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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라디오 PD 40명이 김장겸 사장 등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며 28일 오전 5시부터 제작 거부에 돌입했다. MBC 라디오의 음악 채널인 FM4U는 ‘굿모닝FM 노홍철입니다’, ‘배철수의 음악캠프’ 등 모든 프로그램이 결방되고 음악만으로 방송 시간이 채워졌다. 이는 2012년 MBC 총파업 때도 없었던 상황이다. 표준FM의 ‘신동호의 시선집중’, ‘여성시대 양희은, 서경석입니다’ 등 주간 프로그램은 대체 인력이 투입돼 정상적으로 방송됐다. MBC 관계자는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의 총파업 찬반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주간 프로그램이 정상 방송 되겠지만 총파업이 시작되면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KBS기자협회의 서울지역 기자 277명도 제작 거부에 돌입해 KBS 2라디오의 오전 7시, 정오 뉴스가 결방됐고 오후 8시 종합뉴스도 결방할 예정이다. 오후 2시 KBS 1라디오 ‘뉴스중계탑’은 10분 축소 방송됐고 오후 6시 KBS 2TV ‘조수빈의 경제타임’도 결방된다. 같은 시간에 일일 드라마 ‘이름없는 여자’가 재방송 된다. 29일부터는 KBS기자협회 지역 기자들이 제작 거부에 참여하며 30일에는 PD협회도 제작 거부에 돌입한다.한편 KBS 측은 “제작 거부의 주체인 KBS기자협회는 쟁의 행위를 결정할 수 없는 직능단체이고 그 목적도 근로조건 결정에 관한 사항이 아니다”라며 “이번 제작 거부는 법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밝혔다. 또 “제작 거부에 참여하지 않은 기자들을 중심으로 비상 대응 체제를 구축하고 방송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거창하고 화려한 여배우의 삶을 담은 전기가 아니다. ‘오드리 헵번은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는 말로 책은 시작한다. 헵번의 아들인 저자는 기자들이 몰려들면 “잘못 알았나본데, 전 도티 부인 아들이거든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루카 도티에게 헵번은 평범한 어머니였고, 사랑스럽지만 절대 신기하진 않은 사람이었다. ‘오드리 앳 홈’은 집에서 요리를 하고 정원을 가꾸던 가장 평범한 순간의 헵번을 보여준다. 마르셀 프루스트가 홍차에 적신 마들렌을 베어 물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썼듯, 가장 사소한 순간에 진실이 드러난다.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다운 그녀의 일상은 헵번이 그토록 사랑받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벨기에 태생의 헵번은 어린 시절 제2차 세계대전으로 소중한 것들을 잃었다. 아버지는 사라졌고 친척들은 총에 맞아 죽거나 강제 추방됐다. 먹을 거라곤 쐐기풀과 튤립뿐이었다. 16세이던 그녀의 키는 168cm였지만 몸무게는 39kg에 불과했다. 영양실조로 죽음 직전까지 갔던 헵번은 그 시절을 이렇게 설명했다. “부종이 발에서 시작해 심장에 이르면 죽는 거란다. 나는 발목 위까지 왔는데, 그때 해방이 됐어.” 헵번은 살아남은 걸 기적으로 여겼다. 전쟁을 잊은 적이 없었고 생존에 필요한 것 이상의 혜택은 뜻밖의 선물처럼 반겼다. 영화와 성공도 중요했지만 가족과의 시간, 텃밭에 시시때때로 피어오르는 식물들을 그녀는 더 사랑했다. 그런 헵번의 첫 레시피는 네덜란드식 휘츠폿. 감자 당근 양파 등을 삶아 으깨 퓌레 형태로 만든 원기회복용 요리다. 아들이 부엌에서 발견한 헵번의 낡은 레시피북에는 야심찬 요리법이 적힌 페이지도 많았다. 하지만 그런 요리들은 결코 식탁에 오른 적이 없었다. 도티는 “인생에서나 주방에서나 어머니는 중요한 것만 남겼고 쓸데없는 것에서 자유로워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패션 디자이너 발렌티노와의 식사부터 남편 도티와의 결별까지. 책은 헵번 인생의 순간들을 미공개 사진과 함께 담담하게 그린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귀한 레시피로 마무리된다. 설탕 100g과 소금 5g을 물 1L에 녹인 수액. 젊은 의사가 개발한 이 레시피는 1968년부터 5000만 명의 목숨을 살렸다. 유니세프 친선대사로서 굶어 죽는 아이들의 실상을 알려 세상을 감동시킨 그녀의 마지막 레시피는 ‘경구 수분 보충 요법’이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국립고궁박물관이 ‘다시 찾은 조선 왕실의 어보’ 특별전에 모조품 논란이 제기된 덕종 어보를 포함해 전시를 진행하자 반발이 일고 있다. 성종이 죽은 아버지를 기리기 위해 1471년 만든 덕종 어보는 도난 사건으로 1924년 새로 제작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일부 시민들은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것을 어떻게 전시할 수 있냐’며 박물관에 항의 전화를 걸어 왔고, 시민단체는 덕종 어보를 철거해 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물관 측이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전시는 그대로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져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오후 찾은 국립고궁박물관. 문제의 덕종 어보는 1층 기획전시실 안쪽 공간에 전시돼 있었다. 어보의 좌측에는 환수 당시 영상, 우측에는 분실 당시 내용을 보도한 신문 기사가 함께 전시됐다. ‘순종이 어보 분실을 염려해 경찰서장을 불러 조사를 촉구했다’(동아일보)는 것과 ‘어보를 재제작해 정식으로 종묘에 위안제를 지내고 봉안했다’(매일신보)는 내용 등이다. 안내판에는 ‘1924년 종묘에서 도난을 당한 후 조선미술품제작소에서 다시 만들었다’는 설명도 적혀 있었다. 이날 관람객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규 해설은 문정왕후 어보, 현종 어보 등 다른 전시품들은 모두 설명했지만 덕종 어보는 언급하지 않고 그냥 지나쳤다. 