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찬

황인찬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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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특파원 황인찬입니다. 한일 관계가 더욱 좋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일본에 왔습니다. 일본의 오늘을 보여드립니다.

hic@donga.com

취재분야

2026-01-11~2026-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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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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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0자로 보는 어린이 책]노자 할아버지 같이 놀아요! 外

    ■ 노자 할아버지 같이 놀아요!(정현주 글·그림·학고재)=노자(老子)가 남긴 지혜들 가운데서 ‘물의 부드러움이 강한 것을 이긴다’ ‘그릇이 비어 있을 때 비로소 쓰일 수 있다’ 등의 내용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게 풀어쓴 책. 천에 색색의 바느질을 해 완성한 그림들에서 정성이 느껴진다. 1만1000원. ■ 떠돌이 개 똘이의 일생(김규림 글·최라톤 그림·꿈꾸는날개)=어린 나이에 병든 채로 버려진 똘이는 젊은 청각장애인 부부를 만나 사랑의 참의미를 깨닫는다. 하지만 어느 날 납치돼 개장수에게 팔려 가는데…. 9000원. ■ 배꽃마을의 비밀(송언 글·양상용 그림·스콜라)=조선시대 장돌뱅이 용이는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살인 사건 해결에 나선다. 정약용이 궁지에 빠진 용이를 돕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정약용의 ‘흠흠신서’에 기록된 사건을 재구성한 작품. 9800원. ■ 광화문 해치의 모험(박수현 글·그림·고인돌)=광화문 해치가 대한제국기 일본 도적에게 납치됐다가 파리 개선문을 비롯해 세계의 유명한 문들을 여행한 뒤 다시 광화문으로 돌아온다. 익살스러운 해치 그림이 친근하다. 1만3000원.■ 나무들의 밤(바주 샴 외 지음·보림)=여러 가지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실크스크린 기법을 통해 수작업으로 작업한 그림들은 따로 액자에 담을 만큼 예술적이다. 4만1000원.}

    • 2012-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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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작은 맹그로브 나무가 가난을 물리쳤어요

    바닷물은 짜요. 소금이 들어 있기 때문이죠. 이런 짠 바닷물을 먹고 자라는 나무가 있어요. 바로 맹그로브죠. 바닷물과 강이 만나는 곳에서 잘 자라요.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들지만 멀리 아프리카나 인도에 있어요. 이 나무가 착한 일을 했어요. 아프리카에 있는 작은 나라(에리트레아)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 거죠. 이 마을 사람들은 먹을 게 별로 없이 가난하게 살았어요. 한 일본 과학자 아저씨(고든 사토 박사)가 이들을 돕기 위해 맹그로브 나무들을 해안가에 심기 시작했죠. 무려 100만 그루나 심었어요. 해안가에 나무들이 빼곡했죠. 나무가 많아지자 양과 염소가 제일 먼저 좋아했어요. 맹그로브 나무 잎이 맛있는 먹이였기 때문이죠. 양과 염소가 잘 자라자 엄마와 아빠도 좋아했어요. 맹그로브 줄기 아래로 물고기들이 몰려 아빠는 더 많은 물고기를 잡기도 했어요. 엄마와 아빠는 많이 웃고, 아이들도 환하게 웃었죠. 맹그로브는 아프리카 다른 나라에도 생기고 있어요. 그 나라들도 가난한 곳이지만 나무가 크고 튼튼하게 자라면 부자가 되겠죠. 맹그로브가 많아지면 지구가 점점 따뜻해지는 지구온난화 문제에도 도움이 될 거예요. 착하고 소중한 나무죠. 그런데 일본 과학자 아저씨는 왜 멀리 아프리카에 가서 맹그로브 나무를 심을까요. 아저씨도 옛날에 가난해서 먹을 것이 부족했대요. 옥수수를 키워 먹으면서 고생했던 기억을 떠올려 아프리카 사람들을 돕기로 한 거죠. 아저씨는 앞으로 백만 그루의 나무를 더 심을 계획이래요. 가난한 사람들은 먹을 게 많아지고, 지구는 좀 더 시원해지겠죠. 종이나 천을 잘라 붙인 그림(콜라주)들로 맹그로브가 한 착한 일을 한눈에 볼 수 있어요. 책 뒷부분에 사진들도 있고, 어려운 단어들을 쉽게 설명한 부분도 있어요. 엄마 아빠와 함께 컴퓨터를 켜고 ‘맹그로브 심기 홈페이지’(www.themanzanarproject.com)에 들어가 봐도 재밌겠네요. 특별한 나무가 펼친 작은 기적 얘기였어요.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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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문사회]뇌사 앞둔 환자와 아들… 누구를 살릴 것인가

    사람들은 매일 수많은 선택을 하고 산다. 먹을 것, 탈 것 등 일상적인 것부터 연애나 학업, 직장 등 자신의 인생을 바꾸는 선택까지. 크건 작건 결정은 쉽지 않다. 하나를 택한다는 것은 다른 것을 포기한다는 말과 같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그런 선택이 가진 고민과 갈등을 극대화시킨다. 장기이식과 아프리카 내전을 소재로 삼아 목숨이 위태로운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불가피한 선택’을 그린다. 장기이식이나 전쟁이나 모든 사람을 살릴 수는 없다. 누군가를 살리면 누군가는 죽어야 한다. 작가는 말한다. “당신은 누구를 살릴 것인가. 그 선택의 잣대는 무엇인가. 그것은 정녕 옳은 선택인가.” 이 작가가 ‘컨설턴트’ ‘문근영은 위험해’에 이어 ‘회사 시리즈’의 마침표 격으로 내놓은 작품. 연애나 위로, 공감을 소재로 한 ‘가벼운 소설’이 많은 요즘 문학 시장에서 보기 드물게 명징한 주제의식을 가진 수작(秀作)으로 평가할 만하다.선택의 문제를 들면 이렇다. 의사 범준의 아들은 심장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다. 그 병원에 뇌사 판정을 앞둔 남성이 들어온다. 아들과 아내는 기대에 부푼다. 하지만 범준은 그 남성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혼자 목격한다. 범준이 침묵하면 뇌사가 확정되고, 아들은 살 수 있다. 의사의 도덕성을 택할 것인가, 아들의 생명을 택할 것인가. 작품은 고루한 인문적 성찰을 보여주기보다 날것의 현실을 직시한다. 도덕이나 윤리보다는 배신과 억압이 횡행하는 게 현실이다. 결국 범준은 뇌사자의 생명을 선택하고, 아들은 죽는다. 하지만 몇 달 뒤 자신이 살린 뇌사자가 허무하게도 자살을 택한다. 범준은 생각한다. 습관적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 쉽게 말해 죽지 못해 안달인 사람들과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연결해 줄 수는 없을까. 소위 윈윈(Win-Win)이고,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다. 결국 범준은 이를 실행하는 ‘회사’를 차린다. ‘누구를 죽여 다른 누구를 살리는 장기거래를 할 수 있느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작가는 이렇게 도발하는 듯하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모든 사람의 생명을 정말 똑같이 평등하게 여기고 있는가, 벌레 같은 악인들의 생명도 소중한가…. 의료봉사를 간 범준과 해외 선교에 간 신부 박현석이 만난 15년 전 아프리카 내전 현장은 그런 질문에 대한 작가의 답을 보여준다. 봉사단체 회원들이 순수한 헌신보다는 자신의 커리어를 쌓기 위해 이곳에 오고, 현지 성직자는 그곳의 소녀에게서 은밀히 성욕을 채운다. 선진국과 다국적 기업들도 사람의 목숨보다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인다. 현지인들의 상황은 더 복잡하다. 내전에 유리하거나 불리한 상황에 따라 피해자였다가 가해자로, 혹은 그 반대로 손바닥 뒤집듯 변한다.선과 악의 기준 자체가 모호한 사회, 혹은 힘과 이익 논리에 따라 선과 악이 정해지는 사회에 대한 준열한 통찰이 곳곳에 번뜩인다. 우리가 ‘절대 선’이라고 믿는 것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문제적 작품이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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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토 최남단 마라도 ‘창작 스튜디오’로 자발적 유배 떠난 문인들

