린다. 이용자가 돈을 빌리려는 곳이 등록 업체인지 확인하려면 등록번호를 알아야 한다. 금융당국은 등록번호를 알려주길 거부하면 불법 사채업자로 의심한다.그러나 62곳 중 24곳은 “대부업 등록번호가 없다”고 하거나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일부 업체는 대놓고 불법을 인정했다.“저희는 따로 등록된 게 없어요. 어느 업체를 다 전화해보셔도 등록된 데는 없어요.”취재팀이 “등록하지 않고 영업해도 되냐”고 묻자 질문의 의도를 의심했다.“지금 대부업 하려고 저한테 이것저것 물어보시는 거예요? 그렇게 걱정이 많으시면 다른 데 알아보세요.” 말을 빙빙 돌리며 등록번호를 알려주지 않다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은 업체도 있었다. 등록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것을 당연시하는 업체도 있었다.“제가 이 바닥에서 오래 일했는데 그런 말 처음 들어보고요. 누구한테 그런 소릴 들으셨는지 모르겠는데, 이런 거 알려달라고 하면 알려주는 사람 하나도 없어요. ”● ‘1명당 500원’ 불법조직에 팔리는 연락처불법사채 조직과 연결된 업체 36곳 중 33곳은 처음 전화했을 때 받지 않거나 담당자를 연결해주겠다고 한 뒤 다른 번호로 연락해왔다. 전화가 다시 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짧게는 1분, 통상 15분이었다. 나머지 3곳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플랫폼에 광고 중인 정식 대부업체에 전화했는데 불법 조직으로 연결된 이유가 뭘까. 전현직 불법사채 조직원에 따르면 그 연결고리는 2가지로 요약됐다. 하나는 불법사채 조직이 정식 대부업체를 ‘자회사’로 둔 경우다. 대다수는 바지사장을 내세운다. 조직원을 총알받이로 내세우거나, 돈이 궁한 사람에게 200만 원 안팎을 주고 등록 명의를 사 온다. 등록증은 통장 잔액 1000만 원을 증명하고 사무실 계약서, 18시간짜리 한국대부금융협회 교육 이수증 등만 내면 2주 안에 나온다.또 다른 방법은 정식 대부업체가 대출 문의 고객의 연락처만 모아서 불법사채 조직에 팔아넘기는 것이다. 업계에선 이런 연락처를 ‘DB(데이터베이스)’라고 부른다. 이런 DB는 보안 메신저에서 은밀하게 거래되고 있었다. 이달 14일 취재팀은 DB 구매자인 척 텔레그램에서 한 판매업자를 접촉했다. 그 업자가 제시한 가격은 대출 문의 고객 1명당 500~1000원이었다. 그는 자기 물건에 자부심을 감추지 않았다.“저희 DB가 재구매율이 좋은 편이에요. 한번 쓰면 계속 써요. 전날 대출 물어본 사람 정보를 오늘 팔거든요.”● “번호 장사가 나쁜가요?” 당당한 업체들취재팀에게 불법 고금리 대출을 제안한 업자 2명은 DB 구매를 인정했다.“거기(광고 업체)는 등록증만 있지 대부업하는 곳이 아니에요. 거기서 번호를 뿌려주고 그걸 제가 받은 거예요.”“다 그런 식이예요. 그 사람들(광고 업체)은 ‘번호 장사’하는 거고 저희는 받아서 영업하는 거고요. 그게 나쁜 건가요?”취재팀은 대출을 문의한 휴대전화 번호를 불법사채 조직에 넘긴 것으로 의심되는 정식 대부업체 36곳의 대표에게 연락해서 해명을 요청했다. 그중 11명은 “그럴 리 없다”거나 “나도 모르겠다”고 했다. 3명은 문의해온 연락처를 다른 대부업체에 넘겼다고 시인했다. 나머지 22명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이렇게 취재했습니다62개.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이번 취재를 위해 개통한 휴대전화 번호 수다. 취재팀이 검증 대상으로 정한 정식 대부업체는 62곳이었다. 25개 플랫폼에 등록된 업체 818곳 중에서 광고를 4개 이상 사이트에 게재한, 활발히 영업하는 업체였다. 이들 뒤에 숨어 있는 불법사채 조직을 특정하려면 한 번도 사용한 적 없는 새 번호가 필요했다.불법사채 조직과 연결된 업체에 한 번만 전화해도 그 번호는 여러 경로를 거쳐 조직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 그 경로를 역추적해 최초 유포자를 찾는 건 수사기관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취재팀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새 번호는 오직 업체 1곳을 검증하는 데에만 ‘일회용’으로 사용하는 원칙을 세웠다. 불법사채 조직으로 연결되는 정식 대부업체를 특정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불법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 돈을 빌리려는 이용자를 가장해 대출 조건과 대부업 등록번호, 업체명을 물었다. 취재팀이 만난 피해자들은 정식 대부업체에 대출을 문의했지만 연락이 온 건 불법사채 조직이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과 수사기관은 이런 피해 유형이 있다는 것만 알 뿐, 어느 업체를 통해 불법사채 조직으로 연결되는지까지 파악하지 못했다. 그 연결고리를 확인하려면 위장 취재가 불가피했다. 불법적인 제안을 한 곳엔 재차 연락해 기자 신분을 밝히고 해명을 요청했다.취재팀은 법정 상한을 초과한 이자를 제안하면 불법사채 조직으로 판단했다. 또 대부업 등록번호가 없거나, 밝히기 거부한 업체도 불법으로 봤다. 이런 기준은 금감원과 법률 전문가의 의견을 받아 정했다.새 휴대전화는 모두 동아일보 편집국 소속 기자의 명의로 정식 개통했다. 명의자의 개별 동의를 받았고, 휴대전화 개통 절차도 준수했다. :법률 자문:노희정 경기복지재단 불법사금융피해지원팀장, 박정만 경기도 서민금융복지지원센터장(변호사), 박현근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장, 안민석 법률사무소 강물 대표변호사, 윤정원 변호사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불법사채 조직와 손잡은 정식 대부업체 36곳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그 주소지를 모두 방문했다. 그 결과 17곳이나 대부업체의 흔적조차 없는 ‘유령업체’였다. 전국을 돌며 추적한 결과는 ‘합법 위장한 플랫폼 사채 추적기(下)’에서 이어진다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은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히어로콘텐츠팀의 ‘트랩: 돈의 덫에 걸리다’와 디지털 스토리텔링 ‘돈의 덫’은 저널리즘의 가치와 디지털 기술을 융합한 차별화된 보도를 지향합니다. ‘히어로콘텐츠’(original.donga.com)에서 디지털 플랫폼에 특화된 인터랙티브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불법사채 피해자에서 가해자가 된 김민우의 이야기를 디지털로 구현한 ‘돈의 덫(상): 덫에 걸린 남자’()‘돈의 덫(하): 덫을 놓는 남자’()실제 김민우의 인터뷰를 담은 유튜브 영상()히어로콘텐츠팀▽팀장: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취재: 김소영 김태언 서지원 기자▽프로젝트 기획: 위은지 기자▽사진: 홍진환 기자▽편집: 이승건 황준하 기자▽그래픽: 김충민 기자▽인터랙티브 개발: 임상아 임희래 뉴스룸디벨로퍼▽인터랙티브 디자인: 황어진 김민주 인턴▽영상: 송유라CD김소영 기자 ksy@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 2024-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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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비웃은 불법 사채조직, 그들이 세를 불리는 방법[히어로콘텐츠/트랩]①-下

