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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계란’ 사태와 관련한 지금까지의 정부 대응을 보면 당국도 식품 위생 관리에 큰 허점이 있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문제의 살충제인 피프로닐에 대한 경고가 지난 수년간 여러 차례 있었지만 정부 차원의 본격적인 조사는 사실상 올해 들어서야 시작됐다. 이 때문에 이 물질에 오염된 계란이 지금까지 얼마나 유통 및 소비됐는지는 정부도 추정이나 파악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늑장 대응이 문제 키웠다 지난해 8월 살충제 계란 문제가 불거지자 정부는 전국 산란계 농장(1456곳)의 4%에 불과한 60곳을 대상으로 피프로닐 잔류물질검사를 시행했다. 검사 결과 피프로닐은 검출되지 않았고 그 후 살충제 계란이 해외에서 문제가 될 때마다 정부는 “국내 계란에서는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된 바 없다”는 해명만 반복했다. 계란의 살충제 성분에 대한 위생검사 역시 별도로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가 이 문제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사이 피프로닐에 대한 논란은 민간에서 더 확산됐다. 올 4월 한국소비자연맹이 개최한 토론회에서 박용호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지난해 산란계 농가 탐문조사에서 61%가 닭 진드기 때문에 농약 등 살충제를 쓴 적이 있다고 답했다”면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결국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달 7일부터 친환경 산란계 농장 780곳 전부와 일반 농장 200곳을 대상으로 잔류물질검사를 하던 중 두 곳에서 기준치를 넘는 문제의 성분들을 발견했다. 정부가 더 빨리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더라면 오염된 계란의 유통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14일 오후 2시쯤 살충제 성분 검출 사실을 확인하고 언론에 이를 알리기까지 10시간이나 걸린 점도 논란거리다. 농식품부는 “진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해명했다.○ 금지 품목이지만 효과 좋아 인기 국내 양계 농가의 안이한 방역 의식도 사태를 키웠다. 문제가 된 피프로닐 성분은 닭에 기생하는 진드기를 없애기 위한 것이다. 닭 진드기는 양계 농가에서 가장 피해가 크면서도 근절이 어려운 기생충으로 알려져 있다. 기온이 25도를 넘고 습도가 높으면 폭발적으로 증식한다. 피프로닐은 개나 고양이에는 사용이 가능하지만 닭이나 계란에는 사용이 금지돼 있다. 반면 농가들 사이에는 사용이 허가된 다른 진드기 관련 살충제보다 피프로닐 성분 살충제가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다. 밀식 사육도 진드기 박멸을 어렵게 하는 이유다. 야생에서 자라는 닭은 진드기가 생겨도 바닥에 몸을 문지르거나 하는 방식으로 대처한다. 반면 대규모 철제 우리에서 사육되는 밀식의 경우 살충제를 뿌리는 방법밖에 없다. 원래 양계농가에서 살충제를 뿌릴 때는 닭을 모두 내보내고 계란과 사료 등도 모두 치운 다음 살포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는다.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교수는 “뿌려진 살충제가 닭 모이에 섞여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닭이 이를 먹으면 핏속에 잔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세종=최혜령 herstory@donga.com·이건혁 기자}

정부가 예비타당성 조사 기준을 완화할 방침을 밝히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예비타당성 조사란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 해당 사업에 투입하는 예산이 가져다줄 편익을 사전에 검증하는 제도다. 정부 안대로 기준을 완화하면 최근 6년간 추진했던 정부 사업 중 30개(사업비 2조2776억 원)가 검증 절차를 밟지 않고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된다. 일각에서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이 각종 민원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미리 걸림돌을 치운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가뜩이나 복지 지출 증가로 세금 씀씀이가 커지는 가운데 나라살림의 부실 여부를 거를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마저 허술해지면 정치권의 선심성 예산 낭비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와 정치권의 짬짜미로 한정된 예산 재원이 별다른 심사 없이 쓰일 경우 결국 피해는 납세자인 국민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 경제성 없는 민원사업 남발 우려 14일 동아일보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개한 2012∼2017년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100건(공공기관 사업 제외)을 전수 분석한 결과 30건의 사업비가 500억∼1000억 원 사이로 나타났다. 정부는 최근 “사업비 500억∼1000억 원인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한해 일괄적으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해 주겠다”고 밝혔다. 정부 발표대로라면 KDI가 실시하는 조사의 30%는 경제성 검증을 받을 필요가 없어지는 셈이다. 경제성이 없어 첫 삽은커녕 사업계획 수립 작업도 할 수 없는 사업이 예산을 받아낼 수 있는 근거가 생긴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예컨대 △호남고속도로 지선(유성∼회덕) 확장공사(사업비·788억 원) △대구(다사)∼경북 고령(다산) 광역도로사업(780억 원) 등은 올해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정부의 수정안에 따라 이들 사업도 다시 추진될 수 있게 된다. 2012년 이후 이 같은 낙제 판정을 받은 500억∼1000억 원 사이의 국책사업은 모두 10건(7140억 원)이나 된다. 문제는 예비타당성 조사에 탈락한 사업 상당수가 정치권의 요구로 추진되는 ‘민원성 사업’이라는 점이다. 최근 6년간 조사가 진행됐던 사업비 500억∼1000억 원 규모 사업 30건 가운데 22건(73.3%)이 도로 신설·확장, 수련원·박물관 건립 등이었다. 특히 △인천 거첨도∼김포 약암리 4차로 도로 신설 △김포 한강시네폴리스 진입도로 건설 등은 이용자가 적어 경제성이 떨어지는 등의 이유로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탈락했지만 해당 지역 정치인들이 오랫동안 요구해온 사업들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500억∼1000억 원인 중간 규모 사업은 정치인들의 예산 배정 압박이 심한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 기준 현실화 vs 정치권에 굴복 정부는 이번 조치가 예비타당성 조사의 현실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기재부는 “예비타당성 조사가 1999년 도입됐지만 20년째 기준이 바뀌지 않았다”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사업에 조사를 면제할 경우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에 조사를 집중해 효율적 예산 씀씀이 계획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치권의 압박에 정부가 굴복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책사업에 대한 심사기준을 완화해 민원 사업을 쉽게 추진할 수 있도록 만들어줬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제성이 낮다는 평가에 따라 좌초됐던 농어촌, 도시 외곽 등 소외지역 사업 중 상당수가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기준 완화를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국회에는 자유한국당 등의 발의로 예비타당성 조사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 3건이 이미 국회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당초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면서 해당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했는데 정권이 바뀌며 찬성 입장으로 바뀐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기재부가 이번 조치에 적극 나섰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연구소 고위 관계자는 “예비타당성 조사 없이 SOC 사업을 추진할 경우 정치권 민원에 예산을 배정할 기재부의 권한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이건혁 기자}