    《 한반도에서 멀리 떨어진 검은색 화산섬. 물도, 먹을 것도 귀한 그곳. 조선시대 제주도는 천형의 유배지였다. 하지만 극한의 고립과 외로움 속에서 인간의 정신은 맑아진다. 예술은 척박함 속에서 더 아름답게 피어난다. 추사 김정희도 유배 갔던 제주에서 세한도와 추사체를 완성했다. 제주가 그럴진대 마라도는 어땠을까. 국토 최남단 마라도는 변변한 나무 한 그루 없이 풀밭뿐인 섬이다. 살갗을 찢는 듯한 한여름의 햇빛, 머리를 풀어헤치는 거센 바람, 짙은 연무가 지배하는 곳. 이 마라도로 ‘자발적 유배’를 떠난 문인들이 있다. ‘마라도 창작스튜디오’ 입주 작가들이다. 전국 곳곳에 폭염주의보가 내린 23일, 뜨겁게 달아오른 마라도를 찾아 이들을 ‘면회’했다. 》 마라도 창작스튜디오는 지난해 문을 열었다. 마라도 내 유일한 절인 기원정사의 단층 건물 하나를 빌렸다. 본디 이 공간은 육지에서 온 신도들이 하루 이틀씩 묵었던 곳. 한국작가회의 제주도지부가 국내 최남단에 문학의 숨결을 불어넣기 위해 집필실로 새로 꾸몄고, 타지 문인들에게도 개방했다. 문인들을 위한 창작실은 전국 곳곳에 있다. 강원 원주시 토지문화관, 인제군 만해마을, 서울 연희문학창작촌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육지와 섬은 다르다. 자발적으로 들어왔어도, 바람만 조금 거세도 배가 뜨지 않는 마라도에선 고립감이 더 심하다. 작가들은 왜 외딴섬에 스스로를 결박했을까. 마라도에서 20여 일을 보낸 소설가 정찬은 이렇게 말했다. “최남단의 섬에서 보내는 고립된 유배의 시간에 끌렸다. 작품을 쓰려면 일상적 자아와 단절하는 게 필요하다. 마라도는 이런 단절적 시간을 경험하기에 최적이다.” 지난해 소설가 한창훈, 김도연 등 문인 12명이 이곳을 찾았고, 올해는 6월부터 12월까지 15명이 이곳을 찾는다. 기간은 최대 두 달. 기자가 찾았을 때는 정찬을 비롯해 소설가 이우상 마윤제, 시인 조동례 장이엽이 있었다. 객지 손님을 반가워하는 것을 보니 섬사람들이 다 돼 있는 듯했다. 작가들은 강렬한 자극에 끌린다. 마라도가 보여주는 자연은 충격적이었다고 작가들은 입을 모았다. 잔디와 바다, 하늘은 온통 푸르고 핏빛 노을은 선연했다. 하얀 보름달은 티 없이 맑았다. 지난주 태풍 ‘카눈’이 지나갔을 때는 출입문을 열 수 없을 정도로 바람이 거셌고, 성난 파도는 조그만 섬을 집어삼킬 듯했다. 일기예보를 통해 태풍을 접하는 도시인들과 달리 작가들은 벗겨진 채로 자연의 가공할 힘을 몸소 느꼈다. “마라도의 주인은 비, 안개, 바람이에요. 이들이 허락하지 않으면 누가 들어올 수도, 살 수도 없죠.”(조동례) 지은 지 30년 가까이 된 건물은 남루하다. 어른 두 명이 누우면 가득 찰 듯한 2평 남짓한 방 5개. 방 안에는 습기와 더위를 잠시 잊게 하는 에어컨, 그리고 책상과 작은 서랍장이 전부다. 식사는 창작스튜디오의 기획자이자 소설가인 조중연이 마련하지만 설거지는 입주 작가들이 하루씩 돌아가며 한다. 청소도 작가들 몫이다. 이날 점심 반찬은 된장을 푼 오이냉국, 감자볶음, 멸치볶음, 갈치구이, 호박볶음, 파무침이었다. 모두들 달게 비웠다. 마윤제는 “하도 답답해서 며칠 전 이틀간 서울에 갔다 오는 ‘탈출’을 했다. 하지만 서울 가니 마라도가 그립더라”며 웃었다. 이 말을 들은 정찬이 끼어들었다. “하필이면 설거지 당번 날 도망을 치냐. 결국 내가 했어.” 많게는 하루 4000명이 넘는 관광객이 마라도를 찾는다. 배의 귀항 시각에 마음이 급한 관광객들 대개 30, 40분 들여 마라도를 한 바퀴 돌고, 짜장면 한 그릇을 비운 뒤 떠난다. 정작 문인들 가운데서는 짜장면 사 먹은 사람이 없다. 마라도 속에서도 고립을 택했기 때문이다. 대신 글은 막힘없이 풀렸다. 정찬은 문예지에 넘길 단편소설을 마감 일주일 전에 완성했고, 장이엽은 마라도에서 한 달을 보내며 시 초고 50여 편을 썼다. 기원정사 해월 스님은 “척박한 마라도에 문화공간이 생겨났다”며 섬의 변화를 반겼다. 한반도의 마침표인 마라도에서 그렇게 새로운 문학적 성과들이 시작되고 있었다.마라도=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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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남준 탄생 80주년… 서울 한복판서 다시 태어나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1932∼2006)의 탄생 80주년을 맞아 22일 밤 서울 중구 남대문로5가 서울스퀘어 외벽에 백남준의 대표작들이 상영되고 있다. 영상 속 인물은 백남준의 예술적 동지였던 첼리스트 샬럿 무어먼. 이번 작품 상영은 다음 달 20일까지 계속된다. Canon EOS-1D X, EF 16∼35mm, 1/50초, f3.5, ISO 4000 촬영.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 2012-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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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사덕 “민주 경선은 安 무임승차 준비행사”