    불법사채는 가장 절박한 이를 노려 마지막 고혈을 빨아낸다. 정부의 미공개 조사에서 이 덫에 걸린 사람은 2022년 82만 명으로 추정됐다. 물가가 치솟고 경기가 악화해 서민들이 벼랑으로 몰리면서 5년 새 30만 명이 늘었다.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올 2월부터 5개월간 전·현직 불법사채 조직원과 피해자 등 157명을 통해 불법사채의 세계를 취재했다. 그중에는 빚을 탕감받는 조건으로 불법사채 조직에 합류했다가 인생이 뒤바뀐 김민우(가명·37)도 있었다.“대리님, 저 한 번만 더 빌려주시면 안 될까요? 딱 한 번 만요….”휴대전화 너머로 50대 여성이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사채를 사채로 갚는 ‘돌려막기’를 하느라 스무 번 넘게 돈을 빌린 그녀가 애원하는 대상은 불법사채 조직의 말단 조직원 ‘이 대리’였다.“더 빌리면 감당 못 하실 텐데요.”이 대리가 전화를 끊을 때까지 흐느낌은 멈추지 않았다. 며칠 뒤, 이 대리는 찜찜한 마음에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그녀가 넘긴 ‘비상연락망’에 남편 번호가 있었다. 전화를 걸자 기운이 하나도 없는 목소리의 남성이 받았다.“저희 집사람이 쓰러져서 중환자실에 있는데…. 누구시죠?”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이 여자, 나랑 전화하고 나서 쓰러진 건가. 텔레그램으로 상사에게 보고하자 평소보다 들뜬 목소리로 전화가 왔다.“어차피 남편은 그 여자가 얼마나 빌린 줄 모르는 거지? 그럼 남편한테 더 뜯어내면 되겠네. 오케이. 넌 신경 쓰지 마.”전화를 끊자 대포폰 검은 액정화면에 새하얗게 질린 자기 얼굴이 비쳤다. 그가 불법사채 조직에 쫓기던 채무자 김민우였을 때의 얼굴이었다. 사경을 헤매는 사람도 한 푼 더 뜯어낼 먹잇감으로 보는 불법사채의 세계.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불법사채의 덫에 걸려 고통받던 민우가 밑바닥 조직원 이 대리가 되어 덫을 놓던, 2022년 8월경의 얘기다.● 먹잇감을 넘기면 펼쳐지는 지옥조직에 합류하기로 한 첫날. 민우는 스스로 ‘이 대리’라는 닉네임을 붙였다. 가짜 성에 직함을 붙인 닉네임을 쓰는 다른 조직원들처럼. 그리고 한 달간 조직원으로 거듭나기 위한 교육을 받았다.매일 아침 8시 서울 종로구의 A 호텔로 향했다. 저녁 6시까지 객실에 틀어박혀 직속 상사 ‘박 팀장’에게 배운 건 불법사채라는 지옥 입구에 먹잇감을 물어다 나르는 법이었다.‘김지영/주식회사XX/서울 강북구/100만 원/010-7733-XXXX’ 이름, 직장명, 거주지, 필요 금액, 연락처가 담긴 메시지. 일명 DB(데이터베이스)가 매일 100개씩 조직의 텔레그램 대화방에 올라왔다. ‘상담팀’ 소속이었던 이 대리는 DB 속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대출 계약을 맺고 ‘비상연락망’이라며 가족 친구 직장동료 등 10명의 연락처를 받아냈다. 이를 ‘수금팀’에 넘기면 1건당 2만 원을 받았다.먹잇감이 수금팀으로 넘어가면 본격적인 지옥이 펼쳐졌다.‘니네 회사 부장한테 연락가게 해줘?ㅋㅋ’ 메시지 한 통이면 사람들은 어떻게든 돈을 마련해왔다. 사채를 쓴 사람은 주변 사람이 그 사실을 알게 되는 걸 가장 두려워했다.채무자들은 가족상을 치르다가도 장례식장 구석에서 꼬박꼬박 답장했다. 주변에 연락가는 게 싫으면 벗은 몸을 찍어서 보내라는 요구도 거절하지 못했다. 급하게 화장실로 뛰어가 바지만 겨우 내린 채 사진을 찍을 정도였다.이 대리가 하루 대출 계약 10건을 채운 날. 박 팀장은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야, 이제 졸업해도 되겠다.”그리고 ‘졸업 선물’로 맥북을 건넸다. 하루 전화 10통으로 1주일에 100만 원을 벌 수 있다니. 두툼해지는 지갑이 반가웠다. 그때까지만 해도 물어온 먹잇감들이 지옥 속에서 어떻게 고통받는지는 보이지 않았다. 지난 6개월 동안 이 대리가 갈망한 건 돈뿐이었으니까.● 출구 없는 미로의 시작민우의 첫 직장은 촉망받는 스타트업이었다. 하지만 회사가 기울면서 월급 220만 원을 주는 중소기업으로 옮겼다. 고소득 전문직인 아버지는 탐탁잖아 하며 “돈을 더 주는 회사에 다니는 게 낫지 않냐”고 했다.더 벌고 싶은 건 민우도 마찬가지였다. 새로운 일을 찾다가 보험 영업에 도전했지만 쉽지 않았다. 고객들이 연달아 계약을 해지하면서 2021년 10월경엔 두 달 정도 월급을 받지 못했다. 생활비로 쓴 카드값 200만 원을 갚을 돈이 필요했다. 4대 보험을 적용받지 않는 민우에게 은행 대출의 문턱은 높았다. 저소득·저신용자를 위한 정부 대출 상품 ‘햇살론’도 알아봤지만, 과거 빌린 대출금이 소득보다 많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가족 앞에선 돈 얘기가 안 나왔다. 민우는 보험설계사로 일하는 걸 숨기고 있었다. 정규직도 아니고 소득이 일정치 않은 보험설계사는 중소기업 사원보다 더 아버지의 눈에 차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카드값 얘기를 하면 “요새 뭘 하고 다니길래 그 돈이 없냐”고 캐물을 게 뻔했다.친구들에게 얘기해볼까. 휴대전화에 저장된 연락처를 위아래로 훑었다. 전화를 해도 돈 얘기는 입 안에서 맴돌았다. 별일 없지. 그래. 말만 빙빙 돌리다 전화를 끊었다.● 점점 더 깊은 미로 속으로포털사이트에 ‘200만 원 소액대출’을 검색하자, 한 대부중개 플랫폼이 나왔다. 수백 개의 정식 대부업체들이 광고하고 있었다. 업체 몇 곳에 전화를 걸어봤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 30분 뒤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다.“대출 문의하셨죠?”왜 엉뚱한 번호로 전화가 오는 거지. 의아했지만 상대가 알려준 업체명은 금융감독원 사이트에서 검색까지 되는 정식 대부업체였다. 대출 심사를 받으려면 ‘비상연락망’이 필요하다는 말에 가족과 친구들의 연락처를 넘겼다.하지만 심사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상대는 “제대로 돈을 갚는 사람이라는 신용이 필요하다”며 일단 10만 원을 빌려줄 테니 1주일 뒤에 20만 원으로 갚으라고 했다. 하루라도 빨리 카드값을 막고 싶어 3일 만에 돈을 보냈다. 그런데 말이 바뀌었다. 자꾸만 소액부터 갚으면 원하는 금액을 빌려주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왜 말을 바꾸냐고 따지면 돌변했다.“그럼 니네 아버지한테 전화해서 사채 쓴 거 알려줄게.”아버지에게 전화가 가면 집안이 뒤집힐 게 뻔했다. 그것만은 막아야 했다. 돈을 빌리고 또 빌렸다. 갚기로 한 시간보다 조금만 늦어도 연체비가 시간당 5~10만 원씩 붙었다. 상환 기간을 미루려면 수십만 원의 연장비를 내야 했다. 여유가 없어지자 돌려막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가 떨리는 목소리로 녹음파일을 들려줬다“니 아들 새X가 돈을 안 갚는다고. 이 씨XX아.”평소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면 과호흡으로 쓰러지곤 했던 어머니가 이런 전화를 또 받게 할 수는 없었다. 돌려막기가 계속됐다. 연락처를 넘긴 친구들에게는 눈을 질끈 감고 전화를 걸어 말했다.“내가 어디서 돈을 좀 빌렸는데. 상황이 꼬였어. 모르는 번호로 전화 오면 일단 받지 말아봐…. 나중에 얼굴 보고 다 설명할게.”밤낮으로 주차장 발렛 파킹 아르바이트와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소용없었다. 6개월 동안 쓴 사채 원금은 255만 원. 이미 약 1000만 원을 보냈는데도 갚아야 할 돈 130만 원이 남아 있었다. ● 출구가 보인다는 착각“돈 때문에 힘든 것 같은데 여기서 일해 볼래요? 지금 남은 130만 원, 까줄 수 있는데.”그날 걸려 온 불법 사채업자의 전화는 평소와는 달랐다. 반말하던 그가 갑자기 존댓말을 쓰며 조직에 들어오면 남은 빚을 탕감해주겠다고 했다.갑자기 왜 이런 얘기를 하는 거지.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끔찍한 빚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니. 흔들렸다.일단 만나서 얘기하자는 말에 다음 날 약속 장소였던 A 호텔로 향했다. 그곳에서 만난 박 팀장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너만 잘하면 한 달에 1500만 원도 벌 수 있어. 못해도 500만 원은 벌 거고.”그리고 퀵서비스로 도착한 대포폰 2대를 건넸다.위험한 제안이라는 건 알았다. 하지만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자신 때문에 고통받던 가족들의 괴로움까지 끊어낼 기회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한 달에 1500만 원까지 벌 수 있다니.‘그래. 돈만 바짝 벌고 금방 관두면 괜찮을 거야.’평범한 영업사원이었던 민우가 불법사채 조직에 몸담은 첫날이었다.● 고객도 경찰도 속이다교육을 마친 이 대리는 대포폰과 노트북만 들고 모텔을 전전하며 일했다. 일은 어렵지 않았다. 배운 그대로 뱉으면 됐다.“고객님. 처음에 10만 원이나 15만 원을 쓰시고 1주일 뒤에 20만 원이나 28만 원으로 상환해 주시면, 이제 신용이 쌓여서 고객님께 100만 원 대출을 진행해드릴 수 있습니다.”‘조금씩 많이’ 빌리게 꼬드긴 뒤, 비상연락망을 인질 삼아 악착같이 돈을 뜯어내는 게 이들의 표준 수법이라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하루 세 번 계약 실적을 텔레그램으로 보고하기 전에는 고객이 보낸 비상연락망의 진위도 확인했다. 수금팀이 채무자의 가족에게 연락해 협박하려면, 비상연락망이 진짜여야만 하니까. 채무자의 비상연락망이 가짜면 그가 빌려 간 돈의 절반을 담당 상담원의 주급에서 깎았다.“택밴데요. 여기 101동 501호 XXX 씨 집 앞인데 문 앞에 두고 갈까요?”“우리 아들이 시킨 건가 보네. 근데 501호가 아니라 502호예요.”대포폰으로 택배 기사인 척 전화하면 고객이 넘긴 가족의 연락처와 주소가 진짜인지 금방 확인할 수 있었다.일하는 동안 피해자 신고를 받은 경찰이 6차례 연락해 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 대리가 “그냥 제가 빌려준 돈 받는 거예요”라며 ‘배 째라’ 식으로 나간 뒤 전화를 끊으면 그만이었다. 대포폰과 대포통장, 텔레그램을 쓰기 때문에 경찰 수사가 쉽지 않다는 걸 조직원들은 잘 알고 있었다.조직의 행동강령은 철저했다. 조직원끼리는 서로 이름과 나이, 연락처를 밝히지 않았다. 대포폰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기능은 끄고, 수당은 무인택배함을 통해 받았다.교육 장소였던 A 호텔이 종로경찰서와 300m 거리인데도 박 팀장이 전혀 신경 쓰지 않았던 덴 이유가 있었다. ● 휴대전화 너머의 ‘민우’들이 대리는 고객도 경찰도 속여가며 1주일에 180만 원까지 벌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마음이 찜찜했다. 채무자들에게서 자꾸만 민우의 모습이 보였다. 대부업체 이름을 물어보는 고객에겐 금감원 사이트에 올라온 업체 중 아무거나 하나 골라 말했다. 민우가 그랬듯, 이 대리의 고객들도 대부업체 이름을 듣고 나면 안심했다.“정신 차려 보니까 서른네 번이나 빌렸어요. 저 와이프도 있고 아기도 있는데. 제발 한 번만 살려주세요….”어느 날, 돌려막기의 늪에 민우보다 더 깊숙이 빠져 있었던 40대 남성이 추심을 막아달라며 애원했다. 냉정하게 전화를 끊고 나니 민우보다 더 고통스럽겠다는 생각 때문에 정신이 멍해져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런 이 대리를 보며 다른 조직원 중 한명은 말했다.“야, 다른 채무자 출신 애들은 잘만 하던데 넌 왜 그러냐?”이 대리를 포함한 상담팀 직원 6명 중 4명은 ‘채무자 출신’이었다. 이 대리보다 10살쯤 어린 20대 남성들이었다.● 이 대리의 마지막 고객점차 돈이 전부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짙어졌다. 특히 쓰러진 50대 여성의 소식을 조직에 알린 그날. 스무 번 넘게 사채를 써 조직에서 ‘VIP’로 통한 그녀가 죽음의 문턱 앞에서 ‘VVIP’가 된 그 순간. 더 이상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그만두기로 마음을 굳힌 뒤 떠오른 사람은 26살 박상아(가명)였다. 어머니의 병원비를 대느라 늘 돈이 필요했던 상아. 조직원들은 상아를 ‘우리가 데리고 노는 애’라고 부르며 여러 번 돈을 빌리게 유도했다.어린 상아에게 못 할 짓을 했다는 생각에 평생 죄책감이 들 것 같았다. 망설이다 상아에게 전화를 걸어 어머니가 정말 병원에 있는 게 맞냐고 물었다.그리고 지하철 6호선 화랑대역으로 향했다. 혹시 누가 볼까 싶어 본인과도 상아와도 관련 없는 동네를 골랐다. 물품보관함에 100만 원을 넣고 다시 상아에게 전화해 비밀번호를 알려주며 말했다.“저는 일 그만둡니다. 제가 돈 줬다는 건 어디 가서 얘기하지 마세요. 이 핸드폰으로 고맙다는 문자 같은 것도 보내지 마시고요.”이 대리의 대포폰 마지막 통화였다.● 영원히 따라다닐 그림자상아와 통화를 마친 뒤 팀장에게 그만두겠다고 이야기하자 한 남성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하루 15건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전화를 걸어 앳된 목소리로 욕을 퍼붓던, 그래서 조직의 가장 ‘윗선’이라고 생각했던 그 남자.“너 정말 후회 안 하겠어? 어디 가서 이런 돈 만질 수 없을 텐데. 지금 나가면 다시는 이 바닥에 못 들어와.”돈 이야기뿐이었던 대화는 욕 한마디 없이 금방 끝났다. 생각보다 쉽게 이 대리를 놔준 건, 또 다른 대리들을 쉽게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이 대리로 산 4개월이 끝났다.조직에서 빠져나온 뒤엔 경찰에서 연락이 올까 두려웠다. 처음 조직에 합류할 때 신분증이랑 등본 사본을 넘겼다. 경찰 수사망이 좁혀오면 ‘꼬리 자르기’를 하기 위해 그 정보만 넘길 수도 있었다. 한 달 동안 민우의 휴대전화는 비행기 모드였다.‘5000% 살인 이자… 불법 사채조직 검거’이 뉴스를 본 건 1년쯤 지난 뒤였다. 익숙한 닉네임과 수법들이 눈에 들어왔다. 민우에게는 아무 연락도 오지 않았다.돈의 무서움을 뼛속 깊이 깨달은 그는 모든 일의 시작과 끝에 돈이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지 못한다. 누군가를 지옥으로 몰아넣고 빠져나오지 못하게끔 사지를 단단히 묶어두는 인간의 악랄함을 보고 나니, 더 이상 사람도 믿지 못하게 됐다.지금 평범한 회사원인 민우의 주변 사람 중 누구도 한때 이 대리로 불렸던 시간에 대해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 시절은 불법사채가 사람들의 삶을 얼마나 처참하게 파괴하는지 생생히 증언한다. 그 때의 어두운 기억은 앞으로도 한낮의 그림자처럼 민우의 곁을 계속 따라다닐 것이다.민우는 정식 대부업체에 연락했는데 어쩌다 불법사채 조직의 손아귀에 떨어졌을까. 조직의 ‘먹잇감’이 모인 DB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80% 넘는 피해자가 불법사채를 접한 곳인 대부중개 플랫폼에 숨어든 불법사채 조직을 추적했다. 그 추적기는 24일 오후 4시 공개되는 ‘트랩: 돈의 덫에 걸리다’ 2회에서 이어진다.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은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히어로콘텐츠팀의 ‘트랩: 돈의 덫에 걸리다’와 디지털 스토리텔링 ‘돈의 덫’은 저널리즘의 가치와 디지털 기술을 융합한 차별화된 보도를 지향합니다. ‘히어로콘텐츠’(original.donga.com)에서 디지털 플랫폼에 특화된 인터랙티브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불법사채 피해자에서 가해자가 된 김민우의 이야기를 디지털로 구현한 ‘돈의 덫(상): 덫에 걸린 남자’()‘돈의 덫(하): 덫을 놓는 남자’()실제 김민우의 인터뷰를 담은 유튜브 영상()히어로콘텐츠팀▽팀장: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취재: 김소영 김태언 서지원 기자▽프로젝트 기획: 위은지 기자▽사진: 홍진환 기자▽편집: 이승건 황준하 기자▽그래픽: 김충민 기자▽인터랙티브 개발: 임상아 임희래 뉴스룸디벨로퍼▽인터랙티브 디자인: 황어진 김민주 인턴▽영상: 송유라CD김소영 기자 ksy@donga.com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 2024-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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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채업자의 집요한 협박… 딸의 손톱 끝엔 피가 맺혔다[히어로콘텐츠/트랩]①-上