한국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미국 50개 주(州) 중 40곳에서 대(對)한국 수출이 증가했다’는 분석 결과를 미무역대표부(USTR)에 제출했다. 13일 미국 연방 관보사이트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주미 한국대사관을 통해 지난달 31일 한미 FTA에 대한 이런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USTR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4월 29일(현지 시간) 미국이 맺은 무역협정에 문제가 없는지 재검토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린 뒤 미국의 이익단체와 각국 정부로부터 의견을 취합해왔다. 한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도 한미 FTA의 수혜를 입었다는 점을 특히 부각했다. 한미 FTA 체결 이후 5년간 대한국 수출이 연평균 50% 이상 늘어난 주는 14곳이다. 특히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위스콘신 등 러스트 벨트에 속한 지역은 연평균 45% 늘었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는 “미국 50개 주의 한국 수출 증가율은 연평균 19%”라며 ‘러스트 벨트 지역이 특히 수혜를 많이 입었음’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스트 벨트 지지자들을 의식해 한미 FTA 때문에 이 지역의 일자리가 감소했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한국무역협회는 USTR 측에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반박하는 자료를 제출했다. 무역협회는 “삼성, 현대, LG 등 한국 대기업의 미국 시장 투자를 통해 일자리가 늘어났다”며 “2014년 이후로는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 규모가 미국의 한국 투자를 넘어서고 있다”고 밝혔다. 한미 FTA 개정에 대한 우려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나오고 있다. 미 전국양돈협회(NPPC)는 “한미 FTA로 관세가 줄어든 덕분에 미국산 돼지고기가 한국 시장에서 비교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밝혔다. NPPC는 한미 FTA 체결 효과로 2010년 대비 지난해 돼지고기 수출량과 금액 모두 2배 늘었다고 덧붙였다. 세종=이건혁 기자 gun@donga.com}
한국의 국가부채가 1초당 약 139만 원씩 늘어나고, 이런 추세라면 내년 상반기 중 국가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70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새 정부가 ‘문재인 케어’ 등으로 재정 지출 확대에 나서고 있어 부채 증가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3일 국회 예산정책처의 ‘국가채무시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국가채무가 약 665조5372억 원으로 집계됐다. 국가채무시계는 기획재정부의 재정 전망을 토대로 만들어지며, 중앙 및 지방정부가 반드시 갚아야 할 빚을 포함한 것이다. 올해 늘어나는 빚만 약 44조 원에 이르러, 연말이면 총 682조4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 추세대로라면 내년 5월 26일 국가채무가 사상 처음으로 700조 원을 넘어서게 된다. 지난해 기재부가 내놓은 2016∼2020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 말 기준 국가채무는 722조5000억 원에 이른다. 한국의 국가채무는 2011년 420조5000억 원으로 400조 원을 돌파한 데 이어, 평균 2년마다 100조 원씩 늘고 있다. 국민 1인당 빚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2017년 통계청 추계 인구 5145만 명을 기준으로 했을 때 국민 한 사람이 지고 있는 빚은 약 1294만 원(13일 오후 7시 기준)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기준 1241만 원보다 약 53만 원 늘었다. 정부는 지난달 말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며 향후 5년 동안 일자리, 복지, 교육 등에 사용하는 예산 지출 증가율을 경상성장률 예측치(연 4.5∼5%)보다 늘리기로 했다. 지난해 정부가 세운 향후 5년간 나랏돈 지출 증가율은 연평균 3.5%였다. 이에 따라 올해 말이나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등을 포괄한 국가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1500조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종=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 6호기 공사 중단 문제가 왜 공론화 대상인지 이해할 수 없다.” 2013년 10월부터 약 1년 8개월 동안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홍두승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67·사진)는 최근 동아일보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홍 교수는 울산 울주군 신고리 원전 5, 6호기 공사 영구 중단 여부의 결정 주체에 대해 “국가의 몫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국내에서 가장 최근에 진행됐던 공론조사인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를 설계하고 운영했다. 수년간 사회 갈등을 연구해온 사회학계의 원로 학자다. 홍 교수는 신고리 5, 6호기 공사 중단 문제는 이미 정치 이슈가 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신고리 5, 6호기 문제처럼 정치화된 사안은 참여자들이 생각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미 탈(脫)원전이라는 결론을 내린 상황에서 토론을 통한 의견 변화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참여하는 사람들이 특정 문제에 대한 선입견을 갖기 전 백지 상태에서 시작해야 공론조사가 효과를 볼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 교수는 “공론조사는 사용후핵연료 처리처럼 정부가 정책 대안을 마련한 적이 없는 ‘가보지 않은 길’을 갈 때 유용한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국책사업에 대한 신뢰가 낮아질 부분도 걱정했다. 홍 교수는 “여야 추천 인사로 구성된 원자력안전위원회, 정부가 운영하는 에너지위원회가 수년간 논의해 신고리 5, 6호기 건설을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가 얼마나 고생할지 눈에 선하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활동이 종료될 때까지 정치권과 친(親)원전 단체, 환경단체 등으로부터 시달리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결정은 공론화위가 아닌 국가가 내려야 한다”며 “여론에 기대지 말고 정부가 책임지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세종=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서울 성동구에 있는 ‘파크에비뉴 엔터식스 한양대점’. 주상복합 건물 지하 2층부터 지상 3층까지 패션상점, 레스토랑이 한곳에 모여 있는 복합쇼핑몰이다. 이 쇼핑몰의 영업면적은 현행법상 대규모 점포인 3000m²(약 910평)를 훌쩍 넘는 2만830m²(약 6310평) 규모다. 