    새누리당과 당내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의원 측이 대선행보를 본격화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한 견제에 나섰다. 안 교수는 23일 방영될 SBS TV 예능 토크쇼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를 통해 다시 자신의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어서 ‘안철수 바람’을 미리 차단해야 한다는 경계심도 높아지고 있다. 박근혜 경선캠프의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사진)은 22일 기자들에게 “지금 민주통합당 경선은 ‘안철수 무임승차 준비행사’ 같다. 손학규 상임고문 같은 사람은 ‘우리는 뭐냐’ 이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홍 위원장은 “정당이 저렇게 모욕당하는 것도 처음일 것”이라며 “손 고문이나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가 모욕당하면서 (경선에서) 탈락하면 그 지지자들이 우리한테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 원장이 야권의 대선후보가 되면 일부 야권 지지표가 박 의원 쪽으로 올 것이란 기대를 나타낸 것이다. 안 원장의 책에 대해선 “주요 언론의 사설 칼럼에다 질문 하나 붙여 그대로 만들었더라”고 혹평했다. 이에 대해 손학규 고문 캠프 등 민주당은 “대꾸할 가치도 없다”며 “새누리당과 박근혜 캠프의 구태성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일축했다. 새누리당 조동원 홍보기획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안 원장의 힐링캠프 출연에 대해 “민주당 문재인 의원에 이어 안 원장까지 야권 대선후보 2명이 출연했으니 새누리당도 이미 출연한 박 의원 말고 1명이 더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의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민주당의 손 고문, 김 전 지사는 힐링캠프 출연을 타진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19일 판매를 시작한 ‘안철수의 생각’은 22일까지 교보문고 온·오프라인을 통해 4만 부가량(예약주문량 약 1만 권)이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출간 첫날 교보문고에서 7500부가 팔려 지난해 10월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전기 ‘스티브 잡스’가 갖고 있던 출간 첫날 최고기록(3500부)을 두배 이상 넘어섰다. 일부 서점에서는 재고가 바닥났다. 초판 4만 부를 찍은 김영사는 20, 21일에도 2, 3판 4만 부씩을 찍은 데 이어 22일 다시 4판 4만 부 인쇄에 들어갔다.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 2012-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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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 나온 책]체호프 희곡선外

    ○ 문학 체호프 희곡선(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을유문화사)=주제와 줄거리의 생략 혹은 사소한 일상의 세밀한 부각을 통해 사실주의 희곡의 명작을 이뤄낸 주인공으로 평가되는 체호프. ‘갈매기’ ‘바냐 삼촌’ ‘세 자매’ ‘벚나무 동산’ 등 그의 희곡 네 편을 묶었다. 1만4000원. 죽음의 법칙(줄리오 레오니 지음·문학세계사)=1482년 이탈리아 피렌체의 인쇄소에서 한 인쇄기술자가 처참하게 살해당한다. 유력한 용의자도 시체로 발견되는데…. ‘단테 시리즈’로 명성을 얻은 저자의 2009년 작. 1만6000원. ○ 인문 경제민주화를 말하다(노암 촘스키, 조지프 스티글리츠 외 지음·위너스북)=해외의 석학을 비롯한 각계 전문가들이 경제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소할 방법을 제시한 글을 묶었다. 1만5000원. 나의 이슬람문화 체험기(최영길 지음·한길사)=이슬람 사람들은 왜 턱수염을 기를까? 이슬람 금융에서는 왜 이자를 받지 않을까? 40년 가까이 이슬람을 경험해온 저자가 들려주는 이슬람 문화 이야기. 1만7000원. ○ 학술 21세기에 다시 보는 해방후사(이정식 지음·경희대출판문화원)=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명예교수인 저자가 지난해 11월 경희대에서 강연한 내용을 정리한 책. “한반도 분단의 원인은 만주에서 일어난 중국 내전”이라며 남북 분단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다. 1만3000원. 덕윤리의 현대적 의의(황경식 지음·아카넷)=동서양의 전통윤리를 관통하는 덕(德)윤리의 현대적 의의에 천착해온 저자가 관련 논문을 묶은 연구 성과를 내놓았다. 부제는 ‘의무윤리와 결과윤리가 상보하는 제3윤리의 모색’. 3만 원.○ 실용·기타 일본·현대·미술(사와라기 노이 지음·두성북스)=미술평론가가 일본의 전후미술을 포괄적으로 논한 책. 일본미술사의 지형도를 파악하는 데 유용하다. 3만5000원. 다름을 배우다(장전강 엮음·재승출판)=스티브 잡스, 워런 버핏,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남긴 말을 각각 혁신, 처세, 투자, 성공이라는 키워드로 정리했다. 1만1800원. 2012년 대한민국 모바일, 위기와 기회의 징후들(문재승 이석진 지음·커뮤니케이션북스)=모바일 분야 전문가인 저자들은 모바일 시장의 과열이 거품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위기 극복을 위한 돌파구를 제안한다. 1만7000원. 스승은 있다(우치다 타츠루 지음·민들레)=지금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사람은 성공의 정상에 있는 ‘멘토’가 아니라 주위에서 찾을 수 있는 ‘스승’이라면서 ‘배움의 주체성’을 강조한다. 9000원.}

    • 2012-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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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용기타]이 시장골목은 안다, 107년 서민들의 애환

    서울 광장시장 상인들과 여자농구 국가대표팀은 가족 같은 사이였다. 그 인연은 이렇다. 1960년대 말 광장시장을 운영하는 광장주식회사의 김철환 전무는 대한농구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었다. 김 부회장이 여자농구 대표팀 전원을 광장시장의 음식점에 초대해 회식을 했는데 시장번영회 회장 부회장 총무 등 시장 상인들도 자리에 함께했다. 첫 만남은 어색했다. 상인들의 눈에 당시 성인 남성의 평균 키를 훌쩍 넘는 선수들은 낯설었다. 대표팀의 박신자와 주희봉의 키는 175cm, 신항대는 174cm였다. “어떻게 여자가 허벅지, 장딴지를 훤히 내놓고 뛰어다니느냐”면서 혀를 끌끌 차는 상인도 있었다. 하지만 고기가 익고 술이 돌면서 상인과 선수들은 마음을 열었고, 상인들은 대표팀의 후원을 자처했다. 양품점들은 양장을 맞춰 줬고, 한복집들은 한복을 지어 줬다. 식품점들은 영양식을 챙겨 줬다. 대부분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농구공을 잡은 선수들이 딸처럼 보인다고 했다. 대표팀이 1967년 체코 세계여자농구 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따자 상인들도 함께 울었다. 시장은 이야기의 보고(寶庫)다. 1905년 광장주식회사가 창립되면서 첫발을 뗀 종로구 예지동 광장시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설 상설시장으로 역사가 100년이 넘는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 상인들의 상권 침범을 지켜 낸 ‘민족 시장’이었고, 광복과 6·25전쟁으로 이어진 혼란기에는 서민의 삶을 지탱해 준 일터이자 밥줄이었다. 1300개가 넘는 크고 작은 점포에서 나날이 벌어지는 일상에는 서민의 삶과 애환이 담겨 있다. 장편소설 ‘군대 이야기’ ‘똥개 행진곡’ 등을 쓴 저자는 이 거대한 이야기의 창고를 때론 논픽션으로, 때론 픽션을 가미해 생생하게 복원한다. 다큐멘터리나 에세이, 아니면 소설로도 읽히는데 아무러면 어떤가. 시장을 중심으로 한국의 현대사가, 필부필부(匹夫匹婦)의 삶이 감칠맛 나게 펼쳐진다. 저잣거리에서 건져 낸 보물과도 같은 이야기들이다. 시대의 획을 그었던 인물들도 시장에서 숨쉬고 살았다. 정치깡패 이정재는 동향(경기 이천) 선배인 곽영주 대통령 경호실장의 비호를 받으며 광장시장의 이권을 거머쥐었다. 상인을 등쳐먹는 악한이었지만 의견 충돌이 심했던 시장 여론을 뚫고 1959년 3층 콘크리트 건물을 세워 시장 현대화에 공헌했다. 전태일 열사가 평화시장 ‘시다’로 일하기 전 원단을 가득 실은 리어카를 밀어 주고 30원을 받아 하루하루를 연명했던 터전도 광장시장이다. 이뿐인가. 상인들에게 식사 배달을 하다가 늦깎이 대학생이 된 여성, 새벽 5시만 되면 문을 여는 수의점 주인 형제, 폐백 음식을 40년 넘게 만들어 온 이북 출신의 할머니 등이 모두 책의 주인공이다. 책장을 덮으면 광장시장에 가고 싶다. 그곳에서 먹는 빈대떡에 막걸리 맛이 예전과 다를 것 같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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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작문학상에 이수명 시인

