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꿈을 향한 길을 가난이 가로막고 있다면 연간 최대 800만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는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눈여겨보는 게 좋겠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9일 학업과 예체능에 소질 있는 차상위 및 저소득계층의 7∼18세 아동 및 청소년에게 재능 계발 비용을 지원하는 ‘아이리더’ 사업 대상자를 선발한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이 시작된 2007년부터 지금까지 106명이 학원비, 교재 및 교구 구입비, 대회 참가비 등을 지원받았다. 시각장애 피아니스트 유예은 양(11)과 색소폰 신동으로 알려진 허민 군(15)도 재단의 지원을 받았다. 어린이재단은 31일까지 홈페이지(www.childfund.or.kr)를 통해 서류를 접수한 뒤 심사를 거쳐 지원 대상자를 12월 17일 발표한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면허정지 수준의 음주측정 결과에 불복해 채혈검사를 요구했던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의 남편 심재환 변호사(54·사진)가 면허취소 처분을 받게 됐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8일 심 변호사의 혈중알코올농도가 호흡기 측정 당시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0.094%로 측정됐지만 채혈검사 결과 면허취소 기준(0.1%)을 넘는 0.122%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심 변호사는 지난달 25일 0시경 서울 중구 회현동 도로에서 소속 법무법인 소유 차량을 몰다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 심 변호사처럼 호흡기 측정 결과에 불복해 채혈검사를 요구했다가 낭패를 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피를 뽑기 위해 병원으로 이동하는 동안 조금이라도 술기운이 빠지면 처벌이 가벼워질 것으로 기대하는 행동이다. 하지만 혈중알코올농도는 호흡기검사보다 채혈검사 때 오히려 높게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2008년 경찰이 실시한 채혈 측정 11만6512건 중 72.6%인 8만4596건은 채혈 후 혈중알코올농도가 더 높아졌다. 올해 1∼8월 서울지역에서 채혈한 1785건 중 취소 처분이 정지 처분으로 완화된 사례는 3.2%인 58건에 불과했다. 이는 음주측정기가 혈중알코올농도를 실제 측정치보다 낮게 표시하기 때문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측정기에서 오차가 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오차범위인 5%만큼 낮은 수치가 표시되게 설정하는 것이 보통”이라며 “혈액검사를 하면 대체로 높아지지만 체질에 따라 호흡측정 때와 비슷하거나 조금 낮게 나올 때도 있다”고 말했다. 또 경찰은 최초 음주측정부터 채혈까지 경과된 시간을 고려해 혈중알코올농도를 가중해 계산하는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하기 때문에 시간을 끌려는 노력도 헛수고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심 변호사도 호흡으로 측정하고 1시간가량 지난 뒤 피를 뽑았기 때문에 채혈 측정 결과인 0.114%보다 0.008% 높게 계산된 0.122%로 처벌된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5일 오전 11시 20분경 전북 군산시 옥구읍의 한 농가. 최모 할머니(83)를 돌보기 위해 집을 찾은 요양보호사 문모 씨(45·여)는 다투는 소리에 안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방 안에서는 전모 씨(32·여)가 피 흘리고 있는 최 할머니를 발로 마구 차고 있었다. 문 씨가 말리자 전 씨는 발작 증상을 보이며 쓰러졌다. 최 할머니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경찰 조사 결과 전 씨는 12년 전부터 정신분열 증세로 치료받으며 매일 약을 복용해온 정신질환자였다. 4일 오후 3시경 제주 제주시 연동 B서점 주차장 주변 도로에서는 백모 씨(37)가 술에 취한 채 난동을 부리며 벽돌을 던져 승용차 유리창을 파손했다. 백 씨는 행인들에게도 마구잡이로 돌을 던져 김모 씨(39·여)가 팔을 다쳤다. 백 씨는 3일 오전에도 제주시 연동 도심지에서 차량 3대를 부수는 등 난동을 부려 현행범으로 체포됐다가 풀려났다. 경찰 조사 결과 백 씨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대구 소재 정신병원에 입원했으며, 정신질환자 등을 수용하는 J희망원에서 3일가량 생활하기도 했다. 이처럼 최근 정신질환자들의 ‘묻지 마’ 범죄가 잇따르면서 이들에 대한 관리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벌어진 서울 계성초등학교 흉기 난동 사건과 경북 칠곡군에서 벌어진 여대생 살해 사건도 모두 정신질환자들의 소행이었다. 시민들은 대비할 새도 없이 정신질환자의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불안해하고 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주부 이모 씨(39)는 “아이들에게 ‘눈빛이 불안한 사람들이 말을 붙이면 도망치라’고 당부한다”고 말했다. 중앙정신보건사업지원단이 지난해 9월 국민 1040명에게 설문한 결과 “정신질환자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위험하다”는 주장에 76.6%가 찬성했다. 대검찰청은 8월 전국 강력부장검사회의를 열고 정신질환 범죄자를 포함한 ‘묻지 마’ 강력 범죄자들을 장기간 격리하는 보호수용제를 내놨다. 형기를 마친 뒤에도 재범 위험성이 낮아질 때까지 일정 기간 수용시설에 두겠다는 것. 김영철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강력범은 재범률이 높고 피해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격리를 해서라도 즉각적인 사회 복귀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호수용제는 2005년 이중처벌이라는 비판을 받고 폐지된 보호감호와 크게 다르지 않으며 정신질환자들의 인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정신질환자를 사회에서 격리해야 한다”는 주장 탓에 오히려 환자들의 병이 깊어진다고 주장한다. 국내 정신질환자가 처음 증상을 보인 뒤 치료를 받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84주로 미국 52주와 영국 30주에 비해 길다. 치료 시점을 놓치면 환청과 망상이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수준까지 심해져 환자가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을 벌일 수 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군산=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