최근 논란을 의식한 듯한 모습이었다. 자녀와 전시장을 찾은 이모 씨(42·여)는 “덕종 어보만 그냥 지나쳐서 의아했는데 이미 전시되고 있는 것이라면 논란도 함께 설명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같은 날 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는 덕종 어보를 전시에서 철거해 달라는 진정서를 박물관에 제출했다. 진정서는 “조선총독부 산하 이왕직(李王職)에서 1924년 제작한 모조품을 한미 외교의 성과로 돌아온 진품 어보와 함께 전시하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며 “전시의 의미가 빛날 수 있도록 모조품을 즉각 철거해 달라”는 취지다. 박물관 측은 시민들의 반발에 난색을 표하면서도 덕종 어보의 가치를 온전히 부정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어보를 모조품이 아니라 순종의 지시로 이왕직이 의뢰해 제작하고 종묘에 정식으로 봉안한 ‘재제작품’으로 보기 때문이다. 박물관 관계자는 “종묘에는 어보를 처음 올린 연대만 기록되어 있으며 이는 다시 제작을 하더라도 원본의 가치를 지닌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화재계에서는 반론이 거세게 제기되고 있다. 우선 이왕직의 예식과장이 친일파 이완용의 차남 이항구라는 점이 큰 문제로 지적된다. 게다가 조선 왕실 차원의 제작과 국권을 상실한 일제강점기의 작업을 같은 기준으로 볼 수 없다는 비판이다. 당시 어보를 제작한 조선미술품제작소는 1920년대 일제 취향에 따라 작업했다. 앞서 문화재위원회는 국권을 상실한 1910년 이후 유물은 국가 지정 문화재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2월 덕종 어보를 지정 대상에서 제외한 바 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나눔 합니다!” 보이그룹 ‘워너원’의 데뷔 무대인 ‘프리미어 쇼콘’이 열린 7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 누군가 외치자 주변 사람들이 한순간 몰려들었다. 박지민 양(15)은 길게 늘어선 줄을 따라 한참을 기다린 뒤 이 그룹 멤버 강다니엘의 얼굴이 그려진 배지를 받았다. 배지를 들고 기뻐하는 그에게 “워너원의 첫 무대가 기대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오늘은 표가 없어 ‘겉돌’만 하고 갈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겉돌’이란 “겉을 돌다”를 줄인 말로 콘서트가 열리는 날 공연장 주변을 배회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아이돌 팬덤의 은어다. 표가 금방 매진돼 예매에 실패했거나 돈이 없어 표를 구하지 못한 팬들이 어쩔 수 없이 ‘겉돌’을 한다. 이들은 콘서트 시작 몇 시간 전부터 주변을 돌며 굿즈(goods·상품)도 구매하고 사진도 찍는다. 리허설 소리라도 들으려는 ‘귀동냥 겉돌’도 있다. 이날 박 양은 공식 굿즈 판매 시간인 오전 9시에 맞춰 현장에 도착했다. 워너원 멤버의 얼굴이 프린트된 ‘포카(포토카드)’와 응원봉을 샀다. 팬들이 개인적으로 만든 비공식 굿즈 중에서도 마음에 드는 것을 구매해 총 2만 원가량을 썼다. 하지만 박 양이 챙긴 굿즈 중에는 무료로 나눔 받은 것이 대부분이었다. 콘서트는 오후 8시 시작되지만 박 양은 오후 4시에 고척돔을 떠났다. 그는 “비록 멤버들의 모습은 못 봤지만 예쁜 굿즈를 많이 받아 뿌듯하다”고 했다. 다른 팬들의 손에도 슬로건(응원 문구가 적힌 종이) 등이 가득했다. 이들이 콘서트를 볼 수 없음에도 공연장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나눔’, 즉 일부 팬들이 무료로 나눠주는 굿즈 때문이다. 지난달 8일 ‘SM타운 라이브 월드투어’가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만난 서윤진 양(16)은 “겉돌을 하면서 콘서트 때만 판매되는 한정판 공식 굿즈를 사기도 하지만 팬들이 직접 만든 굿즈 중에 예쁜 것이 더 많다”고 했다. 이런 나눔에는 엄격한 규칙이 있다. 해당 가수의 팬이라는 것을 증명해야만 무료로 굿즈를 받을 수 있다. 공식 팬클럽 가입이나 문자 투표 기록, 음원 사이트에서 해당 가수의 음악을 여러 차례 청취한 기록 등이 인증 수단이 된다. 청취 기록은 음원을 순위권에 올리기 위해 반복적으로 노래를 듣는 ‘스밍(스트리밍)’을 했다는 ‘충성심’의 증거다. 또 무료 굿즈를 중복으로 받는 것을 막기 위해 손등에 도장을 찍기도 했다. 기다리는 줄이 흐트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대열을 정리하는 역할을 맡은 팬도 있었다. 그렇다면 사비를 들여 만든 굿즈를 고생해가며 무료로 나눠주는 이유는 뭘까. 3주 전부터 제작 홍보 등의 준비 과정을 거쳐 이날 ‘이대휘 슬로건’ 500장을 나눠준 임다혜 씨(22·여)는 “같은 가수를 응원한다는 공감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나눔 받는 사람들에게 고맙다고 간식을 받거나 ‘덕분에 우리 가수의 인기가 더 많아질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며 “그렇게 서로 교류하며 친해지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청나라 말기 권력자였던 리훙장(李鴻章)은 1875년 일본 주화공사(駐華公使) 모리 아리노리를 만나 “당신들이 민족 복장을 유럽식으로 고친 것이 의문스럽다”고 꼬집었다. 모리는 “일본 복장은 한가한 사람에겐 어울리지만 부지런히 일하는 사람에겐 어울리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에 리훙장은 “당신네 나라가 독립성을 잃고 유럽의 지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우리는 이러한 변혁에 자긍심을 느끼고 있다”는 모리의 반박이 이어졌다. 옷을 주제로 한 이들의 대화는 옛것을 지키려 했던 청나라와 서구 문화를 받아들인 일본의 상반된 태도를 보여준다. 베이징복장학원 교수인 두 저자는 옷을 중심으로 근대 중국 문화사를 서술한다. 청대 말기 두루마기와 마고자부터 힙합 청바지까지 100년에 이르는 변천사가 새삼 놀랍다.