    이수명 시인(47·사진)이 제12회 노작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대부분의 그는’을 포함해 5편. 시상식은 10월 27일 경기 화성시 석우동 노작홍사용문학관에서 열린다.}

    • 2012-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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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마흔, 부모와 작별할 준비를 하는 나이

    에세이는 자유로운 ‘글맛’을 느낄 수 있어 매력적이다. 김연수의 이번 산문집을 읽다 보면 그가 천생 글쟁이란 느낌이 든다. 맛깔스러운 글도 글이지만, 그의 엉뚱함 때문이다. 남들이 쉽게 지나치는 일상 속에서 의미를 끄집어내는 작가의 비범함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그가 커피숍에서 한 단상의 초입은 이렇다. ‘내가 사는 동네(경기 고양시 일산동구)를 중심으로 오랫동안 관찰한 바에 따르면, 2011년 뜨거운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 3500원을 중심으로 손님들의 연령대가 나눠진다….’ 그의 생각을 압축하자면, 3500원이 넘으면 40대 이상 남성들이 비싸다고 생각해 찾지 않는 반면 젊은 여성들이 자리를 메운다는 것. 은연중에 커피숍들은 높은 커피 값 외에도 가게 전체를 금연석으로 정하거나 클래식 음악을 틀어 중년 아저씨의 출입을 막고, ‘물 관리’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발견에 키득대던 김연수는 문득 자신도 마흔이 넘은 사실을 깨닫는다. 그래서 ‘나이 차별’은 없어져야 한다고 분연히 주창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는 할아버지, 리스본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시던 백발 할머니까지 끌어들인 그는 “오래 산 사람과 덜 산 사람이 서로 뒤엉켜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외친다. 일곱 권의 장편소설과 네 권의 소설집을 내며 문단에서 성실한 작가 대열의 선두에 섰던 김연수. 이번 책에선 특히 마흔과 나이 듦에 관한 여러 단상이 눈에 띈다. 2009년 마흔 살을 맞은 김연수는 ‘마흔’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마흔 살이 된다는 건 우리의 부모 세대가 돌아가시는 연배로 접어들었다는 뜻이다. 평생 철들지 않고 애처럼 살 것 같았는데 이제 우리 또래는 하나둘 고아들이 되어 갈 것이다. 어떤 고아들도 철부지로 살지는 못한다.’ 성장기 추억, 가벼운 여행담이나 문단 얘기가 대부분이지만 진지한 고민도 적지 않다. ‘장난꾸러기 작가’가 묵직해지는 모습이 살짝 아쉬울 수도 있겠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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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0자로 보는 어린이 책]꼬리 두 개 달린 인어이야기 外

    ■ 꼬리 두 개 달린 인어이야기(캘리 조지 글·애비게일 핼핀 그림·노란우산)=두 개의 꼬리를 가진 인어 모드와 개구리 손을 가진 토니. 남들과 다른 외모 때문에 이들은 경멸과 눈요깃거리로 전락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는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뿐이니까. 1만1800원. ■ 병수 옆에 다오, 다오 옆에 나(최은영 글·곽성화 그림·뜨인돌어린이)=왕따를 당했던 미국 생활을 떠올리며 캄보디아 아이 다오를 싫어하는 정오, 우연히 주운 물건을 돌려줄까 말까 고민하는 지영 등 아이 5명의 눈으로 그려 낸 동화 5편을 한 권에 담았다. 9500원. ■ 피리 부는 거북이 자부치(제럴드 맥더멋 글·그림·열린어린이)=아마존 밀림에 사는 거북이 자부치 이야기. 초록색 잎, 노란 재규어, 빨간 도마뱀 등 형형색색의 동물이 생명력을 뽐낸다. 9800원.■ 나무 친구 이야기(강경선 글·그림·길벗어린이)=작가가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나무를 떠올리며 만든 그림책. 나무에 대한 즐거운 추억과 나무를 잃은 후의 슬픔을 그렸다. 1만1000원.}

    • 2012-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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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지하 시인 “박근혜, 남녀 이원집정부제 하면 집권 가능성”

    “박근혜가 혼자 (대선에) 나와서는 안 된다. 안철수나 정운찬과 함께 정치 경제적인 관계에서 보합하면서 남녀 이원집정부제를 추구할 때는 집권할 가능성이 있다.”김지하 시인(71·사진)이 산문집 ‘남조선 뱃노래’(자음과모음)의 출간을 맞아 18일 서울 종로구 관훈동에서 가진 기자간담회 중 대선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이같이 소신을 밝혔다.김 시인은 “내가 (박근혜를) 칭찬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여자가 집권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제한 뒤 “세계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소비가 생산보다 훨씬 중요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생산자, 생산 시스템, 기업 중심으로 경제가 흘러간다는 것이다. 남성보다 우월한 여성의 소비 판단력이 생산 시스템에 반영되어갈 때 더 큰 창조력, 힘을 발휘하고 세계 경제가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시인은 “이원집정부제는 소위 자본주의 위기 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박근혜가) 안철수, 그리고 초과이익공유제를 얘기하는 정운찬과 만난다면 자본주의, 공산주의보다 더 큰 신식의 (정치) 현대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조선 뱃노래’는 김 시인이 1985년 냈으나 이후 절판된 산문집 ‘남녘땅 뱃노래’를 재출간한 것으로 옥중에서 쓴 양심선언과 법정 최후진술, 산문과 강연문 등을 수록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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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 번째 소설집 ‘비행운’ 펴낸 김애란 씨… 사회적 약자, 슬프게만 보지 않고 그들의 건강함-활기에 주목