4일 오전 6시경 서울 중구 남산동 주한 중국대사관 영사부에 성난 표정의 중국인 20여 명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중국의 중추절과 국경절이 8일간 이어지는 황금연휴를 맞아 한국을 찾은 관광객들. 5일간 판문점을 돌아보고 제주도의 풍광을 즐길 기대에 부풀어 이날 오전 2시경 충북 청원군 청주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지만 진행을 맡은 국내 H여행사가 호텔 대신에 청주의 한 ‘24시간 사우나’를 숙소라며 안내한 것이 발단이었다. 중국인 관광객들은 “이런 푸대접이 어디 있느냐”며 버스를 타고 서울 영사부로 직행했다. H여행사가 뒤늦게 “경기 파주시의 호텔을 잡아주겠다”며 진정시키려 했지만 헛수고였다. 이들은 이날 오전 10시경 “숙박비 500위안(약 8만 원)을 돌려주겠다”는 여행사의 약속을 받고 나서야 4시간에 걸친 ‘농성’을 풀고 영사부를 나섰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745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4% 늘었다. 하지만 이들이 접수시킨 불편 신고는 지난해 724건으로 2010년보다 39.5% 증가했다. 특히 이번 소동처럼 중추절 연휴를 맞아 중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9, 10월에 중국인 관광객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영세 관광업체가 무리하게 저가 경쟁에 나서면서 숙박 시설을 제대로 확보하지 않은 채 중국인 관광객을 모집하는 데다 숙박 시설 자체가 부족한 게 주 원인으로 지적된다. 수도권 호텔 객실 수요는 3만6000실을 넘었지만 공급은 2만5857실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모텔 여관 등 대체 숙박업소를 이용해야 한다. 이번 소동을 빚은 H여행사도 “공항 인근 숙박시설이 꽉 차 관광객들을 사우나에 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영토분쟁 탓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일본 대신에 한국으로 몰려 연말까지 외국인 관광객 1100만 명이 한국을 찾을 것”이라며 “숙소 탓에 실망하는 관광객들의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실태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명절에 외출하면 나와 달리 행복한 가족들만 보여 우울했는데…. 저에게도 언젠가 생길 아이들에게 들려줄 추억이 생겨서 기분이 좋아요.” A 양(16)은 추석 연휴를 맞아 1일 첫 해외여행에 나서며 활짝 웃었다. A 양은 친아버지 등 가족에게 성폭행을 당한 여자 중고교생들의 시설인 A쉼터에서 2010년부터 지내고 있다. 이 쉼터에 머무는 중고등학생 15명은 평소엔 사회복지사 2명의 보살핌을 받지만 명절이 되면 쓸쓸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재가한 어머니를 방문해 함께 명절을 보내는 소녀들도 있지만 6명은 집에 돌아갈 수 없는 처지다. 대부분 하나뿐인 가족인 아버지에게 학대받아 가정이 완전히 해체됐기 때문이다. 이들 소녀 6명의 해외여행은 이곳 소장이 아이들의 사연을 적어 Y여행사의 무료 해외여행에 응모한 덕분이다. 이 여행사는 올해 초부터 직원들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기부자들의 후원금을 모아 산골학교 학생과 장애인들에게 무료 해외여행 기회를 주고 있다. B 양(17)은 “술주정뱅이 아버지로부터 고통 받은 끔찍한 기억 탓에 명절이 오히려 더 괴로웠는데 사회의 따뜻한 관심으로 여행을 하게 돼 이번 추석은 덜 외로운 것 같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추석인 9월 30일 오후 11시경 개그맨 김모 씨(43)가 아내 이모 씨(37)를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김 씨는 1주일 전 녹화돼 추석날 오전 방영된 SBS ‘도전 1000곡’ 특집에 부인과 함께 출연해 다정하게 노래 솜씨를 뽐낼 정도로 애정을 과시했다. 다툼의 발단은 순댓국. 좀 더 맛있는 순댓국집을 놓고 어디로 갈지 실랑이를 벌이다 말다툼이 손찌검으로까지 번진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 용강동 도로에 그랜저 자가용을 세워두고 말다툼을 벌였다. 이후 감정이 격해지면서 아내 머리채를 잡고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시 차 안에는 유치원생인 딸이 타고 있었으며, 신고는 아내 이 씨가 직접 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신고 당시 “남편이 주먹으로 얼굴을 때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씨는 “알려진 것처럼 아내 목을 조르거나 뺨을 때리진 않았고 욕설만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아내 이 씨는 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신고 당시 흥분해 폭행 내용을 부풀리긴 했지만 주먹으로 얼굴을 맞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김 씨를 폭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하지만 경찰은 “두 사람이 합의서를 내면 수사를 종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의 남편 심재환 변호사(54·사진)가 음주운전을 하다 단속에 적발됐다고 2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심 변호사는 이날 0시경 면허정지 기준(혈중 알코올농도 0.05%)을 크게 웃도는 0.094% 상태로 서울 중구 회현동 백범광장 근처 도로에서 소속 법무법인 소유 제네시스 승용차를 몰다 경찰에 적발됐다. 동승자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심 변호사는 호흡기 측정 결과에 불복하고 채혈 측정 검사를 요청했다. 심 변호사는 송두율 사건과 왕재산 사건 등 공안 사건에 연루된 인사들을 주로 변호해왔다. 현재 ‘재일교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으로 기소돼 사형을 선고 받았던 강종헌 씨(61) 재심 사건을 변호하고 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지난해 9월 25일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철가방 천사’ 김우수 씨(당시 54세)가 생전에 뿌린 나눔의 씨앗이 아름드리나무로 자라 열매를 맺고 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24일 오후 서울 중구 무교동에서 ‘우수처럼’ 캠페인을 열어 그의 1주기를 추모했다. 시민들은 “어두운 세상에 따뜻한 등불을 밝혀 줘 감사하다”는 쪽지를 붙이며 김 씨의 1주기를 추모했다. 이날 시민 100여 명이 후원 약정서를 작성했다. 재단에 따르면 김 씨 타계 이후 ‘우수하우스’ ‘우수가게’ ‘우수교실’ 등 그의 뜻에 따르는 6개 분야의 후원 사업이 추진돼 국내외에서 1700여 명이 지원받는 ‘열매’를 맺고 있다. 