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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들을 창조경제의 주역으로 육성해 2017년까지 수출 중소기업을 10만 개, 연간 수출액 1000만 달러 이상인 글로벌 강소기업을 3000개로 늘리기로 했다. 중소기업청은 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제130차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목표를 밝혔다. 지난해 말 현재 8만6000개인 수출 중소기업을 5년 만에 16.3%, 1952개인 글로벌 강소기업을 53.7% 각각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기청은 이달 ‘글로벌 하이웨이 프로그램’을 시작하기로 했다. 국내외 전문 컨설팅회사를 통해 중소기업의 역량을 진단하고 시장 선정, 연구개발(R&D), 특허 출원, 자금 조달, 마케팅 등을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또 중기청은 긴급경영 안정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대상에 환율 변동으로 피해를 본 기업들도 추가하기로 했다. 현재까지 외환부문 지원은 키코(KIKO·환율 변동과 관련된 파생 금융상품) 또는 외화 대출에 의한 피해만 대상으로 돼 있었다. 조달청은 우리 중소기업들이 해외 공공 조달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중국 베트남 아랍에미리트(UAE) 등 7개국과 유엔을 포함한 8개 시장을 중심으로 설명회, 전시회 등을 열 계획이다. 다음 달에는 미국, 11월에는 유럽연합(EU)에서 상담회도 연다. 한국수출입은행은 대규모 해외 인프라 사업에 진출하려는 중소기업을 돕기로 했다.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으로부터 차관을 받는 개발도상국들이 진행하는 인프라 구축사업 입찰에 참여하는 컨소시엄에 중소기업이 얼마나 참여하느냐에 따라 가점을 주는 방식이다. 수출입은행으로부터 좋은 점수를 받으면 사업을 낙찰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 또 수출입은행은 국내 수출 중소기업 중 83.2%가 수출액 100만 달러 미만인 점을 감안해 이런 기업들에 적용되는 대출금리를 0.5%포인트 낮춰주고 한도도 수출 실적의 70%에서 100%로 높여줄 계획이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은 자유무역협정(FTA) 발효국가를 중심으로 중소기업 공동 브랜딩 사업도 진행할 계획이다. 예컨대 국내 식품기업이 미국에 진출할 때 정부의 도움을 받아 현지 브랜드를 다는 방식이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페이스북, 트위터, 포스퀘어, 드롭박스, 에어비앤비, 그루폰, 핀터레스트…. 세계적으로 유명한 벤처기업인 이들의 공통점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기반을 둔 엔젤펀드 ‘에스브이(SV)엔젤’의 투자를 받았다는 것이다. 론 콘웨이 씨와 함께 SV엔젤을 공동 창립한 한국계 미국인 데이비드 리 파트너(43)는 6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창업 생태계를 만들려면 정부는 기업이 아니라 기초과학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유력한 투자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그는 1∼3일 열린 테크콘퍼런스 ‘비론치’ 참석차 방한했다. 리 파트너는 팀 버너스리가 개발한 월드와이드웹(WWW)과 미국 국방성이 개발을 주도한 위성항법장치(GPS)가 최근 소프트웨어 창업의 기반이 된 것을 예로 들며 “정부의 역할은 창업을 돕는 이공계 기술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타트업(창업기업)의 주체는 창업자이고, 엔젤과 벤처캐피털은 창업가의 성장을 돕는 투자자라는 본질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 정부가 창업기업 직접투자를 늘리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좋은 싹을 골라 수익을 내는 것은 민간의 영역이니 학교와 연구기관을 지원하는 것이 더 낫다”고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그는 2003년 구글에 입사해 신사업개발팀을 이끌었고, 이후 사용자의 취향을 분석해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추천해 주는 ‘스텀블어폰’이라는 소셜미디어를 창업해 이베이에 매각했다. 2009년에는 본인의 창업 경험을 살려 SV엔젤을 설립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한 투자 활성화 방안으로는 감세(減稅)를 들며 “세금 감면은 금융이 돌아가게 하는 가장 큰 동력”이라고 말했다. 리 파트너는 “미국은 특정 기업에 1년 이상 투자하면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을 감면해 준다”며 “반면 최근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벤처기업 투자로 얻은 수익에 대한 세율을 올리겠다고 발표하면서 엔젤과 기업들이 반발하고 나섰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벤처기업에 투자한 뒤 3년 이상 유지하면 양도차익에 비과세를 적용하는데 현재 중소기업청은 투자대상 기업을 다른 중소기업으로 넓힐 것을 추진 중이다. 한 번 실패하면 재기가 어려운 한국의 창업문화를 두고 리 파트너는 “투자한 기업이 실패한다면 그 책임을 창업자에게 돌리지 말고, 기업을 잘못 고른 자신의 선구안을 탓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리콘밸리의 투자자들은 창업자가 횡령 등 윤리적 문제를 저지르지 않는 한 실패의 책임을 전혀 묻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엔젤과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의 협업이 창업 생태계를 육성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도 했다. 대표적인 예가 SV엔젤과 와이콤비네이터가 진행한 ‘스타터 펀드’다. 그는 “와이콤비네이터가 보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SV엔젤이 자금을 대면서 드롭박스와 에어비앤비가 성공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며 “한국에서도 엔젤과 인큐베이터의 협업은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3일 모든 남측 인력이 철수한 개성공단은 잠정폐쇄 상태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1차 목표였던 국민 안전을 확보한 청와대는 “개성공단 가동을 재개할 때 이번 중단 사태의 책임을 북한에 묻겠다”는 태도다. 청와대는 북한이 주장하는 대로 미수금 명목으로 1300만 달러(약 142억 원)를 지급하면서 우리가 주장했던 완제품 및 원·부자재 반출을 관철하지 못한 협상의 한계를 인정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5일 “협상 결과가 좋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던 측면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들의 빠른 귀환을 최우선 목적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에 우리 국민을 남겨둔 채 박 대통령이 미국 방문길에 올라야 하는 상황에 대한 부담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며 원칙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지금은 우리 세금으로 개성공단 진출 기업들의 피해를 보상해 주지만 북한의 억지로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된 만큼 개성공단 재개 협상 과정에서 북한에 책임을 명확하게 묻겠다는 의지도 갖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늘 대화의 창구는 열어놓지만 우리의 원칙을 훼손하고 개성공단에 들어가는 일은 없을 것이며 개성공단 중단에 따른 금전적 손해에 대한 책임도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판문점연락관(적십자채널)과 군 통신선 가동을 재개해 완제품 반출 등을 추가 논의하자는 우리 정부의 제의에 대해 북한은 이날 “대북 적대행위부터 중단해야 공단이 정상화할 수 있다”며 응하지 않았다. 북한 국방위 정책국 대변인은 “남조선 괴뢰들은 개성공업지구의 운명이 진정으로 걱정되고 파국 상태에 처한 북남관계가 지속되는 것이 두렵다면 우리에 대한 모든 적대행위와 군사적 도발을 중지하는 조치부터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바로 여기에 차단된 통행이 열리고 끊어진 통신이 회복되며 공업지구 운영이 정상화되는 길이 있다”고 밝혔다.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되면서 입주기업들의 피해는 점점 커지고 있다. 납품계약이 끊긴 것은 물론이고 공단에 두고 온 설비도 오랫동안 돌리지 않으면 공단 운영이 재개되더라도 쓸모없게 된다. 도금업체 명진화학은 도금에 쓰이는 약품 10억 원어치를 날릴 처지다. 정을연 사장은 “수시로 여과기를 돌려 불순물을 제거해줘야 한다. 한 달 정도 지나면 약품이 아예 변질돼 여과기를 돌려도 소용없게 된다”고 말했다. 부품소재기업 에스제이테크의 유창근 대표는 “이달 중순이면 장마철을 앞두고 습도가 높아져 기계가 녹슬고 부식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일부 기업은 떠나려는 바이어들을 붙잡기 위해 국내외에 대체 설비를 늘리고 있다. 개성공단 가동이 재개되면 중복투자이지만 납품기한을 맞추려면 대안이 없다. 피해는 5800여 개 협력업체에까지 번지고 있다. 개성공단에 소모성 자재를 납품하는 화성종합상사는 피해액이 2억 원이 넘는다. 조남현 대표는 “3월분 금액을 받지 못했지만 이미 초상집인 입주기업들에 결제해 달라고 할 수가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동정민·강유현·조숭호 기자 ditto@donga.com}