최근 정치권이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초대규모 점포(1만 m² 이상) 기준에 부합한다. 엔터식스 측은 “주상복합 건물에 들어가서 복합쇼핑몰로 등록했을 뿐 대기업 쇼핑몰에 비하면 아주 작은 규모다. 정부는 대기업만 규제하겠다고 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중소·중견업체들까지 노심초사 정부는 동반성장과 골목상권 보호를 목적으로 내년 1월부터 ‘복합쇼핑몰 월 2회 영업제한’을 추진 중이다. 6일 동아일보가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전수조사한 결과 각 지자체에 등록된 복합쇼핑몰은 총 32곳이었다. 이 중 정부가 ‘타깃’으로 삼은 롯데, 신세계, 현대 등 대기업이 만든 쇼핑몰은 14곳으로 절반도 안 된다. 나머지 18곳은 파크에비뉴 엔터식스를 포함해 서울 관악구 포도몰, 부산 사하구 아트몰링, 전북 전주시 노벨리나 등 규모가 훨씬 작은 쇼핑몰들이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검토 중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아직 최종 규제대상이 확정되지 않았다. 30여 개 점포 중 몇몇은 검토과정에서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중소·중견 복합쇼핑몰 운영업체들은 ‘설마’ 하면서도 ‘혹시’ 규제대상에 포함될까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지자체들은 정부의 규제 강화 요구가 거세 모든 복합쇼핑몰에 대해 일괄적으로 영업제한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지자체 관계자는 “전통시장이 없던 두 지역에 복합쇼핑몰이 들어선 뒤 오히려 상권이 형성됐다. 그래도 정부가 규제하겠다는데 지자체가 예외로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정부가 제대로 된 실태조사조차 하지 않은 채 법 개정부터 언급하고 나서면서 시장 혼란만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현행법상 대규모 점포는 6가지다. 개설 시 대형마트, 백화점, 쇼핑센터, 복합쇼핑몰, 전문점, 기타 중 한 가지로 지자체에 등록해야 한다. 2012년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가 시행됐을 때 대형마트로 등록된 점포가 우선규제대상이 됐다. 이마트 용산점 등 쇼핑몰에 입점한 대형마트는 ‘쇼핑센터’로 등록돼 규제를 피했다. 형평성 논란이 일자 2014년 서울시가 추가로 조례를 만들어 의무휴업대상에 포함시켰다. 문제는 복합쇼핑몰, 쇼핑센터, 전문점은 서로 융합되는 추세라 구분이 더 어렵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복합쇼핑몰이 조금 더 첨단의 이미지가 있다며 한때 많은 중견 쇼핑몰이 복합쇼핑몰로 등록했다”고 했다. 경기 파주시에 있는 롯데와 신세계 아웃렛도 운명이 갈린다. 롯데는 복합쇼핑몰로, 신세계는 전문점으로 등록했기 때문이다. 복합쇼핑몰 규제에 나설 경우 롯데 프리미엄아울렛 파주점은 한 달에 두 번을 쉬어야 하지만 신세계사이먼 파주 프리미엄아울렛은 영업제한을 받지 않는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복합쇼핑몰로 등록하는 바람에 규제대상에 포함될 처지에 놓였다. 정부는 “향후 공청회를 거쳐 기준을 마련해 명확히 정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내년 1월에 시행한다면서 아직 기준조차 명확히 정리가 안 됐다는 얘기다.○ 쇼핑몰 실태 모르면서 규제 발표부터 애초 복합쇼핑몰 규제 논란을 촉발한 것은 대기업 아웃렛이다.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그룹이 전국 각지에 아웃렛 건립 계획을 발표하자 2014년부터 지역 중소 상인들의 반발이 시작됐다. 경기 광명시 이케아, 롯데몰 서울 상암점 건립을 둘러싼 지역 갈등은 정치 이슈로까지 확대됐다. 유통업체의 한 임원은 “처음엔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지자체가 아웃렛이나 대형쇼핑몰 유치에 적극적이었다. 곳곳에서 갈등이 심해지니 갑자기 골목상권 침해 논란과 연결돼 선거전의 이슈로 변질돼 버렸다”고 했다. 서울 금천구 아웃렛 단지에는 마리오아울렛, 현대시티아울렛, W몰, 롯데 팩토리아울렛 등이 몰려 있다. 대기업 계열만 골라내면 현대와 롯데가, 면적을 기준으로 잡으면 마리오아울렛이 규제대상이 된다. 모조리 영업을 제한하면 지역경제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 법적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홍성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복합쇼핑몰은 업태가 복잡해 그 정의를 두고 법적 논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세계적으로 소비자 권리를 외면하고 일부 유통업태만 골라 규제하는 법은 없다”고 강조했다. 복합쇼핑몰에 입주한 소상공인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LF스퀘어 광양점 관계자는 “대기업이 ‘건물주’지만 현재 입점한 300여 개 브랜드의 80%는 소상공인이다. 건물 밖 소상공인을 보호하자고 건물 안 소상공인에게 장사를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 복합쇼핑몰 ::대규모 점포(영업면적 3000㎡ 이상) 중 오락, 업무 기능 등이 한곳에 집적된 문화 관광 시설로 1개 업체가 개발 관리 운영하는 점포를 말한다. 하지만 신세계그룹은 스타필드 하남점을 복합쇼핑몰로, 롯데그룹은 롯데월드몰을 쇼핑센터로 등록해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있다. 세종=이건혁 gun@donga.com / 김현수 / 강승현 기자}
울산 울주군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 6호기 공사 중단 주체를 놓고 오락가락했던 정부와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공사 중단 최종 결정권을 정부가 갖기로 최종 합의했다. 공론화위원회가 ‘시민대표참여단’의 찬반 비율을 권고 형태로 정부에 전달하면 정부가 이를 해석해 공사 중단 또는 재개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김지형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장은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3차 회의 직후 언론브리핑에서 “공론화위는 결과를 권고 형태로 정부에 전달하는 자문기구”라며 “(공사 영구 중단 여부는) 정책 결정의 최종 권한을 가진 정부 판단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한동안 혼선을 빚었던 신고리 5, 6호기 공사 중단 최종 결정은 정부가 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정부는 원래 공론화위가 구성한 시민배심원단의 결정을 그대로 수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공론화위가 “찬반 결론을 내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최종 결정을 누가 할 것인가를 놓고 혼선이 빚어졌다.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 청와대는 “배심원단이 신고리 5, 6호기 공사 중단 여부를 결정하면 정부는 이를 수용한다”고 재차 밝혔다. 하지만 3일 ‘최종적인 결정의 주체는 (공론화위가 아닌) 정부’로 정리가 됐다. 공론화위는 정부에 제출할 권고안에 공론조사 참여자들의 찬성과 반대 비율만을 담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찬반에 대한 비율을 객관적으로 권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공론조사 결과로 공사 중단이 최종 결정된다는 오해가 생기고 있다”며 “시민배심원단 대신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 시민대표참여단(시민참여단)’으로 표기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찬성 또는 반대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다. 시민대표단 논의 결과 공사 중단에 대한 찬반 비율이 49 대 51 정도로 팽팽하다면 이를 어떻게 해석할지를 두고 공론화위 안팎에서 논란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당장 친(親)원전 단체들은 “공사 중단 찬성 기준은 ‘사회적 합’으로 통용되는 60∼70%를 넘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론화위는 “찬반 판단 기준을 몇 %로 할지, 이 기준을 공론화위가 보고서에 제시해야 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8월 중 진행될 1차 여론조사 규모는 2만 명으로 확정됐다. 2차 공론조사 대상인 시민참여단 규모는 최대 500명까지 늘리기로 했다. 