김 씨가 생전 가족처럼 지냈던 중국식당 ‘동보성’ 직원들은 이날 가게 문을 닫고 경기 고양시 서울시립승화원에 잠들어 있는 김 씨를 찾았다. 김 씨의 후원을 받으며 상고에서 은행원의 꿈을 키워온 신윤희(가명·17) 양은 24일 하나은행으로부터 ‘고졸 행원으로 입사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김병호 하나은행 부행장은 24일 “나눔을 실천하려는 신 양의 자세를 높이 사 고졸 행원으로 채용하려고 한다”며 “아직 고등학교 2학년인 신 양이 졸업할 때까지 1년을 기다려야 하지만 미리 ‘찜해’ 두고 싶다”고 말했다. 신 양은 “얼떨떨하지만 기분 좋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아직 김우수 아저씨가 하늘에서 보살펴 주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아저씨, 잘 지내세요? 가을이네요. 아저씨가 하늘나라로 떠난 지 벌써 1년이 됐어요. 초등학생 때부터 도움을 받으면서도 전 아저씨가 저처럼 고아로 자라 어렵게 사시는 분인 줄 몰랐어요. 아저씨가 사고로 떠나신 작년 9월 25일, 헬멧 쓰고 활짝 웃는 아저씨의 얼굴 사진이 국화에 파묻혀 있는 걸 보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제대로 보답도 못했는데…. 저는 씩씩하게 잘 지내고 있어요. 컴퓨터학원을 다니며 은행원의 꿈을 키우고 있답니다. 상고 졸업하면 취업할 건데 자격증이 필요하대요. 할머니를 보살피다 보면 몸이 힘든데 그래도 아저씨를 생각하며 힘내고 있어요. 나쁜 생각이 들 때면 아저씨를 먼저 떠올려요. ‘나를 힘들게 도와주신 분이 있는데 열심히 살아야겠구나’ 하고요. 아직 남을 도울 형편은 못 되지만 저도 아저씨처럼 살고 싶어서 요즘 장애인 시설에 나가 봉사활동을 하고 있어요. 누군가를 돕는다는 게 이렇게 보람 있는 일인지 몰랐어요. 나중에 저도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아저씨처럼 키우고 싶어요. 어려워도 웃고 베풀라고 가르칠 거예요. 날씨가 곧 추워지겠죠. 아저씨의 따뜻한 마음이 언제까지나 힘든 사람들의 마음을 녹여 줬으면 좋겠네요. 저도 아저씨가 주신 힘으로 꿋꿋하게 살 거예요. 하늘에서 꼭 지켜봐 주세요. 사랑해요. 그리고 감사해요. ― 2012년 9월 23일 신윤희 올림 》‘철가방 천사’ 고(故) 김우수 씨로부터 도움을 받았던 신윤희(가명·17) 양이 김 씨 타계 1주년(25일)을 맞아 추모의 편지를 썼다. 김 씨는 2006년부터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매달 2만∼3만 원씩을 신 양에게 보내줬다. 1년 전, 고아로 자란 중국집 배달원이 한 달 70만 원을 벌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통해 남몰래 아이들을 도운 사연이 그의 죽음을 계기로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이 울었다. 그 후 1년, 그가 들었던 ‘철가방’은 우리 사회에 나눔의 씨앗을 배달하는 사랑의 메신저가 됐다. 김 씨의 도움을 받던 아이들은 그가 사고를 당하기 전까지 7년간 일했던 서울 강남구 일원동의 중국식당 ‘동보성’ 동료들이 이어서 후원하고 있다. 동보성처럼 김 씨의 뜻을 기려 수익의 일부로 어려운 아이들을 돕는 ‘우수처럼 캠페인’에 참여한 단체도 현재 전국에 19곳이나 된다. 지난해 김 씨의 사연을 듣고 후원을 결심한 시민은 현재 1700여 명으로 늘어났다. 회사원 박진천 씨(36)는 “김 씨 덕에 나눔에 눈떴다”며 “아직 아이가 없는데 아이들을 돕다 보면 내 자식처럼 애틋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어린이재단 콜센터(1588-1940) 및 홈페이지(www.childfund.or.kr)를 통해 김 씨의 나눔 정신에 동참할 수 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초상권 팔고 성형수술 받으세요.” 최근 M 모델업체는 이런 내용이 담긴 e메일을 무작위로 발송했다. 서울 강남 지역 성형외과에서 무료 수술을 해주는 대신 얼굴을 공개해도 될 20대 남녀를 모집한다는 것이었다. 성형 전후를 비교하는 사진을 성형외과 홍보용으로 3년간 사용하는 데 동의해야 한다고도 적혀 있었다. 의외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 업체 홈페이지 게시판엔 “코를 고치고 싶다”, “주걱턱을 깎고 싶다” 등 성형 모델에 지원하는 글이 하루 2, 3건씩 올라왔다. “꼭 (성형의) 꿈을 이루고 싶으니 살려 달라”는 간절한 글을 남긴 지원자도 있었다. 모델에 지원하려면 수술하고 싶은 부위의 사진을 함께 보내야 하는데 가슴 성형에 도전한 글도 여러 건 올라와 있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성형외과 전문의는 “성형수술이 일반화되다 보니 초상권을 대가로 한 수술에도 많은 사람이 지원하게 된 것”이라며 “하지만 온라인 광고의 특성상 병원이 명시한 기간과 상관없이 사진이 영원히 돌아다닐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3일은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지 8년 되는 날이다. 성매매특별법은 성매매 근절과 성매매 피해 여성의 인권 보호를 위해 도입됐다. 정부와 여성단체는 성매매를 방지하고 선도하는 목적의 윤락행위방지법보다 강한 효과를 기대했다. 하지만 8년이 지난 오늘 성매매특별법의 실효성 논란은 계속된다. 성매매가 근절되지 않았다. 오히려 도심과 주택가로 실핏줄처럼 번졌다. 더 음성화된 성매매 업소에서 여성의 인권은 더 깊은 나락으로 추락했다. 이러니 이 법을 폐지하자는 주장과 그나마 성매매 산업을 억제하려면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는 어떨까? 성을 팔고 사는 여성과 남성, 그리고 그들을 쫓는 경찰의 목소리를 듣고 성매매특별법의 효과와 한계를 진단한다. 》성매매특별법이 8년 동안 강력히 시행되고 있지만 아직 사라지지 않은 말 한마디.“마음에 드는 아가씨 있나 보고 가세요.”18일 오후 11시경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88번지 일대 성매매업소 집결지인 속칭 ‘미아리 텍사스촌’의 어두컴컴한 골목에 기자가 들어서자 중년 여성들이 손을 흔들며 이렇게 말을 걸어왔다. 업소마다 커튼을 쳐 홍등가를 상징하는 붉은 불빛이 외부에 보이지 않을 뿐 영업은 계속되고 있었다. 술 취한 남성이 업소 인근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뽑더니 골목에 서서 마담과 흥정했다. 순찰 중인 경찰은 이 모습을 보고도 그냥 지나쳐 갔다. 커튼을 치고 영업하면 경찰도 그냥 넘어간다고 했다. 흥정에 성공한 마담은 커튼을 열고 이 남성에게 붉은 조명 아래 앉아 있는 성매매 여성들을 보여줬다.○ 집창촌 여성들 ‘불만’ 왜?2000년 김강자 전 종암경찰서 서장이 성매매 업소를 뿌리 뽑겠다며 전쟁을 벌인 곳. 2004년 9월 23일 성매매 근절과 성매매 여성 인권보호를 위한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자 경찰의 단속이 한층 강화된 곳. 이후 불어온 서울시 재개발 바람 속에도 텍사스촌은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다. 현재 150여 곳에서 여성 400∼500명이 일하고 있다.텍사스촌의 성매매 여성들은 “성매매특별법 때문에 우리 삶이 더 힘들어졌다”고 하소연했다. 