    불법사채는 가장 절박한 이를 노려 마지막 고혈을 빨아낸다. 정부의 미공개 조사에서 피해자는 2022년 82만 명으로 추정됐다. 물가가 치솟고 경기가 악화해 서민들이 벼랑으로 몰리면서 5년 새 30만 명이 늘었다.이들을 착취한 건 소수의 ‘사채왕’이 아니었다. 불법사채 조직은 ‘급전 대출’ 등을 검색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온라인 대부중개 플랫폼에 숨어 있었다. 금융감독원 조사에서 피해자 4313명 중 3455명(80.1%)이 플랫폼에서 불법사채를 접했다고 했다.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올 2월부터 5개월간 전·현직 불법사채 조직원과 피해자 등 157명을 통해 불법사채의 세계를 취재했다. 그중에는 아이 학원비를 대려다 불법사채의 늪에 빠진 강선주(가명·48)도 있었다.오후 4시쯤이었다. 하굣길이었을 중학생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강선주(가명·48)는 반가운 마음에 “딸!” 하고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딸은 앞뒤 없이 말을 쏟아냈다.“엄마, 나한테 막 이상한 문자들이 와. 이게 다 뭐야?”선주는 직감했다. 그놈들이 내 딸한테도 연락했구나. 일하다 말고 집으로 뛰어갔다.지병 탓에 학교에서 쓰러져도 자기 입으로 이야기한 적 없는 아이였다. 엄마의 마음을 먼저 걱정하던, 일찍 철든 아이. 그런 딸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집에 도착해 발견한 딸은 피가 날 정도로 손톱을 뜯어대고 있었다.띵동! 띵동! 띵동! 딸의 휴대전화로 문자가 쏟아졌다. 모두 [국제발신]이라 적힌 알 수 없는 번호였다.“대구 76년생 강선주 딸 하윤(가명)아. 지금 사람 한 명 보냈거든. 그 아저씨한테 X주면 돼. 알겟(겠)지??”“넌 몇 살이야? 우리 하윤이 걸X면 오빠가 좀 그런데.”심장이 쿵쾅거렸다. 물에 빠진 것처럼 귀가 먹먹했다. “엄마 나 어떡해? 너무 무서워.” 딸의 목소리마저 웅웅거려 잘 들리지 않았다. 반사적으로 현관문을 향해 뛰었다. 걸쇠를 건 선주는 몸을 떠는 딸을 안으며 말했다. 엄마 휴대전화가 해킹당한 거야. 괜찮아. 괜찮아.하지만 선주는 알고 있었다. 그놈들은 돈을 갚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거란 사실을. 두 아이를 지키기 위해 손댔던 사채가 거꾸로 가족을 망가뜨리고 있었다. 선주가 문자 한 통에 돈의 덫에 갇혔던 올 4월 25일 얘기다.● 누군가에겐 당연할 쌀값“엄마는 맨날 일하는데 왜 돈이 없어?”외식하자는 아이들에게 군색하게 군 날, 초등학생 아들이 옆에 와 앉았다. 말없이 웃으면 아들은 꼬깃꼬깃한 천 원 몇 장을 꺼내 건넸다. “이거 엄마 써!” 그 작은 손을 보며, 선주는 야속한 인생이라고 생각하진 않기로 했다.서른둘 나이에 아기용품 사업 시작, 2년 만에 당한 사기, 빚 8000만 원을 갚느라 8년. 마흔셋에 작은 수선집을 마련했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괜찮았다. 좋아하던 뜨개질을 할 수 있었으니까. 내겐 의젓한 딸과 명랑한 아들이 있었으니까.다짐이 흔들리기 시작한 건 2022년 11월. 남편이 해고당했다. 코로나19로 회사 사정이 안 좋아졌다는 이유였다. 며칠 내리 누워만 있는 남편의 등을 보았다. 남편도 얼마나 놀랐을까? 기죽지 말자고요, 내가 더 힘내볼게. 그날 선주는 남몰래 일기를 눌러 적었다.남편은 수선집을 함께 키워보자고 했다. 하지만 많아 봐야 월 100만 원인 수익. 네 식구에겐 턱없이 모자랐다. 꿈에서도 미싱을 돌렸다. 그곳에서라도 바쁘면 깨어나 기분이 좋았다. 오전 8시 수선집으로 출근해 적은 일기는 매일 같았다. ‘오늘은 손님이 많았으면 좋겠다.’1년 만에 모아뒀던 돈이 바닥났다. 친척과 지인들에게 5만 원, 10만 원씩 빌려 아이들 밥을 먹이고 학원을 보냈다. 한참 뜸 들이다 돈 이야길 꺼내면 사람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빌려주겠다”던 친구 몇몇은 연락을 차단했다. 그때마다 아이들만 생각했다. 올 3월 초에도 돈 나갈 구멍이 한두 곳이 아니었다.“어머니, 이번 달 학원비가 비어요.”“엄마! 나 마라탕 먹고 싶어!”“엄마, 동생 밥해 먹이려는데 집에 쌀이 없어.”어디 쌀 훔쳐 올 곳 없을까, 이런 생각까지 하던 그때. 지잉, 지잉, 휴대전화가 요란스레 울렸다.집으로 달려가 보니 곳곳이 빨간딱지였다. 은행 빚이 밀렸던 터였다. 일부인 30만 원을 내면 당장 압류는 정지할 수 있다고 했다. 학원비, 쌀값, 월세…. 계산이 꼬였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결국 다음 날 휴대전화를 열었다. 더 이상 지인들에게 빌릴 생각은 없었다. 적선하듯 보는 눈초리, “쌀 살 돈도 없으면서 애는 왜 키우냐”는 찬 소리. 차라리 모르는 사람이 편했다. 포털에 ‘대출’을 쳤다.한 대부중개 플랫폼에는 수백 개의 대부업체 광고가 떠 있었다. ‘정식 등록업체’ ‘안전하고 빠른 대출’ 쏟아지는 광고 문구 속 ‘당일 대출 가능’을 봤다. 3월 5일 문자를 보냈다.“돈이 필요해요.”● 박 실장의 친절함에 속다문자를 보내자마자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다. 그는 자신을 박 실장이라 소개했다. 문자 보낸 대부업체의 협력업체 직원이라고 했다. “경기가 참 어려워요. 아이는 키우시나요? 너무 힘드셨겠어요.” 오랜만에 듣는 따뜻한 말투였다.꽤 긴 시간 서러움을 토했다. 수화기 너머로 안타깝다는 듯한 숨소리가 들렸다. 선주는 제 처지를 알아주는 박 실장이 다정하다고 생각했다.전화를 끊은 그는 돈을 빌리는 데에 필요한 서류 목록을 보냈다. 신분증과 등본, 초본, 가족관계증명서, 그리고 비상연락망. 가족과 친구, 거래처의 연락처를 보내자 답장이 왔다. 그중엔 딸의 전화번호도 있었다. ‘빨리 받으실 수 있게 도와드릴게요.’ 당장 돈이 들어온 것도 아닌데, 숨이 쉬어졌다.박 실장이 빌려준 돈은 40만 원, 일주일 뒤 갚아야 할 돈은 60만 원이었다. 연이율로 따지면 2607.1%. 법정 상한의 130배였다. 5일 뒤 거래처에서 선금을 받으면 갚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발주가 미뤄지며 계획이 틀어졌다. 상환 당일, 박 실장에게 메시지를 넣었다. ‘저…오늘은 도저히 안 될 것 같아요. 내일 드려도 될까요?’ 그 말을 끝으로 그에게서 다정함은 볼 수 없었다.‘야, 장난치냐? 개소리 말고 빨리 입금해라.’그는 빌려서라도 갚으라며 다른 사람을 연결했다. 박 실장의 원금은 김 실장에게 빌렸고, 김 실장의 원금은 임 실장에게 빌려 갚았다. 상환일을 며칠만 미루려 해도 수십만 원의 연장비를 요구했다. 갚기로 한 시간보다 1분만 늦어도 연체비가 5만~10만 원 붙었다.그렇게 6주 사이 돈 빌린 사람만 8명. 40만 원은 583만 원이 돼 있었다. 8명의 독촉 전화는 밤낮이 없었고, 어떻게 번호를 알았는지 대출을 권하는 문자도 수십 통이 날아왔다. 이자 대신 다른 대가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들끼리 ‘또라이돈’이라고 불렀다. “원나이트 해주고 싼 이자로 돈 빌려주는 거예요.” 제안을 거절하고 전화를 끊은 선주는 치를 떨었다.욕설이 섞인 폭탄 문자에 “돈 갚으라고 함. 전달”이라는 문구가 딸려 올 때도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다른 채무자들이 불법사채 조직한테 협박당해서 보낸 것이었다. 놈들은 이자를 몇 푼 깎아주겠다며 절박한 피해자를 범죄에 동원하고 있었다.휴대전화를 못 쓸 정도로 전화가 걸려 왔다. 누구에게 얼마를 갚아야 하는지도 헷갈렸다. 박 실장의 전화를 피했다. 그러자 메시지가 왔다. “안 되겠네. 너, 내가 칼로 쑤셔줄게.”누구라도 가게 앞을 지나면 몸이 움찔거렸다. 세워둔 차가 보이면 가게 문을 잠갔다. 들어오는 손님들을 보며 생각했다. ‘저 사람이 박 실장일까?’ 혼자 있는 시간에는 가게 불을 끄고, 문을 잠그고, 구석으로 가 미싱을 돌렸다. 그들은 날 알지만, 나는 그들을 모른다는 불안감. 지켜보고 있다는 공포에 손이 떨렸다.그러던 4월 23일, 메시지가 도착했다. “평생 니 딸년 괴롭혀 줄게.” 이어 도착한 문자에는 딸아이의 학교와 반, 선생님 이름과 번호, 교무실 번호가 적혀 있었다. 더는 혼자 안고 있을 일이 아니었다. 경찰서로 향했다. 그리고 그날 밤, 남편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기로 했다.● 40만 원의 대가“그래서 이제 어쩔 건데. 네가 저질렀으니 네가 해결해야지.”해고당한 후 내내 무기력증에 빠져있던 남편의 첫 마디였다. 차갑다 못해 매서웠다. 원통했던 건 남편 말이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식당 일을 겸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수선집 일을 마치면 밤 12시. 잠시 소파에 눈을 붙이면 금세 해가 밝았다. 그 햇살이 ‘지금 잠을 잘 자격이 있냐’고 묻는 듯했다.점점 남편과 함께 있는 자리에선 말도 잘 나오질 않았다. 이혼 이야기가 오갔다. 뇌졸중과 고지혈증으로 처방받았던 약을 쓸어모았다. 한 번에 털어 넣고 싶은 충동을 누르고 포털에 ‘살기 싫을 때’를 썼다. 자살예방상담전화 번호가 떴다. 전화를 거니 “우울감이 심해 보인다. 병원에 가라”고 했지만, 돈이 없었다. 그렇게 몇 번 더 그 번호로 전화해 속을 털어놓았다.“돈 빌린 것, 다 제 잘못 맞아요. 그런데 살고 싶어서 선택한 일인데, 왜 이렇게까지 돼야 할까요.”그놈들에겐 “경찰에 신고했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조롱만 돌아왔다.“가서 신고해ㅋㅋ 대포폰 써서 니넨 우리 못 잡아.”말문이 막혔다. 정말로 경찰에서 들은 말이 그거였다. 놈들은 경찰이 손쓰지 못하는 걸 알기라도 하듯 더 날뛰었다. 초 단위로 문자와 전화가 왔다. 오전 8시 18분부터 시작된 임 실장의 전화는 4시간 32분 동안 이어졌다. 총 764통이었다. 견딜 수 없던 건 내 손으로 번호를 넘긴 사람에게도 연락이 간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4월 25일, 딸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 나한테 막 이상한 문자들이 와. 이게 다 뭐야?”● 엄마의 소원그날 이후 딸은 집 밖을 나가지 않았다. 등하굣길은 어쩔 수 없이 친구들에게 동행을 부탁했다. 아파트 입구에 낯선 이라도 있는 날엔 한참을 걷다 들어온다고 했다. 초인종 소리도 무서워해 문 앞에 ‘누르지 마세요’ 쪽지를 붙여놓았다.언젠가 일기에 이렇게 적은 적이 있다. 딸은 누구보다 날 닮았다고. 살갑진 않지만 정 많은 모습이 비슷했다. 무뚝뚝한 것 같다가도 자는 엄마의 휴대전화를 열어 남몰래 편지를 써놓는 아이였다.‘요즘 내가 말 안 들어서 미안해. 근데 알아? 엄만 완벽해! 나를 매일 웃게 만들어 주잖아. 엄마한테 태어나서 진짜 다행이란 생각을 할 만큼 너무 좋아. 언제 읽을지 모르지만, 언젠간 읽겠지? 힘내! 그리고 정말 많이 사랑해.’이제는 바란다. 딸은 엄마의 삶과 닮지 않기를. 그저 자신이 딸의 엄마인 것이 미안하다던 선주의 소원은 딱 하나.“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요. 가족들, 친구들이 저를 알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이 사람들이 고통받는 건 다 저와 아는 사이여서 그런 거잖아요. 그러니까 저와 인연을 맺기 전으로,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요.”선주는 정식 대부업체에 연락했는데 어쩌다 불법사채 조직의 손아귀에 떨어졌을까.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80% 넘는 피해자가 불법사채를 접한 곳인 대부중개 플랫폼에 숨어든 불법사채 조직을 추적했다. 그 추적기는 24일 오후 4시 공개되는 ‘트랩: 돈의 덫에 걸리다’ 2회에서 이어진다.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은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히어로콘텐츠팀의 ‘트랩 : 돈의 덫에 걸리다’와 디지털 스토리텔링 ‘돈의 덫’ 등은 저널리즘의 가치와 디지털 기술을 융합한 차별화된 보도를 지향합니다. ‘히어로콘텐츠’(original.donga.com)에서 디지털 플랫폼에 특화된 인터랙티브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불법사채 피해자에서 가해자가 된 김민우의 이야기를 디지털로 구현한 ‘돈의 덫(상): 덫에 걸린 남자’()‘돈의 덫(하): 덫을 놓는 남자’()실제 김민우의 인터뷰를 담은 유튜브 영상()히어로콘텐츠팀▽팀장: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취재: 김소영 김태언 서지원 기자▽프로젝트 기획: 위은지 기자▽사진 : 홍진환 기자▽편집: 이승건 황준하 기자▽그래픽: 김충민 기자▽인터랙티브 개발: 임상아 임희래 뉴스룸디벨로퍼▽인터랙티브 디자인: 황어진 김민주 인턴▽영상: 송유라CD대구=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 2024-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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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빚 갚기 힘들지, 우리랑 일할래?”… 불법사채 조직의 ‘은밀한 제안’[히어로콘텐츠/트랩]①-下