다만 개인 사정 등으로 1박 2일 합숙토론에 참여하지 못할 인원을 감안하면 350명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여당은 연일 탈(脫)원전에 대한 대국민 홍보전에 나서고 있다. 청와대는 공식 트위터를 통해 자체 제작한 탈원전 관련 카드 뉴스를 5회까지 게재했다. 탈원전 60년 로드맵, 태양광발전 효율 설명, 에너지 세대교체의 필요성, 독일의 원자력발전소 폐쇄 과정 등을 광범위하게 다뤘다. 이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국무위원은 정부의 정확한 입장이 무엇인지 잘 숙지해야 한다”고 당부했고 여당도 연일 탈원전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등 당정이 총력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한편 이날 국회에선 여당과 야당이 각각 정반대 내용으로 탈원전 정책을 다룬 토론회를 개최하며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갔다. 이에 따라 공론화위 활동과 신고리 5, 6호기 공사 중단 논의가 지속될수록 여야 간 갈등은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커졌다.이건혁 gun@donga.com·한상준·박성진 기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에 따른 중국인 여행객 감소로 여행수지 적자가 확대되면서 서비스수지 적자가 반기 기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나타났다. 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7년 6월 국제수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서비스수지 적자는 157억4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치였던 2016년 하반기(97억8000만 달러)보다도 약 61% 증가했다. 여행수지와 운송수지 적자가 늘면서 서비스수지 적자폭도 확대됐다. 상반기 여행수지 적자 금액은 77억4000만 달러로, 지난해 상반기(35억 달러)보다 121% 늘었다. 정규일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사드 배치 여파로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줄었지만, 내국인의 해외 출국은 늘었다”고 말했다. 6월의 경우 중국인 관광객은 25만5000명으로 작년 6월보다 66.4% 줄었다. 운송수지가 지난해 상반기 5000억 달러 흑자에서 22억8000만 달러 적자로 돌아선 것도 영향을 끼쳤다. 수출과 수입 증가로 교역량은 늘었지만, 올해 2월 한진해운이 파산한 탓에 국내 기업들이 높은 운임을 물고 해외 선사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서비스수지 적자에 수입 증가, 국제유가 상승으로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42.5% 줄어든 362억7000만 달러로 집계됐다.이건혁기자 gun@donga.com}

현재의 고령화 속도가 지속되면 2026년에는 한국의 가계저축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가계의 보유 자산이 점차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2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인구 고령화가 가계의 자산 및 부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8.9%인 가계저축률은 2026년 마이너스로 돌아선 뒤 2030년에는 ―3.68%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가계저축률은 가계가 저축할 수 있는 금액을 소득으로 나눈 것으로, 지출이 소득을 초과하면 마이너스가 된다. 한은은 가계저축률이 떨어지는 원인으로 고령화를 지목했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15년 12.8%에서 2030년 24.5%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자가 되면 소득은 감소하지만 의료비나 생활비 등의 지출은 줄지 않아 저축 여력이 떨어진다. 일본도 고령 인구 비율이 1994년 13.9%에서 2014년 25.7%로 높아짐에 따라 가계저축률이 11.6%에서 ―0.5%로 떨어진 사례가 있다. 한은은 고령층에 진입한 사람들이 부족한 소득을 메우기 위해 부동산이나 금융자산을 처분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가계가 많아지면 부동산 등 자산 시장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다만 한은은 그로 인한 시장 충격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은 “고도성장기를 겪은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다른 세대보다 약 5000만 원 많은 자산을 축적하고 있다”며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해 고령층에 진입하더라도 이들이 곧장 부동산을 처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기대수명 연장에 대비하거나 자녀에게 부동산을 상속하기 위해 자산 처분을 최대한 미룰 수도 있다. 그러나 한은은 “75세가 넘는 고령층은 실물자산 처분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주택연금처럼 실물자산을 유동화하는 상품을 개발해 부동산의 급격한 처분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은은 이날 함께 발표한 ‘인구 고령화에 따른 우리나라 산업구조 변화’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 비중은 하락하고, 서비스업 비중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고령층 증가로 상품 소비는 감소하지만 의료와 보건 등 서비스업 수요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화학제조업, 수송 및 기계업 등은 생산성의 하락이 예상됐다. 강종구 한은 국장은 “수요가 늘어날 서비스업과 고부가가치 제조업을 중심으로 노동수급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정부는 공론화 기간에 탈(脫)원전 정책 기조를 강조하거나 앞으로 전기요금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등의 지침성 발언은 하지 말아야 한다.” 1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사회적 수용성을 갖는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 추진 방안’에 대한 토론회에서 각계 전문가들은 공론화위원회의 활동에 정부가 중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탈원전을 공약으로 내세운 정부와 여당의 발언이 조사에 참여할 일반 국민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이어졌다. 이번 토론회는 공론화위가 후원하고, 공론화위 위원들도 참관했기 때문에 제시된 방안들 가운데 일부는 공론화위 활동에 실제로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공론화 과정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발제자로 나선 은재호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탈핵’을 이야기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고, 환경단체와 친(親)원전 단체가 여론을 동원하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론조사를 앞둔 국민들의 중립적 판단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임채영 한국원자력학회 총무이사도 “정부가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겠다는 방침 등을 언급하면 원전 자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키워 신고리 토론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반면 환경단체에서는 “국민들의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해 반드시 양측의 이런 여론전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일부 전문가는 공론화위의 논의 대상을 신고리 5, 6호기 중단 여부에 국한하지 말고 더 확대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공론화위 안건을 신고리 5, 6호기 공사 중단뿐 아니라 탈원전 여부까지로 넓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공론화위가 350명으로 제시한 2차 조사 대상자 수는 원전 이해 관계자의 참여를 늘리기 위해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영희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는 “결정의 대표성 확보를 위해 참가자는 많을수록 좋다. 