1997년 일을 시작했다는 이모 씨(36·여)는 “처음에는 창녀가 됐단 생각에 자괴감이 심했지만 몇 년 지나자 ‘열심히 일해서 버는 돈으로 홀어머니를 부양하는데 스스로 자책할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8년 동안 내 생활에는 변화가 없는데 법 때문에 나쁜 ×이 된 듯한 느낌이 든다”고 했다.법 시행 전에는 경찰도 성매매 업소가 몇 가지 중대 범죄만 저지르지 않으면 심하게 단속하지 않았다. 인신매매, 미성년자 고용 감금 등이다. 여기에 월급을 잘 주고 성병 관리만 잘하면 의례적인 단속 이외의 ‘철퇴’를 휘두르지는 않았다. 법이 시행된 2004년 이후 이런 ‘규칙’은 확 바뀌었다.이 씨는 “집창촌에 남은 우리는 닭장 속의 닭처럼, 경찰이 실적이 필요할 때 한 마리씩 잡혀가는 신세가 됐다”며 “경찰 단속도 두려워하지 않는 손님만 오다 보니 손님의 질도 점점 나빠져 일하기 더 힘들다”고 말했다. 포주 A 씨는 “여기 온 손님들이 돈을 주고 성욕을 풀고 가니 성범죄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며 “성매매를 합법화하면 애꿎은 피해자가 줄지 않겠느냐”고 했다.한때 이곳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김모 씨(33·여)는 “고등학교 중퇴 학력으로는 이곳을 벗어나도 돈벌이가 시원치 않다”며 “손가락질 받아도 큰돈이 꼭 필요해서 일하는 우리에게 쥐꼬리만 한 돈밖에 못 받을 다른 일을 하라고 하니 답답할 뿐”이라고 화를 냈다. 숨기고 싶은 직업이지만 큰돈을 벌 수 있으니 ‘좀 놔두라’는 하소연으로 들렸다.○ 집창촌 떠난 여성은 ‘불안’현재 텍사스촌에 남은 여성들은 30대 이상이 대부분이다. 김 씨는 “젊은 애들은 경찰 단속을 피하고 수입도 넉넉한 다른 종류의 성매매 업소로 빠져나갔다”고 전했다. 손님은 줄어들고 단속은 심한 이곳을 떠난 여성들은 주택가나 도심의 안마방이나 휴게텔 오피스텔 성매매로 옮겨갔다.2008년 미아리 텍사스촌에서 일을 시작한 김연희(가명·24·여) 씨는 수입이 줄어들자 곧바로 휴게텔, 안마방으로 일터를 옮겼다. 이런 곳의 성매매는 단속을 피해 더 은밀한 공간에서 이뤄졌다. 단속 위험은 줄었지만 텍사스촌처럼 여성을 지키는 업소 직원이 배치되지 않다 보니 성매수 남성의 폭력에 노출될 위험은 훨씬 커졌다. 김 씨는 “2010년 10월 성구매 남성의 가학적인 성행위 때문에 큰 상처를 입고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했다”고 말했다.가출 청소년과 대학생이 많이 유입된 인터넷 조건만남이나 오피스텔 성매매 등 비업소형 성매매 여성은 폭력에 더 노출돼 있다. 일대일로 성매수 남성을 상대하는 조건만남 성매매 여성들은 돈을 받지 못하거나 모텔에서 몸이 강제로 묶인 채 폭행당하고 성관계 장면을 카메라로 촬영당하는 피해를 입기도 한다. 오피스텔에서 성매매를 하는 이미나(가명·22) 씨는 “동료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업소에서는 업주나 손님의 부당한 대우에 대응할 수 있지만 홀로 일하는 오피스텔은 불가능하다”며 “업주가 ‘손님을 몰아주겠다’며 강제로 성폭행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성매매가 권리냐, 아니냐성매매 여성이 자신들을 ‘성노동자’로 불러주길 요구하며 적극적으로 성을 판매할 권리를 주장하는 단체도 생겨났다. 김연희 씨는 “다른 직업과 똑같은 노동이라고 생각하니 떳떳해졌다”고 말했다. 이들이 소속된 성노동자권리모임 ‘지지(持志)’는 “성매매특별법이 우리를 범죄자나 피해자로 취급해 오히려 현장에서 폭력에 시달리게 만들고 있다”며 “성 판매를 합법화하고 우리를 노동자로 인정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성 판매 합법화는 성매매업 종사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주류 여성단체는 성매매 여성들이 범죄자로 낙인찍혀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만 성매매 자체는 ‘사회악’이라고 선을 그었다. 성매매특별법 존치를 주장하는 단체 관계자는 “성노동자 운운하는 성매매 여성은 소수일 뿐 대부분 여성들은 남성 우월적인 구조 속에서 성폭력에 가까운 착취를 당하고 있다”며 “성을 사고파는 범죄 행위는 절대 노동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적반하장 男 “카드 긁는 바람에 재수없게 걸렸다” ▼“쉽게 돈 벌려는 그녀들이 더 문제”대구의 한 보호관찰소. 남자 40여 명이 한결같이 억울한 표정으로 강의실에 앉아 있다. 19세부터 67세까지 연령대는 다양하지만 모두 성매수를 했다가 단속에 적발돼 재범방지 교육 프로그램 ‘존스쿨’에 참여하는 이들이다.남성들 앞으로 20대 후반의 여성 한 명이 나왔다. 성매매 피해를 증언하기 위해 강사 자격으로 초빙된 전직 성매매 여성이었다.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이 여성의 떨리는 목소리를 듣던 한 남성이 질문했다.○ “내가 걸린 건 너 때문”“아무리 돈이 필요해도 그렇지 성매매를 해요? 편하게 돈 벌려는 생각을 고쳐야 돼….”훈계에 가까운 질문들이 쏟아지자 여성은 말을 멈췄다. 정박은자 대구여성인권센터 팀장은 당시 상황을 전하며 “성매수한 자기 처지는 생각하지 않고 성매매 여성만 부도덕하다고 손가락질하는 전형적인 성매수 남성의 모습”이라고 말했다.전문가들은 남성들이 성매수를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자신의 행동이 잘못이라고 보지 않고 ‘남의 탓’만 한다는 점을 꼽는다.성매수로 적발된 남성 대부분은 ‘하필 나만 재수 없이’ 걸렸다고 불평한다. 단속을 피해 성매수한 남성들도 많은데 자신만 ‘재수 없게’ 걸렸다는 뜻이다. 실제로 존스쿨 수강생 40.6%는 성구매를 멈추지 않는 이유로 ‘단속 나올지가 불확실하다’는 점을 꼽았다. 정재훈 전 서울대 여성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신용카드를 쓰는 바람에 걸렸다’며 후회하는 게 보통이고 성매수를 진심으로 뉘우치는 남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집단의 압박도 성구매에 빠지게 되는 원인이다. 전문가들은 남성 여럿이 모인 술자리가 관행처럼 성매수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직장인 A 씨(32)는 “개인적으론 낯선 여성과 성관계하는 걸 즐기지 않지만 막상 뒤로 빼면 ‘용기와 동료애 없는 남자’로 낙인찍힐까 봐 어쩔 수 없이 따른다”고 말했다.○ 비뚤어진 ‘욕구 해소론’성욕을 해소할 통로가 성매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하는 남성도 있다. 여자친구가 없다는 미혼 취업준비생 B 씨(29)는 “여성과 성관계에 이르는 과정이 어려워 종종 업소를 찾는다”고 털어놨다. ‘남성의 성욕은 원초적이라 성매매를 통해서라도 반드시 해소해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이들의 논리는 성욕을 억압해 봤자 성폭력 범죄와 음성적 성매매만 늘어난다는 ‘성매매특별법 필패(必敗)론’으로 결론 맺는다. 존스쿨 수강생 중엔 “남자 대 남자로 터놓고 선생님은 업소 가본 적 없느냐”고 남자 강사에게 물으며 “성매매특별법 폐지 운동에 동참하라”고 요구하는 이들도 있다박경원 보배정신건강상담센터장은 “성매수자 가운데 정상적으로 성 접촉할 수 있는 남성이 상당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성욕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건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며 “상대 여성을 지배하려는 비뚤어진 욕구와 자연스러운 성욕을 구별해야 한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 지쳐가는 警… 자고나면 변종… 경찰 단속 한계 ▼키스방 포옹방 귀청소방 립카페14일 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테헤란로의 한 성매매 업소 ‘실장’ 박모 씨(27)는 뭔가 잘못됐다는 걸 직감했다. “밤 10시에 혼자 오겠다”고 예약한 손님이 동행 여러 명을 이끌고 나타난 것.