    불법사채는 가장 절박한 이를 노려 마지막 고혈을 빨아낸다. 정부의 미공개 조사에서 이 덫에 걸린 사람은 2022년 82만 명으로 추정됐다. 물가가 치솟고 경기가 악화해 서민들이 벼랑으로 몰리면서 5년 새 30만 명이 늘었다.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올 2월부터 5개월간 전·현직 불법사채 조직원과 피해자 등 157명을 통해 불법사채의 세계를 취재했다. 그중에는 빚을 탕감받는 조건으로 불법사채 조직에 합류했다가 인생이 뒤바뀐 김민우(가명·37)도 있었다. “대리님, 저 한 번만 더 빌려주시면 안 될까요? 딱 한 번 만요….”휴대전화 너머로 50대 여성이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사채를 사채로 갚는 ‘돌려막기’를 하느라 스무 번 넘게 돈을 빌린 그녀가 애원하는 대상은 불법사채 조직의 말단 조직원 ‘이 대리’였다.“더 빌리면 감당 못 하실 텐데요.”이 대리가 전화를 끊을 때까지 흐느낌은 멈추지 않았다. 며칠 뒤, 찜찜한 마음에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그녀가 넘긴 ‘비상연락망’에 남편 번호가 있었다. 전화를 걸자 기운 하나 없는 목소리의 남성이 받았다.“저희 집사람이 쓰러져서 중환자실에 있는데…. 누구시죠?”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이 여자, 나랑 전화하고 나서 쓰러진 건가. 텔레그램으로 상사에게 보고하자 평소보다 들뜬 목소리로 전화가 왔다.“어차피 남편은 그 여자가 얼마나 빌린 줄 모르는 거지? 그럼 남편한테 더 뜯어내면 되겠네. 오케이. 넌 신경 쓰지 마.”전화를 끊자 대포폰 검은 액정화면에 새하얗게 질린 자기 얼굴이 비쳤다. 그가 불법사채 조직에 쫓기던 채무자 김민우였을 때의 얼굴이었다. 사경을 헤매는 사람도 한 푼 더 뜯어낼 먹잇감으로 보는 불법사채의 세계.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불법사채의 덫에 걸려 고통받던 민우가 밑바닥 조직원 이 대리가 되어 덫을 놓던, 2022년 8월경의 얘기다.● 먹잇감을 넘기면 펼쳐지는 지옥조직에 합류하기로 한 첫날. 민우는 스스로 ‘이 대리’라는 닉네임을 붙였다. 가짜 성에 직함을 붙인 닉네임을 쓰는 다른 조직원들처럼. 그리고 한 달간 조직원으로 거듭나기 위한 교육을 받았다.매일 아침 8시 서울 종로구의 A 호텔로 향했다. 저녁 6시까지 객실에 틀어박혀 직속 상사 ‘박 팀장’에게 배운 건 불법사채라는 지옥 입구에 먹잇감을 물어다 나르는 법이었다.‘김지영/주식회사XX/서울 강북구/100만 원/010-7733-XXXX’ 이름, 직장명, 거주지, 필요 금액, 연락처가 담긴 메시지. 일명 DB(데이터베이스)가 매일 100개씩 조직의 텔레그램 대화방에 올라왔다. ‘상담팀’ 소속이었던 이 대리는 DB 속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대출 계약을 맺고 ‘비상연락망’이라며 가족 친구 직장동료 등 10명의 연락처를 받아냈다. 이를 ‘수금팀’에 넘기면 1건당 2만 원을 받았다.먹잇감이 수금팀으로 넘어가면 본격적인 지옥이 펼쳐졌다. ‘니네 회사 부장한테 연락가게 해줘?ㅋㅋ’ 메시지 한 통이면 사람들은 어떻게든 돈을 마련해왔다. 사채를 쓴 사람은 주변 사람이 그 사실을 알게 되는 걸 가장 두려워했다.채무자들은 가족상을 치르다가도 장례식장 구석에서 꼬박꼬박 답장했다. 주변에 연락가는 게 싫으면 벗은 몸을 찍어서 보내라는 요구도 거절하지 못했다. 급하게 화장실로 뛰어가 바지만 겨우 내린 채 사진을 찍을 정도였다.이 대리가 하루 대출 계약 10건을 채운 날. 박 팀장은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야, 이제 졸업해도 되겠다.”그리고 ‘졸업 선물’로 맥북을 건넸다. 하루 전화 10통으로 1주일에 100만 원을 벌 수 있다니. 두툼해지는 지갑이 반가웠다. 그때까지만 해도 물어온 먹잇감들이 지옥 속에서 어떻게 고통받는지는 보이지 않았다. 지난 6개월 동안 이 대리가 갈망한 건 돈뿐이었으니까.● 출구 없는 미로의 시작민우의 첫 직장은 촉망받는 스타트업이었다. 하지만 회사가 기울면서 월급 220만 원을 주는 중소기업으로 옮겼다. 고소득 전문직인 아버지는 탐탁잖아 하며 “돈을 더 주는 회사에 다니는 게 낫지 않냐”고 했다.더 벌고 싶은 건 민우도 마찬가지였다. 새로운 일을 찾다가 보험 영업에 도전했지만 쉽지 않았다. 고객들이 연달아 계약을 해지하면서 2021년 10월경엔 두 달 정도 월급을 받지 못했다. 생활비로 쓴 카드값 200만 원을 갚을 돈이 필요했다. 4대 보험을 적용받지 않는 민우에게 은행 대출의 문턱은 높았다. 저소득·저신용자를 위한 정부 대출 상품 ‘햇살론’도 알아봤지만, 과거 빌린 대출금이 소득보다 많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가족 앞에선 돈 얘기가 안 나왔다. 민우는 보험설계사로 일하는 걸 숨기고 있었다. 정규직도 아니고 소득이 일정치 않은 보험설계사는 중소기업 사원보다 더 아버지의 눈에 차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카드값 얘기를 하면 “요새 뭘 하고 다니길래 그 돈이 없냐”고 캐물을 게 뻔했다.친구들에게 얘기해볼까. 휴대전화에 저장된 연락처를 위아래로 훑었다. 전화를 해도 돈 얘기는 입 안에서 맴돌았다. 별일 없지. 그래. 말만 빙빙 돌리다 전화를 끊었다.● 점점 더 깊은 미로 속으로포털사이트에 ‘200만 원 소액대출’을 검색하자, 한 대부중개 플랫폼이 나왔다. 수백 개의 정식 대부업체들이 광고하고 있었다. 업체 몇 곳에 전화를 걸어봤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 30분 뒤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다.“대출 문의하셨죠?”왜 엉뚱한 번호로 전화가 오는 거지. 의아했지만 상대가 알려준 업체명은 금융감독원 사이트에서 검색까지 되는 정식 대부업체였다. 대출 심사를 받으려면 ‘비상연락망’이 필요하다는 말에 가족과 친구들의 연락처를 넘겼다.하지만 심사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상대는 “제대로 돈을 갚는 사람이라는 신용이 필요하다”며 일단 10만 원을 빌려줄 테니 1주일 뒤에 20만 원으로 갚으라고 했다. 하루라도 빨리 카드값을 막고 싶어 3일 만에 돈을 보냈다. 그런데 말이 바뀌었다. 자꾸만 소액부터 갚으면 원하는 금액을 빌려주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왜 말을 바꾸냐고 따지면 돌변했다.“그럼 니네 아버지한테 전화해서 알려줄게.”아버지에게 전화가 가면 집안이 뒤집힐 게 뻔했다. 그것만은 막아야 했다. 돈을 빌리고 또 빌렸다. 갚기로 한 시간보다 조금만 늦어도 연체비가 시간당 5~10만 원씩 붙었다. 상환 기간을 미루려면 수십만 원의 연장비를 내야 했다. 여유가 없어지자 돌려막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가 떨리는 목소리로 녹음파일을 들려줬다“니 아들XX가 돈을 안 갚는다고. 이 씨XX아.”평소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면 과호흡으로 쓰러지곤 했던 어머니가 이런 전화를 또 받게 할 수는 없었다. 돌려막기가 계속됐다. 연락처를 넘긴 친구들에게는 눈을 질끈 감고 전화를 걸어 말했다.“내가 어디서 돈을 좀 빌렸는데. 상황이 꼬였어. 모르는 번호로 전화 오면 일단 받지 말아봐…. 나중에 얼굴 보고 다 설명할게.”밤낮으로 주차장 발렛 파킹 아르바이트와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소용없었다. 6개월 동안 쓴 사채 원금은 255만 원. 이미 약 1000만 원을 보냈는데도 갚아야 할 돈 130만 원이 남아 있었다. ● 출구가 보인다는 착각“돈 때문에 힘든 것 같은데 여기서 일해 볼래요? 지금 남은 130만 원, 까줄 수 있는데.”그날 걸려 온 불법 사채업자의 전화는 평소와는 달랐다. 반말하던 그가 갑자기 존댓말을 쓰며 조직에 들어오면 남은 빚을 탕감해주겠다고 했다.갑자기 왜 이런 얘기를 하는 거지.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끔찍한 빚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니. 흔들렸다.일단 만나서 얘기하자는 말에 다음 날 약속 장소였던 A 호텔로 향했다. 그곳에서 만난 박 팀장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너만 잘하면 한 달에 1500만 원도 벌 수 있어. 못해도 500만 원은 벌 거고.”그리고 퀵서비스로 도착한 대포폰 2대를 건넸다.위험한 제안이라는 건 알았다. 하지만 끔찍한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자신 때문에 고통받던 가족들의 괴로움까지 끊어낼 기회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한 달에 1500만 원까지 벌 수 있다니.‘그래. 돈만 바짝 벌고 금방 관두면 괜찮을 거야.’평범한 영업사원이었던 민우가 불법사채 조직에 몸담은 첫날이었다.● 고객도 경찰도 속이다교육을 마친 이 대리는 대포폰과 노트북만 들고 모텔을 전전하며 일했다. 일은 어렵지 않았다. 배운 그대로 뱉으면 됐다.“고객님. 처음에 10만 원이나 15만 원을 쓰시고 1주일 뒤에 20만 원이나 28만 원으로 상환해 주시면, 이제 신용이 쌓여서 고객님께 100만 원 대출을 진행해드릴 수 있습니다.”‘조금씩 많이’ 빌리게 꼬드긴 뒤, 비상연락망을 인질 삼아 악착같이 돈을 뜯어내는 게 이들의 표준 수법이라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하루 세 번 계약 실적을 텔레그램으로 보고하기 전에는 고객이 보낸 비상연락망의 진위도 확인했다. 수금팀이 채무자의 가족에게 연락해 협박하려면, 비상연락망이 진짜여야만 하니까. 채무자의 비상연락망이 가짜면 그가 빌려 간 돈의 절반을 담당 상담원의 주급에서 깎았다.“택밴데요. 여기 101동 501호 XXX 씨 집 앞인데 문 앞에 두고 갈까요?”“우리 아들이 시킨 건가 보네. 근데 501호가 아니라 502호예요.”대포폰으로 택배 기사인 척 전화하면 고객이 넘긴 가족의 연락처와 주소가 진짜인지 금방 확인할 수 있었다.일하는 동안 피해자 신고를 받은 경찰이 6차례 연락해 오기도 했다. 하지만 “불법사채가 아니라 제가 빌려준 돈 받는 거예요”라며 ‘배 째라’ 식으로 나가고 전화를 끊으면 그만이었다. 대포폰과 대포통장, 텔레그램을 쓰기 때문에 경찰 수사가 쉽지 않다는 걸 조직원들은 잘 알고 있었다.조직의 행동강령은 철저했다. 조직원끼리는 서로 이름과 나이, 연락처를 밝히지 않았다. 대포폰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기능은 끄고, 수당은 무인택배함을 통해 받았다.교육 장소였던 A 호텔이 종로경찰서와 300m 거리인데도 박 팀장이 전혀 신경 쓰지 않았던 덴 이유가 있었다. ● 휴대전화 너머의 ‘민우’들이 대리는 고객도 경찰도 속여가며 1주일에 180만 원까지 벌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마음이 찜찜했다. 채무자들에게서 자꾸만 민우의 모습이 보였다. 대부업체 이름을 물어보는 고객에겐 금감원 사이트에 올라온 업체 중 아무거나 하나 골라 말했다. 민우가 그랬듯, 이 대리의 고객들도 대부업체 이름을 듣고 나면 안심했다.“정신 차려 보니까 서른네 번이나 빌렸어요. 저 와이프도 있고 아기도 있는데. 제발 한 번만 살려주세요….”어느 날, 돌려막기의 늪에 민우보다 더 깊숙이 빠져 있었던 40대 남성이 추심을 막아달라며 애원했다. 냉정하게 전화를 끊고 나니 민우보다 더 고통스럽겠다는 생각 때문에 정신이 멍해져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런 이 대리를 보며 다른 조직원 중 한명은 말했다.“야, 다른 채무자 출신 애들은 잘만 하던데 넌 왜 그러냐?”이 대리를 포함한 상담팀 직원 6명 중 4명은 ‘채무자 출신’이었다. 민우보다 10살쯤 어린 20대 남성들이었다.● 이 대리의 마지막 고객점차 돈이 전부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짙어졌다. 특히 쓰러진 50대 여성의 소식을 조직에 알린 그날. 스무 번 넘게 사채를 써 조직에서 ‘VIP’로 통한 그녀가 죽음의 문턱 앞에서 ‘VVIP’가 된 그 순간. 더 이상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그만두기로 마음을 굳힌 뒤 떠오른 사람은 26살 박상아(가명)였다. 어머니의 병원비를 대느라 늘 돈이 필요했던 상아. 조직원들은 상아를 ‘우리가 데리고 노는 애’라고 부르며 여러 번 돈을 빌리게 유도했다.어린 상아에게 못 할 짓을 했다는 생각에 평생 죄책감이 들 것 같았다. 망설이다 상아에게 전화를 걸어 어머니가 정말 병원에 있는 게 맞냐고 물었다.그리고 지하철 6호선 화랑대역으로 향했다. 혹시 누가 볼까 싶어 본인과도 상아와도 관련 없는 동네를 골랐다. 물품보관함에 100만 원을 넣고 다시 상아에게 전화해 비밀번호를 알려주며 말했다.“저는 일 그만둡니다. 제가 돈 줬다는 건 어디 가서 얘기하지 마세요. 이 핸드폰으로 고맙다는 문자 같은 것도 보내지 마시고요.”이 대리의 대포폰 마지막 통화였다.● 영원히 따라다닐 그림자상아와 통화를 마친 뒤 팀장에게 그만두겠다고 이야기하자 한 남성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하루 15건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전화를 걸어 앳된 목소리로 욕을 퍼붓던, 그래서 조직의 가장 ‘윗선’이라고 생각했던 그 남자.“너 정말 후회 안 하겠어? 어디 가서 이런 돈 만질 수 없을 텐데. 지금 나가면 다시는 이 바닥에 못 들어와.”돈 이야기뿐이었던 대화는 욕 한마디 없이 금방 끝났다. 생각보다 쉽게 이 대리를 놔준 건, 또 다른 대리들을 쉽게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이 대리로 산 4개월이 끝났다.조직에서 빠져나온 뒤엔 경찰에서 연락이 올까 두려웠다. 처음 조직에 합류할 때 신분증이랑 등본 사본을 넘겼다. 경찰 수사망이 좁혀오면 ‘꼬리 자르기’를 하기 위해 그 정보만 넘길 수도 있었다. 한 달 동안 민우의 휴대전화는 비행기 모드였다. ‘5000% 살인 이자… 불법 사채조직 검거’ 이 뉴스를 본 건 1년쯤 지난 뒤였다. 익숙한 닉네임과 수법들이 눈에 들어왔다. 민우에게는 아무 연락도 오지 않았다.돈의 무서움을 뼛속 깊이 깨달은 그는 모든 일의 시작과 끝에 돈이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지 못한다. 누군가를 지옥으로 몰아넣고 빠져나오지 못하게끔 사지를 단단히 묶어두는 인간의 악랄함을 보고 나니, 더 이상 사람도 믿지 못하게 됐다.지금 평범한 회사원인 민우의 주변 사람 중 누구도 한때 이 대리로 불렸던 시간에 대해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 시절은 불법사채가 사람들의 삶을 얼마나 처참하게 파괴하는지 생생히 증언한다. 그 어두운 기억은 앞으로도 한낮의 그림자처럼 민우의 곁을 계속 따라다닐 것이다민우는 정식 대부업체에 연락했는데 어쩌다 불법사채 조직의 손아귀에 떨어졌을까. 조직의 ‘먹잇감’이 모인 DB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80% 넘는 피해자가 불법사채를 접한 곳인 대부중개 플랫폼에 숨어든 불법사채 조직을 추적했다. 그 추적기는 24일 오후 4시 공개되는 ‘트랩: 돈의 덫에 걸리다’ 2회에서 이어진다.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은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히어로콘텐츠팀의 ‘트랩: 돈의 덫에 걸리다’와 디지털 스토리텔링 ‘돈의 덫’은 저널리즘의 가치와 디지털 기술을 융합한 차별화된 보도를 지향합니다. ‘히어로콘텐츠’(original.donga.com)에서 디지털 플랫폼에 특화된 인터랙티브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불법사채 피해자에서 가해자가 된 김민우의 이야기를 디지털로 구현한 ‘돈의 덫(상): 덫에 걸린 남자’()‘돈의 덫(하): 덫을 놓는 남자’()실제 김민우의 인터뷰를 담은 유튜브 영상()히어로콘텐츠팀▽팀장: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취재: 김소영 김태언 서지원 기자▽프로젝트 기획: 위은지 기자▽사진: 홍진환 기자▽편집: 이승건 황준하 기자▽그래픽: 김충민 기자▽인터랙티브 개발: 임상아 임희래 뉴스룸디벨로퍼▽인터랙티브 디자인: 황어진 김민주 인턴▽영상: 송유라CD김소영 기자 ksy@donga.com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 2024-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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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순간 ‘딸 판 여자’ 된 엄마… 40만 원이 낳은 비극[히어로콘텐츠/트랩]①-上