최소 500명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신고리 5, 6호기 공사 중단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시민 의견수렴 비용으로 46억3100만 원이 책정됐다. 정부는 이날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2017년도 일반회계 일반예비비 지출안을 의결했다. 이 비용에는 공론화위의 90일간 활동비, 2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여론조사 비용, 공청회 개최비 등이 포함됐다. 신고리 5, 6호기 중단에 반대하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 노동조합과 원자력공학과 교수들은 이날 공론화위의 활동중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신청인들은 정부가 에너지위원회의 심의 없이 공론화위를 구성한 건 법적 절차를 어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에너지법에 따르면 주요 에너지 정책과 관련된 사회적 갈등 상황이 생길 경우 정부는 에너지위원회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심의해야 한다. 이에 대해 신지형 녹색법률센터 부소장은 “설치에 근거 법률이 없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반박했다.세종=이건혁 gun@donga.com / 유근형 기자}
정부와 여당이 환경 영향이나 갈등 발생 등과 같은 사회적 비용을 반영해 전기 생산비용 산정 방식을 새로 만들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탈(脫)원전 정책으로 전기요금이 오른다는 반론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31일 국회에서 탈원전 정책을 주제로 당정협의를 열고 “탈원전 정책 추진이 전기요금 폭탄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은 잘못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신고리 5, 6호기 건설 일시 중단으로 전기요금이 폭등할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나온 언급이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탈원전 정책으로 최대 33배까지 요금이 오른다는 것은 비현실적인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사회적 비용은 경제적으로 계산되지 않는 환경과 사회적 갈등, 정책 위험(리스크) 등을 수치로 환산한 것이다.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조만간 사회적 비용을 반영한 전기 생산 비용을 계산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하기로 했다. 한편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신고리 5, 6호기 논란에 대해 “신고리공론화위원회를 통해 시민들이 내리는 결과를 전폭적으로 수용해서 정부가 ‘결정’하겠다”며 “최종 결정은 정부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공론화위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세종=이건혁 gun@donga.com / 유근형 기자}
정부가 조만간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강력한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고했지만, 당분간 가계대출은 증가세를 유지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또한 수출이 고용과 소비에 미치는 영향력이 과거에 비해 줄어들면서 ‘낙수(落水) 효과’가 약해질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31일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7∼12월)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상반기(1∼6월)에 비해 커질 것으로 예측됐다. 상반기 은행과 비은행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증가 폭은 36조5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1∼3월) 13조3000억 원, 2분기(4∼6월) 23조2000억 원 등으로 증가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부동산 대책과 조만간 발표될 가계부채 대책이 본격 시행되기 전에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몰린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한은은 특히 “신규 분양 및 입주 물량 증가, 경기 회복에 따른 주택 가격 상승 기대감으로 대출 규모가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의 역대 최대 가계대출 규모(65조 원)를 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편 한은은 최근 수출 증가가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있지만 내수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보다 약해졌다고 분석했다. 대기업의 국내 설비투자가 늘어났지만, 반도체 등 장치산업 중심이라 고용 확대로 이어지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수출 증가→생산 및 투자 증가→고용 증가→소비 증가’의 연결고리가 과거보다 느슨해졌다고 한은은 지적했다. 2000년 10억 원 수출로 늘어난 취업자 수는 15.0명이었으나, 2014년에는 절반에 가까운 7.7명까지 떨어졌다. 산업별 수출은 반도체는 내년까지는 호황이 예상됐지만 자동차는 미국과 중국 시장 부진으로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세종=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신임 통상교섭본부장에 노무현 정부 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이끌었던 김현종 세계무역기구(WTO) 상소위원(58)이 임명됐다. 또 신임 관세청장에는 이례적으로 검사 출신 ‘수사통’ 김영문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52)가 발탁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이 같은 내용의 차관급 인사를 단행했다.○ ‘한미 FTA’의 산증인, 다시 구원투수로 임명 김현종 본부장 임명은 미국의 한미 FTA 개정 요구에 대응해 정부가 뽑아들 수밖에 없었던 예상된 인사라는 평가가 많다. 김병연 전 주(駐)노르웨이 대사의 아들인 김 본부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당시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맡아 노 전 대통령에게 한미 FTA를 설득해 협상을 주도했고 2007년 협정문에 서명까지 한 ‘한미 FTA의 산증인’이다. 김 본부장의 복귀는 2007년 8월 주유엔 대표부 대사로 자리를 옮기며 통상교섭본부장에서 물러난 지 10년 만이다. 관가에서는 김 본부장의 ‘컴백’을 오래전부터 예상해왔다. 국내엔 김 본부장만큼 통상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가 없다. 정치적으로도 지난해 2월 더불어민주당에 합류하며 문 대통령과 인연을 이어갔다. 