은밀하게 성매매를 알선하는 속칭 ‘오피방(대형 오피스텔)’을 단속하려고 이날 서울지방경찰청 광역단속수사대 수사관들이 들이닥쳤다. 원룸에서 벌거벗고 누워 있던 20대 남녀는 “우리는 애인 사이”라고 주장했지만 실장 박 씨와 여성 사이에 오간 문자를 확인하자 입을 닫고 고개를 숙였다. 여성이 창밖으로 급히 내던진 콘돔은 경찰이 건물 주차장에서 수거했다. 수사팀 장문옥 경위는 “이들은 성매매의 결정적 증거인 피임기구를 어떻게든 숨기려 한다”며 “콘돔을 입으로 삼키는 여성도 있다”고 했다. 집창촌 형태에서 탈피한 다양한 성매매 업소들이 지능적인 영업 방식을 도입하면서 경찰 단속은 더욱 어려워졌다. 오피방 등 일부 업소는 전화예약을 거치지 않은 손님은 아예 받지 않는다. 단속에 대비해 손님의 명함이나 웹사이트 아이디를 요구하는 업소도 있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이뤄지는 ‘애인대행’ ‘조건만남’ 등의 ‘1인 성매매’나 여관 카운터에서 점조직 형태의 보도방을 통해 알선하는 성매매는 고정된 업소에 거점을 두지 않고 은밀히 이뤄져 실태 파악조차 힘들다.단속팀은 번호 변경이 쉬운 ‘선불폰’으로 홍보 전단을 뿌린 업소에 직접 예약을 하고 단속에 나선다. 사용한 번호는 곧장 ‘경찰 번호’로 낙인찍혀 두 번 사용할 수도 없다. 업주들이 단속반의 차량 번호까지 문자로 공유하는 통에 수사팀은 일주일에도 몇 번씩 차량 번호판과 전화번호를 바꿔야 한다. 업소 입구의 폐쇄회로(CC)TV에 단속반이 비치면 업주가 철문을 걸어 잠그거나 손님과 종업원을 재빨리 뒷문으로 내보내기 때문에 허탕을 치는 일도 잦다. 단속에 성공하더라도 업주가 벌금 50만 원가량을 내고 태연히 영업을 재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성매매와의 끝없는 술래잡기에 현장 경찰관들도 지쳐가고 있다. 계속된 단속에도 ‘키스방’ ‘포옹방’ ‘귀청소방’ ‘립카페’ 등 유사성행위를 알선하는 변종 성매매가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어서다. 일선 경찰서 전담 경찰관들은 인터넷과 관련 112 신고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성매매를 파악하고 하루 두세 차례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성매매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업소를 단속·관리하는 경찰이 업주로부터 뇌물을 받고 불법행위를 눈감는다’는 세간의 시선도 부담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차라리 관할 구청이나 지자체가 은밀히 벌어지는 성매매를 단속하고 경찰은 늘어나는 강력 범죄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고 주장했다.고현국 기자 mck@donga.com}
“대낮에 ‘음주운전 안돼요’라는 피켓 들고 길거리에 서 있어 봐요. 땅속으로 파고들고 싶은 심정이에요….” 최근 면허 정지 기간을 줄이기 위해 거리 ‘교통참여교육’을 받았던 A 씨의 말이다. 아는 얼굴을 피하려고 집과 직장에서 가장 먼 경기도 외곽 도시에서 캠페인에 나섰지만 ‘혹시나’ 하는 불안감 탓에 4시간 내내 긴장했다고 털어놨다. 대부분 면허가 정지되면 정지 기간을 줄여주는 이 교육에 참가한다. 문제는 참가자가 마스크나 선글라스 모자를 착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일 “인권 침해가 될 수 있으니 교통참여교육 참가자의 옷차림을 지나치게 제한하지 않아야 한다”고 경찰에 권고했다. 이는 조모 씨(33)가 인권위에 낸 진정에 대한 결론이다. 조 씨는 지난해 5월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남부경찰서 앞 교차로에서 모자를 쓴 채 교육에 참여했다가 담당 경찰관으로부터 “교육 지침에 따라 모자 마스크 선글라스를 착용할 수 없으니 모자를 벗으라”는 지적을 받자 진정을 냈다. 경기지방경찰청은 “얼굴을 가리면 행인에게 혐오감을 주거나 시위대를 떠올리게 할 수 있어 복장 제한이 정당하다”고 맞섰다. 하지만 인권위는 참가자가 오랜 시간 햇빛 아래 서 있기 때문에 모자와 선글라스가 필요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무조건적인 복장 제한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존 랠스턴 솔 국제펜클럽 회장(65)이 18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사회복지공동모금회(회장 이동건)를 방문해 불우이웃 복지 사업에 써달라며 성금을 기부했다. 기부액은 솔 회장의 뜻에 따라 공개하지 않았다. 캐나다 출신 작가인 솔 회장은 9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 제78차 국제펜대회 참석차 방한했고 19일 출국한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한국기자협회는 18일 ‘한국 중국 베트남 기자 콘퍼런스’의 하나로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한중 기자 콘퍼런스를 열고 수교 20주년의 의미와 전망을 논의했다. 19일 같은 장소에선 한국과 베트남 언론인이 양국의 언론 및 정치외교 현안에 대해 토론한다. 콘퍼런스는 3국 언론인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2일까지 부산과 울산, 경북 경주시 등 각지에서 ‘한국 중국 베트남의 내일을 논하다’라는 주제로 이어진다.}

법원이 성범죄 전과자들을 방치한 사이 또 한 여성이 쓰러졌다.충북 청주시에서 일어난 여성 성폭행 살해사건의 피의자 곽광섭(45)은 전자발찌 착용 대상자였지만 검찰의 청구를 법원이 번번이 무시했던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그에게 제때 전자발찌를 채웠다면 억울한 희생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원이 재범 방치한 셈지난해 5월 24일. 대구지검 서부지청은 곽광섭에게 전자발찌 착용 명령을 내려 달라고 법원에 청구했다. 검찰은 그가 2004년 수차례 친딸을 성폭행하고 내연녀의 딸을 강제 추행한 죄로 5년 복역한 뒤 2009년 출소했지만 전자발찌 착용 명령을 받지 않았다는 데 주목했다. 전자발찌 제도가 시행된 2008년 9월 이전의 일이라 착용 명령을 받지 않았지만 2010년 7월 소급이 가능하도록 법이 개정됐다. 이에 따라 검찰은 친딸을 범한 곽광섭에게 전자발찌를 소급 적용해 달라고 법원에 청구한 것이다.하지만 대구지법 서부지원 형사부(부장판사 이영숙)는 석 달 뒤인 지난해 8월 17일 청구를 기각했다. 기각사유서엔 “재범 위험을 단정할 수 없다”고 적혀 있었다. 