    불법사채는 가장 절박한 이를 노려 마지막 고혈을 빨아낸다. 정부의 미공개 조사에서 이 덫에 걸린 사람은 2022년 82만 명으로 추정됐다. 물가가 치솟고 경기가 악화해 서민들이 벼랑으로 몰리면서 5년 새 30만 명이 늘었다.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올 2월부터 5개월간 전·현직 불법사채 조직원과 피해자 등 157명을 통해 불법사채의 세계를 취재했다. 그중에는 아이 학원비를 대려다 불법사채의 늪에 빠진 강선주(가명·48)도 있었다.4월 25일, 어쩐지 고단하게 느껴지는 오후 4시쯤이었다. 마침 하굣길이었을 중학생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반가운 마음에 “딸!”하고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앞뒤 없이 말을 쏟는 딸의 목소리는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엄마, 나한테 막 이상한 문자들이 와. 이게 다 뭐야?”선주는 순간 직감했다. 그놈들이 내 딸에게도 연락했구나. 일하다 말고 집으로 뛰어갔다. 딸은 피가 날 정도로 손톱을 뜯어대고 있었다. 띵동! 띵동! 띵동! 딸의 휴대전화로 문자가 쏟아졌다. 모두 [국제발신]이라 적힌 알 수 없는 번호였다.“대구 76년생 강선주 딸 하윤(가명)아. 지금 사람 한 명 보냈거든. 그 아저씨한테 X주면 돼. 알겟(겠)지??”“넌 몇 살이야? 우리 하윤이 걸X면 오빠가 좀 그런데”심장이 쿵쾅거렸다. 물에 빠진 것처럼 귀가 먹먹했다. “엄마 나 어떡해? 너무 무서워.” 딸의 목소리마저 웅웅거려 잘 들리지 않았다. 반사적으로 현관문을 향해 뛰었다. 걸쇠를 건 선주는 몸을 떠는 딸을 안으며 말했다. 엄마 휴대전화가 해킹당한 거야. 괜찮아. 괜찮아.하지만 선주는 알고 있었다. 그놈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놈들은, 빌린 돈을 갚지 못하자 딸의 몸을 빌려달라 했다.● 누군가에겐 당연할 쌀값“엄마는 맨날 일하는데 왜 돈이 없어?”외식하자는 아이들에게 군색하게 군 날, 초등학생 아들이 옆에 와 앉았다. 말없이 웃으면 아들은 꼬깃꼬깃한 천 원 몇 장을 꺼내 건넸다. “이거 엄마 써!” 그 작은 손을 보며, 선주는 야속한 인생이라고 생각하진 않기로 했다.서른둘 나이에 아기용품 사업 시작, 2년 만에 당한 사기, 빚 8000만 원을 갚느라 8년. 마흔셋에 작은 수선집을 마련했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괜찮았다. 좋아하던 뜨개질을 할 수 있었으니까. 내겐 의젓한 딸과 명랑한 아들이 있었으니까.다짐이 흔들리기 시작한 건 2022년 11월. 남편이 해고당했다. 코로나19로 회사 사정이 안 좋아졌다는 이유였다. 며칠 내리 누워만 있는 남편의 등을 보았다. 남편도 얼마나 놀랐을까? 기죽지 말자고요, 내가 더 힘내볼게. 그날 선주는 남몰래 일기를 눌러 적었다.남편은 수선집을 함께 키워보자고 했다. 하지만 많아 봐야 월 100만 원인 수익. 네 식구에겐 턱없이 모자랐다. 꿈에서도 미싱을 돌렸다. 그곳에서라도 바쁘면 깨어나 기분이 좋았다. 오전 8시 수선집으로 출근해 적은 일기는 매일 같았다. ‘오늘은 손님이 많았으면 좋겠다.’1년 만에 모아뒀던 돈이 바닥났다. 친척과 지인들에게 5만 원, 10만 원씩 빌려 아이들 밥을 먹이고 학원을 보냈다. 한참 뜸 들이다 돈 이야길 꺼내면 사람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빌려주겠다”던 친구 몇몇은 연락을 차단했다. 그때마다 아이들만 생각했다. 그렇게 또 몇 개월을 보내던 올 3월 초, 그 주에도 돈 나갈 구멍이 한두 곳이 아니었다.“어머니, 이번 달 학원비가 비어요.”“엄마! 나 마라탕 먹고 싶어!”“엄마, 동생 밥해 먹이려는데 집에 쌀이 없어.”어디 쌀 훔쳐 올 곳 없을까, 이런 생각까지 하던 그때. 지잉, 지잉, 휴대전화가 요란스레 울렸다.집으로 달려가 보니 곳곳이 빨간딱지였다. 은행 빚이 밀렸던 터였다. 일부인 30만 원을 내면 당장 압류는 정지할 수 있다고 했다. 학원비, 쌀값, 월세…. 계산이 꼬였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결국 다음 날 휴대전화를 열었다. 더 이상 지인들에게 빌릴 생각은 없었다. 적선하듯 보는 눈초리, “쌀 살 돈도 없으면서 애는 왜 키우냐”는 찬 소리. 차라리 모르는 사람이 편했다. 포털에 ‘대출’을 쳤다. 한 대부중개 플랫폼에는 수백 개의 대부업체 광고가 떠 있었다. ‘정식 등록업체’ ‘안전하고 빠른 대출’ 쏟아지는 광고 문구 속 ‘당일 대출 가능’을 봤다. 3월 5일 문자를 보냈다.“돈이 필요해요.”● 박 실장의 친절함에 속다문자를 보내자마자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다. 그는 자신을 박 실장이라 소개했다. 문자 보낸 대부업체의 협력업체 직원이라고 했다. “경기가 참 어려워요. 아이는 키우시나요? 너무 힘드셨겠어요.” 오랜만에 듣는 따뜻한 말투였다.꽤 긴 시간 서러움을 토했다. 수화기 너머로 안타깝다는 듯한 숨소리가 들렸다. 선주는 제 처지를 알아주는 박 실장이 다정하다고 생각했다.전화를 끊은 그는 돈을 빌리는 데에 필요한 서류 목록을 보냈다. 신분증과 등본, 초본, 가족관계증명서, 그리고 비상연락망. 가족과 친구, 거래처의 연락처를 보내자 답장이 왔다. 그중엔 딸의 전화번호도 있었다. ‘빨리 받으실 수 있게 도와드릴게요.’ 당장 돈이 들어온 것도 아닌데, 숨이 쉬어졌다.박 실장이 빌려준 돈은 40만 원, 일주일 뒤 갚아야 할 돈은 60만 원이었다. 5일 뒤 거래처에서 선금을 받으면 갚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발주가 미뤄지며 계획이 틀어졌다. 상환 당일, 박 실장에게 메시지를 넣었다. ‘저…오늘은 도저히 안 될 것 같아요. 내일 드려도 될까요?’ 그 말을 끝으로 그에게서 다정함은 볼 수 없었다.‘야, 장난치냐? X소리 말고 빨리 입금해라.’그는 빌려서라도 갚으라며 다른 사람을 연결했다. 박 실장의 원금은 김 실장에게 빌렸고, 김 실장의 원금은 임 실장에게 빌려 갚았다. 상환일을 며칠만 미루려 해도 수십만 원의 연장비를 요구했다. 갚기로 한 시간보다 1분만 늦어도 연체비가 5만~10만 원 붙었다.그렇게 6주 사이 돈 빌린 사람만 8명. 40만 원은 583만 원이 돼 있었다. 8명의 독촉 전화는 밤낮이 없었고, 어떻게 번호를 알았는지 대출 상담을 권하는 문자도 수십 통이 날아왔다. 이자 대신 다른 대가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들끼리 ‘또라이돈’이라고 불렀다. “원나잇 해주고 싼 이자로 돈 빌려주는 거예요.” 제안을 거절하고 전화를 끊은 선주는 치를 떨었다.욕설이 섞인 폭탄 문자에 “돈 갚으라고 함. 전달”이라는 문구가 딸려올 때도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다른 채무자들이 불법사채 조직한테 협박당해서 보낸 것이었다. 놈들은 이자를 몇 푼 깎아주겠다며 절박한 피해자를 범죄에 동원하고 있었다.이젠 누구에게 얼마를 갚아야 하는지도 헷갈릴 지경이었다. 두려운 마음에 박 실장의 전화를 피했다. 그러자 메시지가 왔다.‘안 되겠네.’ ‘이제 시작해보자.’ ‘너, 내가 칼로 쑤셔줄게.’누구라도 가게 앞을 지나면 몸이 움찔거렸다. 세워둔 차가 보이면 가게 문을 잠갔다. 들어오는 손님들을 보며 생각했다. ‘저 사람이 박 실장일까?’ 혼자 있는 시간에는 가게 불을 끄고, 문을 잠그고, 구석으로 가 미싱을 돌렸다. 그들은 날 알지만, 나는 그들을 모른다는 불안감. 지켜보고 있다는 공포에 손이 떨렸다.그러던 4월 23일,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평생 니 딸 괴롭혀줄게.’ 이어 도착한 문자에는 딸아이의 학교와 반, 선생님 이름과 번호, 교무실 번호가 덩그러니 적혀있었다. 더는 혼자 안고 있을 일이 아니었다. 경찰서로 향했다. 그리고 그날 밤, 남편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기로 했다.● 40만 원의 대가“그래서 이제 어쩔 건데. 네가 저질렀으니 네가 해결해야지.”해고당한 후 내내 무기력증에 빠져있던 남편의 첫 마디였다. 차갑다 못해 매서웠다. 원통했던 건 남편 말이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식당 일을 겸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수선집 일을 마치면 밤 12시. 잠시 소파에 눈을 붙이면 금세 해가 밝았다. 그 햇살이 ‘지금 잠을 잘 자격이 있냐’고 묻는 듯했다.점점 남편과 함께 있는 자리에선 말도 잘 나오질 않았다. 이혼 이야기가 오갔다. 뇌졸중과 고지혈증으로 처방받았던 약을 쓸어모았다. 한 번에 털어 넣고 싶은 충동을 누르고 포털에 ‘살기 싫을 때’를 썼다. 자살예방상담전화 번호가 떴다. 전화를 거니 “우울감이 심해 보인다. 병원에 가라”고 했지만, 돈이 없었다. 그렇게 몇 번 더 그 번호로 전화해 속을 털어놓았다.“돈 빌린 것, 다 제 잘못 맞아요. 그런데 살고 싶어서 선택한 일인데, 왜 이렇게까지 돼야 할까요.”그놈들에겐 “경찰에 신고했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조롱만 돌아왔다. “가서 신고해ㅋㅋ 대포폰 써서 니넨 우리 못 잡아.” 말문이 막혔다. 정말로 경찰에서 들은 말이 그거였다. 놈들은 경찰이 손쓰지 못하는 걸 알기라도 하듯 더 날뛰었다. 초 단위로 문자와 전화가 왔다. 오전 8시 18분부터 시작된 임 실장의 전화는 4시간 32분 동안 이어졌다. 총 764통이었다. 견딜 수 없던 건 내 손으로 번호를 넘긴 사람에게도 연락이 간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4월 25일, 딸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 나한테 막 이상한 문자들이 와. 이게 다 뭐야?”● 엄마의 소원그날 이후 딸은 집 밖을 나가지 않았다. 등하굣길은 어쩔 수 없이 친구들에게 동행을 부탁했다. 아파트 입구에 낯선 이라도 있는 날엔 한참을 걷다 들어온다고 했다. 초인종 소리도 무서워해 문 앞에 ‘누르지 마세요’ 쪽지를 붙여놓았다.언젠가 일기에 이렇게 적은 적이 있다. 딸은 누구보다 날 닮았다고. 살갑진 않지만 정 많은 모습이 비슷했다. 무뚝뚝한 것 같다가도 자는 엄마의 휴대전화를 열어 남몰래 편지를 써놓는 아이였다. 요즘 내가 말 안 들어서 미안해. 근데 알아? 엄만 완벽해! 나를 매일 웃게 만들어 주잖아. 엄마한테 태어나서 진짜 다행이란 생각을 할 만큼 너무 좋아. 언제 읽을지 모르지만, 언젠간 읽겠지? 힘내! 그리고 정말 많이 사랑해.’이제는 바란다. 딸은 엄마의 삶과 닮지 않기를. 그저 자신이 딸의 엄마인 것이 미안하다던 선주의 소원은 딱 하나.“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요. 가족들, 친구들이 저를 알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이 사람들이 고통받는 건 다 저와 아는 사이여서 그런 거잖아요. 그러니까 저와 인연을 맺기 전으로,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요.”선주는 정식 대부업체에 연락했는데 어쩌다 불법사채 조직의 손아귀에 떨어졌을까.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80% 넘는 피해자가 불법사채를 접한 곳인 대부중개 플랫폼에 숨어든 불법사채 조직을 추적했다. 그 추적기는 24일 오후 4시 공개되는 ‘트랩: 돈의 덫에 걸리다’ 2회에서 이어진다.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은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히어로콘텐츠팀의 ‘트랩 : 돈의 덫에 걸리다’와 디지털 스토리텔링 ‘돈의 덫’ 등은 저널리즘의 가치와 디지털 기술을 융합한 차별화된 보도를 지향합니다. ‘히어로콘텐츠’(original.donga.com)에서 디지털 플랫폼에 특화된 인터랙티브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불법사채 피해자에서 가해자가 된 김민우의 이야기를 디지털로 구현한 ‘돈의 덫(상): 덫에 걸린 남자’()‘돈의 덫(하): 덫을 놓는 남자’()실제 김민우의 인터뷰를 담은 유튜브 영상()히어로콘텐츠팀▽팀장: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취재: 김소영 김태언 서지원 기자▽프로젝트 기획: 위은지 기자▽사진 : 홍진환 기자▽편집: 이승건 황준하 기자▽그래픽: 김충민 기자▽인터랙티브 개발: 임상아 임희래 뉴스룸디벨로퍼▽인터랙티브 디자인: 황어진 김민주 인턴▽영상: 송유라CD대구=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 2024-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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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소년 마약 사범 1년새 4배로 급증