다만 현재 맡고 있는 WTO 상소위원에서 사퇴하면 90일간 정부직을 맡지 못한다는 규정 때문에 김 본부장 발탁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90일 규정은 그 기간 중 남은 소송을 처리하라는 취지인데, 김 본부장은 이미 본인의 소송을 다 마무리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본부장의 임명으로 한국이 WTO에서 어렵게 따낸 상소위원 자리를 포기해야 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본부장 역시 WTO 상소위원 활동을 하면서 내심 WTO 사무총장 자리까지 노렸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에 위원직을 스스로 내놓으면서 그 꿈이 사실상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 김 본부장은 당장 미국의 한미 FTA 개정 요구에 대응해 양국 특별공동위 공동의장을 맡아 개정 협상을 전면에서 이끌게 된다. 통상교섭본부장은 정부 직제상 차관급이지만 대외적으로는 ‘통상장관’의 지위가 부여된다. 김 본부장의 임명에 대해 정치권은 대체로 환영하는 반응을 보였지만 노무현 정부 당시 한미 FTA에 반대했던 여권 일각과 농민단체 등에서는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靑 “외부인사로 관세청 개혁 주도할 적임자” 관세청장에 검사 출신이 발탁된 것은 1978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이택규 1대 청장(1970년 8월∼1974년 2월)과 최대현 2대 청장(1974년 2월∼1978년 12월)이 검사 출신이었다. 이후엔 주로 행정고시 출신의 기획재정부 고위 관료나 내부 승진자가 청장직을 맡아왔다. 김영문 신임 청장의 임명에 따라 면세점 사업자 선정 비리 등에 연루돼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관세청에 강도 높은 개혁 조치가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관세청은 2015년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점수를 조작해 특정 기업에 특혜를 준 것으로 드러났다. 김낙회 전 청장은 비리 의혹과 관련해 24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고, 천홍욱 전 청장은 임명 전 최순실 씨의 측근이었던 고영태 씨와 ‘비밀 면접’을 보고 취임 이튿날에도 최 씨를 만나 식사하며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 신임 청장은 법무부 보호법제과장과 범죄예방기획과장,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장 등을 거쳤고 국제범죄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관세청과 관련해 여러 가지 내부 개혁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에 외부 인사로 개혁을 주도해 갈 적임자를 찾았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에 관세청과 기재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내부 혁신을 주문할 것은 알고 있었지만 검사 출신이 올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이건혁 gun@donga.com·유근형·황형준 기자}
국내 10대 그룹 상장 계열사들의 연간 수출액이 2013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다가 올해 1분기(1∼3월) 상승세로 돌아섰다. 2분기(4∼6월)에도 반도체 수출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연간 수출액으로도 반등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하지만 일부 특정 업종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쳐 한국 경제 전체의 ‘회복’을 예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30일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0대 그룹의 47개 비(非)금융 상장 계열사의 올해 1분기 수출액은 134조1000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 128조 원보다 6조1000억 원(4.8%) 늘어났다. 10대 그룹 상장사의 수출액은 2013년 571조 원에서 매년 줄어들어 2016년 542조8000억 원까지 내려갔다. 3년 만에 28조2000억 원(28.2%)이 감소한 것이다. 비록 1분기만 분석한 것이지만 4년 만에 반등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올해 수출 증가는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산업이 이끌었다. 전체 수출 증가분 중 각 업종이 기여한 비중을 나타내는 ‘업종별 수출기여율’은 전자가 65.3%로 가장 높았다. 지난해 1분기 대비 올해 1분기 수출액이 100만 원 늘었다면 그중 65만 원을 전자산업이 맡은 것이다. 전자산업 수출액은 지난해 1분기 64조4876억 원에서 올해 1분기에는 68조4553억 원으로 4조 원 가까이 늘어났다. 전자 부문에서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이 수출 증가를 주도하고 있다. 철강 및 금속(24.0%)과 화학(21.0%)도 수출 증가를 밀어올린 산업이었다. 이런 추세는 2분기에도 계속됐다. 반도체 산업 ‘슈퍼 사이클’에 힘입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은 올 들어 사상 최고치를 잇달아 경신하고 있다. 30일 한국은행 무역지수 통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반도체 ‘수출물량지수’는 393.97로 사상 최대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지난해 2분기보다는 20.2%, 올해 1분기와 비교하면 2.7% 각각 오른 수치다. 수출물량지수는 2010년을 100으로 두고 상품의 수출물량 변동 추이를 보여주는 지표다. 2분기 반도체의 수출 금액을 집계한 ‘수출금액지수’도 178.9로 사상 최고치였다. 일부에서는 최근 수출 호조가 반도체 특수에 힘입은 ‘착시 효과’라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통계청 집계 결과 올해 2분기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1.6%로 2009년 1분기(66.5%) 이후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80%대를 기록한 것도 2011년 3분기(80.9%)가 마지막이다. 각 연도 2분기만 비교할 경우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2분기(66.4%) 이후 19년 만에 최저다. 2분기 제조업 부문별 생산능력지수를 살펴보면 업종 간 불균형도 심해지고 있다. 생산능력지수란 인력, 설비, 조업시간 등이 정상적으로 생산에 투입될 때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생산 가능량을 나타내는 지표다. 역시 2010년을 100으로 놓고 분석한 상대적인 수치다. 반도체는 256.5로 2010년보다 2배 이상으로 커졌지만 조선업 등 운송장비는 105.1에 그치고 있다. 자동차는 99.6으로 2010년보다 오히려 뒷걸음쳤다. 최근 최저임금의 가파른 상승 등을 이유로 경방과 전방 등 전통 기업들이 해외 이전을 잇달아 결정하고 있는 섬유제품도 92.8에 불과하다. 김윤경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상반기 수출 호조는 물량 상승은 미미했으나 수출단가 상승으로 인한 가격효과가 많이 반영된 덕분”이라며 “하반기에는 유가 약세로 인한 수출단가 하락과 통상환경 악화 등 불확실성이 많다”고 말했다. 김재희 jetti@donga.com·이건혁 기자}
다음달 3일 열리는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 3차 정기회의가 울산 울주군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 6호기 공사 영구 중단 여부를 어떻게 결정할지 정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30일 공론화위와 정부 등에 따르면 공론화위는 3차 회의에서 공론조사 결과를 도출하는 방법을 결정할 예정이다. 공론화위는 현재 ‘공론조사’와 ‘시민 배심원제’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공론조사는 참여자들의 의견 변화 추이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신고리 5, 6호기 공사 중단에 대한 찬반 의견이 뚜렷하게 갈리지 않을 우려가 있다. 찬성과 반대가 49대 51 수준에서 결정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반면 ‘시민 배심원제’는 찬반 결론이 명확히 나지만, 배심원단의 법적 권한과 책임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공론화위는 최근 신고리 5, 6호기 공사를 중단시킬 주체를 놓고 혼선을 빚었다. 정부는 당초 ‘시민 배심원제’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등은 공론화위 출범을 발표하며 “‘시민 배심원단’이 최종 의사결정을 하고 정부는 그대로 수용”이라는 방침을 줄곧 강조했다. 반면 27일 공론화위는 “공론조사 결과가 자동으로 (공사 중단) 결론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다”며 이를 부정하는 입장을 내놨다. 논란이 커지자 하루만에 “의견을 수렴해 결론을 정부에 전달하는 것이 역할”이라고 번복하는 등 갈팡질팡한 모습을 보였다. 공론화위 활동 기간이 10월 21일까지인 만큼, 공론화위가 이 논란을 계속 끌고 갈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8월 중 시민 2만 명을 대상으로 한 1차 여론조사에 들어가고, 이들 중 350명을 2차 조사자로 추려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이건혁기자 gun@donga.com}