홍양호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장 등 ‘최후의 7인’이 개성공단에 남아 끈질긴 협상을 벌였지만 끝내 북한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북한이 요구한 ‘미수금 완납’은 성사됐지만 한국의 요구 사항이던 완제품과 원·부자재의 반출은 이뤄지지 않았다. 북한은 한국 인력 전원 철수를 앞두고 돈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며 ‘개성공단은 현금창고’라는 사실을 스스로 재확인시켰다. 북한은 최종 실무협상을 통해 1300만 달러(약 142억 원)를 챙겼지만 ‘믿을 수 없고, 투자할 수 없는 나라’라는 치명적인 이미지를 국제사회에 각인시켰다. 개성공단이 사실상 문을 닫으면서 남북한 모두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북한의 미수금 요구만 충족된 협상 3일 정부가 북한에 지급한 1300만 달러를 항목별로 살펴보면 △3월분 임금 730만 달러 △2012년 기업소득세 400만 달러 △통신료 및 폐기물 처리비 등 기타 수수료 170만 달러. 북한은 4월분 임금 120만 달러도 달라고 요구했지만 정부는 지급을 보류하고 추후 협의키로 했다. 지난달 3일 북한의 출입 제한 조치로 조업이 파행을 겪었고 같은 달 8일부터는 북한 근로자가 출근하지 않아 조업이 아예 중단됐기 때문이다. 1300만 달러의 ‘미수금’은 남북협력기금에서 지급됐고 입주업체들과 정부가 사후 정산할 예정이다. 하지만 북한이 업체별 세부 명세는 제시하지 않은 채 총액으로 ‘미수금’을 받아 가 정산작업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재권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어떻게 기업의 피해는 고려하지 않고 쉽게 결정할 수 있나. 최소한 기업들에 점검목록을 받아 정산 명세를 꼼꼼히 체크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희건 나인제이아이티 대표는 “3월 생산품을 하나도 갖고 오지 못했는데 왜 3월분 임금을 주느냐”며 정부의 정산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북한과 입주업체 중간에 ‘끼인 신세’가 돼 버린 것이다. 개성에 남겨진 완제품과 원·부자재의 운명은 촌각을 다투게 됐다. 완제품 가운데 계절을 타는 의류는 납품시기를 놓쳤고 다른 설비도 관리 없이 방치될 경우 사실상 폐기물이 될 개연성이 높다. 입주업체 A사 관계자는 “몇 주는 버티겠지만 장마철이 다가오고 있어 시간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 단전·단수 문제도 급부상 정부는 “앞으로 요구사항을 관철해 나가겠다”고 밝혔지만 ‘챙길 것을 챙긴’ 북한이 추가 협상에 응할지 알 수가 없다. 한국 정부가 판문점 채널이나 군 통신선을 복원해 향후 협의를 갖자고 제의했으나 북한은 답을 하지 않았다. 남측이 개성공단에 10만 kW 규모로 제공하는 전기를 어떻게 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전기가 끊기면 정수장도 가동을 멈추기 때문에 ‘단전=단수’가 된다. 개성공단 정수장은 그동안 공단 용수 외에도 하루 1만5000t씩 개성시민에게 식수를 공급해 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인도적 차원에서 단전·단수 조치가 쉽지 않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설을 관리하는 한전과 수자원공사 직원이 모두 철수했고 정수 약품도 동이 난 상태다. 정부 당국자는 “개성공단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할 것이며 아직 어느 쪽으로도 방침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 개성공단의 향후 운명은? 이날 개성공단이 사실상 폐쇄 상태에 빠지면서 금강산관광지구의 ‘운영 중단→자산 몰수→사업계약 파기’와 같은 운명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3일 “남조선의 동족 대결 광신자들은 공단에 들어오는 남측 기업가와 노동자 속에 모략꾼, 정탐꾼들을 박아 넣어 우리의 체제를 전복하려는 비열한 책동에 매달려 왔다”고 주장했다. 양운철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이 미수금 정산까지 하는 걸 봐서 일단 폐쇄 절차로 가는 것 같다”며 “불안정한 긴장 상태가 유지되다 남북 간에 돌발적인 충돌이라도 벌어지면 공단이 완전히 폐쇄될 개연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한반도 정세 전체를 관리하는 수단으로 개성공단 문제를 활용하고 있다”며 “전략적 차원에서 개성공단을 살려야겠다는 판단의 변화가 있기 전에는 한국이 어떤 수단으로 정상화 노력을 해도 북한은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조숭호·강유현·윤완준 기자 shcho@donga.com}

프리미엄 리조트 브랜드 클럽메드코리아는 온 가족이 편안하고 즐거운 휴가를 만끽할 수 있는 여행지로 8월 중국 구이린(桂林)에 문을 여는 ‘클럽메드 구이린 리조트’를 추천했다. 현재 클럽메드는 국내 조기 예약자를 대상으로 가격할인 행사를 벌이고 있다. 절경으로 유명한 구이린에 자리 잡은 이 리조트에선 아름다운 자연에서 휴식을 취하는 동시에 다양한 문화 및 레포츠 활동까지 즐길 수 있다. 인천공항에 구이린까지 4시간이면 닿는 직항 노선이 있어 연세가 많으신 부모님이나 나이 어린 자녀를 동반해 3대가 함께 하는 가족 여행에도 적합하다는 게 클럽메드 측 설명이다. 객실은 모던한 디자인으로 꾸몄다. 리조트 내 ‘현대 조각 공원’에서는 신진 예술가들의 다양한 예술품을 감상할 수 있고, 현지 예술가와 함께 나만의 예술 작품을 만들어보는 강습도 마련했다. 구이린과 양숴(陽朔) 사이에 흐르는 강인 리장(리江)을 비롯해 동굴, 카르스트 지형의 산 등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도 둘러볼 수 있다. 현지 주민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스와이타오위안(世外桃源)과 외국인들의 거리 웨스트 스트리트도 빼놓을 수 없는 여행지다. 이 밖에 중국의 독특한 문화와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타이치, 동굴 탐험 등 연령대별로 구성한 레포츠 프로그램, 키즈클럽 등 즐길 거리가 다양하다. 클럽메드는 다음 달까지 구이린 리조트 숙박을 조기 예약하는 고객 선착순 100명에게 무료로 스와이타오위안을 관광하고, 리장에서 펼쳐지는 유명 야외공연을 볼 수 있는 혜택을 준다. 8∼10월 3박 5일 패키지는 성인 1인당 129만 원부터, 4박 6일은 135만 원부터다. 02-3452-0123.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아이폰 바탕화면을 가리키며) 카카오톡은 ‘메시지’에서 출발했습니다. 에버노트는 ‘메모’, 인스타그램은 ‘카메라’, 쿨아이리스는 ‘사진’을 재정의해 새로운 소비자를 창출했습니다.” 수잔야 붐카 쿨아이리스 최고경영자(CEO·사진)는 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창업의 기회는 생활 속 문제점을 개선하는 과정에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쿨아이리스는 사진을 공유하고 검색하는 애플리케이션이다. 지난해 7월 애플 앱스토어에 출시한 지 9개월 만에 다운로드 300만 건이 넘었다. 그는 “사진공유 사이트가 e메일,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플리커 등으로 너무 많다는 데 착안해 플랫폼을 하나로 모으는 플랫폼을 고안한 것”이라며 “사용자들의 불편함을 덜어주려는 마인드와 빠른 속도, 멋진 인터페이스가 성공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2006년에 설립한 쿨아이리스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의 세 번째 창업이었다. 처음엔 기업의 인사평가를 돕는 ‘타마린드’, 다음엔 컴퓨터 메시지를 휴대전화로 전송해주는 ‘바추’를 창업했다. 바추는 가입자가 순식간에 늘었지만 수익성이 낮아 성공적이지 못했다. 