    청소년 마약 사범이 1년 만에 4배가량으로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28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10월 서울에서 검거된 청소년 마약 사범은 18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검거 인원(46명)의 4배 가까이나 됐다. 서울에서 검거된 청소년 마약 사범은 2019년 이후 지난해까지 연간 40∼60명대 수준에 그쳤다. 청소년 마약 사범이 급증한 것을 두고 텔레그램 메신저 등 온라인으로 마약을 구하기가 쉬워졌고, 가격이 싸진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소년 도박 사범은 지난해의 2.5배로 늘었다. 서울에서 붙잡힌 청소년 도박 사범은 2020년 40명에서 2021년 13명, 지난해 12명으로 줄었다가 올해 28명(1∼10월 기준)으로 늘었다. 서울경찰청은 이번 조사 결과를 22일 학교전담경찰관(SPO) 도입 10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공개했다. 이날 행사에는 서울청 소속 SPO 100여 명이 참가했다.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 2023-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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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사]경찰청

    ◇경찰청 〈치안정감 전보〉 △경찰대학장 김수환 △인천경찰청장 김희중 〈치안감 전보〉 ▽본청 △대변인 오문교 △기획조정관 황창선 △범죄예방대응국장 김병수 △생활안전교통〃 김학관 △치안정보〃 박현수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 최현석 △〃 수사국장 김봉식 △〃 안보수사국장 이승협 △행정안전부 경찰국장 이호영 △중앙경찰학교장 김준철 △경찰수사연구원장 이형세 ▽서울경찰청 △공공안전차장 이문수 △수사〃 배대희 △생활안전〃 이상률 △광주경찰청장 한창훈 △대전〃 윤승영 △울산〃 오부명 △경기북부〃 김도형 △강원〃 김준영 △충북〃 정상진 △전북〃 임병숙 △전남〃 박정보 △경남〃 김병우 △제주〃 이충호 〈경무관 전보〉 ▽본청 △국제협력관 김동권 △치안상황관리관 김성희 △치안정보심의관 유승렬 △국가수사본부 사이버수사심의관 김광식 △〃 과학수사심의관 김원태 △〃 안보수사심의관 송영호 ▽경찰대학 △교무처장 손장목 ▽서울경찰청 △경무부장 정병권 △경비〃 임정주 △치안정보〃 김보준 △범죄예방대응〃 고평기 △생활안전교통〃 김종철 △강서경찰서장 마경석 △송파〃 하원호 ▽부산경찰청 △공공안전부장 김항곤 △생활안전〃 김동욱 △해운대경찰서장 정성수 ▽대구경찰청 △공공안전부장 김홍근 △수사〃 정성학 △수성경찰서장 김소년 ▽인천경찰청 △인천국제공항경찰단장 박우현 △인천남동경찰서장 김용종 ▽광주경찰청 △수사부장 곽순기 △생활안전〃 박경수 ▽대전경찰청 △생활안전부장 이종원 ▽울산경찰청 △수사부장 백동흠 △세종경찰청장 한형우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부장 최익수 △생활안전〃 김주원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 2023-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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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침수경보에도 통제안한 오송 지하차도, 13명 참변

    13일부터 17일까지 5일 동안 충남과 충북, 경북 등에 최고 570mm가 넘는 기록적인 ‘극한 호우’가 내리면서 40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특히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에선 궁평2지하차도가 미호강 범람으로 침수되면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버스 승객 등 1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오송지하차도에 고립된 차량이 더 있어 역대 최악의 지하차도 침수 사고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와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오전 11시 현재 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사망자는 40명, 실종자는 9명에 달한다. 2011년 우면산 산사태 등으로 78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이후 12년 만에 최대 피해다. 특히 오송지하차도는 15일 오전 8시 30분경 집중호우로 불어난 미호강 물이 제방을 무너뜨리고 지하차도로 밀려들기 시작했고, 오전 8시 45분 신고 접수 후 단 2분 만에 물이 터널 구간 길이 436m인 지하차도를 가득 채우며 버스 1대와 트럭 2대, 승용차 12대 등 차량 15대가 고립됐다. 지역 주민과 유족들 사이에선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이 제대로 대응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참사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고 4시간 전인 15일 오전 4시 10분경 금강홍수통제소가 미호강 범람 가능성을 경고하는 홍수경보를 발령했고, 금강홍수통제소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청주시 흥덕구청과 경찰에 주민 및 교통 통제 등을 요청했지만 침수 직전까지 오송지하차도 진입이 통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 산림이 밀집한 경북에선 장맛비로 지반이 약해진 곳에서 토사가 밀려 내려오는 산사태 피해가 집중되면서 19명이 숨지고 8명이 실종되는 등 인명 피해가 속출했다. 곳곳에서 댐이 넘쳐 흐르는 월류, 하천 범람, 주택 침수 등이 이어지면서 8852명이 대피했고, 5541명은 아직 귀가하지 못했다. 폴란드 등을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화상 집중호우 점검회의에서 “지방자치단체가 현장에서 신속하게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기상청, 산림청 등 유관기관은 위험정보를 실시간으로 전파해 달라”고 주문했다.지하차도 2회 통제요청에도 지자체-경찰 방치… 강변엔 모래제방 ‘안전 불감증’이 부른 참변 침수 4시간 30분전 홍수경보 발령완전 침수때까지 차량 진입 안막아… 충북道 “통제시간 확보할 수 없었다”목격자 “모래 제방서 강 범람 시작”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이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인근 미호강의 범람 가능성을 통보받고도 지하차도의 통행을 통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오송 지하차도 인근에 교각(미호천교)을 확장하는 공사를 진행하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역시 기록적 폭우 속에서 미호강 임시제방을 부실하게 관리했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어 이번 참사 역시 전형적인 ‘인재(人災)’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홍수경보에도 교통 통제 없어 16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침수 발생 4시간 30분 전인 15일 오전 4시 10분경 금강홍수통제소는 미호강 미호천교 지점의 ‘홍수주의보’를 ‘홍수경보’로 상향 발령했다. 또 2시간여 뒤인 오전 6시 30분경에는 금강홍수통제소 관계자가 흥덕구에 전화해 안전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이 관계자는 “흥덕구청에 지자체 관련 매뉴얼에 따라 주민 통제 조치를 내려 달라고 했다”며 “환경부에도 같은 내용을 알렸다”고 했다. 흥덕구는 청주시에 이 같은 사실을 보고했지만, 청주시는 충북도에 알리지 않았고 오전 8시 45분 침수 신고가 접수된 지 2분 만에 지하차도가 완전히 침수될 때까지 교통 통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청주시 관계자는 “홍수 위기 상황은 상위 기관인 충북도 등에도 전파된 걸로 안다. 도에서 하위 기관인 시나 구에 통제를 지시해야 했다”고 했다. 하지만 청주시의 자연재난재해 매뉴얼에는 ‘침수 및 범람 지역의 주민 대피와 통행 제한’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충북도는 대응 매뉴얼상 지하차도 중심 부분에 물이 50cm 정도 차올라야 교통 통제를 하는데 제방이 무너지기 전까진 그런 징후가 전혀 없었다는 입장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특보가 내려진다고 무조건 도로를 통제하진 않는다. 도로 상황 등을 모니터링하면서 결정하는데 단시간에 물이 차면서 차량 통제 시간을 확보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 행복청 관계자는 “(미호천교 확장 공사) 감리회사 단장이 오전 7시 56분경 경찰에 ‘궁평 지하차도 침수 우려가 있으니 차량을 통제해 달라’고 신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의 조치도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를 받고 나갔지만 인근 다른 도로에서 통제를 했다”고 말했다.● 임시제방 관리도 ‘부실’ 의혹 지하차도와 불과 400∼500m가량 떨어진 미호강 제방도 부실하게 관리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인근에는 미호천교 확장 공사를 행복청이 진행하면서 미호강변에 임시제방을 쌓은 상태였다. 미호강 범람 당시 상황을 목격한 장모 씨(68)는 “모래로 제방을 쌓고 방수포로 덮은 곳에서 물이 넘치더니 제방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행복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홍수경보가 발령되며 미호강 수위가 급격히 올라가자 작업자 6명과 굴착기 1대를 투입해 오전 6시 반부터 임시제방 보수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오전 8시 10분경 미호강이 제방을 넘어서면서 작업을 중단하고 경찰 측에 통보했다. 행복청 관계자는 “홍수를 대비해 미호강의 과거 100년 최고 홍수 수위보다 1m 높게 임시제방을 쌓았는데 예상보다 많은 비가 한꺼번에 내렸다”고 했다. 오송 지하차도의 경우 침수 시 차량 진입을 자동으로 차단하는 시설은 올 9월에야 설치될 예정이었고, 배수펌프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충북도 관계자는 “지하차도 안에 설치된 4개의 배수펌프가 침수 전까지 작동되다 물이 밀려드는 순간 전기가 끊겨 작동을 멈췄다”고 했다.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바르샤바=장관석 기자 jks@donga.com청주=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 2023-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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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흘간 중남부 570㎜ ‘극한 호우’…침수-산사태 등 36명 사망