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의복을 집단의 상징으로 봤던 중국인들의 생각이 느슨해졌음을 알 수 있다. 1927년에는 장제스(蔣介石)와 쑹메이링(宋美齡)이 턱시도와 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을 치렀다. 이들은 전통식으로도 결혼식을 했지만 사람들의 주목을 받은 것은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쑹메이링의 사진이었다. 이후 수많은 청년과 여성은 이들의 결혼식을 따라했다. 1940년대 항일전쟁 시기에는 물자가 부족해지자 간결하고 활동적인 디자인의 치파오가 유행했다. 1990년대에 이르러 옷은 개인의 다양한 욕망과 개성을 표출하는 수단이 됐다. 100년사를 10년 단위로 다룬 만큼 양이 방대하다. 풍부하게 들어있는 자료사진을 통해 옷의 변화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작은 노리개에 18가지나 되는 직물이 조각조각 엮여 있다. 각 직물에는 금실 자수로 무늬가 새겨졌다. 호리병 모양의 상단 주머니 아래에는 댕기 모양의 드림(매달아서 길게 늘이는 물건)이 달려 있다(사진). 대부분이 향주머니 모양을 하고 있는 고려시대 노리개에서는 처음 발견되는 형태다. 바느질 흔적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을 정도로 보존 상태가 좋은 이 노리개는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장곡사 불상(금동약사여래좌상)의 배 속에서 발견됐다. 불상을 만들 때 불상 속에 경전과 발원문, 오곡과 다양한 물품을 넣는 ‘복장(腹藏)’의 일환으로 이 노리개도 불상 속에 넣어진 것이다. 복장 의식에는 특히 여인들이 많이 참여했으며 이들은 평소에 가장 아끼던 물건을 시주했다. 심연옥 한국전통문화대 교수는 “노리개의 화려한 재료와 구성을 감안할 때 상당한 지위와 경제력을 가진 여인의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이화여대 박물관과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은 ‘부처님께 숨결을 불어넣다: 불상 안의 복장유물’을 주제로 국제 학술대회를 11, 12일 이화여대 강당에서 개최한다. 심 교수의 ‘장곡사 금동약사여래좌상 복장 직물’ 논문에는 고려시대 복장직물과 새로운 형태의 장신구에 관한 연구 결과가 담겼다. 1346년 만들어진 장곡사 불상의 복장물에는 46점의 유물이 있었다. 이번 행사에는 제임스 롭슨 미국 하버드대 교수도 참석해 ‘불교 성상 뒤집어보기: 불상의 내용물은 왜 중요한가’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한다. 불상 안에 다양한 성물을 넣어 신성성을 불어넣는 전통의 중요성과 연구 현황에 대해 강연할 예정이다. 정은우 동아대 교수와 이승혜 삼성미술관 리움 책임연구원은 한국 불복장의 쟁점과 고려시대 복장물의 의미를 주제로 한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사진)은 10일 발표한 성모 승천 대축일(15일) 메시지에서 한반도 평화를 기원했다. 염 추기경은 이 메시지에서 “북한 핵·미사일 위기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부디 우리 민족의 생존을 위해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를 실천하고 무력대치를 포기해 하루 빨리 대화의 장으로 나와 갈등과 대립을 극복하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염 추기경은 이어 “진정한 평화는 힘의 균형으로만 이룩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활동으로 얻어진다”며 “사회 지도자들이 무엇보다 평화를 우선적인 가치로 인식하고, 우리 사회가 공동선을 위한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이끌어달라”고 당부했다. 가톨릭교회는 광복절이기도 한 매년 8월 15일을 성모 승천 대축일로 기념한다. 이날은 성모 마리아가 지상에서의 생활을 마치고 영혼과 육신이 함께 하늘로 불려 올라갔음을 기념하는 날이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솔직히 1990년대생들은 뭐랄까. 좀 ‘옛날사람’ 같아요. 제가 2001년생인데, 저처럼 21세기에 태어난 애들하고 20세기에 태어난 사람들하고 괴리감이 들어요. 일제시대가 연상 되잖아요.같은 1900년대 사람들이기도 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는 인생의 낭비’라는 ‘아재’ 세계관을 가진 에이전트 28(조윤경).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발견한 당돌한 밀레니엄 세대의 폭로에 뒷목을 잡고 말았다. 》 28은 줄곧 스마트폰은 메신저와 전화 기능만 잘되면 괜찮다고 생각해왔다. ‘옛날사람’ 취급에 충격을 받은 28이 걱정이 된 에이전트 0(김민)은 그의 손을 잡아끌었다. “나이 먹는 게 슬픈 것만은 아냐. 사람들은 이미 나이 드는 걸 소재로 삼아 즐기고 있다고. 넌 너무 한쪽만 보고 있어.” 0은 노트북을 열었다. ○ 혹시 내가 시대에 뒤떨어졌나? 0은 28의 어깨를 두드리며 “네가 느끼는 ‘옛날사람이 됐다’는 불안감, 그게 바로 이런 콘텐츠를 보게 만들지”라며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그가 보여준 것은 ‘신조어 능력평가’. 모의고사 시험지를 본뜬 웹페이지에는 신조어 16개가 나열됐다. ‘팬아저’(팬이 아니어도 저장하는 사진), ‘갓띵작’(신이 만든 최고의 작품), ‘사바사’(사람 바이 사람. 사람에 따라 다르다), ‘ㅇㅈ’(인정), ‘비담’(비주얼 담당), ‘인구론’(인문계 90프로가 논다), ‘시강’(시선 강탈)…. 듣도 보도 못한 외계어가 난무했다. 28이 알고 있는 단어는 ‘세젤예’(세상에서 제일 예쁜) 등 5개뿐이었다. 영어권 미디어 ‘바이스(vice)’에 접속했다. 바이스는 캐나다의 언더그라운드 잡지로 시작해 3조 원대의 가치로 성장한 온라인 영상 중심 매체. 0이 클릭한 ‘2017 슬랭 가이드’ 영상에는 20대 바이스 직원 3명과 인턴 1명이 등장했다. 이들은 ‘Lit(화끈하다)’부터 ‘FR(정말·For Real)’까지 11개의 은어를 2017년에도 써도 좋을지를 평가했다. “‘Lit’는 엘런 디제너러스쇼(대중적 인기를 끄는 미국의 토크쇼)에 등장하는 순간 생명이 다했다”거나 “‘FR’는 키패드로 입력하기는 편하지만 실제로 말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고 하는 식이다. 28은 더 불안해졌다. 