하지만 붐카 CEO는 “사업에 실패해도 상관없는 곳이 실리콘밸리”라며 “다음 제품이 좋으면 투자자를 모으고 인맥을 구축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에선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큰 리스크”라며 “이런 측면에서 창업은 에너지가 충만하고 포기할 것이 적은 대학생 때 첫발을 들이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실리콘밸리에서 한국인의 경쟁력에 대해서는 “약점보다 강점이 많다”고 했다. 한국인은 의지가 매우 강하고 한인 네트워크가 탄탄한 데다 모바일 환경이 매우 발달해 있어 좋은 조건에서 창업할 수 있다는 것이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홍양호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장을 비롯해 개성공단에 잔류한 7명의 남측 인원이 2일에도 귀환하지 못했다. 당초 이날 종료될 것으로 예상되던 ‘개성공단 문제를 둘러싼 남북 협상’이 막판 진통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입주기업들이 미지급금 명세를 제출하지 않아 북한이 주장하는 미수금 액수와의 대조작업이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완제품 반출에 대한 북한의 반대도 계속되고 있어 협상 타결을 어렵게 했다”고 말했다. 다른 당국자도 “북측이 완제품 반출 등에 대해 기대에 맞는 반응을 보인 것이 없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에는 현재 승용차 5대밖에 없어 제품을 실어오려면 화물차의 진입이 허용돼야 한다. 북한은 북측 근로자에게 미지급된 3월 임금과 소득세, 통신료 등을 포함해 1000만 달러(약 110억 원) 이상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북소식통은 “남북 양측 간의 협상은 철저히 미수금 정산과 완제품 반출 문제 등에 국한해 진행되고 있을 뿐,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논의나 협의는 전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개성공단 가동 중단 사태가 길어지자 2일 입주기업들의 긴급 유동성 지원을 위해 1단계로 총 3000억 원 규모의 운전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합동대책반은 123개 입주기업에 대한 납북협력기금 특별대출(630억 원 규모)을 금리 2% 수준에서 지원한다. 업체당 대출 상한선은 10억 원이다. 또 1000억 원 규모의 중소기업창업·진흥기금(금리 2%), 정책금융공사의 온렌딩(간접대출) 1000억 원,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의 특례보증 369억 원도 제공한다. 지원 신청은 6일부터 수출입은행을 통해 받을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남북협력기금 경협보험 자금(3000억 원) 지원도 추진되고 있다. 입주기업 96곳이 가입해 있는 경협보험은 보상한도가 최대 70억 원, 불가피한 경우 100억 원까지로 공장 건물 등 투자자산을 주요 보장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원·부자재와 납품 지연에 따른 영업손실을 대상으로 하는 교역보험에 가입한 입주업체가 없어 조업차질 피해는 보상받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통일부 남북협력지구지원단은 1일부터 입주기업 피해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이날 정부의 지원방안에 대해 입주기업들은 ‘눈 가리고 아웅 격’이라며 반발했다. 유창근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은 “경협보험은 약관에 따라 돈을 부담한 만큼 보상을 받는 것이지 정부가 지원을 해주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긴급 운전자금도 ‘대출’인데 마치 거저 주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며 서운한 기색을 드러냈다. 옥성석 협회 부회장은 “조만간 입주기업들의 피해 규모를 집계해 정부의 지원금액이 부족하지 않은지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에 모든 설비를 두고 있는 섬유업체 A사 회장은 “어차피 개성공단을 닫아서 공장을 돌릴 수가 없는데 운전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개성공단을 하루빨리 정상화해 달라”고 요구했다. 기계업체 B사 회장은 “기업의 잘못으로 개성공단이 멈춘 것도 아닌데 왜 대출을 해주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간 묶여 있던 경협자금으로 ‘이자 장사’나 하려고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며 격분했다. 개성공단영업기업연합회는 이날 호소문을 내고 “정부의 지원대책에서 개성공단 영업기업에 대한 부분은 전혀 없다. 지원 대책을 수립해 달라”고 촉구했다. 지난달 25일 설립된 연합회는 입주기업에 물류, 식자재 공급, 폐기물 처리 등의 경영지원서비스를 해주는 업체 85곳으로 구성됐다.조숭호·강유현 기자 shcho@donga.com}

“미국에서 마케터로 일할 때였어요. 보고서를 쓸 때마다 튜터에게 문장을 교정 받아야 했죠. 여기서 사업 기회를 발견했습니다. 싼값에 영어 과외 선생님을 붙여주는 겁니다.” 김용경 채팅캣 대표는 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스타트업(신생벤처)·테크 콘퍼런스 ‘비론치 2013 서울’ 첫날 ‘스타트업 배틀’ 무대에서 이렇게 말하며 ‘채팅캣’을 시연해 보였다. 채팅캣은 사용자가 휴대전화나 PC에서 영어 문장을 전송하면 원어민이 실시간으로 문장을 교정해주는 서비스다. 김 대표는 “크라우드 소싱을 통해 튜터 140명을 확보했다”고 했다. 심사위원인 류중희 올라웍스 대표는 바로 시험해 보더니 “응답이 오는 데 3분 걸렸다”며 “응답을 받는 데 걸리는 시간을 얼마나 더 줄일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피에터 캠스 아마존웹서비스 아태지역 총괄은 “한 문장만 갖고 행간의 의미를 어떻게 파악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날 예선을 통과한 스타트업 20팀은 2일까지 자신들의 신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인다. 주어진 시간은 단 14분. 7분간 제품을 설명하고 7분간 심사위원과 질의응답을 한다. 심사위원으로 강석흔 본엔젤스 이사, 송은강 캡스톤 대표 등 5명이 나섰다. 박효태 싱글펫 대표는 외부에서 집 안에 있는 강아지에게 사료를 챙겨주고 마이크와 스피커를 통해 강아지에게 말도 건네는 장치 ‘싱글펫’을 들고 나왔다. 스마트폰에서 싱글펫 애플리케이션을 열고 ‘meal(식사)’ 버튼을 누르자 곧바로 옆에 있던 장치에서 사료가 나왔다. 강 본엔젤스 이사는 “강아지의 만족도를 어떻게 측정하고 증명할 수 있느냐”고 질문했다. 캠스 아마존웹서비스 총괄은 해킹 가능성에 어떻게 대비하는지 물었다. 발표장 밖에선 스타트업 63곳이 각자 부스를 차리고 자신들의 제품을 열심히 소개했다. 안드로이드 전용 보안솔루션 ‘메두사 헤어’, 사용자의 음악적 취향을 분석해 비슷한 사람을 연결해 주는 ‘뮤직 클라우드’ 등 다양한 제품이 눈에 띄었다. 이날 관람객은 1500명에 달했다. 유명 벤처인들이 스타트업들에게 조언하는 시간도 있었다. 에버노트 최고경영자(CEO) 필 리빈은 비론치 기조연설자로 나서 ‘100년의 스타트업이 되는 방법’을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뭘 만들어 어떻게 수익을 창출할 것인지보다 왜 만드는지, 어떤 제품을 만듦으로써 세상이 얼마나 더 좋아지는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본질을 고민해야 기업의 지속성도 커지고 더 재밌게 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비즈니스 모델이 단순해야 한다”며 “많은 사람들이 사는 제품보다 오래 머물러 정이 들게 하라”고 조언했다. 국내 벤처전문가들은 좀 더 실용적인 도움말을 전했다. 노정석 아블라컴퍼니 대표는 “투자자들은 투자할 곳을 결정할 때 문서나 사업모델보다는 창업자의 열정과 끈기를 먼저 본다”며 “자금도 딱 6개월 치만 갖고 운영해야 절박감이 들면서 효율적인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신 스마일패밀리 대표는 “창업기업을 함부로 매각하려 하지 말고 본질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개성공단 문제를 둘러싼 남북 협상이 빠르면 2일 일단 종료될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공단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은 1일 “핵심 쟁점인 미수금 총액 규모 확정과 지급 방식에 대한 협상이 완전 타결되지는 않았지만 언제까지 남측 인원 7명을 개성에 남겨둘 수 없어서 남북 간 잠정적인 합의를 하는 방식으로 봉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에는 홍양호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장 등 관리위 소속 5명이 남아 123개 입주업체들을 대신한 협상을 하고 있다. 