    올해 등단 10년을 맞는 김애란(32)은 지난해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처음으로 펴낸 장편 ‘두근두근 내 인생’이 23만 부 넘게 판매되며 뜨거운 인기를 얻은 것. 문단의 ‘기대주’에서 ‘대세주’로 바뀌는 변화점이기도 했다. 그가 소설집 ‘비행운’(문학과지성사)을 펴냈다. ‘문학동네’ 겨울호부터 두 번째 장편 연재도 시작한다. “단편은 썼던 것을 묶은 것이라 덤덤하지만 새로 시작하는 장편 생각만 하면 자다가도 가끔은 이민가고 싶다”며 그는 웃었다. ‘작가생활 2막’을 여는 김애란을 17일 서울 광화문 근처에서 만났다. ―소설집 ‘비행운’에는 단편 ‘물속 골리앗’ 등 8편이 들어있다. 표제작은 없는데…. “단편 제목 중에서 책 제목으로 잡고 싶은 게 딱히 없어서 새로 만들었다. 이번 소설집에는 어딘가로 이동 중이거나 여전히 도착하지 못한 인물이 많고 외국, 공항이 배경인 작품들도 나와서 어울리겠다 싶었다. 구름이 떠가는 ‘비행운(飛行雲)’이거나 타고난 행운을 얻지 못했다는 ‘비행운(非幸運)’의 뜻이다.” ―세 번째 소설집이다. 이전 소설집과의 차이점은…. “내 작품의 인물은, 타고난 행운은 없는 사람이다. 예전 단편들과 분위기가 비슷하기는 하지만 범위가 넓어진 것 같다. 앞서 자취방과 고시원, 편의점을 왔다 갔다 했던 20대 얘기를 그렸다면 지금은 연령층도 다양해졌고 공간도 넓어졌다. 사회로 한 발짝 더 나아가지 않았나 싶다.” ―소외되거나 상처받은 사람의 슬픔을 그리지만 코믹한 요소도 적지 않다. “사회적 약자들을 지레 판단해 울적하거나 연민의 시선으로 보기 쉬운데, 그들이 갖고 있는 건강함과 활기, 유머감각이 실제로 많다. 작정하고 그들을 슬프게만 바라보는 것도 무례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첫 장편 ‘두근두근 내 인생’이 크게 화제가 됐다. 부담은 없나. “이젠 가끔 길을 가다가 제 얼굴을 알아보는 사람도 있다. 호호. 독자 반응도 많고, 주위에서 힘도 많이 준다. 하지만 흔들리거나 중심을 잃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한다. 힘은 힘대로 받되 정신은 바짝 차리자고 생각한다.” ―장편의 매력은 무엇인가. “단편은 한 계절에 집중해서 쓰는 경우가 많고 순간이나 찰나에 대해서 쓰는 경우가 많다. 장편은 하나의 세계, 큰 시간을 저와 독자가 같이 통과하는 기분이 든다. 다음 장편에 대한 호기심이나 흥미가 더 붙었다.” ―문학동네에 연재할 두 번째 장편의 내용은…. “구체적인 그림은 아직 갖고 있지 못하다. 겨울호부터니까 10월 20일까지 첫 회를 마감해야 한다. 부담이 되지만 긴 글을 쓸 때는 (마감에 대한) 압박이 없으면 혼자 쓰기 어렵다. ‘마감의 힘’을 믿는다.” 작가는 지난해 10월 여섯 살 연상의 극작가 고재귀 씨와 결혼했다. 신혼집은 서울 응암동에 마련했다. “결혼하고 나서 살림을 많이 하는데 아직 요령이 없어서 시간이 좀 걸린다”며 그는 웃었다. 20대 때 그는 주로 동년배들의 아픔을 그렸다. 상당 부분은 그의 체험에서 나왔다. 마흔이 되면 어떤 소설을 쓸까. “어떤 이야기가 될지 모르겠지만 마흔에 쓸 소설들에서도 20대 때 썼던 인물들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어쩌면 ‘그들이 마흔이 된’ 얘기를 쓰지 않겠나. 내 창작 기간을 아주 길게 보면 어쩔 수 없는 기복과 리듬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싶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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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빠가 돌아왔다! ‘문학한류 원조’ 소설가 김영하, 1년 9개월간의 미국생활 끝내고 귀국

    《 “도대체 왜 우리가 한국 문학을 읽어야 합니까.” 2006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독일 기자가 소설가 김영하(44)에게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김영하는 이렇게 답했다. “우린 여러분이 앞으로 겪게 될 많은 문제를 미리 경험하고 있습니다. 한국 문학은 첨단의 미디어와 경쟁하고 있어요. 지하철에서 책을 거의 안 보고 자국 영화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나드는 상황에서 한국 작가들은 필사적으로 생존하려고 애씁니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남는지 유심히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 ‘문학 한류’의 가능성에 김영하는 일찍부터 주목했다. 등단 4년차인 1998년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1996년)가 프랑스에서 출간된 이후 그의 작품들은 미국 독일 네덜란드 터키 등 10여 개국에서 번역됐다. 1년 9개월간의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 연구원 생활을 마치고 최근 ‘돌아온 오빠’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만났다. 미국 이탈리아 캐나다를 오가면서 ‘주거 부정’의 생활을 한 지 4년 만에 귀국하는 것이라고 했다.―뉴욕에선 어떻게 지냈나요. “낮엔 글 쓰고 밤에는 책 읽고…. 공원에 가서 자주 누워있었어요. 센트럴파크에 좋아하는 잔디밭이 있어요. 처음엔 몸만 갔는데 나중에는 깔개도 가져가고, 읽을 책도 가져가고, 얇은 담요도 가져가고, 비가 올지 모르니 우산도 가져가고, 나중엔 이것저것 담은 카트까지 끌고 갔죠. 지나가는 노숙인들이 동료 보듯 나를 쳐다보는 걸 알고 필요한 걸 모두 들고 다니는 사람, 이게 노숙인이구나 싶었습니다. 그 다음부터 간소하게 하고 다녔어요.”―일찍부터 해외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1995년 등단했고 1998년 ‘나는 나를 파괴할…’이 프랑스에서 나왔어요. 그게 작가의 일상사인 줄 알았죠. 예술가가 초기에 어떤 경험을 하느냐가 그의 행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다른 나라 독자들에게 읽히는 작가가 될 수도 있겠구나’라고 비교적 젊은 나이에 생각을 하게 됐죠.”―일제강점기에 멕시코로 팔려간 사람들(애니깽)의 이야기를 다룬 역사소설 ‘검은 꽃’(2003년)이 10월 미국 휴턴미플린하코트에서 출간됩니다. ‘나는 나를 파괴할…’과 ‘빛의 제국’(2006년)에 이어 세 번째로 이 출판사에서 소설이 나오는데…. “담당 편집자로 제나 존슨이란 분이 있습니다. 지금은 임프린트의 책임자 자리에까지 올랐지만 2006년 저와 일을 시작할 때만해도 신참이었죠. 이 사람에게 ‘나는 나를 파괴할…’의 영어 원고가 갔는데 맘에 들어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 사람이 우연히 그 책의 프랑스어본을 읽고 나서 계약을 결심했다고 하더군요. 그 양반이 프랑스어를 못했으면 책을 못 낼 뻔했어요.”―‘검은 꽃’의 영어 번역은 누가 했나요. “찰스 라 슈어 한국외국어대 통번역학과 교수가 해주셨어요. 미국 독자들은 이해 못할 부분들은 뺐죠. ‘검은 꽃’이 처음엔 한국 소설이었는데 독일어 영어 등으로 번역돼 한 문장 더하고 빼고 해가면서 의미가 확장됩니다. 이 과정을 보면서 ‘편집자나 번역자도 저자’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집단적인 지성이 더해지면서 그 나라 그 언어의 문화유산이 되는 거죠.”―‘문학 한류’라는 말에 대해서는…. “세계 문학은 불평등한 세계죠. 정신적 교류의 장에서 기존에 문학 시민권을 가진 여러 언어가 있는데, 한국어와 한국문학이 이제 시민권을 부여받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앞으로의 계획은…. “캠핑장비와 중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하나 사서 전국 곳곳을 누빌까 생각 중이에요. 산에도 가고 그곳에 사는 분들도 뵙고. 저는 PC통신을 일찍 시작했어요. 도시와 밤, 네트워크, 이런 세계가 넓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좁은 세계 속에 살아온 것 같습니다. 뉴욕 생활이나 캠핑이나, 모두 미래를 위해 씨를 뿌리는 것이죠. 당장이 아니라 10년, 15년 후에 발효돼서 (작품으로) 나타날 거예요.”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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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출판계 돌풍 SF소설 ‘제노사이드’ 작가 다카노 가즈아키 씨