울산 울주군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 6호기 공사 영구 중단을 결정할 주체를 놓고 정부와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서로 다른 말을 하면서 국민들의 혼란을 사고 있다. 24일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시민 배심원단이 내리는 결정을 그대로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27일 공론화위는 “공론조사 결과가 자동적으로 결론이 되는 게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공론조사 결과를 정부에 보고하면, 최종 결정은 대통령 등 결정권자가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런 혼선은 공론화위의 법적 근거와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 많다. 자유한국당은 “공론화위 자체가 법적 근거가 없다”며 공론화위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17일 국무총리 훈령이 마련됐지만, 이것만 가지고 공론화위가 에너지 백년대계 정책을 판단하기 위해 공론조사를 설계하고 이를 해석할 권한을 갖게 됐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정부는 국무총리 훈령을 통해 법적 근거를 마련했고, 공론화위 결과를 정부가 수용하는 절차를 밟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논란이 불거질 조짐을 보이자 정부는 적극 진화에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28일 “공론 과정에서 찬반이 결정될 것”이라며 공론 수렴 과정에서 어떤 결론이 나오든 청와대는 그 결정에 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지형 공론화위원장 역시 “구체적으로 결정한 내용이 없는 만큼 오해하지 않길 바란다”며 “위원회가 공론화 과정에 대한 방향을 당초 방향과 전혀 다르게 변경하기로 의결한 것이 아님을 다시 한 번 확인해 드리고자 한다”고 해명했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

“공론조사 결과에 따라 자동으로 (신고리 5, 6호기 공사 영구 중단에 대한) 결론이 나는 게 아니다. 결정권자(대통령)가 최종 결정을 하는 데 도와드리는 역할이다.”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차 회의 뒤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1, 2차 공론화 과정 참여자들의 역할을 이처럼 결정한 것은 공론화위에 쏟아지고 있는 법적 권한 논란과 결정 이후 떠안게 될 책임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공론화위의 이날 결정은 공사 중단에 대한 결정권을 갖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윤석 공론화위 대변인은 이에 대해 “‘시민 배심원단’이라는 용어 때문에 빚어진 혼선”이라며 “하나의 정해진 결론을 내리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다만 설문조사 항목에는 신고리 5, 6호기에 대한 찬반과 정부가 추진하는 탈(脫)원전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의견을 묻는 질문도 포함하기로 했다. 공론화위는 또 “1∼3차 조사를 통해 시민들의 의견에 변화가 있는지 관찰하고, 그 결과를 정부에 권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론조사를 통해 신고리 5, 6호기에 대한 찬반 비율을 조사하고, 공론조사에 선발된 350명이 토론 과정을 거치면서 어떤 의견 변화를 보이는지 관찰해 그 결과만을 보고서에 담겠다는 뜻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등이 “‘시민 배심원단’이 최종 의사결정을 하게 되고 정부는 그 결정을 그대로 수용하겠다”고 발언해온 기조와 큰 차이가 있다. 공론화위가 추진하는 공론조사는 2012년 일본이 진행한 원전 관련 공론조사와 유사한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일본은 6849명을 대상으로 원전 비중 0%, 15%, 20∼25% 시나리오에 대한 의견을 취합하고 285명의 토론 그룹을 선발했다. 일본 정부는 이들이 토론을 거치면서 개별 시나리오에 보인 선호도 변화를 추적했고, 최종적으로 ‘원전 제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고 결론을 내렸다. 일본 정부는 이를 받아들여 원전 제로 정책을 공식 채택했다. 공론화위는 이를 위해 1차 조사 대상 2만 명은 지역, 성별, 연령을 고려한 확률 추출법을 사용해 선발할 계획이다. 원전 주변 주민의 의견에 어느 정도 가중치를 둘지는 정하지 않았다. 8월 중 유선전화 및 휴대전화를 활용해 여론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공론화위가 벤치마킹해온 독일의 경우 7만 명을 전화 설문한 뒤 120명을 최종 시민 패널단으로 선정했다. 야당은 이에 대해 비판의 수위를 낮추지 않았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서면논평에서 “(공론화위는) 결국 답정문(답은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대로 정해져 있다)이 됐다”며 “결국 문 대통령의 결정을 정당화시켜 주기 위해 공론화위가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공론화위에 대한 불신을 떨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한편 한국수력원자력은 영국에 건설 중인 원전 운영에 참여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실무 검토에 들어갔다. 협상이 타결되면 한수원은 영국에서 최소 2기의 원전에 대한 운영권을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 영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수원은 영국 윌파 원전 2기를 포함해 총 4기를 짓고 있는 허라이즌뉴클리어파워로부터 지분 인수를 제안받았다. 허라이즌은 일본 히타치 제작소의 자회사다. 한수원은 “사업 협력을 제안받고 실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윌파 원전 2기의 총사업비는 100억 파운드이며 2020년 준공할 예정이다. 한수원이 제안받은 지분 참여율은 35%인 것으로 전해졌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27일 공사 찬반을 결정하는 시민 배심원단을 구성하지 않는 대신 350명 내외를 대상으로 한 공론조사를 통해 권고안을 내기로 했다. 공론화위를 통해 시민배심원단을 구성하고 이들이 내린 결정을 정책에 수용하겠다는 정부 방침과 다른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공론화위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2차 회의를 열고 8월에 있을 1차 여론조사 규모를 2만 명으로, 또 2만 명 가운데 350명을 2차 공론조사 인원으로 선발하기로 결정했다. 2차 공론조사에 뽑힌 시민들은 토론 등을 거쳐 신고리 공사 중단에 대한 결정이 아닌 의견만 내놓게 된다. 