통신 지원을 위한 KT 직원 2명도 잔류해 있다.○ 북한 주장 ‘미수금’ 800만 달러 크게 상회하는 듯 북한은 3월분 임금과 과거 체납임금, 통신료 및 소득세를 납부하라고 계속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부는 미수금을 지불하는 대신 3월 조업으로 생산된 완제품과 원·부자재를 갖고 나올 수 있게 해달라고 맞서고 있다. 북한이 미수금이라고 주장하는 총액은 당초 알려진 800만 달러를 상당히 웃도는 것으로 전해졌다. 개성공단 소속 북한 근로자의 한 달 치 임금 총액은 717만 달러(약 79억4000만 원)이다. 정부는 당초 4일경까지 협상을 마무리 짓고 홍 위원장 등 7명을 귀환시킨다는 잠정 계획을 세웠지만 미수금 총액 규모 확정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제3의 봉합 수순’을 강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입주업체 중 미지급금 명세를 제공하기를 꺼리는 곳이 있어 북한이 주장하는 금액과 대조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전기·상하수도 등 인프라 담당요원이 전원 철수한 상태여서 7명의 체류 여건이 좋지 않은 것도 정부의 결정에 영향을 줬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정부는 북한과 미수금에 잠정 합의를 보고 잔류 인력 7명을 조기 귀환시킨 뒤 입주업체들과는 차후 정산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과 서류상 합의를 먼저 하고 현금 지불 시기는 조절할 것인지, 곧바로 현금수송차를 통해 지불까지 끝마칠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대북 소식통들은 전했다. 금융 업무를 담당하던 우리은행 지점이 지난달 27일 철수하면서 개성공단에는 현금이 없다. 북한은 지난달 10일 월급날에 맞춰 입주기업들이 현금수송차를 개성공단으로 보내겠다고 요청했으나 이것도 허용하지 않았다.○ 입주업체의 두고 온 PC 보안 문제 개성공단에 남겨진 컴퓨터와 문서의 보안 문제도 남북 간의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할 조짐을 보인다. 정부는 민감한 자료를 모두 반출했다고 밝혔으나 입주업체들은 공단 폐쇄가 아닌 ‘잠정 가동 중단’으로 받아들여 모든 컴퓨터와 서류를 갖고 내려오지 못했다. 휴대하기 쉬운 노트북은 가져왔지만 데스크톱 컴퓨터는 남겨둔 채 귀환한 업체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파악됐다. 해킹에 능한 북한이 컴퓨터 데이터에 접근하고 그렇게 얻은 정보를 어떤 식으로 활용할지 알 수 없다고 대북 소식통들은 전했다. 한 보안 전문가는 “하드디스크를 물리적으로 파괴하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데이터는 복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한 자력으로 컴퓨터 데이터를 완전 삭제하는 디가우징(degaussing)을 하거나 망치 등으로 하드디스크를 부수지 않는 한 포맷된 컴퓨터 정보도 살려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공단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때 하루 평균 800명 규모로 왕래하던 남측 근로자의 신상정보가 고스란히 노출될 개연성이 있는 셈이다. 부품업체 A사 관계자는 “현지 관리직만 20∼30명인데 그 많은 컴퓨터를 어떻게 갖고 나올 수 있었겠느냐”며 “컴퓨터에는 제품 생산량과 원·부자재 관련 기록, 본사 연락처, 남측 근로자의 근로계약서 등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PC를 현지에 그대로 놔두고 온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최소한 하드디스크라도 떼서 왔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윈도 로그인 암호가 설정돼 있다 하더라도 하드디스크 자체에 암호를 걸지 않았다면 정보는 얼마든지 꺼내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임성남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1일 1박 2일 일정으로 베이징을 방문했다. 임 본부장은 2일 중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 등과 만나 북한과의 대화 재개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공단 사태를 풀기 위한 외교적 공조가 논의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날 오후 중국국제항공(CA)편으로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 공항에 도착한 임 본부장은 “개성공단 문제가 한반도 정세에서 중요한 사안으로 대두된 만큼 한국의 입장을 (중국에)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숭호·강유현 기자·베이징=고기정 특파원 shcho@donga.com}

“알고 보니 개성공단은 사업이 아니라 정치하는 곳이더군요.” 개성공단 입주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2009년 자진 철수한 모피의류업체 ‘스킨넷’의 김용구 사장(45·사진)은 지난달 29일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 사장은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가 북한군 총격에 사망하고 12월 북한이 남측 인원과 통행시간을 제한한 ‘12·1 조치’를 내놓자 회의가 들었다. 결정적 계기는 이듬해 3월 한미 연합 군사훈련 키리졸브 때 북한이 남측 인력의 귀환을 금지한 것이었다. 내려오기로 한 스킨넷 직원의 발이 묶이자 그의 아내와 어머니는 회사로 찾아와 “내 아들 살려내라”며 통곡했다. 개성공단을 믿지 못한 바이어들 때문에 주문량은 30% 급감했다. 김 사장은 “개성공단은 북한 맘대로 움직이는 곳이라는 걸 그때 확실히 깨달았다”고 회고했다. 결국 입주한 지 1년 10개월 만인 2009년 6월 개성공단에서 철수했다. 공단에 있던 재봉틀 40대 중 15대를 “수리한다”며 빼내고, 모피 원자재도 남쪽으로 옮겼다. 약 1억 원을 들여 경기 파주시에 임시 거처를, 중국 베이징(北京)에 공장을 마련했다. 이윽고 폐업 신고를 하자 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관계자가 “당신에게 총칼을 들이댄 적도 없는데 왜 가는지 모르겠다”며 보내줬다. 김 사장은 “많은 사장들이 철수를 원하면서도 투자 금액이 너무 많아 차마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 사장은 현재 개성공단 상황을 ‘제2의 1·4 후퇴’라고 했다. “개성공단의 주인인 기업들이 하루아침에 설비와 제품을 다 놓고 쫓기듯 내려왔습니다. 6·25 때 중공군에 밀려 남으로 내려온 것과 뭐가 다릅니까.” 그의 언성이 높아졌다. 그는 정부의 잔류 인원 철수 결정에 대해 “잘했다. 개성공단은 차라리 폐쇄하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사람이 다 빠져나오면 건물과 설비가 북한에 남더라도 북한이 개성공단을 정치적 협상에 악용할 수 있는 여지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남북 경협사업을 정상적으로 가동하려면 애초에 공단을 제3국에 만들거나 남북에 모두 만들었어야 했다”며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본 피해에 대해서는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개성공단의 정상화는 어려울 것”이라며 “도산하는 입주기업과 협력회사가 속출하기 전에 정부가 책임감을 갖고 하루빨리 손실을 충분히 보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개성공단 가동 중단이 우리 산업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개성공단 입주기업으로부터 제때 제품을 못 받은 중소 패션업체들이 곧 부도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이 때문에 다른 협력회사들도 패션업체에 납품을 꺼리고 있어 소문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어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국내에서 대체 공장과 인력을 물색하면서 숙련공의 몸값과 용역비가 최근 20∼30% 올랐다”고 덧붙였다.강유현·김호경 기자 yhkang@donga.com}