    13일부터 16일까지 나흘 동안 충남과 충북, 경북 등에 최고 570㎜가 넘는 기록적인 ‘극한 호우’가 내리면서 36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특히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에선 궁평2지하차도가 미호강 범람으로 침수되면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버스 승객 등 9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오송지하차도에 고립된 차량이 더 있어 역대 최악의 지하차도 침수 사고로 기록될 전망이다. 1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와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오후 7시 현재 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사망자는 36명, 실종자는 9명에 달한다. 2011년 우면산 산사태 등으로 78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이후 12년 만에 최대 규모다. 특히 오송지하차도는 15일 오전 8시 30분경 집중호우로 불어난 미호강 물이 제방을 무너뜨리고 지하차도로 밀려들기 시작했고, 오전 8시 45분 신고 접수 후 단 2분 만에 물이 지하차도를 가득 채우며 버스 1대와 트럭 2대, 승용차 12대 등 차량 15대가 고립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 및 경찰 당국은 신고 직후 출동했지만 물이 계속 밀려드는 바람에 만 하루가 지난 16일 오전에야 본격적인 구조작업을 시작했다. 이 사고를 두고 지역 주민과 유족들 사이에선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이 제대로 대응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참사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고 4시간 전인 15일 오전 4시 10분경 금강홍수통제소가 미호강 범람 가능성을 경고하는 홍수경보를 발령했고, 금강홍수통제소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청주시 흥덕구와 경찰에 주민 및 교통 통제 등을 요청했지만 침수 직전까지 오송지하차도 진입이 통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 산림이 밀집한 경북에선 장맛비로 지반이 약해진 곳에서 토사가 밀려 내려오는 산사태 피해가 집중되면서 19명이 숨지고 8명이 실종되는 등 인명피해가 속출했다. 곳곳에서 댐이 넘쳐 흐르는 월류, 하천 범람, 주택 침수 등이 이어지면서 8852명이 대피했고, 5541명은 아직 귀가하지 못했다. 폴란드 등을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화상 집중호우 점검회의에서 “지방자치단체가 현장에서 신속하게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기상청, 산림청 등 유관기관은 위험정보를 실시간으로 전파해 달라”고 주문했다.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바르샤바=장관석 기자 jks@donga.com}

    • 2023-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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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대 경찰국장에 ‘非경찰대’ 김순호…경찰대 개혁 본격화

    행정안전부가 다음 달 2일 이상민 장관 직속으로 출범하는 경찰국의 초대 국장으로 김순호 경찰청 안보수사국장(59·치안감)을 29일 임명했다. 비(非)경찰대 출신인 김 치안감이 경찰국을 이끌게 되면서 경찰대 개혁이 본격화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광주 출신인 김 치안감은 광주고와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1989년 경장 경력경쟁채용으로 입직했다. 경찰청 감찰담당관, 서울 방배경찰서장, 서울경찰청 안보수사부장 등을 지냈으며 현재 경찰청 안보수사국장으로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의 인사청문준비단장을 맡고 있다. 30명의 치안감 중 ‘경정 특채’(행정고시·사법시험 합격자)나 경찰대, 간부후보생 출신이 아닌 사람은 김 치안감이 유일하다. 이날 김 치안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어느 때보다 막중한 자리에 가장 큰 보직을 맡게 돼 무거운 마음이 크다. (경찰국장은) 앞으로 누구든 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동료들과 국민들이 뭘 염려하시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국민의 경찰로 더욱 정진해 나가는 데 디딤돌이 되도록 소명을 다하겠다”고 했다. 경찰국 내 3개과에 배치될 15명도 다음 달 1일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행안부는 핵심 조직인 인사지원과의 절반 이상을 비경찰대 출신으로 채운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과장(총경) 인선엔 “경찰대와 비경찰대를 갈라치기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을 감안해 경찰대 출신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장관도 29일 기자들과 만나 “인사지원과, 자치지원과는 경찰대, 비경찰대를 골고루 나누려고 한다”고 말했다. 경찰국 구성이 마무리 단계를 밟으면서 경찰 지도부는 조직 안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청은 29일 서울 부산 등 9개 시도경찰청에서 경감 이하 경찰관 대상 간담회를 개최했다. 다만 광주·전남 시민단체들이 29일 광주에서 주최한 ‘경찰국 반대’ 촛불문화제에 광주·전남경찰청직장협의회 소속 경찰관들이 참석하는 등 일부 경찰들의 반발은 이날도 이어졌다. 한편 경찰청이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와 관련해 행안부에 파견 중인 치안정책관(경무관)을 징계해달라고 국무총리 소속 중앙징계위원회에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21일 경찰은 치안감 28명 인사를 발표했다가 약 2시간 뒤 7명의 보직이 바뀐 명단을 다시 공지했고,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국기 문란’으로 규정하면서 파문이 일었다. 국무조정실 조사 결과 당시 치안정책관이 건넨 인사 초안을 경찰청 인사과장이 최종안으로 착각해 외부에 공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치안정책관의 책임이 더 크다고 보고 1명만 징계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 2022-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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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건희 여사, 오늘 권양숙 여사 예방-盧묘소 참배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1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예방한다. 김 여사는 15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도 예방할 계획이다. 12일 대통령실은 “김 여사가 봉하마을에서 노 전 대통령 묘소에 참배하고 권 여사와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라며 “김 여사는 작년부터 기회가 되면 권 여사님을 뵙고 많은 말씀을 듣고 싶어했다”고 밝혔다. 김 여사 측은 노 전 대통령 13주기 추도식 하루 전인 지난달 22일 “윤 대통령이 추도식에 못 가게 된 만큼 대신 권 여사를 예방하고 싶다”는 뜻을 노무현재단 측에 전달하고 일정을 조율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는 이르면 15일 김정숙 여사 예방도 추진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김건희 여사가 문 전 대통령 평산마을 사저로 찾아가 만날지 제3의 장소에서 만날지 등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두 일정 모두 비공개로 진행된다. 또 김 여사는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와 서울의 한 식당에서 오찬을 함께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권 관계자는 “역대 영부인들에게 예의를 표하고 조언을 구하는 성격의 자리”라고 전했다.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

    • 2022-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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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김건희 여사, 이번 주 권양숙-김정숙 여사 예방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1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예방한다. 김 여사는 15일 양산 평산마을도 방문해 문재인 전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도 예방할 계획이다. 12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 여사는 13일 오전 봉하마을을 찾아 권 여사를 만나기로 했다. 김 여사 측은 노 전 대통령 13주기 추도식 하루 전인 지난달 22일 “윤 대통령이 추도식에 못 가게 된 만큼 대신 권 여사를 예방하고 싶다”는 뜻을 노무현재단 측에 전달하고 일정을 조율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관계자는 “김 여사가 평소 노 전 대통령을 존경해왔고, 권 여사를 만나고 싶다는 뜻을 주변에 지속적으로 밝혀왔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15일 문 전 대통령의 양산 평산마을 사저도 찾아 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도 예방한다. 예방 일정은 모두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다. 여권 관계자는 “현직 대통령 부인이 역대 영부인을 찾아 인사를 하는 게 관례”라며 “김건희 여사 측이 이런 차원에서 예방을 추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김호경기자 kimhk@donga.com}

    • 2022-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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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건설 수주 306억 달러… 2년 연속 300억 달러 넘어

    올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액이 2년 연속 300억 달러(약 36조 원)를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해외 수주 여건이 악화됐는데도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토교통부와 해외건설협회는 올해 해외 건설 수주액이 306억 달러로 연간 목표치(300억 달러)를 초과 달성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같은 수주액은 지난해(351억 달러)보다 45억 달러 적지만 2019년(223억 달러)에 비하면 83억 달러 늘어난 금액이다. 올해 국내 318개 건설사가 91개국에서 총 501개 사업을 따냈다. 지역별로는 중동 수주액이 전체의 36.7%로 가장 많았다. 북미·오세아니아 수주액은 지난해 5억4600만 달러에서 올해 39억3400만 달러로 7.2배로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아프리카 수주액은 6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수주액이 가장 큰 사업은 삼성엔지니어링,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이 각각 수주한 사우디 ‘자푸라 가스처리시설’ 사업으로 총 28억8000만 달러 규모에 이른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 2021-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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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도세 내리면” vs “집값 더 내리면”…서울 9000채단지 한달 거래 딱 1건

    #1. 결혼 3년 차 30대 직장인 김동석(가명) 씨는 평소 점찍어 둔 서울 중구 20평대(전용 59m²) 아파트에 다녀온 후 내 집 마련을 미뤘다. 처음엔 시세보다 낮게 나왔다는 소식에 연차까지 내고 한달음에 갔지만 호가가 예상보다 높았다. 김 씨는 11억5000만 원을 원했지만 집주인은 “12억1000만 원 아래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집값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보겠다”고 했다. #2. 같은 아파트 전용 84m²를 매물로 내놓은 60대 2주택자 전승수(가명) 씨는 최근 집을 반(半)전세로 돌렸다. 올해 600만 원으로 오른 종합부동산세가 부담이었지만 이를 팔면 양도소득세를 3억 원 내야 한다. 결국 매도를 미루기로 했다. 그는 “일단 공인중개업소에 매물로 올려놓았지만 양도세가 완화되기 전엔 팔 생각이 없다”고 했다. 서울 아파트 시장이 얼어붙었다. 시장에 매수세가 자취를 감추면서 매물도 점점 쌓이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29일 거래가 끊긴 서울 아파트 시장 현장을 진단하고 내년 집값 향방을 가늠하기 위해 5000채가 넘는 대단지 인근 공인중개업소 3곳과 아파트 매수 및 매도 희망자 25명을 심층 취재했다. 현재 매수자들은 집값 하락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대출규제와 금리인상의 영향으로 당장 집을 매수하기보다는 관망하겠다는 사람이 많았다. 매수 문의가 끊기며 잠재 매수자 리스트 작성을 포기하거나 개점휴업을 선언한 공인중개업소도 나왔다. 매물이 쌓이고 있지만 매수, 매도 호가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았다. 현장에서 확인한 다주택자 매물은 가격대를 알아보려는 ‘간보기 매물’이 대부분이었다. 양도세가 완화될 때까지 매도를 보류한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취재팀이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서울 지회장 등을 대상으로 시장 상황을 물어본 조사에서도 감지됐다. ‘아파트의 매도 호가가 직전 최고가 대비 상승했다’고 답한 공인중개업소가 절반이 넘었다. 이들은 시장이 정상화되려면 민간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등 주택 공급 확대가 절실하다고 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부장은 “내년 대선 이후 부동산 정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거래 절벽이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호가-희망가 차이 최소 1억… 서울 9000채 단지 한달 거래 단 1건 “稅부담에 내놓지만 호가 못낮춰”…집주인들 대선후 稅완화 기다려“더 떨어질텐데 지금 매수할수야”… 수요자, 집값 하락 기대하며 미뤄서울 아파트 매매 3분의 1토막… 대선때까지 거래 절벽 이어질 듯전문가 “결국 공급 확대로 풀어야” 서울 강남구와 송파구 아파트를 1채씩 보유한 60대 A 씨는 올해 종합부동산세 고지서를 보고 송파구 아파트(전용면적 84m²)를 팔기로 했다. 지난달 거래된 역대 최고가(24억5000만 원)보다 5000만 원 낮은 24억 원에 내놓았다. 최근엔 23억 원으로 낮췄지만 매수 문의는 아직 없다. 그는 “보유세 부담에 집을 내놓긴 했지만 더 이상 매매가를 양보할 순 없다”고 했다. 같은 단지에 사는 70대 1주택자 B 씨도 23억 원에 매물을 내놓았다. 은퇴 후 고정 수입이 없는데 올해 종부세가 급등하자 서울 아파트를 팔고 지방으로 내려가기로 결심했다. 아파트가 유일한 노후 자산인 만큼 매수 문의가 없는데도 호가를 내리지 않고 있다. 24일 만난 인근 중개업소 대표의 수첩에는 매물을 내놓은 집주인의 연락처는 빼곡했지만 매수 희망자는 전무했다. 이달 가격을 묻는 전화가 딱 2건 왔는데 그마저 연락처도 안 남긴 ‘떠보기 문의’였다. 그는 “집주인 호가와 수요자 희망가격 차는 최소 1억 원 이상이다. 협상으로 좁혀질 수준이 아니다”라고 했다. 실제 이 단지 매물은 29일 230여 건(부동산정보업체 ‘아실’ 집계)으로 10월 이후 계속 쌓이고 있다. 집을 사겠다는 사람의 발길이 끊기면서 9000여 채의 대단지인데도 이달 거래는 단 한 건이었다. ○ 집값 하락 기다리는 수요자들 서울 집값이 조정기에 접어들었다는 지표가 늘고 있지만 현장에선 집값 하락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일부 급매물을 제외하면 집주인이 부르는 가격은 수요자들이 원하는 가격보다 여전히 높아 거래가 성사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만난 매수 희망자들은 “굳이 서둘러 매수할 생각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30대 신혼부부인 C 씨는 이달 서울 금천구 4억 원대 아파트를 사려고 계약 준비까지 마쳤다. 하지만 부모가 “집값이 곧 잡힌다”고 만류해 2년간 전세로 더 살기로 했다. 불과 2, 3개월 전만 해도 ‘더 늦기 전에 사야 한다’는 불안감에 추격 매수에 나섰던 수요자들이 지금은 집값 하락 기대감에 매수를 미루고 있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매수 문의가 끊긴 탓에 2개월간 집을 보여준 적이 없다”고 했다.○ 양도세 완화 전엔 호가 못 내린다는 다주택자 서울에 아파트 3채를 가진 60대 E 씨는 거주 주택만 남기고 나머지 주택을 처분할지 고민하고 있다. 매년 수천만 원의 보유세를 내는 건 불가능하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알아 보니 다주택자에겐 중과세율이 적용돼 시세 차익의 82.5%(지방세 포함)를 양도소득세로 내야 했다. 그는 “사실상 정부에 수억 원을 뺏기는 셈”이라며 “다주택자 양도세가 완화될 때까지 버티겠다”고 했다. 서울 금천구에 아파트 2채를 보유한 70대 F 씨는 세를 주던 전용 44m²를 이달 4억5000만 원에 매물로 내놓았다. 가장 최근 거래가(3억9000만 원)보다 6000만 원 높다. ‘호가가 너무 높다’는 중개업소 설명에도 수리비와 양도세를 고려할 때 이 금액 이하로 팔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집주인들이 서울 아파트를 처분하려는 건 올해 보유세 부담이 급등한 게 계기다. 하지만 양도세 중과만큼은 피하겠다는 생각도 확고했다. 다주택자들은 양도세 중과 유예 등 정책 변수가 해소되는 내년 대선 이후로 처분 결정을 미루려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30대 신혼부부인 G 씨는 더 넓은 평수로 갈아타려고 올 9월 현재 살고 있는 서울 아파트를 12억5000만 원에 내놓았다. 3개월째 팔리지 않자 최근 중개업소에서 ‘가격을 낮추자’고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새로 매수하려던 아파트 가격이 그대로인데 싸게 팔면 자금 계획이 틀어지기 때문이다. ○ “내년 대선이 집값 가를 것”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는 439건(잠정치)으로 지난달(1350건)의 3분의 1 토막이 났다. 이 같은 거래 절벽은 내년 대선 때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송파구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빨리 팔아야 하는 집주인들은 스스로 전단을 만들어 중개업소에 돌린다”며 “대다수 집주인은 대선 이후 움직이겠다는 분위기”라고 했다. 6월 전에만 팔면 내년 보유세 부과를 피할 수 있는 데다 양도세 중과를 감수하고 서둘러 팔았다가 다음 정부가 양도세를 완화하면 손해 볼 수도 있다. 양도세 중과 유예 등 ‘퇴로’가 생기면 처분하겠다는 잠재 매도자가 적지 않았다. 다만 ‘덜 똘똘한 집’부터 팔겠다고 했다. 양도세 완화에 따른 매물 유도 효과는 지방, 수도권, 서울 외곽 순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장기적으로는 결국 공급으로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다주택자 양도세와 보유세를 낮추는 동시에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풀어야 한다”며 “당장 보유세 부담이 줄어도 도심 공급이 늘어 향후 손실이 예상되면 처분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매도 희망자 51%, 직전 최고가보다 호가 높여… 매수 의향자 71%는 “가격 같거나 내려야 살것” 전국중개사-서울 지회장 65명 조사… “대출 규제 탓 서울 거래 감소” 45% 아파트 거래가 얼어붙고 있지만 아파트를 팔려는 사람들의 절반 이상은 여전히 직전 최고가격 대비 높은 호가를 고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직전 최고가보다 비싸도 사겠다는 사람은 30%에도 못 미치는 등 양측이 원하는 가격차가 커 거래가 거의 끊긴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동아일보가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서울 지회장 등 전국 공인중개사 65명을 대상으로 최근 부동산 시장 상황을 조사한 결과 주변 아파트의 매도 호가가 직전 최고가 대비 상승했다는 응답은 50.8%에 달했다. 직전 최고가와 비슷하다는 의견과 직전 최고가 대비 떨어졌다는 답변은 각각 24.6%에 그쳤다. 매수 의향자가 원하는 호가는 정반대였다. 매수 의향 가격이 직전 최고가 대비 높다는 응답은 전체의 29.2%에 그쳤다. 직전 최고가와 비슷한 가격(32.3%)이나 내린 가격(38.5%)에 매수하려는 수요가 있다는 응답은 70%를 넘겼다. 정부의 대출 규제도 거래 감소에 영향이 컸다. 서울 아파트 거래 감소의 원인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4.6%는 ‘대출 규제’를 꼽았다. ‘집값 하락 예상한 수요자의 추격 매수 자제(19.7%)’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눈치보기(16.9%)’라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서 중개업소로의 문의도 급감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최근 매수 및 매도 문의 변화를 묻는 질문에 ‘절반 이상 감소했다’고 답한 비율이 73.8%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약간 감소했다’도 9.2%여서 전반적으로 문의가 줄었다는 응답이 83%에 달했다. 반면 문의가 늘었다는 응답은 13.8%에 그쳤다. 차기 정부에 바라는 부동산 정책으로는 ‘민간 재건축·재개발 활성화’(26.2%) ‘신규 택지 개발을 통한 공급 확대’(26.2%)를 선택한 응답이 절반 이상이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 2021-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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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 창신-숭인동 등 ‘신속 재개발’ 21곳 선정… 2만5000채 공급