정말 ‘옛날사람’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온라인으로 신조어를 공부하며 노력해야 한단 말인가. ○ ‘팩트 폭력’ 뒤에 숨은 공감대 형성 0은 28에게 또 다른 ‘옛날사람’ 시리즈를 보여줬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거 알면 옛날사람’이라는 제목의 글이 꾸준히 올라왔다. 그중 하나를 클릭하자 거울을 보고 화들짝 놀라는 남자아이의 이미지가 보였다. 스크롤을 내리자 아래의 글귀가 적혀 있다. “옛날 어린이들은 호환 마마 전쟁 등이 가장 무서운 재앙이었으나 현대의 어린이들은 무분별한 불량 불법 비디오를 시청해 비행청소년이 되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비디오테이프 불법 복제를 막기 위한 경고 영상이다. 1991년부터 1994년까지 사용된 이 영상은 어릴 적 비디오를 빌려본 사람은 기억한다. 직장인 이성훈 씨(28)는 “회식 때나 친구들끼리 모였을 때 ‘이거 알면 옛날사람이래’라며 대화 소재로 삼기 좋아 이 시리즈를 자주 본다”고 말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를 경험한 세대만이 갖는 ‘공감대’를 즐기는 경우도 많았다. 지금은 자취를 감춘 브라운관(CRT) 모니터, 플로피 디스크, 볼마우스 등의 사진을 올리고 ‘옛날사람 인증’을 하는 식이다. 직장인 황지원 씨(30)는 “아주 어릴 때 삐삐부터 스마트폰까지 엄청난 변천사를 경험한 세대들만의 유머 코드”라며 “알고 보면 그렇게 오래되지 않은 물건들인데도 지금 보면 너무 옛날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 너희들이 모르는 무언가가 있어 공감대와 유머에 용기를 얻은 28에게 0이 또 다른 옛날사람 콘텐츠를 보여줬다. 버즈피드, 허프포스트 같은 영어권 온라인 미디어에 ‘당신이 너무 나이 들었다고 느껴질 때’라는 제목의 시리즈가 잔뜩 있었다. 그중 ‘당신이 배낭여행 하기엔 너무 나이 들었다고 느끼는 13가지 증거’를 클릭했다. ‘밤에는 편히 자고 싶다’, ‘모든 것을 예약해놔야 마음이 편하다’…. 그래, 어린 시절 배낭여행할 때는 멋모르고 견뎠던 것들이지만 이제는 좀 더 안락해도 좋지 않을까.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가 28에게 속삭였다. “‘이게 유행인데 모르냐’며 강박하는 분위기가 줄어들었습니다. 나이 든 사람도 ‘너희가 부럽기보다 내가 좋아하는 걸 할 거야’라고 말해도 괜찮은 시대가 된 것이죠.” 김민 kimmin@donga.com·조윤경 기자}

홍서범의 ‘김삿갓’이 한국 최초의 랩곡이라니. 책을 펼치는 순간 당혹감이 밀려오지만 책장을 넘기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대중음악평론가 김봉현이 1989년부터 2016년까지 오늘의 힙합을 만든 ‘레전드’ 28곡을 선정하고 그 의미와 가치를 분석한 책이다. ‘김삿갓’이 최초의 랩곡인 이유에 대해 그는 “랩은 리듬을 근간으로 하는 발화 양식이며, 홍서범이 오직 리듬에 의지해 가사를 내뱉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랩이라고 부르기 민망한 음악이 있었던 시절부터 음악 이상의 복합적 의미를 고찰하는 시기까지 말 그대로 힙합의 ‘진화’를 다룬다. 마니아가 좋아하는 음악뿐 아니라 지드래곤의 ‘원 오브 어 카인드(One of a Kind)’, 에픽하이의 ‘플라이(Fly)’ 같은 대중적 음악에 대한 서술도 흥미롭다. 그는 지드래곤의 음악이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이 해낼 수 없었던 삶과 일치된 ‘스왜그’를 보여줬다고 분석한다. 또 H.O.T.에게 힙합이 도구였다면 원타임에겐 힙합이 정체성이었으며 그것이 빅뱅의 토대가 됐다는 해석도 날카롭다. 각 챕터 말미에는 선정된 곡에 대한 다른 의견을 소개하는 ‘반박’ 코너도 있다. 드렁큰 타이거, 버벌진트, 다이나믹 듀오, 일리네어 레코즈, 넉살 등의 음악이 당시 맥락에서 가졌던 의미와 아티스트들 사이의 관계, 팬들의 반응까지 넣어 힙합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도 주된 흐름을 알 수 있도록 했다. 김봉현과 함께 힙합 웹툰을 그리고 있는 수이코(SUIKO)의 일러스트와 인포그래픽도 유머러스하다. “내가 고등학교를 전교 1등으로 졸업했다”거나 “내가 이렇게 인간관계가 좋은 사람이다”라고 주장하는 대목도 중간중간 등장해 당황스럽지만 웃음을 유발한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우종범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사장(64)이 4일 임기를 1년여 앞두고 갑작스럽게 사의를 표명했다. EBS의 한 관계자는 “우 사장이 ‘정권이 바뀌었으니 새 출발을 위해 사임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쳐 왔다”며 “방송통신위원장이 새로 임명되자 물러난 듯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최순실 씨(61) 소유 회사에서 우 사장의 이력서가 발견되면서 인사 개입 의혹이 일었지만 우 사장은 “최 씨를 개인적으로 모른다”고 해명했다. 5월 조준희 YTN 사장이 임기를 남기고 사퇴했고 우 사장도 사의를 표명해 다른 공영방송 사장의 물갈이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YTN 노사는 이명박 정부 당시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으로 해고된 노종면 조승호 현덕수 기자의 복직 협상을 타결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한낮 기온 섭씨 33도. 3일 오전 따가운 햇살이 내리꽂히는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마당. 석탑 등 문화재가 전시돼 있지만 뜨거운 열기에 가까이 갈 엄두도 나지 않는다. 딸과 함께 박물관을 찾은 손지영 씨(39·여)는 시원한 2층 전시장에서 창밖을 내다보며 스케치를 하고 있었다. 손 씨는 “방학을 맞은 열 살 딸이 그림을 좋아해 피서 겸 박물관을 찾았다”고 말했다. 무더위를 피해 박물관과 미술관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여름 프로그램이 인기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달 25일부터 ‘박물관 숲속 석탑, 종, 석등’이라는 주제로 상설전시관 2층에서 풍경을 감상하고 그리는 공간을 마련했다. 