정부의 방침에 따라 개성공단에 남아 있는 우리 인력이 전원 철수해 사실상 공단이 폐쇄되면 입주기업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와 민간이 추산하는 피해액이 현저히 차이 나는 데다 현행법상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보상받을 수 있는 범위도 매우 좁아 기업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정부 9500억 원 vs 민간 5조∼6조 원 개성공단에 입주한 섬유업체 화인레나운은 누적 피해액이 15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박운규 화인레나운 대표는 “개성에 남겨놓은 완제품과 원부자재를 합쳐 약 100억 원이 묶여 있다”며 “납기일을 맞추지 못해 제기된 바이어들의 클레임을 합치면 지금까지 누적 피해액만 150억 원”이라고 말했다. 한 입주기업은 연 매출이 20억 원 정도에 그치는데 최근 거래처로부터 24억7000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를 받기도 했다. 다른 섬유업체 A사의 대표는 “개성공단에 원부자재 25억 원어치가 묶여 있고 바이어들에게 배상해야 하는 금액도 25억 원이나 된다”며 “설비투자액 90억 원 중 경협보험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최대 45억 원에 그쳐 지금까지 누적 손실액이 95억 원에 이른다”고 토로했다. 입주기업들의 피해는 시간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창근 에스제이테크 회장은 “부품소재 업체의 기계는 매우 민감해 온도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는데 관리 인력까지 모두 철수해 며칠 안에 고물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전력, KT, 한국수자원공사 등 개성공단의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진출했던 기업들의 피해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한전이 총 480억 원을 투자해 지은 10만 kW급 평화변전소와 철탑 48기, 154kV급 송전선 등은 공단이 폐쇄되면 무용지물이 된다. 2005년 개성지사를 세운 KT 측도 “땅과 건물, 통신 인프라를 설치한 비용과 향후 잃을 수 있는 사업 기회까지 고려하면 피해액이 수백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입주기업들의 피해 보상이 이슈로 등장한 가운데 정부와 민간이 주장하는 피해 규모에 큰 차이가 있어 향후 상당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27일 국회 예산결산특위에서 개성공단 피해액을 약 1조 원으로 추산했다. 이는 통일부가 집계한 인프라 구축비 및 설비투자액 9500억 원에 기업들의 소규모 설비투자액을 합한 것이다. 반면 민간 측에서는 피해액이 많게는 5조∼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정책팀장은 “입주기업들의 투자금액, 매출 손실, 납품업체 배상금액, 자금 유동성이 막히면서 생기는 2차 피해 등을 모두 합하면 약 2조 원”이라며 “개성공단 위기가 5800여 협력업체의 연쇄 도산으로 이어지면 5조∼6조 원까지 불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27곳은 경협보험에도 안 들어 현행법상 입주기업들은 개성공단 통행이 1개월 이상 차단됐거나, 현지 생산이 1개월 이상 불가능하게 된 경우 수출입은행의 경협보험과 교역보험, 중소기업청의 긴급경영안정자금 등에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막상 건질 수 있는 금액은 적다. 경협보험 적용 대상은 지분, 대부 등 자산에 대한 평가금액이다. 최초 투자액에 관계없이 현재 자산가치만큼만 보상받을 수 있다. 또 보험이 적용되는 최고 금액이 70억 원인 데다 실제 이 금액의 90%만 받을 수 있어 투자액이 큰 기업엔 불리하다. 경협보험에 들지 않은 기업도 27곳이나 된다. 부품소재업체 B사 대표는 “2007년 개성공단에 입주할 당시 개성법인이 자본잠식 상태였고 적자에서 벗어난 지도 얼마 안 된 데다 연간 2000만∼3000만 원의 보험료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 보험에 들지 못했다”며 “우리는 보상을 전혀 받을 수 없는 것이냐”라고 물었다. 더 큰 문제는 현지에 남아 있는 설비와 원부자재다. 납품회사로부터 제공받은 원부자재와 설비는 교역보험을 통해서만 보상받을 수 있는데 개성공단 입주기업 가운데 이 보험에 가입한 회사는 한 곳도 없다. 현행법상 보상받을 길이 막막해지자 개성공단기업협회 측은 “특별법을 제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실제 2010년 연평도 포격 당시에는 ‘서해5도 지원 특별법’이 제정된 바 있다.강유현·정호재·김유영 기자 yhkang@donga.com}
중소기업청은 29일부터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을 대상으로 긴급 경영안정자금 신청을 받는다. 신용평가를 거쳐 적격 기업에는 최대 10억 원을 지원한다. 금리는 연 4.19%이며 분기별(3개월)로 변동금리를 적용한다. 대출을 받은 2년 뒤부터 3년간 분할 상환하면 된다. 중소기업진흥공단 및 전국 각 지역본부 31곳에서 신청하면 된다. 중기청은 정책자금을 지원받은 기업들에 대해서는 원금 상환기간을 최장 1년 6개월 동안 유예해줄 계획이다. 또 동반성장위원회를 통해 대기업들에 개성공단 입주기업들과의 거래를 유지해 달라고 요청할 방침이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고생했다.” 27일 오후 4시 20분 경기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CIQ). 섬유업체 화인레나운의 박운규 대표(61)는 26일 만에 남한 땅을 밟은 최연식 개성공단 법인장(48)을 부둥켜안으며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최 법인장도 “마지막까지 회사를 지키고 싶었는데…”라고 말끝을 흐리며 따라 울었다. 심정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두 사람은 “서글프다”며 하늘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최 법인장은 경황이 없어 미처 차량 번호판을 바꾸지도 못하고 ‘림6000시’라고 적힌 개성 번호판을 달고 내려왔다. 차 내부 공간을 모두 제품으로 꽉꽉 채운 것도 모자라 천장, 트렁크, 보닛 등 운전석 앞 유리를 제외한 모든 곳에 제품을 테이프로 묶은 상태였다. 자동차 천장은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움푹 찌그러져 있었다. 그는 “짐 싸는 데만 12시간이 걸렸다”며 “완제품 3000장을 들고 나왔지만 두고 온 제품은 2만 장이 넘는다”고 허탈해했다. 그는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해 내일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으려고 한다”고 말하고 자리를 떴다.○ “일부 업체는 벌금 물었다” 이날 최 씨를 포함해 개성공단에 체류하던 우리 인력 126명이 오후 2시 40분, 4시 20분 두 차례에 걸쳐 CIQ를 통해 귀환했다. 당초 2시부터 돌아올 예정이었으나 지체됐다. 섬유업체 A사의 법인장은 “북한에서 나올 때 미리 반출신고를 마친 제품만 싣고 나와야 하는데 갑작스럽게 철수 통보를 받은 주재원들이 경황이 없다 보니 신고하지 않은 물품까지 들고 나와 북측 세관검사가 길어졌다”며 “일부 업체는 벌금도 물었다”고 전했다. 현지 설비를 관리하기 위해 남아 있는 한국전력, KT 등의 직원 50명도 29일 전원 귀환한다. 남측 근로자들은 “일부 언론의 보도와는 달리 개성공단 내부는 평온했다”고 말했다. 섬유업체 B사 현지 법인장 김모 씨는 “지난달 말부터 북한 군인들이 군복 위에 풀과 나뭇가지를 꽂은 위장막을 걸치고 다녔지만 위협은 없었다”며 “끼니때마다 라면을 먹은 것은 쌀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반찬이 다 떨어져 맨밥을 먹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랫동안 면도를 하지 않아 수염이 덥수룩한 그는 다만 “다른 회사 직원들과 함께 지내면서 ‘곧 도산하는 기업들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했다”고 덧붙였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으로부터 납품을 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협력업체 대표들도 CIQ에 나왔다. 예경어패럴의 박형락 대표(54)는 “현재 피해액만 2억 원”이라며 “원청업체가 개성공단에 생산을 맡기는 것을 꺼려 겨우 설득했는데 다시는 개성공단에 생산을 맡기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이날 CIQ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지에 묶여 있는 제품과 원부자재를 보호하고 입주기업들이 입은 피해를 보전해줄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협회는 또 “30일 입주기업의 방북을 승인해 달라”고 요구했다.○ 자산 몰수당하지 않을까 전전긍긍 입주기업들은 혹시라도 북한이 개성공단 내 자산을 동결하거나 몰수하지 않을까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정기섭 SNG 회장은 “금강산관광이 중단됐을 땐 북측이 남측 인원을 추방했지만 이번엔 우리 정부가 철수시켰기 때문에 북한에 원부자재와 설비를 몰수할 핑계를 대준 셈이 됐다”고 걱정했다. 그는 “기업들이 두고 온 설비, 완제품, 원부자재, 또 거래처에 물어줘야 하는 금액 등을 모두 합하면 피해액이 4조 원은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생계도 막막해졌다. 개성공단에 모든 생산설비를 두고 있는 섬유업체 C사는 북측 근로자가 철수한 9일 이후 생산이 아예 중단됐다. 그는 “국내외에 공장을 급히 섭외한다고 해도 원부자재를 염색, 가공해 완제품으로 만들기까지 한 달이 걸린다”며 “옷을 만들어도 어차피 철이 지나 못 팔 것이 뻔해 아예 손을 놓고 있다”고 하소연했다.파주=김호경·강유현 기자 whalefisher@donga.com}