법원은 △출소 이후 부모와 함께 살며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열심히 일한 점 △교도소 생활을 하며 고졸검정고시에 합격하고 이용사 자격을 딴 점 △2004년 사건 이전까지 성폭행 전과가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안종렬 대구지법 공보판사는 1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성도착증 같은 이상 증세를 증명할 정신과 의사 소견이 없었다”며 “죗값을 치르고 성실하게 사는 이에게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내리는 것은 가혹한 이중처벌”이라고 말했다. 당시 청구를 심사한 뒤 기각한 장재원 주임판사는 “공식 답변은 할 수 없다”며 통화를 거부했다.검찰은 답답했다. 열다섯 살 된 친딸을 범할 정도로 비뚤어진 성욕을 가진 그가 성도착 기질을 다시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성폭행 전력은 없어도 폭행 등 전과가 9개에 달했다. 친딸을 성폭행했을 때마다 만취 상태였다는 점도 주의 깊게 봤다. 평소 성실히 생활하다가도 술에 취하면 재범할 우려가 높은 성향이었기 때문이다. 곽광섭의 내연녀에 따르면 곽광섭은 이번 범행 때도 술에 취해 있었다.대구지검 서부지청 관계자는 “곽 씨에게 성적 문제가 있고 재범할 우려가 크다고 판단할 근거는 충분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법원 결정에 불복해 곧바로 항고했지만 재판은 1년이 지난 현재까지 법원에 묶여 있다.대구고법 형사부(부장판사 유해용)는 검찰의 항고를 받은 지 1년이 지나도록 곽광섭에게 전자발찌를 채울지 판단을 미루고 있다. 청주지법 충주지원이 2010년 8월 전자발찌 소급 적용을 두고 헌법재판소에 제청한 위헌심판의 결론을 기다려야 한다는 논리다.○ 전자발찌 미루는 사이 3명 숨져위헌 결정이 나기 전까진 현행법에 따라 판결하는 것이 원칙이다. 대법원도 “전자발찌 소급 적용이 적법하다”고 3건의 재판에서 일관되게 판결했다. 하지만 곽광섭 사건 때 대구고법이 그랬듯 상당수 법원은 헌재 판단을 지켜보겠다며 성범죄 전과자들을 방치한 채 허송세월하고 있다. 서울 한 지방법원 판사는 “나중에 위헌 결정이 나면 소급 적용된 전과자들을 모조리 재심해 전자발찌를 풀어줘야 하는데 이는 판사들에게 큰 부담이다”라고 말했다.반면 위헌 제청이 헌재에 걸려 있지만 판사가 적극적으로 결정을 내려 전자발찌가 소급 적용된 성범죄자도 391명에 달한다. 전자발찌의 재범 억제력을 높게 본 판사들이 헌재 결정을 기다리지 않고 현행법 규정에 따라 판단한 결과다.만약 대구지법 서부지청이 곽광섭의 재범 위험성을 정확히 판단했다면, 대구고법이 원칙에 따라 현행법을 적용했다면 이번 사건을 막을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검찰은 재범 위험이 높은 성범죄자를 선별해 전자발찌 소급 적용을 2675건 청구했다. 법원은 그중 15.9%인 424건만 받아들였다. 231건은 기각됐고 나머지 2019건은 계류 중이다. 이처럼 법원에서 판단을 미루는 사이 전자발찌 없이 지내다 다시 흉악범으로 돌변한 전과자에게 숨진 피해자는 알려진 것만 3명이다. 이들에게 성폭행당한 미성년자는 6명이다. 이렇게 재범한 전과자는 지난해 10월까지 집계한 것만 19명인 것으로 확인됐다.지난달 21일 경기 수원시에서 1명을 살해하고 4명을 다치게 한 강모 씨(39)는 특수강간으로 7년 복역한 소급 적용 대상자였다. 지난해 3월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던 7세 소녀를 추행한 양모 씨(51)는 이전에도 세 차례나 아동들을 강간하려 했던 전과자다. 이들 발목에는 전자발찌가 없었다.14일 재판관 9석 중 절반을 넘는 5석이 빈 채로 남게 된 헌법재판소에 빠른 결정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제2, 제3의 피해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활짝 열려 있다.이영란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성범죄 피해가 늘어나는 현실을 고려해 전자발찌 착용 대상자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DNA 일치’ 확인… 경찰, 이웃집 용의자 곽광섭 공개수배 ▼충북 청주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성폭행 피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피해자 A 씨(25)의 몸에서 채취한 체액의 유전자(DNA) 검사 결과 곽광섭(45)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14일 공개수사에 나섰다.청주상당경찰서는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A 씨의 몸에서 나온 체액과 타액 등이 국과수에서 보관 중인 곽광섭의 DNA와 일치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곽광섭을 피의자로 확정하고 그의 최근 사진 등이 담긴 수배 전단을 만들어 배포했다.신연식 상당서 수사과장은 “도피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추가 범행을 저지를 가능성이 있어 공개수사로 전환했다”며 제보를 당부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

충북 청주 20대 여성 성폭행 살해 사건의 유력 용의자 곽모 씨(46)는 2004년 7월 대구 지역에서 친딸과 내연녀의 딸을 수차례 성폭행해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그는 전자발찌 착용 대상에 들지 않았다. 전자발찌 제도가 시행된 2008년 9월보다 앞서 범행했다는 이유에서다. 2010년 7월부터 시행된 신상공개 제도도 곽 씨에게 적용되지 않았다.○ 또 다른 ‘곽 씨’ 전국에 2만 명 전자발찌법 시행 이전에 범행했어도 죄질이 나쁘면 출소 후 3년 이내인 사람에게 법을 소급 적용해 전자발찌 착용을 명령할 수 있다. 소급 적용 대상엔 △13세 미만 아동을 성폭행한 경우 △2차례 이상 범행한 성범죄자 중 상습성이 인정된 경우 △성폭행으로 실형을 2회 이상 받은 경우 등이 포함된다. 검찰은 이 기준에 따라 현재까지 2675명을 선별해 법원에 전자발찌 부착을 청구했지만 이 중 75.5%인 2019명은 법원에 계류돼 있다. 상당수 판사들은 전자발찌 소급법이 위헌심판에 걸려 있으므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며 판결을 미뤄 왔다. 곽 씨에 대해 검찰이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청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곽 씨처럼 신상정보 공개 및 전자발찌 착용에서 제외된 성범죄 전과자는 2만 명에 달한다. 경찰은 성범죄로 △최근 15년 안에 5년 이상 또는 최근 10년 안에 3년 이상 실형을 선고받거나 △최근 5년 안에 세 차례 이상 입건됐으면 재범 확률이 높다고 보고 성범죄 우범자로 관리한다. 곽 씨는 ‘중점관리’ ‘첩보수집’ ‘자료보관’으로 나뉘는 경찰 관리 대상 중 중간인 ‘첩보수집’ 대상자였다. 성범죄자 재범위험성 평가도(KSORAS·Korea Sex Offender Risk Assessment Scale)에 따라 직장과 가정이 없거나 전과가 무거우면 더 엄중한 감시를 받는다. 첩보수집 대상자는 지침에 따라 석 달에 한 번 경찰의 감시를 받는 게 전부다. 거주 지역 지구대 경관이 우범자가 등록된 거주지에서 실제로 활동하는지, 수입이 있는지를 주변 인물을 탐문하거나 운전면허를 조회해 간접 확인한다. ‘관리 대상자의 사회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이유에서 경찰이 직접 만나지 않는다.