    서울시가 지원해 민간 주도 재개발을 빠르게 진행하는 ‘신속통합기획’의 후보지가 28일 확정됐다. 후보지에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 ‘도시재생 1호’로 벽화가 그려졌던 종로구 창신·숭인동 일대 등이 포함됐다. 이번 사업을 통해 공급되는 주택은 약 2만5000채인데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를 계기로 서울 도심의 중장기 주택 공급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내다봤다.○ 스피드 주택공급 기대감에 102곳 신청서울시는 전날 ‘민간재개발 후보지 선정위원회’를 열고 용산구 청파2구역 등 후보지 21곳을 최종 선정했다고 28일 발표했다. 송파구 마천5구역 등 도심 저층 주거지 밀집지역과 창신·숭인동 등 박원순 전 시장 재임 당시 도시재생사업지로 묶여 재개발에서 제외된 지역 4곳, 재개발구역에서 해제된 3곳 등이 포함됐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5월 신속통합기획을 포함한 ‘6대 재개발 규제완화책’을 발표하며 도심 주요 노후 주거지의 ‘빠른 개발’을 예고했다. 신속통합기획은 정부 주도 공공 재개발과 달리 민간 주도로 추진하되 서울시 지원을 통해 통상 5년 이상인 정비구역 지정 기간을 2년으로 줄이는 게 골자다. ‘오세훈표 스피드 주택공급’에 관한 지역주민들의 기대가 커지면서 공모에는 총 102곳이 신청했다. 서울시는 이 가운데 각 자치구가 추천한 후보지 59곳을 대상으로 구역별 평가와 지역균형발전·자치구 상황, 구별 안배 등을 고려해 민간재개발 후보지 선정위원회에 올렸다. 당초 자치구별로 1곳만 선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으나 중구 광진구 강남구는 후보지가 선정되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선정위원회가 이들 지역은 현금 청산자, 공모 반대 등 주민 갈등 문제 때문에 사업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선정된 후보지는 내년 초 정비계획 수립에 들어간다. 구역 지정은 2023년부터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이후 사업계획 및 관리처분 인가 등의 절차를 거쳐 이르면 2028년 무렵 분양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김성보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첫 민간재개발 후보지가 신속히 잘 추진돼야 향후 후보지도 탄력을 받아 원활히 추진되는 만큼 이번에 선정된 후보지의 사업이 신속히 진행되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투기방지대책도 가동된다. 서울시는 이날 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된 21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 공고했다. 발효일은 내년 1월 2일부터다. 서울시는 공모에서 탈락한 구역은 물론이고 향후 공모에 참여할 구역의 권리 산정일을 내년 1월 28일로 정했다. 이날 이후 해당 구역 부동산을 매수하면 현금 청산이 되기 때문에 신축 아파트 입주권을 받지 못하고 시세보다 싼 감정가에 팔아야 한다. 공모에서 탈락한 구역은 내년 1월 중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전문가들 “중장기 주택 공급 긍정 시그널”이날 발표를 두고 시장에선 “서울 도심 중장기 주택 공급에 숨통이 트였다”는 반응이 나왔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신속통합기획은 이제 첫발을 뗀 셈이라 단기 주택 공급으로 보긴 어렵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서울 주택 공급이 충분해진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했다. 실제 서울에서는 2015년부터 단 한 건의 신규 재개발 구역도 지정되지 않으면서 공급 부족이 계속돼 왔다. 이번 후보지 선정을 통해 공급이 본격화되면 향후 집값이 떨어지거나 안정될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시의 투기방지책 역시 전문가들은 “필요한 조치”라고 입을 모았다. 투기 수요가 들어와 전체 소유주가 늘어나면 기존 소유주 이익이 줄면서 사업성이 악화돼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과거 뉴타운 시절 개발 예정지에서는 빌라 지분 가격이 급등하는 문제가 심각했다”며 “투기 수요 차단에 재개발 성패가 달린 만큼 재산권 행사에 일부 제약을 두는 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박창규 기자 kyu@donga.com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 2021-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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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대 40% 싼 올해 마지막 사전청약 1만7000채 공급

    내년 1월 10일부터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공공과 민간이 짓는 아파트 1만7000채에 대한 사전청약이 진행된다. 분양가는 주변 시세보다 20∼40%가량 낮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29일 수도권 공공택지 14곳의 사전청약 물량에 대한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낸다. 사전청약은 본청약보다 청약 시기를 2, 3년 앞당기는 것으로, 모집 공고일 기준 올해 마지막 사전청약 물량이다. 사전청약 물량은 1만6876채 규모로, 공공과 민간 분양이 각각 1만3552채와 3324채다. 지구별 물량으로는 민간 분양인 인천 검단(2666채)이 가장 많다. 앞서 진행한 사전청약에서 높은 경쟁률을 보인 인천 계양(302채), 평택 고덕(658채) 물량과 서울 동작구 대방동 수도방위사령부 부지에 짓는 물량(115채)도 포함됐다. 공공 분양인 남양주 왕숙(전용 59m²) 분양가는 3억7700만 원이며, 민간 분양인 인천 검단과 평택 고덕(전용 84m²) 분양가가 4억4300만∼5억2000만 원 수준이다. 유일한 서울 물량인 동작구 대방(전용 55m²) 분양가는 7억2500만 원가량이다. 예상 분양가로 본청약 때 달라질 수 있다. 사전청약 접수는 내년 1월 10일 시작된다. 세부 일정은 공급 유형 등에 따라 다르다. 공공 분양 관련 자세한 내용은 사전청약 웹사이트, 민간 분양은 청약홈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내년 1월 경기 과천시 지식정보타운과 남양주 별내에선 중산층도 최장 30년간 거주할 수 있는 ‘통합공공임대주택’이 처음 공급된다. 통합공공임대는 공공임대의 입주 가격과 임대료 등이 여러 유형으로 세분되면서 수요자들의 불편이 크다는 지적에 따라 만든 것이다. 공급 물량은 과천 지식정보타운(605채), 남양주 별내(576채) 등 총 1183채다. 입주 자격은 월 평균소득이 기준 중위소득 1.5배(3인 가구 약 598만 원) 이하면서 자산이 올해 기준 2억9200만 원 이하인 무주택자다. 맞벌이 부부는 기준 중위소득 1.8배로 소득 기준이 완화된다. 최장 30년간 거주할 수 있다. 과천 지식정보타운 모집 공고는 내년 1월 27일, 남양주 별내는 내년 1월 28일이며 입주 시기는 각각 2024년 1월과 2023년 10월이다. 내년 2월 15∼18일 LH청약센터에서 하면 된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 2021-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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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파트 미리보기]더블역세권-숲세권… 강북구 첫 자이 브랜드

    서울 강북구에 GS건설이 짓는 ‘자이’ 단지가 처음으로 들어선다. 1045채 규모 대단지로 전용면적 85m² 초과분 절반은 추첨제로 공급한다. GS건설은 서울 강북구 미아동 791-364 일대에 들어서는 ‘북서울자이 폴라리스’를 내년 1월 분양한다고 27일 밝혔다. 북극성을 뜻하는 폴라리스는 강북구 최초의 자이 아파트 단지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붙인 이름이다. 북서울자이 폴라리스는 강북구 미아3구역을 재개발한 단지로, 15개 동(지하 3층∼지상 22층) 1045채 규모다. 이 중 327채가 일반 분양이다. 전용면적별로 △38m² 7채 △42m² 6채 △51m² 11채 △59m² 38채 △84m² 203채 △112m² 62채 등으로 구성됐다. 특히 올해 서울에서 공급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던 대형 평형 물량이 60여 채에 이른다. 단지는 강북구 주거밀집지역에 위치해 있다. 인근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 중인데, 모든 사업이 완료되면 약 1만 채 규모의 신흥 주거지로 탈바꿈하게 된다. 편리한 교통도 장점이다. 우이신설선 ‘삼양역’과 인접해 있고 지하철 4호선 미아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 이른바 ‘더블 역세권’이다. 또 차량으로 내부순환로와 북부간선도로 접근이 용이해 서울 도심으로 이동이 편리하다. 노원구 상계동와 성동구 왕십리를 잇는 동북선 경전철이 2025년 개통되면 지하철 4호선 등 기존 노선의 혼잡도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동북선 경전철을 이용하면 미아사거리역에서 강남구 선릉역까지 30분 이내에 이동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2027년 개통 예정인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노선과 연계성이 우수해 강남과 다른 수도권 주요 지역으로의 접근성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생활 인프라도 잘 구축돼 있다. 도보로 통학이 가능한 거리에 삼양초와 수유초가 위치해 있다. 영훈초와 화계중, 수유중, 미양중, 신일중을 비롯해 혜화여고, 미양고, 신일고 등도 단지 1km 반경 안에 있다. 단지 건너편에는 롯데마트와 삼양시장이 있다. 반경 2km 이내에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 이마트, 수유시장 등이 있다. 문화시설과 녹지공간이 어우러진 ‘북서울꿈의숲’과도 가깝다. 북한산국립공원과 오패산 등과도 가까워 서울에서 보기 드문 숲세권 단지로 꼽힌다. 단지에는 다양한 특화설계가 적용된다. 먼저 단지 내 곳곳에 설치될 조형물과 수경시설, 중앙광장을 연계하는 ‘트리(Tree)길’을 만든다. 자이만의 커뮤니티 시설인 ‘클럽 자이안(CLUB XIAN)’과 연계된 휴게공간도 설치한다. 이를 통해 입주민들이 단지 내에서 힐링할 수 있는 자연 친화적인 단지로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전용면적 84m² 초과 주택은 공급량의 50%를 추첨제로 공급한다. 청약 가점이 낮은 수요자들도 당첨을 노릴 수 있다는 뜻이다. 1주택자도 1순위 청약이 가능하다. 분양가 9억 원 초과 가구도 중도금 대출이 일부 가능할 예정이다. 본보기집은 서울 강북구 미아동 762-26에 마련된다. 입주는 2024년 8월 예정이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 2021-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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