“사업을 접겠습니다. 이미 우리 정부가 손들었는데 어떻게 한낱 기업이 북한에서 사업을 하겠습니까.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생각뿐입니다.”(윤성석 티에스정밀 대표) 정부가 26일 개성공단에 체류하고 있는 남측 인원을 전원 철수시키겠다고 발표하자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들은 “전 재산을 쏟았는데 빚더미에 앉게 됐다”며 탄식을 내뱉었다. 일부는 “피해 보상에 대한 언급은 한마디도 없이 일방적인 철수 명령만 내렸다”며 분개했다.○ “기업 잃고 빚더미 올랐다” 윤 대표는 “개성공단이 다시 가동된다 해도 이미 고객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회사의 존재가치가 없어졌다”며 “남북 정부가 개성공단을 ‘중립지역’으로 선포하지 않는 한 개성공단은 제 기능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25일 정부가 ‘중대 조치’를 언급할 때만 해도 ‘혹시 북한이 대화에 응할까’ 희망을 걸었지만 이제는 공단에 남겨놓은 완제품과 설비만이라도 싣고 오게 해줬으면 하는 바람뿐이라고 했다. 조동수 호산에이스 회장은 “국내 공장을 모두 정리하고 전 재산을 털어 개성공단에 들어갔는데 직접 이해당사자인 우리에게 아무런 상의도 하지 않고 철수하라는 법이 어디 있느냐”며 “이제 빚만 남았다”고 하소연했다. 이은행 일성레포츠 회장은 “직원들에게 이달 급여도 지급하지 못했고 당장 내일모레면 건물 압류가 들어올 판이다. 이것이 재난이 아니고 무엇이냐”라며 하루빨리 개성공단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줄 것을 요구했다.○ 개성공단협회 “충격, 참담” ‘출입제한 24일째, 조업중단 18일째, 체류인원 176명’이라는 팻말을 붙여 놓은 서울 중구 무교동 개성공단기업협회 사무실은 오후 내내 긴박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윽고 오후 6시 정부가 철수 결정을 발표하자 한재권 협회장을 비롯한 협회 관계자 15명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협회 관계자들은 오후 7시 발표한 성명에서 “정부의 결정은 충격적”이라며 “오늘의 개성공단을 이루기 위해 10년간 피땀 흘린 노력이 중단돼 참담하고 안타깝다”고 밝혔다. 한 회장은 “정부가 귀환 조치를 결정했으니 다음 주부터 바이어들의 클레임이 봇물 터지듯 들어와 입주기업들의 피해는 몇 조 단위가 될 것”이라며 “특별법을 만들어 입주기업들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입주기업 피해 보상 어떻게? 통일부 당국자는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재산권 보호대책에 대해 “투자 보호에 관한 남북 당국 간 합의가 있고, 설령 북한이 이를 준수하지 않더라도 재산권 보호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사이의 투자보장에 관한 합의서’에 따라 북한이 입주기업의 재산권을 보장할 의무를 지고 있지만 금강산 관광지구처럼 북한이 이 의무를 지키지 않더라도 정부가 입주기업들에 별도의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24일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남북협력기금 특별대출 허용을 검토하는 등 8개 부처가 참여하는 범정부적 지원대책을 밝힌 것도 이번 사태에 대한 대비책이었다. 기획재정부는 입주기업들에 대한 재정지원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시중은행과 협력해 유동성 지원을 확대하고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을 통해 기업 보증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중소기업청은 긴급 경영안정자금 등 정책자금을 기업에 지원하고 기존 대출금 상환도 유예할 방침이다. 국세청은 부가세 환급금을 입주 기업들에 조기에 지급하기로 했다. 아울러 정부는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들이 모두 귀환한 뒤 개성공단에 파견돼 있는 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을 통해 공장 시설을 봉인하는 조치를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입주기업들은 정부의 보상이 충분하지 않으면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분위기다. 유동옥 대화연료펌프 회장은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되면서 입은 피해를 보상해주지 않으면 정부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유현·김호경·윤완준 기자 yhkang@donga.com}
정부는 25일 개성공단 문제 해결을 위해 당국 간 실무회담을 갖자고 북한에 요구했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정부는 개성공단 근무자들의 인도적 문제 해결과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해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 개최를 공식 제의한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북한에 26일 오전까지 제의에 대해 회신해 줄 것을 요구한다”며 “북한이 당국 간 회담마저 거부한다면 중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이 회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입주기업을 상대로 인력 철수 권고 등 후속조치에 착수할 계획이다. 인력 전원 철수와 공단 폐쇄가 ‘중대한 조치의 예정된 수순’이지만 ‘남측이 먼저 공단 문을 닫고 떠났다’는 명분을 북한에 주지 않기 위해 이에 대한 공개적인 언급은 삼가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답변이 없을 경우 곧바로 중대한 조치에 돌입하지 않고 ‘전략적 모호성’을 당분간 유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는 개성공단에 있는 근로자의 안위다. 그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은 필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부가 북한에 회담을 제의하면서 답변 시한을 정하고 답이 없으면 ‘중대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 대변인은 “11일 류길재 통일부 장관 명의로 발표한 성명은 북한에 대화의 장으로 나오라는 (포괄적인) 요구였고 오늘은 회담 수준(실무회담)과 날짜까지 포함한 구체적인 대화 제의”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정부는 24일 개성에 머물고 있는 홍양호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장(전 통일부 차관)과 이금철 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장 사이의 면담을 갖자고 관리위를 통해 수차례 요구했으나 북한이 응하지 않았다.▼ “26일 오전까지”… 정부, 北에 답변시한 처음 못박아 ▼김 대변인은 “개성공단에 의료진과 식자재 운송을 위한 최소 인원의 방북을 요구하려 했지만 북한이 면담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한국의 요구사항을 담은 서한을 전달받는 것도 거절했다. 북한은 25일에도 정부의 실무회담 제의에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인민군 창건기념일(81주년)로 휴일인 이날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참석한 가운데 평양 금수산태양궁전에서 열병식을 가졌다. 군 당국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처음 공개됐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무기보다 병력 중심의 소규모로 진행됐다”고 전했다. 정부의 25일 대화 제의는 북한에 보내는 최후통첩의 성격도 담겨 있다. 정부 당국자는 “체류 인원들이 언제까지나 개성공단에 머물 수는 없고 식량도 떨어질 수밖에 없어 촌각을 다투는 상황”이라며 “24일 오전과 오후 수차례 면담 요청이 있었던 만큼 북한에 준 답변 시한(26일 오전)이 촉박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26일 0시 기준으로 개성공단에는 남측 인원 176명(중국인 1명 포함)이 남아 있다. 하지만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이날 대화 제의에 대해 협회와 사전협의도 없이 북한의 휴일에 이뤄졌다는 점에 불만을 표시했다. 한재권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바이어들이 정부의 ‘중대 조치’를 폐쇄 또는 철수로 받아들이면서 오늘만 해도 여러 기업이 납품처를 잃었다”고 토로했다. 또 유창근 협회 부회장은 “정부가 개별 기업들과 법적으로 투자계약을 맺은 것이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철수 명령을 내릴 수 없다”며 정부의 폐쇄 방침이 내려져도 따를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개성공단 문제가 정부와 기업 간 남남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조숭호·강유현 기자 shcho@donga.com}