○ 성폭행 사건 즉시 전자발찌 추적한다 경찰은 13일 앞으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법무부에 전자발찌 착용자들의 사건 당시 위치정보를 의무적으로 확인하고 유전자(DNA)를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하는 한편 대검찰청의 DNA 데이터베이스도 함께 검색하도록 조치했다. 이는 주부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서진환이 범행 13일 전에도 전자발찌를 찬 채 성폭행을 저질렀지만 전자발찌 착용자 위치정보를 뒤늦게 확인하는 등 수사당국 간 공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에 따른 조치다. 앞으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경찰은 전자발찌 착용자가 사건 발생 시 그 장소 주변에 머물렀거나 지나간 적이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고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구체적인 자료를 확보하게 된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고현국 기자 mck@donga.com }

초등학생 딸이 받아온 성폭력 예방 가정통신문을 펼쳐든 주부 안모 씨(41)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통신문엔 “차 안에서 성폭행 위기에 처하면 사고를 일으켜 탈출 기회를 잡으라”고 적혀 있었다. 안 씨는 “대형 교통사고를 감수하라는 말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이 통신문은 충남 홍성군 S초등학교가 7월 방학을 앞두고 전교생에게 보낸 것이다. 통신문엔 “성폭행을 당하지 않으려면 상대의 욕망을 떨어뜨릴 만한 추한 행동을 하라”고도 적혀 있었다. 학교 관계자는 “생활지도교사가 인터넷에 올라온 글을 참고해 만들다 보니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고 해명했다.흉포한 아동 성범죄 사건으로 불안에 떠는 학부모들에게 가정통신문은 성범죄 예방법을 익힐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지만 잘못된 정보가 많아 오히려 혼란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12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로부터 자료 협조를 받아 보건교육포럼과 함께 전국 초중고교 50곳의 성폭력 예방 가정통신문을 표본 분석한 결과 왜곡된 성의식을 키우는 내용까지 담고 있는 수준 이하의 통신문을 보낸 곳이 22%인 11곳이나 됐다.2010년 정부 설문조사에 참여한 초중고교 보건교사 1452명 중 260명(17.9%)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성교육 자료’로 가정통신문을 꼽았다. 동영상과 교과서 다음으로 많았다. 일부 학교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정한 성폭력 예방 의무교육 2시간을 가정통신문으로 대신한다.본보가 조사한 학교 가운데 7곳은 성범죄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내용까지 넣었다. 서울 중랑구 S중학교는 “여성이 눈웃음을 흘리거나 교태를 부리지 않아야 한다”고 적었다. 한 남녀공학 학교는 “노출이 심한 옷차림을 피하고 말이나 행동에 애매한 여운을 남기지 말라”고 해 ‘여학생이 성폭력을 유발한다’는 듯한 내용을 담았다.성범죄 피해를 키울 수 있는 내용을 담은 학교도 4곳 있었다. 서울 서대문구 S중학교는 “원치 않는 이성이 성적 요구를 하면 수치심을 자극해 설득하라”고 했다. 김지학 보건교육포럼 공동대표는 “성폭행범을 조롱하는 행동은 더 과격한 폭력을 부추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침을 흘리거나 용변을 보며 정신을 잃은 척하라”는 지침도 상대에게 ‘피해 사실을 제대로 증언할 수 없는 여성’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지적받았다.보건 기술 가정 등 현행 교과과정에 들어 있는 성폭력 예방 수칙과 상반된 지침을 내린 학교는 2곳이었다. 충남 지역 G고등학교는 “기다렸다는 듯 반색하며 적극적으로 응하다가 기회를 틈타 도망치라”고 썼지만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처음부터 단호히 거부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조언했다.범죄 상황을 모면하는 방법만 단편적으로 제시하는 가정통신문은 성교육 효과를 오히려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여성민우회 정하경주 상담사는 “성폭력 예방 지침은 응급용으로만 사용하고 가정 내 성교육을 장려하는 내용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전 워커힐 카지노 사장 정낙진 씨(76)의 아들이 필리핀에서 살해된 뒤 암매장된 채 발견됐다. 지난달 13일 필리핀으로 떠난 이후 행방불명된 지 29일 만이다. 경찰은 현지에서 범행을 저지른 일당을 넘겨받아 조사 중이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달 21일(현지 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정모 씨(41)를 납치한 뒤 살해하고 암매장한 혐의로 김모 씨(33) 등 한국인 3명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12일 밝혔다. 제3국으로 달아난 한 명은 추적 중이다. 정 씨의 아버지 정 전 사장은 1993년 노태우 정권의 ‘황태자’ 박철언 전 의원 등 정관계 인사들이 카지노 업자에게 뇌물을 받아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게 된 ‘슬롯머신 사건’의 주인공인 ‘슬롯머신 대부’ 정덕진 씨(71)와 한국 카지노 업계를 주름잡던 고 전낙원 ㈜파라다이스 전 회장과 함께 1990년대 초반까지 국내 카지노 업계를 이끌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 일당은 마닐라 정 씨의 집 부근에서 귀가하는 그를 납치한 뒤 2∼3시간 거리인 앙헬레스 시의 김 씨 집으로 데려가 입을 수건으로 막고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일당 3명은 정 씨를 살해한 뒤 시 외곽에 있는 고급 전원주택가의 한 임대주택 뒷마당에 시신을 시멘트와 섞어 묻은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1명은 살해 전 확보한 정 씨 집 열쇠와 금고 비밀번호를 이용해 정 씨 집에서 27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훔쳤다. 경찰은 “돈을 뜯어내기 위해 납치했다가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정 씨는 필리핀에서 인터넷 등을 이용한 선물옵션 투자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씨가 수시로 필리핀을 드나들며 카지노 사업과 관련된 일을 맡았다는 말도 나온다. 김 씨 일당은 경찰에서 “지난달 18일부터 20일 사이에 필리핀 카지노에서 포커 게임을 하다가 1억 원이 넘는 돈을 잃었다”며 “(돈을 마련하기 위해) 재력가로 알려진 정 씨를 납치한 뒤 금고를 털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제가 어렸을 때 이런 교육을 받았다면 그 끔찍한 죄를 짓지는 않았을 거예요. 