창가에는 테이블과 밑그림이 그려진 종이, 색연필이 준비되어 있다. 완성한 그림을 20일까지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3명을 추첨해 젤리밴드 손목시계를 선물로 준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한여름 밤의 필름 올림픽’ 행사를 개최한다. 5일과 19일 오후 6시 반부터 미술관 내 영화관인 MMCA 필름앤비디오에서 겨울 스포츠를 다룬 영화 ‘독수리 에디’와 ‘우리는 썰매를 탄다’를 상영한다. 영화관은 120석 규모이며 별도의 신청 없이 선착순으로 감상할 수 있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기원하는 경품도 현장에서 나눠준다. 9일에는 1층 로비에서 오후 6시 30분부터 남매 듀오 ‘악동 뮤지션’과 인디밴드 ‘파라솔’의 라이브 공연을 볼 수 있다. 공연은 네이버 V라이브를 통해서 생중계된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박물관에 전시된 여름에 관한 유물을 통해 선조들의 여름 나기를 체험한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팔덕선, 착한 부채 이야기’ 교육 행사에서는 전통 부채 팔덕선의 기능과 의미를 살펴보고, 직접 부채를 만든 뒤 서로 감상을 이야기한다. 9, 16일 오전 10시 30분과 오후 2시 30분 두 차례 진행되며 9일까지 온라인에서 신청을 받는다. 또한 민속박물관의 특별전 ‘쓰레기×사용설명서’에서는 장마철 망가진 우산을 고쳐주는 행사를 한다. 12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2∼6시 망가진 우산이나 양산을 갖고 가면 1명당 2개까지 수리를 받을 수 있다. 농장을 운영하며 우산 수리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신용식 씨가 무료로 우산을 고쳐주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뮤지엄나이트’ 프로그램의 하나로 9일 오후 7시 30분부터 서소문 본관 앞마당에서 여름 DJ 콘서트를 연다. 뮤지엄나이트는 미술관 야간 개장 시간 동안 전시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콘서트에서는 카르티에 현대미술재단 소장품전인 ‘하이라이트’의 음악감독을 맡은 프랭크(FRNK), 이오공(250), 글렌체크의 김준원(JUNE ONE)이 디제잉을 선보인다. 콘서트는 스탠딩으로 진행되며 사전 신청 없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MBC 수목드라마 ‘죽어야 사는 남자’의 무슬림 희화화가 해외에서 문제화된 데 이어 국내에서도 한국이슬람교중앙회가 항의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이슬람교중앙회 관계자는 2일 “문제가 된 내용들에 대해 지난주 공문을 보내 강하게 시정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MBC 측은 한국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을 방문해 관련자들을 면담하고 향후 대책을 의논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9일 시작한 이 드라마는 히잡을 쓴 여성이 비키니 차림으로 수영장에 누워 있는 모습, 무슬림 복장을 한 인물이 술을 마시는 장면, ‘공주 한 명을 데려가고 나머지 두 명을 무료로 가져가라’는 등 여성을 사고파는 장면 등이 등장하면서 국내외 무슬림들의 반발을 샀다. 드라마 방영 초기에는 재외 한국문화원으로도 수차례 항의가 들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등 주로 방송에 언급된 국가들에서 한국 드라마 팬들이 웹사이트를 통해 문제 제기를 한 것이다. 외교부는 “공식 포스터에 주인공인 최민수가 꾸란에 발을 올리고 있는 장면 등 문제 제기 된 내용을 모아 MBC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후에는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누리꾼들이 ‘죽어야 사는 남자 방영을 중단하라(#stopmanwhodiestolive)’ ‘이슬람에 정의를(#JusticeforIslam)’ 등의 해시태그를 달고 드라마를 비판했다. 또 한국 거주 이집트인 3명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본사 앞으로 찾아가 방송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MBC 측은 지난달 21일 홈페이지를 통해 “‘죽어야 사는 남자’는 가상의 보두안티아국을 배경으로 제작됐으며 등장인물, 지역, 지명 등은 픽션”이라며 “아랍 및 이슬람 문화를 희화화하거나 악의적으로 왜곡할 의도는 없었다”는 사과문을 아랍어와 한국어, 영어로 게재했다. 문제가 된 장면들은 다시보기에서 삭제됐다. MBC 관계자는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보는 팬들이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다는 점을 신중하게 고려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향후 방영분은 더욱 엄격히 감수할 것”이라고 밝혔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다양한 기술과 마케팅 환경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광고의 영역 확장이 중요해졌습니다.” 24일 개막하는 제10회 부산국제광고제의 공동집행위원장인 최환진 한신대 미디어영상광고학부 교수(59·사진)는 최근 본보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는 “광고 환경 변화의 가장 큰 요인은 기술”이라며 “이번 광고제도 주제를 ‘크리에이티비티 +―×÷ 테크놀로지’로 정하고 기술과 광고의 다양한 관계를 조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올해로 개최 10년을 맞는 부산국제광고제의 공동집행위원장을 4회 때부터 맡고 있다. 