    최근 일본 출판 시장에서 반응이 가장 ‘핫’한 소설 가운데 하나가 ‘제노사이드’다. 지난해 4월 출간된 이 공상과학(SF) 소설은 장대한 스케일과 숨 막히는 전개로 호평을 받으며 20만 부 이상이 팔렸다. 이 책은 일본 서점 대상 2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일본 추리작가협회상, 야마다 후타로상을 받았고 145회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다. 지난달 민음사를 통해 국내에도 번역 출간됐다. 소설의 발상은 독특하다. 아프리카 콩고의 피그미족에서 놀라운 지적 능력을 가진 다음 세대 인류인 ‘초인류’가 탄생했다는 것. 미국은 이 초인류를 자국의 안전에 잠재적인 위험요소로 판단하고 제거하려는 작전을 세운다. 초인류 또한 최첨단 정보통신과 해킹 기술로 미국에 대항한다는 줄거리의 스펙터클한 소설이다. 작품은 일관되게 강대국, 다국적 거대기업의 약소국 착취를 비판하고 있다. 특히 초인류를 돕는 정의로운 인물로 일본의 한국인 유학생 ‘이정훈’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그는 목숨을 걸고 주인공 고가 겐토를 도와 희귀병 치료제를 공동 연구하는 ‘천재’이자 의로운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5일 일본 도쿄에서 만난 ‘제노사이드’의 작가 다카노 가즈아키 씨(48)는 “소설 속 ‘이정훈’의 실제 모델은 고 이수현 씨”라고 말했다. 이수현 씨는 2001년 일본 도쿄의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 취객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의인(義人)이다. ―왜 고 이수현 씨를 모델로 택했나. “이수현 씨 사건은 일본에서 크게 보도됐다. 제일 먼저 생각난 게 ‘나도 그런 일을 할 수 있을까’였다. 하지만 나는 그처럼 용감한 사람은 되지 못할 것 같았다. 그 대신 내가 실제 되고 싶은 캐릭터를 소설에 넣은 것이다.” ―소설은 전쟁과 대학살을 비판한다. 현 인류의 도덕성에 회의적인가. “사람은 집단을 이뤄 살아가야 하는데 그 집단들의 충돌은 반드시 일어난다. 인간은 국적이 다르다는 것만으로도 서로 싸우고 미워한다. 비록 국적이 다르지만 이수현 씨처럼 남을 도와줄 수 있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소설은 한국인을 호의적으로 그리는 반면 일본이 일으킨, 간토(關東)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 사건이나 난징(南京)대학살 사건을 비판하기도 한다. 일본 독자들의 항의는 없었나. “인터넷에 익명으로 올라온 일부 글들에서는 비판적인 내용이 있었지만 딱 그 정도다. 나에게 직접 항의가 온 것은 없었다. 반면 굉장히 많은 일본인이 나의 생각을 지지해 줬고, 결국 책이 베스트셀러가 됐다.” ―선조의 잘못을 소설에 넣은 이유는…. “소설은 콩고, 르완다, 독일 나치 등에서 일어난 다양한 학살을 다룬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들면서 일본이 한 것을 쓰지 않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봤다.” 1984년부터 영화와 TV드라마 작가로 활동한 다카노 씨는 2001년 ‘13계단’으로 제47회 에도가와 란포 상을 수상하며 소설가의 길로 들어섰다. ‘13계단’은 일본에서 100만 부, 한국에서 10만 부를 돌파한 베스트셀러다. ―소설로 전업한 계기는 무언가. “영화와 드라마 작가로 일할 때는 감독과 배우들이 본인들의 의견을 얘기하며 각본을 바꾸려고 했다. 그게 스트레스가 됐고, 나만의 작품을 쓰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또 솔직히 일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소설 쪽이 좀 더 돈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하하.” ―‘제노사이드’는 영화화되나. “일본 영화계뿐 아니라 할리우드 쪽에서 관심을 표했다. 단 조건을 달았다. 내가 각본을 쓰고, 메가폰을 잡는 것이다. 영화화된다면 큰 스케일로 그리고 싶다.”도쿄=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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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외딴섬 학교 해가 지면 비명소리가…

    불황이라는 출판계에서 청소년 문학은 사정이 나은 편에 속한다. 학교나 도서관들이 대량 구매를 하고, 자기 책은 안 사도 자식 책은 사주는 게 부모들이다. 이런저런 청소년 대상 책들이 쏟아지는 이유다. 그러나 학원폭력 집단따돌림 등 사회적 이슈에 편승한, 비슷비슷해 보이는 작품도 많다.‘위저드 베이커리’로 25만 부를 돌파한 구병모는 청소년 문학계에서도 색다른 작가로 평가받는다. ‘위저드…’는 마법사가 소원을 들어주는 빵을 파는 빵집을 중심으로, 판타지와 가정폭력의 이색적인 결합을 시도한 소설. 그가 이번에 펴낸 소설 또한 범상치 않다. 외딴섬에서 세뇌당하며 살아가는 아이들 얘기로, 비현실적 상황에서 현실 속 청소년 문제를 풀어내는 작가의 재주가 잘 살아 있다.청소년 교양 프로그램을 만드는 프리랜서 PD ‘마’는 개교 이래 16년 동안 외부에 노출된 적이 없는 낙인도의 로젠탈 스쿨에 촬영을 가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학교가 수상하다. 교장은 촬영 인원을 ‘마’와 촬영감독 ‘곽’ 단 두 명으로 제한했을뿐더러 도착하자마자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인터넷과 유선전화도 지정된 장소에 설치된 것만 사용하게 한다. 촬영 장소에도 제한이 있고, 인터뷰 대상자도 학교가 정해준 학생만 가능하다.‘마’는 교장과 교사들 눈을 피해 학교가 숨겨둔 비밀을 하나둘씩 캐낸다. 이곳 학생들은 가정폭력과 빈곤 등으로 빚어진 결손 가정의 아이들인데, 그들은 독방을 쓰며 사적인 대화는 금지된다. 특별활동으로 진행하는 직업 체험은 학생들의 노동력을 착취한다. 무상교육처럼 보이지만 졸업 후에는 숙식비 등을 갚아야 해 졸업생들은 대개 학교에 수천만 원의 ‘빚’을 지고 있다.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이 학교는 성폭력과 감금, 살인도 일어나는 광기의 학교였다. 소설은 학교의 숨겨진 비밀을 캐려는 ‘마’와 이것을 감추려는 교장과 교사들의 심리전이 팽팽히 펼쳐지는 추리물 형식을 띤다. 정체가 들통 난 학교 측이 ‘마’와 반기를 든 학생들을 잔혹하게 공격하는 후반에는 불안과 긴장감이 극도로 높아진다. 서스펜스가 가미된 한 편의 잘 짜인 잔혹극을 보는 듯하다.작가의 의도는 로젠탈 스쿨의 교육 방식에 숨어 있다. 학생들을 위한다며 엄격한 규율과 획일적인 교육방식을 고집하는데 이것이 결국 학생들의 자유와 창의력을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모습이 드러난다. 타인의 기대와 관심으로 인해 능률이 오르거나 좋은 결과를 이끄는 ‘피그말리온 효과’(로젠탈 효과)가 변질될 경우 성인의 가치관에 아이를 강압적으로 끼워 맞추려는 ‘교육 폭력’으로 이어진다는 경고다.이 같은 로젠탈 스쿨의 설정은 처음엔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그 잔혹한 학교에서 우리 교육 현실의 단면들이 문득 드러난다. 어느 날 불쑥 신문 사회면에 등장할 것처럼, 로젠탈 스쿨은 우리의 교육 현실 속에 잠재해 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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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린을 적신 ‘은교’ 이번엔 무대에 오른다