공론화위는 “공론조사 참여자들이 결정을 내리는 건 아니다. (정부가) 최종 결정을 내릴 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전달하는 역할”이라고 규정하고 신고리 5, 6호기 공사 중단은 정부가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론화위는 또 시민배심원단이라는 용어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공론화위 대변인인 이윤석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와 이희진 한국갈등센터 사무총장은 “‘시민 배심원단’은 신고리 5, 6호기 문제에 대해 완전히 결론을 내는 것인데, 그런 식으로 운영할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적절한 용어가 아니다”고 강조했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올해 2분기(4∼6월) 한국 경제성장률이 3개월 만에 다시 0%대로 떨어졌다. 수출이 기저효과로 감소한 게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민간소비가 회복세를 보이는 등 전반적인 경기 상황은 나쁘지 않다는 게 정부 안팎의 진단이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0.6% 늘어났다. 올 1분기 성장률(1.1%)보다 0.5%포인트 떨어진 수준이다. 성장률이 둔화된 것은 수출이 전 분기 대비 3% 감소한 영향이 컸다. 정규일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운송 장비, 석유 및 화학제품 수출이 줄었고, 1분기 수출 증가율(2.1%)이 높았던 것에 따른 기저효과 때문에 감소 폭이 컸다”고 설명했다. 다만 민간소비가 전 분기 대비 0.9% 늘어나며 1년 3개월 만에 최고 증가폭을 보였고, 정부소비도 1.1% 늘어나며 내수가 살아나는 모습을 보인 건 고무적이다. 정부가 제시한 연 3% 성장률을 위해서는 올 3, 4분기에 각각 0.8%씩 성장률을 보여야 한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정부는 추경이 집행되면 분기별로 0.2%포인트씩 성장률이 오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이에 못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민간소비 회복세에 기대를 걸고 있다. 2분기 민간소비 성장률(0.9%)은 2015년 4분기(1.5%) 이후 1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달 한은이 발표한 소비자심리지수(111.1)도 6년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에 오르는 등 소비 개선 신호가 보이고 있다. 다만 의류, 신발 등 준내구재보다 휴대전화, 에어컨 등 내구재 소비가 늘어난 점이 걸림돌이다. 세종=이건혁 gun@donga.com·김준일 기자}

정부는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보고서에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부제(副題)를 달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내세웠던 소득 주도 성장이 현실로 나타난다면 1962년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이후 55년 만에 경제 정책이 ‘성장 중심’에서 ‘분배 중시’로 바뀌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출 주도형 대기업을 중심으로 성장을 거듭했던 한국 경제를 국민의 소득과 일자리 증가 위주의 구조로 개편하겠다는 새 정부의 정책은 한국이 ‘그동안 가보지 않았던 길’이다. 가계소득 증가로 소비가 늘고 이를 통해 성장에 성공하면 다시 일자리가 늘어나는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그동안 사람에 대한 투자가 없어서 가계와 기업의 불균형이 초래됐다. 저성장과 양극화 극복을 위해 소득 증대와 일자리 확충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기대감을 높였다. ○ 최저임금, 보조금 올려 성장률 높이기 실험 정부는 이날 연 3% 성장을 목표로 내세우며 이를 가계소득 증대를 통해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기업이 성장해 생긴 과실을 나눠받던 ‘조연급’에 머물렀던 가계를 ‘주연급’으로 격상시킨 것이다. 가계소득 상승을 위한 수단 가운데 하나인 최저임금은 내년에 7530원으로 올해보다 16.4% 올리기로 이미 결정했다. 정부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버거워하는 사업주에 대해서는 정부가 지원금도 줄 계획이다. 일자리를 찾는 청년에게 주는 구직촉진수당은 내년 3개월 동안은 30만 원씩 주고 2019년에는 6개월간 50만 원씩으로 확대한다. 노인 기초연금은 내년에 25만 원을 주되, 2021년에는 30만 원까지 인상한다. 모든 0∼5세 영유아에게는 매달 10만 원의 지원금도 준다. 기초 소득을 올린 다음에는 생계비 부담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 그래야 가계가 쓸 수 있는 가처분소득이 늘기 때문이다. 주거 대책이 생계비 부담 줄이기의 핵심이다. 정부는 앞으로 5년간 30년 이상 된 경찰서, 동 주민센터, 우체국 등 낡은 공공청사를 재건축할 때 임대주택을 함께 짓는 복합개발로 임대주택 2만 채를 내놓는다. 용적률을 법정 한도인 300%까지 완화하고 복합개발 때 신혼부부를 위해 국공립 어린이집을 함께 짓는 방안도 추진된다. 또 집을 무리하게 샀다가 대출을 감당하지 못하는 ‘하우스푸어’를 위해 이들의 집을 매입해 재임대하는 ‘세일즈 앤드 리스백’ 방식의 리츠가 부활한다. 이 방식은 2013, 2014년 운영됐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에 예산과 세제 혜택을 집중하기로 했다. 직원 수를 늘린 기업에 2년 동안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 청년고용을 하거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기업에도 혜택을 부여한다. 정부는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은 국적과 무관하게 최우선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외국인 투자 금지 업종을 원칙적으로 해제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지방자치단체에 지원하는 지방교부금 역시 일자리 만들기 실적에 따라 배분하며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일자리 부문에 다걸기를 할 방침이다. ○ 전문가들 “현실 작동 여부는 지켜봐야” 전문가들은 경제정책 방향의 핵심인 소득 주도 성장이 실제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할지 여부에 대해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 정부의 성장 전략이 실패했기 때문에 현 정부로서는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할 상황”이라며 “고령화와 인구 감소 등 인구 구조 변화를 고려하면 소득 증대와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원희 국민대 경제학과 교수도 “박근혜 정부가 가계 부채, 중소기업 부채를 한계치까지 끌어올린 어려운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정책이 많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 정책이 개인에게 현금을 나눠주는 것에 치중해 향후 경제 성장동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이 선진국보다 노동 생산성을 높여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데, 근로자 임금만 올려서는 생산성 상승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낮은 노동 생산성을 방치한 채 임금만 올리는 소득 주도 성장 방식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전문가(조사 대상 334명) 중 30.5%는 성장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경제 분야로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꼽았다. 소득 증대 대책과 병행해 노동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뜻이지만 노동시장 개선 방안은 이번 정책 방향에 담기지 않았다. 중소기업 육성 정도를 제외하면 별다른 신성장산업 육성책이 담기지 않아 정부가 약속한 ‘3% 성장’의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무현 정부 역시 혁신을 강조했지만 행정수도 건설 등 대규모 국책사업도 동시에 진행했다”며 “성장을 뒷받침할 전략이 보이지 않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이건혁 / 정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