그는 “초창기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올해 초 아시아광고연맹과 제휴를 맺는 등 아시아 광고계에서 충분한 인지도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첫 회 광고제 출품작은 29개국 3105편이었지만 올해에는 56개국에서 2만1530편을 출품해 1799편이 본선에 올랐다. 최 교수는 “좋은 광고는 그 나라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광고”라며 “화려한 그래픽이 난무하는 중국의 광고가 우리 눈에는 촌스러워 보여도 본국에서는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명 광고제 수상 경력을 만들기 위해 서구의 기준에 맞춰 실제로는 방영하지 않을 광고를 따로 제작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진다”며 “상을 받기 위한 광고는 의미가 없다. 현지 문화를 반영해 평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산국제광고제는 24일부터 26일까지 해운대 벡스코에서 열리며 인공지능 VR 등 최신 기술로 변화하는 광고 트렌드를 깊이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웨인 초이 제일기획 전무, 아드리안 보탄 매캔월드그룹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총괄 책임자 등이 본선 진출작을 심사할 예정이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27일 저녁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소극장 앞. 비 오는 궂은 날씨에도 유명 배우들이 출연하는 연극을 보기 위해 관객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문화가 있는 날’이 확대돼 목요일인 이날에도 30%의 티켓 할인 행사가 진행됐다. 그러나 티켓 창구에는 별도의 안내문이 없었다. 관객 한샘 씨(34·여)는 “문화가 있는 날이 1주일 전체로 확대된 줄 몰랐다”며 “제휴 통신사 혜택으로 이미 50%의 할인을 받았기 때문에 ‘문화가 있는 날’이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28일 오전 서울 성동구의 한 도서관에선 ‘그림책 보는 전시회’가 열렸다. 그러나 시민들이 자주 찾는 열람실이나 로비가 아닌 직원들만 이용하는 사무실 앞 복도에서만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1시간 동안 시민 관람객은 한 명도 없었다. 지난주부터 매월 마지막 수요일에만 시행됐던 ‘문화가 있는 날’이 마지막 주 전체로 확대됐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박근혜 정부의 정책이라고 무조건 폐지하지 않겠다. ‘문화가 있는 날’처럼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은 오히려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본보 취재팀이 현장을 점검한 결과 기간만 늘어났을 뿐 준비와 홍보 부족으로 여전히 시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특정 요일(수요일)과 평일에 몰려 있다는 점이다. 이번 달 열린 행사 2425개 중 주말에 진행된 경우는 전체 프로그램의 1.5%인 38개에 불과했다. 연극평론가인 김미도 서울과학기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는 “공연, 전시, 영화 등 장르마다 제작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주말까지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정작 시민들이 즐길 만한 양질의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문제도 노출됐다. 영화 티켓 할인, 전시회 무료 입장 등에 집중돼 있어 예매율 최상위권에 속하는 인기 연극이나 뮤지컬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 뮤지컬 제작사 관계자는 “규모가 영세한 뮤지컬·연극업계는 수요일 할인 행사를 진행하기에도 버거운 지경”이라며 “정부 등에서 눈치를 줘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참여했을 뿐 확대할 방침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올해 문화가 있는 날 예산은 162억 원. 수요일 하루에서 일주일로 행사 기간이 확대됐지만 추가적인 재원 마련은 아직 없다. 문체부 관계자는 “내년부턴 예산을 확대하고 주무 부처를 생활문화진흥원으로 옮겨 전문성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올해는 홍보 지원을 제외하곤 추가적인 재원 대책을 마련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뮤지컬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캠페인 성격이 짙은 현재와 같은 정책보단 ‘문화예술비 소득공제’처럼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문화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김민 기자}

록을 내세우자니 관객을 모으기 힘들고, 록을 지우자니 정체성이 사라진다. 28일부터 사흘간 열린 ‘지산 밸리록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밸리록)’의 딜레마다. 1박 2일간 체험해 본 밸리록 현장은 예년에 비해 크게 한산했다. 또한 지난해부터 등장한 설치미술작품들은 밸리록에서 ‘록’이 계륵처럼 여겨지는 인상을 풍겼다. 현장에서 만난 음악 팬들은 관객이 줄어든 이유로 ‘라인업’을 꼽았다. 올해 헤드라이너 중 미국의 EDM 프로젝트 그룹인 ‘메이저 레이저’(28일)를 제외한 영국의 가상 밴드 ‘고릴라즈’(30일)와 아이슬란드의 록 밴드 ‘시규어 로스’(시귀르 로스·29일)로는 많은 관객을 모으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설상가상으로 29일에는 서울 난지한강공원에서 ‘Years&Years’가 출연한 ‘홀리데이 랜드 페스티벌’이, 인천에서 EDM 페스티벌 ‘유나이트 위드 투모로우랜드’가 열리면서 일부 관객이 분산됐다. 지난해부터 행사를 주관하는 CJ E&M은 ‘록 페스티벌’ 대신 ‘뮤직 앤드 아츠’를 내세우고 있다. 