“주재원 대신 차라리 우리가 개성공단에 가 있겠습니다. 즉각 통행을 승인해 주십시오.” 123개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들이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호소문을 발표했다. 개성공단 현지에 머물고 있는 주재원을 남측으로 내려보내는 대신 모기업의 대표들이 공장을 지킬 테니 통행을 승인해 달라고 북한에 요구하는 것이다. 한재권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북한이 3일부터 개성공단 출입을 제한한 뒤 3주가 지나도록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서 현지 주재원들의 피로가 쌓인 데다 주재원 가족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며 “주재원 대신 사장들이 직접 머물며 개성공단이 재개될 때까지 굳은 의지를 보여주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 회장은 “북한이 개성공단 통행을 완전히 재개해주면 좋겠지만 어떻게 해서든 굳게 닫힌 개성공단의 문을 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우리 정부에 “개성공단을 특별재난지역으로 긴급 선포해 달라”고 요청했다. 18일 개성공단 입주기업인 대화연료펌프가 전체 매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인도의 바이어로부터 “납품 계약을 파기할 테니 투자한 설비를 돌려 달라”고 요구받는 등 입주기업들의 피해가 막대한 규모로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기자의 머리카락을 가리키며) 이 정도면 100분의 9(0.09mm) 정도 되겠네요.” 11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철공소 골목. 99m² 남짓한 선반업체 ‘유수기공’의 사업장에서 굴착기 부품을 만들던 유대수 사장(56)은 이렇게 말한 뒤 계측기로 기자의 머리카락 굵기를 쟀다. 그는 계기판에 ‘9’라는 숫자가 뜨자 “맞죠?”라며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한눈에 머리카락 굵기까지 알아맞히는 유 사장은 3년 전부터 군(軍)에서 쓰는 연습용 미사일 외피(外皮)를 만들고 있다. 그는 “실전에서는 수입품을 사용하지만 연습 때는 실제 미사일 구조와 똑같은 국산을 쓴다”며 “문래동 금속가공업체들은 영세하지만 미사일을 만들 만큼 기술에선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0.05mm 오차도 용납 않는 8m 미사일 유 사장이 미사일 외피 조각을 만들면 다른 업체에서 추적장치, 추진축 등을 내부에 채워 갖다 준다. 그는 되받아온 미사일 조각을 조립한 뒤 표면을 매끄럽게 깎아내는 작업도 한다. 그는 “이렇게 하면 약 8m 길이의 미사일이 완성된다”며 “일일이 손으로 두드려 펴고 깎아야 하지만 100분의 5(0.05mm)도 어긋나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중학교를 중퇴한 유 사장은 1973년부터 서울 구로구 온수동에서 월급 8000원을 받고 어깨너머로 기술을 배웠다. 공장을 전전하며 펌프, 주물, 금형 등 기술을 배워 1986년 문래동 1가에 지금의 유수기공을 세웠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과 구로구 신도림동 일대에는 선반, 밀링, 도금 등 유수기공과 비슷한 1600여 개의 금속가공업체들이 클러스터를 이루고 있다. 유 사장은 “대량생산은 어렵지만 기술력이 있는 데다 몇 군데만 거치면 제품 하나를 완성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업체가 밀집해 주요 기업들도 이곳에서 시제품들을 만든다”고 전했다.○ 20대, 월급 적어도 음식점 취업 그는 40년 가까이 쌓아온 기술이 끊길까봐 걱정이다. 현재 유수기공의 직원은 그와 아내, 올해 53세인 황명철 공장장이 전부다. “여러 차례 지역 정보지에 구인공고를 냈지만 전화하는 사람은 40대 후반이나 50대밖에 없더군요. 대형 선반 일을 하면 한 달에 300만∼400만 원을 벌 수 있고, 나이 들어도 기술로 먹고살 수 있는데 젊은이들은 ‘차라리 폼 나는 음식점 서빙 일을 하겠다’며 외면합니다.” 그는 “영세 금속가공업체들을 방위산업체로 지정해 주면 청년들은 기술을 배우고 업체는 인력난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재개발 소식도 걱정거리다. 서울시가 지난해 10월 문래동 1∼4가 일대 준공업지역 27만9472m²를 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그는 “영세업체들은 재개발하는 동안 옮길 곳을 찾기 쉽지 않다”며 “재개발이 진행되면 일을 그만두겠다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고 말했다.○ 소공인을 명장으로 육성해야 한국소공인진흥협회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와 구로구에는 1663개의 금속가공업체가 몰려 있다. 중구와 동대문구에도 각각 518개, 163개가 모여 있다. 이 밖에 중구에 인쇄소 1500개, 종로구에 간판업체 300개, 봉제업체 1500개, 보석가공업체 500개, 성동구에 제화업체 400개 등이 모여 클러스터를 이루고 있다. 다른 클러스터도 문래동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박동희 성동수제화협회장은 “성수동에서는 내로라하는 명품 수제화를 만들지만 청년들이 기피하다 보니 최근에는 사장들이 청년들을 데려다 놓고 5개월 코스로 무료 강의를 해줄 정도”라고 전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본 제조업의 숨은 공신으로 꼽히는 마치코바(町工場·‘동네 공장’이라는 뜻)처럼 소규모 제조업체들이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문겸 중소기업 옴부즈만은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책은 생계형 소매상인에 집중돼 있고 기술 노하우 기반의 ‘소공인’을 육성하는 정책은 거의 없다”며 “기술의 매뉴얼화, 후계자 양성, 전용 공장 건립 등 소공인을 명장(名匠)으로 육성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정년 60세로 연장, 대체휴일제 도입,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 등 최근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법안이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중견기업에도 피해를 미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16년부터 근로자의 정년을 60세로 의무화하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2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하자 중소기업들은 “그렇지 않아도 인력난에 허덕이는데 인건비 부담마저 커지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이재광 한국전기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1년에 신입사원을 5∼10명 뽑는데 정년을 늦추면 그들에게 줘야 하는 연봉만큼 신입사원을 뽑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청년 숙련공을 구하는 데 애를 먹는 중소 제조업체들은 통상 정년이 지난 직원도 계약직으로 고용하지만 이를 법제화하는 것은 부담이라는 지적이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이날 논평을 내고 “이번 법안 처리는 오히려 새로운 규제를 만들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저하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기업을 겨냥한 일감 몰아주기 과세도 당초 취지와 달리 중견기업들에 피해를 끼치고 있다. 제약회사 휴온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휴온스가 2007년 인수한 HVLS(현 휴메딕스)는 그해 적자가 20억 원에 달했지만 휴온스의 지원으로 필러(주름을 펴거나 콧대를 높이는 데 쓰는 의약품)를 개발해 2011년 흑자로 돌아섰다. 