    “내 마음속 영원한 젊은 신부 은교…. 생의 마지막에 너를 통해 만나 경험한 본능의 해방이야말로, 나의 유일한 인생, 나의 싱싱한 행복이었다.”“할아버지 저는요, 바보같이 아무것도 몰랐어요. 할…아부지가 나를요, 이렇게… 갖고… 싶어하는지도 몰랐다구요.”죽음을 앞둔 이적요가 자신의 마지막 사랑인 은교에게 힘겨운 독백을 한다. 은교는 할아버지의 숨겨둔 마음을 뒤늦게 알고 자책하며 흐느낀다. 대본을 읽는 배우들의 목소리는 회한에 젖었고 구슬펐다. 일흔 노인과 열일곱 소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얘기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저녁 서울 대학로의 한 지하 연습실에서 살아나고 있었다. 소설로 30만 부, 영화로 100만 관객을 돌파한 박범신 작가의 ‘은교’가 무대에 오른다. 12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예장동 문학의집서울에서 열리는 문학나눔콘서트 ‘시간 혹은 홀림’에서다. 1시간 분량의 영상 낭독극으로 꾸며지는 ‘공연 은교’는 연극배우들의 낭송과 영상이 어우러져 색다른 ‘은교’를 만날 수 있다. 작가도 참석해 마지막 부분을 직접 낭독한다. 막바지 연습이 한창인 3일 연습실을 찾았다.소설 은교는 원로 시인 이적요가 열일곱 여고생 은교를 만나면서 잊고 지냈던, 포기했던 열정과 욕망을 되찾게 되고, 이적요의 제자 서지우가 이들 사이에 끼어들면서 서로 파멸로 치닫는 이야기다. 영화에서는 박해일(35)이 이적요를, 신인 김고은(21)이 은교 역을 맡아 캐스팅부터 화제가 됐다. 공연에는 대학로의 베테랑 배우 남명렬(53)이 이적요로 나오고, 올해 경인여대 방송연예과를 졸업한 신인 배우 정다운(21)이 은교로 출연한다. 영화에서는 박해일의 노인 연기가 어색하다는 평도 나왔지만 연륜이 깊은 남명렬은 제 옷을 입은 듯 이적요를 살려냈다.“2년 전 소설을 읽을 때 이적요의 마음이 제게 막 다가오는 것 같았어요. 소설에선 60, 70대 남성을 그리고 있지만 남자들은 50대만 되면 나이 듦을 느껴요. 내면의 열정은 여전하지만 예전과 달리 표현에 조심스럽고, 결국 스스로 욕망을 포기하죠. 하지만 은교는 이적요의 욕망을 다시 살려냈죠.”(남명렬)은교는 이적요와 서지우의 욕망이 출발하는 시발점이다. 천진하고 순수한 은교는 작품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다. 은교 역의 정다운은 교복이 잘 어울리는 앳된 신인으로 특히 목소리가 청아했다. 그는 “길 가다가 할아버지만 보면 ‘저분들도 다 욕망이 있으시겠지’라며 혼자 생각하는 버릇이 들었어요. 호호.”영화에서 단선적으로 그려졌던 서지우(김무열)의 내밀한 고민과 갈등은 홍서준이 연기하는 공연에서는 원작과 가깝게 치밀하게 펼쳐진다. 원작에서처럼 홍서준도 짙은 쌍꺼풀이 인상적인 배우다. 서지우의 지시를 받고 은교에게 집적대지 말라며 이적요에게 모욕감을 안겨주는 ‘노랑머리’는 이승우가 연기한다. 연출자 성경선은 “은교는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의 욕구, 욕망에 관한 얘기다. 한 여자가 출발점이 되어 두 남자의 욕망이 부딪히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전달하려 한다”고 설명했다.잠깐의 휴식 시간. 밖에 나갔다온 남명렬이 작은 잎사귀 하나를 들고 와 한번 씹어보라고 정다운에게 건넸다. 조심스레 받아든 정다운이 한입 물고는 “아이∼써”라며 얼굴을 찌푸렸고, 남명렬은 웃었다. “그 쓰디쓴 맛 때문에 첫사랑의 맛이라 불리는 라일락 잎이지.” 은교의 숨겨진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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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달에 만나는 詩]삶이 저 멀리서 손짓한다… 어제도 오늘도 헛걸음이다

    《 단단하고 육중한 암석도 언젠가는 제 뼈를 드러낸다. 점차 허물어져 잔돌이 돼 굴러다니다, 먼지처럼 작아지면 두둥실 바람에 실려 날아간다. 죽음은 깃털처럼 가벼운 것. 바위도 인간도 바로 내가 사랑하는 당신도…. 모든 것의 소멸은 참 닮았다. 어긋남이 없다. 》 ‘이달에 만나는 시’ 7월 추천작으로 김윤배 시인(68)의 ‘일몰’을 선정했다. 5월 말 나온 시집 ‘바람의 등을 보았다’(창비)에 수록됐다. 시인 이건청 장석주 김요일 이원 손택수가 추천에 참여했다. 김윤배 시인은 2006년 화성시교육청 교육장을 끝으로 오랜 공직 생활을 마감했다. 시 ‘일몰’은 그즈음 헛헛한 마음을 시어로 옮긴 것이다. “나이 탓도 있겠지만 세상이 너무 황망하게 보였어요. 세상이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았고, 우리가 산다는 것이 풍화를 겪어나가는 것은 아닌가 싶었죠.” 짙은 황사 바람이 부는 헐벗은 대지에 낙타 한 마리. 가야 할 길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순한 눈에서 슬픔과 고독을 읽을 수 있다. “모든 인간의 삶이라는 것이 숱한 방황 속에서 희미한 자기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 발걸음은 헛놓이기 일쑤입니다.” 김요일 시인은 이런 추천사를 썼다. “김윤배의 시는 쓸쓸히 낡아가는 사내의 등처럼 삶의 딜레마를 압축해 보여준다. 그에게 시 쓰기란 ‘느리고 지루하게 흐르는 삶의 출구’였을까? 시인의 우울 속에 사나흘 갇히고 싶다.” “김윤배의 시집은 헐거워지거나 느슨해진 삶의 일상들 속으로 들어가 그런 것들의 체적과 실상을 새롭게 발견해 내고 있으며, 삶의 일상을 원래의 긴장으로 되돌리기 위한 노력이 성공적으로 수행되고 있다.” 이건청 시인의 추천사다. 이원 시인은 함기석 시인의 시집 ‘오렌지 기하학’(문학동네)을 추천했다. “심각하고 유희적이고 지독한 언어 발명가 함기석은 기어이 ‘시의 기하학’을 발명하기에 이르렀다. 20년을 꼬박 수학적 개념을 가지고 언어 발명을 해 온 그의 ‘뽈랑공원’에는 ‘비가 야옹 야옹’ 내린다.” 손택수 시인은 안도현 시인의 시집 ‘북항’(문학동네)을 추천하며 “안도현의 시는 공들여 쌓은 문법을 스스로 배신하는 자기 부정과 유희 정신이 만났을 때 어떻게 삶이 새롭게 환기되는지를 실감나게 보여준다. 끝없이 삶으로 귀환하는 유희의 극진함이 스스로 하나의 출렁이는 풍경이 되었다”고 평했다. 장석주 시인은 김경후 시인의 시집 ‘열두 겹의 자정’(문학동네)을 추천했다. “시인의 상상력은 지움과 지웠다는 기억 사이에서 발화하는데, 이때 상상력의 8할은 그믐의 어둠, 열두 겹 자정의 어둠이다. 시집을 덮고 나서도 자꾸 어둠과 핏물 젖은 악몽의 영상들이 떠오른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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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모두가 떠난 오지 마을 詩人을 만나 詩가 됐네