음악뿐 아니라 패션과 예술작품도 화제가 되는 미국의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처럼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는 것이 주최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록을 벗어나려다 보니 재즈를 테마로 하는 ‘자라섬 페스티벌’, 팝이 주가 되는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에 비해 정체성이 모호하고 브랜드 파워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얼마나 유명한 아티스트가 오느냐로 매년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 EDM을 듣기 위해 지산을 찾은 이모 씨(29·여)는 “지인 중 일부는 둘째 날부터 홀리데이 랜드로 빠졌다”며 “음악 축제가 많아졌지만 콘셉트가 비슷해 자체 브랜드보다 좋아하는 밴드가 오는지 라인업을 보고 갈 곳을 고르게 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뉴질랜드 출신으로 세계적 스타덤에 오른 21세 로드의 한국 첫 공연, 야외에서 별과 달을 보며 듣는 ‘시규어 로스’, 남녀노소 춤을 따라 하며 즐기는 ‘신현희와 김루트’의 무대는 인상 깊었다. 지산 리조트의 병풍처럼 둘러싸인 산과 비구름이 낀 풍경은 ‘록페를 위해 만들어진 천혜의 환경’이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실력파 인디 뮤지션에게 공연 기회를 주는 ‘튠업 스테이지’도 꼭 필요한 무대다. 이천=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성(性) 상품화는 없다고 단언했지만 결국 출연자들은 소모품처럼 그려졌다. 13일 시작해 2회까지 방영을 마친 엠넷 ‘아이돌학교’ 이야기다. 걸그룹 전문 교육 기관을 콘셉트로 한 이 예능 프로그램은 시작부터 말이 많았다. 어린 여성 출연자들에게 물을 뿌리고 ‘무대 위기 대처술’이라 포장하는 티저 영상은 소녀들의 성 상품화 논란을 일으켰다. 뚜껑을 열어 보니 걸그룹을 육성한다는 명목하에 조직 문화의 순응을 강요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가장 논란이 된 것은 군대 생활반을 본뜬 출연자 숙소. 가운데 복도를 두고 양옆으로 수십 명의 출연자들이 나란히 누워 잠을 자는 구조다. 다만 핑크빛으로 장식된 이불과 사물함이 등장한다. 누리꾼들은 이 장면을 캡처한 뒤 분홍색을 초록색으로만 반전시켰는데도 군대 생활반과 똑같아진 모습의 ‘짤방’을 퍼날랐다. ‘아이돌판 진짜사나이’ ‘핑크빛 군대’라는 반응도 나왔다. 외양만 군대를 닮은 게 아니다. 출연자를 교육하는 방법도 군대나 학교의 부정적 측면을 그대로 답습했다. 학교 수업처럼 진행되는 코너에서 출연자들은 보컬, 체력, 댄스 훈련을 받는다. 출연자들은 각자 다른 개성을 가졌지만 모두가 똑같은 노래를 부르고 똑같은 춤을 춘다. 40명의 출연자가 V자 W자 X자 대형을 그리며 추는 군무는 마치 공산 국가의 매스게임처럼 보인다. 튀는 사람은 기합받듯 앞으로 불려나와 “한 사람이 튀려고 하면 팀이 망한다. 눈에 띄는 사람을 빼놓고 춤을 추는 게 좋겠냐”는 질책을 받는다. 출연자 대부분은 10대이고, 12세와 13세 초등학생도 있다. 압박과 긴장에 출연자들은 한 회에서 여러 차례 울음을 터뜨린다. 이런 힘든 상황을 합리화하는 것은 결국 ‘노오력’ 프레임이다. 이런 말도 나온다. “스타는 쉽게 되는 게 아니에요. 자신이 없는 사람은 지금 나가도 괜찮아요. 왜? 여러분의 자리를 바라보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저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전문가들은 프로듀스101 등 오디션 프로그램이 가학성으로 흥행에 성공한 뒤 자극이 노골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출연자가 고통받고 망가지는 모습이 오히려 그를 주목하게 만들어 가치의 문제는 무시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은영 대중문화평론가는 “슈퍼스타K나 K팝스타의 경우 심사위원들이 출연자를 아티스트로 성장하게 해주는 측면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장기적인 투자도 아까워 단기적 자극으로 지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군대 문화 콘셉트의 기저에는 여성 혐오와 대상화가 깔려 있다는 의견도 있다. ‘아이돌로지’ 편집장이자 음악평론가인 미묘는 “군대의 부조리한 상황을 ‘너희도 당해보라’는 발상과 여성 아이돌을 장난감처럼 괴롭히고 싶은 욕망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 285호)에 대한 보존 대책으로 문화재청과 울산시가 제안했던 생태제방 축조안이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심의에서 또다시 부결됐다. 생태제방안 부결은 2009년, 2011년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다. 문화재청은 “문화재위원회가 20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회의를 열어 반구대 암각화 생태제방 축조안을 부결했다”고 밝혔다. 생태제방 축조안은 대곡천 수위에 따라 침수되거나 외부에 노출되고 있는 반구대 암각화를 보존하기 위해 울산시가 제시한 방법이다. 앞서 2013년 보존 대책으로 제시된 ‘가변형 임시 물막이’(카이네틱 댐) 설치는 논란을 거듭한 뒤 기술적 결함이 있다는 판정을 받았고 그 대안으로 생태제방을 쌓자는 주장이 나왔었다. 문화재위는 이날 “제방 규모가 지나치게 크고 역사문화환경 훼손이 심각하며 공사과정에서 암각화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부결 이유를 밝혔다. 생태제방 축조안은 암각화에서 30m 떨어진 지점에 357m 길이의 둑을 쌓는다는 내용이다. 제방의 폭은 하부가 81m, 상부 6m다. 