그러나 휴온스를 통해 제품을 팔다 보니 증여세 대상이 됐다. 대체휴일제에 대해 조성환 한국금속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생산성은 도외시하고 놀 궁리만 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기업 규제 완화를 강도 높게 주문했다.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려면 기업의 투자 확대가 선행돼야 한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청와대가 공개한 A4용지 6장 분량의 박 대통령 발언은 모두 기업의 투자 촉진과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 지원 등에 맞춰져 있었다. 임기 초 북한의 도발 위협 속에 안보 챙기기에 주력했던 박 대통령이 국정 핸들을 ‘경제 살리기’ 쪽으로 돌리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이 어려운 상황에 그래도 투자를 하겠다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많은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의) 피부에 와닿게 (일부만 규제하고 나머지는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규제를 확 풀어야 투자도 많이 하고 일자리도 생긴다. 그냥 찔끔찔끔해서 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경제 살리기의 첫 번째 과제로 규제 완화를 들고 나온 것은 기업의 투자 없이는 경제부흥이 힘든 상황에서 기업들이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을 살피느라 잔뜩 움츠려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경제는 심리”라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자신이 생각하는 경제민주화에 대해 다시 한 번 정리한 것도 위축된 기업의 투자 심리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경제민주화의 기본 콘셉트가 뭐냐는 말이 있는데, 어디를 내리치고 옥죄는 게 아니라 각 경제 주체들이 열심히 노력하고 땀 흘려서 일하면 꿈을 이룰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누구의 희망을 꺾자는 것이 아니니까 그런 취지에 맞춰 하면 경제민주화는 틀림없이 제 길을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민주화가 일방적인 ‘대기업 때리기’로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박 대통령은 중소기업 지원책도 구체적으로 주문했다. 그동안 현장에서 보고 들은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공개적으로 풀어낸 것이다. “원산지 증명 문제는 중소기업들이 하기 힘들다” “중소기업은 (외국) 현지 정보도 받기 힘들고 판로를 개척하기도 어렵다” “과거에도 자유무역협정(FTA) 지원 대책이 있었을 텐데 중소기업이 왜 여전히 어려움을 호소하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등이었다. 박 대통령은 또 잠정 중단된 개성공단 입주 기업의 지원 방안을 각 부처가 협의해 조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또 북한을 향해서는 “남북한 투자보장과 출입 등 합의서를 체결했고 북한은 마땅히 (이를)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김덕중 국세청장은 이날 중소기업인 간담회에서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에 대해 이번 달 부가가치세 납부기한을 최장 9개월 연장해주고 부가세 조기 환급을 신속히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개성공단 입주 기업 중 세무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곳들은 공단 운영이 정상화할 때까지 조사를 유예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이 이날 경제 활성화 주문을 쏟아낸 것은 새 정부 출범 이후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절박함도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정부 출범에 앞서 100일 계획 등을 세우는 등 속도전을 강조했지만 정부 출범이 늦어지면서 100일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재명·강유현 기자 egija@donga.com}
“중소·중견기업은 원재료를 공급받거나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중소 계열사를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과세 대상에서 중소기업을 제외해야 합니다.”(정구용 인지컨트롤스 대표) 중소기업중앙회가 22일 서울 여의도의 협회 사무실에서 개최한 ‘국세청장 초청 중소기업인 간담회’에서 중소기업인들은 최근 국세청의 움직임과 관련해 김덕중 국세청장에게 여러 가지 어려움을 호소했다. 특히 올해 처음 부과되는 ‘일감몰아주기 과세’로 인해 중소기업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보완책을 요구했다. 인지컨트롤스의 정 대표는 “일감몰아주기 과세는 대기업 오너가 계열사에 물량을 몰아줘 계열사의 수익을 높이거나 증여세를 내지 않는 것을 막기 위한 건데 중소·중견기업들이 여기에 해당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 정 대표는 지난해 계열사 중 한 곳이 매출 1000억 원, 영업이익 46억 원, 당기순이익 12억 원으로 법인세는 1억 원밖에 안 나왔지만 증여세를 계산해보니 3억 원이나 되더라며 세금 부담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일감몰아주기 과세란 내부거래의 비중이 전체 매출의 30% 이상이며 총수 일가 및 특수 관계인 지분이 3%가 넘는 계열사에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 이 조항에는 기업 규모에 대한 규정이 없어 대기업이 아닌 계열사가 있는 중소기업에도 적용된다. 이에 대해 김 청장은 “올해 처음 시행되는 만큼 잘 살펴 고쳐야 할 게 있다면 기획재정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간담회에 참석한 다른 국세청 관계자도 “일감몰아주기와 관련해 사회적으로 논란이 있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 “올해 신고 내용을 받아본 뒤 중소기업에 과도한 부담이 가는 등 문제가 있다면 세제당국에 개선책을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중소기업 관련 단체 대표들은 ‘지하경제 양성화’와 관련한 국세청의 기획 세무조사 확대 등에 대해서도 강한 불안감을 표시했다. 주대철 한국정보통신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중소기업은 원칙적으로 세무조사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두려움은 여전하다”며 “자칫 지하경제 양성화가 지방국세청의 적발 실적이나 건수 경쟁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세무조사 절차 등에 대해 조성환 한국금속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세무조사 기간이 20∼40일인데 기업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10일 미만으로 줄여 달라”며 “최근 경기악화로 자금 사정이 좋지 않으니 세금 분할납부 기간도 연장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표재석 대한전문건설협회장은 “지난해 100개 건설사 중 20개가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며 “전문건설업에 대해 3년만 세무조사를 유예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청장은 중소기업인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세무조사는 탈세 혐의가 크다고 국민 누구나 공감하는 분야에 집중하고, 금융정보분석원(FIU) 자료도 서민경제나 중소기업·상공인의 통상적인 경영활동에는 활용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국세청은 정기 세무조사 선정에서 제외되는 중소기업 ‘장기계속 성실사업자’의 요건을 수도권 기준으로 현행 25년에서 20년으로 단축하기로 했다. 또 사업이 어려워 재기(再起)를 노리는 연 매출 10억 원 이하의 중소기업에 대한 징수유예 기간도 올해 말까지 최대 18개월 연장할 방침이다. 김 청장은 “이달 안에 국세청과 중기중앙회가 함께하는 ‘중소기업 세정지원협의회’를 신설하고 세제 측면에서 걸림돌이 무엇인지 파악할 것”이라며 “세법이 허락하는 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김철중·강유현 기자 tnf@donga.com}