그땐 왜 그런 기회가 없었을까요. 성범죄가 뭔지도 잘 몰랐던 제가 한심하네요.” 얼마 전 교도소를 방문해 성범죄자를 대상으로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아주는 교육을 실시한 성교육 전문가 이현숙 대표는 한 30대 수강생으로부터 이처럼 뒤늦은 후회의 소리를 들었다. 이 대표는 “학교 성교육이 왜 중요한지 보여주는 장면이었다”고 했다. 최근 한 남학생이 고교 시절 성범죄 전력을 숨기고 성균관대에 입학해 물의를 빚었다. 해당 학생을 포함해 남자 고교생 16명은 지적장애 여중생을 한 달간 집단 성폭행하는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 상당수는 중상위권 성적에 부모가 교사나 공무원인 안정된 가정의 자녀였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가 크게 저항하지 않아 합의가 된 줄 알았다”고 주장했다. 사건담당 경찰관은 “의사표현 능력이 떨어지는 장애인을 성폭행하고도 자기 기준에서만 판단한 것”이라며 “그 발언을 듣고 ‘그 학생들이 성폭행이 뭔지 제대로 배웠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고 말했다. 실효성 있는 성범죄 예방교육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전문가들의 6가지 제언을 정리했다. ① ‘현장형 수업’을 하자 성교육은 청소년들의 일상생활에서 언제든 적용 가능한 ‘현장형’이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성폭력의 정확한 기준이 무엇이고 성폭력 가해자 또는 피해자가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성교육 시간에 정립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선 초등학생들에게 “수영복을 입었을 때 가려진 부분은 부모가 만지더라도 ‘안 된다’고 외치라”고 가르칠 정도로 세밀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또 성폭행 위험에 처하면 ‘무조건 소리를 지르라’고 할 게 아니라 “성폭행범이 팔을 뻗었을 때 닿을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면 침착히 대응하고 그 범위 밖이라면 소리를 지르며 도망쳐라. 성폭행범은 적발될 위험을 무릅쓰고 피해자를 굳이 쫓아가지 않는다”는 현장 상황에 맞는 대처법을 가르쳐야 한다.② 성범죄 예방 교과 만들자 전문가들은 성범죄 예방 내용을 지금처럼 여러 과목에 나눠놓고 ‘수박 겉핥기’로 끝낼 게 아니라 통합된 정규 과목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초중고교 교육 과정에 맞춰 체계적인 교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교육 효과를 높이려면 연령이나 성향 등 학생 개인의 특성에 맞게 소규모로 나눠 맞춤형으로 교육해야 한다. 초등학교 저학년은 성범죄 피해 대처 요령에 대해 집중교육하고 중고교생은 성폭력 개념, 올바른 남녀 관계 정립에 중점을 둬야 한다. ③ 툭 터놓고 얘기하자 학교와 가정에서 성에 대해 솔직히 말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미국과 덴마크 등 선진국에선 1차적인 성교육자가 부모라는 인식이 강해 자녀들이 민감한 주제를 두고 부모와 대화하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미국 현지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성관계나 동성애 등에 대해 부모와 대화할 때 편안함을 느꼈다고 답한 비율이 65%였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교사가 성교육 시간에 콘돔 사용법을 알려줬다가 ‘성관계를 부추긴다’는 학부모 항의를 받고 강의에서 피임법을 빼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④ 가정으로 확대하자 교사는 매년 바뀌지만 부모는 자녀의 ‘평생 교사’다. 정부가 초등학교 교사들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성범죄 위험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응답자 48.7%가 ‘가정 성교육 강화’를 꼽아 가장 많았다. 하지만 부모의 성교육 관련 지식 수준은 한참 모자란다. ‘아하 서울청소년성문화센터’ 홈페이지에 올라온 상담글을 보면 “자위를 하는 아들을 야단쳐야 하느냐” “초등학생 남매가 컴퓨터로 야한 사진을 보는데 어떡해야 하느냐” 등의 문의가 상당수다. 전문가들은 집에 성교육 관련 서적을 비치해 놓으라고 조언한다. 책이 손에 닿는 곳에 있으면 자녀가 자연스럽게 읽고 부모와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다. ⑤ 성교육 연령을 낮추자 최근 성범죄 대상이 되는 연령층이 낮아지면서 성교육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현재 학교 성교육은 2차 성징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초등학교 5학년 이후 이뤄지지만 이를 최소한 초등학교 입학 단계로 앞당겨야 한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2010년 전국 보건교사와 보육원 교사 1756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이상적인 성교육 시작 시기로 응답자 59.4%가 3∼5세를 꼽았고 초등학교 1∼3학년이라고 생각하는 교사가 16.9%를 차지했다. ⑥ 교육 전문교사 양성하자 성범죄 예방교육 전문 교사가 턱없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성교육 교사가 성폭력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과 풍부한 사례가 없으면 ‘성교육은 역시 뻔하다’는 학생들의 선입견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다. 현재 보건교과에는 성범죄 예방 관련 내용이 비교적 상세히 포함돼 있지만 보건 교과를 채택한 학교는 7.8%에 불과하고 이들 학교에서마저 성범죄 예방교육은 뒷전이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
생전에 나눔을 강조한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은 3남매가 물려받은 재산 1억 원을 기부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노정리 씨(50·여)를 비롯한 3남매가 지난해 11월 사망한 아버지 고(故) 노경원 씨(당시 79세)의 뜻에 따라 유산 1억 원을 기부했다고 10일 밝혔다. 함경북도에서 태어난 아버지 노 씨는 6·25전쟁 이후 남한으로 건너온 뒤 대학 야간 과정을 밟아 공인회계사가 됐다. 그는 북에서 온 실향민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사업을 해왔다. 노 씨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고액기부자 모임 아너소사이어티(Honor Society) 151호 회원으로 등록됐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