    다가오는 휴가철. 이름난 휴가지는 도심 못지않게 번잡하다. 바가지 상술은 얄밉다. 스트레스를 풀러 왔지만 되레 쌓이기 일쑤. 인구 5000만 명을 넘었다는 한국에서 이제 한적한 곳은 없는 걸까. 박후기 손택수 이문재 김산 고영 등 시인 23명이 전국 곳곳의 오지를 찾았다. 강원도 골짜기 산장, 충북의 수몰지 인근 마을, 뭍에서 통통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전라도의 외딴 섬. 인적이 끊긴, 또는 드문 이런 곳에서 시인들의 시상(詩想)은 풍부해지고 사색은 깊어진다. 강원 홍천군 살둔마을을 찾은 시인 박후기는 이렇게 말한다. “물리적인 거리, 혹은 도달 시간만을 두고 말한다면 더이상 ‘오지’는 없다. 마음에서 잊힌 곳을 찾아간다고 했을 때, 오지라는 말은 비로소 원래의 의미를 되찾게 된다.” 전남 신안군 앞 다도해를 찾은 시인 손택수는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을 보고 이렇게 말한다. “수평선은 하나의 일현금(一絃琴)이다. 분명히 존재하지만 튕길 수 없는 그 한 줄이 무수한 몽상을 가능케 한다.” 강원 정선군 단임골을 찾은 이문재는 13년 전 이곳에서 보낸 아침을 시처럼 표현했다. “전파가 잡히지 않아 라디오조차 들을 수 없던 곳. 그해 6월, 하룻밤 자고 문을 열었을 때, ‘귀가 캄캄했다’. 사방 산에서 들려오는 새소리가 찬란했다. 산간에 들이퍼부어지는 햇살은 새소리와 버무려지면서, 공중에서 은박지가 떨어지는 것 같았다.” 오지에는 빈집이 흔하다. 온기가 사라진 집은 아프게 쓰러져 간다. 충북 보은군 어부동의 한 빈집 앞에서 시인 김상미는 읊조린다. “빈집을 만나면 매운 고추라도 먹은 것처럼 아린 기운과 함께 알 수 없는 슬픈 기운이 몸속으로 퍼져나간다.” 막상 오지에 가면 별 볼 것이 없을 수도 있다. ‘근처에 민박집도 음식점도 거의 없다’는 한 시인의 솔직한 고백처럼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끊임없이 오지를 찾고, 그곳에서 남들이 보지 못한 것들을 본다. 그렇게 사람들의 휴가는, 인생은 조금씩 달라질 것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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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그들이 시켰다… 이렇게 아름다운 당신을 죽이라고

    소설을 통해 전혀 새로운 세계를 접하고 싶다면 배명훈(사진)의 책을 집으라고 말하고 싶다. 그가 전작에서 ‘창조’한 세계들은 이렇다. 647층의 초고층 타워국가 빈스토크(연작소설 ‘타워’), 중국 첩첩산중의 오지에 설치된 몇백 m짜리 크레인(단편 ‘크레인 크레인’), ‘천공의 성 라퓨타’를 연상시키는 가상의 우주 행성 나니예(장편 ‘신의 궤도’)…. 장르적으로 공상과학(SF)소설이지만 틀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흥미진진한 전개에 더해 작가는 인간 탐욕의 해체, 신의 존재에 대한 현대적 해석, 첨단 과학의 폐해 등 인문학적 질문들을 던진다. 이번 소설의 공간적 배경은 전작들에 비하면 현실적이다. 유럽 중부에 있는 체코다. 하지만 고풍스러운 성, 예스러운 길이 아름답게 이어진 관광지가 아니다. 작가는 칼바람이 부는 혹독한 겨울의 체코, 더 정확하게는 짙은 어둠과 회색빛 도시를 그린다. 악마가 불쑥 튀어나와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음습한 도시다. ‘나’는 11년차 킬러. 연방에 소속된 킬러지만 정확히 누구의 지시를 받고, 누구를 왜 죽여야 하는지 모른다. 그저 ‘보이지 않는 손’의 지시를 받고 체스판 위의 말처럼 임무를 수행한다. 연방에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있다. 서열 3위였다가 숙청된 ‘장무권’의 잔당들이 모반을 꾀하고 있다. 이런 거시적인 역학 관계 속에 ‘나’는 연방을 배신하게 된다. 장무권의 딸 ‘김은경’을 구하기 위해서다. 나는 장무권 일당과 느슨한 동맹을 맺고, 특수 정보 분석가인 친구 ‘조은수’의 도움을 받아 연방에 맞선다. 얼핏 전형적인 첩보물처럼 보인다. 하지만 작가는 여기에 과학과 종교를 접목하며 상상력의 점프를 시도한다. 역시 예상치를 벗어난다. 핵심은 특수 콘택트렌즈. 이 렌즈는 송수신기를 겸할 뿐 아니라 날아오는 총알을 볼 정도로 시력을 높여주고 근력을 극대화시킨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렌즈와 시신경이 착용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스스로 교감하면서 내면의 무의식이 사람을 지배하는 상황이 빚어진다. 즉 초인적인 능력은 렌즈를 통해 무의식 속에서 나온 악마, 그 불가해한 존재의 힘인 것이다. ‘악마는 그 감각기관 자체가 아니라 재해석과 관련된 곳 어딘가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영혼이라고 불러도 좋고, 마음이라고 불러도 좋을 그 어딘가.’ 작가의 상상력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악마의 주인이 따로 있고, 그 종속관계가 이미 오래전부터 정해져 있다는 것까지. 무한 상상력과 수많은 복선은 분명 땀의 노력이지만, 따라가다 보면 가벼운 피로감도 든다. 퍼즐 맞추기가 처음에는 즐겁지만 나중에는 머리가 아픈 것처럼. 앞선 ‘신의 궤도’에서 너무 거대한 스케일을 다루느라 촘촘한 짜임새가 아쉬웠던 작가는 이번에는 압축된 공간에서 치열한 심리전을 펼친다. 흡사 난해한 체스 경기를 독자에게 권하는 느낌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201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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