제방을 쌓기 위해서는 시멘트 등의 충전재를 주입하고 암각화 반대편 땅을 파서 새로운 물길을 조성해야 하기 때문에 환경이 변화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신문 지원 정책은 단순히 신문사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위한 인프라를 되살리는 민주주의 진흥 정책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20일 한국신문협회는 박성희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에게 의뢰해 발간한 ‘선진 외국의 신문 지원 정책의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공개하고 해외 14개국의 신문 지원 사례와 정책 방향을 소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선진국은 신문의 위기가 민주주의와 시민사회의 다양성의 위기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다양한 신문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특히 2000년대 들어 온라인 미디어 환경이 공고해지자 유럽 국가들은 신문의 뉴미디어 진출과 디지털화, 경영 합리화, 저널리즘 능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 덴마크에서는 미디어진흥기금이 ‘민주주의 기금’으로 불린다는 사례도 소개됐다. 신문이 공적 담론을 이끌어내 민주주의를 견인하는 핵심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 정부가 직접 신문 배달을 지원하고 신문외판원과 운반자를 위한 면세 혜택 등을 주는 배급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언론자유가 중시되는 미국은 연방세법에 따라 발행부수 수입을 경상비로 공제해 연간 약 1억 달러 규모의 세금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박 교수는 국내 신문 정책도 유럽처럼 그 목표를 기술혁신, 교육, 민주주의 확산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술혁신 지원 방안으로는 △환경에 맞는 저널리즘 플랫폼 개발 지원 △포털과 소셜미디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 새로운 채널과의 건강한 관계 모색 △공평한 수익구조 및 뉴스 저작권 보호 △신문사 시설 혁신 지원(일명 디지털 새마을운동) △미디어 컨버전스 시대에 맞는 정책 및 기금 운용(신문과 방송 광고재원 교차지원 등) 등이 꼽혔다. 교육 지원 방안은 △언론인 양성기관 설립 △신문활용교육(NIE) 예산 확충과 교육 강화 △심층보도와 탐사보도 등 콘텐츠 지원 등이 제시됐다. 민주주의 확산 지원 방안으로는 △가칭 ‘민주주의 펀드’ 조성(덴마크 모델) △매체 간 균형발전 위한 법 제정 △지역 신문 지원 및 소외계층·다문화가정 배달 지원 △언론중재법, 방송통신심의규정 등 규제 및 심의기관 정비 △‘신문방’ 설치(17세기 영국 커피하우스와 커뮤니티센터 공공도서관 결합) 등이 꼽혔다. 이번 보고서는 언론자유국에 속하는 14개 해외 국가의 신문 지원 사례를 수집하고 지원 정책의 최근 경향과 변화 등을 분석해 국내 언론이 참고해야 할 정책 제언을 담고 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경주 불국사 삼층석탑(석가탑)이 지난해 9월 규모 5.8의 지진에도 큰 피해를 입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경주 불국사 삼층석탑 수리 보고서’(전 2권)에 그 비결이 간략하게 공개됐다. 보고서는 2010년 문화재위원회가 석가탑 해체를 결정하기부터 보수 공사를 마치고 지진 피해를 점검한 2016년까지의 기록을 담았다. 석가탑이 안정적이었던 가장 큰 요인은 낮은 무게중심이었다. 보통 파동 형태인 지진의 여파가 땅에서 구조물에 전달되면 위로 향할수록 진동이 커진다. 이에 반해 석가탑은 상층부로 갈수록 진동이 줄어들었다. 또 석탑의 기초를 크고 작은 자연석으로 쌓고 그 사이에 흙을 채워 넣어 1차적으로 진동을 줄이고, 탑신과 옥개석 사이에 무기질과 섞은 흙을 채워 넣어 2차 충전재 역할을 한 것도 피해를 막은 요인이었다. 반면 일제강점기에 시멘트로 접합한 다보탑의 난간석은 지진이 일어난 뒤 내려앉았다. 보고서의 1권은 불국사의 연혁, 조사 연구, 해체와 조립, 보존 처리 과정은 물론이고 파손된 부재의 구조를 보강하고 무기질 재료를 활용하는 등 국립문화재연구소가 개발한 특허 기술을 자세히 수록했다. 2권은 수리 전후 석탑의 도면과 수습 유물 관련 자료를 담았다. 석가탑은 2010년 정기 점검을 하던 중 덮개석에서 길이 132cm, 최대 폭 0.5cm의 균열이 발견되면서 전면 해체가 결정됐다. 문화재청은 보고서를 전국 주요 도서관과 연구기관 등에 배포할 계획이며 국립문화재연구소 누리집()에도 공개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1973년 미국 애리조나대 인류학과 교수 윌리엄 랫지는 쓰레기 매립장을 발굴해 사람들의 소비 형태를 연구했다. 밥 딜런의 광팬이자 그에 관한 책을 쓴 앨런 웨버먼은 딜런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쓰레기통을 뒤지는 자신의 행동을 ‘쓰레기학(garbology)’이라고 표현했다. 쓰레기를 분석해 생활사를 복원하는 ‘쓰레기 고고학’이 하나의 학문 분야로 자리 잡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이런 쓰레기를 주제로 한 ‘쓰레기×사용설명서’ 특별전을 19일부터 10월 31일까지 개최한다. 프랑스 국립 유럽지중해문명박물관(MuCEM)과 공동으로 주제를 정해 진행되는 이 전시는 쓰레기의 의미를 다양한 각도로 보여준다. 유럽지중해문명박물관도 8월 13일까지 지중해를 중심으로 한 쓰레기의 이동과 활용사를 주제로 전시를 하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의 전시는 ‘쓰레기를 만들다’, ‘쓰레기를 처리하다’, ‘쓰레기를 활용하다’ 등 3부로 구성된다. 1부는 한 사람 또는 4인 가구가 일주일 동안 얼마나 소비하고 쓰레기를 만들어 내는지 보여준다. 2부는 한양대 문화재연구소가 2009년 발굴한 ‘서울 성동구 행당동 출토 생활쓰레기 유물’, 3부는 일상에서 쓰레기를 재활용한 생활사 유물이 전시된다. 버려질 뻔했다가 발견된 문화재들도 전시돼 있다. 2004년 폐지 줍는 할머니의 수레에서 발견된 정약용의 ‘하피첩’, 해남 윤씨 종가의 책장 바닥에 깔려 있다가 쓰레기 더미에 버려진 녹우당의 ‘미인도’ 등이다. 영조의 태실을 지키던 봉지기의 후손이 살던 집의 다락방에서 발견된 ‘영조대왕 태실 석난간 조배의궤’도 전시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